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 가입 찬반론 ■ 공무원연금 개혁 ■ 대통령과 여야영수 회담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 가입 찬반론 [한국일보 사설-20150316월] 사드와는 다른 AIIB 문제, 참여 미룰 필요 없어
영국이 선진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함께
국제금융질서의 축을 이뤄온 영국의 참여로 AIIB 출범에 본격적 탄력이 붙었다. 영국의 발표 직후 그 동안 참여 거부 자세를
보여온 호주가 “AIIB의 지배구조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적극적 검토로 자세를 바꾼 것이 대표적 파급효과다.
이로써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한국도 최종 선택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게 됐다.
영국의 참여 발표로 회원국이 28개국으로 늘어난 AIIB는 비약적 경제성장의 결과로서 중국이 갖게 된 세계적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금융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의도에서 비롯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변화를 꾀하려는 중국의 아시아 및 세계전략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계심과 거부감을 자극해 왔다. 동북아를 중심으로 부단하게 진행돼 온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의 한
단면이어서 그 중간에 끼인 한국이 선택의 혼란을 겪을 만했다. 안 그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여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략적 모호성’에 매달려야 했던 한국이었다.
그러나 사드와 AIIB는 전혀 다른 문제여서 판단의 잣대도 달라야 한다. AIIB 참여 여부가 미칠 정치군사적 영향은 심리적
측면에 국한된다. 아시아 지역의 사회ㆍ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기본취지나 앞으로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리란 전망 등 순경제적 측면에 치중하면 그만이다. 영국은 참여 이유로 “우리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에서 기회를 잡고 아시아와 공동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리적으로나 무역규모 등 경제적 친밀도가 영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한국이다. 또 과거 미국의 반대로 구상 단계에서 좌절한 일본의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과 달리 AIIB 출범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은 지나치게 높은 중국의 AIIB 지분, 운영ㆍ지배 구조의 불투명성 등 경제적 문제점을 들어 한국의 참여를 견제해 왔다.
그러나 AIIB가 가입국의 국내총생산(GDP)를 지분 배분의 기본 기준으로 삼고 있어 경제규모가 큰 나라의 잇따른 가입으로 중국의
지분은 낮아지고, 그에 따른 운영상의 투명성도 커지게 마련이다. 호주 정부가 확인했듯, 이런 문제점이 해결됐다면 우리가 더 이상
참여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6월] 아시아투자은행 가입, 머뭇거릴 이유 없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이,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반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 회원국으로 전격 참여하기로 했다.
영국의 아시아투자은행 참가는 중국의 강력한 참여 요청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영국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주도의 세계 금융기관에 참가하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우방국에 중국 주도의 아시아투자은행 참가를 자제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런데 가장 큰 구멍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전략에 이제까지 가장 발을 잘 맞춰온 영국에서 발생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영국이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
무조건 따라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제경제적으로도 아시아투자은행의 출범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한 대항과 견제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지분 확대를 요구하다가 봉쇄되자, 아시아투자은행, 브릭스(BRICs)은행 설립 등의
대안적인 국제금융기구를 추진해왔다. 앞으로 국제금융 분야에서도 미-중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게 분명하다.
영국의 참가는 영국에만 그치지 않고 그동안 참가를 자제해왔던 나라들에 참가 도미노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도 영국의 결정에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영국이 참가를 선언하기 전까지 가입을 표명한 나라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참여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오스트레일리아가 참가 가시권 국가로 꼽히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애벗 총리는 14일 이번주 중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영국을 뒤따라 프랑스, 룩셈부르크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그간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참가하자’는 경제 부처와 ‘동맹국의 의사를 중시해 유보하자’는 외교부의 의견이 갈린 채
결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영국조차 참가를 결정한 마당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시아 지역의 개발은 우리나라 경제 이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오히려 적극 참여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은행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투명성과 환경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적극 개선 노력을 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6월] 정부, AIIB 참여 국익에 맞게 결단하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이 나흘 전 전격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AIIB 참여로 얻게 될
실익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AIIB에 가입하면 아시아 60개국 44억 명의 시장이 한층 가까워진다.
또 AIIB의 투자로 2020년까지 5조 달러의 신규 수요가 불어날 아시아 건설시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수출입액 1조982억 달러로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다. 그럼에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 무역질서 재편
논의에는 머뭇거려왔다. 미·중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갈 수는 없다. AIIB
가입 문제는 본질적으로 경제이슈다. 경제에 관한 한 정부는 미·중 대결 논리에 말려들면 안 된다. 철저히 국익을 추구한다는 원칙
아래 AIIB 가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AIIB의 지배구조가 중국이 독주할 수밖에 없다며 동맹국들의 참여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영국의 참여로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이 중국 중심의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AIIB를 국제규범에 걸맞은 투명한
기구로 바꾼다는 전제 아래 참여한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AIIB
초기 자본 500억 달러의 대부분을 투자한 중국은 자본금을 1000억 달러로 늘리기 위해 한국의 참여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출자금·의결권 등은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이
50%의 절대적 의결권을 갖게 돼 AIIB를 마음대로 주무르게 된다. 이는 국제경제질서의 상식인 개방·협력적 구조와 거리가 멀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을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해온 나라가 중국이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가입에 앞서 AIIB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운영을 중국에 강력히 요구해 관철해야 한다. 가입을 결정한 영국과
가입을 적극 검토 중인 호주 등 우방들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은 AIIB 창립 멤버 가입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한했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국과 인도를 빼면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AIIB에 한국이 들어가면 그
위상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국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AIIB는 중국이 미국에 맞서기 위해 이웃
나라들을 끌어들인 파워게임 도구란 의혹만 강해질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참여를 끌어내고 싶다면 국제기준에 맞는 AIIB 지배구조
청사진부터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6월] AIIB·사드, 국익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우리나라가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가입, 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이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그만큼 적극적이다.
