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헌재도 특검도 안 나가겠다니 이 나라 대통령 맞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리인단이 헌재에 박 대통령이 나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리인단도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헌재는 물론 시민과 국회도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헌재 불출석 방침으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다. 떳떳하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헌재 변론은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퇴장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순실씨 공범으로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눈물로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비난하며 말을 바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대면조사 일정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최씨와 무자격 의료진에게는 무시로 개방한 청와대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 수사진은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았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내일로 끝이다. 연장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정농단의 부역자인 황 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박 대통령과 황 대행 등은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를 구할 곳은 헌재밖에 없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
2. 헌재 재판관·특별검사의 신변보호까지 해야 하는 나라
경찰이 그제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단체 회원들이 박영수 특검의 집 앞으로 몰려가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고 위협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앞서 22일부터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 전원을 대상으로 밀착경호하던 터라 더욱 긴장하고 있다.
그제는 한 20대가 ‘박사모’ 홈페이지에 이 소장대행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평화적인 촛불집회로 세계의 찬사를 받은 나라에서 최고재판소의 재판관들과 특검이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친박세력의 헌재 재판관과 특검팀에 대한 위협은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그제 탄핵반대 집회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를 흘릴 것”이라며 “문재인이 혁명을 말했는데 우린 혁명을 넘어서는 참극을 일으킬 것”이라고 외쳤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대놓고 이정미·강일원 재판관을 겨냥해 “당신들의 안위를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협박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말뿐인 위협으로 넘길 수 없다.
이정미 헌재 소장대행 살해 위협도 구체적인 범행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실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말려야 할 탄핵반대 단체 지도부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폭력사태가 일어날지 모를 만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헌법재판관과 특검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문명적 행위이다. 친박단체들이 자신들의 탄핵반대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격이다. 이상한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불법적 행태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엄단을 경고해야 마땅한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틈만 나면 법질서를 강조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침묵하고 있다. 방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수구단체 집회장에서는 테러를 부추기고 내란을 선동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박단체들은 오는 3·1절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이미 친박단체 집회 현장에서는 심심찮게 폭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참가자 수가 훨씬 많아지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더 큰 혼란이 벌어지지 않게 극우세력의 망동을 제지해야 한다. 유신의 망령을 불러낸 것도 모자라 우익 테러를 자행하던 해방 후로 시대를 되돌리자는 건가.
[세계일보]
3. 교통사고 사망자 급감… 아직 갈 길 멀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교통사고로 4292명이 숨지고 33만172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전년보다 7.1% 감소했다. 2004년(9%) 이래 감소 폭이 가장 크다. 특히 음주운전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17.5%(102명)나 급감했다. 검찰과 경찰이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까지 처벌하고, 음주운전 전력자가 재범하면 차량을 몰수하는 등 강력 대응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1991년 1만3429명으로 정점을 기록하면서 세계에 ‘교통사고 왕국’이란 오명을 남겼다. 이후 사망자 수는 1998년 9000명대로, 2014년 4000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사망자 수가 2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되고 과속 단속기가 설치되는 등 교통 규칙과 여건이 크게 강화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8.4명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명보다 많이 높다. 그동안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수십년째 OECD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46명으로OECD 평균 1.1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처지다.
교통문화 역시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호위반, 꼬리물기, 끼어들기와 같은 교통 무질서가 다반사로 이뤄진다. 보행 사망자와 어린이 사망자가 여전히 많고, 안전띠를 매지 않아 숨지는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안전띠는 생명띠이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에도 안전띠 착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최근 고속도로에서 안전띠 착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운전석 95.4%, 조수석 86.9%에 뒷좌석은 48.3%에 그쳤다. 게다가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 설계와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된 안전시설도 여전한 실정이다.
교통사고 예방은 제도나 법규도 중요하지만 안전의식이 우선이다. 귀찮다거나 불편하다는 사소함에 집착해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지키고 보행자는 보행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중앙일보]
4. 내수 살리려면 일자리·소득 대책에 집중해야
지난해 가계소비지출이 통계청의 이 분야 집계(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1.5%였다.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든(-0.6%)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소득감소의 내용은 더 좋지 않다. 전체 소득의 67%에 달하는 근로소득에서 실질 근로소득 성장률이 0%로 근로자들의 소득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금상승폭이 낮아진 것뿐 아니라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불어닥친 실업과 고용한파가 직격탄을 날린 여파다.
