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北 인권억압에 대한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

■ 국회 입법 로비 사건

■ 박 대통령의 인사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北 인권억압에 대한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

 

[한국일보 사설-20141120목] 北은 인권억압에 대한 국제사회 규탄 귀담아야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북한의 인권 억압 상황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어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유엔은 2005년부터 매년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을 채택해왔지만 ICC 회부 권고 내용이 담긴 것은 처음이어서 북한에 가하는 압박 강도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북한의 대응에 따라서는 한반도 상황이 한층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의 형식적 절차만 남은 이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운영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유엔안보리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결과에 입각해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한편 최고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물론 이 결의안의 구속력은 제한적이다. ICC 회부를 위해서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한데 그간 북한 인권문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져온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으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위신이 큰 타격을 입게 됐고 열악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한층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 김정은 체제에 가하는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은 ICC 회부 내용을 뺀 쿠바의 수정안이 부결되고 유럽연합(EU) 등 60개국 공동제출 결의안이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그 추종자들이 북한을 말살하려고 자행한 터무니 없고 비이성적인 인권 공세”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맞게 인권 상황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일부의 관측대로 추가 핵실험 등과 같은 도발로 국제사회에 맞서려고 한다면 사태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는 지금처럼 강경 일변도의 방식이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본질적으로 1인 지배와 집단주의체제 자체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체제 속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보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번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국제사회와의 인권대화를 제의하는 등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문을 더욱 닫아건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리 정부도 유엔의 이번 결의안을 마냥 환영만 할 게 아니다. 북한의 격렬한 반발과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고 남북대화 물꼬를 터나기 위한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120목] 본격화한 ‘대북 인권 압박’과 우리의 역할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8일(미국시각) 강한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다. 이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 총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하며, 유엔 안보리의 관련 논의도 불가피하다.

 

이 결의안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 결의안과 다르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인도에 관한 범죄’ 행위에 가장 책임이 있는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처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포함된다. 거부권이 있는 중국이 이런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지만, 이 조항이 포함된 것만으로도 북한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결의안 표결 직전 새 핵실험 강행을 내비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유엔은 2005년부터 해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결국 북한 스스로 이번 결의안을 유도한 셈이다. 북한이 이마저 외면한다면 인권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 등이 자신의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나라는 북한의 자발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바라고 있으며, 그런 모습이 확인된다면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이들의 선의를 수용하는 것은 북한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

 

이제 우리나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대결 분위기로 비화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요구되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기본적인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진의가 왜곡되기 쉽고 나아가 인권 개선의 전제인 평화조차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적인 인권 대화에 부담 없이 응하도록 여건을 조성해나가는 것도 우리 몫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유럽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인권과는 상충하는 선군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서 보듯이 인권 문제는 안보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북한 인권의 개선을 추구하되 방법은 유연하고 다원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0목] 유엔결의안 채택에까지 이른 북한 인권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북한을 고문과 공개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는 인권불량국가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 채택은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와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북한을 실제로 ICC에 회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법적 처벌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문제에 국제사회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어젠다로 공론화돼 북한 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당국은 문제의 심각성과 국제사회의 의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주권 존중이나 내정 불간섭 원칙 뒤에 숨어 인권 탄압을 지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유엔 회원국들이 특정국가의 ICC 회부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함께 인권 문제를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 당국은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유엔 차원의 현안이 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과 관련한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검토하고 필요한 전략과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탄압에 대한 침묵은 결과적으로 옹호나 다름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관련법 제정을 비롯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1041120목] 북한은 유엔의 북 인권 결의를 새겨야 한다

 

유엔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어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은 다음 달 총회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을 공식 채택하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다. 이것으로 유엔총회는 2005년 이후 10년 연속 북한 인권 문제를 결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동안 결의안 공동 제안국과 표결 찬성 국가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88개국이 찬성한 2005년 결의는 2011년 123개국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기존 북한 인권 결의에 비해 매우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처벌을 권고하는데도 표결에서 찬성한 국가가 111개국에 달했다. 결의안은 북한이 최고 책임자의 정책에 따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심각한 인권침해를 했다면서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지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처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판소 회부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이 인권 문제로 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한 첫 사례라는 점이 말해주듯 회부 권고 자체로 이미 북한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북한에 충분히 경각심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조직적으로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을 해왔다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 보고서는 더 이상 숨기거나 감출 수 없다. 이제는 그걸 세계가 다 알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시급성에서도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대결을 선포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국가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에 먹힐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대응이다.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지만, 그 반대가 더 타당하다. 북한은 인권대화를 해야 한다. 결의안은 북한 체제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된다. 유엔 조사위가 남북대화와 협력, 대북 지원을 권고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권은 북한주민의 생존권도 포괄한다. 대북지원과 남북관계 회복, 그리고 인권대화가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인권 개선은 북한과 외부세계 모두가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120목] 北, 유엔 인권결의 수용해 변화 의지 보여라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어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다.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2005년 이후 10번째가 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하는 등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한 책임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적시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고 안보리는 COI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문제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유엔총회 전체회의는 산하 위원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라 사실상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고 볼 수 있다. 유엔총회 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 최고위층의 책임과 ICC 회부 등을 거론해 북한 외교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를 ICC에 회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안보리에서 추가로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COI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인권문제는 전체주의 국가의 폐쇄성과 체제 유지와 맞물려 있고 주변국의 정치적 입장과 복잡하게 연계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그동안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은 인정하지 않고 집단적 인권만을 우선시하는 ‘우리식 인권’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개선 목소리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대주의 정책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재 지구상에 80여개에 달하는 국제인권규범이 존재하고 130여개 이상의 국가들이 유엔인권규약에 가입해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보편타당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결의안의 진지성과 심각성을 인지해 북한 지도부는 ‘소귀에 경 읽기’식으로 나올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궁극적 목적이 북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권개선이라면 현실성 있는 전략에 따라 북한 인권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결의안이 현실성 있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 지속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인권침해의 직접적 피해자가 북한 주민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과 다자인권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인권대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규모를 늘려나가는 단계적·상호주의적 접근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120목] 국제사회 인권유린 우려에 귀막은 북한 정권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8일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찬성 111개국, 반대 19개국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공개처형·강제구금 등에 대한 책임규명과 이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담았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이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결의안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주의환기 수준이었다면 이번 결의안은 규탄을 넘어 행동단계까지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결의안이 안보리 공식 안건으로 채택되거나 북한 최고책임자가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더라도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유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개선조치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이 '역사적 결의안'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무엇보다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법상 처벌근거가 마련돼 북한 정권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ICC 회부 조항이 자신들의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필사적인 저지에 나선 것도 모자라 결의안이 채택되자 4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북한 인권에 관한 200여 회원국들의 행동방향을 모아 기록한 문서다. 북한은 4대 국제협약 가입국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신들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결의안에 귀를 막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이번 유엔 결의안에서 확인했듯이 북한 인권상황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국회도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첫걸음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 인권법 처리에서 시작돼야 한다.

