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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국민일보]

1. 김정은, 미사일 도발로 얻을 것 절대 없다

북한이 1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은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하면서도 새로운 종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미사일은 500여㎞를 비행했다. 지난해 6월 무수단 미사일 발사 당시 400여㎞인 것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비행거리가 100여㎞나 늘어났다. 미사일 발사 능력이 비교적 안정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고각 방식으로 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성능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탐색적 도발 성격이 농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ICBM 대신 저강도 도발을 선택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으로선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대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75주년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에 앞선 세리모니 성격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며 주민들의 충성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사드와 개성공단 문제 등으로 여론이 갈린 남한 내부의 안보 불안을 조성해보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같은 의도를 갖고 도발했다면 말 그대로 오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제사회는 대화보다 제재 쪽으로 더욱 기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확고히 하는 계기만 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미국 조야 일각의 선제타격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후원국인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옹호할 명분을 더욱 잃게 됐다.

북한은 이번 도발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간다고 판단할 경우 다음 달 미국 전략무기가 대거 투입될 키리졸브 연습을 전후로 해서 ICBM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사드 연내 배치도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아졌다.



[조선일보]

2. 北 미사일 도발에 즉각 공동성명 낸 美·日 정상

북한이 어제 4개월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 아베 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한 지 28시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매우 매우 우선순위가 높다(very very high priority)"고 했었다. 북한은 이를 보란 듯이 무시하고 최고 550㎞까지 올라간 후 500㎞를 비행해 동해상으로 떨어지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위협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한·미·일은 김정은이 오는 16일 김정일의 출생 75년과 4월 15일 김일성의 출생 105년을 맞아 더 큰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시기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취약한 기간이란 점이다. 우리의 경우 조기(早期) 대선이 확정되면 나라는 온통 대선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이때에 북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비롯된 혼란과 내부 반목이 쉽게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8년 전 오바마 정부 출범 당시 미국 여기자 2명 억류→개성공단의 한국인 억류→장거리 미사일 발사→핵실험 도발을 잇달아 일으켰다. 북은 이를 '성공'으로 자평(自評)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도발을 반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와 아베 총리는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 후 플로리다주의 트럼프 별장으로 옮겨가 골프와 만찬 회동으로 우의를 다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북 미사일이 발사되자 즉각 그곳에서 공동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베의 북한 비판에 트럼프는 100% 일본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처럼 미·일은 차후 두세 달 사이 있을지 모를 북의 연쇄 도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베에 대한 남다른 예우와 두 정상의 기민한 대응을 보면서 우리 일이 마치 남의 일처럼 된 작금의 상황을 더욱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3. 세계 흐름 거스르고 기업 심리 꺾는 상법 개정안

정치권이 상법 개정안 손질에 나서고 있다. 경영권 전횡을 막으려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면서다. 이를 위해 여야 4당은 지난 9일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안 일부를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최근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한국을 가장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어 자칫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기업은 경영권이 흔들리면 자기 보호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치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도입하려는 제도 상당수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차에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현실성이 없어 폐기된 것들이다.

경영권에 허점이 생기면 헤지펀드 같은 기업사냥꾼은 금세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정치권은 외환위기 직후 SK와 KT&G에서 뭉칫돈을 뜯어간 소버린과 칼 아이컨을 벌써 잊었는가. 당시 대주주는 3%룰에 묶여 의결권이 제한되고 이들은 대여섯 개의 헤지펀드로 지분을 3% 미만씩 분산해 경영권을 위협했다.

정치권이 상법을 건드려 기업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은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선명성 경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집중투표제는 부작용이 많아 미국에서도 자율에 맡기고 있고 일본에서는 오래전 폐지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역시 기업사냥꾼만 좋아할 일이다.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도 굳이 의무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제도는 세계의 추세와도 역행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장기 주식 보유자에게 1주당 1표 이상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을 옥죌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방안부터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수만 개 만들어낼 수 있는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기본법부터 통과시켜 소비를 살리고 청년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4. 헌재, 후임 재판관 인선 서둘러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말 박한철 소장의 퇴임 이후 8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되고 있는 건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3월 13일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마저 퇴임하고 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이끄는 7인 재판관 심리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법치에 재앙이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으로 구성한다’는 헌법 111조를 두 번이나 위반하는 것이라서다.

