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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가 운명 결정할 ‘마지막 1주일’을 맞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헌재가 지금의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13일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9일이나 10일쯤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은 기간은 길어야 나흘 정도다.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으로서는 직무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느냐 하는 여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이다. 지난 주말 서로 촛불과 태극기를 앞세워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 일대를 비롯한 서울도심 곳곳에서 마지막 여론 총력전을 펼친 시위대의 행렬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두 패로 확연히 갈라져 헌재에 대해 각각 탄핵 인용과 기각을 주장하는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지 간에 어느 한쪽은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권마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극도의 발언을 쏟아내며 민심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양쪽 진영 사이에 치유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이미 깊어진 게 아닌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국정공백이 길어짐으로써 대내외적인 불안 요인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위기만 키울 뿐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미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평의를 진행하고 있다. 탄핵심판 쟁점을 정리하고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다. 내일쯤에는 선고 날짜가 미리 발표될 것이라는 추측도 전해진다. 최종 선고 초읽기에 들어간 헌재의 긴박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 헌재로서도 이번 선고가 뒤탈을 남기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한 자세에서 마무리 작업에 임해 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 관건은 민심의 향방이다. 국론분열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사드보복과 북한 핵개발, 일본의 위안부 공세 등으로 나라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도 마찬가지다. 헌재 판결로 탄핵 정국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헌재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제 길어야 불과 사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2. 말레이 정부의 북한대사 추방 당연하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독살 사건’과 관련해 자국 주재 강철 북한 대사에 대해 오늘 오후 6시까지 말레이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강제 추방이다.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한지 불과 이틀 만에 취해진 강경 조치다. 말레이가 지난달 20일 모하맛 니잔 평양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인 상황에서 강 대사가 추방되면 양국의 공식 외교 채널은 마비된다. 말레이 당국은 이번 조치가 “관계 재검토 절차의 일부”라고 밝힘으로써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 이라는 초강경 카드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말레이의 강 대사 추방 결정은 북한이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한 말레이 경찰 수사를 ‘허위 날조’라며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따른 경고 조치다. 북한은 강 대사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말레이 당국의 수사결과 발표를 ‘속임수’, ‘모략’이라며 비난해 왔다. 말레이가 한국과 야합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북한의 이 같은 무례한 태도에 말레이 내부에서는 북한과의 단교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강 대사 추방은 북한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김정남 독살로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인 잔혹한 공포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외국 여성을 이용해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로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당연하다. 말레이가 북한과 단교한다고 해도 부정적으로 볼 나라는 없을 것이다.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당시 미얀마 정부도 북한과 단교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발뺌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최근 열린 제네바 군축회의에서도 김정남 살해사건 연루 사실은 물론 화학무기 보유 및 사용 자체를 부인했다. 화학무기로 테러행위를 저지른 것은 물론 생떼와 억지로 본질을 호도하려는 술책은 참으로 경악스럽다. 북한은 이제라도 사건의 전말을 시인·사과하고 핵·화학무기 폐기와 추가 도발 중단 등 응분의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뿐이라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은 직시해야 한다.



[매일신문]

3. 서민 살림 가뜩이나 팍팍한데 물가까지 비상이면

1월에 이어 지난달 소비자물가도 2% 가깝게 올랐다. 2개월 연속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2%)에 근접해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2월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류와 교통 물가 인상이다. 그동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던 신선식품 등 농산물 물가가 한 자릿수로 돌아선 반면 석유류`교통 물가는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0.5% 선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2.0%로 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자 소비자들도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국제 유가 오름세로 인해 2월 석유류 가격은 13.3% 뛰면서 전체 물가를 0.54%포인트 밀어 올렸다. 2011년 11월 16.0% 인상 이후 가장 큰 폭의 석유류 가격 상승이다. 게다가 열차`시내버스 요금까지 올라 교통(6.0%) 물가 또한 2011년 12월(6.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전체 물가에 미친 영향은 0.64%포인트에 달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석유류`교통 물가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올 들어 물가 오름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불황에 소득은 정체되거나 떨어지는데도 물가만 거꾸로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불안 심리가 계속 높아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다 올해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과 국제 유가 상승 등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2% 내외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그만큼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가격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가격 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데 물가마저 고삐가 풀린다면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비상 대책에 집중해야 할 때다.



