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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이화여대 사태, 최경희 총장이 키웠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계획을 둘러싸고 빚어진 이화여대 학내 사태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경찰 병력이 투입된 데 대한 반발심까지 작용한 결과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어제 엿새째 이어진 가운데 졸업생과 학부모들까지 시위에 가담하는 양상이다. 일부 졸업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 졸업장 사본을 붙여놓고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갈등이 확대된 데는 학교 측의 책임이 크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계획을 추진하면서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교수들에게조차 며칠 전에야 이런 계획이 이메일로 전해졌다고 한다. 단과대학 신설규정 마련을 위한 절차상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최경희 총장이 본부 보직교수들 위주로 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얘기다.

직장인이나 사회인을 위한 재교육 계획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요즘처럼 실생활에 적용되는 지식·기술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거듭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평생대학원을 통해 비슷한 전공과정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단과대학까지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점에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졸업장 장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만도 하다.

사태의 배경에는 재정지원을 앞세워 학교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교육부도 무관할 수 없다. 이번 평생교육 계획도 교육부의 지원사업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계획으로 교육부 선정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올해 30억원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의 집단 반발로 최 총장이 “관련된 향후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계획을 완전 철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본관을 점거·폐쇄했다는 자체가 옳지 않다. 시위 대열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이제 사태는 미래라이프 설립철회 차원을 넘어 최 총장에 대한 퇴진요구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서로 한발씩 물러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성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만큼 이번 사태도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2.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 기껏 이 정도인가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가 지금도 유효한가. 위안부 합의가 가까스로 타결된 지난 연말 이래 줄곧 제기되는 의문이다. 일본이 자꾸 딴소리를 하는 탓이다. 지난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출범으로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행이 본격 국면에 들어섰는데도 소녀상 철거 요구 및 재단출연금의 배상금 성격 부인 등 일본의 망발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급기야 일본 집권 자민당 3인자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까지 망발에 가세했다. 그는 최근 TV대담에서 “소녀상은 ‘일본군이 20만명의 젊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인식의 상징”이라는 황당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양국이 합의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면서 한국 측의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소녀상 철거가 양국 합의사항인 것처럼 포장하는 농간까지 부렸다.

‘소녀상’은 물론 ‘이전’, ‘철거’ 등의 용어는 합의문 어디에도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서술돼 있을 뿐이다.

이나다는 출연금 10억엔이 ‘미래지향적’ 용도로 쓰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역시 합의문에 없는 내용이다. “위안부의 명예·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쓴다”가 전부다. 딱히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반성, 일본 정부예산 투입에 비춰볼 때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해석된다. 출연금을 오롯이 피해자들에게 쓰려고 재단운영비까지 떠안은 우리 정부의 순수한 노력을 짓밟는 망언에 분노가 치민다.

아베 총리가 ‘첫 여성 총리감’으로 꼽는 이나다의 이런 인식에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측 시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일본 정·관계 인사들은 여전히 역사 왜곡을 거듭하며 ‘불가역적 합의’를 무색케 하고 있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 본인들을 포함해 국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터에 일본의 방약무인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 최악의 경우 합의 파기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본때를 보여야만 한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서울신문]

3. ‘인증 취소’ 폭스바겐, 소비자 두려워해야

요즘에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배출가스 실험인증서 조작이 발생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자회사 아우디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어제 배출가스 인증서를 허위로 작성해 2009년 7월 25일 이후 판매한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 8만 3000대를 인증 취소하고 국내 판매를 중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증 실험을 하지 않고 차량을 판매한 폭스바겐에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인증이 취소된 12만 6000대를 포함하면 2007년부터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한 30만 700대 가운데 68%인 20만 9000대가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가 정지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스캔들인 동시에 폭스바겐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조는 독일에서 인증받은 아우디 A6의 시험성적을 아우디 A7인 것처럼 속여 제출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이 우리 정부와 소비자를 우습게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이 터지자 미국에서는 17조원을 배상하겠다고 납작 엎드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겠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지난해 환경부가 12만여대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리자 세 차례나 부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고압적인 자세까지 보였다.

