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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청와대 내부 위기관리 능력 이 정도였나

청와대 주변이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되고도 권력 뒤에 숨어 버티거나 호가호위하는 일이 잇따르며 벌써부터 정권말기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청와대는 오불관언이라는 듯 한가한 논평이나 내놓으며 레임덕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언론으로부터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언급으로 해석된다. 정연국 대변인도 그제 출입기자들에게 우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해 “본인이 사실무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정 대변인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총선 공천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현 전 수석의 발언은 개인이 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 인사 부실검증에서부터 처가 땅 거래 알선과 아들의 의경 꽃보직 등 양파껍질 까듯 의혹을 쏟아낸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기자회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부르면 가야지만 (가서 할 말은) ‘모른다’ ‘아니다’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을 소환하기도 거북한 터에 모르쇠로 일관하겠다고 미리 못 박았으니 수사 결과는 보나마나다. 권력의 오만이 진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현 전 수석은 현직이던 지난 1월 서청원 의원과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김성회 전 의원을 회유하면서 “나에게 하는 약속은 대통령에게 하는 약속”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가 대통령을 팔아 농간을 부렸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의 월권을 엄중히 꾸짖고 선관위에 진상 규명을 의뢰해야 마땅하다.

사드 배치 논란이나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중도 퇴진에 따른 나라 망신 등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한 현안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청와대는 이제 박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을 생각할 때다. ‘대통령 흔들기’ 따위의 진부한 핑계는 더 이상 안 통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정을 책임진다는 각오를 다지고 호가호위하는 무리들을 결연히 잘라내는 게 급선무다.

2. 자꾸 벌어지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기업 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차이는 연간 3181만원으로 2014년(2955만원)보다 226만원 더 벌어졌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이 6544만원으로, 중소기업(3363만원)에 비해 2배나 많게 나타난 것이다. 그 차이가 자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이러한 임금 격차가 소득 양극화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한 ‘아시아 불평등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렀다. IMF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아시아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10% 부자들이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니 소득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 양극화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임에 틀림없지만 우리의 ‘부(富)의 쏠림현상’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우리의 소득 양극화 진행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점도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IMF가 1995년 우리의 양극화 현황을 조사할 당시만 해도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그쳤다. 그런데 불과 18년 만에 비중이 16% 포인트나 늘었다. 그 사이 다른 아시아 국가 전체 평균이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소득 양극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경제성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소득 감소로 중산층이 붕괴되면 구매력이 급감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내수부진과 장기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소득 양극화 치료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일부 대기업 노조들은 임금을 더 올려달라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귀족 노조’라는 비난을 들을 만도 하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불안은 자칫 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소득 불균형 개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신문]

3. ‘포용적 성장’ 추세 정착되게 세제 개편해야

내년에 적용될 세법 등 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어제 오전 당정 협의회를 열어 조세 체계를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기로 큰 틀에서 의견을 모으면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6년 세법 개정안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작금의 취업난이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에 따른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이런 큰 방향에 대해 누가 토를 달겠나. 다만, 당정은 갈수록 커지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에 유의하기를 당부한다. 사회적 양극화를 누그러뜨리는 ‘포용적 성장’이 추세로 자리 잡도록 세제 개편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고액의 평균 연봉을 받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동시 파업에 나서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른바 ‘귀족 노조’ 소속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된다. 그런데도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6544만원인 데 비해 중소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3363만원에 불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내놓은 ‘2015년도 소득분위별 근로자 연봉 분석’ 보고서에 적시된 자료다. 특히 연봉이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근로자도 535만명에 달했다.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아예 비교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러니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은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어제 당정 협의회에서 새누리당 측은 저출산 문제와 해운업계 고용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장기 불황으로 구조조정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해운업체가 운항을 않을 때는 법인세를 감면하고, 둘째 아이 출산 때 근로자 세액공제를 확대해 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제 개편 항목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소득 양극화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듯한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대·중소기업 간, 그리고 정규·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를 방치하면 사회 안정을 해치는 것은 물론 결국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구조 등으로 인해 고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자생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이다. 산업·금융 정책뿐만 아니라 세제 지원을 통해 우량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이유다. 당·정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가 고용 불안뿐만 아니라 심화되고 있는 소득 격차임을 직시하고 알맹이 있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기 바란다.

