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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헤럴드경제]

1. 일자리 대책은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어야 한다

정부가 18일 새해 첫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총력전’을 천명했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고 청년 실업률이 두자리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대책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올 일자리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1분기에 집중하고 공공부문에서 수요 인력의 절반 가량인 3만명을 상반기에 조기 채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규직 고용시 세액공제를 확대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월 중 국회에 제출하는 등 고용지원 세제도 강화한다. 김영란법으로 위축된 화훼, 과수, 외식 분야의 발전전략도 3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일자리 포털 구축과 분야별 채용행사 확대 등 일자리 중개인 역할도 강화한다. 신규 벤처펀드를 역대 가장 큰 3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 기업은 지난해 160개에서 올해 1000개로 늘리는 등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 방안도 마련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18일 30대 그룹 인사담당 CEO 간담회를 열고 청년채용 확대와 중소ㆍ협력업체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선제적 노력을 부탁했다.

무엇보다 3월중 고용부에 전담조직을 신설, 185개의 일자리 사업을 정밀하게 평가한 후 통합효율화 작업을 진행키로 한 것이 반갑다. 모든 부처에 일자리책임관을 지정하고 일자리 효과가 큰 주요과제 20여개를 집중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각 부처 산발적이던 일자리 사업의 실효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정책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수단이다. SOC투자를 앞당겨 일용직 근로자를 양산하는 등의 억지 공공일자리는 잠시 목을 축여줄 수는 있지만 갈증 자체를 해소시키지는 못한다. 진정 늘려야 할 것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다. 그것은 사업의 확장이나 창업 등 기업의 가치창출 수요에서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벤처간 상생과 협업이 그 핵심이다. 결국 좋은 일자리의 원천은 기업이란 얘기다.

이를 위한 규제를 풀고 기득권 보호막을 걷어 내는 것이 일자리 대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 국회가 고용의 숨통을 틔워줄 노동개혁 입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기업들도 사람줄이는 일을 우선적인 비용 축소 방법으로 생각하는 시각을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철폐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정책 호응도를 인정받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깊어진 반기업, 반시장 정서를 되돌리는 길이다.



2. 임대주택에 억대 소득자 수두룩, 입주자격 개선 시급

공공임대주택에 무자격자가 넘쳐나는 등 운영과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장기 임대되는 공공주택 5채 가운데 1채에는 월평균 430만원이 넘는 중산층이 살고 있을 정도다.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조세재정연구원 최성은 연구위원이 주거실태조사 데이터(2014년 기준)를 토대로 장기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소득 분위별로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지원을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어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한결 싸다. 그 혜택마저 일부 양심불량 무자격자들이 앗아간다면 취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참으로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더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그 중에는 연간 소득 1억원(월 973만원)이 훨씬 넘는 소득 최상위층인 10분위도 상당히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거주자가 1.61%에 이른다. 대략 임대아파트 한 동에 한 가구는 억대 연봉자가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고급 외제차를 굴리면서 서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결코 헛소문이 아니라는 게 거듭 확인됐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매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12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했고, 올해도 그 정도 더 짓는다는 게 국토교통부 계획이다. 2013년 6조8815억원이었던 관련 예산도 크게 늘어 2015년 7조5800억원까지 뛰었고, 올해 역시 약 7조8260억원이 책정된 상태다. 하지만 아무리 예산을 들여 공급을 늘려도 실제 필요로하는 수요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애초 입주자 선정이 더 치밀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소득과 재산을 고의로 숨기고 서류상 요건만 갖춰 자격 심사를 통과하면 적발할 재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 공동전산망 활용 등 입주자 선정 방식 개선이 절대 필요하다. 그런 정도의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입주 이후에도 자격 심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다. 부적격 입주자들이 노리는 것은 일단 입주만 하면 그 뒤에는 소득이나 재산이 늘어나도 다시 따지지 않는다는 제도적 맹점이다. 재심사를 강화해 부적합 입주자를 솎아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정 입주자들에 대한 징벌적 이익환수는 기본이다. 복지는 전달체계가 잘 갖춰져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서울신문]

