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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매일신문]
1. 보수 야당의 '세비 반납' 쇼, 감동도 없고 신뢰도 잃었다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했던 세비 반납 약속이 ‘공수표’가 됐다. 5대 개혁과제를 1년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 이행보다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 56명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대한민국과의 계약-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라는 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갑을 개혁 ▷일자리 규제 개혁 ▷청년 독립 등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하며 1년 안에 관련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바른정당 국회의원 6명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5가지 법안을 발의하긴 했으나 법안 통과까지 이뤄내지 않은 만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작 세비 반납 약속과 관련해서는 각자 의원들이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명확한 답을 피해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대 개혁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니 약속을 지킨 것이며 세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자기 합리화일 뿐이고 궁색해 보인다. 이들의 서약에는 법안 발의 약속과 함께 개혁 과제 이행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문구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근본적 개혁 법안이라기보다 시늉을 내거나 견강부회로 의미를 부여한 것도 있다. 세비 반납 약속 기한 하루 전에 발의된 법안도 있어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민심이 왜 보수 정당으로부터 그토록 이반돼 있는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돼 있는 듯하다. 걸핏하면 뼈를 깎겠다지만 말뿐이고 실천은 눈에 안 띈다. 30일 있은 자유한국당의 대선 평가토론회만 보더라도 성찰과 반성은 없고 남 탓과 성토만 난무했다. 국민 마음을 조금이나마 얻으려 했다면, 약속한 대로 1년치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이번에 과감히 밝혔어야 했다. 보수 정당의 소탐대실이 민망하다.
[서울신문]
2. 정유라 체포, 정치권력 호가호위 근절 계기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어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한국행 국적기 내에서 검찰에 체포돼 강제 송환됐다.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시의 한 주택에서 현지 경찰에 검거된 지 150일 만이다. 그동안 정씨는 독일과 덴마크에 머물면서 검찰의 입국 요구를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정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와 관련해 영장이 청구된 상태이다. 이제 정씨의 입을 여는 것은 검찰의 능력에 달렸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은 정씨를 위한 특혜 지원 방안 마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어제 법정에서 최씨가 2015년 1월 딸의 출산을 앞두고 “창피하다. 독일에 보내 말이나 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의도를 갖고 같은 해 4월 박 전 전무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의 승마훈련 계획을 삼성그룹에 제안했고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하는 과정을 도왔다고 한다. 삼성이 700억원을 지원하는 승마캠프를 독일의 전지훈련 형식으로 만들려고 한 것은 정씨를 염두에 둔 특혜 조치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급조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의 운영자금도 최씨가 세운 회사들에 흘러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문체부와 이화여대는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부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전형 승마 종목에 지원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에 응시해 1등을 했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다. 서울 청담고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의 특혜를 누렸다. 주변에서 비난이 일자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며 조롱했다. 그가 말한 능력이라는 것은 아버지 정윤회씨와 어머니 최씨가 한국마사회를 쥐락펴락한 호가호위였다.
정씨는 국정농단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주요한 피의자이다.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찾아내지 못한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가 이번 정씨 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져야 한다.
3. 공유시장경제 확산으로 양극화, 저성장 돌파를
공유시장경제는 자산이나 지식, 서비스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신개념의 경제다. 자신의 기술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력적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그제 서울신문과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4차 혁명 시대, 공유시장경제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는 이런 의미에서 공유시장경제의 가치와 필요성을 재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자유시장의 역할로 경제 문제를 풀어 갔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국가와 시장을 넘어선 새 경제 주체로서 자율적 공동체 경제가 주목되는 이유다. 더욱이 4차 혁명 시대 공유경제 시스템은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독점을 강화하고 고용 불안정을 가중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노동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게 사회적 윤리를 갖춘 공유경제의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2%대 저성장 고착과 고용 없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취업절벽,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확대는 우리 경제를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빈곤과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별 다른 비용과 투자 없이 공유경제를 확장할 수 있다. 인터넷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는 190여개국에 80만개의 숙박업소를 보유한 관광 업계의 큰손이 됐고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2014년 100억 달러로 급성장했고, 2025년엔 3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이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경기도주식회사’가 대표적인 공유시장경제 모델이다. 이 회사는 유통·물류·마케팅 등 중소기업이 직접 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하면서 자본이 없어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도 없앴다.
앞으로 성공의 관건은 공유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렸다. 복잡한 규제 가운데 이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기면 된다. 공유경제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선 경제 모델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4. 이낙연 총리, 충실한 책임총리 역할 기대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 과정을 통과했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고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출석 의원 188명 가운데 164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1일 만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지 않는 등 인준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지만 3명의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이전의 모습이 재현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총리 인준 과정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국회는 그토록 외쳤던 협치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고, 청와대는 인사 검증의 허점을 드러냈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태도 또한 실망을 안겼다. 국회 표결 불참은 국민의 대표로서 취할 행동은 아니다. 바른정당이 총리 인준에 반대하면서도 표결과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과 비교된다.
이 총리는 새 정부의 초대 총리라는 영광에 앞서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과 내각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추경안은 규모가 11조원에 이르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 1호로 선정된 81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의 원만한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수위로 볼 때 야당의 협조를 구해 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총리는 야당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적 여망인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당장 내각 인선 과정에서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까지 문 대통령 주도의 인선이 진행됐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장관, 차관 등 필요한 인물을 적극 추천하고 내각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제하에서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상적인 국정 운영은 책임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담당하고, 총리와 장관이 공동책임을 지는 연대책임제를 구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총리의 권한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충실해야 할 것이다. 내각의 인선 과정뿐 아니라 각 부처의 정책 결정과 집행도 총리와 장관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각종 폐해를 신물이 날 정도로 경험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리는 국민 여망을 저버려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대통령과 내각, 내각과 국민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독 총리, 의전 총리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에게 총리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계일보]
5. 과거사 왜곡하는 日, 유엔인권 이사국 자격 없다
일본의 반인권적 퇴행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일본 정부가 그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소문과 억측에 불과하다”며 정정과 삭제를 촉구하는 반론문을 제출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과 관련한 교과서 기술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교과서 위안부 기술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초안에 대한 반발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초안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내용은 발간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정부의 방침과 정책, 정치적인 의도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이런 억지 주장이 없다. 일본 정부가 매년 교과서 검정을 통해 불리한 부분을 수정·삭제해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3월 “무리해서 교과서에 채워 넣으려고 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교과서 집필자의 불만을 소개한 것은 비근한 예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난 12일에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자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입장을 담은 반론문을 냈다. 최근 한국에서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재협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 유지를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그간 자신의 위안부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기보다는 어두운 과거를 덮거나 왜곡하는 태도를 일삼았다. 미국 등지에서 건립되는 위안부 소녀상을 놓고는 우익단체를 동원해 법정투쟁을 해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녀상 철거 소송에서 패소하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총리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엉터리 보도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한·일 합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린 것이다.
