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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나

■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 정부 3개월 만에 10조원 규모의 부양책 또 내놔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일본의 할 일 환기한 한중일 외무장관회의

 

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은 ‘가장 빠르고 편한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최소한의 목표 기한조차 잡지 못한 선언적 합의인 데다 중일 외교장관의 개별 회담 등의 분위기도 싸늘해 3국 정상회의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소극적 평가가 잇따른다. 그러나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3국 모두에서 공공연히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이 확인됐고, 그에 따라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던 데 비하면 나름대로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3국 외교장관이 현재의 불편한 3국 관계를 해소하려면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우선적 공통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가 즉각적 3국 정상회담의 개최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난이었다. 거의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이 3국 문제를 가지고 한 자리에서 대화하는 것만도 3국 관계가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음을 확인시킬 만했다. 그런 자리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공감했고, 그 환경조성을 위한 3국 각각의 과제도 분명해졌으면 당초의 예상보다는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회의로 3국 협력체제가 복원 길에 들어섰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 역량이 축적됐다”는 외교 당국의 언급을 폄하할 이유가 없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주 거론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반대’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 반대’로 살짝 바뀐 데서 ‘중국의 의지 후퇴’를 읽는 사람도 있지만, 3국 외교장관이 입을 모아 공식적으로 북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성과가 현실의 3국 관계 진전으로 바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번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3국 역사문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미래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관계 복원의 대전제라는 분명한 주장이다. 한국의 속내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역사문제가 끝까지 3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 복원을 위해 일본이 할 일이 분명해졌고, 내달 아베 신조 총리의 미 의회 연설, 8월15일의 ‘종전 70주년 담화’등의 기회도 남아있다. ‘무라야마 담화 및 고노 담화의 계승’을 다짐하거나 그 핵심 내용을 옮기면 그만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이런 최소 요구에도 응하지 못할까.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3월] 일본의 ‘과거사 책임’ 재확인한 한-중-일 회의

서울에서 21일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본이 과거사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3국의 협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한-중-일 협력 체제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발표문에는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등 6개 항이 담겼다. 무려 5년 만에 합의문을 낸데다, 거기에 협력 체제의 핵심인 정상회의 개최 내용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다. 기존의 50여개 정부간 협의체와 핵 안보,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등 각종 협력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발표문의 표현처럼 ‘3국 협력 체제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사의 장벽은 여전했다. 3자 회의와 한-일, 중-일 회담을 지배한 것은 과거사 문제였다. 중국 쪽은 일본을 겨냥해 ‘역사직시 미래개척’이란 말을 화두로 던졌고,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조건’을 강조했다. 공동발표문에도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구절이 포함됐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의 태도는 이번에도 그대로였다. 앞으로 일본이 바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개최가 불확실해지는 것은 물론 3국 협력 체제는 이전처럼 다시 침체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역사 문제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임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새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여럿 있다. 하나는 종전 70돌을 맞아 내놓을 이른바 ‘아베 담화’다. 여기에 기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계승을 넘어서 구체적인 해법까지 담는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과 한-중-일 협력은 큰 전기를 맞을 것이다. 새달 말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도 좋은 무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고 책임을 인정한다면 세계는 일본의 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최근 쟁점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중요한 현안이지만 한-중-일 협력이라는 큰 의제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다. 일본이 이 사안을 풀지 않는 한 한국인들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강화 등을 추진하는 의도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종전 70돌, 한-일 수교 50돌이 되는 해다. 일본은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나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에 최선을 다해야

한·중·일 3국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가 3년 만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3국은 그동안 긴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한·중관계는 긴밀해졌지만, 한·일, 중·일 관계는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로 마주 앉아 대화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렇게 악화된 양자관계는 동북아 정세를 지배했고, 그 때문에 매년 개최되어야 할 3국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의가 취소되고 3국 간 대화의 통로가 끊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3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고 3국 협력 체제 복원의 필요성에 합의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발표문도 “3국 협력 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서 계속 유지·발전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3국이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협력해왔는지 앞으로 협력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것이 왜 각국에 이로운 일인지 서로 확인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확고히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 일치를 본 것처럼 3국이 힘을 합쳐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동북아 다자협력은 양자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 특별히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자관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화와 협력을 가능케 해주는” 다자간 협력 체제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강조했다. 언론발표문에도 명시된 바와 같이 양자관계는 3국 협력의 토대가 되고, 3국 협력의 심화는 양자관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이 선순환을 위해서는 아무리 갈등이 있다 해도, 아니 갈등할수록 다자협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광복 및 종전 7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다자협력 체제로 가는 길인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하는 데는 실패했다.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도록 노력하자”는 원칙에 공감했으면서도 개최를 못 박지는 못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 말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8월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 평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한·중 양국이 수긍할 수 있는 역사 인식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3국 간 협력체제 구축이 해결책임을 인정하고 좀 더 대화에 적극적 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3월] 모처럼 합의된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되려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 회의가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원칙적 차원에서 합의했다. “모두에게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공동 회견문을 낸 것이다. 2007년부터 매년 열려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와 정상회의는 과거사·영토 문제로 세 나라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 협력을 복원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냉전 시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미국과 동맹,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한·중·일 간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3국 협력이 활성화되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양자관계와 무관하게 3국 협력을 항구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3국 정상회의 개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이 외교장관 회의 내내 8월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을 보고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장국인 한국이 과거사와 별도로 한·중·일 협력은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어렵사리 합의가 도출됐다고 한다. 그런 만큼 3국 정상회의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이나 8월 담화에서 과거사에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한·중·일 정상회의는 급물살을 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북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정부도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일 3국 관계가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주말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공동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핵무기 개발 반대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재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지난 3년간 한·일은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 등이 겹치면서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점철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나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가에서 이번 회의를 ‘새로운 디딤돌이자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안에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3국 관계 복원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상회의 성사까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다.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이후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던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일 관계와 3국관계 개선을 사실상 분리한 우리 정부도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감정을 먼저 풀지 않고는 다른 한·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까지도 가해자로서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분식·미화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하는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해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일본에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두 번의 기회가 열려 있다.

