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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北 잠수함 탄도탄 발사시험

■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 5월 국회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北 잠수함 탄도탄 발사시험

 

[한국일보 사설-20150511월] 남북화해 시급성 일깨운 北 잠수함 탄도탄 발사시험

 

북한이 그제 전략잠수함에서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8일 실시된 것으로 알려진 시험발사의 구체적 위치와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올 들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수 차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 사출시험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이 해역에서 발사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시험발사라고 주장하지만, 탄도탄의 로켓 추진장치가 점화돼 장거리 비행하는 수준이 아니라 잠수함 내 발사 플랫폼에서 모의 탄도탄(더미탄)이 사출되는 단계인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탄도탄의 사출거리도 100㎙ 정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 발사가 처음으로 수중 잠수함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서 신포 인근 지상이나 해상의 수직발사 시설에서 행해진 사출시험과는 전략적ㆍ군사적 측면의 함의는 차원이 다르다.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잠수함에서의 사출시험 단계를 넘어 조만간 로켓 추진장치를 가동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수 년 내 SLBM의 실전 배치가 가능한 수준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의 핵심인 SLBM까지 개발한다면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은 엄청난 후퇴를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SLBM은 ICBM보다도 사전포착이 어려운 데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더욱 곤란하다. 더욱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추진중인 우리의 전력증강계획은 북한의 지상이나 해상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일 뿐 SLBM을 탐지, 요격하는 방어망은 사실상 빠져 있다.

 

북한이 은밀하게 추진되는 잠수함 탄도탄 시험발사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의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냉각될 대로 냉각된 남북관계는 지난달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최근 민간단체의 교류와 지원이 활발해지면서 해빙무드를 맞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져왔다. 7년 만에 처음으로 6ㆍ15 공동행사를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남북 민간단체가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 간 불신과 대립의 해소는 민간차원의 교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거듭 확인됐다. 북한이 서해에서의 우리 해군 함정 활동을 북방한계선(NLL) 침범이라고 주장하며 “조준사격”을 위협하고, 동해상으로는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인 것도 마찬가지다. 날로 위협적인 북한의 비대칭 전력 증강에 대한 치밀한 대비책 마련도 물론 시급하다. 그러나 남북 긴장해소가 최우선이라는 당국의 엄중한 상황 인식과 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우선 요구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11월] 남북 모두에 백해무익한 군사 긴장

 

북한이 연일 남북 간 군사 긴장을 높이고 있다. 4월 말 미-일 정상회담과 8일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의 국제적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는 흐름 속에서 남북 간마저 군사 긴장이 격화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크다. 더구나 4월24일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서서히 재개되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까 우려스럽다.

 

북한은 8, 9일 잇따라 서해에서 남쪽의 ‘영해 침범’을 주장하면서 남쪽 함정에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북쪽은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서남전선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서해 북쪽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쪽 함정에 대해 “예고 없는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9일에도 다시 “맞설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사일 무력시위도 펼쳤다. 9일 오후 원산 부근 해상에서 사거리 100㎞로 추정되는 함대함(지대함 공용) 미사일 KN-01 3발을 발사했다. 또 같은 날,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우리 쪽도 ‘강 대 강’의 자세로 맞받았다. 최윤희 합참의장이 8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북쪽의 도발 시 한-미 연합전력으로 강력히 대응하기로 한 데 이어, 9일에는 주요 작전사령관과의 화상회의와 2함대 사령부 방문을 통해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처절한 응징’을 지시했다. 또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이례적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쪽의 군사 도발에 대해 신속하고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남북 모두, 특히 북한은 남북 군사 긴장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 주변에 ‘미·일 대 중·러’ 사이의 대결이 심화하는 와중에 남북마저 대립하는 것은 스스로 남북의 발언권을 줄이는 길이다. 남북의 자율은 축소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나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될 뿐이다. 이미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적 고립 상황에 처한 북한은 추가적 도발을 통해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쪽의 군사 도발에 대한 즉자적 대응을 넘어, 장기간 긴장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개선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비료 지원이나 민간 차원의 6·15선언 남북 공동 기념행사(6월14~15일) 서울 개최 합의 등 의미 있는 흐름을 살리면서 북을 대화 마당으로 끌어내야 한다. 지금이 대화냐 대립이냐의 중대 분기점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511월] 평양발 ‘스푸트니크의 순간’ 다가오나

 

북한이 9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탄도탄이 해수면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하게 된 것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며 “전략잠수함 탄도탄이 생산에 들어가고 가까운 시일 내 실전배치되면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시한폭탄을 매달아 놓는 것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 위협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일부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SL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인 수중 사출(射出) 시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역설계해 2000t급 전략잠수함을 건조하고, 지난해 중순부터 지상과 해상에서 사출 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을 통해 모의 탄도탄을 물 밖으로 사출시키는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1~2년 내에 SLBM의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적진 깊이 침투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ICBM)이나 항공기에 실린 탄도미사일(ALBM)과 달리 탐지나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SLBM의 보유가 핵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 보복 능력의 구비와 같은 뜻으로 이해되는 까닭이다. 북한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에 이어 여섯 번째 SLBM 보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북한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북한의 SLBM 보유는 북한 핵문제의 양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북한의 SLBM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핵우산에 의존하는 우리의 대응전략은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상 발사 미사일을 겨냥한 이들 시스템으로는 북한의 SLBM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전략잠수함이나 이지스함 전력 강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SLBM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SLBM 전력화는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근본적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스푸트니크의 순간’이 될 것이다. 한·미·일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똑같이 고민해야 할 국제사회의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SLBM 문제를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511월] 첨단무기 경쟁 부추길 북한의 SLBM 발사실험

