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북 “화성-12형 4발, 괌 주변 30~40㎞ 향해 발사”
북한군 전략군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4발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북한은 미사일 포위사격의 목표와 궤적, 실행시점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구체적 대미 위협으로 답한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반도에서의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군 전략군 사령관 김락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전략군은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락겸은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 동지(김정은)께 보고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며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8월 중순’이라는 시점을 제시하고 인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단순한 말폭탄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아직 김정은에게 최종 보고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지를 남겨뒀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고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현재의 긴장 상황 완화 및 근본적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 특사 파견 등을 검토 중이다.
[국민일보]
2. 수능 ‘절대평가 실험’… 現 중3생들 혼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시험 과목이 현행 7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시험 과목은 하나만 늘어나지만 공부해야 할 과목 수는 최대 14개로 배 증가한다. 최소 4과목은 절대평가로 치르지만 백화점식으로 과목을 나열했기 때문에 학습 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전망이다.
문·이과 통합과 학생 참여형 토론식 수업으로 ‘교실 혁명’을 이끌겠다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0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5년 만들어져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능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절대평가 전환을 전혀 검토하지 않다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3개월 만에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개편안을 급조했다.
내년 고교에 진학하는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새 수능 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다. 교육부는 새 수능 과목으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7개를 제시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1개 시험 과목으로 묶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별개여서 시험 과목은 실질적으로 8개다.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선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상대·절대평가 혼용이다.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과목만 절대평가로 치른다. 현재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 두 과목만 추가하는 셈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새로 만든 과목이고 제2외국어/한문은 비중이 작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2안은 국어, 수학, 탐구를 포함해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31일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출제범위, 문항 수, 배점 등은 내년 2월 발표키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공부할 과목은 배로 늘었다. 현재 수능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2개 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7개였다. 여기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추가됐다. 통합사회는 역사 윤리 일반사회 지리가,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융합됐으며 문·이과 구분 없이 시험을 치른다. 따라서 수능을 보려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역사 윤리 일반사회 지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14개 과목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신설된 것 외에 문·이과 통합은 진전이 없다. 문·이과를 구분하는 핵심 과목인 수학이 종전처럼 문과용·이과용(가/나형)으로 따로 치러진다. 교육부는 당초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 문·이과 통합 수학을 검토했지만 학계의 반발 등을 우려해 철회했다.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도 없애지 않았다. 새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을 지향하는데 수능 제도는 문·이과를 구분하는 과거 방식을 유지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문·이과 통합의 긍정적 취지는 살리지 못하면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3. 부양의무제 폐지… 기초수급자 늘린다
저소득층일지라도 일정한 재산과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생계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을 10일 발표했다. 우선 올해 11월부터 정부 지원을 받는 수급자든, 수급자를 부양해야 할 가족이든 누구라도 노인이거나 중증장애인이면 부양의무제에 관계없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다. 내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에 대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진다.
부양의무자 제도란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의 소득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513만 원이 넘으면 이들과 같이 살지 않더라도 정부가 생계비 등을 지원해주지 않는 제도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운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주거급여 수급자는 현행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가구 소득) 43% 이하에서 2020년까지 45%로 확대된다.
교육급여는 초등생은 연간 4만1200원에서 20만3000원, 중고생은 9만5300원에서 29만 원으로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3년간 비수급 빈곤층을 현재보다 최대 65%(60만 명) 줄인다는 목표로 2022년까지 10조 원가량의 예산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문화일보]
4. “美가 北 선제타격땐 정당방위?”…한반도 긴장 부채질
미국과 북한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상황을 가정한 ‘정당방위’ 문제를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면 정당방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북한 김정은의 선제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공격명령을 내리는데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시 국제법 등에 따른 정당방위인지를 조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는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북한에 대한 정당방위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많은 국제법학자들은 정당방위를 둘러싼 법률적 문제는 복잡하고 해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 언론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의 정당방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공격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공격 시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경우 정당방위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선제타격이 법률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미 해군대학의 마이클 슈미트 교수는 정당방위에는 상대 국가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대 국가가 행동을 통해 보여야 하며, 상대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할 다른 방안이 없어야 한다는 3가지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는 북한은 첫 번째 조건인 공격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위협이 공갈인지 실제 공격을 실행할 의도가 있는지는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먼저 행동(공격)하지 않으면 이미 때를 놓치는 상황, 즉 다른 옵션이 없을 때 정당방위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당방위 조건이 충족됐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이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회의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측근들을 포함해 일부에서는 다른 옵션이 소진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대 케빈 존 헬러 법대 교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명확히 ‘노’”라면서 “임박하지 않은 위협에 대해서는 정당방위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당방위 조건이 충족되면 허용 가능한 공격의 한계는?