 

다음달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과 오는 8월 종전 70주년 전후로 예정된 아베 담화가 그것이다. 두 번의 기회에서 일본이 진정성 있는 과거사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한·중·일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 공동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동북아의 갈등과 반목은 확대 증폭될 수밖에 없다. 3국 협력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일본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정상회의 열쇠는 아베가 갖고 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이 지난주 말 서울에서 모처럼 회의를 열어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3국 정상회의의 조기개최에 합의했다. 외교장관들은 언론 발표문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국은 또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처음으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자유무역협정( FTA) 및 대기오염 문제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3국 외교회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단 관계복원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 핵심 파트너인 3개국은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어 2012년 이후 매년 열리던 정상회의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으로 관련 문제를 처리한다는 외교장관들의 이번 합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3국 외교장관 합의안에는 과거사 문제를 중시하는 중국과 이를 거부하는 일본의 입장 사이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만 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국 정상들이 역내안정과 경제번영을 위해 만나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 담화에서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뚜렷한 반성의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미국도 동북아 평화를 원한다면 일본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기보다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논란에서 보듯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면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3국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외교입지를 넓힐 기회라 할 수 있다.

 

 

■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이런 후진적 인재(人災)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인천 강화도 캠핑장 내 텐트시설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두 가족은 전날 캠핑을 왔다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불이 나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텐트 재질이 불에 잘 타는 소재여서 순식간에 불이 번져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나 10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불과 넉 달 전 일인데도 유사한 참사가 되풀이됐다. 야외 레저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펜션과 민박, 캠핑장이 여전히 안전사각 지대임이 드러났다.

 

불이 난 텐트는 이른바‘글램핑’이라고 부르는 신형 캠핑시설이다. 원뿔형 텐트에 각종 가전 제품과 테이블, 의자, 침낭, 취사도구 등 기본 장비가 갖춰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가연성 천막에 전기담요와 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 등의 전기 콘센트가 어지럽게 얽혀 있어 불이 날 경우 순식간에 전소될 우려가 있다. 이번 화재도 바닥에 깐 전기패널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렇게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데도 사고 당시 불이 난 텐트 주변에는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캠핑장 마당에 있던 소화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근 샤워장에서 물을 받아 진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때 비좁은 출입문 등 탈출하기 어려운 텐트 구조도 화를 키웠다.

 

화재가 발생한 캠핑장은 민박업이나 캠핑장 등록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적합한 등록기준을 갖춰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개정안의 유예기간이 5월말까지여서 엄밀히 말하면 법 위반까지는 아니지만 이 캠핑장은 텐트시설 옆 건물에서 운영해 온 민박업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텐트시설이나 민박이나 소방당국의 안전점검에서 버젓이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주5일제가 정착돼 가면서 팬션과 민박, 캠핑장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팬션ㆍ민박은 1만6,000개가 넘고 캠핑장도 1,8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펜션, 민박은 규모가 영세하거나 정해진 소방안전 관리 기준이 없어 관련 시설이 미흡한 곳이 적잖다. 캠핑장도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230곳에 불과하다. 주말이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데도 당국은 이들 시설의 안전관리는 내팽개치듯 하고 있다. 본격적 행락철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레저시설에 대한 정밀한 안전점검의 필요성이 그래서 더욱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없이 강화 다짐이 되풀이된 안전관련 시스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인재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1월] 안전관리 또 사각지대, 누구 핑계 댈 건가

인천 강화도 캠핑장에서 22일 불이 나 텐트에서 잠자던 가족 등 5명이 숨졌다. 문제의 캠핑장은 텐트 안에 난방기구와 침구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간편하게 몸만 가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야외활동으로 요즘 인기를 끄는 형태다. 그런데 안전관리의 허점을 방치하다가 참변을 초래했다. 마음 놓고 가족과 함께 캠핑도 못하는 세상,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외치고 싶다.

불이 난 텐트는 전기온열매트,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잔뜩 들여놓았다. 텐트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가연성 소재였다. 불꽃이 튀면 확 옮겨붙을 수 있었고, 실제로 2~3분 만에 텐트가 전소됐다고 한다. 텐트 출입구는 어른이 허리를 숙이고 다녀야 할 정도로 작아, 어두운 밤에 대피로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것과 비슷하게 캠핑객들이 극도의 위험 상황에 방치됐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캠핑장이 위험을 노출하고 있는데도 건축이나 소방 행정 어느 쪽에서도 안전 점검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사고가 난 캠핑장은 별도의 독립 건물을 짓고 뜰에 텐트를 설치했다. 민박업 신고가 필요한데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야영장이 전국에 1800개쯤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당국에 등록해 관리되는 곳은 230곳뿐이라고 한다. 캠핑장의 확산이 비밀이 아니고 갑작스러운 것도 아닌데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다. 당국의 대응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각 부처에 분산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해 안전에 관한 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겪고 보니,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장이라는 새로운 위험 요인 시설이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안전관리 주무기관이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를 만들고 나서 뭘 했는지 궁금하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대통령의 다짐은 벌써 헛구호에 그치는 건가.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안전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강화 캠핑장 화재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 문제였고, 말 그대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어제 새벽 화재사고로 사망 5명, 부상 2명 등 7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강화도 캠핑장은 미신고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소방서의 정기적인 화재 대비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오는 5월31일까지여서 엄밀히 말하면 이 캠핑장이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니 더 어이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 위험이 국내 캠핑장 전체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캠핑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1800곳이 넘지만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230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강화의 경우 캠핑장 32곳이 모두 무허가(미신고) 시설이다. 순식간에 텐트가 전소된 이번 사고에서 보듯 요즘 인기가 높은 글램핑 텐트는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글램핑장에 주로 설치되는 몽골식 게르나 인디언 텐트는 인화성이 강한 소재가 대부분이다. 바닥에는 스티로폼이나 합판을 깔고, 전기장판 등 전기시설까지 널려 있어 화재사고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번 사고가 난 텐트에는 소화기조차 없었단다.