일자리 불안이 가계 소득 정체와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국민들도 초절약에 돌입했다. 술·담배·세금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소비지출을 줄였다. 먹는 것, 입는 것, 문화생활 등 전 생활영역에서 지갑을 닫은 것이다. 이에 가계 평균 소비성향은 71.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00만원이 있으면 71만1000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했다는 뜻이다. 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소비는 더 줄이고, 이로 인해 저축이 증가해 가계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전형적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비 침체가 이렇게 우리 가계 경제의 구조적 악순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젠 대증요법식 내수활성화 정책으론 소비를 진작시킬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의 정책은 땜질식 처방을 나열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놓은 한가한 대책이 대표적이다. 평일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 두 시간 일찍 퇴근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 고속철 조기 예약 시 요금 할인 등은 소비욕구가 있을 때 먹히는 정책이다.
지금은 소비욕구를 잃은 현실을 타개할 근본적이고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 선두엔 일자리 정책이 서야 하고, 노후 불안과 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등의 구체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도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5. 북한의 VX 암살, 대량살상무기 차원에서 제재할 때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지난 25일 최종 확인했다. 다중이 이용하는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를 인명 살상용으로 버젓이 사용한 것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를 반인륜적·반인권적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한 지 오래다. 1997년의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서부터 개발·생산·비축·사용을 금지했으며 미국과 러시아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다양한 생화학무기 제조 능력을 보유한 데 이어 이미 수천t을 비축해 실전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CWC는 물론 전시 생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1925년 제네바 의정서에도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화학무기 사용 전력이 있는 시리아 정부군 등 반인륜적 집단에 화학무기를 확산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권을 철저히 제재해 화학무기 확산은 물론 생산과 비축도 포기하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마침 윤병세 외교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파견됐다. 윤 장관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을 새롭게 의제화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도 협조해 2008년 11월 삭제했던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을 새롭게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금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 2회의 핵실험과 24회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올해 초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VX 테러는 국제사회가 더욱 강하게 손잡고 대북제재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국제사회는 핵과 미사일에 이어 화학무기까지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대해 이제 WMD에 대응하듯 행동으로 응징해야 한다.
[서울신문]
6. 수사 시한 하루밖에 안 남은 특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한이 만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특검은 주말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기한이 연장되든 안 되든 끝까지 고삐를 죄겠다는 태세다. 지난 두 달 동안 특검이 거둔 수사 성과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렵다. 이런 사정이니 수사 기간 연장을 놓고 시시각각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검의 연장 여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국회 특검법 개정안,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의 연장 카드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모두 무산되면서 며칠째 국민은 황 대행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특검이 연장을 공식 요청한 지도 열흘이 넘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특검 연장에 찬성하는 국민은 10명 중 7명꼴이다.
이번 특검은 과거 어느 특검보다 큰 수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검이 꾸려지기 전까지 검찰은 정권 눈치만 살피는 무소신의 극치를 보였다. 답답증에 시달린 국민에게 휴일도 반납하며 성역 없는 수사에 매진한 특검은 막힌 속을 뚫어 주는 ‘사이다’나 다름없었다.
특검 연장을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이유는 수사의 거침없는 외형에만 있지 않다. 특검은 갈 길이 아직 멀다. 국정 농단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깨고 특검 조사를 끝까지 무시하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막힌 통에 국정 농단의 막후 핵심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구속을 모면했다. 삼성을 뺀 나머지 재벌 기업들의 수사에는 손도 못 댔다.
특검의 서슬퍼런 결기에도 사정이 이런데, 검찰로 수사가 넘어가면 가까스로 벗겨진 진실마저 흐지부지 덮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만약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특검이 연장되든 검찰로 넘어가든 수사가 대선 기간과 맞물려 정국의 혼돈은 불가피하다. 어차피 그런 혼란을 피할 수 없다면 기왕에 수사에 가속을 붙인 특검에 맡겨 두는 편이 효율적이다. 압도적 민심이 특검 연장을 고대하는 까닭이다.
