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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감동 없는 ‘자유한국당’의 새 출발
새누리당이 어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감동을 주기는커녕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 세력들을 품을 보수 정당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라기보다는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은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바꾼 당명을 5년 만에 폐기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지금 판세로는 차기 대선의 승리는 언감생심이고, 향후 당의 존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근혜당’의 색채를 털어 내고자 고육지책으로 당명 교체라는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앞으로 한국당의 위기탈출 여부는 오로지 당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최순실 사태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참회가 선행돼야 한다. 오늘부터 과거 ‘천막 당사’의 정신을 계승해 ‘버스 당사’를 운행해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돌며 ‘반성 투어’를 하겠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취한 행보일 게다.
하지만 이인제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 윤상현, 조현진, 김진태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탄핵 정국에 숨죽여 있다가 태극기 민심에 올라타 보수층 결집으로 당의 지지율을 올려 보겠다는 꼼수에 보수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지금 보수 세력은 찍을 만한 대선 후보나 정당이 없어 고민이다. 새누리당에서 뛰쳐나간 바른정당 역시 개혁 보수를 표방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한국당이라도 건전한 보수 세력의 마음을 붙잡도록 환골탈태해야 하거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야당에서 당명 교체를 두고 “호박에 줄 긋기이고, 도로 친박당일 뿐”이라며 비웃을 만하다.
당명 교체가 수세에 몰린 국면 타개를 위한 정치적 카드가 아니라 백년 지속 가능한 보수 정당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되려면 보수 정당의 정체성 재확립, 웰빙당의 체질 개선, 패거리 정치 등 적폐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개혁·혁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 줘야 한다.
2. ‘북극성 2형’ 위협에도 中 사드 보복 계속할 텐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개량형 정도로 분석했던 우리 군은 어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적용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도 ‘북극성 2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고체 연료와 이동식 발사 차량을 이용한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북한이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련이자 숙제를 던진 것이다. 우리 군의 분석이 맞다면 SLBM 기술은 우리의 북핵·미사일 방어 체계인 ‘킬체인’을 비롯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이동식 미사일 탑재 차량 등을 탐지하고 타격 무기를 선정해 발사 전 타격하는 시스템이다.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액체 연료 주입 절차가 없어서 은폐, 엄폐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면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북한은 100여대의 이동식 발사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위협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탐지 요격 능력을 키우려면 정찰위성을 조기 전력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는 이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의 새로운 도발로 사드 배치 명분이 강화되는 반면 중국의 반대 논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극성 2형의 추정 사거리는 2500~3000㎞ 정도로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 당시 최대 속도가 마하 10(음속의 10배)으로 분석됐다.
현재 한국군과 주한 미군이 보유한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 시스템으로 요격이 불가능하다. 사드의 경우 마하 8의 속도로 요격할 수 있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은 마하 14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한류 금지령을 시작으로 양국 항공업계에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고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산 제품의 중국 내 판매를 억제하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미·일 군사동맹과 대항하는 것은 자국의 국익을 위한 안보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사드 배치 결정을 이유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관리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의 언론 매체들도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사드 배치에 명분을 줄 것”이라고 했지 않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율배반적이다.
3. 기업이 청년 고용 늘리도록 멍석부터 깔아 줘야
청년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10.7%로 전년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이 통계로 작성된 2000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미국(10.4%)보다 높고 일본(5.2%)의 두 배 수준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최근 3년 연속 청년실업률이 오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 나라뿐이다. 특히 니트족, 비자발적 정규직 등을 포함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은 통계청 수치보다 훨씬 높다. 이러다가는 그리스, 스페인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처럼 고질적인 청년 실업 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청년실업률은 2000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나쁜 흐름에 제동을 걸 만한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운·조선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다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잔뜩 몸을 사리고 있어서 당분간 고용 한파는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 봐야 일자리 창출이 아닌 일자리 나누기에 집중돼 있고,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놓는 해법이라는 것이 지극히 원론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청년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누누이 강조했지만 경기 활성화를 통한 민간 부문에서 창출하는 것이 정석이다.
