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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추경 정치현안 연계, 협치 부합하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안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와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사실상 연계하기로 했다. 야 3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각각 이틀 동안 여는 것을 전제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회에 검찰개혁위원회와 사드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국정 발목 잡기’라는 정부·여당의 비난이 아니더라도 앞뒤가 크게 뒤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침체된 민생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추경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것은 야당이다. 그런데 막상 추경안이 제출되자 다른 정치 현안의 처리를 반대급부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청년 일자리 확충이 기대보다 더딘 상황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 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서민 고통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추경은 신속히 집행돼야 효력을 발휘한다. 정부·여당은 추경안이 12일쯤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골든타임’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추경안을 받아든 야 3당은 정부 여당의 다급함을 정치 현안 관철에 철저히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야 3당 원내대표가 그제 만나 사실상 추경안 처리의 전제로 내세운 것은 앞선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세 사람은 내년 이후 예산 편성에서 누리과정 대책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민노총 시위 과정의 경찰 폭력 청문회, 어버이연합 불법 지원 청문회 등 8개항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추경안을 처리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야 3당 원내대표는 추경안과 정치 현안의 연계에 합의하고는 환히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추경안 처리가 미뤄진다면 돈만 쏟아붓고도 서민 경제 활력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는 결코 웃을 수 없다는 것을 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민생 경제의 활력을 한꺼번에 일으켜 세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럴수록 실기(失期)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는 제20대 국회 개막을 즈음해 한결같이 외쳤던 ‘협치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야 3당은 적어도 추경안만큼은 볼모로 삼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줄 것은 준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2. 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 엄한 잣대 필요하다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주식 대박 사건’ 이후 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진 검사장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21명 가운데 96명이 총 59억여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변윤성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가 가장 많은 14억여원어치를 갖고 있었다. 이들 중엔 황찬현 감사원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은 이상 주식 보유 자체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은 재산 신고 시 액면가 기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축소신고 수단이 될 수 있다. 변 감사의 경우 보유 주식의 실제 가치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는 고급 정보를 이용해 주식 가치를 높이려 시도할 수도 있다. 이번에 드러난 주식 보유 공직자 중에서도 일부는 직무 관련성이 의심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에선 공직자 지명 시 ‘윤리동의서’에 서명하고, 3개월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보유 재산 처분이나 ‘직무회피’를 권고받는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백지신탁을 통해 처분을 맡기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공직자로 지명되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국가 정책에 영향받는 재산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공직자윤리법도 백지신탁제도는 두고 있다. 직무와 관련된 보유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대상이 된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백지신탁하더라도 처분하기가 어려워 퇴직 시 고스란히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고위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를 보다 엄격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산 신고를 액면가가 아니라 실제 가치로 하도록 하고, 백지신탁한 재산은 수탁기관이 정보공개를 통해 반드시 매각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밝혀진 주식 보유 고위공직자 중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진 검사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3. 中 ‘사드 보복’ 거두고 국제적 책임 다해야

중국 당국이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발급 대행 업무를 독점하던 자국 업체의 자격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파트너를 통해 정상적으로 초청장을 받아야 하는 등 앞으로 한국인의 중국 상용비자 발급 절차가 매우 번거롭게 됐다고 한다. 중국 측의 이번 조치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응한 보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 활동을 위한 한국인의 방중 문턱이 높아졌으니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사드 보복’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한류 콘텐츠 방영 제한 등 흉흉한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필두로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의 십자포화를 연일 퍼붓고 있다. 인민일보는 그제 사설격 필명칼럼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지도자는 나라 전체를 최악의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드)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을 비꼬기까지 했다. 합법을 가장한 치졸한 사드 보복 신호탄을 쏘더니 아예 노골적으로 주변국 지도자를 상대로 협박하는 꼴이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사드 배치는 순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다. 사드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북한의 도발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주변국의 고충을 이해하기는커녕 위협받지도 않는 자국의 안보 이익을 내세우며 겁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입이 닳도록 ‘대국’(大國)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허언(虛言)에 불과했단 말인가.

