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3자 회담 ■ 3자 회담과 공무원연금 개혁 ■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갈등 ■ 한수원 해킹 사건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3자 회담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청와대 회동, 정례화 공감만으로도 반갑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ㆍ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경제 살리기와 남북 관계
개선방안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 직후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만난 이래 4개월 여 만이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는 2012년 12월 대선 이래 2년 3개월 만의 첫
공식 만남이어서 회동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문 대표가 최근 다음 대선을 겨냥해 ‘경제 야당’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써온 만큼 정부와 야당이 모처럼의 소통으로 일부 의견 접근에라도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나중에 청와대와 여야가 발표한 바를 종합하면 이런 기대가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회담 모두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몇 가지 인식의 공유에 성공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여야 합의 시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여야 각각의 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ㆍ경제법안에 대해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최소
전제조건도 확인됐다. 연말정산으로 연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세부담 증가가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거듭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본적 공감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의제를 좁혀 정례적으로 대화를 갖자는 문 대표의 제의에 박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어제 대화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 설명으로 시작됐다. 문 대표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준비해 간 ‘소득
주도 성장론’보따리를 풀어 경제정책 대전환을 촉구, 한때 긴장감과 냉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발언 내용이 사전 의제
조정 과정에서 예고됐고 합의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묵묵히 들을 수 있었다. 이로써 문 대표는 과거 청와대
회동 이후 으레 뒤따랐던 당내 비판은 피하고, 유력한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민에게 자신의 경제감각을 보여주었다. 오랜 사회적
논의의 결과물인 경제과제의 제시가 ‘수권 야당’에 요구되는 정책대안 제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정치적 소통 행사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감춘 속마음의 뚜렷한 이견을 들어 구체적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도 소통의 일종이다. 또한 그런 제한적 소통을 완전한 소통으로 이어가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다시 한 걸음씩 물러서야 함을 일깨운 것만도 값지다. 무조건적 대결의 정치에 숨통이 트인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7수] 정치 복원 가능성 보여준 박근혜-문재인 회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3자 회담은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개진한 만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에서 구체적 합의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현 상황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한 건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통 인식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후 구슬을
꿰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여야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회담은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 상태였던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면서
정부 경제정책을 작심한 듯 비판하자 박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고 받아 적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경제정책이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문 대표의 말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듣기엔 몹시 껄끄러울 수 있지만,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건 꼭 좋은 얘기만 듣기 위한 게 아니다. 평소 청와대 참모들이나 여당 의원들에게선 듣기 어려운,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야당과 만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이런 대화를 정례화하자는 야당 요청을 박 대통령이 선뜻 받아들인 건
평가할 만하다.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자주 만나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야 모두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만큼,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서로를 대하는 양쪽의 태도라고
본다. 예정된 시간보다 50분 넘게 양쪽이 많은 얘기를 나눴다니, 이것이 청와대와 여야 간에 국정운영과 정책, 입법에 관해 자주
대화를 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실 대통령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을 자주 만나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부탁할 건 부탁하고 의견을 수렴할 건 수렴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과 견제를 해나가는 게 시대 흐름에 맞는다.
여야가 청와대 회담에서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본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관해선 국회를 중심으로 곧바로 깊이있는
협의를 시작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드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청와대와 여야가 자주 만나기로 한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이 꽉 막힌 정국을 뚫고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8수] 청와대 3자 회동, 대화 정치 복원의 계기 돼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났다. 2012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년여 만에 국정 파트너인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로서 얼굴을 마주했다. 3자 회동에서는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고 경제와 민생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경제가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진단과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도한 재정지출 등을 통한 인위적인 가계소득 강화 등은 국민 세부담 증가와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철학과 지향 가치가 다른 경제 기조를 두고 입장이 갈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번 만나 단번에 복잡한 경제 현안의 공통 해법을 도출해내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만 서로 동의할 수
없더라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자리는 중요하다.
3자 회동 ‘합의문’이 구체적 실천이나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것도 이날 만남이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확인하는 자리였음을
보여준다.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은 ‘개혁의 원칙에 공감했다’는 수준으로 정리했다. 최저임금 역시 “인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박 대통령이 집착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결국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첫 회동이 아무런 성과물 없이 끝났을 때 부담 때문에 억지 꿰맞추기로 합의문을 만든 모양새다.
이번 회동의 1차적 의미는 특정한 합의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을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문 대표가 회동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경청했다. 그것이 성과”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국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은 주춧돌을 놓았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자주 갖기로 한 것은 주목된다. 문 대표가 “앞으로는 의제를 좁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재임 2년 동안 야당
지도부와 만난 게 이번을 포함해 네 번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대표나 여당 대표와 만나 국정 현안과 입법 등을
논의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번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대화와 공존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서로 제 얘기만 하고 만 朴대통령과 文대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로서는
18대 대선 때 여야 후보로 격돌한 지 2년 3개월 만의 공식 대좌다. 민심을 52%와 48%로 나눠 가졌던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어제 회동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 이전에 그 자체로 정파와 지역, 계층을 모두 아우르는 대화의 장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활력 잃은 경제가 국민 생활에 깊은 그늘을 드리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강국 사이에서 힘겨운 외줄 타기 외교를 펼쳐야
하는 지금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들로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는 데 합심 협력하는 모습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회동은 아쉬움과
우려, 기대를 동시에 남긴 자리로 평가된다.
먼저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모두 경청보다 설득에 무게를 둔 점이 아쉽다. 회담 결과가 말해 주듯 두 사람은 이런저런 현안들에서
상대 얘기를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부터 두 사람은
판이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침체된 내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표현은 정중했으나 국회, 특히 야당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묻어났다.
