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1%대 금리시대 ■ 방산비리 수사 2라운드 ■ 소똥발전소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1%대 금리시대
[한국일보 사설-20150313금] 1%대 금리시대 진입, 구조개혁 더 절실해졌다
예상 밖 전격 인하, 시장 흐름엔 부합
떠밀리듯 한 결정, 통화정책 불신 우려
美 금리 변수, 가계부채 관리 등 유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0.2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인하 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대 시대에 진입하게 됐다.
이 주열 한은 총재는 어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경기 회복세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최근 경제지표는 매우 어둡다. 1월 산업생산은 -1.7%로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대표하는 광공업생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대폭인 3.7%까지 감소했다. 투자ㆍ소비 지표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수 출도 부진하다. 1~2월에만 전년 대비 2.0% 줄었다. 중국의 저성장 기조 등을 감안할 때 연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게 됐다. 2월 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0%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킬 정도였다. 요컨대 성장ㆍ수출ㆍ물가 등 핵심 지표가 금통위의 무게추를 인하 쪽으로 돌린 셈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하는 왠지 부자연스럽다. 금통위는 지난 2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따라서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번에 일단 소수의견을 낸 뒤, 4월에 금리를 올리는 안정적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외압에 몰려 독자적 판단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디플레 언급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금리인하 훈수, 일부 언론의 일방적 ‘한은 때리기’가 통화정책에 불신만 초래한 셈이다.
어 쨌든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선 회의론이 만만찮다. 시중에 돈이 잔뜩 고여있어도 투자처가 없고, 쓸 수가 없어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상태라 유동성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살리는 상징적 효과는 물론, 원화 강세를 누그러뜨려 수출에도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나마 온기가 도는 부동산과 증시를 뒷받침 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효과 중의 하나다.
이 제 중요한 건 초저금리 상황의 관리다. 가장 심각한 도전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달러 강세에 더해 미국 금리마저 급등하면 국내 내외국인 자금이 대거 미국 등으로 역류해 금융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1990년대 멕시코에서 촉발된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도 미국과 신흥국 금리의 역전이었던 점을 감안해 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이 번 조치가 가계부채 급증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는 기존 가계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거품이 조장되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당장의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이 제 경기 활성화 책임은 한은에서 다시 정부로 넘어온 셈이 됐다. 하지만 초조감에 사로잡혀 정부가 단기 부양책만 남발하는 우(遇)를 되풀이 해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부양책 가동과 함께, 차제에 장기 성장기반을 다질 노동ㆍ공공ㆍ산업 구조개혁에 성패를 걸겠다는 큰 틀의 각오가 필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3금] ‘1%대 기준금리 시대’의 한국 경제
한 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인하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에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다시 5개월 만에 그만큼 더 내린 것이다. 이로써 시장금리의 나침반 구실을 하는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들어섰다. 한은은 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한은이 많은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하면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정부와 경제계도 이번 조처를 잘 활용해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은이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는데도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생산이 1월 들어 전달보다 1.7% 줄고, 소비가 3.1% 감소했다.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1월과 2월에 0.7%와 3.4% 줄었다. 또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상승률이 0.5%로 낮아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이 물가안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기준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한 중앙은행이 여럿인 현실도 한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들 간의 ‘통화가치 절하 전쟁’은 ‘이웃나라 궁핍화 정책’의 성격이 없지 않다.
기 준금리 인하로 빚어질 수 있는 부정적 파장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이미 11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은은 금융 안정에도 유의하도록 임무가 주어져 있다.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에 따른 외화 유출 가능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 은의 이번 조처를 보면서 아쉬운 생각도 든다. 인하 시기를 좀더 앞당겼으면 어땠을까 싶어서다. 그랬으면 기준금리 인하 요구 같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불필요한 간섭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은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닌가. 여전히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도 사전에 적절한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온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3금] 1%대 금리 시대 …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
한 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 한국 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밀물은 모든 배를 들어올린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경제 주체들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1%대 초저금리 시대는 정부와 한은은 물론 가계·기업 모두에게 지금과는 다른 새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의 금리 인하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볼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각종 경기지표는 눈에 띄게 나빠졌고, 지난달 물가는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과 수출은 하락·감소세인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쳤다.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되레 수그러드는 낌새가 뚜렷했다. 여기에 ‘수퍼 달러’ 회오리가 신흥국으로 몰려갔던 달러의 본토 환류를 부를 것이란 위기감까지 겹쳐 세계 각국이 줄줄이 정책 금리를 낮추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미약했다”며 “성장 잠재력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금리를 내렸는데 바라는 쪽으로 경제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 당장 걱정은 가계부채다. 1089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빚이 ‘1%대 저금리’에 올라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
수퍼 달러가 몰고 올 환율 전쟁과 겹칠 경우의 파장도 만만찮다.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의 위험을 키운다. 한국 시장은 금융위기 때 외국인의 현금자동인출기(ATM) 역할을 했다는 트라우마까지 있다. 투기자본은 그런 트라우마를 적절히 공격하는 교활함과 잔인함을 갖추고 있다. 6월 또는 9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이런 일이 또 재발할 수도 있다. 펀더멘털이 괜찮고 외환 방패가 튼튼하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돈이 기업 금고나 가계의 장롱 속에만 머물러선 아무 효과가 없다. 올 1월 통화승수는 18.5로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한 1998년 이래 최저였다. 통화승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돈맥경화’부터 풀어야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확 늘리는 획기적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각 경제 주체도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1%대 초저금리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디플레이션 위험에 근접했다는 신호다. 정부는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은 나라 존망이 경제 살리기에 달렸다는 인식을 갖고 ‘경제 뒷다리 잡기’식 구태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고령화·저출산·저성장으로 대변되는 1%대 초저금리 시대에 맞춰 성장 전략과 노후 계획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3금] 금리 내린다고 소비·투자 살아날까
한 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낮췄다. 첫 1%대 금리라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경기회복세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을 방법이나 폭증할 게 뻔한 가계부채 대책은 없어 오히려 화근만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점을 떠올리면 이번 금리 인하는 깜짝 결정이나 다름없다. 실제 여권이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던 터여서 훗날 있을 수 있는 책임 모면을 위한 궁여지책의 선택처럼 보인다. 독립성은 물론이고 시장과의 소통에도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다.