우려했던 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몽니’에 편승한 북한은 어제 또다시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비웃듯 추가 도발에 몰두하고 있다. 어제 발사한 미사일 중 한 발은 1000㎞를 날아가 일본 해안에서 250㎞ 떨어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 이처럼 가시화됐는데도 사드 배치에 어깃장을 놓을 셈인가.

사드 배치를 부른 것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다. 북핵 및 미사일 위협만 사라진다면 사드는 배치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은 방어용에 불과한 사드에는 날을 세우고, 공격용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오히려 감싸고 있다.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어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 대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안 된다”는 하나 마나한 얘기만 했다고 한다. 중국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대국’이라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동아일보]

4. 더민주, ‘면세자 48%이면 비정상’ 지적에 귀 기울여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어제 “근로소득자 중 48%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헌법에 납세의무가 있고, 소득이 있는 곳은 1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최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지난 총선 때 더민주당 경제공약을 진두지휘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그가 당내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면세자 축소를 주장했는데도 실제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민주당 안이 지극히 ‘정치적’임을 의미한다. 

더민주당 개정안의 핵심은 부자 증세다. 현재는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소득에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데 더민주당은 연봉 5억 원 이상 과세표준을 신설해 세율 41%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위 0.1%를 공격해 표를 얻겠다는 의도로 ‘징벌적 효과’는 있지만 증가 세수는 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조세 전문가들이 공평과세의 원칙으로 한결같이 강조하는 ‘과세 기반 확대’와도 거꾸로 가는 방향이다. 내년 대선을 의식해 면세자 축소 원칙을 포기한 더민주당이 앞으로도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경제정책을 쏟아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3년 8월 정부가 근로자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연봉 3450만 원 이상의 소득세 부담이 늘게 되자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며 공격했다. ‘증세 논란’에 박근혜 대통령이 수정을 지시했고, 10월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정부는 닷새 만에 ‘증세 기준선 연봉 5500만 원’을 발표했다. 2013년 32.5%이던 근로자 면세 비중이 이 바람에 2014년 48.1%로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왜곡된 구조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6년 세법 개정안에도 면세자 감축 방안은 없다.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경감은 필요하지만 이는 최 의원 말대로 ‘1만 원 세금을 내면 여기에 얼마를 더해 돌려주는’ 근로소득장려세제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다. 과세 형평을 외면하고 고소득자만 공격하는 ‘갈라치기 세법 전쟁’으로는 사회 분열만 조장할 공산이 크다.

[이데일리]

5. 독극물을 바다에 흘려버린 발전소들

이번에는 화력·원자력발전소가 유해물질 배출 혐의에 올랐다. 한국동서발전 소속 울산화력발전소가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섞인 냉각수를 바다에 몰래 쏟아버린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바다에 유해물질을 쏟아부은 발전소가 비단 울산화력발전소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자체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을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전국 모든 발전소에 대해 유해물질 방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게 된 배경이다. 화력·원자력발전소 외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복합발전소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다. 가습기 사건으로 국민들이 유해물질에 대해 민감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자칫 관심이 소홀한 틈을 노려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울산화력은 온배수의 거품을 없애기 위해 디메틸폴리실록산을 투여한 다음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발전소가 해안에 위치한 만큼 바닷물을 끌어들여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그 온배수를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게 된다. 온배수가 방출되면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거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품 제거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거품 제거제로 사용되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손상시키고 태아 생식능력까지 해칠 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이처럼 치명적인 물질을 바다에 쏟아내는 것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 어민 생업에 타격을 미치게 된다. 명백한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태에 처해서도 당사자인 동서발전은 핑계에만 급급하다. 연매출 4조원에 직원 2000명이 넘는 울산 지역의 대표 공기업으로서 도덕불감증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 존립 근거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양 오염수 배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막고 해양 생태계 오염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해물질 분류 및 관리·감독 규정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중앙일보]