3. 대선 검증대에 사실상 먼저 오른 문재인

탄핵 정국이 대선 정국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졌다.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광폭 행보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중 지지율이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 답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사실상 차기 정부의 비전과 구상을 내놓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논란과 북핵, 개헌에서부터 경제민주화 및 양극화, 대학 서열화, 국민 통합, 군 복무기간 단축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 진행되는 쟁점과 미래의 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공약이나 다름없다. 문 전 대표는 스스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의 적임자,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이라고 내세웠다.

문 전 대표는 다른 주자들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검증대에 먼저 올라선 셈이다. 다른 주자들도 순서만 다를 뿐 절대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민은 박 대통령을 통해 확인했듯 철저한 인물 및 정책 검증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확실하고 꼼꼼한 검증만이 탄핵과 국난의 악순환을 막는 지름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밝힌 대한민국 청사진인 ‘상식과 정의로 움직이는 나라’는 자기 표현대로 보편적이고 소박하다. 매주 타오르는 촛불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선거는 표다. 표심을 잡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까닭에 공약에는 반드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돼야 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국공립대의 공동대학, 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를 없애거나 완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찍이 이전 정권에서도 검토됐다. 현실적으로 난제가 많았던 탓에 접었던 정책이다.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안은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솔깃한 정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왜 지금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지를 포함해 국방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따지지 않으면 안 되는 엄중한 사안이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관한 한 명확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배치 결정 초기엔 ‘재검토’를 주장하더니,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말했다가 어제는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론을 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말 바꾸기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겨냥한 데다 미국 및 중국과 얽힌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발언일 수 있겠지만 대선 주자로서 국가 안보관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게 책임있는 자세다. 더욱이 일관성, 신뢰성과 직결되기 까닭에서다. 국민의 선택 기준도 전과 다르게 까다로워졌다.



4. 설 물가 급등, 가격담합·사재기 단속부터 하라

당정이 어제 민생 물가 점검회의를 열고 설 전에 농수산물 공급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한 것은 때가 늦었긴 하나 다행이다. 당정의 정책 책임자가 머리를 맞댄 사실만으로도 시장에 주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일과 16일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가진 데 이어 2013년 2월 6일 이후 4년여 만에 내일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물가를 잡으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정이 어제 점검회의에서 내놓은 서민 물가 대책은 현장감과 구체성이 떨어진 뒷북 처방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누이 강조한 대로, 농축산물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사재기나 담합 등 왜곡된 유통구조 탓에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는 이유다.



정부는 ‘달걀 대란’과 관련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합동점검에서 사재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공급량이 30%가량 줄긴 했지만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85% 수준이어서 공급 대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이 두 배나 뛴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간 상인의 사재기 행위가 개입됐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정부는 중간 도매상들의 사재기 현장에 대한 점검을 대폭 강화하고, 소비자단체와 감시 활동을 강화해 적발된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단속 인력이나 행정력 부족 문제는 ‘사재기 제보 핫라인’을 운영해 해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서울 하수도요금은 이미 지난 1일부터 평균 10% 올라 버린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미 오래전에 각 가정에 공지문까지 보내 놓았다.



​고양과 부천, 안양 등 경기도 15개 시·군도 이미 하수도료를 인상했다. 상수도 요금도 경기와 충북도를 중심으로 적게는 9%, 많게는 18%까지 올렸다. 사정이 이럴 진대 중앙정부가 뒤늦게 지방정부와 뭘 협의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소리인가. 모처럼 열린 당정 물가점검회의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탁상행정, 뒷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 부총리를 포함한 정책 담당자들은 책상머리를 떠나 오늘이라도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를 꼭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5. ‘블랙리스트’ 피의자로 소환된 조윤선·김기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책임이 있는 윗선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으니 지켜보는 국민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화려한 공직 경력을 이어 왔다지만 특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조 장관은 초췌하기만 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김 전 실장 역시 “김기춘을 구속하라”고 외치는 시위대와 맞닥뜨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책임을 따지다 보면 더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럴수록 법률 지식을 총동원한 책임 회피로 일관해 ‘법(法)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김 전 실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명운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 양극화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블랙리스트가, 그것도 자유로운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화예술 분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어떤 정부보다 창조 정신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정신적 자폭행위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특검이 조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작성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놀랍다.