내 용으로 들어가면 더 불안하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성장모멘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정부의 공세적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기진맥진한 상태다. 경상수지는 흑자지만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하락세고, 내수부진은 끝이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물가는 디플레를 걱정할 정도로 하향세이고, 일본과 유럽, 중국 등의 돈 풀기도 인하 배경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이를 소비나 투자 효과로 얘기하는 것은 침소봉대다. 당장 지난해 8월과 10월 단행된 두차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늘렸다는 증거는 없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불안을 들어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고령화 등 미래 불투명성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설령 금리를 더 내린다 해도 이 같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시중에 풀리는 돈은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집값을 올리고 전세난만 가중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런 측면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유동성 함정만 키우면서 가계부채를 심화시키고 부동산만 과열시킬 게 뻔하다. 정부는 가계부채협의회란 걸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나선 모양이지만 대책이란 게 이자를 다소 낮추고 대출구조를 변동에서 고정으로 바꾸는 정도여서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기실 내수활성화를 통한 성장 정책을 펴고, 경기만 활성화되면 소득이 오르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여기는 현 경제팀이 가계부채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되풀이 얘기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부채총량을 줄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부동산을 매개체로 한 경제회복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행여 그 행간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면 더욱 안될 일이다. 현재의 소비와 수출 부진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려 부동산을 띄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3금] 기준금리 1%대 시대… 부작용 최소화해야
한 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1%대 금리는 우리 역사상 처음이다. 금리 인하는 무엇보다 정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생산과 투자, 소비가 부진한 ‘트리플 쇼크’에 빠져 있다. 또한 담뱃값 상승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확대해 생산과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촉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근 경제 상황을 돌아볼 때 금리 인하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유로존과 일본은 국채 매입 등의 수단을 동원해 양적완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은 주요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 부진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들이다. 우리도 이런 세계 조류를 외면하고 독불장군처럼 버틸 수는 없다.
그 러나 금리 인하에 따른 여러 부작용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계 부채다. 1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도달한 가계 부채는 이번 금리 인하로 또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지난 1월 한 달에만 주택담보대출은 4조 2000억원이나 폭증했다. 정부는 부채의 70%를 소득수준이 높은 가계에서 빌리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마냥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비 우량 고객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었다가 금리가 오르자 주택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도산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몽이 또렷이 남아 있다. 부동산을 살려서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정부는 이미 1%대 주택대출을 내놓고 집 사기를 권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불붙은 가계 대출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돼서는 곤란하다.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가계부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 리는 금리를 내리는데 경기가 좋은 미국은 반대로 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 차가 줄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에도 정부는 낙관론만 펴고 있다. 지나친 비관도 문제지만 근거도 없는 낙관도 금물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모두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금 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회복을 넘어 과거와 유사한 거품이 끼게 할 가능성도 있다. 너도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려 든다면 주택 시장은 과열되고 집값은 적정 가격을 넘어선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소비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전체 경제에 부담으로 남게 된다. 낮은 금리는 월세 전환을 촉진해 주거비 부담을 늘리고 그러잖아도 높은 전셋값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정부는 무조건 경기를 살리는 데 매달릴 게 아니라 이런 금리 인하의 이면을 예의 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 나가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1%대 기준 금리…이젠 정부가 구조개혁 성공시킬 때다
결국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렸다. 사상 최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미약해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등 떠밀린 결과이기도 하다.
금 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늘리려는 취지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금리는 전체 국민과 경제 모든 분야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7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은 그만큼 향후 문제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어제 채권가격은 소폭 오른 반면(수익률 하락), 코스피지수는 약보합에 그쳐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의미로 읽힌다.
금 리인하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가계 지출 중 사회보험료 등 경직성 지출 비중이 44.5%나 됐다. 10년 사이에 4.2%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사회보험료, 세금, 개인연금, 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전·월세 등 주거비 증가율을 웃돈다. 가계 대출 부담을 줄인다고 해도 결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더욱 그렇다. 기업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다. 투자를 가로막는 법적·행정적·정치적 규제들이 개혁되지 않으면 투자 활성화는 어림도 없다.
지 금부터가 문제다. 무엇보다 1089조원이나 되는 가계부채 관리가 당면과제다. 전셋값이 더 올라갈 전망이고 보면 가계대출은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가계부채 증가에는 전·월세 자금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더 큰 탈이 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역시 시급하다.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대부분 좀비기업에 들어가 버리고 만다.
결 국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금리정책은 소용이 없다. 미국 Fed의 금리 인상이 빠르면 올 6월, 늦어도 9월엔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돼 있다. 이젠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금리인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디플레이션 운운하며 한은 등을 떠민 결과다. 이젠 당정이 목숨을 걸고 구조개혁에 나설 때다. 더는 핑계댈 구석도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1%대 금리… 경제활성화 안되면 이젠 무슨 핑계대나
한 국은행은 12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에서 1.75%로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맞은 기준금리 1%대 경제시대다.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펼쳐야 할 만큼 현재 경제상황이 엄혹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정인 듯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적이 있지만 추가 인하를 통해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0.52%로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0.06%로 마이너스 물가나 다름없었다.
당 정은 환영 일색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금리 인하로 회복세가 미약한 경기에 도움이 되고 저물가 상황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를 공공연히 압박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사상 최초로 우리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 지만 '금리 1%대 경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라 우려가 크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와 자본유출 확대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내기 어렵다. 당장 미국 금리의 6월 인상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현실화할 경우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있고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아 가계부채 상환 부담마저 커진다.
이 번 금리 인하가 경제를 살리긴커녕 더 옥죄는 결과만 남게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와 막대한 재정투입으로도 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경기부진의 원인이 금리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경제주체의 비관적인 심리부터 살려야 투자와 소비가 확대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구조개혁에 더욱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구조와 고비용·저효율 생산성에 대한 혁신이 없다면 어떤 처방도 결국은 미봉책에 그치고 말 뿐이다.