우리나라 환경 관련법이 국내 기업을 육성한다는 이유로 허술한 건 사실이지만 조작은 엄연히 성격이 다르고 명백한 범죄행위다. 환경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난 개정 법률을 적용하면 최고 68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스바겐 측이 지난달 25일부터 32개 차종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 상한액 10억원을 적용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은 그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증서가 조작된 건 사실이나 배출 기준은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폭스바겐 측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이 아닌 100억원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인 ‘옥시사태’에서 보듯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할 수 있음도 깨닫게 해 줄 필요가 있다.

4. 이해충돌 방지 조항 살리기 아직 늦지 않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 이후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그런 징후다. 이 개정안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1, 2당 지도부가 최근 헌재의 합헌 결정에 따라 현행 김영란법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영란법의 원래 이름인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되찾겠다는 데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는가. 우리는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법 시행 전에 공직 부패를 뿌리 뽑으려는 김영란법의 본뜻을 온전히 되살릴 방도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각계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혁명적으로 제고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의 이면에 소비를 얼어붙게 해 경제를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드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의) 기본 정신은 단단하게 지켜 나가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내수 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의 일단을 표시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김영란법 개정 내지 보완 움직임은 그런 맥락에서 십분 이해가 간다. 이를테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시행령을 개정해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을 3만·5만원에서 5만·10만원으로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논의들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시행령을 고쳐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행 김영란법의 허술한 구멍을 메우는 보완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반쪽 김영란법’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해충돌이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직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면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채 공직사회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겠는가. 다만 9월 28일 시행이 예정된 마당에 김영란법을 개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여야가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 의기투합한다면 방법을 왜 못 찾겠나. 국민권익위가 마련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을 별도로 처리하는 것도 대안이다. 국회는 친족을 보좌관이나 인턴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은 서영교 의원 파동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기 바란다.

[동아일보]

5. 국민과 괴리된 대통령 현실 인식, ‘보고서’만 본 탓인가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할 때마다 인적 쇄신 방안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휴가 뒤 첫 국무회의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안보·경제·국론분열의 복합 위기에 ‘민중은 개돼지’라는 고위 공직자의 망언, 공직 기강 해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논란까지 겹쳐 조각(組閣) 수준의 전면 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어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의 거취나 정국 수습용 개각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않고 “우리 경제 회복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박 대통령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을 기록했다”며 소비-투자-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제 2400여 개 제조업체 중 절반이 “지금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라고 답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과는 딴판의 현실 인식이다.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장밋빛 경제전망을 말했을지 모르나 4·13총선 전에 국회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책상을 쳤던 ‘야당 책임론’을 또 시작한 느낌이다. 

국민의 삶과 괴리된 인식을 대통령이 갖게 된 것이 경제 부처에서 비서실을 통해 올라오는 보고서에 매몰된 때문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경기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 밸리 방문 사례를 들면서 “창조경제 활성화로 창업 벤처 붐이 본격화됐다”고 했지만 동의할 경제 전문가가 있을까. 참모들이 일부 ‘잘나가는’ 현장 중심으로 대통령 행차 일정을 짜서 전체적 상황을 모르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수출이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떻게 청와대 보고서를 써 올릴지는 안 봐도 훤하다.

박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드 배치에 대해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며 ‘감성 언어’로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금의 국론 분열상이 벌어지기 전에 군통수권자로서 좀 더 선제적, 적극적으로 대(對)국민 설득에 나섰다면 대통령 지적처럼 ‘괴담과 유언비어로 안보의 근간마저 위태롭게 흔들리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추경도 타이밍이 늦으면 효과가 반감되듯, 대통령의 설득도 실기(失期)하면 울림이 없다.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단체장도 직접 만나겠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성주 방문이나 성주 주민들의 청와대 초청을 통해 호소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우 수석 거취에 입을 다문 것은 여론에 귀를 닫고 ‘일방통행 식 국정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통보로 들린다.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 검증 실패만으로도 문책 대상이다. 설령 개각을 한다 해도 우 수석의 인사 검증은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됐다.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민심을 도외시한 채 ‘마이 웨이’로 일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을 연상케 한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매일경제]

6. 수출 회복 찬물 끼얹는 원화 강세 예의주시해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19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우리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이 생길까 우려된다. 