반면 중국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 개편을 우려하는 미국은 우리나라 등 우방국에 가입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 사드는 주한 미군이
한반도 내에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중국은 자국 동부 지역의 군사적 움직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AIIB나
사드 모두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미묘한 사안이다. 우리로서는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AIIB
가입은 중국의 요구대로 우리나라가 이달 중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AIIB는 중국판 세계은행(WB)으로 불린다. 지난해
10월 인도·싱가포르 등 21개 나라와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자본금 1000억 달러 규모로 올해 말쯤 출범할 계획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에는 미국의 맹방인 영국이 AIIB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우방 관계라는 명분보다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미국은 영국을 비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그동안 미국의 눈치를 보며 참가를 저울질해
오던 나라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호주도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AIIB에서 중국의 독주가 우려된다고 했지만 영국의 가세로 지분 구조가 개선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
토목, 항만, 통신 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도 AIIB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 사회간접자본 건설 수요만 연간 8000억 달러(약 900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반대한다고 무조건 경제적 실리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1년 넘게 끌고 있는 사드 문제 역시 주한 미군이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국내 부지 조사를 했다고 언급하는 등 섣부른 ‘군불
때기’를 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소신 없이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 주엔 미국과 중국의
차관보가 각각 이례적으로 동시에 방한해 우리 측과 AIIB와 사드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신중하게 접근하되 국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해법이 나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중국은 한국의 AIIB가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인가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가 한·중 간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알려진 대로 방어용 무기인 사드의 국내 배치는 북한 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AIIB는 미국·유럽·일본이
주도해온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 맞서 중국이 창설준비를 해온 국제 금융기구다. 중국은 사드 배치엔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AIIB에는 한국의 가입을 강권하고 있다. 국교 23년, 동반자 관계로 밀접해진 양국의 우의가 역설적으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사
드 문제에 중국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 사안이 아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방어용
무기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다. 전략적 효율성과 비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리 정부가 결정하면
그만이다. 이 사안에 대해 중국은 내정간섭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중국은 그간 북핵 문제 해결에서 어떤 결과도
보여준 것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북핵 위험은 더욱 고조되고 있을 뿐이다. 핵실험은 반복됐고 미사일 발사도 일상사가 됐다. 이
현저한 위협을 부정하는 바탕 위에서라면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될 수 없다.
AIIB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또 하나의 국제 금융기구를 굳이 만들겠다는 계획이 혹여 패권주의적 논리에 기반한 것이라면 결코
한국은 동의할 수 없다. AIIB가 좋은 취지를 살려나가 실용적 성과에 집중한다면 한국도 당연히 가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입여부를 압박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더더욱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양자택일이 아닌 문제를 양자택일로 몰아세운다면 누구라도
그 숨은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우리는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미 관계를 희생시키는 그 어떤 선택도 동북아 평화체제나 북핵 문제
해결,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한국은 대륙으로나 해양으로나 모두 열린 국가이며 이는 그 자체로
동북아 평화 가능성을 높인다. 무슨 블록을 만들고 편을 짓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닌 것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316월]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 50%, 지속가능 방안인가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마감 시한(28일)을 앞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음으로 협상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
지난 12일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퇴직 후 월급에 견준 연금소득 비율)이 적어도 50%는 돼야 하며,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도 이 수준으로 맞추자”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연계된 50%안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공무원 연금 수준을
내리는 데 중점을 둘 게 아니라 반대로 ‘용돈’ 에 불과한 국민연금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얘기다.
노후 연금이라면 마땅히 소득의 절반 정도는 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당위성이 있다. 두 달 넘게 뒷짐지고 있다가 막판에 뜬금
없이 50%안을 들고나온 건 공무원연금 개혁의 판을 깨려는 의도라며 무작정 내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3년 재직 기준 62.7%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명목상 46.5%,
실질적으로 20%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국가 재정상황을 감안해 2028년 40%까지 내려가게 돼 있다. 이런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높지만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회원국 평균(65.9%)에 한참 못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이번
기회에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야당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기초연금 5% 포함)로 높이려면 가입자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5% 포인트 올리면 부담률은 9%에서 15.3%로 높아져 국민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2060년이면 국민연금은 고갈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야당의 50%안이 가능한지 구체적인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기 바란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절박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지난 10년간 적자만 15조원에 달했다. 국민연금과 비할 바 아니다. ‘더
내고 덜 내는’ 구조로 당장 뜯어고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을 45%(새누리당안은
37.5%)로 낮추자는 안을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5월초까지 처리를 합의해 놓고,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전반의 개혁과 연계시킬 경우 기한 내
개혁은 물 건너 간다. 모든 공적 연금을 다 개혁하면 좋지만 사안의 화급성을 볼 때 지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에만 집중해도 힘이
달리는 실정이다. 야당은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6월] 대체 공무원연금 개혁 할 건가, 말 건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여야 샅바 싸움만 치열하다. 지난 1월 초 출항한 ‘공무원연금 개편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는 오는 28일
활동시한 마감을 앞두고 합의는커녕 암초를 만난 격이다. 대타협기구 노후소득분과 공동위원장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2일 현재 46.5% 수준이고 2028년 40%까지 내려가게 돼 있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하면서다.
공무원연금 개혁 대안이 아닌, 국민연금과 함께 논의하는 ‘새판 짜기’ 카드를 내밀면서 배는 산으로 올라가는 꼴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하는 시한을 보름 남짓 앞둔 시점에 새정치연합 측이 느닷없이 판을 더 키우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성주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출 게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진정성은
읽히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짜기 위해 대타협기구를 출범시켰던 야당이 이제 와서 국민·군인·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으로
전선을 넓히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새정치연합 측은 자체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내놓지 않았다. 두 달 보름이 넘도록
“공무원 집단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변죽만 울리다가 막판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속내만 드러낸 셈이다. 여야
타협 없이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게 하는 국회선진화법을 감안하면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가 물 건너갈 판이다.
