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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한국일보]
1. 세월호 재수사 필요성 높인 황교안 세월호 외압 의혹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 당시 세월호 수사에 개입했다는 전ㆍ현직 검찰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 123정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통해 대검에 혐의를 빼도록 지시했다는 것 등이다.
황 장관은 수사팀의 혐의 적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도 한다. 같은 시기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대검을 통해 변 지검장에게 동일한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지검장 등 수사 지휘부는 이듬해 정기인사에서 좌천됐다가 결국 옷을 벗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해경 정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극구 꺼린 것은 초동 대응과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 등 청와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책임을 강조해 보도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에 황 장관이 6ㆍ4지방선거를 의식해 해경에 대한 수사 착수 시점을 두 달 가까이 늦췄다는 증언까지 나온 것을 보면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ㆍ은폐 의혹이 짙어진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법무부 장관도 개별 사건에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다. 황 장관과 우 비서관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특정 죄목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검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이 된다. 과거 직위를 이용해 지방검찰청장에게 특정 사건에 선처를 종용한 검찰총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례도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방해 행위는 특검과 두 차례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은 시간 부족으로 손도 대지 못했고, 검찰은 두 번째 수사에서도 당시 광주지검장과 부장검사만 불러 해경 압수수색 중단 대목만 조사했다.
황 장관과 법무부ㆍ검찰 간부들, 우 비서관의 외압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채워지면 검찰은 곧바로 세월호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세월호 수사 방해 실상이 낱낱이 밝혀져 더 이상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경향신문]
2. 관료 체질 변화를 위해 관료와 집권자가 해야 할 일
대통령제하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앙부처의 장관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말단 9급까지 공무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필수적이다. 집권자의 공약을 구체화해서 시민의 피부에 닿게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30일 인사혁신처를 향해 “공직윤리와 관련한 제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당연하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지난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인사의 사유화를 극복하고 청렴한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이 공직사회를 향해 “자기 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공무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다. 아직 장차관이 임명되지 않은 탓에 부처 업무보고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관성적인 업무 처리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공무원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을 추동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 공무원들과 집권세력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5년뿐이다. 흔히 관료 시스템의 공무원을 ‘영혼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지시받은 대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은 갖고 있다. 하지만 각종 현안과 대책에 관해 공무원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집권자의 개혁성과 공무원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공직사회의 틀이 짜여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지시라고 해도 옳지 않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면 ‘노’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공무원들 사이에 형성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탄핵은 공직윤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확인시켜 주었다. 대통령의 불법적인 지시에도 무조건 복종하고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의 폐해가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것은 집권자의 능력과 철학에 달렸다. 공무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영혼을 불어넣어 스스로 국민의 봉사자가 되게 해야 한다.
3. 장관에 내정된 의원 4명, 책임정치 계기 되길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4명을 장관으로 내정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내정자는 지역구도 타파의 상징으로 꼽히는 4선 정치인이다.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실현하기에 적격인 데다 내년 개헌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관계를 조율하는 데 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임명될 경우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란 점에서 외교부 장관에 이어 또 한번 ‘유리천장’을 깬 파격인사다. 주요 포스트의 과감한 여성 발탁은 내각 구성의 성평등 차원을 넘어 능력과 자질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국회에서 각각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세월호 재조사 문제 등 주요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뤄 온 전문가로 부처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보인다. 김부겸·김영춘 내정자는 비문 성향이다. 출신 지역은 앞서 지명된 이낙연 총리·김동연 경제부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합해 호남·충청 2명, 서울·경북·부산이 1명씩으로 지역 균형도 갖춰졌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지금 새 정부엔 아파트값 폭등, 가뭄, 일자리 추경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빨리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후임 인선을 매듭지어 일할 자세를 갖추려면 한시가 급하다.
정치인 입각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을 강화하고 민심을 반영하며 원활한 당청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 과거엔 정당이 집권해 국정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와 선거 캠프가 정권을 잡고 좌지우지해왔다. 그래서 새누리당·민주당 정권이라기보다 박근혜·김대중 정권으로 불려왔고, 논공행상 차원에서 장관직을 떡 갈라 주듯 전리품 분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평소 공직을 맡을 인물을 확보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대선에서 선택받은 정당의 인물, 특히 시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 의원들이 이 행정부에 들어가 관료조직을 통제하며 국정을 펼치는 것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정치인을 제대로 쓴다면 강력한 개혁동력이 작동되고 정부 조직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데일리]
4.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진 원전 정책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자력 정책 재검토를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전 위주의 기존 전력수급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도 경북 울진에 건설할 예정인 신한울원전 3·4호기 시공설계 용역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정책 환경의 변화를 감안한 결정이다. 새 정부가 ‘탈(脫) 원전’ 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과거 정부에서 마련된 계획을 그대로 밀고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3·4호기는 5월 중 착공에 들어가 2022년과 2023년 연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었다.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이 불신을 받고 있는 터에 우리만 원전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다. 더욱이 2011년 일본 도후쿠 대지진으로 인해 야기된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원전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독일과 오스트리아, 대만 등이 원전폐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위스도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2050년까지 원전가동을 중단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원전을 대체할 만한 다른 전력공급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노후화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가동 중단될 운명에 처해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계획은 진작부터 추진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취약점이다. 태양열·풍력 발전기가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대규모 시설로 확장되는 경우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마찬가지다.
결국은 속도의 문제다. 원전의 신규 건설은 중단하더라도 기존 원전에 대해서는 당초 허용된 기간만큼 가동을 보장한다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른 대체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서도 단기적인 처방은 가급적 피해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전력공급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생활의 불편을 겪어야 하면서도 요금은 요금대로 대폭 오를 것이라는 데 대한 분명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5. 4대강 보 개방조절 박수 받을 만하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4대강 보의 개방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것은 유연한 정책집행이란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언론 브리핑에서 “공주보는 최소한 취수원을 확보하는 선에서 천천히 수량을 조절해 개방하고, 충남 서북부로 취수되는 부여 백제보는 개방하지 않도록 이미 지시했다”고 밝혔다. 4대강 6개 보의 ‘상시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다.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등 5개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6개 보의 수문 개방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라고 못 박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녹조발생 우려가 심하다는 이유로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6개 보를 6월부터 상시 개방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금강 공주보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일단 상황을 살펴가며 추가 방류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조치가 지금의 가뭄이 극심하기 때문에 취해졌음은 물론이다. 하천 물을 방류하는 데 대한 농민들의 걱정을 감안한 조치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타들어 가는 농심(農心)과 함께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정책과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주보와 백제보는 충남 북서부의 가뭄 현상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정서적 문제’ 때문에 조정했다는 박 대변인의 설명도 ‘정성스러운 마음’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농사와 환경이 맞부딪쳤다. 이럴 때는 어느 한쪽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집행을 모색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9년여 만에 출범한 진보 정권이 정체성에 대한 조바심으로 수문의 ‘전면 개방’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정책적인 여유를 느끼게 된다.
