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미일 신방위지침 ■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와 책임 회피 ■ 원-엔 환율 800원대 ■ 공무원연금 개혁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미일 신방위지침
[한국일보 사설-20150429수] 미일 新방위지침, 우리 안보이익 훼손 없게 대비를
미국과 일본이 그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18년 만에 재개정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에 따라 일본의 안보역할을 확대하고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초점이다. 그러나 일본의 역할 확대는 자위대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북한 중국의 군비확장을 부추겨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군과의 협력을 명분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례를 명문화한 것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으로 한정돼 있던 미일 군사협력의 지리적 제한을 없애 ‘중요영향사태’라는 이름으로 자위대가 전세계 어디서든 미군을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전투 분야 지원에만 한정됐던 데서 벗어나 탄약보급, 전투기 급유 등으로까지 자위대의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해 전세계 어디든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전례 없는 안보밀착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아시아 중시정책에서 일본을 활용하려는 미국과 ‘적극적 평화주의’를 앞세워 군사력 확대를 노리는 일본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일이 이번에 처음으로 ‘도서(섬) 방위’를 명기한 것이 상징적인 예다. 사실상 중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센카쿠의 실효지배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이 일본을 파트너로 동북아안보의 새 전략을 구축하려는 흐름에 우리가 굳이 시비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본이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한반도에까지 자위대를 투사하는 상황은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전투병력 전개를 요청할 경우 우리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유엔사 후방기지에 배치된 자위대 일부가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직접 개입할 가능성 등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한일 분쟁지역인 독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 취할 입장도 예민한 문제다.
물론 미일이 개정안에 ‘제3국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한국의 이런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런 추상적인 문구에 기대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일본이 앞으로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른 관련법 개정에 나서는 만큼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해 한반도에서 우리의 안보이익이 추호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9수] 한국 외교에 큰 고민 안겨준 미-일 신방위지침
미국과 일본이 2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군과 함께 사실상 전투를 할 수 있도록 군사협력의 질과 폭을 크게 확대하는 내용이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미·일이 힘을 합쳐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미-일 동맹 대 중국의 대결 구도가 이처럼 선명해질수록 우리 외교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회담 뒤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영해·영공의 불법적 사용이 대국의 특권이라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중국 견제가 이번 지침 개정의 핵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다. 두 나라는 중-일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이름 댜오위다오)와 관련해서도 “자위대는 도서도 포함한 육상 공격을 저지하고 배제하기 위한 작전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고, 필요가 생겼을 경우 섬 탈환 작전을 실시하며, 미군은 자위대를 지원한다”고 지침에 적시했다. 두 나라 각료들의 공동성명에는 초계기, 무인정찰기, 이지스함 등 미국의 첨단 군사자원을 일본에 증강 배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 역시 중국 견제용으로 풀이된다.
미· 일 두 나라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 관계에 한국까지 깊숙이 끌어들이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나 한-미-일 군사협력을 더욱 확대·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미·일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은 러시아, 북한을 끌어당겨 맞설 것이 뻔하다.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우리한테 가장 나쁘다. 동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양쪽 세력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관련국의 협조가 필요한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도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긴장감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한 때다. 미-일 신방위지침을 한반도에 적용할 때 우리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하나 마나 한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역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전망을 가지고 미-일과 중국의 양대 세력이 충돌·갈등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일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꾀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고 양대 세력의 눈치만 보다가는 러브콜이 아니라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0429수] 빗장 풀린 일본 자위대, 정부 대책은 충분한가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지구 전역(全域)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군사일체화 단계에 진입했다. 어제의 적(敵)이 오늘의 ‘절친’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두 나라는 종전 70주년에 즈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적’ 방미에 맞춰 군사협력 무대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내용의 신(新)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재균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재무장을 통해 군사대국화하려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의 경제·군사적 굴기속에 가시화한 미·일 ‘울트라 동맹’은 동아시아 질서에 일대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에는 심각한 외교·안보적 도전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도모해온 아베 정부는 지난해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 맞춰 미·일의 군사협력 수준과 내용을 전면적으로 확대·쇄신한 것이다. 평시부터 전시까지 다양한 상황별로 협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양국은 지상과 해상, 공중은 물론이고 우주에서까지 ‘이음새 없는’ 협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자위대는 유사시 주일 미군을 도와 한반도와 그 주변에 파병할 수 있는 길까지 열었다. 한국의 동의와 관련한 부분은 ‘제3국의 주권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갔다. 반드시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문구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경우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과 충돌할 가능성도 이론적으론 배제하기 어렵다. 동중국해에서 미·일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한국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지침 개정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날개를 달았다. 미·일 동맹 강화가 대북(對北) 억지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지만 그 못지않게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정부가 모든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지 의문이다.