야권은 황 대행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벼른다. 현실이 된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탄핵 정국에서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황 대행은 한가하게 ‘권한대행 기념시계’ 논란의 주인공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특검의 역사적 의미와 절박한 민심을 분초를 다퉈 살피고 결단해야 할 마지막 순간이다.
7. 삼성의 쇄신, 투명 경영 확산 계기 되길
변화를 향한 삼성의 몸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에 이어 10억원 이상의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미래전략실 해체와 강도 높은 인적 쇄신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이 같은 혁신이 재계 전반에 투명 경영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지난 24일 기부를 포함한 10억원이 넘는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등에 대해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의무화한 결정은 재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부금이 50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경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던 것을 감안하면 기부금 지출 기준을 50배 이상 강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하고 사전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삼성의 자구책인 셈이다.
삼성은 한발 더 나아가 그룹의 경영은 물론 대외업무 등을 총괄해 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데다 인적 교체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그룹 쇄신안을 다음달 발표하기로 했다. 대국민 사과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로 보여 준 전경련 탈퇴 선언에 이어 투명 경영을 위해 환골탈태하겠다는 삼성의 방향은 바람직하다. 한층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경영 투명성을 높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의 반영이다. 글로벌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들도 예외일 순 없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기업들의 주먹구구식 경영 형태를 바꾸지 않고서는 정경유착은 말할 것도 없고, 기부금 등을 강요하는 권력의 관행을 끊어 낼 수 없다. 다행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지난주 열린 이사회에서 기부, 후원금, 출연금에 대한 의결 기준을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 기부금과 후원금 등을 경영진 전결로 처리해 온 롯데, LG, 한화 그룹 등에서도 삼성이나SK와 비슷한 수준의 조치들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해체 압박을 받고 있는 전경련도 혁신안 구상에 돌입했고,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보다 강력한 윤리강령의 실천을 다짐했다. 재계의 쇄신 움직임이 몸사리기식의 일과성 대응책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정치권과 정부도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입법을 통해 출연금 등 준조세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공익을 내세우며 기부, 후원 등을 요구하는 각종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 또한 투명 경영을 내세워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일은 없도록 살펴야 할 것이다.
8. 윤 외교, ‘김정남 독살’ 대북 공조 끌어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늘과 내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김정남 독살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윤 장관의 제네바 방문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두 회의에 당초 차관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평양 지도부가 제3국 국제공항에서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를 사용한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우리측 참가자를 격상해 100여명의 각국 대통령·장관급 등 고위 인사에게 북한의 인권 상황과 화학무기 문제를 쟁점화하게 된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참가국들이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낼 계획이다. 3월 23, 24일 채택할 결의안에 김정남 독살 문제를 담을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 장관은 군축회의에서도 북한이 핵 능력 고도화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는 물론이고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무기를 테러에 사용한 북한의 행위를 명백히 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테러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는 별도로 국제사회의 공조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3월 1, 2일 뉴욕에서 개최 예정이던 ‘북·미 트랙 1.5’(반관반민) 대화에 참여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국무부가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12일의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김정남 독살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미 국무부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최상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자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상을 저지른 북한에 외교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암살에 쓴 화학물질을 VX로 특정한 데 이어 보건장관까지 나서 이를 확인했다. 말레이시아의 격분한 시민단체들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자국의 안방에서 테러를 저지른 잔인무도하고 깡패 같은 국가에 대한 징벌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정남 독살은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인 북한의 위험성을 재확인해 줬다. VX를 장착한 스커드 미사일 한 발이면 서울에서 12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192개국이 회원국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의 폭주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데일리]
9. 중소기업 살려야 청년실업 해결된다
중소기업 직원들의 월평균 임금(2015년 기준)은 306만원으로, 대기업(561만원)의 54.5%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금융 공기업에 비교하면 채 40%가 안 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집계 결과다. 사정이 이러니만큼 어느 구직자가 선뜻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려 하겠는가. 청년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작 중소기업은 일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편중현상, 이른 바 고용시장의 부조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청년층 취업 선호도 6.1%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기관(23.7%)이나 대기업(18.7%)에 훨씬 못 미친다.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에 부딪친 이유다. 중소기업의 80.5%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나마 채용해도 80%가 1∼2년 내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중소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의 99%, 고용률 88%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경제도 위태로워지고 일자리도 사라진다는 얘기와 같다. 