4대강 사업이 보수정권에서 추진됐다는 이유로 무조건 백안시할 게 아니라 홍수·가뭄 예방 등의 순기능은 살리고 수질오염의 역기능은 억제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정부의 정책을 ‘성공한 정책’으로 완성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노컷뉴스]
6. 외교 난제가 내치 문제로? 사드 국면전환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사드(THAAD) '보고 누락'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지시를 계기로 난제 중의 난제였던 사드 문제가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드 논란이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힘겨루기임을 감안할 때 섣불리 국내 배치를 결정한 우리로서는 풀어나갈 방도가 막막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특사외교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나름대로 이해를 구하긴 했으나 시간만 벌었을 뿐 어떻게든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불거진 '보고 누락' 파문은 문 대통령의 표현처럼 "매우 충격적"이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보고 누락'이 사드 배치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절차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서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와 더불어 사드 도입·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흔드는 사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국방부 수뇌부가 한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미군 사령부 예하 조직인지 의심케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조사 결과 중대한 절차상의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사드는 외교 문제 이전에 국내 정치적 사안으로 순식간에 전환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설득 노력을 하기 이전에 내부로부터 해법을 찾아나갈 명분을 쥐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 사드 배치의 절차적 부당성을 계속해서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가 한미동맹을 인정하는, 그 바탕 위에서 더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절차적 문제를 검증하는데 동의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 감사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사드 반대 기류가 강해지고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해 왔고 특사 파견으로 우리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구해놓은 상태여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취임 전부터 계속해서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올려 결정하겠다는 등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 특사 파견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미국 측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짚는 부분이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니란 점을 여러 외교 채널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7. 공평 과세 말하면 종교인 과세 왜 미루나
종교인 과세 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과세하면 갈등의 소지가 커진다는 게 이유다. 청와대는 즉각 “조율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적잖은 국민이 사실상 법 시행을 무력화하려는 기도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은 이러한 법 원칙에서 예외였다.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비로소 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추가해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당시에도 ‘혼란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포함되는 과세 대상자를 8만명 안팎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로 인한 세수 효과를 최소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까지 예상한다.
종교인 과세를 2년 또 미루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명분도 없다. 이미 2년을 유예했는데 그동안 뭘 하다 또 2년을 미루자는 얘긴가.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종교인 과세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미국 목회자들은 소득세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설교, 결혼?장례식 등의 의식 집전에서 받은 사례비까지 세금을 낸다.
한국 천주교 성직자들도 1994년부터 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한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래서 새 정부가 과세에 반대하는 특정 종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로 어떤 특정 종교는 종교인 과세를 당론으로 찬성한 대통령 선거 후보와 당에 대해 낙선 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까지는 7개월이란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국세청과 종교계가 함께 과세 기준을 상세하게 만들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이행에 따른 재원 확보 방안으로 공평과세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는가. 종교인 과세만 쏙 뺀 공평 과세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8. 黨·靑 협력 강조한 4개 부처 장관 인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0일 만인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 도종환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의원을 국토교통부, 김영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지난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데 이은 두 번째 내각 인선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원칙 논란과 관련해 직접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해 달라”고 당부한 이튿날 곧바로 이른바 ‘의원 입각 카드’를 꺼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국회에 묶여 있는 탓에 인선 자체가 상당히 미뤄진 만큼 인사 검증이 끝난 장관 후보자들의 발표마저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정 공백의 최소화와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의 통과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총리 인준을 둘러싼 인선 정국에 대한 정면 돌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공세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위장 전입이란 게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강남 학군 입학을 위한 ‘악성’을 전제로 한 상식적인 기준이 있었음에도 가타부타 위장 전입이란 틀을 씌우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결국 야당의 처분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 아래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이다.
상고 신화의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으로 불린 강경화 장관 후보자의 기용 자체만을 놓고 보면 파격과 탕평이라고 충분히 평가할 만했다. 의원들의 내각 중용도 인정할 대목이 적잖다. 넓게는 국회와 정부, 좁게는 민주당과 청와대와 정부 간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데 비교적 수월하다. 또 당 내부적으로도 지역 안배와 비주류 달래기라는 다목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 같다.
김부겸 후보자는 20대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당선돼 지역 통합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김영춘 후보자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고향인 부산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다. 시인 출신인 도종환 후보자는 재선에다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상임위원장인 김현미 후보자는 강경화 후보자에 이은 깜짝 인사다.
의원 출신의 장관 후보자들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관료사회에 전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나름 전문성도 갖췄거나 의정 활동도 남달랐거나 지역주의 한계를 극복한 의원들인 까닭에서다. 다만 관료를 장악하지 못해 정책이 겉돌았던 과거의 행태를 경계해야 함은 당연하다. 야당 쪽에서 논공행상이라고 비난하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는 상황을 신경쓸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국정 정상화가 국민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9. 사드 반입 은폐, 진상조사로 국가기강 세워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기존에 설치된 2기 외에 추가로 4기가 반입됐으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추가 반입 보고를 받고 격한 표현으로 조국 민정수석과 정 안보실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사드 배치를 놓고 심각한 국론 분열상을 드러냈다. 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경제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만큼 사드는 국가의 외교·안보에서 가장 심각한 현안 중 하나다.
국가의 안위는 물론 이익과도 직결된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국방부가 지금까지 쉬쉬하며 숨겨 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놀랍다. 직무유기라는 말조차 아깝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때도 국내에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누락이 문제될 것 같다고 느꼈는지 한민구 국방장관이 업무보고 다음날인 26일 정 안보실장에서 몰래 반입된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만행위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가 언제인가. 사드 때문에 온 국민이 그토록 고통을 받았고, 이번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이 격렬하게 논쟁한 최대 외교·안보 이슈 아니었던가.
한시도 보고를 늦출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꽁꽁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전말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추가 반입 경위, 결정 주체,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이유 등이 명백하게 가려져야 함은 당연하다. 진상조사를 통해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실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됐을 것이라는 것은 지난 3월 사드 2기가 오산공군기지에 들어왔을 때 확인되지 않은 탓에 추측성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는 마땅히 국민에게 알려야 했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고했어야 한다.