그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13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올랐다. 어제는 단기간 상승에 따른 조정이 이뤄지면서 1110원으로 회복됐지만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1.2%(연율 기준)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6월 경상수지가 121억6000만달러로 5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를 점치는 이유다. 브렉시트 여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다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원화 강세는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과 저유가에 따른 저물가,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7월 수출도 410억4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2%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채산성이 떨어지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을 제거한 하루 평균 감소율이 -1.6%로 올해 들어 최소치를 기록했고, 이달 이후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화 강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가는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험이 있고 지난달 1.25%로 인하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환율이 요동칠 때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도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등 환율 급변동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7. 관영매체 동원해 사드 막말 나선 中의 무례한 행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바꿀 수도 없는 문제"라고 못 박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탑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끊임없이 고도화시키고 있는 상황인데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는데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중국의 사드 반발,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속에서 언제까지 자중지란을 계속해야 하는지 국민도 답답한 심정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는데 서둘러야 한다. 내분을 빨리 수습하고 사드 보복을 가시화한 중국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협박성 사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1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를 자처한 것"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은) 악과(惡果·나쁜 열매)를 스스로 먹는 결과"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21세기 상호평등과 호혜원칙에 입각한 정상적 국가 간에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적 무례와 고압적 언사를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중국은 평상시에는 G2로서의 위상과 책무를 앞세우다가도 자국의 이익이 걸린 문제만 나오면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종주국 행세를 지켜보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심기 또한 편할 리 없다.

중국은 한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판정, 화장품 검역 강화, 지방단체 교류 중단,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까지 사드를 빌미로 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수출 시장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런 식의 몽니를 계속 부린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민적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6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쌓아온 시진핑 주석과의 붕우(朋友·오랜 친구) 관계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중이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야겠지만 그 전에 중국의 도를 넘은 외교적 무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8. 유해물질 500t 바다에 버린 공기업 엄벌해야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의 울산화력본부가 지난 5년간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 500t과 폐유를 바다에 방류하다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호흡기 자극, 태아의 생식 능력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이 회사는 물과 기름이 혼합된 폐유를 바다에 몰래 버리기 위해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까지 설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폐유는 별도 공간에 저장했다가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공기업이 5년 동안 상습적으로 해상 환경을 파괴하는 불법 행위를 해온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해 울산 해양경비안전서가 조사에 나선 것이니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바다에 유해물질을 쏟아내는 것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 어민들의 생업에 큰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인명에도 해를 끼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냉각수의 거품을 제거하는 실리콘계 소포제로 해양환경관리법상 배출 제한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동서발전 측은 이 물질은 허용 농도 등 세부 기준이 없어 타 발전소도 사용했고, 논란이 있어 2015년 8월부터 다른 물질로 변경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농도 제한 없이 배출이 금지된 물질이라는 것이 해경 측 설명이다. 잠수펌프 설치도 위법인데 태풍으로 폐유가 넘쳐 해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업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면 부도덕한 것이고 부주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사건이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울산 해경은 업무 담당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인데 유해물질 방류가 실무자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만큼 윗선의 방조나 묵인이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임직원들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이라면 엄벌해야 한다. 

공기업이 유해물질을 바다에 콸콸 쏟아내고 있으니 민간기업의 도덕불감증은 더 최악일 수 있다. 해경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해양 오염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9. 9월 시행 김영란법, 고치려 들기보다 새로운 기회 삼아야

9월 28일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 속에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도 이상의 값비싼 선물이나 고가 식단이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상품과 식단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법 시행의 근본 취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청렴사회 구현인데다 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아 적응을 위한 모두의 변신 노력은 피할 수 없고 바람직스럽다.