6. 청년수당 충돌 서울시와 복지부 볼썽사납다

청년수당 현금 지급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정면충돌이 볼썽사납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 서로 갈등만 키우더니 급기야 법정 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10.3%까지 치솟은 마당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공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청년활동지원사업’이란 명칭의 청년수당 사업을 밀어붙였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이들을 뽑아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을 구직 활동비로 주는 내용이다. 선정·지급 방식과 효과도 불명확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란 지적과 새로운 복지실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26조)에는 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는 정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서울시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고, 그간 수차례 협의와 공방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설전을 벌인 뒤 하루 만인 3일 기습적으로 사업을 단행했다. 선정된 3000명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씩을 지급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선 박 시장이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다.

그러자 복지부가 강경하게 나왔다. 어제 사업 직권취소(무효) 처분을 내리고, 이미 지급한 14억1550만원도 모두 환수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이에 서울시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해 청년수당은 법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구직을 돕기는커녕 돈을 받았거나 신청한 젊은이를 울리는 ‘정치·이념적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중앙·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 복지정책을 짜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을 볼모로 한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엉켜 구직자들에게 상심만 안겨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박 시장은 반성하고 조속히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7. 외국서 인정 한국형 원격의료 국내선 안 되는 현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충남 서산효담요양원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같이 병원에 다니기 힘든 분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원격의료 서비스는 참여자 80% 이상이 만족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형 원격의료 서비스는 높은 평가를 받아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파라과이, 중국, 필리핀, 몽골 등 많은 나라들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르완다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원격의료를 위한 통신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생긴다.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1997년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원격진료를 시작해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중국도 2013년 원격의료를 허용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첨단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음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의료계의 반발로 합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기간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됐는데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오진 위험성이 높아지고 동네 병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옹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서비스 대상을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오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으로 국한하고 원격의료 대상도 동네 의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더 자주 볼 수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오진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성장 산업인 만큼 조속히 실시될 수 있도록 여야와 관련 업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8. 한류 제재·비자 강화 中사드 몽니 외교로 맞서야

한반도 내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다방면에 걸친 딴지 걸기가 거의 몽니 부리는 수준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인에 대한 상용 복수비자 발급을 돌연 중단한 것은 업무를 위임한 대행사 자격 취소 형태를 띠지만 공문도 안 보낸 채 이뤄진 갑작스러운 조치인 데다 향후 계획 언급도 없어 명백하게 정무적으로 내려진 결정으로 해석된다. KOTRA나 중국 상대 무역업계 쪽에서도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후 음으로 양으로 조여지는 중국 측의 비관세 장벽이 늘고 있다고 얘기한다.

문화교류에서 한류에 대한 규제는 확연하다. 한·중 양국에서 동시 방송 중인 KBS 드라마 주연 배우들의 팬미팅이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연기됐다. 중국 측 행사 주최사는 '불가항력적 이유'라고만 얘기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제동 아니냐는 추측만 키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국제적인 요인을 이유로 향후 일정 기간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활동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며 바람을 잡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 입장을 확인하지 않는 데다 우리 외교부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만 되뇌이고 있어 불확실성만 크다. 그 바람에 중국 관련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는 연예기획사 주가가 출렁이는가 하면 화장품과 다른 연관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으니 직간접적인 파장이 커지는 중이다.