사드 발사대를 들여오고도 은폐한 처사는 자칫 한?미 동맹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진행했어야 한다. 민감할수록 국민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야당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혼란스러운 인선 정국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꼼수로 비판하고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 진상조사를 통한 엄정 조치는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조선일보]
10. 세월호 천막은 광화문 무기한 점거하나
서울시가 30일 탄핵 반대 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세웠던 불법 천막 41개를 철거했다. 지난 1월 21일 천막 농성장이 들어선 지 129일 만이다. 서울시는 "22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를 요청했으나 무단 점유가 이어졌다"며 "광장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철거했다"고 했다. 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시 조례에도 서울·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여가 선용과 문화 행사에 사용하게 돼 있다. 불법 천막 철거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세월호 단체가 서울광장 옆 광화문광장에 세운 불법 천막은 놔두고 있다. 이런 형평성 지적에 대해 "(세월호 천막은) 광장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됐다"는 억지 발표까지 했다. 세월호 천막이 들어선 지 오늘로 1053일째다.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 세월호 천막을 정비해 추모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세월호 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광장을 아예 무기한으로 점거하려는 모양이다.
지금은 세월호 인양이 완료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선체조사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세월호 인양 후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소문이 모두 괴담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비난하던 전(前) 대통령은 탄핵돼 감옥에 갔고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니던 정치인이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대통령이 세월호 조사위를 또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풀이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세상 모든 일은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기 마련이다. 이미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주요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비트코인 키운 '블록체인' 주목하자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증명서는 이를 발급하고 보증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용장은 금융기관에서, 진료기록은 병원에서, 졸업장은 해당 대학에서 사실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와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과 불편을 없애줄 기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바로 참여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고 확인함으로써 사실상 변조자체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2008년, 전 세계의 금융 산업이 붕괴되었을 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무명의 개발자는 P2P(Peer-to-Peer) 방식의 새로운 전자결제시스템 ‘블록체인’을 구상했다.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암호 화폐를 사용하며, 공신력을 갖는 제3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분산계산방식의 프로토콜을 통해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을 채용한 것이었다.
비트코인이라는 한정된 기능으로 반신반의하던 ‘블록체인’ 기술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정된 조건이 일치될 경우에만 계약을 이행하는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 ‘이더리움’이 탑재된 이후다. 현존하는 많은 정보시스템이 중앙집권적인 관리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인데 반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관리형인데다 수평적 계약확인 관계를 통해 저렴하고 빠르며 안전성까지 겸비하여 다양한 정보유통모델의 개발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의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Information) 중심’에서 ‘가치(Value)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며, 재미와 편의 위에 신뢰와 안전이 더해진 생활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트랜드에 ‘블록체인’은 안성맞춤의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협력과 합의에 기초한 ‘블록체인’기반 플랫폼은 수억 개의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응답과 데이터의 교환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록을 융합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내가 제공한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누가 열람하고 사용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도 있고, 유학중인 친구에게 보낸 소포가 지금 태평양 어디쯤 지나고 있는 지도 확인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똑같은 데이터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분산 관리하도록 하고, 거래결과를 각 참여자의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 기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머지않아 이런 ‘블록체인’의 합의알고리즘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여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지능형 ‘블록체인’의 등장도 기대된다.
이처럼 활용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은 빠르게 인터넷기반 경제와 지능정보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갈 전망이다. 인터넷 최초의 사용자 중심 신뢰 프로토콜인 ‘블록체인’은 기존의 인터넷환경이 해결하지 못했던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기여하며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관계와 룰(Rule)을 보다 직접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특히, 중간 중재자(Mediator)가 없는 참여자간의 직접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구축되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개방성, 가치지향, 분권화, 글로벌 참여를 현실화시키며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의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의사결정과정까지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블록체인’기술이 인터넷상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에 기반 한 응용서비스 개발에 앞서 기술의 안전성과 프라이버시 침해소지 등 우려되는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최근 발생한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사고처럼 무방비 노출된 비트코인 연계프로그램(전자지갑)과 인프라(거래소)에 대한 개발자보안가이드와 디지털화폐 거래소운영지침도 필요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어갈 산업생태계 조성, 기술개발, 전문인력양성, 제도개선 등의 과제도 풀어나가야 한다.
이제라도 ‘블록체인’과 같이 우리사회를 새로운 신뢰 구조로 이끌어줄 ‘기술’을 어떻게 앞서 활용하고 경쟁력 있게 키워낼 것인지 지혜와 힘을 함께 모아보자.
2. [머니투데이][MT시평] 한국 경제 3대 아킬레스건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지명돼 경제 컨트롤타워가 구축되었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는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며 경제의 골든타임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저성장 극복,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는 한국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3대 현안이다.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J노믹스’는 이들 문제의 해법으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저성장 극복 문제다. 우리 경제는 3년째 2%대 성장에 머물러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3.8%로 내년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신생아 수가 40만명 이하로 떨어지고 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초반 3.6%에서 2020~24년 1.9%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기업의 활력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수출과 투자 확대, 성장잠재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작동하도록 경제정책의 묘를 기해야 한다. 피부에 와닿는 규제개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신속히 진행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둘째로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 10%를 넘어선 이래 2015년 10.5%, 2016년 10.7%로 갈수록 악화한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 청년 실신 시대 같은 말들이 널리 회자된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가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24.6%에 달하는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소하는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성적표를 갈라놓은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였다. 독일이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비용 증가 억제, 경쟁력 제고를 달성한 반면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81만명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방한한 앤 크루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노동개혁으로 고령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용확대, 직업교육 강화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제도 정비에 앞장서는 적절한 역할분담이 요청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최고임금 적용 근로자 비중은 14%로 영국,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의 고용창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로 양극화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촛불집회는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였다.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완화돼야 사회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더이상 소수에게 성장의 과실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정서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 개선, 세제개편, 연금제도 개선 등 다양한 양극화 해소 대책이 시급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 경제를 지탱한 재정건전성 기조가 크게 훼손되는 건 금물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데는 건전재정이 큰 힘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면서 불균형을 시정해 나가는 조화로운 정책 추진이 요청된다.
3. [서울경제][Science&Market] 식약처, 바이오헬스 혁명 동반자로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를 선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규제를 ‘FDA 관리 대상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 및 시험방법 개발’로 정의하고 이를 FDA의 제품 판매승인 결정을 위한 유익성(benefit), 위험성(risk)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물리학·생물학·디지털공학 등 다양한 신기술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돼 경제와 산업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계적인 융복합 바이오헬스 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각국 규제당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은 속성상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 합리적 규제를 정립하기 위해 FDA나 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은 과학적 사실과 함께 산업계·학계·사용자·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조율로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더 나아가 사용자·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시장경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융복합 바이오헬스 중심의 4차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합리적 규제정책 마련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선제 대응하려 한다면 현재의 산업환경에 맞춘 법령이나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은 식약처는 식품·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과 인체에 적용하는 생활화학용품 등 안전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국민이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안전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적극적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신의료기기 개발 지원으로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성과를 이뤄냈다.
