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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네팔 규모 7.8의 강진 발생

■ 등록금으로 곳간 채운 사학에 경종 울린 법원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일본의 역사 역주행과 아베 총리 미 의회 연설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네팔 규모 7.8의 강진 발생

 

[한국일보 사설-20150427월] 네팔 강진 참사에 인도적 지원 아끼지 말아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그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지금까지 2,000명 가까이 숨지고 5,000여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에 매몰돼 확인되지 않는 희생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당국은 희생자가 4,5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진의 여파로 산악인들이 몰려드는 히말라야 산군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에서 등반 중이던 산악인 20여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했다. 등반 시즌을 맞아 에베레스트산에 고립된 등반객도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근 국가에서도 지진의 영향으로 60명 이상이 숨지는가 하면 대만과 중국 티베트 등에서는 강력한 여진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네팔 강진이 발생한 후 8시간 동안 규모 6.6 지진을 포함, 모두 65차례의 여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적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인 다라하라(빔센) 타워가 완전히 무너졌고,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 4곳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카트만두를 포함한 카트만두 계곡 일대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7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문화유적이 밀집돼 있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것은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허름한 주택과 건물이 상당수였고, 지진 진원이 지표면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진 규모가 1934년 이후 81년 만에 최대였던 데다 진원의 깊이도 수도와 관광지 인근 1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2010년 30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아이티 대지진보다 16배 더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네팔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한 구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다리와 도로가 파손되고 통신이 두절된 곳이 많아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지구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지만 정부도 구조와 구호에 미흡함이 없도록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이티 지진 때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급조된 지원팀을 보내 별 도움은 없이 소리만 요란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한편으로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이후 지진 횟수가 계속 늘고 있고, 최근에는 규모 5 이상의 강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진설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백두산에서 지진으로 인한 재앙적인 화산폭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7월] 네팔의 비극,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도 7.8의 대지진이 히말라야 산간의 작은 나라 네팔을 할퀴었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4월 칠레 북부 해안 인근 태평양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8.2) 이후 가장 강력한 것이다. 네팔에서는 1만700명이 숨진 1934년 카트만두 동부 지진 이래 80년 만의 대지진이다. 이번 지진으로 벌써 1900여명이 숨졌으며, 앞으로 사망자가 45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팔 사람들에게 닥친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번 지진은 30만명이 숨진 2010년 아이티 강진(7.0)보다 16배나 강력하다고 한다. 또한 진원이 11㎞로 얕았다는 점도 피해를 가중시켰다. 피해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낡고 허술한 주택이 밀집해 있던 점이다. 지각판 현황으로 볼 때 네팔은 지진 안전지대가 결코 아닌데도 카트만두와 주변 카트만두 계곡 일대에 250만명의 인구가 지진에 약한 비보강 벽돌집에 주로 살았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한테 더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겨준다는 자연재난의 경향성이 이번에도 나타난 셈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생존자를 구조하고 이재민을 돌보는 일이다. 카트만두 시가지는 아비규환 상태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임시 병동은 실려온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카트만두 주민들은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와 플라스틱 자리나 상자를 깔고 노숙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한테는 물과 식품, 의약품이 긴급히 필요한 상태다. 히말라야 산지에서도 지진 여파로 산사태가 일어나 등반을 준비하던 산악인들이 숨지고 다쳤다. 지역 특성상 통신과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아 부상자를 제때 옮기기도 어렵다고 한다.

 

미국은 현지에 긴급 재난구호팀을 파견하고 구호금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EU)과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러시아, 이스라엘, 멕시코, 모나코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적십자사, 국경 없는 의사회 등도 현지에 대원들을 급파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네팔에 구호금을 보내기로 했고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인류애를 발휘한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지원을 한다면 재난 발생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지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 여행객과 650명에 이르는 교민들의 안전도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7월] 네팔 지진 구호에 적극 동참하자

 

히말라야 산악 국가 네팔에서 그제 발생한 지진 피해가 막대하다. 네팔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000명을 넘고, 부상자는 5000여명에 이른다. 수도 카트만두가 폐허로 변했고, 네팔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66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다리가 끊기고 통신망 등이 붕괴돼 구호 작업이 더딘 상황에서 아직 건물 잔해 속에 매몰되어 있거나 다친 채로 방치된 이들이 적지 않아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네팔에서는 1934년 대지진 이후 81년 만의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이 붕괴되는 참담한 일을 겪게 된 네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위로를 보낸다.

 

네팔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구호 장비와 병원 설비, 의약품, 식량 등이 부족하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의 손길이 절실하다. 인도적 재난 앞에서 국경, 인종, 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긴급 구호팀을 파견했고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도 100만달러 규모의 긴급지원 방침을 밝혔다. 재난 구호에는 신속성이 생명인 만큼 구호팀 파견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에 나서기 바란다. 민간단체들도 지원활동에 적극 동참했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는 네팔에 체류하는 국민과 여행객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네팔의 찬연한 문화유적들이 붕괴되거나 훼손된 것은 인류의 크나큰 손실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다라하라(빔센) 타워는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 다른 세계문화유산 4곳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네팔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옛 왕궁과 사원 등의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안되는 실정이다. 유네스코 등이 신속히 나서 실태 파악과 함께 추가 피해를 막고 유적 재건을 준비해야 한다.

 

네팔의 지진 피해가 컸던 것은 일차적으로 지진 규모의 강력함 때문이지만, 지진에 취약한 건물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미리 대비하는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지진 발생이 잦아지는 등 한국도 지진으로부터 마냥 안전지대는 아니다. 정부는 내진 설계, 지진 예측과 경보 시스템, 구호 체제 등 지진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보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427월] 네팔의 비극적 지진 … 열린 가슴으로 도울 때다

 

히말라야 산맥의 네팔에서 25일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26일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확인됐다. 이웃 인도·중국·방글라데시의 희생자도 상당했다. 아직 행정력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해 사망자 확인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진 발생 즉시 전 세계가 긴급 지원에 나서 국제사회의 인정이 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곧바로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프랑스·영국·독일·노르웨이 등도 피해지역에 구조인력과 항공기 등을 신속하게 보낼 예정이다.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나서 수색구조팀 62명과 수색견 6마리를 현지로 급파했다.