안타깝게도 ‘법치 재앙’의 현실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헌재가 이달 22일까지 증인 신문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3월 13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측의 특검 수사 및 탄핵재판 비협조로 인해 심리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이 시한을 넘기게 된다. 문제는 탄핵심판에 중대 변수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 최후변론을 예고하는 데다 지난주말에는 고영태와 지인 간의 녹음파일 2000여 개가 등장했다. 일단 헌재는 양측에 “23일까지 종합의견서를 내라”고 통보해 조기 선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이유로 추가 심리를 결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탄핵재판은 단심(單審)인 만큼 헌법이 정한 9인 체제에서 신중하게 심판하는 게 옳다. 7인 재판관 체제에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한쪽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헌법재판관 결원사태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헌재는 다른 사건 심리를 전면 보류 중이다. 매년 접수되는 2000여 건의 위헌 및 권한쟁의 사건 등이 올스톱돼 있다.

이처럼 헌재의 후임 재판관 인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통령 지명 몫’인 박한철 전 소장 후임은 ‘현 대통령 권한 정지’에 가로막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경우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임을 당장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 정치권도 국민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매일신문]

5. 대선주자들,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사드 배치 반대할 텐가

북한이 12일 노동급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노동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9월(3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노동미사일 사거리는 1천200여㎞로 일본 전역까지 사정권이다. 이날 북한 미사일은 최대 고도 550㎞까지 올라가 500여㎞를 날아갔다. 발사 각도를 조정하면 남한 전역은 당연히 타격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이미 고도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남한은 이를 막을 무기가 없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구축되고 있지만 2020년 중반이 돼야 완성된다. 그때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는 없다. 패트리엇 미사일 등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은 없다. 결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그나마 해법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이다. 대선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만이 “여야 정치권과 대선주자들은 배치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사드 배치를 하루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100% 막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북한 미사일의 방어 무기로 사드만 한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주자들은 이런 냉정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보려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제재와 대화의 병행’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모두의 대화 노력’ ‘자주국방 능력 확립’ 등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에 불과하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그 자체로 대화의 실패를 말해준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중국의 ‘뒷문 열어놓기’로 인해 효과가 의심되는 실정이다. 대북 제재에도 북한 경제가 좋아졌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보고서는 이를 방증한다. ‘자주국방 달성’도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대선주자들은 현실에 눈뜨기 바란다.


6. 불황이라고 아우성인데 ‘나 홀로 세수 호황’ 누리는 정부

불황 속에서 지난해 정부의 세금 수입 증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금 곳간을 두둑이 채운 정부는 ‘표정 관리’라도 해야 할 판이다.



경제가 좋아져서 세금이 많이 걷혔다면야 반가운 일이지만 날로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서 정부 세수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총국세 수입은 242조6천억원으로 전년도 217조9천억원보다 24조7천억원 늘었다. 세수 증가율도 11.3%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법인 실적 개선 및 부동산 시장 호조, 근로자 임금 상승 등이 세수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말을 듣자니 마치 우리 경제가 요즘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성장률 대비 4배를 웃도는 세금을 국민으로부터 거둔 셈이다.



‘유리 지갑’ 근로소득자들은 이번에도 ‘봉’이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14.6% 늘었고 징수 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을 넘어섰다. 10조 원을 거둔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징수액이 3배로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률이 4%이고 취업자 수가 3% 증가한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소세가 15% 가까이 불어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근로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고 담뱃값을 인상했으며 과세 당국이 세무 행정을 강화하는 등 세수 증대를 위한 여러 ‘꼼수’를 썼다.



