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김영란법,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적용과 관련한 혼선이 크게 진정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리 사회 건강의 척도가 아직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은 아니라는 증좌이기 때문이다. 농·수·축산물 예외 인정과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정 등 조정할 문제가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시행 후 보완’으로 대세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대 논란거리인 국회의원 포함 여부도 대충 정리된 듯하다. 국회의원도 엄연히 공무원이므로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 더 나아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는 직무연관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다. 의원들이 국민 대표라는 점에서 국민고충 전달 차원의 청탁은 허용하되 공익 목적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사사로운 청탁은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다만 법안의 원래 내용에서 이해충돌 부분이 사라진 건 문제다. 공직자가 자기 가족을 관련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관련기관과 납품계약 등을 맺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살아 있었다면 최근 논란이 된 국회의원의 자녀 보좌관 채용은 원천 봉쇄됐을 것이다. “국회의원만 쏙 빠졌다”는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나려면 국회 스스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행 이후다. 다른 현행법에 부정청탁 처벌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땅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더 이상 방치했다간 선진사회 진입이 요원하다는 절박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게 김영란법이다. 그러나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얕은 편법과 술책들이 벌써부터 온라인, 오프라인을 뒤덮고 있어 걱정이다.
접대 식사비가 3만원은 안 되고 2만 9000원까지는 괜찮다는 인식은 김영란법에 대한 모독이다. 공무원, 기자, 교사 할 것 없이 공짜로 얻어먹는 것을 당연시하며 ‘갑질’하지 말라는 입법취지를 무색케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선물과 경조사비도 상한선만 안 건드리면 문제없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청렴사회를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전 국민의 정신무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혁명’으로 평가되는 김영란법도 기존 규제법의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 '불황형 흑자행진' 어디서 멈출 것인가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6월 12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경상수지 흑자가 121억 7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로써 2012년 3월 이후 52개월 연속 경상수지가 흑자 행진을 거듭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박수칠 만한 일은 아니다. 수출 실적이 좋아서 경상수지 흑자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결과다.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다. 6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 줄어든 반면 수입은 10.1%로 더 많이 줄어든 게 그 배경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내수 부진으로 원자재 등 수입이 더 감소한 것이다. 이로써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라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도 함께 세우게 됐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시장 전선이 하반기에도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만한 회복 기미가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배포한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이 그것이다. 그나마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라는 무역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차하면 순식간에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는 경계선에 놓여 있는 처지다. 그렇다고 우리 입장을 마땅히 호소할 데도 없다.
결국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 기조를 깨기 위해서는 산업 고도화와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조선·해운업종은 물론 건설·화학·철강 등 취약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예산과 추경을 적극적으로 푸는 조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공허한 경상수지 성적표가 그것을 말해준다.
[서울신문]
3. 檢 알맹이 없는 ‘셀프 개혁’이라면 시작도 말라
지난주 진경준씨가 현직 검사장으로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검찰로서는 ‘참극’이었다. 그러자 검찰은 부랴부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다. 걸어다닌 비리 종합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은 낯을 들 수 없는 지경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비리, 검사 자살 사건, 전직 검사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까지 줄줄이 겹쳤으니 검찰의 속이 얼마나 답답할지 빤하다. 개혁 선언을 하지 않고 하루도 더 버틸 수 없던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리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개혁 과제로 내건 것은 청렴문화 확산,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 검사실 업무 합리화,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등이다. ‘셀프 개혁’을 하겠다고 검찰이 밝힌 내용들에서는 그러나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알맹이 없이 두루뭉술한 구두 선언으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검찰 울타리 밖의 우려와 내부의 긴장감 사이에는 온도 차가 너무 많이 나는 듯하다. 이번에도 별 기대를 품기 어렵겠다고 지레 혀를 차게 되는 까닭이다.
검찰의 셀프 개혁은 식상할 만큼 식상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3년 검사와 피의자의 성관계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셀프 개혁 카드를 꺼낸 검찰은 한번도 속 시원한 결과물을 보여 주지 않았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장담하더니 결국 자기 식구인 검사 출신을 심었다. 기소독점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기소배심제 도입을 약속하고서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번번이 그런 식이었으니 검찰의 자정 선언을 귓등으로 듣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 검사장의 다채로운 뇌물수수 비리는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진경준 사건만 놓고도 검찰은 내부를 찌르는 비장한 개혁의 변죽도 울리지 않았다.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린 현안이건만 조직의 치부는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게 숨겼다. 최근의 비리들은 검찰 내부에서 부정과 비리를 감싸 준 덕분에 괴물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도 검찰이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개혁의 본질을 비켜 가지 말아야 한다. 또 면피로 끝낼 요량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여론이 왜 이토록 뜨겁게 지지하는지 그 의미를 새겨 보면 해답이 나온다.