 

  중국은 네팔과 국경을 맞대긴 했지만 한국도 이에 못지않은 끈끈한 인연이 있다. 수많은 한국 불자가 순례하는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가 있는 데다 우리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준봉을 줄이어 찾고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굳이 이런 인연을 대지 않아도 글로벌 시대에는 먼 나라, 이웃 나라를 가리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구호 성금 등 경제적 지원을 우선하고, 구호팀 파견 여부는 네팔 측의 요청이나 국제사회 동향 등을 좀 더 살핀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다 자칫 구호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혼란을 겪고 있는 네팔이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구호지역을 조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특히 지진 매몰자 구조와 환자 치료는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

 

  지구촌의 비극에 언제나 팔을 걷어붙이는 우리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한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수도·통신망 등 사회 기반시설이 파괴된 네팔을 위해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지원 대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이 공공외교이고 소프트파워가 아닌가.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네팔을 도와야 할 때다. 네팔이 하루빨리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길 기원한다.

 

 

■ 차기 총리 인선

 

[한국일보 사설-20150427월] 귀국 박 대통령, 우선 총리 인선부터 발상 전환을

 

박근혜 대통령이 12일에 걸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아침 귀국했다. 청와대측은 차세대 거대시장인 이 지역에 고부가가치 분야 중심의 맞춤형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순방 중 박 대통령은 시차로 밤낮이 바뀐 상태에서 매일 4~7개씩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는데, 편도선이 부어 열이 오르고 복통까지 겹쳐 매일 링거를 맞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순방성과 보따리를 풀어 놓을 새도 없이 성완종 리스트가 몰고 온 국내 현안들에 매달려야 할 처지다. 무엇보다도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른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후임 총리후보자를 찾는 게 급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표류 중인공무원연금 개혁, 노동 개혁 등 4대 개혁의 추진동력을 되살리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을 것이다.

 

후임 총리 임명은 후보자 지명에서 국회 인사청문 절차까지 감안하면 최소 1개월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 조각 때의 김용준 후보자를 포함해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등 세 명의 총리후보자 낙마에 이완구 총리 파동까지 겪은 마당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후임총리 인선 스트레스가 어느 때보다 심할 것이다. 또다시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이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후임총리 인선은 국회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가장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이 제1기준이 되고, 국민통합과 업무추진 능력, 소통 능력 등도 함께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 맞는 인물이 쉽게 찾아질 리 만무하다. 박 대통령이 간직해온 낡은 수첩이나 협소한 진영 내부에서만 대상을 찾으려고 할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가 수 없이 강조해왔지만 내편 네편 가리지 말고 폭 넓게 인재를 구해야 하는 이유다.

 

청와대와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바로 이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청문회 통과 경험이 있는 친박계 인사들이 거명되지만 그 정도의 안이한 인선으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분히 정치공학적 계산에 입각한 호남 총리론이나 충청 총리론이 나도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이런 자잘한 고려가 아니라 획기적 발상 전환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인재 발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자면 총리 후보자 추천권을 아예 야당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못할 이유가 없다. 잇단 ‘총리 잔혹사’와 국정난맥의 배경에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게 대통령 1인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제도를 고칠 수야 없겠지만 운영의 묘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총리후보자 인선은 그런 획기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7월] 국민통합 진정성 없는 ‘전라도 총리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 ‘전라도 총리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김 대표는 최근 광주 서구을 지원유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씀드린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경질되면 그 자리에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로 시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총리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라는 말도 했다.

 

새누리당 수뇌부가 박근혜 정부 들어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는 ‘전라도 총리론’을 노골적으로 꺼내든 것은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진데다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관악을 등은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호남 총리론을 앞세워 이 지역 출신 유권자의 감성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에는 국민 통합이나 지역갈등 해소를 향한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총리 자리를 선거운동의 도구 정도로 전락시킨 것부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거 때만 되면 그럴듯한 말로 유권자들을 꾀는 새누리당 전략이 이번에는 호남 총리론으로 나타났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김 대표가 차기 총리로 “전라도 사람인 이정현 최고위원”을 공개적으로 추천한 대목에 이르면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 최고위원은 한평생 호남의 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길을 걸어왔다고 할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며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라면 사사건건 억지주장을 펼쳐온 인물을 총리로 시키면 나라가 통합되고 갈등이 수그러든다는 말인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은 김 총리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여당 대표로서 총리 후보자 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김 대표의 입이 너무 가볍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호남 총리’니 ‘충청 총리’니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역 출신 총리론은 오히려 지역감정을 들쑤시고 갈등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총리 후보자의 출신 지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리상에 부합하는 인물을 고르는 일이다. 지금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 인사나 수첩에 적힌 인물만을 놓고 고민해서는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길이 없음도 분명해졌다. 내 편 네 편 가르지 말고, 진정으로 신망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히 발탁해 국정운영에 일대 쇄신을 기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호남 총리론’보다 훨씬 중요하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7월] 박 대통령 속히 제대로 된 총리 지명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간의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하지만 느긋하게 순방 피로를 달랠 여유는 없어 보인다. 그만큼 현 상황은 긴박하고 엄중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부재 기간에 국정 운영이 사실상 정지돼 현안들이 산처럼 쌓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을 통할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게다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최 총리대행 체제가 앞으로 최소한 한 달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과제 추진과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송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당초 박 대통령 집권 3년차인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여서 각종 개혁 추진의 적기로 예상돼 왔다. 정부·여당도 올 초부터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터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떤가. 이미 성완종 리스트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4개 개혁은 올스톱, 아니 오히려 후퇴 징후까지 엿보인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하는 법인데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담금질’ 시간은 이렇듯 안타깝게 흘러가고 있다. 조속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궤도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박 대통령은 가장 먼저 후임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리 인선 절차를 진행해도 새 총리는 5월 말이 돼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정홍원 전 총리가 지명에서 취임까지 29일 소요됐고, 이 총리도 지명 25일 만에야 취임했다. 총리 후보 인선이 지연되면 비정상적인 총리대행 체제가 6월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어정쩡한 총리대행 체제로는 무엇 하나 시원한 해답을 내놓을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로 재확인된 부패정치 척결과 4대 개혁 추진, 경제 살리기 등 국내 현안도 문제지만 미묘해지는 한·중·일 3각 구도 속에서 우리의 방향 설정 등 외교 현안도 발등의 불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속절없이 총선 분위기로 넘어간다.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총리 인선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야말로 마지막까지 함께 간다는 자세로 제대로 된 총리를 지명해야 한다.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새 총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과 소통 능력이다. 여권 일각에서 재·보선을 의식해 호남 총리 추대론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런 접근은 안 된다. 지역과 진영을 뛰어넘는 새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골든타임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관련 사설

 

[중앙일보 사설-20150427월] 박 대통령, 국민 앞에 나서서 설명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박 대통령은 강행군과 고산병으로 인한 증상으로 링거를 맞았다. 그 증세는 며칠이면 없어질 것이다. 반면 지금 대한민국이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다.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의 위기에 놓였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유지하느냐 여부는 그의 대처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은 누에고치처럼 웅크리지 말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올해 들어 그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 자신의 핵심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성완종 사건이 터졌는데도 그는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는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총리는 국정의 2인자다.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하며 총리직 수행에 지휘 책임을 진다. 이완구 총리는 하자(瑕疵)투성이였고 성완종 사건의 대처에서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급기야 취임 65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 총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거짓말과 무책임을 보였다. 대통령은 이러한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주장한 8인의 혐의가 사실인지 여부와는 다른 문제다.

