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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트럼프 당선, 한·미 우호관계 차질 없도록

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거두면서 기존 국제질서가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체제에서 추진됐던 정책 기조가 상당히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가 유세 과정에서 보여준 돌출적인 언행으로 미뤄 백악관 정책에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연이어 국제적으로 중대한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어제 개표 과정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굳어짐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것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이날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주가지수가 요동치는 움직임을 나타냈고, 국내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나란히 폭락했다. 보호무역 기조로 회귀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따라 신흥시장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소지가 커진 데 따른 당연한 반응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안보정책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북한 핵개발이 점차 현실화되는 단계에서 한·미 간의 군사관계가 긴밀히 지속돼야 하지만 트럼프 체제에서는 오히려 거리가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군 철수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 감안해야 할 변수가 커졌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한·미 FTA 재협상이 논의될 경우 우리에게는 불이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 문제에 있어서도 보복을 당할 수 있는 소지를 가급적 줄여나가야 한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한편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힐러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믿고 트럼프 진영과의 관계에 소홀했던 것은 잘못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에 걸쳐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주한미군 부담금 인상 요구 및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해 우리 나름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불안한 모습으로 출렁이는 외환시장에 있어서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2. 영수회담에서 ‘대통령 거취’ 담판 지어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9일부터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이다. 정부는 ‘북핵 등 엄중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교적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뿐 아니다. 경제는 생산·소비·투자 감소 등 ‘트리플 침체’로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 이후의 대응책도 시급하다. 하지만 위기대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나라 안팎에서 국정 마비로 인한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난국 수습에 힘을 모으기는커녕 정략적 기세싸움만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제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했지만 야권에서 요구하는 2선 후퇴 등에 대해선 모호하게 넘어갔다. 야권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어제 “실질적으로 국회 추천 총리에게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권한을 보장해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려나가겠다”고 추가로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헌법적 규정’을 거론하는 등 여전히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미련을 완전히 끊지 못한 모양새다.

야당의 움직임도 국민들 눈에는 마뜩지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어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완전한 2선 후퇴 없는 국회 총리 추천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해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혼란을 수습해야 할 책무가 주어진 거야(巨野)가 대화로 수습책을 마련하기보다 장외(場外)로 뛰쳐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기들의 조건만을 고집하며 정략적으로 국정 표류를 방치하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한다.

지금 대내외 환경은 비상시국이나 다름없다. 국정 혼란이 더 이상 계속되면 나라가 결딴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청와대와 야권이 대통령 2선 후퇴나 새 총리의 권한 범위 등을 놓고 힘겨루기만 할 때가 아니다. 청와대는 어제 “영수회담에서 총리 권한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당장이라도 만나 정국 수습에 나서길 바란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각오로, 야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난국 수습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영수회담에서 서로의 이견에 대해 담판을 지어야 한다.

[서울신문]

3. 野, ‘총리 추천’ ‘권한 논의’ 투 트랙 고려해 보라

청와대와 야권이 비상시국의 수습 방안을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했다. 12일 시국집회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정국이 더욱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총리 내각 통할권’ 제안을 ‘시간벌기용’으로 일축하고 나선 것은 나름 이해가 된다.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헌법에는 “총리는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야권 입장에서는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마치 ‘선심’ 쓰듯 하니 “모호한 말장난만 하실 뿐”(추미애 대표)이라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국민의 눈에는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공을 넘기고 어떻게든 국정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만 해도 진솔한 자기반성과 참회가 없어 두 차례 해야만 했다. 총리 추천권도 국회의 권한 등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키며 야당을 자극하고 있다.