일본은 올해 1월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됐다. 그런데도 위안부 문제 등 보편적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치부를 가린 채 역사 퇴행을 계속하는 일본은 유엔인권 이사국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
[중앙일보]
6. 탈(脫)원전·화력 앞서 전기료와 ‘전원믹스’도 고려하라
오늘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전국 화력발전소 8곳이 한 달간 전격 폐쇄된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탈(脫)원전·화력 정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우리가 처한 에너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로의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우려스럽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른 시일 안에 분명한 방향을 정해 달라”고 하면서, 수명을 다해 이미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의 폐쇄, 공정률이 26%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신규 6기 건설계획 백지화 방안까지도 고려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공약이라는 이유로 원전·화력발전소를 줄줄이 폐쇄한다면 국가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해마다 전력 수요가 4.4%씩 늘어나고 급기야 2011년 폭염에 따른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국내 전력예비율은 늘 아슬아슬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 70년간 가격 불안이 심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면서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해 왔다.
그 결과가 원전·석탄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현재의 ‘전원믹스(에너지 공급원의 조합)’다. 신재생에너지가 현재로선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만큼 이 구조를 당장 성급하게 바꾸기는 어렵다.
앞으로 원전·화력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면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유일한 대안은LNG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발전단가가 원전의 배가 넘고, 석탄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 비싸다는 점이다. 무작정 원전·화력을 줄이다간 국민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15년 동안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해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7. '사드 보고 누락' 파문, 한미동맹 균열 일으켜선 안 될 것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는 어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청와대로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진실 규명이 아닌 국기(國基) 문란 같은 엄중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국방부 실무자가 만든 초안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가 감독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고 한국에 (사드가)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두루뭉술하게 기재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사 착수 하루 만에 초고속 발표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국방부를 겨냥한 것이다.
만약 국방부가 사드에 비판적인 새 정부를 의식하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한 ‘군기 문란’ 행위이다. 한 장관은 사드에 대해 새 정부가 갖고 있는 민감도를 충분히 고려해 좀 더 세심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동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다 곧 드러나게 될 일을 왜 굳이 숨겼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군이 아무리 기강해이가 심하다 해도 군통수권자가 바뀌었다고 보고를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추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6대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그중 2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됐고, 4대가 추가 배치돼야 하는 연속 사업이어서 업무보고 과정 중 실무선에서 빚어진 혼선이나 실수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이런 일로 내부 싸움을 하고 있을 때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미 항모가 배치되고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한반도 비상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매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대응책도 없으면서 최소한의 방어무기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니 국민들로서는 불안하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관진 전 실장과 현직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사실상 모욕을 주는 것이 대북 방어의 최전선을 담당할 군의 사기 저하를 불러올까 우려된다.
중국은 어제 사드 논란에 대해 “엄중 우려한다”면서 배치를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 국방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 과정은 매우 투명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어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나 “사드 관련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은 이미 국제문제로 비화한 상태다. 무엇보다 한미 첫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히 외교안보 사안에서만큼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무겁게 처신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8. 쿠팡의 善意가 가져온 결말
온라인 쇼핑업체 쿠팡은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배달 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첫 시도를 했다. 배달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먼저 6개월 고용계약을 맺고 심사를 거쳐 정규직 전환, 재계약, 성과 미달자는 계약 해지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3600명 가운데 현재까지 12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때 쿠팡은 고용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방침이 나오자 정규직이 되지 못한 전·현직 배달 기사들이 들고일어나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이 회사 대표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심각한 적자다. 3년간 누적 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행대로라면 400억~500억원 들여 외부 택배 회사에 맡길 배달 업무를 정규직 또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맡긴다고 연간 2000억원 인건비를 부담한 것이 적자를 키운 원인의 하나다.
협력업체 근로자 5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한 SK브로드밴드의 파장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0개 가까운 협력업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공정위에 제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고 한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선언 이후 공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병원 등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 부문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 부문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 가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예측하지 못했던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경제 문제에선 정부나 기업의 선의(善意)가 때로는 엉뚱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역할은 선심 쓰기가 아니라 그런 가능성을 미리 살펴 막는 것이다.
[한국일보]
9. '내각 인사검증 논란'이 남기는 교훈
문재인 정부가 출발부터 ‘인사 5대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관련 인사는 공직 배제)에 발목이 잡히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가열되면서 검증에 대한 의구심마저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사 검증 논란으로 국정동력이 급격히 상실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인사와 관련해 뭔가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인사검증 논란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 제기됐을 때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고 한 것부터가 그렇다. 상황 논리로 피해나갈 작정이었다면 처음부터 원칙 운운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이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그렇다. 청와대는 ‘투기성 위장전입 검증’ ‘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 배제’ 등의 기준을 내놨고, 여당에선 “위장전입의 질이 다르다”며 거들고 있다. 아무리 여야가 바뀌었다지만 자의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표준의 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엔론의 몰락을 가져온 분식회계 사건이 던진 교훈이다.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자신들이 제시했던 표준을 조금씩 조정해가며 엔론의 부정을 눈감아주거나 편법까지 제공했다. 문제가 터지자 관행이었다며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다 아서앤더슨은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큰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고위 공직자의 적격성에는 능력이 더 중시돼야 한다. 개발연대 유형의 도덕 잣대까지 엄격히 들이대면 유능한 인재풀은 더욱 마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앉히는 식의 인사원칙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사검증 논란을 잠재울 더 과감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이데일리]
10. 검찰의 편의주의적 항고기각 문제 있다
고소·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재심을 요구하는 항고 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한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기각 관행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검찰 항고사건 4만 8341건 중 83.4%인 4만 305건이 기각됐다. 기각률이 높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민원인들이 몇 달을 기다리고도 기각 이유조차 제대로 모른 채 돌아서야 한다는 점이다. 기각 내용이 대부분 “이유 없다”는 달랑 한 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불신을 자초하는 불성실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유족 측이 제기한 항고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유족 측은 서울고검에 항고한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기각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통지서는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항고는 이유 없다”는 취지의 한 문장이 전부였다고 한다. 천 화백 유족 경우뿐 아니라 이러한 기각 통지서는 고질이라는 게 법조계 주변의 얘기다. 상급심에서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릴 때도 사실관계 및 판단 근거를 다시 설명해주는 법원 판결문과 대비된다.
