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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회에 일자리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국회 시정연설은 여로모로 의미가 있다. 취임 한 달 남짓 만에 이뤄진 첫 국회 연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이르다. 새해 예산안에 관한 대통령의 정기국회 시정연설은 오랜 관행이지만 추경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에 간 것은 이번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취임 이후 파격적 ‘소통 행보’로 민심에 호소해 온 문 대통령이 국회에도 기꺼이 손을 내민 모양새다.

시정연설은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통과가 1차 목표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문 대통령이 고용 절벽 타개를 위해 일자리 대책과 추경의 쓰임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현 시점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만큼 절박한 시대적 화두는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실사구시 정신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현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걸려 있는 내각 구성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자리 추경도 내각이 제대로 짜인 뒤라야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례 없이 국회에서 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그에 앞서 국회의장실을 찾아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들에게 “국정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며 ‘낮은 자세’로 호소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야당 설득 노력이 주효했는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문제 제기가 단순히 ‘발목잡기’ 차원만은 아니라는 여론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하던 ‘협치’가 말뿐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인사청문회 통과를 강조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보여주기’를 뛰어넘는 ‘통 큰’ 배려가 필요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를 곰곰이 따져 볼 때다. 여권은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짧은 생각에 야당과 기싸움을 벌이기보다 문제 있는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토록 하는 용단으로 한 수 높은 정치를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야당도 과거 집권당 당시의 앙갚음 정치가 결국 자기 발등 찍기밖에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 넘치는 기업 유보금, 투자·고용 이끌려면

수출 증가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 금고에 돈이 넘친다고 한다. 지난 3월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691조 5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681조원)보다 10조 5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그만큼 남았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들이 이익을 투자나 고용, 임금 인상 등에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유보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간과하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기업이 투자·고용에 인색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근 추경예산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사내유보금으로 잉여금을 쌓아놓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힐난한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기업에 대해 투자·고용을 닦달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이윤이 남는 일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도 왜 투자를 망설이는지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 돈을 풀고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채찍도 한 방법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투자 유인책이 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계를 ‘적폐’ 대상으로 보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과거 일부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을 얼차려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중점 정책에도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낼 규제 완화나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법안 처리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겠다며 돈을 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와 기업은 경제를 이끄는 두 수레바퀴와 같다. 새 정부가 목표한 일자리 창출도 민관의 손발이 맞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정부가 먼저 재계를 끌어안고 투자환경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3. 협치 걷어차는 한국당의 몽니

자유한국당이 국회 107석을 지닌 제1야당의 존재감을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과시하고 있다. 국회의장과 원내 대표의 주례 회동에 2주 연속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장실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기로 어제 합의했다. 지난주 제출됐던 추경안의 심사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전 가까스로 심사의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야 3당의 심사 일정 합의에 대해 “정부·여당의 행태는 협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라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한 추경심사 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음을 밝힌다”고 댓바람에 어깃장을 놓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제1야당이 빠진 상태에서 이런 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다”고 비난까지 했다. 여야 협치를 위해 마련된 주례 회동에 스스로 불참한 한국당의 항변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청문 통과에만 협조했을 뿐 출범 한 달이 된 새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은 고사하고 지명 철회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그제의 교육, 법무부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코드 인사”라며 앞서 3인에 대한 인사청문 못지않게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에 몽니를 부리는 한국당의 의도는 뻔하다. 제1야당의 선명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기세를 초반에 꺾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추경안만 봐도 그렇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부적절하다는 야 3당의 지적을 받아들여 여당이 국가재정법을 준수하겠다고 표명한 바에는 심사에 참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자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17조 3000억원의 ‘일자리·민생 추경안’은 민주당의 전신 민주통합당의 협조를 얻어 통과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까지 했는데,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국회 상임위원장단 오찬 제의도 거부했다. 4년 전 일도 기억하지 않으려는 한국당이 수구보수의 외길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정 공백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 한국당이 협치의 틀로 복귀해 대한민국 미래를 진전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4. 대기업 '졸업시점 차별' 관행 철폐해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든 게 청년 취업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청년 실업을 벗어나는 것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대 과제다. 이런 현실인데 기업들의 채용 태도는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기업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 채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졸업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학점이 아무리 우수해도 졸업한 지 3년이 지나면 취업 확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졸업 3년이 지난 취업 지원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칼자루를 쥔 기업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학연수, 자격증 획득 같은 스펙 쌓기에 청춘을 바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취준생들이다. 스펙 쌓기 비용을 마련하느라 온갖 궂은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고들 있다. 그런 마당에 최종 학교 졸업시점(19.6%)이 어렵사리 따는 자격증(9.5%)이나 경력(9.2%)보다 곱절로 더 중요한 채용 요건이라니 허탈할 뿐이다. 졸업 예정자는 졸업 후 3년이 지난 구직자보다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이 49배나 높았다. 이러니 청년들이 너나없이 공무원만 하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닌가.