나라의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은 권력을 움켜쥘 생각을 버리고 국회와 허심탄회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 말마따나 “대통령이 (권한을) 너무 내려놨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통령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사는 길이고, 이 나라가 사는 길이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하야와 2선 후퇴 등 대통령을 향해 압박만 한다면 사태 해결은 난망하다. 비상시국을 조기 수습해야 하는 책무는 야당에도 있다.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야당이라도 책임의식을 갖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주말 집회에 100만명이 모인다는 얘기에 솔깃해 민심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며 ‘초강수’만 두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 마음이 대통령을 떠났다고 그 마음이 야당을 향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의 나라를 구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정 공백 사태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흔들리면 총리가 중심을 잡고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야당은 총리 인선을 피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4. ‘문화 대통령’ 차은택 비리, 우병우 민정이 덮었나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CF감독 차은택 씨가 그젯밤 체포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조사를 받았다. 체포영장에 적시된 수억 원대의 횡령과 광고회사 포레카 인수업체에 대한 지분 강탈(공동 강요) 혐의는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문화계 전반에 걸친 국정 농단 의혹에 비추면 빙산의 일각이다.

차 씨는 2014년 최 씨의 끈을 잡고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이듬해에는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대부’로 모셨다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작년 포레카 인수업체 대표에게 “지분을 안 넘기면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할 만큼 조폭 같은 권력을 휘둘렀다.

직장 상사이자 대학 은사였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의 인사에도 차 씨가 관여한 흔적이 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VIP(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쫓아낸 뒤 차 씨는 CJ E&M 사옥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차려 주인 행세를 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그처럼 문화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사람은 없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차은택이 하는 모든 사업에 예산을 몰아줬다”고 증언했을 정도다.

이 같은 차 씨의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지난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이 적발했으나 청와대는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동아일보 보도다. 민정수석실이 차 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만에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면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서 추가로 받은 70억 원을 롯데그룹 압수수색 전날인 6월 9일부터 급하게 되돌려준 것도 수상하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이 최 씨 측에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가능했단 말인가.

박 대통령은 4일 두 번째 사과를 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추진한 문화융성을 일부의 잘못으로 꺼뜨리지는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 씨나 차 씨처럼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사익(私益)을 챙긴 문화사업이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할 리 없다. 검찰이 추악한 비리를 샅샅이 규명해야 할 것이다.

5. 트럼프 美대통령, 기득권 정치에 대한 民主主義의 분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 시간)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출마 선언 1년여 만에 162년 전통의 보수정당 공화당의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그동안의 대립과 분열을 달래는 듯 “인종과 종교 배경 믿음을 초월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충격에 빠진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미국 이익을 우선으로 하겠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단아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국과 세계질서를 예고한다. 당초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많게는 90%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월가와 유착한 정치 귀족, 유능하되 정직하지 못한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국가기밀이 포함된 문건을 주고받은 ‘이메일 사건’으로 도덕성에도 상처를 받고 미국 240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번 선거는 엘리트 기득권 계층의 제도권 정치세력과 세계화의 물결에서 소외된 대중을 대변하는 비제도권 아웃사이더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구호가 ‘변화’였다면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분노’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깨졌고 중산층은 무너졌다. 미국 유권자 75%가 ‘부유하고 힘 있는 계층으로부터 미국을 되찾을 지도자’를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다.

막말과 성추문, 인종차별 발언으로 얼룩진 막장 선거전이었지만 결국 민심은 경제와 민생, 일자리로 모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공화당 기성 정치인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트럼프는 미국인의 속마음을 거침없이 대변했고, 미국의 이익에 충실해 표심을 얻었다. 올 6월 반(反)세계화, 반(反)기득권 정치의 손을 들어준 영국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와 일치한다. 기존 정치권이 이런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점은 몰락한 새누리당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공약을 내건 트럼프가 세계질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반(反)이민, 신(新)고립주의, 보호무역을 주창했다. 국제교역은 물론이고 이민, 외교, 안보에 이르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당장 국내 시장은 코스피가 2,000 선이 무너졌고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증시도 폭락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어 개별 국가들이 각자도생에 나설 경우 전 세계는 환율 전쟁, 보호무역 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경제를 저해한 “깨진 약속의 대표적 사례”라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 이후 5년간 수출 감소 269억 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찰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트럼프는 미중 관계, 중동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8년간의 오바마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대외 정책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중국을 향해 “미국의 지식과 일자리를 훔쳐가는 강간국”이라고 막말을 쏟아내 미중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동북아가 격랑에 빠져들면서 한반도가 주 전선(戰線)이 된다면 긴밀한 한미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향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누리면서 경제 발전을 구가한 ‘무임승차(Free Riding)국’이라 비난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핵무장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을 향해서는 “미친 인간(Maniac)”이라면서도 “대화할 수 있다”며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정은 역시 미국과 대화하며 핵에 대한 암묵적 동의 및 미래 핵을 담보로 대북제재 완화나 살라미형 보상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선거운동 기간의 트럼프 발언은 내부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 성격이 강하다. 또 자신의 대외 정책을 현실화시키려면 의회와 군부, 외교 관료, 싱크탱크와 전문가 그룹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트럼프가 주는 교훈도 있다.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지킬 수 있도록 힘과 외교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접어들었으나 국가 리더십이 진공 상태다. 향후 6개월은 트럼프 백악관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골든타임’이지만 당장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 통화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파문’에 휩싸여 외교·안보 지휘체계까지 흔들리는 등 국정이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發) 태풍까지 몰려온 셈이다. 한국은 과연 이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일보]