독일의 경우 대기업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은 90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도 최악의 청년실업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시급한 과제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과 자생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 및 금융지원 등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 실질 임금이 많아지도록 성과급 세액공제 등 중기 직원에 대한 세제혜택을 검토할 만하다. 대기업들도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해 이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맞선 보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기에 다니면 은근히 낮춰보는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젊은이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은 처우가 좋지 않더라도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보람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장점도 없지 않다. 대기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취업의 문도, 성취의 길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10. 드디어 최종변론에 이른 탄핵심판
오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마지막 재판이 열리도록 예정된 가운데 최종 결정까지 무사히 이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내달 13일 이전까지는 최종 선고를 내린다는 게 헌재의 방침이어서 불과 2주간 밖에는 기간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탄핵심리가 막판에 이를수록 온갖 변수가 돌출하면서 탄핵열차의 진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신변 위협이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헌재 압박 움직임이 가열되면서 자칫 특정 재판관에 대한 물리적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20대 남성이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온라인 카페에 “이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수사 착수에 따라 자수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경찰이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24시간 밀착 경호에 들어갔지만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작전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대리인단은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 절차와 헌재 ‘8인 재판부’ 선고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그동안 진행된 탄핵심판 과정이 잘못됐음을 강변한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두고 다투다가 심리가 막바지에 이른 단계에서 다시 원론적인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자체가 지연책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오늘 최종변론에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지 않기로 한 것도 유감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헌재가 앞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탄핵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도심 집회가 더욱 극렬해질 것이라는 게 문제다.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맞던 지난 주말 도심에서 서로 세과시를 했던 양측은 이틀 뒤인 3·1절 공휴일에도 총동원령을 내려놓고 있다. 헌재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최종 결정이 자기들의 뜻과 어긋난다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미 예고했다시피 오늘 일정으로 탄핵심판 변론은 모두 마무리된다. 그리고 열흘여 뒤에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탄핵 지지자들이나 반대자들의 자제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대권주자들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헌재가 외부 압력에 떠밀려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트럼프의 와인’ 블랙 스탤리온 에스테이트
유명 VIP가 마시는 와인은 언제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1월 20일 거행된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등장한 음식과 와인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미식가와 와인 애호가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미(味)적 감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식석상의 와인은 리더십과 정책 비전 등 여러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어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인과 위스키를 포함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자신의 취임식에는 의전에 따라 와인을 제공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동부 버지니아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트럼프 와인’, 그리고 트럼프 소유 기업에서 생산한 음식과 식자재가 있지만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공식 메뉴에선 배제됐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이 각각 1종씩 선정된다. 이번 취임식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그대로 반영하듯,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만 3개가 선정됐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 ‘코벨 스페셜 인아우구랄 퀴베(Korbel's Special Inaugural Cuveé)’가 화제가 됐다. 캘리포니아 러시안 리버 밸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캘리포니아 샴페인(CaliforniaChampagne)’인데, 2006년 미국과 유럽연합 간 체결된 협정 규정상 미국 스파클링 와인에 샴페인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샴페인’이라고 해서 프랑스와 마찰을 빚은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은 만찬에 나온 바닷가재와 새우 요리에 어울리는 ‘제이 로어 아로요 비스타 샤르도네(J. Lohr Arroyo Vista Chardonnay) 2013년산’이 제공됐다. 레드 와인은 미국산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조화를 이룬 ‘블랙 스탤리온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2012년산 한정판(BlackStallion Estate Winery's Limited ReleaseCabernet Sauvignon)’이 나왔다. 두 와인은 모두 미국 현지에서 약 2만5000원 내외에 판매되는 대중적인 와인이다. 이들 와인은 재벌 대통령의 권위적이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취임식 공식와인 3종 모두 미국산…‘아메리카 퍼스트’ 반영
그중 블랙 스탤리온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2012년산 한정판 와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블랙 스탤리온은 미국에서 3대에 걸쳐 85년 이상 와인 양조를 한 인델리카토 가족(Indelicatofamily)이 2010년 5월에 인수한 와이너리다. ‘우아하고 차별화된 고품질 와인이면서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란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나파밸리 오크놀(Oak Knoll) 지역에 있는 과거 승마경기장을 개조해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샤르도네 포도 품종을 유기농 재배하며 모든 포도 농사뿐 아니라 양조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2007년 7월 나파밸리의 권위 있는 와이너리 컬렉션에 선정돼 유명세를 탔다.