반면 문 대표는 ‘최경환 경제팀’이 이끌고 있는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소득 주도의 성장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정책 기조를 설파하는 데 힘을 쏟으면서도 대승적 차원의 국정 협력에는 뚜렷한 의지를 내보이지 못했다. 대북 정책이나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화 역시 엇비슷했다. 서로가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지만 각론에서는 결국 제 얘기만 하고 만 셈이 되고 말았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서로에게 독이 될 뿐임을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간 네 차례 야당 대표와
만났으나 한 차례를 빼고는 회담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야당 대표와 만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소통일
수는 없으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이끄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전례가 말해 준다고 하겠다. 문
대표 또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제 회담만 해도 문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나라 전체의 안위를 걱정하고 살피는 모습보다는
‘대선 재수생’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등 자기 정치에 공을 들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틀을 깨지 않고는 큰 정치를 펼치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 다음 술을 떠야 한다. 한 차례 회담으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신뢰를 높이고 국민들의 시름을 잠재울
수는 없다고 본다. 잦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정치 문화를 가꿔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뉴스가
아니라 국정을 바른 궤도로 이끌 초당적 합의가 뉴스가 돼야 제대로 된 정치다. ■ 3자 회담과 공무연금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박근혜·문재인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 공감, 뜻깊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뤘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예상을 깨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연말정산 개선 방안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차를 좁혀 ‘발표문’까지 낸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몇몇 영수회담에서 보였던 힘겨루기나 지지세력을 의식한 무리한 주장과 정치적 구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경제를 화두로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등 실용적인 대화가 오간 ‘경제 회담’이 됐다는 점은 과거와는 확 달라진 진일보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여야 간 정쟁에 속이 타들어가던 국민에겐 ‘가뭄 끝 단비’ 같은 청량감을 줬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회담이었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발표된 사안에 대해 후속작업을 힘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1시간50분 동안 이어진 어제 회동에서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찬성하며, 정부가 정부안을 내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법안 처리 시한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천문학적인 연금 적자를 지금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세대가 재정파탄이란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
야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동으로 모처럼 협력의 전기가 마련된 만큼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각각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한시바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합심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어제 회동이 여야 모두가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일례로 김 대표는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원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보건의료부문은 빼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야당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어제 회동을 계기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격의 없는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아직 정례화에 대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런 회동은 앞으로 경제분야뿐 아니라 외교안보, 사회개혁 등 국정 전반으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모두 윈-윈 하는 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청와대 3자회동… '공무원연금'만이라도 힘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자리를 함께한 것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동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만난 뒤 처음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후 2년여 만에 만난 만큼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중동 2개국 순방을 통해 '제2 중동붐'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경제가 크게
일어나게 도와달라"며 경제 활성화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여야 대표에게 요청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총론적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대통령이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과 함께 각론에 대해 '할
말'을 했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평한 조세체계 구축 등 4대 민생과제 해결을 제안하는 등 정부 정책과는 다소
차별화된 주문을 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모두 기대가 컸다. 꽉 막힌 정국의 흐름을 뚫어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국론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여론의 압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이날 회동을
'간담회'라는 열린 형식으로 진행해 소통 의지를 보였으며 문 대표 역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김 대표도 사실상 여야 영수회담인 이날 회동에서 생산적 결과 도출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럼에도 이날 회동의 결과물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총론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관련 입법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만이라도 힘을 모았으면 한다. ■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갈등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8수] ‘사드 갈등’, 기회주의적 태도로 풀 수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자칫하면 한-미, 한-중 관계가 다
손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줄타기를 하려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의 명확한 태도 표명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두 사안을 두고 차관보급 고위 공직자가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상대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는 데까지 왔다. 발언 내용도
이전보다 직설적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중국 쪽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달라”고
하자,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7일 ‘아직 배치되지 않은 안보체계에 대해 제3국(중국)이 강하게 언급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맞받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문제에서도 류 부장조리는 우리나라의 참여를 촉구했으나 러셀 차관보는 이 은행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등을 문제삼았다.
이 가운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에서는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도 가입 움직임을 보이고 미국 안에서도 가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입을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더이상 미국의 눈치를 본다면 은행 내 발언권 저하를 비롯해 국익 침해가 예상된다. 중국이 과도하게 주도하는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은 참여해서 바꿔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사드 문제는 균형외교와 동북아 평화라는 원칙에 따라 빨리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국 안보
필요성을 너무 과도하게 벗어나’ 자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구축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엠디)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며,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엠디의 일부분으로 간주되는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할
경우 기존 국방계획이 크게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반대 뜻을 분명히 해 무익한 갈등을 종식시키기 바란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면 못
이기는 체 따라가겠다는 기회주의적 태도의 표현일 뿐이다. 국방부는 17일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더 급한 일은 갈등을 키울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중국 '사드 반대'에 앞서 북 비핵화 노력부터 해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그저께 서울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사전에 조율한 의제에 사드는 없었다. 그런데도 류 부장조리는 불쑥 사드를
거론하며 한·중 관계 훼손 가능성을 암시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까지 했다. 외교적 결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경제제재 카드까지 암시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압적인 어조로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 의원이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았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추 대사는 대답 없이 ‘사드 반대’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억지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사드를 자체 도입할 의사가
없고, 미국도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설사 사드가 배치돼도 미국이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군 동향을 감시할 것이란 중국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레이더망 유효반경을 600㎞ 선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상식에 벗어난 강압외교를 펴는 배경이 우려된다. 사드 논란을 고리로 한국을 자기 편에 서도록 강요해 한·미 동맹의
근간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이 읽히기 때문이다. 사드는 이런 강대국 간 패권다툼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북핵 억지
차원에서 한국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따지고 보면 사드 논란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해 온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북핵이 없어지면 사드가 배치될 이유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중국은 한국의 안보주권을 침해하며 강압외교를 펼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진심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정부도 중국에 우리 입장을 당당히 설명하고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눈치 보기·시간 끌기, 불안한 박근혜 외교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그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언급하거나 공개 발언을