4. 가습기 이어 또 독성물질 검출된 공기청정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가정에 들여놓은 공기청정기와 모든 자동차에 부착된 에어컨 필터에서 유독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이어 항균 필터에도 독성물질이 함유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환경부는 그제 공기청정기와 차량 에어컨에 사용하는 항균 필터에 대한 실험에서 인체에 해로운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방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유통 중인 항균 필터를 전량 수거하기로 했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문제가 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로 환경부가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놀라운 것은 이 물질이 함유된 필터를 사용한 공기청정기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코웨이, LG, 삼성, 쿠쿠, 위니아, 프렉코, 청호나이스 등 유명 7개 회사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에어컨에 사용하는 현대모비스가 판매한 필터와 두원에서 판매한 필터에서도 이 물질이 검출됐다. OIT가 함유된 항균 필터 88개 모델 가운데 두원 제품 1개를 제외하고 87개 제품을 3M이 생산했다고 한다. 3M은 그동안 OIT가 배출되지 않거나 아주 소량이어서 인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환경부 실험 결과는 달랐다. 특히 2000년 말부터 우리나라에서만OIT가 포함된 항균 필터를 개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청정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필터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넣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필터는 사용 시간이 늘수록 OIT 함량은 줄어들었으며, 인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미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판매한 일부 항균 필터 모델과 쿠쿠 공기청정기에 사용된 일부 항균 필터 모델에서는 인체에 해로운 수준의 OIT가 배출됐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유통 중인 항균 필터 수거에 나섰지만 정작 어느 회사 공기청정기와 어떤 차종에 항균 필터가 사용됐는지는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기업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건강과 알권리는 뒷전인 ‘소극 행정’이 아닐 수 없다.

항균 필터를 사용한 공기청정기와 차종도 밝혀야 한다. 아울러 피해 사례가 있는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도 지속적으로 인체 유해 여부를 조사하기 바란다.

5. 우 수석, 국정에 누 안 되게 직 내려놓는게 순리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우 수석은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관여 및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몰래 변론’ 의혹 등을 강력히 부인했다.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선 ‘아들 문제까지 거론돼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우 수석으로선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의혹 불똥이 자신에게 튄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정황만 가지고 그가 큰 비리라도 저지른 양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날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우 수석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그의 말 바꾸기가 하나씩 들통나고 있다. 그는 넥슨이 처가의 땅을 사 줬다는 첫 보도 직후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계약하는 자리에 갔지만 장모님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말을 바꿨다. 이젠 우 수석과 장모, 딸, 넥슨 관계자 4명만 방에 들어가 계약서를 썼다는 주장이 계약에 관여했던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몰래 변론’ 의혹도 마찬가지다. 탈세 등의 혐의로 이미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동업하며 선임계 없이 변론했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2013년 다단계 유사 수신업체 관련 사건을 공동 변론하고 수임료 5000만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오자 ‘그거 딱 한 건 했다’고 뒤로 물러섰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그가 진 검사장을 통해 부동산 매각을 부탁했거나, 진 검사장이 다리를 놔 줬다는 의혹을 그저 근거 없는 소설로 치부하기는 어려워졌다. 다단계 업체에 대한 ‘몰래 변론’을 시인한 마당에 정 전 대표와 브로커 이민희씨를 전혀 모른다는 해명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 우 수석은 이미 모든 언론으로부터 표적이 된 처지다.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처가 부동산 매매 때 다운계약서 작성, 가족 명의의 80억원대 부동산 투자회사 보유, 부인과 자매들의 화성시 농지 불법 보유 등의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우 수석이 결백만 내세워 사퇴를 거부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북한 핵 문제 대응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의 사퇴 없이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민정수석은 검찰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 인사를 위한 검증을 하는 자리다. 검찰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라인이 우 수석과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소신 있는 검사도 자신의 앞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직 선배를 엄정하게 수사하기는 어렵다. ‘셀프 수사’란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정말 결백하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히 수사를 받는 게 순리다.