 

이처럼 안전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캠핑장 사고는 늘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달만 해도 경기도 양평 야외캠핑장 석유 난로 폭발사고로 2명이 숨졌고, 충남 서천의 텐트 안에서 버너 연소가스에 질식해 1명이 사망했다. 작년 11월에는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대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캠핑장을 오랫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했던 정부는 올해 뒤늦게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야영장 안전관리 등의 규정을 마련했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이런 뒷북 행정이 강화도 캠핑장 사고를 방조한 셈이기도 하다.

 

정부와 행정당국은 이번에도 안전관리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판교 지하 환풍구 붕괴 사고 등을 겪으면서 내놓은 재발방지 약속의 복사판이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야외활동과 함께 캠핑장, 청소년 수련원, 펜션, 민박시설 등 행락·숙박시설 이용이 늘어나는 봄철이다. 이런 곳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철저한 예방대책과 꼼꼼한 안전점검에 나설 때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강화도 캠핑장 화재 참사… 안전의식 높아져야

 

어제 새벽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의 캠핑장에서 불이나 5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부모를 따라나선 어린이였다니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사고가 일어난 강화도 동막 해수욕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자연환경도 뛰어나 주말이면 많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호텔이나 콘도 같은 대형 숙박 시설은 거의 없는 반면 펜션과 캠핑장 같은 소규모 휴양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소박하게 주말을 보내려던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이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들려온 소식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불행한 소식을 들으며, 이번 참사 역시 엉성한 재난 대비 태세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이 난 캠핑장은 독립 건물을 활용한 펜션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강화군에 민박업 신고를 해야 했지만 듣지 않았다. 신고하면 소방서로부터 한 해 1~2차례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는 만큼 화재 대비 태세도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캠핑장은 지난 1월 시행된 관광진흥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야영장으로도 신고해야 하는 시설이다. 야영장으로 등록하려면 안전을 위해 게시판·소화기·대피소·대피로·관리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시행령 유예 기간이 5월 말까지인 만큼 아직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등록을 서둘렀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해당 캠핑장은 화려한 캠핑장이라는 뜻을 가진 글램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불이 난 인디언 텐트도 컴퓨터와 냉장고·난방시설·침낭 같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다. 불은 바닥의 열선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편의시설이 늘어나면 안전관리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야영장 화재가 잇따르고, 인명피해가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가연성 재질의 텐트가 유통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도 처음 불꽃이 보인 뒤 불과 1분 만에 전소됐다니 텐트가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줄곧 세월호의 교훈을 말했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고 말만 했을 뿐 실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강화도 참사는 보여주는 듯하다. 캠핑장 마당에 소화기는 5개가 있었지만 막상 불이 나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변한 것 같은 시늉만으로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이제라도 나 자신의 안전의식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 정부 3개월 만에 10조원 규모의 부양책 또 내놔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땜질식 부양책만 남발하고 정권 3년차 끝낼 텐가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또 꺼냈다. 지난해 말 확장적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지 3개월 만의 추가 부양책이다. 주요 경제지표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하반기 재정투입분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돌려막기식 집행에 건설경기에만 올인하는 방식의 부양으로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지 되묻고 싶을 지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46조원 규모의 재정투입과 부동산 규제완화 등 잇달아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 인하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투자는커녕 내수도 지지부진하다. 산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줄고 있고, 경상수지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는 디플레 우려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야당의 경제실정 주장에 성장률이 2년 연속 올랐다는 점 등을 들어 성과가 있었다고 반박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이가 얼마나 될까. 굳이 가계부채와 청년 실업률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최악이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는 주택매매량이 늘어난 점을 자랑처럼 말하지만 전세난 심화로 서민들의 주거 불안만 부추긴 것을 감안하면 듣기에도 민망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건설경기 부양이 결국은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본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보아온 터다. 최근 제기된 임금인상론은 민생경제를 화두로 올렸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지만 곧바로 재계의 항변에 묻히는 분위기여서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스럽다. 지난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며 만든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이 결국 기업오너들 좋은 일만 시키면서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난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길 고대한다.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을 띄우고 기업들만 잘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지금과 같은 접근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우리는 과거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다. 경제정책 역시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삶의 질을 맨 앞에 둔 정책기조로 바꿔야 한다. 정권 3년차에도 헛발질만 거듭한 채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경제 구조개혁 논의 물러나고 돈풀기만 반복되나

 