민원인들이 항고할 때는 불기소 결정을 면밀히 분석해 조목조목 불복 사유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보강해 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기각 결정만 통지한다면 선뜻 승복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연 추가 증거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겠는가. 검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재정신청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천 화백 유족 측의 재정신청 방침이 그런 결과다.
항고 기각률이 높은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이득이나 개인적 보복 등을 목적으로 불명확한 사실을 무분별하게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고 기각의 이유를 충분히 밝히지 않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항고인이 수긍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검찰 결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금 개혁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항고 사건의 불성실한 처리도 ‘적폐’라는 지적을 새겨듣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기자수첩] 도시재생에 들썩이는 땅값…젠트리피케이션은 필연?
낙후된 구도심 개발이 ‘전면철거 후 신축’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으로 출발한 도시재생은 서울 곳곳에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문재인정부도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도시재생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의 긴밀한 공조로 도시재생 사업에 보다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과거 전면철거 후 개발은 원주민이 내몰리고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기세력이 득세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도시재생은 원주민이 떠나지 않고 주거공간 개선에 직접 참여하는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도시재생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일대 주거환경 개선으로 땅값, 집값이 여지없이 상승한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구도심은 낙후된 저층 주거지지만 입지가 좋아 개발시 지대 상승 효과가 ‘억’ 단위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뉴타운·재개발 때와는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후 땅값과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차상인이 상권에서 내몰리는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 상권 흐름을 좌우하는 일종의 ‘공식’이 됐다. 자치구들이 건물주, 임차상인과 상생협약을 맺고 임대료 상승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역부족이다.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나 장치가 없는 탓이다. 현재로선 도시재생으로 살기 좋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 건물 가치가 높아진 데 대한 임대료 인상을 효과적으로 늦추거나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서울시가 공들여 추진 중인 '서울로 7017'과 중림동, 서계동 등 일대 정비계획에도 뾰족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앞서 도시재생을 진행한 성수동 등지에서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임차상인들의 고통이 현실화하자 새 정부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문제일까. 전문가들 다수는 손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결국 당국의 '의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사유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조할 게 아니라 주민, 건물주 등과 접점을 찾아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적극 시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손쉬운 개발과 비교하면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진정한 성패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를 얼마나 내실 있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2. [서울신문][세종로의 아침] 도시 경쟁력, 문화에서 나온다
며칠 전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直島)를 다녀왔다. 나오시마는 일본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인구가 3000명 정도이고 제주도 우도보다 조금 넓다. 이 섬에 해마다 50만~6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일본 사람은 물론 한국 관광객도 많다. 유럽, 미국에도 잘 알려진 관광지다. 관광객 중에는 특히 미술과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오시마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국제공항과 항구가 있는 다카마쓰시 역시 작은 도시지만 활기가 넘쳐 흐른다. 일본식 공원인 리쓰린공원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에 문화와 예술을 입히면 활력이 돌고 지역도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작은 섬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주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오시마는 일찌감치 해운업이 발달했고, 소금이 유명해 염전도 많았던 섬이다. 1917년 근대화 바람을 타고 금속 제련소가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고 인구도 부쩍 증가했다. 하지만 제련산업 쇠퇴와 함께 이 섬은 폐허가 됐고 인구도 급감했다. 한동안 그냥 버려진 섬이었다.
죽은 섬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출판업자인 후쿠다케 데쓰히코가 어린이 캠프장을 만들어 섬을 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이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하는 듯했지만 그의 아들 후쿠다케 소이치로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이 섬의 절반을 사들이고,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안도 다다오는 이 섬을 캠프장이 아닌 건축과 미술의 창조공간으로 설계했고, 투자자 역시 이에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베네세하우스와 지중(地中)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이다.
호박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조각가 구사마 야요이가 동참하면서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우리나라 원주에 있는 미술관 뮤지엄산에 가면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지만 나오시마만큼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오시마에 들어선 건물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철저히 자연과 어우러졌고 개발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의 전문성을 충분히 받아들인 데 있다. 그래서 건축 전공자에게는 건축예술이고, 미술 애호가에게는 유명 미술품을 만나는 공간이다. 부동산·관광개발업자에게는 최유효 이용 개발 비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다. 나오시마의 기적은 개발이익을 포기한 개발업체의 사회공헌, 정부의 전폭적 지원, 지역 주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니오시마의 기적은 문화와 예술이 전문가나 애호가의 전유물이 아닌 도시의 경쟁력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국내에서 이런 민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면 환경파괴, 특혜 시비 등에 휘둘려 아마도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침 세종 행복도시에 자연미술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새만금 개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나오시마 자연미술관과 리쓰린공원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3. [서울신문][성태윤의 경제 인사이드] 중국 신용등급 강등, 무슨 일이?
지난 24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강등해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독일·캐나다·호주 등의 국가신용등급에 해당하는 ‘최고’ 분류인 Aaa에 이어Aa1, Aa2, Aa3 단계는 ‘우수’ 범주로 간주되지만, A1 등급은 이보다 한 단계 질적으로 낮은 ‘양호’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한 1단계 하락 이상의 의미다.
통상 국가신용등급 산정에는 대외부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부채 규모와 외환보유고 등 대외 지급 능력이 결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같은 경기 상황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성장률 자체는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 결정에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 경우도 경기 침체로 2.8%까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던 2015~16년에 양호한 외환보유고와 비교적 건전한 국가 부채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상승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 무디스는 우리나라 등급을 Aa3에서 Aa2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016년 8월 우리 신용등급을 AA-에서AA로 올렸다.
이렇게 보면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의외다. 일부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중앙정부 중심으로 국가 부채는 양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당국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서구권과 다른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국제신용등급 평가에 직접 영향받는 국제 투자자가 중국에 투자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지만, 국제금융 투자자들이 현재 중국 상황을 판단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관련 의사 결정에서 중요하다.