과다하게 세금을 거두면 민간에서 돌아다니는 돈이 그만큼 공공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세수 예측 실패라고 판단하기에는 지난해 세수 증가의 규모 및 내용에 문제점이 많다.


 세금이 이렇게 많이 걷히는데도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며 예산 타령을 하고 있다. 국가 부채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세금은 경제 사정에 맞게 적절히 거둬야 한다.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데일리]

7. 급변하는 국제정세, 한국만 왕따 될라

최근 들면서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데도 한국은 탄핵정국에 손발이 묶여 허둥대고 있다. 탄핵정국이 끝난다고 해서 곧바로 대내외 도전에 맞설 태세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국론 분열에 따른 극심한 국정 혼란은 불 보듯이 뻔하다.

지금 세계의 눈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온통 쏠려 있다. 지난달 취임 이후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으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더니 지난주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경제·안보 공조를 확인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겐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이란 선물을 안겼다. 공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할 만큼 러시아에도 우호적이지만 우리에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하면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입발림한 게 고작이다.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중·일·러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만 속수무책의 외톨이 신세다. 중국은 외교·경제·문화·관광 등 전방위에 걸쳐 사드 보복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다 일본은 나가미네(長嶺安政) 주한대사를 한 달 넘도록 귀임시키지 않은 채 “반년이든 1년이든 상관없다”며 오만한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환율전쟁도 근심거리다. 불똥이 중국과 독일, 일본을 건너 우리에게도 튀어오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겁나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모처럼의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기 십상이다. 

아무리 권한대행 체제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황 대행은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질문 받을 때마다 “지금은 국정에 전념할 때”라고 대꾸하지만, 정말로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이번 주 독일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4강 외교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역시 독일에서 다음 달 열리게 되는 G20 재무장관회의는 통화전쟁 대응책을 모색하는 경제외교 역량의 시험대다. 구제역 확산과 생활물가 급등 등 국내 상황도 자못 심각한 와중에 북한은 어제 탄도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또 감행했다. 정치권이 황 권한대행 체제를 흔들기만 할 게 아니라 국내외 도전에 효과적으로 맞서도록 협력하는 대승적 자세가 긴요한 국면이다.


[한겨레]

8. 이재용 영장 재청구 방침, 짙어지는 박근혜 혐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3일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법원이 지난달 19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하자 추가 수사를 통해 이번 주중 뇌물공여 등 혐의로 다시 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7월 ‘박근혜-이재용 독대’ 뒤인 10월 삼성이 최순실씨의 차명회사 코어스포츠에 정유라 승마지원비를 보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 등을 대가성의 증거로 보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편의 등의 ‘대가’를 얻은 것은 물론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한데다 기업조직을 동원한 은폐 등 ‘증거인멸’ 우려도 큰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보완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는 적절하고 당연한 조처다.

이는 뇌물을 받은 박 대통령의 혐의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유라를 콕 짚어 지원하라고 했다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증언이나 재벌 총수 독대 전 ‘말씀자료’들, 추가 확보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공정위의 ‘외압일지’ 등 증거와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뿐만이 아니다. 공문서 유출과 블랙리스트를 통한 직권남용 등 형사범죄 이외에 법치주의와 시장경제질서, 언론자유 등 헌법 원칙을 유린한 것을 포함하면 그 죄악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증거가 뚜렷해지자 박 대통령 쪽은 막가파식으로 나오고 있다. ‘중대한 국익 침해’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마저 막무가내로 막아서고, 특검 수사에도 불응하면서 탄핵심판은 시간 끌기로 대응하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책임의식이나 공직자 윤리는커녕 인간의 도리마저 내팽개친 행태다. 수개월째 국민이 엄동설한에 주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며 제 한 몸 빠져나갈 방법만 찾고 있다.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측근과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헌재 의견서를 보면 과연 인간의 심장을 가진 존재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공문서 유출은 내가 시키지 않았으니 정호성 비서관, 블랙리스트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김기춘-조윤선 라인에 책임을 돌렸다. 경제·안보 위기를 수습해 나가야 할 귀중한 시기를 낭비하게 하고, 극단세력을 사주해 정치적 욕심만 채우려는 철면피 행위다.


