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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검찰은 왜 미인도 진품 판정에 집착하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결국 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에 불복해 천 화백 유족 측이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정신청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검찰 결정에 맞서 법원에 직접 기소 여부를 가려달라는 절차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재판이 진행된다. 검찰 수사로 위작 시비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검찰과 유족 간 갈등만 커지고 논란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천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 등 유족 측은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발표한 검찰 수사 결과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가짜인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김 교수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 수사에서 문제의 작품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서울고검의 항고기각 결정으로 검찰은 이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는 기존 판단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진품 주장에 허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적외선과 X선 검사 이외에 이렇다 할 과학 검증을 하지도 않고 ‘안목 감정’ 등 신뢰할 수 없는 증언을 토대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세밀한 단층검증 기술을 가진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조사 결과는 묵살했다고 주장한다. 진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뤼미에르의 결론이다. 유족 측은 “이처럼 성의 없는 사건 처리는 청산돼야 할 적폐”라며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유족 측의 항의나 지적이 아니라도 검찰 태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더욱이 검찰은 항고인 진술 요청은 물론 면담신청도 묵살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한다. 수사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안목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다. 일각에서 미리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수사 내용을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아무쪼록 유족 측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정에서 모든 논란이 명쾌하게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2. 인권위 위상과 함께 높아져야 할 인권 의식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목소리가 정부 기관에 제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또 인권위 권고의 핵심 사항은 무시한 채 부가적인 사항만 수용하는 사례와 불수용 사유, 이행 계획 등을 제대로 회신하지 않는 형태도 없애도록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 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대통령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차별행위 등에 대한 조사와 구제 조치에 나서는 준사법기구이자 인권전담 국가기구다.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구로 업무 수행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위원회는 국회(4명), 대통령(4명), 대법원장(3명) 등이 각각 지명토록 해 독립성과 함께 다양성을 갖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부 기관이 그동안 이를 무시해 온 게 사실이다. 조 수석이 이날 “경찰과 구금시설 등이 인권 침해 사례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며 개선책 마련과 함께 경찰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을 주문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가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위원회의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또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 항목에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인권위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데 정부 기관들이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고, 인권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 또한 활발해질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형식화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 수석의 지적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권위는 소외된 약자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사회 구석구석의 인권침해 요소 등을 찾고, 개선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통념이란 이름으로 침해당하는 개인의 권리까지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 차제에 국가기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길 바란다.



3. 인센티브 주며 고용창출 자율 참여 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 매월 개별 기업별로 재계의 일자리 동향을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에 이어 대기업들의 일자리 만들기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일자리 창출이 공공 부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민간 영역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자리 상황판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정책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는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여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직접 매일 수치를 확인하게 되면 단순히 보고받고 지시하는 것보다 일자리 정책을 더 고민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일은 지표 확인만으로는 어렵다. 현장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고용 동향까지 챙기겠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음을 의미한다.



청년실업률은 11%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취업 활동 중단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4%다.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실제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34%다. 청년 셋에 한 명이 사실상 백수다. 대기업의 일자리 동참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재계의 고용 창출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업들의 자율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옳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기업이 인센티브를 확연히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제도 등을 확 뜯어고칠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연구개발(R&D) 인력을 남기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도 R&D 세액공제 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국내 일자리 창출 기업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고용 창출 실적에 따라 법인세를 차등화해 일자리 창출을 물 흐르듯 유인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는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자리위원회에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을 모두 참여시켜 머리를 맞댈 것을 당부한다. 일자리위를 당분간 임시 노사정위원회처럼 운영해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만하다.

일자리 만들기에 기여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은 그간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법안 처리에서부터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의료 등 부작용과 시비의 소지가 큰 조항은 빼더라도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켜 교육·관광 등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4. 국익과 자존 우선의 당당한 대중국 외교 펼쳐야

새 정부 출범과 특사 파견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중 관계 개선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해찬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중 특사단이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교적 온건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달리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등은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권 출범 이후 발 빠른 축전과 정상 통화, 한류 규제의 한한령(限韓令) 고삐를 늦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중국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강공 모드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와 기세 싸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드 배치에 유보적 태도를 보여 온 한국 새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성격이 짙다.