4. 한반도 겨눈 중 미사일엔 입 닫고 사드 정보 밝히라는 야당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지만 야당은 오히려 우리 정부를 향해 사드 배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안보 주권을 지키려면 일치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중국에 겨눠야 할 화살을 국내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44명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미국과 협의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와 국회 보고 절차를 요구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요구는 국가 안보와 군사상의 비밀을 완전히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 내용과 과정을 전면 공개하는 나라는 지구 상 어디에도 없다. 야당의 요구대로 하면 사드 배치의 전략적 유효성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그 비밀을 훤히 아는 무기는 무기로서 가치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이들의 요구에 “과연 대한민국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인지. 북한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할 만하다.



중국은 한반도 내 미군기지나 전략적 요충을 겨냥한 공격용 미사일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백두산 인근 지린(吉林), 산둥(山東), 랴오닝(遼寧)성에 사거리 600~1천800㎞의 단`중거리 미사일 600여 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못지않게 중국의 미사일도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중국에 대한 굴종적 자세이다. 중국의 보복에 대한 야당의 태도는 과연 대한민국을 위한 야당인지, 중국을 위한 야당인지 되묻게 한다.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야당은 지금까지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해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폈다. 이들은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의 방어 무기라는 우리 정부의 설명은 거부하고 사드는 중국의 이익을 해친다는 중국 정부의 일방적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비이성적 보복에 나선 것은 우리가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것은 사드 배치를 놓고 우리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열은 바로 야당이 조장하고 있다. 야당에 묻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중국인가 우리의 안보인가.



[서울신문]

5. 대학 신입생 행사에 술 8000병 구입한 총학

지성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가 이맘때면 잡음으로 얼룩진다. 학생회관에 소주 상자가 가득 쌓여 있는 광경은 속사정이 어떻든 혀를 차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가던 중 버스 사고를 당해 수십명이 다쳤던 금오공대가 또 말썽이다. 학교 현장을 점검했더니 행사를 기획한 총학생회가 소주 7800병과 페트병에 든 맥주 960병을 사서 학생회관에 상자째 쟁여 놓았던 모양이다. 만약 버스 사고가 없어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했더라면 그 많은 술을 학생들이 하룻밤에 다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아찔하다.

이즈음 대학가는 오리엔테이션 등 신입생맞이 행사가 한창이다. 아찔한 풍경은 어느 한 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성추행이나 폭행 등의 불미스러운 사고가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가 이때라고 한다. 학업에 찌들어 있다가 풀려난 신입생과 선배들의 음주 강요 문화가 뜻하지 않은 돌발사고를 빚는 결과다.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가 일어난 이후 정부는 대학의 신입생 행사를 각별히 단속하고 있다. 교육부는 되도록이면 신입생 행사를 학내에서 해결하도록 권장하고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대책이 현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에는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는 경악할 일이 터졌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신입생은 승강기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말고도 상식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심심찮게 확인된다.

이런 악습들이 다른 데도 아닌 상아탑에서 손쓸 수 없는 고질이 돼 간다면 큰 문제다. 힘겹게 입시 관문을 통과한 신입생들에게 교수와 선배가 고작 흥청망청 술판이나 차려 줘서야 말이 되겠는가. 행사 비용에 학부모 주머니가 털리기도 한다니 기가 막힌다.