최근 통계를 보자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유예’를 선택한다. 취업을 의식해 일부러 학교 울타리를 맴도는 청춘들의 현실은 누구한테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남학생의 12%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무려 8년 6개월을 학교에 머문다는 통계도 있다.

실낱같은 취업 희망으로 청년들이 끝없는 스펙 경쟁을 벌이는 것도 기가 막힌다. 채용 시즌만 되면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등 대기업들은 말잔치를 한다. 그래 놓고 서류전형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는 교정돼야 할 것이다. 지원자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정교한 채용 방식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취준생들에게 이중의 좌절을 안기지 않아야 한다.

서류전형이나 통과하자고 학교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사회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이다. 기업들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당장 이력서에서 졸업시점부터 빼라.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는 새 정부도 기회균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의 채용 문화를 적극 독려하길 바란다.



[경향신문]

5. 김이수·강경화·김상조 불가라는 야당, 협치도 고민해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어제도 무산됐다. 이로써 김 소장과 김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겼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명의 지명 철회 없이는 원만한 국회 운영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덕성과 자질, 역량이 모두 모자라는 인사를 추천했기 때문에 인준에 협조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협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 안타깝다. 

야당은 강 후보자가 4강 외교 경험이 없어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그제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 지지 성명을 냈다. 역대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예외 없이 강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보증 섰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야당의 뜻과 달리 민심은 인준을 찬성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인준에 62.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 30.4%보다 배나 높다. 

야당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세워놓고 적격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 취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문턱을 세워놓고 임명권자와 후보 탓만 하고 있다. 이는 야당의 목표가 검증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야당이 대통령을 비전과 정책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인사의 문제점만 과도하게 부각해 반사 이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



당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지지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가 과거 청문회에서 과도하게 후보자들을 비판했다고 자성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국회를 찾아 인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청문회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도 이런 소통 노력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당면 최대 외교 현안인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쳤다. 이런 때 외교수장이 청문회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이 14일이다. 야당이 여소야대 국회를 이용해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후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발전을 바라는 다수 시민의 뜻일 것이다.



6. 프랑스·영국 총선으로 드러난 새로운 정치 바람

최근 잇달아 치러진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 결과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일으킨 돌풍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창당한 정당 리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공화국)는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했다. 오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전체 의석(577석)의 3분의 2가 넘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가 예측했다.



창당한 지 1년2개월밖에 안된 정당이 한 달 사이에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은 현대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가히 정치혁명이라 할 만하다. 반면 지난 8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조차 잃는 등 참패했다. 조기 총선을 강행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보수당으로서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믿기지 않는 결과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19일부터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마크롱의 잇단 돌풍은 기성 정당 및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그만큼 공화·사회당 중심의 기존 정당체제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열망을 읽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신생 정치인 마크롱은 유권자들의 기대와 시대의 요구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공천혁명을 이뤄냈다. 공천자의 절반을 여성과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로 채운 것이다.



영국 보수당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메이 총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는 노인요양 지원 축소 공약(일명 치매세)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함으로써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홀로 토론을 거부하는 오만도 부렸다. 그 결과 의석은 물론 신뢰도 잃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기사회생한 노동당은 보수당의 긴축정책과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

두 나라의 총선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변화하는 현실이나 유권자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좌파든 우파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성공과 메이의 실패보다 이를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매일경제]