해도 완곡했던 것과는 다른, 강한 의사 표시다. 그러자 한국의 국방부 대변인도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중국 측을 향해 처음으로 비판적 발언을 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제3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유별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조심스럽게 전개되던 한·중 간 막후 신경전이
본격 갈등 국면으로 전환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이해가 걸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소극적,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왔다. 러시아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이 행사에 부정적인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미국이 싫어할까봐 미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박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답을 못하고 있다. 그런 자세였던 정부가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했을 때는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반대하자 협의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고는 미결정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 외교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은 묵묵부답, 유보, 미결정, 눈치 보기, 시간 끌기의 연속이었다. 이걸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리한 상황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행운에
기대는 외교행태이다. 그러나 행운이 항상 한국 편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투자은행에 이미 미국의 동맹국들이 줄줄이
가입키로 결정, 한국의 선택에 부담을 덜어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는 그런 행운이 없다. 사드 배치로 한·중 및
남북 갈등을 불사할 것인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를 거절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중견국을 자처해왔다. 중견국의 역할
공간은 미·중이 다투는 문제에 눈치만 보거나, 미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 상황을 주도하는 능동적 외교, 이게
필요하다. ■ 한수원 해킹 사건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북한 한수원 해킹 …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있어야
지난해 말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던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은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났다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의
17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충격적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과 같은 주요 인프라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평화 목적으로 사용 중인 원전 시설을 해킹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명백한 도발 행위다. 정부는 원전 시설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으로 최종 확인되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유엔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하는 등
국제 문제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번 사태를 사이버 안보 대처능력과 보안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17일 사이버
안보 역량강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미래창조과학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국방부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주요 기반시설로 관리체계가 분산돼선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민·관·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이버 안보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담 중앙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효율 측면에서는
청와대에 이를 설치할 수도 있다. 사이버 보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외협력 강화도 절실하다. 국제협력을 통해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감시와 정보공유, 조기경보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사실상 북한의 사이버 관문인 중국과의 사이버 협력체계 구축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려면 인력 양성과 확보가 기본이다. 민간기업은 사이버 보안인력 확보와 교육, 시스템 확보에 충분히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사이버 보안요원을 학생 시절부터 특기생으로 양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군도 사이버 전문부대
확대와 함께 사이버 인력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전쟁은 21세기 새로운 양상의 안보위협이자 경영
리스크라는 민·관·군의 인식 확산이 절실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8수] 한수원 해킹 ‘북 소행’ 드러나도 보안 실패 책임져야
잇단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북한 해커조직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킹 사태를 수사해온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어제 이런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메일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북한 해커조직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고, 인터넷 IP에서도 북한과의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는 실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 단계에서 북한 소행만 강조하는 수사 당국의 자세는 경계할 일이다.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자칫
진실을 가리고 사이버 보안 실패의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 소행이라 해도 한수원과 정부는 국가 기간시설의
사이버 망이 뚫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합수단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한수원과 임직원의 형편없는 보안 수준이 낱낱이 드러난다. 범인은 e메일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컴퓨터를 감염시킨 뒤 자료를 빼내는 이른바 ‘피싱’ 수법으로 범행했다. 이를 통해 한수원 전·현직 관계자들에게서 e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임직원 주소록과 전화번호부 등을 끄집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보안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바람에 범행을 가능케 한 점이 뼈아프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비밀번호의 수시 변경 등
초보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회사 측도 다양한 사이버 보안 조치를 외면했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원전 업무 기관과
종사자들의 보안 의식이 이런 정도라니 한숨이 나온다. 원전 관련 도면 등 상당수 자료가 한수원 협력사 임직원의 e메일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유출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사이버 보안에 구멍이 뚫린 한수원 협력사에 대한 보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12일까지 6차례에 걸쳐 90여건의 주요 자료가 유출됐음에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범인이 자료 유출을 예고했지만 파악하지 못했고, 사후 처리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다. 이번 합수단 수사에서도 한수원이 국가
중요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재확인된다. 원전 사이버 보안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이
업무만큼은 한수원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심상찮은 개성공단, 북한은 왜 합의를 존중 않나
개성공단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측은 어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과 영업소 현지 법인장들을 대상으로 임금인상을 포함한 노동규정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주업체들이 우리정부의 만류로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앞서 13일에는 우리정부가 북측에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할 공동위원회 개최를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의 잇단 엇박자와 기 싸움으로 개성공단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형국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오늘 개성공단을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등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북측의 설명을 들을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북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개성공단이 또 한 차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2013년 봄 ‘최고존엄 모독 보도’논란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여파로 촉발된 공단 폐쇄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번 갈등은 북측이 지난해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임금 규정 등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올 3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통보해오면서 비롯됐다. 달라진 임금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은 현재의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된다.
하지만 북측 근로자 임금은 매년 8월1일 남북 합의로 결정하며, 그 상한선은 5%로 한다는 게 기존 남북 합의다. 북측 결정과
통보는 이런 합의를 깬 처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북측은 노동규정 개정이 자신들의 주권사항이라며 정식협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회의개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사회보험료 계산방식 변경과 그 동안 유예했던 토지사용료 징수 등에 따라 입주업체들의 추가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돼
있다. 물론 토지사용료는 10년 유예 기간이 지난 만큼 올해부터 부과가 당연하나 구체적인 액수 등은 남북 합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정해야 마땅하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 찾는 남북관계와 최근의 한미합동 군사훈련 등이 개성공단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북측이 최저임금인상 문제 등을 일방적인 처리로 일관한다면 또 한번의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은
애먼 입주업체들에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북측 자신들에게도 큰 손해라는 사실을 2013년 사태의 경험에 비춰 잘 알 것이다.
주변 여건이 안 좋을수록 원칙과 대화를 통한 합의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개성공단이 존폐위기로 치닫지 않고
발전해나갈 유일한 길임을 남북 당국이 공히 명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수치스러운 해군총장들의 잇단 방산비리 연루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지난달 사퇴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방위사업청 근무
당시 부하직원들이 통영함 장비와 관련된 서류를 위조하는 과정에서 지시, 또는 묵인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는 그 동안 “담당 팀에서 결정한 것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이 결재권자였으면서도 2억 원짜리 어선용 소나를 41억
원짜리 최신형인 것으로 서류를 위조한 책임을 부하들 탓으로 돌렸다. 이런 인사가 해군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개탄스럽다.
앞서 지난달에는 정옥근 전 해군총장이 방산비리로 구속기소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아들이 설립한 요트회사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두 달 사이에 연이어 해군의 수장이 방산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해군에 부패의 뿌리가 깊게 박혀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하들에게 엄한 규율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지휘관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다름없는 장비 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해군에선 통영함을 비롯해 소해함과 고속정 등에서 납품비리가 밝혀져 전ㆍ현직 장교 등 수십 명이 사법처리됐다.