투자가 바탕이 돼야 일자리가 나오는 법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당근책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이 최악의 청년취업률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민간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우리만 낙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시적일지라도 법인세 인하 같은 특단의 대책도 검토할 만하다.
청년 실업 문제는 국가 미래를 위한 중대한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 실업 문제를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대선 주자들은 선거 때 잠깐 표만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적, 단기적 처방으로는 이 난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현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공약으로 검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수권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청년 취업률과 취업의 질을 높이려면 제대로 된 체감실업률을 바탕으로 청년층의 목소리를 고용 정책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또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 산업과 고용시장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이데일리]
4. 증폭되는 ‘4월 위기설’ 심상치 않다
항간에 ‘4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오는 4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고, 대우조선해양이 4월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근거가 불확실한 시나리오”라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위기설의 배경 자체가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을 잠재적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도 비슷하다. 그런 만큼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다분하며. 그렇게 될 경우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우조선이 처한 상황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4월 만기되는 회사채 4400억원은 어떻게든 막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는 7월(3000억원)과 11월(2000억원)에도 계속 만기분이 다가오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자금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근본적인 유동성 해결책은 쉽지가 않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중국의 사드 보복, 소비절벽 등이 맞물려 위기설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출이 지난달로 3달 연속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12월 기준 5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외환보유액도 1월 말 현재 3740억 4000만 달러로 넉넉한 편이다. 따라서 위기설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너무 안이한 판단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제는 심리다. 위기설로 인한 심리적 불안이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해 실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대내외 악재가 겹쳐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위기설에 대해 “걱정 말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만은 아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위험 요소에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5. 여야 '탄핵심판 승복' 합의 지켜본다
여야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원내대표가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회동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어느 쪽으로 결론 내려지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다. 헌재의 결정이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서로 손을 맞잡고 약속을 해야 하는 모습에서 국론분열에 처한 우리 현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약속하지 않더라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만 해도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과 그에 맞불을 놓는 ‘태극기 민심’이 서로 대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내려지든지 간에 반대편은 불복종운동에 뛰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측 진영의 기세 다툼에 여야 정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소속 의원들은 물론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일부 주자들까지 공개적으로 시위에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시위참가를 독려하는 총동원령을 거론함으로써 헌재를 압박한 경우도 없지 않다. 당초 순수성을 인정받았던 시위대의 집단 의사가 갈수록 의심받게 된 것이 그런 결과다.
여야가 탄핵심판 결정에 승복키로 했다면 이번 주말 집회부터 참석을 자제해야 한다. ‘촛불 집회’든 ‘태극기 집회’든 시위에 가담한다는 자체가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압력은 압력대로 넣으면서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헌재가 공정하고도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물론 시위대도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자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헌재 결정에 따르겠다는 여야의 약속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 그동안 굳게 약속을 해놓고도 자기에게 불리해지면 온갖 핑계를 들어 약속을 깬 사례가 적지 않은 탓이다. 기왕이면 약속의 확실한 담보를 위해 대선 출마 선언자들도 스스로 약속에 가담하기를 기대한다. 헌재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그에 승복하려는 분위기에 따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6. 北 신형 미사일 사드만 요격 가능, 대선 주자들 입장 뭔가
북한이 12일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육상 발사형으로 개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더 높은 고체연료를 쓴다. 북한이 이를 고각(高角) 발사할 경우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탄두 낙하 속도가 마하 10에 달해 우리 군과 주한 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3 체계로는 요격할 수 없다. 유일하게 사드만이 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하고 다양화하자 지난해 7월 사드를 신속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면서 올해 배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사드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논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재검토와 공론화'를 주장하다가 최근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미 협상을 통해 결정된 것은 존중한다"면서도 배치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는 한·미가 사실상 종속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북핵·미사일을 외교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하다.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대화가 성공하려면 북이 군사적 수단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 김정은이 가진 미사일에 한·미가 완전히 무방비라면 타협할 리가 없다. 협상이 아닌 굴종을 요구하게 돼 있다. 외교는 군사적 대비가 된 뒤에 하는 것이다. 인류 갈등 역사에 예외가 없다.