그럼에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의 당사자들은 제 한 몸 빠져나가기에 급급한 모양새니 국민은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그렇게 소신껏 일했다면 “나라를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나. 조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으면 장관 자리에서는 벌써 물러났어야 했다. 그는 특검에 출석하며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운용한 부처의 책임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장관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특검 조사는 단순히 두 사람의 구속과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옥죄고, 뒷걸음치게 만든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낱낱이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미 특검은 이 사건으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물론 조 장관도 법률 지식으로 중무장한 변호사 출신이다. 특검은 두 사람이 노련한 법테크(法Tech)로 죄가 있음에도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라. 김 전 실장의 혐의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면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아닌가.



[동아일보]

6. 상품권 미끼로 파업 참여하라는 현대중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11일 총파업 뒤 집회 참가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경품으로 나눠줬다. 전체 조합원 1만5000여 명 중 참가자들이 10%에도 못 미치자 ‘파업 보너스’를 준 셈이다. 

지난해 5월부터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중 파업 45회, 총파업 16회를 주도해온 현대중 노조는 파업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임·단협이 끝나면 참가자들에게 상품권을 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에 대해서는 파업하겠다고 위협하고, 조합원들에게는 ‘파업 대가’를 주는 것은 귀족노조가 아니면 휘두를 수 없는 무기다.

현대중 노조는 호봉 승급분과는 별도로 매달 임금 9만6712원 인상뿐 아니라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성과연봉제 폐지, 연 100명 이상 해외연수 등 ‘배부른 요구’를 하고 있다. 회사가 6개 사업부문별로 분사하기로 한 구조조정 결정에도 반대한다. 12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해 설 이후에는 상위 산별노조의 힘을 빌릴 작정이다.

작년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간신히 돌아왔고 많은 중소 조선사는 아예 돌아오지 못했다. 현대중은 철저한 자구 노력으로 3조51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작년 말 절반 정도만 달성했을 뿐이다. 회사의 안간힘에 동참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는 ‘무(無)노동 유(有)상품권’을 내걸고 파업 참가를 유인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2015년에도 파업 참가자 4000여 명에게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해 약 2억 원어치의 조합비를 쓴 전력이 있다. 노조 측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식사비 조로 지급하는 것이고 지역사회를 돕는 차원”이라고 합리화하지만 ‘돈으로 파업을 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설을 앞두고 상품권은커녕 통장 잔액이 바닥난 협력업체 직원들이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야 한다.



[문화일보]

7. 국정농단에 발목 잡힌 삼성의 신뢰 추락과 國內外 우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국가대표 기업의 국내외(國內外)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 리더가 부패 스캔들에 걸려들었다”고 전했고, CNN은 “갤럭시노트7의 굴욕적 낭패 이후 회사 이미지가 더욱 손상됐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대부분 삼성이 향후 신뢰도 하락과 경영 공백으로 곤경에 처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다보스포럼이 17일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개 기업에서도 4년 만에 탈락했다.


삼성이 수사 대상에 오른 이후 신년 경영계획, 정기 인사, 올해 채용일정 등 그룹의 핵심 스케줄은 줄줄이 연기됐다. 삼성 계열사는 물론, 4300여 협력사와 대졸 취업준비생들도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그룹 총수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진작 발이 묶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주재한 ‘테크서밋’에 외국기업 경영자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으나 특검의 제동으로 가지 못했다. 팀 쿡 애플 CEO 등 IT 거물 14인이 참석한 이 회동은 한국 기업인이 트럼프와 직접 대면할 첫 기회였으나 이를 날려버린 것이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이재용식 혁신 전략도 18일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특검이 뇌물죄로 엮으면서 삼성은 글로벌 무대에서 ‘비리 기업’으로 낙인 찍힐 처지다.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는 부패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만 해도 외국 부패 기업과 기업인에 무거운 벌금과 징역형을 가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을 확대하는 기류다. 삼성전자는 수출의 20%를 점하는 등 한국경제에서 비중이 막대하다. 국정농단의 실체는 명백히 밝혀야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기업 단죄 드라이브는 이미 교각살우로 빗나가고 있다.