4. 北 해킹에 뚫린 외교·안보 부처의 허술한 보안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 일부 공무원들의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가 북한 해킹 조직에 넘어갔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해커들이 개설한 피싱 사이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접속해 스스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북한 해킹 조직의 먹잇감이 된 피해자들이 대부분 북한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라는 점에서 타깃을 정해 놓고 개인정보를 훔치는 스피어피싱 공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국가 기밀 자료가 포함돼 있을지 모르는 이들의 이메일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무엇보다도 피해자 중에는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현역 군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데 이런 허술한 보안 의식으로 어떻게 북한의 집요한 사이버 공격을 제대로 막아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북한 해킹 조직은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과 방위산업체 임직원, 북한 관련 연구소 교수 등 90여명의 이메일 계정을 노렸다. 올 1월부터 총 27개의 피싱 사이트를 개설, 외교부와 방산업체·대학교·각종 포털업체 사이트 보안 담당자를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확인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에 속아 피싱 사이트의 비밀번호 변경 창에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한 피해자가 56명에 이른다. 북한 해킹 조직은 2014년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당시 비슷한 수법을 이용한 바 있다. 누구보다 철저한 보안 의식을 갖추고 북한 해킹 시도에 대비해야 할 외교·안보 부처 인사들이 아무런 경각심 없이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니 해당 부처와 피해 당사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이 강하게 우려했을 정도로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찰총국 산하 121국이 직접 해킹을 주관하고 있다. 6000여명에 이르는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은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의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해킹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건·금융·산업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해킹해 회원 정보를 빼돌린 뒤 돈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규모 해킹 시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들조차 이토록 보안 의식이 희박하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범정부적 차원의 북한 해킹 대책 수립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5. 성주 사드 민심 수렴하되 갈등 조장 말아야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어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을 방문했다. 국회 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사드 반대 당론을 확정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심이 들끓는 현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찬반 논란이 비등하는 현안에 대해 민심 수렴은 필수이겠지만, 대안 없이 갈등만 조장해서도 곤란할 게다. 우리는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진 정치인이라면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진 측면과 지역민의 피해 의식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본다. 정당이 국가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여론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갈등을 대치가 아닌 대화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현장 방문에 앞서 “오늘을 계기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마침 성주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안전 협의체 등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잘못된 신호를 준 형국이 아닌가.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이 애초 우려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일종의 혐오시설을 정부가 사전에 일언반구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배치한 것 자체가 불만일 게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그런 여론을 전달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건 정당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혹여 원내 야당인 국민의당이 사드 촛불집회를 기웃거릴 요량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법 독재’가 거론될 정도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거 군사정부 때와 같은 장외투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다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정당이 중·러와의 군사·경제적 마찰에 대한 우려나, 특히 우리 지역에는 배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예컨대 고준위 방폐장 설치 등 꼭 필요한 국가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들이 결정권을 매번 지역민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사드 문제는 지역 민심을 최대한 수렴해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결론을 내고, 정히 이에 불복하는 정당은 “우리 당이 집권하면 사드 기지를 없애겠다”고 공약하고 대선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구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매일경제]
6. 서둘러야 할 부적격자의 운전면허 통제와 관리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 도심 교차로에서 광란의 질주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승용차 운전자 김 모씨가 뇌질환에다 심장 협심증 환자로 순간 발작을 일으켰을 수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는 정기적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가끔씩 정신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데도 통제되지 않은 채 버젓이 운전을 하다가 참사를 냈다.
운전자는 사고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한다. 더욱이 2013년 이후 낸 교통사고 중에 운전 중 보행로를 타고 올라가는 비정상적인 사고마저 있었다니 어떻게 계속 운전면허를 유지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도 방치됐음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못해 분통까지 터질 지경이다.
이번 사고는 뇌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운전면허 취득과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차량을 보행로로 몰고 올라가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낸 김씨의 전력을 볼 때 뇌전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 측 견해다. 뇌전증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으로 운전면허시험 응시 결격 사유다.