북한이 그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의 막바지 단계인 ‘사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체에 ‘북극성 1’이라고 쓴 탄도미사일이 수중에서 솟구쳐 오르는 사진을 공개했다.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는 탐지와 방어가 어렵고, 유사한 잠수함 개발과 탄도탄 방어체계로만 대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잠수함 탄도미사일 전력화는 남측의 첨단무기 개발·도입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SLBM 발사는 체제 안전 보장과 군사 전력 강화가 아니라 역내 군사적 긴장과 무기의 파괴력만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다. 이번 시험이 남북 민간단체가 6·15 기념행사 서울 개최에 합의하는 등 모처럼 남북 간 교류 재개 분위기가 형성된 속에서 불거진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잠수함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통상 2개 과정을 밟는다. 고압가스를 이용해 미사일을 수면으로 올려보내는 것이 1단계이며 이어 장약과 자체 엔진을 가동해 날아가는 게 2단계다. 이번 시험은 1단계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서 쏘아올리는 기술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여기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배수량 3000t급의 잠수함까지 갖추게 되면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를 전력화하게 된다. 나아가 북한이 핵탄두를 잠수함 탄도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1t 이하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면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시험을 공개한 것은 미국까지 겨냥한 듯하다.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 전력화는 무엇보다 한국군의 미사일 대응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어 문제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탐지와 방어만 가능할 뿐 수중 발사 미사일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군이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력증강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북한의 사출시험 직후 당장 국내에서 핵잠수함 개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상대하려면 비슷한 전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것을 원했는가. 북한은 대답할 책임이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룰 수 없다. 북한이 지난 8, 9일 서해상 무력도발 위협을 하고 9일 동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군사적 긴장 고조만 불렀을 뿐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511월] 北 SLBM 위협 대응책 시급하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성공 소식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SLBM의 실전 배치 이후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그야말로 ‘벼랑 끝’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발사는 자신의 저택 부근에 새로운 로켓발사지휘소를 세울 정도로 미사일에 집착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 안보 당국은 이번 시험발사가 지난 8일 진행됐으며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수면 위 100m 정도까지 튀어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때맞춰 우리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과 동해상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만재배수량 2500t급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했을 때부터 SLBM 장착을 준비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차례의 지상 및 해상 시험을 거쳐 이 잠수함의 윗부분에 수직발사관을 장착했고, 비록 로켓 추진 장치를 점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을 이용해 처음으로 물 밖까지 미사일을 내보냈다. 앞으로 탄도미사일의 로켓 추진 장치를 점화시켜 장거리 비행 여부를 시험한 뒤 실전 배치하는 수순만 남은 셈이다. 전력화 시점은 향후 1~2년 내, 코앞에 닥친 것으로 예상된다.

 

SLBM의 가공할 위력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 군의 대응태세는 미덥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한다면 언제든 우리 해역에 침투해 은밀하게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동·서·남해 전 해역이 사실상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서 무방비로 미사일이 쏟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 것은 자명하다. 북한이 SLBM 개발을 서두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군의 대응태세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우리 군은 그동안 북한 핵 및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 구축을 서둘러 왔다. KAMD는 미사일 요격, 킬 체인은 이동식 미사일발사대 등의 선제 타격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SLBM 대책이 뚜렷하게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협은 침소봉대해서도 안 되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북한 SLBM 위협을 엄정하게 분석한 뒤 시급히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북한 잠수함을 전방위로 탐지할 수 있는 감시체계 구축을 서두르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섣부른 오판을 할 수 없도록 우리 역시 비슷한 전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한국일보 사설-20150511월] 공무원연금부터 개혁하고, 국민연금 장기 과제로!

 

5월 임시국회가 오늘부터 열리지만 순항은 기대난이다. 무엇보다 4월 임시국회 막바지의 공무원연금 개혁 불발의 책임론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 또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물론이고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개정안까지 다른 법안과 연계하려는 야당의 전략이 변화할 기미가 없다. 청와대가 어제 이례적으로 ‘5월 국회 개회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우선 처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을 풀 수 있는 대안이 꼭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여야 합의안에 대해 우리는 처음부터 ‘기본취지 훼손’을 지적했듯, 내용 자체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잇따른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다수가 이를 흔쾌히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러나 오랜 줄다리기 끝에 여야가 이룬 합의라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해야 할 가치가 있다. 어차피 더 이상의 논의 진전이 어렵다면 합의안 그대로 처리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다.

 

둘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장기적 논의 과제로 삼는 게 낫다. 그에 필요한 예상 보험료 인상분이 ‘1.01~16.7% 포인트’로 너무 달라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차이가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연도 및 유지 규모 차이에서 비롯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2060년 기금고갈(1.01%포인트)은 물론이고, 2100년 이후까지 현재 규모로 기금을 유지(16.7%포인트)한다는 극단적 상정을 배제하면, 기금고갈 예상 연도에 따라 3~4%포인트(2070년), 6% 포인트(2088년), 6.8%포인트(2095년) 등의 보다 현실적인 수치가 떠오른다. 현재의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어도, 어차피 언젠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보험료 인상을 논의해야 했다.

 

한편으로 소득대체율을 인상해도 실제 연금수령액의 인상 효과는 미미하다. 소득대체율보다는 ‘소득상한액’이나 ‘연금지급률’등에서 공무원연금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어야체감 가능한 효과이다. 공무원연금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갖춘 국민연금의 구조적 차이점도 한 요인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강화 논의는 워낙 논점이 복잡다기하고,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근로자와 사용자 등의 이해상충도 심각해서 단기간에 합의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국민연금 이해관련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합의안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기존 여야 합의와 야당의 처지를 고려해 장기 목표로서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선에서 여야가 절충할 만하다. 이 또한 불발한다면, 애초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에 국민의 싸늘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511월] 청와대의 무책임한 세금폭탄론

청와대가 5월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어제 국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노골적인 입법 지침을 내리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선동으로 가득 차 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국회 계류 법안들을 거론하며 “11일까지 통과” “한시도 미루면 안된다”고 다그쳤다. “청년 일자리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청년과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중요한 법안이라면 사전에 여당과의 조율은 물론 야당과의 대화 노력이 경주되어야 마땅하다.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다가 국회만 열리면 ‘무조건 통과’를 닦달하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를 청와대의 지침대로 움직이는 하명기관쯤으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어른거린다.