중국은 인민일보에서 4차례 걸친 사설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사드 배치에 강도 높게 비판 공세를 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로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이 정도로 나선 데다 한류 제재나 비자 발급 강화 등 일련의 조치를 보면 사드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공식 논평이나 발표는 안 한 채 유감 표명에만 그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가 잡혀 있는 데다 그 직전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으니 사드 설득을 위한 외교전이 불가피하다. 우리도 군사주권 차원의 사드 필요성을 밝히는 대중 외교 총력전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직접 만나 정상외교로 일을 푸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신문]

9​. 안동호 동물 수난이 주는 경고, 예사로이 넘길 일 아니다
올 들어 경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야생동물의 폐사체 발견 및 구조신고가 230여 건에 이르렀다. 전체 신고 가운데 백로와 왜가리 등 조류만도 150여 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안동호를 낀 안동시 와룡면과 도산면 등지의 신고는 40여 건이고, 30여 건이 조류여서 경북에서 가장 많았다. 안동호 주변 야생동물 중에서 조류 생태계 문제가 심상찮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는 먹이 부족으로 보인다. 구조센터에 따르면 이들 야생 동물은 대체로 먹이를 구하지 못한 데 따른 영양실조나 탈진으로 폐사했다. 아니면 거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 안동호 주변의 사정은 경북 어느 곳보다 심하다. 과거와 달리 야생동물의 먹이사슬 파괴와 먹이 수급 불균형으로 더 이상 야생동물의 터전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야생동물 중 조류가 직면한 상황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안동호 주변에서 신고 접수된 40여 건 가운데 고라니 등과 같은 포유류는 10여 건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백로와 왜가리 등의 조류였다. 이들 조류는 주로 물고기와 벌레 등을 먹이로 하는데 낙동강과 안동호 주변은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 서식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동호 주변의 자연환경 조건이 야생동물 중에서도 특히 조류에게는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이런 먹이사슬의 파괴 원인으로 낙동강 상류의 오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낙동강 상류에서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일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 새들이 오염된 하천의 물고기나 집단폐사한 물고기를 먹이로 할 경우 그 피해는 자명하다. 게다가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 같은 시설로 인한 하천오염을 의심케 하는 흔적은 여럿이다. 새들의 폐사 사례는 또 다른 증언과 다름없다. 

안동호와 낙동강 상류의 환경 문제를 그냥 둘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동물과 새, 물고기의 잇따른 폐사 위기는 바로 사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환경 당국 등과 함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늦을수록 3차 피해는 사람, 특히 경북도민의 몫이라는 자연의 경고를 잊으면 안 된다.

10. 권영진 대구시장, 제대로 된 신공항 만드는데 정치 생명 걸어야

K2(공군기지)와 통합이전하는 대구공항 규모에 대해 대구시와 정부의 입장이 아주 다른 것 같다. 대구시는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대비해 현 대구공항보다 규모를 키운 거점 공항 건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과 비슷한 규모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구시가 신공항 건설에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시골 공항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발주한 ‘통합이전 후보지 조사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를 통해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전하는 민간공항의 부지와 주요 시설(여객터미널, 계류장, 주차장 등)을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설정해 연구용역을 맡긴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확장성이나 발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항을 이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구공항의 여객터미널 시설 용량은 연간 375만 명에 불과해 2040년에 예상되는 연간 수송 인원 500만 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의 활주로 길이(2천750m)와 비슷하게 건설하면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불가능해져 공항 이전 효과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신공항 규모에 대해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국방부의 용역 발주를 입지 선정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신공항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정부와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대구시의 자세다. 과거처럼 안이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거나 정부에 질질 끌려가선 안 된다. 대구시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시민의 염원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권영진 시장은 제대로 된 신공항 건설을 위해 정치 생명을 걸 필요가 있다. 권 시장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일부 있는 만큼, 신공항 규모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 대구에서 공항 문제만한 관심사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시정의 최우선 현안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면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대구의 100년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거점 공항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우는 여자