8. 최악 安保위기 속 軍복무 단축 公約경쟁 개탄한다

군(軍)복무기간을 줄이겠다는 대선 공약(公約)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자신의 저서 출판행사에서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안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었다”며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곧 출간될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10개월로 줄이자고 했다. 현행 21개월(육군 기준)에서 절반 수준으로 다시 줄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 군 복무 단축 주장은 입대를 앞둔 청년과 그 부모들에게는 달콤하게 들릴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국가 안보를 해칠 심각한 안보(安保) 포퓰리즘이다.


첫째, 현재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미·중 대립이 심화하는 등 최악의 안보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둘째, 군 전시 작전통제권은 회수하겠다면서 전력 증강 계획을 세워도 시원찮은 판에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셋째, 그러지 않아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현재 병력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넷째, 종심(縱深)이 짧은 한반도 상황에선 여전히 병력 규모와 보병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섯째, 군 복무를 단축하면 숙련도에 문제가 발생, 첨단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게 된다. 여섯째, 군 복무 단축에 따른 첨단 무기 도입과 직업군인 증가를 위해선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가 불가피하다. 일곱째, 북한 급변 사태 시 안정화 작전을 위해선 많은 병력이 필요하며, 한·미 동맹 유지를 위해서도 일정 병력 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미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군은 감축하겠다면서 주한미군 감축은 반대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는 대한민국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국방 의무를 소홀히 할 때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안보 상황이 개선된 뒤에도 군 복무 단축은 잠재적 위협까지 고려하며 신중히 추진할 문제다. 눈 앞의 표만 의식해 안보를 도외시한다면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개탄할 일이다.


[조선일보]

9. 한국 정당名 중 最古는 3년 된 정의당이란 희극

새누리당이 17일 당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설 명절 전에 국민 공모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다. 19대 총선 두 달 전인 2012년 2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개정한 지 5년 만이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 이름이라도 바꿔 살아남아보겠다는 몸부림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면 현재 존재하는 원내(院內) 정당 가운데 정의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 이름이 된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 후 주사파 세력을 남겨두고 떨어져 나와 2013년 7월 출범한 당이다. 3년 5개월 된 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라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나라 정당 정치의 참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40% 가까운 지지율로 가장 당세가 강한 더불어민주당은 합당과 분당을 끊임없이 반복해온 정당이다. 2012년 이후에만 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쳐 20대 총선 전인 2015년 12월에 지금의 당이 됐다. 그때 친문(親文)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쪼개져나간 국민의당, 한 달여 전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을 포함해 모든 정당이 새로 만들어진 당이다. 끝없는 분열과 변신이 한국 정치의 고유한 특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정당이 정책 중심이 아니라 대선 주자 중심의 패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자 한 명과 소수 추종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거기에 작은 줄이라도 대야 한자리 차지할 수 있는 후진적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그 권력자가 무너지면 당 전체가 와해되면서 분열하거나 이름을 바꾼다. 2000년대 이후만 봐도 노무현당, 이명박당, 박근혜당이 집권했다가 없어졌거나 그 일보 전이다.


이번 대선은 후보를 내겠다는 정당만 5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또 이리저리 합치자는 얘기나 반대로 사퇴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 후에 없어지는 정당, 이름을 바꿔 분칠이라도 하려는 정당이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기세를 올리는 더불어민주당도 몇 년을 가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정당이 허약하면 군중이 나서게 되고 결국 대의(代議)정치의 위기가 온다. 군중 정치의 피해는 군중이 본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진국형 정당을 육성해야 하고 그 첫발은 '누구의 당'이란 체질부터 없애는 것이다.