 

연금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대놓고 가이드라인을 내렸다. 김 수석은 “5월 임시국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는 정치적 당리당략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 아니고 공무원연금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을 앞두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분리’를 못박고 나선 꼴이다. 어렵사리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안’을 무산시켰던 청와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사돈 남 말 하듯 ‘유감’을 표명하고 비평을 늘어놓던 청와대가 이제는 여야의 협상에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고 있다. 삼권분립의 의미를 훼손하는 처사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반박하려 ‘세금폭탄론’을 동원해 ‘공포 마케팅’을 벌인 것은 무책임하다. 김 수석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향후 65년간 미래세대가 추가로 져야 할 세금폭탄이 1702조원”이라고 했다. 0.25배 연금 인상에 보험료는 2.3배가 오른다는 단순 산수에도 안 맞는 왜곡이다. 1702조원은 소득대체율 50% 때 수급자들이 추가로 받게 되는 ‘연금수령액’이다. 이를 마치 미래세대가 부담할 ‘세금’인 양 둔갑시켰다. 젊은 세대에게 ‘세금폭탄’ 공포를 조성해 공적 연금 강화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치졸한 꼼수다. “2016년에만 34조5000억원,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의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득대체율 10%포인트 인상뿐 아니라 2100년에 연금기금이 ‘수지균형’을 맞추는 극단의 가정하에서 얻어지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전제 조건은 생략한 채 호도된 수치로 ‘보험료 폭탄’을 강조, 저항을 부추기려는 선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책임은 방기한 채 의도적으로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청와대의 저열한 ‘연금 정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국민들은 안 속는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더니 느닷없이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꼼수에 국민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겠다면 ‘얼씨구나!’라며 대환영이라도 할 것으로 단단히 오인한 정치였다.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기본 성격과 한계점, 다단계 판매 같은 운영구도까지 잘 알고 있는데 여야 국회는 선심정책의 대상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이런 사실을 명확히 재확인해준다. 국민연금으로 ‘물타기’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42%에 달했다. 찬성은 31%에 그쳤다. 그나마 바로 연금을 받는 고령층에서나 찬성이 다소 많았을 뿐 20~50대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그냥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54%나 된 것도 국민들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 달콤한 유혹을 내놔도 속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가 아니라 60%로도 못 올릴 것은 없다. 2060년으로 예고된 기금고갈 시점을 몇 년 앞당긴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아니면 연금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더 내야만 한다. 그것도 아니면 공무원연금처럼 정부 재정에서 무한정 적자보전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세대와 기업의 부담을 화끈하게 올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선택들이다. 어떤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보험료율을 25%까지 올려 세금형태로 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24%로 문재인 대표 체제 들어 최저라는 지난 주말의 여론조사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소득대체율 50% 제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서 노조와 야당의 협상파기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은 이 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새누리당이 너무 쉽게 50%안을 받아들여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나도는 정도다. 대책 없는 지급률 인상이 가뜩이나 취약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것이다. 국회가 국민 장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포퓰리즘 국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요 정당들은 여론에 귀를 막고 있다. 딱한 정치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싱크탱크 시각/박순빈(연구조정실장 겸 논설위원)-20150511월]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위선자들

 

아이 키우는 집에선 부모들이 굶어도 배가 부를 수가 있다. 아이들 밥 먹는 모습을 볼 때이다. 예로부터 자식 입에 밥 넘어가는 게 가장 보기 좋다고 했다. 커가는 아이들보고 ‘부모 등골 휘게 할 식충이’로 여긴다면 비정상이다. 거꾸로 늙어가는 부모더러 자식 등골 빼먹겠다고 생각한다면 정상일까?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박근혜 정부가 자꾸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강화 방안이 청와대와 정부의 반발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급여율(명목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안이 논란의 불씨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한결같다. 지금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혜택을 늘리는 대가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나 편견에 기초한 괴담과 궤변이 난무한다는 게 문제다. 세대간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목소리도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국민연금은 궁극적으로 미래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을 완충해주는 장치이다. 이런 장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 미래세대에게도 결국 재앙이 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키우는 단골 논리는 ‘기금(적립금) 고갈론’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관리·운영의 최고책임자의 입에서 최근 기금 고갈론이 나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고갈 시점에 빚을 후대로 넘기는 것은 ‘세대간 도적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교묘하게 자기 주장을 했다.

 

정부 추계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은 언젠가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금은 정부가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책임준비금일 뿐이다. 기금 운용수익률의 제고 등으로 고갈 시점을 설사 몇년 뒤로 미루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미봉책이다. 그렇다면 기금 고갈 뒤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되거나, ‘미래세대에 대한 도적질’로만 국민연금 제도를 겨우 유지해야 하나? 문형표 장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국 민연금은 국민 누구나 겪게 될 노령화라는 위험을 국가가 해결해주는 제도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1조에서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힌다. 또한 연금급여의 안정적 지급을 넓은 의미의 국가 책무(3조의 2)로 정했고, 제도 자체의 관리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국고 부담(87조)도 명시하고 있다. 요컨대 가입자에 대한 연금 지급의 책임은 국가 몫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불안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절대 조건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적극 대응해야 한다. 복지 수준을 높여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보다 많은 가입자가 보다 높은 등급의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은 연금제도의 수단일 뿐이다. 최종 목적은 든든한 연금제도를 통한 국민 노후소득의 보장이다. 늙거나 병들어 스스로 먹고살기 힘들면 기본적인 생계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는, 지금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을 내세워 미래세대의 부담을 짐짓 걱정하며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위선자들이야말로 미래세대의 적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을 ‘도적질’이라고 하지 않는다.

 

 

■ 방산비리와 군사기밀 유출

 

[중앙일보 사설-20150511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기무사 방산비리

 

방위산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에게 돈을 받고 군사기밀 100여 건을 누출한 혐의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군 보안 업무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고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최근 구속한 기무사 소속 군무원 변모씨와 김모씨의 혐의를 보면 기가 막힌다. 변씨는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군사 Ⅱ·Ⅲ급 비밀’ 자료를 포함해 장성급 인사들의 신원정보와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 정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내부 동정 보고서 등 140여 건의 내부자료를 넘겼다. 더욱 놀라운 일은 변씨가 2004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일광공영의 보안 실태를 감독하는 기무 업무 담당자였다는 사실이다. 김씨도 기무사 직원으로서 취득한 군사기밀을 업자에게 넘겨줬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진배없다. 기무사는 군사·방위산업 분야의 보안, 방첩·대간첩·대테러 수사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에선 보안 감사는 물론 점검·교육·컨설팅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처럼 군사보안을 감독해야 할 기무사의 직원이 감시대상인 방산업자와 한통속이 돼 예민한 군사기밀까지 송두리째 넘겨준 것은 군 보안 업무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리다.