정부가 3개월 만에 또다시 돈 풀기에 나선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예산 3조원을 추가로 당겨쓰는 한편 연내에 공공 및 민간 투자를 7조원 늘리는 등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경제대책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 확장적 거시정책을 담은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지 불과 3개월이 안 돼 정부가 추가 부양 카드를 내민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정부는 46조원의 재정정책 패키지를 동원했으며 한국은행도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올 초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말 그대로 최악에 가깝다.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3.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때마다 내놓는 경기부양 방식은 이미 여러 번 반복돼온 것들이다. 민간에서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정부가 대신 돈을 풀겠다는 것이나 내수나 기업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처방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수요조작에만 의지하지 말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는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부문, 특히 공적연금 및 노동개혁의 성공 없이는 모든 경기부양 노력이 모래밭에 물 주기에 그칠 뿐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 두 부문 모두에서 자율적 타협만 강조할 뿐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개혁성과에 자신이 없으니 손쉬운 재정 풀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가계 부채 대책 안심전환대출만으론 미흡하다

 

내일부터 주요 시중ㆍ지방은행 16곳에서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안심대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현재 변동금리 조건이거나, 일단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장기거치식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구조 자체가 가계의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주택대출 평균 금리 3.5%보다 무려 1% 포인트 가까이 낮은 2.6%대의 저금리,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도 대출자들에게는 파격적 조건이다.

 

안심대출은 1,100조원에 육박하는 최근 국내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출구조조정의 2차 조치다. 지난해 8월 단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는 주택대출 총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일부 긍정적 효과를 냈다. 안심대출은 거기에 더해 향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상환부담 증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확대일로인 가계부채가 부를 미래의 위험을 다소나마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번 안심대출의 연간 총액이 20조원에 불과해 가계부채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추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심대출 대상을 주택 소유자에 국한함으로써 가계부채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위험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변동금리로 은행 주택대출을 일으킨 가계는 평균 대출액을 1억원으로 잡으면 약 200만 가구에 이른다. 20조원을 다 소진해도 안심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가구수는 20만으로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출자격을 따지면 전체 가계부채의 30%를 차지하는 소득 1~3분위 계층은 안심대출 ‘갈아타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주말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사상 최저금리에 기대어 대출에 기대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일어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상황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전체 가계부채 상황을 재평가한 뒤, 2금융권 비주택 대출 관리 강화,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출을 부추기는 한편으로 대출 위험은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선택폭은 지극히 좁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휩쓸려 주택대출이 더 이상 급히 늘어나지 않도록 서서히 가계부채 총량관리 태세를 갖춰야 한다. LTVㆍDTI 규제완화를 크게 되돌릴 수 없는 처지라면, 신규대출에서 개인별 상환능력을 보다 엄격히 따지는 미세대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3월] 기업은 공생 관점에서 임금문제 접근을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애초 예정액보다 2조원 늘리기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했다. 공공기관 투자도 연내 1조4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회의에서 특히 “소비는 임금 정체 등 구조적 문제로 회복세가 미약하고 기업투자는 유효수요 부족으로 견실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경기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로 임금 정체를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감할 만한 얘기다. 최 부총리는 앞서 디플레이션 우려 탈피와 경기 진작을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낌새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가 기본급 동결을 밝힌 데 이어 여러 계열사들이 따라나섰고 다른 기업들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경총은 회원사들에 임금 인상률을 1.6% 이내에서 정하라고 권고했다. 잘 알다시피 임금이 오르면 가계소득이 높아져 가계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이어져 기업 매출을 늘리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활기가 높아질 수 있다. 나라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도요타자동차가 4000엔, 닛산자동차가 5000엔의 기본급을 올린 것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이 임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경단련 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큰 결심을 하고 수입을 종업원들에게 적절히 환원해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했다”며 “경영계는 ‘축소경제’로부터 ‘확대경제’로 가기 위한 한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등으로 일본 경제 여건이 우리와 같지는 않지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임금 인상을 통한 총수요 증대 없이는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임금 인상 문제를 공생의 관점에서 풀어갔으면 한다. 형편이 좋은 수출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협력업체들과 과실을 적절히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협력업체들도 임금을 올릴 여지가 커지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협력업체가 건실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제대로 뻗어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 표명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0323월] 천안함 46인이 통곡할 방산 비리

 

오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5주년이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수장(水葬)됐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기습이었지만 그래도 천안함의 음파탐지기가 최신식이었다면 비극을 피했을지 모른다. 당시 탐지기는 1980년대에 제작된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진 6월 못지않게 3월은 국가안보의 달이다. 그런 달에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들이 방위산업 비리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다른 방산 비리도 줄을 이었다. 또 다른 무기 관련 비리가 바다 밑 어뢰 파편처럼 숨어있을지 모른다. 46인과 한주호 준위가 통곡할 일이다.

 

  어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됐다. 부실한 장비가 장착된 해군 구조함 통영함의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기기 시험평가서가 조작된 사실을 묵인한 혐의다. 그는 2009년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다. 방사청은 당시 H사로부터 2억원 상당의 음파탐지기를 총 41억원에 사들였는데 해당 기기의 성능은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군 복지기금 수억원을 횡령하고 STX그룹으로부터 7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사법 당국은 그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통영함은 부실 부품 때문에 해군에 인도되는 게 미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건조되고 있는 소해함(掃海艦)이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방위사업청의 조사 결과 성능이 미달하는 음향탐지기와 성능검사가 부실한 기뢰 제거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부실 부품이 잇따라 적발됨에 따라 이 함정도 해군에 납품되는 게 3년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번 사태가 비리와 관련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 업체가 최근 수년간 구매한 수십억원어치 상품권 중 상당수가 군 관련 인사들에게 제공됐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나라를 뒤흔든 방산 비리가 있었다. 이회창의 감사원은 ‘율곡사업’이라고 명명된 노태우 정부의 대규모 무기·장비 조달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대표적으로 전직 국방부 장관 2인과 공군·해군참모총장 등 4인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여 년 만에 한국군은 또다시 일부 수뇌부의 비리 태풍에 타격을 받고 있다.

