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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비선 국정개입 의혹 검찰 수사

■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군 가산점 제도 부활

■ 국토부의 ‘땅콩 회항’사건 봐주기 조사

■ 문희상 위원장의 취업 청탁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비선 국정개입 의혹 검찰 수사

 

[중앙일보 사설-201219금] 검찰, 문건 말고 다른 의혹도 제대로 밝혀라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을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이 허위사실을 토대로 청와대 문건을 작성하고 외부로 갖고 나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에 보관했다는 것이다. 박 경정은 청와대 내부 감찰에서 자신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다른 경찰관들이 유출한 것처럼 허위 경위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무고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과정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한모 경위가 박 경정이 숨겨놓은 문건을 몰래 꺼내 복사한 뒤 자살한 최모 경위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가 일부 언론사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윤회씨가 박지만 EG 회장의 미행을 사주했다는 설도 박 경정이 전혀 근거 없이 작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숨진 최 경위와 한 경위는 “정윤회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유출에 관여했다는 물증도 없다. 법원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경위가 유서에 적은 ‘민정비서실 회유 의혹’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 박 경정은 체포되기 전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 입은 지퍼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며 여전히 뭔가 비밀을 쥐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관천 1인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에 석연찮은 점이 남는다.

 

 또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승마협회에 압력을 행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철저히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이 사건은 문건수사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사 개입 의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 등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 상태다. 따라서 수사 결과가 관련자들의 해명을 확인해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꼭 위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 항상 의혹이 남는 검찰 수사는 국정조사·청문회나 특검으로 이어져 소모적인 국력 낭비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국정농단 주범이 경찰이라는 황당한 수사 결과

 

‘정윤회 문건’ 파문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박관천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면서 정씨 관련 허위 문건을 만들어 유출한 혐의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문건 유출자를 색출해달라”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무고죄도 뒤집어썼다. 이번 사건은 박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 한 명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검찰 수사는 박 경정 영장을 계기로 완연한 파장 분위기다. 사건의 본질인 비선 실세그룹의 국정개입 의혹은 일찌감치 ‘근거없음’으로 결론났다. ‘십상시 회동’ 자체가 없었다는 게 그 근거다. 문건 유출도 박 경정의 단독범행이라고 한다. 설사 박 경정 소행이라 치더라도 ‘일개 경찰관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오죽했으면 수사팀도 “황당하다”고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규정한 검찰의 잣대도 일반상식으로는 어색하다. “누가 불장난을 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정씨의 말을 되짚어보면 이번 수사결과는 마치 꿰맞추기라도 한 듯 절묘하다.

검찰 수사로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의혹만 키운 꼴이다. 박 경정의 석연찮은 범행 동기는 물론이고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도 풀린 게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좌천성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씨 딸을 둘러싼 문화부의 표적 감사에 이어 박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증언도 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둘러싼 국정농단 의혹은 그간 제기된 것만 해도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 관련자를 회유하고 ‘7인회’라는 딱지를 붙여 검찰수사를 몰아붙인 경위도 의혹투성이다.

정치적 사건을 떠안은 검찰의 고민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개 경찰관의 불장난이라는 수사 결과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참 허망하다. ‘몸통’ ‘깃털’ 운운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치부 그대로다. 결국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게 ‘정치검찰’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하다.

 

 

■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미국-쿠바 국교정상화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에 나서기로 전격 선언했다. 미국은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쿠바 내 미국의 자산을 몰수하자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경제봉쇄에 돌입했다. 이후 미국과 소련간 핵전쟁을 유발할 뻔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와 난민문제 등 숱한 대립과 갈등이 반세기 이상 지속돼 왔음에 비춰 양국의 국교정상화 선언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수십년간 미국의 국익 증진에 실패해온 낡은 접근방식을 끝내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이 쿠바 정부가 자국민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유지해온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시인한 셈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국가에 대해 명분을 앞세운 제재 일변도의 압박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벌써 오래 전부터 미국의 대(對)쿠바 봉쇄정책 철회를 촉구해왔다. 유엔 총회는 올해도 압도적 찬성으로 미국의 쿠바 경제제재 해제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이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의 고립을 초래했던 것이다. 보수야당인 공화당은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준 또 하나의 사례”(존 베이너 하원의장)라고 비난하지만 그런 점에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선언은 오히려 때늦은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제1기 취임사에서 적과의 대화를 약속하면서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상당히 호전된 상황에서 이제 북한만 남은 셈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최근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주저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북미간에 변화가 있으려면 먼저 북한이 달라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정권을 이어받은 뒤 실용주의적 개혁조치를 꾸준히 단행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북한 김정은 정권과는 크게 달랐다. 북한의 몇 안 되는 우방국 중 하나인 쿠바가 미국과 수교하면 북한은 더욱 고립이 깊어진다. 북한도 이제 개혁과 개방, 화해의 큰 흐름 속에서 체제 생존과 발전의 기회를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전격적 미-쿠바 수교,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미국과 쿠바가 17일(현지시각) 53년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 수교는 냉전 잔재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 북-미 관계 개선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한다.

 

양쪽 정상의 발언은 모든 나라가 새겨들을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밝혔다. 쿠바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오랜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대북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우리는 세련된 태도로 서로 다름과 공존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 지도부에 도움이 될 말이다.

 

두 나라의 결단에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20년이 넘도록 쿠바 봉쇄를 고집해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고립되는 처지가 됐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쿠바계 미국인의 분위기가 관계 개선 쪽으로 바뀐 것도 부담이었다. 혁명 1세대로서 2006년 권력을 승계한 라울 의장은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꾸준히 대미 관계 개선을 꾀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다. 그가 점진적 관계 개선을 넘어서 국교 정상화까지 선언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남미계로 처음 바티칸 수장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쪽 협상을 적극 중재한 것도 돋보인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미 관계의 앞날에 쏠리고 있다.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은 봉쇄 대상국 가운데 쿠바·미얀마·이란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제 사실상 북한만 남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쿠바와 달리 핵·미사일 등 안보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이번처럼 양쪽의 발상 전환과 적절한 중재자가 전제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정부 안에서 대북 대화론이 제기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하면서 유연한 대외관계를 추구해온 쿠바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배워야 한다.