이미 패트리엇으로는 북의 기존 노동급 미사일도 요격할 수 없다. 거기에 이번 신형까지 더해졌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한쪽은 무기를 계속해서 늘리는데 다른 한쪽은 무방비라는 것은 사실상 국방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은 핵도 미사일도 포기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북에 10조달러를 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야당의 대선 주자들은 이 상황에서 사드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이 중대한 안보 문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
북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자 함께 있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 총리는 현지 시각 밤 10시 35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지 않았다. 황 총리는 안보실장에게 보고받고, 원래 일정대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총리실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땐 NSC 의장인 대통령이 주재하고, 그 외에는 안보실장이 회의를 소집하는 지침을 따랐다고 했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비상 상황이다. 대통령직은 비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미국은 정권 초반이다. 더구나 북의 이번 도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의 예고편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북의 도발을 마치 남 일 쳐다보듯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선거용 언급을 날리는 것으로 끝났다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듯한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모두 정신을 바로 차리지 않으면 권력을 잡아도 소용없는 사태가 닥칠 수 있다.
7. 자유한국당, 지지율 '0' 가까운 대선 주자가 10여명
새누리당이 13일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었던 '새누리당' 당명은 5년 만에 폐기됐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반드시 보수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선지 지금 자유한국당에선 대선 출마를 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난다.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라는 국회의원과 전·현직 광역단체장이 줄잡아 10여명이다.
대선 도전은 자유다. 하지만 그들 중 지지율이 8위권 내에 들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제일 높은 사람이 1% 안팎이다.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총리를 제외하면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마치 무주공산(無主空山)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심지어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한 사람까지 나선다고 한다.
충정(衷情)도 있겠으나 대부분 나름의 계산이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보수가 재결집할 것이니 지금 이름이라도 걸어놔야 그 이익의 한 조각이라도 먹을 수 있고 다음 총선, 지방선거 때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의 부정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 같다.
자유한국당은 지지율은 전성기의 4분의 1토막이 났지만 아직도 95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제2당이다. 바른정당과 함께 보수 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정당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무언가 희망적인 것은 없고 이상하거나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뿐이다. 두 보수 정당 모두 존재감마저 잃어가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희생한 사람은 거의 없이 지금도 모두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 대통령부터 초선 의원까지 다 그러니 지지율 '0'의 보수 '잠룡'은 10여명이 아니라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8. 대통령 조사도 못하고 삼성에만 집착하는 특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 수첩이 추가로 발견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처분해야 할 삼성SDI 보유의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최순실 씨 딸에 대한 승마 지원 형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봐 기각했다. 특검이 새 혐의를 추가했음에도 혐의가 더 소명됐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측은 합병으로 중복 계상된 부분이 있어 처분할 주식은 500만 주라는 법무법인의 자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영장기각 주요 사유였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 미비도 달라진 것이 없다. 대
면조사 지연에 대한 책임이 어느 쪽이 크건 뇌물수수 혐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에 집착하는 특검은 이달 말 1차 수사시한이 다가오고, 수사 연장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특검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재청구된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특검은 무리한 표적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수사는 더욱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이 재청구를 검토하는 것은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 사실상 박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기각된 영장을 범죄혐의가 더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다시 청구하는 것은 집착에 가깝다. 특검이 뇌물죄를 확신하면 불구속으로 기소해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 서너 명의 고위임원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돼도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판단에 따라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소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라는 구호가 난무한다.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격렬한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특검이 촛불집회에 기대 무리수를 둔다면 특검답지 못하다.