 

 

■ 국회 입법 로비 사건

 

[한국일보 사설-20141120목] 잇따르는 입법로비 사건, 양성화가 대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골자였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 568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각 2명에게 후원금을 몰아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의원 한 사람에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이 돌아갔다. 수정안에는 ‘참여제한 기업에서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김모 전 사장의 진술과 의원 별 후원금 기부자 명단도 확보했다. 한전KDN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거의 드러났다. 그러나 전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한전KDN의 ‘후원금 쪼개기’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나아가 형법상 수뢰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다. 경찰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지난해 검찰의 신협중앙회 입법로비 사건 수사 당시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9명은 입건조차 못했다. 후원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기부자의 의도를 알았다는 단서를 검찰이 찾지 못했다.

 

2010년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 이후 비슷한 입법로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ㆍ서종예)의 입법로비 사건으로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고, 대한치과의사협의회(치의협)와 대한물리치료사협회의 입법로비 사건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둘 다 ‘후원금 쪼개기’ 수법의 입법로비 의혹이 짙다. 잇따른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크다. ‘후원금 쪼개기’ 방식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은 상대적으로 소액이어서 여당 의원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검ㆍ경 특유의 정권 친화적 체질까지 더해져 야당이 ‘표적 수사’나 ‘야당 탄압’ 반발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제공자의 위법성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판결에서 보인 판단 기준을 잣대로 쉽게 가릴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인의 위법성 판단 기준은 아직까지 그리 명확하지 못하다. 정치자금법을 더욱 구체적인 내용으로 개정하지 않고서는 수사 당국과 법원의 자세는 정치적 논란 거리가 되게 마련이다. 의회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드는 입법로비 사건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행 법체계에 따른 사법처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입법로비를 현실적으로 근절하기 어렵기에 입법로비 양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입법로비 주체와 대상의원, 관련법률, 제공된 정치자금 등을 모두 공개해 최종적으로는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국민 인식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관련 법제 정비에 나설 때가 됐다.

 

 

[서울신문 사설-20141120목] 로비 받고 법안 고쳐줬다면 엄벌 마땅하다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전KDN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 입법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력 정보기술(IT) 사업을 추진하는 이 회사가 새정치민주연합 J의원 등 여야 의원 4명에게 직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 등을 제공한 혐의가 포착되면서다. 공기업이 불리한 법률 개정을 막기 위해 직원을 총동원하다시피 한 자체가 혀를 찰 일이다. 혹시 이런 로비에 놀아난 의원들이 법안을 고쳐주는 등 장단까지 맞췄다면 더욱 타기할 사태다.

 

그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발표에 따르면 한전KDN은 자사 직원 568명을 동원해 J의원과 다른 새정치민주연합 K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H·Y의원 등에게 각각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2012년 11월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이다. 누가 봐도 매출의 절반을 모회사인 한전에 의존하는 회사가 음성적 입법로비를 벌였다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다. 더군다나 지난 6월에는 참여 제한 대상에서 공공기관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J의원이 재발의한 수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J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리자 한전KDN은 900만원 상당의 책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J의원은 “발의 과정에서 어떠한 로비를 받은 바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물론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포함한 사실 관계는 검경이 추가수사로 밝힐 몫이다. 하지만 애초 공공기관을 참여 제한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1차 개정을 발의한 J의원이 석연찮게 입장을 바꾼 것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다. ‘케사르의 부인은 부정하다는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데 적용해야 될 경구다.

 

백번 양보해 법안과 엿 바꿔 먹은 건 아니라 치자. 쪼개기 후원금을 뭉칫돈으로 받은 사실 자체가 떳떳지 못한 일이다. 2010년에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원 6명이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유사 사건이 재발되고 있음은 뭘 말하나. 정치권이 오랜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구태 청산에 소홀한 탓이다. 여야의 혁신위가 내놓은 정치개혁안들이 당내 의원들로부터 타박받고 있는 현실을 보라. 이번 사건의 수사·단죄 과정에서 법안 수정과의 연결 고리도 캐내야 하겠지만, 차제에 검은 정치자금의 통로인 쪼개기 후원금이란 구태에도 조종을 울려야 한다.