정밀의료, 디지털헬스케어, 3차원(3D) 프린팅, 인공지능(AI), 재활로봇 등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 출현에 대비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기술장벽 해소로 의료제품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의 특성에 맞도록 규제 체제를 정비해 대한민국의 화장품 산업이 한류와 함께 K뷰티로 신성장 산업의 핵심이 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규제조화센터(AHC), 의료기기아시아조화회의(AHWP) 활동 등으로 국내 의료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가심사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조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국제기준을 선도해나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20년은 사람 중심의 체계적 국가 인체 위해성 감시체계를 가동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빈틈없이 안전 관리를 하고 품질부터 피해 구제까지 끊김 없는 소비자 보호와 필수·첨단제품까지의 원활한 공급 지원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식품·의료제품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의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에 발맞춰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의 혁신적 규제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규제 개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신산업 창출을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시장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품·의료제품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가 기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사전 예방에서 신속 대응까지를 포괄하는 체계적·종합적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식약처의 기능 강화는 필요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식약처는 감독자가 아닌 동반자의 사고로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낭독과 암송의 힘
고대 그리스 교육은 인문 교양 교육의 전범이다. 첫걸음은 어린이 교육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을 교육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어머니와 유모가 구전동화를 들려주었고, 글을 배워 읽고 쓸 줄 알게 되면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게 했다. 필수 교과서는 기원전 8세기 서사시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들’ 등 고대 최고 문인들의 고전 걸작들이었다.
아테네의 인본주의적 교육은 ‘파이데이아’(paideia)라 불렸다. 이러한 교육이 널리 보급된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교육체계는 인문정신이 쇠락해 가는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교육은 국가가 직접 책임지지 않고 부모의 자유에 맡겼다. 다만 전몰 용사들의 자녀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고 양육비도 댔는데, 이 경우도 소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개인교사에게 교육비를 지급했다.
교육의 첫 단계는 읽기와 쓰기 교육이었다. 플라톤(BC 427~347)은 ‘프로타고라스’에서 아테네 교육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이들이 읽는 법을 알게 되면 바로 위대한 고전주의 시인들의 다양한 시구를 큰 소리로 낭독하도록 했으며, 이어 전부 다 암송하도록 했다.” 아테네인들은 위대한 고전들을 교본 삼아 소년들이 옛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찬미와 칭송이 담긴 내용을 학습해 뛰어난 인물들을 선망해서 흉내 내고 그들을 닮기를 갈구하도록 만들었다.
어디 아테네 소년들뿐이랴. 알렉산드로스(BC356~323)는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일리아스’를 꼭 머리맡에 놓고 수시로 읽었을 정도다. 아테네 소년들이 학습한 고전들은 인류의 고전으로 2700여년 이상 뭇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낭독과 암송은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문맹이 아님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분명한 행위다.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치고 낭랑하게 책을 읽던 정경을 상상해 보라. 더구나 서사시를 운율에 맞춰 읽어 나가노라면 눈의 집중과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절로 감흥이 배가되지 않았을까.
구두점도 없고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문자들을 정연하게 풀어 읽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었다. 또 알렉산드로스가 모친이 보낸 편지를 말없이 읽어 부하들을 당혹하게 했듯, 낭독은 텍스트를 주변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암송은 텍스트의 깊은 의미를 거듭 되새기며 내면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을 터다. 음유시인들이 크게 존경받고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낭독과 암송이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다. 아름다운 시구 하나 제대로 읊조리지 못하는 인문 교육이라니.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고전 낭독과 암송을 운용해 보라.
5. [중앙일보][시선 2035] 모독해야 할 죽음
존경했던 어른이 그저 ‘나이 든 사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비과학을 말할 때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든가 육각수나 수소수가 건강에 좋다고 할 때, 장 청소나 숙변 제거를 권할 때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존경과 신뢰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어디 가서 장사꾼에게 사기나 당하지 않으시길 빌게 된다. 논리를 따지고 싶은 마음은 참는다. 수소수 정수기도 조금 비쌀 뿐 정수는 될 거고, 선풍기 안 켜고 자면 더울 뿐이니. 사소한 비과학이 크게 해롭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를 보고 깨달았다. 이들은 자연주의 치료법을 신봉했다.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고, 화상 부위를 40도 물에 담그는 치료법을 전파하는 카페에 회원 수가 6만 명이었다. 많은 사람이 안아키 회원들을 조롱하지만 그들만의 잘못일까. 비과학적 믿음은 쉽게 수정되지 않는다. 당장 TV를 틀어도 어떤 음식이 병에 좋다는 근거 없는 ‘푸드 패디즘’은 찾기 어렵지 않다. 천연 예찬과 MSG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안아키는 막을 수도 있었다. 안아키의 계보엔 예방접종 거부 모임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 있었고 허현회의 ‘약을 끊은 모임’이 있었다. 2012년 출판된 허현회의 책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는 베스트셀러였다. “우울증·골다공증은 의사들이 지어낸 병이다” “소금이 고혈압을 낮춘다”는 상식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래서 더 잘 팔렸다.
베스트셀러가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음모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만 있으면 상식적인 비판도 기득권의 발악으로 둔갑되기 때문이다.
허현회는 병원을 가지 말라는 책을 쓴 지 4년 만에 죽었다. 55세. 수명이 한참 남은 나이였다. 사인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결핵. 치료만 잘 받아도 죽음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슐린을 맞으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항생제도 먹지 않다가 죽었다. 최소한 장삿속을 위한 선동은 아니었다는 데 점수를 주기엔 이미 피해가 컸다. 1, 2기 암환자였지만 그의 조언에 따랐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은 피해자가 여럿이었다. 그의 죽음은 잠시 조롱되다 고인 모독이란 여론에 금세 잊혔다.
세상에는 모독해야 하는 죽음도 있다. 허현회의 죽음은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게 죽은 사람들에게 “인류의 유전자 풀을 향상시켰다”며 주는 국제적 상인 ‘다윈상’이라도 줘야 한다. 비과학적 사고에 대한 교훈을 남기면 그의 인생도 의미가 있다. 의학뿐인가. 개개인의 발언권이 큰 시대. 과학적 비판이 결여될 때 환단고기나 디워 추종자, 타진요가 생겼다는 걸 떠올리며 허현회를 기념해야 한다.