해군은 유독 자신들에 비리가 집중돼있는 사실을 엄중히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뇌부부터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은 지금까지 23명을 재판에 넘겼다. 적발한 비리규모만도 1,981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 성과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사업들인데다 감사원 감사로 비리가 드러난 것도 적지 않다. 새로운 비리를 파헤쳤다기
보다 이미 알려진 사건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해군과 공군에 집중되는데 석연치 않아하는 시각도 있다. 전체 국방예산의 절반 이상, 방위력 개선사업의
40%를 쓰는 육군이 합수단 수사에서 적발된 것은 단 한 건에 한 명뿐이다. 무기도입 형태에서 육군이 대외군사판매(FMS)나
국내 개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K-2 전차 국산 파워팩과 K-11 복합소총, K-21 장갑차 등은
매년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비리의혹의 단골 메뉴다. 합수단은 추호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역량을 총동원해 이번에야말로
육ㆍ해ㆍ공에 걸친 지긋지긋한 방산비리의 뿌리를 완전히 들어내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8수] 종편 특혜가 낳은 ‘팔 비틀기’ 광고 영업
종합편성채널 <엠비엔>의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회사(미디어렙)가 광고영업을 위해 기자를 동원하고 방송 편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엠비엔 광고판매대행사인 엠비엔미디어렙의 영업일지에서 이런 내용이 드러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방송의 공익성 원칙에 당연히 어긋나는 일이다. 엠비엔의 빗나간 영업 행태는 종편 전체의 행태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방송은 편성과 광고영업의 칸막이가 무너졌을 때의 폐해가 다른 매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방송 카메라를 들이대고 을러서 광고를
따려 할 때 취재원이 느낄 압박감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방송은 공공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적 책임이 훨씬
크다. 이런 까닭에 많은 언론학자들은 애초 종편에 개별 광고영업을 허용하지 말고 공영 미디어렙 또는 1~2개 미디어렙을 여러
회사가 함께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는 종편사의 로비에 기운 탓인지 이런 의견을 듣지 않고 정반대의 특혜 입법을 했다. 종편사들은 3년간 직접 광고영업을
한 뒤, 지난해부터는 각각 별도의 미디어렙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엠비엔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종편사 기자나 편성
부서가 미디어렙 영업팀과 손발을 척척 맞춘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마치 종편사 내부에 광고국을 둔 듯하다. 편성과 광고영업 기능
사이에 최소한의 칸막이마저 사라진 꼴이다. 일찍이 법제화 방향을 잘못 잡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보도와 편성마저 왜곡되리라는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다.
방통위는 방송 규제 기관으로서 엄정하게 구실을 해야 한다. 엠비엔미디어렙이 방송 제작과 편성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여, 개입이 확인되면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다른 종편 미디어렙의 광고영업 실태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은 방송과 광고영업이 명확하게 분리되도록 미디어렙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우려돼왔던 ‘1사 1렙 체제’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여객기 보안 취약성 드러낸 회항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바꿔치기한 탑승권을 가진 사람을 태우고 이륙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자칫 테러를
비롯해 범죄행위 목적을 가진 사람이 이런 식으로 민항기에 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하나라는 아시아나항공의 보안이 어떻게 이토록 허술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부정 탑승자의 얼굴과
여권 사진 속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 현지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해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근본 원인은 아시아나항공의 보안의식 부재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항공 보안을 100% 완벽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철저히 대비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방심하다가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 두 사람은 그제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른 항공권을 구입했다. 한 사람은
오후 1시 55분(현지시각) 제주항공 편, 다른 사람은 앞서 1시 15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편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일정이
바뀌면서 비행기를 바꿔 타기로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탑승 수속 과정에서 수하물을 바꿔 실었고, 항공권과 여권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뒤 비행기에 타기 직전 교환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아시아나항공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1시간 30분이 지나 대만 북쪽에서 기수를 다시 홍콩으로 돌려야 했다고
한다. 똑같이 다른 사람의 항공권으로 탑승하려던 사람을 적발한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시아나항공은
저가 항공이라는 제주항공보다도 보안 의식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문제의 항공기는 당초보다 5시간 이상 늦게 다시 홍콩을
출발했다니 많은 승객들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항공사 스스로 입은 물적인 손해 등도 적지 않지만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항공사와 항공기 이용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먼저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다른 항공사들도
항공 보안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부정 탑승객을 철저하게 걸러낼 수 있도록 보안 의식을 높이고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항공기 이용자들도 자신의 작은 일탈이 자칫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건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공대 인기 부활 조짐 바람직하다
서울대 공대 올해 신입생 중 최소 115명(14%)이 다른 대학의 의대, 치대, 한의대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가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문조사한 것에 따르면 다른 대학 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03명,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9명,
한의예과에 붙은 학생은 3명이었다. 고려대 의대에 2명, 연세대 의대에 3명이 합격했다. 연세대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명,
경희대 한의대에도 1명이 중복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 800명 중 675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에 응한 학생 중
17%는 요즘 이과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소위 ‘의·치·한’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공대를 택한 것이다. 공대 인기가 부활하는
조짐으로도 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고교 이과의 우수 학생들은 이공계를 선호했다.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유수 공대에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공대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기업들이 연구소에 있던
엔지니어부터 먼저 정리해고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보이는 의대, 치대, 한의대 쪽으로 인재들이 몰렸다. 의대 선호 현상은 여전하지만
2008년 이후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의대와 치대의 위상은 한창 인기있을 때보다는 낮아진 반면 공대 쪽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전국 4년제 이공계 대학의 취업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취직이 잘 되는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이공계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 중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2007~2011년 동안 21.1%에서
28.2%로 7.1% 포인트 높아졌다.
한 나라의 경제가 튼튼하려면 제조업이 살아나야 한다. 제조업의 중심은 이공계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제조업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수 이공계 인력은 지금보다 벤처 창업에 더 많이 나서야 한다. 공대를 지원한 우수 인력이 뛰어난 공학도로
거듭나려면 대학의 공학 교육 질이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대학과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모처럼 살아난 공대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여러 분야에 골고루 있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기업에 대한 국가기관의 전방위 공세가 시작됐다 경제민주화 법률들 무더기 발효…정부 부처들의 형벌 경쟁 본격화
폭주 기관차 같다. 국가가 경제적 자유를 구속하는 일이 다반사고, 과잉범죄화로 기업활동의 대부분을 범죄 목록으로 만들어간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장부를 들춰보고 무차별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전문성에 기초해야 할 국가
기능은 혼선을 빚고 있다. 무소불위 국회가 벽돌 찍듯 쏟아낸 소위 경제민주화 법률들은 속속 시행되고 있다. 과잉입법 금지, 비례의
원칙, 이중처벌 금지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법률들이다. 대중의 증오와 분노를 법제화한 결과, ‘네가 네 죄를 알렸다’는
식의 과잉엄벌이 난무할 판이다. 경제적 자유는 질식하고, 국가는 형벌지상주의로 가고 있다. 226개 지자체까지 세무조사에 나서고
기업들이 앞으로는 국세청뿐 아니라 전국 시·군·구로부터도 세무조사에 시달리게 됐다. 2013년 지방세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올해(작년 소득분)부터 법인이 내는 지방법인세를 징수하는 세정당국이 국세청에서 전국 226개 시·군·구로
바뀐 탓이다. 오는 5월부터 모든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둔 기업의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어처구니없게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2013년 ‘중앙·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방안’에
따라 과세체계를 바꾸며 지자체에 조사권도 함께 따라가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뒤늦게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세무조사를 3년간 유예하고, 그 후에도 세무조사를 최소화하겠다”며 파장 축소에 급급하다.
