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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현명관 마사회장의 얘기를 듣고 싶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승마협회로 확대되고 있다. 승마협회가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이 로드맵에 따라 승마 선수들의 독일 전지훈련을 위해 삼성이 후원금을 낸다는 계획이 마련됐지만 결국 이 돈이 정씨의 말을 사들이는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승마협회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씨가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눈총이 쏠리는 데다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와 기업들이 컨설팅 계약을 맺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정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승마 특기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검찰이 이미 승마협회의 전현직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만큼 조만간 혐의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점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마사회의 관련성 여부다. 마사회가 문제의 로드맵에 참여했다는 정황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의 독일 연수에 참여했던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 감독도 일련의 과정에 현명관 마사회장이 관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 회장을 국회 위증죄로 고발을 추진하겠다는 배경이 그것이다. 조만간 임기가 끝나게 되는 현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마사회의 로드맵 참여 여부에 대해 “전혀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다. 물론 얘기가 서로 엇갈리고 있으므로 어느쪽 주장이 맞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마사회가 그동안 각종 구설수에 올랐으면서도 비슷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권력층과의 특별 관계에 의존한 때문이 아니냐는 점이다. 가뜩이나 방만 경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으면서도 각종 비리와 부정이 끊이지 않는 복마전 양상을 보이는 것은 공기업의 윤리를 저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 기회에 정치권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말 산업 진흥과 국민 여가선용이라는 설립 취지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 회장의 향후 거취도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2.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이 필요하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난국 타개에 도움이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참석하는 영수회담을 통해 김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 방안을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김 내정자 인준 문제도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청와대로서는 김 내정자를 책임총리로 내세워 정국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나 다름없다. 총리 내정을 발표하면서 여야 정당과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발을 사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당들은 이미 인준절차의 거부를 선언한 마당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밀어붙인다고 해도 국회 동의를 얻기가 어려운 처지라는 뜻이다.

김 내정자 본인도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가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내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소신을 밝히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거국내각을 이끌어가기에 적임자라고 간주되던 김 내정자의 지명철회가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그의 역할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난국 타개에 도움이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새누리당 탈당 약속이 함께 따라야만 한다. 총리에게 내치의 전권을 맡기려 한다는 얘기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서도 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그 얘기를 확실히 다짐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책임내각’이나 ‘거국내각’을 들어 “2선 후퇴라는 게 현행법상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강조하는 청와대 내부의 기류가 궁금할 뿐이다.

야권이 청와대의 영수회담 제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주말로 예고된 대규모 촛불집회에 맞춰 하야 투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느꼈다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서울신문]

3. 팔짱 낀 우병우 앞에 손 모은 검찰

검찰에 출두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퍼부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들어서면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고압적 자세로 일관했다. 그간의 의혹에 관해 묻는 기자를 의도적으로 노려보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들어갑시다”라며 적반하장의 여유를 부려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황제 소환’ 의혹을 받는 그는 역시나 뒷북 검찰 조사에서 상전 대접을 받았다. 여유 있게 팔짱을 낀 그에게 후배 검사와 직원들이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 한 장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누가 피의자이고 누가 검사인지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검찰이 어떤 계산으로 우 전 수석의 오만을 묵인하며 수사하고 있는지 넘겨짚고도 남을 만하다. 우 전 수석은 온갖 잡음 끝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도 75일 만에야 검찰에 나왔다. 검찰은 그의 개인 수사는 물론이고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 관련 수사까지 일일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현직 민정수석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런 사람한테 여전히 검찰이 말도 안 되는 환대를 했다면 수사 의지는 새삼 따져 볼 것도 없는 문제다.

우 전 수석의 입김에 검찰이 쿵짝을 맞춰 무늬만 수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강남 땅 매각 의혹 등 횡령으로 제한돼 왔다. 그러나 그가 최씨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최씨와 측근들의 국정 농단을 몰랐을 리 없다는 국민적 의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어제야 김수남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여론 눈치나 살피며 계속 뒷북을 쳐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끝내 맹물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별검사 도입으로 우 전 수석의 의혹은 낱낱이 재해부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검찰 불신은 더 내려갈 데가 없을 지경이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게 된 비상한 국면에도 청와대와 끈 떨어진 갓 신세인 전직 수석의 비위나 맞추는 못난 행태에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최씨 패거리의 국정 농단 수사는 말할 것 없고 만약에 있을 대통령 수사도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국민 분노와 탄식을 새겨들으라. 검찰총장에게도 앞으로 특검에서 부실 수사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펄펄 끓고 있다.