 

  우선 방산비리 합수부는 기무사가 자체 수사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보강 수사를 통해 면밀히 따져야 한다. 아무리 기무사가 군 사건을 담당한다 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무사 관련 사건까지 자체 수사에 맡겨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또한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해선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중히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방부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다면 기무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시스템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기무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고 업무 성격상 폐쇄적이다 보니 자체 감찰만으론 비리를 차단할 수 없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기무사 역시 인적 쇄신을 포함한 철저한 재발방지책만이 추락한 명예를 회복시킬 유일한 방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511월] 건당 7만원에 팔아넘긴 군사기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군사기밀 유출의 실상은 기가 막힌다. 어제 구속된 기무사 3급 군무원은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8년 동안이나 군사기밀을 이 회장에게 빼돌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군형법상 비밀자료 116건과 공무상 비밀자료 23건 등 모두 141건에 이른다. 이 군무원은 기밀 자료를 건넨 대가로 20차례에 걸쳐 1000만원 남짓한 돈을 이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합수단 발표대로라면 군사기밀을 건당 7만원씩에 팔아넘긴 꼴이니 어처구니없다.

 

이 회장은 공군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 과정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납품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서울 도봉산 주변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이 회장이 숨겨 놓은 엄청난 분량의 군사기밀 문서가 발견돼 우리를 놀라게 했다. 육·해·공군의 전력증강 및 작전운용 계획 등을 담은 2·3급 군사기밀을 비롯해 군 수뇌부의 신상정보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및 공중급유기 등의 무기체계 획득 사업 정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자칫 북한은 물론 다른 나라에 흘러들어 갈 경우 국가 안보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속된 기무사 군무원은 2004년 일광공영을 맡으면서 이 회장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무사의 무기중개업체 담당 군무원이라면 불법 로비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국가가 적정한 가격에 성능이 보장된 첨단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본연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무기중개업체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업체 대표로부터 푼돈을 챙기며 기밀을 넘기는 역할을 했다니 대한민국 군무원이 이 정도 국가관밖에 갖고 있지 못한 것인지 실망스러울 뿐이다. 합수단은 지난 6일에도 방위사업청 내부 동향과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를 이 회장에게 넘긴 기무사 4급 군무원을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이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력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벌이고 막대한 사업비를 빼돌렸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군무원들의 군사기밀 유출은 군의 하부 구조마저 지극히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매국 행위를 일삼은 군인과 군무원은 상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럴수록 이 회장이 금품 로비를 벌인 ‘몸통’을 찾아내는 노력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 5월 국회

 

[서울신문 사설-20150511월] 5월 국회, 더이상 민생을 외면하지 말라

 

11일부터 5월 국회가 한 달간 일정으로 시작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여야의 정쟁으로 4월 임시국회가 식물국회로 막을 내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처리를 높고 극한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명기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애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더불어 민생·경제 관련 법안 등 1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6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한 건만을 처리했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외쳤던 여야는 아직도 서로 약속을 어겼다고 ‘네 탓’만 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5월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사안은 연말정산 추가 환급 길을 여는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638만명의 근로소득자들에게 되돌아갈 4580여억원이 묶여 있다. 재정산에 대비해 사전 정리에 나선 기업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 무상보육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도 화급을 다툰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영세상인 보호 장치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인정되지 않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해 218만명으로 추산되는 상가 세입자가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은 만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 확보책이다.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 예산난으로 지원이 끊기는 점을 감안,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을 허락하는 조치다.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처리가 시급했던 지방재정법 개정안도 무산됐고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허송세월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고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주요 민생법안을 공무원연금 등 정치적 이슈와 연계해 볼모로 잡고 있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직시하고 협상은 협상대로 하되 민생법안 통과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5월 국회에서도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보여 주지 못하는 한 지지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4·29 재보선 참패 직후 ‘뼈를 깎는 자성’과 과감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국민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보듯 여당의 국정 난맥에도 비판적이지만 야당의 정치 행태에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여당의 실패와 오류를 정쟁의 꼬투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정쟁보다는 정책 대안을 통해 국정에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 본 기능은 입법에 있다. 민생법안조차도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그 많은 특권과 보수, 보좌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새겨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5월 국회, 경제활성화법 처리만은 외면해선 안된다

 

청와대는 10일 '5월 국회 개회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야당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세금폭탄은 무려 1,702조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우선이며 5월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1일 국회 개회 하루 전이었다. 굳이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야 할 정도로 청와대는 국회가 미덥지 못한가. 사실 국회의 자업자득이다. 특히 공무원연금개혁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무리하게 연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이 크다. 이런 야당안에 덜컥 합의한 새누리당도 무책임했다.

그렇다고 청와대는 제 역할을 다 했나. 청와대는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도출되도록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개입하더니 이를 뒤집게까지 했다. 그동안 당청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은 물론 여당의 신망 따위는 별로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다. 야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설득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 야당의 극단화를 대통령이 자극한 측면이 있다. 정치학자들은 "성공하는 대통령들은 반대파까지도 잘 설득해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고, 그것이 좋은 정치"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 정치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의 변화가 필요하다.