먼저 중국의 의지가 최대한 관철되는 ‘사드 철회’를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그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한국이 고려하게 하는 전략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도는 걱정스럽다. 특히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우리 대통령 특사를 아랫자리에 앉히는 의전에 의아심을 갖고 있던 우리로서는 행여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특사의 자리 배치가 시 주석이 지난 4월 홍콩특별행정장관 당선인을 면담할 때와 같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드를 돌려보낼 수 있다는 발언 등이 그런 예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치는 북핵의 위협성 여부를 판단해 우리 스스로 내리는 주권적 사항의 일이다. 중국의 압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특사를 파견하며 국익 중심과 자신감 있는 외교를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국익과 자존을 우선하는 당당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세계일보]

5. 수사권 조정 대원칙은 국민 기본권 신장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의 인권 침해를 바로잡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발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언급했다. 수사권 조정이 문 대통령 공약임을 재확인하면서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경찰 자체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가고 싶으면 ‘인권 경찰’부터 되라고 주문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단순히 두 기관의 기능조정 차원이 아닌 인권 강화 문제로 접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수사권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으로 인한 폐해가 막심하다. 검찰이 기소권, 수사권, 경찰 수사지휘권, 기소 여부 결정권, 기소 종결권 등 형사·공소 관련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것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사법개혁특위는 2011년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수사 진행권을 인정하는 조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도 지지부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 검찰권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의원들을 비롯한 ‘검찰가족’의 치열한 로비가 먹혔던 탓도 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국민 상당수가 경찰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엄연한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검찰 못지않게 낮다. 전·현직 경찰 총수들이 각종 비위에 연루돼 국민적 망신을 산 일이 적지 않다. “치안 총수들이 이 정도이면 그 밑의 경찰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을 입증하듯 일선에서 민원업무를 보는 경찰관들의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수사권을 요구하기에 앞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능력과 자질 향상 등 경찰조직 전반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2000명 검찰보다 14만 경찰이 낫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은 국민들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수사권 조정이 두 기관 간에 권력을 적당히 배분하는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제도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대원칙이다.



[매일신문]

6. 총리 후보 부인 위장 전입, 공직 배제 5대 비리 아닌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 부인의 위장 전입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24일 “출퇴근을 위해서”라던 당초의 해명을 번복하고 “서울 강남 학교 배정을 위해서” 위장 전입을 했다고 시인했다. 위장 전입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 인사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5대 비리의 하나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려면 이 후보자 카드를 버려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 지명한 첫 공직 후보라는 점에서 가능하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이미 국민에게 한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뭉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국민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새 정부의 공직 인사가 일방통행으로 비칠 경우 여론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부터 자신의 원칙을 깼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장녀의 이중 국적과 위장 전입을 확인했지만, 지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이 후보자와는 전혀 다른 경우다. 그럼에도 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적임자이기 때문이란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으로 동북아시대위원장에서 물러났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임명도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도 지난 2015년 석사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15군데에서 인용 없이 동일한 문장을 사용했지만, 서울대는 연구 윤리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며 덮었다.



