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청년실업률 15년7개얼 만에 최고치 ■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 ■ 3자 회담, 그 후 ■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청년실업률 15년7개얼 만에 최고치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마침내 IMF 위기 때 수준에 달한 청년실업률
청년실업률이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15~29세) 실업률은 11.1%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11.5%) 이후 가장 높았다. 고시 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등까지 감안하면 실제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나마 신규 취업자들도 통상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출발한다.
청년실업은 개인을 넘어 이미 우리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고질화한 지 오래다. 미래가 없는 청년실업자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됐고, 나아가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라는 자조까지 횡행하는 판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찍이 일자리 창출과 공급을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수 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듯 상황은 급속히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을 뿐이다. 현실성 떨어지는 공허한 대책들만 반복해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의 일차적 책무가 정부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규제개혁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게 정석이나, 기업 부담이 만만치 않다. 통상임금확대, 정년 60세 연장, 임금인상압력 등으로 신규고용여력이 많지
않은데다, 중화학공업과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도 고용한계에 부딪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당장 유효한 방안은
서비스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는 기업만 들볶아 될 일도 아니다. 정부가 노동계를 설득해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단행해야 한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성세대가 청년들과
공생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야 한다. 청년세대의 실업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미래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절박한 인식으로 모두가 나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정부 통계도 확인한 청년실업의 심각성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월간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정부 공식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 동향’ 자료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통계청 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청년층(15~29살) 고용률이 소폭 높아졌는데도 실업률이 덩달아 올랐다는 점이다. 논리상으로는
취업자가 늘어 고용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은 떨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도 두 수치가 동반상승했다는 건 애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다가 새롭게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은 늘어났지만, 정작 이들이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더
많은 청년층이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거대한 채용 장벽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는 뜻이다. 결코 반가워할 수 없는 신호인 셈이다.
전문가들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의 취업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정규직에 취업하고자 오랜 기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단기 계약직 자리라도 찾아 나서는 추세를 반영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어찌 보면 더 버틸 여유와 체력이 이제는
없다는 슬픈 소식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의 부모 세대에 속하는 50대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사실을 함께
미뤄볼 때, 전반적인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여건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쯤 되면 이번 통계청 자료가 우리 경제의
어두운 민낯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아닌가.
이제 정부도 서둘러야 할 때다. 물론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단칼에 해결할 묘수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너무나 더딘 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스스로 밝힌 계획은 이른 시일 안에 현실화하도록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나마 얻은 청년층 일자리의 질 문제에 견줘,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청년층 생활안정에 도움을 줄 여지가 크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256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98%는 직원 수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음식점,
편의점,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이다. 지난 한 해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인위적 가계소득 증가가 아니라 일자리 주도
성장이 옳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아닌가.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치솟는 청년실업률, 규제 완화가 해결책이다
내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키우겠다던 서비스업이 각종 규제로 오히려 질식사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
정부는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1년 안에 전체 규제를 10% 감축하고, 특히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7대 유망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규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1년 사이 오히려 13.5%(485건)나 늘어났고,
늘어난 규제의 71.1%가 7대 유망 서비스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를 통해 유망한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한 게
아니라 규제를 강화해 서비스업이 커 나갈 기회를 집중적으로 막아 온 셈이다.
이 와중에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만든 각종 서비스업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채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서비스업 발전 기본법은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관광진흥법 역시 발의된 지 2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
육성 법안들의 미처리 기간은 평균 600일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래서는 내수 회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청년들을 위한
번듯한 일자리 창출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손실과 부담은 일감을 잃은 관련 기업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잠재적인
서비스업 취업 희망자들이 지고 있는 셈이다.
마침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통계는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취업포기자를 감안한 체감실업률은 12.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부진과 서비스업에서의 고용 기회 상실이 곧바로
청년 실업자의 증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그 파급 효과는 서비스업에서
가장 크다. 이제는 말로만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육성을 외칠 시기는 지났다. 실제로 규제를 없애고 서비스업 관련법을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내수 침체 장기화와 대량 청년실업을 피할 수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15년7개월 만에 최악이라는 청년실업률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동향’에 나타난 각종 고용지표를 보면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4.6%를 기록했다. 2010년 2월(4.9%)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불완전 취업자와 잠재적 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 또한 전달보다 0.6%포인트나
껑충 뛴 12.5%로 나타났다. 이 역시 지표 추계를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들어 고용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여러 고용지표 가운데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전달보다 1.9%포인트 급등한
11.1%를 기록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통상 2월이면 졸업 등과 맞물려 구직자가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사태 이후 실업률 통계기준을 변경한 1999년 7월(11.5%)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30대 그룹이 올해 신규 채용을 전년보다
6.3% 줄인다고 하는 마당이다.
청년실업은 오래된 사회문제이자 지금도 우리 사회의 발등에 떨어져 타고 있는 불이라고 할 수 있다. ‘88만원세대’ ‘이태백’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조어가 그 심각성을 웅변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간 32개에
이르는 청년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동안의
청년실업 정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걸 확인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상승 배경을 최근 고용시장 악화보다 구직인구 증가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는 모양이다. 7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이라든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원인
진단과 다르게 정부의 고용정책이 청년층을 비켜간 측면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일자리의
질이라든가 세대 간 고용률 격차 등의 문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지 않고 어떻게 국가
미래 비전을 말할 수 있겠는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북한 책임 큰 ‘개성공단 난기류’ 개성공단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쪽 당국의 일방적인 행태 탓에 남쪽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쪽은 공단의 순조로운 운영과 발전을 가로막는 비합리적 행위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북쪽 요구의 핵심은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 징수다. 북쪽은 월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3월부터 5.18% 많은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아주 무리한 내용은 아니다. 사회보험료 등을 더한 북쪽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40달러 남짓한
수준으로,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노동자보다 많지만 베트남보다는 적다고 한다. 토지사용료도 전혀 엉뚱하지는 않다. 남북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2004년을 기점으로 10년이 지난 다음해인 올해부터 부과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둘 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어렵잖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북쪽의 일방적 태도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서명한 합의서에서 ‘법규 개정 등은 반드시 남북간
사전 협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쪽은 지난해 11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그 가운데 최저임금 조항 등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북쪽은 이후 우리 정부의 항의 통지문과 남북공동위 개최
요구 통지문, 기업들의 건의문 등의 접수조차 모두 거부했다. 노동규정 개정은 자신의 주권사항이라는 것이다. 남북 합의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이런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기업들에 북쪽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한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다.