[서울신문]

9. 경제·안보 철저히 실리 챙긴 美·日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은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고 밝혀 대북 강경 의지를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 때도 확인한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함으로써 의미가 가중됐다.


미국에서 일고 있는 대북 선제타격론으로 접합될지는 미지수이긴 해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미적지근한 북한 다루기와 달리 강온 전략을 구사해 한반도 위기를 적극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한 귀결로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둘째로는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적해 온 미·일 통상 불균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협력안을 들고 갔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 맡기기로 했다. 아베 총리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를 공식화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둔 무역협력을 강조했다.


다자 간 무역협정보다는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강제할 수 있는 양자 협의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의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해 올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일본 총리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맨다운 수완이 놀랍기만 하다.

셋째, 중국의 남·동 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미·일의 공조를 확인했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있는 일본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 5조의 대상이라고 성명에 넣었다. 일본이 가장 강력히 요구했던 내용이 적시된 것이다. 아울러 양국은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직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미·중 갈등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선물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까지 함께한 아베 총리의 행보를 ‘조공’이라 비웃지만 국익을 챙기는 외교는 평가할 만하다. 탄핵·조기 대선 정국에서 외교가 휘청거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동맹의 기축에서 통상분쟁을 최소화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촘촘한 전략이 차기 대통령에게 절실하다는 점을 잘 보여 준 정상회담이다.


[연합뉴스]

10. 1천조 넘은 단기부동자금, 경고음 제대로 들어야

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처음 1천조 원을 넘어섰다. 단기 부동자금이란 현금화하기 쉬운 대기성 자금을 뜻한다. 이런 자금이 많아지면 시중 유동성의 경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천10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통화량(M2·광의통화)의 42%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49.3%로 거의 절반이었고 나머지는 요구불예금(20.9%), 현금(8.6%), 머니마켓펀드(6.1%), 6개월 미만 정기예금(6.0%), 증권사 투자자예탁금(2.2%) 등이었다. 단기 부동자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 통화량처럼 경제 규모에 비례해 늘어난다. 예컨대 성장률이 2.3%였던 2012년에는 단기 부동자금도 2.5%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2013년 7.0%, 2014년 11.5%, 2015년 17.2%, 지난해 8.5% 늘었다. 지난 4년 간 단기 부동자금 증가액이 343조9천억 원(51.6%))에 달했다.

저금리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2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0.25%씩 8차례 인하됐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연 3.25%에서 연 1.25%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종종 벌어졌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연히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물론 저금리 정책으로 풀린 돈이 소비나 장기투자로 이어지면 단기 부동자금이 이렇게 급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불확실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이럴 때 과도하게 풀린 돈은 선순환 흐름을 만들지 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12월 현재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수준으로 나빠졌다"면서 "환율, 변동성지수(VIX) 등 11개 지표로 산출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지수가 48포인트로, 유럽 재정위기 때(52.8포인트)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단기 부동자금의 급증은 국가 경제에 아주 나쁜 신호다. 일부 전문가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유동성 함정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이론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통화정책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한국 경제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정부와 통화 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단기 부동자금이 왜 이렇게 증가하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너무 장기간에 걸쳐 느슨한 통화정책을 썼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랜 숙제지만 한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문제지만 정치권까지 나서 한은을 흔들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주요신문칼럼



1. [한국경제][천자칼럼] 고독한 미식가

‘혼자 먹는 밥(혼밥)’ 열풍을 몰고온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인 잡화수입상 이노가시라 고로는 도쿄의 오래된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혼밥을 즐긴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결혼도 하지 않고 매장도 운영하지 않는 그에게 가장 특별한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는 건 아니다. 아담하고 정겨운 집에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혼자만의 행복에 젖어든다.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부분 요리사나 레시피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먹는 사람의 관점과 미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메뉴도 특별하지 않다. 야근 중에 사먹는 편의점 도시락, 입원해서 먹는 병원밥까지 포함된다. 맛있다는 표현을 할 때도 밍밍할 정도로 담백하다. 눈이 휘둥그레진다든지 하는 오버 액션이 전혀 없다.

