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연금 개혁에 참가했던 청와대 정무수석 전격 경질 ■ 미국 케리 국무장관의 사드 배치 압박 ■ 국회 특수활동비 개인적 사용 논란 ■ 데이터 중심 요금제 확산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연금 개혁에 참가했던 청와대 정무수석 전격 경질 [한국일보 사설-20150520수] 정무수석 전격 경질, 靑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다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인 연금정국이 공무원연금개혁 협상과정에 참여했던 조윤선 청와대정무수석의 사퇴로 한층 더 꼬여 들고 있다. 조
수석은 18일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는 현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개혁안 처리시한(6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기초연금과의 연계로까지 논의가 확장된 것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이는 선(先)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를 고수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조 수석 사의를 전격 수용한 것은 사실상 책임을 물어 경질한 의미가 크고, 나아가 향후 협상을 겨냥한 정치권
압박으로까지 비치는 이유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어제 조 수석 사퇴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 대한
도발이고 청와대가 국회를 협박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비판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문구가 포함된 5월2일 여야 합의가 여야 정치권을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인식에
바탕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한 입장은 다르나 5ㆍ2합의가 불가피한 사회적 대타협이었음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현실 배경을 외면한 채‘5ㆍ2합의’에 포함된 공적 연금 강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그 연장선상에 조
수석을 경질을 단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장관은 그대로 두고 정무수석에게만 책임을 묻는 모양새도
자연스럽지 않다. 여권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재량권을 주지 않아 협상에서 타협의 여지를 좁힌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청와대는 연금개혁 협상과정에 과도하게 간여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라는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야는 어제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오늘 여야 간사 중심으로 절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경직된 자세가 달라지지 않는 한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무수석 경질을 둘러싼 앙금까지
겹쳐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 보인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청와대가 결국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공적 연금 강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야당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와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 집착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여야와 청와대 모두 일관된 원칙과 목표도 좋지만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차선을 택하는 유연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20수] 연금협상에 찬물 끼얹은 정무수석 사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의 갑작스런 사퇴로 연금개혁을 위한 여야 협상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사퇴의 변’에 담긴 내용도
문제지만, 여야 협상을 재개하려는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무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건 여러모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로는 공무원연금법의 조속한 처리를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딴죽을 거는 청와대 태도는 무책임할 뿐 아니라 ‘이중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수석의 사퇴가 자의에 의한 것인지 경질인지 그 속사정을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분명한 건, 설령 조 수석이 그의 말대로
합의안의 미흡함과 내용 변질 때문에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그만이었다는 사실이다. 정무수석을
바꾸더라도 현안이 정리된 뒤에 바꾸는 게 상식적이고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도 맞는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조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박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조 수석의 ‘사퇴의 변’이 사실은 박 대통령 생각이란 해석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맘에 들지 않지만 공무원연금 개정안은 합의했으니 처리하라. 하지만 국민연금 문제는 절대 언급하지 말라’는 게 박
대통령의 속내인 듯싶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못지않게 국민연금 개혁은 시급하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여야 모두 국민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공감하는데,
청와대가 나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연계하지 말라’고 고리를 거는 것은 도 넘은 간섭이고 월권이다. 당장 야당은 “국회를
협박하는 거냐”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과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키우면서 중요한 사회적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다. 이
런 걸 보면, 청와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부추기는 일부 보수언론의 논조에 청와대도 내심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새누리당에서조차
“청와대 진의가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의 무책임한 태도와 친박 의원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한차례 깨진 연금개혁 합의안을 되살리려는 국회 노력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야당과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게 아니라면, 사회적 합의를 되살리려는 국회 노력에 어깃장이라도 놓지
말아야 한다. 조 수석의 사퇴를 통해 보내는 청와대의 메시지가 못내 불쾌하게 들린다. ■ 미국 케리 국무장관의 사드 배치 압박 [한겨레신문 사설-2010520수] 케리 국무장관의 ‘사드 압박’에 분명히 답해야
미국 고위 관리들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길 닦기
작업을 하는 성격도 있는 듯하다. 정부는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분명한 배치 거부 뜻을 밝히길 바란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사드 배치 추진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이는 동맹국 외교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행태다. 그는 이날 낮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 미국 대사관 쪽은 케리 장관 발언이 ‘미국 내부 청중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외곽 때리기’ 식으로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장소로 주한미군 기지를 택한 것이다. ‘두 나라가 사드 배치 문제를 각각 검토하고 있으며 어느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19일 발언은 더 직접적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사실상
국민을 속인 게 된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노’ 입장을 고수해왔다.
두 사람이 사드 문제를 언급한 맥락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케리 장관은 “(북한 위협과 관련해) 모든 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도 이를 ‘북한 위협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사출시험이 사드 배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논거로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사드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거나
요격하기 어렵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지적이다. 북쪽이 남쪽을 향해 핵무기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쏜다는 기본 가정 자체도
비현실적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북한은 격렬하게 반대한다. 또 사드 배치·운용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미사일방어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울러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는 동북아 대결구도의 최전선이 되고 북한 핵·미사일
등의 문제는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 탓이 크다. 정부 안에는 ‘비용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면 사드를 배치해서 나쁠 게 있느냐’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정부는 미국만 쳐다보는 비주체적 태도에서 벗어나
명확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520수]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거론한 이유 뭔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방한 중이던 지난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케리 장관의 서울 방문 중 사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이전에도 말했듯이 한·미간에는 사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달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사드 논의는 미국 정부가 불쑥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부인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그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패턴이다. 그 때문에 한·미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면 이런 발언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최고 당국자가 한국에 와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직접 거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사드가 매우 민감성 높은 의제로 부각되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미 국무장관의
사드 거론은 그만큼 사드 배치 의지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발언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사드 배치를
요청받거나 협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데는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있다. 김장수 주중 대사는 지난 12일 홍콩
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레이더가 일정한 사거리와 고도제한이 있는 데다 요격에 필요한 레이더 빔만 발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배치를
주장하고 해명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의 이 연속극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는 사드 배치론이 다시 고개
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서울신문 사설-20150520수] 한·미, 사드 군불만 때지 말고 실상 제대로 알려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그제 주한미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어제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령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각각 서울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새로운 전력 자산이 한반도에 필요하다는 게 미국 측 인사들의 논리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한국 측과의 협의 여부 등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속된 말로 군불만 지필 뿐 솥 걸기를 미루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 정책은 더욱 모호하다. 한·미 양국 간에 협의도, 논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노(NO)’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략적 모호성’만 극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드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부인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도대체 소신이나
전략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미국은 줄기차게 공론화를 시도하고, 우리는 언급조차 회피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오죽 답답했으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3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겠는가.