[중앙일보]
9.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현재 트럼프 정부의 대부분 인사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 답변 자료에서 “북한은 역내 및 국제 안보에 최우선적 위협 중 하나”라고 명시했을뿐더러, 11일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는 북한을 이란과 함께 미국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나아가 그는 “군사적 위협부터 외교적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조치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틸러슨은 미국 정치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북핵 시설 ‘선제타격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도 상원 정보위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러시아·중국·테러리스트와 함께 4대 당면 위협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북한 핵 원자로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한반도 전쟁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선제타격은 쉽지 않아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물자를 거래했던 중국의 훙상그룹을 처벌한 바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핵을 막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매일경제]
10. 우버 도입후 오히려 일자리 늘었다는 옥스퍼드대 연구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가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늘었다는 논문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연구진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논문에서 우버가 등장한 이후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회사 택시 공급은 8%, 개인택시 공급은 45%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일자리도 늘었다는 주장인데 우버 같은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을 위협하며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와 상반된 결과다. 이번 연구는 공유경제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창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 싸게 공급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GE,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기술 개발과 혁신 벤처기업 인수·합병(M&A)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저성장에서 탈출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우리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기득권층의 반발로 혁신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만 해도 택시업계 반발과 운수사업법으로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나 드론은 안전과 보안 관련 규제에 묶여 중국 등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고, 의료용 로봇은 세계 3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공산품으로 분류돼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환자에게 편익을 주는 원격진료도 사정은 비슷하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빨리 따라잡아도 모자랄 판에 규제 때문에 혁신이 지연되고 신규 일자리를 막는 꼴이니 답답할 뿐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낡은 것을 고집하면 결국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승리자가 되려면 이제부터라도 안 되는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나 꽉 막힌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경제][매경프리미엄]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치밀하고도 지적인 복수
첫 시퀀스부터 압도적이다. 예술적인 동시에 충격적인 비주얼은 ‘녹터널 애니멀스’가 톰 포드의 연출작임을 명징하게 확인시켜준다. 핏빛 가득한 첫 신의 끝자락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여인, 수잔.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 상징적인 시퀀스는 앞으로 닥칠 사건들을 암시한다.
사업가로 성공한데다, 부유하며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을 둔 수잔.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한없이 외로운 상태에 처해있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으로 보여지지만, 정작 그녀의 내면은 공허하다. 어느날 그녀에게 헤어진 연인, 에드워드로부터 소포 하나가 도착한다. 바로 그의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다.
소설의 줄거리는 끔찍하고 잔혹하다. 소설의 기획부터 이것이 수잔의 손에 쥐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수잔에 대한 에드워드의 치밀한 복수다. 에드워드와 수잔은 깊이 사랑했지만 이별했다. 물론 이별의 원인을 일방에서 찾을 수만은 없지만 결정적인 이별의 원인은 수잔에 있다.
소설을 통한 지적인 복수는 수잔에게 심장을 후벼파는 공포를 선사한다. 가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연신 놀라는 수잔. 하지만 소설 속 살인마들만이 잔혹한 악인이며 가해자일까? 에드워드에게 씻을 수 없는 잔혹한 이별을 안겨준 수잔은 소설 속 살인마들보다 괜찮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까?
‘녹터널 애니멀스’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소설 안팎을 넘나드는 속도감 있는 연출이다. 더하여 캐릭터들 간의 연계성을 자연스럽게 상징화한 것도 인상적이다. 에드워드가 선택한 치밀하고도 지적인 복수처럼, 영상미 역시 우아하다. 수잔이 감상하는 예술 작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부여돼 있다.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시사적이다. 사랑을 비롯한 관계성이 상대적으로 헐거워진 현 시대를 풍자하는 ‘녹터널 애니멀스’는 관객들에게 '당신 역시 야생 동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잔이 뼈저리게 느낀 것처럼, 관객들도 영화 속 소설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된다. 잔혹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풀어낸 멜로드라마. 이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보길 권한다.