 

날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지금, 소통의 정치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5월 국회에서만은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통해 정치에 화합의 기운이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크라우드펀딩법·관광진흥법 등은 기업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처리가 다급하다.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도 중요한 관심사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연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눈앞의 당리당략에 매몰돼 국가의 미래까지 어둡게 하는 정치를 국민은 더 이상 용인할 여유가 없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011월] 홍준표 수사, ‘봐주기’로 가나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형사처벌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기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금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영장을 청구해온 전례 등에 비춰볼 때 불구속 기소가 온당한 결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 증인에 대한 홍 지사 쪽의 회유와 허위진술 강요 혐의에 대한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보면, 검찰이 ‘봐주기 수사’ 쪽으로 기울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검은돈이 오간 사건에서 관련 증인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구속영장 청구의 중대한 사유가 된다. 그런데 홍 지사의 측근인 김아무개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돈을 (홍 지사의 보좌관에게) 준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느냐”는 등의 회유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런 회유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주요 참고인에 대한 회유·무마 의혹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말만 할 뿐 뚜렷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홍 지사의 지시 여부는 일단 제쳐놓고라도 측근들의 증거인멸 시도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박아무개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잇따라 구속한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검찰은 이들이 회사 자료를 폐기·은닉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 초기에 전격적으로 구속했으나, 정작 돈을 받은 쪽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검찰의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측근들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의 진로를 가늠하는 풍향계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유일하게 돈 전달자와 전달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증거인멸 혐의마저 있는 이 사건을 맥없이 처리할 경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사건 수사가 성 전 회장 측근들만 감옥에 가고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11얼] 소비자만 ‘봉’ 만드는 가짜 백수오 파동

 

‘가짜 백수오’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강기능식품 백수오의 원료에 이물질(이엽우피소)이 들어 있다는 한국소비자원의 4월22일 최초 발표 이래, 소비자들의 불안과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 등이 무책임하게 나오고, 당국의 대응도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들에 접수된 가짜 백수오 제품 상담의 절반 이상은 6개 홈쇼핑 사업자한테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홈쇼핑 사업자들은 8일 백수오 제품 전면 환불을 보류한 채, 먹고 남은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환불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가짜 제품을 먹은 소비자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남은 물량을 보관하지 않은 소비자도 구매 증빙이 확실하다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 홈쇼핑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온갖 현란한 언설로 제품을 팔아먹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외면해도 되는 건가.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는 업체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파동이 길어지는 데는 식품안전 당국의 책임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차 조사 때 가짜 재료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가 2차 조사에서야 정반대 결론을 내놓았다. 당국의 ‘우왕좌왕 행보’가 소비자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을 놓고도 소비자원은 유해하다고 발표했고, 식약처는 무해하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파동의 일차 책임은 당연히 가짜 재료를 사용한 원료 공급업체에 있다. 거기에 당국의 무능이 겹쳤다. 소득이 좋다고 백수오를 심었다가 판로를 잃게 된 농민들의 처지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과 함께 ‘4대 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척결 의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 직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보니 정부가 실제 식품안전을 지켜내지는 못하고 말만 앞세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50511월] 추락하는 제1야당 지도부의 품격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품격과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늘고 있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소동은 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를 겨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비난했다. 주 위원은 “치욕”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후 회의장을 나갔다. 이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갑자기 ‘봄날은 간다’라는 대중가요를 불렀다. 어버이날이어서 노인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당에서 갑론을박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국민에게 노출된 공식 회의에서 벌어지는 언행의 품격이다. ‘공갈’이라는 표현으로 동료 최고위원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은 상식적 수준의 품위를 저버린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과거에도 막말을 하곤 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것을 놓고 “독일이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나”라고 했다.

 

  유 최고위원이 정당 지도부회의에서 노래를 부른 건 공적인 자리와 사적 모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박한 처신이다. 그는 최고위원 회의를 경로당쯤으로 생각하나. 비판자들은 코미디 프로에 빗대어 “제1야당 지도부가 봉숭아 학당”이 됐다고 지적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최고위원 제도’가 주는 폐해가 적잖다. 최고위원들은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상대 정당을 공격한다. 원래 최고위원회의는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그들만의 제도’다. 그렇다면 유권자를 향한 지나친 노출을 피하고 조용하고 진지하게 당 운영을 협의하면 된다.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의 정당에서 이런 요란한 제도는 없다. 미국은 철저하게 의회를 관할하는 원내대표 위주로 당이 움직인다. 최고위원제 개선도 여야의 정치 개혁 과제로 논의돼야 한다. 그전에 우선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품격을 살려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511월] 수출 부진, 시간 걸려도 근본대책 마련해야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전방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수출 부진을 국제경기 둔화에 따른 경기순환적 현상으로 여기며 안이하게 대응해왔던 점을 떠올리면 뒷북 대응이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의 수출 부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 1월 마이너스 0.9%에서 2월 마이너스 3.3%, 3월 마이너스 4.3%에 이어 4월에는 마이너스 8.1%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단순히 국제유가 하락이나 엔화약세, 글로벌 경기둔화 같은 경기순환적 요소 때문만이 아니라 장기적·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실제 중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아세안, 중남미는 물론 그동안 증가세였던 미국 수출마저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도 1분기에만 벌써 1.5%가 줄었다. 중국의 경기둔화 탓도 있지만 중국제품의 강화된 경쟁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중국은 최근 LCD패널 같은 핵심 부품군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과 어깨를 겨누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의 수출 부진이 1990년대 후발국의 추격으로 수출품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일본과 비슷하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며 무역강국이 됐다고 자처한 결과가 고작 이 정도였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처럼 상황이 막중한데도 정부의 그간 대응은 과거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달 전만 해도 수출상담회 개최나 수출 유망지역에 대한 마케팅 지원, 무역보험 지원 확대, 비관세 장벽 대응 같은 재탕 삼탕의 대책만 내놨을 뿐이다. 환율 대책도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되는 모양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의 고환율 정책이 되레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수출환경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세계적인 무역침체, 중국 시장의 변화, 개도국의 부상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선진국을 모방·추격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고기술, 고부가가치 품목을 발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업 구조 재편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작업도 필요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도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부동산 거래 급증, 너무 빨리 달아오른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4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12만48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3%, 전월 대비 7.7%나 늘어났다. 주택거래량은 3월(11만1869건)에 이어 두 달 연속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격도 강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말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9999만원이었다. 2013년 4월 4억8913만원을 기록하며 5억원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 2년 만에 다시 5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청약 열기 역시 후끈하게 달아 오르고 있다. 부동산 침체지역으로 불리던 인천 청라의 청약경쟁률이 2 대 1에 육박하는가 하면 동탄2신도시는 50~60 대 1에 달하기도 했다. 울산과 이천 일부 지역에서도 각각 50 대 1, 9 대 1 안팎까지 올라갔다.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은 DTI와 LTV 완화, ‘주택 3법’ 시행 등 규제완화 영향이 크다. 매매가의 71%까지 치솟은 전셋값으로 인해 매매수요가 늘었고 여기에 사상 최저인 저금리 기조도 한몫했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주택거래량 급증이 반전을 앞둔 현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소위 ‘거래량 상투론’이다. 무엇보다 수급이 녹록지 않다. 올해 아파트 신규분양 물량은 34만7000여가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일반 주택까지 합하면 50만가구를 넘어 정부 공급 목표량(38만가구)을 크게 넘어선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 저출산 고령화로 주택 실수요는 구조적인 감소세다.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11조6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다. 아무리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전환이 이뤄졌다고 해도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후폭풍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구매 열풍이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도 수요자도 부동산경기 급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미·일 vs 중·러, 냉전적 언어로 포장돼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신(新)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정치·경제·군사협력 방안을 쏟아낸 데 이어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장에서도 서로를 치켜세우기 바빴다. 미국과 일본 간 신동맹에 대응해 중·러가 신냉전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특히 공동성명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그런 시각은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물론 중·러가 접근하는 데는 미국과 일본의 결속 강화가 촉매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로서는 새로운 탈출구도 절실했을 것이다. 중국 역시 남·동중국해 영토분쟁이라든지 아시아에서의 주도권 강화 등과 관련해 어떻게든 미·일의 견제를 돌파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양국 간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러가 아무리 가까워진다고 한들 세계적 경제협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자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경제의 진면목이다. 적절한 정치 긴장과 더불어 세계적 경제협력도 공존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는 중·러 양국이 쏟아낸 각종 경제협력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수백조원에 이르는 천연가스 공급 계약, 21조원 규모의 모스크바~카잔 고속철도 건설, 금융분야 협력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러시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간 협력방안을 내놓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중·러 양국이 구상하는 지역경제공동체는 더욱 확장된다. 냉전구도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협력이다.

