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그린벨트 개선안

■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그린벨트 개선안

 

[한국일보 사설-20150508금] 그린벨트 해제권한 지자체 이양은 신중해야

 

정부는 그제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30만㎡이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발제한구역 규제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린벨트에 지역 특산물 판매나 체험 시설이 들어설 수 있고, 마을 공동사업으로 짓는 숙박, 음식, 체험 시설도 2,000㎡ 이내에서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1971년 국토의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하기 위해 설정한 그린벨트를 과거 정권이 일부 해제한 적은 있지만, 제도 자체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45년간 근간을 유지하던 그린벨트 정책을 완화한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도시과밀화 방지, 자연환경 보전 등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이미 개발된 시가지나 집단취락지역마저 함께 묶여 적잖은 주민 민원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그린벨트 관리에 융통성을 부여,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쪽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은 큰 틀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기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다. 선거로 당선되는 지자체장은 당장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개발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30만㎡는 산업단지보다는 아파트 단지 개발에 적합한 면적이어서 난개발을 부추길 소지도 다분하다. 벌써부터 투기꾼이나 이해 당사자들이 선거에서 뇌물 등으로 뒤를 봐주는 대가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다른 비리의 악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괜한 게 아니다. 수도권에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라며 볼멘 소리를 내는 지자체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도를 보완하거나 견제할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2년 내 개발사업을 착공하지 못하면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하고, 훼손지를 녹지로 복원하고 정비하는 공공기여형 훼손지정비제도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해 무분별한 해제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거의 선례를 요구하는 민원이 커지면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 용인을 비롯한 수도권 난개발이 문제돼 일선 지자체에 맡겼던 인허가 위임사무를 환수하는 과정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한번 내준 권한을 되가져오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확실한 견제 장치 없이는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8금] 막개발과 땅투기 우려되는 ‘그린벨트 개선안’

 

정부가 6일 내놓은 ‘그린벨트 개선안’은 막개발과 땅투기만 조장할 여지가 커 염려스럽다.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길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공적연금 강화 방안마저 반대하던 정부가 미래세대 몫인 국토 자원을 마구 파헤치려 드는 꼴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이르면 올해 말부터 30만㎡ 이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앞으로는 지역특산물 판매 및 체험시설을 그린벨트 안에 지을 수 있고, 마을 공동사업의 경우엔 2000㎡ 범위 안에서 숙박·음식·체험 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넘기는 것은 1971년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지역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막는다며 무분별한 개발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환경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그린벨트 환경등급 3~5등급)으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1~2등급은 대부분 산 정상부 지역으로 애초부터 개발이 힘든 곳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없애고 거주기간과 상관없이 주택 등 시설을 증축할 수 있게 한 탓에, 그린벨트 해제 혜택이 대부분 외지인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뒤 경기 하남 등 일부 지역에서 땅투기를 부채질한 전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규제완화 행태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암 덩어리”, “단두대에 보내야 한다” 따위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각종 규제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래 계속돼온 규제완화 조처가 정작 우리 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 이벤트 하듯 한꺼번에 쏟아내는 규제 빗장 풀기 처방이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헤아리지 않는 한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지도 못할뿐더러 진정성마저 의심을 사기 쉽다.

 

 

[경향신문 사설-20150508금] 그린벨트 해제 권한 시·도지사 이양 재고하라

 

정부가 그제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세기 만의 그린벨트 정책 전환이라는 정부의 표현대로 큰 변화를 수반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제도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해서다.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의 개발 욕구로 인해 난개발이 가속화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환경단체 등이 우려하는 바다. 정부와 정치권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라고 본다.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정부가 도시 과밀화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 등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도시 관리 측면에서 세계적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동안 개발 압박과 민원 등에 의해 일부 해제되긴 했으나 큰 틀이 유지돼온 것은 중앙정부에 의한 엄격한 관리 덕분이다. 그런데 선거로 뽑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해제 권한을 준다면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지역 개발과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또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용으로 쉽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개발이나 과개발의 폐해와 부작용에 대해 임기가 끝난 지자체장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금의 해제 총량인 233㎢ 이내로 제한했고,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해제 후 2년 안에 착공하지 않으면 그린벨트로 환원하는 등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환경 훼손 우려는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이는 결국 중앙정부의 영향권 안에 두겠다는 뜻으로서, 지자체의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개발 공약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린벨트는 박근혜 대통령도 말했듯이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미래세대가 활용할 토지를 남겨둔다는 보존적 차원”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국가가 관리해야 할 미래 자산이지 현실적인 개발 요구에 민감한 지방정부가 관리할 성격의 자산이 아닌 것이다. 필요한 개발을 하도록 한다든가 주민 생활 불편, 재산권 침해 등을 해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다. 그린벨트 해제권을 시·도지사에게 넘기는 것은 재고하는 게 맞다.

 

 

[서울신문 사설-20150508금]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

 

정부는 그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시·도지사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린벨트 해제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그린벨트 내에 음식·숙박시설도 들어설 수 있게 되는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1971년 그린벨트가 처음 지정된 이후 44년 만의 획기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벨트 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또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위해 입지규제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그린벨트가 그동안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도시민의 여가 공간을 확보하는 순기능을 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정책을 성공 사례로 상당히 높게 평가해 왔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기게 되면 난개발 등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번 조치로 그린벨트 규제완화의 혜택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들은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현실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민원과 그린벨트 주변 토지를 사들인 대기업의 요구를 시·도지사가 모른 척하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은 사실 개발사업에 혈안이 돼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지역 개발과 세수 확보의 돌파구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땅값 상승과 투기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게 되고 인근 미해제 지역 녹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 시·도지사의 임기가 끝난 뒤 난개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자체장의 인기영합적 개발로 인한 심각한 국토 훼손을 막으려면 시·도지사의 재량권 남용을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후 2년 안에 개발 사업을 착공하지 못하면 그린벨트로 다시 환원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환경평가등급 1~2등급지는 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보완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섣불리 넘겨서는 안 된다. 포퓰리즘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상당수 시장과 도지사를 볼 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8금] 그린벨트 해제, 지역 토호세력 이권 안되게 해야

 

국토교통부가 내년부터 30만㎡ 이하 중소 규모의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해당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제할 수 있게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보전 필요성이 적은 그린벨트는 해당 시·도지사들이 자체적으로 풀어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통상 2년씩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기간도 절차를 간소화해 1년 정도로 단축하겠다고 한다.

