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천안함 5주기 ■ 공무원연금 개혁 ■ 리콴유 조문외교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천안함 5주기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천안함 5주기, 우린 희생에 값하는 시간을 보냈나 희생 욕보이는 해군 수뇌부 잇단 비리 여전히 횡행하는 음모론 이젠 끝내야 꽉 막힌 남북관계, 고민스런 해법 찾기
내일로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는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측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아 두 동강나고
장병 46명이 산화했다. 구조작전 과정에서는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잊혀지지 않고,
유족과 국민의 아픔과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과 사회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 군은‘천안함을 기억하라’는 구호
아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전비태세의 일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다짐과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대잠능력 강화 등 해군전력 확충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성과는 불안하다. 해군
지휘부를 비롯해 군에 만연한 방위산업 관련비리가 그 직접적인 이유다.
천안함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 음파탐지기 탓에 어뢰공격의 낌새도 못 채고 당했다. 그런데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새로 건조된 구조함인
통영함에 엉터리 음파탐지기 등 부실장비 부착 등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앞서 천안함 사건 직전
해군참모총장인 정옥근씨가 방산 관련 뇌물 혐의로 철장에 갇혔고, 통영함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꽃
같은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군
발표의 혼선과 말 바꾸기 등으로 의혹이 증폭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토대로 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엊그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출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으로 더 이상 우리 내부의 소모적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건 2개월 만에 취해진 ‘5ㆍ24대북제재조치’는 남북관계에 빙하기를 초래했다.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북측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의 회복을 가로 막는 장애로 작용해왔다.
북측을 제재한 게 아니라 북한 진출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등 우리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5ㆍ24조치의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5ㆍ24조치의 출구를 찾는데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언제까지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도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최소한 5ㆍ24조치 해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협조해야 한다. 어제처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우리정부의 사과 요구를 비방한 것은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유감스러운 북한의 5·24조치 해제 논의 거부
북한 국방위원회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이틀 앞두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이고, 남북이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자는 것 자체도 얼빠진 주장”이라 반박했다. 한마디로
유감스럽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부인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시점과 수위에서 큰 문제가 있다.
천안함 폭침은 국제 공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취해진 것이 5·24 조치다.
하지만 이 제재가 5년째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제재를 풀 길을 찾는다는 방침 아래 고위급
대화를 추진해왔다. 북측의 간접적인 유감 표명이나 비공개 사과 같은 외교적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도 구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5·24 제재를 풀기 위한 남북대화 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된 우리 군 사상 최대의 참사다. 이를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리 없이 제재를 해제하리라 북한이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북한이 체면상 천안함 문제를 놓고 남측과
머리를 맞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물밑 접촉으로도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남북이 비공개 대화로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개 회담에서 5·24 제재 해제를 논의한다면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평양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를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이로 인해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길은 더욱 차가워졌고,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대화의 손길을 내민 동족의 선의를 곡해해선 안 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5·24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조속히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게 정답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못할 것이 없다”고 했던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신년사를 되살려내길 바란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우리에게도 이롭지 않다. 분단 70주년인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북한의 만행을 결코 잊어선 안 되지만 우리의 인식이 천안함 폭침 당시에 머물러 있는 한 남북 관계는 진전되기 어렵다.
정부가 원칙 속의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과 5·24 제재 해제를
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대북 전단을 공개 살포하려던 인권단체들을 설득해 자제를 유도해낸 건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처럼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서 5·24 제재 해제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 중재안 출발점삼아 밤 새우라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가 활동 종료일 (28일)을 코앞에 두고도 합의안 마련은커녕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타협기구 소속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내 놓은 중재안은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의 구조개혁에 기초하면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노후소득 보장을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지급액 조정으로 재정부담을 줄이는
모수(母數)개혁을 선호한다.