한반도 사드 배치의 외교적 후폭풍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
못지않게 한·중 밀월의 외교적 자산 가치 또한 크다는 점이 우리 정부가 사드 공론화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이 문제를 덮어 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언젠가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라면 이제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만 한다. 군불만 때다 가는 정작 밥 지을 때 불이 꺼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갖가지 루머가 돌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이미 사드 배치 규모 및
장소를 결정했다는 미확인 정보부터 수조원대의 도입 비용을 우리가 치르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오히려 혼란만 커지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이 방한하면 사드 배치와 관련된 행보라는 추측성 보도가 뒤따르곤 한다. 이래선 곤란하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려 줘야 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 여부, 배치할 경우 규모 및 장소, 도입 및 유지 비용 등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지 말아야 한다.
무기 체계의 효용성은 군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겠지만 사드 배치의 경우 외교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론
또한 무시해선 안 된다. 공론화를 통해 불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미국에 양해를 구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반드시 필요한 방어체계로 결정되면 중국을 설득하면 된다. 케리 장관의 언급은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공론화 시도로 해석되고, 여권 일각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일보 사설-20150520수] 사드에 관한 미국의 확실한 입장은 뭔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떠나며 남긴 한마디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케리 장관은 1박2일에 걸친 방한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그제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북한이 야기할)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것이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비롯, 다른 수단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미 국무장관이 사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파장이 커지자 한국 외교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사드의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게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맞서 다양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뿐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가세했다.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에서 나온 얘기로, 이번 방한에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한·미 간에 사드 문제는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수장이 한 공식 발언의 의미를 동맹국 정부와 동맹국 주재 대사관이 애써 축소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케리 장관이 무감각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주한 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사드 논란은 한국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촉발하며 한·미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 정부와 군 관계자가 공론화를 시도하면 한국 정부가 소방수로 나서는 패턴이 반복돼 왔으나 지난달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일단 수그러드는 듯했다. 카터 장관은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케리 장관의 느닷없는 발언으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도대체 미국의 진의가 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미 간 대북 공조는 1인치, 1㎝의 빛도 샐 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처럼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의 속내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은 빈틈없는 동맹 관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미국부터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자기 돈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인지 한국에 부담을 요구하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뒤에 숨어 미국의 요청이 없었으니 협의가 없었고,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는 ‘3 NO’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이지만 대책 없이 결정을 미루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지적이 많다. 사드 문제는 대북 억지의 효용성을 따져 우리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며 끌려다닐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판단을 할 실력을 과연 이 정부가 갖추고 있느냐일 것이다. ■ 국회 특수활동비 개인적 사용 논란 [한국일보 사설-20150520수] 국회 특수활동비가 의원 주머니 돈인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의 불투명한 사용 실태는 충격적이다.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입법로비 사건 재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 받은 ‘직책비’ 일부를 아들의 유학자금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진술했다.
앞서 홍준표 경남지사도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한 원내대표 시절에 받은 ‘대책비’가운데 활동비로 쓰고 남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임위원회 등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국민세금에서 지급된 공금을 개인적 용도에 써도 괜찮다는 두 사람의 공통된 인식이 무엇보다
놀랍다. 신 의원은 법정에서 개인적으로 써도 되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괜찮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홍 지사도 자신의 발언이 횡령
논란을 부르자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받은 개인급여 성격의 직책수당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두 사람의 언급은 그런
그릇된 행동과 인식의 틀이 국회의 해묵은 관행으로 뿌리를 내렸음을 일깨운다.
그러나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에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는 직책수당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쓰라고 주는
돈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적 활동인 의정의 원활화를 위한 지원비다. 다만 민간의 보편적 관행과 달리 사용내역을 영수증을 첨부해
보고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지급 내역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사실상 눈 먼 돈으로 여겨져 왔을
뿐이다. 상임위원장에 월 800만~1,000만원 지급되는 활동비는 여야 간사들의 활동비, 회의비, 식비 등으로 지출되는 게
보통이다. 이와 별도로 여야 원내대표에게는 ‘원내활동지원’ 명목으로 의석비율에 따른 ‘원내대책비’가 지급된다. 지난해 그 총액이
9억6,000만원, 활동비와 합쳐서 약 80억 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의 국민세금이어서 극히 일부라도 함부로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 더욱이 예산을 통제하는 국회가 스스로의 세금
사용에는 최소한의 통제도 적용하지 않아 사실상의 공금횡령을 방조하고 있으니 이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정의화 의장은 어제 이 문제와
관련, 제도적 장치보다는 개인의 양식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낙마가 국회 활동비와
비슷한 ‘특정업무경비’의 개인적 지출 때문이었다. 또 민간기업도 임직원이 법인카드를 개인과 가족의 소비활동에 쓸 수 없도록 엄격한
자체감사를 일상화한 마당이다. 아울러 국민세금의 투명한 사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국회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너무 엷다. 그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즉각 활동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520수] 국회 상임위원장 직책수당 없애는 건 어떤가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과 관련해 쓰라고 받은 활동비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갖다 주거나 아들의 해외유학비로 썼다고 당당하게 털어놓는
어이없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입법로비’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제 공판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받은 직책비 일부를 아들의 유학자금 등 개인 용도로 썼다”고 진술했다. 검사가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되냐”고 묻자 신 의원은 한술 더 떠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유용해
놓고 이런 답변을 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이에 앞서 홍준표 경남지사도 지난 1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 4000만~5000만원을 전부 현금화해서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해명했다. 홍 지사도 공무(公務)에 써야 할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셈이다.
직책비나 대책비 모두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국회 특수활동비를 말한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별업무 경비다. 일반
상임위원장은 매달 1000만~2000만원을, 여당의 원내대표가 맡는 운영위원장은 4000만~50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식사비,
경조사비, 명절 선물비 등에 주로 쓰인다. 재량권은 줬지만 특수활동비를 제 맘대로 돌려 쓰는 것은 공금 횡령과 다를 바 없다.
