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특별사면제도 개선 논의 ■ 공무원연금 개혁안 →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 무력한 한국 외교 ■ 경제활성화법안 표류 ■ 한국에서 인도로 아시아 기지를 옮기려는 GM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특별사면제도 개선 논의 [한국일보 사설-20150506수] 특별사면제도 개선 논의, 오해 소지만 크다
정부가 어제 오후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특별사면제도 개선 관계기관회의를 열었다. 공휴일에 열려야 할 정도로
시급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회의의 직접적 계기인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부터 생뚱맞다. 박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주일간의 와병 이후 재개한 첫 공식일정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특별사면제도의 개선을 주문했으면, 그만큼
긴박한 사유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 정부 들어 과거와 달리 특별사면이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예가 없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지난해 설
맞이 특별사면이 단행되긴 했으나 5,812명의 대상자에 정치인과 기업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부정부패 관련 정치인이나 개인적
이득을 앞세운 기업인의 사면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만큼은 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켰다. 그 덕분에 이명박 정부
말기의 MB 측근과 정치인, 기업인의 특별사면이 부른 논란을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특별사면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사회적 논의는 완전히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의 특별사면 문제가 상당한 논란을 부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공방의 소재일 뿐이어서 당시 특사의 정치도의적 책임 소재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몰라도 제도개선 요구는 자극한 바
없다. 또한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아닌 최도술 임동원 신건씨 등의 특사가 국민적 논란을 부른 결과 2008년 12월의
사면법 개정과 이듬해 3월의 시행규칙 개정으로 제도적 개선도 이미 나름대로 이뤄졌다.
물론 제도개선 이후에도 MB 정부의 세 차례에 걸친 특별사면이 사회적 논란을 불렀음을 이유로 추가적 제도 개선을 주장할 수는
있다. 다만 당시와 현재의 분명한 차이에서 보듯, 문제는 늘 제도의 성글고 촘촘함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에서 비롯했다. 사면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명시한 헌법을 고친다면 몰라도, 대통령의 의지를 뛰어넘을 어떤 제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희석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스럽게 한다. 그것이 오해라면, 시기적 미묘성에
비추어 오해의 소지를 피하는 것도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치적 지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6수] 우선순위 무시한 특별사면 개선 논의
정부는 5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법무부 차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사면
제도 개선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일주일 만에 병석에서 복귀한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우선 놀랍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휴일임에도 득달같이 회의를 여는 공무원의 영혼 없는
일사불란함이 안쓰럽다.
특별사면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와 배경이 불순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경기 침체와 외교적 고립이란 큰 곤경을 겪고 있는 마당에 특별사면 제도 개선이 과연 국정 우선순위의 앞줄에 둬야 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해 의문이 많다.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의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자신의 발밑까지 밀려온 성완종 추문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위기를 모면하자는 의도로 짐작된다. 또한 4·29 재보궐선거에서 이런 전술이 주효해 상당히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대선 캠프 관계자와 측근들에게 검은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성완종 사건을 특별사면 문제로
덮으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이 나라가 특별사면 문제에 매달려 에너지를 소비할 정도로 한가한지도 심각하게 묻고 싶다. 외교적으로는 일본과 북한 문제를
원리주의적 자세로 다루면서 최악의 외교적 고립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빈부격차와 청년실업은 날로 악화하고 있고, 한국
경제의 큰 젖줄인 수출 여건도 더욱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뻔한 사면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소인배의 어리석은 계산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별사면이 문제가 된다면 조용히 개선책을 모색해 여야 협의를 하면 된다. 이런
식의 떠들썩한 접근은 나라의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 [중앙일보 사설-20150506수] 공무원연금 개혁안, 이대로 국회 통과해선 안 된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률안이 오늘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상정된다. ‘반쪽 개혁안’ ‘6년짜리 안’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여야가 합의를 내세워 신호 위반을 하고 달리려는 것 같다. 우리는 국회가 문제투성이 법률안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법사위든 본회의든 국회의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해 반대표를 던져주길 기대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과 제도 통합을 통한 형평성 제고, 30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재정 안정 확보 등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국민연금과 통합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과 일치시킨다는 명목으로 국민연금에서 좋은
점만 갖다가 집어넣었다.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당초 2031년에 65세가 되게 늦추려다 2033년으로 개악했다.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당겼고, 비(非)공상 장해연금을 넣었다. 말로만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제고한다며 흉내를
내놓고,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위한 밑그림을 내놓지 않았다. 300만원 이하 중하위 소득 구간의 공무원들은 이번 개혁으로 오히려
연금이 더 올라간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들어가면서 코미디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시한에 쫓긴 졸속 개혁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여야는 논의 과정에서 물건 흥정하듯 적정한 선에서 타협했다. 이 때문에 당초 새누리당이 제시한 수정안보다 84조원이나 돈이 더
들게 됐다. 수지 균형은커녕 적자가 더 벌어지게 생겼다. 내년에 9조원을 시작으로 70년 동안 1654조원을 국민 호주머니에서
공무원연금에 채워 넣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할 때 ‘하루 100억원의 적자’를 강조했는데, 이
목표는 6년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200억원의 보전금이 들어가는 시기도 당초 2022년에서 2028년으로 6년 연장됐을
뿐이다. 그래서 6년짜리 개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도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지급률을 20년에 걸쳐
깎는 점을 지칭)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못 미쳐 아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게다가 난데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40%→50%)까지 끼워넣는 바람에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번 졸속 합의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 두 사람은 실무기구의 안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합의를 위한 합의’를 했다. 끝까지 고수해야 할 만한 가치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국민들은 두 사람의 오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미봉책보다는 나라의 앞날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무겁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양 당
국회의원들도 대표끼리 합의한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찬성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며칠 사이에 국민들이 이번 합의안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표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새누리당과 당 지도부의 지력이 의심스럽다
공무원연금 제도 변경안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 내는 돈이나 받는 돈, 그리고 정부 지출로 보면 개혁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애초 노조와 밀착해 개혁의지 자체를 의심받아온 야당은 그렇다고 치자. 집권 여당 지도부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협상과 합의
과정도 그렇지만 합의안 발표 이후의 우왕좌왕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아둔한 집권당을 농락하고 빠져나간 노조만 웃게 만들었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꼼수까지 나오면서 합의안의 재정절감 효과부터가 불신의 대상이다. 합의안대로 가면 6년 정도만 적자폭이 조금
줄어들었다가 바로 원위치 된다. 공무원들이 납부하는 기여율이 5년에 걸쳐 2%포인트 올라가고 연금지급액이 5년간 동결되면서 생기는
반짝 효과다. 하지만 연간 2조원대의 적자보전은 6년뿐이다. 2025년 6조원대, 2030년엔 연간 8조원 이상으로 폭증한다.