이런 사실은 문 대통령의 공직 인사 배제 원칙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낳는다. 원칙을 계속 어긴다면 문재인정부의 도덕성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문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려들면 흠결이 없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인물을 찾는데 애를 먹을 것이다. 과연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7. 낙동강 '녹조 라떼' 원인 가축 분뇨, 늦기 젼에  대책 세워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 흩어진 무허가 불법 축사는 6만190곳으로, 전국 축산 농가의 51.2%에 이른다. 적어도 축산 농가 두 군데 중 한 곳 이상은 무허가 축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시행 이후 1년이 지나도 합법화에 나선 농가는 2천600곳으로 전체의 4.5%에 그쳤다. 정부의 무허가 불법 축사 적법화 사업이 효과를 보지 못해 하나 마나 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허가 불법 축사의 방치를 우려하는 것은 환경에 미칠 심각한 영향 탓이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출되는 축산 분뇨는 하천과 강물, 호수, 토양의 오염은 물론 각종 전염병의 발병 등 원인이 되고 있다. 정화시설조차 없는 불법 무허가 축사를 그냥 두고는 환경오염과 전염병 발병을 막는 일은 어렵다. 정부가 가축분뇨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이런 불법 무허가 축사를 폐쇄하거나 시설 보완을 서두르고 지난해 5월부터 적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사업 실적은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경기도가 그나마 9.5%로 가장 높고 전북 8.6%, 충남 6%, 경남 4.6%로 전국 평균(4.3%)을 넘었을 뿐이다. 경북과 충북은 각 2%로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의 원인은 많다. 먼저 돈이다. 내야 하는 강제이행금에다 시설 보완에 드는 돈이 만만찮다. 행정절차도 복잡하고 축산농의 고령화도 한몫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정부 정책을 어기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이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그냥 둘 일은 아니다. 특히 4대강의 녹조 발생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류의 오염원 차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축산 분뇨와 산업단지 등 지류의 오염원을 해결하지 않고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6월부터 예정된 4대강 보의 상시개방이 이뤄지더라도 강 오염의 근본적 처방은 사실상 어렵다. 정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원인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가 비용 부담 감면과 행정절차 간소화 등 농민이 따를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아쉽다. 물론 농가의 동참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8. '해피벌룬' '웃음가스' 신종 유사 환각제 확산 막아야

병원에서 마취제로 쓰이는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담아 흡입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흡입 시 여러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물질인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속칭 ‘해피벌룬’ ‘해피가스’ ‘웃음가스’ ‘마약풍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면서 대학가와 유흥가에서 퍼지는 등 신종 유사 환각제로 오`남용되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치과 수술 등에서 마취 또는 마취 보조제로 사용되는 투명한 기체로 흡입 시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기분을 몽롱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신 사람은 20~30초간 마치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과도하게 흡입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노출될 경우 호흡 곤란이나 일시적 기억 상실을 일으키고 심하면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아산화질소의 의료 목적 외의 개인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해 5월부터 허가된 용도 외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산화질소가 ‘해피가스’ 등의 이름으로 둔갑해 몇 달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흡입하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홍보하면서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 공급책을 마련해놓고 배달 영업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해피벌룬`웃음가스 등을 입력해보면 아산화질소를 용기에 담아 배송 판매한다는 광고가 쏟아진다.

 
언론의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법이 아직 없다 보니 판매 또는 개인이 흡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수입업체와 유흥주점협회, 외식업협회 등에 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래서야 신종 유해 화학물질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아산화질소를 본드처럼 화학물질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거나 마약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법`규정을 정비하고 경찰도 단속에 나서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매일경제]

9. 3無 원칙으로 출발한 대통령 - 수석보좌관 회의 보기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정권에서 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라 해서 '대수비'로 불렸는데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경제·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회의에서 달라진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최소화해 지시 하달을 줄이는 대신 상호토론 시간을 늘렸다. 문 대통령은 '사전결론' '받아쓰기' '계급장'이 없는 '3무 회의'를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는 잘못된 방향에 대해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라며 "여기서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참모들과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등 탈권위 소통행보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열린 형식의 수석·보좌관 회의도 그 연장선상이지만 다른 어떤 스타일 변화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각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국정 결론을 내는 자리라면 청와대 참모회의는 국정의 출발점 같은 것이다.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통해 내각에 자율권을 준다고는 해도 대통령제하에서는 역시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참모회의에서 기본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국정은 헝클어지게 돼 있다. 

어느 조직이나 회의가 중요한 것은 토론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보다 중요하게는 치명적인 오류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석·보좌관 회의를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시각은 정확하다. 단 이게 가능하려면 회의가 회의다워야 한다. 세상에 전지전능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의 생각이 곧 결론이 되고 참모는 그 결론을 받아 적느라 바쁜 회의는 국정을 왜소하게 만들고 오류에 노출시킨다.