4. 김무성의 “헌법 훼손” 발언 무겁게 받아들여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어제 최순실씨 국정 농단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해 국정 붕괴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의 회견 내용은 현 정국과 맞물린 탓에 여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차원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김 전 대표처럼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는 식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쓴 적은 없다.

게다가 현 상황을 국정 마비를 넘어서 국정 붕괴라고 규정했다.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에게 ‘헌법 훼손’을 거론한 것 자체가 다름 아닌 박 대통령과의 단절이자 결별 선언이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울려 퍼진 “박 대통령 하야” 함성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눈치를 보던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 좌장의 기회주의적인 압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정국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당적 정리, 즉 탈당과 함께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까지 들고나왔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보다 당이 중요하다’라며 국정의 안정을 위해 조속한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을 촉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해 말을 아꼈던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비박계의 입장을 대변한 격이다. 분당까지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지금껏 비박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밝혀 왔던 의견의 종합판인 까닭에서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국정 정상화의 조건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균열인 동시에 대선을 향한 새판 짜기로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전 대표의 공세에 대해 친박계가 주축인 당 최고위원회는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에 불참한 데다 최고위원회에는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의 탈퇴로 친박계만 남았다. 당 지도부는 일찍이 ‘거취보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

국정 파탄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대신해 난국을 타개해야 할 여당이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할 만큼 상황 인식도 안이하다. 박 대통령은 정국이 더 꼬이기 전에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크게는 새누리당, 좁게는 친박계에 의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지지율 5%로는 국정을 끌고 갈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김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지명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인정한 만큼 국회에 선택을 강요하기보다 직접 정리하는 편이 옳다. 국민의 분노를 달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당적을 내려놓는 문제도 당이나 계파를 떠나 국정 운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에 대한 집착은 정국의 심각성을 외면한 자세로 비칠 뿐이다. 12일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5. 최순실 주변 재산동결 적극 검토하라

요즘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건과 함께 국민이 미심쩍게 바라보는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영적 멘토라 불리는 최태민 목사 일가의 수천억원에 이르는 재산이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최씨 일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1970년대만 해도 생계가 어렵다던 최씨 일가가 어떻게 1980년대 100억원대의 빌딩을 무더기로 사들일 정도의 재력가가 됐는지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어제 ‘최태민·최순실 특별법’을 이달 중 발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그런데 지금 최씨 일가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거론되는 것은 최씨 일가가 공적인 기관을 동원해 치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공개된 최태민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씨의 녹취록에서 조씨는 “1975년 구국선교단을 조직해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앉힌 뒤엔 돈 천지였다. 돈은 최태민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조씨 외에도 최씨가 박 대통령을 앞세워 대기업 등에서 돈을 뜯어내는 것도 모자라 박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던 육영재단, 영남대 등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민 의원이 어제 페이스북에서 “최씨 일가가 사적인 영역에서 형성한 부를 사법처리하기는 법리적으로 어렵지만 공직자나 공익재단, 교육재단, 종교 등 공적 성격을 갖는 기구를 통해 형성한 부정 재산에 대해서는 배임, 횡령, 직권남용의 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순실씨 역시 아버지처럼 박 대통령을 팔아 800억원대의 재단 두 개를 만들어 놓고 차은택씨 등 심복을 통해 뒤에서 각종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융성이니 체육계의 비리 근절이니 하는 ‘박근혜표’ 정책들이 최씨 일가의 돈벌이를 위한 덫에 불과했던 것 아닌가. 조카 장시호 역시 스포츠 단체를 만들어 7억원의 정부 예산을 챙기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이권까지 노렸다고 한다. 3대에 걸친 나랏돈 빼먹기와 기업 등치기가 아닐 수 없다.

검은돈 거래로 뒤가 켕기지 않았다면 최씨 일가가 대포폰을 여러 개 들고 다니고 카드 대신 현금만을 쓰는 치밀함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최씨 일가 주변의 부정 축재를 단죄해야 한다. 그들의 부정한 재산이 바로 국정 농단의 증거물일 수 있다.