이러니 향후 70년간 총재정부담이 333조원 줄어든다는 추계도 믿을 수 없다. 이 수치에는 늘어나는 공무원 숫자와 수명 연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1960년 공무원연금 도입 당시 52세였던 평균수명이 지금은 82세다. 30만명을 밑돌던 공무원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1982년 3742명이던 연금 수령자도 지금은 30만명이다. 연간 총재정부담이 30조원에 달하는 차차기
정부(2023~2027년, 합의안 추계로 148조원) 이후 연금 수령자와 연금액은 모두 미지수다.
찔끔 개혁에 20년짜리 일정표를 포함시킨 것도 문제다. 연금 재정은 법에 따라 5년마다 재계산하는데 20년 일정표가 대못 구실을
하게 된다. 5년 뒤에라도 제대로 개혁하자고 하기도 어렵게 됐다. 합의안을 다시 내든지, 법제화 과정에서 확실하게 보완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라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키로 한 것은 코미디였다. 2000만명의 국민연금 골격을
흔드는 그런 조치를 제멋대로 정하고 발표하는 오만은 어디서 나왔나. 국회의원 몇 명이 어떤 국가적 결정이든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
새누리당의 정책 역량과 김무성 유승민 등 지도부의 지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급률, 총재정부담 같은 구체적인 계산까지는
몰라도 개혁에 대한 큰 줄기는 잡아야 한다. 철도 파업 때처럼 갈등 당사자와 팔짱 낀 채 사진만 찍는다고 전부가 아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성격부터가 다르다. 김 대표에게나 새누리당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차이를 묻기조차 면구스러울 지경이다.
국가를 경영할 만한 지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퍼주자는 사회적 경제기본법이나 만들면 딱인 그런 수준이다. 집권 여당 지도부의
지력이 걱정이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황준범(정치부 기자)-2015050수] 공무원연금 이후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조정에 합의하면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라는 새로운 주제까지 합의해 훨씬 더 큰 장이 펼쳐진 것이다.
110만명이 대상인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2000만명이 대상인 국민연금은 사실상 전국민의 이슈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인상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물론 그 논의 과정에 드는 사회적 비용에서도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안에서는 벌써부터 언론의 비판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에 “맞는 말이다”라며 발을 빼려는 듯한 기류가 감지된다. 일단 6일 본회의가 무난하게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논의 시작도 전에 거리두기부터 하는 여당의 태도는 온당한 것일까?
잠시 시계를 한달 전으로 돌려보자.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8인 메모’와 육성
인터뷰가 공개된 게 4월10일이었다. 정국은 이날부터 온통 ‘성완종 리스트’로 뒤덮였지만, 그 직전인 8~9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던 내용을 환기해보자.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는 성장, 경쟁,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새누리당의 오랜 기조에서 벗어나 복지 확대와 증세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야당으로부터 “명연설”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문 대표의 연설에도 똑같이 담긴 내용이다.
성완종 사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정치권은 여야 대표 연설의 실행 방안을 놓고 경쟁에 나섰을 것이고, 여야 내부에서의 노선
경쟁도 가열돼 있었을 걸로 본다. 하지만 여야는 성완종 국면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정략을 가동하며 재보선을 치러내는 데
급급했다. ‘새누리 완승, 새정치연합 완패’로 끝난 여진 속에 여야가 약속 시한을 지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그동안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성완종 사태에 파묻힌 것을 아쉬워하면서 “재보선만 끝나면…”,
“공무원연금만 끝나면…”이라며 별러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당에 던진 공무원연금이라는 숙제만 마쳐놓고 나면 당·청의 정치적
관계든 정책 분야에서든 그간 접어뒀던 날개를 활짝 펼 듯이 말해왔다. 야당도 국민 여론과 공무원단체, 정부·여당 사이에서
‘줄타기’, ‘발목 잡기’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눈치 봐온 공무원연금이라는 굴레를 벗게 됐다.
이제 재보선도 끝났고, 6일이면 공무원연금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한다. 7일엔 새정치연합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올가을
정기국회와 내년 4월 총선 공약을 책임질 새 원내사령탑이다. 여야 모두 소소한 전투와 해묵은 숙제를 마치고, 11개월 뒤 총선을
향한 새 출발점에 서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합의와 동시에 쟁점으로 등장한 국민연금 문제는 이처럼 원점에 선 여야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볼 수 있겠다. 새누리당은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에 앞서 김무성 대표도 조세·복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경제·사회의 근본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밝혀둔 바 있다. 국민연금 문제도 그냥 피할 일은 아니다. 이번 여야 합의를 두고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는 확정이 아니라 목표치”라고 말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새누리당도 공적연금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한달 전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 담긴 자세로 돌아간다면, 피할 주제가 없을 것이다. 여야 모두 기다려온 ‘공무원연금 이후’ 아닌가.
→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한국일보 사설-20150506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진지하게 논의 시작해야
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합의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
동의가 우선”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이를 의식해 한 발 빼는 모습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안을 팽개치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진행돼온 줄다리기가 여야가 뒤바뀐 채
재연되는 형국이다. 또 한번의 사회적 대타협을 일궈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에 대한 당정의 소극적인 자세는 이해가 간다. 연금 지급액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아니면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나거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기금 고갈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운용방식대로라면 2060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추정이 일반화 돼있다. 현 상황에서는 어느 경우든 선뜻 택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6.7%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장차 연금 지급액을 높여준다고는 하지만 당장 보험료를 두 배 가까이
내라고 하면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에 재정을 쏟아 부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서 국민연금 강화의 필요성도 시급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다. 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3%로 회원국 평균치를 밑돈다. 게다가
조기퇴직이 빈번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아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베이비붐세대
퇴직자가 쏟아지지만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기능은 열악한 형편이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두
차례의 개편을 거치며 2028년 40%까지 축소된 상태다. 연급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느냐다. 국민연금 강화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과제라면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국민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두 개의 상반된 명제 속에서 적정선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폭을
반드시 10%포인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기구와 국회 특위의 역할은 이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여야는 물론 공무원,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로서도 논의가 성과를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모처럼 찾아온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기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 무력한 한국 외교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수] 무력한 한국 외교, 사람과 전략 모두 바꿔야
우리나라 외교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외교 전략을 주도적으로 펼치기는커녕 한반도 관련국들에 대한 우리 입지마저
좁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기존 진용과 접근방식으로는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전략과 체제, 사람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무
력한 한국 외교를 실감케 한 최근 사례는 미-일 신밀월 체제의 구체화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과거사
문제에서 역주행한다. 미국은 은근히 ‘과거사 묻어두기’를 우리나라에 요구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일본의 군사역할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밀어붙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는 미-중 사이에 낀 우리 처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권 3년차를 맞았지만 핵심 외교전략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도 개선될 조짐이 없다.