중재안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설계하는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개인저축계좌(월 30만원)을 여기에 추가해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급여 대비 퇴직 후 받는 연금비율)하락을 보완했다. 한마디로 깎인 공무원연금을 개인연금으로 메워주는
형식으로 월 150만원(연금+퇴직금+저축계정)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구조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공무원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정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중재안을 최선의 방안으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여야가 누차 약속한 내로 시한 내
합의안을 내놓으려면 일단 중재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해서는 개혁은 결국 물 건너 간다. 남은 기간
밤을 새워서라도 대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은 중재안마저도 정부여당의 구조개혁에 치우쳐 있다며 부정적이다. 언제까지 ‘노(NO)’만을 외치고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90일 활동시한이 다 지나도록 야당이 한 일은 “소득대체율 50%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그것도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 이래서는 야당의 존재의의조차 의심받게 된다. 이제 정부안, 이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춘 새누리안,
중재안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하든지, 아니면 이보다 나은 자신들의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대타협기구는 연금개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와의 타협을 위해 지난해 말 구성됐다. 여기서 아무 성과 없이 28일 이후 국회
특위로 공을 넘기면 여야합의에 의한 개혁입법은 더 어려워질게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처리 협조를 요청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합의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말 그래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에 너무 소극적인 야당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시한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이다. 야당은 아직도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주 3자회동에서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해놓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더니 어제 ‘개혁 기본 구상’이
흘러나왔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29~43%(여당안은 43%) 더 내고 연금은 11~24%(여당안은 34%) 덜 받는다는 것인데, 이
역시 정식 안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다. 쉬쉬하면서 야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은 개혁안을 내라는 압박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해왔다. 어떤 때는 “공무원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는 “정부안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을 반값 연금으로 만들려 하고,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아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국민연금이 반값 연금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07년 국민들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동의해 준 것인데, 공무원연금을 자꾸 여기에 빗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24일 ‘기본 구상’이
나온 뒤에도 강기정 의원은 “내일 얘기합시다”고 즉답을 피했다. ‘기본 구상’도 지난해 11월 공개된 초안과 별 차이가 없다.
도대체 넉 달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
새정치연합이 계속 이러니 공무원노조 편을 든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음달 재·보궐선거나 내년 총선에서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
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그렇다면 야당 눈에는 국민은 없고 공무원만 보인다는 것인가. 공무원 표를
얻으려다 국민 마음을 잃게 될 위험을 깨달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파를 떠나 국가 대계를 위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야당
초청간담회에서 “정부가 하는 일 중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는 연금개혁 못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야당과 공무원노조는 비판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직접 이해 당사자의
이익집단인 공무원노조조차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했을 만큼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연금 개혁이 곧 ‘제살
깎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고, 야당이 발목을 잡는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대타협기구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태일 안(案)’이 부상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신규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완하고자 개인 저축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으로 이루어진 기존
체계를 공무원연금, 퇴직금, 저축계정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저축계정은 공무원과 정부가 매칭펀드 형태로 4%와 2%의 저축을
각각 보태 개혁 이후 줄어드는 연금액을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절충안이다. 물론 이 안이 답보 상태에 있는 연금 개혁 논의를 일거에 진전시킬 수 있는 묘안은 아닐 수 있다. 여당에서도 당장
정부 부담 비율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저 “새누리당 안과 비슷하다”며 일축해 버린 야당의 자세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차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잘 알려진 대로 국민연금과의 장기적 통합
등 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가 기여율, 지급률, 연금지급 개시 시기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니저러니 훈수만 두고 있을 뿐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도무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구조개혁 일변도는 공적연금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으니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절충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짐작만 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42만 8314만명인 연금 수급자가 204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재직자 대비 수급자 비율이 올해 37%에서 84%로 급등한다는 정부 추계도 믿지 않는다. 추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걱정할 것 없는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식은 곤란하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아 경영하겠다는 수권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1야당이라면 모름지기 납득할 만한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여야정, 네안 내안 따지지 말고 철저히 검증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은 7~10%로 하고 가입기간 1년당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45~1.7%(40년 58~68%, 30년 43.5~51%)로 낮추는 안이다. 새누리당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반면 신규자는 더 내고 더 받는 셈이다. 내년 이후 임용되는 신규공무원과 기존 재직자에게 다른 보험요율과 연금지급률을
적용하는 새누리당 안과 달리 신구(新舊) 공무원을 차별하지 않고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하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55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오랜 침묵 끝에 꽤 합리적인 안을 선보였으니 무척 반갑다. 신규공무원을 차별하는 여당안에 대해 야당과 공무원단체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론이 만만찮은 만큼 여야와 정부 간에 긴밀한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기존 공무원에게
20%, 신규 공무원에게 9%의 총 보험요율과 서로 다른 지급률을 적용하는 신구 공무원 분리안은 공무원 간 형평성과 재정적자
축소에 도움이 안 된다.