 

  총리의 공백을 최단으로 줄이고 정권 분위기를 일신하려면 대통령은 신속하게 탕평책(蕩平策)을 써야 할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나 친박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재를 광범위하게 골라야 한다.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의지라면 우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이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게 필요하다. 검찰은 비자금 장부를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앞질러 수사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부른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는 것은 사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사태가 터지자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얘기했다. 성완종 사태가 터지자 정치 개혁을 말하기도 했다. 국가 개조도, 정치 개혁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적잖은 국민은 이 못지않게 ‘대통령 개조’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해외 순방에 나서면 대통령은 팔을 걷어붙이고 활력과 친화력을 보여 준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국민과 섞이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 기자회견을 피하고, 주로 수석회의나 국무회의에서만 발언하며, 일부 부속실 비서관에 둘러싸여 본관에 칩거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올해를 보내면 내년엔 총선, 내후년엔 대선이 있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대통령 개조’에 성공해야 한다. 전두환·노태우의 6·29 선언은 대통령 선거권을 국민에게 던진 것이다. 오늘 귀국하는 박 대통령은 자신을 국민 속으로 던질 필요가 있다. 밀폐된 본관에서 나와 버락 오바마처럼 비서실 건물에 합류하는 박근혜의 6·29 선언이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사과와 인사 개혁으로 난국 풀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한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박 대통령 앞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서 공공 부문 개혁, 경제 살리기, 고립되는 형국의 외교현안까지 맞닥뜨린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4·29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패할 경우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국정운영의 탄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28일께 국무회의를 열어 국정운영에 만전을 기하라며 내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수순이나 보다 직접적인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핵심 측근들의 이름이 대거 오르내리는 마당에 마치 남의 일처럼 원칙론만 되풀이하는 간접화법이 나온다면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해외순방의 강행군을 마친 박 대통령으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러시아와 몽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옷 로비 의혹을 집중 보도하는 국내 언론을 보고 "내가 이 나이에 나라를 위해 바깥으로 도는데 온통 옷 얘기뿐"이라며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을 때 측근들은 '위험'을 감지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전반기만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아무리 나 홀로 떳떳해도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측근들이 파문을 일으켰다면 대통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땅히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총리 문제도 사표 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 5명 가운데 정홍원 전 총리를 빼고 모두 낙마했다는 결과는 인선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은 각종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강도 높게 천명하지만 겸허한 자기반성이 없는 권력의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한국이 고립되는 분위기인 외교현안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서도 리더십 회복이 절실하다. 대국민 사과와 제대로 된 인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모든 게 공염불이다.

 

■ 등록금으로 곳간 채운 사학에 경종 울린 법원

 

[한국일보 사설-20150427월] 적립금 수천억 쌓고도 학생엔 인색한 대학들

 

등록금을 받아 학생교육에 제대로 쓰지 않고 막대한 적립금만 쌓아온 대학교에 책임을 묻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수원대생 50명이 학교법인과 이사장,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고, 학생들에게 각 30만~90만원씩 등록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재판부는 대학이 적립금과 이월금을 과도하고 부당하게 운용하면서 등록금 액수에 비해 현저히 질 떨어지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보았다. 이는 적립금을 장학금 등 학생복지와 교육시설 개선에만 쓰도록 한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등록금으로 적립금만 쌓고 학생들에게는 그만큼의 교육가치를 돌려주지 않는 일은 이 대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대학가에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강력하게 억제해 왔음에도 2008~13년 5년 간 전국 4년제 사립대의 적립금은 30% 가까이 급증, 무려 9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증가분 중에도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 적립금이 대부분이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고스란히 대학 곳간에 자산으로만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립금을 3,000억 원이나 쌓고도 형편없는 학생복지와 교육여건으로 지난해 교육부가 사실상의 ‘부실대학’으로 지정한 청주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은 무려 14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이 거의 학부모에게 의존하는 대학등록금이다. 이 때문에 민간 부담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정부 부담을 늘려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학의 적립금만 제대로 활용해도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거나 심지어 반값 등록금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판국에 유수대학의 총장들이 지난 주말에 모여 “등록금 동결 탓에 대학재정위기가 심각하다”며 등록금 자율화, 입학정원 폐지, 기여입학제 허용 등 더 돈 벌 수 있게 해달라는 동떨어진 요구를 정부에 해댔다. 대학이 교육의 공공적 가치와 책무를 외면하고 온통 상업적 이윤 확충에만 매몰돼 있다고 늘 비판 받는 이유다. 대학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정부에도 감리강화책을 포함해 사립대 재정운영의 적정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7월] 등록금으로 곳간 채운 사학에 경종 울린 법원

 

대학이 등록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일부를 학생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수원대 학생들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적립금을 쌓는 데만 치중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이긴 하나 사학비리 개선과 학생 권리 보호 측면에서 경종을 울린 주목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교육 투자에 인색하고 사학비리와 과도한 적립금 축적 등으로 눈총을 받는 것은 비단 수원대만이 아니다. 사립대학들이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뒤로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156개 사립 4년제 대학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록금 억제 정책이 시행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적립금이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원대는 적립금 총액과 증가분 모두에서 4위를 기록했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대는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용처 불명의 막대한 적립금을 축적했다. 2013년 2월28일 기준 적립금이 약 3245억원에 이르렀다.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는 건 당연했다. 2011년과 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각각 46.2%와 54.4%, 교육비 환원율도 74.2%와 72.8%로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 평균인 2.13%와 2.79%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수원대는 이 밖에도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대 사례는 용처 불명의 적립금은 위법일 뿐 아니라 사학비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하고 있다. 이미 제기된 사학비리 의혹을 포함해 검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4년 현재 11조8171억원에 이른다는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의 처리 방향도 분명해진다. 등록금으로 쌓은 막대한 적립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등의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교육부는 적립금과 관련한 사립대의 위법을 해소하고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사 및 행정지도를 펴야 한다.