■ 방산비리 수사 2라운드
[경향신문 사설-20150313금] 방산비리 수사 2라운드, 성역 없이 파헤쳐라
방 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중개업계의 거물로 통하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합수단이 출범한 이후 대형 무기중개업체를 상대로 한 공개 수사는 처음이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과정에서 5100만달러(약 573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9600만달러(약 1078억원)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500만달러(약 505억원)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광공영은 터키 무기업체 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의 거래를 중개했다. 이 회장은 30년 이상 무기중개업에 종사하면서 군은 물론 다른 분야에도 적잖은 인맥을 구축했다고 한다. 빼돌린 돈 가운데 상당액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이 짙다고 본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방산비리 수사의 2라운드가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합수단은 그동안 감사원 고발 등을 토대로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주된 타깃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민간 부문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우리는 합수단 출범 당시 방산비리의 몸통을 규명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해외 무기 도입 과정을 수사하는 일이 필수 과제임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위협이 추가 확인될 때마다 정밀 검증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신형 무기 도입 예산을 책정하는 군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합수단은 특정 개인이나 업체를 적발하는 차원을 넘어 군과 방사청, 해외 방산업체, 국내 무기중개업체 사이에 얽히고설킨 커넥션을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이 번에 문제가 된 EWTS는 공대공·지대공 미사일 공격 등 위협상황에서 조종사의 대응능력을 기르는 훈련장비라고 한다. 2012년 6월 장비 인수식이 열렸으나 북한의 주력 미사일에 대응하는 작전요구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방산비리는 이처럼 군 전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안전,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 이적행위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대 범죄다. 합수단은 수사 대상에 어떠한 성역도 두지 말고, 비리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 수사 도중 장애물이 나타난다고 물러서거나 적당히 봉합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이제는 방산비리의 질긴 사슬을 끊을 때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3금] 방산비리 이규태 ‘로비 의혹’ 철저히 파헤쳐라
무 기 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그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에 체포돼 구속을 앞두고 있다.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과 관련해 장비를 터키 하벨산으로부터 들여오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려 거액의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게 합동수사단이 밝힌 그의 범죄 혐의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당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600만 달러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사업비 착복 과정에서 일광공영 계열사들이 성능에 미달하는 장비와 부품을 납품했는가 하면 빼돌린 돈 가운데 일부를 로비 자금이나 리베이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 사단은 그가 공군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 보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군 기밀을 몰래 입수한 정황을 파악하고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씨의 비리 혐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그가 30년 동안 무기중개 사업을 해 온 ‘거물’이라는 점에서 지난 4개월에 걸친 방산 비리 수사 가운데 이번 사건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 모양이다.
그 러나 결론부터 말해 그는 방산 비리의 몸통이 될 수 없으며, 이번 사건 역시 방산업계의 거대한 비리사슬 구조를 파헤칠 출발점에 불과할 뿐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드러난 그의 비리 행태는 단가 부풀리기와 군 기밀 빼돌리기, 평가 조작하기 등 전 과정에 걸쳐 전형적인 방산 비리의 패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 얼마든 제2, 제3의 이규태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그가 30년 동안 정권을 넘나들며 권력의 후광을 업고 사업을 확장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관련자들의 범죄 행각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호 세력의 도움과 공모가 있을 개연성도 높다고 본다. 실제로 EWTS 사업만 해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권을 넘어서는 차원의 비호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지 금부터의 수사가 중요하다. 방산 비리는 그 자체로 막대한 국민 혈세를 착복하는 국민 배신 범죄이자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이적 행위다. 전·현직 군 장성을 포함해 지금까지 드러난 방산 비리 관련자의 범죄 행각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은 물론 그 뒤에서 암약하는 비호 세력들까지도 낱낱이 찾아내 단죄하겠다는 각오를 수사 당국은 다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사단의 격을 높이고 인력도 보완하는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 그 밖의 주요 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3금] 미숙한 발언으로 북한에 자칫 빌미 줘선 안 돼
대 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뜬금없이 ‘흡수통일 연구’ 논란에 휩싸였다.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이 10일 한 강연회에서 정부와 통준위 내에 흡수통일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게 발단이다. 파문이 일자 정 부위원장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다. 정 부위원장은 어제도 “통준위 활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용어선택이 적절치 못해 보도가 잘못됐다”며 거듭 유감을 표했다.
하 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흡수통일’ 용어 자체가 갖는 민감성 때문이다. 대화와 합의를 통한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이고, 통준위의 존재근거 또한 이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통준위를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을 준비하는 ‘체제통일 전위대’로 치부하고 비난해왔다. 정 부위원장의 발언은 통준위 활동에 대한 북측의 반발을 한층 부추길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쓸데없는 빌미가 돼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더욱 꼬이게 할 우려가 크다.
물 론 북 체제의 미래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우리로서는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체제붕괴를 거론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신 가득 찬 북 정권과 대화와 통일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통준위가 제안한 다양한 공동사업도 무의미해진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정 부위원장은 참석자가 제한된 강연회 자리라도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통 일은 물론이고 당장의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자리로 이끌어 내는 게 시급하다. 여기에 피차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끝없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측도 그렇지만 대화하자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북측의 체제불안을 증폭시키는 우리정부의 혼란된 신호도 문제가 많다. 이번 통준위 정 부위원장의 발언소동을 미숙하고 혼란스러운 정부의 대북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한국일보 사설-20150313금] 고 1,2,3이 다 다른 수능, 해도 너무한 대입정책
그 제 전국의 대다수 고교생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사설 모의고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주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똑 같은 형식으로 실시하는 이번 평가에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고교 1ㆍ2ㆍ3학년이 저마다 다른 형태의 수능 모의고사 시험지를 놓고 씨름한 것이다. 고3 수험생은 국어와 수학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선택하는 수준별 수능으로 치렀다.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를 고2 학생은 국어는 통합형으로, 수학은 과거 문ㆍ이과생이 보던 가형 또는 나형으로 되돌아간 시험을 봤다. 여기에 필수과목에 포함된 한국사도 치렀다. ‘2018학년도 수능 버전’이 적용되는 고1 학생들은 한국사 필수와 함께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시험을 봤다.
이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일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2018년 전면 시행되는 문ㆍ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은 다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올 가을 발표 예정으로 현재 논의 중인 중장기 수능제도 개선책이 나오면 그 전에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들은 가르칠 범위와 수준을 종잡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잦 은 대입제도 개편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정권의 조바심에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역대 어느 정부건 입시제도에 눈독을 들였다.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결과가 수십 차례의 대학입시 변경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도 이전 정권이 걸었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입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한 학교 세 시험’이 상징하듯 누더기 대입전형을 면치 못했다.