 

잘하는 일이다. 여건이 크게 달라진 만큼 그린벨트 규제 패러다임도 전면적인 개발 억제에서 선별적인 재정비로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과 인접한 하남, 과천, 의왕, 고양, 남양주, 광명 등은 교통 여건이 좋아 주택 수요가 많지만, 전체 행정구역의 70~90%가 그린벨트에 묶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왔던 터다.

 

그린벨트 규제를 1971년 도입한 이후 대전환하는 만큼 부작용도 우려된다. 당장 걱정은 무분별한 난개발이다. 마침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풀리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국토부의 2015년 공시지가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땅값은 4.14% 올라 7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었다. 지방 시·군은 6.03%, 혁신도시는 무려 29.3% 상승했다. 투기세력이 뛰어들 개연성이 높다. 지자체마다 재정이 부족한 처지이고 보면, 일단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고 보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내년 4월엔 20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개발 공약들이 남발될 게 뻔하다. 지역에 연고를 둔 우리 정치의 특성상 해당지역 토호세력과 결탁해 그린벨트를 이권화하는 시도도 충분히 예상된다. 지자체의 부패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

 

국토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고 한다. 유일호 장관은 난개발 우려가 있을 땐 직권으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지자체의 권한 행사를 관련부처들이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감사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문제가 드러났을 땐 일벌백계로 단호하게 엄벌해야 한다.

 

 

■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

 

[한국일보 사설-20150508금] 공무원연금 재합의하고, 국민연금 논의도 살려라

 

공무원연금 주도한 靑은 여야 탓만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안 살려야

국민연금 공론화 기회 놓쳐선 안 돼

 

여야 수뇌부가 합의 도장까지 찍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와 정부의 무능, 여야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 여권 내부의 계파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런 미숙한 협상 능력으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숱한 난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연금개혁 무산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정을 맡은 여권에 있다. 청와대는 어제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마치 청와대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청와대가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로 설정하고 협상의 큰 흐름을 파악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막판에 협상 내용을 비판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청와대가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후(後)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현 시점에서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없다. 여야와 노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대타협을 일궈낸 것을 되돌리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나마 어렵사리 도출한 공무원연금 개혁마저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 강화는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추진하다 포기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과 사각지대 해소는 언제가 맞닥뜨려야 할 사회적 과제란 점에서 여야의 견해가 일치한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둘러싼 논란이다.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합의문에는 이 부분을 명시했지만 여야 대표가 작성한 합의문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그제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할 사회적 기구의 규칙이 아닌 부칙에 별첨하는 방식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법적인 효력이 아닌 참고사항 정도로 하자는 취지의 이 방안은 여야 모두 명분도 실리도 얻을 수 있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 안은 새누리당 상당수 의원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의식한 일부 친박계 의원이 반대의견을 펴면서 거부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국민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 않아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보험료가 2배 오른다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아도 현재의 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한 2060년이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사실은 숨겼다. 소득대체율과 상관없이 국민연금 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현재의 국민연금 문제는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사회보험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 개선으로 귀결된다. 상당수 복지ㆍ연금분야 전문가들이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는 다행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내주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국민연금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야당도 꼭 50%라는 수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정치권이 대신 해준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입을 자제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8금] 집권세력의 무책임한 ‘사회적 대타협’ 파기

 

여야 정당과 공무원단체 등이 진통 끝에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됨으로써 결국 무산됐다. 여야 지도부는 5월 임시국회에선 꼭 처리하겠다고 말하지만, 여야 갈등에 집권세력의 내분까지 겹친 터라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이룬 대타협을 무산시킨 현 집권세력에게 과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정부여당이 먼저 약속을 깨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느 누가 노동, 복지, 재정 등의 현안에서 사회적 타협에 나서려 하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엔 당-청 갈등과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문제삼은 건, 야당 요구로 들어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합의안 내용이 애초 청와대 안보다 미흡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도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일 용기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앉아 버렸다.

물 론 보는 시각에 따라 공무원연금 합의안의 내용이 흡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금개혁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정답을 찾기 쉽지 않은 사안에선 ‘타협과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을 이뤄내는 게, 성과 없이 극한 대결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이번 합의안은 어쨌든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해서 정부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했으니 전체적으론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게 분명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그런 판단을 했기에 합의문에 서명하고 국회 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청와대가 끼어들고 친박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 건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청와대가 노조 등 이해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대통령은 핵심 당사자들을 단 한번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서 여야가 긴 시간 동안 노조 등과 협의해 마련한 합의안을 미흡하다며 발로 차버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이런 식이라면 현 정권 아래선 앞으로 중요한 사회현안의 해결 또는 진전을 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이미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옳다. 이를 위해선 새누리당이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이란 방향은 옳다 하더라도, 개혁안 처리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50%’라는 수치를 고수하는 게 타당한지 열린 마음으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를 통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의 장을 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508금] 낯 뜨거운 당·청 간 공무원연금 네 탓 공방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데는 야당 못지않게 집권당과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당·청이 손발을 맞춰가며 야당과 노조를 설득하 기는커녕 국회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집권세력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제 밤 “청와대도 협상안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협상안에 불만을 보이느냐”며 반발했다. 당초 협상 대상이 아니었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한다는 부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제동을 건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 수석도 참석했었는데 청와대가 왜 이러는지 나중에 따져보겠다”고도 했다. 당 일각에선 “당·청 간 조율 과정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격앙돼 있다. 어제 김성우 홍보수석은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1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논의한 합의안 초안과 2일 실제 발표된 합의안은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밤 사이 연락도 없이 ‘국민연금 50%’에 합의하고 우리 실무자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당·청 간 진실게임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청 간 엇박자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지만 이쯤 되면 정상적인 당·청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서로 한 몸처럼 긴밀히 움직여야 할 집권당과 청와대가 불신과 불통, 낯 뜨거운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당·청 간 소통 시스템에 큰 장애가 생겼거나, 그게 아니면 제각기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야당과 노조를 설득해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개혁 등 국정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박 대통령은 어제 “정치권은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국정의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제3자적 입장에서 남의 일 얘기하듯 해선 곤란하다. 대통령은 평론가가 아니지 않은가.