최근 여당은 신규 공무원의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본인과 정부 등 사용자의 현재·향후 보험요율 격차인
2.5%(7.5-4.5%)씩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용하는 준(準)공무원연금 성격의 개인저축계정에 넣는 방안을 야당과 공무원단체에
타협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본인과 사용자 부담분을 합친 총
보험료의 3배 이상을 받는 후한 연금제도를 바로잡아 적자를 줄이겠다며 개혁의 칼을 빼들고서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하니
노후소득 보장에 문제가 많아 저축계정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정부와 여야는 내 안이 좋다고 우기지 말고 어느 안이 지속가능한지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바란다. 특히 재정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후한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원, 향후 10년간 55조원,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원의 혈세가 들어 개혁이 시급한 마당 아닌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제1원칙은 수지균형을 이루는 보험요율과 연금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 리콴유 조문외교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리콴유 조문외교, 싱가포르 가치 공유를 …
23일 91세로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초대총리는 가난한 항구를 번영하는 강소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 아시아의 ‘거인’은 31년의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뒤에도 끊임없이 혁신과 추진의 리더십을 보여왔다. 고인이 남긴
싱가포르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경제자유지수와 글로벌 경쟁지수에서 세계 최상위이며 부패인식지수에서는 뉴질랜드 및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위, 금융산업은 뉴욕·런던·도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를 각각 자랑한다. 실업률은 2%에 불과하다. 이렇게 눈부신 경제적 성과는 고인이 보여준 리더십의 유산일 것이다.
일자리의 44%가 외국 기업에서 나오는 개방성, 법인세가 17%에 불과한 낮은 세금, 뛰어난 인프라, 우수한 인적자원, 깨끗한
정부와 사회를 갖춘 데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 성장을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기업을 지원하는 특유의 시스템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를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이 바로 고인이었다. 물론 언론과 정치적 자유도 등에서 서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신념, 추진력, 미래를 보는 혜안, 그리고 창의·혁신 정신은 높이 사야 한다.
그런 인물을 보내는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 고인의 국제적 위상과 양국 관계, 각별한 개인적 인연이 참석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상의 조문은 단순 추모와 과거 기억에 대한 회상을 넘어서는 고도의 외교 행위가 돼야 한다. 조문 온 다른
나라 정상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비공식 다자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문외교는 고인이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한 공유를 표시하는 하나의 정치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존재감, 그리고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처럼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 영감을 얻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특위 위원장을 분노케 한 정부의 ‘세월호 태업’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를 훼방하는 정부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특위의 정식 출범을
한없이 늦추고,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려 드는가 하면, 파견 공무원을 통해 특위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이 두렵고 켕기기에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특위의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그가 전하는 특위의 사정은 참담하다.
특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려면 조직과 예산이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는 2월17일 특위가 내놓은 조직·예산안의 처리를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다. 특위 위원들은 5일 임명장을 받은 뒤 조사활동은커녕 실무직원 선발도 못한 채 안타깝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 참사
1주기인 4월16일 이전에 특위가 출범하려면 이번주 안에 조직·예산안이 확정돼야 하는데,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고 관련 부처 사이엔 협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특위 출범을 방해하고 고사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특위의 조직과 예산 축소가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특위는 이미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 등에 따라 애초 구상했던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한 터다. 사업비는 38%나 줄였다. 정부·여당이 여기서 더 줄이려 든다면 특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특위를 파행에 몰아넣는 데만 열중한다면 비판과 저항은 피할 길 없을 것이다.
정부는 특위의 독립적 조사활동을 마뜩잖게 여기고 경계하는 모양이다. 1월에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함부로 가공한 자료를 근거로
친박 실세라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헐뜯는 일이 벌어지더니, 며칠 전에는 파견 공무원이 특위의 주간
활동 내역과 다음주 활동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청와대, 새누리당, 해수부, 경찰 정보과 등에 이메일로 유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특별법의 명문규정을 어긴 위법으로, 특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다. 개인적 일탈일 수 없는
만큼 배후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활동할 수 있을지가 의심되는 위기상황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특위를 가로막는 온갖 행태를 멈춰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방해 책동 그만둬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특위 내부자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 부처, 경찰에 유출된 정황을 공개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특위의 중립성과
직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비협조로 특위 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다니
개탄스럽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특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돼 특위 임시지원단에서 근무하는 ㄱ사무관은 지난 20일 ‘임시지원단 주간업무 실적 및
계획’이라는 문서파일을 e메일로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서울 방배경찰서에 보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지적대로 특위의 독립성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태이다. 세월호특위에서 문서 유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세금도둑” 운운하며 특위를 비난했을 때 근거로 인용한 자료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가공한 문서였다고 한다. 공식 문서도 아닌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가 여당 의원의 특위 공격에 활용된 것이다. 김 의원 발언 이후
특위는 예산낭비 논란에 휘말려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서 유출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조직적 방해 책동의 일환일 수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지난달 17일 넘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입법예고를 하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시행령 제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다음달 16일까지도 특위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특위 조직 등에 대해 조율이 덜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조율이 덜 됐으면 일단 특위 측 원안을 입법예고한 뒤 각계 여론을 수렴해 수정하면 될 일이다. 한 달 넘게 시간만 끄는
것은 특위를 압박해서 원안보다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 아닌가.