 

  군은 방산 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방탄복·통영함 등의 납품비리로 구속됐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의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5년 동안 특별한 군사적 긴장사태가 없다. 그래서 군이 정신적 해이(解弛)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잇단 성(性) 관련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결연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3월] 남북 관계개선, 집권 3년차를 놓쳐선 안 된다

남북 간에 불완전한 평화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에서의 군사훈련, 대북 단체의 전단 살포 계획을 둘러싼 긴장은 올해도 여전하다. 북핵 능력은 커졌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이나 협력 사업은 2010년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 이래 동결돼 있다. 그나마 개성공단도 북한의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로 자칫 난기류를 만날 수 있다. 남북 정상 모두 올해 초 남북관계 개선을 표명했지만 이렇게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올해는 남북관계에서 구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광복 70주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큰 선거가 없는 집권 3년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3년 탈상을 끝내고 정책적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다. 여러 여건상 남북관계가 과거를 답습하느냐, 아니면 다른 길을 갈 것인지는 올해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 집권 3년차가 남북 관계의 분수령이 된 적이 많다. 노태우 정부에선 남북고위급 회담이 시작 됐고, 김대중 정부 때는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이 성공을 거두려면 올해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주 열린 한반도포럼(이사장 백영철)에서 제기됐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은 불신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진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준다. 우리 기업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절대적인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이다. 북한 비핵화 외교엔 힘을 보태 주고, 군비 확장을 완화시켜 줄 수도 있다.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나 중국 역할론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하는 장기적 안목의 새로운 접근법은 지금부터 초석을 다져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남북관계에서 구상을 넘어 실질적 진전을 보고 싶어 한다. 집권 3년차를 놓쳐선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사정정국 찬물 끼얹는 감사원 간부의 성매매

 

최근 한 달 새 사정기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공직 사회의 부패가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감사원의 중간 간부 2명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술접대를 받은 뒤 성행위 혐의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무총리의 대국민 약속을 비웃기라도 한 듯하다. 이달 초에는 국세청의 간부 2명이 성매매 혐의로 같은 지역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공무원 감찰과 세무조사를 하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기관들이란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감사원 간부들이 접대를 받은 행위는 보다 중차대하다. 이들은 감사원 내부 직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감찰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접대 행위에서의 유착 관계는 의심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해에도 감사원 간부 2명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감사원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감사원은 뇌물수수 비리가 발생하자 지난해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감사관들이 의구심이 드는 외부인을 만나지 말라는 행동 강령도 만들고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모니터링해 왔다. 그런 결기는 온데간데없이 직원을 감시하는 직원이 오히려 딴짓을 했다. 국세청도 매한가지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렴 결의를 했었지만 직원들의 비리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간부들의 이번 행위가 조직의 잘못된 관행에서 발생했다면 가볍게 넘길 순 없다.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는 마지막 보루이기에 그러하다. 권력의 언저리에는 로비와 접대 등 유혹이 뒤따르고 금품 수수나 이권 개입 등 일탈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감사원은 이번 사안을 참혹하고 엄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술자리에 함께한 사람이 누군지, 왜 그 시간에 모텔에 들어갔는지 등의 감찰 결과를 숨김 없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감사원이 불과 몇 개월 전에 직원 비리 행위의 엄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일벌백계하고 감찰팀도 수술해야 한다. 그래야 비리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을 수 있다. 감사관이 검은 유혹에 손을 댄다면 감사가 제대로 될 리 없고, 결과의 왜곡은 불 보듯 뻔하다. 감사원과 국세청 간부의 일탈은 조직의 잘못된 관행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되묻기에 충분하다. 두 기관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는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바닥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지만 …

 