 

 

[경향신문 사설-20150508금] 여야와 청와대, 대타협 정신으로 돌아가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놓고 여야, 청와대가 제 논에 물대기식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강화’를 강제적 규정으로 담으려 한 야당의 몽니 때문이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원점으로 돌린 여당의 무책임을 따진다. 청와대는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킨 여야 합의안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저마다 ‘남 탓’만 해대는 꼴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갈등,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친박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명시를 문제 삼았으나, 속셈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청와대의 기대보다 미흡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좌초시키려 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청와대가 ‘소득대체율 50%’ 협상을 알았으면서도 뒤늦게 딴지를 걸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과 정부 대표, 이해당사자, 전문가들이 어렵사리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가 개입하고, 그 조종을 받은 친박 의원들이 파탄시키려 든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애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민연금’에 접근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두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적 동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인상의 구체적 수치까지 적시함으로써 논란을 잉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참뜻이 공적연금 기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대의에는 국민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인상을 위해 소요되는 재원 대책 없이 이를 제시함으로써 ‘보험료 폭탄’ 시비를 자초했다. ‘노후보장’ ‘사각지대 해소’ 같은 명분은 실종되고 국민정서법상 휘발성이 강한 ‘보험료 폭등’ ‘미래 세대에 부담 떠넘기기’ 이슈가 연금정국을 뒤덮게 만들었다. 거기에 휩싸여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떠밀려간 형국이다.

 

여야는 공히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야, 청와대가 뒤엉켜 한번 뒤틀어버린 공무원연금 개혁이 다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를 둘러싼 여야 갈등에, 집권세력의 내분까지 겹친 상황이다.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정치권과 이해당사자들이 마련한 ‘대타협’이 무산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은 영영 어려워진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5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국회에 설치할 ‘사회적 기구’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508금] 이참에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다시 하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그제에도 서로에게 법안 처리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을 뿐이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국민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넘어 “차라리 잘된 것 아니냐”고 냉소를 보내는 것이 속마음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랬더니 불과 몇 년 뒤에는 효과가 사라지는 ‘무늬만 개혁안’으로 시늉만 냈다. 그것도 모자라 국민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민연금까지 대책 없이 건드린 것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책임 전가를 위해 기싸움만 했다.

 

정치권의 논리가 세상의 논리와 다르다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핵심 내용은 공무원이 현직에서 내는 돈을 크게 늘리고, 퇴직한 뒤 받는 돈은 크게 줄이자는 것이었다. 2016년 이후 입문하는 공무원은 사실상 공무원연금 수준이 아닌 국민연금 수준으로 연금제도를 유지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현재의 제도를 유지할 경우 공무원 먹여 살리자고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공무원이 내는 돈은 조금 늘리고, 받는 돈은 더욱 천천히 조금씩 줄이는 데 합의했으니 개혁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합의안은 나아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고, 월급 300만원 이하 공무원은 오히려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랬더니 오히려 더욱 꼼꼼하게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합의안이란 게 공직 사회의 표심(票心)을 거스르지 않으려 공무원연금 개혁을 포기한다는 여야 공동선언서나 다름없다. 무리수에 따른 다수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눈속임이 바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상향 합의라고 할 수 있다.

 

혼란은 누구의 인심도 잃지 않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적 합의란 이름으로 개혁을 포기하는 정당을 책임 있는 여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제1야당에서도 수권 정당의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 소집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정치권의 논리가 아닌 세상의 논리로 마주 앉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8금] 공무원연금, 정부가 개혁안 내고 국회는 심의만 하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문제를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규정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어차피 개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찔끔 개혁’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다. 게다가 난데없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을 패키지처럼 끌고 들어간 것도 말이 안 되는 처사였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번 임시국회에서 처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차제에 아예 처음부터 새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 이와 관련, 우선 개혁안을 도출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종전처럼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개혁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이번 일로 자명해졌다.

 

국회가 입법권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법률안을 다 국회가 만들 필요는 없다. 사실 국회는 전문지식이라는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직접 유권자나 이해관계자와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들에게 포위되고 포퓰리즘에 흔들리게 된다. 입법 사법 행정으로 삼권분립이 돼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그래서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은 정부가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을 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는 이 정부안을 포괄적으로 심의해 가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면 된다. 지금처럼 국회가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거의 무한 독재권력을 휘두른다면 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정부가 바뀐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이번 연금개혁 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국회에 맡겨두어서는 제대로 된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온갖 ‘끼워팔기’와 ‘알박기’가 횡행하고 종국엔 개혁은 실종되고 야합만 남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행정 전문 국가기관인 행정부가 구체안을 만들고 국회가 이를 심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정신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708금] 대한민국 미래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 정치인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겠다던 4월 국회가 이에 연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명시하는 문제에 걸려 결국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이 바람에 연말정산 환급금 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80여개의 경제·민생 법안이 덩달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5월 임시의회를 열기로 했으나 연금개혁에 관한 한 여야의 입장차가 커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은 우리 정치인들의 편협하고 근시안적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하고 연금보험료율을 상향하는 개편을 하고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을 2047년에서 2060년으로 겨우 13년 정도 늦춰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전제로 소득대체율 상향시 보험료율 등 국민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이에 섣불리 동조한 새누리당과 국가의 중대한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치권을 질타하는 정부·청와대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권 식대로라면 2060년 이후 국민연금 재정과 나라 살림살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계산대로라면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이 국민연금이 소진된 후에는 소득의 4분의1 수준까지 높아져야 한다. 먼 후일의 일이지만 이런 폭탄성 부담을 아들딸 등 미래세대에 안길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졸속합의를 비판하는 국민 여론의 핵심이다.

 

공적연금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 싸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의 개악을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결국 그리스로 갈 수밖에 없다. 채무국 그리스는 최대 채권국인 독일보다 연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 이런 걸 보면서도 국회가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자라나는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한 정치권 포퓰리즘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508금] 대규모 적자에도 또 성과급 잔치 벌인 서울시

 

서울시 산하기관들이 엄청난 빚과 적자, 형편없는 기관평가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에게는 수천억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SH공사 등 5개 기관들의 지난해 기준 부채는 21조5,994억 원으로 전체 17개 산하기관 부채의 98%를 차지했다. 경영평가에서도 서울메트로의 경우 2013년 행정자치부 평가에서 ‘다’ 등급, 서울도시철도는 지난해 꼴찌 등급인 ‘라’ 등급을 받았고 적자도 각각 1,723억 원, 2,658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 기관장은 260%, 직원들은 140%의 성과급을 받았고, 서울도시철도는 기관장과 직원 모두 100%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 5개 기관들이 이렇게 지급한 성과급은 최근 3년 간 3,304억 원에 달했다.