세월호특위는 여야 합의로 만든 세월호특별법에 의해 탄생한 기구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자꾸 딴죽을 건다면 ‘밝혀져선 안될
진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커지게 된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활동을 훼방 놓으려는 책동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참사 1주기가 20여일 앞인데 진상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팔레스타인·가봉 수준의 ‘국민 행복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이 ‘국제 행복의 날’(3월20일)에 맞춰
세계 143개국을 상대로 행복감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가 118위를 기록했다.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가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떨어졌다. 놀랍고 부끄럽고 한번 더
생각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설문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결과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사 전날 많이 웃었는지, 피로는 잘 풀었는지,
온종일 존중받으며 지냈는지, 하루의 상당 부분을 즐거운 감정 상태로 보냈는지, 뭔가 흥미로운 것을 하거나 익혔는지를 물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이 물음에 자신있게 ‘네’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이 웃기보다는 표정 없이 긴장하여 지내고,
존중받기보다는 무시당하고, 피로를 풀기보다는 피로가 거듭 쌓인 채로 허덕거리며 지내는 것이 이 시대 많은 사람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손학규 전 민주당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호로 내걸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병증에 대해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우리는 극히 성과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는 물질로 치환되는 성과를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극단적으로 경쟁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피로사회’이기도 하다. 수평적인 대화 문화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권위적이며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많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가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균형 성장과
억압적 질서 속에서 우리 생활문화의 결 자체가 깊이 뒤틀려 있음을 이번 조사 결과가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우선 쉬어야 한다. 쉬면서 어디에 고장이 난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병이 몸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민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에 그친 것은 심각한 신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달려온 것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로 인식하는 게 늘 해결의 첫걸음이다. ■ 관련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엉터리 식품위생검사에 맡겨진 국민건강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온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검찰이 전국 74개 식품위생 검사기관이 최근
3년간 발급한 시험성적서 85만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중 10%에 가까운 8만3,000여건이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검사기관 10곳의 대표이사 등 8명과, 허위성적서 발급을 요구한 식품제조유통업체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이들 민간 검사기관은 김치의 기생충알 유출검사를 의뢰 받고는 제품포장도 뜯지 않고 적합판정을 내렸다. 또 발암물질검사에 1회용
장비를 재사용하거나, 식혜에서 검출된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식품업체에서 다른 검체를 받아 다시 검사한 후 적합 성적서를
발급하는 등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문제는 영세한 민간 검사기관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검사수주를 위해 덤핑 경쟁을 벌이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민간 검사기관은
2000년 16곳에서 지난해 74곳으로 급속히 늘었다. 당연히 업체의 눈치를 살펴 대충 합격판정을 낼 수밖에 없다. 현재
식품업체의 80%가 민간 검사기관에 위생검사를 의뢰하는 상황이라, 검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식품업체의 불법행위에 눈감아 버리면
국민건강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식품범죄를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번 적발된 검사기관 10곳의 지정을 취소했다.
그런데 7년 전에도 민간 검사기관들이 같은 이유로 무더기 처벌받았으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식약처에 관리ㆍ감독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식약처는 앞으로 검사기관의 설립기준이나 검사방식 등을 재정비하고, 검사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각오로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강조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신입생에게 ‘갑질’하는 저질 대학문화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어김없이 대학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선배들의 폭력적인 규율잡기 행태가 도마에 오른다.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한 지도 10년은 족히 넘은 듯한데, 얼마나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겨레>가 23일 현장 취재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의 ‘구보’ 프로그램은 집단기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매주
두 차례씩 저녁에 3시간가량 선배들의 감시 아래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경찰공무원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기초체력이
필요한 1~2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학과장의 설명은 어이가 없다.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면 정규교육에 포함할 일이지
이렇게 엉뚱한 방식으로 진행해서야 되겠는가. 이 학과는 2006년에도 폭력적인 신입생 길들이기로 비판받은 바 있다. 이런 풍토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찰공무원이 길러질 리 없다.
신입생 길들이기 과정에서 직접적인 신체폭력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성적·문화적 폭력으로 번지는 양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최근 서강대에서 벌어진 성폭력적인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일일이 묘사하기도 창피할 만큼 저질스럽다. 단국대 한 학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화장 금지, 군대식 어투 사용, 택시 이용 금지 등 ‘행동 규정’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배라는 알량한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에게 부당한 억압을 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질’을 떠올리게 한다. 선배들이
이를 통해 추구하는 게 일사불란한 위계질서라면 이 또한 시대에 역행하는 길이다. 이런 문화에 순치된 학생들은 결코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도 지성인도 아닐 것이다.