 

 

■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경향신문 사설-20150427월]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 2주 동안 뭘 했나

검 찰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2주일이 넘었다. 구속·체포·소환된 인물 중심으로 수사상황을 요약해보자. 금품 공여자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 인사 2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일부 증거를 파기하거나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금품을 받았다는 여권 실세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음성파일과 ‘8인 리스트’가 적힌 메모가 실재하는데도, 구속·체포는커녕 소환된 사람 한 명 없다. 검찰은 “수사 논리와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뇌 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에서는 물증을 찾기가 어렵다. 돈이 대부분 현금으로 오고 가기 때문이다.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 수사에 집중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터이다. 측근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있는지 추궁하려는 수사기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 전달 시기·장소·방법 등이 상당 부분 특정된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미루는 점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변에선 핵심 증인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하고 있는 터다. 공여자 쪽 증거인멸은 처벌하면서, 수수 혐의자 쪽 증거인멸은 방치한다면 법집행의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난다. 검찰은 말로만 믿어달라고 할 게 아니라, 믿게끔 보여줘야 한다.

 

수 사가 지지부진하자 국민의 시선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꾸 거명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수사상황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지적했듯, 민정수석실에서 보고를 요구하면 장관이 거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더욱이 황 장관은 불법 정치자금 전반으로의 수사 확대를 거론하는 등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온 터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이 독립적인 수사를 다짐했지만,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황 장관과 우 수석이 검찰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특별수사팀이 수사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기를 촉구한다. 타깃은 이미 사망해 ‘공소권 없음’ 대상이 된 성 전 회장이 아니라, 리스트에 오른 정권 실세들이 돼야 한다.

 

 

■ 관련 칼럼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27월] 암묵지(暗默知)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언어 등으로 표현할 수 없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언어나 문서 등에 의해 밖으로 표출되는 지식은 명시지(明示知·Explicit Knowledge) 또는 형식지((形式知)라고 부른다. 빙산을 예로 들자면 물 밖으로 드러난 작은 빙산은 명시지이고,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빙하 아랫부분은 암묵지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물리화학자인 마이클 폴러니가 과학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구분했다. 요즘은 일반적인 지식의 공유와 수준을 설명할 때도 이용한다.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자신이 아는 내용의 10분의1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잦은데 그것은 지식 대부분이 암묵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드러내기 어려운 암묵지는 쓸모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명시지가 암묵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구분이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있다. 낯선 누군가의 몇 마디 발언을 듣고 “똑똑하다”거나 “어리석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암묵지에 대해 서로 이해가 깔려 있는 덕분이다. 그 발언 뒤에 더 많은 정보와 더 깊은 사고와 더 넓은 인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회계 처리가 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을 뿌렸다는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정부·여당 관계자 8명이 최초에 내놓은 해명에 국민 대부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차떼기’로 표현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떠올렸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84%가 ‘성완종 리스트가 사실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2년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육성을 남겼는데 당시 홍 의원은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다. 메모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충남선대위 명예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무조정본부장이었다.

 

현재 검찰은 성완종 측근들을 구속하고, 홍준표 경남지사의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변죽을 올릴 뿐 부정부패 근원을 도려낼 의지를 읽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치개혁 차원의 수사”라고도 했다. 발언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의 8명 중 7명이 소위 ‘친박’이다. 역사적 학습과 경험으로 체화된 관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에 ‘물타기 수사를 하라’는 지침처럼 해석될 수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8명만 조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비극적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런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 한국 주재 외교관들은 “정말 재미있다”고 한단다.

 

 

■ 일본의 역사 역주행과 아베 총리 미 의회 연설

 

[서울신문 사설-20150427월] 아베 역사 역주행에도 한·일 대화는 이어져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일본의 진주만 침공 직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이 대일 선전포고를 했던 연단에 일본 총리가 처음 서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일제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눈감는 종전 태도를 고수함으로써 한·일 과거사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 때문이다. 한·일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 미래로 나가지 못한다면 두 나라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혹여 아베 총리가 미·일 신밀월 기류에 편승해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 한다면 오산임을 지적해 둔다.

 

국제관계에서 과거 없는 미래가 어디 있겠나. 미국 뉴욕타임스도 최근 “일본이 자국의 과거에 대한 비판을 계속 거부한다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에 대한 신뢰감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한·중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경계심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근래 미·일은 신방위협력지침을 통한 안보 공조,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시도 등 찰떡 궁합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 중국의 패권국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회귀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국방비를 덜어 주는 데 협조하는 대가로 과거사를 덮어 주기를 기대하는 착각을 말아야 할 이유다.

 

아베 총리가 방미길에 오르기 전인 지난 24일 미 의회 의원 25명이 연판장을 돌렸다. 애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혼다 의원 등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 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날 워싱턴 미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오불관언의 자세였다. 빈말로라도 무라야마·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조부였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독회하면서 연설 원고를 다듬고 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무엇을 말하나. 기시는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 대신 미국의 전후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고 냉전기에 미국을 도울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태평양전쟁이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며 미래지향적 미·일 관계만을 역설할 공산이 큰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아베 총리가 이제라도 진솔하게 과거사를 직시해 미 의회 연설을 한·미·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호기로 삼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시나리오는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물 샐 틈 없다”는 한·미 동맹에 주름이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원칙을 지키는 것과는 별개로 안보·경제 분야에서는 한·일 협력을 이어 가는 투 트랙 접근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한·일 원로들은 아베 총리에게 수교 50주년인 올해 양국 정상회담을 못 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는 우리 정부도 귀담아 들어야 할 고언이라고 본다.

 

 

■ 관련 칼럼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옺종훈(논설위원)-20150427월] '보통국가' 일본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간다. 이미 여러 번 지적돼왔듯이 이런 분위기의 기저에는 '보통국가론'이 깔려 있다. 유력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가 1993년 '일본개조계획'에서 제창한 것으로 알려진 보통국가론의 핵심은 일본의 재무장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합군에 의해 군대 보유가 금지된 평화헌법 체제로는 국가로서 중요한 '흠결'이 있다며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보통국가로의 환원을 주장한 것이다.