누구의 감시·감독도 받지 않는 ‘눈먼 돈’으로 돼 버린 상황이니 다른 상임위원장들도 별 차이 없이 유용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2013년 2월 낙마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억울할 것 같다. 그는 헌법재판관 재직 때 매달 400만원씩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국회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끝에 낙마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격’과 다를 게 없다.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아이 유학비로 가져다 쓴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관의
특수활동비 집행을 잘못됐다고 질타했으니 누가 봐도 코미디다.
연간 90억원에 달하는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필요할 수 있지만 사적인 유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집행 규정과 범위 등을
정하고 활동비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기관도 아닌 국회가 활동비를 남몰래 써야 할 이유도 없으니 영수증 첨부 등
증빙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아니면 아예 없애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 관련 칼럼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520수]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는 오랫동안 판공비(辦公費)로 불렸다. 글자 그대로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에게는
‘쌈짓돈’ ‘눈먼 돈’ ‘묻지마 수당’으로 여겨져 왔다.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조세대장에 올리지
않고 임의대로 세금을 걷어 쓰는 은결(隱結)이란 토지를 따로 뒀다. 그래서인지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는 관행은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업무추진비 대신에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라는 용어도 쓴다. 정치권에는 ‘대책비’ ‘직책비’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대책비로 4000만~5000만원씩 나온다”며 “그 돈은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대책비로 쓰는데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밝혔다.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공판에서 “위원장 시절에 받은 직책비 일부를 아들의 유학 자금 등
개인 용도로 썼다”고 진술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홍 지사의 ‘대책비’나 신
의원의 ‘직책비’는 사실 국회 예산 항목에 없다. 유사 명목의 특수활동비나 특정업무경비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연간 80억~90억원 정도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에 주는 돈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월 4000만원 안팎,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월 1000만~20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 돈을 간사와 위원들에게 떼어주기도 하고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도 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
런데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 시절 월 400여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며
낙마시키고 횡령 혐의로 고발까지 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 정치인이다. 이 후보자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명예 손상을 입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에 드러난 활동비 유용은 규모가 몇 배나 된다. 이미 개인적인 생활비와 자식 유학비로
썼다고 자백까지 했으니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국가 예산을 감시하는 국회 스스로 ‘국민 감사’라도 자청해야 할 판이다. 요즘 의원들은 당 대표를 오래 지낸 이춘구 전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그만둘 때 쓰고 남은 판공비 전액을 반납했던 일도 모르는 모양이다. ■ 데이터 중심 요금제 확산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20수] 데이터 중심 요금제 확산이 단통법 덕분이라니…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이 잇달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자 정부와 여당은 마치 자신들의 성과물인 양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운 요금제를 인가하면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요금인가제라는 규제를 갖고도 정부의 공으로 돌린다는 것이 낯뜨거운 일인데, 미래부는 한술 더 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효과라고 우긴다. 어이가 없다.
SK텔레콤이 최저 2만원대에서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 무제한 이용과 필요한 만큼 데이터 사용량 선택이 가능한 요금제를 출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장은 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아 이에 대응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통신사업자들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통신 패러다임 변화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이미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다. 일본 NTT도코모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구글까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형태로 통신시장에 뛰어들며 월 20달러만 내면 음성, 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데이터 사용료는 1GB당 월 10달러인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 서비스를 내놨다. 데이터
사용량을 못 채우면 환불까지 해준다. 구글은 이 서비스를 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에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통신사업자로서는
위협을 느낄 만하다. 국내 통신사업자도 예외일 수 없다. 한마디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는 건 세계적 흐름이다. 게다가 미래부가
말하듯이 단통법의 효과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자유로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을 위해 당장 요금인가제부터 폐지해야 한다. 여기에
제4이동통신을 허용하고, MVNO를 활성화하면 경쟁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효과도 없는 단통법이 폐지돼야 함은 물론이다. 요금이든
서비스든 결국 경쟁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0수] 이통 데이터요금제, 소비자 혜택 키우는 계기로
KT·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까지 가세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 데이터요금제 시대가 활짝 열렸다. 데이터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료화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통사들이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했으나 대부분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일부에만 혜택이 돌아갔다.
하지만 19일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를 비롯한 최근의 데이터요금제는 파격적인 부분이 많다. 특히 SK텔레콤은 2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제부터 문자메시지는 물론 유무선 음성통화까지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고가요금제 사용자에게만 몰렸던 혜택을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등 모바일인터넷전화를 전면 개방하는가 하면 부족한 데이터를 무료로
보충하고 가족·지인과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주고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요금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자영업자 등 약 300만명이 혜택을
보고 최대 7,000억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온다.
데이터요금제 강화는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하는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통사들로서도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요금·서비스 경쟁을 통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이통시장은
'호갱'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소비자가 소외돼온 게 사실이다. 통신비 인하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정책이나 서비스가 생색내기에
그치기 일쑤였다. 본격적인 데이터요금제 시대 개막이 소비자의 편의와 혜택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통신소비 패턴에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중요하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520수] 증시 가격제한 폭 확대, 시장 안정장치 보강해야
현재 1거래일 당 상하 15%로 돼있는 가격 등락폭을 30%로 높이는 주식ㆍ파생상품시장 가격제한 폭 확대시행 일자가 다음달
15일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거래소가 어제 시장 감시방안과 함께 발표한 일정이다. 이로써 가격제한 폭은 1998년 12월 이전
12%에서 15%로 확대된 이후 17년 만에 두 배로 넓혀지게 됐다. 거래소는 이번 조치가 국내 증시의 활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가격 결정구조를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에겐 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시장
안정장치 보강이 시급해졌다.