신용등급 강등에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국제 신용평가사가 성장률처럼 실물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변수를 크게 반영했을 가능성이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금융 변수뿐만 아니라 실물경기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대외 지급 능력을 결정하는 부채비율이나 외환보유고 같은 금융 상태도 중요하지만, 실물경기와 성장 추이가 궁극적인 상환 능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은 경착륙은 아니어도 실질성장률이 6%대까지 하락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더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대외 여건 호조에도 중국 경기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가능성으로 더 큰 문제인 것은 부채와 외환보유고 등에서 지급 능력이 실제 약화하고 있을 경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 중앙정부와 가계 부채는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그리고 높은 부채다. 물론 중국 실물경제가 호조세를 보인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고 있어 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은 쉽지 않고, 이것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국제 통상환경은 중국 경제가 활로를 찾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워낙 국내 시장 규모가 커서 내수를 강조하는 신소비정책으로 경기 관리에 애쓰지만, 경기 상황을 반전시킬 추진력까지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러한 내수 강조 정책이 민간 경제주체의 활력보다 자칫 정부와 국영기업의 영역 확대 또는 세금 및 공공부채에 의존하는 정부 지출 확대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뜻하는 바가 크다. 제대로 된 감시 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 재정과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경제에 미치는 부담과 위험 요인은 증가한다. 특히 유럽과 남미처럼 재정위기를 경험했던 여러 국가도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나 국영기업 부문의 부채 확대가 큰 부담이었다.
중앙정부 부채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는 반면 지방정부나 공공부문의 국가 소유 기업 부채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동원되기 쉬웠다. 지금 국제금융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4. [세계일보][사이언스프리즘] 디스플레이의 진화
전자부품의 꽃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의 변신과 진화가 거침없다. 필자는 강의를 할 때 공학 연구개발자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예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든다. 자신의 연구분야 기술만 잘 개발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완전히 다른 기술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승리하는 기술이 성공한다.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액정표시장치(LCD)뿐만 아니라 브라운관(CRT),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LCD가 승리해 CRT를 밀어냈다. 그런데 이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나타나 LCD와 경쟁하고 있고, 퀀텀닷(양자점, QD) 디스플레이가 떠오르고 있다.
자랑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회사의 전시품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우리 학자들은 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스트레처블 OLED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LCD는 백라이트에서 나온 백색광의 투과율을 액정을 사용해 픽셀별로 조절한다. 액정 앞에 컬러 필터가 놓여 빨강·초록·파랑을 서브픽셀별로 거르는데, 멀리서 보면 빛의 3원색 원리에 의한 조합으로 다양한 컬러를 나타낸다. 즉, 액정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소자가 아니라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소자다. 최근 상용화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LCD인데 백라이트를 LED로 만든 것이다.
OLED 디스플레이는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로 만든 LED를 이용한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기에 얇으며 플라스틱 같은 유연한 기판 위에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빛을 켜고 끌 수 있기에 항상 켜져 있는 백라이트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LCD보다 어두운 화면을 잘 표현하며, 완전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어서 검은색에 비해 흰색의 세기를 20만배 이상 되게 구현할 수 있다.
LCD는 전압에 따라 액정 분자의 방향이 변화하기에 응답속도가 느리지만, OLED는 빛의 켜고 끄는 속도가 LCD의 1만배 이상 빠르다. 이에, 빨리 변하는 동영상에 대해서도 잔상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OLED는 색표현이 보다 풍부하며 보는 각도에 따른 색상과 밝기의 변화가 작은 매우 우수한 디스플레이다.
QD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과 같은 형태의 물질인데 그 크기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지금 상용화된 QD 디스플레이는 QD를 이용한 LCD이다.QD를 이용한 백라이트를 만들어 이를 LCD에 사용하는 것으로 다양한 색의 재현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응답속도가 느리다든가 유연한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 없다는 LCD의 단점은 그대로 갖는다. QD를 이용한 이상적인 디스플레이는QD를 단순한 LCD의 백라이트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빨강·초록·파랑의 화소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는 5~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LED를 기판에 붙여 만드는 디스플레이로 OLED 대비 5배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유연한 기판에 만들 수 있고 가벼워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으로의 응용이 가능하기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일본 회사도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모든 첨단 산업이 그렇듯 디스플레이 기술도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아직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많은 부품·소재·장비 업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공학도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 하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마릴린 먼로
배우 마릴린 먼로가 1926년 6월 1일 태어나 62년 8월 5일 신경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그 36년의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들보다 훨씬 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남겼다.
어머니의 정신질환으로 입양 가정에서 성장해야 했던 불우한 유년, 양부의 성추행과 16세의 이른 결혼, 뜻밖의 행운이었을 모델 데뷔. 그는 스무 살에 영화배우로 데뷔해 단숨에 ‘20세기 섹스 심벌(sex symbol)’이 됐고, 상업적 성공과 함께 찾아온 눈부신 스타덤의 시간을 누렸고, 그 사이 세 차례 잇단 이혼과 결혼과 이혼, 약물 중독, 케네디가(家) 남자들을 포함한 여러 유명 인사들과의 염문.
생전의 그는 숨질 때까지 자신을 유명하게 한 ‘섹스 심벌’의 이미지로부터 도망치고자 노력했다. 데뷔와 거의 동시에 이미 스타였던 그는 부끄러움 없이 연기학교와 대학 공개강좌를 찾아 다니며 예술가로서의 기량을 늘리고자 노력했고, 50,60년대 할리우드의 이념 지형 안에서 시민으로서의 좌표를 찾기 위해 진지하고 고민했다.
한사코 치마를 들추려는 할리우드 상업자본도, 어쩔 수 없이 그 요구에 순응하는 자신을 그는 못마땅해 했고, 그렇게 자신을 소비하는 대중도 혐오스럽게 여겼다. 일기형식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그는 “사람들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자신들의 음란한 생각을 본다.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기들의 환상이 깨지면 나를 탓한다”고 썼다.