6. 야, 주말 집회까지 대통령 탓만 하겠다는 건가

야 3당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추천 제안을 거부하고 12일 집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제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미 대통령 선거 결과로 국내외 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국정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대여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 대통령이 총리를 추천해달라며 국회에 던진 공을 야 3당이 ‘2선 후퇴 뜻을 명확히 하라’며 청와대로 되던진 꼴이다. 야 3당 대표들은 그러나 대통령의 거취, 구체적인 권한 이양의 범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각 당의 입장이 달라 구체적으로 논의를 못했다”(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고 한다.

핵심은 야당이 주장하는 ‘2선 후퇴’의 기준이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총리 권한인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실상 의전상 권한을 제외한 모든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내각 권한을 넘어서는 대통령 고유권한, 군통수권과 인사권 등 전반을 거국중립내각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권한은 행사하지 말라는 얘기다.

청와대와 여야가 이를 합의하기도 어렵지만 현행 대통령제 속성상 위헌 논란도 제기된다. 헌법에 명시된 군통수권과 조약 체결·비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 권한 등을 총리에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다. 야 3당 입장이 제각각이니 설사 대통령이 ‘2선 후퇴’ 선언을 한다 해도 대통령·총리 권한 범위를 놓고 다툼이 일 게 뻔하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만나 정치적 담판을 지어야 할 사안인데도 반대만 외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에서 야당의 정략적 행태는 실망스럽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최순실 정국 주도권을 끌고가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차라리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든지 탄핵 절차를 밟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게 솔직할 것이다. 대통령 비판 여론에 편승해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야당을 편들 정도로 국민 수준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7. 정치 초짜 아웃사이더의 반란,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이변을 연출했다. 부동산재벌 출신으로 워싱턴 정치와 무관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피말리는 접전 끝에 막판 대역전에 성공해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그가 내년 1월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해 초강대국인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키를 잡게 되면 미국과 국제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이와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했다. 선거기간 내내 표방한 미국 우선주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거세지고 주요국과의 갈등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 포기를 뜻하는 고립주의를 내새움에 따라 국제안보질서의 격변을 초래하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국제무역질서도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세계 각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의 변화·개혁 열망이 트럼프주의와 접목돼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는 사회 양극화, 삶의 질 저하, 관대한 이민정책, 기득권 정치의 무능력 등에 불만을 품은 백인 저소득층의 정서를 대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패한 정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선거 혁명에 나서자는 트럼프의 호소가 먹혀든 것이다. 반면 클린턴은 기득권층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트럼프와 클린턴 간 대선전은 ‘남성 대 여성’, ‘아웃사이더 대 주류 정치인’ 등 미국 정치사상 전례 없는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서 미국을 분열로 몰아넣었다. 트럼프가 불법체류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의 공약을 부분적으로라도 실행에 옮기면 사회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대선 이후 미국 사회의 통합이 요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선거 기간에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등 온갖 스캔들과 저질 공격이 난무하면서 정치혐오증을 키운 것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경제적 박탈감을 지닌 이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 전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 사건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정치 초짜’인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을 상대하게 됐다.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