하기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나 2028년까지 40%로 점차 낮아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기초연금 5% 포함)로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이 문제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란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야당이 집권당이었던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40%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지도록 한 까닭은 또 무엇이었나. 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기 위해 결국 국민 부담인
보험료를 더 걷거나, 재정을 더 쏟아붓는 방안 둘 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야권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새삼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일반 국민과 공무원 표를 다 잃지 않겠다는, 선거용 눈치 보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며칠 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봉급부터 깎아야 한다”고 했다. 논점이 다소
빗나갔지만,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는 맞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향후 10년간 93조 9000억원의 재정 투입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어느 당이 집권하든 국가 부도 상태인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중세 유럽에서 횡행하던 ‘가면무도회’처럼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입씨름만 하고 있을 때인가. 정치권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할 때 실현성 있는 대안이 있을지부터 정직하게 돌아봐야 한다. 즉 거위 털을 아프지 않게 뽑듯
모든 국민에게 욕먹지 않고 세금을 거둬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란 뜻이다. ■ 대통령과 여야영수 회담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6월] 3자 회담, 합의문보다 실질 대화가 중요
1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참석하는 여야 3자 회담이 열린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18개월 만이다. 대통령제 아래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가 만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인데도 이것이 마치 무슨 중대한 사건이라도 되는 양 비치는 정치 현실이 비정상이다. 꼭 3자 회담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대통령이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와 따로 만나 정책과 입법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표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드러났듯 불통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져
있는 박 대통령에겐 이번 자리가 소통의 폭을 넓히고 야당 얘기를 듣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표로서도 2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 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양쪽 모두 서로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애쓸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금 국민의 아픔과 바람을 정치에 투영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회담 의제에 경제를
넣자고 하고 청와대가 이를 선뜻 받아들인 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란 항상 의견이 같을 수 없고, 사안에 따라서는 첨예한 대립을 수반하는 게 불가피하다. 통일외교나 복지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를 피하기보다는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설령 합의문이
나오진 않더라도 양쪽이 서로 진의를 확인하고 추후 대화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면 그것 역시 의미가 있다. 과거 여야 대표회담을 보면,
좋은 내용의 합의문을 내놓고도 그걸 이행하기보다는 불이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비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질적인
대화보다 합의문 자체에 너무 매몰된 탓이다. 합의문 자구보다 더 중요한 건, 솔직한 대화와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자세다.
이런 점에서, 특히 박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을 의미 있게 바라보길 권한다.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회와 대화를 하는 게
원칙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맞는 일이다. 대통령 밑의 친박 의원들로 구성된 특보들을 두고 그들을 통해 정치를 하겠다는 발상은
잘못이고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다. 이번 여야 대표회담이 청와대와 국회의 정상적 관계로 나가는 전기로 작용한다면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여야 영수회담 이번만은 결실 거두길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포함한 여야정 3자 대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 중동 방문 성과를 설명하고 민생현안과 공무원연금 등 개혁법안의 처리 협조를 정치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정식 대면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이날 회동은 사실상 여야 영수회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회담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회담이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마친 후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소통부재를, 다른 한편에서는 야권의 편협성을 비판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 대표가 지난주 말에
"많은 합의가 아니고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이번만은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뒷말을 남기지 말아 달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모두 최근 우리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는 데 총론적으로 공감하고 있기에 대화의 주제는 '경제살리기'로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박 대통령과 문 대표 사이에는 방법론이나 각론의 차이만 보일 뿐이다.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을
타결하겠다고 욕심을 내기보다 의견일치가 가능한 부분이나 방향 등 최소한이나마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를 회복시키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여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번 영수회담은 여권과 야권 모두 내부 체제를 정비한 후 열리는 첫 만남이라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디 이번만큼은
정치공학적 프레임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가 되기를 바란다. 경제는 심리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6월] 부정부패 척결의 핵심목표는 권력기관이다
현직 세무서장 등 국세청 간부 2명이 성매매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서울의 모 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 모 과장은 지난 2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고급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은 뒤 여종업원들과 함께 모텔로 이동해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해외출장으로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이었다. 관가에는 ‘대통령 순방기간 중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처신에 주의하라’는 주의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없는 기간에 공직자들이 수백 만원의 향응을 받고 현행법 상 금지된 성매매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공직자들의 기강이 이 정도로 허물어졌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은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하지만 세금 감면에 따른 접대였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인 접대’라는 이유로 수뢰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형사처벌을 피해왔던 이전의 사례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접대의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김영란법’이 시행되려면 1년 반을 기다려야 하지만 성매매만으로 처벌하는 일이 없도록 경찰은 대가성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대법원이 12일 이른바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 판결을 확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청탁과
벤츠 승용차 등 금품을 받고 내연 관계까지 맺은 이 사건은 김영란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정작 법 제정의 발단이 된 사건이
최종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직무 관련성 대가의 기준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과 함께 강력한 부패 방지 장치인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대법원의 판결은 공교롭게도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날 나왔다. 이 총리는 부패추방 선언에서 “부정부패
척결이야 말로 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 총리가 제시한 4가지 분야에
공직자 비리는 빠졌다. 그 대신 ‘사익을 위한 공적 문서 유출’이 포함돼있다. 지금 공직 사회의 문제는 공직자들의 문서 유출이
아니라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끊임없는 일탈 행위가 훨씬 심각하다.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
국세청 순으로 청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무원 범죄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직군(職群)도 경찰, 법무부, 국세청 공무원
순이다. 권력기관일수록 청렴도가 낮고, 힘있는 기관일수록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권력기관 비리부터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그 어떤 부패와의 전쟁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6월] ‘초일류 기업’ 삼성의 미행·사찰
<경향신문>이 14일 보도한 삼성물산 임직원들의 민원인 및 노조 간부 실시간 사찰 사건 전말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회사 쪽은 보도가 나간 뒤 “깊이 사과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 고객만족팀 소속 직원 3명은 13일 서울 길음동 삼성래미안아파트에 사는 강아무개씨가 정기주주총회 장소인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로 출발한 직후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이동과정을 미행했다. 강씨는 주차장 소음 문제로 몇
년째 회사 쪽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만족팀 소속 27명의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는 “세대 불이 아직 안 켜져
있음”, “첫 발견자는 착용 의복 등 공유 바랍니다”, “하얀 점퍼, 검은 바지, 흰 운동화다” 등의 내용(사진 포함)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같은 날 7시48분에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소속 집행부 8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이라는 글도 있다. 한화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테크윈 노조 간부에 대해서도 실시간 사찰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작성시 보안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 글로 미뤄볼 때, 회사 쪽이 문제가 될 만한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찰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의 조직적인 미행·사찰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이아무개 부장 등 5명은
선불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 일행을 미행하다 발각된 적이 있다. 앞서 2004년엔
삼성에스디아이(SDI) 쪽이 전·현직 노조원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해 약 1년간 위치추적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의
기소중지로 흐지부지 처리되기도 했다.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미행·사찰하는 행태는 삼성이 내세우는 ‘초일류 글로벌기업’이란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올 들어 삼성이 2015년의 열쇳말로 내세운 ‘도전과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다. 삼성이 1월16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보상기준을 공개하자, 3세 승계를 앞두고 불편한 ‘과거사’를 일정 정도 털고 가려는 전향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낮에 아무 거리낌 없이 조직적인 미행·사찰을 하는 모습은 삼성이 내세운 도전과 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6월] 대통령, '위헌 논란 3인 특보' 철회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을 정무특보단으로 내정했다. 이후 이 결정이 위헌적이며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런 논란 속에서 대통령은 20일이 가까이 되도록 이들에게 위촉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다른
특보도 위촉장은 없었다며 이들의 특보 자격이 이미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인은 다른 특보들과 달리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국회의장에게 겸직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없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법은 의원의 겸직을 엄하게 규제하고 있다. 삼권분립 정신과 의원의 도덕성·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제외한 다른 직의 겸직은 까다로우며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3인의 겸직이 허용되려면 대통령특보가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되어야 한다. 이런 판단이 당연할 것이라는 건 보장할 수 없다.