법률 전문가들은 정당방위는 비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정당방위는 위협을 멈추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미트 교수는 “정당방위는 상대를 파괴할 백지위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격 임박은 어떻게 판단하나?
최소한 군병력의 이동이나 미사일 발사 준비를 포함한 공격을 위한 군사적 계획의 일부가 위성이나 다른 정찰 수단을 통해 확실히 포착돼야 한다. 조지타운대학의 앤서니 클라크 안렌드 교수는 “북한이 공격을 준비하면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헌장 관련 규정은
유엔 헌장에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유엔 헌장은 제2조에서 상대 국가를 힘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헌장 제51조에서는 먼저 공격을 받을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 자위권 발동을 막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헌장 제51조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제한적 해석으로는 자위권을 발동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받아야 한다. 이에 비해 공격위협을 받은 국가는 상대측으로부터 법률적 의미에서의 선제공격을 받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다소 덜 제한적 해석도 있다.
[서울신문]
5. 정부 부처 ‘토론 배틀’식 업무보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첫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 특히 이번 업무보고는 주요 국정과제를 놓고 관련부처 장관 2~3명이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참여해 난상 토론을 벌이는 ‘배틀’ 방식으로 진행된다. 쟁점 현안에 대한 장관들의 불꽃 튀는 논리 대결이 예상된다. 참여정부 당시의 ‘토론 정치’가 10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1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대비훈련인 을지연습(21~24일) 기간 중 장관들과 정책 현안을 논의한다. 이전 대통령들은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장미 대선’을 치른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넘긴 뒤에야 직접 뽑은 장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서울·세종정부청사 등을 오가며 업무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신임 장관들이 전체적으로 업무를 파악하라는 취지”라면서 “주요 국정과제를 각 부처가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토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무보고 방식은 관계부처 합동 토론 형태다. 이 때문에 공식 명칭도 ‘현안업무토의’로 바뀌었다.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부처 간 칸막이는 낮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각 부처는 각각 하반기에 추진할 핵심 정책과제 2~3가지를 발제한 뒤 관련 부처와 토론을 벌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의 스타트를 끊는다. 29일에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가 탈원전 등 첨예한 이슈를 논의한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30일 청탁금지법 개정 등을 다룬다.
[세계일보]
6. 약발 먹힌 8·2대책…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
초고강도 규제를 담은 8·2부동산대책의 약발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급반등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대책 발표 일주일여 만에 하락 전환했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격을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번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주일 전보다 0.03%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말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1주일 전인 7월 마지막 주(31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33%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세금·청약·대출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담은 8·2대책에서 서울 25개구 모두가 투기과열지구(또는 투기지역)로 지정됐다. 또 이에 따라 최근 투자수요 유입으로 상승폭이 가팔랐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증가하고, 매수 문의가 실종되는 등 시장이 급속히 냉각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강북권(-0.01%)보다 8·2대책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은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권(-0.06%)에서 두드러졌다. 서초구가 -0.22%로 낙폭이 가장 컸으며, 강동구가 -0.20%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02%, -0.05%를 기록했다. 서초구는 최근 실거래가 자료에서도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8일 전용면적 140㎡가 3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책이 발표된 2일 같은 평형이 35억5000만원에 팔렸던 데 비하면 일주일여 만에 3억3000만원이 빠진 가격이다. 이 단지는 지난 9일 서울시에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했고, 8·2대책의 예외 조건에 따라 신청 전날인 8일까지만 조합원지위 양도가 가능해 막판 급매물이 처분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6∼8일에 다른 평형 아파트 다수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대까지 저렴한 가격에 매매됐다.