 

더구나 이런 경제협력은 냉전이 아니라 평화가 전제될 때 성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러 밀월은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한 각자의 ‘실리외교’ 결과였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냉전의 언어로 포장돼 있지만 경제협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급증하는 노인 범죄에 담긴 암울한 미래

 

노인 범죄가 유독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범죄가 2011년 6만8,836건에서 2013년에는 7만7,260건으로 늘어났다. 급속한 고령화로 범죄도 늘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통계를 보다 자세히 보면 그게 아니다. 최근 2년 사이 노인 범죄 증가율은 12. 6%로 같은 기간의 노인 인구 증가율 9.6%를 앞선다. 다른 연령층에서 범죄가 줄거나 정체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범죄 증가분의 거의 전부가 노인 계층에서 일어난 셈이다.

 

내용은 더 나쁘다. 노인 계층이 저지른 살인과 강도·강간·강제추행·방화 같은 강력범죄의 증가율이 무려 40%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강간과 강제추행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 노인 범죄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노인 계층 자신에게 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 수준의 향상으로 신체연령은 아직도 젊은 노인들이 '욱'하고 저지르는 우발성 범죄는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노인 계층이 과거와 같은 존경은커녕 무시당하는 데는 예전의 노인들이 지녔던 지혜와 아량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증가하는 노인 범죄는 사회적으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두 가지 차원에서다. 첫째, 노인의 미래는 단순히 특정 인구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노인 인구와 범죄가 증가하면 노년층은 더욱 한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둘째, 가장 힘없는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노인 빈곤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빈곤과 질병·소외에 시달리는 노인 계층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한국 사회는 더 팍팍하고 암울해질 것이다.

 

노인 범죄 감소를 위한 처방은 일자리에 있다. 노년의 지혜와 경험은 사회적 자산이다. 빈곤층의 공공근로 취업을 확대하고 여유로운 노년층에게는 보수가 적거나 무급이라도 봉사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의 추진이 시급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11월] 제2 롯데월드… '안전 대한민국' 간판 역할 다해야

 

제2롯데월드 수족관과 영화관이 서울시의 사용제한 해제 조치로 폐장 5개월여 만인 12일 재개장한다. 또 공연장 공사중단 조치도 해제돼 롯데 측은 공사를 속개해 내년 말 완공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에서 수족관 누수, 영화관 진동, 공연장의 공사 인부 추락 사망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12월16일 수족관과 영화관 전체에 대해서는 사용제한, 공연장 공사는 중단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13년 10월 개장한 제2롯데월드는 개장 후 안전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대형사고 발생에 대한 일반 시민의 우려가 컸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시가 이번 사용제한 해제 결정에 앞서 롯데 측이 제공한 3곳에 대한 정밀안전 진단서는 물론 안전관리 시민자문단 등 전문가회의, 현장 점검과 국민안전처와의 협의를 거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한 까닭이다. 세월호 사고 등으로 국민의 안전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제2롯데월드는 서울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다.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수족관과 영화관의 구조적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용중단 조치 전까지만 해도 하루 10만명씩 찾던 곳임을 감안하면 재개장 후에도 이런저런 안전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먼저 알리고 철저히 고쳐나가는 관행이야말로 시민에게는 훨씬 큰 안정감과 신뢰를 부여해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롯데 측도 안전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예방 노력과 비용보다 몇 십배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적 피해보다 신뢰 추락이 더 무서운 법이다. 제2롯데월드 측은 이번 기회에 스스로가 서울의 랜드마크를 넘어 '안전 대한민국'의 간판 역할까지 맡았다고 여기기를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싱크탱크 시각/박순빈(연구조정실장 겸 논설위원)-20150511월]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위선자들

 