총학생회만 탓할 게 아니라 이를 지도·단속하지 못한 대학 측도 책임이 크다. 학교 행사의 안전관리에 실패한 대학과 총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성폭력 등 인권침해 교육을 몇 배 더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대학을 엉뚱한 일로 간섭하거나 옥죄지 말고 이런 안전사고부터 예방하고 단속하는 데 소매를 걷어야 한다.



6. 中 옹졸한 사드 보복,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

중국 랴오닝성 검역국이 수입된 한국 식품에 대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통관을 거부했다고 한다. 중국이 5월 개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경제권) 정상회의에 60여개국 정상·각료급 인사를 초청했으나 한국은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한국은 일대일로와 밀접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출자액 규모 5위인 주요 창립 회원국인데, 우리 측을 초청하지 않는다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보복이라고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들 한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의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0%이고 수입은 20.7%이다. 중국의 전체 수출 중 한국의 비중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어 4.4%, 수입은 10.9%로 1위이다. 이런 수치로 미뤄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중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조체제로 얽혀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한국 경제를 옥죄려 하면 중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 국유화 파동 때 중국이 일본에 각종 보복 조치를 가했을 때 일본은 꿋꿋이 버텨 냈다. 중·일 무역이 동시에 줄고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1년 만에 위기를 넘긴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측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슈퍼가 고용한 현지인이 2만명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만 5000여개가 고용한 중국인은 수백만명이다. 자국민을 볼모로 한 중국의 옹졸한 보복을 지나치게 겁내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하는 우리 모습은 중국 측 보복의 강도를 높일 뿐이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인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중국 측 보복의 물결을 이겨 낼 체력이 충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도,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도 이겨 낸 우리가 아닌가.

중국은 어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5%로 제시했다. 지난해 6.7%에 이어 중속 성장에 들어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이 실행되고 한·중 무역이 축소되면 중국의 핵심이익인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에서 “보호무역을 반대하고 이웃나라와 화목하게 지내겠다”고 강조했다는데, 말처럼 사드 보복은 대국답게 접어야 할 것이다.



7.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자살 브로커까지 활개 친다니

섬뜩한 세상이다. 경찰이 3일 사회관계서비스(SNS)를 이용해 자살 방법 등을 알려주고 돈을 받은 ‘자살 브로커’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트위터 계정으로 ‘고통 없이 죽는 법, 100% 확실한 자살’이라고 광고까지 했다. 가스통과 호스, 가스조절기, 타이머, 신경안정제 등으로 ‘자살 세트’와 ‘자살 텐트’를 꾸며놓고 돈벌이에 나섰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집으로 찾아가 가스통을 설치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자살 실험을 위해 애완용 햄스터 2마리를 구매해 가스를 주입해 죽이기까지 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인터넷 등을 활용한 자살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상에는 같이 자살할 사람을 모으거나 자살을 돕고 방법을 알려주는 글과 영상이 넘쳐난다. 초등학생이라도 몇 번의 클릭으로 자살 도구나 방법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당국이 자살을 조장하거나 미화하는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요즘에는 개인 간 SNS를 통해 은밀히 정보를 주고받다 보니 단속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처지다.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구 10만명 자살률은 28.7명으로 2위인 일본의 18.7명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와 사회단체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사회 양극화와 청년 실업, 급속한 고령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무엇보다 자살에 관용적인 사회풍토가 온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끊는 엄연한 살인행위다.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자살을 예방하려면 자살에 대한 이런 사회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자살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한겨레]