의원 겸직 논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삼권분립이다. 국회의원은 유권자가 입법부 기능을 수행하라고 뽑는 헌법기관이다. 입법부의 주요
기능에는 행정부 견제가 들어 있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이 되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의원이
대통령특보가 되면 어떻게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나. 이들이 상임위 국감이나 인사 검증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나. 이런 논란
때문에 의원이 총리나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는 조항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대두되는 것이다.
만약 윤리심사자문위가 ‘위법’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의 지도력은 상처를 입는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위촉장 수여와 특보들의 겸직
신고가 미뤄지는 거라면 이는 당당하지 못하다. 대통령의 주요 인사 결정이 허공에 붕 떠 있어야 되겠는가. 이런 혼란은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 국회법 위반 여부를 떠나 삼권분립 정신이 훼손되는 건 명백하므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위촉을 철회하고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들로 특보단을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6월] ‘부패와의 전쟁’ 정략을 걷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담화 발표 직후,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그간 해외자원개발 사건에 미온적이던
검찰은 이를 특수부에 재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돌연한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둘러싼 일부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거듭 결기를 세우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3·15의거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실 요란스러운 담화 발표가
아니더라도, ‘반부패’는 사회의 상시규범이고 간단없이 실천해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최근 방위사업 비리 실상이나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부패의 사슬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김영란법’의 제정에서
목도하듯 투명사회로 가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여느 때보다 크다.
이 총리는 담화에서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의 사례로 방위사업 비리, 해외자원개발 관련 배임과 부실 투자, 대기업 비자금
조성·횡령, 공적 문서 유출 등 4개 영역을 지목했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여기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군을 내부에서부터 허물어뜨린 방위사업 비리,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과 부실 투자로 천문학적 세금을 낭비한 자원개발
관련 비리는 반드시 청산하고 가야 할 ‘거악’이다.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만연되어 있는 대기업들의 비자금 실체도 규명해야
하고, 권력형 공직비리도 뿌리 뽑아야 한다.
명심할 점은 부패 척결이 효과를 거두려면 그 칼날이 성역을 두어서는 안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변질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숱하게 부패 척결 운동이 펼쳐졌으나 실효성 없이 끝난 경우가 태반이었다. 정략적 접근으로 시작된 사정이
‘표적’ 논란을 일으키고, 이를 이용한 기득권의 저항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번 ‘부패와의 전쟁’도 지지율 회복이나 레임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의심받게 되면 명분도 동력도 훼손되고, 국민적 신뢰를 받기 힘들다. 친이명박 세력은 벌써 ‘전
정권 때리기’를 들먹이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검찰의 부패 수사가 조기에 이러한 논란과 저항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진정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이완구)는 결기라면, 무엇보다 사정의 칼날이 사심 없이
똑바로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6월] 대통령 비판 전단 뿌린다고 현행범 체포라니
서울경찰청이 대통령 비판 전단을 살포하는 사람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하고 불응 시 현행범으로 체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전단지 살포 등 행위자 발견 시 대응요령’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문서를 보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난·희화하는 전단을 뿌리거나 페인트 등으로 건물에 비방성 낙서를 한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 살포가 잇따르자 이 자료를 일선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이제 낙서도
마음대로 못 하는 나라를 만들 셈인가.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과잉수사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경찰은 당장 문서를 폐기하고 사과해야
한다.
‘문제의 전단’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지난달 25일 서울 신촌역 일대에 뿌려진 전단에는 박근혜 대통령·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정보원법 위반 모두 유죄 판결’ 등의 문구가 실려 있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를 담은 것이다. 모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내용도 전단으로 만들어 뿌리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논리인가. 경찰이 어처구니없는 지침을 내려보낸 데는 정권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사례를 보면 짐작되는 바가
있다. 인권위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며 제지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경찰의 대통령 비판 전단
수사에 대해선 침묵 중이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종이 몇 장이 북한의 총격보다 위험하다는 말인가. 이중잣대라는 표현을 쓸 수준도
못되는 졸렬한 작태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반정부 유인물을 뿌리거나 화장실 벽에 낙서하는 일은 구속을 각오해야 하는 거사였다. 서울경찰청의 지침은
2015년의 대한민국을 ‘그 시절’로 퇴행시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이 겁을 준다고 비판과 풍자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 경찰의 ‘현행범 체포 방침’이 보도된 후에도 서울
마포구에서 대통령 비판 전단 200여장이 뿌려졌다고 한다. 수십년 전 사라진 전단을 되살린 건 다름 아닌 ‘불통 정권’이다.
정권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단 살포는 계속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6월] 삼척·원주 의료원의 첫 흑자가 말하는 것
지난 2013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강행했다. 만성적자와 강성노조 때문에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가뜩이나 열악한 공공의료의 목을 졸라 질식사시킨 것’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결국 국회까지 나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 폐업 결정의 부당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 조속한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보고서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경남도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논리로 법인 청산 절차를 일사천리로 강행한 뒤였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주의료원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시민운동 차원에서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는 여전히 “주민투표 시행 여부는 도지사의 권한”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재개원의 마지막 남은
기회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의무교육의 기본에 해당되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마저 중단하는 판이다. ‘독단과 불통’ 앞에
무엇이 통하겠는가. 이런 가운데 전해진 강원 삼척·원주 의료원의 첫 흑자 전환 소식은 꽤나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법인
설립 32년 만에 1억3000만~1억5300만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냈단다. 이는 ‘만성적자’를 이유로 하루아침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한 경남도의 조치가 허무맹랑한 독단이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두 의료원 역시 진주의료원처럼 만성적자를 겪었다. 그러나
맞춤형 진료와 첨단 의료기기 확충, 친절도 향상 등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환자수도 의료원마다 3만명 이상씩
급증했다고 한다. 병상이 부족할 정도라 한다.