블랙 스탤리온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2012년산은 100%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품종을 사용해 만든 와인이다. 검은색을 띤 체리 컬러, 코코아, 딸기, 블랙베리, 커피, 계피, 향신료향이 나는 우아한 와인으로, 균형 잡힌 타닌과 과일향이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쇠고기 스테이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로즈마리와 검은 후춧가루를 입힌 쇠고기 갈비 로스트 또는 어린 양고기 스테이크와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2. [매경이코노미][HEALTH] 소리 없는 실명 ‘녹내장’ 당뇨·고혈압 있다면 조기 검진·관리해야
당뇨병 진단을 받고 나면 꼭 정밀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안질환이 있다.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가 점점 가려지는 질환이다. 중증으로 발전하면 눈동자가 뿌옇게 변해 녹색빛을 띠며 그대로 두면 결국 실명하게 된다.
녹내장 유병률은 약 3~4%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해마다 환자 수가 늘고 있다.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약 73%나 증가했다.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는 이들을 추산하면 10명 중 1명꼴이라고 하니 녹내장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임을 알 수 있다.
박가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요즘은 라식이나 라섹 등 수술을 하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일찍이 녹내장을 발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유병률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도근시가 있을수록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박 교수는 “당뇨병과 녹내장의 연관성에 대해선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의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크게 그 종류가 개방각 녹내장(급성)과 폐쇄각 녹내장(만성)이 있다. 이 중 폐쇄각 녹내장은 눈의 구조상 안구가 비교적 작은 사람들에게 많이 생긴다. 또 체구가 작은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개방각 녹내장은 특별히 환자들의 특성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녹내장에서 문제가 되는 시신경의 손상은 주로 안압이나 혈류가 정상적이지 못할 때에 발생한다. 박 교수는 “안압이 높다고 꼭 시신경이 죽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안압만 재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녹내장이 발생한 것을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내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가 있다. 세 가지 모두 눈의 안압을 낮춰 더 이상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약물 치료는 점안제나 먹는 약을 처방받는 것이다. 점안제 사용으로 눈에 이물감을 느낄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사용하면 눈 주변 피부에 착색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레이저 치료는 방수(눈 속에서 만들어지는 물)가 눈 안에서 순환하는 통로에 레이저를 쏴 그 길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적어 약물 치료의 보조 치료나 수술 전 단계로 사용된다. 수술 치료는 아예 구멍을 뚫어 새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안압을 적정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성공이라고 볼 때 수술 치료의 성공률은 보통 70% 정도다. 수술을 해도 별로 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많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해 소리 없는 실명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병이다. 눈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의 시야부터 문제가 생기다 보니 잘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증상을 느낄 때쯤이면 말기인 환자들을 많이 본다. 40대 이후에 조금이라도 앞이 뿌옇거나 초점이 안 맞는 증상이 있다면 정확히 눈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박 교수의 조언이다.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핀커스 주커만
20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영국 실내 관현악단(The EnglishChamber Orchestra) 지휘자로서 처음 독일 연주에 나선 무대였다. 지휘자 겸 독주자로서 주커만이 무대에 등장해 단원들과 튜닝을 하고 있을 때, 한 청중이 “집어치워라”라고 고함을 쳤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때 주커만이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그 난동꾼(?)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왔다. 당신의 입장료를 돌려줄 테니 당장 나가시오! 나는 수없이 많은 곳에서 연주했다. 독일을 포함해 내 생애를 통틀어 당신 같은 청중은 처음이다.”
청중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문제의 사나이에게 조용히 퇴장할 것을 요구했다. 무대 위의 단원들 역시 그 청중에게 퇴장할 것을 손짓으로 표현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느닷없는 이 사태의 원인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굳이 떠올린다면 그곳이 독일 땅이고, 주커만이 유대인이라는 것 정도만 유추할 뿐. 당당하게 자신의 무대를 지킨 주커만은 오히려 이 일을 통해 음악가로서 자신의 긍지와 인상을 강렬히 심어줬다.