김씨는 1993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그동안 두 차례 적성검사를 받고 면허를 갱신했으나 뇌질환 검증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현행 규정에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당사자가 병력을 밝히지 않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적성검사도 시력이나 청력 등 간단한 검사만 할 뿐이라 뇌질환 등을 걸러내지 못하니 유명무실하다.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나 뇌질환 환자의 운전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려면 운전면허 취득과 갱신 단계에서 심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개인 병력을 운전면허 발급기관과 병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정밀 감정해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있다니 참고할 만하다.
인지나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자들도 운전면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 단위로 줄였지만 더 단축하고, 연령대 차별 없이 실시하는 적성검사를 나이별 맞춤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7. 野, 부자 증세 전에 면세자 축소부터 말하라
야당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소득 총액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행 세법은 과표 1억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38%의 최고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초고소득자에 대해서는 그보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정부는 고소득자 세금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소득세 부담이 적은 편이다. 2014년 소득세 세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3년 8.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도 16%대에 그쳐 24%대인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세 부담은 소수의 고소득자에 집중된다. 2014년 종합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자는 전체 신고자의 0.3%인 1만8000여 명이었는데 이들이 전체 소득의 15% 남짓을 차지하고 전체 세액의 33%(6조9000억원)를 부담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표 8800만원 초과자가 전체의 1.6%인 27만여 명인데 이들이 전체 소득의 10% 가까이 차지하고 전체 세액의 40%(10조3000억원)를 냈다.
하지만 전체 납세대상자 중 48%(802만명)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근소세 면세자 비율은 2005년 48%에서 2013년 32%로 꾸준히 낮아지다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땜질 처방 탓에 다시 급증했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제를 운영하는 일본의 면세자 비율이 16~18%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은 가능한 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을 추구하면서 세수 증대와 공평 과세를 균형 있게 도모하는 것이 돼야 한다. 야당은 소수의 고소득자에게만 세 부담을 늘리는 안을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그 전에 먼저 지나치게 높은 면세자 비율을 대폭 낮춰 국민개세(國民皆稅)의 원칙이 실현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적인 발상으로 세제의 기본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8. 신뢰 갉아먹는 은행 ISA `수익률 뻥튀기` 막아야
IBK기업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을 부풀려 공시했다가 신뢰 손상을 자초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4월부터 판매에 나선 ISA의 수익률을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공시했다. 매일경제는 그중 기업은행 일임형 ISA 수익률이 부풀려진 사실을 지적했고 기업은행은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을 잘못 해석한 결과'라며 오류를 인정했다.
기업은행은 당초 은행권 일임형 ISA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낸 것으로 공시했던 '고위험스마트 모델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을 2.05%에서 0.84%로 수정했다. 첫 수익률 공시에서 노출된 이런 오류가 은행권 일임형 ISA에 대한 신뢰를 전반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적금은 물론 주식·펀드·파생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로 매년 2000만원씩 5년 동안 1억원에 대해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농어민·자영업자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도입됐지만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임형 ISA를 은행권에 허용할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일임투자 경험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무턱대고 판매실적을 올렸다가 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하거나 예상보다 수익률이 낮으면 은행 신뢰만 손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수익률 공시에서 뻥튀기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3개월에 적어도 1회 이상 MP를 재조정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ISA 약관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은행권은 ISA 판매 초기 직원 1인당 판매목표를 할당하는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으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 판매한 일임형 ISA 계좌 수는 증권사를 크게 웃돌지만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저조해 애당초 은행권에 이 상품을 허용한 것이 옳았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ISA가 은행권 신뢰를 더 실추시키지 않도록 은행들이 영업직원 전문성 강화와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은행·증권사의 ISA 운영·판매에 대해 수시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동아일보]
9. 19개월째 수출 줄어도 정부는 위기의식 없는가
7월 수출이 10.2% 줄어들면서 한국의 수출이 월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구조가 굳어져 6월 경상수지 흑자는 반갑지 않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년에 비해 조업일수가 1.5일(6.6%) 줄어들고 선박 수출이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 탓”이라며 “8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안이한 설명이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회복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회복을 기대했다. 결국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는 흐름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한국이라고 지적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뼈아플 정도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중간재를 중국은 이제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한국이 놓친 선박 수출은 이미 중국에 돌아갔다. 휴대전화나 첨단 TV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다. “가계부채와 노동인구 감소, 그리고 정부의 의미 있는 대응 부족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도 10년은 연 2%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달려들기는커녕 1년 7개월 남은 현 정부의 실적에만 관심을 두고 백화점식 단기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 때 거론되는 방안이라고는 세제 지원, 수출금융과 종합상사 확대, 자유무역협정 활용 같은 구태의연한 지정곡뿐이다. 지금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해 ‘수출한국’의 목을 조를 태세다. 정부가 6월 강조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관료들부터 일시적 모면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연합뉴스]