한 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일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동ㆍ청소년 2명 중 1명이 학업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는데, 선진국만 놓고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학교생활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쟁 일변도의 줄 세우기 학업 풍토가 빚은 부작용인 동시에 교육정책의 방향을 수요자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온 탓이다.
대 입제도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매년 바뀌면 효과는 떨어지고 혼란만 커질 뿐이다. “무슨 스마트 폰 업데이트 하는 겁니까?”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른 한 고교 교사의 비아냥을 교육 당국은 뼈 아프게 듣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3금] 농협 개혁의 싹 틔운 첫 전국동시선거
11 일 실시된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강력한 농협 개혁을 주장한 후보들이 다수 당선됐다. ‘좋은 농협 만들기 정책선거 실천 전국운동본부’의 농협 개혁 서약에 동참한 당선자 60명이 주인공이다. 비록 전체 농협 1151개에 견줘선 100명에 5명꼴이지만, 서약에 참가한 조합(141개) 대비 당선 비율은 42.5%에 이른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농민활동가 출신 당선자도 여럿이다. 이들이야말로 농협 개혁의 소중한 씨앗이다.
곪 아 터진 농협 조직에 개혁의 칼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선 현장의 조합장 선거에서부터 번번이 개혁의 물꼬가 가로막힌 탓이 크다. 농협 조합장이 쥔 권한은 막강하다. 대출 등 신용사업 이외에도 교육지원과 사업 명목으로 직접 주무를 수 있는 돈만 연간 수억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조합장이 지역 유지 행세를 하며 각종 비리를 일삼는 경우도 허다했다. 정작 조합원인 농민들이 농협으로부터 소외되기 일쑤였다. 이번에 당선된 개혁 성향의 조합장들이 4년의 임기 동안 전국 현장에서 농협 바로 세우기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벌써 이들을 중심으로 농협 개혁을 위한 상설 연대조직 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 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개혁의 불씨를 더욱 키우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정책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현행 선거제도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 공공단체 위탁선거법의 적용을 받은 이번 선거에선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 기회가 사실상 봉쇄됐다. 직접 명함 배부, 전화 및 문자메시지 전송 기회만 허용하다 보니, 후보 간담회나 정책토론회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현 조합장 당선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선거 결과는 ‘깜깜이 선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책선거가 사라진 토양에선 온갖 인연과 유착관계로 얽힌 비리의 싹이 움트기 쉬운 법이다.
이 번 선거에서도 되풀이된 악습의 사슬을 끊어내는 일 또한 녹록지 않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에 나섰음에도 혼탁한 ‘돈 선거’는 막판까지 기승을 부렸다. 돈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사례도 사라지지 않았고, 무자격 조합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당선자 가운데 이미 3명이 구속됐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100명 안팎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곳에서 재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부정선거를 뿌리뽑을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2금] ‘대통령 특보’가 장관후보 인사 청문하는 희극
11 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참으로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가 외통위원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나마 유기준 후보자는 질문은 하지 않고 10분 만에 자리를 떴으나, 윤 의원은 홍 후보자를 상대로 검증위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의 ‘참모’가 검증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박 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새누리당 현역 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지명한 뒤 그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참모로 활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데다, 국회법상으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말고는 현역 의원의 겸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장면은 그런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굳이 삼권분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해야 할 국회에서 대통령 정무특보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현 역 의원들의 정무특보 기용은 단지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청와대 쪽은 정무특보 임명의 명분을 ‘소통’에서 찾고 있지만, 특보들이 대부분 강경파 친박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치적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 소통을 위해서라면 새누리당 안에서 청와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야당 쪽 인사들과 대화가 잘되는 사람들을 기용해야 논리적으로 맞는데 정무특보들의 면면을 보면 완전히 반대이기 때문이다.
더 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청와대가 특보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마저도 미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특보들이 겸직신고를 하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소집해 국회법 저촉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위촉장 수여가 안 되는 바람에 그런 절차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갖가지 비정상적 풍경들은 청와대가 새누리당 수뇌부에 대한 견제용 포석으로 정무특보를 기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상식과 법률을 도외시한 데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다. 게다가 정무특보를 기용한다면서 국민 여론이나 정치권 반응 등 가장 기초적인 ‘정무적 판단’도 하지 않은 것은 더욱 쓴웃음을 자아낸다. 청와대의 인사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3금] 원로들까지 나선 한·일 관계 물꼬 트이길
한· 일 관계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이토록 악화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란 얘기도 들린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충돌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브레이크를 안 밟고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 같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양국의 원로급 지도자들이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이는 이유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의 원로급 지도자 10여 명이 오는 22~23일 도쿄에서 만나 특단의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고 한다. 한국 쪽에서는 이홍구 전 총리를 좌장으로 대일(對日) 외교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이 있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승윤 전 부총리,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 측에서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비롯해 가와무라 다케오(일·한 의원연맹 간사장)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 사사키 미키오(미쓰비시상사 상담역) 일·한 경제협회회장 등 6~7명이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ㄱ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참여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양국 원로들은 도쿄에서 1차 협의를 갖는 데 이어 5월 서울에서 2차 협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현안을 어떻게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에게 제언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원로급 지도자들의 대화가 양국 관계의 경색을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우리는 간절히 기대한다. 이를 위해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점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양국 간 교집합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한·일 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원로들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양국 원로들의 이번 시도마저 무위(無爲)로 끝난다면 한·일 관계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3금] 김영란법 필요성 보여준 벤츠 여검사 무죄 판결
김영란법 제정의 필요성을 촉발시켰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가 어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는 내연관계에 있던 변호사에게서 사건청탁과 함께 벤츠 리스료를 포함해 샤넬백·모피코트·다이아몬드 반지 등 5000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1심 법원은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대가성 입증이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금품은 ‘사랑의 정표(情表)’라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2011년 11월 불거진 이 사건은 수사 당시부터 법리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2010년에는 한 건설업자가 전·현직 검사 수십 명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했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백,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2012년 8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속칭 김영란법이 입법 예고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 법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빠진 채 반쪽짜리 법으로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벤츠 여검사’나 ‘스폰서 검사’ 대부분은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으로 인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제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김영란법 같은 강력한 부패방지법은 공정사회를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해 국가의 경쟁력이 평가되고,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김영란법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런 긍정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졸속 입법을 강행해 당초의 법 취지를 희석시킨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3금] 세계 여성운동가의 DMZ 횡단 구상을 지지한다
올 해 초 남과 북의 지도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먼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며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을 위해 민간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남북공동으로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를 열자는 제의도 했다.