 

미국과 쿠바의 수교는 최근 협력보다 갈등이 부각되는 지구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북-미 수교 등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미·쿠바 국교 정상화를 환영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어제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간 53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선언했다.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지 23년 만이다.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냉전의 유물을 걷어내기로 결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양국은 곧 국교 정상화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카스트로 의장의 말대로 양국 간에는 “여전히 인권과 대외정책, 주권 문제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견은 국교 정상화의 장애물이 아니다. 정상적인 관계란 차이가 없는 관계가 아니라, 차이를 둘러싸고 대결하는 대신 타협하고 조정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은 ‘미국의 뒤뜰’이라는 중남미에 강대국의 논리를 관철했다. 미국은 시민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해온 반민주적인 중남미 독재정권을 단지 친미적이라는 이유로 지지하고 후원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자유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세운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붕괴시킨 피노체트 장군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 피노체트 정권이 미국을 믿고 저지른 고문과 살인, 인권탄압 행위로 시민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으며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미국은 피그만 침공, 중앙정보국(CIA)의 카스트로 암살 기도, 경제 봉쇄로 쿠바 시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쿠바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이 쿠바 혁명 이후 이 작은 섬나라에 가했던 이 같은 온갖 부도덕한 행위는 미국의 핵심 정책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쿠바에 사과하지는 않더라도 쿠바 봉쇄를 민주주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기만적 태도만은 삼가야 한다.

쿠바 봉쇄의 실질적 효과는 카스트로 체제의 공고화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쿠바 봉쇄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정적인 쿠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봉쇄 정책은 이 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고, 중남미 대륙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제한했다”고 인정했다. 봉쇄 정책으로 체제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됐지만, 새삼 그의 실패 인정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아직도 문제 국가에 대해 제재와 압박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조치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묻자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적대국가의 정상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대로 이란에 이어 쿠바에 대해서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예외이다. 물론 북한은 미국과 협상·결렬을 반복하면서 미국을 지치게 했다. 쿠바와 달리 핵과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점도 다르다. 인권침해 문제도 있다. 바로 그런 심각한 상황은 더욱 북한 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강요하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화와 협상이 개혁을 독려한다는 쿠바의 교훈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서 실패한 정책은 북한에서도 실패한다는 사실을 새기며 자신의 마지막 매듭을 풀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 이제 북한만 남았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공식 발표했다. 53년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양국이 냉전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화해와 평화공존의 새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세계사에 남을 2014년의 빅 이벤트다. 이제 남은 고립폐쇄 사회는 북한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어제 백악관과 아바나에서 각각 발표한 선언을 보면 대사관 재개설도 수개월 내 끝날 전망이다. 1961년 국교단절로 고립됐던 쿠바가 오바마 정부의 개방외교정책이라는 열린 문으로 들어선 것이다.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송금이 바로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쿠바는 5년째 수감 중이던 미국인을 즉각 석방하기도 했다.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 종언은 이념보다 민생을 중시해온 라울 카스트로 정권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이 된다. 2008년 형 피델을 승계한 그는 정치개혁과 더불어 시장경제시스템을 꾸준히 도입해왔다. ‘쿠바의 덩샤오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쌓아왔다. 1991년 옛 소련이 무너지자 그는 일찍이 중국식 개방경제의 지지자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과 적대관계 아래에서는 성장 한계가 뻔했다. 최근에는 막대한 원유 지원자였던 베네수엘라마저 저유가로 재정파탄에 처하자 더 기댈 곳도 없게 됐다. 벌써 아바나에는 미국과 국교재개로 해외투자를 유치해 올해 겨우 1%인 경제성장률을 내년에는 5%로 올리자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는 모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쿠바 야구선수들의 목숨 건 탈출극도 이젠 끝나게 됐다. 쿠바인들도 세계의 시민이 된 것이다. 북의 김정은 정권은 쿠바의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나. 막연히 북에 경도된 종북세력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이란도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는 다양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북은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며 지구촌의 폐쇄 독재국가로 남을 것인가. 북한은 대결노선을 포기하고 한시 빨리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 관련 칼럼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219금] 미국·쿠바 적대관계의 종언

 

1962년 10월22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고 있다"면서 쿠바 해상봉쇄를 선언했다. 소련이 6분이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정찰기 항공촬영으로 확인한 지 8일 만이다. 케네디는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한편 비밀대화를 통해 소련이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철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구축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다 폭뢰를 투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핵전쟁 위기와 해상봉쇄는 양측의 미사일 철수 약속으로 해소됐다.

 

미국과 쿠바의 악연은 질기다. 1959년 1월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정권을 수립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워싱턴을 방문해 경제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카스트로는 귀국 후 미국 기업의 토지 등을 몰수했고 미국은 쿠바에 대한 설탕 수입 및 원유 수출 금지로 맞섰다. 미국은 쿠바가 1961년 1월 국교 단절을 선언하자 그해 4월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남부 해안의 피그스만을 침공하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미국과 쿠바의 앙숙관계가 청산될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국무부에 국교 정상화 협상 개시를 지시했다. 그는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상하원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미얀마·쿠바가 줄줄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김정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심리적으로 다급해질 것이라는 견해와 핵 개발을 정권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66년 동안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언제쯤 풀리려나.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중앙일보 사설-20141219금] 미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라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할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와 국교정상화 협상을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같은 시각 “양국은 상호 이익 분야에서 진전을 봤다”고 말했다. 1961년 단절된 양국 외교관계가 다시 복원될 길이 열린 셈이다.

 

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후 쿠바는 미국에 눈엣가시였다. 미국 턱밑의 나라가 냉전 시기 옛 소련 편에 섰다. 케네디 행정부는 61년 출범 직후 카스트로를 축출하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로 하여금 조국을 공격하게 했으나 실패했다(피그만 침공사건). 그 다음해엔 쿠바가 소련제 탄도미사일을 몰래 들여오자 해상 봉쇄에 나서 쿠바 미사일 위기가 일어났다. 미국은 지금까지 쿠바에 경제 제재를 하는 등의 고립정책을 취해 왔다.