7. 금리 오를 때 대비하라고 신호 보낸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당분간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제 상황이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국내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부 자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가계빚은 급증하는 터라 통화정책 전환의 깜빡이를 미리 켤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작년 6월 사상 최저인 1.25%까지 끌어내린 후 1년째 그 수준에 묶어두고 있다. 연준이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연준이 예상대로 2019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3%로 끌어올린다면 한은도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더욱 깊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너무 빠르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고 가계빚 폭탄의 뇌관인 한계가구를 압박하게 되며 너무 늦어지면 자본 유출과 구조조정 지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발 '긴축 발작'으로 신흥국 위기가 재연되면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도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 가계는 글로벌 초저금리와 유동성 홍수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제적 리스크 관리다. 금리 충격을 견딜 수 없는 한계가구 채무조정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주택시장이 투기적 과열과 급격한 침체를 오가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재정·통화·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유연한 정책조합을 가져가야 함은 물론이다. 통화 완화 여지가 줄어들수록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기업과 가계,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관리에 각 부처가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 성장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정부와 한은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보는 수요관리가 급선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세계일보]

8. 한·미 친선행사에 재 뿌린 무책임한 반미선동

경기도 의정부시가 10일 오후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으로 끝났다고 한다. 무대에 선 인기가수 인순이씨는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부득이하게 노래를 못 하게 됐다”며 고개 숙여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록밴드 크라잉넛도 사과의 말만 남긴 채 공연장을 떠났다. 포스터에까지 소개된 다른 초청가수 EXID, 오마이걸, 스윗소로우, 산이 등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행사 파행의 이면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미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미 2사단 장갑차에 압사당한 두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를 기억하느냐”며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공연장 밖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미군 위안잔치 웬 말이냐’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 출연 예정이던 가수와 소속사 등에 집요하게 불참을 종용했다. 이들의 압력에 주한미군을 아버지로 둔 인순이씨는 자신의 대표곡 ‘아버지’를 부르지도 못한 채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의정부시가 미 2사단 창설 100주년을 맞아 장병을 격려하고 한·미동맹을 기리는 뜻에서 마련했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미 본토에서 처음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부대로, 현재 주한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년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미 2사단을 송별하는 의미도 담겼다. 그런 자리에서 섬뜩한 반미 구호를 들은 미군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행사에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을 비롯한 미 장병 400명은 이들의 시위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주한미군은 북한 도발을 저지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핵심 전력이다. 그런데도 좌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미군들을 폄하하고 반미 감정을 부채질한다. 시위대에 길이 막힌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유조차가 들어가지 못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았을 때 정작 가동되지 못했다.

지금은 가뜩이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 몰지각한 단체들이 반미 감정을 자극한다면 양국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내부에서 이들의 무책임한 언동을 정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한·미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울경제]

9. 최저임금 올리자고 카드수수료 체계까지 흔드나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그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보완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카드수수료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위원장까지 나선 걸 보니 국정기획위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세게 밀어붙일 모양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정부의 개입이 반시장적이라는 점은 접어두고라도 수수료 인하의 실익이 거의 없다. 카드수수료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에는 평균 1.8%로 전년 대비 0.22%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더 내리라고 압박하면 부가서비스 축소 등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익악화를 걱정한 카드사들이 인력감축에 나설 수도 있다. 

수수료 산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2012년 금융당국 주도로 마련된 ‘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3년 주기로 적격 비용을 고려해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방식인데 이를 적용해 지난해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이런데도 국정기획위가 끼어드는 것은 정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시장혼란을 부추기는 일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4월에 조사해보니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카드수수료를 꼽은 자영업자는 2.6%에 불과했다. 경기침체(57.2%)와 함께 임대료(15.8%), 영업환경 변화(10.6%), 세금 및 공과금(4.2%)이 훨씬 많았다. 카드수수료보다 임대료·세금 문제가 더 힘들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말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카드수수료 인하 타령은 이제 그만두는 게 옳다. 그보다는 임대차보호법 강화, 세액공제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10.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 서둘러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무죄판결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첫 무죄판결 이후 30건의 무죄판결 가운데 40% 이상이 올해 내려졌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은 지난 10여년간 우리 국민의 ‘양심’을 무겁게 눌러온 사안이다. 일선 판사들의 잇단 무죄판결에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된 나라로 꼽힌다. 4월 기준으로 누적 수감자는 1만9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400명 가까운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다. 지난 5월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현실에 주목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일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이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최근의 판결문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는 국제적 보고도 없고, 전투력에 손실을 가져온 사례도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대만에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한 뒤 부작용이 없어 대체복무 기간을 군복무 기간과 같게 줄이기도 했다.