[중앙일보]

6. 아이들 인성교육, 범국민 프로젝트로 실천하자

지난해 7월 21일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첫돌을 맞았다. 2012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구 중학생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 말 제정된 법이다. 국회·교육부·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이 ‘휴마트 인성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국민이 공감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초·중·고교 인성교육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인성교육법의 핵심 가치는 예·효·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 등 8가지다. 이를 통해 입시·성적 경쟁에 짓눌려 피폐해진 아이들의 정서를 살리고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줘 책임감·배려심·자존감이 충만한 공동체 시민의식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 재벌가 자손들의 갑질, 120억원 ‘주식 대박’ 진경준 사태 등을 접한 국민은 올바른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과 극단적 우월·이기주의, 품격 훼손도 전인교육 결핍에 근본적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인성교육법의 1년 시행 성과를 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교총에 의뢰해 교사 804명에게 물어보니 32%가 법이 제정·시행 중인 사실조차 몰랐다. 인성교육을 하랬더니 두발 단속만 하는 학교도 있었다. 게다가 교사의 절반가량은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깜깜이였다. 교사들이 이 정도니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떻겠는가. 정치인과 정부가 법 제정 생색만 낸 탓이 크다. 이대로라면 학교폭력·집단 왕따·성추행·교사폭행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결코 줄일 수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이 겉돈 1차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다. 이 법은 정부가 내놓은 5개년 계획에 따라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시행계획을 마련해 매년 추진 성과와 활동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내놨어야 할 종합계획이 올해 2월에 나오자 새 학기 준비에 분주했던 일선 학교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누리과정 등을 둘러싼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대립으로 시행계획을 세운 곳이 거의 없었다. 관련 예산도 빈약하다. 올해 겨우 5억원 을 책정하더니 내년엔 3억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말만 앞세웠던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인성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가정·학교·사회·정부가 동참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법에 앞서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우선 교육부가 모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교실 안 도덕·윤리교육 대신 체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자유학기제를 통한 체험도 그 방법이다. 교육청과 학교도 나서자. 특히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정부에 대립각만 세우지 말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당연히 ‘밥상머리’ 교육 등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성교육이 범국민 프로젝트로 뿌리내릴 수 있다.

[매일경제]