우선 법이 시행되면 5만원이 넘는 선물은 주고받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벌써 농수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농어민이나 관련 업계가 그 이하의 실속형 중저가 선물 준비를 서두르는 까닭이다. 비교적 비싸지 않은 농수산물이나 이를 가공하는 식품업계의 적응 노력이 특히 돋보인다. 이들은 특정 축산물 분야와는 달리 법을 어기지 않는 선물용 상품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북 안동의 한 특산품 생산업체는 판매 중인 5만원이 넘는 상품의 포장 내용을 조정해 팔 계획이고, 충남 보령의 김 생산공장은 대부분 5만원을 밑도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서는 여러 특산물을 골고루 섞은 선물상품을 개발하되 가격도 5만원 이하로 맞추고 있다. 전북의 특산물 생산업체는 비교적 중저가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오히려 법 시행에 따른 특수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3만원 이상의 식사가 금지되는 식당가의 변신도 시작됐다. 소위 ‘영란세트’라 불리는 식단 마련과 같은 자구책으로 손님을 끄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식당가의 변화는 당연하다. 농수산물 업계의 자구노력처럼 이는 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 올바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눈앞의 타격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제도 정착과 부패 없는 사회라는 법 실현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다.

썩지 않은 건강한 사회는 국민의 꿈이다. 헌재가 우리 사회의 부패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의지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그래서다. 2일 대통령의 “법 시행으로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성장 잠재력도 개선될 수 있다”는 강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젠 제도 정착에 모두 나설 때다.

10. ‘미래차 산업 도시’ 대구시 의지와 추진 속도에 달렸다

대구시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자동차 산업을 핵심 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과 실용화 추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서다. 시가 그동안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노동집약적인 자동차부품 산업에서 첨단 미래형자동차 산업으로 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도 미래차가 대구의 새 성장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는 ‘전기차 생산도시’ ‘자율주행차 허브도시’를 목표로 미래차 산업 중장기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지난 2월 C오토 기획추진단을 발족했다. 추진단이 최근 중간보고 형태로 공개한 로드맵에서 대구가 급변하는 미래차 산업을 어떻게 선도하고 준비할 것인지 등 많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계획에 따르면 시는 3단계에 걸쳐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1단계로 2020년까지 전기차 생산기반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단계 2030년까지 자율주행 스마트도시 구축과 전기차 2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2030년 이후 3단계는 전기차`자율차 등 미래형 이동체를 대구의 신산업으로 굳힌다는 구상이다. 

미래형자동차 산업은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구글`바이두 등 세계적인 IT 기업과 벤츠`도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기술 확보와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는 전 세계 자율주행차 연간 판매량이 2024년 110만 대에서 2035년 4천2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경쟁에서 대구가 살아남으려면 미래차 산업 육성에 대한 명확한 좌표 설정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선결 과제다. 가능성만 믿고 어설픈 전략으로 시간을 끈다면 실패는 기정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만약 기대와 달리 추진 의지가 약하거나 기술기업 유치 등 역량 결집에서 실패한다면 ‘미래차 산업 도시, 대구’는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대중음악계 신구(新舊) 갈등 심상치 않다

대중음악계가 신·구세력 간의 갈등으로 양분될 위기에 처했다. 실세 음악제작자나 매니저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신진세력들이 현행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구세력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세럭화에 나섰다.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신구세력 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이번 대중음악계의 갈등은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와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대중음악 제작자의 친목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설립한 공인 단체는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김영진)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젊은 제작자를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 매니저들이 현행 협회와는 다른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며 열심히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인가하는 가칭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저연합회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문광부 산하 단체이지만 새 연합회는 서울시 산하 단체로 탄생할 예정이어서 확대하여 해석하면 정치적 의미도 부여할 만하다. 