증시 가격 등락 제한은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효율적인 가격 형성을 가로막고, 작전세력의 시세 조정에 악용될 수도 있다. 또
주가가 상한가나 하한가 근처에서 등락할 때 오히려 가격제한 폭이 시장의 흐름을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가격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다. 반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시장 안정에 무게를 뒤 상하 7~22%의 제한 폭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초 정액제로 유가증권시장을 운영하다가 95년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6% 제한을 둔 이래, 시장의 변동성
등을 감안하며 이번까지 점진적으로 제한 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가격제한 폭 확대되면 일반종목의 경우, 하한가에 사서 마감 전 상한가에 팔면 하루에 최대 60%까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반대 상황의 거래를 가정하면 하루 만에 투자원금이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다. 위험이 큰 만큼 거래소는 각 종목이 거래될 때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3% 이상(코스피 200종목 기준) 가격이 급변하면 2분간의 냉각기간을 주는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키로
했다. 또 지수 급변동 시 20분간 매매를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CB)의 발동을 하루 3회로 늘리는 방안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안정장치는 일시 주가변동의 속도를 줄인다 해도 그 폭과 방향을 제어하긴 어렵다. 결국 국내 증시 전체 거래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입지는 전문적 기관투자가에 비해 적잖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가
지연돼 가격제한 폭 확대에 맞출 예정이었던 공매도 잔고물량 공시제도의 시행이 미뤄진 것도 해당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에겐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위험을 낮추려면 개인도 증권사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늘리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분위기가
바뀌긴 어려운 만큼 당국은 공매도 공시 방안은 물론, 담보유지비율 인상 등 신용리스크 완화 방안도 조속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20수] 극우 논객들에게 ‘국민 소통’ 맡기다니
정부가 국민 소통을 담당할 기관의 주요 직책에 극단적 성향의 논객들을 잇달아 임명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이석우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은 트위터를 통해 국가정보원과 군의 선거 개입을 적극 옹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엊그제 국정홍보
담당 차관보로 임명한 이의춘 전 <미디어펜> 대표는 칼럼을 통해 상식을 벗어난 막말을 일삼고 툭하면 극우 논리를 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닫고 한쪽 방향으로 여론을 조종하려고 작심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현재 전국 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관리하고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시청자 권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정부출연기관이다. 방송사 중심의 일방적인 프로그램 공급이 아니라, 시청자 참여를
활성화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다. 총리 공보실장이 되기 전까지 트위터 활동 행적을 보면 이석우 전
실장은 여론 다양성은커녕 정치편향도 이만저만 극단적인 게 아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그는
“군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친북정책 비판글”이라고 옹호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선동” “왜곡” 등의 표현으로 비난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백설공주”라고 미화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말할 것도 없고, 알고 보니 총리 비서실장으로도 매우 부적격한 사람이었다.
국정홍보 차관보는 국정홍보·언론협력 업무를 관장하도록 문화부에 새로 만든 자리다. 직제를 만들 때부터 정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는 전직 언론인을 내세워 광고 등을 미끼로 언론사들을 회유하고 통제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샀다. 기왕에 자리를
만든다면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사람을 앉혀야, 그나마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여 정부 안에 전파한다는 최소한의 국민 소통 기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춘씨는 ‘땅콩 회항’을 지시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를 “여론의 기요틴에 의해 무참히 단죄됐다”고
비호하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요구한 시민들은 ‘좌파 인사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었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튀는 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인으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글들이다. 정부가 이런 인사들을 내세워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들이 보여온 대결적 자세와 관점을 보면 국민 소통보다는 여론을 분열시켜 국민통합을 되레 해칠 것이 뻔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520수] “한국 교육 자화자찬 아닌 근본적 변화를”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교육 분야 최대 국제회의인 ‘2015 세계교육포럼’이 어제 인천 송도에서 개막돼 22일까지 진행된다. 인천
세계교육포럼은 1990년 태국 좀티엔, 2000년 세네갈 다카르에 이어 15년 만에 세 번째 개최되는 것으로서, 2030년까지
향후 15년 동안 세계 교육의 발전 목표와 실천 방안을 설정하는 자리다. 이번 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와 100여개국 교육 관계 장차관, 비정부기구(NGO) 대표, 전문가 등 1500여명이 참석하며, 합의된 내용은
‘인천선언’으로 발표된다.
전 세계 교육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라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말하듯이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자본도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교육 덕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개회식 축사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의 저력도 교육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교육 지원이 큰 힘이 됐음을 밝혔다. 포럼
주관 부서인 교육부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오늘 ‘교육이 발전을 이끈다-한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특별 세션을 진행한다. 교육
강국으로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세계교육포럼 개최국으로서 우리 교육의 발전 과정과 교육 정책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교육운동연대 등 3개 전국 연대체와 가톨릭환경연대 등 79개
청소년·교사·시민사회단체는 어제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경쟁, 과도한 사교육, 부당한 규제야말로 한국 교육의 현
실태”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썩어가는 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시경쟁교육 중단, 과도한 학습시간 규제, 교육격차 해소, 취업률 기준의 학교평가 폐지 등 13가지 국내 교육 문제점의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세계교육포럼에서 정부와 시민단체가 우리 교육에 대해 이처럼 극과 극의 인식 차를 보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잘 알 것이다. 교육부는 세계교육포럼을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는 데 머물지 말고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520수] 검찰·법원, 강기훈씨의 사과 요구에 응답하라
대법원 판결로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누명을 벗은 강기훈씨가 검찰과 법원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제 자신의 변호인단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대법원 판결 후 처음으로 소회를 밝힌 것이다. 강씨는 검찰과
법원의 과오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24년간이나 고통과 치욕에 시달렸다. 두 기관은 이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진실 호도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과,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강씨는 e메일에서 “5월14일(대법원 판결일)로 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다. 이제 역사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며 “항소심에서 진술했듯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당시 자신을 수사한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자신이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왜곡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확실하다.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썼다고 검찰이 주장한 고 김기설씨의 필적과 강씨의 필적이 다르다는 증거들이
여러차례 공개됐다. 검찰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검사들은 대법원 판결 후 발뺌하거나, 궤변을
늘어놓으며 판결이 잘못됐다고 변명했다. 법을 떠나 인간적 측면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법원은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켜 고의성 논란을 자초했다. 예컨대 2009년 서울고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처음 내린 뒤
대법원이 최종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것은 2012년 10월이었다. 3년 이상을 방치한 것이다. 그러고서도 다시 1년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최종 선고를 내렸다. 강씨는 간암 투병 중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그가 잘못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법원 판결은 강씨의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누가 왜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웠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유서대필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에 앞서
검찰과 법원은 사건 날조에 대해 강씨에게 사과해야 한다. 강씨가 투병 중이므로 시간이 많지 않다. 두 기관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이는 또한 죽음을 부추기는 검은 세력으로 매도당한 민주화 세력과 유서조차 대필받는
꼭두각시란 오명을 뒤집어쓴 고 김기설씨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도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50520수] 군대보다 더한 어느 초등학교의 서열문화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초등학교가 있다. 국립인 서울대사범대 부설 초등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 학생들의 교복에는 ‘계급장’이
있다. 학생들의 어깨에 달린 견장에는 점이 찍혀 있는데 학급 부회장은 1개, 학급 회장은 2개, 전교 부회장은 3개, 전교 회장은
4개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사들에겐 전입 순서에 따라 기수가 있고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도 엄격하게 정해진 규율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아래 기수 교사들은 식사 자리에 미리 도착해 음식을 먹을 준비를 해야 하고 선배들이 먼저 수저를 든 뒤
후배들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참으로 황당무계한 학교다.