대체복무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철회해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했고, 20대 국회에 들어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대체복무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의 1.5~2배로 하고, 근무 강도가 현역 입대에 준하는 분야에서 24시간 합숙 형태로 복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수백명의 젊은이가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전과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헌법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나라에도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 입법화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데스크 시각]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

지난 1월 16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 회의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러시아 커넥션 관련 수사를 요약 보고하는 한편 트럼프 당선자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첫 만남은 뭔가 이상했다. 코미 국장은 대통령 당선자와의 대화 내용을 문서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선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차량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타이핑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었지만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10여일이 지난 1월 27일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 이날 코미 국장은 아내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저녁 초대를 거절할 수 없어 코미 국장은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에게 FBI 국장으로서 계속 일하고 싶은지를 물었고 “충성심을 원하고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FBI 국장의 임기가 10년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FBI 국장을 계속하고 싶으면 충성심을 보여 달라는 뜻이라는 것을 코미 국장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FBI의 독립적 지위에 대해서도 걱정한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메모로 정리했다.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국장 간의 만남은 4월 11일까지 이어졌다. 모두 세 차례 직접 만나고 여섯 차례나 사적인 통화가 이어졌다. 이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무능력하다며 지난달 9일 전격 해고했다. 코미 국장은 자신의 해고 소식도 TV를 통해 알았다.

코미 전 국장은 메모를 남긴 이유를 “당시 상황과 대화의 주제, 그리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나중에 대화에 대해 거짓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왜 이런 걱정을 했을까.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당할 수도 있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 사건을 보다 문득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떠올랐다. 업무수첩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확인된 것만 56권에 달하는 업무수첩은 권당 60~70쪽 분량으로 박 전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취임한 지 이제 5개월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과 메모를 일방적 주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유출한 것은 기록 유출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스모킹건’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비서관 회의에서 메모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받아 적기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의사소통하자는 것이다. 공감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내용은 짧게라도 기록해 놓는 것이 어떨까.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2. [서울신문][이은경의 유레카] 상상력과 과학 열정의 결합

34년 전 오늘 1983년 6월 13일에 ‘파이어니어 10호’는 해왕성 궤도를 통과해 태양계를 벗어난 첫 번째 우주선이 됐다. 당시 아직 태양계 행성으로 남아 있던 명왕성은 좁고 긴 타원 궤도에서 해왕성보다 태양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1972년 3월 3일에 발사돼 소행성대와 태양계를 탐사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파이어니어호같이 인간이 만든 물체의 우주 탐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로켓의 초기 역사는 SF 소설의 상상력과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과학자의 열정이 어우러져 빚어낸 드라마였다. 우주로 나가는 로켓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확립한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와 액체 로켓 구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 미국의 로버트 고다드, 독일에서 로켓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헤르만 오베르트는 모두 SF 소설에서 우주 여행과 로켓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치올코프스키는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1865년 작품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우주여행의 영감을 얻었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달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 애호가들이 대포를 이용해 포탄을 타고 지구를 벗어나 달을 향해 출발했으나 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됐다는 내용이다. 치올코프스키는 1897년 이후 우주여행을 돕는 장치로서 로켓을 제안하고 액체연료 다단 로켓,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우주복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고다드는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1898)을 읽고 화성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주전쟁’은 우주선을 타고 온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SF 소설이다. 고다드는 1926년 세계 최초로 액체 로켓을 실험했고 후속 연구를 이어 갔는데 연구 결과는 그의 기대에 못 미쳤고 사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그를 로켓의 선구자로 인정했다.

오베르트 역시 ‘지구에서 달까지’를 읽고 우주 탐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고다드의 논문을 통해 로켓에 대해 알게 됐고,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로켓을 연구한 결과 1923년 ‘로켓에 의한 우주 여행’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또 많은 독일인들을 매료시켜 이후 여러 개의 로켓 연구 클럽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베르트의 책은 또 한 명의 로켓 열광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운명을 바꾸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에 로켓에 푹 빠진 청소년 폰 브라운은 이 책을 읽으려고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로켓을 위해 공과대학에 진학해 ‘우주여행협회’를 만들었다. 그는 오베르트를 우주여행협회에 초빙해 함께 로켓 연구를 했고 나치 치하에서 V2 개발에도 참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폰 브라운은 미국으로 건너가 나사의 로켓 개발 책임자를 맡았다. 1969년 새턴V에 실린 아폴로 11호가 달 탐사에 성공했을 때 폰 브라운을 포함한 선구자들의 꿈이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