열기를 떠도는 미립자에게 내어준 거리는 온통 속수무책이다. 숨조차 가누기 힘든 날씨에 설상가상 발을 옥죄는 하이힐 때문에 가야 할 목적지는 뒷전이고 어디든지 자리가 보이면 앉을 궁리를 했다. 다행히 그늘에 있는 벤치가 눈에 띄었다. 혼자 멀거니 앉아 있으면 멋쩍을 텐데 모시옷을 차려입은 중후한 여인이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 안심하고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앉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실례인 줄 알지만 더 이상 걷거나 서 있을 수가 없는 처지여서 울음이 깔린 자리를 뭉개고 앉았다. 그 여인에게 우는 까닭을 물을 수도 없고 위로하기도 난감하나 최소한 예의가 있는 행동이라면 슬픔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내게 슬픔을 주었던 일을 떠올리며 눈빛으로 동조해 주는 일일 것이다.

옆자리에 앉자마자 들키지 않게 그녀가 왜 우는 것일까 이유를 추측해 보았다. 차림새나 생김새를 보면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부유해 보여 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곁에 사람이 다가와 앉는데도 불구하고 흐느끼는 것을 보면 체면 따위는 아랑곳없는 깊은 슬픔이 있나 보다. 문득 그녀가 부러워졌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슬픔에 푹 빠져 눈물샘에서 연신 길어 올리는 그녀의 눈물은 삶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희박해진 나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내 삶이 행복한 일만 계속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기쁨과 얼마나 많은 슬픔이 대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리석게도 그동안 감정을 지나치게 억눌러 기쁜 일은 들뜨지 않게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울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습제로 도포해 버렸다.

나도 때로 미어지게 가슴이 아프고 슬플 때 그녀처럼 눈물을 펑펑 흘려버리고 싶다. 좁은 어깨를 들썩이며 흘린 눈물이 드넓은 땅을 적시지는 못할 것이다. 지나가던 바람이 금세 말려버릴 것이고 때로는 빗물이 은닉해 줄 것이니 누구의 눈에 띌 리 만무하다.

몇 해 전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에서 아프리카 수단의 아이들이 처절하게 열악한 환경에 살면서도 눈물 흘리는 법을 모르고 살다가 삶에 희망과 깨달음을 준 이태석 신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울 때까지 울어 눈물의 끝을 본 사람이라면 눈물에 닦인 뜨거운 삶의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울보 시인 박용래는 눈물이 삶의 충실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더위에 우는 일이라면 회색빛 구름 뭉치처럼 무겁고 우울한 일이다. 하지만 그 구름을 한 칼의 번개로 관통하여 열병을 앓고 있는 도시에 소나기를 퍼붓듯 내면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내는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속 시원히 울어도 될 만하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영화속 맥아더와 ‘생얼’/구본영 논설고문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이 흥행몰이 중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 사령관이 지휘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해 상당수 평론가들이 ‘국뽕(애국심을 비하하는 표현) 영화’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의외로’ 호평하면서 벌써 4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단다.


어느 평론가는 “맥아더를 존경받아 마땅한 대상으로만 그린 연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네티즌은 “맥아더보다는 6·25 전쟁 중 우리의 숨겨진 영웅들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반박했다. ‘괜히 우리를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투다. 관객과 평론가들의 시선은 엇갈리지만, 주연급 조연인 맥아더의 존재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 것은 사실일 듯싶다. 맥아더로 분한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의 싱크로율은 꽤 높아 보였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하게 쓴 모자와 옥수숫대 파이프, 그리고 짙은 선글라스까지….

‘맥아더 영화’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명우 로런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오! 인천’이 1981년에 개봉됐고,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1977년 작 ‘맥아더’도 있다. 조지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그와 동시대를 산 미국 전쟁 영웅 중 영화 주연으로 제작된 인물은 맥아더뿐이었다. 아마 맥아더가 배우 못잖게 ‘포토제닉’한 데다 정치적 쇼맨십이 뛰어난 캐릭터였기 때문일 게다. 군인으로서 그의 부하였다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맥아더에 대해서 묻자 “나는 7년 동안 그의 휘하에서 연기를 배웠다”고 토로했단다.