바닥경기가 풀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은 완연한 훈풍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인 2037포인트까지 올라 작년 말 대비 6.35% 상승했다. 지난해 4.76% 하락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회복세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6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부동산시장도 온기가 돈다. 3월 3주간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벌써 2월 한 달치 거래건수에 육박한다.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1월 기준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건설업체 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83.5로 12년 만에 80을 넘어섰다. 일용 건설인력시장이 북적이고, 이사·인테리어·가구업체는 모처럼의 특수에 함박웃음이다. 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라는 신3저가 훈풍을 몰고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전반적인 실물경기는 아직 썰렁하다. 제조업 생산은 올 1월 3.7% 감소했고, 수출과 소비자 물가마저 마이너스다. 정부의 올 목표 성장률(3.8%)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4%로 낮춘 정도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제활성화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당장 10조원 중 3조원은 하반기 재정투입분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것일 뿐이고, 특히 5조5000억원은 민간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돼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의욕이 없어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핵심은 기업이 투자할 여건이 못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금을 올리라고 뜬금없이 압박한다. 기업 투자가 어디서 어떻게 나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바닥경기 회복은 기업 투자를 깨우지 않고는 지속 불가능하다. 정부가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대한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당장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만든다는 노동개혁이 관건이다. 청년실업률이 1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가 해소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공무원연금 등 후속 개혁도 결과는 보나마나다. 간신히 불을 피운 경기회복 불씨를 살려 가야 한다. 비상한 각오를 보여달라.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선거 앞두고 이번에는 무상 산후조리원 타령인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무상 산후조리원과 무상 교복에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개 구에 무상 산후조리원을 설치하고 민간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1인당 5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관련 조례안을 제출했다. 성남시는 중학생 무상교복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무상 산후조리원 조례안이 지난 18일 문화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위원장 사퇴와 조례안 재심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말정산 파동 등을 계기로 무상복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게 불과 한 달여 전이다. 그런데 또다시 야권에서 무상복지 타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는 무상 산후조리원에 매년 94억원, 무상 교복에 34억원 등 모두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성남시 예산이 2조3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도 대부분 갚았다며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무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복지는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될 뿐이다. 무상시리즈에 들어가는 재원에는 월 소득 200만원도 안되는 서민들이 낸 세금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야권이 철 지난 무상 시리즈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선거구 중 하나인 성남시 중원구 승리를 겨냥한 야권 측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홍 지사와 무상급식 중단을 두고 벌인 설전도 마찬가지다. 무상복지 공방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여세를 몰아 득표로 이어가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수술을 앞둔 무상복지를 오히려 늘리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올해 85조원, 2030년 238조원, 2040년 392조원으로 급증하는 무상복지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차라리 정부가 고단한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노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북한 경유 가스 파이프라인은 반만년만의 기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에서 19~20일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는 'EU 에너지동맹 구축'이었다. 그리스 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긴급현안이 산적했음에도 에너지동맹 문제를 앞세운 것은 뜻밖이다. 에너지 독립과 효율화가 가장 화급한 과제라는 데 28개 EU 회원국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EU는 전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지역이며 에너지 수요의 53%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하물며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은 에너지 문제가 훨씬 다급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1,436억달러(약 160조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원유(950억달러)와 가스(366억달러)가 1,316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에너지 독립성과 효율화를 위한 대책을 속히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다행히 한국에는 '에너지 강국'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15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우리 동해가 북극 무역항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반만년만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최근의 저유가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유리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나 왠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 경유 한반도 파이프라인 건설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며 저유가 기회 역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가 반만년 만에 맞은 호기마저 영영 흘려보내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에너지 강국' 건설을 위해 거국적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동맹 구축을 위한 EU의 초국적 노력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존 페퍼(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20150323월] 이란, 북한 그리고 ‘노’라고 말하는 의회

이달 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란 핵 협상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유럽 파트너들은 이란의 핵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려 하고 있다.

 

이 협상이 성공한다면 이는 핵 확산이라는 특정 이슈를 넘어서는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 합의를 양자 관계 정상화의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미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비공식적 협력을 하고 있는 두 나라의 역내 협력을 확대하고, 이란이 국제사회에 재진입할 길을 열 것이다.

 

이런 선순환 외교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미국 의회다. 의회 강경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미 의회 합동연설에 초청해 핵 협상 반대 논리를 펴게 했다. 최근에는 47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란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언제든 이 합의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제네바 합의’ 협상을 했던 1994년 여름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비확산조약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위기를 모면케 했다. 당시 2개의 경수로 원자로와 중유 제공, 그리고 정치·경제 관계정상화 추진 약속을 대가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동결시켰다. 이 합의는 임박한 전쟁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임을 약속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마지못해 끌려 들어갔을지라도, 그는 의회가 경수로 건설과 중유 제공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승인하도록 압박하는 등 많은 것을 투자했다. 그러나 의회 강경파들은 이 합의 전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1994년 가을 중간선거철이 왔다.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시절 집권한 클린턴은 이 선거에서 대패했다. 이것은 엄청난 정치적 역전이었다.

 

이 선거는 사실상 제네바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었다. 이후 8년간 의회는 이 합의에 말뿐만 아니라 예산 책정에서도 상당한 저항을 했다. 우선 미 행정부가 중유를 보내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힘겹게 만들었고, 종종 중유 제공이 지연돼 북한을 화나게 했다. 또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삭감해 이 프로젝트가 거대한 구덩이를 파는 것 이상으로 진전되지 못하게 했다.

북-미, 그리고 미 행정부-의회 간에 불신이 쌓여가면서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라는 더 큰 목표는 잊혀졌다. 북한 쪽에선 우라늄 농축이라는 제2의 길을 통해 핵무기를 획득하고자 비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경수로 건설 전에 붕괴할 것이라고 유력 의원들을 은밀히 안심시키면서 의회를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으나 제네바합의는 붕괴됐다.

 

이런 엉망이 돼버린 화해의 역사가 이란에서 반복될까? 의회는 이번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란과의 합의를 훼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고 있다. 2014년 의회 지형 변화는 제네바합의 때처럼 이란과의 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 수 있다.

다 행히, 두 합의에는 여러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네바합의의 성공은 경수로 건설에 달려 있었는데, 이것은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의회가 상대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란과의 합의는 경제제재 해제를 대가로 제공하는데, 의회는 여러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 유엔과 유럽 국가들이 각자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이 란은 북한보다 다양한 정치적 세력이 존재한다. 제네바합의가 북한 내 개혁파들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반면에 이란에선 핵 합의가 이 나라의 자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미국과의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미는 1994년에 전쟁보다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 외에는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이란과 미국은 모두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바라며, 두 나라 간 상업적 이해관계도 상당하다.

제재와 개혁, 지정학적·경제적 이해 등 실용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이란과의 핵 협상은 제네바합의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양권모(논설위원)-20150323월] 춘서(春序)

 

남쪽으로부터의 화신(花信)을 타고 어김없이, 마침내 봄이 진군해 오고 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이성부 ‘봄’ 중)

 

봄의 전령은 꽃이다. 봄꽃이 피어나는 순서를 ‘춘서(春序)’라고 했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의 ‘춘풍’에서 유래한다. “봄 기운에 뜨락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 뒤이어 앵두 살구 복사 오얏꽃이 차례로 핀다.” 봄을 맨 먼저 알리는 ‘일지춘색(一枝春色)’의 매화를 선구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이 차례로 난분분해지면서 봄은 절정으로 내닫는다.