드라마로 인기를 끈 요인도 다르지 않다. 그냥 일 끝나고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 들어가 주문하고 맛있게 먹은 다음, 나오면서 ‘아재(아저씨) 유머’ 같은 말 몇 마디를 남기고 떠나는 게 전부다. 셰프의 기상천외한 요리비법이나 식당 주인의 눈물겨운 사연을 곁들일 법도 하지만 그건 관심 밖이다. 이 단조로운 스토리가 한·중·일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인기 비결이다. 과잉 이미지와 과장된 화법 대신 절제된 미식의 아름다움이 돋보인 것이다.

이 작품을 그린 만화거장 다니구치 지로(谷口 ジロ-)가 그저께 69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데뷔한 그는 작품 주인공처럼 혼밥을 즐기기도 했지만 남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본 문호 나쓰메 소세키 얘기를 그린 《도련님의 시대》로 일본 최고 문화상을 받은 데 이어 프랑스 정부의 슈발리에 훈장까지 받았다. 이젠 저승에서 ‘먹는 사람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음식을 즐길 수 없다면 최고의 요리라 한들 무슨 소용이오’라고 읊조릴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혼밥이 흔해졌다.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 혼여(혼자 하는 여행)까지 즐기는 ‘혼족(나홀로족)’ 시대가 됐다. 이들을 위한 개별 테이블과 1인용 식당도 늘고 있다. 아직은 햄버거나 분식, 중식이 대부분이지만 메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곧 스테이크와 직화구이 고기가 1인 메뉴로 등장할 모양이다. 일본에선 이미 일상화된 모습이다. 혼자이지만 편하고 여유있게 즐기는 음식. 이제 혼밥은 더 이상 ‘쓸쓸하고 목이 메는’ 밥이 아니요, 옛날처럼 ‘먹어도 우울하고 배 고픈’ 밥이 아니다.



2.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입학·졸업식에 어울리는 ‘꿈’ 와인

2월은 입학과 졸업의 계절이다. ‘형설의 공을 통한 새로운 시작’이란 점에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자 출발점이다. 입학·졸업을 맞는 대학생에게 줄 선물로 케이크와 와인이 빠질 수 없다. 가성비가 좋고 맛있으면서 스토리가 있는 특별한 와인을 선택해보자. 

와인 초보자에게는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등의 신흥국 와인이 무난하다. 평소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와인이 무난하다. 단 변화를 주고 싶다면 그루지야, 몰도바,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와인도 이색적이다.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게 무난하지만, 와인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고 특히 타닌 성분이 강해 와인 초보자나 여성은 별로 안 좋아할 수 있다. 때문에 메를로 포도로 만든 칠레나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추천한다. 특히 칠레산 메를로 와인은 부드러운 타닌과 적당한 산도를 갖고 있어 누구나 마시기 좋다.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모스카토 포도나 독일의 리슬링 포도로 만든 와인을 추천한다. 샤르도네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혹여나 드라이한 것을 싫어하는 부모님과 가족이 함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약간 단맛이 있는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와인과 독일의 리슬링 아우스레제(Auslese) 와인이 가족끼리 마시기에 좋다. 