강북 지역에서는 최근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성동구, 노원구가 하락 전환했고, 마포구, 용산구는 상승폭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주 평균 0.27% 올랐던 세종시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0.00%로 나타나 상승 랠리를 멈췄다. 전국 아파트값 역시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0.10%→0.01%)됐다. 한국감정원은 “8·2대책이 예상보다 고강도의 규제 내용을 포함하면서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7. 30兆, 21兆… 연일 여는 '정부 지갑'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공약에 기초해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명을 새로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9일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놨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조8000억원,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9조5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연일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언급했다.
핵추진 잠수함 1척 건조에 필요한 비용은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문 대통령은 또 9일 군 수뇌부 진급·보직 신고식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자주국방' 추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 예산을 매년 7~8%씩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에는 올해 국방 예산보다 19조원 늘어난 59조4689억원이 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한 주 동안 발표한 발언과 정책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매년 약 30조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서는 "특별 구제 계정에 정부 예산을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여기 소요될 100억~200억원 정도의 예산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에선 "대통령이 어디만 가거나 무슨 말만 하면 몇 조원씩 예산이 들어간다"고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178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물론 기재부와 관계 부처에서도 "이는 최소한의 계획일 뿐 실제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는 이제부터 예산을 짜 봐야 안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방 예산만 해도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 대비 8.4% 증가한 43조7114억원을 요구하고 매년 7~8%씩 증액한다"며 "2022년에 59조4689억원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 3척(작전·대기·정비 1대씩 1세트)만 만든다고 해도 4조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되는 것이고, 문 대통령 공약인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위해 급속하게 전력 증강을 하려면 “얼마가 들지 감도 안 잡힌다”는 것이 국방 당국자들 얘기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정책 공약은 취임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취임 직후인 5월 12일부터 ‘찾아가는 대통령’이라는 기획 행사를 실행하고 있다.
첫 행사에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3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구체적 소요 예산은 밝히지 않았다. 6월 2일에는 서울 노원구의 요양원을 방문해 ‘국가 치매 책임제’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치매안심센터·병원’ 설립에 1조8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6월 7일에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에 포함되는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원 17만4000명 추가 채용에는 8조2000억원이 필요하다. 또 6월 19일 문 대통령은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시사했다. 현실화된다면 공사 정지에 따른 보상 및 피해액만 최대 1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178조원이라는 추계도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방안을) 못 내놓고 있지 않으냐”며 “대통령이 다니시면서 온갖 장밋빛 환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에서는 “내년도 예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정확한 총액은 작업이 끝나봐야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에 따른 초과 세수와 주택도시·고용보험·전력기금의 여유 자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8. ‘실거주자’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정부, 디딤돌대출 손 본다.
디딤돌대출=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70%(2억원 한도)까지 대출해 준다. 대출 조건은 만기 10~30년, 금리 2.25~3.15%다.
앞으로는 주택에 실제 거주할 사람만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디딤돌대출이 실거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제도’를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디딤돌대출 이용자는 대출받은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대출을 통해 구입한 주택에 전입해 1년 이상 살아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한 달 이내 전입하지 않거나 1년 이상 살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달 28일 이후 대출받는 사람부터 적용한다.국토부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 1개월 이내 전입세대 열람표를 제출받아 전입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일정 기간 이후 표본조사를 통해 1년 이상 거주 여버도 확인한다.