[조선일보]

6. 경제가 살얼음판,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당장 열라

한국 경제가 살얼음 밟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에 내수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물론이고 국책 연구기관 KDI마저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외풍도 심상치 않게 거세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댄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전보다 보호무역주의 기류도 확산될 조짐이다.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더 어둡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대기업과 구조 개혁 문제가 정치력 공백 사태에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 와중에 경제 사령탑이 되어야 할 선장이 어정쩡하게 둘이 됐다. 지난 2일 청와대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했지만 국회에 인사 청문 요청서도 보내지 않고 있다.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을 모아놓고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 대응 체제도 가동시킨다지만, 여전히 경제 전반의 컨트롤타워는 물러날 예정인 유일호 경제부총리다.

지금 국면에서는 경제에 방화벽(firewall)을 세우고 정치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정치 위기가 경제에 옮아붙어 경제 위기를 가속화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총리 문제와는 별개로 여야가 신속히 뜻을 모아 새 경제부총리만큼은 하루라도 빨리 임명해 경제 정책의 전권을 주고 정책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새 거국 총리가 나오더라도 경제와 국방만큼은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오늘 임 부총리 인사 청문 요청서부터 국회에 보내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동아일보]

7. 靑 ‘문고리 3인방’ 박 대통령 아닌 최순실에게 충성 바쳤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해 말까지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통화하며 국무회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최 씨가 국무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을 검찰이 복원했다는 것이다.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이들 ‘문고리 권력 3인방’은 단순히 박 대통령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달하는 심부름꾼이 아니라 거꾸로 최 씨에게 복종하며 최 씨의 의견을 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파일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최 씨의 사익(私益)으로 연결된 사례가 적지 않다. 1월 12일 최 씨의 개인회사 더블루케이가 설립된 지 일주일 만인 1월 19일 박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예산 누수와 부조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강조한 것이 한 예다.

더블루케이가 스포츠 시설 전문 건설사인 스위스의 누슬리를 앞세워 평창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에 뛰어들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 누수를 막는다며 입찰을 밀어붙이려 한 바 있다. 6월 21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관여한 ‘코리아에이드’를 격찬했고 관련 사업 예산은 올해 50억1000만 원에서 내년도 144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편성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정윤회 씨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들 3인방에 대한 절대적 신임을 천명했다. 이런 신임을 믿고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폭로한 대로 장차관들과 대통령의 접촉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이제 보니 ‘문고리 권력’이 박 대통령과 장차관의 대면보고를 차단했고, 조직적으로 최 씨에게 청와대 기밀을 퍼 나르며 지시를 받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문고리 3인방은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론 최 씨가 이들을 통해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정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3인방의 월권이 최 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정권은 사실상 ‘최순실 정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 관련 발언과 정책 중 무엇이 박 대통령 생각이고, 무엇이 최 씨가 개입한 결과인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실상 ‘그림자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혹에 국민은 경악스럽고 참담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직접 해명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설령 ‘2선 후퇴’를 한다 해도 국가 통치자로서 상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일보]

8.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하는 게 순리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자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그제 국정교과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으로 추정되는 인사 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미 공개된 집필진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심의위원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새로 드러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보수 성향 일색이다. 일부는 뉴라이트 성향 단체에서 활동했다. 편향된 시각의 집필이 우려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균형 잡힌’ 집필진을 구성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최씨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으로 밝혀지면서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 박 대통령 발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순실 교과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역사학계와 시민단체에 이어 교육감들도 잇달아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마저 “교과서 국정화라는 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 46명, 심의위원 16명의 명단을 공개한다. 12월까지 의견 수렴과 현장검토본 수정·보완작업을 거쳐 내년 1월 심의를 마무리하고 3월 새 학기부터 중·고교에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정대로 일이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다. 현장검토본과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미래 세대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어선 안 된다. 교과서를 남몰래 밀실에서 집필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가 배포되면 교육현장에서 외면받을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반발로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정화를 추진하게 된 것은 현행 검정 교과서의 왜곡과 편향이 심각해서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겠다면서 또 다른 획일적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착오적이다. 교육부는 더 늦기 전에 국정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내년에는 현행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역사교과서 개선안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다.

[중앙일보]

9. 퍼펙트 스톰 몰려오는데 경제 컨트롤타워 어딨나

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가 리더십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제다. 한국 경제는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민간 연구소들은 4분기는 물론 내년 1·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은 2년째 내리막길이다. 바깥 사정도 간단치 않다.