 

 양국이 국교정상화 협상의 물꼬를 튼 데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전환이 한몫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0여 년은 쿠바 고립정책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며 “지금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입정책을 통해 더 한층 미국의 가치를 증진하고 쿠바 국민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집권 후 쿠바 정책 전환을 공약했고,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잔류 가족에 대한 송금을 허용했다. 이날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데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금융·여행 제재도 완화키로 했다. 양국은 동시에 서로 수감 중이던 미국인 한 명과 쿠바 스파이 세명을 석방했다. 양국 수교까지는 우여곡절도 예상된다. 쿠바가 요구하는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 다수당인 공화당은 유화정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스트로도 “문제의 핵심이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양국 국교정상화 개시가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큰 관심을 끌게 됐다. 미국과 수교하지 않은 국가는 북한과 이란 등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과 다자국 협의체로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 부분 진전도 봤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론 북핵 문제에 대해 선(先) 핵 포기 입장을 완화해 장기적 해결 과제로 삼으면서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이번에 미국과 90마일(약 145㎞) 떨어진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북한도 바꿔야 한다. 모든 핵을 포기하기로 공약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라울 카스트로는 권좌를 물려받은 뒤 실용주의 정책을 취했고, 이것이 미국의 평가를 받았다. 3년 탈상을 끝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북·미 간에도 관계 개선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군 가산점 제도 부활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가산점 논란만 부추긴 ‘용두사미’ 병영혁신안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국방부에 권고한 22개 혁신과제가 18일 발표됐지만, 병영의 어두운 인권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안들이다.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과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악습의 자양분인 군의 폐쇄성부터 걷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핵심 사안들에서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군사 옴부즈맨 제도가 대표적이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군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곤 했던 옴부즈맨 제도가 이번 권고에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병영혁신위 방안처럼 차관급을 기관장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해서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방부와 같은 행정부 소속인데다 기관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옴부즈맨을 의회에 둠으로써 실효를 거둔 독일의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혁신의 절박성을 생각한다면 독일보다 더 획기적인 발상까지도 요구되는 상황에서 병영혁신위의 방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군대 내 범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군 수사·사법기관이 제구실을 못한 탓도 크다. 군에서 자녀를 잃은 수많은 부모가 부실한 수사와 은폐, 미온적 처벌 등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군 사법절차가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군 검찰과 법원이 지휘계통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길밖에 없다. 영국·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군 법원과 검찰을 문민화한 지 오래다. 그러나 병영혁신위는 이런 근본적 개혁안을 내기는커녕, 군 지휘관의 사법적 개입을 막을 최소 조건인 심판관·감경권 제도의 완전 폐지조차 권고하지 않았다.

 

게다가 병영혁신위는 군 가산점 제도 같은 엉뚱한 논란거리를 던져 개혁의 초점을 흐려놓았다. 군 가산점 제도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병사의 사회복귀 지원이라는 국가의 책임을 재정적 투자 없이 손쉽게 모면하려는 저급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앞으로 군은 이런 곁가지 사안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할 게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의 유물인 폐쇄성과 기득권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결단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군의 전제조건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국방부가 내년 초 최종 혁신안을 낼 때까지 국회도 적극 개입해 말 그대로 혁신을 이룰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윤 일병’들의 비극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9금] 병영문화 혁신 이제 말보다 실천이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어제 군 가산점 제도 부활과 국무총리 직속 국방 인권 옴브즈맨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2개 병영혁신 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혁신위는 연이은 군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6일 출범, 4개월여 동안 군 인권과 장병 안전, 기강 등 5개 분야 25개 병영 혁신과제를 검토해 왔다. 혁신위가 권고한 과제에는 그동안 제기돼 온 우리 병영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이 백화점식으로 총망라돼 있다. 그만큼 군에 쌓인 부조리와 적폐가 심해져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의미다.

 

권고안에는 이병-일병-상병-병장 등 4단계로 나뉜 병사의 계급 및 기수 체계를 단순화하고 군내 인권실태를 감시하기 위한 총리 직속의 차관급 국방 옴부즈맨을 신설하는 것이 포함됐다. 군사법원을 군단급 법원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지휘관 감경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들 혁신 과제가 추구하는 목표는 사안별로 다양하지만 결국 명령·복종 관계에서 빚어지는 병영사고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혁신위 권고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며 최종 실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군 복무자 가산점제는 벌써부터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공기업 시험에서 만점의 2% 이내로 가산점을 주되 가산점 부여 혜택을 한 사람당 5차례로 정했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을 전체 정원의 10%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종전에 가산점 부여를 추진할 때보다는 가산점 폭도 줄어들고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여성계는 그동안 군 가산점 제도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은 2년이란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군 복무가 아무리 국민의 의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학업이나 직업 경력의 단절을 초래하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란 원칙이 해묵은 남녀 성대결 논쟁으로 끝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계급의 단순화가 대증요법이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계급 내에서도 선임과 후임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사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인데 계급을 통합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2000년부터 시동을 건 병영문화 개선은 이번까지 세 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병영 내 사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반복되다가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는 후폭풍이 잠잠해지면 초기 강력했던 실천 의지가 희박해지고 개혁에 대한 군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 조직의 상층부 인사들은 조직의 폐쇄성에 기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폐·축소에만 급급해 온 관행이 빈번한 병영 사고의 토양을 제공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를 만들어 강한 군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병영문화 혁신은 말의 성찬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국토부의 ‘땅콩 회항’사건 봐주기 조사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땅콩 회항’ 봐주기, 거짓말…국토부 존재이유 뭔가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본격 조사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반인들은 적어도 주무부처로서 기본적인 직무는 수행할 줄 알았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이 중 일부가 조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위해 거짓말과 부실조사를 거듭함으로써 “국토부는 재벌 비호 집단”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자초했다.