북쪽이 개성공단 문제를 다른 남북관계 현안과 연계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북쪽은 남북공동위를 개최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남북이 대북전단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동규정을 바꿨다. 이런
식이어서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꾸려갈 수 없다. 이와 별개로 북쪽이 5·24조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남쪽 기업들도 이 조처가 공단 발전을 막고 있다며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북쪽은 남북공동위 개최에 응하기 바란다. 이번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면 북쪽이 힘을 기울이는 외자유치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남쪽 기업들도 당장 어려움을 피하려고 북쪽 요구를 개별적으로 들어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해법 찾기에 더 힘을 쏟아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개성공단 임금, 남북공동위서 협의해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3월부터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사무처를 통해 근로자들의 올해 최저임금을 5.18%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할 때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대북
제재 조치인 5·24조치로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문에 수입이 늘지 않자 무리수를 쓴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임금문제를 포함한 공단 운영에 관한 사항은 남북공동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해 해결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므로 북한이 임금인상을 원한다면 공동운영위를 개최해 남북 간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런 절차
없는 일방 통보는 합의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기업들로서는 임금을 조금 올려 주더라도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은 이런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궁지에 몰린 기업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그
결과 5·24조치가 철회되기를 바라며 이런 강경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로
북측 근로자를 일방 철수, 가동을 중단했고 그 때문에 남북 모두 피해자가 되었다. 다행히 재가동하면서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합의를 했지만, 북측은 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만일 이번 조치로 남북이 다시 대립하고 공단의 정상적 가동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재발한다면, 북측 피해가 북한이 생각하는 남측 피해 못지않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경협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물론 경협이 경협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남북관계, 한반도 주변 정세와도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므로 북한의 소극적 태도만 지적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런 태도는 북한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북한이 진정 경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선 기존 합의를
충실히 이행,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북한은 남측이 제의한 공동운영위에 즉시 나와야 한다. ■ 3자 회담, 그 후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이제 국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한다
청와대 3자회동 이후 정국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국회에 계류돼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보건의료 부문 제외)을 처리키로 하는 등
‘대화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박 대통령도 얘기를 경청해줬다”고 평가한 문 대표나,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며 협력을 당부한 박 대통령, 두 사람 모두 대화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느냐, 아니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느냐는 ‘입’이 아니라 ‘발’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처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는 만큼 여야는 대화의 불씨를 살려 경제 회복을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우선 여야의 지도자들이 필요성에 공감한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시동을 걸고 고삐를 바짝 좨야 할 것이다. 문 대표는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은 공무원 노조 설득이
우선이라며 일부 내용만 공개했을 뿐 종합적인 안을 내놓지 않아왔다. 그러나 문 대표 스스로 자체안이 마련돼 있음을 밝힌 만큼
이제는 당당히 협상안을 내놓고 타협점을 모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인사혁신처도 조속히 정부안을 내놔야 한다. 이근면
처장이 지난달 초 어설픈 안을 내놨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은 제대로 된 안을 제시할 때가 됐다.
여당·야당·정부의 세 가지 안을 놓고 막판 대타협을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28일)이 가까워오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이 시한을 지켜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여야가 정한 국회의 연금개혁 특위 활동 시한(5월 2일)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대책, 법인세 인상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본격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냈을 정도로 여야의 입장차가 큰 사안이다. 그런 만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영수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나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에서 호평을 받은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소통 능력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어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내 문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건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자칫 모처럼 조성된 대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작은 합의라도 실천해야 3자회담 의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사이에 두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여야 간 이견이
두드러진 가운데 눈에 띄는 합의는 적은 3자회동이었다. 그나마 공무원연금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게
성과다. 여야의 시각차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항용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런 평행선 대치를 풀고 대국적으로 타협해야 한국정치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게다. 여야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이번에 공감대를 이룬 현안만이라도 구체적 결실을 맺도록 후속
대화를 이어가기 바란다.
여야 수뇌부의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특히 지난 대선서 맞붙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2년여 만에 만나 상대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반대세력을 포용하는 아량을 보여주지 못해 불통 이미지가 덧씌워진 박 대통령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온 문 대표를 위해서나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회동이 한낱 보여주기식 ‘정치 쇼’로 끝나서는 안 될 말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이 여야 수뇌부 중
누가 정치적 이문을 더 얻었는지를 따질 겨를이라도 있겠는가. 회동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 총체적
위기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려는데,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며 경제살리기 정책에 발목을 잡는
야권에 은근히 서운함을 피력했다. 관점은 달랐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향점은 같았다. 여야가 말로만 민생을 걱정할 게 아니라
실천적 후속조치를 절충해 내야 할 이유다.