그 러나 아직까지 남북대화 재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새누리당 집권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상대가 양보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일 광복 70주년을 아무 일 없이 흘려보낸다면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마 침 작은 계기가 생겼다. 세계적인 여성 평화 운동가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휴전선에 설치된 비무장지대(DMZ)를 횡단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어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5월24일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한반도 여성 평화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한 10여개국 30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5 월24일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맞서 대북 제재 조치를 내린 지 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른바 5·24조치 5주년 되는 날 한반도 여성 평화 걷기 행사가 펼쳐진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가 대화와 평화가 제재와 압박, 대결을 덮는 상징성의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 변화를 촉진하는 실천성을 담보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당국이 각각 이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남북 당국간 접촉을 통해 남북이 함께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건 남북대화를 시작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서서 이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3금] 거위 배 가르듯 개성공단 임금 올리려는 北
남 북 경제협력의 실험장인 개성공단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한이 공단 근로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그제 정부는 일방통행식 임금 인상에 따르는 우리측 입주 기업은 제재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공단의 존폐가 걸린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북측은 공단 운영상의 각종 제도 개선은 당국 간 협의로 결정한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북 측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중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비용·편익 분석 등 시장 원리에 맞는 합당한 설명도 없었다. 입주 기업의 애로는 들어 보지도 않고 거위의 배를 갈라 한꺼번에 알을 꺼내 먹겠다는 식으로 인상률을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개성공단 임금이라고 해서 고정불변일 순 없지만, 남북 합의를 깼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근로자 임금인상은 전년도 종업원 최저 임금의 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말이다.
물 론 북측이 일방적 임금 인상률을 산정한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을 법하다.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이 급감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국제 유가 하락 추세에다 환경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줄이면서다. 더욱이 북핵 문제로 인한 대북 제재로 무기와 마약 밀거래 등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달러 부족분을 개성공단에서 벌충하려는 것은 시장 원리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까 닭에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를 정상적 상거래 관행에 맞게 처리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원칙적으로 옳다. 다만 북측이 일방적 임금인상 요구를 따르지 않은 남측 입주 기업들을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괴롭힐 개연성도 적지 않다. 혹여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이탈이 점쳐지기도 한다. 정부가 이런 기업들에 대한 제재 방침을 미리 밝힌 것도 이에 따른 고육지책일 게다. 정부와 입주 기업이 합심해 북측의 분할통치식 꼼수에 대응해야 할 이유다. 북한이 기왕 합의한 약속을 휴지 조각처럼 만든다면 어느 남쪽 기업이 다시 개성으로 진출하겠는가. 북한은 통일 이후까지 남북 상생 모델로서의 개성공단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임금인상폭을 논의할 공동위원회에 속히 응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초읽기 들어간 1유로=1달러, 글로벌 시장은 시계 제로다
유 로화 가치 하락이 가파르다.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6% 하락한 1.0524달러까지 밀린 데 이어 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유로당 1.0495달러까지 내려갔다. 200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05 달러대가 깨진 것이다. 유로화 가치는 최근 1년 만에 24%, 올 들어서만 13% 가까이 하락했다. 추락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이 같은 추세라면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1 대 1이 되는 패리티 현상이 곧 실현될 전망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패리티를 당초 올해 중반이나 연말께로 예상했지만 훨씬 빨리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로화는 2000년 10월26일 유로당 0.8225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02년 11월 달러화와 패리티를 이뤘고 이후 현재까지 계속 달러화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해왔다.
유 로화 가치가 속락하는 것은 지난 9일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이 곧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까지 높아지고 있어서다. 유로화 하락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유럽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12.5%) 수출시장이다. 당장 유럽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1월 유럽수출은 -25.3%를 기록했다. 유럽 경제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유로화 약세까지 겹친 결과다. 유럽 비중이 25~30%에 이르는 완성차 업체의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글 로벌 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부담이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는 달러 강세 충격으로 10일엔 2% 가까이 급락했다. 유로 약세에 따른 달러의 추가 강세 예상으로 신흥국 증시와 금 원유 등 원자재 시장에서는 급속하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00을 넘었던 코스피지수도 1970대로 주저앉았다. 가뜩이나 디플레 논란으로 뒤숭숭한 와중에 대외 여건마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세계경제 전체가 급류에 말려들어가는 상황이다. 용의주도하게 대처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실체 드러난 귀족노조, 이러고도 기업이 돌아가나?
지 금 한국의 노동조합은 약자인가, 강자인가.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한 단체협약 실태조사(727개 기업 분석) 결과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노조가 약자이기는커녕 노조에 휘둘리는 경영진의 실상이 여실히 나타났다. ‘노동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히 밝힌 분석이다.
복 수노조 시행 3년에 맞춘 이 조사에 따르면 40%의 기업이 정리해고 때 노조의 동의 또는 협의가 필요하다. 경영상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다지만 노조가 반대하면 무용지물이다. 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전근이나 작업장 전환배치조차 노조의 동의나 합의를 구해야 한다. 기업의 분할, 합병, 양도, 휴·폐업 때도 합의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곳이 31%다. 노조의 동의 없이는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 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유니언숍 규정이 담긴 단체협약도 30%였다. 정년퇴직자 등 근로자의 자녀와 배우자를 우선·특별채용토록 명문화한 곳 역시 30%에 달했다. 노조의 일자리 세습에 대해 고용절벽에 부딪힌 100만 청년백수들은 과연 뭐라고 할까. 심지어 사내 징계위원회가 노사 동수인 곳도 12%나 됐다. 통상적인 경영뿐 아니라 인사권에까지 노조의 힘은 막강하다. 이 모두가 소위 ‘87 체제’를 거치면서 노동계가 과격 투쟁으로 얻어 챙긴 것들이다.