 

날씨의 변덕으로 매년 개화 시기가 다르고, 심화되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간혹 꽃 피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기도 하지만 ‘춘서’의 뼈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상청 조사 결과 봄꽃의 표상인 개나리·진달래·벚꽃의 개화 시기가 40년(1971~2010년) 만에 4~7일가량 빨라졌지만, 개나리-진달래-벚꽃 순으로 꽃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봄꽃의 개화를 시인 안도현은 “한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시 ‘순서’ 중)고 놀라워한다. 올해도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개나리가 개화한 것을 시발로 진달래, 벚꽃이 차례로 꽃을 피운 뒤 시속 1㎞ 남짓한 속도로 북상을 계속해 이달 하순쯤부터 서울에 당도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춘서’가 있기에 백화(百花) 봄꽃들을 각기 마중할 시간과 장소를 미리 마련할 수 있을 터이다. ‘빨갛게 멍이 든’ 동백은 남해 지심도와 보길도 등지에 지금 한창이고, 산수유꽃은 다음달 초 지리산 자락을 온통 수놓는다. 같은 시기 북한산 둘레길 평창마을 구간에 산벚나무꽃이 만발한다. 4월 중순에는 내장산에서 진달래를, 태안 해안에서 해당화를 맞이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소개한 ‘봄꽃 맞이 지도’이다.

 

꽃은 보는 것보다 기다릴 때 간절하다고 했던가. ‘춘서’에 따라 향연을 시작한 봄꽃의 북상 소식에 ‘길고 긴 겨울’을 털어낼 힘을 긷는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각자 한번 살펴보십시오”(법정 스님 ‘법문’ 중에서)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323월]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

‘촌지 동영상’이라는 검색어가 떴다. 학교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증거 영상? 아니면 작정하고 찍은 몰래카메라? 클릭해 보니 서울시교육청이 ‘청렴 무결점 운동’을 펼치며 제작한 캠페인이다. 주제는 분명했으나 구성은 취약했다.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성과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우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우리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 하지만 표현방법은 따뜻하지 않았다. 화면 속 아이는 혼자 우는데 촌지를 주고받는 교사와 학부모는 크게 웃는다. 카메라에 현장이 잡히고는 화들짝 놀란다. 놀라는 배우의 표정이 누군가를 놀리는 듯하다. 어색한 상황이 복도·교실·주차장 등 장소를 달리하며 반복된다.

 

  영상을 본 교사들 반응은 어땠을까. 대부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기자는 전한다. 부끄러워서? 교사들은 뭐가 부끄러웠을까? “아직도 동료 교사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니….” 그것보다는 “이런 모욕감을 느끼려고 내가 교직을 택했던가?” 이 점이 더 아프지 않았을까? 교사 출신인 내가 봐도 반성보다는 반발의 감정이 앞섰을 것 같다. 교사의 자존감을 꼭 저런 식으로 짓뭉개야 했나? 교사의 사(師)는 박사의 사(士)나 판검사의 사(事)와는 다르다.

 

  촌지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다. 자식을 맡아 키워주는 선생님께 조그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뭐가 나쁜가? 많이 나쁘다. 봉투 속에 감사가 아니라 청탁이 담겼기에 나쁘다. 공평하지 않아서 나쁘다. “내 아이를 잘 봐주세요”가 아니라 “내 아이만 특별히 잘 봐주세요”이기에 나쁘다.

 

  촌지가 아름다우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국어선생님(고3 때는 담임까지 맡으셨다)을 나는 평생 가슴에 안고 산다. 스승의 날마다 ‘촌지를 들고’ 찾아뵙는다. 재학 중엔 촌지를 드릴 형편이 못 됐다. 드린다고 받으실 분도 아니었다. 그분을 나는 로댕에 비유한 적이 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나는 구리와 주석에 불과했다. 그분의 숨결과 손길이 닿아서 나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분이다. 그분께 드리는 촌지는 그야말로 은혜의 정표다.

 

 당신을 만든 로댕 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 올 스승의 날엔 은퇴한 은사님을 찾아 촌지를 드리자. 누가 막겠는가. 그런 걸 찍은 촌지 동영상이 있다면 진짜로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23월] 화가 황주리와 패션 ‘컬래버’

협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줄여서 ‘컬래버’(collabo)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컬래버’를 호명할 때는 제2차 세계전쟁 때 독일 나치 정부에 협력했던 내통자나 부역했던 배신자들을 말한다. 주로 프랑스에서 사용했다.

 

현대에서 거론하는 ‘컬래버’는 긍정적이고 예술적이다. 예술가나 연예인들이 의류·도자기 등의 브랜드와 협력하거나, 다른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다른 브랜드끼리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컬래버’는 200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술가나 연예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한정판’(리미티드)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값비싼 상품에 예술적 감성이 덧붙여지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컬래버’를 주도했던 대표적 회사가 루이비통이다. 갈색의 모노그램 가방이 더이상 젊은 고객에게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루이비통은 2001년 벽면 낙서처럼 보이는 그라피티 작가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협업해 ‘그라피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변화의 조짐을 보고 2003년에는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멀티 컬러 모노그램’을, 2005년에는 ‘채리 모노그램’을 각각 내놓았다. 이후 무라카미 다카시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루이비통은 2012년에도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구사마 야요이와 ‘물방울 컬렉션’을 내놓았다. ‘아트 컬래버’ 덕분에 루이비통은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떨쳐내고서 경쟁자인 구찌를 2003년부터 압도했다. 또 고가 상표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예술가와의 컬래버가 그렇게 많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몇몇을 제외하고 황무지에 가깝다.