3자회담이든 영수회담이든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진정한 위민(爲民)정치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합의일지라도 싹을 틔워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번에 3자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확인했다. 하지만 각론에서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전혀 다른 게
문제다. 더욱이 다음달에는 노동 현장에서의 이른바 춘투(春鬪)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 인화성 높은 이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략을 떠나 윈윈하겠다는, 여야의 대승적 결단이 없으면 뭐 하나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권 획득이 목적인 정당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급적 여야 모두가 승자가 되는 ‘플러스섬’ 게임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권이 고용 확대 등의 시급성을 감안, 야당이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건의료 부분을
일단 빼고라도 서비스산업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각종 개혁 입법과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해야 할 4월
임시국회에서 그런 호양(互讓)의 자세는 이어져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다른 현안에서도 당략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란 뜻이다. 새정치연합 측도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여당이 공무원 표를 잃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보는 정략을 고집할
요량이 아니라면 하루속히 당 안을 내놓고 절충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임종룡 위원장은 예대금리와 수수료 자율화 할 수 있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6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금융감독 쇄신, 금융회사 자율문화 정착,기술금융 확충,
자본시장 기능 강화, 핀테크 육성, 금융규제의 큰 틀 전환 등이다.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특히 금융회사에 자율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과 금융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겠다는 대목은 적잖이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금융만큼 규제가 얽히고설킨 분야도 드물다. 법령뿐 아니라 지침 예규 창구지도 등 온갖 형태의 규제가 촘촘히 옭아매고 있다.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을 내세운 기술금융, 햇살론 등 이런저런 이름의 정책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임원보수
공개처럼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신설된 규제도 적지 않다. 여기에 금융사고라도 터지면 또 이런저런 규제가 추가된다. 최근 KB금융
인사청탁 건에서 보듯이 정치권의 인사 입김 역시 규제라면 규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할 자신감을 임 위원장은 갖고 있다는 것인가. 업계에
몸담으며 소위 ‘을’로서 경험을 쌓은 임 위원장 본인이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금융자율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래서일 테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 역시 없지 않다. 역대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그대로 실현된
경우는 거의 없다. 말 따로 행동 따로였고 온갖 정치적 압력과 여론 등 시류에 휘둘리다 보면 초심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우리은행
매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는 전직 신제윤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왕좌왕 끝에 매듭짓지 못하고 떠났다. 한국 금융산업은 총체적 위기다.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저금리 저성장으로 수익기반이 쪼그라들고 있다. 임 위원장이 관치와 규제로 얼룩진 금융시장에 시장원리와 자율을 불어넣은, 그런 금융위원장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삼진아웃 폐지 등 임종룡식 금융혁신 기대는 되지만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18일 금융감독원을 찾아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전한 선물은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라고
쓰인 서예작품이다. "두 기관은 금융개혁이라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말도 건넸다. 속마음에는 KB사태에 따른 제재수위를 놓고
벌어졌던 두 기관의 지난날 갈등을 봉합하려는 뜻도 있겠지만 앞날의 '금융개혁'에 더 무게가 실린 듯싶다.
임종룡식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한층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이날 금융위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세 번을 받은 금융사의
해외 진출과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됐던 '삼진아웃제'를 연내 폐지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전날에는 임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배당·금리 등을 결정할 때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공개선언까지 했다.
개혁 드라이브에 명분도 있고 방향도 옳다. 특히 삼진아웃제는 금융사의 해외진출과 교차영업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금융산업의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진작 손질했어야 했다. 과거의 기관주의를 이유로 미래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가로막은
제도는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스스로 얽매는 것과 다름없다. 수수료·금리 등에 대한 자율결정 방침 또한 시중은행의 영업이익률이
선진국 금융사에 비해 크게 뒤처진 현실을 볼 때 합당하다 할 만하다.
다만 금융개혁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삼진아웃제 폐지 이후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나 불건전영업 등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가 만연한다면 성공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금융사 경영에 대한
불개입 선언의 취지가 금융사의 '약탈금리'를 부추기는 쪽으로 퇴색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 위원장의 금융개혁에 대한 숱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경영자들은 여전히 "푼다 푼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 규제개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한중일 3국 외무장관회의에 주목한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외교장관회의가 근 3년 만에 21일 서울에서 열린다. 북핵 6자회담, 이슬람국가(IS) 사태 등 대
테러정책, 경제 및 에너지 협력방안 등이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회의가 3국 정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다.
1999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례화하기로 한 3국 외교장관 및 정상회의는 2007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년 열렸으나
2012년 중국에서의 6차 외교장관 회의와 5차 정상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그 해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중일 외교갈등이 무력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험악해졌고, 12월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우리와의 관계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지난해 말 어렵게 성사된 중일 정상회담이 역사, 영토
문제로 아무 소득 없이 끝난 것도 불신의 골을 더욱 키웠다.
한일 및 중일 간 양자 정상회담이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 관계복원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색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미얀마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어렵게 성사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마저 성과 없이 그냥 흘려 보낸다면 현 상황이 고착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국들은 명심해야 한다.
현재로선 중국이 3국 정상회의 개최에 가장 미온적이다. 중국은 8월 예정된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내용을 보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담은 1998년 중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4개
기본문서를 일본이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중일 3국 협력이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3국 정상회의 개최 지지를 말로만 되풀이 할 게 아니라 주변국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다.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전략적 대결구도가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미중과의 호혜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책임과 역할은 크다. 그게 국익을 관철하고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외교장관회의가 3국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돌연한 전방위 기업수사,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하라 부도덕한 기업 단죄는 당연하지만 일제단속 모양은 목적ㆍ성과에 의구심 신속하게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방산비리 및 기업 수사 등과 관련해“이번에야말로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 있어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에 이어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만큼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고, 신세계와 동부그룹
비리도 내사 중이다.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으로 과징금 처벌을 받은 SK건설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 경남기업도 압수수색했다. 가히 전방위적이다.