지난 정부의 회의가 대체로 그랬다. 심지어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할 기회조차 드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판단 착오를 최소화하려면 참모는 수시로 직언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의 귀는 열려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충돌하는 의견을 보듬어 최선의 결론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형식 전환을 국정 정상화로 가는 하나의 계기로 평가하고 싶다.



10. 김영란법·규제프리존에 대한 李총리 후보자의 유연한 사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해 여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영란법을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맑고 깨끗한 사회라는 가치는 포기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겨선 안 되기 때문에 양자를 다 취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지 검토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법에 대해서도 "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겠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유연한 사고를 보였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후 축산과 화훼 농가, 음식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화훼 농가 매출이 30~40% 감소했고, 꽃 판매와 유통, 운송업자 등 관련 종사자들이 도미노처럼 피해를 입고 있다. 단가가 높은 한우도 마찬가지다. 명절 선물 수요가 급감하며 축산 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음식점도 10곳 중 3~4곳의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식당들이 종업원을 줄이면서 외식업계 고용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를 염려한 이 총리 후보자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의 전략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등 혁신 기술을 키우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취지에서 2015년 12월 발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규제를 대폭 풀면 대기업들에 특혜만 주고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 후보자가 당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겠다고 말한 이유는 규제프리존법이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리 후보자는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전임 정부가 한 일이라 해서 '나는 모르겠다' 하지 않고 문재인정부의 숙제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는데 가장 먼저 김영란법 개정과 규제프리존법 처리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는 책임 총리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금요 포커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의 규제 혁신

‘내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연인들의 언약처럼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1791년 제임스 매디슨의 주도하에 제정된 후 200년 넘도록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종종 해석상 논란이 벌어진다.



2010년 연방대법원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물’도 수정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표현’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칼리아 대법관에게 동료 대법관이 농담을 건넸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제임스 매디슨이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법 제정 당시 문구의 원래 의미를 중요시하는 스칼리아 대법관을 비꼬는 의미가 담긴 농담이었다.



이에 대해 스칼리아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아뇨, 나는 매디슨이 폭력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수정헌법 제1조가 채택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폭력적인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요?”

스칼리아는 표현이 폭력적이더라도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2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 지켜야 할 명제로 보았고, 그 매체가 신문인지 소설인지 비디오게임인지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듯이 표현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같이 사회 경제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 본질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 있는 반면 경제·금융법과 같은 기술적·전문적인 법규는 제정 당시 전제가 되었던 상황이 크게 변했는데도 적시에 개정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유지해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판별하는 일은 법과 제도를 고안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숙제이다.

요즘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변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컨대 ‘예금’이란 은행 점포에 들어가 창구에 돈을 맡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통장을 교부받으며 필요하면 맡겼던 돈을 영업시간 내에 찾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점포가 없고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며 영업시간도 제한 없는 은행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더 편리하다고 느껴 선호하면서 법과 제도도 부지런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실명제에 따라 창구를 방문한 고객이 행원과 대면해 실명을 확인받아야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증 사본의 온라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됨에 따라 대면 절차 없이도 원하는 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험 역시 전형적인 계약 체결의 모습은 보험설계사를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상법과 보험업법은 보험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설명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로 보험계약자의 서명을 받게 했다. 심지어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보험사가 전화해 확인하는 제도인 ‘해피콜’도 있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보험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두꺼운 책자였던 약관이 전자서적 형태로 대체되고 있고 보험계약자가 주도해 온라인으로 보험가입을 할 수 있는 비대면 보험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보험업법령이 개정돼 전자서명으로도 보험계약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적은 온라인 보험은 해피콜을 생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계약자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는 유지하되 그 확인방법은 기술 발달에 맞추어 바꾸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보험권에서 제도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사람인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상법에 따라 아직도 ‘서면’으로 한정된다.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목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자서명이나 공인인증서 방식의 확인도 가능하고 홍채나 정맥 인식 등 본인의 동일성 여부를 더 정확히 인식할 수단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혁신은 늦다. 지난 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생활화에 걸맞게 우리의 사고도 변화하고 법과 규제도 적시에 혁신되길 기대해 본다.