외교 위기가 이렇게 심화하는데도 정부는 무신경하다. 4일 국회에 나온 윤병세 장관은 반성하는 모습 대신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나’라는 식의 태도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한-미 관계와 관련해 전작권 환수 재연기, 방위비 분담 협상,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성과로 꼽은 것도 급변하는 현실과 동떨어진다. 박 대통령이 중-일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린 반둥회의 60돌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남미 순방에 나선 것은 우리 외교 전략이 얼마나 겉도는지 잘 보여준다. 이렇게 가다간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조차 잃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우선 인적 쇄신이 절실하다. ‘자화자찬 외교’의 진원지인 윤병세 장관은 이미 외교의 구심점이 될 역량을 잃었다. 외교안보 전략의
가온머리(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책임자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어떤 식으로든
정비가 요구된다. 외교 전략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다시 설정하고 적절한 실행 방안과 체제를 갖추는 것은 더 중요한 과제다.
‘미·일 대 중국’이라는 대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균형외교가 필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꼭 필요한 수준에서 제어하면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외교 재정립에 핵심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반도 관련 현안을 방치한 채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사안별로
대처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외교 주도력이 생길 수가 없다. 정부는 사태의 급박성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는 곧 내리막길을 걷게 되며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외교를 재정립해 실행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경향신문 사설-20150506수] 박 대통령, 윤 외교장관 사퇴론 왜 나왔는지 아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그제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의원들은 “정부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며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가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는 사이
미·일 신밀월 상황이 전개되고, 대립하던 중·일은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일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한·중관계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남북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미·중 경쟁의 틈에서 정부는 눈치만 살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스스로 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미·일
신밀월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 더 높은 수준이라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더 의존하고 있는
점을 미·일동맹보다 우월한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마치 한국과 일본 가운데 누가 더 대미 종속적인지 경쟁하라고 주문받은 것처럼
대답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낫다 해도 그 쓸모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거는 것도 아니다. 미·중 경쟁의 상황에서 오히려 한·미동맹이
한국의 발목을 잡는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주장,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견제가 좋은 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 장관이 지난달 비동맹운동의 시발점이 된 반둥회의 60주년 행사에는 불참한 채 남미 4개국을 순방하는
도피외교를 하는 사이 중·일은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을 저울질했다. 한국이 자칫 외교적 고립에 처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윤 장관은 과거사와 외교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고 하지만, 말로만 그럴 뿐이다. 여전히 과거사·외교 현안 융합외교를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한·일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윤 장관은 아마 정세 변화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걸 외교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동하는 건
다르다. 외교부가 그동안 행동한 결과는 추종외교, 눈치외교, 도피외교였다. 잘한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윤 장관은 지난 3월
한국 외교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두고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라고 역공을 했던 태도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여야 의원이 윤 장관 사퇴를 촉구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소신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그를
신임했다. 한국외교가 영영 길을 잃을지 걱정이다. ■ 경제활성화법안 표류 [중앙일보 사설-20150506수] 경제활성화법안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국회가 오늘 하루 남은 4월 회기 안에 여야의 이견으로 발목 잡혀 있는 ‘경제활성화법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1분기 실질경제(GDP)성장률은 0.8%였다. 최근 각 기관마다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춰 잡고 있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올 경제성장률을 3.3%로 수정 전망했다.
그동안 3.8% 성장 목표치를 꾸준히 제시했던 정부가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경제활성화법안을 당리당략의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가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대표적 법안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일명 학교 앞 호텔법)’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다. 두 법안 모두 2012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3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초기부터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옛 미 대사관 숙소 부지에
추진하는 특급호텔 건설이 쟁점이 돼 왔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숙소 문제 해결 등의 수요와 맞물려 이견이 좁혀진
상태였다. 그러다 최근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후 야당이 ‘대한항공 특혜 법안’이라며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의료 민영화’의 가능성으로 인해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여야는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하고 이번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도
법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여야 간 힘겨루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이 ‘성완종 특검법’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치 때문에 경제가 희생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안이 통과돼도 경제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
총선까지 선거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낡은 규제를 풀 골든타임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506수] 경제살리기법 표류가 국회 선진화인가
국회가 극심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각종 경제살리기 법안들이 다시 6월 국회로 이월될 참이다. 오늘 4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잡혔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관광진흥법 등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치고 있는 꼴이다. 이는 청년 구직난과 기업의 영업수익 악화 등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안건을 표결 대신
합의 처리하도록 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는 ‘갑(甲)질’이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 국회가 ‘합의의 덫’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표를 의식해 다수 국민보다는 이해집단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가
상례화되면서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연금 ‘개악’과 같은 기형적 결과를 도출하기는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절충은커녕 통과도
부결도 안 시키고 법안들을 무기한 표류시키기 일쑤다. 2012년 7월 상정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1000일이 넘도록 낮잠을 자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학교 앞 정화구역에 유해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과 의사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도 먼지만 쌓이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부지하세월로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계속 처지고 있다. 우리가 의존하는 양대 시장 중
미국은 생산기지 유턴이 이어지며 제조업 일자리가 늘고 있고, 중국도 가격경쟁력과 기술 혁신으로 한국의 주력 산업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탈출구는 핵심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미래 먹거리를 찾거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도
야권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의료법, 관광진흥법 등의 합의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서울에서 빈방을 구하지
못한 유커(중국 관광객)들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우리보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싱가포르가 고급 의료관광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살리기법이 겉도는 원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꼽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수결 원리를 부정한 이 법을 앞장서 만든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니다. 뒤늦은 위헌 제청으로 이런 자승자박이 풀릴지도 의문이다. 오늘 임기를 마치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제 상대를 케이오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 부분은 받아들여 타협하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대로 보건·의료 부문은 일단 빼고 서비스산업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했어야 했다. ‘의료 민영화’를 부른다는 야당의 반대 논거의 타당성은 추후 재개정 시 다시 따지더라도 말이다.