10. 이화여대 학내 갈등 대화로 풀어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사학 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 문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사흘째였던 지난달 30일에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1천600여 명이나 되는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감금'됐다고 주장한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경찰 병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농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1일에는 참가 학생 수가 더욱 늘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학생들 가운데 '감금 행위 주동자들'을 가려내 이른 시일 안에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혀 이 사태가 형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갈등의 발단이 된 미래라이프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한 단과대학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의 과정을 운영하며 정원은 150여 명이다. 지난 5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해 선정된 이화여대는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2017학년부터 4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관해 학교 측과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부로부터 30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면서 "기존 학생들은 물론 미래라이프 대학의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학교 측은 "입학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교육과정을 준비해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라며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의 설립과 관련한 일정을 중단할 뜻을 밝히고 학생들에게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바로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최 총장은 학생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점거농성 해제를 든 반면에 학생들은 최 총장이 농성장으로 와 면담하기를 바라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이루는 모양새다. 학교 당국이 진작 학생, 교수, 동문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벌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 측이 밝힌 대로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명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은 군대나 사기업과 같이 지도자가 결정을 하면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뒤를 따르는 조직과는 의사결정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
학생들의 대응 역시 문제가 있다. 학교 측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 설립자의 동상을 훼손하고 농성 중 교수와 교직원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지성적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총장이 문제가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까지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는데도 강경한 주장을 고수하면서 농성을 풀지 않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학교 당국과 학생들은 이제부터라도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경찰도 학내 문제에 섣불리 개입해 사태를 격화하는 것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금' 혐의에 대한 형사적 처리는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고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힌 후에 본격 착수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일주일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
“전화 안 받으셔서 완전 잠수 타신 줄 알았어요.” “감옥가신 줄 알았어요. 해외도피 하실 분은 아니고, 하하.” “왜 문자를 씹지, 나한테 화났나 생각하다 휴대폰을 분실했을 것 같아서 통쾌했어요. 맨날 나보고 덜렁거린다고 핀잔줬잖아요.” “세상하고 담쌓고 살 것 아니면 휴대폰은 켜 놓고 다니셔야죠.”
겨우 일주일 휴대폰을 꺼 놓았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온갖 추측으로 나는 사람이 아닌 무엇이 되어 있었다. 네트워크 체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이 세상에 살지만 완전히 단절된 존재, 서서히 멀어져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겨우 일주일만 어떤 정보도 보지 않고 어떤 문자나 메시지도 받지 않고 생활해 본 것뿐인데.
첫날은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책도 읽고 해방된 느낌이었다. 둘째 날이 되니 ‘혹시 중요한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친구 어머님이 위독하다고 하셨는데 염려되기도 하고, 다음 주 강의 때문에 원고 달라고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셋째 날은 한 번만 문자를 보고 다시 꺼야 할지 망설여졌다. 청년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혹시 사고라도 치지는 않았는지 온갖 상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성주 사는 후배는 사드 반대 데모에 가서 다치지는 않았는지, 북에서 엄포 아닌 실제 국지전을 감행하는 건 아닌지, 평소에는 전혀 없던 애국심마저 생기는 거였다.
넷째 날이 되니 아, 내가 사이보그였구나, 기계와 유기체의 통합으로 살아왔구나 하는 자각이 든다. 기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안경 빼면 뵈는 게 없고 핸드폰 없이는 소통도 못하고 길도 못 찾는 무능한 존재,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의해서 내 삶이 길들여지고 좌우되는, 오히려 인간이 기계의 부분 같은 오싹함이 드는 거였다.
인류의 조상이신 ‘오선생님’(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래 꾸준히 인간은 진화를 거듭해 왔는데 알고 보니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기계가 다시 인간을 진화시키고, 조금 진화된 인간이 발전된 기계를 만들어 그 발전된 기계에 의해 또다시 인간은 진화되고 결국 기계와 인간은 같이 ‘공진화’한 거라는 학자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셨군요. 일하셔야죠.” 그래, 스마트폰이 있어야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구나.