잘못된 전통을 비판 없이 답습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이런 현실을 뻔히 알고도 방치해온 대학 당국은 더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지목돼야만 마지못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점수와 스펙으로 학생들을
골라 뽑는 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선발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데는 무능한 요즘 대학들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이
사명에 걸맞은 자율과 창의 교육에 힘쓴다면 저런 황당한 일들은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폐습을 사소한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에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수]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인 안심전환대출
기존 주택담보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낮고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상품 판매 첫날인 어제에만 한 달치 판매물량 5조원 중 3조3000억원 정도가 소진되었다고 한다. 엄혹한 시대에 ‘빚
다이어트’를 하려는 대출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에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뒷짐만 지던 당국이 뒤늦게나마
움직인 것은 달라진 모습이지만 저소득층 대책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대출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왔다. 변동금리·이자 우선상환 대출로
이뤄진 대출구조를 고정·원리금 상환으로 바꿔 위기 시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대출금리는 현재 평균 3.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2.53~2.63%로 낮췄다. 여기에 대출전환 시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앴다. 2억원 대출자들은 갈아타는
것만으로도 연 200만원 안팎의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이번 상품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정작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당장 판매 총액 20조원은 전체 가계부채의 2%도 안돼 대출구조가 모두 바뀐다 해도 전체 대출자의 60~70%는 여전히 이자만
상환하는 계층이다. 정부는 대출 한도를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상품구조가 은행의 손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상품이 저소득층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기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전체 대출의 20~30%로 추정되는 저소득층
대출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1·2금융권에 채무를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이다. 훗날 금리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부메랑이 돼 금융권을 뒤흔들 게 뻔하다.
때마침 해외에서도 한국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저성장·고령화 가속화로 한국이 5년 뒤면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도 대출을 부추기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이라도 전체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히 평가한 뒤 저소득계층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출을 부추기는 현재의
정책기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갈등의 치유·관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임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념·계층·세대·지역·노사 갈등에서 최근 ‘갑을 갈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가운데 종교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원에 이른다는 민간 연구소의 분석도 있었다. 최근 이러한
사회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에서도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어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발표된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011년 기준으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제도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정부 소비지출 비중 등을 평가한 것이다.
OECD 국가의 사회갈등관리지수를 산출한 결과 덴마크(0.923), 스웨덴(0.866), 핀란드(0.859),
네덜란드(0.846)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0.380)은 멕시코(0.068), 터키(0.151),
그리스(0.206) 등 7개국과 함께 바닥권을 맴돌았다고 한다.
최근 소득 불균형의 심화, 계층간 불평등 확산, 저출산·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갈등 요인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사회갈등이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갈등관리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갈등관리를 10% 증가시킬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5~2.41%
증가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치유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적절한 갈등은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 때문에 갈등을 키우거나 정부가 갈등을 잘못 관리하는 데 있다. 사회갈등구조를 이용해
정치·경제·사회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무엇보다 경계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갈등관리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확인한 만큼 그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각별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비리에 성희롱까지… 부끄러운 해군
우리 해군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이 비리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해군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전직 참모총장 두 명이 두 달 새 비리로 잇따라 구속됐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해군의
명예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황기철 전 총장은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의 평가 결과를 위조하라고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STX에서 금품을 받아서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의
최고사령관을 지낸 사람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장비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해군의 부패 고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도 여실히 보여 준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니 통탄할 지경이다. 해군의 한 장성은 2011년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했다. 이 장성은 당시 같은 숙소에 머물던 이 부사관의 방으로 찾아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의 한 중장은 진해 해군기지 골프장에서 캐디들에게 “버디를 하면 노래를 부르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캐디들이 골프장 관리소장에게 고충을 호소하자 관리소장이 관할 부대장에게 보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해군 초계함에서 대위의 여군 성추행(3월), 호위함 함장(중령)의 회식 성추행(7월), 해사 장교들의 성희롱 사건(12월)이
잇따랐다. 해군은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복무하는지 의심스럽다. 기강이 무너진 지금의 해군에 국가 방위를 맡겨도
되느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군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밑바닥부터 최상층부까지 전부 개조해야 한다. 끈끈한 선후배 문화가 비리로 잘못 웃자라지 않게 미리
막아야 한다. 해이해진 기강도 다잡아야 한다. 스스로 개혁을 하기엔 이미 때를 놓친 듯하다. 외부의 힘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
원천적으로 비리 재발을 막아야 한다. 26일은 천안함 사건 5주기가 되는 날이다. 해군은 지금 천안함 46용사 앞에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절치부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방산 비리에 성범죄로 내부가 곪아
들어가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내부의 적 때문에 자멸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경기도의회 ‘꼼수’ 유급보좌관 폐지해야
경기도의회의 ‘유급보좌관제병(病)’이 또 도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유급보좌관을 도입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한
경기도의회가 이번에 또 ‘꼼수’까지 동원해 ‘변형’ 유급보좌관제를 운영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지원할 수십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 예산도 크게 늘렸다. 그동안 계속 추진하던 유급보좌관제가 무산되자 201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회 역량
제고’라는 명목으로 17억 7000만원을 증액해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유급보좌관제가 2012년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난 것을 모르지 않을진대 지방의회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란 말인가.