아이 키우는 집에선 부모들이 굶어도 배가 부를 수가 있다. 아이들 밥 먹는 모습을 볼 때이다. 예로부터 자식 입에 밥 넘어가는 게 가장 보기 좋다고 했다. 커가는 아이들보고 ‘부모 등골 휘게 할 식충이’로 여긴다면 비정상이다. 거꾸로 늙어가는 부모더러 자식 등골 빼먹겠다고 생각한다면 정상일까?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박근혜 정부가 자꾸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강화 방안이 청와대와 정부의 반발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급여율(명목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안이 논란의 불씨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한결같다. 지금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혜택을 늘리는 대가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나 편견에 기초한 괴담과 궤변이 난무한다는 게 문제다. 세대간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목소리도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국민연금은 궁극적으로 미래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을 완충해주는 장치이다. 이런 장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 미래세대에게도 결국 재앙이 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키우는 단골 논리는 ‘기금(적립금) 고갈론’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관리·운영의 최고책임자의 입에서 최근 기금 고갈론이 나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고갈 시점에 빚을 후대로 넘기는 것은 ‘세대간 도적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교묘하게 자기 주장을 했다.

 

정부 추계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은 언젠가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금은 정부가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책임준비금일 뿐이다. 기금 운용수익률의 제고 등으로 고갈 시점을 설사 몇년 뒤로 미루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미봉책이다. 그렇다면 기금 고갈 뒤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되거나, ‘미래세대에 대한 도적질’로만 국민연금 제도를 겨우 유지해야 하나? 문형표 장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국 민연금은 국민 누구나 겪게 될 노령화라는 위험을 국가가 해결해주는 제도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1조에서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힌다. 또한 연금급여의 안정적 지급을 넓은 의미의 국가 책무(3조의 2)로 정했고, 제도 자체의 관리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국고 부담(87조)도 명시하고 있다. 요컨대 가입자에 대한 연금 지급의 책임은 국가 몫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불안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절대 조건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적극 대응해야 한다. 복지 수준을 높여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보다 많은 가입자가 보다 높은 등급의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은 연금제도의 수단일 뿐이다. 최종 목적은 든든한 연금제도를 통한 국민 노후소득의 보장이다. 늙거나 병들어 스스로 먹고살기 힘들면 기본적인 생계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는, 지금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을 내세워 미래세대의 부담을 짐짓 걱정하며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위선자들이야말로 미래세대의 적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을 ‘도적질’이라고 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 문화콘텐츠학)-20150511월] 모래시계

 

A time to be born, a time to die(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A time to plant, a time to reap(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기타 치며 팝송깨나 부른 예전 교회 오빠라면 입에서 술술 나올 것이다. 미국 록그룹 버즈(The Byrds)의 ‘돌고 돌고 돌고(Turn! Turn! Turn!)’에 나오는 가사다. 1965년 빌보드차트에서 3주간 1위를 했다. 50년 전 일이다.

 

  노래는 진실을 넘어 진리로 시작한다. “모든 건 때가 있다(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 작사가는 놀랍게도 지혜의 왕 솔로몬이다. 전도서 3장 1절부터 8절까지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다.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쓴 반성문이자 권고문이다.

 

  지금 오빠들은 원조 ‘버즈’를 모른다. ‘가시’ ‘겁쟁이’ ‘남자라면’을 부른 또 다른 버즈(Buzz)를 알 뿐이다. 그들은 무거운 진실보다 사소한 현실에 더 관심이 많다. “뜬금없이 설레게 했던 말/ 라면 먹고 갈래”(‘남자라면’ 중에서). 신문 안 읽는 오빠들은 라면 받침대로 신문지를 활용한다. 신문 좀 읽으라고 잔소리하면 ‘딴 거 읽을 게 너무 많다’며 꽁무니를 뺀다.

 

 나이 든 자들은 신문을 펼친다. 온통 모래시계 검사 이야기다. 젊은이들은 그가 왜 모래시계 검사인지에 대해 묻지도 않는다. ‘모래시계’가 드라마였다는 사실에도 관심이 없다. 확실히 모든 건 때가 있다.

 

  모래시계 검사를 만난 적은 없다. 그 대신 모래시계 PD는 자주 보았다. 같은 방송사 선배였다. 20년 전 대한민국은 ‘모래시계’로 들썩거렸다. 지금의 ‘삼시세끼’에 비할 바 아니었다(나영석PD에겐 미안). 모래시계의 김종학 PD는 시대의 영웅이었다. 그를 추억하는 책에 나는 이렇게 썼다. “겁을 주진 않았지만 그 앞에 서면 겁을 먹었다. 그의 탑은 높았고 장엄했다. 그의 모래시계는 모래성을 쌓은 자들을 반성하게 했다. 금기를 깨고 드라마의 역사를 바꾼 사람. 분명한 건 하나. 그는 드라마를 만들었고, 스스로 드라마가 되었다.” 불과 20년 전 일인데 아이들은 자랐고 불세출의 PD는 몇 해 전 허름한 고시텔에서 쓸쓸히 생을 접었다.

 

  모래시계 검사는 페이스북에 결국 진실은 밝혀질 거라 적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를 요구했다. 진실은 하나일 텐데 실체적 진실은 또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시 돌고 돌아서 가자. 전인권의 한국판 ‘돌고 돌고 돌고’는 이렇게 끝난다. “어두운 곳 밝은 곳도 앞서다가 뒤서다가 다시 돌고 돌고 돌고”.

 

 

[경향신문 칼럼-여적/김민아(논설위원)-20150511월] 샤이 토리(Shy Tory)

 

2010년 6·2 지방선거는 한국 여론조사 업계의 ‘대참사’였다. 선거 전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한나라당)가 한명숙 후보(민주당)를 최고 17%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불과 0.6%포인트 차이였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송영길 후보(민주당)가 여론조사 열세를 뒤엎으며 8.3%포인트 차로 이겼다.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침묵하던 ‘숨은 야당 표’가 많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일명 토리)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5년 만의 정권교체를 벼르던 노동당은 오히려 20여석을 잃으며 분루를 삼켰다. 선거 전 여론조사 업체들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초박빙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노동당의 표밭인 스코틀랜드에서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돌풍을 일으킨 데다 선거 막판 보수당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에선 이런 ‘숨은 보수 표’를 일컬어 ‘샤이 토리(Shy Tory·수줍은 보수당 지지자들)’라고 부른다. 1992년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 1% 뒤졌으나 실제 투표 결과 보수당이 7.6% 승리한 데서 비롯한 용어다. 당시 보수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하는 바람에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영국 여론조사 업계에선 이 같은 요소를 반영해 조사 결과를 보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샤이 토리는 1997~2010년 노동당 집권기엔 큰 변수가 되지 않았으나 이번 총선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거브의 피터 켈너 대표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예상이 틀린 것은 사람들이 말한 바와 다르게 투표했기 때문”이라며 유권자 탓을 했다고 한다.