■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와 책임 회피
[한국일보 사설-20150429수] 내용도 시기도 적절치 않은 박 대통령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표했다. 먼저 전날 이완구 총리 사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척결을 해서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트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 수용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과거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고 성완종씨 두 차례 사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 발표는 기대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로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의 과거 당내 경선과 대선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국민적인 의혹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비리척결을 통한 정치개혁만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의 반복이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이날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박 대통령 자신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책임 있는 언급이 있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아쉽다.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을 굳이 강조한 것도 그렇다. 물론 누가 봐도 성 전 회장의 사면은 비정상적인데다, 실제로 이를 둘러싸고 온갖 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성완종 리스트로 제기된 핵심 의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곁가지 사안이다. 성격상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기도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 부각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또한 성완종 리스트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중남미 순방 강행군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던 박 대통령이 홍보수석의 대리 낭독을 통해서까지 입장 발표를 서두른 점도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야당 측은 오늘 재ㆍ보선을 겨냥한 것이라며 “변칙적인 선거개입”이라고 발끈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건강악화 상황을 자세히 밝힌 것까지도 동정표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문제까지 정치공학적 해석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화법과 메시지가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도리어 번번이 꼬일 여지를 키운다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도 당초 정치적 계산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담화에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를 전면적인 정치권비리수사로 돌파하겠다는 판단 역시 제대로 정국을 푸는 방안은 아닌 것 같다. 보다 진지하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출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9수] 박 대통령의 적반하장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는 사과도, 유감 표명도, 책임감의 표출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적반하장식 도발이며, 낯 두꺼운 역공, 치졸한 정치공세에 불과했다. 변명과 발뺌, 책임 미루기, 사태 핵심 피하기 등 그동안 수없이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 총동원된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에 대해 “유감”이라는 단어를 딱 한 차례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유감인지는 아리송하다. 이 총리의 사의 수용을 “안타깝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의 부정부패 연루 의혹 자체가 유감스럽다는 뜻은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이 총리가 혐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여론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들이 부패 혐의에 연루된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안면몰수’를 작심하고 나섰다. 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부정부패로 수사 대상에 오른 미증유의 상황이라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일언반구라도 하고 넘어가는 것이 예의인데도 그는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로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 척결을 해서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과거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몰아갔다. 이른바 유체이탈식 화법의 진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살포한 불법 정치자금의 최종 수혜자는 바로 박 대통령이고, 이번 사안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아랫사람들이 검은돈을 받아서 자신의 선거를 치른 사실이 드러나도 박 대통령은 ‘나는 몰랐다’고 발뺌만 하고 넘어갈 것인가. 자신이 정치개혁의 대상이 된 상황인데도 스스로 개혁의 총지휘자를 자처하고 나섰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에 방점을 둔 것은 오히려 성 전 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진상조사 필요성이다. 특별사면 문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곁가지일 뿐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물타기 정치공세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더욱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는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함축된 앞으로의 정국 운영 방향은 분명하다. 측근들의 부정부패 의혹을 최대한 덮고, 수사의 물꼬를 야권의 부정부패 의혹 및 특별사면 문제로 돌려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4·29 재보선 결과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의 오만함은 더욱 하늘을 찌르고, 물타기식 수사를 통한 꼼수 정국운영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다. 결국 재보선 결과는 권력의 총체적 부패 추문에 대한 수사의 향방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50429수] 박 대통령 메시지, 억장 무너진 민심 달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퇴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악화된 건강 때문에 4·29 재·보선 이후에나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대국민 메시지를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해 혐의가 드러나면 최측근이라도 읍참마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사건을 한국 정치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다짐한 것도 원론적으론 옳은 얘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권과 비리 기업인의 추악한 공생 관계와 거기에 연루된 권력 실세들의 발뺌·거짓말에 억장이 무너진 민심을 달래기엔 크게 미흡하다.
홍보수석을 통해 ‘대독’ 형식으로 발표된 메시지에서 ‘유감’은 444개 단어 중 단 한 번 나왔다. 그나마 이 총리 사퇴에 국한된 표현일 뿐이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 등 박 대통령 최측근 여러 명이 연루된, 이번 사태의 핵심인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선 명확한 사과 없이 넘어갔다.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 사과를 할 순 없다는 뜻인 모양이다. 그러나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 중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은 사실과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독일행 여비 전액을 독일 측에서 지원 받았다”던 주장이 잇따라 거짓말로 확인돼 10만 달러 수수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최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정치권 일반의 문제인 양 넘어간 건 유감이다. 국민은 물론 여당 지도부의 인식과도 괴리가 큰 유체 이탈 화법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취해진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은 강도 높게 거론했다. ‘법치 훼손’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난 계기’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판하면서 진실 규명을 다짐했다. 그러나 연루 인사들의 이름과 돈 액수가 적시된 성완종 리스트와 달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은 관련자들 사이에 돈이 오간 증거가 없는 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근거도, 방법도 없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혹시라도 4·29 재·보선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 물꼬를 특별사면으로 돌려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아무리 나 홀로 떳떳해도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측근들이 파문을 일으켰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땅히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메시지 말미에 공무원연금개혁을 반드시 관철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겸허한 자기 반성 없이 개혁의 동력이 살아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분명한 대국민 사과와 “필요하면 나까지 조사하라”는 엄정한 수사 의지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9수] 박 대통령의 책임회피와 적반하장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대독 메시지’는 책임회피와 적반하장, 치졸한 정치공세로 점철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자기 측근들의 부패,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어떤 사과도 유감 표명도 하지 않은 채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 정치개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원래부터 있었던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무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다. 이들 자금의 용처도 박 대통령이 직접 치른 선거에 닿아 있다.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이 연루된 데 대해 국민에게 고개부터 숙였어야 하는데도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완구 총리의 사퇴에 따른 면피용 유감 표명만 했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과는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은 “사건의 진위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독립적인 수사를 위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정권 실세들의 불법 정치자금과 ‘살아 있는 권력’의 대선자금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국민의 우려가 깊다. 우려를 해소하려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정권의 누구도 수사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게 필요하다. 한데 박 대통령은 ‘과거부터 내려온 부패의 척결’이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물타기 수사로 몰아갔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에서 방점을 둔 것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씨의 연이은 사면은 법치를 훼손하고 나라 경제를 어지럽히며 오늘같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날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노무현 정부의 ‘연이은 사면’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견강부회이고 치졸한 정치공세다. 박 대통령이 직접 특별사면 문제를 들고 나선 이유를 짐작 못할 바 아니다. 곁가지인 ‘성완종 사면’ 논란을 키워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성완종 사면’을 해소해야 할 의혹이라며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결국 속셈은 따로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을 이슈화해 목전에 닥친 재·보선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것 아닌가. 국민이 듣고 싶어 하고 걱정하는 일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대통령이 이 난국에 ‘선거 주판알’이나 튀기고 있으니 기막힐 따름이다.