 

 

■ 박 대통령의 인사

 

[경향신문 사설-20141120목] “100% 대한민국”과 너무도 거리 먼 편중 인사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을 인사함으로써 5대 권력기관장이 전부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감사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에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한 지역 출신으로 도배된 것은 권위주의 정권 때도 없던 편중이다. 권력기관이 지연·학연으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에 종속될 경우, 균형감각과 견제능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 인사’에서 지역 편중이 노골화되면 가뜩이나 연고주의가 드센 관료사회에 반동적 영향을 미친다.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의 고위직 152명 중 영남 출신이 40%를 넘는다는 게 증좌다.

박근혜 정부에서 지역 편중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가 의전서열 1~10위 중 야당 대표와 중앙선관위원장을 뺀 8명이 영남 출신이다.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청와대 비서실장 등 국가권력의 수뇌부가 같은 지역인 조합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니 편중 인사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사정라인’의 핵심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동향(부산·경남) 인사들이 지배한 지 오래다. ‘경제라인’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최경환 경제부총리·임환수 국세청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까지 모두 박 대통령과 동향(TK)이다. 오죽했으면 ‘친박’ 원로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퇴임하면서 “군사정부 때도 지역 안배는 했다. 이제는 지역 안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을까 싶다.

지역 편중과 더불어 군 출신 편향도 심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설한 국민안전처의 장차관에 모두 군 출신을 앉혔다. 국민안전처는 구조·구난뿐 아니라 각종 재해의 예방과 안전 관리 등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재난 대응에만 초점을 맞춰 군 출신을 기용했다면, 현대사회의 복잡다기한 재난안전 관리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설령 구조·구난의 전문성을 감안했더라도 장관과 차관을 군 출신으로 채운 건 문제다. 외교안보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연속해 육군 참모총장 출신이 맡는 등 권력의 핵심에 군 출신을 중용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국가안전마저 군 출신에게 도맡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대통합’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탕평인사를 약속했다. “국민통합은 말로만 외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된다면 먼저 대탕평인사부터 펼쳐나가겠다” “지역과 성별, 세대를 넘어 골고루 사람을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 대통령에게 되묻고 싶다. 지금 “지역과 성별, 세대를 넘는 대탕평인사로 분열과 갈등을 빚어온 역사의 고리를 끊고” 있는가. 아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인사 편중과 차별이 국민통합을 깨뜨리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 관련 칼럼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41120목] 공직개혁과 인사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의 묘비명이다. 이 전 회장의 사업관을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인재 제일'로 대표되는 이 전 회장의 사람 중시 경영이 오늘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원천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스타일이었다. 사업 진출 전 모든 면을 철저히 검토 분석해 결단을 내릴 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대안까지 마련해놓을 정도로 철저했다는 후문이다. 또 성공과 실패 경험에 대해 창업 초기부터 제도화·조직화를 통해 조직 내의 노하우로 차곡차곡 쌓아 조직의 힘, 시스템의 힘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그 핵심은 인사였다. 일본식 기업경영에서 일부 빌려왔으나 자기식으로 완벽히 소화한 삼성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모든 성과에는 보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의 반도체 진출. 1년여에 걸친 기초조사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구와 검토 끝에 결정 내린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자서전('호암자전')에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이 분야 전문가와 인재들을 거의 다 만났다"고 회고할 정도다. 마지막에는 당시 인텔 등 유수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을 영입해 화룡점정했다. 결국 기업을 끌고 가는 요체는 우수한 사람, 인재라는 이 전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18일 정부인사에서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으로 내정된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고문이 화제다. 공직경력이 전무한 그에 대해 삼성식 인사의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와 대선 캠프 참여, 기업과 다른 정부조직의 특성 등으로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삼성 인사통으로 '면접의 키포인트'라는 책자까지 낸 그가 공직 인사에 어떤 식으로든 삼성 방식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행정으로 철밥통·관피아로 지탄받고 있는 공직문화에 변화의 씨가 뿌려지기를 기대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120목] 수원대 총장 비리수사 검찰은 왜 머뭇거리나

 

‘비리 백화점’으로 불리는 수원대 사학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사 착수 5개월이 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어 과거 사학비리 사건과 비교해 수사 강도와 속도에서 한참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인수 총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권 인맥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참여연대와 수원대교수협의회가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 총장을 배임ㆍ횡령ㆍ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게 지난 7월이다. 고발내용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감사원과 교육부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들이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고발인만 불러 조사했을 뿐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압수수색이나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당국도 교수들의 의혹 폭로에 뒷짐을 진 채 수수방관했다. 그러다 교육계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2월 종합감사를 벌여 33가지의 법ㆍ정관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감사에서 이 총장은 수원대에 다닌 적이 없는 아들의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미국 대학에 편입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총장의 아들은 허위 발급된 졸업증명서로 병역특례까지 받았다. 대학 총장이 자기 아들의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미국 대학뿐 아니라 병무청까지 속인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 총장은 학교 발전기금으로 받은 돈 50억원을 교비회계에 넣지 않고 모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해 학교에 손실을 끼친 사실도 밝혀졌다. 이밖에 외국인 편입생 부정입학, 이사회 회의록 조작, 공사비 과다 책정, 편법 대출 등 학교운영 전반에 걸쳐 비리가 드러났다. 이 정도 사안이면 이사진에 대한 해임명령을 발동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게 마땅한데 교육부는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4가지 비리만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 당국이 이 총장의 전횡을 외면하는 사이 학교측은 비리를 폭로한 교수 6명을 파면까지 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회 국정감사 증인채택 과정에서 다수의 사학비리 관련자 중 유독 이 총장만 2년 연속 제외된 점이다. 올해만 해도 당초 여야 간사협의까지 마쳤으나 막판에 갑자기 새누리당 측에서 강력히 반대해 빠졌다. 그 배경에 김무성 대표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많았다. 김 대표의 딸이 수원대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계에서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총장이 건재한 데는 정치권과 언론계까지 걸쳐있는 마당발 인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어떤 억측도 생기지 않도록 당당하고 투명하게 조사해 신속하게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120목] 수사자료에서도 확인된 사이버사 ‘대선개입’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헌병과 군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선거법 위반이 아닌 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했다.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확인했지만 조직적인 선거개입은 없었다는 주장도 했다. ‘눈 감고 아웅’하는 꼴인 그런 말이 거짓이었음이 바로 군 검찰의 수사자료로 확인됐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의 범죄 일람표를 보면, 사이버사는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으로 첨예한 시기마다 두드러지게 활동량을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쟁점과 상황에 따라 공격하고 방어할 대상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글을 올리는 등 ‘조직적인 작전’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든 양상이 뚜렷하다. 예컨대 투표시간 연장이 논란이 됐던 2012년 11월 초에는 일주일여 동안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글을 150여개나 올렸다. 대선후보 1차 토론회 직후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나흘 사이에 90여개 올렸다. 그리 날카롭지 않던 안철수씨 관련 글은 그가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훨씬 거칠어졌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진 2012년 9월부터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글이 급증했다. 대선 기간엔 하루 평균 20여개이던 글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두 개로 크게 줄기도 했다. 이런데도 어떻게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런 ‘작전’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짐작할 만하다.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일반전초(GOP)의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당시 사이버사는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고 장관을 날리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등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책임론을 반박하는 댓글을 수백건 올렸다. 2013년에는 김병관 당시 국방부 장관 내정자를 옹호하는 글을 1000개 이상 작성했다. 그러잖아도 대선 당시 김관진 장관이 사이버사로부터 매일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난 터다.