8. 트럼프發 금융패닉, 경제팀 최고의 위기대응력 보여달라

뜻밖의 미국 대선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각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에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장은 2% 넘게 떨어졌고 코스닥 시장도 4% 가까이 추락했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에 버금가는 충격이다. 달러화는 급락한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금값은 치솟았다. 멕시코 페소화는 10% 가까이 추락했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던 한국 경제에는 설상가상이다.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교역이 더욱 움츠러들고 통화전쟁이 격화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위험도 높다.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다.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경제팀은 위기 관리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기 대응 능력과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국정 전반의 리더십 공백과 경제 사령탑 교체기의 혼란으로 위기 대응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치명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정책에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투자자들이 과도한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일이다. 그러자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외화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충분히 설명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도 더욱 유연해져야 한다.

[매일신문]

9. 대기업 SK텔레콤의 불법과 갑질, 수사로 바로잡아야

SK텔레콤이 지난 3일 일어난 포항 7번 국도변 광케이블 공사 근로자 2명 사망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은 또한 공사를 벌이면서 포항국도관리사무소의 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허가 공사로 두 근로자의 아까운 생명을 앗은 불법도 모자라 대기업 갑질까지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근로자 사망 사건은 대기업의 준법의식 결여가 빚은 결과이다. SK텔레콤이 발주한 공사를 SK TNS가 원청, ㈜한우가 하청을 받아 관할 관청의 도로점용 허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공사를 하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아 경찰에 통보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탓에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결국 두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고는 불법과 안전 불감증이 부른 화였으나 관할 관청의 문제도 드러났다. 이는 사고가 난 뒤 포항국도관리사무소가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한 통신주 2개를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망 사고 구간의 2개 통신주 외에도 12개의 통신주가 더 설치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기 전 무단으로 12개나 더 불법 통신주를 설치했음에도 포항국도관리사무소는 이를 몰랐으니 관할 관청은 눈먼 행정을 한 꼴이다.

불법 공사 강행도 문제지만 책임 소재를 두고 벌어진 발주처인 SK텔레콤의 갑질은 더욱 그렇다. 숨진 두 근로자의 가정을 무참히 깨뜨린 사고임에도 SK텔레콤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사고가 나자 원청과 하청업체가 하나같이 발주처는 사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들이 스스로 사고 책임을 뒤집어쓰는 잘못을 자청한 까닭은 자명해 보인다. 발주처가 원청과 하청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법조차 무시하고 책임까지 떠넘기는 갑질 횡포를 저지른 대기업의 비윤리적 배짱 경영을 방치하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수사로 책임 소재를 밝히고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한다.

10. 박 대통령 제안 거부만 하는 야당, 대안은 무엇인가

야당이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현행 헌법에서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이 2선 후퇴했을 경우 대통령 권한의 어디까지 손을 떼야 하는지를 놓고 야당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들어설 거국내각 총리의 권한 범위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야당의 견해는 내치(內治)는 물론 외치(外治)도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런 의견이다. 국정에서 내치와 외치를 두부모 자르듯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국군통수권과 계엄권은 물론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의 인사권까지 손을 떼라고 한다.

그러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분간”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적어도 내정에는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반대 주장을 한다. 정부를 운영하다 보면 대통령의 영역이 있고 총리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무대책이다. 거국내각 총리가 외치까지 맡을지는 지금 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를 압박하면서도 2선 후퇴 후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순실 사태’ 이후 야당의 행태를 보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국중립내각을 먼저 제안하고도 새누리당이 수용하자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를 지명하자 국회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자 이번에는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야당에도 기대할 것은 없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박 대통령의 통치력 상실의 공백을 야당이 메워야 하지만 야당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골몰해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에게 상처받은 국민은 야당에도 실망하고 있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데스크칼럼] 아픈 현실, 영화가 말한다

이곳저곳 위태롭지 않은 데가 없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정치가 시끄럽고, 수출 활력 부진으로 경제가 비틀거린다. 급기야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외교마저 난감한 처지다.