 

사실 일본의 재무장은 패전 직후부터 준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이자 A급 전범으로 수감 중이던 기시 노부스케는 곧 시작될 미소 냉전으로 일본의 재군비가 허용될 것임을 예상했다. 미국 안에서도 일본 점령에 따른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군대의 필요성이 대두했으나 당시만 해도 반론이 워낙 거세 구체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시의 장기 전망은 정확했다. 미국은 한국 전쟁 발발 2주일 만에 일본에 국가경찰예비대 7만5,000명과 해상보안청 요원 8,000명의 증원 권한을 부여했다. 이 병력이 1954년 자위대로 전환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 작업은 최근 들어 완성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올해 내 헌법 9조에서 군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패전체제의 굴레를 완전히 벗겠다는 복안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가 29일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미국 일부 언론에서 종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조차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역사 문제와 별개로 일본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정황이 목격되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움직임들이 낯설지 않다. 100여년 전 자기 운명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조선과 너무도 닮아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7월] 엔화 약세가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50만115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7%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94만7900명으로 39.6% 늘어나 크게 대조가 된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 정부 관광국이 각각 집계한 수치다. 또한 일본 장난감의 국내 판매량이 최근 한달 새 급증세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장난감 업체들로서는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모두 일본 돈인 엔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짐(원화 가치는 올라감)에 따라 빚어지는 모습들이다.

 

지난 24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3.17원을 기록해 900원에 바짝 다가섰다. 2009년 2월 1558원으로 고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다. 잘 알다시피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토대로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의 재발을 막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낮은 원-엔 환율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른 시간 안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엔화 약세의 부정적 파장은 관광과 장난감 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수출 부문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의 상당수 주력 수출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어서다. 일본 업체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수출가격을 낮추면 그만큼 한국 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가격 하락폭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그 폭을 확대할 경우 한국 업체가 입을 타격은 커지기 마련이다. 올해 원-엔 환율이 평균 900원으로 지난해(996원)보다 낮을 경우 국내 총수출이 8.8% 하락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도 있다.

 

물론, 엔화 약세로 이득을 보는 부문이 없지는 않다. 일본에서 공작기계 등을 들여오는 일부 내수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수출업계의 비가격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엔화 약세는 전체 수출에 상당히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위축 등이 겹쳐 이미 수출은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성장률의 둔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수출업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엔화 약세는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 여건이지만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0427월]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 비리는 또 뭔가

 

‘성완종 리스트’로 요동을 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동(東)부산 관광단지 개발’을 둘러싼 비리가 대형 부패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부산 지역의 정·관·재계는 ‘쑥대밭’이 되고 있다. 공무원, 경찰, 시의원, 공기업 직원 등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만 8명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만 수십 명에 달한다.

 

구속된 사람들은 수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룸살롱 향응, ‘요트접대’ 등을 받은 뒤 시행사가 헐값에 땅을 살 수 있도록 특혜를 주거나 입찰 조건을 유리하게 바꿔 주는 등의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어제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사장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딸 명의로 관광단지 내 롯데몰에서 간식 점포를 빌려 운영해 왔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롯데몰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등 특혜를 준 대가로 점포 임차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은 해운대에 인접한 부산 기장군 일대 366만㎡ 부지에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부산시가 2005년 시작한 사업이다. 4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사업이었지만 미국 MGM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기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그러자 부산시는 2009년 운영권을 막대한 부채와 함께 부산도시공사로 떠넘겼다. 이후 테마파크 대신 상가·숙박시설 등 상업위락시설이 대부분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롯데몰 동부산점이 이곳에서 개장했는데 건축 인허가,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에서 완공까지 1년 만에 해치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대가로 금품과 이권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칼날은 이제 부산시 고위 공무원과 지역 국회의원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역대 정권은 지역, 토착 비리의 척결을 외쳤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 부패와의 전면전이 말뿐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에는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전형적인 토착 비리인 만큼 비리의 뿌리는 물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427월] 조희연 교육감은 재판 지연 시도를 그만둬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선거 때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자라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허위 사실 공표)로 지난 23일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교육감은 간부회의를 열고 “이 조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엔 거의 없다”며 “선거운동 중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헌소 제기 방침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우선 조 교육감은 자신이 직접 요구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렇다면 일단 항소를 통해 다투고 2심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 1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곧바로 헌재에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은 재판 시간을 끌기 위한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 재판이 헌재의 위헌 심판과 맞물리면 대부분 재판 기간이 길어진다. 헌법재판소법상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안에 선고를 해야 하지만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전체의 27% 정도나 된다. 게다가 헌재는 2009년 이무영 전 의원이 낸 사건에서 만장일치로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곽노현 교육감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곽 교육감은 후보자 사후 매수 혐의로 3심까지 가면서 임기 4년 중 2년3개월 동안 교육감직을 유지했다. 그는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법원 선고는 헌재의 헌법소원 판결 이후에 내려져야 한다”며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감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송사에 휘말릴 경우 교육청 업무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확정 판결이 늦어질수록 혼돈의 기간은 길어지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따라서 조 교육감은 재판 지연 시도를 그만두고,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서울시 교육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중남미까지 나가는 한국 의료, 언제까지 묶어둘 건가

 

한국 의료산업이 브라질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페루에는 원격의료 서비스도 수출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외교가 계기가 됐다. 정치권과 직역단체들의 ‘의료민영화 반대’ 구호에 막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답답한 국내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남미 국가들은 IT와 결합한 한국 의료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브라질에서는 한양대의료원과 상파울루대학병원이 IT·헬스 분야 공동연구 협력합의서를 체결했고, 칠레에선 1억달러 규모의 병원정보시스템 현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넒은 영토에 주거 지역이 곳곳에 산재한 중남미 국가들은 원격의료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페루 카예타노헤레디아병원에 원격의료 기술을 수출하게 된 가천길병원의 사례가 특히 고무적이다. 페루식 원격의료 서비스 모델이 완성되면 중남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 보건·의료 시장은 600조원이 넘고 이 중 원격의료 시장은 1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보건·의료 부문에선 서비스와 기술이 IT 중심으로 결합되는 추세여서 ‘헬스케어 한류’ 수출은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동에서도 서울대분당병원이 사우디아라비아 6개 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의료 서비스 확대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와 기득권 집단의 반발 때문에 의료 분야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들의 반발과 여야의 입장 차이로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90년에 시작된 원격진료는 논의 25년 만인 작년에야 겨우 1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야당은 보건·의료 분야는 다룰 생각도 않고 있다. 의료법인 자회사도, 제주도 등에 설치하자는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도, 의료 연구개발 관련 법규도 민영화에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중남미 국가들에 보여줄 수 있는 실제 서비스가 하나도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제를 언제까지 계속할 텐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국회가 만든 저질 법들이 준법과 법치 망쳤다

