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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美 역대 최강 대북제재법안에 야당은 느끼는 게 없나

미국 상원이 10일(현지 시간) 역대 대북(對北) 제재 법안 중 가장 강력한 ‘2016 북한 제재와 정책강화 법안’을 참석 의원 96명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 지도층의 사치품 구입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김정은의 통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둔 것이 핵심이다. 

북한만을 겨냥한 첫 제재법안이 될 이 법안은 이란 핵 동결을 이끌어낸 포괄적대(對)이란제재법이나 이란핵무장방지법처럼 강력한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란제재법에 따라 2012년 이란과 거래한 중국의 국영석유무역회사에 미국 수출면허 금지 등의 제재를 내림으로써 중국을 압박해 이란 제재에 동참시킨 바 있다. 북한 제재법안도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미국의 의지에 따라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은행 제재가 가능하다. 관건은 미국이 중국과 외교 마찰을 각오하고 북핵 해결에 강하게 나서느냐다. 

표결에 앞서 26명의 의원이 7시간 동안 북을 성토하고 강력한 대북대응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통령선거 공화당 경선 후보인 마코 루비오 의원과 테드 크루즈 의원은 잠시 유세를 중단한 채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의원도 표결엔 불참했지만 법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미 의회는 선거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이제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북을 비난하는 결의안만 채택했을 뿐 북한인권법안을 11년째 묶어놓고, 테러방지법은 언제 처리할지 기약 없는 상태다. 오히려 정부의 대북 제재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풍(北風) 카드’인지를 놓고 여야 간에 민망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을 뼈저리게 응징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서로 손가락질하는 이 나라 정치권을 세계가 어떻게 보겠는가.

2.북핵 해결을 위한 안보 위기, 박 대통령이 국론 모아야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하루 만에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 간 연락 채널 전면 중단을 밝혔다. 북은 어제 오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파탄시켜 우리의 핵무력 강화와 위성 발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 17시(한국 시간 오후 5시 반)까지 남측 인원 추방, 모든 자산 전면 동결, 서해 군통신선 및 연락관 직통전화 폐쇄 등을 발표했다. 

북의 반발이 기습적이기는 하지만 예상됐던 일이다.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측 인원 전원이 어젯밤까지 무사히 귀환한 것이 다행스럽다. 이로써 남북 간의 대화 창구가 완전히 끊기게 된 상황은 안타깝지만 북의 대응이 강경한 것은 그만큼 개성공단 중단의 타격이 컸다는 의미다. 

북이 개성공단에서 유입된 현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썼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주장한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 북이 마약·무기 밀매, 해외 근로자 임금 착취 등으로 김정은 통치자금을 조달하고 대량살상무기까지 개발한 것을 국제사회가 뻔히 안다. 북이 개성공단의 재개를 원한다면 핵을 포기하고 대화와 교류협력의 장으로 나오면 될 것이다. 

북이 이를 거부할 경우 남북관계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북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가 결국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돌아온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한반도 안보 위기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통이고 언젠가는 거쳐야 할 불가피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북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대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대로 긴장의 수위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핵과 미사일에 쏠린 국제사회의 이목을 남북 간의 충돌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북은 대규모 도발은 아니어도 후방 침투나 테러, 사이버 공격 등 은밀하고 추적이 쉽지 않은 도발을 할 개연성이 높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예측 불가능의 김정은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한 가닥 말총으로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앉아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까지의 외교적 노력은 실패했고 더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면,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하지 않으면서 유엔 안보리에 강력한 압박을 주문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북은 성명에서 ‘남조선 인민들이 격분에 넘쳐 규탄하듯이’라고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검토,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등 정부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북핵 해결을 위해 꺼내든 대북 제재 조치에 국력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과 여야 대표에게 현재의 안보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야당도 당리당략을 떠나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우리가 일치단결해 안보 위기를 넘길 것인지, 잠시 발끈하다 집안싸움 때문에 제풀에 꺾일 것인지에 한반도의 장래가 달려있다.