그의 처음과 끝,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명암이 너무 대조적이어서, 그의 사후 섹스 심벌의 이미지로부터 그를 ‘구원’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사진이 보여주는 장면을 근거로 그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는 “철학적인 시인 같은 지성파 배우”의 이미지를 투영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빼어나게 섹시한 외모를 지닌 배우였고, 자신의 이미지에 갇히기보다 더 다양하고 멋진 연기를 펼치고자 노력했던 예술인이었다. 배우가 굳이 철학적인 시인까지 될 필요도, 지성파여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자서전의 한 구절처럼, 그는 죽어서도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그로 남지 못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식적 사인은 자살이지만 몇 가지 의혹과 함께 여러 시나리오의 타살 의혹이 아직도 떠돈다. 죽음의 과정에까지 자신들의 환상을 투영하려는 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주요신문사설
[매일신문]
1. 보수 야당의 '세비 반납' 쇼, 감동도 없고 신뢰도 잃었다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했던 세비 반납 약속이 ‘공수표’가 됐다. 5대 개혁과제를 1년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 이행보다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 56명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대한민국과의 계약-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라는 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갑을 개혁 ▷일자리 규제 개혁 ▷청년 독립 등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하며 1년 안에 관련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바른정당 국회의원 6명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5가지 법안을 발의하긴 했으나 법안 통과까지 이뤄내지 않은 만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작 세비 반납 약속과 관련해서는 각자 의원들이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명확한 답을 피해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대 개혁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니 약속을 지킨 것이며 세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자기 합리화일 뿐이고 궁색해 보인다. 이들의 서약에는 법안 발의 약속과 함께 개혁 과제 이행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문구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근본적 개혁 법안이라기보다 시늉을 내거나 견강부회로 의미를 부여한 것도 있다. 세비 반납 약속 기한 하루 전에 발의된 법안도 있어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민심이 왜 보수 정당으로부터 그토록 이반돼 있는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돼 있는 듯하다. 걸핏하면 뼈를 깎겠다지만 말뿐이고 실천은 눈에 안 띈다. 30일 있은 자유한국당의 대선 평가토론회만 보더라도 성찰과 반성은 없고 남 탓과 성토만 난무했다. 국민 마음을 조금이나마 얻으려 했다면, 약속한 대로 1년치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이번에 과감히 밝혔어야 했다. 보수 정당의 소탐대실이 민망하다.
[서울신문]
2. 정유라 체포, 정치권력 호가호위 근절 계기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어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한국행 국적기 내에서 검찰에 체포돼 강제 송환됐다.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시의 한 주택에서 현지 경찰에 검거된 지 150일 만이다. 그동안 정씨는 독일과 덴마크에 머물면서 검찰의 입국 요구를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정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와 관련해 영장이 청구된 상태이다. 이제 정씨의 입을 여는 것은 검찰의 능력에 달렸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은 정씨를 위한 특혜 지원 방안 마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어제 법정에서 최씨가 2015년 1월 딸의 출산을 앞두고 “창피하다. 독일에 보내 말이나 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의도를 갖고 같은 해 4월 박 전 전무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의 승마훈련 계획을 삼성그룹에 제안했고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하는 과정을 도왔다고 한다. 삼성이 700억원을 지원하는 승마캠프를 독일의 전지훈련 형식으로 만들려고 한 것은 정씨를 염두에 둔 특혜 조치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급조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의 운영자금도 최씨가 세운 회사들에 흘러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문체부와 이화여대는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부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전형 승마 종목에 지원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에 응시해 1등을 했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다. 서울 청담고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의 특혜를 누렸다. 주변에서 비난이 일자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며 조롱했다. 그가 말한 능력이라는 것은 아버지 정윤회씨와 어머니 최씨가 한국마사회를 쥐락펴락한 호가호위였다.
정씨는 국정농단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주요한 피의자이다.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찾아내지 못한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가 이번 정씨 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져야 한다.
3. 공유시장경제 확산으로 양극화, 저성장 돌파를
공유시장경제는 자산이나 지식, 서비스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신개념의 경제다. 자신의 기술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력적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그제 서울신문과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4차 혁명 시대, 공유시장경제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는 이런 의미에서 공유시장경제의 가치와 필요성을 재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자유시장의 역할로 경제 문제를 풀어 갔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국가와 시장을 넘어선 새 경제 주체로서 자율적 공동체 경제가 주목되는 이유다. 더욱이 4차 혁명 시대 공유경제 시스템은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독점을 강화하고 고용 불안정을 가중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노동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게 사회적 윤리를 갖춘 공유경제의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2%대 저성장 고착과 고용 없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취업절벽,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확대는 우리 경제를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빈곤과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별 다른 비용과 투자 없이 공유경제를 확장할 수 있다. 인터넷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는 190여개국에 80만개의 숙박업소를 보유한 관광 업계의 큰손이 됐고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2014년 100억 달러로 급성장했고, 2025년엔 3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이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경기도주식회사’가 대표적인 공유시장경제 모델이다. 이 회사는 유통·물류·마케팅 등 중소기업이 직접 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하면서 자본이 없어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도 없앴다.
앞으로 성공의 관건은 공유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렸다. 복잡한 규제 가운데 이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기면 된다. 공유경제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선 경제 모델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4. 이낙연 총리, 충실한 책임총리 역할 기대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 과정을 통과했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고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출석 의원 188명 가운데 164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1일 만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지 않는 등 인준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지만 3명의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이전의 모습이 재현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총리 인준 과정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국회는 그토록 외쳤던 협치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고, 청와대는 인사 검증의 허점을 드러냈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태도 또한 실망을 안겼다. 국회 표결 불참은 국민의 대표로서 취할 행동은 아니다. 바른정당이 총리 인준에 반대하면서도 표결과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과 비교된다.
이 총리는 새 정부의 초대 총리라는 영광에 앞서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과 내각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추경안은 규모가 11조원에 이르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 1호로 선정된 81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의 원만한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수위로 볼 때 야당의 협조를 구해 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총리는 야당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적 여망인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당장 내각 인선 과정에서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까지 문 대통령 주도의 인선이 진행됐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장관, 차관 등 필요한 인물을 적극 추천하고 내각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제하에서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상적인 국정 운영은 책임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담당하고, 총리와 장관이 공동책임을 지는 연대책임제를 구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총리의 권한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충실해야 할 것이다. 내각의 인선 과정뿐 아니라 각 부처의 정책 결정과 집행도 총리와 장관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각종 폐해를 신물이 날 정도로 경험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리는 국민 여망을 저버려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대통령과 내각, 내각과 국민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독 총리, 의전 총리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에게 총리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계일보]
5. 과거사 왜곡하는 日, 유엔인권 이사국 자격 없다
일본의 반인권적 퇴행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일본 정부가 그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소문과 억측에 불과하다”며 정정과 삭제를 촉구하는 반론문을 제출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과 관련한 교과서 기술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교과서 위안부 기술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초안에 대한 반발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초안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내용은 발간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정부의 방침과 정책, 정치적인 의도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이런 억지 주장이 없다. 일본 정부가 매년 교과서 검정을 통해 불리한 부분을 수정·삭제해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3월 “무리해서 교과서에 채워 넣으려고 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교과서 집필자의 불만을 소개한 것은 비근한 예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난 12일에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자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입장을 담은 반론문을 냈다. 최근 한국에서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재협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 유지를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그간 자신의 위안부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기보다는 어두운 과거를 덮거나 왜곡하는 태도를 일삼았다. 미국 등지에서 건립되는 위안부 소녀상을 놓고는 우익단체를 동원해 법정투쟁을 해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녀상 철거 소송에서 패소하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총리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엉터리 보도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한·일 합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린 것이다.