2. [한국일보][삶과 문화] 물건들
한밤중에 고속도로 휴게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인형 뽑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투명한 통 밑바닥에 인형들이 겹겹이 깔려 있고, 버튼을 눌러 조종하면 아래위 양 옆으로 움직이는 갈고리가 매달려 있는 기계. 나는 좀 난데없다는 생각을 하며 인형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엎어져 있거나 널브러져 있는 노랑, 분홍, 파랑 봉제 인형들은 대체로 동그란 눈에 펑퍼짐한 코를 지녔다. 입은 대부분 달려 있지 않지만, 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입 꼬리를 끌어 올린 채 영혼 없이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일 밤 늦은 시각이라 휴게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특유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불이 꺼져 있는 구역도 있었다.
그때 소풍이라도 갔다 온 것처럼 들떠 보이는 두 사람이 나타났다. 부스럭거리며 지폐 한 장을 기계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어느 인형을 뽑을 것인지 갈고리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의논하면서, 깔깔거리기도 하고 짧은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면서, 한 동안 기계에 매달려 있었다. 인형을 잡거나 떨어뜨릴 때마다 나도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았다. 마침내 두 사람의 환호성과 함께 인형 하나가 출구로 굴러 나왔다. 커피를 다 마신 구경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인형 기계 근처 탁자 위에 곰인지 토끼인지 혹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분홍색 물건이 놓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아까 기계에서 뽑혀 나온 인형이 틀림없었다. 왜 두고 갔을까? 화장실 가는 길에 웃음 섞인 말소리를 얼핏 들었던 것도 같다. 너무 못 생겼어... 짝퉁이잖아... 그래도 함께 애쓰며 즐거워하던 시간의 흔적인데 설마 두고 갔을까. 혹시 잃어버린 건 아닐까?
손을 뻗어 인형을 만져보려다 그만 두었다. 가져갈 생각도 없는 사람의 손을 타봤자 인형으로서는 두 번 버림받는 꼴이다. 걸어가다가 인형 뽑는 기계를 돌아보았다. 투명한 벽 너머 환한 불빛 아래 앉아 있고 고꾸라져 있는 인형들. 세상에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
그날 방문했던 집에서 본 물건이 떠올랐다. 집 주인의 어머니가 쓰던 낡은 반닫이였는데, 장식이 거의 없고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소박한 물건이었다. 집 주인은 자기가 어렸을 때 반닫이에 자꾸 낙서를 해서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곤 했는데, 낙서를 지운 흔적이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 이따금 만져보기도 하고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잠시 어지러웠다.
먼 옛날 누군가가 어떤 물건에 남긴 흔적이, 그 속에 영혼처럼 스며든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 시간의 결이 해일처럼 내게 밀어 닥쳤다. “저 속에는 우리 집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만 넣어두었지요. 어머니께 소중한 것, 나에게 소중한 것. 그런 것들만 저 속에 들어갈 자격이 있어요.” 왜 아니겠는가. 물건에도 자격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 사람과 다른 생물 사이에, 사람과 물건 사이에도 오고 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 물건 또한 나와 시간을 나누고 있으니까.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나를 세상 속에 있게 하는 것들이니까. 오래 사용했던 물건, 소중히 여겼던 물건이 낡고 망가져도 버리기 힘든 것은 그 속에 내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한낱 물건이라고 해서 함부로 만들어서 소유하고, 함부로 내버릴 일이 아니다. 나를 품은 채 버려진 물건들이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커다란 양팔 저울의 한쪽 끝에 내 삶을 올려놓고, 반대편에는 내 손을 거쳐 갔고, 거쳐 갈 물건들을 쌓아놓는다고 상상해 본다. 아. 물건들이 너무 많다. 저울이 기울어 자꾸 미끄러지고 무너져 내린다.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버린 균형을, 대칭을, 존중을 되찾고 싶다.