주커만은 그와 동시대 라이벌이자, 같은 스승의 제자며 같은 유대인인 이작 펄만과 비교된다. 펄만과 나란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태계 바이올린 주자의 전형적인 한 조류를 잇는 이스라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예후다 주커만’의 아들.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바이올린을 하게 된 주커만은 13세에 아이작 스턴과 카잘스에게 인정받아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들어갔다. 데뷔 후 레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의 정경화와 공동 우승했다. 이후 건강 문제로 연주를 할 수 없었던 스턴을 대신해 몇 차례 협연하면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정경화, 이작 펄만과 함께 20세기 후반 3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펄만이 바이올린 특유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과 연주 기법에 충실한 기교파라고 하면 주커만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풍성한 음색의 소유자다. 바이올린과 함께 비올라도 연주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펄만과 달리 지휘자로서도 활동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했던 영국 실내 관현악단과의 연주에서 악장 자격으로 바흐와 비발디 작품을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지휘자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국 1974년 이 오케스트라에서 공식 지휘자로서의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국립교향악단,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의 객원 연주자로 활동했다. 1998년부터는 캐나다 오타와의 국립예술센터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지휘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커만은 바이올리니스트나 비올리스트인 솔로 연주도 인상적이지만 여러 연주자가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에서 특히 더 빛난다. ‘협업(協業)’의 매력과 의미를 잘 터득하고 있는 흔치 않은 솔리스트라 할 수 있겠다.
4. [강원일보사][대청봉]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사회 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가 제기한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다. 사람은 인식과 현실의 사이, 즉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모순된 믿음을 갖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 자주 처하곤 한다. 이럴 때 인식과 현실 간의 불일치한 믿음이 불편한 만큼 불일치를 제거하려 애쓰게 된다는 것이 인지부조화론의 골자다. 간단히 말해서 일종의 자기합리화다.
인지부조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흡연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는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고 인식하면서도 금연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윈스턴 처칠은 하루에 담배를 3갑 이상 피우고도 장수했다' `흡연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한다. 여기에서 간접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볼멘소리하는 비흡연자에 대한 생각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두고 국민들이 촛불과 태극기로 쪼개져 집회를 열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은 박 대통령이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애국자이자 욕심조차 없고 나라와 결혼한 성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를 통해 그녀가 직권 남용, 직무 유기에 이어 뇌물죄의 피의자라는 혐의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자 그들은 인지부조화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결국 그들은 `박 대통령은 피해자' `누군가의 기획에 따른 음모'라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생각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학자들 대부분은 개인적 차원의 경우 자기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아집이든, 자기 합리화든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 인지조화를 얻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공적 차원에서 이 현상을 방치하면 대중을 파괴하는 독소로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는 결정을 내린 일이라고 하더라도 판단이 잘못됐다면 합리화하는 쪽으로 몰아가기보다는 그 결정을 서둘러 철수하는 노력이 정책 효율화나 사회 통합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시점에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통해 개인 간 불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와닿는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저명한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의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상대 의원에게 소장하고 있는 책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1주일이 지난 후에 프랭클린은 상대 의원에게 호의에 감사하는 편지를 보냈고, 그 후 상대 의원이 프랭클린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정중한 행동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현상이 프랭클린 효과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먼저 양보의 손길을 내미는 게 소통의 출발점이라는 말일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나 개인적 반목 대부분이 인지부조화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프랭클린 효과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바가 많다.
5. [한국일보][삶과 문화] 봄맞이 때청소
3월이 성큼 다가왔다. 묵은 때를 벗기려고 어머니를 모시고 목욕탕엘 갔다.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 하는 동네 목욕탕. 오렌지 빛깔 타월을 두 장씩 받아 들고, 신발은 벗어 신발장에 넣고, 허술한 커튼을 젖혔다. 탈의실 겸, 매점 겸, 간이 식당이자 메이크업 룸인 내실 한가운데는 널찍한 평상이 놓여 있고, 한 쪽 벽에는 옷장들이 아래 위 두 줄로 서 있다. 옷장 옆 선반에는 단골들이 맡긴 알록달록한 목욕바구니들이 나란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평상에서는 언니, 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주인과 손님들의 수작이 재미나다. 반짝이가 붙어 있는 하나도 안 예쁜 옷을 예쁘다 입어 보라 권하고, 과일을 깎아 나눠 먹고, 뚱뚱한 어깨에 부항을 붙여 주며 ‘아랫배가 홀쭉하네잉~’ 거짓말을 한다.