우 리 사회에는 아직 노조라면 사회적 약자인 양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62년 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노동관련법부터가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법원도 노사 간 분규라면 일단 노조 편이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도 노조는 슈퍼 갑이다. 표를 무기로 국회의원·단체장 등을 얼마든지 좌우한다. 우리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노동 개혁에서도 노동계는 스스럼없이 정부를 압박한다.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같은 현안을 놓고 지금 돌아가는 판이 그렇다.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더구나 조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하다. 이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부르지 않고 무엇으로 불러야 하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아직도 10곳 중 4곳이 한날 한시에 주총이라니
유 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9.7%가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20일은 40.2%가 주총을 개최하니 상장사 10곳 중 4곳의 주총일이 같다.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3년에는 3월22일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가 47.2%, 2014년에는 3월21일 주총을 연 곳이 48.8%였다. 매년 3월 둘째~넷째 금요일에 주총을 여는 상장사가 대략 전체의 80% 이상 된다.
주 총이 특정일에 몰리다 보니 소액주주는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같은 날 동시에 주총을 여니 몸이 2개라도 다 참석할 수 없다. 더욱이 주총 개최시각도 오전9~10시로 맞춰 주총장을 한곳 이상 가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요즘 같은 첨단시대에는 주총장에 가지 않고 전자투표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예탁결제원과 전자주총 계약을 맺은 상장사는 현재 300곳이 넘으며 주총을 앞두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계약만 맺어놓고 실제 도입은 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투표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상정된 안건을 사전에 분석해야 하는데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 장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특정일에 주총을 여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주총은 큰 문제 없이 애초에 상정한 의안들을 처리하고 끝나는 게 좋고 그러려면 말 많은 소액주주는 가급적 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를 막는 것으로 개선하는 게 옳다. 당장 주총과 소액주주를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야 하며 상장사협의회 등 관련 단체가 회원들을 상대로 주총일을 분산하도록 지도·요청해야 마땅하다. 제도화도 고민해봐야 한다. 슈퍼 주총 데이가 문제로 불거진 대만은 특정일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 수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3금] '고용 세습' '인사 동의' 등 단체협약 정상 아니다
고 용노동부가 727곳의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했더니 3곳 중 1곳꼴로 노조원 가족의 채용 특혜를 보장하는 고용세습을 못 박고 있으며 181곳(25%)은 인사이동에도 일일이 노조 동의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 기업은 노사 동수로 징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노조에서 감싸고 들면 징계나 해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정리해고는 물론 회사분할이나 합병 같은 중차대한 경영전략을 결정할 때도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하는 곳이 10%를 넘는다니 한국에서 기업활동 하기 어렵다는 말도 이해할 만하다.
대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자리 세습 행태는 '현대판 음서(蔭敍)제'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퇴직자의 자녀·배우자를 우선 채용하거나 가산점을 다양하게 부여하는 등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단지 노조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계가족의 고용에 특혜를 준다는 것은 수 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가는 몰염치한 행태다. 귀족노조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단체협약에 갖가지 독소조항을 집어넣고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부터 현장인력의 배치전환, 공장 증설까지 강성노조의 전횡에 휘둘리다 보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 행 단체협약은 정규직 과보호의 대표적인 보호장치다. 박근혜 정부의 화두인 비정상의 정상화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노조가 노사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전환배치 등에 막무가내로 반대할 경우 권리남용으로 본다는 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 정부는 엄격한 임단협 지침을 마련해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고 시정명령 등을 과감히 내려야 한다. 기업들도 더 이상 노조의 눈치만 보지 말고 사회적 여론을 앞세워 노조를 압박해나가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도 노조의 동의권 남용 행위를 금지할 방안부터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소똥발전소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313금] 소똥 발전소
소 잡는 잔치는 엄청난 경사 때나 있는 일이었다. 농경문화에서 소는 최고의 동력 수단이자 최후의 자산이었다. 인도 힌두교도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도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암소를 신성시한 것은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처럼 수소의 ‘생산 공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저에너지 사회에서 수소와 암소는 트랙터와 트랙터 생산 공장의 대체물”이라고 표현했다.
소 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다. 소똥은 섬유질과 거름 성분이 많아 예로부터 퇴비와 땔감, 집 짓는 재료 등으로 유용하게 쓰였다. 인도나 아프리카에서는 집 옆에 마른 소똥을 쌓아 놓은 땔감담장을 많이 볼 수 있다. 여인들이 마른 소똥을 가득 이고 가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이는 대부분 밥을 할 때 쓰는 취사용 연료다.
마 사이족은 소똥을 진흙에 섞어 집을 짓는다. 소똥은 접착력이 좋은 데다 벌레나 세균을 쫓는다. 섬유 성분 덕분에 세찬 비바람에 잘 견디고 단열 효과가 높아 폭염과 한파도 막아준다. 북유럽과 중국의 산악지방 등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소똥을 덧대어 단열처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천연 퇴비로 쓴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 똥의 활용도는 현대에 들어서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똥에서 바닐라 성분과 휘발유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소똥으로 만든 휴대용 충전기, 소똥을 태운 정수기까지 개발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소똥 던지기 축제’와 스위스의 ‘소똥 빙고’는 유명한 관광자원이 됐다. 독일에는 소똥과 옥수수 등을 발효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이 150여곳이나 있다.
우 리나라에서도 소똥을 활용한 에너지 정책이 하나씩 빛을 보고 있다. ‘한우의 고장’으로 유명한 강원 횡성에 소똥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한다. 인구 4만5000여명보다 더 많은 5만여마리의 소를 키우는 횡성으로서는 소똥 처리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서 좋고 전기까지 저렴하게 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연간 6만t의 발전 연료를 가축 분뇨로 대체하면 158억원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내 년 가을쯤엔 강원 홍천에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로 난방가스와 전기를 생산하는 마을도 생길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소똥 연료를 당진제철소 고로에 투입해 연소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소(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는 건 옛말이고, 이젠 소똥으로 세상을 밝히는 시대가 됐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313금] '쇠똥 발전소'
대 체에너지원 개발 분야 중 하나가 바이오매스(biomass)다. 생태학 용어였던 바이오매스는 원래 생물체량, 즉 살아 있는 동물·식물·미생물의 전체적인 유기물량(건조중량)을 의미한다. 에너지 자원으로 연구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의 분뇨, 죽은 동식물의 사체 등 연료화할 수 있는 모든 유기계 폐기물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지구상에서 1년간 생산되는 바이오매스의 에너지량이 석유의 전체 매장량과 맞먹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원이다.