■ 관련 사설
[서울신문 사설-20150429수] 靑 성역 없는 공정 수사에 정치적 명운 걸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천명했다. 와병 중이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누적된 부정과 비리를 척결해 정치개혁을 이뤄 내겠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다만 파문 전반에 대해 확실한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유감스런 대목이지만, 입에 발린 사과보다는 앞으로 진실을 가려내 추상같이 단죄하는 게 더 중요하긴 하다. 청와대는 성역 없는 공정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기 바란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중 성완종 파문은 확산일로였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그래서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박 대통령의 어정쩡한 유감 표명이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구체적 증거 없는 의혹만으로 대통령이 무작정 사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중론도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지금 무죄추정 원칙 같은 법논리를 따를 계제인가. “시저의 부인은 부정하다는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경구도 있지 않나. 사실 여부를 떠나 정권 핵심 인사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범여권은 정공법으로 임해야 한다. 전·현 비서실장이든, 전 총리든 성역 없이 조사해 합당하게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할 때 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켜켜이 쌓여 온 부패구조를 청산해 정치문화를 바꿀 명분도 생길 게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위한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검찰의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보장해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란 얘기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국민적 의혹이 남는다면 여야가 합의해서”라며 특검 수사 의지를 피력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당연히 검찰은 성완종 메모에 적힌 실세 8인에게 먼저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다만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세 정부에 걸쳐 기업을 키우고 살리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은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정치개혁 등을 언급하며 물타기를 하는 건 잘못된 인식”(전병헌 의원)이라고 방어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물타기 수사 주장은 새정치연합이 아닌, 국민이나 제3당이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행담도 비리에 연루되거나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건축을 위해 막대한 융자를 받기 시작한 시점이 참여정부 때다. 더욱이 노무현 후보 측에 정치자금 3억원을 낸 그가 두 번씩 이상한 사면을 받았다면 국민의 눈엔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성 전 회장의 메모 속 8인이 한결같이 부인하지만 국민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 전 회장이 구명 로비를 벌이다 목숨을 끊은 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정치권의 광범위한 부패 사슬이 드러났다면 정치개혁의 호기로 삼는 건 온당하다. 이는 정파를 떠나 상대의 썩어 가는 뼈만 발라내자고 할 게 아니라 고름이 흐르는 내 살부터 도려내는 자세로 임할 때만이 가능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원-엔 환율 800원대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9수] 심상찮은 800원대 원-엔 환율 시대
원-엔 환율이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898.56원을 기록했다.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토대로 산출되는 원-엔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 약세(원화 강세)를 가리키는 이런 환율 하락 현상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여파가 간단치 않아서다.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이런 추세가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작아 더 그렇다. 일본이 돈 풀기 정책인 양적완화를 계속 밀어붙일 태세인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증권시장에 외화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미 우리 경제에 짐이 된 상황에서, 그 짐이 더 무거워지게 생겼다. 일본 업체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업계는 물론이고 여행 등 일부 내수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환율은 경제 전반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가격변수의 하나다. 어떤 나라가 환율을 상향 조정하면 그 나라 통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여러 나라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 방식을 통해 이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일종의 ‘이웃나라 궁핍화’ 정책을 펴온 셈이다. 이따금 ‘통화전쟁’ 따위의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이런 식의 적극적인 환율 조정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원체 여러 나라의 감시와 견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얼마 전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언급한 바도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원-엔 환율이 2009년 2월 1550원까지 올랐던 점 등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환율이) 위든 아래든 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걸맞은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 수출업계의 자구 노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9수] 한은 총재 "경기회복 분기점"… 세계경제와 엇박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날 오전 한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총재는 "올 2·4분기의 경기 흐름이 앞으로의 회복세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우리 경제에도 순풍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나름의 근거까지 제시했다. 소비자심리가 나아지고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경제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 대비 3포인트 오른 104를 기록하는 등 일부 지표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 총재의 낙관론이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세계 경제지표와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날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마킷의 통계를 보면 미국·중국·유로존·일본 등 세계 4대 경제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전월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미국의 지수까지 둔화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제조업 지표가 다시 둔화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도 한국 경제만 유독 순항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이날 원·엔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7년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엔저는 이미 우리 수출 기업들에 치명적인 수준이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은 평균 4.6% 정도 감소할 정도라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침체는 깊고 길었다. 그런 만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통화당국의 수장까지 마냥 낙관론을 펴서야 되겠는가. 그릇된 경기진단은 필경 처방의 오류를 부를 수밖에 없음을 이 총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429수] 공무원연금 개혁,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당초 취지는 잊힌 채 말도 안 되는 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험료율(기여율)은 현재 7%에서 9.5%로 올리고 연금지급률은 연 1.9%에서 정부는 1.7%로, 공무원단체는 1.79%로 떨어뜨리는 데 동의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99.9%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여야가 정한 개혁안 처리 시한(다음달 2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효과가 미미한 안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강 의원 말대로 가면 지급률이 0.11%포인트밖에 줄지 않아 하나 마나 한 개혁이 될 것이다. 지급률을 1.7%로 내려도 마찬가지다. 현재 나와 있는 새누리당안이나 김태일(고려대)·김용하(순천향대) 교수안, 정부기초제시안 등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못 되는 안이다. 이대로 가면 과거 몇 차례 ‘무늬만 개혁’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고, 2017년 이후 다음 정권에서 또 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공무원단체가 실무기구에 끼어들 때부터 예견됐다. 이제 더 이상 공무원단체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여야가 연금특위에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새누리당안이나 정부기초제시안, 김태일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 두 연금의 형평성과 재정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김용하안(보험료 10%-지급률 1.65%)과 공무원단체안 사이 어딘가에서 합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역시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다.