8. 탄핵 반대 집회에 청와대가 개입한 짙은 의혹

청와대 인사들이 친박 보수단체 대표들과 수시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통화와 문자 주고받기가 계속된 점으로 미뤄 양측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개최를 위해 입을 맞추는 등 ‘관제 데모’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청와대의 요구에 따른 관제 데모로 밝혀진다면 이는 여론을 왜곡하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짓밟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청와대와 해당 인사들은 통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의혹을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비롯해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등과 지속적으로 통화했다고 한다. 이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할 뿐 아니라 특검 사무실과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위압적 시위를 하고 과격한 언어로 특검 관계자들을 위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특검이 이들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을 정도니 이들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특검은 이들이 허 행정관뿐 아니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낸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등과 통화한 내역도 확인했다고 한다. 양측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가깝다면 청와대가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가 관제 데모를 기도했다는 증언은 진작에 나온 바 있다. 지난해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뒷돈을 대며 어버이연합을 친정부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청와대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집회 개최를 보수단체에 지시했다는 증언이 함께 나온 적이 있다. 허 전 행정관은 당시 친정부 집회 개최를 친박 단체에 지시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렇듯 관제 데모를 지시하고 특검을 협박하는 것은 사회를 혼란으로 내몰 뿐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다.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 인사가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묵과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다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게 아니라 그럴수록 엄중하게 다루어야 마땅하다.



9. ‘탄핵 뒤에도 철저 수사’하라는 국민 뜻

국민의 뜻은 여전히 엄정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목전에 둔 3~4일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뒤에도 철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응답이 절대다수였다. 그 뜻이 왜곡되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절대다수는 진실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인용 뒤 대통령 수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3명 중 2명꼴로 ‘탄핵 뒤에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고 요건이 충족되면 구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철저히 수사하되 구속은 안 하는 게 좋다’는 응답 17.6%까지 합치면 85.4%가 탄핵 뒤에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원했다. 탄핵 뒤 대통령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9.5%였다. 정치적 합의로 대통령의 처벌을 면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그동안 없진 않았지만, 여론은 그런 정치적 절충에서 이미 멀찍이 떨어져 있다. 대통령이 탄핵 선고 전에 자진해서 사퇴하더라도 탄핵심판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응답 역시 3명 중 2명꼴이니 국민의 뜻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분명하다.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이 좌고우면할 이유도 없다.

박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한다는 여론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당시의 80%에 육박하는 75%로, 여전히 절대다수였다. 탄핵 찬성 여론은 반대 여론보다 4배 이상 높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라는 대구·경북이나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탄핵 찬성이 반대보다 많다. 나라가 탄핵 찬반으로 양분됐다는 일부 언론의 ‘양비론’은 진실을 호도하려는 거짓 주장일 뿐이다.

국민의 압도적인 뜻이 거부됐을 때의 반발은 짐작대로다. ‘헌재 결정이 뜻과 다르면 수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3.9%가 ‘수용 못 할 것’이라고 답했다. 탄핵에 찬성한 응답자 가운데 ‘내 뜻과 다르면 수용 못 할 것’이라는 답변은 60% 이상이었다.



탄핵 인용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겠다. 반면에 탄핵 기각을 바라는 응답자 가운데 ‘수용 못 하겠다’는 응답은 33.2%였고,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4.2%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친박 세력이 집회에서 탄핵 결정에 대한 불복을 외치고 있지만, 탄핵 반대층에서도 동조는 크지 않은 셈이다. 혼란을 부추기려는 선동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민일보]

10. 최순실 일가 불법 재산 끝까지 추적해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 벌인 수사 결과를 6일 공식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박 특검은 직접 단상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집값을 대신 내는 등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수사 결론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될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씨 일가와 주변 인물들의 재산 추적 결과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전담팀을 꾸려 최씨 일가와 관련자들의 재산 내역을 추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최씨의 재산은 200억원대 수준이다. 특검은 최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과 강원도 평창 땅, 예금(17억원) 등을 합해 총 228억원(거래신고가 기준) 상당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씨 일가와 주변 인물 약 40명을 상대로 한 재산 추적에서는 총 2200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가운데 최씨의 동생인 최순천씨의 재산이 1600억원대로 가장 많았다.

특검은 최씨 차명재산 등을 일부 밝혀내고 최씨 일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정황을 포착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불법 재산 축적 여부에 관해선 아직 눈에 띌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씨 일가의 재산 규모와 재산 형성 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얘기다.