우선 국토부는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박 사무장에게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협박한 대한항공 여모 상무를 동석시켰다. 기업의 문제를 증언하는 내부고발자를 해당 회사의 임원과 함께 조사하는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놓고도 국토부 관계자는 “임원들은 밖에 있었다”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국토부는 또 “대한항공이 승객 명단과 연락처를 보내주지 않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e메일로 명단을 넘겨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뿐이 아니다. 국토부는 처음부터 “항공기가 이륙 전 탑승 지점으로 되돌아간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파장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대한항공 측이 박 사무장에게 “조사관들이 우리 회사 출신이라 (조사는)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비호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실조사와 거짓말에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그제야 국토부는 자체감사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여주기식’의 자체감사 대신 항공사와의 유착 개연성이 높은 항공안전감독관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회사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방조한 국토부 조사관들을 철저히 수사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대로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9금] 국토부 ‘항공 마피아’ 문책해야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여객기 회항 사건 조사와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을 봐주려 했는지, 사무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땅콩 회항’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아 국토부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불편부당한 조사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편파 조사’를 해 놓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섰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는 거짓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대한항공 임원과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함께 앉혀 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대한항공 임원이 소개를 해 줘서 같이 있다가 나간 것”이라는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해명이라고 내놓았다. 그나마 동석 사실조차 부인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국토부는 조사 당사자와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어 ‘국토부 리턴’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국토부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정작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나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인한 승객 피해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 ‘무늬만 고발’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국토부가 현저하게 한쪽으로 기운 듯한 조사를 벌이게 된 것과 관련, 국토부 내에 업계를 감싸는 ‘항공 마피아’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곧 ‘마피아 공무원’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가 초기 단계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제공한 것이 사실인 만큼 그 배경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 논란으로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신뢰조차 상실했다. 이제 와서 사후약방문 격의 감사를 벌인들 어느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항공교통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토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적 비난이 정부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서승환 국토부 장관 또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항공업계에 유착의 끈을 대고 있는 항공 마피아가 있다면 낱낱이 밝혀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 문희상 위원장의 취업 청탁

 

[중앙일보 사설=20141219금] 실망스러운 문희상 위원장의 처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경구가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건 얘기다. 문 위원장은 2004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 김씨의 취업을 부탁해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라는 방산업체에 김씨를 취직시킨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건 김씨가 8년간 일을 하지 않고도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아 간 사실이다.

 

 당시 문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권 실세였다. 조 회장이 권력 실세인 문 위원장의 청탁을 묵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권력을 등에 업고, 처남을 위장 취업시킨 권력형 비리라 할 수 있다.

 

 이 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도의적·정치적 책임까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5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중진인 문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문 위원장이 보여 온 처신과 대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의혹이 불거진 지 며칠이 지났지만 문 위원장은 아직 직접 국민 앞에서 사과하거나 경위를 설명한 적이 없다. 그제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적은 없고, 처남이 문 위원장의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한 것”이란 해명을 내놓은 게 전부다. 간접 청탁이니 문제될 것 없다는 인식도 문제지만 이런 중대 사안을 대변인을 시켜 대리 해명시킨 건 떳떳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양식을 의심케 한다. 더욱이 문 위원장은 제1야당을 대표하는 ‘얼굴’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걸핏하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해 온 새정치연합이 자기 당의 지도부가 저지른 비리 의혹엔 침묵하고 있는 건 비겁하다. 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격이다.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은 어제 방송 인터뷰에서 문 위원장에 대해 “당에 여러 가지 피해를 줄 수도 있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의혹과 비난이 더 확산되기 전에 문 위원장은 국민 앞에서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9금] 문희상 위원장 취업청탁 어떤 책임을 질 텐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은 길게 말할 것 없이 적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그토록 청산을 외치고 있는 비리 부패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정치권과 재벌이 그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뒤를 살피고 챙겨 온 악폐의 역사가 세월호를 가라앉히고 수백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취업 청탁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지 오늘로 나흘. 그러나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말이 없다. “청탁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청탁만큼이나 부끄럽고, 청탁보다 더 뻔뻔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집권 여당의 핵심 실세 자리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측에 처남 취업을 청탁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 고문과 대통령정치특보 명함을 지닌 ‘실세’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그의 부탁을 조 회장이 모른 척했을 리 만무하다. 문 위원장의 처남은 얼마 뒤 미국의 한진(대한항공) 관계사에 적을 걸게 됐고, 그 뒤로 2012년까지 무려 8년간 일도 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총 74만여 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이게 핵심 권력의 위세가 없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문 위원장 스스로 대답하기 바란다. 만일 이 같은 일을 자신이 아니라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이 저질렀다면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대응했을지도 답하기 바란다. 즉각 사퇴와 검찰 수사, 특검을 요구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려고 나서지 않았겠는가.

 

처남과의 소송에서 취업청탁 사실이 드러난 직후 문 위원장은 대변인을 통해 “대한항공 측에 부탁했지, 조 회장에게 직접 부탁하진 않았다”고 했다. “2004년 처남이 내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는데 대한항공이 거절하면서 취직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당시 처남은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나중에 (대한항공 측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다른 회사에 취업한 사실을 이번 송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걸 해명이라고 문 위원장과 새정연합은 내놓았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 납품 청탁까지 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금전 거래로 얽혀 송사까지 치르게 된 처남이 한진 계열사로부터 8억원 가까이 공돈을 받아 온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땅콩 회항’의 주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어처구니없는 ‘갑질’도 결국 이런 정경유착의 적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대한항공의 비선 권력’이라는 조롱을 끊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에 대한 그 어떤 비판이든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문 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노사정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안 된다

 

향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일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5대 의제별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한 데 이어 오늘 전체회의에서 ‘기본 원칙과 방향’을 합의해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이 걸렸다. 합의문 초안은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고요건 완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정부와 사용자 측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게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은 노사정위에서 향후 논의할 세부과제를 확정하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당사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노사정위가 5개 기본원칙을 제시하며 ‘공정ㆍ효율을 제고하는 유연안전성’이란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노사 양측이 각각 주장해온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합의문의 세부내용에서는 “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 제고”에 방점에 찍혀 있다는 게 한국노총의 판단이다. 노동계는 “근로계약 해지 및 근로조건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대목도 해고 및 근로조건 변경을 보다 쉽게 하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와 사용자 측의 주장대로 개편의 방향을 명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방안은 원론적 언급에 그쳐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합의문의 세부내용을 둘러싼 논란보다 심각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노사정위나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다는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해당사자간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열린 대화도, 대타협도 끌어낼 수 없다. 더구나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동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최경환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앞질러 ‘정규직 과보호’ 주장을 펴며 여론몰이에 나서니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와 관계없이 당초 방침대로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일 태세라고 한다. 한국노총이 계속 협의할 뜻을 밝히고 있는 마당에 강행 방침을 흘리는 것은 정부가 애당초 ‘대타협’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가. 시간이 촉박하다지만 노동계가 등을 돌릴 경우 개혁은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커질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어떤 방안이든 노사정위 협의를 거쳐야 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하고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사정 모두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을 섣불리 깨트려서는 안 된다.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국립대 총장들 줄줄이 퇴짜 놓는 이유가 뭔가