실무기구의 쟁점 중 하나가 공무원연금에서 절감한 돈을 공적연금 강화에 얼마나 투입하느냐인데,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연금 개혁으로 절감하는 돈은 공무원의 양보 덕분에 생긴 게 아니다. 당연히 줄여야 할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돈의 쓰임새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만약 여야가 지금 나온 안처럼 합의할 거라면 차라리 연금 개혁을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9수] 정부·여당, 공무원연금 개혁 원칙도 소신도 잊었나
재직기간 1년당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평균 급여의 1.9%(30년 57%)에서 1.25~1.5%로 낮추겠다고 날을 세웠던 새누리당과 정부가 갑자기 흐물흐물해졌다. 결국 1.7%대 타협안을 받아들일 모양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야당 간사인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8일 "지급률 1.72%와 1.79%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30년 재직자가 받는 공무원연금이 새누리당 원안보다 평균 월 67만원, 정부 기초제시안보다 33만원가량 덜 깎인다. 월 연금액이 현행 255만원에서 231만~240만원으로 줄어드는 정도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바탕 정치쇼에 놀아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공무원연금 개혁의 목표는 향후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보험료와 연금이 수지균형을 이루게 해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정부와 공무원이 보험료를 10%씩 또는 9.5%씩 낼 경우 재직기간 1년당 1.25%(30년 37.5%), 1.19%(30년 35.6%)의 연금을 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타협안은 수지균형 수준보다 40~50% 많은 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원,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원의 혈세가 들어가 개혁에 나섰는데 이런 식이라면 재정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은 보험료가 올라 적자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본질이 드러난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의 부작용을 겪은 일본 공무원은 10월부터 일반국민과 똑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는다. 양쪽 다 1.57% 수준이던 연금 지급률이 2058년까지 1.05~1.28%(30년 32~38%)로 낮아진다. 일본 국민소득의 66% 수준인 한국의 타협안보다 박한 연금을 타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은 연금개혁에 성공했지만 우리는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원칙도 소신도 없이 공무원단체와 야당에 휘둘린 탓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29수]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 이게 끝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1심과 달리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결과다. 이 선장의 형량은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늘었다. 반면 이 선장을 제외한 승무원 14명은 모두 감형됐다. 승객을 보호해야 할 선장이 자기 목숨만 구하자고 수백 명을 희생시켰다면 엄하게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선장에 대한 살인죄 인정 판단 기준은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렸는지 여부였다. 1심에서는 이 선장이 탈출 직전 퇴선 지시를 했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퇴선 명령이 없었다고 봤다. 광주고법은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퇴선 방송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전혀 없었던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이 선장이 승객 퇴선 명령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양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 이 선장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한 재판부의 조치는 법적 신뢰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라는 이유로 승무원 전원을 감형한 데 대해 유족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선원들이 승객보호 책임을 유기한 채 그들만 살겠다고 빠져 나온 행위는 이 선장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재판을 통해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책임 소재는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책임은 선장과 선원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승객이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당한 것은 크게 보아 정부와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한 탓이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이유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선장과 선원들을 단죄한들 충분치 않다. 이런 당위에도 불구하고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기 위한 진상조사는 1년이 지나도록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이 유가족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위원들이 그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특조위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해나갈 수 있게 시행령을 만들자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수준으로 묶어두는 수정안을 고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조위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특조위를 허수아비 관제기구로 만들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진상규명의지가 있다면 특조위,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시행령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9수] 유동성 파티를 즐길 만큼 경제상황 한가롭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조하는 “강하지는 않지만 회복세가 진행 중”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재정과 통화정책 수장의 연이은 경제낙관론의 논거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호조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한 편이다. 실제 소비는 물론이고 수출마저 기세가 꺾인 게 현실이다. 희망을 얘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은 유동성 장세를 경기 회복세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의외다.
물론 요즘 자산시장은 뜨겁다. 주식시장은 이렇게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고, 코스닥은 묻지마 투자 양상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1분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분양·경매시장은 북적이고, 한때 16만가구를 넘어섰던 미분양 주택은 3만가구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오른 것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외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활황 역시 규제완화와 정부의 빚내 집 사라는 정책, 전세난 등이 겹친 결과다.