영화는 시대의 거울이다. 현실의 아픔을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잠시나마 치유하고 기왕이면 해결책마저 담아내는 장르다. 혼란스러운 요즘, 스크린 박스오피스에도 대중의 심리가 녹아있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개봉 3주차 만에 12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개봉한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박스오피스 톱 5안에 이름을 올리더니 10만 관객에 근접하고 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기존 ‘두 개의 문’(2012)이 갖고 있던 한국 시사 다큐 영화 흥행 기록 7만명을 단박에 뛰어넘었다.

‘자백’은 2012년 탈북 화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MBCPD수첩’ 출신 최승호 ‘뉴스타파’ 프로듀서가 감독·출연한 작품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태국 등을 넘나들며 40개월간 진실을 좇는 영화에 관객들은 ‘한국판 스포트라이트’라는 평도 받았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표방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따라가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개봉 직전까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제작진이 호소문까지 내놓았던 작품이라 최근 흥행은 ‘열풍’으로도 불릴만하다.

최근 영화계는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정치 풍자가 숨을 죽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때 그 사람’ ‘화려한 휴가’ ‘변호인’ 등 진보적 성향의 영화보다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 등에 보수적 성향의 영화에 투자가 이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모태 펀드를 토대로 대기업과 창투사 자금을 모아 영화 제작이 이뤄지는데, 최근 진보적 성향의 영화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다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 ‘변호인’을 투자 배급한 NEW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더니 ‘연평해전’을 투자배급하는 것으로 입맛을 맞췄다는 평도 있다.

공교롭게 최근 영화계 분위기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말기와 닮았다. 그 즈음 ‘범죄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 등 사회 비판적 영화들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영화가 사회비리에 집중했다면 박근혜 정부 말기의 요즘 영화는 거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녹아있다. 개봉을 앞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 삼은 ‘택시운전사’, 국방 비리를 소재로 한 ‘제5열’, 권력 위에 군림하는 검찰의 세계를 비추는 ‘더 킹’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에도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인물을 통해 정치의 양면성을 다룬 ‘특별시민’,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일급기밀’ 등 우리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가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영화가 어떤 이데올로기를 담아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진보든 보수든 자유, 평등, 평화, 권선징악, 인과응보 등 보편적 가치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터이다. 최근 기획되는 정치·사회 소재의 영화는 소규모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모두 대규모 상업영화다. 정치·사회의 부조리를 직시한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그 결과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제작진의 판단과 믿음이 있어야 시작되는 프로젝트다. 개봉마저 불투명했던 다큐멘터리 두 편이 예상 밖으로 흥행하고,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연이은 시도가 이어지는 게 이를 방증하는 게 아닐까.

최근 영화계의 2012년 데자뷔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들 영화가 민주공화국 시민에게 정치적 올바름이 어떤 것인지 되새기고 하고, 혹 이를 잠시 잊은 시민에게 성찰의 촛불을 밝힐 것이라는 점은 다행스럽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왕의 길’을 걸으며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걷기코스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올가을 경주에서는 월성지구~도당산~남산을 연결하는 ‘왕의 길’이 새롭게 완공되었다. 코스 주위에는 최치원 영정을 모신 상서장과 오릉, 국립경주박물관, 나정, 양산재 등 문화유적이 많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지난 5일에는 이곳에서 매일신문 주최로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함께 걷는 경주 왕의 길’ 행사도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왕의 길을 걸으며 청명한 가을을 맘껏 누렸다. 그러나 ‘왕의 길’이라는 테마로 걷다 보니 최순실과 그 일가 및 측근들의 국정 농단 사태로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이 마음 한구석을 묵직하게 한다.

삼국유사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신라 35대 경문왕은 임금이 된 뒤 갑자기 귀가 길어져서 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왕비 외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왕의 복두쟁이는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 대밭으로 들어가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소리쳤다.