주요신문사설
[한국일보]
1. 세월호 재수사 필요성 높인 황교안 세월호 외압 의혹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 당시 세월호 수사에 개입했다는 전ㆍ현직 검찰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 123정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통해 대검에 혐의를 빼도록 지시했다는 것 등이다.
황 장관은 수사팀의 혐의 적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도 한다. 같은 시기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대검을 통해 변 지검장에게 동일한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지검장 등 수사 지휘부는 이듬해 정기인사에서 좌천됐다가 결국 옷을 벗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해경 정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극구 꺼린 것은 초동 대응과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 등 청와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책임을 강조해 보도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에 황 장관이 6ㆍ4지방선거를 의식해 해경에 대한 수사 착수 시점을 두 달 가까이 늦췄다는 증언까지 나온 것을 보면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ㆍ은폐 의혹이 짙어진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법무부 장관도 개별 사건에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다. 황 장관과 우 비서관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특정 죄목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검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이 된다. 과거 직위를 이용해 지방검찰청장에게 특정 사건에 선처를 종용한 검찰총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례도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방해 행위는 특검과 두 차례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은 시간 부족으로 손도 대지 못했고, 검찰은 두 번째 수사에서도 당시 광주지검장과 부장검사만 불러 해경 압수수색 중단 대목만 조사했다.
황 장관과 법무부ㆍ검찰 간부들, 우 비서관의 외압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채워지면 검찰은 곧바로 세월호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세월호 수사 방해 실상이 낱낱이 밝혀져 더 이상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경향신문]
2. 관료 체질 변화를 위해 관료와 집권자가 해야 할 일
대통령제하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앙부처의 장관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말단 9급까지 공무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필수적이다. 집권자의 공약을 구체화해서 시민의 피부에 닿게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30일 인사혁신처를 향해 “공직윤리와 관련한 제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당연하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지난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인사의 사유화를 극복하고 청렴한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이 공직사회를 향해 “자기 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공무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다. 아직 장차관이 임명되지 않은 탓에 부처 업무보고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관성적인 업무 처리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공무원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을 추동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 공무원들과 집권세력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5년뿐이다. 흔히 관료 시스템의 공무원을 ‘영혼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지시받은 대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은 갖고 있다. 하지만 각종 현안과 대책에 관해 공무원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집권자의 개혁성과 공무원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공직사회의 틀이 짜여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지시라고 해도 옳지 않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면 ‘노’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공무원들 사이에 형성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탄핵은 공직윤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확인시켜 주었다. 대통령의 불법적인 지시에도 무조건 복종하고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의 폐해가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것은 집권자의 능력과 철학에 달렸다. 공무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영혼을 불어넣어 스스로 국민의 봉사자가 되게 해야 한다.
3. 장관에 내정된 의원 4명, 책임정치 계기 되길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4명을 장관으로 내정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내정자는 지역구도 타파의 상징으로 꼽히는 4선 정치인이다.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실현하기에 적격인 데다 내년 개헌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관계를 조율하는 데 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임명될 경우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란 점에서 외교부 장관에 이어 또 한번 ‘유리천장’을 깬 파격인사다. 주요 포스트의 과감한 여성 발탁은 내각 구성의 성평등 차원을 넘어 능력과 자질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국회에서 각각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세월호 재조사 문제 등 주요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뤄 온 전문가로 부처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보인다. 김부겸·김영춘 내정자는 비문 성향이다. 출신 지역은 앞서 지명된 이낙연 총리·김동연 경제부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합해 호남·충청 2명, 서울·경북·부산이 1명씩으로 지역 균형도 갖춰졌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지금 새 정부엔 아파트값 폭등, 가뭄, 일자리 추경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빨리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후임 인선을 매듭지어 일할 자세를 갖추려면 한시가 급하다.
정치인 입각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을 강화하고 민심을 반영하며 원활한 당청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 과거엔 정당이 집권해 국정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와 선거 캠프가 정권을 잡고 좌지우지해왔다. 그래서 새누리당·민주당 정권이라기보다 박근혜·김대중 정권으로 불려왔고, 논공행상 차원에서 장관직을 떡 갈라 주듯 전리품 분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평소 공직을 맡을 인물을 확보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대선에서 선택받은 정당의 인물, 특히 시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 의원들이 이 행정부에 들어가 관료조직을 통제하며 국정을 펼치는 것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정치인을 제대로 쓴다면 강력한 개혁동력이 작동되고 정부 조직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데일리]
4.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진 원전 정책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자력 정책 재검토를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전 위주의 기존 전력수급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도 경북 울진에 건설할 예정인 신한울원전 3·4호기 시공설계 용역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정책 환경의 변화를 감안한 결정이다. 새 정부가 ‘탈(脫) 원전’ 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과거 정부에서 마련된 계획을 그대로 밀고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3·4호기는 5월 중 착공에 들어가 2022년과 2023년 연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었다.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이 불신을 받고 있는 터에 우리만 원전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다. 더욱이 2011년 일본 도후쿠 대지진으로 인해 야기된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원전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독일과 오스트리아, 대만 등이 원전폐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위스도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2050년까지 원전가동을 중단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원전을 대체할 만한 다른 전력공급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노후화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가동 중단될 운명에 처해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계획은 진작부터 추진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취약점이다. 태양열·풍력 발전기가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대규모 시설로 확장되는 경우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마찬가지다.
결국은 속도의 문제다. 원전의 신규 건설은 중단하더라도 기존 원전에 대해서는 당초 허용된 기간만큼 가동을 보장한다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른 대체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서도 단기적인 처방은 가급적 피해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전력공급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생활의 불편을 겪어야 하면서도 요금은 요금대로 대폭 오를 것이라는 데 대한 분명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5. 4대강 보 개방조절 박수 받을 만하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4대강 보의 개방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것은 유연한 정책집행이란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언론 브리핑에서 “공주보는 최소한 취수원을 확보하는 선에서 천천히 수량을 조절해 개방하고, 충남 서북부로 취수되는 부여 백제보는 개방하지 않도록 이미 지시했다”고 밝혔다. 4대강 6개 보의 ‘상시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다.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등 5개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6개 보의 수문 개방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라고 못 박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녹조발생 우려가 심하다는 이유로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6개 보를 6월부터 상시 개방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금강 공주보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일단 상황을 살펴가며 추가 방류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조치가 지금의 가뭄이 극심하기 때문에 취해졌음은 물론이다. 하천 물을 방류하는 데 대한 농민들의 걱정을 감안한 조치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타들어 가는 농심(農心)과 함께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정책과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주보와 백제보는 충남 북서부의 가뭄 현상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정서적 문제’ 때문에 조정했다는 박 대변인의 설명도 ‘정성스러운 마음’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농사와 환경이 맞부딪쳤다. 이럴 때는 어느 한쪽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집행을 모색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9년여 만에 출범한 진보 정권이 정체성에 대한 조바심으로 수문의 ‘전면 개방’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정책적인 여유를 느끼게 된다.