[이데일리]

3.북한에서 벌어지는 공포정치 흔적들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처형설로 북한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그제 리 총참모장이 ‘종파분자 및 비리’ 혐의로 이달 초 전격 처형됐다고 한다. 사실로 확인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까지 처형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허튼소리만은 아닌 듯하다.

이로써 김 위원장 집권 4년 남짓에 총참모장 4명 중 3명이 숙청·처형됐다. 총참모장은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 다음의 군 서열 3위로, 우리로 치면 합참의장 격이다. 작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 위원장의 연설 도중 졸은 데다 말대꾸한 ‘반역죄’로 재판 절차도 없이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 권력의 수뇌부조차 김 위원장 눈 밖에 나면 한낱 파리 목숨인 북한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들이다.

김 위원장 치하에서 처형된 간부가 벌써 100명 이상에 이른다. 일각에선 36년 만에 열리는 오는 5월의 노동당 7차 대회를 고위직 숙청의 분수령으로 점치지만 김 위원장의 ‘공포통치’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정세 판단이 요긴하다. 공포통치가 군부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내부 권력다툼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 어린 김 위원장의 자격지심 때문인지부터 가려야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가 있다.

지나치게 잦은 군 수뇌부 교체야말로 김 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증좌라는 얘기도 그럴듯하나 온건파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작년 말 석연찮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만 봐도 권력다툼이 한창이란 논리가 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강경파가 득세해도 그렇지만 “아버지가 못해낸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소영웅주의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최근 북한 상층부가 동요하고 있고 실제 탈북을 감행하는 경우도 늘어났다는 사실은 공포통치의 종막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부터 단합해야 한다. 적전분열은 북의 섣부른 도발을 부추길 뿐이다.

4.글로벌 금융불안 맞설 카드 있는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옐런 의장은 그제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강하게 나타나면 금리를 올리겠지만 경기 흐름이 실망스럽다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왔던 입장에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언급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양상이 미국에 있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 흐름의 난기류가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에서 비롯됐지만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7년 만에 0.25% 포인트 올리면서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야기했지만 그 자체가 미국 경제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또 올린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가 설 연휴로 휴장하는 사이 일본 닛케이지수가 폭락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닛케이평균주가 지수는 지난 9일과 10일 연속 폭락함으로써 장중 한때 1만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4.63엔을 기록하는 등 1년새 최고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등 부양카드를 꺼냈지만 주식은 폭락하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기묘한 형국이다. 그나마 어제는 일본 증시가 건국기념일 휴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홍콩H지수가 5% 넘게 폭락하고 코스피지수도 3% 가까이 떨어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시계 제로의 안갯속이다.

한국도 글로벌 금융 불안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중국발 경기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 등 해외경제의 악재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중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금통위를 앞두고 이주열 한은총재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총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신문]

5.북 도발, 테러방지법 통과로 대비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범국민적·초당적 대처가 긴요한 시점이다. 국회도 이런 여론을 좇아 그제 본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영 미덥지 않다. 이후 여야가 딴소리하고 있어서다. 어떻게든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인정한다면 정치권도 소이(小異)에 휘둘리지 말고 대동(大同)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김정은 정권은 우리 정부나 국제사회가 지원을 하든, 제재를 하든 핵무장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북측이 지난날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 안보리가 제재 방안을 조율하는 중인 며칠 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지 않았나. 개성공단 가동으로 알토란 같은 달러를 챙기면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정은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등 독자 제재에 나섰다 해서 태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예기치 않은 국지적 도발이나 대남 테러로 맞대응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까닭에 일차적으로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가 긴요하다. 북의 도발 기미를 사전에 탐지해 응징할 역량을 충분히 갖춰 놔야 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북측이 테러를 자행할 틈을 주지 않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핵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주민 인권 유린이나 대남 테러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야당 일각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기권한 5명이나 불출석자를 빼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243명이 찬성해 ‘북 미사일 규탄 결의안’을 처리해 놓고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어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공위성 아니냐”며 북한을 역성드는가 하면 국민의당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자해” 운운하는 논평을 했다가 수정하기도 했다.