누구보다 당혹해하는 건 기업이다. 9000억원 이상 급증한 지방법인세 폭탄도 모자라 세무조사 폭탄까지 맞을 판이다.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은 “앞으로 226개 기초 지자체들을 어떻게
상대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세청 단일기관에 제출하던 각종 재무관리 서류도 수십, 수백개 지자체에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기업이 여기에 일일이 응대하며 세무조사까지 받는다면 아예 정상적 기업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해부터 세무공무원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751명, 올해 400명 등 내년까지 총
1500여명을 충원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이 마구잡이 세무조사로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법을 엉터리로 만든 것이나, 이제 와서 유예니 최소화니 하는 것이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에 대한 국가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중기청에 검찰까지…처벌 또 처벌
검찰이 SK건설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부과 처분을 내린 기업에 대해
검찰이 미진하다며 고발을 요구해 원점에서 수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주무부처의 징계처분을 다른 정부 기관이 제동을 걸고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중처벌, 과잉징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2009년 새만금방수제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SK건설에 과징금 22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처벌이
약하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바뀐 공정거래법에 따라 검찰이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무력화돼버린 것이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공정위 관할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공정위가
책임지고 고발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 전속고발권이다. 이 권한이 때로는 논란도 불러일으켜 공정위는 내부기준에 따라 계량화된
지표를 두고 고발 여부를 결정해왔다. 전문가 조직의 행정위원회 판단을 검찰이 뒤엎은 것이다.
‘경제민주화법’으로 조달청 중소기업청 감사원도 지난해부터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불공정하도급 거래를 했다며
중소기업청이 고발한 기업만 5건이나 된다. 모두 공정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안이지만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이번에는 검찰까지 가세했다. SK건설 담합건에서 추가 혐의가 나왔다면 형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의무고발제를 발동한 것은 과잉 처벌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경쟁을 가로막는 담합은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중삼중의 처벌, 경쟁적인 징계여서는 곤란하다. 자칫 일사부재리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
국가기관들이 고발권을 남발할 소지가 많다. 고발요청권이 명문화된 법만 공정거래법 외에도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5개나 된다. 집행을 형사처벌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치명적인 법들이다. 전속고발제를 채택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기관들이 징계와 처벌을 경쟁하는 형벌국가로 가는 것인가. 기업활동을 범죄화하는 법률들 판친다
국가에 의한 과도한 처벌은 기업활동의 대부분을 예비 범죄 목록으로 만드는 국회의 과잉입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활동을 상법이
아닌 형법의 영역으로 규정해 지나친 규제와 처벌의 칼을 휘두르게 만든 것이다. 민간계약이나 행정규제 위반조차 과태료 대신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물리는 게 보통이다. 예컨대 원청기업이 하도급 사업장에 안전조치 미비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개별 임원 보수를 잘못 기재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과태료나
시정명령으로 충분할 것을 기어이 전과자로 만든다.
이 같은 과잉범죄화로 인해 무려 1100만여명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전과자가 됐다. 1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꼴이고
행정범죄자가 70%에 이른다. 형벌조항을 포함한 법률이 2012년까지 약 700개, 벌칙조항이 5000여개였다는 게 김일중
법경제학회장의 조사였는데, 지금은 훨씬 늘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청 ‘범죄분석’에선 범죄 유형이 너무 많아 134개 법률에
대해서만 범죄통계를 낼 정도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바람에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징역·벌금형 등 과잉범죄화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사회적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그동안 만들어진 10여건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이제 본격 발효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정거래법은 법이 예방하려는
8가지 규제 범주에 대해 모두 인신구속형이 강화됐다. 핵폭탄은 후폭풍이 더 무섭다.
물론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중의 증오와 반기업 정서를 법제화해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간주해 처벌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법치가 바로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법 경시
풍조와 경제활동 위축만 초래할 뿐이다. 처벌도 적정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바이오헬스가 차기 성장동력 되기 위한 조건
정부가 17일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바이오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기술개발에서 수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2017년까지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내세울 만한 의약품 5개를 출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3,4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바이오 산업의 발전은 정보기술(IT) 혁명에 뒤이은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산업 전반에 대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대에는 바이오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갈 핵심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4년에는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가 반도체·화학·자동차 등 3대 주력산업을 합친 것 이상이 될 것으로 볼 정도다. 미국과
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이 1980년대부터 21세기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은 이미 1988년
생명공학경쟁조정법을 제정하고 매년 수십억달러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덕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부 역시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1990년대 이후 수차례 이런저런 육성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부문을 더한 연구개발비만 보더라도 미국의 10분의1에도 못 미칠 정도로 현실은 초라하다. 지원책과 산업현장의 연계성도 떨어지다
보니 시장을 주도할 만한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다행히 바이오 산업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기초기술은
약해도 응용기술로 승부를 걸 수 있어 시장선점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미래전략을 계기로 바이오 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법률 상충 문제도 미리 살필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공정위도 모자라 검찰까지 기업 몰아치나
검찰이 담합행위로 적발된 SK건설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발동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SK건설은 이달 초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에서 12개 업체와 담합한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에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함에 따라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 제도) 혜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도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의 고발요청권은 1996년 공정위 전속고발제의 폐단을 막겠다며 처음 도입됐다. 여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감사원과 중소기업청·조달청에도 고발요청권이 부여됐다. 공정위는 물론 웬만한 정부 부처마다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고
사방에서 감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판에 검찰까지 가세해 경영진 조사와 벌금이라는 칼날을 휘두른다면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만 해도 중동시장에서 입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담합행위는 시장경제질서 자체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사법당국의 시장개입은 그에 못지않게 신중하고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이 최근 행정처분을 늘리는 것이나 사후 불이행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리하게 법의 잣대만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판단을 거쳐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행위만 처벌하도록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현행 리니언시와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담합 적발은 내부고발에 의존하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한다면 담합행위 자체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직논리에 얽매여 무리한 기업 수사권을 발동하려 든다는 비판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칼럼-논쟁-20150318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 *논쟁의 초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지역구 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편에선 지역주의 극복의 대안으로 환영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방안이라는 등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양쪽 입장을 들어봤다. 고질적인 지역주의 완화책 2014
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와 적은 지역구 간
편차가 너무 커서 1표의 가치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 지역구 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어차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데 차제에 지역주의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지지를 왜곡되지 않게 의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지역주의적 정치구조를 재생산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소수정당 진출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선거구와 전국 단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혼합돼 있다. 1인 2표제로 유권자는 각각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을
대상으로 표를 던진다. 지역구 의원(246명)과 비례대표 의원(54명)은 투표 결과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이런 제도에서는
사표(死票)가 과다하게 발생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경우 자신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해도 지역주의 때문에 당선자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다. 비례대표를 위해 정당투표를 하지만 이는 전국 단위로 계산돼 지역과는 상관이
없다.