 

의혹의 실체가 이런 모습이니, 장관을 직속상관으로 둔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 검찰단이 제대로 조사하고 기소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군은 의혹이 폭로된 뒤 즉각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미적거려 일부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를 흘려보내기도 했다. 의혹을 제대로 풀자면 특검을 통한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120목] 검경 손에만 맡길 수 없는 ‘소액 후원금 제도’

 

경찰이 한전케이디엔(KDN)으로부터 ‘후원금 쪼개기’ 형식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여야 국회의원 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전케이디엔이 임직원 491명에게 개인당 10만원씩을 의원 후원금으로 내게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했다는 게 경찰이 밝힌 주요 혐의다. 의원들이 로비를 받고 특정 공기업에 유리한 입법을 한 게 사실인지 지금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2010년 청목회 사건 이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후원금 쪼개기’ 수사를 보면서, 언제까지 국회의원 입법활동의 정당성을 검찰·경찰의 판단에 맡겨둘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회의원이란 교도소 담장 위를 위태롭게 걷는 사람”이란 말도 있지만, ‘후원금 쪼개기’만큼 의원들을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도록 하는 사안도 없을 것이다. ‘후원금 쪼개기’란 용어 자체가 이중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거액의 뭉칫돈을 잘게 나눠 주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수의 회원이 10만원의 소액 정치후원금을 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거액의 검은 정치자금을 차단하는 대신, 다수의 시민이나 단체 회원의 소액 기부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다.

 

문제는 이익단체나 협회 회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활동을 요구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소액 후원금을 집중시키는 경우다. 의원들이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입법을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익단체 회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일정 규모의 정치자금을 내는 행위 자체는 합법이다. 의원들이 후원금과 별개로 소신에 따라 입법했다고 하면 그걸 처벌할 수도 없다. ‘후원금 쪼개기’ 수사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면 논란이 사라지겠지만, 금권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다양한 단체 회원들로부터 많든 적든 소액 후원금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검경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후원금 쪼개기’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현실에서 소액 정치후원금 제도는 보완해야 할 사안이지, 없애야 할 제도는 아니다. 특정 단체·협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액 후원금이 몰리면 그 내역을 선관위 누리집에 공개하는 식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는 입법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수사기관 손에 맡겨놓지 말고 하루빨리 제도 보완에 나서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0목] 야당의 사회적 합의기구 타령 한가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산으로 갈 상황에 처했다. 개혁의 한 축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계속 주장하면서 굽히지 않아서다. 급기야는 19일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면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것이 의미 있는 합의인 양 내세웠다. 새누리당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연금개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러면서 수치 검증 작업을 한다며 아직도 독자적인 개혁안을 내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면 그게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2009년 개혁 때 연금발전위원회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하면서 정부가 만든 1차 안보다 개혁의 강도가 대폭 후퇴한 전례가 있다. 연금 개시 연령을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신규 공무원만 65세로 늦추고 본인들은 60세로 했다. 보험료 인상폭이나 연금지급률 인하폭을 낮췄다. 이 때문에 당시 1차 안에서 제시한 개혁 목표가 이번 새누리당 안에 다시 등장했다. 5년 전 공무원노조의 참여로 인해 개혁 효과가 뚝 떨어졌고 5년 사이에 또 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세금 8조원이 적자 보전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연금개혁, 뜸 안 들이면 체한다”며 “내년 상반기 중엔 가능하면 그렇게 됐으면 (연금개혁)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내년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있어 한두 달은 국회 일이 안 된다. 4월이면 원내지도부가 바뀌고, 그 이후에는 총선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 의원의 인식이 맞다고 본다. 올해를 넘기면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게 자명하다.

 

 그런 상황은 국민들에게는 재앙이다. 이런저런 선거가 이어지면서 10년가량 연금개혁의 기회를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국민 세금 40조원이 공무원 노후 보장에 들어간다.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건 맞지만 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공무원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 공개토론회마저 다섯 차례 무산시켰다.