 

다른 산하기관들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은 최근 3년 간 기관평가가 ‘다’ 등급이었는데도 기관장은 A 평가를 받았고, 서울신용보증재단 역시 기관장 평가는 최고등급에 성과급도 최대 수준인 300%를 받았다. 이러면서도 어떻게 지하철ㆍ버스 요금을 인상해 적자를 메우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150원씩 올리는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비상식적인 예산, 조직 운영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제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법령의 근거도 없는 기구를 11개나 만들었고, 규정에 없는 팀장급을 신설해 이들에게 개인여비서와 업무추진비, 사무실 등을 특혜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임용, 승진된 직원이 141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사의 투명성을 감시해야 할 인사위원회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

 

온 나라가 예산부족으로 서민 복지까지 줄줄이 없애거나 축소하는 마당에 적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공무원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성과급을 받기 전에 빚이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어떤 자구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공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숱하게 지적해 왔지만 쇠귀에 경읽기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8금] 홍준표 경선자금부터 대선자금까지 다 밝혀내야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처음으로 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발족한 지 거의 한달 만이니 빠른 속도는 아니다. 이제야 의혹 대상자 수사가 본격화한 만큼, 검찰은 더는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홍 지사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줬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와 숨지기 직전의 전화 인터뷰, 돈을 전달했다는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일관된 진술, 주변 인사들의 증언과 정황 등을 종합하면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할 만하다. 홍 지사가 검사 시절 말한 대로 물증을 찾기 힘든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선 이 정도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사건이겠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몇 차례나 말을 바꾸고 이런저런 법논리를 들이대며 성 전 회장과 윤씨의 말을 부정했다. 보기에도 딱한 좌충우돌이다.

 

이제는 홍 지사 자신이 윤씨를 회유하는 데 개입한 정황까지 나왔다. 검찰은 홍 지사의 측근인 엄아무개씨가 지난달 중순 윤씨와 통화하면서 “홍 지사의 부탁을 받고 전화했다”며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 나아무개씨한테 돈을 준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증거인멸 시도다. 이를 그냥 둔다면 진실 왜곡을 눈감고 부추기는 게 된다.

 

대가나 꼬리표가 붙지 않은 돈은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홍 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된 것은 2011년 6월이라고 한다. 홍 지사는 그 직후인 그해 7월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2012년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에 당선됐다. 성 전 회장이 경선자금이 급했을 홍 지사에게 돈을 주면서 공천을 기대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돈이 필요했던 것은 홍 지사만은 아닐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도 있고,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선거운동본부에서 핵심 본부장을 맡았던 인사도 3명 있다. 성 전 회장 메모 외에 ‘대선 직전 2억원을 마련해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경남기업 전직 간부의 진술까지 있다. 의지만 있다면 수사의 단서와 범죄 동기, 대가성은 충분하다. 검찰 수사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까지 멈춤 없이 이어져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508금] 새정치연합에 비노 원내대표가 탄생한 의미

 

7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종걸 의원이 당선됐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비노’인 데다 4선 경력이 무색하게 안정감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란 지적을 들어왔다. 원내 수석 부대표 시절 걸핏하면 시간 약속을 어기고 무리한 주장을 펴 협상이 교착되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가 다른 의원에게 추가로 같은 자리를 줘 야당 사상 전무후무한 쌍두 원내 수석 부대표 체제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를 ‘그년’으로 지칭해 물의를 빚은 이도 그다.

 

  이런 탓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 온 그가 3수 만에 당선된 건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주류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심판 성격이 짙다. 야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민심과 불통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엉뚱하게 더 치열하게 투쟁하지 못한 점을 패인으로 돌렸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은 친노의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문 대표를 향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내리친 준엄한 회초리다.

 

  이 원내대표의 책무는 막중하다. 야당은 그제 포퓰리즘의 극치인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고집한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산시켰다. 여기에는 여당의 잘못도 크지만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노조를 끌어들이고, 무리하게 국민연금까지 손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 100만 공무원 표를 얻으려고 5000만 국민을 등진 셈이다. 문 대표의 인식이 운동권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임 원내대표까지 민생 대신 당리당략을 앞세운다면 새정치연합은 다가올 총·대선에서도 희망을 걸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서 계파를 초월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되, 친노 강경파의 비합리적 주장엔 단호히 맞서야 할 것이다. 이달 중 열릴 원포인트 국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꼼수부터 뜯어고쳐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을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연거푸 야당이 패배한 것은 국민의 눈에 ‘여당과 다를 게 없는 기득권 집단’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면 개혁 시늉이라도 하는 여당을 차악으로 선택한 것이다.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 대신 이익집단, 민생보다 이념을 챙기며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지지 기반을 버리면 그 알량한 기득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가는 건 새정치연합의 자유다. 하지만 그럴수록 수권정당의 꿈은 멀어지고, 지켜온 의석마저 쪼그라들 것이란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508금] 불어나는 사립대 적립금 학생 위해 투명하게 써라

 

대학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살림을 한다. 기부금과 국고보조금 등이 보태지지만 등록금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은 당연히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원한다. 등록금 씀씀이도 알 권리가 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대학의 기본 책무다.

 

  지난달 24일 법원이 등록금을 학생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적립금으로 쌓아둔 수원대 측에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한 이후 대학생들의 ‘교육주권 찾기’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당시 법원은 수원대생 50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30만~90만원씩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학교 측이 건물 신축 등을 위해 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등록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실험·실습 교육을 받았다는 게 요지였다. 2013년 기준 수원대의 적립금은 3367억원으로 전체 4년제 사립대 중 4위다. 하지만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바닥권이다. 등록금으로 재단과 학교 측의 배만 불린 꼴 아닌가.

 

  이 같은 수원대의 몰염치한 행정에 대해 법원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자 다른 대학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엊그제 경희대·이화여대 등 10여 개 대학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은 부당한 적립금 쌓기를 중단하라”며 “교육여건 개선에 소홀한 대학은 집단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주권 찾기 움직임에 대학들은 전전긍긍이다. 미래를 위해 적립금이 불가피하다거나, 등록금 동결 여파로 쌓아둘 여유조차 없다고도 한다. 물론 일리도 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사립대의 적립금은 8조원이 넘는다. 2009년 등록금 동결 이후 오히려 1조원 이상 불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대학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등록금·적립금의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증빙·감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수원대’를 막아야 한다. 대학의 주인은 재단·교직원이 아닌 바로 학생이다. 주인에게 등록금 혜택이 직접 돌아가도록 재정 운영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508금] 서울외고 사태,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서울교육청이 서울외국어고에 대해 특수목적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2010년 관계법령 개정 이후 서울외고가 처음이다. 반면 입시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산 영훈국제중은 2년 뒤 재평가를 조건으로 구제받았다. 서울교육청은 어제 서울외고·영훈국제중 청문 결과를 이같이 발표하고 교육부에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울외고의 특목고 지정 취소 이유는 운영 평가에서 특목고 지정 취소 기준을 밑도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청문 절차를 3차례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특목고 지정 취소가 확정될 경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 측도 그렇겠지만 학교 운영과 무관한 학생들의 충격과 혼란이 클 것이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서울외고 측이 취한 처사는 이해가 안된다. 특목고 대상의 정례평가에서 기준을 밑도는 평가가 나오자 반발하며 소명 기회를 몇 번이나 거부한 것이 취소 결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평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청문회에 나와 적극 소명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한 보완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처 방식이다. 서울외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강력 반발한 것이 부담이 됐겠지만 필요하다면 설득해서라도 정해진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물론 교육청 결정 후에도 실제 특목고 지정 취소가 되려면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고,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울교육청에 대해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문대 입시 통로로 전락한 특목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사교육을 막고 일반고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한편 서울교육청이 영훈국제중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학교에서 발생한 수백명의 성적 조작과 금품 수수 등 대형 입시비리와 공금 유용만으로도 마땅히 지정 취소감이다. 그렇잖아도 국제중은 특목고 못지않게 교육에서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이 교육청이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신문 사설-20150508금] 민생 법안도, 구조 개혁도 못 챙긴 한심한 국회