새로운 단체 구성을 주도하는 세력은 64년생 이후 제작자와 매니저들이다. 가장 왕성한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펼치고 있는 이른바 ‘여의도 실세’들이다. 이들은 단체 설립 명분으로 현재의 집행부가 대중음악계를 위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불신을 내세우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음악제작 환경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데 협회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업계의 선배, 또는 구세력에 대한 반기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앞으로 활동 표적은 방송사나 대형기획사로 향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사의 줄 세우기,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독점 같은 비합리적인 행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방송사 줄 세우기란 두 가지로 보인다. 쇼프로그램의 생방송 엔딩 무대에 그날의 출연진을 모두 올라오도록 하는 것과 쇼프로그램 PD와 매니저가 정례적으로 갖는 페이스 미팅이다. 순서를 끝낸 모든 출연진이 엔딩무대를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줄 세우기의 표본이란 것이다. 또한 페이스 미팅을 위해 방송사 사무실 공간에서 수십 명의 매니저들이 줄서서 기다리게 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갑을 관계의 상징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사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엔딩무대는 연출을 위한 하나의 장치이며, 정례적인 페이스 미팅은 PD나 매니저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놓은 것일 뿐이며, 별도의 공간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단체 구성원이 더욱 심각하게 바로 보는 것은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독점 현상이다. 이는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형기획사와 방송사의 밀착관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출연 카르텔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시장의 원리와 정면배치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신진세럭들은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현행 집행부가 실제 제작자들이나 매니저들의 고충을 외면한 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단체 구성을 역설한다. ‘거대공룡’에 비유되는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에 대한 개별적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 협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소장파 실세 기획자나 매니저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행 집행부는 하나의 협회 안에서 함께 현안을 풀어나가자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2000년대 초반에도 몇몇 젊은 제작자들이 모여 젊은제작자연대라는 명칭을 내걸고 꿈틀대다 기존 세력의 압력에 눌려 공식화하지 못한 적이 있다. 이번 신진 소장파 매니저들의 움직임은 그때와 다른 것 같다. 나름대로 킬러콘텐츠를 가진 실세 제작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기존 공인 단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워낙 골 깊게 쌓여간 탓이다. 응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그 기세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우리 대중음악계에 긍정적인 바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2. [이데일리][목멱칼럼] '부산행'과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신원호 PD는 최근 한 행사에서 ‘응답하라 1988’을 만들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신원호 PD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하나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이고 다른 하나는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다. 

졸지에 고인이 된 신해철 때문에 한참을 울었다는 신원호 PD는 그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응답하라’ 시리즈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그가 ‘응답하라1988’에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동기가 됐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생채기를 남긴 사건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최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떠오르는 게 세월호 참사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고속철도 KTX는 마치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를 그대로 닮았다. 좀비들은 서로 물고 뜯으며 마치 물밀 듯이 객차에서 객차로 넘어온다. 그 장면에서 좀비들은 정말 객실로 쏟아져 들어온 바닷물처럼 가득 채워지며 공포감을 준다. 그런데 정작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객실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영화에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김의성)은 그 이기심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저 편에서 좀비들을 뚫고 이쪽 객실로 넘어오려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자신이 살겠다고 막아 세운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온 그들을 마치 보균자나 되는 듯 다른 칸으로 내쫓아버린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봤던 끔찍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자기만 살려는 이들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무고한 생명들은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가진 공포의 실체다. 오로지 서민들만 다른 서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좀비는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서민을 대변하는 듯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닮았다. 함께 우루루 몰려다니고 오로지 타인을 물겠다는 본능만 남아있는 좀비들은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오히려 슬픈 존재처럼 처연하게 다가온다. 

부산행은 좀비 장르라는 틀을 가져왔지만 우리 현대사의 많은 장면들을 그 안에 압축해 넣고 있다. ‘오 필승 코리아’의 전화벨 소리에 달려가는 좀비들은 2002년 월드컵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고 시민들을 지켜줘야 할 군인들이 좀비가 돼 시민을 공격하는 장면은 광주민주화운동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결정판은 앞서 얘기했듯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차지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콘트롤 시스템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부산행의 이러한 구도는 우리 재난 영화에서 낯선 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한강변에 출몰하는 괴물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내세워 우리네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 바 있다. ‘괴물’에서 정부가 사람들을 구하기보다는 격리시키는데 더 힘을 쏟다보니 괴물과 싸우는 건 결국 가족을 잃은 서민들이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에는 감염된 이들을 종합운동장에 산처럼 쌓아놓고 살처분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많은 이들은 이 영화가 주는 공포를 떠올렸다. 