7.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교통·환경 문제 풀 묘안이다

경부간선도로 한남IC와 양재IC 약 6㎞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안이 나왔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비전과 전략' 세미나를 통해 발표됐는데 요지는 이 구간 지하 40m에 왕복 12차로 복층 고속도로를, 지하 10m에 왕복 8차로 완행도로를, 지상에 4차로를 만들고, 지상 IC 인근에는 연구개발(R&D)과 예술문화시설 등 고밀도 복합지구로, 지상 도로에는 축구장 84개 규모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구간은 평소 교통 정체가 극심하고 소음과 대기오염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많아 환경 개선이 시급했는데 이를 해결할 묘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서초구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구간의 지하화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87%에 달했다고 하니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는 환경과 교통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 구조를 재생하고 정체된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외국에서는 교통 정체를 해결하고 도심 환경 개선을 위해 도로를 지하화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보스턴시가 1991년 공사에 들어가 2007년 말 완공한 '빅디그(Big Dig)'가 대표적이다. 빅디그는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대형 공원과 녹지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계획안과 유사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M30도 정체 구간을 지하도로로 만들고 지상에 하천공원과 산책로, 자전거길 등 친환경 녹지를 조성한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다만 공사 중 또는 완공 후 사고가 났고,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실행되려면 서울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미나에서 제시된 설계안을 토대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실행 계획을 확정해 공사에 들어가면 정부와 협력해 대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국토 공간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8. 벤처 3만개 시대 창업생태계 선순환 끌어내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개설 1년을 맞은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국내 창업·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창업가들의 모습이 고무적이라고 격려했다. 2014년 9월부터 작년 7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순차적으로 들어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년 새 2543개 기업을 지원해 2596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혁신센터에서 지원한 우수 보육기업 40개가 이달 말 미국 LA에서 열리는 글로벌 로드쇼에도 참가해 기업설명회(IR)에 나설 정도로 안착했다. 전국 혁신센터들은 스타트업 육성과 중소기업 혁신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해 올 6월 현재까지 1063개의 창업기업을 육성했고, 1120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6400여 명에게는 맞춤형 교육훈련을 시켰다니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2015년 말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가 마침내 3만개를 돌파했다. 대학에서의 창업 동아리도 2013년 1800여 개에서 2년 만에 407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엔젤투자나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한 신규 벤처 투자 금액도 지난해 말 기준 2조858억원까지 늘어 벤처 창업 환경이 여러모로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IT기업들의 클러스터로 자리를 잡고 있는 판교밸리에는 현재 1121개 기업이 들어서 총 7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경기도는 판교밸리를 첨단기업 1600개, 고급인력 10만명이 일하는 단지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벤처기업들에 바람직한 창업 생태계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 용이한 투자 유치와 인력 조달일 것이다. 초기 투자금 확보라는 첫 관문을 넘어야 하고, 창업 후 부닥치는 규제도 뛰어넘어야 한다. 대기업들의 견제도 버텨내야 한다. 국가 전체로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플랫폼 구축을 뛰어넘어 외연을 확장해 가야 한다. 기왕 구축한 전국의 혁신센터를 창업 인큐베이터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특화 분야를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벤처 창업을 촉진하려면 시행착오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9. 대우건설 사장 하나 뽑는데도 파행 거듭 이유 뭔가

대우건설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행과 잡음이 도를 넘었다.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당초 현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무를 상대로 지난달 10일 최종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면접 당일 돌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한 뒤 외부인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공모기간도 늘리는 등 온갖 무리수 끝에 재공모를 진행했다. 지난 20일에는 최종 후보로 압축된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상대로 최종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불발됐다. 규정과 절차가 오락가락할 뿐만 아니라 납득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장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추위는 허울일 뿐 자기 사람을 내려보내기 위한 권력 실세들 간의 힘겨루기가 파행의 근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건설의 모회사는 지분 50.75%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이다. 사추위원 5명 중에 산은 임원이 2명이나 참석한다. 산은이 정치권 외압에 따라 특정인을 사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 자신도 정치권의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장급 인사는 산은이 아닌 외부에서 내정한다는 설 아닌 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는 국민적 시각은 더욱 싸늘할 수밖에 없다. 산은의 또 다른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 7조원의 '세금 귀신'으로 전락한 게 엊그제다. 정권마다 반복된 낙하산 폐해가 결정적이었다. 많은 논란 속에 산은 회장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나간 홍기택 씨가 한국 몫 부총재직만 날려버린 채 나라 망신을 시킨 것도 낙하산의 후유증이다. 그런데 또다시 낙하산 패악이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자기 사람만 심겠다는 후안무치 아닌가.

대우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3위의 한국의 대표 건설회사다. 해외 매출 비중도 40%에 달한다. 국제적인 식견 없이 정치권 인맥만 쌓은 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다. 산은은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사장 선임 과정을 다시 밟으라.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까지 거덜내는 낙하산 폐해는 이제 끊어야 한다.