당장 8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무역·금융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승리할 경우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엔 미국 금리 인상도 예정돼 있다. 하나같이 한국 경제에 핵폭탄급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형 변수들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국내 외환·금융 시장에 외환위기 뺨치는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는 실종됐다. 경제부총리 교체 인사가 지난주 이뤄졌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철회를 놓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접점을 못 찾으면서 부총리의 국회 인사청문회도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면밀한 경제정책을 짜기는커녕 현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유 부총리의 지침을 따르면서 임 내정자의 철학에도 맞춰야 한다. 혹여 임 내정자의 임명이 무산돼 유 부총리가 유임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러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나.

더 이상 이런 경제 리더십 ‘진공 상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당장 400조원의 내년 예산안 처리, 세법 개정안 통과 등 현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국발 외환(外患)과 폭증하는 가계부채, 긴급한 구조조정 등 내우(內憂)에도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정치 리스크가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서둘러 차단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무총리 인준과 별도로 경제부총리 청문회를 열든지, 임 내정자가 마땅치 않다면 여야 협의하에 경제 사령탑을 새로 내세우든지 결정해야 한다. 더 미뤘다간 나라 곳간마저 거덜 날 수 있다.

[매일경제]

10. 예산은 유일호, 위기 관리는 임종룡이 책임지고 챙겨라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리더십 공백은 이미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팀 수장 교체기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문제다.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어색하게 마주 앉은 장면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으로서는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때 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총리 임명이 강행되더라도 임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지휘봉을 잡기까지는 30일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퇴임이 예정된 부총리와 부총리 내정자의 어정쩡한 동거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책 관료들은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고 시장은 누구 입을 쳐다봐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 대응에 한 치의 빈틈도 용납할 수 없는 처지다. 임 내정자 말마따나 지금 경제는 살얼음을 밟는 것 같은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상황이다. 그러므로 어제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중심으로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24시간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적절했다. 그는 부총리 내정자 신분이지만 현직 금융위원장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인도를 높이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부처와 한국은행도 위기대응팀과 적극적인 공조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유일호 부총리는 경제팀 내 정책 조율을 계속하면서 특히 내년 예산안과 관련 법안 문제를 푸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헌법이 정한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은 한 달이 채 안 남았다. 지금 같은 폭풍 정국에서 여야가 400조원 넘는 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해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순실표 예산' 걸러내기와 예산 부수법안 처리 문제로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국회 경험이 많은 유 부총리의 설득 노력이 중요해진다. 다음달 중순에 내놓아야 하는 내년 경제운용 계획을 작성할 때도 여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이처럼 재정은 유 부총리가, 금융은 임 내정자가 확실히 책임지고 챙겨야 리더십 교체기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춘추전국시대 맞은 '디지털 입력방식'

수동식 기계 타자기가 1860년대에 처음 개발된 이래 ‘키를 눌러 입력한다’는 방식이 주된 입력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들어 기존과는 다른 입력 방식을 시도한 독특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세계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 레노버는 키보드를 없앤 대신 필기용 패드와 소프트웨어 방식 키보드를 결합한 ‘요가북’이라는 독특한 태블릿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다양한 입력을 쉽게 할 수 있는 주변기기 ‘서피스 다이얼’을 포함한 ‘서피스 스튜디오’라는 일체형 PC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애플은 노트북 키보드 상단 기능키들을 터치 방식으로 바꾼 노트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약 150년 간 바뀌지 않았던 ‘키보드를 눌러 입력한다’는 패러다임이 변화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양한 입력 방식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기술 발전과 사용자 관점에서 살펴보자.

기술 발전으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자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휴대하고 다니는 모든 것에 본인의 ‘정체성’을 부여해 전자제품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간주했다.