 

4월 국회가 끝내 빈손으로 마감했다. 그제 본회의에서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가 파투났다. 야당이 공무원연금과 별개 문제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를 명기하려고 어거지를 피우면서다. 이 과정에서 계류 중이던 100여개의 민생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불발됐다. 어처구니없는 사태다.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와 여당의 무원칙·무기력이 만든 ‘불임(不姙) 국회’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저출산 고령화’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글로벌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를 보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국가전략기술 10대 분야 120가지 중 우리가 확보한 세계 1등 기술은 하나도 없었다. 수십 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고 있는 우리로선 각 부문의 구조 개혁으로 성장동력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구조 개혁이 그 일환이다. 그런데도 공공 개혁의 첫 단추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의 원칙 없는 협상으로 기형적으로 산출되는가 했더니 이마저 중절됐다.

 

어디 그뿐인가.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줄줄이 좌초됐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일자리 창출의 대안 격인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을 3년째 불어 터지게 하더니, 여야는 이번에 처리를 합의한 크라우드펀딩 법안 등 3개 법안조차 막판 대치로 무산시켰다. 결국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도, 불경기에 허덕이는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도 여야 격돌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간 꼴이다. 한 가지 쟁점을 관철하려고 관계 없는 다른 현안 모두를 볼모로 잡는 우리 국회의 고질이 재연되면서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당 지도부의 무소신과 당·청 간 엇박자도 큰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논의 실무기구에 이해 당사자인 노조 대표를 대거 끌어들인 건 뭘 뜻하나. 전체 국민보다 당장 표가 될 것 같은 이익단체의 눈치만 살피는 야권의 태도가 불임 국회의 근본 원인일 듯싶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생 법안들을 장기 표류시키는 몽니를 부리는 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결정적 무기가 되고 있다. ‘재적 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상 다수결 원리를 포기하고 만든 ‘5분의3’ 가결 원칙을 악용하면서다. 이 법안의 당초 취지인 절충과 타협의 정신은 실종되고 국정이 무기한 표류하는 부작용만 두드러지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선진화법이 ‘집권 야당’을 만들었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하지만 야당이 내민 국회선진화법 카드를 덜컥 문 여당이 뒷북 위헌 소송으로 자승자박의 덫에서 빠져나올지도 의문이다. 이 법안의 개정도 ‘5분의3’ 찬성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엔 여당과 청와대의 대야 소통 강화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그 이전에 야당이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초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의 참패 이후 강경 기조로 선회하는 듯하다. 혹여 대여 투쟁으로 지도부 퇴진론을 덮으려는 어깃장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막는다면 수권 정당으로선 자해 행위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08금] 2만원대 통화 무제한…기업이 경쟁할수록 소비자는 즐겁다

 

통신회사 KT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량에 관계없이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새 요금제를 내놨다. 데이터 사용량만 선택하면 최저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다. 또한 남는 데이터를 이월하거나 다음달 데이터를 앞당겨 쓸 수도 있다고 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고르면 된다. 1인당 월평균 3590원이 절감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 수익이 급증한 데 따른 무마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통신 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8782억원으로 전년 동기(5020억원)보다 75% 급증했다. 정부당국이 시시콜콜 요금에까지 간섭해왔으니 그런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효과는 일시적인 반면 요금인하는 장기간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신 3사의 점유율이 5 대 3 대 2로 굳어가고 있어 2위인 KT에서 요금제 경쟁의 선수를 친 것이다. 더구나 글로벌 트렌드가 데이터 요금제로 옮아가고 있는 마당이어서 어차피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통신비를 낮춰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가계통신비는 월 16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선 가계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통신요금에 직접 개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의 ‘팔목 비틀기’로 통신비가 내려가는 게 아니란 사실만 확인했다. 통신사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그뿐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도 곧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선보인다니 이용자 선택폭은 더욱 넓어지게 됐다.

 

기업들을 경쟁시키면 소비자가 즐거워진다. 이런 뻔한 이치를 무시하고 경쟁을 가로막아온 게 정부와 정치권이다. 단통법 도서정가제로 싸게 파는 것을 막고, 대형마트 강제휴무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정하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칸막이를 쳤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이익집단에는 쩔쩔매며 이권을 보장해주는 식이다. 그러면서 내수 침체를 한탄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08금] 삼성 평택 반도체 신공장, 일자리 창출 기폭제 됐으면

 

삼성전자가 7일 경기 평택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이번 반도체단지 건설은 부지 및 투자규모 면에서 기존 공장을 압도한다. 부지면적은 289만㎡로 기존 국내 최대 반도체단지인 기흥·화성 공장을 합한 면적과 맞먹고 중국 시안 공장(139만㎡)의 2배가 넘는다. 투자액은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에 달해 단일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은 고용창출 효과가 15만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건설과정에서 8만명, 가동과정에서 7만명 등 모두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0세 미만의 청년실업률이 10%를 넘고 50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당장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의 조사자료들만 봐도 국내 산업의 고용창출 증가세는 지난 1년 사이 6분의1로 급감했다. 특히 서비스업 고용은 그래도 증가한 반면 제조업 고용은 크게 줄어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조기에 가동할 수 있게 조치하는 등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엄청난 수의 고용창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선제투자로 평택 신공장이 완공되는 2017년이 되면 줄곧 1위이던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위상이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기공식에서 선제투자를 높이 평가하며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다른 기업에 당부했다. 과감한 투자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특별기고/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20150508금] 목민관 황준량의 눈물어린 상소문

 

“상소 내용을 보건대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아닌 것이 없어 내가 이를 아름답게 여긴다. 단양의 조세와 부역을 앞으로 10년간 감면한다.”(조선왕조실록, 명종 11년 5월17일) 실로 감격적인 결정이었다. 황준량의 공덕비는 그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영세불망비이다.