특검과 법무부에 따르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조력자들은 독일 등 유럽 각국에 스포츠·부동산 분야의 페이퍼컴퍼니 수백개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들 유령회사는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 등 주로 조세도피처로 알려진 곳에 만들어져 현금과 부동산 등의 형태로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액의 차명 재산을 숨겨놓았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최씨 일가의 부정 축재는 국정농단 못지않은 단죄의 대상이다. 검찰은 특검이 하지 못한 최씨 일가 재산 형성 과정의 전모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뇌물을 받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이 있다면 반드시 몰수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용할 법이 없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환수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세계 3대 블루치즈 ‘고르곤졸라’ 달면서 톡쏘는 오묘한 맛 ‘푸른곰팡이 마술’

고르곤졸라 하면 피자나 스파게티를 떠올리는 분이 꽤 있다. 반면 “그게 뭐야?”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고르곤졸라는 푸른곰팡이균을 이용해 만든 블루치즈 종류로 이탈리아 요리에서 각광받는 식재료다. 정확한 기원은 문서로 남아 있지 않지만, 밀라노 외곽에 있는 고르곤졸라 지역에서 처음 생산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고르곤졸라가 위치한 포밸리 지역은 소의 방목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으로 매년 봄이면 소떼들이 목초지를 찾아 평지에서 산으로, 가을에는 산에서 평지로 대이동을 했다. 소떼의 대이동 중 잠시 쉬어가는 마을 중 하나가 고르곤졸라였다고 한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고르곤졸라에 신선한 우유가 넘쳐났기에 이 우유를 버리지 않고 저장할 목적으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르곤졸라의 탄생 배경으로 재미있는 러브스토리가 전해져 내려온다. 15세기경 고르곤졸라 마을에서 치즈를 생산하던 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생각에 빠져 치즈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응고시켜놓은 커드(curd)를 밤새 그대로 내버려두고 말았다. 청년은 자신의 실수가 들통날까봐 이 커드를 버리지 않고 새로 만든 커드를 그대로 덮어 숙성을 시켰다. 그 후 몇 주가 지나자 망친 줄로만 알았던 치즈에 푸른색 곰팡이가 피어났고 의외로 맛도 훌륭했다나. 

이후 고르곤졸라는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 나갔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인근 유럽 국가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고르곤졸라의 약 30%가 해외로 수출된다. 유럽연합에서는 원산지 명칭 보호법에 따라 고르곤졸라와 인근 교외 일부에서 제조된 치즈만 고르곤졸라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르곤졸라는 미색 바탕에 푸른색 곰팡이가 마치 혈류가 흐르듯 마블링돼 있다. 단맛이 돌고 크림처럼 부드러운 돌체(dolce, sweet)와 블루치즈 특유의 톡 쏘는 맛이 강한 피칸테(picante, spicy)의 두 종류로 나뉜다. 가장 무난하게 먹는 고르곤졸라 돌체의 숙성 기간은 약 60일 정도며 식감이 부드러워 그대로 빵에 발라 먹거나 가볍게 무화과나 배에 곁들여 먹는다. 냄새나 맛에 민감해 그냥 먹기에 꺼려진다면 파스타나 스테이크 소스 등 열을 가하는 재료로 활용하면 특유의 향이 약해져 먹기에 좋다. 피칸테는 청록색의 곰팡이가 피고 숙성 기간이 보통 1년 이상으로 길며 비교적 질감이 단단해 잘게 부서진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고르곤졸라 피자 위에 뿌려지는 치즈는 대부분 피칸테다. 이외에 리소토나 파스타의 소스로 활용하거나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피칸테는 꿀을 곁들여 먹으면 특유의 강한 맛과 향이 중화된다. 

영국의 스틸튼, 프랑스의 로크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블루치즈로 손꼽히는 고르곤졸라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단백질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치즈에 비해 지방 함량은 적은 편이다. 