“따님이랑 같이 오셨네요? 난 아들만 둘이라… 부러워요.” 처음 만난 머리 허연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그러게요, 딸이 있으니 좋네요.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죠.” 딸도 있고 아들도 있는 우리 엄마, 공연히 으쓱한 기분이 되어 아들만 둘인 아주머니를 위로 한다.
목욕탕 안에는 할머니 따라온 두어 살 뽀얀 아기가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다 마신 빈 우유통이 아기의 손에서 배가 되어 대야 위를 떠다녔다. 구석에서는 가슴 막 자라기 시작한 처녀 아이 둘이 소곤대며 몸을 씻고 있다.
“엄마 때밀이 아줌마한테 때 밀래요?” “미쳤어? 왜 그런 데 돈은 써?” 엄마의 지엄한 말씀에 나는 엄마의 등에 비누칠을 하고, 엄마는 내 등을 연두색 이태리 타월로 문지르신다. 오래 전 초등학교 때 나의 단골 세신사는 7번 아줌마였다. 엄마가 목욕탕에 동행할 수 없을 때는 7번 아줌마를 찾아 몸을 씻었다. 그 시절 대중목욕탕에는 빨래를 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 있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는 빨래비누를 문질러 벗은 속옷과 수건을 빨았다. 두꺼운 겨울 내복을 빨지 않는 것 정도가 예의를 차리는 것이었다.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목욕탕을 나왔다. 엄마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데 들어갈 때보다 햇살이 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직 바람 쌀쌀하고 수은주는 자주 영하에 머물고 있지만 봄을 이기지 못하는 겨울은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다. 봄을 맞으러 어디 남도에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봄기운 오르기 시작한 들판을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며,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노래하던 어느 타이어 광고가 떠올랐다. 아니 그 광고 속 싸이의 노래가 생각났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Song) 까만 밤을 지나야 해가 뜨듯이/ 차디찬 겨울 지나야 봄이 오듯이/ 고통의 시간을 지나/ 그래 보자 누가 이기나/ 끝내 좋은 날이 온다 반드시/ 걱정 말아요 그대/ 반드시 이유가 있겠지/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인생 다시 살어/ 좋은 날이 올 거야/ 인생 우는 만큼 웃는 거야 (금호타이어 영상광고카피)
가수 싸이와 금호타이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지난 해 4월 만들어진 이 광고는 일상에 지친 젊은이들이 위로 받고 기운 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광고 카피는 싸이의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노래 가사로 거의 채워져 있다. 함께 녹음한 로커 전인권의 목소리가 삶이 힘든 이들을 토닥토닥 위로한다.
솔직히 말하면 겨울 뒤에 봄이 올 것을 알면서도 겨울을 견디는 일이 쉽지는 않다. 유독 내게만 기나긴 겨울이 계속될 것 같은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봄은 오고 지천에 겨울을 이긴 봄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묵은 때 활활 벗긴 내 몸에도, 여든 네 번의 길고 추운 겨울을 넘긴 우리 엄마의 몸에도 싱그러운 봄기운이 넘칠 것이다.
겨울 내내 그렇게 한마음으로 촛불을 밝혔으니 3월엔 광장에도 환한 꽃소식이 들릴 것이다. 촛불 대신 축하의 불꽃이 봄하늘을 가득 채울 것이다. 어느 때보다 간절히 새봄을 기다린다.
반응형
LIST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2월 28일 신문 브리핑 (0) | 2017.02.28 |
---|---|
2017년 2월 28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0) | 2017.02.28 |
전자신문·디지털타임즈 주요 요약 (0) | 2017.02.27 |
2017년 2월 27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0) | 2017.02.27 |
2017년 2월 27일 신문 브리핑 (0) | 2017.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