 

민속촌에 가면 옛 관아 건물에는 으레 오라줄에 묶인 백성이 형틀 앞에서 문초를 받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있다. 이는 옛날에 원님, 사또로 불린 지방 수령은 한 고을의 행정, 사법권을 모두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지만 이건 정말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관이란 모름지기 한 고을 백성들의 삶을 보살피는 목민관(牧民官)이었다. 그럼에도 춘향전의 변사또처럼 못된 탐관오리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역사상 모범을 보인 참된 목민관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한강을 따라가는 답사길에 올랐다가 단양 수몰지구에서 옮겨다 놓은 황준량(黃俊良) 군수의 공덕비를 보고 있자니 우리 역사에 이처럼 훌륭한 목민관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때는 16세기 중엽, 조선 명종 연간 이야기다. 을사사화를 비롯하여 온갖 변란이 일어나는 정치적 혼란기에 백성들은 무거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여 도망가는 유망(流亡)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임꺽정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때 단양군수로 부임한 황준량은 고을의 참상을 살피고는 장문의 상소문을 올렸다.

 

“신(臣)이 군수로 내려와 보니 백성들이 흩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단양은 본디 원주의 조그마한 고을이었는데 외적을 섬멸한 공로가 있어 군으로 승격된 곳입니다. 그러나 삼면이 산으로 막혀 있고 한쪽은 큰 강이 흘러 농토는 본래 척박해서 홍수와 가뭄이 제일 먼저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래서 풍년이 들어도 반쯤은 콩을 먹어야 했고 흉년이 들면 도토리를 주워 연명했습니다. 그런데 살아갈 길이 날로 옹색해지자 백성들이 다 도망가고 이제는 부역에 나아갈 수 있는 민가가 겨우 40호에 불과합니다. 경지 면적도 (옛날의 4분의 1인) 300결도 되지 않아 징수할 곡식의 반밖에 받아내지 못했는데 그나마도 피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역의 재촉과 가혹한 세금 때문에 가난한 자는 더욱 곤궁해지고, 곤궁한 자는 이미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갔습니다.

 

아, 새들도 남쪽 가지에 둥지를 틀고, 이리도 자기가 살아가던 언덕을 향하여 머리를 돌린다고 하는데, 고향을 떠나기 싫기는 사람이 더욱 심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백성들이 농토와 마을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살을 에어내고 골수를 우려내는 참혹한 형벌 때문에 잠시도 편안히 살 수가 없어 마침내 온 고을이 폐허가 되기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비상한 방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신이 외람되게 세 가지 계책을 진달하겠사오니 삼가 전하께서는 살펴주시옵소서.”

 

그리고 황준량 군수는 세 가지 계책으로 상책, 중책, 하책을 제시하는데 그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요구였다.

 

“지금부터 10년간 모든 부역을 완전히 면제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백성들이 즐거이 살면서 일하게 한다면 모두들 돌아올 것이고, 황폐해진 100리 땅도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이것이 상책입니다. 따지기 좋아하는 자들은 10년이 너무 길다고 하겠지만 이는 근본을 아는 자의 말이 아닙니다. 10년간 부역을 면제해 주면 100년을 보장할 수 있지만 3년, 5년에 그친다면 도로 피폐하게 될 것이니 원대한 계획이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단호하게 요구하면서 만약 이것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중책이라도 받아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단양만 10년 동안 면제할 수 없다면 차라리 군에서 강등시켜 원주목에 예속된 고을로 만들어 아직 남아 있는 백성들이라도 참혹한 피해를 면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마저 들어줄 수 없다면 최후의 하책으로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큰 폐단 열 가지라도 제거해야 한다며 이를 다음과 같이 적시하였다.

“첫째로 조정에 공납해야 할 목재가 큰 것만 400, 작은 것이 수만개에 달하는데 40호의 인구로 험한 산을 오르고 깊은 골짜기를 건너 운반하자면 남녀가 모두 기진하고 소와 말이 죽는 일도 생기니 이를 줄여 주십시오.

둘째로 종이 만드는 부역은 다른 일보다 배나 힘든데 유독 이 고을에만 배당량이 많아 200여권이나 되니 이를 견감하여 주십시오.

셋째로 사냥하여 1년간 공물로 바치는 노루가 40이고 꿩이 200이니 숫자를 줄여 주십시오.

넷째는 도망간 대장장이 일을 민가에 덮어씌운 것이고, 다섯째는 악공(樂工)의 차출이고, 여섯째는 보병(步兵)으로 나갈 사람이 없는 것이고, 일곱째는 지방관리 자제를 서울로 올려보내는 기인(其人) 제도의 폐해입니다.

여덟째는 병영에 바치는 사슴, 노루, 소의 가죽 양을 감하여 주십시오.

아홉째는 단양이 군이라고 해서 해미의 목탄, 연풍의 목재, 영춘의 꿀벌상자 등 다른 고을 세금까지 떠맡고 있는데 이를 다 해당 고을로 환원시켜 주십시오.

열째는 무지렁이 백성들에게 이름도 모르는 약재를 부담시켜 포목으로 사서 바치고 있으니 이런 괴이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중 웅담, 사향, 복령, 지황 등은 특히나 어렵습니다.”

 

그리고 황준량은 이 열 가지 폐단이란 극히 피해가 심한 것만을 말한 것일 뿐 전체적으로 볼 때 10분의 2쯤 되는 것이니 이것조차 개혁하지 못한다면 백성을 소생시킬 수 없다며 다시 눈물로 호소한다.

“아, 영동의 조그마한 고을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까다로운 법령과 번거로운 조항으로 남아 있는 백성에게 부역과 세금을 징수하여 기필코 그 숫자를 채우려 하니 이는 물고기를 끓는 솥에다 기르고 새를 불타는 숲에 깃들이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처럼 긴급하지 않은 공물이나 감면해 주며 생색이나 내고 만다면 비록 감면해 주었다는 말은 있어도 실상은 소생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집도 없이 떠도는 백성이 궁벽한 산골짝에서 원망에 차서 울부짖는 자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신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며 삼가 상소를 받들어 올립니다.”