이래서야 가뜩이나 생명의 존엄성과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둔감한 김정은 정권의 테러 도발 유혹을 끊어내겠나. 미 상원은 어제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대로라면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자도 제재를 할 수 있어 미국 기업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맹물 결의안’ 하나 내놓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할 건가. 지금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과 북한 주민의 인권이지 북 지도부의 심기가 아니다. 미사일 규탄 결의가 진심이라면 여야는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6.北 개성공단 폐쇄,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북측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맞서 초강경 맞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측은 어제 개성공단의 우리 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우리 측 인원을 전원 추방했다. 아울러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한편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해 버렸다. 남북 간 강대강 대결 국면에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철수를 준비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듯 빈손으로 쫓겨났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물건 및 설비를 반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북측의 ‘몽니’에 울분을 삭이기가 쉽지 않다.

입주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와 관련,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고, 11개 부처 차관급 인사들로 합동대책반을 꾸려 구체적인 피해보상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 및 특별대출, 경협보험금 지급, 운전자금 지원, 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 등 2013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당시의 지원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발 입주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지원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입주 기업 대부분은 해외나 국내에 대체공장 없이 개성에만 공장을 둔 영세업체들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공장 가동 중단과 폐쇄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납기를 못 맞춰 거래처는 모두 끊기고 말 것이다.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테고, 도산 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다. 수천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북측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전제로 우리 측이 취한 조치인 만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북측이 폐쇄를 선포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3년 가동 중단 사태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판단’ ‘행정적 행위’라는 대목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침해된 기업 활동과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보전해 주는 게 맞는 것이다. 입주를 독려할 때와는 달리 피해 보전은 생색만 낸다면 이후 누가 정부 시책에 호응하겠는가. 물건이나 설비, 자산 등 계량할 수 있는 손실 외에 거래처 단절 등 앞으로 발생할 예상 손실 등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입주기업들이 등을 돌린다면 대북 제재 효과 또한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북측을 제재할 수 있는 우리 측 ‘카드’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일견 예상됐던 조치이기도 하다. 북측이 폐쇄 조치로 맞대응함에 따라 이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우리 내부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줘 이번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해야만 한다.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남남갈등 양상으로 치달아선 북측만 웃음 짓게 할 뿐이다. 정부·여당은 더 설득하고, 야권은 자제하며, 국민은 인내함으로써 혼연일체가 돼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7.비현실적 저출산 정책으로 ‘인구 절벽’ 못 막아

성인 97.5%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못 미더워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80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2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국민 불신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그제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2.5%만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38.5%는 정부가 ‘예산 등의 한계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35.6%는 ‘일부 영역만 노력해 가시적 효과가 나는 데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정부가 항목만 늘려 찔끔 도와주는 백화점식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연 8조원 정도의 저출산 예산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으로 ‘지원 수준 등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응답이 30.9%로 가장 많았다. ‘가짓수는 많지만 내게 해당하는 정책은 없다’는 반응도 25.2%나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혼자들은 추가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로 48.8%가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양육비 부담만 없으면 아이를 더 낳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보육과 교육,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스웨덴과 프랑스가 본보기다. 스웨덴은 1990년대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보육 인프라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어린이집, 종일 유치원, 가정 탁아 중 선택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급식을 포함해 모든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임신에서 출산, 교육 전 과정에 현금이 지원된다. 두 나라 모두 출산휴가도 충분히 준다. 그 결과 스웨덴은 출산율이 1998년 1.5명에서 2014년 1.91명으로, 프랑스는 1994년 1.66명에서 2014년 2.08명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를 정점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이면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부모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각오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인구절벽’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중앙일보]

8.증시·원자재값 급락, 경제 운용의 틀 재점검해야

설 연휴가 지나고 문을 연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몸살을 앓고 있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3% 가까이 하락해 3년8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5% 가까이 떨어졌다. 춘절 연휴를 끝낸 홍콩 항셍지수는 4.92%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이틀간 8% 빠졌다. 유럽과 미국 증시도 설 연휴기간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홍콩·독일 증시는 올 들어서만 이미 20% 이상 하락 중이다.