입학·졸업식에 어울리는 축배주는 단연 프랑스 샴페인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땐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생산되는 카바, 독일 모젤 지방에서 생산되는 젝트, 이탈리아 아스티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푸만테가 좋은 대체재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의미를 담은 스위트 와인도 괜찮다.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 지역의 귀부 와인 샤토 디켐보다는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이, 독일 아이스바인보다는 아우스레제의 리슬링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 직장을 다니면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에겐 칠레 마이포 밸리의 모란데 와인과 프랑스 랑그독 미네르부아의 로스탈 까즈 에스티발 와인을 추천한다. 각각 주경야독(晝耕夜讀)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의미가 담겼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이번 입학·졸업식에 권하고 싶은 와인은 국내 충북 영동 여포농장의 ‘꿈’ 와인이다. 가족, 친지, 친구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을 때 장래의 꿈과 소망에 대해 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포농장은 우리나라 대표적 와인 산지인 충북 영동에 2000평의 포도밭을 운영하고 있다. 1997년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한 철도공무원 여인성 대표가 어린 시절 별명 ‘여포’를 브랜드로 사용해 부부가 함께 와인을 만든다. 대표 포도 품종인 캠벨얼리를 필두로 산머루, 알렉산드리아, 메를로, 산지오베제, 버팔로 등의 다양한 포도 품종을 실험 재배하고 있다. 

여 대표는 와인 선진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미국, 일본 등 여러 와인 생산지의 양조시설을 벤치마킹한 후 세계적인 와인 양조가의 꿈을 갖게 됐다. 그래서 와인 이름도 ‘꿈’으로 정했고,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대회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2014년 제1회 한국와인대상에서 ‘꿈’ 로제 와인이 다이아몬드상을 받았고, ‘꿈’ 화이트 와인은 2015년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우리술품평회’에서 우수상을, 2016년 광명시에서 개최한 품평회에서는 ‘광명동굴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됐다.

‘꿈’ 화이트 와인은 알렉산드리아 품종과 몇 종류의 포도 품종을 소량 블렌딩했다. 살구, 복숭아, 배꽃, 흰 꽃 향이 섬세하고 풍부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약간 달콤해 마시기에 편하다. 적절한 산도와 보디의 균형감이 뛰어나고, 절제된 긴 여운도 나무랄 데 없다. 음식과의 궁합은 불고기와 잘 어울리며 디저트로 한과, 강정, 곶감 등과 함께 마셔도 좋다. 가격은 화이트 와인 375㎖ 기준 2만원이다.

이번 입학·졸업식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꿈’ 와인을 마시면서 서로의 꿈이 이뤄지기를 축원해보자.



3. [매일신문][기고] 신라의 향가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천 년의 왕국 신라가 막을 내린 지 다시 천 년이 지나서야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란 이름으로 신라사 30권이 간행되었다.



이 중 제16권이 ‘신라의 언어와 문학’이다. 신라의 문학은 한자로 기록된 신라한문학, 구전되다가 후대에 기록된 구비문학, 향찰로 기록된 향가문학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서는 한국 시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향가문학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향가는 한자를 차용한 향찰문자(표기법)로 우리말을 기록한 신라시대 시가 작품들을 총칭한다. 향가문학은 우리나라 시가문학 사상 최초의 정형시로, 장형인 10구체(10행시), 8구체(8행시), 4구체(4행시)가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배경설화를 가지고 있기에 역사적, 서사문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고구려나 백제의 향가 작품과 ‘삼대목’ 등의 향가 작품집들이 전해오지 않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자의 음(音`소리)과 훈(訓`뜻)을 차용해 우리말을 표기한 향찰의 발명은 인류문화사에 있어 대단한 업적이다. 한자를 사용하여 자국어를 표현하려는 의식은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소수민족 백족(白族), 베트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자를 차용한 향찰식 표기법은 동양 문자 발달의 한 양식이 되어 일본의 ‘만엽집’을 표기한 만엽가나로, 백족의 백문(白文)으로, 베트남의 쯔놈문자로 발달하였다.



일본의 ‘만엽집’엔 4천여 수의 노래가 전하나 우리의 향가는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보현십원가’ 11수가 전할 뿐이고, 진위 여부 논란이 있는 ‘화랑세기’에 실린 미실의 ‘풍랑가’ 1수, 그리고 고려시대 예종이 김낙과 신숭겸 두 장군을 추도한 ‘도이장가’(悼二將歌) 한 수를 더 보탤 수 있다.