현행 헌법과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국회가 작심하고 나서면 대통령이 임기 중 법안을 밀어붙일 여지는 거의 없다. 야권이 선거
때마나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심지어 독재 정권을 입에 올리지만 유권자들이 냉소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날치기 처리나
폭력을 막기 위해 선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 여든 야든 ‘의회 권력’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길을 찾는 게 급선무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 한국에서 인도로 아시아 기지를 옮기려는 GM [서울신문 사설-20150506수] 한국에서 인도로 아시아 기지를 옮기려는 GM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을 떠나 아시아 생산·수출 거점을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인건비가 크게
오른 데다 강성 노조가 오래전부터 골칫거리로 떠올랐고 인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회사의 전략과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테판 자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공장을 닫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한국GM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GM이 몇 년 전 한국 공장의 경영개선
작업을 시작했지만 강력한 노조가 난제”라면서 “회사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가 크게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국 대신 인도를 새로운 아시아의 생산·수출 기지로 결정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GM은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재편해 왔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태국에서는 생산 규모를 줄였다.
한국GM은 저비용 수출기지로, GM 생산량의 5분의1가량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50% 가까이 인건비가 올라 일본과
함께 인건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가 됐다. 지난해 한국GM의 생산량은 63만대로, 공장 가동률도 75%에 그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7.2%나 감소한 12조 9181억원이었고, 14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M본사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한 게 부진의 원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IHS는 낮은 인건비에다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인도가 한국을 대신해 GM의 주요 글로벌 생산과 수출 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M은 지난해 인도에서 28만 2000대를 생산했으나 10년 뒤에는 연간 생산량을 57만대로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2025년에는 지난해보다도 3분의1 이상 생산량이 줄어 36만 500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년 뒤에는 상황이 역전돼 인도의 6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GM의 매출은 뒷걸음질치는데 매년 5% 이상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GM은 노동유연성이 높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면 그뿐이다. 근로자의 정당한 요구는 보장돼야 하지만,
노조도 강경 노선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생산라인이 인도로 이전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근로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피해도 불가피해진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한국을 떠나려는 GM , 지긋지긋할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아시아 지역 생산 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다. 그렇게 설(說)이
무성하더니만 결국 한국을 떠날 모양이다. 생산물량 상당 부분을 수출하는 만큼 고환율 탓도 있을 것이다. 인도 자동차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실은 노동비용이 결정적이다. 낮은 생산성에도 고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에 신물이 났을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악몽을 재연하고 싶지 않은 GM의 속내가 읽힌다.
사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GM 자동차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07년에는 96만대를
생산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GM 관계자가 지난 5년 동안 인건비가 50% 오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토로할 정도로 최근
들어서는 인건비 압박에 시달렸다. 더구나 2013년부터 쉐보레 브랜드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63만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는 사이 통상임금 문제로 노조와 끊임없는 씨름을 벌여왔다. 노조는 통상임금을 확대한다는 합의까지 이뤄놓고선 아직도
과거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작 생산성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GM의 공장 가동률은 75%에 그쳤다. 임금은 오르고 노조의 파워는 거센데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기업을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GM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똑같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과 독일의 절반 수준이라는 OECD 보고서도 있다. 시간당 임금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도 한국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노조를 두고 “그들은 오늘 얻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내일을 잃게 만든다”고 일침한 적도 있다. 당장 목전의 이익만
생각하는 나라에서 GM이 떠나려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해외 공장을 시찰한 노조원들도 잘 안다. 그러나 한국에만
돌아오면 투쟁 모드로 곧바로 돌아간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GM, 아시아 생산거점을 왜 한국서 인도로 옮기려는 걸까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아시아 생산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로이터통신은 GM이 올해 말께 글로벌 수출생산기지 재편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인도가 한국을 제치고 새로운 제조·수출
허브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3일 전했다.
GM이 한국에서 발을 빼려는 것은 무엇보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전략 차종인 쉐보레의 유럽 철수로 수출물량이 줄어든데다 내수시장에서도 후발업체에 밀리며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쉐보레 세계 생산량의 5분의1을 떠맡았던 국내 공장의 가동률이 70%대로 떨어졌지만 노조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경영합리화 노력마저 좌절된 상태다. 그런데도 노조는 500%의 성과급에다 차종 및 생산물량 같은 핵심 경영사항까지
보장하라며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다. 노조 일각에서는 GM의 사업축소가 지역경제에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기는커녕 차제에 국내
대기업에서 인수해야 한다는 철없는 주장까지 나온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GM의 현실은 국내 자동차산업, 나아가 제조업 전반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들은 단 1원의 생산단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회사야 망하든 말든 임금과 복지에만 매달리는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행태가 초래할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한푼의
외국자본이라도 끌어들여 일자리를 더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고착된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보기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통상임금이니 정년연장 같은 규제 덩어리만 첩첩이 쌓여가니 한국에서 기업 하기 어렵다는 외국 기업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노동계는 이제라도 제 밥그릇 걷어차는 이기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
최하위권의 노동생산성부터 개선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506수] 후임 총리 인선, 대통령 통치방식 고민이 먼저
남미 순방 후 휴식을 취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주초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으로 공식업무에 복귀했다. 당장 급한 일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후임 인선이다. 이미 총리실에서 흘러나온 ‘총리 후보군’보고서에 오른 인물을 비롯해 여러 이름들이 떠돌고 있다.
무엇보다 산적한 현안 대응을 위해 조속히 정상 국정운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청와대
주변에선 주중 내정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우리 정부체제에서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헌법 상으로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총리가 국정의 주요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돼있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 조항대로 대통령의 포괄적
위임을 전제하면 행정부를 직접 관장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규정한 것도 총리가 단지
대통령의 심부름꾼 이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이 그렇게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후임 인선에 앞서 분명하게 정리돼야 할 것이 총리 활용 방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전 대부분의 총리가
그랬지만, 더욱이 현 정권 들어서는 인선과정서부터 낙마를 거듭한 탓에 단명, 땜질 등으로 총리가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여기엔
권한의 양도 분산을 허용치 않는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 스타일도 큰 몫을 했다. 현재의 난국이 이런 통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면 예컨대 외교 안보(대북문제 포함) 등 역점 부문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여타 정책 행정 부문은 총리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해 내각업무를 지휘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이게 과중한 대통령의 짐을 덜고 핵심 국정목표를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책임을 대통령 일인에게만 지우는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엔 당연히 조직 장악력과 행정력이 갖춰진 실무형 인물 중에서 후임을 고르면 된다. 만약 지금까지의 통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면 또 뻔한 주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렴성과 도덕성에 정파와 지역, 지면(知面)을 넘어선 화합형ㆍ개방형 총리다.