 

경북대는 지난 10월 교수와 학생, 직원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총장후보자 1, 2순위를 뽑아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했다. 한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 두 달이 지난 16일 교육부는 “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재선정해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부적격 사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경북대 교수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굴욕적 사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총장 자리가 비어있는 국립대학은 벌써 4곳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공주대, 한국체육대도 같은 사유로 총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 상태다. 공주대의 경우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도 묵묵부답이다. 당시 행정법원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잘못된 점을 분명하게 적시했으나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립대에서 총장후보자 2명을 올리면 1순위자를 임명하는 것은 오랜 관례다. 개인적인 비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서 교육부가 제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학 내에선 교육부가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하는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교육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해결하려면 청와대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경북대 총장후보자의 경우 2004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서에 서명을 한 이력이 있었고,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2009년 이명박 정부 규탄 교수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총장 선거가 끝난 뒤 청와대에서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면 청와대가 총장후보자의 정치성향을 문제삼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후보자들이 진보성향 인사라고 해서 퇴짜를 놓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대학 총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겠다는 발상은 군부독재 시대 때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태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 좌천 인사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누가 봐도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 인사에까지 시시콜콜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금까지 벌어진 인사난맥상의 문제점만 더욱 드러낼 뿐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언론자유가 위협받는 시대에 맞는 민언련 30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19일로 창립 30돌을 맞았다. 민언련은 민주주의와 제도언론이 죽어버린 시대에 언론의 사명을 대신했던 민주언론운동의 선봉이었다. 3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꽉 막힌 언로를 뚫고 진실의 등불을 높이 들어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민언련의 활동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민언련의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결성된 1984년 겨울은 전두환 군사독재의 철권통치가 극에 달한 때였다. 민주주의는 군홧발에 짓밟혀 혼절상태였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언론은 당근에 입이 막히고 채찍에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엄혹한 때에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쫓겨난 <동아일보> <조선일보> 해직기자들, 그리고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아래서 펜을 잃은 해직기자들이 주축을 이뤄 민주언론의 횃불로 어둠을 밝히자며 결성한 것이 민언협이었다.

 

민언련 30년의 가장 빛나는 성취는 역시 <말>의 창간과 ‘보도지침’ 폭로일 것이다. <말>은 제도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수많은 진실을 파헤쳐 알렸다. 특히 1986년 <말>이 폭로한 보도지침은 5공화국 정권의 제도언론 장악·통제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낱낱이 알게 해주었다. 정권은 날마다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 사건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보도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말>의 보도지침 폭로는 정신 잃은 언론을 흔들어 깨우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일로 김태홍 <말> 편집인, 신홍범 민언협 실행위원 등이 구속돼 옥고를 치렀음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민언련은 진실보도·공정보도라는 언론의 임무를 외면하는 기득권 제도언론을 감시·비판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선거보도감시운동·안티조선운동은 민언련의 존재이유를 뚜렷이 보여주는 활동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우리나라 언론환경은 다시 5공화국 시절로 되돌아간 듯 참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기레기’라는 모욕적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의 ‘청와대 하청’ 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종편방송과 보수신문들의 반인륜적 보도 행태는 ‘자발적 보도지침 시대’라고 불러도 될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때에 민언련의 민주언론 정신과 비판·감시 활동이 더욱 필요함을 절감한다. 민언련이 창립 때의 그 꿋꿋한 사명감으로 시민의 힘을 모아 언론환경을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기업생태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한경연 보고서

 

국내 제조업의 기업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인 이상 국내 제조업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진입률(창업해 2년간 존속한 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22.7%에서 2011년 15.3%로 7.4%포인트나 하락했다. 퇴출률은 1.8%포인트 떨어졌다. 존속 기업의 비중은 12.9%포인트 상승했다.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적을 때 활발하게 일어나는 게 신규 진입과 퇴출이다. 경제 활력과 역동성은 이런 기업의 활발한 교체에서 생긴다. 기업 혁신도 물론이다.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바로 기업 생태계다.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진입과 퇴출이 모두 줄고 있는 것은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나 효율성이 사그라들고 명맥만 유지하는 부실기업이나 ‘좀비기업’만 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010년 이후 전체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2.6%포인트 늘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나왔던 터다. 진입에서 퇴출을 뺀 순기업 진입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이 기간에 평균 13%였다. 1990년대에 45~65%였음을 감안하면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중소기업들보다 평균 5.7%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새로운 공장설립으로 인한 시장 진입 케이스다. 성장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에 한정되는 각종 정책자금을 놓치지 않으려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것도 분명히 한 요인이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이미 한두 번 지적된 것도 아니다.

 

당연히 혁신도 고용도 줄어들고 있다. 규제와 특혜가 모두 철폐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선 각종 규제부터 허물어내야 한다. 자원의 재배분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아직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떠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경제민주화 惡法들이 새해부터 착착 돌아간다

 

 

올해에 이어 새해에도 기업규제법이 줄줄이 쏟아질 것이라는 한경 보도다. 올해 신규출자 금지와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단가 인하와 발주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을 확대한 하도급법 등 소위 경제민주화법 10개가 나온 데 이어 내년에는 기업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법과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화학물질 관리법 등 이른바 환경 3법도 시행된다. 여기에 새로 추진되고 있는 규제법안도 11개나 된다. 사외이사 제도와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개정안, 중견기업까지 하도급업체로 확대해 보호하는 하도급법 개정안, 대주주의 보험사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 규제는 법률만이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에 어김없이 숨어든다. 기업소득환류세 시행령은 과세가 되지 않는 투자 범위에서 해외투자와 국내 다른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제외해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규준은 대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며 사외이사들이 지배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CEO와 등기임원을 추천토록 해 뒤늦게 수정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독소조항은 훨씬 많을 것이다. 악마의 디테일이다.