방산비리와 자원외교 비리는 물론, 기업 비리도 의당 척결해야 한다. 회사 돈을 빼내 비자금을 만들어 오너의 배를 불리고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탐욕스런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국가경제를 해친다. 박
대통령 말대로 기업들의 부정부패 관행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경제살리기도 불가능할뿐더러 설혹 경제가 살아났다 해도 언제든 가라앉게
된다. 더 이상 부도덕한 기업이 살아 남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먼저 검찰 수사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대기업 비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1~2년 전 발견해 검찰에 넘겼으나 묵혀져 온 것들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정권적 차원의 기조 때문이었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의 조기 석방까지 거론했다. 그러다 갑자기 기업비리 사정을 들고 나오니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 것이다.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사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분위기 조성 필요에
따라 서둘러 잔뜩 벌려만 놓고 끝에 가선 적당히 수습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 정권마다 너무도 자주 보아왔다. 부패척결이 늘 정치적
헛구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기왕 시작했다면 기업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동시다발적인 ‘먼지털이식’
일제단속형 수사는 소리만 요란하지 실속을 거두기 어렵다. 수사 전반에 걸쳐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무턱대고 대규모 압수수색이나 무차별 소환부터 해놓고 증거를 찾는 식의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그제 간부회의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나 절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병든 세포는 신속히 도려내는 것이 새 세포를 돋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수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기업들의 판에 박은 주장이 나오지 못하도록, 정확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수사가 정교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보건복지부의 황당한 ‘취재 방해’ 보건복지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 기사의 옳고 그름을 다투던 끝에, 취재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오간 사적인 전자우편을 입수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위협하고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다.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며칠 전 <한겨레> 보도에 이견을 품은 모양이다. 이
보도는 우리 제약업계가 중동 지역에 더 많이 진출하게 되었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겨레> 기자가 취재를 위해 중동 국가 제약업체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을
해당 업체한테서 넘겨받아 보도자료에 덧붙여 공개한 것은 심각한 취재 방해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처럼 정부가 기자와 취재원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 기자의 취재 방향과 업계의 누가 취재에 응했는지 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관련 업계 사람 누구라도 언론의 후속 취재 때 몸을 사리게 될 게 뻔하다. 공익을 대변하여 권력의 잘못된 사용을 감시하려는
언론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아가 국민 일반의 기본권과도 관련성이 큰 문제다.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면 국민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이메일을 주고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이메일이 언제 남의 손에 들어가,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공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세상은 거대한
감옥이 되어 늘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갖고 살게 될 것이다. 통신과 대화의 비밀을 침해당하면 인간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18조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다. 형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우편법 등은 비밀침해죄를 규정하고 위반자를 엄벌하도록 하고 있다.
봉함하거나 그밖에 비밀장치를 한 다른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을 개봉한 행위가 위법에 해당된다. 복지부 관료들이
이메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썼는지도 의문스럽지만, 공중을 상대로 이를 공개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재와 관련한 정부의 관여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보면, 이번 일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복지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복지부는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해마다 수능제도, 학생을 '모르모트'로 아는가
현재 고등학교 1, 2, 3학년생은 모두 다른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다. 3학년은 국어·수학·영어·탐구과목을 치르지만 1,
2학년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추가됐다. 또 고 1은 영어를 절대평가방식으로 치른다. 수능 만점비율이 1%포인트만 달라져도 난이도
조정을 잘못했다고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17일
수능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영어의 EBS 지문 연계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방침이
애매모호하자 학생들은 EBS 교재 중심의 공부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수학도 현 고2는 수준별 A·B형에서 이과는 가형, 문과는 나형으로 바뀐다. 매년 수능시험 제도가 달라지다 보니 교사들조차도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11일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 때 일부 학교에선 시험지를 잘못 배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국어도 마찬가지다. 고3 학생은 국어·화법·작문·독서·문학으로 나눠 배우고 있는데 고1, 2학년생은
국어I·국어II·고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수능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현재 고1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수능 개선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새 수능안이 나오면 현재 중3 학생은 현 고1 학생과 다른 형태의 수능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1학년도엔
문·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대대적인 수능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달라지는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제도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건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가 자주 바뀌면 학생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적응속도가 빠른 학원과 입시컨설팅업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땜질식’ 수능제도 변경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공산이 크다. 학생들을 입시제도의 ‘모르모트’ 정도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비전을 갖고 확 뜯어고칠 게 아니라면 차라리 당분간 장단점을 평가하면서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공교육 포기한 ‘방과후 학교’의 선행학습 허용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하자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선행학습 금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법의 취지는 옳았다. 하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사교육 분야를 쏙 빼고
초·중·고교, 즉 공교육 분야에서의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만 금지한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금지된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제 이 ‘공교육 정상화법’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방과후 학교’에 복습·심화·예습 과정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불과 6개월 만의 ‘땜질
처방’이다.