하지만 내수의 바로미터인 유통가의 매출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수출도 빨간 불이다.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확연히 줄었다. 어제는 원·엔 환율마저 7년여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엔화 약세는 아베 정권 등장 때부터 계속된 추세적 상황이어서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기술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마저 위협받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중국관광객마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관측은 지나치게 안이하고 낙관적이다. 빚을 내 파티를 즐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산시장에 머물던 돈은 한순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은행돈 빌려 투자했던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게 된다. 경제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타개하기 위한 단기적 부양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에 못지않게 지속성장을 위한 경제 체질 변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 근간이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구조개혁을 통해 투자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9수] ‘부산의 미래’는커녕 ‘토착비리 백화점’이라니
부산시는 지난 2005년부터 부산 기장군에 국내 최대의 도심형 해양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해왔다. 이 야심 찬 사업은 ‘부산의 미래’라 일컬어졌다. 그러나 그 초대형 프로젝트는 10년이 지난 지금 ‘부산의 미래’는커녕 ‘부산의 토착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이 사업은 외자유치로 초대형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울 때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 우려대로 외자유치 건은 줄줄이 실패로 돌아갔다. 막대한 금융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부산시가 2009년 사업주체를 산하기관(부산도시공사)에 넘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테마파크’는 사라지고, 상가와 숙박시설 분양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때부터 ‘던져진 고깃덩이(특혜분양 및 임차)’를 차지하기 위한 아귀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부산시의회 의원 및 시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직원, 경찰관, 롯데몰 현장소장, 부동산개발업자 등이 복마전에 뛰어들었다. 3억원대의 현금과 룸살롱 및 요트 접대를 받은 도시공사 전문위원과, 현금 수천만원을 받은 시 의원과 군청공무원, 가족 및 친척 명의로 롯데몰에 입점한 경찰서 계장 등. 특히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은 사업자(롯데몰)에 편의를 봐주고 퇴임 후 가족의 이름으로 상가를 임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의 복마전에는 이렇게 인허가 선상의 사람들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기막힌 노릇이다. 지난달 시작된 검찰 수사는 40여일 만에 사업을 총괄했던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 등 10명을 구속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앞으로도 건축 인허가와 교통·환경영향 평가에서 사업주에 특혜 혹은 편의를 제공했는지 전방위 수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의 장기화 때문에 모처럼 활기를 띠었던 국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검찰 수사 때문에 사업차질을 빚는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 부산에서 ‘토착비리’라는 퇴행적 용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마침 검찰이 “독버섯 같은 비리들 때문에 사업이 10년 넘게 표류한 것”이라고 했단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좀 늦으면 어떤가. 드러난 비리의 민낯을 말끔히 도려내어 투명성을 확보해야 ‘부산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9수] 누리예산 파동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어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지방 교육청들은 총 1조원까지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보육 대란’ 위기에서 급한 불은 일단 끈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채권을 발행해 누리예산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시적인 법이기 때문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은 대선 공약인 교육복지 사업이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세수가 크게 줄자 돈이 없는 정부로서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대책이 없는 정부는 예산집행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놓고 나 몰라라 했다.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은 올해 들어 1~3월 석 달치 예산을 편성해 집행했지만 이달 말부터 예산이 바닥나자 전북도와 강원도 등의 지자체들이 어린이집에 운영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사이 정부와 지자체는 무상보육 예산 부담 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떠넘겨 왔다. 법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대선 공약을 떠안은 지자체로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악화되자 여야 대표는 지난달 10일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 5064억원 집행을 4월 중에 동시에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에 따라 어제 지방채를 발행하는 한시법인 지방재정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누리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재발할 수밖에 없다. 누리예산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무상복지의 후유증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우여곡절 끝에 지급액이 결정됐지만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인 무상복지·교육 공약은 더 있다. 대표적인 게 고교 무상교육이다.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누리예산 파동은 한숨을 돌렸지만 가뜩이나 빚이 많은 지자체들은 또다시 빚잔치를 벌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는 솔직히 사정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고교 무상교육 등을 시행하기 어려워진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꼭 지켜야 할 공약은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재원 마련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국민이나 기업의 양해를 구해 증세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9수] 도전하는 이들을 응원하자
내수는 포화상태고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럴수록 정부는 정책자금을 늘리고 정치권은 중소기업,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규제입법을 만들어낸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언더도그마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160개가 넘고 정책금융은 GDP의 6%로 OECD 최고인데 중소기업들은 늘 돈가뭄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10년간 3조원 이상 퍼부었는데 매출은 반토막 났다. 빈 가게는 늘어만 가고 한계 중소기업은 끝이 없다. 보호 울타리를 쳐주고 보조금을 퍼붓는다고 살아나는 게 아님을 새삼 확인케 한다.
하지만 어제자 한경에 실린 세 가지 사례는 희망을 품게 한다. 외국 거대 브랜드에 질 좋고 값싼 옷으로 도전하고, 해외 본고장에 나가 최강의 상대와 한번 겨뤄보겠다는 기업들이 있다. 상인 평균나이 56세로 갈수록 고령화되는 전통시장에선 젊은 청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들은 눈먼 정책자금을 좇거나 시장이 포화라고 불평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도전의식으로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새 시장을 여는 데 승부를 건 사람들이다. 부족한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상상력일 뿐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유니클로 제압하겠다는 탑텐의 출사표
일본 유니클로의 아성에 토종 SPA 브랜드 탑텐(신성통상)이 도전장을 던졌다. 수십년 노하우를 가진 유니클로는 올해 국내 매출 1조원대를 넘본다. 유니클로의 공세에 웬만한 중견 브랜드들조차 속속 사업을 접어야 했을 정도다. 그런 유니클로를 출시 3년밖에 안 된 탑텐이 따라잡겠다니 일견 무모해 보인다. 심지어 직원들까지 만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탑텐의 고속성장세를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2013년 83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800억원을 예상한다. 믿는 구석도 있다. 갭 랄프로렌 월마트 등의 OEM 업체로 성장하면서 누구보다 싸고 좋은 옷을 만들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한경(4월28일자 A20면)과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다가 ‘황소개구리’에게 먹혀 죽느니 크게 한번 맞짱을 떠보자는 절박함으로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의지라면 못할 것도 없다. 삼성 LG조차 두 손 든 일제 코끼리밥솥을 OEM 중소기업이었던 쿠쿠가 밀어냈듯이 말이다.