[세계일보]

10. 해도 너무한 검찰 비리… 언제까지 개혁 미룰 셈인가

날마다 터져나오는 검사 관련 비위 보도를 보면 도대체 우리가 우러러보던 법치 확립의 첨병인가 싶다. 검찰 출신으로 사정기관 총책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 위에서 노는 듯하다. 우 수석의 부인 이모씨는 경기도 화성에 밭을 소유하고 있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 과거 고위공직자 후보들은 가족의 농지법 위반 때문에 사퇴했는데 우 수석에게는 예외이다. 그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처가 부동산 매매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을 때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계약서 작성 당일 장모를 위로하러 갔다”고 말을 바꾸었다. 또 공인중개사를 통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했는데 관할구청에는 당사자 거래로 신고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멀쩡하다. 

진경준 검사장은 상식 이하의 방식으로 치부했다. 넥슨에서 4억여원을 뜯어내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아서 120억여원을 벌었다. 고급 승용차도 받아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탈세를 조사하다가 내사종결 처리한 대가로 그의 처남은 청소용역업체를 차려서 한진계열사로부터 134억원어치 일감을 받았다. 진 검사장이 거짓말을 하는 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우 수석의 말을 좇아서 개인문제라며 비호했다. 정상적인 국가 조직이 아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받으며 로비하고 탈세했다. 서울 남부지검에서는 상사의 모욕을 받은 검사가 자살했다. 그가 당한 언어폭력 및 인격모독 증거가 SNS 문자메시지로 남아 있는데도 적당히 넘어가려 하고 있다.

내부만 썩은 게 아니다. 이 정부 내내 수사권·기소권을 마구 휘둘렀다. 정권 초기에 검찰은 KT 이석채 전 회장을 샅샅이 뒤져 기소했으나 지난해 무죄판결이 나왔다. KT&G 민영진 전 사장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찰이 완패했다. 법치 확립에 쓰라는 칼을 보복용으로 잘못 쓴 탓이다. 온갖 퇴행적인 행태가 반복되는데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입맛대로 수사하거나 중단할 수 있고 기소도 저울질할 수 있다. 

도둑을 잡으라고 맡긴 칼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이면 회수하는 게 순리다. 정치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의 권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법무부도 검찰 출신이 장악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추왕훈의 데자뷔> 포켓몬의 아버지 타지리 사토시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후 한국에서는 "우리는 왜 포켓몬 고와 같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나"라는 한탄과 자조의 목소리가 높다. 포켓몬 고 인기의 바탕인 포켓몬스터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면 그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20년 전 포켓몬스터 게임을 개발한 타지리 사토시(田尻智)는 어린 시절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빠져 사는 '오타쿠'(어떤 분야에 빠져들어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말)였다. 1965년 도쿄(東京) 인근 마치다 시(市)에서 태어난 타지리는 곤충 채집이 취미여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 '곤충 박사'였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치다는 시골 마을이어서 타지리는 산과 들을 쏘다니며 곤충이나 올챙이,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지우의 꿈에는 타지리의 어린 시절이 투영돼 있다. 포켓몬스터 일본판에서는 지우의 이름이 다름 아닌 사토시다.