물론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대부분의 시·도 의료원들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각 시·도는 출연금 및 시설·장비 보강예산 삭감은 물론 인원 및 인건비 삭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처럼 폐업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공공보건의료예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등 지방의료원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삼척·원주 의료원의 흑자 전환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될 대목은 ‘4년간 임금이 동결된’ 직원들의 희생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이다. 두
의료원의 흑자 전환을 무작정 반길 수만도 없는 것은 지방의료원에 대해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을 ‘마른 수건 짜듯’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공공의료기관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그들을 상대로 ‘적자 타령’만 하면서
돈을 벌지 않으면 문 닫겠다고 협박하는 행정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6월] 촌지 교사 이번엔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교육 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음성적 금전 관행을 뿌리 뽑고자 서울시교육청이 칼을 뽑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어제 ‘불법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육 현장의 부조리를 신고하는 공무원이나 시민에게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익신고
보상금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공무원 등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 등 촌지를 받은 사실을 신고하면
금품(향응) 수수액의 10배 이내,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불법찬조금·촌지 근절 담당관’도 둬 이들이
불법찬조금이나 촌지 수수 등의 행위를 감시하도록 했다. 각 학교는 교원이나 교감을 담당관으로 지정, 불법찬조금·촌지 근절과 관련한
자체 세부계획을 세우는 등 자체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에 발표한 공익신고 보상금제는 사실 2009년 서울시교육청이 ‘부조리행위 신고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형식으로 도입을
시도했다가 유야무야됐던 제도였다. 당시에도 촌지 수수나 입찰비리 등을 신고할 경우 3000만원의 보상금을 주는 내용이었으나 교육
공무원의 이미지 실추 등 인권·교권에 대한 침해 우려 때문에 입법 직전에 무산됐었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같은 이유로 교육계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고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면서 일종의 학파라치(학원 파파라치) 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한 것 자체가
촌지비리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촌지 비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전화 기프티콘(휴대폰
모바일) 등이 등장하는 등 방법은 더욱 은밀해지고 있고 범위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 당국이
지난해 ‘10만원 이상 촌지 교사 파면’ 등 초강력 제재를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자식을 잘 봐 달라고 금품을 건네는 학부모들의 이기심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은밀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들은
교단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교사의 명예를 도매금으로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해악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법적 처벌로 촌지 비리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는
만큼 학부모, 교사를 비롯해 교육계 스스로 자정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임금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이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주말 경제5단체장을 만나 임금인상을 요청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여력을 높여주기 위해 대기업이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저임금 등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이라는 지적이 일자 납품대금을 올려주라고 대기업을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
최 부총리의 임금 압박은 어떻게든 내수라도 살려보자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책목표가 그럴듯하더라도 이런 식의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 이론적, 논리적 근거도 빈약할뿐더러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인 대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우선 임금을 기업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임금은 기업이 주는 게 아니라 시장이 주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및 노동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특정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납품단가도 마찬가지다. 뼈를 깎는 경쟁을 통해
협력업체는 납품단가를 낮추고 대기업은 이를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게 혁신이요 창조다. 엿장수 가위질하듯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임금을 올리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가정도 문제다. 아파트 경비원 사례에서 보듯이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을 벼랑으로 내몰 수도 있다. 더욱이 내수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 임금 인상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고용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가 고용과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다.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대기업과 관련 기업 임금부터 올리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동개혁은 생산성에 걸맞은 임금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지만 이런저런 대책을 던져놓고 그래도 안 되면 대기업이 양보하라는 식은 곤란하다. 더구나 임금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한번 올라가면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강압적인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최 부총리는 공정위원장까지 회의에 배석시켰다고
한다. 임금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해외 이민 작년 249명 불과…그래도 한국이 낫다
해외 이민자수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 249명에 그쳤다고 한다. 외교부 해외이주 통계에 따르면 2003년 1만명 선, 2007년
5000명 선, 2010년 1000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해엔 200명대로 줄어 1962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1976년 사상 최대인 4만6533명이 낯선 타국으로 떠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반면 이민 갔다가 영구귀국한
역이민자는 2013년 3621명 등 해마다 3000~4000명에 이른다.
이민 감소 원인에 대해 한국의 생활여건이 높아져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아진 때문이란 게 외교부의 분석이다. 대중교통이나
의료·통신·금융 등의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선지 한동안 유행하던 은퇴이민이 시들해진 대신 귀농·귀촌자가 한 해
5만명을 웃돈다. 고학력과 외국어 능력을 갖췄으면 국내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다. 외국에서 3D 직업이라도 감수할 각오라면
국내에서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한국 사회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붓는 종북세력들조차 북한에 가서 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는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 설문조사에선 이민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는 사람이 76%에
달했다. 이민을 생각해 본 직장인이 10명 중 9명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지나친 경쟁, 보다 나은 자녀 교육, 각박한 삶,
심화되는 소득불평등, 은퇴 후 불안 등이 그 이유다. 또한 세금폭탄이 싫어서, 취업난에 지쳐서, 잇단 사고로 불안해서, 정치가
싫어서 떠나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이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도전과 역동성이 약화된 것이 이민 감소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물론 이민은 언어장벽, 낯선 환경과 문화적 차이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의 역설은 자기비하라는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코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걸핏하면 한국 사회를 지옥처럼 묘사하는 강단좌파가 넘쳐나는 한국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민을 가지 않는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검찰 재계수사 본격화, 기업 의욕은 꺾지 말아야
검찰이 거액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을 지난주 말 전격 압수수색했다.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의
베트남 부문 사무실과 임원 자택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내부감사 자료, 회계장부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정권 초반인 2009년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를 현지에 하청을 주고 해당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도 해외건설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그러나 이번 검찰 조사가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데다 검찰 관계자가 포스코건설뿐 아니라 포스코 본사와 다른 계열사로의 수사
확대를 시사한 대목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재계는 포스코 수사를 계기로 자신들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비리 조사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개운치 않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을 둘러싸고 전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 총리가 대기업과 자원외교·방위사업 등 3대 분야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담은 대국민담화를 밝힌 다음날 전 정권
시절에 계열사를 크게 늘린 포스코에 대한 본격 수사 착수는 우연의 일치일까. 여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 담화 후 곧 일선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 강화'를 지시했고 사건도 대형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2부에 배당한 점 등이 '기획수사'라는 비판의
여지를 낳고 있다.