사용자들을 좀더 살펴보자. 최근 트렌드를 선도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터치 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터치 기반 기기들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13세부터 25세로 구성되는 이 세대는 사용하기 쉽고 직관적인 기술을 선호하며 기성세대에 비해 키보드나 PC에 대한 의존도가 덜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기존의 투박하고 무거운 노트북으로는 이러한 기술 및 패션 트렌드와 요구를 충족할 수 없게 됐다. 2010년에 등장한 소비자용 태블릿은 바로 이 세대들에게 적합한 기기다. 태블릿은 특유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키보드나 마우스가 아니라 손가락만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조작할 수 있다. 또한 10인치급 화면은 노트북 크기와 다름이 없어 많은 이들은 태블릿이 노트북 자리를 대체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2012년에 발표한 태블릿 시장 전망에 따르면 태블릿은 2012년 1억1700만대에서 2016년 2억6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태블릿 시장은 8분기 연속 출하량이 감소해 올해 출하량은 1억8000만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키보드를 활용한 입력 방식은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키보드로 무게와 두께가 증가하는 한계가 있다. 태블릿은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에 띄우는 가상 키보드로 두께와 무게를 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가상 키보드는 입력이 다소 부정확하다는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키보드가 화면 절반을 가린다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태블릿 시장은 키보드를 탈착할 수 있는 ‘투인원’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IDC 전망에서도 투인원 태블릿 수요가 증가해 2018년 이후 태블릿 시장은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업무를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키보드가 가장 효율적인 입력장치라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태블릿에 키보드를 부착한 무게와 두께는 노트북과 다르지 않으며 일반 노트북으로는 터치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힘들다. 결국 터치 세대를 위해 태블릿 두께와 무게를 유지하면서 키보드를 활용할 수 있는 요가북과 같은 제품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애플의 터치바도 키보드의 생산성과 소프트웨어 방식의 다용도성을 결합해 노트북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입력 방식의 변화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어쩌면 생산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소비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시대인 셈이다. 이제 시작되는 입력 패러다임의 변화가 사람들의 디지털 라이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지켜보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내 기억 속의 권혁주

‘가장 아름다웠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예술가가 세상과의 연을 다했습니다’라는 어느 유명 작곡가의 페이스북 글을 접했다. 이 글에 있는 보도기사 링크를 클릭한 순간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지난 10월 12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연주차 방문했던 부산이 그의 마지막 여정이 되어버렸다. 급성심정지가 원인이었다.

2009년 5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초청 연주회’에서 공연담당자 자격으로 그와 처음 마주하였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는 당시 유망주였던 손열음, 성민제, 김선욱 등 현재 최고의 클래식 스타들이 소속되었던 앙상블이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과묵하고 말이 없었던 그였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현란했다. 펜데레츠키와 브람스의 곡에서 보여준 화려한 보잉 스킬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그의 격정적인 사운드는 앙상블의 조화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유달리 돋보였다.

2015년 11월, 웃는얼굴아트센터 앙상블 오푸스 공연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직접 운전해서 대구로 내려온 그에게 “직접 운전하고 먼 거리를 오셔서 많이 피곤하시겠어요?”라고 물어봤다. 그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늘 그렇게 다닙니다. 혼자 생각할 것도 많고요”라고 답했다. 바쁜 일정에 장거리 운전까지 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객석에서 눈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공연은 늘 그렇듯 열정적이었으며 뜨거웠다. 슈만의 피아노 콰르텟 작품 47번을 마지막으로 오푸스의 공연은 끝이 났다. 8번의 커튼콜을 받으며 말이다.

그는 매순간 최고임을 증명해야 했다. “모스크바에서 10년간 살면서 항상 우승자로 버텨왔다. 그리고 그 높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연주회 때마다 그가 느낀 심리적 압박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주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본인의 건강을 돌볼 여유도 없이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갔다고 한다. 더불어 살인적인 연주 스케줄과 먼 거리의 자가운전은 그의 몸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던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한다.” 그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랬기에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였으며 모든 공연마다 최고의 연주를 들려줬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다 닳아 손톱이 남아 있지 않은 그의 손 사진은 오직 음악만을 위해 살았던 각골지통(刻骨之痛)을 보여준다. 음악을 대함에 있어 누구보다 겸손했으며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권혁주. 그의 빈자리가 더욱 애석하고 원통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만약 지금 그가 옆에 있다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기보다 음악 앞에 진실했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길 원하지 않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3. [매일신문][기고] 안전수칙 지켜 겨울철 화재 예방하자

최근 경주 지진 발생에 이어 태풍 차바가 한반도를 휩쓸고 간 뒤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기면서, 대한민국의 재난 발생에 대처하는 수준이 세간에 오르내린다. 이를 두고 미리 준비하여 두지 않고 일이 닥쳐서야 허둥지둥하는 것을 비유하는 갈이천정(渴而穿井`목이 말라야 샘을 판다)과 같은 형세라고 언론에서 꼬집고 있다.

