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가습기 살균제, 어느 제품을 믿어야 하나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비단 옥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청업체인 용마산업이 별도의 매뉴얼도 없이 자체 제조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제품의 제조·판매에 관해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두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경험이 전무한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한 경위는 물론 부실한 제품을 안전성 검사도 없이 유통시킨 과정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4년, 롯데마트는 2006년 각각 용마산업에 옥시 제품을 모델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맡겼다. 하지만 용마산업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하면서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끝에 28명이 목숨을 잃는 등 6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전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 두 회사의 부실제조 정황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애경산업과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판매한 제품을 둘러싼 유해성 여부도 밝혀야 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2001년부터 판매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로 발생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이마트의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나 GS리테일의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유통업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옳다.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확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유독물질의 인허가 및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물론 피해가 확인된 뒤에도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 2006년 첫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됐으나 5년이 지난 2011년에야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PHMG를 유해물질로 지정한 것도 2014년이다.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사태를 10년도 넘게 방치한 꼴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특별법 제정이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
2. 박 대통령 탈당이 마지막 선택이다
새누리당의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친박’, ‘비박’ 간의 내홍이 갈수록 가관이다. 수습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4·13 총선 참패에 따른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 활동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됨으로써 지도부 공백이 이어지는 중이다. 새누리당을 응징한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가소로울 뿐이다. 칩거에 들어간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갈등이 드디어 곪아터진 것이다. 지난 3일 정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겨우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친박계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를 보이콧하는 방법으로 비대위에 대한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냈다. 비대위원 내정자들이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비박계 일색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이를테면, 친박계에 의한 친위 쿠데타인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설사 갈등이 조만간 봉합된다 해도 새누리당의 원활한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의 내분이 이어지는 처지라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과 합의된 협치 약속도 이미 무너졌다고밖에 간주하기 어렵다. 당내에서조차 화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야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친박계가 나름대로 후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해결 방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박계도 팔짱만 끼고 있을 태세는 아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갈등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마당이다. 당내에서 자꾸만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차라리 갈라서는 게 옳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떳떳한 도리다. 공허한 명분으로 같은 뿌리임을 내세운다는 자체가 자기 기만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분당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 스스로도 결정을 내릴 단계에 이르렀다. 임기를 마치기까지 새누리당과 과연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다. 탈당이 하나의 대안이다. 여소야대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을 특별히 지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도 국정 추진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에 달린 문제다.
[서울신문]
3. 생활용품 유해성 검사 속도 더 내라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믿고 써도 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니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런 가운데 환경부는 그제 생활용품 7개 제품에 사용금지 물질이 들었다며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즐겨 써 온 생활용품들에 독성이 있었다니 아찔할 뿐이다.
신발무균정이라는 탈취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인 PHMG가 검출됐다. 옥시 파동이 터진 게 언제인데, 문제의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어떻게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다. 게다가 PHMG는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 전 탈취제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필코스캠이란 업체가 만든 에어컨 살균 탈취제에 든 TCE도 10년 전 환경부가 취급 금지한 유해 물질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만 믿고 있다가는 어떤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인식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탈취제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페브리즈가 안전성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대응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유해 물질이 미량 들었다고 인정할 뿐 사용 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다. 앞으로 독성실험을 하겠으니 사용 적합성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다. 터진 구멍만 메우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국민 공포증을 잠재울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1월에 퇴출 제품 7개의 유해성을 이미 확인했다. 적발하고도 넉 달이나 알리지 않았다니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시판 제품에 든 화학물질 4만여개 중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530종뿐이다. 이마저도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제조사는 일부 유해 물질 성분만 표시하면 된다. 기업 규제를 줄여 주는 것도 좋지만 국민 안전이 뒷전이라면 시급히 손볼 제도다. 생활화학제품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알맹이가 없는 얘기다. 제조사가 성분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유해성 여부를 속시원히 가릴 방법이 없다.