3. [서울신문][김용석의 상상 나래] 인문학적 고민이 궁극의 사물인터넷 시대를 연다
지난 6년간 우리의 문화를 바꿔 왔던 스마트폰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서히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스마트폰 성장률은 최근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으며, 반면 사물인터넷(IoT)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인터넷으로 사물들을 연결할까. 모든 사물이 연결되면 데이터 수집, 분석, 처리가 가능해지고,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사물들이 인간을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만보기는 단순히 걸음 수를 재는 용도였다. 체중계도 단순하게 체중을 잘 재는 기기였다. 그런데 기존의 하드웨어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연결하면 개인의 건강을 측정, 예측이 가능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수집해야 하므로 센서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한 통신 네트워크,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환경 및 빅데이터, 지능형 플랫폼이 필요하고 보안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우리의 삶으로 활용될 때 의미를 갖는다.
지금의 사물인터넷은 일상생활에 체감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부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사람)의 관심거리로만 머물러 있다. 아직도 기술을 개발자나 기업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1등 기술이 최고가 아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고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수단이다.
논어에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는 군자를 일컬어 ‘자신을 갈고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군자의 마음으로 기술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을 위한 기술이야말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사업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으로 보아야 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문학을 다시 꺼내어 생각해 본다.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학은 ‘인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고,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는 학문이다.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근본적인 이유를 던지고 탐색한다. 인문학의 요체는 인간의 가치와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 즉 비판적 사유에 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심을 하고 전혀 새롭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인문학적 고민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 상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필자가 어느 기업과 함께 개발해 상용 서비스하고 있는 사업화 사례를 들어 본다. 박물관에 가면 유물이나 그림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기존에는 돈을 내고 별도의 기기를 빌려서 활용했다. 물론 큐레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효율적이긴 하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돈을 내는 것이나, 빌리는 것도 귀찮다’, ‘나의 스마트폰으로 유물이나 그림의 자세한 설명을 알 수는 없을까?’, ‘어린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퀴즈를 내거나 간단한 질문을 통해 즐겁게 배울 수 있게는 못 하나?’라는 식의 전혀 다른 관점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러한 고민을 비콘이라는 가까운 거리 통신이 가능한 작은 블루투스 모듈을 이용해 해결해 냈다. 작은 하드웨어에 인터넷을 연결하니 스마트폰으로 유물이나 그림 정보를 얻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겨났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관람객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는 큐레이팅 서비스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사물인터넷은 사업적으로 보면 극소수의 성공 사례와 많은 실패 사례가 공존하는 단계다.
인문학적인 고민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복을 위한 서비스를 발굴해야만 고객은 감동하고 시장은 확대된다. 사람들을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꿈꾸어 본다.
4. [서울신문][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암 환자 방사선 치료의 미래
인간의 상상력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이 이룩한 현재의 문명은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의 상상력이 아이폰을 만들었듯이 연구자들의 풍부한 상상력은 과학이 지금과 같은 수준까지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의사의 상상력은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사의 상상력의 원천은 환자가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창조적 활동은 필요에 의해 시작되고, 바라는 일의 긍정적인 효과를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기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무성영화를 만들던 시기에도 인간이 상상했던 이상적인 영화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까지 만족시키는 오늘날의 4D 입체영화와 같은 형태였다.
1895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이후 방사선은 암 치료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의사들이 원하는 방사선 치료기기의 이상적인 모델은 이미 100년 전부터 의사들의 머릿속에서 완성돼 있었다.
의사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치료기기에 거의 근접한 방사선치료 장비가 현재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방사선 세기 조절, 환자 동조, 초정밀 방사선량 전달 등 첨단 기술들이 적용된 선형가속기에서 발생하는 엑스선을 이용해 현재 대부분의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이미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방사선치료는 더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는 것일까. 인간의 상상력이 과학을 발전시켜 왔듯이 더 나은 방사선 치료법을 계속 고민한다면 치료 장비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입자 치료기’일 것이다. 사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선형가속기의 발전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고, 앞으로 방사선 치료의 주된 발전 방향은 개량된 선형가속기보다는 새로운 중입자 치료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입자 치료는 가속한 원자핵을 종양조직에 조사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입자 치료법은 수소원자핵인 ‘양성자 빔’을 이용한 치료다. 양성자 빔은 방사선량을 종양에 집중시킬 수 있지만 기존 선형가속기를 이용한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 기술과 효과가 유사하고, 암세포를 살상하는 능력은 거의 같다. 이에 반해 암세포 살상능력이 몇 배 더 강력한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보다 몇 배 무거운 원자핵을 가속해 암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 의학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지만 중입자 치료 분야만큼은 일본과 독일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하이델베르크를 포함한 2곳, 일본에서는 이미 5곳에 중입자치료기가 설치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11곳에서 중입자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2015년까지 중입자 치료를 받은 암환자 수는 2만명을 넘었고 학계에 발표된 치료성적도 매우 우수하다.