2. [조선일보][일사일언] 아버지의 가위

소련 붕괴 이듬해, 아버지는 에스토니아로 갔다. 수도 탈린 외곽 한국인이 운영하는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제품 검수와 납품을 하며 아버지는 타지에 적응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구소련은 혼란과 빈곤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강대국의 영광은 사라졌고, 루블화(貨)는 그저 종잇장에 가까웠다.

아버지의 눈에 밟힌 건 빈민가 아이들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버지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이발을 해주셨다고 한다. 종종 그 아이들의 부모도 아버지를 찾아와 머리를 맡겼다. 휴가차 한국에 들어온 아버지는 질 좋은 가위와 면도기를 먼저 챙겼다. 가족보다 빈민촌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가 야속했지만 공장 이야기보다 머리 자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귀국한 아버지는 에스토니아에서 익힌 실력으로 내 머리를 손수 잘라 주셨다.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입학식 때도 그랬다. 해가 갈수록 머리카락 길이가 들쑥날쑥해졌다. 아버지는 가위가 잘 들지 않아 그렇다고 말씀하셨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저를 바로 쥐기 힘들 만큼 수전증이 심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가위를 든 건 내가 입대하기 전날이었다. 이미 짧게 잘라 더 자를 머리도 없었지만 굳이 의자에 앉혔다. 구레나룻 잔털을 정리하며 아버지는 에스토니아 빈민가 아이들을 이야기하셨다. 요즘 TV에 동유럽 사람들이 나오면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는 말씀과 함께.

이발을 마친 뒤, 아버지는 장롱 깊숙이 가위를 넣어 두셨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짐작했다. 빈민가에서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청년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자신의 손을 주무르며 "에스토니아 아이들은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읊조리는 환갑의 아버지만 곁에 남아 있음을.



3.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 인사이드] '옥자'가 던진 파문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만 영화인가, 아니면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보는 영화도 영화로 봐야 하는가. 영화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작품의 내용보다 상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수상을 배제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자’는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의 유통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위원장은 왜 ‘옥자’를 영화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가.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산업은 상영과 배급, 제작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되고 나중에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도록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면서 극장 상영업자들의 경계심은 높아져 갔다. 이번 ‘옥자’ 파문의 배경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영업자들과 영화제작자들이 미국 넷플릭스의 유럽시장 진출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상영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극장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극장상영 시스템은 침체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의 세계영화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아 ‘옥자’는 극장상영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190개 나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옥자’를 볼 수 있다.

영화제작 분야의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상영에서 더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70억원을 투자해서 만든 온라인 영화다. ‘옥자’에는 국내 배우로는 안서현,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배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등이 출연한다. 영화제작에 있어 글로벌화가 진전될 경우 국내 영화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문화주권의 상실도 염려된다.

영화산업에 거세게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국내 진출 1년을 넘긴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에 제작비를 아낌없이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반면에 국내 온라인 상영업체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다면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우리 영화산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본력과 시스템으로 국내 영화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영화 ‘옥자’가 몰고 올 파장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4. [국민일보][시온의 소리] 노래가 힘이다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끝났다. 요즘은 정통사극보다 퓨전사극이 대세인 게 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역사상 중요한 시기를 통과하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가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해 도무지 텔레비전을 떠날 수 없었다.