제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78년 이후 화석연료인 석유나 석탄 고갈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진전이 있었다.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진 분야는 유기물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여기서 메테인·에탄올·수소 같은 연료를 얻는 방식이다. 브라질에서는 대표적 열대작물인 사탕수수와 카사바에서 알코올을 채취해 이를 취급하는 주유소가 만들어지고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케르프라는 거대한 다시마를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재배해 거기서 메테인을 만드는 연구가 상용화 단계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 리나라에서도 바이오매스의 일종인 쇠똥을 연료로 한 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고 한다. 횡성군은 최근 한국동서발전과 '축분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0㎿급 규모의 이 발전소는 쇠똥 등 가축분뇨를 고형연료화해 발전연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한우의 고장'답게 횡성군에서는 버려지는 쇠똥의 연료화 기술을 개발해 이미 특허를 받았고 전국 30여곳의 지방자치단체에도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농촌 환경 문제의 주범인 가축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력까지 생산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 리 바이오매스 산업은 쇠똥 발전소 외에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메탄 등 가스를 얻는 방식이 이미 1990년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석유를 한해에 9억배럴이나 수입하는 국가 전체의 에너지 수급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나 우리의 미래 에너지 개발도 이 분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 분야를 잘 개발하면 멍에처럼 안고 있는 자원빈국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지도.
■ 그 밖의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시론/정대화(상지대 교수)-20150313금] 교육부의 타협적 선택의 대가
< 시경>(詩經)에 진퇴유곡(進退維谷)이란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을 일컫는 말로 나온다. 상지대 분규를 처리하는 교육부의 상황도 그렇다. 상지대 해법으로 임시이사 파견론과 사학 자율성론이 대립했는데, 임시이사 파견론은 정의적 관점을 내세우고 사학의 자율성론에는 현실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일도양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황우여 부총리도 이 대립하는 양론 사이에서 적잖이 고심했을 것이다.
그 교육부가 상지대 감사 3개월 만에 고심참담한 타협주의적 해법을 내놓았다. 김문기는 해임하되 임시이사는 파견하지 않는 방안이다. 임시이사를 파견하지는 않지만 김문기를 해임하는 것으로 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김문기를 해임하는 대신 이사회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절묘한 정치적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 해법을 받아든 대립하는 양자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할 테니 과연 교육부는 성공한 것일까?
먼 저, 교육부가 사학비리의 상징이자 상지대 분규의 핵심 인물인 김문기 총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복잡한 이론이나 논거를 들먹일 필요 없이 잘한 일이고 이렇게 해야 한다. 사학비리를 저지르고 분규를 유발하여 학교의 본질적 책무를 소홀히 하면서 교수와 학생을 괴롭히는 운영자에게는 일벌백계의 조처를 취한다는 단호한 정책의지를 표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학의 적폐인 사학비리를 엄단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어디 있겠는가?
그 러나 타협이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절묘한 타협책으로 교육부는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섰다. 첫 시험대는 정책의 균형성 문제다. 김문기 총장 3개월 시점의 감사로 김문기 총장을 해임하게 되었는데 김문기의 잘못이 이사회 4년 동안의 잘못보다 중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를 파행으로 내몰고 김문기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사회다. 김문기가 해임 사유라면 이사들은 마땅히 구속 사유인데 이 불균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두 번째 시험대는 김문기 총장의 해임을 관철하는 정책의 지속성 문제다. 교육부는 60일 안에 김문기를 해임하라는 행정지시를 내렸는데,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다. 이사회가 거부할 수도 있고, 법적 투쟁을 선택할 수도 있고,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시한을 무기한 연장할 수도 있고, 해임 요구를 무시하고 경징계로 낮추어 결정할 수도 있다. 과연 교육부가 60일 시한을 엄수하여 해임을 관철할지 두고 볼 일이다. 60일 후에 김문기 해임이 실현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해임 논란’에 직면할 것이다.
세 번째 시험대는 사학 정상화를 향한 정책의 확장성 문제다. 사학에서 총장과 이사회는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최종 책임은 이사회가 진다. 사학의 문제는 총장직에서 불거질 수도 있고 이사회에서 불거질 수도 있는데 피선임자인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사회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어렵다. 교육부의 결정은 사학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이사회의 지배구조를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사학재단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교 육부의 결정으로 지난 5년간 분규를 겪어온 상지대는 대학 정상화의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교육부로부터 더 긴 고통을 요구받게 되었다. 혼란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교육부가 승인한 이사들이 이사회 첫날 교수 4명을 징계 회부했다. 교육부가 교육의 원칙을 포기하고 어정쩡한 타협적 해법을 선택한 후폭풍이다.
교 육부의 이번 결정은 최종 결정이 아니라 긴 결정의 첫 과정에 불과하다.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는 날까지 교육부는 상지대와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사학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강인식(사회부문 기자)-20150313금] 도시홍수 대책, 솔직해지자
서울시는 최근 도시홍수에 대한 장·단기 대책을 세웠다. 초점은 강남역에 맞춰졌다.
2010·2011년 연속으로 강남역 일대가 침수된 적이 있다. 강남대로·진흥아파트·테헤란로·역삼역까지 잠겼다. 그 후 4년간 강남엔 홍수가 찾아오지 않았다. 대책을 잘 세운 덕분일까. 전문가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립대 문승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와 같은 비가 오늘 내리면 30분 만에 어른 발목, 6시간 만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다”고 했다. 3월임에도 시가 분주히 움직이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2010년 비는 시간당 최대 79㎜, 2011년은 시간당 68㎜ 수준이었다. 10년에 한 번꼴로 내리는 비(시간당 75㎜) 정도의 규모다. 이런 비에 2년 연속 서울의 최대 상권이 물에 잠겼고, 우면산 산사태까지 겹치면서 아픔이 컸다. 그런데도 왜 아직 준비가 덜된 걸까.