거대한 광역 자치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급보좌관을 둬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원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첨병은커녕 지방자치의
뿌리를 아예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이 다 가도록 한 건의 조례도 입안하지 않는, 무늬만 지방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외유성 해외 시찰이나 이권을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변변한 월급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각 의원이 연간 50여개의 조례를 입안한다는 스웨덴의 지방의회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급보좌관 타령을 할 게 아니라 그야말로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무보수
명예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2006년 지방의회 의원은 유급제로 바뀌었다. 광역의원들은 자료수집비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다. 정히
보좌 인력이 필요하다면 개인 인턴이라도 두면 될 것이다. 도의회가 법망까지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유급보좌관을 두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명분이 희미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유급보좌관이 없어 지방의원 일을 못 하느냐는 비아냥을 듣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도 달리 없을 듯하다. 우리 지방자치는 성년의 나이가 됐지만 온전한 성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지방자치를 욕되게
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남미 운명은 경제적 자유에 달렸다"는 지성들의 경고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리마 총회' 현장을 가다 리
마=권영설 논설위원 페루 리마에서 23일(현지시간) 개막한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은 경제적 자유가
남미 국가들의 운명을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널드 하버거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이날 “칠레 등이 1970~1980년대 이후 견고한
경제성장을 유지한 것은 시카고학파의 조언을 따라 자유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문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박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은 정치적 자유는 받아들였지만 경제적 자유를
외면했다”며 “그 결과 비효율과 부패가 이어지고 국가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몽펠르랭협회는 201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 이후 이번에 다시 남미를 찾았다. 사회주의와 독재정권이 사라지는 자리에
정부 간섭과 포퓰리즘 등이 번지고 있다는 이 지역 회원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리마 총회의 엔리크 게르시
조직위원장은 “페루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놓지 않으려는 정부 간에 논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의 남미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경제학자 37명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반대하며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결성한 몽펠르랭협회는
‘작은 정부’ 등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연구하고 전파해 왔다. 밀턴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 등이 차례로 협회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학문적 권위도 높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제적인 노력도
기울여 왔다.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등도 그 결과물이다. 레이거노믹스를 주도한 관료 가운데 22명이 이 협회의
회원이었다. 칠레 역시 당시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던 하버거 교수 등 이른바 ‘시카고 보이즈’들이 참여해 성공을 이뤘다. 나의
지적 여정:마르크스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저자이기도 한 요사 박사는 “하이에크가 처음 페루를 방문했던 것이 1979년이었다”며
“당시 그가 사용한 민주주의, 자유라는 단어는 새로운 공기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그동안 두 명의 학자만이 이 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오다 3년여 전부터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대표단을 파견했다. 지난해엔
‘2017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서울 총회’를 유치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건 이후 정부 개입과 포퓰리즘이 만연한
한국에 자유 지성들이 어떤 조언을 제시할지 벌써 관심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모바일쇼핑 3년새 22배…억지 규제론 유통혁신 못 막는다
스마트폰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모바일쇼핑이 폭발적인 성장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5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모바일쇼핑 매출은
지난해 120% 급증한 13조1000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6000억원) 이후 3년 만에 22배로
불어나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14조2000억원)과 맞먹을 정도다. 업계에선 올해 매출이 2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바일쇼핑 앱이나 웹페이지 접속자 수도 하루 평균 245만명으로 인구의 5%에 이른다. 내수 불황이란 우려가
무색해진다.