특히 고르곤졸라가 가진 블루치즈 특유의 맛과 향은 담즙과 췌장액의 분비를 자극해 지방과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고르곤졸라를 많이 먹은 사람의 소화 기능이 우수하고 건강해 장수한다는 설이 전해진다.

예전에는 하루 전날 만든 커드와 새로 만든 커드를 섞어 반죽하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천연동굴에서 이를 숙성시켜 자연스럽게 푸른곰팡이가 피도록 했지만, 오늘날에는 치즈 장인들이 페니실린 곰팡이(Penicillium) 포자를 사용해 고르곤졸라 치즈를 만든다. 플레밍에 의해 발견된 페니실린 곰팡이가 인류를 더 건강하게 지켜주는 비밀의 열쇠가 된 것이다. 

고르곤졸라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치즈므로 먹을 만큼만 사서 되도록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너무 차게 두면 맛이 더 강해지므로, 먹기 전 적어도 30분 정도 상온에 꺼내둔다. 회색이나 핑크빛이 도는 외피는 먹지 않으며 산화돼 푸른곰팡이가 노랗게 변한 부분은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필자는 수많은 치즈 중 고르곤졸라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상한 음식인 줄 알고 입에 넣자마자 바로 뱉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마치 상한 두부 같은 느낌이랄까? 그때를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어쩜 그리 맛이 없던지! 만약 외국인이 난생처음 청국장을 먹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상상이 될 것이다. 필자가 처음 고르곤졸라를 먹었을 때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고르곤졸라의 참맛을 알았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치즈가 있어’라며 미소를 짓게 됐다. 

영국의 스틸튼·프랑스의 로크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블루치즈
고르곤졸라펜네 잘하는 집 올림픽공원 ‘마시떼’ 추천

고르곤졸라는 대개 리소토나 피자에 많이 이용되는데, 그중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요리는 고르곤졸라펜네다. 펜네란 곱창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파스타인데, 고르곤졸라와 만났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가 완성된다. 일반 스파게티로 할 때는 그렇게까지 맛있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참 신기한 일이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버터와 생크림, 우유 그리고 고르곤졸라를 함께 녹여 펜네를 넣어 함께 잘 저어준다. 농도와 맛이 잘 스며들면 접시에 담아 통후추를 갈아 뿌려서 마무리해준다. 펜네의 식감이 수제비 같으면서 농후한 맛의 치즈가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고르곤졸라펜네를 잘하는 집으로 올림픽공원에 있는 ‘마시떼’라는 파스타집을 추천한다. 작고 아늑한 분위기에 연인끼리 가볍게 와인 한잔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파인다이닝 형태의 맛집은 아니지만 가성비와 음식 맛이 좋고 처음 가는 분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이곳 고르곤졸라펜네는 너무 러블리하다. 고르곤졸라와 트러플오일 그리고 모차렐라, 그라노파다노치즈 등 여러 가지 치즈의 오묘한 맛을 한입으로 즐길 수 있다. 치즈가 많이 들어가 느끼한 맛의 파스타라고 상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느끼함보다는 깊고 진한 맛의 맛있는 파스타를 만날 수 있다. 