 

한쪽에선 규제혁파를 외치면서 다른 쪽에선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진작에 끝났다고 선언했던 경제민주화 입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회 탓에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번 19대 국회는 반시장 반기업 법안을 양산해 역대 최악의 시장적대적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정부와 국회가 별로 다르지 않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국회에 와닿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기업이 뛰어야 경제가 살 수 있다면서 다른 손으로는 기업을 규제하는 악법을 찍어낸다. 아직도 무지와 편견의 경제민주화는 살아숨쉰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 일색이다. 이런 판에 악법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에 이 땅을 떠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참 걱정된다. 경제민주화 악법들이 새해부터 착착 돌아간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부동산3법 연내 처리 가닥… 경기활성화 불씨돼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법과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 3법'의 연내 처리가 가시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의원총회에서 초과이익환수제도 3~5년 유예와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 재건축 조합원에게 보유주택 3~5채 공급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여야 간 잠정합의안을 추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 이후 새정치연합의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정부·여당이 요구한 부동산 3법과 우리 당이 요구한 주거복지기본법 제정, 임대주택 추가 건설, 전세의 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등도 함께 묶어서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기춘 의원은 일부 의원의 반대가 일자 '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왜 못 듣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야당의 의지가 상당히 굳건해 보인다.

 

부동산 3법 연내 처리는 시장에 분명 청신호다. 특히 초과이익 환수 유예 조치는 가구당 수천만원대의 부담금을 덜어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 역시 건설사들의 새 아파트 분양가 자율 책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재건축 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조합원 1인당 최대 3~5채 공급을 허용한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9·1 대책'이 약발이 다해가는 마당에 시장 활력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여야는 부동산 3법과 더불어 오는 2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다짐한 지도부 회동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를 환골탈태시키는 데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산업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의 처리를 2년씩이나 지연시켰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러나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위축이 극도의 지경으로 치달을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진 지금 경제활성화를 외면하는 국회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1041219금] 미국 FOMC 금리 인상에 인내심 갖겠다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회의에서 제로(0) 수준인 연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종전 표현을 빼고 '금리인상시 인내심을 갖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 뉴욕증시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며 나흘 만에 반등했다. 표현만 바뀌었을 뿐 초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연준의 정책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외환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연준이 고용과 경기 상황이 이전보다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데다 금리인상이 내년 상반기부터 가시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금리인상 시점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시장을 헷갈리게 하는 것은 연준의 경제성장전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2.4%로 높여 잡았으나 물가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연준이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종잡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에 대해 분명한 힌트를 줬다는 점이다. 내년 1·4분기 이후의 인상 속도는 가파르지 않더라도 초저금리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금리인상이 내년 9~10월께 단행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출구전략 신호가 강해진다면 달러화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유출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대외변수가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준비된 컨틴전시플랜을 확실히 점검해야 할 때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문화·의료·IT 해외진출 장벽까지 걷어내라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 해외진출 르네상스'를 여는 3대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3대 방향은 주요 신흥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추진과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 문화콘텐츠·서비스· 의료· 에너지·농수산식품 등 진출 분야 확대 등이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일본 등 한국 경제가 그동안 주력해온 주요 경제권의 성장정체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을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와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기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최근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으로 불편한 심기를 가졌던 경제계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눈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박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기업들에 도움이 많이 됐다는 점을 평가하며 정상외교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묶는 '팀코리아'를 우리 고유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것을 제안했다. 경제계는 또 대통령의 순방일정 공유를 통한 협력 의제 개발, 문화와 의료, 정보기술(IT) 간 융합 서비스의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달라고 건의했다. 모처럼 정부와 경제계가 한국 경제의 기회공간 마련을 위해 외교 분야에서 새로운 민관 협력모델을 만들어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은 환영할 만하다.

 

관건은 실행이고 결실을 거두는 최종 단계까지 협력을 유지하는 자세다. 사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주요 기간사업 수주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민관 공동 노력의 소산이다. 정상외교와 세일즈외교의 결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문화·의료·IT 등 새로 떠오른 분야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국과 다른 한국 경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특별기고/도정일(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20141219금] 문학교육이 최고의 인성교육

 

루소의 연민의 정서나 스미스의 동감의 능력은 ‘타자를 이해하는 상상력’에 의해 자극되고 안내될 때에만 가장 잘 발휘된다. 이런 상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서사와 시를 포함한 광의의 문학교육, 창조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예술교육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있고 문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무시하려 든다.

부자는 왜 가난한 자들에게 동정의 감정을 발동하지 못하는가? 가난한 자는 종종 부자에게 연민은커녕 경멸의 대상이 된다. 권력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약자는 안중에 없다. 그들에게 약자는 연민, 동정,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깔아뭉개고 내리눌러도 되는 사회적 무존재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런 행동방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진 자들의 ‘오만’(요즘 우리 사회의 유행어로는 ‘갑질’)을 정당화할 도덕적 근거가 있는가? 부와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무슨 정당성의 근거일까? 이런 문제를 곰곰이 성찰했던 근대인의 하나가 계몽시대 철학자 장 자크 루소다.

 

루소에 따르면 인간은 원천적으로 ‘약한 존재’다. 인간은 유한하고 이 유한함이 인간을 약한 존재이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유한한 인간은 자신의 약함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동정하며, 약자의 처지가 바로 나의 처지인 듯 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정서를 발동할 줄 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못한 환경의 타인을 동정하고 곤경에 처한 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은 인간이 모두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약함은 인간의 공통 운명이다. 이 공통의 조건으로부터 연민과 동정의 정서가 솟아난다고 루소는 말한다. 내가 지금은 햇살 속에 있다 해도 내일은 비바람 속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자신도 불행한 조건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타인들을 이해하고 동정한다.

 

그런데 이런 이해와 동정의 능력을 마비당한 사람들이 있다. 부자와 권력자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루소는 주저 없이 말한다. 부자는 자기가 빈털터리 가난뱅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다. 권력자는 자신이 약자의 처지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의 상상력은 막혀 있고 마비되어 있다. 상상력의 이런 마비 때문에 대부분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가난한 자들과 약자에 대한 이해나 동정의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런 마비를 막자면 인간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이해, 동정, 연민의 감정적 능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루소의 답이다. <에밀>이라는 책에서 루소는 가상의 청년 에밀을 등장시켜 그 청년이 어떻게 사람 같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교육 비전을 제시한다. 인류의 대다수는 행운아가 아니다. 그러므로 에밀이 권력과 부에만 익숙한 인간으로 자라게 한다면 이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비상태 속으로 그를 밀어넣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루소는 생각한다.