인력과 예산을 긴급히 늘려서라도 시중 제품들의 유해성 검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시판 제품이 8000개가 넘는데 한 해 고작 300여개를 조사하겠다는 환경부의 발상은 너무 안이하다. 조사와 결과 공개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판매량이 많은 인기 제품들을 우선 검사하고, 퇴출 제품만 밝힐 게 아니라 검사를 마친 안전한 상품의 이름도 공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책임 있는 소비자 보호 행정을 하겠다면 그래야 한다.
4. '주식 대박' 진경준 사표 수리 말고 수사해야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 온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무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된 주식 1만주의 매입 대금 출처를 사실과 다르게 소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돈(4억 25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사람의 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자 “처가에서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주식 자금에 대한 거짓 해명까지 드러난 만큼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공직자윤리위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검찰 고위 간부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을 한 달여 넘게 조사를 하더니만 고작 ‘말 바꾸기’ 하나만 밝혀냈다니 허탈하기만 하다. 만약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과정이 떳떳했더라면 자금 출처에 대해 처음부터 처가에서 빌렸다고 했으면 될 일을 자신의 돈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그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은 그의 말 바꾸기만이 아니다. 검사라는 직위를 이용한 직무 대가성 주식 매매가 이뤄졌는지와 넥슨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백억원대의 돈을 고위 공직자가 손쉽게 벌었는데도 이를 유야무야 덮을 일은 아니다.
공직자윤리위가 돈 출처도 못 밝히고 조사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공은 법무부와 검찰로 넘어갔다. 진 검사장에 대한 여러 의혹에도 혹 법무부가 가벼운 징계를 내려 사표를 수리할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더구나 진 검사장은 김현웅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도 그의 사표를 덥석 받아들인다면 법무부는 앞으로 ‘법과 원칙’이라는 말 자체를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가 정윤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사건 수사·재판 로비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져 검찰 고위 간부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검찰이 남의 과오에는 가혹하면서 내 식구 과오에는 관용을 베푼다면 검찰 역시 ‘공정·엄정 수사’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들 두 사람의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어라.
[동아일보]
5. 검찰, 홍만표-진경준 수사 뭉개다간 특검 맞는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근무 당시 수사하던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후배 변호사에게 소개하고 3억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퇴임 후 1년간의 수임 금지 기간을 지키는 흉내는 냈지만 변호사로서 법으로 금지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다. 그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 도박 사건을 소개받은 것도 고교 후배인 브로커를 통해서였고, 브로커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왔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 사건에서 두 차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한 기독교방송사 회장의 횡령 사건을 4억5000만 원에 수임하고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전관(前官) 예우는 현관(現官)의 도움 없인 불가능하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압수수색을 1주일 이상 미적거렸다. 그의 소환조사가 늦어지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제 식구 감싸기 정도가 아니라 검찰이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진경준 검사장의 126억 원대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온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무부에 그의 징계를 요구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들인 매입 대금을 자기 돈이라고 했다가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이유다. 법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가벼운 징계를 받고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면 구태여 말을 바꾸며 숨길 이유가 없다. 검찰은 그동안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핑계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수사에 나서 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넥슨과 ‘스폰서 관계’는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작년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 법원 교도소에 이어 꼴찌를 기록했다. 전·현직 두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점점 불어나면서 검찰의 신뢰도가 더 추락하고 있다. 전관의 거액 수임이 홍 변호사만의 일인지도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정 대표 무혐의 처분 때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었다느니, 김현웅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진 검사장이었다느니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관예우의 여지는 수사 비밀을 보장받고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법원보다 더 클 수 있다. 검찰이 이번 의혹을 계속 뭉개다가는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특검이 발동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6. '교직원 퍼주기'하려고 서울대 법인화했는가
서울대가 2011년 국립대에서 법인화된 뒤 공기업 뺨치는 방만 경영을 해온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사기를 높인다며 교원들에게 ‘교육연구장려금’으로 1인당 1000만 원, 직원들에게는 복지비로 1인당 평균 500만 원을 지급하면서 242억 원을 썼다. 법적 근거도 없는 초과근무수당 60억 원과 자녀학비수당 18억 원을 노사 합의로 추가 지급하는가 하면 2013년 교육부가 폐지한 교육지원비를 계속 지급하고 작년엔 아예 기본급에 넣었다.