그 뒤부터는 바람이 불면 대밭으로부터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소리가 났다. 왕은 이것을 싫어하여 대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게 하였으나 그 소리는 여전하였다고 한다. 대통령 곁에서 충언을 하던 사람들을 모두 ‘참, 나쁜 사람’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다 내쳐버리고 나서, 국민들로부터 ‘하야’ ‘탄핵’ 소리를 듣는 오늘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에 대한 충고나 비판은 듣기 싫은가보다. 그리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권력이나 이권 앞에는 영원한 우군도 없다. 경문왕처럼 듣기 싫다고 대를 베어 버려도 비밀이나 여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몸도 피가 잘 소통되어야 건강하지 않은가? 아픈 충언(忠言)을 리더는 잘 들어야 조직에 활기가 흐른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충언을 받아들여 조직 발전에 노력했던 리더도 아쉬웠고, 각자의 직분과 임무에 충실한 구성원도 부족했던 것 같다. 다들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하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칠 것 같아 복지부동하는 모습만 보인다.

우리는 말 잘하고 권위적인 리더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이는 현명한 리더가 필요하다. 모든 중생의 아픔을 들어주던 부처님의 큰 귀처럼 빈부, 지역, 남녀, 세대, 남북 간의 대립과 고충에 귀 기울여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주고 풀어주는 리더들의 노력이 절실할 때가 아닌가 한다.

왕의 길을 걷다 보면 화백광장을 만난다. 그 옛날에도 소통을 통해 의견을 모으지 않았던가? 우리는 왕의 길을 걸으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동죽과 불통/강동형 논설위원

동죽은 바지락과 함께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조개다. 말린 동죽은 조림으로 먹기고 하고 국수나 미역국에 넣어도 일품이다. 회사 동료와 점심 때에 동죽을 일컫는 사투리를 놓고 논쟁을 했다.

동죽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이름을 하고 있다. 서산과 태안에서는 동죽을 동조개라고 부르고, 대천에서는 물통조개라고 한다. 남해안 쪽으로 좀더 이동해 진도에서는 동죽을 귀머거리조개로 부르기도 한다.

여수·광양·하동·남해·사천·통영 등 동부 전남과 서부 경남에서는 불통이라고 한다. 논쟁의 주제는 바로 불통에 있었다. 불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개가 있다, 없다는 ‘있다’로 쉽게 가려졌다.

그런데 왜 불통이냐고 하는 대목에서 의견이 갈렸다. 생김생김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통통해 불통이라 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진도에서 귀머거리조개라 부르는 것을 보면 불통(不通)이라는 의미와도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동죽의 사투리인 불통이 현 시국과 오버랩되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낭패를 경험했다. 말은 때와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4. [동아일보][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 전기차를 모는 기자 구보 씨의 하루

2026년 11월 10일 화요일 오전 6시.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기자 구보 씨(37)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어제 늦게 퇴근했더니 30가구 빌라 주차장에 2개밖에 없는 전기차 완속 충전기에 다른 주민의 차가 물려 있어서 충전을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난 그는 서둘러 잠옷 바람으로 내려가 충전이 끝난 옆집 차에서 커넥터를 빼내 자신의 국산 전기차에 꽂았다. 커넥터는 완충이 되면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려 차주가 없어도 차에서 빼낼 수 있다.

구보 씨는 1시간 급속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400km)까지 갈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1년 전에 5000만 원을 주고 자율주행기능까지 들어간 전기차를 구입했다. 부족한 충전시설만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차가 너무 조용해서 페라리 12기통의 배기음이 스피커로 나오는 기능을 켜고 다녔지만 공허해서 이젠 사용하지 않는다.

오전 8시 출근을 위해 차에 앉았다. 목적지인 서울 종로구 신문사까지는 40분이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에 뜬다. 스마트폰의 캘린더와도 연동이 돼서 구보 씨의 오늘 일정과 퇴근할 때까지 주행 가능 여부도 알려준다. 공짜 충전이 되는 식당 안내는 기본이다.