* 미국서 KFC와 맞짱 뜨겠다는 BBQ의 도전
치킨프랜차이즈 기업 BBQ가 5년 안에 미국에 매장 1만개를 열겠다고 한다. 프라이드치킨의 원조인 미국에서 치킨으로 KFC 맥도날드와 한판 붙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현재 30개국 500여 매장이 전부인데 2020년까지 이를 5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지금의 100배다. 황당하기까지 한 이 도전이 과연 가능할까.
BBQ의 미국 진출은 벌써 10년이 다 돼가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탓에 매장은 70개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방식으론 한계가 뻔했다. 이때 새로 찾은 활로가 스포츠 경기장이다. 미국은 하루 400만명이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 천국이다. 경기장마다 BBQ 간판이 생긴다면 폭발적인 잠재력을 기대할 만하다. 미국시장 개척 10년 만에 얻은 노하우다. 현지 외식전문업체와 제휴해 3대 프로스포츠인 풋볼·야구·농구 경기장에 2017년까지 92개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125개 대학 경기장엔 간이매장도 들어선다. 경기장마다 BBQ 간판이 걸리면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살 길이 열린다.
* 전통시장 탈바꿈시킨 청년상인들의 패기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을 2030세대 청년 창업가들이 생기가 도는 시장으로 바꾸고 있다는 한경 보도(4월25일자 A1·5면, 4월28일자 A8면)다. 이들은 출신도 다양하다. 대기업 직원, 국회의원 비서관, 통역사, 호텔 요리사, 의상 디자이너 출신이 있는가 하면 비보이, 연극판 출신도 있다. 남들이 가는 길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다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이들이다.
전주남부시장에선 빈 가게에 청년들이 점포 33개를 열어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일 정도다. 그 덕에 기존 점포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빈 점포가 즐비한 서울 구로시장은 문화예술을 접목한 청년상인들의 영플라자덕에 손님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청년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 경험이 일천하다. 그러나 패기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도전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수를 보낸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9수] 보험사더러 소송하지 말라는 금감원 제정신인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근절하는 대책의 하나로, 금융회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내부에 소송관리위원회까지 신설토록 하겠다고 한다.
전체 금융분쟁 소송의 97.2%를 보험회사가 제기하는 상황이다. 물론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소송을 남발해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 자체를 막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보험회사가 법적 다툼이 있는 사안에 대해 소송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막아야 선의의 보험가입자가 보호된다. 이는 보험의 대원칙이다. 보험금의 누수를 막는 것은 보험회사의 기본적인 책무다.
그렇지 않아도 보험사기가 급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 해도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 2014년 599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관련 혐의자도 지난해 8만4000여명이나 됐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포함하면 연간 피해액이 4조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한다. 최근엔 람보르기니 벤츠 같은 중고 고급 외제자동차를 동원한 소위 ‘칼치기’나 고의충돌 같은 보험사기가 잇달아 다수의 보험가입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감원이 이런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며 국회와 특별법까지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보험회사의 소송을 막아 악성민원이든 사기민원이든 무조건 다 들어주라는 식이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관련 부서에선 진작부터 구두로 보험회사에 소송을 회사 규모에 따라 월 1~2회로 제한토록 압력을 넣어왔다고 한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감원이다. 더구나 한 지붕 아래에서 A부서와 B부서가 하는 일이 엇박자를 내니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말없는 다수의 가입자이지, 보험사기꾼이 아니다. 금감원이 왜 이러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9수] 중견 우량기업만 타깃된 유보금과세 잘못 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도입 발표 때부터 불거졌던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코스피200 기업의 2014년 결산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이들 업체의 총배당액은 14조429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22.8%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경기 활성화에 필요한 투자는 62조5,003억원으로 6.7% 줄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보다 배당을 선택해 사내유보금 과세를 피하려 한 것이다. 배당을 늘렸다고 정부 기대대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배당액을 올리면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10대그룹 상장사의 배당액 9조1,432억원 중 40% 이상이 외국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한다.
사내유보금 과세 대상도 코스피200 기업의 17%인 34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덩치가 큰 대기업들일수록 과세를 비켜가고 있다. 대신 중견기업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투자나 배당이 용이한 코스피 상위 10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과세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투자나 배당 여력은 없는데 유동자산이 많아 부채비율이 낮은 중견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처지가 된 것이다.
자동차부품사인 서연은 대기업보다 많은 153억원이나 부담해야 할 판이다. 디와이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15%를 유보금 과세로 내놓아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견기업 상당수가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한 세금폭탄을 맞을 공산이 큰 것이다.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힘든 상황에 세금부담까지 커진다면 기업 할 의욕만 잃을 뿐이다.