응답하라1988의 가족과 부산행의 공포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얽혀 있다. 저게 사실일까 믿기 힘든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국민을 보호해야할 정부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다보니 믿을 건 결국 가족뿐이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믿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3. [서울신문][씨줄날줄] 최남선·이광수 문학상/박홍환 논설위원

육당(六堂) 최남선과 춘원(春園) 이광수. 동시대의 또 다른 걸출한 인물 벽초(碧初) 홍명희와 함께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던 한국 근대 문학사의 양대 거두다. 두 사람 모두 문인이면서 사상가였고, 문화운동가인 동시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씻을 수 없는 친일의 오점도 함께 남겼다.


한국의 현대 시는 각 7행씩 6연으로 구성된 육당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1917년 벽두부터 6개월간 매일신보에 연재한 춘원의 장편소설 ‘무정’은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자 연애소설로 문단사에 기록돼 있다.

10대 청소년기 일본 유학 시절부터 교류한 육당과 춘원은 ‘소년회’ 활동과 최초의 근대적 종합 잡지로 꼽히는 ‘소년’ 창간 등을 통해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각성을 위한 신문화운동을 주도했다. 이들이 창간한 ‘소년’ ‘청춘’ 등은 민중 계몽의 도구이자 문학 발전의 토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자들은 육당의 논문과 춘원의 글을 통해 시대정신을 깨우쳤다.

육당과 춘원은 독립운동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3·1독립선언서를 대표 집필한 육당은 2년8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일본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을 주도한 춘원은 곧바로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립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춘원은 독립신문을 창간해 사장 겸 편집국장, 주필로서 임정의 선전활동을 담당했다.

역사가 여기까지였다면 두 사람에 대한 인물평은 긍정 일변도로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육당과 춘원은 긴 일제 암흑기를 견디지 못하고 변절의 길을 택했다. 독립운동가보다는 학자이기를 원했던 육당은 조선총독부가 식민사관 유포를 위해 설립한 조선사편수회 편수위원으로 참여했는가 하면 각종 신문 등에 내선일체 등 친일 칼럼을 기고했다.

임정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한 춘원은 ‘민족개조론’을 통해 식민지 통치에 타협적인 입장을 내보이더니 이름까지 가야마 미쓰로로 바꿔 버렸다. 육당과 춘원은 태평양전쟁 시기에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각을 벌였다. 1943년 11월 24일 일본 도쿄 메이지대학에 모인 1000여명의 조선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두 사람은 황국(皇國)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당과 춘원이 친일 행각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한국문인협회는 “친일 행각과 문학적 성과는 별개”라며 내년부터 최남선·이광수 문학상을 시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문인들은 “친일 문학상을 만드냐”며 반발하고 있다. 진보적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문학사의 ‘문제적 인물’인 육당과 춘원이 또다시 문단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간다. 그러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 제자들과 영혼 불멸과 사후 세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늘 육체의 욕망에 휘둘리는 감각적 삶보다 이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학자의 혼은 이성을 따르고 언제나 이성과 함께함으로써, 그리고 의견의 대상이 아닌 참되고 신적인 것을 정관하고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쾌락과 고통에 얽매이는) 감정들에 초연해야 한다고 믿네.”

소크라테스가 평소 혼을 강조했지만, 혼이 불멸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제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심미아스 같은 이는 혼은 항상 몸과 함께하며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각각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육신이 죽으면 혼 역시 소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혼은 사람의 형태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존재”하며, 혼이 들어 있기에 몸이 살아 있는 것이므로 죽음은 단지 육신과 혼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혼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 심판자에 의해 죗값을 치르거나 응분의 보답을 받아 각자 적절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이 육체와 혼을 함께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혼만 홀로 남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과학적 검증의 문제를 넘어 신학적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혼이 불멸한다면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죽음은 악인들에게는 횡재겠지. 그들은 죽음으로써 혼과 함께 몸과 자신들의 악행에서도 해방될 테니까. 그러나 혼이 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 혼이 악행에서 도피하거나 구원받을 길은 달리 아무것도 없네. 최대한 선량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 말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미덕과 지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만약 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혼을 보살펴야 하며, 만약 누가 혼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 담담했다. 혼의 불멸을 믿은 그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지혜로 갈고닦은 맑은 영혼의 ‘고상한 모험’의 출발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들 꿈에 직업이 빠져도 좋다