이 초등학교는 사립학교 수준의 교육을 하면서도 등록금을 한 푼도 받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꿈의 학교’ ‘로또’로
불린다고 한다. 교사들도 석사 학위 정도는 갖고 있을 만큼 실력을 갖췄다고 한다. 그런 학교가 속을 들여다보면 교도소나 군대보다
더한 서열문화에 깊이 빠져 있다니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규율을 만들고 이끌고 있는 사람이 이 학교 황모
교장이라고 한다. 완장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것도 모자라서 학부모단체 임원 자녀들을 특별히 우대하는가 하면 교사들을 자신의
경조사에 동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입 순서를 따르는 교사들의 기수 문화는 1990년대 군대의 ‘하나회’나 사병 조직과 다를 것이 없다. 전근대적인 서열문화를
관행처럼 여기고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교사들이 침묵을 지켜온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 학교에는 의식이 깨어 있는 교사를
찾기 어렵고 입바른 소리 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도 없는지 궁금하다. 교사들이 그러니 학생들이 배우고 따르는 것 아니겠는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하거나 나중에 성인이 돼서 어떤 행동을 할지 눈에 선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불법 찬조금을 받은 일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만 할 게 아니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그릇된 문화를 없애기 위해 가능한 행정력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교장부터 징계해야 하며 교사들 또한 전출 조치를
취해서라도 학교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여태껏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줄 몰랐다는 것만 해도 교육청의 직무 유기다. 더욱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학교다.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20수] 공무원 10만명 줄이는 영국 캐머런 정부의 진짜 개혁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2기 정부가 앞으로 5년간 10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기로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다. 영국 일반직 공무원 43만9000명(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등 제외)의 20%를 넘는 거대한
규모다. 놀랄 만한 일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1기에서도 9만명을 감축했다. 공무원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해 만성적인 공무원연금
적자를 개선하고 국가부채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캐머런의 의지다. 공무원연금을 담당하는 노동연금부 직원 8만명 중 3만명을
줄이겠다는 것에서 공공개혁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캐머런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한 공공개혁은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앞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폈던 선심쓰기
복지정책으로 공무원 수가 크게 늘어나 있었고 국가부채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당장 공무원 수를 줄이고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계획을 추진했다. 공무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파업을 불사했다. 선거에서 앙갚음을 하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캐머런 정부는
개혁을 꿋꿋이 밀고나갔다. 영국 국민은 지난 7일 총선에서 오히려 캐머런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캐머런은 곧바로 공공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860억파운드의 재정적자를 2019년까지
70억파운드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감축분은 IT 자동화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래 공공조직
업무의 형태와 인력 규모를 지금 확실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이런 것이 연금개혁이요 공공개혁이다. 캐머런이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 수는 공식적으로 100만명가량이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비영리 공공기관 종사자, 군인 등 소위 ‘숨겨진 공무원’을
포함하면 2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 공무원을 줄이는 작업은커녕 공무원연금 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다.
복지와 연금 관련 IT 정보망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공공개혁의 당위성은 온데간데없고 정치권은
국민연금까지 끌고들어와 뒤범벅을 만들고 말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0수] 청년의 일과 꿈이 사라지는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서 청년세대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부터 사라지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경험이 전혀 없는 20~30대 실업자 수가 4월 기준 9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카드대란으로 고용이 꽁꽁 얼어붙었던
2003년 1월(9만7,000명) 이후 최고치이고 지난해 4월(4만7,000명)에 비하면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는 20대 인구도 2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나 증가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숱한 청년일자리 정책을 쏟아냈는데도 역주행만 계속되니 어찌 된 일인가.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외환위기 시절 수준으로 퇴행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재탕삼탕 정책만 내놓는 정부다. 전날 고용동향 확대점검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에 인문계 과정을 개설하고 대학 내 취업지원 기능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지엽적이고 땜질식인 처방은 실의에 빠진 구직 청년들을 더욱 절망하게 할 뿐이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한 '세대갈등 이슈에 청년 목소리가 없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보듯이 한국의 청년층은 '고용절벽'도 모자라
국민연금·기초연금·노사정대타협 등 사회정책에서까지 소외돼 심각한 '정책절벽'을 겪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과 기성세대의 갈등과 대립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청년이 일과 꿈을 갖지 못하는 나라가 희망적인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이 젊은이들에게
일과 꿈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일찍이 연금 문제 등으로
세대갈등이 극심했던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세대 간 반목을 키우는 다툼을 멈추고 미래의 짐을 전 세대가
고루 나눠 짐으로써 화합의 미래를 개척해낸 독일과 스웨덴의 '소통정치'를 본받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0수] 공무원연금개혁 원론으로 돌아가라
국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졸속으로
연계한 여야 '5·2' 합의안의 6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좌절된 후 2주째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무산에 책임을 지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퇴한 것을 두고 "사회적 합의에 대한 도발이고
국회를 협박하는 것"이라는 식의 정치공세에 날을 세우고 있다.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기본적으로 여야 합의안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으로
노후소득을 올려준다는데도 그것이 한낱 '사탕발림'이고 결국 아들딸 등 자녀세대의 부담으로 직결된다고 판단한 국민의 집단지성이