탄소핵을 이용한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이 엑스레이나 양성자에 비해서 2~3배 가까이 높아 기존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종양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이나 독일로 중입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국내 환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암 환자의 완치를 상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조만간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기보다 더 나은 방사선 치료기를 개발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매경이코노미][무비클릭] 컨택트(원제 : Arrival) 지구에 ‘도착’한 외계 생물체의 메시지는?
영화 ‘컨택트’의 원제는 ‘어라이벌(Arrival·도착)’이다. 어라이벌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뜻은 도착이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컨택트’는 외계인 그리고 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는 원제인 ‘도착’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영화사에서 외계인의 지구 착륙은 조우(encounter)나 침공(attack)이라는 제목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미지와의 조우’나 ‘화성침공’이 그 대표적 예시다.
그런데 ‘컨택트’는 외계인의 방문을 도착이라고 표현했다. 도착이란 무엇인가? 의지를 갖고 출발한 자들의 목적이자 여정의 종결이 바로 도착이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도착, 어라이벌의 의미 중 하나가 번역에 특화돼 쓰이는 용어라는 점이다. 번역에서 번역 대상이 되는 언어가 출발어라면 번역돼야 할 결과어가 바로 도착어다. 가령,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데보라 스미스의 영어로 도착하는 것이다. ‘컨택트’에서 언어가 무척 중요한 메타포로 쓰이고 있음을 생각해보자면 ‘도착 : 어라이벌’이란 제목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컨택트’의 표면적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번역이다. 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가 언어학자로 설정된 이유다. 뛰어난 언어학자 루이스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 목적을 알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다. 지구의 열두 곳에 도착한 비행물체 셸(shell)에 탑승한 외계 생물체는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송하려 한다.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언(제레미 레너 분)은 ‘헵타포드(7개의 발을 가진 외계인)’에 접촉해 그들이 지구에 도착한 의도를 탐구해가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단지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탐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외계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컨택트’는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언어의 문제를 다뤄서만이 아니다. ‘컨택트’가 심각하게 다루는 것은 언어가 드러내는 사고의 방식이다. 즉 우리가 직선적인 언어를 쓴다면 그것은 우리가 직선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헵타포드들은 원형적이며 입체적인 언어를 쓴다. 그들의 시간관은 그래서 입체적이며 원형적이다. 헵타포드들의 언어가 미래와 닿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속에 제시된 헵타포드어는 단음절어며 원형이고 표의어다. 즉 한 글자 안에 시제와 의미, 문법 구조를 전부 표현하는 매우 진화된 형태의 경제적 관념 체계다. 이는 곧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인지 구조 그리고 과학 기술이 모두 다 매우 진화된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중요한 것은 루이스가 헵타포드어를 배워가면서 점점 어떤 이미지의 간섭을 받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녀가 가진 능력이기도 하며, 영화의 비밀이자 중축이고 반전의 열쇠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기억이자 무의식이고 다른 관점에서는 예지력이다. 이 두 관점의 충돌 가운데서 ‘컨택트’는 진정한 의미와 매력을 발산한다.
드니 빌뇌브는 전작들처럼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전체 이야기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조감도를 맞이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지적 쾌감과 미학적 감동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루이스의 선택이다. 이 선택의 감동은 그녀가 인간이기에 그리고 여자이기에, 엄마이기에 해낸 것이라 더욱 뭉클하다. 뜨겁고 뭉클한 작품, ‘컨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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