하지만 일주일 동안 별일 없었고 가끔은 영혼의 접속을 어디에 해야 할지 깨닫기 위해 휴대폰과 이별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한 일주일이었다.
2. [서울신문][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영화 코어에서 인터스텔라까지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밤낮없이 뜨거운 날이다. 더운 날씨에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아 영화업계도 앞다퉈 대작을 쏟아내고 있다. SF는 영화계에서 사랑하는 주제 중 하나다. 지구과학에서 특히 주목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2003년 개봉한 ‘코어’라는 작품이다.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개발한 무기가 가동되면서 지구 내부에 액체로 이루어진 외핵의 운동이 멈춘다.
그에 따라 지구자기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지구상 생명체가 절멸할 위기에 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지구 내부로 들어가 운동을 멈춘 외핵에 핵폭탄을 터트려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지구과학을 주제로 다룬 것도 흥미롭지만, 지구 내부로의 여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장면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구 내부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영화 제작 과정에 많은 지구과학자가 자문단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지구 내부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코어(핵)는 철과 니켈을 주 구성성분으로 하며 내부 압력이 매우 높다. 이곳에는 지구 생성과 함께 많은 에너지원이 쌓여 있고 높은 열이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다. 고온, 고압 환경 때문에 액체 상태인 외핵과 고체 상태인 내핵이 분리되어 공존하고 있다. 액체 상태인 외핵은 지구 생명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 내부의 열과 지구 자전으로 외핵 내에서는 끊임없이 액체 철의 유체 운동이 발생하고, 그 결과 지구는 거대한 막대자석의 성질을 가지고,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이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을 차단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지구가 생성된 지 45억년 동안 외핵은 꾸준히 운동하며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언젠가 지구 내부의 열 에너지원이 바닥나고 내부가 식어 외핵이 고체 상태로 변하면 지구는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외핵은 지구의 자전 속도도 조절한다. 행성은 생성 초기 빠른 회전으로 행성의 모양을 만들고 고유의 자전 속도를 유지한다. 지구는 외핵이 액체로 되어 있어 내핵과 지구 표면이 분리된 채 각기 다른 자전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이 밝혀져 과학계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구 내부의 이해는 다른 외계 행성의 환경과 성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최근 우주 선진국들은 다양한 외계 행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외계 행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인터스텔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이해는 우주의 신비를 푸는 열쇠다.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지구와 다른 행성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부 발견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기초과학 분야의 발전은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며, 시간과 연구 역량 투입에 비해 당장의 경제적 효과와 국가적 이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꾸준한 지원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2014년 4.29%로 세계 1위, 절대 금액 면에서도 세계 6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 총액이 19조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천 기술개발이나 거대 과학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소홀하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지식과 정보가 당장의 먹거리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과 정보는 인류의 원초적 호기심을 푸는 열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류가 갑작스레 당면할지 모르는 생존의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원홍]올림픽 엽기 사건
올림픽에서는 엽기적인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려고 속임수를 쓰다 일어난 사건이 많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 근대5종 단체전 경기에서였다. 근대5종은 수영 승마 펜싱 사격 크로스컨트리(육상)를 함께 치르는 종목이다. 튀니지 대표팀과 상대하던 선수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펜싱 경기에 나선 튀니지 선수들의 경기가 너무 똑같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튀니지 대표팀 선수 3명 중 1명이 다른 2명을 대신해 경기를 했다. 펜싱 경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점을 이용했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들켰고 실격 처리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600m 계주에 나설 예정이던 푸에르토리코의 마델리네 데 헤수스는 대회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자신을 응원하러 온 쌍둥이 자매를 몰래 경기에 내보냈다.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은 결선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코치가 상황을 알아채고 사태가 커지기 전에 팀을 결선에서 철수시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 출전했던 독일의 도라 라트옌은 4위를 한 뒤 2년 뒤에는 세계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였다. ‘그녀’를 수상하게 여긴 동료들로 인해 그의 정체가 밝혀졌고 기록은 삭제됐다.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벌어진 사건도 많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태권도 80kg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쿠바의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킥을 날려 쓰러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외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이용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선두를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가 결승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37km 지점에서 닐 호런이라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쓰러졌다. 호런은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다 같이 춤을 추자”고 주장해 왔다.