교육부는 “법 시행이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일선학교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결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교육부의 개정안 발표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았다는 것인가.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선행학습의 욕구를 막기도 쉽지 않다.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2002년)가 있는데도 그렇다. 입시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작금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분명히 ‘역주행’이다. 이미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판에 교육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허용되면 전교조의 표현대로 ‘해
뜨면 공교육’ ‘해 지면 선행학습’이라는 두 얼굴의 학교가 생길 판이다. 법이 개정되면 ‘적어도 공교육 차원에서는 선행학습이
없다’는 최소한의 원칙까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그리는 바람직한 공교육의 모습인가. 일이 꼬일수록 본질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공교육의 선행학습 금지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면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순서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수능혁신안과 학교 교육력 강화안 등 다양한 목소리들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입시체제가 교육당국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北의 기간산업 해킹 협박 대응 방안은 뭔가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그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도면 등 내부자료 유출 협박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직원들의 이메일 공격에 사용한 악성코드와 북한의 해커 조직이 쓰는 악성코드(킴수키)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P 주소 12자리 가운데 9자리도 북한 해커들이 활동하는 중국 선양 지역에서 사용하는 숫자와 같다고 밝혔다.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원전반대그룹’임을 자칭한 북한의 해커 조직은 한수원의 전·현직 직원과
협력사의 대표 등 수천명에게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발송해 PC 디스크 등의 파괴를 시도했다. 이게 실패하자 이전에 해킹 등으로
빼낸 한수원 자료들을 내세워 이달까지 여섯 번에 걸쳐 원전 가동 중단과 함께 100억 달러의 돈을 요구하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원전 도면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 등 국가 기간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일깨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해커가 내부 전산망 침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유출된 자료도 교육용 등 일반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합수단은 “해커 조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입수한 자료를 공개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누누이 말했듯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을 비롯한 불특정 집단과 개인의 사이버 공격은 언제든지 감행될 수 있다. 국가
기간통신망과 시설들이 불특정의 공격으로 뚫려 무너진다면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최근 수년간 농협의 전산망 해킹과 정부·공공기관의 홈페이지 공격으로 인한 혼란을 적지 않게 치렀다. 값비싼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보듯 시설의 보안망과 보안 의식은 허술하다. 이 사건이 단순하게 보아온 이메일에서 촉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공고한 방어망을 갖추고 직원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특보 자리를 만들어 보안 전문가를 앉힌 것도
이런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야의 이해가 엇갈려 방치된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도 서둘러 컨트롤타워를 갖춰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사이버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수능 변별력 높이고 EBS 연계율은 낮춰야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가 그제 수능개선안을 발표했다. 수능 출제기간과 인원을 늘려서 출제오류를 막고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해
과목별로 너무 많은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능개선위가 논의를 한 게 석 달밖에 되지 않은 한계
탓인지 과목수, 반영비율 조정, 문제은행식 출제 여부 등 수능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 당장 급한 불만 끄겠다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쉬운 수능’만 고집했던 교육당국이 지난해 ‘물수능’의 악몽을 겪은 뒤 난이도 조절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는 3.37%, 수학B 만점자는 4.30%나 나왔다. 수학B형은 만점을 받야야 1등급을 받을 정도였으니
시험이라고 볼 수도 없다. 수능의 수시가 뭔지, 정시가 뭔지도 모르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쉽게 출제하라고 훈수를 두는 말은
무시해도 좋다. 수시에서는 등급이 중요하고, 정시에서는 점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시험을 쉽게 내 만점자가 3~4%가
나오는 ‘물수능’에서는 동점자들이 넘쳐나고, 실력이 아니라 실수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수능은 자격시험이 아니다.
일정한 난이도를 유지해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능 영어의 EBS 연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지난해까지는 EBS교재 영어지문을 70%가량 그대로 수능에 출제했고,
이에 따라 EBS 한글번역본만 달달 외우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그런 점에서 수능개선위가 EBS 지문을 그대로 수능에 출제하는
것을 줄여 나가기로 한 것은 제대로 된 접근이다. 정부는 수능을 EBS와 연계하면서 사교육비의 부담이 준다고 강변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EBS교재 문제풀이 강좌가 학원마다 생겨나면서 사교육도 줄지 않았다. 특정교재에서 수능 문제를 베껴 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수업시간에 EBS 동영상을 틀어놓는 학교도 많아졌다.
탐구영역의 출제기간을 며칠 늘리고, 출제인원을 소폭 확대하는 정도로는 출제오류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 출제위원이 주로 교수들로
구성돼 있고 서울 사대 출신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한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제2외국어의 경우 난이도 조절을
제대로 해야 한다.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려서는 안 된다. 수능이 복불복 게임처럼 되는 것은
곤란하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수능의 EBS 연계율은 점차 낮춰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정치가 뿌리인데 사정 칼날은 왜 기업으로만 향하나
포스코 계열사에서 시작된 검찰수사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로 확대됐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비자금조성 혐의라더니 이번에는 러시아
유전사업이 타깃이라고 한다. 이전 정부의 자원외교 겨냥설도 들리지만 그렇게 국한되는 것 같지도 않다. 신세계, 동부에도 검찰이
들어갔고 SK건설도 검찰에 불려가게 됐다. 대통령까지 “비리 덩어리를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사정 한파는 당분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부정부패는 성역 없이 근절돼야 한다. 검은 거래로는 경제살리기도, 소득 3만달러도 불가능하다. 다만 동시다발 전방위 수사에
기업만 줄줄이 소환되는 모습에 재계가 바짝 얼어붙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인들만 하나씩 손봐주는 식의 사정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무너지는 사회 기강, 방종의 극을 달리는 민주주의, 법치 위의 정치라는 한국병의 근원은 손도 못 댄 채 잔가지만 치다가 끝날
것일까.
잘못된 유착에 기댄 적폐는 당연히 기업에도 없진 않을 것이다. 이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런 구습이 대개 정치가 요구하는
정경(政經)관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정치과잉과 입법만능, 국회 독주의 오도된 민주주의가 서서히 구축한 먹이사슬이었던
것이다. 정기국회 때 증인으로 신청만 돼도, 상임위원회에 한두 번 불려만 가봐도 기업은 정치권을 어떻게 모셔야할지 즉각 알아차리게
된다. 법치는 뒷전이고, 민주적 가치는 파워게임에 밀려나고, 국회의원이면 언제나 ‘절대 갑’인 사회에서 몇몇 기업인만 처벌한다고
치료가 될 것인가.