주옥 같은 대사도 많았고 오늘의 정치현실을 시원하게 비꼬는 ‘사이다 풍자’도 넘쳤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와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드라마 삽입곡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향주목 결사항쟁’ 장면에서 사지에 몰린 홍길동을 응원하며 민중이 함께 ‘익화리의 봄’을 부르던 장면은 단연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봄이 와도 봄이 온다 말을 못 하고 동장군이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해가 떠도 해가 뜬다 말을 못 하고 밤바다가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곤 했다. 그렇게 부르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다른 노래 ‘봄이 온다면’도 중독성이 있지만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흥보다 한이 더 깊이 새겨진 탓인지 ‘익화리의 봄’이 훨씬 더 진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어디 그 노래뿐이랴. 노래 자체가 본래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닐까. ‘서동요’만 해도 그렇다. 백제의 서동이 흠모하던 신라의 선화공주와 혼인에 이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노래 덕분이었다. 신라의 서울 한복판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들 그의 연모는 한낱 ‘한여름 밤의 꿈’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기왕 노래의 힘을 곱씹는 마당에 발트 3국의 ‘노래 혁명’(Singing Revolution)을 지나칠 수 없다. 발트 3국은 발트해 남동해안에 위치한 세 나라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가리킨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 나라들은 예로부터 이민족과 강대국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가 18세기에 러시아의 영토가 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독립을 맞이했는데 해방의 기쁨도 잠시, 야만적인 국제정치에 휘말려 1940년에 또다시 소련의 지배 아래 들어갔던 것이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가 뒷심을 잃으며 연방 전체에 분열의 조짐이 보이자, 발트 3국 주민들의 가슴에도 서서히 봄의 노래가 깃들기 시작했다. 1989년 8월 23일,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부터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 이르기까지 장장 640㎞ 인간 사슬이 만들어졌다. 에스토니아인 70만, 라트비아인 50만, 리투아니아인 100만을 합쳐 무려 220만 명이 손에 손을 붙잡고 찬송가와 민속노래를 부르며 자유를 외쳤다. 이 노래 혁명으로 세 나라는 마침내 독립을 맞이했던 것이다.

지난주 5·18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제창됐다. ‘그까짓 노래가 뭐라고’ 이 소동인가. ‘합창’이면 어떻고 ‘제창’이면 또 어떤가. 지청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노래를 함께 부르지 못하도록 입에 재갈을 물린 사람들은 알고 있다. 노래는 결코 ‘그까짓’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특히 이처럼 잠자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노래라면 더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로마제국이 봉인시킨 예수의 노래도 무덤을 뚫고 나오지 않았던가. 노래의 혁명이다. 노래가 혁명이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펼치겠노라 다짐하는 뜨거운 노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다시 봄이다.



5. [매일신문][야고부] 푸시킨과 박경리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현대 러시아에 큰 족적을 남긴 문호다. 막심 고리키가 푸시킨을 두고 ‘시작의 시작’으로 평가한 것이나 투르게네프가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서 러시아 문학에 끼친 푸시킨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푸시킨은 귀족 가문 출신이다. 모계로는 아프리카의 피도 섞여 있다. 노예로 팔려왔다가 표트르 대제의 측근 장군이 된 아브람 간니발이 그의 외증조부다. 그는 아비시니아(현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푸시킨의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도 그 영향이다. 푸시킨은 미완성 소설인 ‘표트르 대제의 흑인’에서 외증조부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1997년 10월 러시아 일간지 프라우다는 푸시킨 가문의 부계 혈통이 600년 만에 끊겼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후손인 그리고리 푸시킨이 사망하면서 마지막 남은 푸시킨의 부계 혈통이 단절됐다는 뉴스였다. 1837년 푸시킨 타계 이후 160년 만의 일이다.



그렇다고 푸시킨의 혈통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모계 후손은 300명가량 남아 있다. 상당수가 러시아가 아닌 외국에 거주 중인데 ‘제2의 피아프’로 불리는 엔조 엔조(Enzo Enzo)도 후손이다. 본명이 코린 테르노프제프인 엔조 엔조는 파리 태생의 샹송 가수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푸시킨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예프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등 수많은 작품이 번역돼 있다. 러시아 문화`교육센터인 ‘뿌쉬낀 하우스’도 설립돼 있다. 2013년 방한한 푸틴 대통령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뜰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며칠 전 ‘토지’의 작가 박경리 동상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대학 내에 세워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에 한국인의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제막식이 있을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푸시킨 동상과 마찬가지로 비영리단체 ‘한`러 대화(KRD)’가 주도했다.



푸시킨의 문학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처럼 ‘토지’ 등 우리 문학작품이 러시아에서 번역`출간돼 널리 읽힌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해가 엇갈리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마찰과 긴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이런 ‘소프트파워’의 효과는 크다. 한국과 러시아가 이런 문화 자산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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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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