요즘엔 세계 각국의 재료와 음식들을 한국에서도 손쉽게 맛볼 수 있기에 너무 행복하다. 먹는 즐거움이 행복을 부른다. 그렇기에 맛있는 음식은 제로칼로리다!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사라 장(장영주) 한국이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지난해 음악 좋아하는 이들 가운데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자녀를 음악가로 성공시키려면 아들은 ‘성진’으로, 딸은 ‘지영’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문지영이 부조니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임지영이 우승하면서 나온 유쾌한 농담이었다. 2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이름이 아닌 성이 유행이었다. 한국이 낳은 신동 장영주와 장한나 때문이었다. 즉, 아이를 음악가로 키우려면 성이 ‘장’ 씨여야 한다고. 갑자기 장 씨 성을 가진 남성들의 인기가 폭주한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장영주(Sarah Chang, 1980년~). 그녀의 이름은 ‘신동’으로 시작했다. 한때 ‘장 씨’ 붐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불과 10살에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과 협연으로 데뷔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2년 후 12살에 EMI에서 세계 최연소 음반이 발매됐고, 13살에 그라모폰 선정 ‘올해의 연주자상’을 받았다. 협연자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베를린 필과 음반 3개를 녹음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신동이 재능을 성인이 될 때까지 무사히(?)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장영주는 사람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신동에서 정상의 프로페셔널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 연주자다. 일 년에 100여개 연주회를 소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로 꼽힌다. 2008년에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한 ‘세계의 젊은 리더’로 뽑히기도 했다. ‘사라 장’이란 이름이 음악가로서뿐 아니라 ‘음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필라델피아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부친과 작곡가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은 당연히 그녀의 일상생활이 됐다.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은 6살 때 줄리어드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의 제자가 됐고 8세 때 주빈 메타에게 보내졌다. 메타는 그녀의 연주를 듣고 바로 다음 날 자신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세웠다. 이후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자로 서면서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신동’이 됐다.

장영주는 더 이상 ‘신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 완벽하게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정상의 연주자로 우뚝 섰다. 

그녀와 연주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일일이 거론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사라와 협연하지 않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찾아보는 편이 빠를 것이다. 음악팬으로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또 나날이 변화하고 성숙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언제까지고 응원하며 ‘존재 이유’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그런 인물이 됐다. 

고맙게도 올해 그녀의 무대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어느새 30대 중반의 원숙한 경지에 이른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여줄 음악은 또 어떨 것인가? 기대와 설렘이 그녀를 기다리게 한다. 기분 좋은 기다림이다.



3. [매일신문][매일춘추] 인문학으로 나를 찾는 책 쓰기

‘나는 누구인가’로 검색을 하면 이미 동명으로 출간된 책들이 쏟아진다. 2000년 이후로 더욱 두드러지는 이 현상은 ‘나를 찾고자’ 하는 욕구의 표출로, ‘나 상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다니다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같은 자리를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선원을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을 수면 위에 떠 있었을 뿐이다." 그의 말처럼 생존하기만 할 것인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인생을 살 것인가.



하버드대학에서 내세운 교양 교육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 감각을 어지럽혀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독서와 글쓰기’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겠다.



나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책 쓰기를 권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그들을 만나보면 왜 글을 쓰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 ‘나를 찾고 싶어서’인 경우가 다수이다. 실제로 자아 성찰적 글쓰기는 자신을 이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며 문학치료학이 나올 정도로 글쓰기는 자기 치료의 측면도 갖는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의 지배가치를 이해하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찾아나서는 과정이다.



채사장은 자신을 성장시킨 책을 소재로 ‘열한 계단’이라는 인문학적 수필을 내놓았다. 그는 세상에는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과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며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책을 읽을 것을 권장한다. 또한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당신은 어떤가, 불편함을 즐기고 있는가.



어느 날, 필이 꽂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깊이 꽂아야 한다. 하지만 불만족스러운 무언가가 항상 나를 붙잡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불편함을 견뎌보라. 그것이 바로 나를 찾는 길의 열쇠다. 작가는 어차피 아무나 하는 것과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 사이의 적정선을 걷는 것이다. 인생은 경험과 사유의 반복을 통한 깨달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한다. 쓰면 쓸수록 자신만의 색깔이 나온다. 자신을 믿고 원하는 길을 가라. 책 속에 길이 있다.



4. [조선일보][일사일언] 말러와 친해지기

"말러는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을 위한 음악인 것 같아. 나는 영 모르겠더라."


최근에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들어본 친구가 말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한 아내에게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주회에 다닌다.