 

화가 황주리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지금 (서울 삼성동)코엑스에서 제 그림 이미지로 이영주 패션디자이너가 컬래버 패션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림 옷을 입고 워킹도 해요ㅡ하하!”라며 글을 올려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된 화려한 코트를 입고 찍은 ‘셀카’도 직접 올렸다. 황 작가의 그림 ‘불독 베티’가 티셔츠로 살아나고, 최근 작품인 ‘식물학 시리즈’의 각종 모티브가 고급 맞춤복이 돼 9등신의 모델들이 입고 활보하는 동영상을 보니 아트 컬래버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황 작가의 ‘식물학 시리즈’는 2013년에도 여행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와도 아트 컬래버 상품으로 나왔지만 생생한 현장의 느낌은 덜 하다. 황 작가는 “패션의 아트 컬래버는 생각보다 훨씬 활기 있게 작품들이 활용됐다”며 만족했다. 순수예술을 전시장에서만 본다는 관습이 깨지고 있는 시대에 더 많은 작가와 더 많은 영역에서 컬래버가 이루어지고, 패션이나 생활 소품에서도 예술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323월] 면발 강국

 

 

면(麵·noodle)의 역사는 빵보다 길다. 제조나 조리가 쉽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야생 밀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 전해지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면(麵)이라 하고, 면으로 만든 것을 병(餠)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쌀로 만든 떡을 병(餠)이라 하고 국수를 면(麵)이라고 했는데, 삶은 면을 물로 헹군 것을 국수라고 불렀다. 밀이 귀했던 만큼 면은 특별한 날에나 먹었다. ‘잔치국수’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제조법은 아시아 전체가 비슷하다. 반죽을 길게 늘여서 막대기에 감아 당기는 소면(素麵·중국의 선면, 한국과 일본의 소면), 작은 통 사이에 넣고 눌러 뽑는 압면(押麵·한국 냉면, 중국 하수면), 칼로 썰어 만드는 절면(切麵·한국 칼국수, 일본 우동), 짜장면처럼 양쪽으로 길게 늘이는 납면(拉麵·중국 납면, 일본 라멘), 쌀을 이용한 하분(河粉·동남아 쌀국수)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중국의 납면(拉麵·중국 발음 라미엔)은 일본의 라멘으로, 다시 한국의 라면으로 변신했다. 인스턴트 라면은 중일전쟁 때 중국인들이 건면(乾麵)을 기름에 튀겨 보관하기 쉽게 포장하고 스프를 가미해 먹은 게 시초라고 한다. 이를 현대식 라면으로 바꾼 것은 일본 닛신식품의 치킨라멘(1958년)이다. 한국에는 1963년 들어왔고 정부의 혼분식 장려에 힘입어 국민적 대용식이 됐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 그럴까. 엊그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인의 면(유럽 주식인 파스타는 제외) 소비량은 1인당 9.7㎏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일본(9.4㎏), 인도네시아(5.8㎏), 중국(5.0㎏), 베트남(4.7㎏), 홍콩(4.1㎏) 등 상위 10개 나라가 모두 아시아 국가다. 아시아 면 소비량은 세계의 85%, 작년 매출은 418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라면 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10대 업체인 인도네시아 인도푸드 수크세스, 일본 도요스이산, 한국 농심을 관심 대상으로 꼽는다고 한다. 가장 늦게 라면을 만들기 시작했으면서도 가장 빨리 성장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2억846만달러(약 2251억원), 수출국은 120개를 넘어섰다.

 

한때는 구로공단 여공들의 ‘라보때(‘라면 보통’으로 때움)’ 정신으로 가난을 극복했다. 이제 그 쫄깃하고 차진 면발의 힘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주름잡게 됐으니 격세지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23월] 시진핑 병법

 

지난해 7월4일 서울대 강단에 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명나라 소설 '금병매'에 나온 한 문장을 활용해 방한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 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 추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관련국들이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대화와 접촉을 해야 한다며 이 표현을 썼다.

 

시 주석은 연설할 때 고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스승의 날에 "교과서에서 고대 경전의 시가와 산문을 빼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 주석의 고전 사랑은 각별하다. 인민일보가 연설·기고문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297개의 고전 문구를 분석한 '시진핑 고전 인용(習近平用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시 주석은 논어와 시인 소동파의 인용을 즐긴다. 해외 순방에서 애용하는 논어 구절로는 '인자요산(仁者樂山)'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많이 오르내린다.

 

반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에서 시 주석이 동원하는 것은 주로 병법(兵法)인 듯하다. 경제적 환심을 사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AIIB 가입을 이끌어 낸 것은 상대의 분열을 꾀하고 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과 닮았다. 한국에 대해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달라"고 압박한 것은 남의 칼로 적을 공격한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연상케 한다.

 

"서구 국가의 참여를 막아온 미국에는 타격이고 우방 간 균열"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서 보듯 시진핑 병법이 지금까지는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날로 강해지는 중국의 위세에 미중 틈에 낀 우리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그렇더라도 양강의 힘겨루기를 역이용하는 비장의 카드가 어딘가 있을 것이다. 우리도 병법에서 지혜를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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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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