일본은 올해 1월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됐다. 그런데도 위안부 문제 등 보편적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치부를 가린 채 역사 퇴행을 계속하는 일본은 유엔인권 이사국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
[중앙일보]
6. 탈(脫)원전·화력 앞서 전기료와 ‘전원믹스’도 고려하라
오늘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전국 화력발전소 8곳이 한 달간 전격 폐쇄된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탈(脫)원전·화력 정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우리가 처한 에너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로의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우려스럽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른 시일 안에 분명한 방향을 정해 달라”고 하면서, 수명을 다해 이미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의 폐쇄, 공정률이 26%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신규 6기 건설계획 백지화 방안까지도 고려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공약이라는 이유로 원전·화력발전소를 줄줄이 폐쇄한다면 국가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해마다 전력 수요가 4.4%씩 늘어나고 급기야 2011년 폭염에 따른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국내 전력예비율은 늘 아슬아슬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 70년간 가격 불안이 심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면서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해 왔다.
그 결과가 원전·석탄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현재의 ‘전원믹스(에너지 공급원의 조합)’다. 신재생에너지가 현재로선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만큼 이 구조를 당장 성급하게 바꾸기는 어렵다.
앞으로 원전·화력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면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유일한 대안은LNG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발전단가가 원전의 배가 넘고, 석탄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 비싸다는 점이다. 무작정 원전·화력을 줄이다간 국민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15년 동안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해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7. '사드 보고 누락' 파문, 한미동맹 균열 일으켜선 안 될 것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는 어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청와대로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진실 규명이 아닌 국기(國基) 문란 같은 엄중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국방부 실무자가 만든 초안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가 감독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고 한국에 (사드가)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두루뭉술하게 기재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사 착수 하루 만에 초고속 발표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국방부를 겨냥한 것이다.
만약 국방부가 사드에 비판적인 새 정부를 의식하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한 ‘군기 문란’ 행위이다. 한 장관은 사드에 대해 새 정부가 갖고 있는 민감도를 충분히 고려해 좀 더 세심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동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다 곧 드러나게 될 일을 왜 굳이 숨겼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군이 아무리 기강해이가 심하다 해도 군통수권자가 바뀌었다고 보고를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추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6대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그중 2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됐고, 4대가 추가 배치돼야 하는 연속 사업이어서 업무보고 과정 중 실무선에서 빚어진 혼선이나 실수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이런 일로 내부 싸움을 하고 있을 때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미 항모가 배치되고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한반도 비상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매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대응책도 없으면서 최소한의 방어무기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니 국민들로서는 불안하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관진 전 실장과 현직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사실상 모욕을 주는 것이 대북 방어의 최전선을 담당할 군의 사기 저하를 불러올까 우려된다.
중국은 어제 사드 논란에 대해 “엄중 우려한다”면서 배치를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 국방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 과정은 매우 투명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어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나 “사드 관련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은 이미 국제문제로 비화한 상태다. 무엇보다 한미 첫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히 외교안보 사안에서만큼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무겁게 처신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8. 쿠팡의 善意가 가져온 결말
온라인 쇼핑업체 쿠팡은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배달 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첫 시도를 했다. 배달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먼저 6개월 고용계약을 맺고 심사를 거쳐 정규직 전환, 재계약, 성과 미달자는 계약 해지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3600명 가운데 현재까지 12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때 쿠팡은 고용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방침이 나오자 정규직이 되지 못한 전·현직 배달 기사들이 들고일어나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이 회사 대표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심각한 적자다. 3년간 누적 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행대로라면 400억~500억원 들여 외부 택배 회사에 맡길 배달 업무를 정규직 또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맡긴다고 연간 2000억원 인건비를 부담한 것이 적자를 키운 원인의 하나다.
협력업체 근로자 5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한 SK브로드밴드의 파장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0개 가까운 협력업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공정위에 제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고 한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선언 이후 공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병원 등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 부문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 부문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 가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예측하지 못했던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경제 문제에선 정부나 기업의 선의(善意)가 때로는 엉뚱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역할은 선심 쓰기가 아니라 그런 가능성을 미리 살펴 막는 것이다.
[한국일보]
9. '내각 인사검증 논란'이 남기는 교훈
문재인 정부가 출발부터 ‘인사 5대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관련 인사는 공직 배제)에 발목이 잡히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가열되면서 검증에 대한 의구심마저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사 검증 논란으로 국정동력이 급격히 상실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인사와 관련해 뭔가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인사검증 논란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 제기됐을 때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고 한 것부터가 그렇다. 상황 논리로 피해나갈 작정이었다면 처음부터 원칙 운운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이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그렇다. 청와대는 ‘투기성 위장전입 검증’ ‘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 배제’ 등의 기준을 내놨고, 여당에선 “위장전입의 질이 다르다”며 거들고 있다. 아무리 여야가 바뀌었다지만 자의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표준의 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엔론의 몰락을 가져온 분식회계 사건이 던진 교훈이다.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자신들이 제시했던 표준을 조금씩 조정해가며 엔론의 부정을 눈감아주거나 편법까지 제공했다. 문제가 터지자 관행이었다며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다 아서앤더슨은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큰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고위 공직자의 적격성에는 능력이 더 중시돼야 한다. 개발연대 유형의 도덕 잣대까지 엄격히 들이대면 유능한 인재풀은 더욱 마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앉히는 식의 인사원칙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사검증 논란을 잠재울 더 과감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이데일리]
10. 검찰의 편의주의적 항고기각 문제 있다
고소·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재심을 요구하는 항고 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한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기각 관행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검찰 항고사건 4만 8341건 중 83.4%인 4만 305건이 기각됐다. 기각률이 높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민원인들이 몇 달을 기다리고도 기각 이유조차 제대로 모른 채 돌아서야 한다는 점이다. 기각 내용이 대부분 “이유 없다”는 달랑 한 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불신을 자초하는 불성실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유족 측이 제기한 항고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유족 측은 서울고검에 항고한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기각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통지서는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항고는 이유 없다”는 취지의 한 문장이 전부였다고 한다. 천 화백 유족 경우뿐 아니라 이러한 기각 통지서는 고질이라는 게 법조계 주변의 얘기다. 상급심에서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릴 때도 사실관계 및 판단 근거를 다시 설명해주는 법원 판결문과 대비된다.