작용한 것이다. 이런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여야는 다시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서둘러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해 5월 국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대로 나가다가는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의 5월 국회 처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잘못 짜인 틀임에도 새정연은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고집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맥없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소득대체율 대신 기초연금 강화를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기초연금으로 소득대체율의 10% 인상 효과를
챙기겠다는 것으로 누가 봐도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을 전제한 한 '퇴로 찾기'로밖에 볼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은 현재 상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당장에도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하루에 80억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지적이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정치권이 이 같은 국민
정서를 진정 안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근본적인 이유부터 성찰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520수] 제조강국 지향하는 인도, 기회의 땅으로 활용해야
인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력 있는 경제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개혁인
‘모디노믹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고질적 저성장 구조를 끊기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즉 제조업 중심 성장을 표방하고 신속한 규제개혁 등 경제혁신을 단행했다. 이에 모디 정부 출범 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중국·일본은 벌써 공격적 투자에 들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인도
경제성장률이 7.5%를 기록해 중국(6.8%)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가 중국과 어깨를 겨룰 신흥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방한한 모디 총리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내년 6월까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했다. 특히 모디노믹스의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은
한국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모디 총리는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정몽구 현대차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한국경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12억8000만 명의 내수 시장과 젊은 노동 인구가 많은 인도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우리 경제 발전에도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하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 있어 인도 시장은 희비가 엇갈린다. 현대차는 인도 내수 2위를 달릴
만큼 성공적이지만, 포스코는 인도에 일관 제철소 건설 계약을 하고도 10년째 주민 반대와 각종 규제에 걸려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열악한 인프라, 배타성, 불투명성과 독특한 계급 구조 같은 문화적 차이로 충분한 연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인도 시장은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치밀하지만 빠른 전략으로 인도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520수] 남북관계 물꼬 틔울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경의선 육로로 공단을 찾아 입주기업을 둘러보고 북측 근로자들도 격려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 총장은 8명의 역대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처음 북한을 찾는다. 이번 그의 행보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한편, 미국의
‘전략적 무관심’으로 외교무대에서 소외돼온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반 총장
측은 유엔 뉴욕 채널을 통해 북측에 방북 의사를 타진해 동의를 얻었고, 우리 정부도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한마음으로 그의 방북을 지원한 것이다.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남북관계는 정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며 대화 노력에 나섰음에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현영철 숙청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3년차로 정부가
대북관계의 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고위 인사를 만나 남측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 간 고위급 대화와 8·15 공동행사가 성사된다면 분단 70주년을 맞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차기 대선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구촌 평화 유지가 본업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찾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의 하나다. 반 총장이 2013년 남북 간 긴장고조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즉각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폐쇄 조치가 풀리자 누구보다 앞서 축하메시지를 발표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끊어진 남북을 잇는 유일한 생명선인 만큼 어떤 정치적·군사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서울과 평양은 반 총장의 이런 뜻을 깊이 헤아려 그의 개성공단 방문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곽병찬 대기자의 현장칼럼 창/곽병찬(대기자)-20150520수] 타살의 조력자들…새정치도 예외일 순 없다
대법원이 유서대필에 대해 무죄 선고하던 날, 강기훈은 재판정에 나오지 못했다. 그는 어딘가에서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과 힘들게
싸우고 있었다. 유서대필이라는 기상천외의 조작 사건은 그의 영혼을 갈갈이 찢어놓았고, 악성 종양까지 불러들여 몸마저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는 24년 동안 서서히 아주 고통스럽게 타살되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아주 고통스럽게 타살되고 있었다 이
제 와 결백이 드러나고 반인륜 패륜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저 처절한 말기암의 고통을 손톱만큼이나 줄일
수 있을까. 자살을 조종당한 것으로 조작된 고 김기설씨도 마찬가지다. 지난 24년 그의 의분은 개죽음으로 외면당했고, 그는 패륜
집단의 하수인이라는 낙인 속에서 지워져야 했다.
반면 유서대필 조작을 통해 정권은 그 야만적 폭력과 인권유린, 음흉한 거짓과 사기를 묻어버렸다. 사건의 인화점이었던 1991년
4월 백주대낮에 도로에서 경찰특공대 백골단이 강경대씨를 쇠파이프로 두들겨패 죽인 사건도 묻어버렸다. 대학생 강씨의 꿈과 열정도
휴지 조각처럼 구겨 버릴 수 있었고, 유족들의 참담한 고통도 간단히 치워버릴 수 있었다. 도대체 무죄 확정이 고통만 남은 그들의
삶에 무엇을 보상할 수 있을까.
강씨가 무참하게 타살된 뒤 전남대 박승희씨를 시작으로 안동대 김영균씨, 경원대 천세용씨가 분신했다. 공권력의 살인은 박종철씨에
대한 고문살해, 이한열씨에 대한 최루탄 피살이 일어났던 1987년 이전으로의 회귀를 알리는 것이었고, 그것은 6월 민주항쟁에 대한
타살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잇따른 분신과 투신은 그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었다. 그것을 반인륜 집단의 기획자살로 몰아가는 데
물꼬를 튼 것은 적지 않은 그 타살의 조력자들이었다. 1991년 4월 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씨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 행렬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해 명지대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1년 4월 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씨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 행렬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해 명지대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