 

물론 ‘숨은 표’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국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시각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된다. 막판 표심에 급격한 변동이 있다 해도 대중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숨은 표’라고 지칭해온 표가 사실은 ‘변한 표’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론조사 기법의 보완은 절실하지만 공표금지 규제 개선도 검토할 만한 과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11월]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공개된 노래극 ‘넋풀이’의 삽입곡이다. 이 노래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됐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를 썼는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빌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반복)”라는 가사가 평이하다. 그 때문에 100년쯤 뒤 이 노래를 ‘386세대의 반정부 투쟁가였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894~95년 동학 농민혁명을 주동한 전봉준과 동학 농민들이 공주 우금치에서 조선의 관군과 일본군의 합동작전으로 거의 전멸하자 그 패배를 슬퍼한 백성이 널리 불렸다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평이함에서 닮았다. 고종에게 반부패 개혁과 외세 배격을 요청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한 동학 농민들을 애도할 만한 과격함이 없다. ‘새야 새야’보다 100여년 전인 1792년 프랑스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이 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의 호전성과 선동성이 비교될 정도다. 가사 1절에는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고, 전투 대열을 구성하라/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불순분자들의 피로 길고랑을 물들여라”는 구절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가 또 논란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 국가보훈처가 공식 행사에서 이 노래를 빼고 공식 기념곡을 공모하겠다거나, 2010년에는 기념식 식순에서 이 노래를 빼고 그 자리에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올해도 공식 기념곡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무산되자 5·18 유족회와 광주시민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해 반쪽짜리 관변 행사처럼 쪼그라들 것 같다.

 

노래 한 곡에 목숨 걸 일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같은 논리로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하던 노래를 유가족들이 원하는데 목숨 걸고 못 부르게 할 이유도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열망했던 시민과 젊은이들의 노래다. 그러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도시, 광주의 시민에게 이번 5·18에는 꼭 돌려주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511월] 침묵하는 다수

 

최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야는 투표 전날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야권 성향의 선거구가 많은 데다 온갖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여당의 속은 더 새까매졌다. 그러나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그랬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럴 때마다 예측 실패 원인을 ‘침묵하는 다수’에게 돌린다.

 

‘침묵하는 다수’는 독재정권 때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흔한 분석은 독일 언론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얘기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자신의 견해가 우세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 표출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은 소용돌이처럼 한 방향으로 쏠린다.

 

이는 ‘밴드왜건 효과’와 비슷하다. 서커스행렬 맨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악대차(車)가 편승효과를 부추기면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 ‘브래들리 효과’도 있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백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던 데서 나온 말이다. 유권자들이 인종편견을 감추기 위해 흑인을 지지한다고 거짓 응답했던 것이다. 미국 경영학자 제리 하비는 애벌린에서 외식을 하자는 가족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폭염 속에서 고생한 일화를 빌려 이를 ‘애벌린 패러독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적용된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목소리 큰 게 전체 여론인 양 둔갑하는 건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게 한국식 눈치보기나 냄비근성과 맞물리면 걷잡을 수 없다. 왜곡된 쏠림은 일그러진 ‘SNS 여론’을 낳는다. 통상 진보가 주류 담론인 시기에는 보수가 침묵하고, 보수가 주류 담론일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 ‘여론’이라는 말을 처음 쓴 루소가 지적했듯이 이는 ‘양식 있는 시민의 판단’보다 ‘모종의 분위기상 압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엊그제 끝난 영국 총선에서도 그랬다. 여론조사 결과 선거 직전까지도 어느 당이든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hung) 의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보수당의 압승이었다. 승리의 비결은 무상교육 같은 인기영합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통한 성장정책이었다. 5년을 이어온 긴축정책을 3년 더 유지하겠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한 게 핵심이었다. 이처럼 확고한 가치를 분명히 제시하는 정당에 말없는 지지로 답하는 게 곧 ‘침묵하는 다수’의 힘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한기석(논설위원)-20150511월] 석유 지정학

 

19세기가 석탄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석유의 시대다. 영국은 일찍부터 석유의 중요성을 알았다. 외교 전략도 이에 맞춰 나갔다. 19세기 말 급속도로 성장한 독일은 중동에 석유자원이 풍부한 것을 알고 베를린과 바그다드를 잇는 철도 건설을 추진했다. 영국이 장악하고 있던 바다를 거치지 않고 육지를 통해 석유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위협을 느낀 영국은 1914년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국가 간 충돌이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석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석유 통제권을 넘겨받은 가운데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욤 키푸르 전쟁을 일으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스라엘이 아랍 땅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달 석유 생산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1차 석유 파동으로 유가는 급등했고 석유 에너지에 의존해온 세계 경제가 뿌리째 흔들렸다. 경제학자인 윌리엄 엥달이 전하는 1차 석유 파동의 진실은 다르다. 욤 키푸르 전쟁은 미국과 영국이 기획한 것으로 미국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이스라엘과 아랍을 이간질해 일으켰다. 미국과 영국은 당시 북해 유전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유가 급등으로 이 투자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며 석유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일으켰지만 정작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에 없었다. 당시 이라크에는 프랑스가 석유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었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라크와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감춰진 이유다.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기던 유가가 40달러 선까지 내려가더니 어느새 다시 60달러 선까지 올라왔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움직임이다. 석유 패권 싸움의 결과는 대개 유가로 나타난다. 석유 지정학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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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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