물론 비리가 있으면 그 뿌리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하는 것은 검찰 본연의 임무다. 그러나 사정의 칼날은 한 점 의혹도 배제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만 사전적이나 사후적으로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검찰은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의 협력이 절실한
현실을 감안해 자칫 무차별적인 사정 확대로 기업인의 의욕을 꺾지 않는가를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6월] 빈곤층 소비성향 하락, 경제 신뢰 회복이 급하다
겉만 보자면 반가운 지표가 하나 나왔다. 최빈층의 소비성향이 하락했다는 소식이 그렇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10% 계층(1분위)의 지난해 평균 소비성향이 95.0%로 전년 대비 9.2%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비율이 100%
이하를 기록하기는 17년 만에 처음이다.
주지하듯이 평균 소비성향은 소득 가운데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필수지출항목을 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빈층의 평균 소비성향이 떨어졌다는 점은 일단 반갑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살림이 나아졌다거나 저축여력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들의 소비성향이 하락한 이유를 복지확대로 인한 이전소득 증가로 간주한다.
어떤 경로든 여유가 늘어났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편치 않은 해석도 가능하다. '소득 증가=소비'로 직결되던 극빈층의
소득이 다소 늘었음에도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은 소득이 가장 많고 지출도 큰 50대·60대의 소비성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경기불황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형국이다.
저소득층 취로사업 확대같이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이 소비진작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도 같은 이치다. 불길한 징후는 더 있다.
규제완화의 약발이 이전에 비해 4분의1 수준 이하로 떨어진 판국에서도 가계대출은 다음달께 1,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리인하마저 불안과 불신의 악순환을 가속시킬까 우려된다.
정부는 일부 청약시장의 회복세가 경제 전반에 퍼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다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만 돈이 돌고 내수가 살아난다.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6월] 사고 헬기를 손전등으로 착륙 유도했다니 … 응급환자를 위해 출동한 해경 헬기가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 바다에 추락해 대원 4명이 사망·실종됐다. 사고 헬기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구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기장 최승호(52) 경위와 부기장 백동흠(46) 경위는 해군 출신으로 경력 20여 년의 베테랑이었다. 정비사 박근수(29) 경장은
올해 말 결혼할 예정인 예비 신랑이고 임용된 지 1년이 안 된 장용훈(29) 순경은 지난해 2월 아들을 낳았다.
이들이 신고를 받을 당시 현장 기상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해가 진 데다 가거도엔 짙은 해무(海霧)가 끼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응급환자 수송이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날아가 착륙을 시도한 것이다. 소방헬기도 이날 신고를 받았으나
기상 불안정 때문에 출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거도는 우리나라 서남단 섬으로 연중 맑은 날이 7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풍이 가장 먼저 지나가는 곳이라 대한민국의
‘핫코너’로 불린다. 하지만 헬기 이착륙 시설은 물론 유도등 장치도 없다. 시계가 좋은 낮엔 별 문제가 없으나 밤엔 조종사들이
불빛 없는 방파제에 곡예나 다름 없는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이번에도 주민들이 손전등으로 착륙을 유도했으나 안개로 잘 보이지 않자
헬기가 선회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145㎞나 떨어져 그동안 전남도가 낙도지역의 응급환자를 위해 운항하는 ‘닥터헬기’도 지원되지 않았다. 또
쾌속선으로 4시간30분이나 걸리는 데다 기상 악화로 자주 결항해 응급환자들은 해경·소방 헬기를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이 해경과 소방헬기 대원들을 인명 구조에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부를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꼬리를 무는 헬기 사고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도는 그제 뒤늦게
10억원을 들여 헬기 착륙장 시설을 확충하고 가거도까지 닥터헬기를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이에 대한 민원이 있었던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또 하나의 뒷북 행정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딘 베이커(논설위원)-20150316월] 의약품 특허에 걸린 큰 판돈
지난해 가을 인도의 새 총리가 된 나렌드라 모디는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만남 뒤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가 특허 보호 강화를 암시하며 특허 관련 법률을 재검토하는 작업 부서를 만드는 데 동의했다”며 이를 열심히 홍보했다.
인도는 세계 복제약(제네릭) 산업 선도 국가다. 인도 복제약은 인도에서 10억명 넘는 인구에 공급될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에도 고품질이면서 싼 가격으로 공급된다. 인도 복제약 산업이 성공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인도의 특허 관련 정책
때문이다. 인도는 복제약 산업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1970년대에 약품 관련 특허권을 없앴다. 인도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때문에 2005년에 다시 특허권을 보호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유럽보다는 특허권에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새로운 화합물이 포함된 약에 대해서만 특허권을 인정한다. 인도 법원은 이미 알려진 화합물을
혼합해 만든 복합약에 대해서는 특허 독점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는 인도 복제약 생산업자들이 부유한 나라들에서 팔리는 약값의 극히 일부 가격만 받고도 복제약을 팔 수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특허권 보호를 받고 있는 많은 약들이 인도에서는 보호되지 않는다. 시(C)형 간염 치료에 효과적인 약인
소발디를 미국에서 3개월 동안 처방받으려면 8만4000달러가 든다. 인도 복제약은 1000달러 이하면 된다.
미국 제약사들은 이런 상황을 상당히 우려한다. 미국 약값이 인도 약값보다 100배 이상 비싼 세상에서는 이들 제약사가 독점적
시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에 산업친화적인 특허 규칙을 적용하라고 몰아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특허 규칙을 강화하라고 압력을 넣는 나라가 인도만은 아니다. 특허권 보호 강화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주요 의제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초안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의 주요 내용은 특허를 더
오래 그리고 강하게 보호할 수 있게 만드는 ‘데이터 독점’ 규칙이다.
데이터 독점은 복제약 회사들이 유명 제약회사들이 선전해온 약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실험 결과에 의존하는 것을 금지한다.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복제약 회사가 이미 존재하는 약을 복제하면서 자체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상황은 비윤리적일 수 있다. 이미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도, 실험 대상 환자들 중 한 그룹에는 위약(플라세보)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더욱 강력한 특허 독점을 세계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다면, 문제는 약값 상승만이 아니다. 약품 개발은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구조에
갇히게 될 것이다.
특허로 보호된 가격과 생산 단가 사이의 거대한 차이는 약품 공급과 판매에서 실제로 낭비를 일으킨다. 미국에서 제약회사들은
수만명의 판매중개인을 고용하고 있는데, 의약품이 생산단가의 수십배 가격에 팔리고 있어 판매 행위 자체가 매우 큰 고수익을 낳기
때문이다.