지하씨는 죽음이 있고 난 뒤 <조선일보> 기고문을 통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통을 쳤다.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인간 생명을 제물로 삼아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졸지에 정권의 폭력에 대한 싸움은 죽음의 굿판이 되었고,
희생자들은 기획된 제물이 되었고, 재야 인사들은 죽음의 기획자가 되었다. 병색이 완연한 글 한 편이 그들의 진정성을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불과 4년 전 전두환의 폭정을 종식시키고 박정희로부터 이어져온 폭력의 시대에 일단락을 지었던 6·10항쟁과
시민들의 헌신을 정권이 타살하는 빌미가 되기엔 충분했다. 23년 뒤에도 그들의 ‘후안무치’는 바뀌지 않고 있다 김
씨의 글에 용기백배했던 정권은 5월8일 김기설씨가 투신하자, 이른바 “조직적 배후세력”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했다. 6월 항쟁의
타살에 대해 절망한 이들의 죽음을 그들은 죽음의 기획자가 조종한 정치적 사건으로 조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서대필 조작은 그렇게
김씨의 붓끝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덮어씌운 ‘시체 장사’라는 매도 역시 그 연원을 따지면 이 조작 사건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
이 글을 게재했던 신문은 대법원의 무죄 확정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진실은 본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투로
사설에서 썼다. 무슨 말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뒤틀고 빈정거리는 것만은 분명했다. 대법원은 23년 만에 저희들 판결은 뒤집었지만,
이렇게 저 조력자들의 후안무치를 바꿀 순 없었다. 하긴 저희의 잘못도 반성하지 않는데, 주범인 검찰과 그 조력자들 누가 참회할
것인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 조력자들의 빈정거림만 들릴 뿐. 유
서대필 조작은 언제든 무엇이든 조작될 수 있다는 대중적 기만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었다. 23년이 지난 지금, 누가 거짓말을
잘하는가의 게임으로 바뀐 정치는 그 결과였다. 믿게끔 거짓말만 하면 선거에서도 승리하고 권력도 쥘 수 있고, 거짓말만 잘하면
권력의 사유화, 권력의 남용, 국정 농단, 권력의 집단적 부패도 용인되는 세상이 되었다. 거짓말에 능숙하면 유능이 되고, 거짓말에
미숙하면 무능이 되었으며 원칙에 충실하면 바보가 되고, 변칙에 충실하면 현자가 되었다. 이에 따라 권력이건 매체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게 되었고, 정치는 쇼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별은 빛난다는 진술은 거짓이 되었고, 진실은 승리한다고
진술하는 자는 바보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는 온갖 거짓말 경연이 펼쳐졌다. 공적 연금 개혁 논란은 숫자 조작으로 점철됐다. 선거 부정은 거짓말의
유무능에 의해 정치적 유무죄가 판결났다. 진실은 언제 어디서나 거짓에 의해 타살을 당했다. 그나마 이 나라의 작은 자존심이었던
부산영화제마저, 그 얄팍한 거짓말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야당이 존재 의미를 잃으면서 희망도 타살되고 있다 조
력자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야당 정치인들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당이 집권을 포기하고, 정치인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순간 야당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집권 의지를 가질 때 견제도 가능하고, 감시도 가능하고, 정책 대안의 생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의 야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집권 의지를 포기했다. 생존 본능, 공천받아 다시 재선하는 것에만 몰두한다.
이들이 동원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자멸을 재촉하는 거짓말. 그사이 유서대필을 포함해, 이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과 생명,
진실과 희망의 타살은 이루어졌고 진행되고 있다. 그들 또한 타살의 조력자다. [경향신문 칼럼/김석종(논설위원)-20150520수] 정동 ‘하비브 하우스’
서울 중구 정동(貞洞)은 1396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조성되면서 불리게 된
지명이다. 이곳에 1883년 최초의 외국 공관인 미국공사관이 들어섰다. 조선주재 초대 미 특명전권공사로 부임한 푸트가 민계호와
민영교 소유의 사저를 2200달러에 구입했다. 조선에서 서양인에게 매각된 최초의 부동산이라고 한다. 이후 영국, 독일, 러시아
공관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정동 일대가 서양의 외교가가 됐다.
이런 정동에는 아관파천의 현장인 옛 러시아공사관터, 을사늑약이 맺어졌던 덕수궁 중명전, 한국성공회의 상징인 성공회 서울성당,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등사했던 정동제일교회 등 기념비적인 근대문화유산이 모여 있다. 근대식 교육기관 배재학당, 근대식 여성
교육기관 이화여고, 개신교 예배당 정동제일교회는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현재의 주한미대사관저 건물은 ‘하비브 하우스’로 불린다. 관저 신축 당시 국무부 반대를 무릅쓰고 한옥을 고집한 필립
하비브(Philip Habib) 대사를 기리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1976년 5월 완공된 전통 한옥 기와집으로 세계 미국
대사관저 중 최초로 주재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건축가이자 ‘도깨비 박사’로 유명한 민속학자인 조자용이 설계하고
인간문화재 이광규 대목장이 총감독을 맡았다. 상량식 때는 시루떡까지 해놓고 한국식 고사를 지내 화제가 됐다. ‘ㅁ’자 구조의 한옥
관저 안뜰에는 포석정을 재현한 연못이 있다. 내부는 한옥과 서양식을 결합한 형태다. 솟을대문과 격자창, 문고리 등은 한국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었다. 아이젠하워와 카터 등 방한한 미국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묵었다.
그동안 거의 공개된 적 없는 하비브 하우스 정원과 구한말 사용되던 옛 미국공사관이 일반에 공개된다고 한다. 서울 중구청이 오는
29~30일 개최하는 ‘정동 야행(夜行)’ 축제를 통해서다. 덕수궁,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도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늦은 봄날,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흥얼거리며 덕수궁 돌담길
따라 리퍼트 대사가 사는 하비브 하우스를 찾아가는 정동길 시간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황수정(논설위원)-20150520수] ‘어벤져스2’ 옆 ‘부곡 하와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은숟가락을 물고 나온 영화다. 지난해 서울 촬영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탄 영화는 지난 17일 관객 1000만명 동원에 성공했다. 개봉 25일 만으로 ‘아바타’가 보유했던 최단 기록(개봉
39일)을 앞섰다. 관전 포인트는 더 남아 있다. ‘아바타’가 가진 역대 외화 최다 동원기록(1330만명)까지 넘어서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을 본즉 불가능할 듯싶다. “1000만명을 찍고 나면 최종 스코어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극장가 속설에
기대를 건다 치더라도 막판 뒷심이 달린다. 하루하루 관객 수가 급감하는 중이다.
우리가 걱정할 일이야 물론 아니다. 할리우드가 싸 짊어지고 갈 돈 보따리는 이미 ‘대박’이다. 매출액이 900억원에 가깝다.
홈그라운드인 북미를 빼면 우리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뭉칫돈을 챙겨 준 나라다. ‘어벤져스2’의 흥행 성적과 영화적 성취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서울 로케이션을 할 때부터 국내 언론들은 날마다 앞다퉈 지면을 열어 줬다.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주연 배우가 인사동을 찾아 쇼핑 인증샷까지 올렸다. 그런 전략적인 맞춤기획 이벤트까지 두루 감안한다면 성적은 오히려 기대치
미달이다. 시험지를 미리 준 것도 모자라 ‘오픈 북’의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스크린 2300여개 중 1800개까지 ‘어벤져스2’가 판쓸이할 때 웬만한 영화들은 미리 알아서 재앙을 피해 갔다. 이
영화가 전국 통틀어 하루 1만번을 틀어 대는 난리통에 조용히 간판을 걸었던 영화가 있다. 4년의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부곡
하와이’다. 지난해 하반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작에 선정됐다. 앞서 영화는 바르샤바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뒤늦게 다양성 영화의 자격을 얻어 구색 맞추기용 개봉이 가능했던 셈이다. 매표소 앞에서 이 ‘참한’ 로드무비의
포스터에 공들여 시선을 보내 준 이가 몇일지 궁금하다.