 

우리 시대 법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법의 제정은 너무나 쉽게 이뤄지고 법치는 곳곳에서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부터 헌법의 가치를 무시한 채 엉터리법을 양산하고, 정치권은 온통 소위 성완종 스캔들에 휘말리고, 노조는 불법 파업으로 도심을 장악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의 날(4월25일) 기념사를 통해 이런 현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이 불합리하게 제정되고 자의적으로 적용·집행된다면 권력의 지배일 뿐 법의 지배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깊이 새겨들어야 할 곳은 당연히 국회다. 경제민주화란 광풍 아래 졸속으로 만들어낸 각종 포퓰리즘 입법, 이익단체에 놀아나는 청부 입법, 행정권을 남용하게 하는 규제 입법, 무슨 일이든 법으로 묶고 보자는 날림 입법이 갈수록 늘어난다. 저질 법들의 홍수다. 국회 발의 법안은 19대에서만 1만4000건을 넘었다. 법은 단지 많이만 만들면 일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입법만능주의를 넘어 입법권의 타락이다. 입법 남용은 청문회와 예산심의권 등을 통해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장악해가고 있다.

 

이렇게 남발된 법이 무슨 정당성과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는가. 법을 우습게 아는 풍조가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 운 나쁘면 걸리는 법, 걸면 걸리는 법이라는 인식이 더 퍼진다면 준법도, 법치도 헛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이 “법률가가 외면하는 법을 신뢰하고 따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한 게 법조계의 자성만도 아니었다. 뇌물, 탈세, 병역비리, 정치자금법 위반자 등 온갖 범법자들이 국회에서 요직을 잡고 입법부를 타락시켜왔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떼법은 더 효과적이라는 의식을 차단해야 법치주의가 자리잡을 수 있다. 22선의 팔순 현역의원도 불법 도로점거 농성엔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미국 경찰을 배워야 한다. 법원도 준법에 한층 엄격해야 하고, 법조계 전체가 헌법 수호와 법치주의 확립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변하지 않는 한 법치도 준법도 요원한 가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한국 수출에 대한 견제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사실

 

한국 수출기업들이 해외 통관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통관분쟁 건수가 407건으로 사상 최대치였다는 게 한경 보도(4월25일자)다. 2000년 30건이던 것이 2008년 252건, 2013년 395건 등으로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품목 분류, 원산지 검증, 통관 지연 등 분쟁 유형도 다양하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주요 교역국가의 관세장벽은 낮아지고 있지만, 비관세장벽은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국가들이 2~3년 전부터 수입 규제를 강화해 한국 수출을 견제하는 상황이다. 아시아 남미 등의 신흥국가는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진작에 철폐했던 관세를 부활하거나 세이프가드까지 발동하고,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선진국은 반덤핑조사 등으로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해 최고 1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부당하다며 제소를 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세계 교역 규모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이런 흐름이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WTO는 얼마 전 올 세계 교역 규모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4%에서 3.3%로 낮췄다. 작년(2.8%)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각국의 보호주의 경향 역시 당분간 지속될 소지가 크다.

 

한국으로선 어느 정도의 견제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수출기업들로선 꼬투리를 잡힐 소지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특히 통관분쟁에서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원산지 검증과 관련해 품목 분류, 까다로운 서류 절차 등의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무역업체들이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원산지 증명이다. 이는 중소기업과 농업의 수출을 끌어올리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비관세장벽을 낮추도록 관세당국 간 협력 등 통상외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FTA를 이렇듯 힘들여 확대해놓고서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가장 핫하다"는 관광산업도 중일 밥상만 차려주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말 "현재 한국 경제에서 가장 '핫(hot)한' 산업이 관광산업이고 핵심 키워드는 중국인 관광객"이라며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5월 관광주간을 앞두고 관광산업의 메카인 제주도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만남에서다. 최 경제부총리는 제주도가 유커(중국인 관광객) 덕택에 고용률이 높아지고 지역 경제도 좋아졌다며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 경제부총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관광산업이 번창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다양한 후방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관련산업은 아직 갖가지 규제에 묶여 외국사의 공세에 판판이 당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유커 결제시장만 해도 유니온페이·알리페이 등 중국 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알리페이는 백화점에 진출한 데 이어 50여개의 가맹점을 다음달까지 수만개로 늘리는 등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일본계 JCB카드의 한국인 발급자만도 430만명에 달할 정도다. 제주도나 영종도 등지에는 관광호텔에 투자하겠다는 중국계 자본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업체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하면서도 국내 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 외국인들이 마땅히 묵을 곳이 없는데도 국내 업체 진입은 제한돼 숫자놀음으로 허송세월하는 게 현실이다.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공항이나 면세점 고급화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국내 업체에 대한 규제와 역차별을 없애야 할 때다. 한국 관광산업이 각종 규제에 묶여 제자리를 맴돌고 유커 등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뛰고 있다. 규제를 없애고 관광진흥정책을 펼치는 일본에 유커가 몰리고 있다. 자칫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7월] 창사 이래 처음 빚보다 현금 많아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빚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올 1·4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4조2,480억원인 반면 차입금은 3조5,720억원에 그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반도체 업종 비수기라는 1·4분기에도 악조건을 이겨내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막대한 부채를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선택해야 했던 2001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당시 하이닉스는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빚에 허덕일 정도로 국내 산업계의 애물단지였다. 미국 마이크론으로 팔릴 뻔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직원들이 회사를 등질 만도 한데 되레 똘똘 뭉쳐 자구노력에 동참했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이는 데도 공격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2010년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를 해마다 늘리고 시설투자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0년 3조3,800억원에 그쳤던 시설투자는 지난해 5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대다수 반도체 업체가 투자에 인색하던 2012년에도 투자를 늘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긴 안목의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봐 오늘날의 순차입금 마이너스 시대를 맞은 셈이다.

올해도 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공정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영여건 악화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움츠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눈에 띄는 행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다. 정부도 규제 완화와 경영환경 개선 등으로 기업 활동을 측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기업 나름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의 성장을 이끌어온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참고가 되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싱크탱크 시각/김보근(한겨레평화연구소장)-20150427월] 화성말 하는 남한, 금성말 하는 북한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을 거론하면서 부풀어 올랐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 라인을 동원해 뭔가 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이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듯하다. 이 비서실장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인물이 됨으로써 현직 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남북이 서로 상대방의 얘기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고 있는 탓이 크다. 현재 남북의 주장을 보면, 남은 ‘화성말’을 하는데 북은 ‘금성말’을 하는 것만 같다. 대화가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향해 고함만 치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통일부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보고한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2015년도 시행계획’을 보자. 통일부는 올해 주요 대북사업으로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할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위원회’ 구성 대북 제안, 이를 통해 공동 씨름대회나 공동 축구대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분야의 행사 추진 등을 꼽았다.