 추락하는 건 글로벌 금융시장만이 아니다.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원자재값과 각종 지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말 일시적으로 배럴당 30달러 선을 회복했던 국제유가는 다시 20달러 중반으로 하락했다.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BDI)는 사상 처음으로 300 이하로 내려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절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출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 엔화는 마이너스 금리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달러당 121.39엔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9일 114.21엔으로 급반등했다. 강세를 지속하던 달러가 약세 조짐을 보이고 위안화 가치도 중국 정부의 입맛에 따라 예측 불허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7원90전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1원30전 컸다. 금리·환율·주가·유가 등 경제를 좌우하는 4대 가격 변수가 일제히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 변수들이 단기간에 진정되거나 예측했던 방향과 속도로 움직여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운용계획을 총체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다본 올해 성장률은 3.1%, 물가상승률은 1.4%다. 여기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유지하고 중국 성장률이 6% 중반을 지킬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가정이 다 깨질 수 있는 상황이다. 비상시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원유와 원자재시장에 이어 홍콩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핫머니에 대한 대비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때가 됐다.

[매일경제]

9.한국 GDP대비 R&D 1위인데 성과 이렇게 미미해서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4.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로 집계됐다. 투자총액으로 보면 중국의 5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경제 규모 대비 R&D 비중은 2위 이스라엘(4.11%), 3위 일본(3.58%)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총액는 전 세계 기업 중 2위를 차지했다. 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1980년대(GDP 대비 1%)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올해 국가 R&D 예산도 1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 늘었다.

문제는 R&D 투자 증가가 질적 성과를 견인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논문(SCI) 한 편당 피인용 횟수는 세계 32위에 머물렀고, A급 특허 비중은 되레 낮아지는 추세다. 기술 수출액에서 도입액을 뺀 기술무역수지도 2013년 기준 51억9300만달러 적자라고 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력에 비해 엄청난 R&D 투자를 하고도 효율성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R&D 투자가 제품 개발과 제조업에 집중되고 기초연구에는 미미하게 투입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서울대 공과대학이 "끈질기고 탁월한 연구로 만루 홈런을 쳐야 하는데 번트(단기 성과와 논문 수 채우기)로 1루에 진출하는 데 만족했다"고 통렬히 반성한 것처럼 양적 성과에 급급해 질적 성과를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정부의 R&D 자금이 나눠먹기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는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미흡했던 것도 연구의 질이 떨어진 원인이다. 

제대로 된 R&D 투자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한미약품이 증명한 바 있다. 지난해 5조원대 신약 기술을 수출한 한미약품은 지난 15년간 R&D에 9000억원을 투자했고 2014년에는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부었다.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되 정부 R&D 투자의 경우 성과물의 70% 이상이 사업화 예산 부족으로 사장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신문]

10.행정력과 기업체 동참 절실한 남성 육아휴직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이 올해 신년 업무 보고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과 여성고용촉진정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친화인증기업 확대를 통해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편히 쓰도록 하는 기업문화로 바꿔가거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 해소정책 추진 등은 바로 이를 위한 뒷받침이다.

여성기업인 출신인 강 장관의 의지와 정책 방향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여성 취업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맞아 여성`고용정책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현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정착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이는 일`가정 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육아휴직에 대한 통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대구의 통계치는 더욱 나빠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육아휴직자 수는 8만7천339명으로 2014년 7만6천833명보다 14%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15년 4천872명으로 전년 3천421명에 비해 42%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 정책과 제도의 혜택이 고르지 못함이 자명하다. 8대 광역시 가운데 대구의 지난해 육아휴직자 수는 2천412명으로 서울(4만351명), 부산(3천994명), 대전(3천232명), 인천(2천499명)에 이어 5위였다. 대구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69명)보다 늘어난 101명으로 서울(2천164명), 대전(201명), 부산(144명), 인천(118명) 뒤를 이었다. 