이런 로켓의 역사는 과학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SF작품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실용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SF는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담은 ‘공상’으로 보일 수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나 ‘우주전쟁’에 로켓은 물론 과학 내용조차 많지 않다. 오히려 이 소설들을 읽는 재미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그들의 사회에 대한 묘사, 즉 문학성에서 온다. 청소년들이 매료된 것은 ‘달에 간다’와 ‘생명체가 사는 다른 행성이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다음의 로켓 발전은 이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열정을 쏟아 만들어 나갔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기술과 사회의 미래상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이들이 미래 세대에게 호소력을 주는지는 의문이다.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날라 줄 수단, 즉 SF 작품을 보고 읽는 재미 같은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기술 미래의 담론을 전하고 과학적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상상력이 필요해 보인다.



3. [서울신문][김태의 뇌과학] 뇌과학도 백문이 불여일견

신경세포가 뇌의 기본 단위라는 사실은 지금은 상식으로 여겨지지만, 스페인의 라몬 이 카할이 처음 신경세포를 염색해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이다. 신경세포는 우리 몸의 다른 세포와 달리 ‘활동전위’라는 특별한 방식으로 먼 거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뇌과학자들은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해 뇌세포의 활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해 왔다. 하지만 이는 뇌과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와 같았다. 자고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는데 좀더 직관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뇌과학은 직접적으로 뇌의 3차원 구조와 신경세포의 활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먼저 ‘뇌 투명화기법’을 이용하는 ‘클래리티’라는 방법론이 있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이 기법은 ‘뇌는 왜 불투명한가’라는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두 전문가는 빛이 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뇌의 지방성분 때문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뇌 속에 존재하는 주요 단백질 성분을 미리 그물구조의 화학 성분으로 단단히 고정하고, 비누 성분의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엄지손톱만 한 미색의 생쥐 뇌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투명해진 뇌 신경세포에 형광단백질을 부착했다. 이어 형광현미경으로 층층이 촬영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마치 우주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뇌 공간 속을 돌아다니면서 뇌세포 하나하나의 연결성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뇌의 활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탠퍼드대의 마크 슈니처 박사가 개발한 ‘미니스코프’라는 방법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방법은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발생시키고 나면 세포 안으로 칼슘이 유입된다는 점을 활용했다. 그는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형광을 나타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된 실험동물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뇌 부외에 가느다란 원통 모양의 렌즈를 삽입한다. 이 렌즈를 통해 촬영한 영상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실험동물의 두뇌 속 신경세포 활동전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편 신경세포의 소기관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 일반 현미경으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과학자도 있다. 에드 보이든 MIT 교수팀은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관찰 대상을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뇌를 부풀려서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알고 보면 간단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는 훨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동원됐다. 아기 기저귀에는 물을 흡수해 부피를 늘리는 가루 물질이 있다. 연구팀은 뇌 조직을 고정시켜 부피가 늘어나더라도 세포소기관 사이의 거리는 일정 비율을 유지하도록 한 뒤 기저귀에 사용하는 물질을 뇌 조직에 침투시켰다. 물만 부어 주면 뇌는 부풀어 오르고, 이제 일반 현미경으로도 전자 현미경만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방법론들은 더이상 뇌과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체를 탐구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뇌과학을 통해 뇌 기능의 신비를 밝히고 뇌 질환 극복 방법을 개발해 인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 [매일신문][매일춘추] 장 자크 루소

어머니는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겐 버림받고 남의 집에 의탁하다 주인에게 맞는 게 겁이 나 마을을 떠나 방랑생활을 한 13세 소년. 이 불운한 어린아이가 바로 18세기 프랑스 아동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에밀’의 저자 장 자크 루소이다. 자신 같은 어려운 아이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낸 ‘에밀’.



당시 그 책은 종교에 의해 금지처분을 받게 되지만 결국 ‘에밀’은 상류층 부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유모의 품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자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작곡한 ‘마을의 점쟁이’는 훗날 미국의 찬송가이자 중국, 일본, 한국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 동요가 된다. 그의 불운한 삶과는 달리 그는 아이들을 위한 삶을 현재까지 이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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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래는 한국에서 ‘주먹 쥐고 손을 펴서’라는 동요로 불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작을 따라 하며 해맑게 불렀던 노래. 하지만, 2017년 루소의 바람과 달리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루소의 곡, ‘주먹 쥐고 손을 펴서’라는 동요가 다르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SNS에 떠돌며 많은 학생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노랫말은 바로 이러하다.