10. 편 가르기 말자는 文, 본인부터 실천하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 저서에서 "편 가르기 정치가 없어지면 극단적 대결도 해소될 수 있다"며 통합의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의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를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단계를 통합 민주주의라고 한다"며 "혐오를 끝내고 진정한 화쟁(和諍)의 시대로 가자"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어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나라가 이념, 지역, 세대, 계층으로 갈가리 찢긴 상황에서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소망하는 게 바로 '편 가르기 없는 사회'다.


하지만 정작 문 전 대표는 이 책에서 기득권 세력, 친일 세력, 독재 군부 세력 청산을 거론했다. 기득권이란 사전적으로는 '개인이나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 정도로 풀이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부유층·고위층·엘리트층 등을 비난할 때 주로 쓰이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지금 부유층 등을 싸잡아 청산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편 가르기 말자'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문 전 대표가 말하는 친일 세력과 독재 군부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친일 세력을 할 이유가 없다. 만약 한·일 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보려 고민하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부르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독재 군부 세력도 사라진 지가 30년이다. 수십 년 전 과거의 인물 중에 지금 활동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만약 지금 여당을 독재 군부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면 정치의 상대를 인정조차 않겠다는 것이다.


편 가르기를 가장 자극적으로 시작한 것이 문 전 대표가 몸담았던 노무현 정권이었다. 노사모의 홍위병 행태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됐는지를 돌이켜 보게 된다. 이들의 편 가르기는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문 전 대표를 비판하면 곧바로 '문자 폭탄 테러'와 '18원 테러'가 쏟아진다. 많은 사람이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제2의 노사모'가 또다시 편 가르기에 나설 것으로 걱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7일에는 친노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현장까지 찾아가 갖은 비아냥을 퍼붓는 일이 일어났다. 문 전 대표는 이런 극성 지지자들에게 "조금 더 통합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간절히 간곡하게 당부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자신도 열흘 전 구미에 갔다가 반대자들에게 막혀 20여 분간 차량 속에 갇힌 일이 있었다. 이 편 가르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가 먼저 나서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청산한다' '청소한다'고 하면 극성 지지자들은 그 행동대로 나서기 마련이다. 만약 문 전 대표가 30~40년 전 운동권 같은 언행을 끊으면 그날부터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병폐는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일터삶터] 차 한 잔 하세

내 일과 삶에 공통으로 쓰이는 물건이 있다. 차(茶)라는 물건이다. 마시는 음료인 차를 업으로 하고 있고, 생활 속에 늘 차가 함께한다. 차는 본래 생활 음료였다. 동양에서 차는 밥과 같이 생활에서 중요했다. 지금은 어떤 차이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이 되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하는 이해와 실행에 달려 있다.


일터의 연장인 한국의 차 산업은 녹록치가 않다. 그래도 차는 미래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기본 산업이 될 것이다. 음료는 음료인데, 사람의 몸을 자연과 친하게 할 수 있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차는 일반 음식 제조와 비슷하다. 찻잎을 따서 바로 마시기 위한 차와 오랜 세월 숙성시켜 마시려는 차로 구분됐다. 전자가 약발효에 해당하는 녹차 종류이고, 후자는 보이차와 같은 미생물발효차에 속한다. 또한 전자는 발효 정도를 중간 정도로 조정한 차(우롱차 종류)와 완전히 산화시킨 홍차로 분화 발전한다. 우롱차와 홍차가 등장한 것은 대략 400년 전 쯤이다.