타지리는 곤충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공부는 그리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치다에 개발 붐이 일면서 곤충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어려워졌다. 타지리는 대신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오락실 게임에 빠져들었다. 타지리는 게임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게임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분해를 해보는가 하면 게임기 업체의 아이디어 공모에 참가하기도 하면서 점점 더 오타쿠가 돼 갔다. 자폐증과 비슷한 증상의 아스퍼거장애를 앓은 것도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닛산자동차 판매사원이었던 아버지와 주부였던 어머니는 이런 타지리가 못마땅했다. 아버지는 타지리를 도쿄전력에 취직시키려고 했지만 타지리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입학했다.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가 전공이었던 타지리는 '게임 프리크'라는 잡지를 만드는 데 더 열중했다. 비록 손으로 쓴 '기사'를 복사해 스테이플로 찍어 만든 어설픈 잡지였지만 잘 나갈 때는 한편을 1만 권이나 팔았을 정도로 꽤 인기를 끌었다. 이 잡지를 보게 된 만화가 스기모리 겐((杉森建)이 연락해 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이 평생의 동지가 된 것은 가외의 소득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모든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하던 두 사람은 "제대로 된 게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1989년 '게임 프리크'는 게임 개발업체로 변신했고 이듬해 두 사람은 닌텐도의 후원을 받아 포켓몬 게임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작업은 쉽지 않았다. 게임 개발에 6년이나 걸리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진 타지리는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1996년 마침내 완성된 포켓몬 게임의 초기 판매실적은 좋지 않았고 큰 기대를 모으지도 못했다. 당시만 해도CD롬으로 작동되는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 부상하던 때여서 콘솔 게임기의 시대는 갔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피카츄와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미디어의 형식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데뷔작 '포켓몬 레드·블루'는 일본에서 1천만 개 이상 팔렸고 전 세계적으로 2천364만 개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타지리는 이후에도 계속된 포켓몬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2억8천만 개의 게임 타이틀, 10개 언어로 된 215억 장의 카드, 17편의 영화 등의 매출을 통해 지난해까지 모두 577억 달러(약 65조7천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쯤 해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에서는 타지리와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는가. 포켓몬스터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9년 말 타지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포켓몬스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시화로 인해 지금의 어린이들이 곤충을 잡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었다. 포켓몬스터에는 비디오 게임이나 TV에서 본 울트라맨과 캡슐 괴물과 같은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

한국이라고 해서 게임과 TV, 만화에 빠진 오타쿠들이 없을 리 없다. 타지리의 부모가 그랬듯 일본의 부모들도 이런 자식들을 야단치면서 공부나 하라고 닦달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차이는 한국의 오타쿠들은 대부분 억지로 대학에 진학해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타지리처럼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한국보다는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타지리 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스기모리 겐이나 일본 게임업계의 대부이자 타지리의 멘토인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 등 한때의 오타쿠들이 일본 게임의 성공 신화를 쓴 주역이 돼 있다. 게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인 당신의 자녀를 그냥 내버려 두시라. 그것이 '뻔한' 정부 대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콘텐츠산업 진흥책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대학에 진학해 봐야 대졸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는 그중 10%에게 돌아갈까 말까다.


2. [머니투데이][기고]"이번 여름휴가땐 승마를 즐겨보자"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선진국에서 승마는 대중화된 레저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프랑스에서 정기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인 220만명, 시장규모는 9200억원에 이른다. 독일은 전체 인구의 1.5%인 124만명이 정기적으로 승마를 즐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승마인구는 약 4만명 정도이며, 경제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 증가 등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승마 대중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현장 수요 증가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승마시설은 2012년 293개에서 2014년 457개로 늘어났고, 관련 일자리도 같은 기간 1만 8000명에서 2만 4000명으로 확대되는 한편, 관광과 연계된 승마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해변과 산길에서 승마를 즐기며 색다른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도 많이 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은 승마체험이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곳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수련시설과 연계한 승마캠프를 운영중이다. 승마체험, 수영, 캠핑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체험승마 비용은 1인당 4만원 정도이다.

경기도 포천의 승마시설도 매력적인 관광지다. 포천의 대표 승마시설은 농촌관광과 연계하여 관광농원과 캠핑을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1인당 5만원 정도면 말사육, 승마체험, 캠핑 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승마시설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데, 위치한 장소와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승마포털 사이트인 호스피아(www.horsepia.com)를 활용하면 승마체험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승마는 도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제공하는 건전한 레저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개방화·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망산업이기도 하다. 실제 말산업은 1·2·3차 산업이 융복합된 대표적인 6차산업 모델로서 농가에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상했다.