 

 연금개혁으로 공무원의 노후가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새누리당 안을 시행해도 공무원의 생애소득이 민간보다 1억2000만원 더 많다. 공무원을 그만두고도 다른 데서 연봉 1억원 이상을 벌면서 연금 50%를 받는 퇴직공무원이 8600명에 달한다. 이들을 위해 개혁 후에도 2080년까지 연금 적자 836조원을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민간보다 형편이 훨씬 나은 공무원의 노후를 보장하느라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설마 새정치연합 눈에 국민들의 힘든 일상과 빈약한 노후는 보이지 않고 공무원의 노후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한 사회적 합의 기구 타령을 접고 조속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120목] 해경 해체로 불법 중국 어선 단속 약해져선 안 된다

 

조윤길 옹진군수가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해경 해체를 틈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조 군수는 현재 사용하지 않은 대청도 해군기지를 해경기지로 전환, 해경함정을 상주시켜 중국 어선을 신속히 단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갈수록 대규모화되고 있다. 50척 이상 대규모 선단을 이뤄 우리 어선은 겁이 나 접근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중국 어선들은 간격이 촘촘한 저인망을 이용해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우리 어선이 쳐놓은 그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불법조업으로 나포된 중국 어선은 1980척이나 된다. 중국 어선들의 저항도 흉포해져 해경의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5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해경의 단속은 세월호 사고 이후 주춤해졌다. 해경 해체 방침을 발표한 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더 심해졌으나 해경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매달리는 바람에 나포 실적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해경은 487척을 나포했으나 올 9월까지 실적은 122척밖에 안 된다.

 

 러시아는 2012년 7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 2척을 함포로 사격해 나포했다.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도 자국의 바다를 침범하는 중국 어선들에 대해선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1년 7월 해군 함정을 동원해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기관총을 발포했다. 필리핀 해군도 2011년 팔라완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발포해 배를 나포하고 선원 6명을 체포했다.

 

 정부는 해경을 해체해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된 국민안전처로, 수사권은 경찰청으로 넘겼다. 국민안전처의 박인용 초대 장관후보자는 해군대장 출신의 해상작전 전문가다. 이성호 차관 역시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화물선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들에게 주어진 주 임무는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해안경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해경이 해체됐다고 우리 바다를 지키려는 의지와 힘이 약해져선 안 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1041120목] 전직 경찰간부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라니

 

검찰이 어제 100여명의 조직원을 둔 사상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상대방 금융정보를 빼낸 뒤 돈을 인출하거나 싼 이자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말한다. 사기 피해자는 확인된 사람만 2만여명에 달하고 전체 피해 금액이 4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이버범죄 수사를 전담했던 전직 경찰이 자신의 ‘주특기’를 악용해 금융사기를 총괄 기획했다고 하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기의 피해자는 주로 서민들이다. 애초 담보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권에서 거절당한 대출 희망자들의 명단을 불법으로 입수한 뒤 사기극에 악용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다 싼 이자에 금방이라도 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속였으니 다급한 서민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가짜 은행직원 신분증에다 정부의 피해 방지 매뉴얼까지 입수한 뒤 범죄에 역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수수료나 보증보험료, 인지대, 신용조회 삭제비 명목으로 1억원 이상을 날린 피해자도 있다. 삶을 비관한 나머지 음독자살을 기도한 피해자도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가관인 것은 범죄조직의 총책이 전직 경찰 간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서울경찰청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를 맡았던 이 분야 전문가다. 자신이 직접 수사한 금융사기 전과자 3명도 범죄에 끌어들였다. 사기범 잡으라고 일을 맡겼더니 평소 알게 된 전문지식을 이용해 직접 사기단을 꾸린 것이다. 아무리 경찰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들 이보다 파렴치한 행위가 어디 있을까 싶다. 또 현직 경찰관은 돈을 받고 범죄 조직원의 수배 여부를 조회한 뒤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고 한다. 경찰과 금융사기 범죄조직이 한통속이 돼 놀아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전자금융 사기는 갈수록 지능화돼 그 피해가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12만건에 피해 금액도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번에 적발된 금융사기범 중 총책을 비롯한 50여명이 아직 도피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추적조사를 통해 잔당을 소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금융사기는 당사자가 조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범죄다. 의심스러운 전화나 e메일은 거들떠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당국도 관련 업체·기관과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해 애꿎은 서민들이 신종 금융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1041120목] 예상대로 사업주 배만 불린 서울 택시비 인상

서울시가 지난해 택시 요금을 대폭 인상한 뒤 운용했던 ‘디지털 운행 기록계’의 측정 결과가 공개됐다. 예상대로 택시기사의 수입은 적었고 사업주는 인상된 납입기준금(사납금)을 꼬박꼬박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의 하루 수입(10시간 운행 기준) 증가분은 1만 2000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3000원이나 줄었다. 오른 요금만큼의 서비스 질은 개선되지 않고 사업주 배만 불려준 요금 인상이 된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2400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올리고 하루 사납금을 10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 정도를 올리도록 했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요금을 올릴 때 이미 제기됐다. 당시 서울시는 사납금 인상 상한선과 기본급(23만원 이상) 인상 기준을 각 사업장에 내려 보냈다. 하지만 대다수의 법인택시 업체는 사납금을 에누리 없이 올렸다. 을(乙)인 기사들로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과도한 사업주의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노사 협상에서 정한 사납금 기준을 어긴 사례도 여럿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기사의 실제 근무시간까지 줄이는 편법도 동원됐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수입이 늘어나지 않았으니 서비스가 개선될 리 만무했다. 고질적인 승차 거부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는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시민의 86.2%는 승차 거부와 불친절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법인택시 기사 중 62.4%는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요금 인상 후 지난 8월까지 9155건의 승차 거부가 적발됐다. 신고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승차 거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누차 지적했듯이 택시업계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요금과 서비스, 기사의 처우 등이 서로 맞물려 있다. 요금이 오르면 서비스의 질이 좋아져야 하고, 종사자는 돈을 더 벌어야만 한다. 하지만 요금만 오를 뿐 고질적인 병폐는 반복되고 있다.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말의 성찬이 난무하지만 그때뿐이다. 갑(甲)인 사업주는 뒤에서 과도한 사납금을 챙겨가는 구태가 지속되고 있다. 택시 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어김없이 올리는 구조 탓이다. 이러니 서비스를 높이겠다는 말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1년간 택시업계의 현황을 모니터링해 왔다. 그동안 불거진 잘못된 사례들을 시민에게 내놓고 개선 대안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사의 하루 수입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에서, 완전월급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사납금을 기사의 수입에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사업주만 배부른 구조를 고치지 않고 미적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와 다를 게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120목] 신임 공정위원장은 '경쟁' 의미 알고 계신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재찬 후보자의 일성이 주목된다. 그는 한경과 인터뷰에서 “심판인 공정위가 레드카드를 남발하면 시장질서를 망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검찰고발도 남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대 공정위 수장들도 부임하는 순간에는 한결같이 시장친화적, 기업프렌들리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에 에워싸이고 조직논리에 포획되면서 정반대로 내달리곤 하던 것이 현실이다.