홍차가 처음 등장했던 곳은 중국 황실에 차를 공납하던 푸젠성(福建省) 무이산. 이곳의 정산소종(正山小種)이라는 홍차는 17세기 유럽에 첫 선을 보인 후, 차이나 열풍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국에서 홍차는 생활음료가 되었고, 은을 주고 정산소종을 사 왔다. 재정적인 부담이 커진 영국은 다른 수를 냈고, 아편을 매개로 정산소종을 가져 왔다. 그러다 전쟁이 터졌고, 아편전쟁 이후 차 산업의 주도권도 유럽으로 넘어갔다.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와 케냐 등지에 차나무를 심고 유럽식 홍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각성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던 커피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럽 홍차는 전 세계 차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커피는 세계 음료를 대표하고 있다.


최근 세계 음료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차의 귀환이 두드러진다. 이 현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굴기(屈起)가 있고, 다른 하나는 커피와 콜라에 지친 소비자가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차는 산업과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커피가 서구식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면, 현재 중국은 동양의 차를 가지고 서구 물질문명과 다른 문화적 품격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스타벅스는 티바나라는 차 체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콜라 회사들도 거대한 차원(茶園)을 조성하고 있다. 커피에 지쳐가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이제 세계 차 시장의 판도는 삼족정립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열풍 사이에 한국과 한국인의 차도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차는 역시 산업이면서 생활이고 문화이다. 21세기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차는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는 개방성이 특징이고, 현대인은 개성을 강조한다. 밖으로 열고 드러내야 할 내 개성은 안으로 다져야 할 기본과 장단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삶과 일은 내 생활의 안팎이기도 하다. 내 안팎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방법이 있었다. 여기에 사용됐던 물건 가운데 하나가 차라는 사실! 이차정심(以茶靜心)이차정신(以茶正身)! 차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차를 가지고 몸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차 한 잔 하세! 이 말에 담긴 속내가 본래 그것이었다.


2. [한국일보][삶과 문화] 세한정을 찾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양평군 두물머리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만나는 곳이다. 두물머리에 가면 들르는 곳이 세미원이다. 여름에 가면 연못에 가득한 연꽃들이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여기 세미원에는 ‘세한정(歲寒庭)’이란 곳이 있다.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조성한 정원이다. ‘세한도’의 두 주인공인 추사와 제자 이상적의 의리를 기리는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세한도’는 추사가 정치적으로 좌절한 제주도 유배 시절에 그린 작품이다. 그의 쓸쓸한 마음과 그 쓸쓸함을 견뎌내려는 의연한 정신이 잘 담겨 있다. 작품 속 소박한 초옥 한 채와 소나무.잣나무 몇 그루가 고적한 한겨울의 느낌을 안겨준다. 동시에 삶의 고난을 극복하려는 고결한 기품을 떠올리게 한다. 의연한 정신과 고결한 기품은 이 작품을 감싸 도는 아우라를 이룬다.

작품 뒷면에는 추사가 적은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권력이 있을 때는 가까이하다가 권세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모른 척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지금 절해고도에서 귀양살이하는 처량한 신세인데도 이상적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런 귀중한 물건을 사서 부치니 그 마음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권력이나 재물을 잃은 때에도 나를 좋아하고 곁에 있어 주는 이가 진정한 친구다. 추사에겐 제자인 역관 이상적이 그런 인물이다.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한 이상적은 그 책을 권력자가 아닌, 귀양살이를 하는 스승에게 선물했다. 추사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앞서 인용한 구절에 이어 다음과 같이 적었다.

“공자는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라 했으니, 그대의 정의야말로 추운 겨울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조(節操)가 아닐까.”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란 추운 계절이 돼야 소나무.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찾아오는 이 거의 없는 제주도 대정으로 유배 와서야 추사는 새삼 권력과 인간과 의리에 대해 깨닫게 된 듯하다. 그리고 소나무.잣나무 같은 제자 이상적의 아름다운 절조를 칭찬하고 있다.