특허 체계에 비밀 보장이 포함되기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도 엄청난 낭비가 생긴다. 과학 진보에 최상의 길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 공유’ 대신 제약회사들이 자사의 연구 성과를 강력히 통제하며 특허를 획득하는 데 필요할 경우에만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는
불필요한 중복 연구로 이어진다.
특허 체계는 제약회사들이 자사 약들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도록 조장하는 면도 있다. 제약회사들은 자사
약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발견들을 경시하거나 은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머크는 관절염 약인 바이옥스가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를 숨기다가 소송에 걸려 거의 50억달러를 배상했다.
중세 시대에 기원을 둔 (특허) 체계를 따르는 것이 21세기 의약품 연구 재원 마련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무역 상대국들에 더욱 강력한 특허 보호를 강요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미래에도 이 체계 속에 빠져 옴짝달싹 못할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316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야외전축 들고 소풍 가던 시절엔 CCR(클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이 대세였다. 조영남이 ‘물레방아인생’으로 번안해 부른
‘Proud Mary’ 해적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춤추기에 적당했다. 끝자락에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이라는 10분 넘는 노래가 있었는데 당시 DJ들은 ‘풍문으로 들었소’라고 소개했다. 그 제목이 다시 드라마로 환생했다. 더구나 믿고 보는 ‘안정(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 콤비’의 작품이라니. 그런데 시청소감이 한마디로 ‘웃프다’.
글을 오래 썼어도 ‘웃프다’라는 말은 처음 써본다. ‘웃기다’와 ‘슬프다’가 결합한 말. 이 말은 묘하게 노랫말과 오버랩 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절정 부분이다. 살다 보면 몸과 맘이
따로 노는 경우가 종종 닥친다.
지난주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 장면에선 심약한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밥상을 집어 던진다. 혈통과 체통을 중요시하는 ‘점잖은’ 분이다. 분을 못 참아 몸까지 내던지다 대궐 같은 집 안의 난간에
다리가 걸려 고꾸라진다. 도대체 어떤 연유이기에.
인물 면면을 보자. 18세 아들은 ‘특권의 인큐베이터에서 만들어진 수재’다. 아버지는 법무법인 대표이며 ‘논리의 제왕이자 의전의
달인’이다. 보육기에서 나온 아들은 더 이상 ‘그 모양 그 꼴’이 아니다. 재개발 사각지대에 살던 고교생 며느리는 혼전임신으로
출산까지 했다. 어찌어찌하다 결국 양가 부모 상견례 자리까지 왔는데 바로 거기서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안 감독의 블랙코미디는 대체로 어둡다. 내용도 어둡고 화면도 어둡다. 영화 같다는 사람도 있고 답답하다는 사람도 있다. 내겐 주제의식과 예술감각이 잘 어우러져 고급으로 보인다.
‘안정 콤비’는 이름(내가 멋대로 붙인 것이지만)과 달리 ‘불안정한 관계’에 관심이 많다. 전작인 ‘아내의 자격’ ‘밀회’의
주인공들도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낡은 것들과 새로운 것들, 지키려는 자들과 깨려는 자들이 부닥치는 지점에서 카메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 그러나 돈 앞에서, 권력 앞에서도 과연
평등한가.” 정답은 없다. 그래도 해답이 궁금하면 오늘 저녁 본방사수 하시라. [경향신문 칼러-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316월] 탕탕평평평평탕탕 ‘홍재(弘齋)’ ‘탕탕평평평평탕탕(蕩蕩平平平平蕩蕩)’ ‘만기(萬機)’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조선의 중흥군주인 정조가 자신의 저작물에 찍은 장서인 71종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백성을 대하는 임금의 자세가 절절이 묻어난다(김영진 외, ‘정조의 장서인’ <규장각> 45집,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우선 ‘홍재’는 “뜻을 크게(弘) 가지라”라는 증자의 가르침을 새긴 것이다.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임금은 세상을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만천명월주인옹’은 무슨 뜻인가.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물(만천)이 있지만 달(군주)은 물의 형태에 따라 똑같이
비춘다는 것이다. 세상의 주인인 군주는 백성의 다양한 능력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정조는 또 자신의 침전 이름을
‘탕탕평평실’로까지 지었다. 그랬으니 ‘탕탕평평평평탕탕’의 인장도 즐겨 사용했으리라. ‘탕탕평평’은 “붕당과 편파가 없으면
왕도(王道)가 탕탕하고, 평평하다”(<서경> ‘주서·홍범’)는 옛말에서 나왔다. 하기야 ‘정구팔황 호월일가(庭衢八荒 胡越一家)’란 글귀까지 침전 벽에 건 정조 아니던가. ‘변방도, 오랑캐도 뜨락이나 한집안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지역 및 당색 차별은 절대 없음을 잠자리에서도 되새긴 것이다.
‘만기’ 인장도 눈에 띈다. 예로부터 “천자(군주)는 하루에 만가지 일을 처리한다”고 해서 ‘일일만기(一日萬機)’라
했다(<서경> ‘고요모’). 만기친람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정조가 바로 만기친람의 전형이자 일중독증 환자였다.
대신들은 ‘깨알지시’가 많으면 정작 큰일에 소홀할 수 있다느니, ‘제발 건강 좀 챙기시라’느니 하면서 틈나는 대로 ‘지적질’을
해댔다. 그러자 정조의 대꾸가 걸작이었다. “작은 것을 거쳐야 큰 것으로 나가는 법이네. 그리고 난 원래 (팔도에서 올라온) 보고서 읽는 것이 취미야.”