 

개인적 삶에서이건 공영적 활동에서이건 간에 인간 감정능력의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또 한 사람의 근대인이 잘 알려진 것처럼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다. 그가 <국부론>보다 훨씬 먼저 써낸 책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도덕감정론>이다. 그가 감정에 주목한 것은 인간의 이성적 합리적 판단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과 비중이 아주 크다는 관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흔히 공적 판단에서 배제되고 있지만, 사실 감정은 도덕적 판단을 자극하고 유도함으로써 그 판단행위에 깊게 개입한다. 이것이 ‘도덕감정’이다. 경제활동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 판단, 결정에 맡겼을 때에만 경제는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잘 발전한다는 것이 후일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전개한 자유시장경제론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의 부패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한 것도 스미스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탐욕, 독점, 오만 같은 부도덕한 이익추구에 몰입할 때 시장경제는 타락한다는 것이 그의 경고 내용이다. 자유로운 이익추구와 탐욕은 서로 다른 것이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그의 시장경제론보다는 훨씬 깊은 인간학과 문명론을 담고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사에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 ‘인간의 자연적 감정’이라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자연이 개입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사물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고 이 지식을 (스미스의 ‘지식’은 요즘 말로 ‘과학적 지식’에 가깝다)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이성, 근면, 분별, 신중함 같은 능력이 발휘되는 차원이다. 또 하나의 다른 자연의 차원은 진실, 정의로움, 공경, 인간애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연적 감정’의 차원이다. 스미스는 이 자연적 감정을 동정 또는 동감(sympathy)이라 불렀는데, 그의 동감론은 요즘 말로 표현하면 공감능력 또는 감정이입능력인 ‘엠퍼시’(empathy)와 가깝다. 자연적 감정은 인간의 ‘선’을 지향하고 신뢰하고 지지한다. 자연적 감정은 어떤 사람이 존경할 만한 ‘선한 인간’이고 어떤 사람이 ‘악한 인간’인가를 직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한다. 자연적 감정은 불의와 불손, 오만과 무자비함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 인간의 자연적 감정이 반드시 사이좋은 동행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양자는 같이 가지 않는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그 진행에 순응하는 개인은 보상하고 그렇지 못한 개인은 처벌하려고 한다. 반면 인간의 자연적 감정은 사물의 진행방식에 관계없이 진실, 정의, 인간다움을 발휘하는 개인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며 신뢰한다. 사물의 원리와 도덕적 선의 원리는 자주 충돌한다. 그러나 사회를 지탱하자면 서로 문법이 달라 보이는 그 두 가지 원리의 상호 참조가 필요하다. 좀 투박하게 말하면 그 상호 참조란 이성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 사이의 코드 조율과 조화다. 이 조율의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스미스의 공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이 인간의 자연적 감정에 충격을 주는 결과들을 산출하고 영리한 계산행위를 도덕적 행위보다 (일방적) 우위에 두려고 할 때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은 거기 개입해서 사태를 교정하려 한다.” “동감에 바탕을 둔 도덕적 행위는 훨씬 더 풍요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한다.” 말하자면 스미스는 시장경제가 시장원리에만 집착하는 경제중심주의를 넘어 인간의 자연스런 도덕적 감정이 존중되는 사회환경의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 큰 방점을 찍고 있다.

 

루소의 연민의 정서나 스미스의 동감의 능력은 사실은 ‘타자를 이해하는 상상력’에 의해 자극되고 안내될 때에만 가장 잘 발휘된다. 이 상상력이 소통과 공감의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은 나를 타자의 위치에 설 수 있게 하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주목하면서 삶과 경험의 복잡성을 바탕에 깐 인간 이해의 능력을 확장한다. 이런 상상력을 키우고 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서사와 시를 포함한 광의의 문학교육, 그리고 여러 분야의 창조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예술교육이다. 특히 문학교육, 꼭 교육이 아니어도 문학 읽기와 즐기기의 경험은 너무도 중요하다. 연민이나 동감 같은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의 능력을 심화시키는 일은 도덕교과서나 소위 ‘인성교육’의 매뉴얼 같은 것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성교육은 가슴의 교육이다. 이 교육은 감정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문학교육은 그 자체로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전 과정을 통해 문학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있고 문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철저히 무시하려 든다. 시급한 교정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훈범(국제부장)-20141219금] 진실에 목마른 자의 단상

 

먼 옛날 진실과 거짓이 함께 길을 가다 냇물에서 멱을 감았다. 씻는 둥 마는 둥 한 거짓은 먼저 물에서 나와 진실의 깨끗한 옷을 입고 떠났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진실은 거짓의 더러운 옷을 입기 싫어 벌거벗고 있어야 했다. 그때부터 거짓은 자신이 진실이라고 떠들고 다녔고, 진실은 그늘 속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라퐁텐 우화집에서 읽었을 법한 이야기인데 생각할수록 기막힌 비유 같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 게임들이 딱 그렇잖나 말이다. 도처에 진실이라 떠드는 목소리는 넘쳐나는데 진짜 진실은 어디 숨었는지 모르겠다. 진실 같아 한 꺼풀 벗겨보면 거짓의 더러운 때가 각질처럼 일어서고, 진실이라 우겨 한 겹 벗기면 추잡한 악취가 진동을 한다. 조작과 음해, 회유와 협박, 색깔도 다양한데 어디까지가 권력 암투고 어디까지가 세력 견제인지 알 도리가 없다.