신라시대의 언어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작품이 많이 남아 전하는 일본에서조차 만엽가 해독이 완전하지 않으니, 20여 수밖에 전하지 않는 우리 향가 작품의 해독 또한 아직 논란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하는 향가 작품들은 대부분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 일원에서 창작되었으니 그 언어 또한 신라어, 곧 경상도어로 해독함이 마땅할 것이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향가 작품들을 보면, 600년 전후 진평왕 시절에 선화공주를 얻고자 맛동(백제 무왕?)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한 ‘서동요’와 융천사가 지은 ‘혜성가’가 있고, 7세기 선덕여왕 때 ‘풍요’, 문무왕 때 ‘원왕생가’, 효소왕 때 득오가 화랑 죽지랑을 그리워하며 지은 ‘모죽지랑가’가 있다. 8세기에 가장 많은 향가 작품이 창작되었는데, 성덕왕 때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수로부인을 위하여 꽃을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고, 효성왕 때 신충이 임금을 원망하여 ‘원가’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다.



경덕왕 때 월명사가 일찍 타계한 누이를 위해 ‘제망매가’를 짓고, 조원전에서 ‘도솔가’를 지어 하늘에 두 해가 나타난 재앙을 물리쳤다. 충담사는 일찍이 화랑 기파랑을 추모하는 ‘찬기파랑가’를 지었으며 경덕왕의 요청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노래 ‘안민가’를 지었고, 다섯 살 된 아이와 어머니(희명)가 아이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분황사 관세음보살에게 ‘도천수대비가’를 지어 기도했다.



또한 지리산으로 가던 영재 스님이 도적들을 만나 ‘우적가’를 지어 그들을 불교에 귀의하게 하였다. 9세기에는 울산 개운포에서 헌강왕을 따라온 처용이 ‘처용가’를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 ‘균여전’에 실린 향가로는 고려 초 10세기에 균여 대사가 불교 포교를 위해 지은 ‘보현십원가’ 11수가 있다.

 경주시에서는 ‘신라의 문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향가는 한국인의 문학과 음악, 무용, 민속 등 한국 예술의 기원으로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문화 콘텐츠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4. [중앙일보][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잘 알아보고 있습니까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경험이 꽤 된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1회를 보다가 흥행이 될 리 없다며 채널 돌렸음을 고백한다. 노래의 장르는 애매하고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였다. 웬만한 사람은 다 감동 받은 후인 지금, 우승자도 알면서 복습 시청하며 죄값을 치른다. 사실은 드라마 ‘도깨비’도 그랬다. 뿐만 아니라 SNS가 처음 나왔을 때는 부질 없어 보였고, 누가 저걸 하랴 싶었다.

어떻게 작품을 알아볼 수 있을까. 어떤 흥행은 나 같은 사람을 아찔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의 한 공연에서 이 곡이 연주됐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바딤 글루즈만(44)이라는 한창 때의 연주자다. 무엇보다 그의 악기가 중요했는데, 1690년 만들어졌고 레오폴트 아우에르(1845~1930)라는 연주자가 쓰던 것이었다.



아우에르는 누구인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가로부터 헌정 받고도 “기교적으로 도저히 연주할 수 없어 문제가 많다”며 외면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곡은 연주할 때마다 천둥 같은 박수를 이끌어내는 흥행 만점의 작품이다. 지난해 제네바의 공연에서도 그랬을 거다. 아우에르의 악기만이 겸연쩍게 침묵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기교적으로 뛰어난 연주자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또한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작곡가에게 작품을 헌정받은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1831~81)은 어떤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메가 히트한 이 곡은 이제 길 가는 초등학생에게 들려줘도 알아차릴만큼 유명해졌다. 아우에르와 루빈스타인 모두 차이콥스키가 찾아가 작품을 바칠 정도로 당대를 휩쓸던 연주자들이었다.