정치가 문제다. 절실한 경제법들은 보류되고 엉뚱한 규제 법만 양산되면 로비의 문턱은 높아진다. 검은 거래는 그렇게 이어졌다.
기업 비리는 그 결과일 뿐이다. 구태 정치, 오도된 민주주의라는 원인을 도려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기획 사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법치와 민주적 가치가 무너지고 정치 우위가 지속되면 수사받을 기업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는 면책’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정도 아니다. MB정권 파헤치기 식이라면 역시 사정도 아니다. 누적된 정치권의 적폐를 도려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적
소명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어느 언론사의 걱정스런 영업 관행
다른 언론사의 비리나 부정을 개탄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동업자요 경쟁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보도와 기사를 광고나 협찬의
도구로 삼거나 카메라 렌즈를 영업수단으로 동원한다면 이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지방의 구석진 곳에서, 그리고 이미
4000개를 넘겼다는 인터넷 미디어의 말단에서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종편까지 운영하고
있는 소위 5대 주요 매체에 속하는 미디어 중 하나가 이런 지경이라고 한다.
‘여의도 찌라시’들이 1보, 2보 식으로 전하고 있는 한 종편방송과 그 모회사인 특정 신문에 대한 최근의 풍문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이 종편방송사의 광고 자회사인 미디어렙에서 유출됐다는 ‘영업일지’가 바로 그렇다. 막상 공개되고 보니 언론사 전체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회사가 기자들을 동원해 무리한 압박성 광고 영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 광고비를
받은 뒤 우호적 기사를 내보낸 정황, 재방송을 빌미로 금품수수가 있었던 점을 이 문건은 추정케 하고 있다.
이는 편성과 광고를 분리하고 직접 영업을 금지한 방송광고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종편사의 모회사까지
비슷한 영업관행을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경쟁 언론사의 정상적인 영업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에 더해 경쟁사에 협조적인 기업들을
겁박하는 등의 조폭식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런 위협에 노출돼 있을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기자들까지 ‘김영란법’에 포함될 지경에 이른 것은 이런 퇴행적
경영관행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런 겁박과 위협은 일부 허점이 많은 국가기관의 장(長)들에까지 감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개된 소위 일지에는 ‘OO광역시, ××를 통해 예산이 증액될 수있도록 작업 예정’이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악화가 양화를 가장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분야가 언론이라는 말도 있다. 실로 실망스럽다. 언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다. 그 때문에라도 더욱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당 언론사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규제완화 상징 '푸드트럭'이 캠퍼스로 옮겨간 사연
현 정부의 규제완화 상징으로 지목됐던 푸드트럭이 마땅한 영업장소를 찾지 못한 채 대학 캠퍼스로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8일 건국대·서강대·연세대 등 7곳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캠퍼스 푸드트럭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생들이 현대자동차에서 트럭을 지원받고 커피나 치킨은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공급받아 실전 창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청년위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생활 속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모범사례로 확산시키겠다며 거창한 명분까지 내걸었다.
푸드트럭은 지난해 3월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후 서민규제 혁파의 대표사례로 거론돼왔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까지 개정하면서 6,000명의 서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부추겼다. 그랬던 푸드트럭이
1년 만에 갑자기 대학 교정에서 창업의 산실로 변신했다니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당초 영업 가능한 도시공원만도
3,222개에 달한다고 홍보했지만 차량이 아예 진입하지 못하거나 주차장조차 없는 곳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여기다 기존 상권의
반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푸드트럭이 들어설 곳을 찾기란 더욱 힘들어지게 마련이었다. 트럭 운영자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지난 1년간
푸드트럭 영업신고가 4대에 머물고 말았다니 애초 호언장담했던 담당자들로서는 낯을 들기 어렵게 됐다.
당국의 어설픈 정책은 서민 생계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정책불신과 시장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설익은
규제개혁으로는 지금 같은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규제개혁의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은 18일 경제인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규제개혁 추진방향으로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을 새삼 강조했다고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표본은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5월 대학 축제장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푸드트럭만 찾아보면 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한일 교역 감소세 부정적으로만 볼 것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교역이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교역규모는 860억달러로 전년보다 9.2%
감소했다.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3년 연속 내리막이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나 줄었다니
4년째 후퇴할 공산이 커 보인다.
한일 교역이 위축되는 것은 불황에다 엔저 현상까지 겹친 탓이 크다. 가파른 엔화 약세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줄고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수입도 동반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엔저 등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니 걱정스럽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대일교역 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실제 좋은 신호가 눈에 띈다. 수입감소 속도가 수출보다 빨라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10년 361억달러에 달했던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216억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수년 내 100억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일본 의존도가 심했던 소재부품 분야에서
극일(克日)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2012년 243억달러에서 2013년 205억달러,
지난해 163억달러로 급감했다. 적자가 줄고 있는 제품도 철강금속·자동차부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품 대체 노력이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은 지난해 1,000억달러
무역흑자를 달성할 만큼 최근 10년 사이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대일 무역이 급속히 냉각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교역구조 개선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손준현(기자)-20150319목] 대학로극장
1926년 일제는 지금의 서울 대학로에 경성제국대학을 세웠다. 1946년 신설된 서울대가 1975년 이전하기까지 대학로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였다. 1956년 문을 연 학림다방은 그 상징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학생운동의 중심지였다. 1960년대 4·19혁명,
한일협정 반대투쟁, 1970년대 유신철폐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대학로라는 공식명칭은 1966년 서울시가 가로명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이제 대학로 하면 ‘연극’이 떠오른다. 연극의 중심지가 된 것은 1978년 문예회관 대극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지금의
아르코예술극장이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이 건물 주변으로 극장들이 모여들었다. 명동이나 신촌보다 임대료가
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을 올리는 극장은 모두 160여곳이다. 그 가운데 50~300석 규모 민간 극장은 지난해 말
142곳이다. 소극장은 공연기본법에서 ‘500석 이하’라고 규정하지만, 일반적으로 300석 이하를 가리킨다.