 

정 후보자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면 먼저 우리 사회에 경쟁을 틀어막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깃발 아래 정부개입을 극대화한 일련의 법률부터가 그렇다. 동반성장, 중기적합업종 등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팽창해왔던 반시장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행정 부처가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제도와 규제는 한결같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을 잘게 분할하는 것들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는 방치한 채 기업들만 소환해 머리를 쥐어박는다고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가 착근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과징금이 법원에서 부정되고 검찰고발이 무혐의 처분 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정부의 행정지도는 모른 척하고 기업들만 벌주어 왔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보험업계 변액보험 수수료건부터 소주업계 담합문제, 국책사업 담합 과징금까지 끝이 없다. 이는 정 후보자가 강조한 건강한 경쟁질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새 위원장의 부임을 계기로 공정위의 깊은 성찰을 요망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1041120목] 우리은행, 매각의사가 있기는 한 것인가

 

12년을 끌어온 우리은행 매각이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교보생명과 중국 안방보험 등 인수 의사를 보인 두 곳 모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교보생명의 경우 결과적으로 개인 대주주에게 넘기게 된다는 점에서, 안방보험은 외국계라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8일의 예비입찰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면 입찰 자격과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욕먹기 싫으니 일단 미루고 보자”는 식이라면 정말 무책임한 처사다. 교보생명은 금융전업 기업인 만큼 금산분리 대상도 아니다. 안방보험은 외국계라지만 외국자본이라고 인수해선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우리은행 주인 찾아주기에는 관심 없고 계속 관치의 아래 두려 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금융당국의 밀실 일처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회원사인 은행장들도 모르는 사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이러고 있으니 금융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120목] 예산 처리 법정시한이 정치 흥정거리 될 수 없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여야 간 협상이 19일 또다시 결렬되면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8일째 파행을 이어갔다. 게다가 증세논란의 핵심인 법인세 개정안은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야당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예산안 심의와 연계하는 지연전술까지 펼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 내에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는 타협 기미조차 없다. 이날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 당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예산처리 시한을 반드시 지켜 새로운 헌정사를 써나갈 각오"라며 "여야가 합의해 심사기한을 늘릴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형식적인 법(국회 선진화법)을 이유로 법안이나 예산안을 날치기로 처리해서는 국민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을 깎아내리고 지연전술을 펴는 야당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연금·공공기관·규제 등 이른바 '3대 공공 부문 개혁' 추진을 위해 야당과의 거래가 필요하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 또한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예산처리의 법정시한은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지 정치적 흥정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11월30일까지 심사를 끝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12월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이 법을 준수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형편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4.56으로 0.6% 하락해 저물가에 경기침체가 중첩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신3저(저성장·저물가·엔저)의 그늘 또한 짙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여야는 경제활성화법을 속히 처리하고 민생 살리기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1041120목] 기업소득환류세제, 대기업 빠지고 중견기업만 잡나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과세 형평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상위 대기업들은 대부분 기업소득환류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경영환경·업황이 좋지 않은 내수형 기업 등에 세금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나머지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 등 2,568곳의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보니 총자산 상위 50대 대기업 가운데 기업소득환류세 부과 대상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상위 100대 기업으로 넓혀도 세 곳에 불과했다. 반면 총자산 1,201~2,000위 기업 중에서는 부과 대상이 37%나 됐다. 매출·이익과 사내유보금 비중이 큰 대표기업들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간다면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7일 재정학회·재정정책학회·지방재정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자본금 500억원 이상 비금융 대기업 1,389곳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자산 하위 25% 기업군이 내는 기업소득환류세는 전체의 7.7%로 자산 비중의 2.7배나 됐지만 상위 25% 기업군의 세수 비중(69.5%)은 자산 비중보다 14%포인트 낮았다. 세 부담이 자산규모에 역진적이라는 얘기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4.8%로 비(非)대기업집단의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15.7~17.1%)보다 낮은 상황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시행된다면 세부담의 역진성은 확대될 게 뻔하다. 그러잖아도 소득 환류 효과가 의심스럽고 '벌칙성 법인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법인세제만 복잡하게 하고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제라면 도입하지 않는 게 낫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권명아(동아대 국문과 교수)-20141120목] 무상급식과 유턴 정치

 

지방대 교수들끼리는 매사 너무 지나치게 열심인 동료를 두고 “그 사람 요즘 편입 준비하나 보다”라며 냉소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기회만 되면 서울로 ‘유턴’하는 지방대 교수들의 풍토를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이다. 지방을 서울로 유턴하기 위한 반환점 정도로 생각하는 대표적 집단이 교수와 정치인이다. 이들에게 지방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업적을 쌓는 거점일 뿐, 돌보고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다. 이들이 쌓는 업적도 결국 서울로 돌아가기 위한 목적에 부응하는 일일 뿐 지방을 돌보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들을 ‘유턴족’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교수나 정치인이나 ‘유턴족’들이 지방에 와서 하는 일은 주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한 유턴 정치뿐이다.