4대강 사업이 보수정권에서 추진됐다는 이유로 무조건 백안시할 게 아니라 홍수·가뭄 예방 등의 순기능은 살리고 수질오염의 역기능은 억제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정부의 정책을 ‘성공한 정책’으로 완성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노컷뉴스]
6. 외교 난제가 내치 문제로? 사드 국면전환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사드(THAAD) '보고 누락'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지시를 계기로 난제 중의 난제였던 사드 문제가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드 논란이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힘겨루기임을 감안할 때 섣불리 국내 배치를 결정한 우리로서는 풀어나갈 방도가 막막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특사외교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나름대로 이해를 구하긴 했으나 시간만 벌었을 뿐 어떻게든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불거진 '보고 누락' 파문은 문 대통령의 표현처럼 "매우 충격적"이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보고 누락'이 사드 배치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절차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서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와 더불어 사드 도입·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흔드는 사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국방부 수뇌부가 한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미군 사령부 예하 조직인지 의심케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조사 결과 중대한 절차상의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사드는 외교 문제 이전에 국내 정치적 사안으로 순식간에 전환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설득 노력을 하기 이전에 내부로부터 해법을 찾아나갈 명분을 쥐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 사드 배치의 절차적 부당성을 계속해서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가 한미동맹을 인정하는, 그 바탕 위에서 더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절차적 문제를 검증하는데 동의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 감사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사드 반대 기류가 강해지고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해 왔고 특사 파견으로 우리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구해놓은 상태여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취임 전부터 계속해서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올려 결정하겠다는 등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 특사 파견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미국 측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짚는 부분이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니란 점을 여러 외교 채널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7. 공평 과세 말하면 종교인 과세 왜 미루나
종교인 과세 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과세하면 갈등의 소지가 커진다는 게 이유다. 청와대는 즉각 “조율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적잖은 국민이 사실상 법 시행을 무력화하려는 기도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은 이러한 법 원칙에서 예외였다.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비로소 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추가해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당시에도 ‘혼란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포함되는 과세 대상자를 8만명 안팎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로 인한 세수 효과를 최소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까지 예상한다.
종교인 과세를 2년 또 미루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명분도 없다. 이미 2년을 유예했는데 그동안 뭘 하다 또 2년을 미루자는 얘긴가.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종교인 과세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미국 목회자들은 소득세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설교, 결혼?장례식 등의 의식 집전에서 받은 사례비까지 세금을 낸다.
한국 천주교 성직자들도 1994년부터 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한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래서 새 정부가 과세에 반대하는 특정 종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로 어떤 특정 종교는 종교인 과세를 당론으로 찬성한 대통령 선거 후보와 당에 대해 낙선 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까지는 7개월이란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국세청과 종교계가 함께 과세 기준을 상세하게 만들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이행에 따른 재원 확보 방안으로 공평과세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는가. 종교인 과세만 쏙 뺀 공평 과세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8. 黨·靑 협력 강조한 4개 부처 장관 인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0일 만인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 도종환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의원을 국토교통부, 김영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지난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데 이은 두 번째 내각 인선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원칙 논란과 관련해 직접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해 달라”고 당부한 이튿날 곧바로 이른바 ‘의원 입각 카드’를 꺼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국회에 묶여 있는 탓에 인선 자체가 상당히 미뤄진 만큼 인사 검증이 끝난 장관 후보자들의 발표마저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정 공백의 최소화와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의 통과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총리 인준을 둘러싼 인선 정국에 대한 정면 돌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공세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위장 전입이란 게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강남 학군 입학을 위한 ‘악성’을 전제로 한 상식적인 기준이 있었음에도 가타부타 위장 전입이란 틀을 씌우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결국 야당의 처분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 아래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이다.
상고 신화의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으로 불린 강경화 장관 후보자의 기용 자체만을 놓고 보면 파격과 탕평이라고 충분히 평가할 만했다. 의원들의 내각 중용도 인정할 대목이 적잖다. 넓게는 국회와 정부, 좁게는 민주당과 청와대와 정부 간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데 비교적 수월하다. 또 당 내부적으로도 지역 안배와 비주류 달래기라는 다목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 같다.
김부겸 후보자는 20대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당선돼 지역 통합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김영춘 후보자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고향인 부산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다. 시인 출신인 도종환 후보자는 재선에다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상임위원장인 김현미 후보자는 강경화 후보자에 이은 깜짝 인사다.
의원 출신의 장관 후보자들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관료사회에 전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나름 전문성도 갖췄거나 의정 활동도 남달랐거나 지역주의 한계를 극복한 의원들인 까닭에서다. 다만 관료를 장악하지 못해 정책이 겉돌았던 과거의 행태를 경계해야 함은 당연하다. 야당 쪽에서 논공행상이라고 비난하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는 상황을 신경쓸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국정 정상화가 국민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9. 사드 반입 은폐, 진상조사로 국가기강 세워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기존에 설치된 2기 외에 추가로 4기가 반입됐으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추가 반입 보고를 받고 격한 표현으로 조국 민정수석과 정 안보실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사드 배치를 놓고 심각한 국론 분열상을 드러냈다. 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경제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만큼 사드는 국가의 외교·안보에서 가장 심각한 현안 중 하나다.
국가의 안위는 물론 이익과도 직결된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국방부가 지금까지 쉬쉬하며 숨겨 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놀랍다. 직무유기라는 말조차 아깝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때도 국내에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누락이 문제될 것 같다고 느꼈는지 한민구 국방장관이 업무보고 다음날인 26일 정 안보실장에서 몰래 반입된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만행위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가 언제인가. 사드 때문에 온 국민이 그토록 고통을 받았고, 이번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이 격렬하게 논쟁한 최대 외교·안보 이슈 아니었던가.
한시도 보고를 늦출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꽁꽁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전말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추가 반입 경위, 결정 주체,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이유 등이 명백하게 가려져야 함은 당연하다. 진상조사를 통해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실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됐을 것이라는 것은 지난 3월 사드 2기가 오산공군기지에 들어왔을 때 확인되지 않은 탓에 추측성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는 마땅히 국민에게 알려야 했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고했어야 한다.