얼마 전 상담을 받던 중학교 2학년 아이에게 꿈을 물었다. 아이는 꿈이 없다고 했다. 기록을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이의 꿈은 과학자였다. “너 어릴 때는 꿈이 과학자였잖아. 왜 꿈이 없어졌어?”라고 했더니, 아이는 “저, 공부 못해요. 성적이 너무 나빠요”라고 대답했다. 많은 아이가 이렇다. 

다수의 아이가 꿈 때문에 무기력하다. 나는 이런 아이들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꿈을 직업으로 여기면 너무 일찍 한계에 부딪힌다. 아이들이 꿈이라고 말하는 소위 좋은 직업은 대부분 공부를 아주 잘해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은 아이는 너무 하고 싶지만, 부모가 “너 그거 해서는 제대로 먹고살지도 못해”라고 겁을 준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으로 떠오르는 직업 하나가 건물 임대업자라는 말을 들었다. 건물 임대업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궁무진한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에, 아이들이 너무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업은 꿈이 아니다. 아이에게 ‘꿈 혹은 장래희망’을 물으면서 ‘직업’을 답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라는 것은 꿈을 꾸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아이가 자라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20년 후에는 지금의 직업도 절반은 더 사라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을 꿈으로 갖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이의 꿈이 궁금하다면, 아이들조차 이미 꿈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 것 같으니?” 내지는 “네가 어떤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라고 물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꿈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사람이 꼭 뭔가 대단한 인물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야. 누구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이 될 필요는 없어. 그들은 5000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사람이야. 꿈이라는 것은 내가 보람 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 그 일이 속한 영역 정도까지만 생각해 두면 되는 거야. 특정 직업을 정해야 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자신이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보게 한다. 잘하는 것, 재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아이도 있다. 이때는 사소한 것부터 생각해 보게 한다. 인사를 잘하는 것, 친구와 잘 노는 것, 만화책을 읽는 것도 다 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잘한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주위에서 발견을 못 하는 것뿐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에게는 ‘끌어주고 지도하는 영역’이 맞을 수 있다. 그 안에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블록을 조립해서 완성한 후 굉장히 뿌듯해하는 아이에게는 ‘무언가를 혼자 차곡차곡 완성하는 영역’이 적당할 수 있다.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꿈을 잘 찾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어릴 때부터 아이의 특징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도 매일매일이 힘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놀고 싶어도 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밀린 숙제를 하는 것도, 친구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도, 끊임없이 잔소리를 듣는 것도 무척 힘들다. 이 힘듦을 잘 버티기 위해서는 꿈이 있어야 한다. 꿈은 인생의 나침반과 등대다. 

아이가 꿈을 찾는 것을 도울 때는 반드시 과녁의 정중앙에 자신을 두게 해야 한다. ‘나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어떤 일을 할 때 비교적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가’ ‘어떤 일은 유독 좀 싫고 힘들어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꿈을 찾는 과정은 나를 파악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면 이타적인 것을 좀 고려해야 한다. 나와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에게는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속한 이웃 내지는 사회, 국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꿈에는 이타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것만으로는 꿈을 이뤄가는 어려운 과정을 견뎌내기가 어렵다. 기여란 엄청난 것이 아니다. 음식점을 하면서 좋은 식재료를 써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도 기여다.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원대하게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발달시켜 나가게 된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꿈이란 것은 늘 우회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도 지금의 삶이 100% 만족스럽진 않아도 유사한 일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지 않은가? 꿈은 인생에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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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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