나는 전통사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조선 시대의 가부장주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한도’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까닭은 어려운 시절에 나누는 의리와 사랑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은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가 있다. 고통을 겪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다. 지지해 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는 사람은 고통 가운데서도 힘과 용기를 얻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들은 낙심과 절망의 정도가 몇 배 더해진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넘치는 것은 아는 이들과의 관계다. 문제는 아는 사람이 많아도 친한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정보사회의 진전이 가져온 역설적인 사회적 결과다. 휴대폰 전화부에 아는 이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저장돼 있어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과잉 연결 속의 과소 친밀’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인간은 본래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다. 이 외로움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넘치는 과잉 연결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 친밀성이다. 친밀성은 추상적인 게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외로울 땐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속 깊은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좋은 치유는 없다. 너무나 많은 연결은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고, 외려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정말 중요한 존재는 어떤 순간에도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벗이 아닐까.

한겨울의 절정이다. 온기가 그리운 시간이다. 휴대폰을 꺼둔 채 친구와 함께 세한정으로 바람을 쐬러 가고 싶은 날이다.


3. [한국일보][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발끈하게 만든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본 가슴 아픈 사연들, 우리의 친구와 가족이 겪은 억울한 사연들, 또 나 스스로 겪은 불공평한 일들까지 떠올리며 왜 법은 늘 있는 자의 것이냐며 분노한다. 그럼에도 언론은 동네 체육대회에 나온 응원단마냥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추기느라 볼썽사나운 엉덩이춤을 추는 중이다.


뉴스를 보니 참 가관이다. “이재용 구속되면 미래사업 동력 상실 우려”“이재용 구속 위기에 삼성 글로벌 암운”“벼랑 끝 내몰리는 기업, 수난 언제까지” 이 정도만 해도 분통이 터진다. 도대체 이 나라의 정경유착은 어디까지인가 싶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국민을 겁주기까지 한다.


“이재용 유죄 확정되면 미국서 벌금 물고 판매 차질 가능성도”“범법 기업 낙인, 이재용 유죄가 몰고 올 후폭풍” “삼성전자 200만원 돌파 멀어지나?” 국민의당 어느 의원은 SNS의 글을 통해 이재용 구속수사를 반대하며, “오늘 아침 딸기 농사 짓는 분을 만났는데 예년과 다르게 찾는 고객들이 푹 줄었다고 한숨을 쉬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이재용이 구속되면 이처럼 국민들이 고생을 하게 될 거라는 그의 시선이 참으로 우습다. 아직도 그런 말로 우리를 설득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들의 눈에 우리는 여태 개ㆍ돼지다. 죄를 지은 부자가 감옥에 간다고 국가 경제가 휘청일 거라는, 콩죽 먹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 정 국가 경제가 걱정되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 대한 헌법소원부터 제기하든가. 위헌 결정이 나면 그때 다시 이런 소릴 하시든가.


4. [한국일보][아침을 열며] 한미일 ‘찰떡’은 없다

“한미동맹은 찰떡 공조다.” 최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백악관의 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이 이렇게 말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뭐라 해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밝혔다.


“외교공관 앞에 어떤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입장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어떤 조형물’이라고 부르면서 일본 입장을 거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거의 ‘실패한’ 정권으로 판명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관료들은 조만간 물러날 마당에 왜 이렇게까지 대못을 쳐두려 하는가.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하려 한 것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 한미일 3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사드 배치를 밀어붙임으로써 한미동맹을 다져두고, 국내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든 안착시켜 한일관계를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사람들은 한미일 3각 공조를 매개하는 핵심고리인 사드와 위안부를 지켜내어 미국 주도의 3각 관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한국의 살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한미일 3각 관계가 오랫동안 한국 안보에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관계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1990년대 초 세계적 냉전이 종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는 ‘지역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되살아났다.


여기서 ‘안정’이란 미국의 안정적 패권 유지와 사실상 동어반복이다. 그러더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대두하면서 이 3각 관계는 북한이라는 ‘괴물’을 빌미로 중국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프레임으로 둔갑해갔다. ‘아시아 회귀’로 대변된 오바마 정권의 지역 군사화 전략에 한일 양국의 보수정권이 합세함으로써 이 프레임은 점점 가시화했다.