호런은 춤이야말로 사람들을 평화로 이끌 수 있다며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자신과 함께 춤을 추자고 했다. 호런은 올림픽 이전에도 시속 250km가 넘는 자동차 경주장에 뛰어들어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호런 자신은 세계 평화를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이런 사건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올림픽을 방해했다. 리마는 결국 3위에 그쳤고 브라질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분노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의 올림픽이 마주한 현실에 비하면 과거의 이런 사건들은 어쩌면 소극(笑劇)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성적과 명예에 대한 욕망은 자매를 대신 출전시키거나 다른 선수를 대리 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의 예에서처럼 국가가 개입하는 대규모 도핑 사태로 번졌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피를 새로 수혈받거나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기괴한 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다.
춤으로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은 돌이켜 보면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은 대규모 테러의 공포 아래 놓여 있다. 테러는 합리적인 소통을 거부한 채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강요하는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폭력이다.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위협은 역설적으로 올림픽의 광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성실성과 도덕성, 그리고 타락한 욕망의 유혹을 물리칠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요소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런 점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미래를 위한 전사들이기도 하다. 6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막한다. 당당히 싸우고 돌아오라.
4. [동아일보][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에 ‘이모’들이 많은 까닭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구로 국제어린이영화제가 서울 구로구에서 열렸다. 일본 영화 ‘사랑이 꽃피는 가족’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지방창생’(지방 부흥)의 일환으로 시즈오카 현 미시마 시민 약 1만 명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영화다. 일본 전통가옥도 촬영 장소로 제공받고, 많은 일반 시민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인구가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지방은 고령자만 남아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골을 부흥시키자는 운동이 국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영화도 제작 과정을 통해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증폭시키고 고향 자연의 아름다움, 전통문화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을 모으는 효과를 얻었다.
일본의 축제는 마을을 결속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악과 춤, 의상으로 1년 동안 축제 준비를 한다. 지금도 지역별로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가마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축제가 없어지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영화는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을 이루게 됐는데 부부가 “가족이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열매가 열리고 씨가 땅에 떨어지는 과정을 가족의 모습으로 비유했다. 또 옛날 서당 같은 곳에서 함께 배웠던 동무들도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대사도 나온다. 뜻을 함께하여 같이 가는 사람들도 가족이라고 말했는데 이 개념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정착되어 있다.
나의 일본어 제자는 나에게 이모를 여러 명 소개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은 친척이 많은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했다. 식당에 가도 이모가 있고 그냥 이모가 있고 아는 이모가 있고 나중에야 친척이 아님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상대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알아야 경어를 쓸 것인지, 편하게 대할 것인지 태도를 정할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만나자마자 ‘형, 동생, 언니, 누나’라고 정하는 것도 특유한 일이다. 일본이나 유럽 쪽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결혼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 본인이 말할 때까지 물어보지 않고 지내는 일도 많다. 10년 전 알게 된 동업자가 결혼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물어보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전철에서 옆 좌석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계단 앞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을 때 젊은 남자가 들어다 주는 것도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대가족주의라는 큰 사회 통념이 있다. 연세가 드신 분을 부모처럼 대하고 남의 집 자녀를 내 자녀처럼 보살피는 등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서울시나 구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의 ‘지방창생’과 통하는 것을 느낀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아이들을 돌보기가 어려운 가정은 마을에서 함께 밥도 먹여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고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도 안심하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고 자녀들도 방치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공동체 모두가 가족처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정신적 교육적으로 지원해 주는 체제가 되면 범죄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열심히 일해도 아이들을 정서적 교육적으로 돌봐 주는 역할을 못 하면 자녀들은 공부도 못 하고 좋은 직장도 못 구하고 환경은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마을공동체 결속이 필요한 때다. 연세가 드신 분을 자신의 조부모, 부모처럼 생각하고 어느 아이들에게도 자식처럼 잘해 주고 마을 전체가 한 가족처럼 필요한 역할을 서로 해줄 때 한국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퇴직한 교사, 예술가, 상담사들이 재능기부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모든 지역에서 꾸준히 이뤄졌으면 한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라고 각자의 재능을 계발하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스승의 역할을 더불어 해줄 수 있는 사회 기구가 필요하다. 한국의 대가족주의가 한국뿐만 아니라 국가, 인종의 벽을 넘는 가치관으로 온 세계에 확산되면 좋겠다.