 "모르겠다는 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뭔가 형태를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쾅 쾅 어쩌고 뿐이고, 곡이 끝나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흠…. 나는 과연 말러를 아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음악을 안다는 게 뭔가 싶기도 하다. 당장 나도 오늘 연주하고 있는 곡을 잘 모른다. 내가 맡은 부분만 아는 상태로 연주하고, 끝나면 얼마 못 가서 잊어버리는 곡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잘 아는 곡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해서 연주하고, 듣고,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작곡가의 한 작품을 알고 좋아하게 되면 그의 다른 작품도 찾아 듣게 되고, 그와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은 다른 작곡가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끝없이 넓은 음악의 세계 안에서 발걸음을 내디딜 방향을 가늠하는 자기만의 지도가 생긴다. 내 경우, 바그너와 브루크너의 작품을 몇 곡 연주하고 나니 말러가 훨씬 친숙하게 느껴졌다. 말러는 영 모르겠다는 친구도 다양한 음악을 접하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말러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소리가 끝나자마자 사라지는 데다가 가장 추상적인 예술이라 당연히 기억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은 녹음을 구하기가 쉬워져서 뭐든 다시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나는 모르겠으면 한 번 더 들어보고, 다음 기회에 또 한 번 들어본다. 익숙해지면 즐기게 되고,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5. [중앙일보][김호성의 왜 음악인가] 클래식 강국? 글쎄요

올해 서울의 공연장은 마치 수문장 교대식장 같다. 우선 베를린 필하모닉의 현재 수장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필과 함께 11월 내한한다. 또 베를린필을 내년에 넘겨받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9월 한국에 온다. 베를린필의 현직·차기 지휘자가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이번엔 런던심포니를 중심으로 보자. 수석 객원 지휘자인 대니얼 하딩이 지난달 런던심포니와 내한했다. 런던심포니를 2015년까지 이끌었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2월 한국에서 공연한다. 내년부터 런던심포니를 맡을 지휘자는 11월에 오는 사이먼 래틀이다. 런던심포니의 전직·현직·차기 지휘자가 모두 한국에서 연주한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미래가 궁금한 이들에게 서울 방문을 권해도 될 만한 해가 올해다. 뉴욕 필하모닉을 내년에 맡을 지휘자 얍 판 츠베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2020년부터 이끌 야닉 네제 세갱도 한국에 온다.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 헤보의 2년차 상임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의 실력이 궁금한 이도 11월 서울에 오면 된다. 한국은 정말 세계 클래식 중심지가 된 것일까? 한눈에 보면 확실히 그렇다. 거의 모든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 관계된 대부분의 지휘자가 서울에 온다. 뿌듯해하는 게 맞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오케스트라, 특히 유럽의 교향악단은 돈이 급하다. 지난해 말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베를린필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보도했다. 시 예산과 도이체방크, 폴크스바겐의 후원을 받아왔지만 세 곳 모두 장기적인 지원 약속을 하지 못한다. 베를린필이 독일 정부 산하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럴 때 그나마 믿을 만한 수입원이 해외 투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순회 연주로 벌어들이는 돈은 오케스트라 수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 기획자는 “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의 한국 공연 제안 자체가 부쩍 늘었고, 웬만한 오케스트라는 개런티 협상도 원활해진 편”이라고 했다.

그들이 서울을 자꾸 찾는 건 기자회견장의 박제된 답변인 “한국 청중은 우호적이고 뜨거워서 좋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아 도시들은 그들의 중요한 재정 공급원이 돼가고 있다. 베를린필은 1878년 창립 후 1984년에야 첫 내한했다가 21년 후인 2005년 두 번째로 들어왔다. 그 후 12년 동안 세 번 내한했다. 세계 톱 오케스트라들이 점점 촘촘한 간격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국이 클래식 강국이 됐기 때문일까? 글쎄, 현실은 생각보다 늘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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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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