승마 활성화에 따라 현재 9000두 수준인 승용마 공급이 더욱 늘어나게 되고, 승마와 관련된 의류,장구류 등 용품 제조업도 활성화 되며, 관광 및 승마를 활용한 재활훈련, 청소년 교육 등 서비스 제공도 확대될 수 있다. 

이렇듯 말산업은 저성장시대에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2012년에는 ‘제1차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말산업 인프라를 확충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말산업이 시장수요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승자 보험 도입, 전문 인력 육성 및 전문 승용마 확보, 유소년 승마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제2차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하여 승마산업이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들에게 건전한 레저 스포츠를 제공하고, 농업·농촌에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하는 승마를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여 말산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이번 여름 휴가는 가까운 승마시설을 찾아 농축산물 전시 관람, 말사육·승마 체험, 캠핑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한 폭의 가족 추억을 만들 것을 국민들께 권해 본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전승훈]‘뽀로로GO’를 만든다고?

올해 ‘알파고’에 이어 ‘포켓몬고’ 게임 열풍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였을 때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담론이 팽배했다. 머지않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에 식욕까지 없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현실과 게임을 접속한 ‘포켓몬고’ 열풍은 즐겁기 그지없다. ‘증강현실(AR)’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 찬 분위기다. 

무엇보다 포켓몬고는 게이머들을 은둔의 골방에서 해방시켰다. 몬스터를 잡고, 부화시키려면 하루에 몇 km씩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피트니스 게임’으로 불린다.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외신 보도도 들린다. 한 게이머는 “어머니가 20년 동안 내가 밖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는데, 포켓몬고는 이걸 하루 만에 해냈다”며 놀라워했다. 

포켓몬고는 관광산업도 크게 바꾸고 있다.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는 속초, 울릉도는 지역경제가 들썩일 정도다. 독도에서도 한국인이 첫 포켓몬 체육관을 개설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아바타’의 촬영지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호빗 마을에서 피카추 잡기, 눈 덮인 산에서 아이스몬 잡기를 관광상품으로 내놓았다. 

게임은 수학, 물리학, 전자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 각종 학문과 신화, 스토리 등의 콘텐츠가 결합된 상업적인 예술작품이다. 구글맵에 몬스터를 뿌려 하루아침에 전 세계를 사냥터로 만들어버린 포켓몬고야말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다. 

그러나 포켓몬고가 히트하자 국내에서는 “우리는 왜 ‘한국형 포켓몬고’를 먼저 만들지 못했느냐”는 질타가 거세다. 알파고가 충격을 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 알파고’를 만든다며 AI 육성 예산안을 부랴부랴 만들더니, 이번에도 국산 캐릭터를 이용한 ‘뽀로로고’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산업을 진흥시키겠다며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제한을 4년 만에 풀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우리는 늘 유행에 따라 구호만 앞선다. 정부는 최근 국가 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했다. 그러나 ‘다이내믹 코리아’ ‘코리아 스파클링’ ‘창조경제’ ‘하이 서울’ ‘I·Seoul·U’까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가 난무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마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 같은 정권 슬로건처럼 여겨진다. 이러니 국내 최대 굴지의 게임회사인 넥슨이 창조적 게임 개발보다는 권력에 줄을 대는 게임에만 골몰하지 않았을까.

한국도 AIAR, 가상현실(VR) 기술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포켓몬과 같은 ‘킬러 콘텐츠’의 부족이다. 강력한 콘텐츠는 장기간의 지식재산권(IP) 육성에서 나온다. 비디오 게임으로도 성공한 적이 없는 뽀로로 캐릭터를 서둘러 AR 게임으로 내놓았다가는 졸속 복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과 조급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번 주말 포켓몬고의 공식 서비스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과 같은 관광 명소, 박물관 등지에서 포획한 포켓몬 인증샷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판, 영국판 포켓몬고’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도 포켓몬고가 나오면 그냥 즐기자. 지루한 자책은 이제 그만, 설익은 ‘한국형 포켓몬고’도 더 이상 필요 없다.