 

황준량의 상소문이 조정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대신들의 논의가 일어났다. 혹자는 10년은 너무 길다고도 했고, 혹자는 다른 고을과 형평성의 문제가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찍이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인간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자라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어진 마음이 있는 자라면 이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목이 메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갑론을박 끝에 결단의 날이 다가왔다. 상소한 지 꼭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조선왕조실록’ 명종 11년(1557) 5월17일자에는 이때 임금이 하달한 조치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 상소한 내용을 보건대 10개 조항의 폐단을 진달한 것이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아닌 것이 없어 내가 이를 아름답게 여긴다. 단양의 조세와 부역을 앞으로 10년간 감면한다.”

 

실로 감격적인 결정이었다.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올바른 한 목민관이 피폐한 한 고을을 이렇게 살려낸 것이다. 훗날 퇴계 이황은 황준량의 행장(行狀: 일생의 기록)을 지으면서 “공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키지 않았더라면, 어찌 전례 없는 이러한 은전을 얻었겠는가”라고 칭송하였다.

 

오늘날 도지사, 시장, 군수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정치인의 몫으로 되어 요즘 세태를 보면 이 지위를 옛날 원님 사또 벼슬로 생각하거나 정치적 출세를 위한 발판 정도로 삼는 안타깝고 씁쓸하고 괘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방 수령의 근본은 모름지기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목민관이다. 목민관 황준량의 공덕비는 그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나현철(경제부문 차장)-20150508금] 젊은이를 위한 ‘반값’은 없다

 

새 신발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다. 신발가게 앞에 ‘50% 세일’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냉큼 들어가 신발을 골랐다. 그런데 신발에 붙어 있는 꼬리표는 대부분 ‘20%’다. 50% 깎아주는 건 문 옆 한쪽에 진열된 몇 켤레뿐이다. 항의조로 “반값 아닌가요?” 물어보니 “최대 50%예요. 앞에도 그렇게 써놨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발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서며 돌아보니 정말 그렇게 씌어 있긴 하다. 언뜻 봐선 그냥 지나칠 만큼 작은 크기로. 어쨌든 내 탓이지만 유쾌하진 않다. 요즘 말로 하면 낚시에 걸린 거니까.

 

  출퇴근 길에 매일 또 다른 반값 상품을 본다. 꽤 넓은 철길 위에 짓고 있는 행복주택이다. 주변엔 물론 반대 플래카드가 이곳저곳 나붙어 있다. 집값 하락, 공사로 인한 소음이나 먼지, 사고 위험 등을 걱정하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뒤 길이 좁아지고, 출근길 정체도 길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만큼 반발이 심하진 않아 서울에서 가장 진도가 빨리 나가고 있다. 이 집에 주로 들어갈 젊은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는 명분에 공감하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이리라. 불편함보다는 흐뭇한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지난달 행복주택 임대료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이런 기분이 싹 가셨다. 인근 임대료 시세의 60~80%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엔 ‘인근 시세의 절반이나 3분의 1’이었다. 인근 시세의 50~90%인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와 큰 차이가 없다. 철길 위나 하천 변에 지어 땅값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도 아닌 것 같다. 공약이 나온 2년 반 동안 ‘인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니 애초 약속과의 괴리는 더 벌어진다.

 

  또 다른 반값 공약도 요즘 논란이다. 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겠다는 얘기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혜택을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것도 예산이 부족해 대학들의 팔을 비튼 결과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쾌하지 않다. 공약이란 정치적 낚시에 걸린 거니까. 더구나 공교롭게도 둘 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젊은 층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다.

 

요즘 공무원·국민 연금이나 노동 개혁 이슈가 뜨겁다. 젊은 세대가 희생된다는 지적이 점점 많이 나온다. 날마다 조금씩 높아져가는 행복주택 건물이 그 상징이 될까 봐 씁쓸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508금] 상괭이

 

1405년(태종 5년) 한강 양천포(가양동) 백성들이 밀물에 떠밀려온 괴이한 큰 고기 6마리를 잡았다. “소가 우는 소리를 냈다. 비늘이 없었고 입은 눈가에, 코는 목 뒤에 있었다. 고기를 갑사(갑옷 입은 군사)들에게 주었다”(<태종실록>).

 

사실 이 ‘괴이한 고기’는 어류가 아니었다. 서남해안을 대표해온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1814년(순조 14년) 흑산도 유배 중이던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상괭이를 ‘인어(人魚)’라 했다.

 

“서남해에 사는 인어(人魚) 가운데 상광어(尙光魚·상괭이)가 있다. 사람을 닮아 두 개의 젖이 있다.” 상괭이의 상반신이 여인을, 하반신이 물고기를 닮았다 해서 ‘인어’라 한 것이다. 게다가 ‘두 개의 젖’이 있으니 정약전이 보기에도 포유류가 분명했던 것이다. 등지느러미가 없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다 웃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닮아 요즘에는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다른 돌고래와 달리 염분이 적은 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상괭이는 새우나 게, 혹은 숭어를 잡으려고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까지 진출할 수 있다.

 

그런 상괭이가 사람과 가까이 살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미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등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상괭이의 고기가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는 현장이 포착됐다. 해마다 어민들이 쳐놓는 그물에 걸리는 상괭이가 수천마리란다. 최근에는 상괭이의 사체가 한강에서 잇달아 발견되는 등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서해안의 오염을 피해 거슬러들었다가 화를 입었다는 설, 오염된 먹이를 먹었다는 설 등….

 

그런데 서울환경운동연합 같은 환경단체는 다른 혐의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강 하구, 즉 김포대교 남단에 설치된 신곡 수중보이다. 신곡 수중보(높이 4~5m)는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둔 1988년 6월 완공됐다. 한강수위를 유지하고 유람선을 운행하기 위해 조성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밀물 때 거슬러 올라온 상괭이가 썰물 때 수중보를 넘어가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유가 어떻든 수줍고 귀여운 이미지의 ‘미소천사 인어’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인가.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황수정(논설위원)-20150508금] 단기방학

 

눈꺼풀 밑에 덜 깬 잠이 주렁주렁 매달린 아이를 빈집에 둔 채 헐레벌떡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직장 맘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수직 상승한다. 이런 상황은 맞벌이 집안이라면 요즘 아침마다 반복재생되고 있을 ‘안 봐도 비디오’의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이름하여 ‘단기방학’ 시즌이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는 초·중·고교들에 학교장 재량으로 단기방학을 실시하게 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한 관광주간에 맞춰 학교를 쉬도록 권장해 학부모들이 부담 없이 움직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정부가 정한 봄철 관광주간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주말을 끼고 짧게는 닷새에서 길게는 열흘간 방학에 들어간 학교도 있다. 전체 대상 학교 가운데 89%가 단기방학에 들어갔다는 것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조사치다.