울긋불긋 물든 산으로 많은 등산객을 유혹하는 계절이 끝날 무렵 소방기관에서는 겨울을 대비하여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화재 등 재난 대비에 여념이 없다. 바로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며, 내년 2월까지는 겨울철 소방안전종합대책을 중점 추진하기 때문이다. 매년 해온 일임에도 이렇게 야단법석인 이유는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겨울철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를 살펴보면, 전체 화재의 30%를 차지하는 614건이 발생해 인명 피해 32명, 재산 피해액이 21억여원에 달했다. 이 중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47.7%, 주택 등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31%나 차지하였다.

무엇보다 연간 전체 화재 중 겨울철 화재 발생이 집중되고 있어 대구소방에서는 해마다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마련하여 전 소방공무원이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하기는 힘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내 가정, 나의 주변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안전의식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더욱 그러하다. 소방기관의 대책과 더불어 시민 스스로 겨울철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 안전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쯤에서 시민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아무리 화재 예방을 잘하여도 완벽한 예방은 없다. 발생 시 초기대응을 잘하여 대형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불을 끄는 원리는 간단하다. 불이 발생할 수 있는 3가지 요소 중 한 가지를 차단하면 된다. 첫째, 불이 옮아 붙을 수 있는 종이, 나무 등 가연물. 둘째, 공기 중에 21%를 차지하는 산소. 셋째, 불이 가연물 등에 착화할 수 있는 열원이다. 불을 끄려면 이 중 한 가지를 제거해 주면 된다. 초기에 그 역할을 가장 잘해 줄 수 있는 것이 소화기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파트 등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을 사용하면 쉽게 진화할 수 있다. 소방차 한 대보다 내 주변에 비치된 소화기, 옥내소화전 한 대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화재 발생 시 불을 끄는 소화기구가 있다면 이를 알려주는 소방시설이 있을 법한데, 바로 화재감지기이다. 화재를 감지하여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 주는 역할을 한다. 내년 2월 4일까지 모든 주택에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되었다. 지금 가정으로 돌아가시면 바로 천장에 감지기가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다시 한 번 내 주변에 설치된 소화기, 옥내소화전에 대한 사용법을 익혀 보고,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도록 하자. 이런 소방시설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한다면 가까운 소방서나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로 전화문의 후 예약접수할 수 있다.

끝으로, 소방기관은 항상 시민들의 곁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시민의 안전 지킴이라는 기본을 잊지 않고 세여파죽(勢如破竹`기세가 맹렬하여 대항할 적이 없는 모양) 자세로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을 한 번 더 되짚어 보는 기회를 가져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길 기원한다.

4. [머니투데이][정유신의 China Story]농촌도 인터넷쇼핑 확산

중국 인터넷쇼핑시장은 규모 면에서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2015년 3조1200억위안(약 562조원), 올해는 약 4조4400억위안(약 800조원)으로 미국의 2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중국의 인터넷쇼핑 붐이 최근 도시에서 농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기단계로 농촌의 인터넷쇼핑 판매액은 연 3~4000억위안(약 54조~72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증가속도는 도시의 약 2배일 정도로 빠르다. 2013년 1125억위안(약 20조원)이던 게 2015년엔 3530억위안(약 64조원)으로 연 78%의 증가율을 보였고 올해도 예상대로 6950억위안(약 125조원)까지 늘면 지난해의 거의 2배인 셈이다.

왜 이렇게 빠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전문가들은 4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최근 농촌소득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농촌의 1인당 소득증가율은 평균 12~13%로 도시의 1인당 소득증가율을 평균 3~4%p나 상회한다. 또 2014년 이후 농촌 1인당 소득이 평균 1만위안(약 180만원)까지 늘어 농촌인구의 소비에 대한 욕구도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농촌의 인터넷보급률(인터넷이용자/농촌인구 X 100) 증가다. 인터넷이용자는 2009년 1억700만명에서 2015년 1억9500만명으로 82%나 늘어났다. 게다가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인터넷보급률은 31.6%로 도시의 65.8%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그만큼 인터넷 확대의 잠재력이 크단 얘기다.