정당 차원에서 보면 득표율과 의석률 간에 불비례성(Disproportionality)이 발생한다.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득표율보다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은 나름대로 지역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하지만 소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
선관위가 제안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런 문제를 고치려는 것이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어 어느 권역에 30석이 배정된다고 치자. 그러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 대 1로 해서 지역구 20석, 비례대표 10석을
배분한다. 그러면 어느 정당이 지역주의로 인해 지역구 선거에서 대패(大敗)하더라도 일정한 정당득표율로 지역의 비례대표를 확보할 수
있다. 선관위 제도는 ‘석패율’도 도입하는데 이는 지역구 출마자가 동시에 비례대표 명부에도 이름을 올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구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선자와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낙선하는 사람이 그 권역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마련하면 정당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자신 있게 공천할 수 있고 후보자로서는 지역구 선거에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를
받는 것이다.
선관위 제안에 대해 여러 반대가 있다. 우선 인구 수로만 권역을 나눌 경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촌지역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농촌지역에 ‘특혜적인’ 의석수를 추가 배당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전문가를 의회에
진출시키는 것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00명 정도에 해당되는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천에 중앙당 권력이 개입할 경우 비(非)민주적인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천제도의 개혁 차원에서 어차피 극복돼야 하는 문제다. 비례대표
공천제도에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문제는 없다.
지역구가 현행 246개에서 200개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과연 여야 의원들이 동의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분명 이는 현실적인
장애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선거 개혁은 불가능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고선규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선거연수원 교수) 정국 불안정성 높일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비례대표 의원은 약 2배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은 지역구도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를 줄여 표심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한다. 특히 석패율제는 아쉽게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석패율제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 권역별 비례대표의 지역 대표성 약화 가능성, 고비용 정치구조로의 회귀 같은
문제점도 예상되는 까닭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진정한 의미의 비례대표제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비례대표제는 직능 대표성과 정책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하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라는 취지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이와는 관계없이 구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열세 지역 권역별 비례대표 앞
순번에 석패율제에 따른 후보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직능별 대표와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자는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를 위협할 수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정해 비례대표를 늘린 기준도 그 근거가 미약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대는 중앙당의 권한을 강화하고, 군소정당 난립과 여소야대를 초래할 수 있어 정국 불안정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둘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지역 대표성과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가 그렇다. 선관위의 의견에 따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우 인천·경기·강원이 같은 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인구비례만 고려돼 지리·역사·문화적으로 동질성이 약한 지역들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선관위 안 대로라면 수도권 선거구가 늘어나고 비수도권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국가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고비용 정치구조 및 금권정치로의 회귀 가능성이다. 지구당을 부활하거나 법인·단체에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는 방안은 특히
우려스럽다. 선관위는 2004년 폐지된 시·군·구 지구당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현 당원협의회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사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과거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로 비유돼 폐지된 제도다. 사무실
임차료·인건비 같은 고정비용이 드는 고비용 정치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 국민경선 제도는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역선택 방지와 국가
재정과 개별 후보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경유착과 불법적인 입법 로비를 막기 위해 금지했던 단체와 법인의 정치자금 기탁을 다시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고 선관위에 연간 1억원 한도로 기탁하게 한다지만,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살아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관위의 제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된 개혁안들을 반영하고, 우리 선거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관위의 제안 취지를 잘 살려 바람직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들은 보완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김양중(김양중 의료전문기자)-20150318수] 무상, 공짜 아닌 권리
우리나라 복지제도 가운데 가장 대상이 광범위한 제도는 바로 건강보험이다. 3% 정도의 극빈층을 제외하고 5000만 국민이 가입돼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 가입자들 가운데 혜택을 더 많이 보는 사람은 소득이 높은 계층이다. 믿어지는가?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혜택이 커지는 민간보험이 아닌데도 말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기준 건강보험료 대비 급여비 분석 결과를 보면 이는 쉽게
확인된다. 여기에서 급여비는 진료를 받은 뒤 병원에 내야 할 병원비 가운데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건강보험에서 내는
돈을 말한다. 진료비 영수증을 살펴보면 이 급여비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가입자를 다섯 계층으로 분류하면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의 급여비가 가장 높다. 상위 20%가 한달 평균
약 23만8500원의 급여비 혜택을 누리는 반면 가장 소득이 낮은 하위 20%는 약 11만7000원의 혜택을 누린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급여비를 2배쯤 받아 가는 셈이다. 특히 직장가입자의 경우 상위 20%는 한달 평균 급여비가 약
26만9200원으로 하위 20%의 12만3000원에 견줘 2.2배나 된다.