 

반면,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 등의 전제조건으로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연습 등 모든 전쟁책동 중지’와 ‘제도통일 추구 중지’를 내세웠다. 북은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삐라 살포 중지 등을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밝혀왔다.

 

대화가 되려면 서로가 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상대방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남북이 주장하는 대화의 주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크게 보면 북은 한반도를 둘러싼 거시적인 군사·정치 문제를 시급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남은 남북공동의 문화행사 등 미시적인 교류를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그러니 서로에게는 각각 ‘화성말’과 ‘금성말’로 들릴 것이다.

 

이런 꽉 막힌 상황을 뚫으려면 화성말과 금성말을 풀어줄 통역자가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 6자 회담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화성말과 금성말을 했다. 이때 통역자는 남한 정부였다. 남한 정부가 중간에서 서로의 속내를 전해주는 등 별나라말을 풀어주었기에 북한과 미국이 2005년 9·19 공동성명 등에 동의할 수 있었다. 이 성명은 북의 핵계획 포기와 안전보장 등 핵심적인 한반도 평화방안을 담고 있었다.

 

남북이 별나라말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남쪽 민간단체들이 통역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그동안 남한 정부의 잇단 ‘제한 및 불허’, 북한 정부의 ‘지원물품 수령 거부’ 탓에 활동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광복 70주년과 6·15 공동선언 15돌을 맞아 민간이 주도하는 남북 공동행사 개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1일 대규모로 ‘광복 70돌, 6·15 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도 꾸렸다. 북과 실무회담을 해온 시민단체들은 “북은 6·15 공동행사 승인 여부를 보고 남쪽 당국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대북지원단체들은 또 남쪽 정부가 영유아 지원에 한정하지 않고 대북지원의 폭을 넓혀주면 북쪽 정부를 충분히 설득해서 대북지원활동이 다양하게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밝힌다.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이들을 통해 남북 정부의 진정성 등이 양쪽 정부에 전달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남북은 별나라말만 하며 정상회담 개최의 마지막 가능성을 허투루 날려보내는 안타까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대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양권모(논설위원)-20150427월] 식사 경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값은 얼마일까.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인문학을 향한 잡스의 갈망을 함축하는 어록이지만, ‘애플의 기술 전부’로 매긴 소크라테스와의 점심값은 계산을 불허한다.

 

실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는 미국 대부호 워런 버핏과의 점심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점심 식사권’을 자선 경매에 올린다. 2만5000달러로 시작한 ‘버핏과의 점심’ 가격은 2012년 최고 346만달러(약 38억원)에 달했다. 경매를 따낸 사람은 뉴욕의 스테이크 전문식당에서 버핏과 3시간 점심을 같이한다. 점심값은 전액 구호단체에 기부된다. 버핏과 점심을 하는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의 경륜과 지혜를 듣는 기회를 가지면서 기부에 동참하는 셈이다. 65만달러를 내고 2008년 버핏과 점심을 한 스위스 투자자 가이 스피어는 책 <가치투자자의 교육>에서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7억원 점심값이 비싼 게 아니겠다. 스피어가 전한 버핏의 죽비소리는 이렇다. “공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론 스스로를 최악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공적으로는 최악이라고 알려졌지만 스스로는 최고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가.”

 

‘버핏과의 점심’에 착안한 식사 경매가 국내서도 활발하다. 자선단체 위스타트는 ‘힐링 멘토’ 혜민 스님과의 저녁 식사 경매를 25일부터 실시 중이다. 경매는 300만원에 시작하고, 낙찰된 금액은 저소득층 어린이 지원에 쓰인다. 온라인 기부서비스인 위제너레이션은 ‘청춘의 멘토’ 김난도 교수와 벤처계의 선구자 이민화 교수와 식사 경매를 실시했다. 기부에 동참하면서 멘토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치유와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면, 수백만원이 ‘비싼 저녁값’은 아닐 터이다.

 

한데 미국과 달리 ‘식사 경매’의 주인공이 각 분야의 ‘멘토’로 알려진 명사들 일색이다. 하기야 존경과는 거리가 먼 재벌총수나 부호, 유명 정치인들과의 ‘식사’가 경매에 나온들 살 사람도 없을 테니 그러겠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27월] 암묵지(暗默知)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언어 등으로 표현할 수 없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언어나 문서 등에 의해 밖으로 표출되는 지식은 명시지(明示知·Explicit Knowledge) 또는 형식지((形式知)라고 부른다. 빙산을 예로 들자면 물 밖으로 드러난 작은 빙산은 명시지이고,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빙하 아랫부분은 암묵지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물리화학자인 마이클 폴러니가 과학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구분했다. 요즘은 일반적인 지식의 공유와 수준을 설명할 때도 이용한다.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자신이 아는 내용의 10분의1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잦은데 그것은 지식 대부분이 암묵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드러내기 어려운 암묵지는 쓸모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명시지가 암묵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구분이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있다. 낯선 누군가의 몇 마디 발언을 듣고 “똑똑하다”거나 “어리석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암묵지에 대해 서로 이해가 깔려 있는 덕분이다. 그 발언 뒤에 더 많은 정보와 더 깊은 사고와 더 넓은 인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회계 처리가 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을 뿌렸다는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정부·여당 관계자 8명이 최초에 내놓은 해명에 국민 대부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차떼기’로 표현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떠올렸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84%가 ‘성완종 리스트가 사실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2년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육성을 남겼는데 당시 홍 의원은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다. 메모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충남선대위 명예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무조정본부장이었다.

 

현재 검찰은 성완종 측근들을 구속하고, 홍준표 경남지사의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변죽을 올릴 뿐 부정부패 근원을 도려낼 의지를 읽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치개혁 차원의 수사”라고도 했다. 발언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의 8명 중 7명이 소위 ‘친박’이다. 역사적 학습과 경험으로 체화된 관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에 ‘물타기 수사를 하라’는 지침처럼 해석될 수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8명만 조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인에게 비극적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런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 한국 주재 외교관들은 “정말 재미있다”고 한단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427월] 각자 위치로

 

친절과 겸손은 다짐대로 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연락 없이 지내다 갑자기 전화를 했다. 아이 학교 담임이 진로 탐색 인터뷰 과제를 냈는데 잠깐 시간을 내달라는 것이다. 이런 부탁을 왜 거절하겠는가. 다만 일정이 문제였다. 토요일에 전화해 놓고는 월요일엔 제출해야 한다는 거다. 동창들과 소양강댐에서 사진 찍다가 얼떨결에 받은 전화다.