이런 인물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잘 해도 대통령의 이미지 보완형 정도의 상징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박 대통령도
이완구 사임을 국정개혁의 계기로 삼겠다고 언명한 바다. 차제에 총리 인선을 정국분위기 전환의 작은 용도가 아니라, 국정 스타일을
크게 혁신하는 대전환의 모멘텀으로 삼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후임 인선을 보면 정권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6수] 물가와 전셋값에 휘청대는 서민의 삶
정부 공식 통계로 잡히는 물가 수준이 몇 달째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지표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다 보니 디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피부로 느끼는 물가 부담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계층별 경제상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본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4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사실상 두달째 마이너스 물가 상태다. 하지만 통계청이
다달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체 지출액 중 품목별 단순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탓에, 지출 규모가 큰
고소득층의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착시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겨레>가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의 물가 부담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새 교통비나 여행비, 오락 및 문화지출 등 고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의 물가는 떨어지거나 안정된 데 반해, 채소류나 집세 등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대표 품목의 물가는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내수 부진의 여파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정작 서민들은 그나마 물가 안정이라는
혜택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고삐 풀린 전셋값 고공 행진이 좀체 멈추지 않아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주거비는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부담을 더 크게 느끼기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매맷값에 견준 전셋값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서울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의 전세가율이 70%를 넘었고, 14개 강북권 평균 전세가율도
사상 처음으로 70%대를 돌파했다. 전셋값 상승은 당장 서민들의 생활형편을 쪼들리게 할 뿐 아니라 부담을 떠안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를 자극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다시 줄어든 가처분소득이 소비를 줄여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리는 악순환의 기폭제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특효처방은 없겠으나, 더 늦기 전에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등 과감한
재분배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506수] 민간 교류 더 넓혀 남북관계 물꼬 터야
정부가 지난 4일 6·15 남북 공동선언 15주년 공동행사를 위한 남북 사전접촉을 승인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계획대로 다음 달
14~16일 서울에서 이 공동행사가 치러진다면 2008년 6월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천안함 폭침과 이에 따른 5·24 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경색 국면을 면치 못했다.
이번 접촉 승인은 마침 이달 말께로 추진되고 있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 등과 함께 남북 간 경색을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민간 단체인 에이스경암이 신청한 비료 15t의 대북 지원을 승인하고 실무자들의 방북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허용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이는 긍정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최고 지도자의 인식과 의지다.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과 가시적인 성과를 향해 나갈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임기 반환점을 도는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해나 다름없다. 대북 민간 교류를 확대해 남북 당국자 간 대화 통로 개설로 이어지고,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 북한의 대내외 여건은 썩 좋지 않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전승기념 행사 참석이 불발되면서 외교적 고립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김 제1위원장이 신축한 위성관제지휘소를 방문하면서 언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지 모른다. 이렇게 북한이 안으로
움츠러들수록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중요하다. 과감하게 대북 민간 교류를 넓힘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일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최선의 전략이자 궁극적으로 ‘남북교류 2.0’ 시대로 가는 길이다.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506수]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자
제93회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모여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뗐다.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것이다.
헌장은 ‘어린이는 놀 권리가 있으며,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하고, 가정·학교가 놀이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등 5개 항을
담고 있다. 교육감들이 발 벗고 나서 놀이헌장을 만들어 선포식까지 연 까닭이 있다. 어릴 때부터 놀이를 통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사회의 앞날이 어둡다는 인식을 절대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놀이헌장만 선포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놀이시간과 공간을 보장하는
등의 10대 정책까지 발표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사회가 공식 인정하고 지원책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코흘리개부터 치열한 입시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학교와 학부모가 ‘놀이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선언적인 의미로 그칠 수밖에 없다. 학부모와 학교가 되레 놀이헌장의 구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도 있다.
서글프고 뼈아픈 지적이다. 지난해 2월부터 약 한 달간 경향신문이 다룬 ‘놀이기획’에서 지적했듯이 요즘 아이들은 훌라후프의
원리는 알지만 정작 그것을 돌리지 못한다. 체스게임의 원리는 알아도 체스를 두지 못한다. 지적 수준은 높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사이보그형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놀이터에 보내지 않고, 돈을 내고 주어진 틀에 짜인 체험교육을
시키고는 ‘다 됐다’고 만족하기 일쑤다. 그렇게 아이들에게서 ‘노는 자율권’을 빼앗으면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을 띠는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소통하고, 끼리끼리 놀이의 종류와 규칙을 정한다. 자연스레 새로운 상상이 가미된다. 또 어떤 위기나 다툼의
순간에 마주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과 내성을 기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는 것은 세상을 배우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놀이 전문가는 ‘어릴 적
10년간의 놀이가 평생 쓸 삶의 밑바닥 힘을 다지는 토대’라고 한다. 놀이도 때가 있고, 결코 그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놀이가 밥’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부모와 학교가 돼보자. [경향신문 사설-20150506수] ‘괘씸죄’ 부산영화제 지원금 대폭 삭감한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되는 예산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올해는 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당장 지난해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한 데 대한 ‘괘씸죄’를 떠올리게
한다. 영진위가 전체 지원 예산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보복성 조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전주국제영화제 등 다섯 개의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모두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알다시피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부산시와 감사원이 잇따라 부산영화제에 대한 강도 높은 ‘표적 감사’를
벌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부산영화제 옥죄기가 이뤄졌다. 지난 2월 영진위에서
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개정을 추진했을 때도 영화제 외부에서 상영작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판에
이번엔 영진위가 국고 지원 성격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제에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진위 측은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그렇다면
사업 평가위원들이 어떤 자료를 토대로 평가했는지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어야 한다. 그동안 지원금을 1억~2억원 증감할 때도 여러
차례의 조정단계와 협의를 거쳤다는 사실에서도 영진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예산 삭감을 통해 눈엣가시 같은
부산영화제를 손보는 동시에 다른 영화제에는 ‘말을 듣지 않으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엄포가 될 듯하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부산영화제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해마다 15억원 안팎의 적은 국고 지원으로도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1년 넘는 집요한 정치적 압력에 이어 예산 지원을 빌미로 거듭
부산영화제를 흔들어대는 것은 현 정부의 한심한 문화정책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누차 강조하지만 문화예술은 결코 외압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정부와 영진위는 자랑스러운 부산영화제 20년 전통에 먹칠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영화제 지원 예산을 제자리로
돌려놓길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506수] 최차규 공군총장 ‘면죄부’ 감사 안 된다
국방부가 공금 유용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최차규 공군 참모총장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몇 달 전부터 최 총장은 과거 부대
운영비를 횡령하고 가족들과 함께 공관병과 운전병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거 최 총장의 공관에서 근무했던 공관병의 폭로와 공군 내부 투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관련 의혹이
점점 증폭되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의혹을 보면 군 인권센터는 최 총장이 공군 제10전투비행단장 시절 부대 운영비 300만원을 착복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취임한 이후 군 예산으로 1300만원 상당의 옥침대 구입을 포함해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비에
1억 80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등 과도한 예산 유용 의혹도 받고 있다. 최 총장은 군 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나의 리더십이
강한 데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고 부인했다. 집무실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감사 착수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최 총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최 총장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 조심스런 분위기였지만 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들끓는 여론 때문에 마지못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 총장이 직접 요청한 ‘셀프감사’인 데다 전반적인 직무감찰이 아니라 회계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군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감사가 이뤄질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 총장은 ‘갑질’ 의혹을 폭로한 군내 인사들을 색출하라는
지휘 서신을 일선에 보내면서 내부 단속을 시작한 정황마저 드러나는 상황이다.