투자 등 기업 경영활동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제하려 할 경우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이근영(선임기자)-20150429수] 위험 예측과 전문가 책임
81년 만에 다시 닥친 네팔 지진은 예견됐다고 한다. 지진 위험을 예측할 과학자의 책임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2009년 4월6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309명이 숨졌다. 공교롭게도 정부 자문단이 라퀼라를 방문해 큰 지진의 위험이 없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자문단은 한 비전문가가 라돈가스 배출량으로 큰 지진을 예고해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자 파견됐다. 자문단장은 회의를 열기도 전에 “작은 진동은 큰 지진으로 이어질 에너지의 분출을 도와준다”는 비과학적 발언을 했다. 심지어 “이제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셔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자문회의는 겨우 45분 동안 열렸다. 자문단의 과학자 6명 중 4명은 바로 자리를 떴다.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한 의사가 자문단을 고소했고, 1심에서 자문단 모두에게 과실치사죄가 적용돼 6년형이 선고됐다. 과학계는 제2의 갈릴레오재판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문단장의 방송 인터뷰를 보고 피난처에서 집으로 돌아와 숨진 사람만 29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잘못된 예측 때문이 아니라 성실하게 위험 진단을 해야 할 자문단의 ‘태만과 경솔’을 유죄 사유로 들었다. 갈릴레오도 지동설 때문이 아니라 성경과 다른 내용이면 교황청에 알리도록 돼 있는 보고 의무를 어겨 재판에 회부됐다.
월성원전 1호기를 수명 연장해도 안전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1~3월 세 차례에 걸쳐 34시간27분 동안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토론에 거의 참여하지 않다가 막판에 ‘투표로 결정하자’는 발언만 했다. 3차의 속기록 문자 수는 61만5천자로, 이 위원의 발언은 0.24%(1500자)에 불과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2013년 11월부터 3월17일까지 34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한 위원은 17번, 다른 위원은 16번 참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위원은 25차 동안 16번 회의에 불참한 끝에 중도하차했다. 라퀼라 재판은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을 곱씹게 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429수] 피리를 불면 춤을 춰야지
지난주, 우연히 정현종(76) 시인의 등단 50주년 축하연에 끼어들게 됐다. 출판계 지인을 만나러 간 자리가 알고 보니 문학과지성사에서 연 시인의 50주년 기념 시집 출간파티였다는 그런 사연이다. 황동규 시인, 소설가 복거일, 김원일 선생 등 처음 보는 쟁쟁한 문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라는 시를 좋아했다는 것 말고는 시인과 개인적인 연이 없었기에 한정식집 한쪽에 조용히 앉아 고기만 꾸역꾸역 먹어대던 참이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다름 아닌 ‘문인들’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 건 자리에 몇 차례 술이 돌고 행사가 마지막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지금부터 축하 공연이 있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소설가 복거일 선생이 하모니카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다. 조용한 식당 안, 필자는 제목을 알 수 없는 옛 노래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처연하고도 경쾌한 하모니카 소리. 자리에 앉아 있던 평론가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무대로 등장해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곡이 시작됐다. ‘봄날은 간다’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이번엔 주인공 정현종 시인이 흥을 참지 못하고 뛰어나왔다. 노래를 흥얼흥얼 어깨를 둥실둥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문인들이 함께 음악에 빠진 순간, 진짜 봄이었다.
뒤풀이에서 정현종 시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까 너무 멋졌습니다.” 시인이 이렇게 답한다. “나는 피리를 불면 춤을 추는 사람이야. 요즘 사람들은 피리 소리가 들려도 춤을 안 추더라고.” 단순히 즐기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를 읽었다. ‘인사’라는 시다. ‘실은/시가/세상일들과/사물과/마음들에/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모든 시는 인사이다’. 그리고 시집 뒤편에 실린 이런 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시를 자기 과시용 수단으로 사용하는 시인들입니다. (…) 그런 사람은 가짜 시인입니다.”
정현종 시인이 말하는 진짜 시인은 세상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이다. 옆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웃는다. 울고 있는 이가 있으면 함께 운다. 너무 당연한 인간적인 소통이 특별한 재능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라서일까. 재해로 고통받는 나라를 돕자는 이야기에 “나 살기도 힘는데 무슨”이라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어서일까. 시인의 말이 자꾸 맴돈다. 옆에서 피리를 불면 춤을 춰야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429수] 에베레스트 높이
네팔을 강타한 지진으로 벌써 4000명 넘게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네팔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산악국가. 지구상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칸첸중가, 로체, 안나푸르나 등 세계 14개 고봉(高峰) 가운데 8개가 이곳에 있다. 이런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은 그 자체로 경외의 대상이고,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신들의 땅’이며, 불교와 힌두교 등 종교의 발상지다. 사람들도 히말라야 만년설처럼 순수하다.
산악인들에게 네팔은 영혼의 고향이다.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대부분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를 8848로 쓰는 것도 에베레스트를 향한 애정 때문이다. 재난구조 활동을 위해 오늘 네팔로 떠나는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완등자 엄홍길 대장의 전화번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에베레스트의 정확한 높이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8848m는 1955년 인도탐사대가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측정한 높이다. 1999년 미국 탐사대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측량한 결과는 8850m. 당시 탐사대는 눈, 얼음의 두께 때문에 1m 정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지질조사국은 2005년 탐사대를 정상에 올려 빙설탐측레이더로 측정한 결과 8844.43m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의 상징성 때문에 공식적으로 8848m를 고수하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의 충돌에 따라 지진 등 지질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70~80년에 한번씩 대형 지진이 일어났다. 평소에도 인도판의 이동으로 한 해 북쪽으로 3~6㎜, 위로는 5㎜씩 솟아오른다는 추론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높이가 낮아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질학자들이 이번 지진으로 또 한번 에베레스트산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고도가 높아질지, 낮아질지는 몰라도 현재 높이 8848m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난이지만, 인류의 따뜻한 손길로 히말라야 대자연 속에 사는 네팔인들이 하루빨리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길 기원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29수] 대통령의 건강
1933년 취임해 뉴딜 정책으로 미국에서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39살의 나이에 뒤늦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가 무척 불편했다. 하지만 재임 중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 정력적으로 거침없이 일하는 강인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열적이고 방종한 연애 이력에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세계 최초로 진행된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에서 젊고 싱싱한 이미지로 공화당의 닉슨 후보를 눌렀다. 당시 TV 화면에 비친 닉슨이 창백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병색이 완연해 보였던 탓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케네디가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부족으로 발생하는 에디슨병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만성적인 요통 증세가 있었고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았다. 수시로 대장염에 노출됐으며, 요도염 재발도 잦았다. ‘미드웨이 해전’에 따르면 케네디는 1942년 태평양전쟁에 해군 장교로 참전했고, 건강 문제를 은폐하고자 입영 서류를 조작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다량의 진통제와 항생제 처방, 물리치료사의 치료를 받았다. 체중의 급격한 감소로 고생했지만, 건강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가 그가 46살 때 암살되자 한참 만에 평전 등을 통해 드러났다.