육아휴직제는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도입, 시행 중인 제도다. 하지만 통계처럼 지역적인 편차가 많은 게 현실이다. 대구의 이용이 낮은 것은 영세 중소기업이 많고 기업체의 소극적인 참여, 보수적인 분위기 등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역 중소기업 경우, 휴직제로 인한 대체인력 충원의 어려움이 큰 만큼 당국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강 장관이 ‘대체인력 파견 뱅크’ 설립 같은 방안을 제시한 까닭도 여기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의 고른 수혜를 위한 세심한 정책 마련과 함께 기업체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행정력이 필요하다.

주요 신문칼럼

1.[한국일보]찰스 다윈 탄생…진화론 창사자 말년엔 지렁이도 연구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연구ㆍ저술 환경을 부러워하는 학자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돈 잘 버는 의사였고, 외가는 도자기로 유명한 웨지우드 가문이었다. 그 자신도 재테크의 귀재여서, 철도주식 투자로 ‘종의 기원’ 인세 수입 못지 않은 큰 부를 얻었다. 그의 집중력과 끈기가 ‘병적으로’ 뛰어났다는 말도 있다. 2009년 한 정신의학자는 다윈이 아스퍼거증후군(자폐성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을 지니고 있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종의 기원’과 ‘비글호 항해기’ 외에도 방대한 저서를 남길 수 있었던 데는 그런 저런 배경과 조건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다윈은 심지어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식물 재배 토양의 형성’이라는 책도 썼다. 그는 말년까지 다른 걱정 없이 오직 연구에 골몰했다. 

‘지렁이…’는 다윈이 숨지기 6개월 전인 1881년 10월 출간한 그의 마지막 책이다.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재닛 브라운(JanetBrowne)은 다윈 평전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이경아 옮김, 김영사)에서 다윈이 책 원고를 출판인(존 머리)에게 전하면서 쭈뼛대며 했다는 말을 전한다. “제가 오랫동안 큰 관심을 가지고 매달린 연구 주제입니다. 솔직히 사람들이 이 주제에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절 봐서 출판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책 서문에도 그는 “이 책의 주제가 시시해 보일 수도 있다”고 썼다고 한다.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를 논하던 그가 지렁이라니…, 하던 이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브라운은 “하지만 시시해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원리는 ‘미미한 힘과 그 힘이 축적되어 나온 결과’였다”(책 789쪽)고 썼다. 한마디로 그게 진화였다. 

말년의 그는 몸의 노쇠도 연구를 통해 잊곤 했다고 한다. 아들 레너드 다윈은 그 즈음, 노을 저녁 산책길에 다윈이 했다는 말을 전한다. “만약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살게 된다면 매일 시 몇 줄을 꼭 읽을 거다. 그리고 ‘정신이 이렇게 썩지 않기를’바라셨다.”

다윈은 1809년 2월 12일 태어나 73년을 살고 1882년 4월 19일 별세했다. 사인은‘협심증으로 인한 실신’이었다. 심장이 힘을 잃어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부럽게도, 그의 정신은 살아 있었던 듯하다. 그가 아내(에마 웨지우드)에게 남긴 유언은 “나는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소.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아내였는지 기억해요”였다.

2.[매일경제][CEO 심리학]좀처럼 뜻이 안맞는 직원…같이 밥부터 먹어보세요

강연이나 방송에서 가끔 필자가 이런 농담을 한다. "한국 사회에는 4대 인맥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학연, 지연, 혈연…." 여기까지는 청중이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무엇일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다리시는 분들께 필자가 '흡연'이라고 말씀드리면 좌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고는 꽤 많은 분들이 이것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고 뼈 있는 말임을 이내 깨달으신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런 일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항을 위해 열띤 회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다. 당연히 회의 참석자들 중 애연가들께서는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올 것이다. 