최근 전투기 정비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예비역 공군 중장이 구속됐고, 일광공영 비리에 예비역 공군 준장이 연루되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산 비리와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고액 상품권을 공군 수뇌부에 뿌렸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공군 참모총장이 비리 척결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저열한 의혹에 연루된 마당에 군 기강 확립과 공군 비리 척결이 어떻게
이뤄질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회계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KAI 의혹을 포함해 전면적 감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면죄부 감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최저임금은 고용을 줄인다는 중소기업들의 호소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과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신규 채용계획을 철회하거나, 채용인원을 감축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40.7%였고, 사업 규모
축소(18.5%), 현재 고용인원 감원(9.3%), 사업장 해외 이전 검토(2.8%) 등이었다. 투자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곳은
28.7%에 그쳤다. 이 역시 일자리를 단기적으로는 줄일 수 있다. 한마디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축을 부를 뿐이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호소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은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크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98.7%(2013년
기준)가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특히 30인 미만 영세기업 근로자가 87.9%나 된다. 영세기업 근로자일수록 실직
위험이 큰 것이다. 더구나 청년 등 미숙련 근로자의 실직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론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실증된
사실이다.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임금기준으로 하위 5%인 근로자의 신규 채용은 6.6% 줄어든다는 게 김대일 서울대 교수의
분석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 월간으로는 116만2000원(주 40시간 기준)이다. 2010년(2.75%) 이후 매년
인상률이 급증한 결과다. 이미 절대금액으로도 세계 상위권이다. 201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14위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로, 미국 일본보다도 높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부 근로자들은 분명 혜택을 보겠지만, 아예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이 많아진다는 역설 역시 명확하다. 아파트 경비원도, 중소기업도 똑같이 호소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임금을 올리자고 해봐야 소용없다. 부디 귀를 열어주길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아파트 층간소음배상액 한달 겨우 3만원이라니
아파트 층간소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피해자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준다. 폭력사건은 물론 심지어 살인사건으로
번질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피해배상제도를 도입한 것도 층간소음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피해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니 도입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3년간 지속적인 층간소음에 시달린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배상액이 최대 114만9,200원으로 한
달에 3만1,900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층간소음 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배상액을 대폭 올린 것이 이
정도다. 이는 반대로 가해자가 한 달에 3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3년 동안 층간소음을 맘대로 일으켜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피해배상 신청을 아예 포기한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서울시에서 배상금을 받아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다. 피해배상액보다 피해를 입증하는 데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증하려면 피해자가 자비를 들여 소음 강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70만원인 반면 1년간 층간소음에 시달린 사실을 입증해도 피해배상금은 7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피해자가 찾지 않는 환경분쟁조정위라면 존재할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소음유발자에게 높은 배상금에다 1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징벌적 방지수단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9%가 "현재 책정된 금액이 낮다"고 답변했다. 현재의 피해배상액은
지나치게 낮은 만큼 가해자의 소음유발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맞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06수] 준법지원인 핑계로 법조계 밥그릇 챙겨주려는 국회
기업의 내부경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2012년 4월 도입된 준법지원인제가 겉돌고 있다. 처음부터 존재이유 자체가 뚜렷하지
않았던 만큼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준법지원인을 둔 곳은 전체
대상(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기업 304개사 가운데 123개사에 불과하다. 중견·중소기업은 준법감시인 신규 채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찮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도 사내 변호사가 겸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감사나 사외이사제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수단이 충분한데다 준법지원인의 역할이 기존 법무팀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준법지원인제는 국회가 우격다짐으로 도입을 시도했을 때부터 기업 현장에 부담만 줄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혜택을
보는 법조인들만 찬성하는 바람에 당연히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 '옥상옥'이라는 비난이 쏟아져나왔다. 하긴 업계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으면 국회가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어물쩍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겠는가.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됐을 정도다.
지금도 준법지원인제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제도가 유명무실화된 원인이 처벌규정 미비에 있다는 듯이 호도하고
있다.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실로 상법에 미선임 기업에 대한 제재 조항을 넣는 것도 모자라 의무공시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법조계의 밥그릇만 챙겨주겠다는 심사가 노골적이다.
국회는 법조계 등 이익단체의 목소리나 대변하는 헌법기구가 아니다. 준법지원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면 대졸 신입사원
5~6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실효성은 없으면서 불필요한 부담만 지우는 제도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제도 자체를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황준범(정치부 기자)-2015050수] 공무원연금 이후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조정에 합의하면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라는 새로운 주제까지 합의해 훨씬 더 큰 장이 펼쳐진 것이다.