4. [중앙일보][분수대] ‘퍼스트 맨’을 영접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남성분들께 묻는다. 여자친구 또는 부인이 “대통령이 될 거야. 아니, 당신 말고 내가. 그러니 도와줘”라고 선언한다면?

기꺼이 부인을 외조, 아니 내조할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필립 메이는 그렇게 했다. 영국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 테리사 메이의 남편 얘기다. 필립 역시 학생 시절엔 정치인을 꿈꿨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생 중에서도 엘리트만 모인다는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을 정도로 야심도 컸다.

테리사는 10대 소녀 시절부터 “내 꿈은 이 나라의 총리야”라고 했던 인물. 필립은 금융계로 진출했고 부인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지난 13일 부인의 바로 뒤에서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발을 들이는 필립의 표정은 온화하면서도 우아했다. ‘잘난 부인에게 기가 눌린 못난 남편’이라는 이미지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과는 안드로메다 은하만큼이나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참, 멋졌다.

기자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가 아닌 퍼스트 맨(First Man)을 맞이한 영국도 들썩였다. 필립 메이가 부인의 취임식 날 착용한 구두와 양복을 두고 미러·메트로와 같은 영국 매체들은 “섹시하다”는 표현을 동원해 찬사를 쏟아냈다. “취임식의 주인공은 총리가 아니라 그의 남편이었다”는 헤드라인도 나왔다.

‘퍼스트 맨’은 한국 밖에선 이미 일종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여성 후보가 유력하다. 우리는 어떤가. 필립 메이와 같은 케이스가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성공을 일군 여성들은 싱글인 경우가 많지 않나. 학력·연봉은 물론 신장까지 남자가 여자보다 높아야 한다는 ‘3고(高)’ 원칙은 여전히 알게 모르게 굳건하다(참고로 필립은 구두를 신은 테리사 메이 총리보다 키다 더 작다. 그래도 멋지다).

그런데 이건 비단 남성들만 꽉 막힌 건 아닌 거 같다. 남편 혹은 남자친구 직업을 묻는데 “응, 주부야. 살림하느라 얼마나 바쁜데”라며 싱긋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 여성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남성과 여성 모두 딱딱히 굳은 고정관념의 감옥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암탉이 울어서 잘되는 집안이 나오고,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공군 1호기 트랩을 내려오는 부군이 두루마기 한복 패션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올 것 아닌가.


5. [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여름밤여름밤 ― 이준관(1949∼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올여름,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바로 이준관 시인의 시가 적혀 있다. 처음에 많은 행인들은 이 낯선 시인이 누굴까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인의 ‘구부러진 길’만큼이나 좋은, 또 다른 시를 준비했다. 제목이 ‘여름밤’이라 오늘, 내일, 모레 언제 읽어도 좋을 작품이다.

이 시는 행복하고 찬란하다. ‘아들아, 이리 오너라. 세상은 참 아름답단다. 너에게 그것을 보여주마.’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눈은 반짝이고, 볼은 생기 있으며, 목소리는 낭랑하다. 어찌나 아름다운 세상을 씩씩하게 찬미하는지, 읽으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 시를 읽고 난 누군가가, 본인에게는 저런 여유가 없으며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인은 아주 평범하게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평생 시만 써온 분이다. 그는 좋은 옷도, 좋은 차도, 좋은 집도 없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행복한 마음과 선한 눈과 다정한 미소가 있다. 시인도 세상과 돈에 상처 받는다. 그렇지만 그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세상을 믿고, 시를 믿고, 사람의 선한 마음을 믿는다. 나는 이 시인보다 어리고 맑은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시인이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니 오늘 밤에는 없던 별도 보일 것만 같다. 

평생 믿어온 사람이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이 여름밤을 아름답다고 믿어보자. 잠시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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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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