지성의 상징으로 통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속속 드러났다. 교수 6명이 총장 허가 없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했지만 대학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 교수는 겸직허가 신청이 반려됐는데도 겸직을 맡아 1억8080만 원을 챙겼고 다른 교수는 신청조차 하지 않고 벤처기업 대표이사를 맡아 3524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직무와 관련된 연구 내용을 개인 명의로 특허출원한 교수도 있다.
교육부가 해마다 출연금을 확대해 2012년 3409억 원에서 2015년 4373억 원까지 늘어났지만 회계 관리는 엉망이었다. 의과대학 등 13개 단과대학은 학칙을 어기고 부학장 25명을 추가 임명해 월 최대 100만 원의 보직수당을 지급했다. 28개 소속 기관은 자체 수입 중 308억 원의 세입 처리를 누락하고 4개 기관은 이 중 134억 원을 운영비로 썼다. 이번에 감사원 감사에서 덜미가 잡히지 않았으면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방만 경영을 계속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도 크다.
서울대 법인화 취지는 인사와 재정에 자율성을 줄 테니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라는 취지였다. 최근 영국의 교육전문지(THE)가 발표한 ‘세계대학 평판순위’에서 서울대는 45위로 일본 도쿄대 12위, 중국 칭화대 18위에 비해 크게 뒤진다. 자율권을 남용해 나눠 먹기식 경영을 했으니 경쟁력이 오를 리 없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수의 윤리의식을 재점검함으로써 명실공히 선두 대학에 걸맞은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7. 5·18 민주화 운동, 통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어제 광주 운정동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반쪽 행사로 진행된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에 3년 연속 불참했다. 여야 대표들이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입을 굳게 닫고 자리에 서서 태극기만 흔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노래가 시작되자 퇴장한 보수단체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국가 행사의 주무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이 노래의 제창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기념식장에 앉지도 못하고 쫓겨난 일도 답답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행사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부여하는 장이 되기는커녕 ‘노래 논란’의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5·18의 의미와 그 정신의 계승이 뒷전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은 국가 폭력에 맞선 반독재 투쟁이다. 고통 속에서 피로 쓴 5월의 역사에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시대적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귀한 정신과 희생이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은 지금의 헌법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를 통해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광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역사다.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행사로 열리고 광주의 넋들이 묻힌 묘역이 국립 민주묘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이 지금처럼 꼬이게 된 데는 정부의 불통이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야권 인사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떤 방식으로 부르느냐를 놓고 매년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영령 앞에서 5·18 정신을 진심으로 되새겨야 한다. 국민과 사회를 하나로 묶어 낼 통합의 리더십을 ‘광주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이젠 5·18을 정치에서 풀어 주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로 승화시킬 방법을 찾을 때다.