홍수 직후 오세훈 시장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2011년 가을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전임의 고초를 목도한 박원순 시장은 용허리저류소를 만들고 다양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을 통해 지금까지 다섯 가지 이상의 대책이 검토됐다. 김용석 서울시의원은 “연구용역에만 2년간 15억원을 썼지만 아직 명확한 방법을 정하진 못한 것 같다”며 “신중한 건 좋지만 이제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월 치수 전문가 모임에서 인제대 박재현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건 정치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누구도 완벽하게 홍수를 막을 순 없습니다. 시장은 시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10년 빈도 호우’는 막아보겠다. 하지만 그 이상 비가 오면 죄송하지만 재해로 봐달라. 거기서 아낀 돈은 복지·경제에 쓰겠다. 정확한 기준을 정해 그에 맞는 정책을 밀고 나가야죠. 선거로 뽑힌 시장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시간당 75㎜ 밑으로 오면 침수대책으로, 그보다 많이 오면 방재대책으로 대처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설득하는 겁니다.”
똑같은 말을 박원순 시장도 했다. 지난해 7월 인터뷰의 한 대목. “몇 조원을 쏟아부어도 완벽하게 홍수를 막을 순 없어요. 작은 침수는 용인하고 다른 데 돈을 쓸 것이냐, 이런 문제를 가지고 시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은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 오케이했던 시민·언론은 사태가 커지면 돌연 시장을 엄청나게 비난하게 될 것이다. 변덕스러운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리더와 시민·언론 모두가 성숙해야 이런 정치가 가능할지 모른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40313금] 저니맨
‘저 니맨(Journeyman)’이라는 스포츠 용어가 있다. ‘자주 팀을 옮기는 선수’를 일컫는 시쳇말이다. 그러나 ‘얼마나 실력이 없으면 떠돌이 신세일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실력이 없는 선수라면 어느 팀이라도 처음부터 받아주지 않았을 테니까. ‘저니맨’의 사전적인 뜻은 ‘보통 솜씨의 장인(匠人)’이다. 서양의 중세 수공업에서 명장(名匠) 밑에서 도제수업을 마친 뒤 남의 가게를 떠돌며 일하던 기술자를 의미한 것이다.
메 이저리그 ‘저니맨’ 중에 마이크 모건이라는 선수가 있다.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홈런을 맞고 좌절하던 김병현에게 “고개를 떨어뜨리지 말라”고 다독였던 바로 그 선수다. 모건은 12곳의 서로 다른 팀을 전전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물론 13곳의 다른 팀에서 활약한 대타왕 맷 스테어스나 옥타비오 도텔에 비해서는 처지는 기록이다. 일본·미국을 통틀어 10곳의 팀을 옮겨다닌 일본인 노모 히데오도 인상적인 ‘저니맨’이다. 양대 리그에 걸쳐 2번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등 혁혁한 업적을 남겼으니 말이다.
축 구계 대표 ‘저니맨’은 니콜라스 아넬카(프랑스)와 히바우두(브라질)이다. 아넬카는 아스널·레알 마드리드·리버풀·맨시티·첼시 등 유럽 명문구단을 섭렵했다. 그는 중국(상하이 선화)을 찍고 지금은 인도 리그(뭄바이시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가히 ‘슈퍼 저니맨’이라 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불화를 일으킨 ‘트러블 메이커’였지만 못말리는 골감각 덕분에 이리저리 불려다닌 것이다. ‘왼발의 달인’인 히바우두는 FC바르셀로나·AC 밀란 등 명문 구단은 물론 앙골라(카부스코프)·우즈베키스탄(분요드코르)까지 거쳤다. 지금은 모지미링이라는 브라질 프로팀 구단주까지 맡고 있다. 오지랖이 넓은 건지, 역마살이 낀 것인지….
12 일 신문에 험난한 여정 끝에 돌아온 저니맨(박주영)과, 다시 미지의 꿈을 향해 떠나는 저니맨(최향남)의 이야기가 동시에 실렸다. 저간의 사정을 어찌 필설로 다하겠는가. 4개국 5개 프로 축구팀을 전전했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한 채 돌아온 박주영 선수에게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야구 불모지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최향남 선수에게나 부디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13금] 구직 이력서
“내 가 퇴직하고 아들이 취직하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아버지 세대가 늘고 있다. 모 공공기관은 지난해 계약직 직원 1명을 뽑는 데 이력서가 100장 가까이 쇄도해 깜짝 놀랐다. 대학 진학률이 80% 가까운 시대에 대졸 청년이 적당한 밥벌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개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비극이다. 요즘 구직은 대기업의 공개 채용이 줄어드는 만큼 상시적인 작업이어야 한다.
서 류 전형을 통과하려면 학력·경력 등이 화려해야 했지만, 요즘은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단다. 다행스럽다. 학벌이나 토익·토플 점수 등 주요 스펙들이 ‘뻥튀기’되거나 평준화돼 변별력을 잃은 탓에 자기소개서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도 싶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부터 한동안 증권·은행 등 금융회사부터 미국에서 대학·대학원을 다닌 직원들을 뽑은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립고등학교를 나온 조기 유학생 출신의 직원들은 “우리가 남이가” 식의 한국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조기 퇴사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단순한 업무에 흥미를 못 느끼거나 야근 등의 노동 강도, 회식 문화를 견디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에는 국내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유학파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는 외국계 기업 취업을 권유한다고 한다. 거의 세계 최장인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기업에서는 우직하게 일할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 직자들은 면접관의 입장이 돼 자신의 이력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참고하면 1960년대 직장을 얻지 못한 고졸은 물론 대졸까지도 파독 광부 모집에 지원해 경쟁률이 높고 치열했는데, 그때 덕수가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기준은 무엇이었나. 당시 공무원 면접관들은 애국심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에 부응한 덕분이 아니었는가. 그러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무엇을 채우고 덜어 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구 직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에서 정직하고 솔직한 자세가 중요하지만, 무엇을 더 드러내고 감춰야 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경력직은 다양한 경험과 큰 조직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잦은 이직이 서류에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에 부적응했거나 무능력해서 계약 연장이 안 됐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응모한 직군보다 스펙이 넘치는 인재가 나타나면 해당 기업에서는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이때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면접을 봐야 유리하다.
온 라인 서류 접수는 파일에 구직자의 이름과 모집 직군을 쓰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는 탓에 지원 회사 이름도 채 수정하지 않고 내는 지원자도 있는데 100% 서류심사 탈락이다. ‘2남3녀의 장남으로’로 시작하는 1970년대식 자기소개서나 진부한 격언 인용도 안 된다. 구직자들에게 지혜와 행운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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