사드 발사대를 들여오고도 은폐한 처사는 자칫 한?미 동맹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진행했어야 한다. 민감할수록 국민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야당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혼란스러운 인선 정국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꼼수로 비판하고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 진상조사를 통한 엄정 조치는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조선일보]
10. 세월호 천막은 광화문 무기한 점거하나
서울시가 30일 탄핵 반대 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세웠던 불법 천막 41개를 철거했다. 지난 1월 21일 천막 농성장이 들어선 지 129일 만이다. 서울시는 "22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를 요청했으나 무단 점유가 이어졌다"며 "광장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철거했다"고 했다. 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시 조례에도 서울·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여가 선용과 문화 행사에 사용하게 돼 있다. 불법 천막 철거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세월호 단체가 서울광장 옆 광화문광장에 세운 불법 천막은 놔두고 있다. 이런 형평성 지적에 대해 "(세월호 천막은) 광장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됐다"는 억지 발표까지 했다. 세월호 천막이 들어선 지 오늘로 1053일째다.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 세월호 천막을 정비해 추모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세월호 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광장을 아예 무기한으로 점거하려는 모양이다.
지금은 세월호 인양이 완료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선체조사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세월호 인양 후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소문이 모두 괴담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비난하던 전(前) 대통령은 탄핵돼 감옥에 갔고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니던 정치인이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대통령이 세월호 조사위를 또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풀이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세상 모든 일은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기 마련이다. 이미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주요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비트코인 키운 '블록체인' 주목하자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증명서는 이를 발급하고 보증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용장은 금융기관에서, 진료기록은 병원에서, 졸업장은 해당 대학에서 사실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와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과 불편을 없애줄 기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바로 참여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고 확인함으로써 사실상 변조자체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2008년, 전 세계의 금융 산업이 붕괴되었을 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무명의 개발자는 P2P(Peer-to-Peer) 방식의 새로운 전자결제시스템 ‘블록체인’을 구상했다.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암호 화폐를 사용하며, 공신력을 갖는 제3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분산계산방식의 프로토콜을 통해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을 채용한 것이었다.
비트코인이라는 한정된 기능으로 반신반의하던 ‘블록체인’ 기술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정된 조건이 일치될 경우에만 계약을 이행하는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 ‘이더리움’이 탑재된 이후다. 현존하는 많은 정보시스템이 중앙집권적인 관리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인데 반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관리형인데다 수평적 계약확인 관계를 통해 저렴하고 빠르며 안전성까지 겸비하여 다양한 정보유통모델의 개발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의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Information) 중심’에서 ‘가치(Value)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며, 재미와 편의 위에 신뢰와 안전이 더해진 생활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트랜드에 ‘블록체인’은 안성맞춤의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협력과 합의에 기초한 ‘블록체인’기반 플랫폼은 수억 개의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응답과 데이터의 교환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록을 융합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내가 제공한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누가 열람하고 사용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도 있고, 유학중인 친구에게 보낸 소포가 지금 태평양 어디쯤 지나고 있는 지도 확인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똑같은 데이터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분산 관리하도록 하고, 거래결과를 각 참여자의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 기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머지않아 이런 ‘블록체인’의 합의알고리즘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여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지능형 ‘블록체인’의 등장도 기대된다.
이처럼 활용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은 빠르게 인터넷기반 경제와 지능정보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갈 전망이다. 인터넷 최초의 사용자 중심 신뢰 프로토콜인 ‘블록체인’은 기존의 인터넷환경이 해결하지 못했던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기여하며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관계와 룰(Rule)을 보다 직접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특히, 중간 중재자(Mediator)가 없는 참여자간의 직접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구축되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개방성, 가치지향, 분권화, 글로벌 참여를 현실화시키며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의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의사결정과정까지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블록체인’기술이 인터넷상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에 기반 한 응용서비스 개발에 앞서 기술의 안전성과 프라이버시 침해소지 등 우려되는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최근 발생한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사고처럼 무방비 노출된 비트코인 연계프로그램(전자지갑)과 인프라(거래소)에 대한 개발자보안가이드와 디지털화폐 거래소운영지침도 필요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어갈 산업생태계 조성, 기술개발, 전문인력양성, 제도개선 등의 과제도 풀어나가야 한다.
이제라도 ‘블록체인’과 같이 우리사회를 새로운 신뢰 구조로 이끌어줄 ‘기술’을 어떻게 앞서 활용하고 경쟁력 있게 키워낼 것인지 지혜와 힘을 함께 모아보자.
2. [머니투데이][MT시평] 한국 경제 3대 아킬레스건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지명돼 경제 컨트롤타워가 구축되었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는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며 경제의 골든타임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저성장 극복,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는 한국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3대 현안이다.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J노믹스’는 이들 문제의 해법으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저성장 극복 문제다. 우리 경제는 3년째 2%대 성장에 머물러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3.8%로 내년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신생아 수가 40만명 이하로 떨어지고 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초반 3.6%에서 2020~24년 1.9%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기업의 활력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수출과 투자 확대, 성장잠재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작동하도록 경제정책의 묘를 기해야 한다. 피부에 와닿는 규제개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신속히 진행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둘째로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 10%를 넘어선 이래 2015년 10.5%, 2016년 10.7%로 갈수록 악화한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 청년 실신 시대 같은 말들이 널리 회자된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가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24.6%에 달하는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소하는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성적표를 갈라놓은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였다. 독일이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비용 증가 억제, 경쟁력 제고를 달성한 반면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81만명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방한한 앤 크루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노동개혁으로 고령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용확대, 직업교육 강화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제도 정비에 앞장서는 적절한 역할분담이 요청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최고임금 적용 근로자 비중은 14%로 영국,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의 고용창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로 양극화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촛불집회는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였다.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완화돼야 사회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더이상 소수에게 성장의 과실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정서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 개선, 세제개편, 연금제도 개선 등 다양한 양극화 해소 대책이 시급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 경제를 지탱한 재정건전성 기조가 크게 훼손되는 건 금물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데는 건전재정이 큰 힘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면서 불균형을 시정해 나가는 조화로운 정책 추진이 요청된다.
3. [서울경제][Science&Market] 식약처, 바이오헬스 혁명 동반자로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를 선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규제를 ‘FDA 관리 대상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 및 시험방법 개발’로 정의하고 이를 FDA의 제품 판매승인 결정을 위한 유익성(benefit), 위험성(risk)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물리학·생물학·디지털공학 등 다양한 신기술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돼 경제와 산업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계적인 융복합 바이오헬스 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각국 규제당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은 속성상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 합리적 규제를 정립하기 위해 FDA나 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은 과학적 사실과 함께 산업계·학계·사용자·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조율로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더 나아가 사용자·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시장경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융복합 바이오헬스 중심의 4차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합리적 규제정책 마련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선제 대응하려 한다면 현재의 산업환경에 맞춘 법령이나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은 식약처는 식품·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과 인체에 적용하는 생활화학용품 등 안전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국민이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안전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적극적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신의료기기 개발 지원으로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성과를 이뤄냈다.