이들이 허투루 작품을 폄하했을 리는 없고, 아마도 차이콥스키의 혁신성을 담아내기 버거웠을 것이다. 미래의 청중을 불러모으는 것 또한 그 혁신성이고 말이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오프닝 때문에 비판을 많이 들었다. 피아니스트에게는 음악적이라기보다 체력적으로 한계를 시험하는 곡이다)

이런 처지를 겪은 게 어디 차이콥스키 뿐인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 베토벤 교향곡 7번,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도 거센 비판을 이겨내고 우뚝 섰다. 작품과 작곡가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후회도 막심해졌을 연주자나 평론가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초연에서 받은 비판으로 치면 이 곡을 따라올 수 없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당시 청중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앞서 가버린 작품이었다)

예술 작품이 살아남거나 인기를 얻는 데에 훨씬 많고 복잡한 조건이 붙은 시대다. 우리는 어떻게 가치를 알아보고 예측할 수 있을까. 내 취향이 아니라고, 혹은 명백히 촌스럽다는 이유로 어떤 것들을 외면하다가도 문득 뒷덜미가 서늘하다.



5.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이차크 펄만

악기 특성상 앉아서 연주할 수밖에 없는 첼로와 달리 바이올린은 대개 서서 연주를 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서서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독주나 협연과 달리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때는 앉아서 한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임에도 늘 앉아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Itzhak Perlman, 1945년~)이다. 

펄만은 핀커스 주커만, 기돈 크레머, 정경화와 함께 20세기 중반 이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1945년 이스라엘 야파에서 태어난 이스라엘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4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에 불편함을 겪기 시작한다. 목발에 의지해 이동할 수밖에 없는 그가 바이올린을 하게 된 건 5세.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10세 때 이스라엘 방송 관현악단과 공연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3세던 1958년 미국의 유명한 TV쇼 ‘설리번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태계 음악가들의 대부인 아이작 스턴의 후원을 받았다. 

본격적인 데뷔는 1963년 카네기홀. 1964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당대를 대표하는 명바이올리니스트로 현재까지 군림하고 있는 그는 바이올린 음악의 성서로 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 6곡,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치오’ 같은 난곡에서 특히 뛰어난 연주를 하는 거장이다. 

펄만의 음색은 두텁고 밀도 있는 비브라토에 바탕을 둔 따뜻한 사운드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기술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그 어떤 난곡이나 어려운 부분에서도 펄만의 표정은 평화롭고, 너무나 편안하고 쉽게 연주를 한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연주하기 만만하다는 착각을 줄 정도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드물게 타 연주자에 비해 큰 손을 갖고 있는 것도 펄만의 특징이다. 4개의 현 위에서 정확한 음을 짚어내며 화려한 기교를 펼치기에 크고 두툼한 손은 사실 큰 단점이다. 하지만 펄만은 그 두툼한 손으로 섬세한 음들을 편안하게 구사하며 타 연주자에게 볼 수 없는 특유의 부드러운 비브라토를 구사한다. 게다가 음색 또한 온화한 표정만큼이나 깊고 따스하다. 오히려 다른 연주자에 비해 큰 손으로 포지션 이동을 적게 하고도 하이포지션 음을 소화해낸다. 

클래식 외에도 펄만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재즈에 관심이 커서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과 함께 음반을 내기도 했고, 영화 음악의 연주에도 참여해 존 윌리엄스가 음악감독이었던 1993년작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메인 테마를 연주해 아카데미 최고 영화 음악 부분을 수상한 바 있다. 

펄만의 연주를 보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그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시간,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그의 활을 들고나온 지휘자로부터 활을 넘겨받아 숨을 고르는 시간, 관객들은 경건하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본다. 하지만 펄만은 이내 유쾌한 웃음을 활짝 보이며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게 연주를 시작한다. 휠체어를 한 바퀴 휙 돌려 보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앉아 있는 거인’. 평화로움 자체기도 하고. 이 거장에게 세계가 존경과 사랑을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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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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