민원인들이 항고할 때는 불기소 결정을 면밀히 분석해 조목조목 불복 사유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보강해 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기각 결정만 통지한다면 선뜻 승복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연 추가 증거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겠는가. 검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재정신청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천 화백 유족 측의 재정신청 방침이 그런 결과다.
항고 기각률이 높은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이득이나 개인적 보복 등을 목적으로 불명확한 사실을 무분별하게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고 기각의 이유를 충분히 밝히지 않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항고인이 수긍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검찰 결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금 개혁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항고 사건의 불성실한 처리도 ‘적폐’라는 지적을 새겨듣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기자수첩] 도시재생에 들썩이는 땅값…젠트리피케이션은 필연?
낙후된 구도심 개발이 ‘전면철거 후 신축’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으로 출발한 도시재생은 서울 곳곳에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문재인정부도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도시재생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의 긴밀한 공조로 도시재생 사업에 보다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과거 전면철거 후 개발은 원주민이 내몰리고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기세력이 득세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도시재생은 원주민이 떠나지 않고 주거공간 개선에 직접 참여하는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도시재생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일대 주거환경 개선으로 땅값, 집값이 여지없이 상승한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구도심은 낙후된 저층 주거지지만 입지가 좋아 개발시 지대 상승 효과가 ‘억’ 단위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뉴타운·재개발 때와는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후 땅값과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차상인이 상권에서 내몰리는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 상권 흐름을 좌우하는 일종의 ‘공식’이 됐다. 자치구들이 건물주, 임차상인과 상생협약을 맺고 임대료 상승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역부족이다.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나 장치가 없는 탓이다. 현재로선 도시재생으로 살기 좋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 건물 가치가 높아진 데 대한 임대료 인상을 효과적으로 늦추거나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서울시가 공들여 추진 중인 '서울로 7017'과 중림동, 서계동 등 일대 정비계획에도 뾰족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앞서 도시재생을 진행한 성수동 등지에서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임차상인들의 고통이 현실화하자 새 정부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문제일까. 전문가들 다수는 손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결국 당국의 '의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사유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조할 게 아니라 주민, 건물주 등과 접점을 찾아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적극 시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손쉬운 개발과 비교하면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진정한 성패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를 얼마나 내실 있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2. [서울신문][세종로의 아침] 도시 경쟁력, 문화에서 나온다
며칠 전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直島)를 다녀왔다. 나오시마는 일본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인구가 3000명 정도이고 제주도 우도보다 조금 넓다. 이 섬에 해마다 50만~6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일본 사람은 물론 한국 관광객도 많다. 유럽, 미국에도 잘 알려진 관광지다. 관광객 중에는 특히 미술과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오시마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국제공항과 항구가 있는 다카마쓰시 역시 작은 도시지만 활기가 넘쳐 흐른다. 일본식 공원인 리쓰린공원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에 문화와 예술을 입히면 활력이 돌고 지역도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작은 섬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주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오시마는 일찌감치 해운업이 발달했고, 소금이 유명해 염전도 많았던 섬이다. 1917년 근대화 바람을 타고 금속 제련소가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고 인구도 부쩍 증가했다. 하지만 제련산업 쇠퇴와 함께 이 섬은 폐허가 됐고 인구도 급감했다. 한동안 그냥 버려진 섬이었다.
죽은 섬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출판업자인 후쿠다케 데쓰히코가 어린이 캠프장을 만들어 섬을 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이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하는 듯했지만 그의 아들 후쿠다케 소이치로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이 섬의 절반을 사들이고,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안도 다다오는 이 섬을 캠프장이 아닌 건축과 미술의 창조공간으로 설계했고, 투자자 역시 이에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베네세하우스와 지중(地中)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이다.
호박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조각가 구사마 야요이가 동참하면서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우리나라 원주에 있는 미술관 뮤지엄산에 가면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지만 나오시마만큼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오시마에 들어선 건물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철저히 자연과 어우러졌고 개발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의 전문성을 충분히 받아들인 데 있다. 그래서 건축 전공자에게는 건축예술이고, 미술 애호가에게는 유명 미술품을 만나는 공간이다. 부동산·관광개발업자에게는 최유효 이용 개발 비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다. 나오시마의 기적은 개발이익을 포기한 개발업체의 사회공헌, 정부의 전폭적 지원, 지역 주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니오시마의 기적은 문화와 예술이 전문가나 애호가의 전유물이 아닌 도시의 경쟁력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국내에서 이런 민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면 환경파괴, 특혜 시비 등에 휘둘려 아마도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침 세종 행복도시에 자연미술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새만금 개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나오시마 자연미술관과 리쓰린공원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3. [서울신문][성태윤의 경제 인사이드] 중국 신용등급 강등, 무슨 일이?
지난 24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강등해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독일·캐나다·호주 등의 국가신용등급에 해당하는 ‘최고’ 분류인 Aaa에 이어Aa1, Aa2, Aa3 단계는 ‘우수’ 범주로 간주되지만, A1 등급은 이보다 한 단계 질적으로 낮은 ‘양호’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한 1단계 하락 이상의 의미다.
통상 국가신용등급 산정에는 대외부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부채 규모와 외환보유고 등 대외 지급 능력이 결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같은 경기 상황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성장률 자체는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 결정에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 경우도 경기 침체로 2.8%까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던 2015~16년에 양호한 외환보유고와 비교적 건전한 국가 부채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상승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 무디스는 우리나라 등급을 Aa3에서 Aa2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016년 8월 우리 신용등급을 AA-에서AA로 올렸다.
이렇게 보면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의외다. 일부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중앙정부 중심으로 국가 부채는 양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당국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서구권과 다른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국제신용등급 평가에 직접 영향받는 국제 투자자가 중국에 투자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지만, 국제금융 투자자들이 현재 중국 상황을 판단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관련 의사 결정에서 중요하다.