110만명이 대상인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2000만명이 대상인 국민연금은 사실상 전국민의 이슈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인상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물론 그 논의 과정에 드는 사회적 비용에서도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안에서는 벌써부터 언론의 비판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에 “맞는 말이다”라며 발을 빼려는 듯한 기류가 감지된다. 일단 6일 본회의가 무난하게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논의 시작도 전에 거리두기부터 하는 여당의 태도는 온당한 것일까?
잠시 시계를 한달 전으로 돌려보자.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8인 메모’와 육성
인터뷰가 공개된 게 4월10일이었다. 정국은 이날부터 온통 ‘성완종 리스트’로 뒤덮였지만, 그 직전인 8~9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던 내용을 환기해보자.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는 성장, 경쟁,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새누리당의 오랜 기조에서 벗어나 복지 확대와 증세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야당으로부터 “명연설”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문 대표의 연설에도 똑같이 담긴 내용이다.
성완종 사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정치권은 여야 대표 연설의 실행 방안을 놓고 경쟁에 나섰을 것이고, 여야 내부에서의 노선
경쟁도 가열돼 있었을 걸로 본다. 하지만 여야는 성완종 국면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정략을 가동하며 재보선을 치러내는 데
급급했다. ‘새누리 완승, 새정치연합 완패’로 끝난 여진 속에 여야가 약속 시한을 지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그동안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성완종 사태에 파묻힌 것을 아쉬워하면서 “재보선만 끝나면…”,
“공무원연금만 끝나면…”이라며 별러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당에 던진 공무원연금이라는 숙제만 마쳐놓고 나면 당·청의 정치적
관계든 정책 분야에서든 그간 접어뒀던 날개를 활짝 펼 듯이 말해왔다. 야당도 국민 여론과 공무원단체, 정부·여당 사이에서
‘줄타기’, ‘발목 잡기’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눈치 봐온 공무원연금이라는 굴레를 벗게 됐다.
이제 재보선도 끝났고, 6일이면 공무원연금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한다. 7일엔 새정치연합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올가을
정기국회와 내년 4월 총선 공약을 책임질 새 원내사령탑이다. 여야 모두 소소한 전투와 해묵은 숙제를 마치고, 11개월 뒤 총선을
향한 새 출발점에 서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합의와 동시에 쟁점으로 등장한 국민연금 문제는 이처럼 원점에 선 여야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볼 수 있겠다. 새누리당은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에 앞서 김무성 대표도 조세·복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경제·사회의 근본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밝혀둔 바 있다. 국민연금 문제도 그냥 피할 일은 아니다. 이번 여야 합의를 두고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는 확정이 아니라 목표치”라고 말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새누리당도 공적연금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한달 전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 담긴 자세로 돌아간다면, 피할 주제가 없을 것이다. 여야 모두 기다려온 ‘공무원연금 이후’ 아닌가.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506수]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지나치게 늦었지만 비틀스의 팬이 됐다. 지난 주말,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폴 매카트니(73)의 ‘아웃 데어(OUT
THERE)’ 공연을 다녀온 후다. 어렵게 표를 구하긴 했지만 가기 전엔 큰 기대가 없었다. 굳이 꼽자면 비틀스 멤버 중엔 존
레넌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날씨는 우중충했다. 일흔이 넘은, 게다가 지난해엔 건강 문제로 공연을 취소했던 그가 얼마나 좋은 무대를
보여줄지도 의문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에게 반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70대였지만 그는 여전히
아이돌이었다. 검은 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모습은 깔끔하고 멋졌고, 2시간40분을 쉬지 않고 노래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어떻게 관리했기에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지?” 함께 간 후배와 감탄했다. 무엇보다 그는 진심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함께 해요” “대박!” 등 꽤 어려운 한국말을 연습해 와 관객들과 소통했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며 귀여운 제스처를 연발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Ob La Di Ob La Da)’ ‘헤이 주드(Hey Jude)’ 등의 명곡을 힘차게 따라 부르며 든
생각은 이거였다. 저렇게 늙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고 보니 최근 비슷한 생각을 한 순간이 또 있다. 만화가 허영만(68) 화백이 예술의전당에서 열고 있는 ‘허영만전(展)-창작의
비밀’을 보러 간 길이다. 40년간 215편의 만화를 그렸다는 허 화백. 전시장 한쪽에 붙어 있는 엽서 크기의 만화일기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노인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만화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축복이다. 나는 절대 노인들 틈에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노인들을 그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
영원히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폴 매카트니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게 정말 좋아요. (…) 가끔 ‘아직도
공연하느냐.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아요. 나는 ‘아니, 점점 더 흥미진진해. 더 좋아지고 있어’라고 대답하죠.” 예순,
일흔이 되어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저런 모습으로 늙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어른을 발견하는 건 반갑고도 감사한 일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 역시 언젠가 그들의 나이에 도달하게 될
것이므로.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50506수] 아이파크미술관과 명명권
서울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미국 유학 중 사고로 숨진 이진아 학생 가족의 기부로 세워졌다. 책을 좋아하던 딸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 이름 석자라도 남겨주려는 소박한 부정이 깃든 도서관이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는 이진아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전범으로 자리를 잡으며 ‘가장 멋진 이름의 건물’이자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불리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생물과 자연물, 인공물 등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명명권(命名權)이라고 한다. 개인은 자기가 낳은
아이라든가 소유한 물건 등에 대한 명명권을 갖는 게 당연하다. 공공영역은 좀 다르다. 새로 발견된 천체나 원소의 명칭, 생물의
학명 등은 보통 발견자에게 명명권이 부여된다. 이를테면 폴로늄은 퀴리 부인이 발견해 모국 폴란드의 이름을 붙인 것이고,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은 발견자인 슈메이커 부부와 데이비드 레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한 원칙과 관행,
승인이라는 절차가 따른다. 화성에는 지구의 지명을 딴 곳이 많은데, 낙동계곡이나 진주·나주분화구 등 한국식 이름도 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보듯이 개인이나 기업이 공공시설에 기부하고 명명권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최근 기업에서 주로
문화·스포츠 시설이나 서비스의 명명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에서 대학 내 건물,
강의실, 공연장,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기업 이름을 넣고 있다.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제고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해서일
것이다. 공공영역으로서도 부족한 재원을 채워주는 셈이니 말하자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할 만하다.