 

여가문화가 다양하지 못했던 시절에 방학은 그 자체가 자유와 휴식의 메타포였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을 부풀게 만드는 이스트 같은 기표였다. 왜 아니겠나. 글자 뜻 그대로 ‘학업을 잠시 놓아도 되는’(放學) 사회적 합의의 시간인 것을.

 

생뚱맞은 단기방학의 정체를 정작 아이들은 모른다. 신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학교가 왜 쉬는지, 학부모들조차 정확히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평균 일주일여 이어지는 이 낯선 방학 기간에 엄마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엄마들이 모이는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금세 확인된다. “봄, 여름, 겨울방학 때 먹이는 라면 점심도 모자라 이젠 단기방학 라면까지 먹여야 하나….” 푸념이 아니라 성토다. 저소득층,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는 반듯한 끼니를 또 놓쳐야 하는 쓸쓸한 시간일 뿐이다. 엉뚱하게 사설 학원들이 특수를 누린다는 딱한 뉴스도 들린다. 학원가의 단기방학 집중 교실이 딱히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반쪽짜리 위탁소가 되는 건 당연하다. “너무 자주 쉰다는 소리가 듣기 민망해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선생님도 있다. 공교육만 놀고 있다는 얘기다.

 

문체부와 교육부의 걱정과 다르게 자녀의 학업 일정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가을에 또 있을 관광주간에 다시 이 방학이 이어지지는 않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관광수익 올리기 ‘부역’(賦役)을 하라고 등 떠미는 건 말이 아니다. 경제 살리자고 책 덮고 고속도로 행락 대열에 끼어들라는 정책은 초라하지 않나. 휴가를 강제하는 나라가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국민 관광 독려 차원에서 문체부 장관이 산나물 캐고 버섯 따서 매운탕 끓여 먹는 이틀간의 섬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면 단기방학으로 올린 수입이 얼마였는지 계산해 보여 줄 거라 기대한다. 가정의 달에 ‘대한민국 보통 가정’을 배려하는 가장 좋은 선물은 그냥 가만히 두는 거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춘호(논설위원)-20150508금] 공공도서관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장서 수집열은 대단했다. 부근에 여행하는 나그네가 책을 갖고 있으면 압수한 다음 복사본을 만들고는 원본은 소장하고 복사본만 돌려줬다. 알렉산드리아항에 정박 중인 해외 선박에서 책을 찾아 몰수하기도 했다. 아테네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돌려주지 않아 아테네 사서들이 알렉산드리아로 와서 그 책을 필사해 가는 일도 있었다. 도서관에는 필사 담당자만 수십명이었고 세계 각국에서 책을 가져와 파는 중개상도 들끓었다. 이렇게 해서 최성기 장서를 70만권까지 늘렸다. 물론 일반인들은 도서관에 얼씬도 할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 페르가몬의 도서관도 알렉산드리아와 경쟁할 만큼 유명했다. 여기서는 파피루스 대신 양피지를 사용해 책을 만들었다. 플루타르크는 이곳 장서량이 20여만권이라고 소개했다. 성서에 나오는 도시 에페소스의 셀시우스 도서관 역시 유서 깊다.

 

고대인들은 도서관을 영혼의 안식처로 여겨 매우 신성시했다. 문자를 신과 소통하는 도구로 생각한 만큼 도서관은 신성성을 비추는 곳이었다. 고대 지도자들이 도서관을 웅장하게 짓고 많은 책을 소장하는 건 바로 종교적 권력을 과시하는 소산이었다. 중세 들어선 수도원이 도서관을 대체했다.

 

도서관이 일반인에게 다가간 건 17~18세기가 돼서다. 이때 지어진 도서관들은 서적을 많이 보유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에게 책을 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근대 공공도서관의 개념은 1731년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에서 회원제 대출도서관을 만들면서 본격화됐다고 한다. 시민 전체에 무료로 개방하는 공공도서관이 출현하게 된 것은 1754년이다. 미국에서 공공도서관이 본격 늘어난 것은 19세기 말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도움이 컸다. 카네기는 미국에 무려 2500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어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동네 독지가가 마련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다. 카네기의 도서관 설립 기념비엔 이렇게 쓰여 있다. ‘지식과 상상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근로 소년 앤드루 카네기가 감사의 기억으로 기념비를 세우다.’

 

국립중앙도서관 장서가 1000만권을 넘었다. 세계 13번째라고 한다. 인터넷 시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책이 생산되고 있다는 증좌다. 하지만 미국 의회도서관 장서 1억6080만권에 비하면 10%도 되지 않는다. 공공도서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관은 여전히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곳이다. ‘어린 카네기’가 거기서 자라고 있기도 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508금] 볼티모어 앵그리맘

 

요즘 미국에서는 42세의 싱글맘 토야 그레이엄이 볼티모어 폭력시위에 참가한 16세 아들을 매로 훈육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너인 거 다 알아(I know it's you)"를 연발하며 온 힘을 다해 복면한 아들을 때리는 모습뿐 아니라 TV 인터뷰에서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정의가 아니며 나에게 숨이 붙어 있는 한 내 아들이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볼티모어 앵그리맘'은 이미 미국에서 전국구 스타이자 영웅이다. 워싱턴포스트·뉴욕포스트·USA투데이 등 주류언론들은 그레이엄을 '올해의 엄마'로 부르며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고 볼티모어의 앤서니 배츠 경찰국장은 "자기 아들을 책임질 줄 아는 부모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치켜세웠다. 정작 손찌검당한 아들 마이클은 쑥스러운 모양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많이 창피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아들은 "앞으로 또 그런 폭력시위가 열리더라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앵그리맘'의 매에 훈육 효과가 상당했던 셈이다.

 

물론 일각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레이엄의 행동은 자녀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 답이 될 수는 없다"는 등의 날 선 비판까지 다양하다. 과연 친자녀의 신체적 처벌까지 불허하는 법적 전통이 깊은 미국 사회답다.

 

한국에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정 내 체벌 금지를 법제화한 나라가 24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선진적이기는 하나 1979년 아동학대 금지 법안이 세계 최초로 발효된 스웨덴에 비하면 꽤 늦은 편이다. 더구나 최근 7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 중 80% 가량이 친부모였으며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체벌 가운데 '훈육 목적'이 20%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는 통계도 있다고 하니 체벌을 통한 훈육에 마냥 관용적이기는 어려운 처지다. 하기야 1970년대에는 스웨덴의 국민조차 90% 정도가 '체벌 없이 훈육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니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매'는 언제나 어디서나 난제 중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