신용등급 강등에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국제 신용평가사가 성장률처럼 실물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변수를 크게 반영했을 가능성이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금융 변수뿐만 아니라 실물경기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대외 지급 능력을 결정하는 부채비율이나 외환보유고 같은 금융 상태도 중요하지만, 실물경기와 성장 추이가 궁극적인 상환 능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은 경착륙은 아니어도 실질성장률이 6%대까지 하락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더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대외 여건 호조에도 중국 경기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가능성으로 더 큰 문제인 것은 부채와 외환보유고 등에서 지급 능력이 실제 약화하고 있을 경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 중앙정부와 가계 부채는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그리고 높은 부채다. 물론 중국 실물경제가 호조세를 보인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고 있어 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은 쉽지 않고, 이것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국제 통상환경은 중국 경제가 활로를 찾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워낙 국내 시장 규모가 커서 내수를 강조하는 신소비정책으로 경기 관리에 애쓰지만, 경기 상황을 반전시킬 추진력까지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러한 내수 강조 정책이 민간 경제주체의 활력보다 자칫 정부와 국영기업의 영역 확대 또는 세금 및 공공부채에 의존하는 정부 지출 확대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뜻하는 바가 크다. 제대로 된 감시 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 재정과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경제에 미치는 부담과 위험 요인은 증가한다. 특히 유럽과 남미처럼 재정위기를 경험했던 여러 국가도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나 국영기업 부문의 부채 확대가 큰 부담이었다.
중앙정부 부채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는 반면 지방정부나 공공부문의 국가 소유 기업 부채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동원되기 쉬웠다. 지금 국제금융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4. [세계일보][사이언스프리즘] 디스플레이의 진화
전자부품의 꽃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의 변신과 진화가 거침없다. 필자는 강의를 할 때 공학 연구개발자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예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든다. 자신의 연구분야 기술만 잘 개발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완전히 다른 기술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승리하는 기술이 성공한다.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액정표시장치(LCD)뿐만 아니라 브라운관(CRT),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LCD가 승리해 CRT를 밀어냈다. 그런데 이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나타나 LCD와 경쟁하고 있고, 퀀텀닷(양자점, QD) 디스플레이가 떠오르고 있다.
자랑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회사의 전시품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우리 학자들은 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스트레처블 OLED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LCD는 백라이트에서 나온 백색광의 투과율을 액정을 사용해 픽셀별로 조절한다. 액정 앞에 컬러 필터가 놓여 빨강·초록·파랑을 서브픽셀별로 거르는데, 멀리서 보면 빛의 3원색 원리에 의한 조합으로 다양한 컬러를 나타낸다. 즉, 액정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소자가 아니라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소자다. 최근 상용화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LCD인데 백라이트를 LED로 만든 것이다.
OLED 디스플레이는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로 만든 LED를 이용한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기에 얇으며 플라스틱 같은 유연한 기판 위에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빛을 켜고 끌 수 있기에 항상 켜져 있는 백라이트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LCD보다 어두운 화면을 잘 표현하며, 완전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어서 검은색에 비해 흰색의 세기를 20만배 이상 되게 구현할 수 있다.
LCD는 전압에 따라 액정 분자의 방향이 변화하기에 응답속도가 느리지만, OLED는 빛의 켜고 끄는 속도가 LCD의 1만배 이상 빠르다. 이에, 빨리 변하는 동영상에 대해서도 잔상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OLED는 색표현이 보다 풍부하며 보는 각도에 따른 색상과 밝기의 변화가 작은 매우 우수한 디스플레이다.
QD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과 같은 형태의 물질인데 그 크기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지금 상용화된 QD 디스플레이는 QD를 이용한 LCD이다.QD를 이용한 백라이트를 만들어 이를 LCD에 사용하는 것으로 다양한 색의 재현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응답속도가 느리다든가 유연한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 없다는 LCD의 단점은 그대로 갖는다. QD를 이용한 이상적인 디스플레이는QD를 단순한 LCD의 백라이트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빨강·초록·파랑의 화소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는 5~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LED를 기판에 붙여 만드는 디스플레이로 OLED 대비 5배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유연한 기판에 만들 수 있고 가벼워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으로의 응용이 가능하기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일본 회사도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모든 첨단 산업이 그렇듯 디스플레이 기술도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아직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많은 부품·소재·장비 업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공학도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 하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마릴린 먼로
배우 마릴린 먼로가 1926년 6월 1일 태어나 62년 8월 5일 신경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그 36년의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들보다 훨씬 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남겼다.
어머니의 정신질환으로 입양 가정에서 성장해야 했던 불우한 유년, 양부의 성추행과 16세의 이른 결혼, 뜻밖의 행운이었을 모델 데뷔. 그는 스무 살에 영화배우로 데뷔해 단숨에 ‘20세기 섹스 심벌(sex symbol)’이 됐고, 상업적 성공과 함께 찾아온 눈부신 스타덤의 시간을 누렸고, 그 사이 세 차례 잇단 이혼과 결혼과 이혼, 약물 중독, 케네디가(家) 남자들을 포함한 여러 유명 인사들과의 염문.
생전의 그는 숨질 때까지 자신을 유명하게 한 ‘섹스 심벌’의 이미지로부터 도망치고자 노력했다. 데뷔와 거의 동시에 이미 스타였던 그는 부끄러움 없이 연기학교와 대학 공개강좌를 찾아 다니며 예술가로서의 기량을 늘리고자 노력했고, 50,60년대 할리우드의 이념 지형 안에서 시민으로서의 좌표를 찾기 위해 진지하고 고민했다.
한사코 치마를 들추려는 할리우드 상업자본도, 어쩔 수 없이 그 요구에 순응하는 자신을 그는 못마땅해 했고, 그렇게 자신을 소비하는 대중도 혐오스럽게 여겼다. 일기형식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그는 “사람들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자신들의 음란한 생각을 본다.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기들의 환상이 깨지면 나를 탓한다”고 썼다.
그의 처음과 끝,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명암이 너무 대조적이어서, 그의 사후 섹스 심벌의 이미지로부터 그를 ‘구원’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사진이 보여주는 장면을 근거로 그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는 “철학적인 시인 같은 지성파 배우”의 이미지를 투영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빼어나게 섹시한 외모를 지닌 배우였고, 자신의 이미지에 갇히기보다 더 다양하고 멋진 연기를 펼치고자 노력했던 예술인이었다. 배우가 굳이 철학적인 시인까지 될 필요도, 지성파여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자서전의 한 구절처럼, 그는 죽어서도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그로 남지 못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식적 사인은 자살이지만 몇 가지 의혹과 함께 여러 시나리오의 타살 의혹이 아직도 떠돈다. 죽음의 과정에까지 자신들의 환상을 투영하려는 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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