사실 맥아더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늘 논쟁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인물’이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나 해리 S 트루먼 등 미 대통령들이 그의 능력은 인정했지만, 오만한 스타일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부하들에게는 매우 다정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항복 이후 연합군 사령관 집무실에서 뒷짐을 진 채 차렷 자세의 일왕을 접견해 ‘천황의 인간선언’이라는, 일본 국민들에게 굴욕적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전범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평판도 얻었다.

그는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유엔군에게 불리해지자 6·25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만주 폭격론을 제기했다. 세계 대전으로 확전을 우려한 트루먼 당시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반기를 들면서다. 그가 호전적이란 비난을 산 배경이다. 격분한 트루먼이 국방장관이었던 마셜에게 “그 개자식을 당장 해임시키겠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는 전장이 한반도로 고착돼 한국인들의 희생이 집중되는 상황을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50년 넘어 국산 영화에서 부활한 요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이 우리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탓일까.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맥아더의 구상대로 유엔군이 6·25전쟁을 끝냈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3. [이데일리][목멱칼럼] 연예계는 '무고 광화국'

배우 박유천 성폭행 피소 사건이 결국 무고(誣告)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 다음엔 배우 이민기 성폭행 피소 뉴스가 터졌는데 이 사건도 무혐의로 정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처음엔 연예인들의 성(性)윤리를 개탄하던 여론이 성범죄 무고를 남발하는 여성에 대한 규탄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여론이 반전될 즈음에 이진욱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네티즌은 이번엔 처음부터 무고를 의심했다. 박유천 사건에서 당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피해 여성은 자신이 꽃뱀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파파라치 매체에서 여성의 상처사진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이번엔 진짜 성폭행인가’라고 이진욱을 의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결국 무고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세 번이나 연속해서 연예인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로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무고에 대한 일반인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박유천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한류 톱스타였던 그가 과연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민기는 이번 일로 출연이 유력시됐던 드라마 캐스팅에서 제외됐다. 이진욱은 이미 촬영까지 끝마친 CF가 날아가 멜로 스타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아니면 말고식’ 무고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잇따른 무고에 따른 피해자는 연예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말로 보호를 받아야 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모두 피해자가 될 상황이다.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주장했을 때 대중이 ‘또 꽃뱀인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중의 의심이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성범죄 피해 여성들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면서 자신의 피해를 정확히 증명하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성범죄 피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보호 받아야 할 성범죄 피해자가 보호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의 따가운 의심이 두려워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하길 꺼리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잇따른 성폭행 고소-무고 사건에서 ‘성범죄는 은밀하게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증명될 수 있다’며 사건 초기부터 일방적으로 여성의 편을 든 수많은 방송 패널들도 타격을 입었다. 앞으론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쉽게 두둔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무고죄 여성들은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른 셈이다. 

문제는 무고가 너무 쉽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검경에 접수된 무고 사건이 2010년 3332건에서 2014년 4859건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일단 무고가 그리 큰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원인이다. 거기에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말로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처벌에 그칠 때가 많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말까지 무고죄 유죄 사건 중 65.1%가 집행유예, 21.5%가 벌금형이었다. 누군가를 고소했다가 무혐의가 됐지만 아예 무고죄로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니 아니면말고식 무고가 끊이지 않는다. 

무고죄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악질적이고 반사회적 범죄다.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폭행 무고는 성폭행 유죄로 받을 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연예인은 구설수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무고에 대해 돈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고 성범죄는 둘 사이에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가 드물어 무고로 진흙탕 싸움을 만들기 좋다. 이래서 연예인과 성범죄 관련된 무고가 양산된다. 엄한 처벌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고가 창궐하는 무고공화국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


4. [동아일보][허문명의 프리킥]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저널리스트

도쿄의 7월도 무덥고 습했지만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서울을 떠날 때부터 슬픈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한일 언론인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와의 인연은 3년 전 오피니언팀장으로 그의 칼럼을 싣는 편집자로서 맺었다. 같은 업(業)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투철한 저널리스트적 사명감과 안목, 용기에 매료됐다. 