‘머리를 빌려 쓴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경호원들과 함께 새벽에 조깅을 하며 건강을 과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되자 한국 나이로 일흔을 넘긴 탓에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악성 루머가 돌아다녔다.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증명하려고 그는 고령에도 전국의 유세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이후 대통령 임기 후반에 오후 일정을 완전히 비워 뒀다는 소문들이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남몰래 했는데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가 슬쩍슬쩍 됐고, 이해찬 전 총리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자 언론은 “주요 국가 정보 관계자들이 그 부분을 주목했을 것”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인 4월 16일 출발해 12일간의 남미 순방을 떠나 27일 새벽에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인두염과 위경련 등으로 1~2일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오늘까지 아무런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했다. 과문(寡聞)해서 그런지 역대 현직 대통령 중 아프다는 발표는 물론 병으로 일정을 비워 뒀다는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도 처음 듣는 듯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병환이 없이 건강해서 그런 발표가 없었다기보다 대통령의 건강이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이라 극비에 부쳐졌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와병에 대한 공표는 신선한 발상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춘호(논설위원)-20150429수] 100세 작가 시대
100세 작가가 쓴 작품을 찾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적어도 지난 세기까지는 그랬다. 소위 거장들이라고 해도 마지막으로 쓴 작품들은 보통 70~80대에 발표한 것들이다. 빅토르 위고는 72세때 ‘93년’을 마지막으로 집필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70세에 ‘부활’을 발표했고 78세에 마지막 작품인 ‘인생 독본’을 펴냈다. 헤르만 헤세 역시 80세까지 작품을 출판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사망하기 1년 전인 82세에 ‘파우스트’를 끝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달라졌다. 90대 작가들이 쓴 작품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 됐다. 100세 이상의 노인이 쓴 작품이 늘고 있다. 특히 고령국가 일본에서 100세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건강과 장수비결을 얘기한 책이 많다.
국내에서도 이런 책들은 꽤 번역돼 있다. 101세 할아버지가 쓴 일본어 이야기도 있다. 일본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집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출간, 일본에서만 160만부나 팔았다. 100세 때인 2011년 ‘100세’라는 시집을 내면서 서문에 ‘30년을 더 살 줄 알았더라면 뭔가를 해야 했다’고 후회하는 글을 적었다.
미국에선 지난달 109세로 영면한 투자계의 거물 어빙 칸이 102세에 펴낸 벤저민 그레이엄 추모집이 시선을 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고 최태영 박사가 102세 때인 2002년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를 출간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현역 화가인 103세 시모다 도코 할머니의 에세이집 ‘103세가 돼 깨우친 것’이 단연 화제다. 출간된 지 한 달도 채 못 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등극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할 만큼 화가로도 유명하다. 시모다 할머니는 이 책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건 인간의 본능이며 나이가 들어도 그렇다”고 말한다. 또 “‘언제 죽어도 좋다’는 말은 거짓이며 살아 있는 한 인간은 미완성”이라고 한다. 상수(上壽)를 넘긴 영혼의 고고한 울림이 느껴진다. 운명 앞에선 어떤 사람도 무력하므로 항상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 역시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이 1만5000명가량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우리도 곧 있으면 100세 이상 작가의 작품이 곧 나올 것 같다. 노년에는 글쓰기가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말하지 않았나.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한기석(논설위원)-20150429수] 미치오 카쿠의 '우주'
우리가 사는 우주를 설명하는 물리이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요, 다른 하나는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1925년께부터 주창한 양자역학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이 중력을 일종의 힘으로 간주한 것과 달리 기하학적인 부산물로 본다. 즉 천체처럼 질량이 있는 곳 주변은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마치 그곳에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양자역학은 에너지가 양자라고 불리는 불연속의 다발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통일하면 우주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이 완성된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해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가 이른바 통일장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끈이론과 그 최신 버전인 M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간의 충돌을 무마해 만물의 이론을 창출해낼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끈이론에 따르면 전자를 비롯한 소립자를 들여다보면(아직 소립자를 볼 초고성능 현미경을 개발하지 못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string)이다. 이 끈의 진동패턴이 바뀌면서 모든 입자를 만들어낸다. 끈이론은 세상이 10차원 시공간에 있다고 보며 여기서 1차원 더 많은 11차원으로 이해하는 게 M이론이다.
M이론의 최전방에서 우주를 연구하는 석학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본지 주최로 27~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5' 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M이론에 근거해 세상에는 수많은 우주, 즉 다중우주가 있으며 그중에는 우리가 사는 우주와 같은 또 다른 우주, 즉 평행우주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M이론이 빅뱅이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제기된 "빅뱅 이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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