그런데 다시 시작된 회의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온 사람들이 갑자기 결론에 도달하고 이후에 회의 내용이 급진전된다. 이런 사례들을 많이 보셨을 것이다. 그래서 "정작 회의 중에는 그런 말 없다가 잠시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자기들끼리 중요한 이야기를 다 한다"는 불평이나 푸념을 비흡연자들께서 많이 하신다. 오죽하면 어떤 분들께서는 담배는 피우지 않아도 사람들이 담배 피우러 나갈 때 꼭 따라 나가신다고도 하실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단순히 제한된 흡연 장소로 내몰린 애연가들끼리의 우스운 동질감 때문일까? 당연히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좀 더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면 흡연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습관이 아닌 사소해 보이는 행위를 통해 소통과 논의의 진행을 훨씬 더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시대의 리더들께 중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을 위한 회의나 논의는 말, 즉 언어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언어적 활동이 신체적 활동을 공유하면 더 촉진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같은 동작은 같은 생각과 그 생각이 만들어내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동작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연구를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민규안 추(Mingyuan Chu) 교수와 영국 심리학자 소타로 키타(Sotaro Kita) 교수가 최근에 발표했다. 이들은 아주 사소한 동작들을 사람들에게 같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거나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는 행동들이다. 이렇게 지극히 사소한 행동들을 같이 하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 의견에 동의하면서 점점 같은 결론에 도달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단순히 "동의합니다" 혹은 "찬성이요"라고 무미건조하게 반응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한다. 예를 들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 '응' '오'와 같은 짧은 말들이 동반된다. 전자는 제스처에 해당하고 후자는 감탄사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동작을 같이 하게 되면 제스처와 감탄사 역시 동질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쉬워지거나 합의를 하기 용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자, 이제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무언가 작당을 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하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유가 담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사소한 동작들을 같이 함으로써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제스처와 감탄사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더 쉽고 원만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조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사소한 동작들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벼운 체조는 굉장히 그나마 상식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더 좋은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식사라는 절차는 흡연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동작들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같이 밥 먹고 난 뒤 회의가 더 잘되는 이유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에 관한 좋은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순간이다.

3.[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나무가 나에게

나무가 나에게 ― 이해인(1945∼ )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눈물 흘리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견디는 그만큼
내가 서 있는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사람들은 나더러
더 멋지다고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네요

하늘을 잘 보려고
땅 깊이 뿌리 내리는
내 침묵의 언어는
너무 순해서
흙이 된 감사입니다
하늘을 사랑해서
사람이 늘 그리운
나의 기도는
너무 순결해서
소금이 된 고독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해인 수녀를 좋아할까. 왜 그의 시를 좋아할까. 간단하다. 맑고 깨끗해서다.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그의 시는 위안을 선사해 준다. 특정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사람의 언어는,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도닥여 준다. 힘들고 지칠 때, 무기력하고 답답할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힐링’의 키워드가 시대의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의 삶과 시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수도자도 사람이다. 그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강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니까 그도 아프다. ‘나무가 나에게’는 바로 그, 아픔에 대한 시인의 고백을 담고 있다. 많이 아팠지만, 많이 참았다고 말한다. 나무가 울지 않고 깊이 뿌리 내리는 것처럼 시인 역시 그렇게 살아 왔다고 한다. 이때의 뿌리란 인내와 사랑과 감사다. 나아가 그 뿌리는 언어이고 기도이며 시다. 무엇도 쉽게 태어나지는 않는 법. 이제는 이해인 수녀가,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그의 시가 왜 좋을 수 있는지를 참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4.[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동영]삼성이 신입 공채 없애면

벌써 다음 달이면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된다. 절대 다수는 ‘유능한 당신과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뜻 모를 낙방 통지서를 받아야 한다. 경쟁률은 100 대 1이 넘고 온갖 스펙이 필요하다지만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5년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이 4075만 원, 중소기업 초임은 2450만 원이다. 한국 대기업(300인 이상)의 신입사원 연봉이 일본 대기업(1000명 이상)보다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상 많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보다 훨씬 높은 기업에는 수만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가 몰려든다. 