모바일쇼핑의 급성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 맞벌이·1인가구 증가 속에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경향, 업체 간 할인 경쟁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해외직구, 아울렛, 면세점 등의 강세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매장 중 유독 편의점만 지난해
8.7% 성장한 것은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근거리 소량구매에 적합한 업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마트(-3.4%)와
백화점(-1.6%)조차 매출 감소로 고전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유통시장에 절대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유통업태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비자의 선호 변화가 있을 뿐이다. 지금은 쇠락해가는
전통시장도 한때는 유통시장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변함없는 강자일 것 같던 대형마트도 점포 없이 파격 할인으로 무장한
모바일·온라인쇼핑에 밀릴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저성장, IT 발전 등의 환경 변화는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유통 혁신을
몰고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당장 눈에 보이는 대형마트만 틀어막으면 전통시장이 되살아날 것처럼 착각과 무지의 규제를 남발해 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동반 매출 감소다. 지금도 국회에는 그런 억지 의원입법안이 20여건이나 계류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마트를 강제휴무시키고 영업시간을 단축한들 소비자를 억지로 끌고갈 순 없다. 내수 침체만 부채질할 뿐이다. 눈에 안 보이는
모바일쇼핑은 강제휴무도 영업시간 제한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비좁은 김해공항, 동남권 신공항은 언제 결론낼 건가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김해공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본지 3월24일자 A27면
참조).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만 438만여명으로 수용가능 인원을 이미 초과했고,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도 2020년 이전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국제선 청사 증축이 진행 중이라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해공항 인프라 문제는 이용객의 불편을 넘어 국제공항으로서의 확장성마저 가로막는 지경이다. 중형기를 띄워야 하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전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해공항에서 부산~독일 뭔헨 노선을 운항하던 루프트한자가 철수한 데 이어, 부산~핀란드
헬싱키 직항노선을 검토하던 핀에어도 계획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포화는 진작부터 예상돼 왔던 문제다. 그럴 줄 알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동남권
신공항이다. 하지만 그 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말았다. 부산, 밀양 등이 극심한
유치경쟁을 벌이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 곳에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갔던 것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에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입찰 작업에 들어갔다. 그것도 1년 뒤에나 결과가 나온다.
부산과 대구·경북은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들 지역 갈등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을 이유로 표류시킨다면, 이미 일본에 밀리고 있는 관광 한국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신공항이 지금
결정돼도 완성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판촉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게 BBQ 뿐인가
서울고등법원은 24일 가맹점주 13명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만∼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린 후 홍보·판촉행사를 하면서 비용 60억원을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BBQ는 판매증진을 위한 판촉행사의 경우 비용분담 기준을 점주에게 미리 알리거나 자율적인 참가
신청·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맹계약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은 BBQ만의 일이 아니다. 치킨은 물론 빵집, 커피 전문점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막아보겠다고 넉 달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비 전가 등 본사의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주들은 실직이나 정년퇴직 후 창업에 나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법을 일삼는
본사의 행위는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암담함 그 자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조사해보니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0년 전보다 700만원 넘게 줄어든 2,725만원에 불과했다. 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입이 줄어드니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매년 80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맹본부의 갑질이라도 줄어야 자영업자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기업들은 노사정 타협 가능성 기대 안한다는데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경영현안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전체의 88%는 타협 가능성조차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니 노사정위의 활동에 회의적인 경영계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당수 기업들이 노사정위의 대표성이나 구속력에
부정적일뿐더러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대목도 정부로선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는 이달 말로 활동시한이 끝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3자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껏해야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노사는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업급여 같은 비용부담과 고용해지 요건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파견근로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각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타협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민주노총이 애써
만들어진 노사정위를 내팽개친 채 정치파업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노사정위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자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노사 양측은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인식 아래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발씩
양보해 납득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뒷문을 막아놓고 앞문만 열어놓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고용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뿐이다. 정부도 대타협 시한에 쫓긴
나머지 무리하게 합의문에 매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가 남은 일주일 동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리콴유 조문외교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그 밖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 부문 기자)-20150325수] 시골 도서관의 작은 실험
지난주 일본 여행 중 규슈(九州)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라는 동네에 들렀다. 온천과 3000년 수령의 삼나무가 있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그런데 역을 나서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녀도 지도를 든 관광객 몇몇을 제외하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묻고 싶어도 물을 행인이 없는 상황. 아,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 가 있는 거야.
곧 답을 알게 된다. 잔잔한 시골 풍경에 급격히 질리는 도시녀 본색이 발동, “이런 동네에 스타벅스는 없겠지?”라고 중얼대던
참이다. 나 찾았느냐는 듯 저 멀리 스타벅스 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걷다 보니 나지막한 2층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봄빛이 완연한 테라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 잔디를 뛰노는 아이들과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다케오 시립도서관이었다.
1층 전체를 높다란 천장에 고급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세련된 서점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음반 렌털업체인
쓰타야(TSUTAYA)가 운영하는 책방 겸 CD&DVD 대여점이다. 한편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엔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도서관은 어딘가요?”라고 직원에게 물으니 여기가 도서관이란다. 1층
벽면과 2층 서가에는 서적분류표를 붙인 시립도서관 장서 20만 권이 빽빽이 꽂혀 있다. 이 책들도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고,
서점 계산대에서 도서관 책의 대여와 반납도 함께 할 수 있다. 도서관이자 서점이고, 열람실이면서 카페인 셈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일본의 명소였다. 이전에는 시에서 운영했지만, 2013년 4월부터 민간업체 쓰타야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던 도서관은 퇴근길 직장인들도 들를 수 있도록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연간무휴라 휴일에도 시민들이 몰린다.