[매일경제]
8.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부처·공무원 대폭 줄여라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사물인터넷(IoT)·드론·자율차·바이오 등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드론 관련 산업 허용, IoT 전용 전국망 구축, 자율주행 차량 전국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다섯 차례나 규제개혁 회의를 주재하고 '암덩어리·원수'라며 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국민들 체감은 쉽지 않다. 와인은 택배로 보내지 말라든가, 중국 관광객들이 치맥파티를 못하게 한다든가, 야구경기장에서 맥주를 팔면 안 된다는 등 엉뚱한 생활 속 규제들과 맞닥뜨리는 탓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외치는데도 규제총량은 매년 2.5~5.7%씩 늘어난다. 회의 때마다 몇 백개씩 없애도 등록 규제만 여전히 1만건을 웃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구글이 지도 서비스 규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관광 한국을 외치면서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구글맵을 쓸 수 없어 깜깜이 여행을 다니는 게 현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한국의 규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며 이 때문에 한국 경제도, 기업가정신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규제 혁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와 진정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독촉을 하면 부처가 마지못해 제일 만만한 규제 몇 개씩 골라 내놓는 식이어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글로벌 산업과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공무원들의 갑(甲)질, 보신주의, 면피주의는 되레 더 심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능동적 책임행정이 없다보니 가습기 살균제, 경유 차 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분야는 오히려 구멍이 뻥뻥 뚫리기 일쑤다. 정부는 신산업 규제를 푼다는데 정작 국회에서는 서비스발전법, 빅데이터법 처리가 무산되는 등 엇박자도 심각하다. 규제개혁의 왕도는 단 하나다.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장차관과 공무원들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각 부처 내 과(課)와 국(局)을 통폐합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는 한편 정부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는 것이 답이다. 규제를 하고 싶어도 꼭 필요하고 절실한 규제 아니면 엄두도 못 낼 만큼 조직과 사람이 줄어야 한다.
9. 170일 끈 SKT-CJ헬로비전 합병심사 빨리 결론내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지난해 12월 1일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지 170일이 흘렀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월 22일 "심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더니 지난 12일에는"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총력 저지에 나선 데다 지상파 방송사, 야당 등이 반대하면서 공정위가 무작정 결론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본래 심사는 120일 이내에 진행돼야 하는데 공정위 측은 "자료 보정기간을 빼면 120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궁색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정위 의견을 듣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미래부도 공정위에서 의견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국내 이동통신미디어 시장을 뒤흔드는 빅딜이기는 하지만 해당 부처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질질 끌 일인지 묻고 싶다. 납득할 만한 사유도 없이 심사가 늦어지고 있으니 공정위가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지형 변화나 이해관계자의 외압에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 아닌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당사자들의 여론전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성장 절벽에 직면한 방송통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구조개편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쟁사들은 이통시장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기약 없는 심사 지연이 해당 기업들의 신사업 구상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CJ는 콘텐츠 강화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방송플랫폼 매각을 결정한 것이고, SK는 성장세가 꺾인 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료방송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최근 정부의 정책기조인 자발적·선제적 산업 구조조정과 다르지 않다.
이통사와 케이블TV의 합병은 전례 없는 일이었으니 미래부가 고심하는 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갈피를 못 잡고 시간만 끄는 것은 책임 회피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후폭풍은 생길 수밖에 없다. 합병 승인이든 불허든 원칙에 입각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명확한 기준 제시와 조속한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을 걷어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10. 신문세대가 과학자를 희망하지 않는 우울한 현실
과학기술인을 장래 희망으로 꼽은 초등학생이 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년 전만 해도 과학자·기술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는데 격세지감이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기술 경쟁력 악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발명의 날인 19일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발명진흥회가 서울 지역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과학자·발명가·엔지니어 등 과학기술인이 되겠다는 초등학생은 2.6%에 불과했다. 1981년 과학자를 꿈꾸는 초·중등학생이 21%로 가장 많았고 1990년에도 25%로 1위였다. 이번 설문에서는 가수·배우 등 연예인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고 교사·의료인·요리사가 그 뒤를 이었다.
한류·한식·건강 등으로 관심 분야가 다양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초과학이 탄탄하지 않으면 결국 산업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30개 업종의 협회·단체에 경쟁력을 물어보니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응답이 30%였고 1~3년 내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응답도 50%였다. 이처럼 기술 경쟁이 절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미래 세대가 과학자를 꿈꾸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학자를 홀대하는 탓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정보통신부 출신이 장차관, 실장급 간부의 주류를 차지하고 과학기술부 출신은 뒷전이다. 특허 중 80%는 법인 소유로 출원되고 연구 성과를 보상해주는 기업은 절반도 안 된다. 여기에 이공계 병역특례마저 폐지할 것이라니 앞날이 캄캄하다. 과학입국을 위한 전면적인 인식 전환과 재점검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