오는 6월 완공 예정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명권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산업개발이 300여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채납하면서 명명권을 받아냈지만 수원 시민단체와 예술계는 특정 브랜드명이 들어가면 예술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진아도서관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가 정작 거기에 ‘이진아’는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파크미술관에 ‘아이파크’가 없을 수 있을까.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506수] 이혼 후 300일 만에 낳은 자식
이혼하고서 300일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면 생물학적 아버지는 누구일까? 만약 그 여성이 이혼 전부터 남편과 별거하며 다른 남성과
동거 중이었더라면 말이다. 민법 제844조 2항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으니, 전 남편이 소송하지 않는 한 다른 남성의 아이를 낳았더라도 무조건 전 남편의 아이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해야만 한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이 민법 조항이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에 불합치하니까 위헌이잖아 하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헌법불합치’와 같은 변형 결정은 ‘위헌’ 결정이 난 즉시 해당 법령을 무효로 하는 것과 달리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문제의 법’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자면 지난 2월 26일 63년 만에 위헌
결정이 난 간통죄의 경우 2008년 10월 30일 합헌 이후로 간통죄 적용을 받았던 모든 사례를 무죄로 돌리게 된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은 민법 제844조 2항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계속 적용받게 된다. 즉 국회가 정쟁만 일삼고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하면 개정안 마련이 늦어질 수 있어 문제다.
이번 민법 제844조 2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보고 의아했던 점은 ‘여성 재혼 6개월 금지’를 규정한 민법 811조가 10년
전인 2005년 3월 31일 민법 개정 때 삭제됐다는데 왜 관련 법령은 정비가 안 됐을까 하는 생각이다. 남성은 이혼하자마자 바로
다른 여성과 법적으로 재혼할 수 있고, 여성은 이혼하거나 사별한 때도 무려 6개월이나 기다려 법적으로 재혼을 허락하는
대혼(待婚) 기간을 둬 이혼 후 출산한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판단하려던 조항이었다. 그러하니 민법 811조가 삭제된 마당에
844조 2항이 존재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문기구인 여성특별위원회에서 1998년 6월 양성평등을 위반하는
등으로 민법 제811조를 폐기하라고 요청했는데 실제 법조문이 삭제되는 2005년까지 7년이 소요됐다. 민법 제844조 2항이
개정되는 데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를지 걱정이다.
민법 제844조 2항에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다. 과거 다른 여자가 생겨 조강지처와 이혼을 강행한 남편이 단지 이혼했다는
이유로 생부로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전 남편의
아이가 아닌 경우 전 남편을 상대로 ‘친생 부인(不認)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지속한다. 요즘처럼 유전자 감식으로
친생자를 쉽게 구별하는 세상에서 억지스럽다. 또 최대 3개월인 이혼숙려제 탓에 별거 기간도 상당하다. 속히 민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506수] 러시아 전승기념일
1945년 5월8일 오후 10시43분 베를린 소련군 사령부. 독일군 원수 빌헬름 카이텔이 소련의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를 비롯한
연합군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시차가 두 시간 빠른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5월9일 0시43분이었다.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이 유럽 국가에선 5월8일,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에선 5월9일로 서로 다른 이유다.
독일군은 이보다 앞서 5월7일 프랑스 연합군 사령부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스탈린이 소련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베를린에서 서명해야 한다고 반발해 다시 이뤄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역할은 그만큼 컸다. 무엇보다 희생자가
많았다. 당시 소련 인구가 1억6000만명이었는데 2700만~2800만명이 전쟁 중 사망했다. 소련군은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바다
건너에서 구경하는 사이 동유럽 전선에서 고군분투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굶어 죽어가면서도 지켜낸 레닌그라드 봉쇄전,
독일군의 불패 신화를 깨뜨린 스탈린그라드 공방전 등이 2차대전의 승기를 잡는 분수령이었다. 전쟁 막바지 베를린 점령 작전에서만
소련군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5월9일이 공식적인 2차 세계대전 승전일로 인정받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서방국가들의 부채 의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스탈린 정권의 부패와 무자비한 숙청, 세력 확산을 위한 공포 및 정보 정치, 북한 등 위성국가 건설을 통한 이념전쟁 등
이후 소련이 저지른 악행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헌을 점점 잊게 만들었다. 특히 서방과의 냉전 과정에서 러시아 전승기념일은
점점 잊혀져 갔다.
러시아가 전승기념일을 외교무대로 활용하게 된 것은 베를린 장벽과 함께 냉전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였다. 1995년 50주년
기념식 때는 경제난 속에서도 무려 1700억달러를 투입해 전승기념 행사를 벌였을 정도였다. 당시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존
메이저 영국 총리,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헬무트 콜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을 포함해 51개국 정상이 대거
참석했다. 10년 전인 2005년 60주년 전승기념일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올해 기념행사는 집안 잔치로 끝날 모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불만을 품은 미국과 서방 정상들이 모두 불참을 통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겨우 체면을 살려줬을 뿐 한국은 물론 믿었던 북한도 특사 파견으로 방향을 바꿨다. 전승의 공을 내세우기엔 세월이
많이 흐른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506수] '달러패권 50년'
신생 미국은 1785년 13개 주 대표가 참여하는 대륙회의(연방의회의 전신)에서 달러를 화폐 단위로 채택했다. 거리·면적 등
도량형은 모두 영국 것을 가져다 썼지만 화폐만 다르게 사용한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은본위제를 채택한 대륙회의로서는
파운드화를 압도하며 이미 시중에 대량 유통되고 있는 스페인 은화 '다레라'화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다레라화의 미국식
영어 발음이 '달러'였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기까지 15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북 전쟁의 굴곡이 있었지만 19세기 들어 빠른 산업화로
'힘'을 축적한 미국은 1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영국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산업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19세기 말
전 세계 교역량의 60%, 외환보유액의 50%까지 육박하며 절대적 위상을 가졌던 파운드는 1931년 금 태환을 중단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물려받는다. 이후 20세기는 '달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달러는 교역·금융 등 국제 거래에서
패권을 누렸다.
그런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떠오르는 위안화·유로화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달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출범을 앞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슬로건인 '중국의 꿈'과 맞물리면서 기축통화로서 '위안화 굴기'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중국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은 최근 자신의 버크셔해서웨이 50주년 주총에서 "달러는 앞으로 50년간 기축통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고난 미국인의 말이라 반쯤 접고 들어야 하겠지만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통화정책을 준비하는 것도 달러의 절대적 위상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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