‘자살 자살 자살 자살 안락사 한강 자살합니다. 고통의 연속 쓰레기 같은 나 해결책은 자살뿐 자살 자살 영원한 안식 우리 모두 자살합시다.’ 이 얼마나 끔찍한 가사인가. 또 다른 버전도 있다.



‘자퇴 자퇴 자퇴 자퇴 성적은 에프 자퇴합시다. 고통의 연속 쓰레기 같은 나 해결책은 자퇴뿐 자퇴 자퇴 영원한 휴식 우리 모두 자퇴합시다.’ 상상도 못 한 동요의 변질이다.



동심 가득한 노래에 붙여진 가사는 자살과 자퇴이다. 이 노래는 대부분 청소년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피아노, 기타 연주로 아름답게 부르며 여러 사이트에 올려진 이 노래의 제목은 놀랍게도 ‘해결책의 노래’이다.



그들은 자살과 자퇴로 현재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동심의 노래 동요에 입혀 서로 공유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이 노래를 듣자 마음의 안식이 왔다. 지금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고 있다’라고 올렸다. 청소년 폭력과 학업의 스트레스, 루소가 원했던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다르게 그의 노래는 아이들의 고통을 담아내는 잔인한 노래가 되었다.



도대체 그들을 자퇴와 자살로 내모는 것은 누구이며 무엇인 걸까? 항상 꿈을 가지라고 외치며 미래의 주인이라 말하지만, 꿈은 여전히 찾을 수 없고 미래의 주인은 죽어가고 있다. 결국, 아이들 스스로 찾은 해결책은 동심이 사라진 죽음과 자퇴라는 슬픈 노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루소의 아름다운 멜로디. 오늘도 우리의 청소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미래의 두려움에 소리치고 있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카타리나 폰 보라, 루터의 아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1525년 6월 13일 결혼했다.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지 8년 만이었고, 당시 그는 교회 개혁의 상징적ㆍ실질적 지도자로 유럽 전체가 주시하는 존재였다. 결혼 역시 교황청에 대한 도발이자, 성서 중심의 신앙적 가치를 부각하는 시위적 성격이 강했다. 독신 서원을 한 41세의 수도사 루터가 아내로 맞은 여성은 26세의 전직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Katharina von Bora, 1499~1552)였다.

폰 보라의 생년과 출생지는 불확실하지만, 리벤도르프의 쇠락한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5살에 베네딕트수녀회에 맡겨졌고, 9살 무렵 님브센의 시토수녀회로 옮겨져 교육을 받았다. 16세에 종신서원을 하고 수녀가 됐다. 2년 뒤 종교개혁 운동이 시작됐다.

그의 수녀회는 물론 교황청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구교 권역이었다. 개혁운동에 영향을 받은 폰 보라는 동료 수녀 11명과 함께 루터에게 도움을 청했고, 루터의 주선으로 1523년 청어 운반용 통에 숨어 비텐베르크로 탈출했다. 오갈 데 없던 그들은 개혁파 종교인들의 주선으로 결혼도 하고, 가정교사로 취직도 하고, 교회 일을 거들기도 했다. 

카타리나도 여러 차례 결혼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루터나 동료 개혁가 니콜라우스 폰 암스도르프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버텼다. 상세한 사정 역시 알려진 바 없지만 어쨌건 둘은 결혼했고, 지역 제후(프리드리히 현공)가 결혼 선물로 준 어거스틴 수도원에서 신접 살림을 차렸다. 

카타리나는 가난한 수도원 살림을 맡아 농사 등을 지으며 자녀 6남매와 양자 4명을 길렀고, 수도원에서 기숙하던 루터의 제자 10여 명을 거두었다. 냉혹한 전사의 기질을 타고난 것으로 알려진 루터였지만, 그가 종교적으로, 정서적으로 기댄 유일한 존재가 카타리나였다. 루터가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 등에서 카타리나를 ‘My Lord’라 칭한 적도 있었다. “나는 캐티(Katie)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 만약 그녀가 아이들과 더불어 죽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이다”라고 쓸 때도 있었지만 “내가 악마와의 싸움을 견딜 수 있다면, 캐티의 짜증도 견딜 수 있겠지”라고 쓸 때도, 물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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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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