2015년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 여기에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이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이 와중에 한미일 보수세력은 이 3각 관계를 마치 냉전시절 반공주의처럼 이데올로기화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한미일 3각 공조의 한계는 금세 드러난다. 미국이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묶으려는 이유가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겁 없는’ 북한을 억지하는 데 있다는데, 이에 대한 3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은 한미동맹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 블록에 대놓고 가담해서는 낭패를 보게 된다.


핵 장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혼내줘야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3각 관계의 자력(磁力)에 휘말려 전쟁을 불사할 수는 없다. 군사화한 한미일 3각 공조는 북한과 중국을 ‘공통의 적’으로 삼을 수는 없는 한국에겐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옷인 것이다.

더욱이 이 3각 관계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동맹관계를 희생해서라도 미국을 우선하겠다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데다, 북한 때리기에만 몰두하며 평화를 방치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들불처럼 일어선 한국의 촛불 민심은 부패한 보수에 대한 질타와 더불어 구시대적 냉전적 안보관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일본의 보수정권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제관례 운운하며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도 한국의 3각 관계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 혹은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분명 ‘한미일’이라는 프레임은 익숙하고 편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 가치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특히 한국이 군사화한 한미일 3각 공조의 틀에 하위파트너로 들어가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은커녕 분열과 안보불안의 질곡은 가중될 수 있다. 옷이 맞지 않으면 수선하거나 새 옷을 장만해야 하듯이 한미일 3각 공조라는 ‘신화’도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3각 공조는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얀 팔라흐

체코 프라하 찰스대에서 역사와 정치경제학을 전공하던 21세 얀 팔라흐(Jan Palach)가 1969년 1월19일 숨졌다. 그는 16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인근 체코국립박물관 앞에서 분신했다. 그의 분신은 동기 등을 둘러싼 몇 가지 엇갈린 해석을 낳았고, 그 의문들로 체코 시민들을 더 아프게, 더 분노하게 했다. 

한 해 전인 68년 8월 바르샤바조약군이 프라하를 점령했다. 두브체크 등이 주도하던 개혁ㆍ개방의 ‘프라하의 봄’이 그렇게, 7개월 만에 짓밟혔다. 팔라치의 분신은 소련, 곧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억압에 대한 항의의 희생이라 알려졌다. 시민ㆍ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약 한 달 뒤 팔라치가 쓰러진 같은 자리에서 또 한 명의 대학생 얀 자이츠(Jan zajic)가 분신했고, 두 달 뒤에도 프라하 남동쪽 비소치나 주 이흘라바에서 에브젠 플로첵(Evzen Plocek)이 목숨을 내던졌다. 그들 앞에는 외국 군대의 탱크들이 버티고 있었다.

찰스대 병원으로 후송된 팔라치를 경찰이 뒤따랐다. 배후와 동조자를 캐내기 위해서였다.팔라치가 가담한 비밀 분신조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진위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를 담당했던 의사 야로슬라바 모셀로바(JaroslavaMoserova)는 팔라치가 소비에트보다 체코 시민들에게, 그들의 무기력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한 거였다고 말했다.


모셀로바는 “패배만 한 게 아니라 포기해버린(notonly giving up, but giving in) 듯한 시민들의 풀죽음(demoralization)에 저항하고자 그는 제 몸을 불사른 거였다. 슬픈 눈과 무거운 얼굴로 조용해져 버린 거리의 시민들을 보면, 모든 고귀한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 정말 팔라흐의 뜻이었는지, 모셀로바의 해석이었는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체코 시민들도 그(들)의 죽음을 무겁게 간직했다. 그들은 잊지 않았다.

팔라치가 숨지기 직전 여자친구와 학생운동 지도자를 병실로 불러 “더 이상의 희생은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유언처럼 남겼다는 말도 있지만, 그 역시 확정적인 사실은 아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당일 오후 3시 30분 별세했고, 벨벳 혁명 이후 체코 시민들의 뜻으로 광장의 얼굴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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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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