‘독서유삼도안도구도심도(讀書有三到 眼到口到心到)’라는 인장도 눈에 띈다. 주자가 가르쳐준 독서법이다. 즉 독서에 삼도(三到·세
가지 도달법)가 있는데, 눈(안도)과 입(구도)과 마음(심도)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는 소리다(<주자독서법> 권 1
‘강령’). [서울신문 칼럼-김병일 사람과 향기/김병일(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20150316월] 문제 해결의 답을 사람에서 찾자
얼마 전 보육교사에 의한 유아 학대를 계기로 상정됐던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 이유는
보육교사에 대한 감시보다 사랑의 마음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말을 못 하는 어린아이를 보낸
어머니들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 수준이다. 어린이집 유아 학대 외에도 세월호 침몰, 군대 내 가학행위, 이른바 땅콩 회항 등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 사고도 가슴 아프지만, 원인 규명과 대책 논의 과정에서 무수한 논쟁과 비방이 오가고도 모두가 동의하는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더 안타깝다. 그것은 이해집단 간에 부담할 고통은 회피하거나 상대에게 떠넘기고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예산 증액과
인력 증원처럼 손쉬운 길을 찾으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 과정에서 정작 사고 발생의 원인 주체인 사람의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그처럼 커진 것도 선장, 선원 등 관련된
사람들의 잘못된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승객들에 대한 구명 조치는 외면하고 몰래 자신들만 먼저 탈출해 목숨을 건졌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군대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 역시 그 근저에는 사람의 문제가 있다. 사병들 간 가학행위는 물론이고 고위 장교들의
성추행과 방산비리 등이 모두 그곳 사람들의 그릇된 의식과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도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법과 제도의 보완과 예산지원도 의미가 있겠으나, 그 운영 주체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다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유아 학대 사례를 보자. 현재 많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비체계적이고 단기적인 교육을 받고 선발돼
배치되고 있다. 그들은 지금 만족스러운 보수도 받지 못하고 자긍심을 느낄 직업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반면에 어린아이를
키워 보지 않은 젊은 보육교사들이 많게는 20여명에 이르는 한창 말썽을 일으킬 나이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 현장의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것을 직시하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보육교사 자격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보수를 인상하며 CCTV를 설치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육교사에게 유아교육 이론도 가르쳐야 한다.
이러면 다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현장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내 아이나 동생처럼 보듬도록 하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마음과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먼저 보육정책과 지원을 담당하는 관계 인사들부터 어린이를
내 자녀처럼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현장을 보살피면서 보육교사들이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곧 맑아진다.
경험이 풍부한 할머니들이 젊은 보육교사들을 돕는 방안도 찾아보자. 우리 주변에는 자녀와 손자를 희생과 사랑으로 키워 내고 이제는
여유 있게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보육 현장으로 안내해 젊은 교사와 함께 활동하도록 하자. 할머니들이 행동으로
보여 주는 유아 사랑을 보면서 젊은 교사들의 가슴은 점차 뜨거워지고 닮아 가게 될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말이나 글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주는 가르침(身敎)이다.
이와 관련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있다. 현재 60세 전후한 3000명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전국 근
1만여개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친손자들에게 못다 준 사랑을 어린이들에게
쏟으며 변변찮은 보수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유아들과 부모들의 반응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사례를 보육교사를
비롯한 문제의 현장에 응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답은 그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변화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316월] 카톡 재앙
지난해 가을 소위 ‘사이버 망명’이 화제가 됐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일자 1주일 만에 160만명 이상이 텔레그램이란 외국
메신저로 옮겨간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2014년 6월 체포된 노동당 부대표가 묵비권을 행사하자 검찰이 그의 카톡 대화기록을
카카오 측에 요청해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까지 만들자 메신저 사찰,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슈가 이어지면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출석하기도 했다.
인터넷이나 메신저에 대한 정부 검열은 세계적으로도 핫이슈다. 미국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국가안보국(NSA)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감시프로그램인 ‘프리즘’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대로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90% 가까이를 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다칭바오(大情報)’라는 사이버 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다. 검열의 폭이 넓고 일방적이어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발효된 블로그법에 따라 하루 3000명 이상 방문하는 블로그는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안보를 명분으로 정부의 사이버 검열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 보호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더욱 문제 소지가 큰 것은 자발적인 폭로다. 최근 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적인 카톡 대화가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병헌 박시후 클라라 등 연예인이 관련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소송을 벌이는 상대방이 있고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낯뜨거운 내용도 여과없이 공개된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자료들이 유출되고, 그리고 네티즌이 과연 마음대로 퍼날라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나 토론이 없다는
점이다. 선의의 피해자에겐 ‘카톡 재앙’이 되는 셈인데, 이런 상황을 즐기는 집단관음증도 번져가고 있다. 사적 대화는 보기에
따라, 그리고 편집하기에 따라 얼마든 다른 해석도 가능한 것이어서 누군가 악의적으로 공개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가 될 수 있다.
최근 삼성물산 직원들이 일부 민원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카톡 대화방을 사용했다가 그 내용이 고스란히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잘잘못은 차치하고라도 내부 직원의 대화가 어떻게 공개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논란도 있었지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종종 경계를 침범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16월] 도로 다이어트
서울 연세대 정문에서 신촌역까지 약 550m 거리가 연세로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길은 승용차와 택시·버스에다 보행자까지
뒤엉킨 상습정체 구간이었다. 불법 주정차 탓에 버스가 통과하는데 심할 때는 30분 넘게 걸렸다. 승객들은 짜증이 났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혼잡을 반겼다. 차가 많이 다닐수록 손님이 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러니 2013년 서울시가 버스나 구급차만 다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만든다고 하자 반발한 것은 당연지사. 한 상인이 가스통을
짊어지고 자살 위협을 했을 정도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도폭을 넓히면 손님이 뚝 끊길 거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6일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권이 죽기는커녕 오히려 살아난 것이다.
혼잡한 차로를 넓히지 않고 줄이면 교통량이 감소할 거라는 역발상이 적중한 결과다. 서울시가 조사해보니 제도 시행 전
4,200명이던 평일 시간당 보행자 수가 지금은 6,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주변 상점 매출이 5%가량 뛰고 노점상 역시
신바람이 났다고 한다.
영등포구가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곳인 영중로의 도로를 '다이어트' 하기로 했단다. 이곳은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롯데백화점이 몰려
있어 교통 체증이 극심하고 보도에는 노점상이 밀집해 있다. 구는 3개 차로를 2개로 축소하는 대신 보행로는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초에 타당성 평가를 마친 데 이어 기본설계 용역은 6월까지 마무리한다니 빠르면 내년에 새 단장한 영중로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교통혼잡을 먼저 경험한 선진 각국에서는 도로 다이어트가 일반화한지 오래다. 현재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는 차로 줄이기 공사가
한창이다. 도쿄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일본 오모테산도는 주차장 없는 상권으로 재개발돼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한다. 노점상의 반발 등
난관이 예상되지만 영중로의 실험이 성공하고 같은 사례가 많이 생겼으면 싶다. 원래 도로의 주인은 '차'가 아니라 '사람'이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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