기업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이렇게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살펴 됨됨이와 능력, 잠재력까지 잘 파악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방대에서 어학실력을 쌓고 해외 봉사도 했고, 기업 실무 경험 쌓은 내용까지 학원 다녀가며 자기소개서에 써 봐도 그저 지방대 혹은 삼류대라는 딱지 때문에 내 지원서가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는다는 말이다. 용케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서너 개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회사 측이 나를 얼마나 잘 평가했을지, 수많은 응시자가 ‘걱정+의심’을 했을 법하다. 물론 이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나름대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능력보단 학벌이나 집안 배경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대중의 막연한 의심까지 거두진 못한다. 물론 매출 단위가 큰 대기업에서 경험이나 실적 없는 신입을 뽑으려니 학벌과 배경이 생산성으로 연결될 것 같은 편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재촉에,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 대기업에선 정작 신입사원을 뽑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여러 대기업 임원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었다. “신입 공채요? 경영논리로만 보면 안 뽑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왜 뽑냐고요? 허허, 이건 나라가 시키는 복지정책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7개 대기업 총수에게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은 어떤 사람을 언제 얼마나 뽑는 게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냥 놔두면 ‘딱 필요한’ 만큼 채용한 뒤 더 큰 이익을 창출해 나라 전체에 흘려보낼지 모른다.

중소기업에선 능력을 떠나 와주었으면 하는 수준의 청년까지 재수 삼수 하더라도 대기업에만 가려 하기 때문에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인다고 하소연한다. 요약해 보면 청년층은 학벌 말고 능력만으로 대기업 입사가 결정되길 희망한다. 경영 논리로만 보면 대기업에 신입 공채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중소기업은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길 바란다.

이런 현실이라면 신입 공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삼성을 시작으로 각 대기업은 눈치 보기 사회공헌성 신입 공채를 그만두거나 대폭 축소하면 어떨까. 그 대신 3년 혹은 그 이상 중소기업 근무나 창업 경력을 가진 청년 중 성과를 낸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은 뜻하지 않은 사회공헌 대신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이란 고질병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는다. 명문대 출신이나 고스펙 청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절대 다수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대기업이 경력 위주로 채용 방식을 바꾸면 당장은 커다란 사회적 복지가 사라지는 것 같겠지만 장기적으론 학벌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사회가 재편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효과와 함께 가슴 답답해지는 온갖 ‘수저 논란’을 적어도 채용시장에선 듣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5.[서울신문][길섶에서] 아버지의 손맛2/서동철 논설위원

경기 파주에 10년 넘게 사는 동안 헤이리마을이 유명세를 타고 명품 아울렛이 잇따라 들어섰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음식점이 생겨나면서 호기심도 발동했다. 하지만, 전국 공통의 맛일 뿐 다시 가고 싶은 집은 많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오래된 단골집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문산 너머 막국수집 주인 영감님은 겨울이면 문을 닫아걸고 날이 풀릴 때까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설 연휴 직전, 지난해 겨울에는 뜻밖에 문을 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갔지만 다시 휴업이었다.

문을 열었던 지난해 1월에도 막국수 맛은 시원치 않았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영감님 대신 아들만 보여 ‘아버지 손맛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모양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시 겨울 장사를 접은 것도 ‘무르익지 않은 아들의 솜씨’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설 연휴 뒤끝 문을 열었다기에 찾았지만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오후 6시 30분 영업을 종료한다’는 푯말만 내걸려 있었다. 너무 일찍 문을 닫는 것이 불만스러우면서도 영감님 기력이 달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문득 ‘새해에는 세상의 모든 아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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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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