 

현재 과격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상급식 폐지 선언은 그 본질에 있어서 정치인들의 유턴 정치의 무책임한 결과이다. 무상급식 폐지 논란이 왜 경남에서 선정적일 정도로 선동되는지를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남에서는 무상급식을 ‘경남의 자부심’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러나 무상급식 논란에서 막상 경남 지역은 사라져버렸다. 홍준표 지사는 이 논란 덕택에 대선 주자로서 한자릿수의 지지율을 얻는 ‘결실’을 얻었다고 한다. 도지사가 ‘아이들 밥그릇’으로 유턴 정치에 열심인 사이, 도민들의 자존심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홍준표 도지사가 내동댕이친 ‘아이들 밥그릇’은 실은 김두관 전 도지사의 ‘작품’이기도 했다. 야권 불모지 경남에서 53.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김두관 전 도지사가 ‘대권’을 위해 유턴해버렸고 경남도민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홍준표 도지사의 당선은 그런 점에서 김두관 전 도지사의 유턴 정치에 대한 도민들의 강력한 심판 의지의 결과였다. 유턴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당선된 도지사가 다시 유턴 정치를 위해 경남도민의 ‘밥그릇’을 내동댕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왜 경남도민들은 일어나서 분노하지 않느냐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결국 보수정당 텃밭인 경남 사람들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는 비판도 들린다. 자주 듣는 진단이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하는 이른바 지식인들도 결국 선거 때 말고는 지방의 사정에 관심이 없다. 이런 식의 지방 비판은 지방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선거 결과만으로 고질적 지역주의 운운하는 사람들이나, 지방을 표밭으로만 보는 정치인들은, 지방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고 가꾸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 도지사들이 차례로 밥상 뒤엎는 모양을 내내 지켜보아야 했던 경남도민들은 분노하기보다 냉랭하다. 이 냉랭함이 정치 무관심과 같은 것일까? 내동댕이쳐진 밥상으로 더렵혀진 방구석을 치우는 이들은 화를 내기보다, 냉정하게 이를 앙다문 채 뒤치다꺼리를 할 수밖에 없다.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이야말로, 살림을 꾸리는 이들이 맡아야 하는 몫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건 살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떠나면 그만인 ‘유턴족’들과 멀리서 불구경하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유턴 정치는 모두 서울 중심주의의 결과이지만, 교수의 유턴이 학벌 사회와 관련된다면 정치인의 유턴은 지역 자치가 불가능한 정치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변화되지 않는 한 선거는 결국 지방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선거는 근본에서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지방의 맥락에서 선거는 지방을 중앙의 식민지로 만드는 노예화의 도구에 불과하다. 분탕질 뒤끝의 심판도 살림도 결국 지방 사람들의 몫이다. 그 뒤끝이 선거 결과만으로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뒤끝의 매서운 맛을 볼 날이 오리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중앙SUNDAY 차장)-20141120목] ‘차부둬’ 정신이 빛나는 수능

 

“저녁에 회사에 들어오나?” 기자 초년병 시절, 전화기 너머에서 이 말이 들려오면 ‘뭔가를 잘못 썼구나’ 하고 직감했다. 그는 유난히 정확성을 강조하는 ‘정통파’ 데스크였다. 그 선배는 법률 용어나 수치 표현에 매우 민감했다. 용의자·피의자·피고인을 제대로 가려 쓰지 않거나 셈이 틀린 글을 쓰면 싸늘한 눈빛과 꾸지람을 감수해야 했다. %와 %포인트를 명확히 구분해 쓰는 것도 그에게서 배운 것 중 하나다.

 

 함께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을 빚고 있지만 영어 25번이 생명과학 8번보다 언론의 주목을 더 받는 것은 기자들이 %와 %포인트의 차이를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금리의 변화, 정치인·정당 지지도의 추이, 각종 여론조사 분석에 대한 기사에 %포인트가 자주 쓰인다. 유심히 살펴보면 한 신문에 %포인트 또는 %p(%포인트의 약어로 주로 제목에 사용)가 매일 2∼5차례가량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사실 퍼센트 포인트, %포인트, %p는 모두 정확하지 않은 콩글리시적 표현이다. 원칙적으로는 퍼센티지 포인츠(percentage points)가 맞다. 우리말로는 ‘백분율 수치 차이’쯤에 해당하는데, 백분율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퍼센티지다. 퍼센트는 이를 표현하는 단위(의존명사)라서 뒤의 명사 ‘포인츠’를 수식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percent points’ ‘% points’ ‘%p’로 검색해보면 잘못 사용된 것을 제외하고는 예가 나오지 않는다. 영어권에서 쓰는 약자는 ‘pp’다. 교육부의 한 관리가 “영국 영어에서는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구분 없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는데, 이 역시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다. BBC 방송 웹사이트나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를 보면 이 말의 진위를 금세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작문 교재에는 퍼센트와 퍼센티지 포인츠를 혼동해 쓰지 말라는 조언이 단골로 등장한다.