 

 유유상종, 거짓은 떼로 다닌다. 거짓의 동행한테서 비슷한 거짓을 발견하는 건 차라리 익숙한 일이다. 기업 오너 일가의 거짓에 회사 차원의 거짓이 덧칠되고 그 회사 출신 조사관들이 있는 국토교통부의 거짓까지 가세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심지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른 거짓과 동행하기도 한다. 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문제에서 난데없이 유력 정치인의 인사 청탁 논란이 삐져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곳곳에서 거짓들이 진실의 소매를 내밀고, 사돈의 팔촌에 동기동창까지 불러 모으다 보면 애초에 찾던 진실은 어둠 속에 꼭꼭 숨어버리고 ‘무늬만 진실’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다. 라퐁텐은 그래서 이런 말도 했다. “인간은 진실 앞에선 얼음같이 차가워지지만 거짓에 대해선 불처럼 뜨거워진다.”

 

 대중이 참여한 진실게임은 끝내 법정으로 귀결된다. 정치가 무능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진실은 늘 법 위에 있다. 사법기관의 칼날이 언제나 거짓더미에서 진실만을 도려낼 순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법의 칼은 흔히 그리스 역사가 타키투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휘둘러지곤 한다. “신들은 강한 쪽을 편든다.”

 

 달리 기댈 방법이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아공 작가 네이딘 고디머의 말을 가슴에 새기도록 들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진실이 언제나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름다운 건 진실에 대한 목마름이다.” 갈증을 달래려 차 한잔 마시며 해본 단상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1041219금] 남아선호 개선국

 

아직도 20년 전 방영된 드라마 <아들과 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들만 떠받들고 딸을 구박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후남이(김희애)는 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수많은 여성들의 심정을 대변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엄마야 누나야>는 대리모 문제와 남아선호사상을 조명해 공감을 얻은 드라마다. 태아 성감별이 가능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는 여아에 대한 낙태가 성행했다. 1995년 한 일간지는 ‘S병원 신생아 15명 모두 아들’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대세는 확실히 여성 쪽이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젊은 부부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내년이면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여초시대’가 열린다. 여성 2531만명, 남성 2530만명이 될 것이라는 통계다. 남녀 인구 역전은 정부가 196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출생성비(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비율)가 105.3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남자들 생존율이 5% 낮기 때문에 105는 가장 자연스러운 출생성비라고 한다. 1990년 최고치인 116.5를 기록한 지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사회에서 금녀(禁女)의 칸막이도 거의 다 사라졌다. 군에서는 각급 부대 지휘관·참모, 전투기 조종사, 고속정 지휘관은 물론 잠수함까지 여군이 점령했다. 사회 각계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제치는 일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그만큼 여풍(女風)이 거세다. 그제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여성폭력 철폐 프로그램 담당관인 안나 카린 얏포스도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이 급격히 개선된 것은 유엔이 주목하는 흥미로운 사례”라며 “한국만큼 딸에 대해 차별없이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 나라도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 남아선호사상을 떠올리면, 오늘의 아들과 딸의 역전이 반갑기 그지없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고령인구 비중의 급속한 증가다. “저출산은 북한 핵보다 무섭다. 등에 활활 타는 불을 진 것 같다.” 2009년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다. 저출산문제 해결과 함께 완전한 양성평등이 실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남아선호사상 개선국가란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41219금]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부모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철이 든다고 했던가. 요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깊은 밤까지 기다리지도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선물로 받는 날이 돼버렸다.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그 가운데 60센트는 잔돈이었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누구나 안다. 그래도 다시 떠올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뉴욕의 허름한 동네 월세방에 사는 제임스와 델라는 가난한 부부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 못 했다. 델라는 결국 아름다운 갈색머리를 잘랐다. 20달러에 팔아 제임스에게 줄 고급 시곗줄을 샀다.

 

제임스는 아끼던 시계였지만 시곗줄도 없으니 팔아버리기로 한다. 언젠가 델라가 브로드웨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사고 싶어했던 고급 머리빗을 선물로 샀다. 그날 밤 제임스가 귀가해 이미 짧은 머리가 된 델라를 보고 놀랐을 때, 델라는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칼은 당신을 위해서 팔았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머리칼은 하나하나 셀 수 있을는지 몰라도 당신에 대한 제 애정은 누구도 셀 수 없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선물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 소설의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에 서로 거창한 선물을 교환하게 된 것은 상업적 이벤트가 많아진 최근 일인 것 같다. 원래 ‘크리스마스 선물(gift)!’이란 말은 ‘메리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주로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1800년대 중반부터 쓴 말인데, 크리스마스 아침에 누군가를 만나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먼저 외치면 상대방은 고마워하며 선물을 내놓아야 했다. 선물은 사탕이나 호두 정도였다.

 

엊그제 모 백화점이 남녀가 애인에게 받고 싶어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순위를 조사해봤다. 남자는 화장품, 패션액세서리, 태블릿PC, 지갑, 서류가방 순이었다. 여자는 밍크목도리, 음향기기, 부츠, 지갑, 코트 등을 원했다. 남자가 화장품을, 여자가 음향기기를 받고 싶어한다는 게 올해 특징이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을 받고 싶어하는 낭만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가을부터 밤마다 정성들여 뜨개질로 짰던 목도리, 조끼, 장갑은 순위에도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해 온 정성으로 포장하던 여대생과 자신이 줄까지 치며 읽은 시집을 선물하던 문학청년은 연애도 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219금] 미국·쿠바 적대관계의 종언

 

1962년 10월22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고 있다"면서 쿠바 해상봉쇄를 선언했다. 소련이 6분이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정찰기 항공촬영으로 확인한 지 8일 만이다. 케네디는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한편 비밀대화를 통해 소련이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철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구축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다 폭뢰를 투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핵전쟁 위기와 해상봉쇄는 양측의 미사일 철수 약속으로 해소됐다.

 

미국과 쿠바의 악연은 질기다. 1959년 1월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정권을 수립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워싱턴을 방문해 경제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카스트로는 귀국 후 미국 기업의 토지 등을 몰수했고 미국은 쿠바에 대한 설탕 수입 및 원유 수출 금지로 맞섰다. 미국은 쿠바가 1961년 1월 국교 단절을 선언하자 그해 4월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남부 해안의 피그스만을 침공하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미국과 쿠바의 앙숙관계가 청산될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국무부에 국교 정상화 협상 개시를 지시했다. 그는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상하원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미얀마·쿠바가 줄줄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김정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심리적으로 다급해질 것이라는 견해와 핵 개발을 정권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66년 동안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언제쯤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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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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