그가 베이징에서 유명을 달리한 게 4월 말이니 석 달이 지났다. 지난달 29일 아사히신문사 주최로 마련된 추도식장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동료 선후배들은 물론이고 전직 총리 등 일본 정관계 주요 인사에 한국에서 날아온 전직 주일 대사들과 언론인까지 섞인 행사장은 또 다른 뜨거운 한일 교류의 현장이었다.


하늘나라에서 “나야말로 가장 행복했던 저널리스트였다”고 말하는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얀 국화꽃에 둘러싸인 환한 웃음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인생무상이 주는 허무감이 사라졌다. 몸은 비록 가고 없지만 그의 영혼이 뿌리고 간 씨앗이 한국과 일본의 단단한 우정으로 꽃피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인을 키운 아사히신문사라는 매체의 힘도 대단해 보였지만 기자 한 사람이 신문사를 또 얼마나 빛나게 할 수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현장을 누비던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 기자들이 “후배들에게는 더이상 갈등으로만 얼룩지는 한일 관계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맹세와 다짐을 했다고 들었다. 그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두 신문사의 유대가 한일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었다. 선배들의 노고에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추도사에서 “고인처럼 두 번이나 한국에 유학을 하면서 한글로 강의할 정도로 한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인은 단순한 ‘지한파’가 아니었다. 아베 내각의 군국주의 부활을 일관되게 반대했으며 전시(戰時) 일본 언론들이 “전리품을 더 따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결국 ‘한국병합’이나 ‘대륙침공’에 탄력을 주었다면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부끄러워했던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일본 극우들은 매일같이 신문사 앞에 가두 선전차를 세워놓고 “국적(國賊)” “매국노”라 외쳐댔고 ‘와카미야는 할복하라’란 단체까지 생기는 바람에 고인 집 앞에 경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렇게 위험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수줍음이 많고 겸손했으며 유머가 가득했다. 43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배낭 하나 메고 서울 도쿄 베이징을 오가며 취재수첩을 놓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서울에서 곧 다시 만나자”며 헤어졌던 저녁 자리가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가 묵었던 베이징 호텔 책상에는 다음 날 발표할 원고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이 되어 버린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일중한(日中韓)이 대립하거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거기에만 눈길을 주지 않고 ‘유대’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환경문제를 시작으로 북핵문제 등 공통의 고민도 많다… 3국 사이에 국적을 초월한 신문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코앞에 떨어진 그제, 그의 꿈이 단지 꿈으로만 끝나지 않게 일본의 양심적 저널리스트들과 함께 동북아 평화를 위해 고인이 걸었던 길을 이어받아야겠다고 감히 다짐해 보았다.


5. [중앙일보][중앙시평] 제주를 가라, 제주에서 배우라

인류사를 묵상하면 할수록 훗날 세계를 이끄는 주요 사상과 종교는 대부분 문명과 문명 사이의 변경지역·경계(境界)국가·교량국가·전방국가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을 고리로 세계가 연결되고, 그들을 넘어야 경계 저편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피해는 늘 세계에서 가장 컸다. 자신들의 고난을 넘으려는 고투 속에 그들은 마침내 혼융과 통합, 용서와 화해, 평화와 생명을 향한 세계 보편의 대실천과 대사유를 빚어낸다. 변경이 곧 중심인 까닭이다.