 

  모처럼의 주말여행. 일요일은 일정이 빡빡하다. 원고도 써야 하고 결혼식장 두 곳과 장례식장도 가봐야 한다.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매달리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아이의 간절한 소원이라며 부성애를 건드린다. 결국 결혼식장 한 곳의 위치를 알려주며 약속을 잡았다. “내가 쉬워 보이나 봐.” 아내는 남편에게 훈계한다. “도와줄 수 있는 위치인 것이 감사한 거죠.” 남편은 철봉(매달림)으로 서 있는 게 힘이 부치는데 아내는 지혜로운 나무로 성장 중이다.

 

  오늘의 주제어는 ‘위치’다. 내가 알려준 결혼식장 위치와 아내가 환기시켜 준 사회적 위치. 알아내기도 간단치 않고 지켜내기도 수월치 않은 게 ‘위치’다. 졸음으로 가득했던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으로 기억이 이동한다. 칠판 위의 다섯 글자는 ‘위치에너지’. 나는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아직도 모른다. 다시 설명 들어도 모를 것 같다. 이럴 땐 내 방식으로 ‘수목한계선’을 확대한다. 교실 안에선 과학탐구영역이지만 학교 밖에선 사회탐구영역으로 바뀐 게 많다. “고급 위치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고상하게 써야 할 의무가 있다.”(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인가)

 

  위치를 망각한 각종 언행이 연일 뉴스를 달군다. 분을 못 참고 교수들에게 막말 e메일을 보낸 대학 이사장도 불길 확산에 한몫했다. 이 사례가 특이한 건 등장 즉시 퇴장했다는 점이다. 버티기, 굳히기 없이 즉각 사퇴했다. 화끈하게 화를 내고 화끈하게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창고에 쌓인 재고(분노)를 죄다 방출하고 나니 후련하다? 아니면 조금 참고 마음을 다스릴 걸 후회된다?

 

  기억은 총알을 타고 신병 훈련소까지 진입한다. 뙤약볕 아래 엎어졌다 일어났다 하면서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그 말. “각자 위치로.” 지금 대한민국 부활 캠페인 제목으로 적격 아닐까. 배경음악으론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깔고 싶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하덕규 작사·작곡 ‘풍경’ 중에서)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춘호(논설위원)-20150427월] 가발

 

가발의 원조는 이집트다. 이집트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머리를 밀고 가발을 사용했다. 햇볕차단용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무래도 장식용이었다.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파라오는 가발을 쓰지 않고는 결코 대중 앞에 서지 않았다. 그때도 가발 재질이 인모(人毛)냐 양털이냐를 따졌다. 이집트만큼 가발을 꾸몄던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궁정의 사치가 최고조에 달한 1660년에는 가발관리사가 200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똑바로 눕는 게 불가능할 만큼 가발 길이는 길어졌다. 특히 루이 14세의 가발은 허영의 극치였다. 나폴레옹이 가발을 하지 않으면서 이런 풍토는 차츰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이집트나 프랑스에 못지 않다. 고구려 벽화에서도 가발의 흔적이 엿보인다. 신당서(新唐書)에는 신라 여성들의 머리 모양을 “아름다운 머릿결을 머리에 두르고, 구슬과 비단으로 장식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작 조선시대 여성들의 가체(加)는 대단했다. 후기에 들어서면 가체를 머리에 이고 있지도 못할 만큼 커졌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부잣집 며느리가 13세에 가체를 얼마나 높고 무겁게 했는지 시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자 갑자기 일어서다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졌다. 사치가 능히 사람을 죽였으니 슬프도다”고 적고 있다. 영조 때 이런 가체를 금지하는 가체금지법까지 만들기까지 했다.

 

가발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완제품 인모 가발을 수출한 것은 1962년부터였다. ‘고장난 시계나 머리카락 삽니다’는 1960~1970년대 동네 골목마다 흔히 들을 수 있던 소리였다. 이 머리카락들은 물론 가발회사에 팔려나갔다. 가발은 이후 한국 수출의 대표 주자였다. 한국 여성들의 뛰어난 손솜씨로 다양한 가발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1970년에는 가발 품목이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가발공장만 수백개에 달했으며 가발 여공만 2만1000여명이었다. 당시 미국이 수입한 가발 중 50%가 한국산이었다. 화학섬유로 만든 가발도 있었지만 인모를 당해내지 못했다. 인모 대신 돼지털을 속여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첨단섬유가 나오면서 가발산업은 차츰 사양화의 길을 걸었다.

 

최근 들어 가발산업이 사양산업에서 벗어나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매출액이 2004년 500억원에서 2014년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3차원 스캐너, 형상기억 등 기술과 디자인이 접목된 새로운 패션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가발산업이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427월] '보통국가' 일본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간다. 이미 여러 번 지적돼왔듯이 이런 분위기의 기저에는 '보통국가론'이 깔려 있다. 유력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가 1993년 '일본개조계획'에서 제창한 것으로 알려진 보통국가론의 핵심은 일본의 재무장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합군에 의해 군대 보유가 금지된 평화헌법 체제로는 국가로서 중요한 '흠결'이 있다며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보통국가로의 환원을 주장한 것이다.

 

사실 일본의 재무장은 패전 직후부터 준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이자 A급 전범으로 수감 중이던 기시 노부스케는 곧 시작될 미소 냉전으로 일본의 재군비가 허용될 것임을 예상했다. 미국 안에서도 일본 점령에 따른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군대의 필요성이 대두했으나 당시만 해도 반론이 워낙 거세 구체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시의 장기 전망은 정확했다. 미국은 한국 전쟁 발발 2주일 만에 일본에 국가경찰예비대 7만5,000명과 해상보안청 요원 8,000명의 증원 권한을 부여했다. 이 병력이 1954년 자위대로 전환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 작업은 최근 들어 완성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올해 내 헌법 9조에서 군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패전체제의 굴레를 완전히 벗겠다는 복안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가 29일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미국 일부 언론에서 종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조차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역사 문제와 별개로 일본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정황이 목격되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움직임들이 낯설지 않다. 100여년 전 자기 운명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조선과 너무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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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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