5. [중앙일보][삶의 향기] 세상의 꼰대들과 결별하는 방법
순대·곱창·돼지 껍데기·닭발·산낙지·번데기…. 생각만 해도 침이 절로 고이는 ‘소울 푸드(Soul Food)’ 목록이냐고? 아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실린 일명 ‘아재 테스트’다. 30여 종의 음식을 나열하곤 그중 먹을 수 있는 것들의 개수를 세어 보란다. 내 경우 딱 한 가지가 아리송했다. 새끼보. 암퇘지의 자궁 부위를 일컫는다는데 경험이 일천해서인지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머진 다 먹는다고 답하니 어이없게도 나더러 ‘뼛속까지 아재’란다.
편식하지 않는 건전한 식습관을 가졌을 뿐인데 다짜고짜 아재로 낙인찍다니. 울컥 억울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뒤져봤다. 요즘 뜨는 가요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ㅇㄱㄹㅇ(이건 레알)’ 따위 유행어를 얼마나 아는지 묻는 비슷비슷한 판별법이 난무한다. 입맛이 아니라 노래나 말을 잣대로 자가 진단을 해 봐도 결과는 거기서 거기. 이쯤 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 기를 쓰고 아닌 척했지만 실은 아재 맞다”고.
그래도 아재는 양반이다. 연식이 좀 오래돼 감이 떨어진다는 것뿐 심각한 비호감의 대상까진 아니다. 청년들 입장에선 자기들과는 다른, 그래서 배려가 필요한 ‘옛날 사람’ 정도랄까. 문제는 꼰대다. 단지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그 많은 나이를 흡사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시대착오적 족속을 칭하니 말이다. 젊은 세대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불통의 대명사다. ‘설마 난 아니겠지’ 하면서도 내친김에 시중에 나도는 ‘꼰대 테스트’까지 도전해 봤다.
‘"내가 너희만 할 땐~”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누굴 만나면 대뜸 나이부터 물어본 뒤 어리면 말을 놓는다/"솔직하게 말하라”고 해 놓곤 막상 후배가 그렇게 하면 기분이 상한다/회의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자”고 한 뒤 결국 먼저 답을 제시한다…’
이 리스트를 보며 가슴이 뜨끔한 건 과연 나뿐일까. 그나마 판정 결과가 ‘꼰대 경보 발령’에 그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아직은 만회할 여지가 남아 있단 소리니까. 할 수 없는 건 빼고, 급한 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 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너희만 할 땐~”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라도 줄여 볼까 한다. “난 신입 때 소주 한 잔도 못 마셨는데 선배들이 주는 대로 다 받아마시다가 주량을 두 병까지 늘렸잖아.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는 거야” “칼퇴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옛날엔 야근한 뒤에도 ‘집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겨우 갔거든”… 1988년이면 모를까 2016년엔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얘기들 말이다.
‘권력간격지수(Power Distance Index)’란 말, 혹시 들어 보셨는지? 네덜란드 사회학자 기어트 홉스테드가 만들었는데 특정 집단이 권위나 위계질서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나타낸다. “직원들이 상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데도 무서워서 말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나” “나이 많은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인가” 등의 질문을 던져 측정했다고 한다. 다들 짐작할 수 있듯 한국은 이 지수가 높은 축에 속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 지수가 절대 높으면 안 되는 대표적 조직이 바로 항공사다. 조종사들 간의 원활한 소통 부족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단 항공사뿐일까. 어디든 젊은이들은 입을 다물고 기성세대만 목소리를 높이는 조직의 미래가 밝을 턱이 없다(얼마 전 멀쩡한 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 조직만 봐도 뻔하지 않나). 더욱이 기상천외한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지 않고는 삼성이 아니라 삼성 할아버지라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요즘 기업마다 창의력을 높인다며 앞다퉈 조직 문화 바꾸기에 나선 건 그래서다. 오랜 세월 수직적인 질서에 안주해 온 꼰대들로선 무시무시한 퇴출 위기를 맞은 셈이다. 좋든 싫든 청년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만이 살길이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앞서 소개한 꼰대 테스트 속에 답이 있지 않나 싶다. 상대가 듣기 싫은 말 안 하고, 하고 싶은 말 들어 주란 얘기다.
이도 저도 힘들면 틈나는 대로 아재개그라도 날려 보시라. “항상 미안한 동물은? 오소리” “새우가 출연하는 사극은? 대하사극” “가장 야한 채소는? 버섯”… 소통을 위해 이 정도까지 망가질 수 있다면 비웃음을 살망정 적어도 꼰대 소리는 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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