올해 제주도는 도 승격 70주년, 특별자치도 실시 10주년을 맞았다. 2년 후에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 인명피해를 기록한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는다. 군부정권 시절 제주4·3을 공부하러 처음 찾은 이래 자주 방문하는 제주는 이제 용서·화해·상생의 세계 최고 배움터로 다가온다. 필자는 지금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려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 돌·바람·여자가 많은 삼다도는 한과 가위눌림과 침묵의 삼다도로 변해 있었다. 4·3광풍으로 인한 시체·피·눈물의 삼다 때문이었다. 인간사회에 정말 이런 비극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 차마 들을 수 없는 참상이었다. 제주4·3은 (그리고 한국전쟁은) 세계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지는 세계 분단의 과정에서 발생한 경계국가 한국의 대비극이었다. 특히 세계 분단과 한국 분단 과정에서 제주는 중앙에서 가장 먼 이중경계 지역이었다.

공포와 질곡으로 재생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제주는 오늘날 전혀 다른 삼다도로 변모되고 있다. 용서와 화해와 상생(생명)의 삼다도를 말한다.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 제주의 자기극복 과정은 인간정신의 대비약과 대도약이었다. 용서와 화해, 해원과 상생의 제주는 4·3의 충격 못지않은 인간영혼의 가장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4·3으로 인해 마을 이름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절대비극을 체험했던 하귀리는 2003년 영모원(英慕園) 위령단을 설립해 애국절사 영현비(英顯碑), 호국영령 충의비, 4·3희생자 위령비를 한 곳에 건립했다. 각각 항일인사, 전몰인사, 4·3희생자 영령들을 모신 것이다. 건립의 마음과 과정은 마을의 정체성 회복과 마음화해, 역사통합의 과정 자체였다. 특별히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절대용서의 비문 앞에선 세계 종교와 사상의 근본 가르침인 사랑과 관용, 치유와 회복을 ‘현실에서’ 체험하며 무릎 꿇는다.

영모원은 서로 다른 죽음을 표상하는 명부와 영혼들을 한 곳에 모셔서 마침내 유공과 희생, 가해와 피해를 함께 기리겠다는, 죽음의 대통합을 통한 삶의 대화해의 절정이다. 매년 치르는 합동위령제는 경이적인 하나됨이다. 그 시각 그곳에서 과거의 삶과 죽음, 원한과 적의는 마침내 후대들에 의해 한 영혼이 된다.

지난 2일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와 제주경우회(警友會)의 화해·상생 공동추모 행사는 놀라움 자체였다. 당일 모든 행사를 두 단체와 동행하며 필자는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뜨며 이 장면이 실제 현실임을 확인해야 할 만큼 놀랍고 놀라웠다. 4·3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반목과 갈등이 심했던, 전직 경찰 조직과 희생자 유족 조직은 3년 전 ‘화해·상생 선언’ 이래 매년 충혼묘지와 평화공원을 공동참배·공동헌화·공동분향하고 있다. 우리는 묘지에의 참배와 분향과 헌화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다. 평화공원과 충혼묘지는 이제 애국·용서·화해·상생의 공동 상징이 되었다. 이들은 한국과 해외의 충혼과 위령 시설도 함께 참배한다. 하여 제주경우회는 화해·상생 노력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이중변경 지역이었던 제주의 세계 중심으로의 진입, 즉 전체 제주와 영모원과 유족회-경우회의 용서·화해·상생·평화의 보편 경로는 한국과 세계에 보고·교육되어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대비극의 상호 가해와 피해, 진압과 저항, 민과 관이 하나가 된 곳은 거의 없다. 그 점에서 제주인들은 지금 한국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직자요 철학자이며, 시인이고 교육자들이다.

한국과 세계가 이념 대결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 써 가고 있는 대용서와 화해, 대평화와 상생의 실제 여정으로부터 배워 끝내 제주가 세계 모델과 세계 보편으로 상승되길 소망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특히 북한·일본·중국·세계의 지도자들이 제주 정신과 제주 모델을 깊이 배우기를 호소한다.

제주민들과 같은 세계 선각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고 한걸음씩 발전한다. 세계 화해와 평화 정신을 앞서 실천하고 있는 제주민들에게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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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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