일반적으로 주거지나 위생 및 영양 등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이 건강 환경이 좋은 고소득층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급여비가 더 낮은 것은 저소득층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내는 급여비 비율이 60% 초반으로 낮다 보니 병원에 내야 할 돈이 부담이 되는
저소득층은 아파도 병원을 덜 찾는다. 대신 병원비가 덜 부담되는 고소득층은 병원을 더 자주 찾는다. 이 때문에 중·저소득층의
치료받을 권리를 충족시키자며 건강보험의 급여비 비율을 크게 높이자는 이른바 ‘무상’ 의료를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나라는 최소한의 인권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급여비 수치에는 저소득층의 반발을 막기 위한 반대 논리도 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낸다는 것이다. 실제
상위 20%가 내는 보험료는 한달 평균 21만5000원으로 하위 20%의 2만2800원보다 9.4배나 된다. 또 하위 20%가
내는 보험료에 견줘 급여비 혜택이 5.1배로 상위 20%의 1.1배보다는 크게 높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에 견줘 급여비 비율이 큰
저소득층에게 현재의 건강보험에 만족하라거나 혹은 보험료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물론 미국식 민간보험에 견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중·저소득층에게 훨씬 유리하다. 또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들의 기여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장 수준으로는 고소득층이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픈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은 뒤 다시 일터로 복귀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줄이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많은 주요국가들은 국민에게 기회를 평등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의료와 교육을 공공정책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고 이어 교육에서의 복지정책인 무상급식마저 몰아내고자 한다. 이는 무상이라는 말을
‘공짜로’ 혹은 ‘퍼주는’이라는 말로 비난하면서 기본적인 건강권을 누리는 데에도 현재의 불평등을 유지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무상’이라는 말은 그 의미상 많은 오해와 불필요한 논쟁을 확대시켰다. 이제 치료·교육받을 권리 또는 먹을 권리 등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318수] '관심병 환자'의 우울을 아시는지
최근에 책을 한 권 낸 후(자기 홍보!),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줍은 성격이라
생각해 왔으나 실은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관심병’ 증세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를 순례하며 어떤 평이
올라왔는지 확인한다. 좋았다는 반응에는 금세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다. 다른 책을 칭찬하는 글에는 괜한 질투가 스멀스멀. 10점
만점에 7점을 준 한 블로거의 글을 발견한 날은 종일 우울했다. 왜 7점인데? 뭐가 맘에 안 든 거냐고!
2009년 트위터가 한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미국 작가 미셸 카탈라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트위터 계정이 유명
스타 사이에 끼여 ‘친구 추천 목록’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팔로어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처음엔 “이거 굉장한데!”
흥분했던 그는 팔로어들의 지나친 관심과 공격에 오래지 않아 공포를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나는 전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됐고, 자기 회의에 상처 입은 구멍 숭숭 뚫린 벌집이 됐다.” 최근 출간된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책 『인비저블』 에
등장하는 사례다.
이 책은 유명해지는 것이 곧 성공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는 ‘자기 홍보의 시대’에 던지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저자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허황된 인정 욕구와 질투의 감정에 주목하면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인비저블(Invisible)’들을 소개한다. 스타 건축가가 아닌 구조공학자, 인기 밴드 멤버가 아닌 음향 테크니션, 외교관이
아닌 동시통역사 등 명성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책에 소개된 이들의 삶은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서 조용하지만 진짜 충만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상에서 주목받기 위해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증상을 꾸며내는 ‘뮌하우젠 증후군’에서 나온 말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합격 소식에
질투를 느껴 친구의 개인정보를 추적해 합격을 취소시킨 재수생도 있었다. ‘날 좀 봐 주세요’ 경쟁이 만든 그늘, 『인비저블』의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물어보라. 당신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러닝머신 위에서 뛰며 남들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도전해 영원한 보상을 얻을 것인가.”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318수] 올빼미 올빼미란 새가 있다. 워낙 귀해서 천연기념물(제324-1호)로 대접받고 있는 야행성 맹금류다.
그렇지만 고금을 통틀어 올빼미는 불인(不仁)과 악인(惡人)의 상징이었다. 어미를 잡아먹는 흉악한 새로 악명을 떨쳤으니
말이다(<시경> ‘반풍·치효’ 등). 올빼미 혐오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나라 조정은 해마다 5월5일이 되면
‘올빼미국(梟羹)’을 끓여 백관(百官)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악조(惡鳥)인 올빼미를 먹어 깡그리 없애야 한다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고금사문류취전집> 권9).
“1389년 우왕이 제사를 지낼 때 올빼미가 태실(太室·태조 왕건의 신주를 모신 방)에서 울었다”(<고려사절요>)는
기록도 있다. 고려가 망한다는 예시가 바로 ‘올빼미 출현’이었던 것이다. 반역죄인도 ‘올빼미’라 했다. 최치원은 881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서 “반란을 일으킨 황소는 올빼미 소리를 내고, 주인에게 대들며 짖어대는 자”라
욕했다(<계원필경>). 고려 태조 왕건은 928년 “임금(경애왕)을 죽인 견훤의 불인(不仁)함이 올빼미보다 심했다”고
비난했다(<고려사절요>).
‘올빼미’가 소인배라면, ‘봉황’은 군자를 상징했다. 한나라 문제 때 가의(賈誼·기원전 200~168)는 초나라 애국시인 굴원을
애도하면서 “난봉이 숨었고, 치효가 높이 날았다(鸞鳳伏竄兮 치梟고翔)”고 읊었다. 군자가 쫓겨나고 소인배가 득세한 초나라의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조선 중후기의 학자인 서계 박세당(1629~1703)은 노론의 영수 송시열을 ‘올빼미’라 욕했다. 송시열은
병자호란 후 삼전도비문을 쓴 백헌 이경석(1595~1671)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박세당은 그런 송시열을 ‘봉황(군자)을
폄훼한 소인배(올빼미)’라 한 것이다. 결국 격렬한 진영 싸움 끝에 박세당과 그의 저작물(<사변록>)은 사문난적으로
몰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그제 ‘대북 매파냐, 비둘기파냐’는 질문에 ‘올빼미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한 모양이다. 극단보다는
균형감각을 갖겠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온갖 흉악한 이야기를 담아온 올빼미가 아닌가. 아무리 봐도 ‘올빼미와
균형감각’은 맞지 않는 비유인 것 같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18수] 살인 고백
시즌 6를 달리는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는 한국에서도 인기다. ‘좋은 아내’라는 이 미드는 알리샤 플로릭이라는 여성 변호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알리샤는 시카고 쿡카운티 주검사장인 남편 피터 플로릭을 내조하며 산 미국 중산층
전업주부였다. 남편에게 성추문이 터지자 기자회견장 옆을 지키며 치욕을 견디던 알리샤는 남편이 권력형 비리 혐의로 교도소에 가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묵혔던 변호사 자격증을 사용하려 한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로펌에 취직하려는 ‘경단녀’ 알리샤에게 호락호락
문호를 개방할 로펌은 없었다. 이때 구세주가 법률대학원 동창 윌 가드너. 알리샤는 로펌 파트너 변호사인 윌의 특별한 배려로
취직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플로릭 부부가 클린턴 부부가 아니냐’는 분석이나 알리샤와 윌, 피터의 불꽃 튀는 삼각관계뿐만
아니라 당대의 주요한 이슈를 법적으로 철저히 다루기 때문이다. 예로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확보한 개인정보를
정부가 요청할 때 내줄 수 있는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정부의 불법적이고 광범위한 통신 사찰 등을 법은 용인하는가, 성폭행
가해자를 응징하고자 해커가 확보한 성폭행 증거 동영상을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은 합법적인가 등이다.