 

 중국의 사상가 후스(胡適·1891∼1962)는 『차부둬(差不多)선생전』이라는 소설로 중국인의 ‘그게 그거’ 정신을 깨우치려 했다. 十(십)과 千(천)을, 大(대)와 天(천)을 뒤섞어 쓰며 “별 차이 없는 것 아니냐”고 우기던 차부둬 선생, 병에 걸렸는데 하인이 부탁했던 汪(왕)씨 의사 대신에 수의사 王(왕)씨를 데려오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엉터리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과정에서 걸러내지도 못한 수능 출제·검토 위원들과 오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교육 당국자들에게 차부둬선생전 일독을 권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조호연(논설위원)-20141120목] 놀이교육

 

네덜란드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최근 한국의 일부 학교에서 시행 중인 ‘놀이교육’을 본다면 흐뭇해 할 것 같다. 그는 ‘유희의 인간’이란 뜻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원적 특징을 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놀이는 창조적 활동이며, 대부분의 문화도 놀이 충동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책이 나온 지 80년이 다 된 지금 그의 이론을 대전 둔전초등학교가 성공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 학교는 매주 화요일 5교시에 놀이교육을 한다. 정규 수업 시간에 강의 대신 딱지치기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올 초 시작한 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자게임·TV 시청이 전체 여가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 수서초등학교는 놀이교육 시행 결과 학교폭력과 왕따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은 놀면서 속상한 마음이 풀려 싸웠던 친구에게 먼저 사과하고, 공부도 더 집중이 잘된다고 토로했다. 놀이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소득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강요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던 아이들이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자기 삶과 행동의 주인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기르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와 책임감과 배려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한다. 이쯤 되면 놀이는 한국 교육의 병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명약’이 될 만하다.

그러나 놀이가 만든 변화와 치유의 힘은 극소수 학교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는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의 무기력과 분노의 결과를 훨씬 더 자주 접한다. 만연한 학교폭력과 컴퓨터·스마트폰 게임 중독이 그 증거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동적이고 억압적인 삶에 대한 반발로 이런 일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시간을 허비하고 공부를 못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탓에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이제 어린이들만이라도 속박을 풀고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 마침 유니세프가 어제 놀이증진 전략을 짜라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무한경쟁에 찌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긍정적 에너지와 내적 동기를 심어주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41120목] 햄릿증후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시간 회의를 거듭한 뒤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6~8시간이나 걸리는 때도 있다. 창업자 빌 게이츠가 얼마나 심사숙고하는 인물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앉아서 생각하라고 월급 준다”는 말까지 했다. 워런 버핏도 자신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기업, 20년 뒤의 흐름까지 보이는 기업이어야 확신을 갖고 투자한다. 전형적인 햄릿형이다.

 

GE의 잭 웰치와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은 어떤가. 신호가 켜지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긴다. 1970년대 말 GE가 5000만달러를 들여 수명이 10배 긴 전구를 개발하다가 실패했던 때, 잭 웰치는 프로젝트팀을 칭찬하며 몇몇을 승진까지 시켰다. 과감하게 모험을 하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다. 말하자면 돈키호테형이다.

 

인간 유형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눈 것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다. 약 400년 전인 1616년 4월23일,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작품 속 캐릭터가 어쩌면 이렇게 대조적일까. 알다시피 햄릿형은 사색과 회의에 몰두하는 우유부단형,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돌진형이다. 물론 우리는 이 극단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그런데 주도적인 선택을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보 과잉 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헤매는 햄릿족이 내년 소비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꼽혔다. 정보 과잉이란 곧 선택 과잉을 뜻한다. 이것도 괜찮은 듯한데 아닌 것 같고, 저 사람도 좋은 듯한데 아닌 것 같아 결국 선택을 못한다는 얘기다. 어디서나 ‘아마도, 어쩌면…’을 연발하는 ‘메이비(maybe) 세대’,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서도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마마보이, 식당 메뉴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글쎄요족 등이 다 같은 범주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말한 ‘결정장애세대’는 소비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선택과 비선택 사이의 회색지대를 배회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그렇지 않아도 제조업이 위축되고 도전의식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높다. 지금이야말로 햄릿증후군 대신 키호티즘(Quixotism·돈키호테적 태도)을 얘기할 때다. 실패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돈키호테의 정신 말이다. 모험하는 사람이 큰일도 한다. 옛사람들도 훌륭한 뱃사람은 거친 바다가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41120목] 공직개혁과 인사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의 묘비명이다. 이 전 회장의 사업관을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인재 제일'로 대표되는 이 전 회장의 사람 중시 경영이 오늘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원천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스타일이었다. 사업 진출 전 모든 면을 철저히 검토 분석해 결단을 내릴 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대안까지 마련해놓을 정도로 철저했다는 후문이다. 또 성공과 실패 경험에 대해 창업 초기부터 제도화·조직화를 통해 조직 내의 노하우로 차곡차곡 쌓아 조직의 힘, 시스템의 힘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그 핵심은 인사였다. 일본식 기업경영에서 일부 빌려왔으나 자기식으로 완벽히 소화한 삼성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모든 성과에는 보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의 반도체 진출. 1년여에 걸친 기초조사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구와 검토 끝에 결정 내린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자서전('호암자전')에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이 분야 전문가와 인재들을 거의 다 만났다"고 회고할 정도다. 마지막에는 당시 인텔 등 유수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을 영입해 화룡점정했다. 결국 기업을 끌고 가는 요체는 우수한 사람, 인재라는 이 전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18일 정부인사에서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으로 내정된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고문이 화제다. 공직경력이 전무한 그에 대해 삼성식 인사의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와 대선 캠프 참여, 기업과 다른 정부조직의 특성 등으로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삼성 인사통으로 '면접의 키포인트'라는 책자까지 낸 그가 공직 인사에 어떤 식으로든 삼성 방식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행정으로 철밥통·관피아로 지탄받고 있는 공직문화에 변화의 씨가 뿌려지기를 기대한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