셋째, 농촌의 인터넷쇼핑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09년 1880만명이던 농촌의 인터넷쇼핑 이용자수는 2015년엔 9239만명으로 6년 만에 5배, 연평균으론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넷째, 농촌의 교통인프라 건설도 농촌의 인터넷쇼핑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향, 촌의 도로는 2009년 각기 102만㎞, 183만㎞에서 2015년 111만㎞와 222만㎞로 대략 2배 가까이 확장됐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중국 농촌의 인터넷 활용이 인터넷쇼핑과 같은 소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된 농산물 판매도 인터넷망 활용이 빨라졌다. 소위 쌍방향 유통네트워크다. 중국에선 도시제품의 농촌판매를 샤샹(下鄕)이라 하고 농산물의 도시판매를 진청(進城)이라 한다. 2014년 기준 중국의 진청 총판매액은 3조4000억위안(약 612조원), 이중 인터넷을 통한 판매액은 1000억위안(약 18조원)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선진국 예컨대 미국의 16%에 비하면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인터넷쇼핑과 마찬가지로 증가율은 매우 빨라서 거의 매년 배증한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한 농산물의 판매업자수는 2012년 26만명에서 2015년엔 90만명, 농산물 판매액은 200억위안에서 695.6억위안으로 3년 만에 3.5배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성장잠재력이 크면 기업들의 참여와 경쟁도 심해지기 마련.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앞다퉈 농촌소비와 생산물판매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물론이고 징동, 쑤닝 등 대형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강한 플랫폼과 풍부한 상품을 기반으로 농촌 전자상거래시스템, 배송체계, 서비스거점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알리바바는 천현만촌계획(千縣萬村計劃), 소위 ‘농촌 타오바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앞으로 3~5년간 100억위안(약 1.8조원)을 투자해서 1000개의 현과 10만개의 촌을 커버하는 인터넷판매망을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현에는 물건도 직접 배송하는 거점형태의 전자상거래운영센터, 촌에는 거점은 아니지만 소비와 판매를 연결하는 서비스스테이션을 설립해서 샤샹과 진청의 인터넷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2015년말 기준 전국 22개성, 202개현과 9278개촌에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새마을운동’을 배워간 중국 농촌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메리 로빈슨

1990년 11월 8일 아일랜드의 법학자 출신 정치인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이 아일랜드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노동당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를 치른 그는 결선 투표에서 51.9%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 해 12월 3일 취임한 그는 재임 7년 동안 연평균 9.9%의 경이로운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1인당 국민소득을 1만 달러 남짓에서 3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아일랜드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저 경제적 진전은, 동구권 민주화 이후의 신자유주의 호황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과 인권ㆍ자유의 획기적 성장 속에 이룬 거여서 의미가 컸다.

유럽의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로 꼽히는 아일랜드에서 여성이 국가 수반이 된 사실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로빈슨은 더 나아가 95년 국민투표를 통해 아일랜드 여성의 숙원이던 이혼을 합법화했고, 동성애를 불법화하고 있던 법을 개정했다. 아일랜드가 지난 해 동성혼 법제화를 국민투표로 가결한 최초의 국가가 된 데는 그의 공이 컸다.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그는 낙태 합법화 국민투표(92년)를 실시하기도 했다. 분쟁지역 북아일랜드를 네 차례 방문하며 신페인당 당수 등 파벌 지도자들을 만났고,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국 여왕도 만났다. 내전 직후 소말리아의 기근과 르완다의 인종말살 전쟁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근절 노력을 촉구하는 데 가장 앞장 선 국제 정치인이기도 했다.

1944년 5월 21일 의사 부모의 외딸(4남1녀)로 태어난 그는 전통적 보수주의에 치이며 성장했고, 법률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법과 인권을 공부했다고 한다. 트리니티 칼리지와 하버드에서 유학한 그는 25세이던 69년 트리니티 칼리지 최연소 교수가 됐고, 그 해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여성 배심원권 획득, 기혼여성 공직 유지권 획득…. 선거 직후 “나의 당선은 여성 유권자들이 요람 대신 낡은 체제를 흔들어 갈아치운 결과”라고 말했던 그의 임기말 지지율은 97%에 달했다. 종신 대통령을 해달라는 농반진반 청을 뿌리친 채 그는 임기를 석 달 여 남겨두고 사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이 됐다. 지금은 더블린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2년 12월 대선서 박근혜 후보가 51.6%로 당선되자 그를 메리 로빈슨에 비유하며 ‘덕담’한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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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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