‘한번 가봐야 할 도서관’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이용자가 100여만 명에 달했다. 이 중 40만 명은 다케오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 도서관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공공기관을 상업화한다는 아이디어에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가본 이라면, 절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이곳의
따뜻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로 지역 주민들의 편한 쉼터이자 모임 장소, 공부방이 된
도서관. 기차 시간도 늦추며 저녁까지 머물다 몇 권의 책을 사 들고 돌아왔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김선태(논설위원)-20150325수] 글램핑
오스만제국에서는 술탄이 전쟁이나 순시 등의 이유로 거처를 이동할 때면 이동식 궁전을 짓곤 했다.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몽골의 이동주택인 게르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내·외관은 대단히 화려했다고 한다. 정치하게 수놓은 비단으로 안팎을 장식하고
값비싼 양탄자와 호사스런 가구들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술탄의 이동식 궁전은 ‘화려한(glamou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glamping)의 원조 격이다.
요즘 유행하는 글램핑과 비슷한 형태는 1900년대 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시작됐다. 야생동물 사파리를 즐기던 미국과 유럽의
부호들은 저녁엔 집처럼 편하고 안락한 쉼터를 원했다. 텐트 안은 비싼 페르시안 카펫으로 치장했고 킹 사이즈의 화려한 침구도
곁들여졌다. 이들은 전속 요리사까지 대동, 야외에서 럭셔리한 식사도 즐겼다.
고품격 아웃도어 캠핑을 뜻하는 현대식 글램핑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됐다. 구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이
단어에 대한 검색이 급증하기 시작, 아일랜드 영국 등 유럽을 거쳐 최근엔 미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다고 한다. 트레킹 수영 승마
보트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 뒤 고급스런 야외 텐트에서 요리사가 해주는 바비큐 등 요리를 먹는 게 근자 들어 한참 유행하는
글램핑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3월 제주 신라호텔이 국내 최초로 글램핑 개념을 도입했다. 호텔 야외 글램핑 빌리지에서는 카바나 스타일의
넓은 텐트에서 호텔 요리사가 조리하는 점심 또는 저녁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응접실 같은 텐트 내부 인테리어와 야외 바비큐 그릴,
파라솔, 해먹까지 갖추고 있어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안전상 취침은 안 되고 식사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캠핑 열기를 타고 글램핑이란 이름을 내건 야영장을 운영하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개중엔 말만 글램핑이지 실제로는
허술한 시설의 야외 텐트에 가전제품 몇 가지만 갖춘 곳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화재로 5명이 숨진 강화도 글램핑장도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늘 그렇듯이, 사고가 터졌으니 대대적 단속과 규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전 관련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혹여나 과잉 규제로 캠핑문화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수 중 지난 10년간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것이
아웃도어산업이라서 더욱 그렇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325수] 내 아내는 '대월댁'
내 아내는 '대월댁'이다. 대월댁은 내가 만든 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자기 소유 집에서 거주하는 기혼 여성을 '대치댁',
그에 못 미쳐 대치동에 전세 들어 사는 이를 '대전댁'이라고들 하니 이에 빗대봤다. 물론 내 집 거주는커녕 전세 살 능력도 부쳐
대치동 월세 아파트를 얻은 나와 함께 사는 내 아내를 대월댁이라 부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기비하도 모자라 제 아내까지
깎아내려 부르는 꼴이니 나는 핀잔 들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요즘 시장이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월세탈출·전세입성'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니.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31.9%로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들어섰다. 2011년
1월 15.4%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의 팽창 속도가 급격하다.
학군 탓이 크다. 구태여 월세라도 대치동에 집착하는 나 역시 비틀린 교육열에 감염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고교의 개학을
앞둔 지난 2월 월세 거래는 학군 수요가 큰 강남이 7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송파 542건, 서초 465건, 노원
409건 순으로 많았다. 자녀들의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책은 늘 박자가 늦다. 이미 수년 전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때 한국은행에서 정책당국에 개포·대치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의 단계적 시행을 권했을 때 왜 귀를 닫았나. 그때 실행만 했어도 지금의 전월세난은 한층 완화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실행
중인 정책의 스텝마저 꼬이고 있다. 정부는 집을 사라고 금리를 낮추고 돈을 마구 푸는데 사람들은 집 사기를 주춤대 전셋값만
폭등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설 지경이다. 왜곡된 교육행정과 정책 실패가
전월세민의 극심한 고통을 합작해 키우고 있음을 정부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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