‘어벤져스2’에 비친 서울의 모습이 후줄근하다고 불만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촬영을 지원한 만큼의 성과가 없다는
얘기들이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재미를 못 본 투자라면 앞으로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의 문화적 상상계가
부지불식간에 그 영토를 뺏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답답한 눈처럼, 우리의 문화적 취향이 비늘처럼
얄팍해지는 중이다.
신수원(마돈나)·홍원찬(오피스)·한준희(차이나타운)·오승욱(무뢰한) 감독의 작품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연일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두 우리가 먼저 알아보지 못한 영화들이다. “영화제에 초청받은 기쁨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국내 개봉이 더
무섭다”는 오 감독의 현지 소감이 너무 많은 것을 대신 말해 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520수]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는 오랫동안 판공비(辦公費)로 불렸다. 글자 그대로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에게는
‘쌈짓돈’ ‘눈먼 돈’ ‘묻지마 수당’으로 여겨져 왔다.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조세대장에 올리지
않고 임의대로 세금을 걷어 쓰는 은결(隱結)이란 토지를 따로 뒀다. 그래서인지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는 관행은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업무추진비 대신에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라는 용어도 쓴다. 정치권에는 ‘대책비’ ‘직책비’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대책비로 4000만~5000만원씩 나온다”며 “그 돈은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대책비로 쓰는데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밝혔다.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공판에서 “위원장 시절에 받은 직책비 일부를 아들의 유학 자금 등
개인 용도로 썼다”고 진술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홍 지사의 ‘대책비’나 신
의원의 ‘직책비’는 사실 국회 예산 항목에 없다. 유사 명목의 특수활동비나 특정업무경비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연간 80억~90억원 정도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에 주는 돈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월 4000만원 안팎,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월 1000만~20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 돈을 간사와 위원들에게 떼어주기도 하고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도 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
런데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 시절 월 400여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며
낙마시키고 횡령 혐의로 고발까지 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 정치인이다. 이 후보자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명예 손상을 입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에 드러난 활동비 유용은 규모가 몇 배나 된다. 이미 개인적인 생활비와 자식 유학비로
썼다고 자백까지 했으니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국가 예산을 감시하는 국회 스스로 ‘국민 감사’라도 자청해야 할 판이다. 요즘 의원들은 당 대표를 오래 지낸 이춘구 전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그만둘 때 쓰고 남은 판공비 전액을 반납했던 일도 모르는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정상범(논설위원)-20150520수] '금메달청'
지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세계 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이변이 일어났다. 동독이 40개의 금메달을 따내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2위에 오른 것이다. 동독의 성공비결은 바로 여자 수영선수들의 금메달 석권이었다. 당시 동독
여자선수들의 몸은 남자와 엇비슷해 누가 봐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동독올림픽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스포츠 영양학에 대해 집중 연구했다"고 밝혀 경쟁국인 서독 정부가 영양학 연구에 몰두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독일 통일 후 드러난 사실이지만 동독은 여자선수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를 복용시켜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만들게 했다. 동독은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투입한 덕택에 20년간에 걸쳐 500개 이상의 메달을 따내며 스포츠
제국의 명성을 떨쳤던 것이다. 1984년 LA 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중국도 금메달에 거는 집착이 남다르다. 중국은 전국 각지에
다양한 체육특기학교를 만들어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하면서 엘리트 체육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대회에서 한때 시들해졌던 스포츠 국가주의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경기 순위가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다 보니 체제 선전이나 내부 결속 차원에서 스포츠만큼 파괴력을 갖춘 것도 찾기 힘든 탓이다.
일본이 오는 10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라 스포츠청을 신설한다. 생활체육의 성공모델로 여겨졌던 일본이 커다란 방향 전환을
단행한 셈이다. 일본 언론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메달 양산을 위한 사령탑이라며 '금메달청'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 3~5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침 일본 피겨를 대표하는 아사다 마오 선수도
현역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주변 압력이 컸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강한 일본'의 욕구가 스포츠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520수] 공부법을 공부한다고?
주말이면 종종 찾는 집 근처 북카페는 30~40대 손님으로 붐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공간에서 어른들이 책을 펼쳐놓고
집중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뭔가 뭉클하다. 무얼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지 궁금해 언젠가부터 주변 손님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숫자가 가득 적힌 금융 관련 문제집을 푸는 이는 자격증 시험을 앞둔 은행원인 것 같고, 전자사전을 옆에 두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여성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늦깎이 취준생?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싶어 긴장과 위안이 동시에 몰려온다.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이란 책의 기사를 쓰다 다시 한번 놀랐다. 일본 도쿄대 재학 중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30대 여성이 쓴 책. 대입을 앞둔 수험생이나 중·고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주로 구입할 줄 알았는데 정작 이 책을 많이 사는 건 30~40대 남자란다. 교보문고 집계를 보니 모든 연령대 중 40대
구매율이 31.8%로 가장 높았고, 남자가 17.4%로 여자(14.4%)보다 많았다. 30대 남자도 15%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의 남녀 비율은 45대 55 정도, 연령은 30대-20대-40대 순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자격증을
공부하는 샐러리맨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서점 측의 설명.
평생 공부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경쟁은 치열하고 배워야 할 것은 많다. 그래서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은 하버드대 학생들의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 베스트셀러 저자가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책,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각 분야 얕은 지식을 모아놓은 책 등이 채우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읽는 법을, 글을 쓰기 전 쓰는 법을, 말하기 전엔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하지만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와 인터뷰를 하며 정작 와닿았던 건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녀 역시 꾸준히 하다
보니 되풀이해 읽는 방법이 자신에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결국 본인의 성격과 생활습관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필자 역시 한때 서점의 거의 모든 연애지침서를
사들였으나 여전히 연애가 어렵고, 글을 잘 쓰고 싶어 각종 글쓰기 책을 탐독했지만 현재까지 이 모양이다. 그리하여 무엇 무엇을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을 시간에 무엇 무엇을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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