정밀의료, 디지털헬스케어, 3차원(3D) 프린팅, 인공지능(AI), 재활로봇 등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 출현에 대비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기술장벽 해소로 의료제품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의 특성에 맞도록 규제 체제를 정비해 대한민국의 화장품 산업이 한류와 함께 K뷰티로 신성장 산업의 핵심이 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규제조화센터(AHC), 의료기기아시아조화회의(AHWP) 활동 등으로 국내 의료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가심사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조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국제기준을 선도해나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20년은 사람 중심의 체계적 국가 인체 위해성 감시체계를 가동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빈틈없이 안전 관리를 하고 품질부터 피해 구제까지 끊김 없는 소비자 보호와 필수·첨단제품까지의 원활한 공급 지원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식품·의료제품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의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에 발맞춰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의 혁신적 규제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규제 개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신산업 창출을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시장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품·의료제품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가 기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사전 예방에서 신속 대응까지를 포괄하는 체계적·종합적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식약처의 기능 강화는 필요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식약처는 감독자가 아닌 동반자의 사고로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낭독과 암송의 힘
고대 그리스 교육은 인문 교양 교육의 전범이다. 첫걸음은 어린이 교육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을 교육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어머니와 유모가 구전동화를 들려주었고, 글을 배워 읽고 쓸 줄 알게 되면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게 했다. 필수 교과서는 기원전 8세기 서사시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들’ 등 고대 최고 문인들의 고전 걸작들이었다.
아테네의 인본주의적 교육은 ‘파이데이아’(paideia)라 불렸다. 이러한 교육이 널리 보급된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교육체계는 인문정신이 쇠락해 가는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교육은 국가가 직접 책임지지 않고 부모의 자유에 맡겼다. 다만 전몰 용사들의 자녀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고 양육비도 댔는데, 이 경우도 소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개인교사에게 교육비를 지급했다.
교육의 첫 단계는 읽기와 쓰기 교육이었다. 플라톤(BC 427~347)은 ‘프로타고라스’에서 아테네 교육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이들이 읽는 법을 알게 되면 바로 위대한 고전주의 시인들의 다양한 시구를 큰 소리로 낭독하도록 했으며, 이어 전부 다 암송하도록 했다.” 아테네인들은 위대한 고전들을 교본 삼아 소년들이 옛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찬미와 칭송이 담긴 내용을 학습해 뛰어난 인물들을 선망해서 흉내 내고 그들을 닮기를 갈구하도록 만들었다.
어디 아테네 소년들뿐이랴. 알렉산드로스(BC356~323)는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일리아스’를 꼭 머리맡에 놓고 수시로 읽었을 정도다. 아테네 소년들이 학습한 고전들은 인류의 고전으로 2700여년 이상 뭇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낭독과 암송은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문맹이 아님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분명한 행위다.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치고 낭랑하게 책을 읽던 정경을 상상해 보라. 더구나 서사시를 운율에 맞춰 읽어 나가노라면 눈의 집중과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절로 감흥이 배가되지 않았을까.
구두점도 없고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문자들을 정연하게 풀어 읽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었다. 또 알렉산드로스가 모친이 보낸 편지를 말없이 읽어 부하들을 당혹하게 했듯, 낭독은 텍스트를 주변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암송은 텍스트의 깊은 의미를 거듭 되새기며 내면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을 터다. 음유시인들이 크게 존경받고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낭독과 암송이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다. 아름다운 시구 하나 제대로 읊조리지 못하는 인문 교육이라니.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고전 낭독과 암송을 운용해 보라.
5. [중앙일보][시선 2035] 모독해야 할 죽음
존경했던 어른이 그저 ‘나이 든 사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비과학을 말할 때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든가 육각수나 수소수가 건강에 좋다고 할 때, 장 청소나 숙변 제거를 권할 때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존경과 신뢰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어디 가서 장사꾼에게 사기나 당하지 않으시길 빌게 된다. 논리를 따지고 싶은 마음은 참는다. 수소수 정수기도 조금 비쌀 뿐 정수는 될 거고, 선풍기 안 켜고 자면 더울 뿐이니. 사소한 비과학이 크게 해롭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를 보고 깨달았다. 이들은 자연주의 치료법을 신봉했다.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고, 화상 부위를 40도 물에 담그는 치료법을 전파하는 카페에 회원 수가 6만 명이었다. 많은 사람이 안아키 회원들을 조롱하지만 그들만의 잘못일까. 비과학적 믿음은 쉽게 수정되지 않는다. 당장 TV를 틀어도 어떤 음식이 병에 좋다는 근거 없는 ‘푸드 패디즘’은 찾기 어렵지 않다. 천연 예찬과 MSG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안아키는 막을 수도 있었다. 안아키의 계보엔 예방접종 거부 모임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 있었고 허현회의 ‘약을 끊은 모임’이 있었다. 2012년 출판된 허현회의 책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는 베스트셀러였다. “우울증·골다공증은 의사들이 지어낸 병이다” “소금이 고혈압을 낮춘다”는 상식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래서 더 잘 팔렸다.
베스트셀러가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음모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만 있으면 상식적인 비판도 기득권의 발악으로 둔갑되기 때문이다.
허현회는 병원을 가지 말라는 책을 쓴 지 4년 만에 죽었다. 55세. 수명이 한참 남은 나이였다. 사인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결핵. 치료만 잘 받아도 죽음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슐린을 맞으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항생제도 먹지 않다가 죽었다. 최소한 장삿속을 위한 선동은 아니었다는 데 점수를 주기엔 이미 피해가 컸다. 1, 2기 암환자였지만 그의 조언에 따랐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은 피해자가 여럿이었다. 그의 죽음은 잠시 조롱되다 고인 모독이란 여론에 금세 잊혔다.
세상에는 모독해야 하는 죽음도 있다. 허현회의 죽음은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게 죽은 사람들에게 “인류의 유전자 풀을 향상시켰다”며 주는 국제적 상인 ‘다윈상’이라도 줘야 한다. 비과학적 사고에 대한 교훈을 남기면 그의 인생도 의미가 있다. 의학뿐인가. 개개인의 발언권이 큰 시대. 과학적 비판이 결여될 때 환단고기나 디워 추종자, 타진요가 생겼다는 걸 떠올리며 허현회를 기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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