대학로 곳곳에는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그러나 ‘정신적 희망’의 제작소인 극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를 더 감당하지 못해서다. 올 1월 상상아트홀 3개 관이 폐관했다. 건물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는 등 곧
문을 닫을 극장도 4~5곳이다. 사지로 내몰린 연극인 150여명은 11일 상여를 메고 “소극장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개관
28년 만에 폐관 위기에 처한 ‘대학로극장’을 구하자는 취지였다. 2004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뒤,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치솟았다. 건물주는 용적률 상향 조정과 주차면적 감면의 혜택을 받았지만, 소극장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문화를
살리겠다는 문화지구가 문화를 죽인 셈이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상여를 멘 다음날 무대에 섰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럭키 역을 맡은 그는 목에 굵은 밧줄을 맸다. 누가 이 밧줄을 풀어줄 것인가.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사회부문 차장)-20150319목] 이 몸은 하나인데, 서로 같이 가자 하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여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강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영화 ‘명량’이 한창 흥행하던 때에 “명나라
등자룡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했다. 명나라 장군 진린의 후손은 오늘날까지도 한국에 살고 있다”며 명이 조선에
주장한 ‘재조지은’(再造之恩·나라를 구해준 은혜)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백의 시구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센 바람이
물결을 가르는 때가 오면 높이 돛을 달고 바다를 건너리)’를 소개한 뒤 우리에게 “함께 돛을 달자”고 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흉기 습격 사건으로 수술받은 직후 트위터에 한글로 ‘같이 갑시다’를 썼다. 한국전쟁 때 백선엽 장군이
맥아더 장군에게 한 말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표현이다. 3년 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외대에서의 강연을 “같이
갑시다”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권하고, 중국은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양국의
고관들이 경쟁적으로 서울로 날아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건에는 그 반대의 압박이 가해졌다.
미·중 양국이 양쪽에서 서로 팔을 잡아당긴다.
‘같이 가지 않을 때 겪는 일’을 중국이 우리에게 살짝 보여준 적이 있다. 2000년 한국이 농가보호 차원에서 마늘에 긴급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은 한 달 만에 백기투항했다. 그때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지금은 25%다. 중국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항공기
등의 구매 계획을 유보시켰다. 사르코지는 결국 유감을 표명했고, 중국은 통 크게도 여객기 102대를 한 번에 사줬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2012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재빨리 AIIB 동참 의사를 밝혔다.
팔목 낚아채 끌고 가는 것은 진정한 동행이 아니다. 친구라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미·중 양국에 장쩌민 전 주석이
즐겨 낭송한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을 전해 주고 싶다. ‘인생엔 슬픔과 기쁨, 헤어짐이 있고/달에는 흐림과 맑음, 참과 기울어짐이
있으니/이는 예부터 온전하기 어려웠네/다만 원하니 인생 오래오래 이어져/천리 먼 곳에서도 저 달을 함께 보기를(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19목] 손으로 부른 노래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외딴 항구도시 청각장애인학교 교사 제임스는 이 학교 졸업생인 청각장애 여성 사라와
사랑에 빠진다. 제임스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악장을 감상하며 수화로 말한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서 너무 슬퍼.” 그러나 사라가 파도를 표현하는 모습에서 바흐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몸짓의 언어를 깨닫는다. 사라는
몸으로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침묵도 소리도 아닌 곳에서….” 그렇게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사라 역으로 출연한 말리 매트린은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다. “나는 농아배우가 아니라 배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입니다.” 그가
198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이다. 최근 국내 개봉된 <트라이브> 역시 대사, 자막, 음악 없이 수화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의 격렬한 ‘손짓’과 ‘몸짓’으로 어떤 말보다도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가 결함이 아니라 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얼마 전 방송인 신동엽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청각장애인 큰형에게 감동적인 ‘수화 편지’를 보냈다. 인순이, 루나, 알리, 소냐 등 가수들이 노래 가사에 맞춘 수화로 무대를
꾸미는 일도 많다. 앤드루 솔로몬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수화는 그 자체로 섬세하고 정교한 문법을 가진
언어”라며 “청각장애인은 어엿한 언어와 문화를 보유한 소수집단”이라고 했다.
60년 전통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아바, 셀린 디옹 등 세계적 가수들을 배출한 유럽 최대의 대중음악 경연대회로 유명하다.
올해 이 가요제 스웨덴 예선의 최고 스타는 가수가 아니라 수화통역사 토미 크롱이라고 한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배우 겸 영화감독인
그는 가요제 최종 결선에서 유명가수의 열창에 맞춰 현란한 수화를 선보였다. 그 열정적인 몸동작과 다양한 표정연기의 ‘수화
노래’가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를 “노래 수화 통역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진정한 마음을 담은 행동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최광숙(논설위원)-20150319목] 뉴욕 특목고
미국 뉴욕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지인의 아들이 오는 9월 브롱크스과학고에 입학한다. 지금 그 중학교에서는 지인 아들의
브롱크스과학고 합격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아이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그 학교를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 온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아이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기 때문이다. 그 중학교에서 올해 브롱크스과학고에 합격한 학생은
3명뿐이다.