흉악범이라도 최종심이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거나, 의뢰인이 유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변론하면 변호사 자격증이
박탈된다든지 하는 시시콜콜한 법률 상식도 재밌다. 악당들도 약방의 감초다. 아내 살해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 선고를 받은 재계의
거물 ‘콜린 스위니’라든지, 마약 조직을 운영하지만 ‘축구 아빠’로 부성애를 자랑하는 ‘르몬 비숍’ 같은 인물들이다. 특히 콜린
스위니는 거듭 살인 사건에 연루되지만 알리샤같이 유능한 변호사와 로펌 덕분에 혐의에서 빠져나간다. 스위니의 약혼녀가 연루된 밀실
살인 사건이 자살로 정리되는 식이다. 수백만 달러 몸값의 변호사들이 정의를 무력화시켰다.
뉴욕 부동산 재벌 2세인 로버트 더스트가 자신을 소재로 한 미국 케이블방송 HBO의 6부작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살인 고백’을
했단다. 2년 전 그는 화장실에서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냐고? 내가 죽였지”라고 혼잣말을 했고 마이크가 켜진 상태라
녹음됐다. 뒤늦게 해당 파일을 발견한 HBO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제보했고 자백 음성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더스트는
1982년 이래 부인과 여자 친구 등 2건의 살인 혐의와 1건의 실종 사건에 연루됐으나 증거 불충분, 정당방위 등등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유능한 변호사들 덕분이다. 이번에 스스로 살인을 고백해 만천하에 알려졌으나, 과연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지가 또
논란이란다. ‘굿와이프’의 스위니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318수] 험로(險路)
기원전 206년 항우는 유방을 파촉(지금의 중국 쓰촨성) 땅으로 내쫓았다. 파촉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군사들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잔도(棧道)를 따라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사 장량은 이 잔도를 태워버렸다. 항우에게 중원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몇 년 뒤 대장군 한신이 먼 길을 돌아 초나라를 습격했다. 유방이 결국 패권을 잡게 되는
초한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험로(險路)가 오히려 군사력을 키우는 기회가 된 것은 유방의 후손인 유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촉나라는 전혀 다른 운명을
맞는다. 제갈량까지 죽은 뒤 위나라 장군 등애가 3만명을 이끌고 음평도라는 험로를 넘어 침공해왔다. “등애는 사람이 살지 않는 땅
700여리를 행군했다.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어서 군량을 옮기는 일조차 버거웠다. 등애는 천을 몸에 둘둘 만 채 굴러서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갔다.”(위서 등애전)
아무도 넘지 못한 길로 침공한 등애 군에게 촉나라는 항복했다. 험한 길은 오르는 사람에게는 힘이 들지만 그만한 보상이 반드시
있다.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은 최초의 장군인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그랬다. 로마인 누구도 예상 못한 길로 이탈리아에 들어선
한니발 군에게 로마는 멸망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요즘에야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해서 아슬아슬한 모험과 묘기에 도전하는 게 프로스포츠로도 각광받고 있지만, 깎아지른 기암절벽에
올라선다는 것은 오금 저리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험한 길로 유명한 스페인의 ‘왕의 오솔길(El Camino Del Rey)’이
오는 26일 다시 개방된다는 소식이다. 20명이나 추락사해서 2000년 폐쇄됐던 이 길은 명성에 비해선 그리 오래된 길이
아니다. 1905년 과달오르세강 협곡에 댐을 건설할 때 근로자들의 물자수송과 이동을 위해 100m 높이에 너비가 1m 남짓되는
7.7㎞짜리 임시도로를 만든 게 시초다. 1921년 스페인 알폰소 13세가 댐의 건설을 축하하기 위해 이 길을 건너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율을 느끼기 위해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자 아예 관광지로 만든 것이다. 한나라, 촉나라의 잔도도 중국을 찾는
사람에게 인기있는 관광지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험해서 더 많이 찾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외롭게 걸어가야 하는 험로
투성이인데 말이다. ‘절벽 위에서 극한체험을 하면 인생의 깊이를 더 깊게 느끼게 되는가 보다’라고 짐작해 볼 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한기석(논설위원)-20150318수] '대포'와의 전쟁 대포는 포탄을 멀리 내쏘는 무기다. 허풍이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이 용어가 뜻의 가지를 치더니 대포통장 등에서 쓸 때는 사기로까지 확대됐다. 피싱 사기가 급증하면서 요즘 이 '대포'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사기와 관련돼 있어서 그런지 역시 전장은 금융권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부터 계좌 이체 후 30분 이내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출금을 막기로 했다. 피싱 범죄자가 고객에게 사기를 친 후 30분 내에 대포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경우가 70% 이상이기 때문이다. 대포통장이 가장 많았던 농협은 지난해 통장 개설 때 금융거래목적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대포통장과의 전쟁 전담팀'을 운용해 대포통장 점유비율을 지난해 3월 20%에서 지난달 2%대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캐피털회사의 신차론(loan)을 주공략대상으로 한 대포차 사기도 많다. 사기꾼이 급전 수요자에게 신차론으로 구입한 차량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 차량을 빼앗아 유령회사 명의로 넘기는 식이다. 대포차 역시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전직 검찰 수사관까지 고용해가며 이들과의 전쟁에 나서 대포차 범죄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포통장에서 시작한 대포는 대포차·대포폰으로 종류를 넓히더니 최근에는 레저보트와 제트스키 등에도 붙어 다닐 정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대포통장 수만 해도 2012년 3만3,496개에서 지난해 4만4,705개로 급증 추세다. 민간기업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포가 늘기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포통장 같은 명의도용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계좌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분명 범죄지만 처벌은 대부분 무죄판결이나 기껏해야 벌금형에 그친다. 소위 '대포'를 근절하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 대포통장의 경우 일본처럼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해 본인만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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