5분쯤 주행했을까. 차에 내장된 인공지능 비서가 “출근길 모닝커피를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라고 했더니 주행경로상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주문과 결제까지 알아서 해준다. 도착 시간에 딱 맞춰 나온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 카운터에서 받았다.

라디오를 켰더니 오늘도 전기차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충전기를 서로 차지하려다 일어난 살인사건에 구보 씨는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수요가 크게 줄면서 관련 회사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일자리도 줄었다는 우울한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70만 대로 전체 자동차 2300만 대의 3%에 불과하지만 벌써 전력 문제가 심각하다. 여름철엔 피크 시간대엔 충전이 제한돼 불편을 겪었다. 매년 30%씩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당장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할 상황이지만 환경 문제 때문에 쉽지가 않다.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산업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중국과 미국의 1위 전기차 회사가 합병하면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은 급격히 쇠퇴하고 그 대신 배터리 원료인 리튬 보유국이 뭉쳐서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게다가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투발루 같은 일부 섬나라는 사실상 사라졌고 해일과 태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규제는 한층 심해졌다.

회사에 출근한 구보 씨는 오후엔 마포구 상암동과 경기 성남시의 정보기술(IT) 회사를 방문해 취재를 하고 복귀했다. 오늘 총 주행거리는 110km이지만 아직도 100km는 더 갈 수 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구보 씨는 오늘 주행에 들어간 전기료가 5000원밖에 되지 않아 흐뭇했다.

이윽고 저녁, 회식 때 소주를 한잔했는데 고민이다. 도심 사용 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자율주행기능을 이용해 퇴근할 것인지, 아니면 대리운전사를 부를 것인지. 자율주행기능이 발달해 도심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최근 몇 건의 사고로 소송이 빚어지면서 보험 적용이 제한됐다.

구보 씨는 결국 자율주행으로 집으로 향했다. 졸음이 몰려와 깜빡 잠들었는데 주변 운전자의 신고로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자율주행기능 이용 시 잠들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1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한 달 치 충전비가 한 번에 날아갔다. 역시 잔머리는 쓰는 게 아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전기차 기술을 근거로 10년 뒤의 상황을 예상한 소설입니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마르틴 루터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써 붙인 95개조 반박문은 면죄부를 팔러 오던 교황의 사제만이 아니라 비텐베르크 시민들이 읽게 하려던 거였다. 돈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건 복음의 본질에 역행하는 터무니 없는 술수임을 그는 조목조목 논증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회개하라’고 하신 것은, 믿는 자들의 생애 전체가 회개하는 삶이어야 함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로 시작하는 반박문에서 루터는 복음이 전하는 인간의 죄와 사면의 의미를 환기하며 “교황의 면죄부가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하는, 측량할 수 없는 귀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33조)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면죄부를 사는 것이 선행보다 중요하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41조) 하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궁핍한 자에게 꾸어주는 것이 면죄부를 사는 것보다 더 선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리스도인에게 가르쳐야 한다”(43조)고 썼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랑을 베푸는 행위로 성장하지만(…) 면죄부로는 인간이 보다 선하게 되지 못하고 다만 형벌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일 뿐”(44조)이기 때문이다.

루터는 “교황의 문장으로 장식된 화려한 십자가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능력이 같다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79조)이라며, 지금 우리가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그릇된)가르침이 민중들에게 선포되는 것을 보고도 묵인하는 감독과 교구 목사와 신학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80조)

대통령과 그의 청와대 수족들이 앞장서고 총리 이하 여러 고위 공직자들이 꽁무니를 좇으며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조롱하고 헌법을 비롯한 무수한 법과 시스템을 짓밟아온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법부와 감사원과 국가정보기관이, 검찰과 경찰이, 유감스럽게도 언론이, 내도록 무용지물이었거나 범죄에 적극적으로 부역했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경련이란 정경유착 창구를 통해 뒷돈을 댔다. 이제 그들은 국민 대다수가 알지도 못하던 한 민간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혈안이 돼 있다.

탈도 많은 사람이었지만, 500년 전 루터의 지적은 지금 봐도 온당하다. 오늘이 그의 생일(1483년11월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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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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