뉴욕의 브롱크스과학고는 ‘과학 분야 노벨상의 산실’로 불린다. 1938년에 문을 연 이 학교가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8명에 이른다. 대학이나 연구소도 아닌 일개 고교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줄줄이 배출하자 미국 물리학협회는 이 학교를 ‘물리학의
역사적인 장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과학 분야에서 1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내지 못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성적표이다.
뉴욕에는 9개의 특목고가 있다. 이들 가운데 스튜이버선트고교와 브롱크스과학고, 브루클린텍이 3대 명문으로 꼽힌다. 뉴욕 맨해튼
남부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최고의 명문고인 스튜이버선트고교는 우리의 과거 경기고로 불릴 만하다. 이 학교는 공립이면서도 연간
4만여 달러(약 4500만원)의 학비가 드는 사립고교 수준의 최고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특목고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브롱크스과학고만 해도 매년 2만여명이 이 학교에 지원하지만 이 중 입학하는 이들은 5%에 불과할
정도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특목고 출신들의 대학 진학률도 높다. 스튜이버선트고교의 경우 졸업생 4명 중 1명이 하버드대
등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고 한다.
최근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뉴욕의 특목고를 ‘싹쓸이’하면서 ‘인종 다양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전체 고교 신입생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예술고를 제외한 8개 특목고의 신입생 중 아시아계는
5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8개 특목고 신입생 5100여명 중 흑인은 5%, 히스패닉 7%, 백인은 28%이다.
그러자 뉴욕 카르멘 파리냐 교육감과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최근 “특목고에 뉴욕 인구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선발방식의 변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입시 제도가 바뀌면 특목고에 다니는 저소득층 아시아계 학생이 오히려 인종
역차별을 받는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민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계로서는 특목고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특목고 입학 전형이 바뀐다
한들 높은 교육열과 공부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하고자 하는 아시아계 학부모와 학생들의 뜨거운 열망까지 꺾지는 못할 것 같다.
미국이나 우리나 특목고가 교육계의 화두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319목] 세르반테스와 수녀원
스페인 마드리드의 돈키호테 동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긴 창을 들고 말에 오른 그의 곁으로 나귀를 탄 산초 판사의 모습도 보였지만
소설 속의 해학적인 면모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뒤로는 높다란 원주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는 세르반테스 조각상이 앉아
있다. 오른손엔 책을 들고 있다. 그런데 왼손은 옷으로 가려져 있다. 왜?
그제서야 레판토 해전이 생각났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인이나 성직자가 되기를 꿈꿨다. 스물세 살 때인 1570년
이탈리아 추기경을 따라 로마로 간 그는 군인이 됐다. 이듬해 터키 오스만제국 함대와 맞붙은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다. 그 싸움에서 세
발의 총탄을 맞았다. 가슴에 맞은 두 발은 급소를 비켜갔지만 왼팔은 평생 쓸 수 없게 됐다.
그의 인생은 격랑 속의 난파선 같았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스페인 왕에게 보내는 추천장을 지니고 귀국하다 해적들에게 잡혀
알제리에서 5년간이나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지닌 추천장 때문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잡혀 있는 기간도 길어졌다. 네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해 더 모진 고통을 받았다.
어렵게 사는 가족들이 백방으로 뛰며 푼돈을 모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던 삼위일체 탁발수녀원도 애가
탔다. 결국 수녀들은 주변 상인들에게 도움을 청한 끝에 간신히 추가 금액을 마련해 그를 구해냈다. 그가 이스탄불로 강제 이송되기
직전이었다.
이 드라마틱한 사건 이후 그는 수녀원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벗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재속회원으로도 가입했다. 필생의 역작인
‘돈키호테’를 완간한 이듬해인 1616년 68세로 숨진 그는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묻혔다. 수녀원 지하에 그의 부인도 함께
묻혔다. 그러나 그의 묘지는 수녀원 확장 공사와 재건축이 이어지면서 4세기 동안 잊혔다.
지난해부터 유골발굴팀에 의해 그의 흔적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저께 수녀원 지하에서 부서진 왼팔뼈와 총알에 손상된
가슴뼈, 6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기록된 치아 등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숨진 지 399년, ‘돈키호테’를 완간한 지
400년 만이다.
궁핍을 벗기 위해 군인과 성직자의 길을 원했던 그가 전장에서 얻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비록 죽어서라도 그를 구해준 수녀원
울타리 안에서 영원히 잠들 수 있었으니 한 가지 소원은 이룬 셈일까. 낡은 돈키호테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예견했던 오!
세르반테스여.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319목] 공정위 '전속고발권'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 검찰로 불리는 힘의 원천은 '전속고발권'이었다.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배타적 권한을 말한다.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1981년 정부 조직개편으로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 등 막 태동한 정부의 불공정거래 감시 임무에 실질적인 집행 권한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기업 등 대부분 경제계를 상대로 한 사건에서 자칫 고발권이 남용될 경우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명분도 있었다.
이후 3저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급팽창하는 동시에 독점·담합·경제력집중 등 공정위 업무가 크게 늘면서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갖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정위도 이를 토대로 금융거래 계좌추적권에 더해, 공정위 직권조사 발동 요건을 법 위반
'사실'에서 '혐의'로 확대하는 등 대상 범위를 넓혀갔다.
하지만 공정위에 지나친 권한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 1994년에는 공정위가 식품 가공날짜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만 부과하자 소비자단체들이 '재판청구권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런 여파로
1996년에는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은 검찰총장에게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삽입돼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했으나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중기청장·조달청장·감사원장(검찰총장 포함)이
공정위에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의무고발요청제도 도입으로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은 새만금 방수제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 혐의로 이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 시행 이후 검찰총장이
고발권을 행사한 첫 사례라지만 정부 기구들끼리 밥그릇 싸움이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전혀 고려치 않은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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