대출을 받았지만 기존 임차인의 퇴거 지연, 집 수리 등 사유로 한달 내 전입하기 어려울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면 3개월까지 전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매매계약 이후 질병치료,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 이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를 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예외로 인정해 준다. 김헌정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실거주 의무제도를 도입하면 투기 목적의 디딤돌대출 이용자를 차단하고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9. 검찰간부 인사 ‘파격’…국정농단 수사 검사 약진
법무부가 10일 서울중앙지검 2, 3차장에 각각 박찬호(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과 한동훈(27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임명하는 등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기수와 전공 등 기존 인사 패턴을 크게 흔든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공안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특수통’인 박 차장을 발탁한 것 자체가 ‘전공 파괴’의 상징적 조처로 꼽힌다. 2차장이 향후 ‘국정원 댓글사건’ 등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과거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기존 공안라인 배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수부 등을 관할하는 한동훈 3차장은 전임자인 이동열(22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보다 다섯 기수나 후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약진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한동훈 3차장은 특검에서 삼성 사건을 수사하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췄고, 신자용(28기) 특수1부장은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를 수사했다. 양석조(29기) 특수3부장도 특검팀에 파견돼 공소유지를 맡았고, 김창진(31기) 특수4부장도 특검에서 비선진료 등을 수사했다.
반면 검찰 인사·예산을 주물렀던 법무부 검찰국 과장들이 서울중앙지검·대검으로 ‘영전’하던 관행은 깨졌다. 검찰국이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와 일선 지검을 연결하는 ‘외압 중개소’라는 비판을 받아온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선욱 검찰과장은 부산지검, 박세현 형사기획과장은 수원지검, 정진우 공안기획과장은 서울북부지검, 이창수 국제형사과장은 대구지검, 변필건 형사법제과장은 부산동부지청의 형사부 부장으로 전보됐다.
주요신문칼럼
1. [아시아투데이]의약품 허가를 5년마다 다시 보는 이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제보건기구(WHO)가 중독성 마약류로 지정하고 폐암을 비롯한 온갖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담배는 한때 유럽에서 만병통치의 영약으로 권장된 적이 있다. 프랑스왕 앙리 2세의 왕비 카테리나 데 메디치(1519∼1589)는 평소 심한 편두통을 앓았다.
왕비는 외교관이던 장 니코의 권유로 편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담배를 피웠고 더 이상 두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 후 유럽에서는 담배가 편두통은 물론 말라리아, 복통과 충치, 위염, 그리고 암에도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프랑스 왕비에게 담배를 권한 장 니코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
또한 신경계를 파괴하는 미나마타 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수은도, 한때 동양의학에서 영약으로 사용되었고, 도가에서는 수명을 연장시키는 비약의 주재료로 쓰였으니 한때 사실로 인식되던 것도 영원한 진실은 아님을 보여준다. 의약에 대한 지식이 넓어지고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수록 국민건강은 더욱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정부도 새로운 지식과 새롭게 발견된 사실을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제도는 허가받은 의약품을 5년마다 다시 평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경우 품목허가 기간을 5년씩 연장하는 제도이다. 제약업체는 허가 갱신을 위하여 국내외에서 새롭게 축적된 안전정보와 품질관리 자료, 제조·수입실적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의약품의 효과는 물론 부작용 발생 등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다시 평가한 후 해당 의약품의 품목허가 유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약품 허가제도는 한번 품목허가를 받으면 효력이 무한히 유지되는 구조였다. 설령 생산실적이 없거나 안전성 문제가 발생했던 제품이더라도 허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약품 품목 허가 갱신제’는 우리나라 의약품 관리제도에 주목할 만한 진보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의약품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개발 완료 후에도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허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엄격한 절차를 거쳐 허가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시판 후 많은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제약선진국이 의약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허가된 의약품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는 이유다.
제약업체로서는 이미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자료를 마련하고 품목을 정비해야 하는 등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이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등 경영전략상 긍정적 개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생산하지 않는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소요되던 행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의약품 품질관리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정하는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에 이어 지난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 모임인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공식회원국이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UN에 납품되는 우리나라 백신에 대한 WHO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현장실사를 면제할 정도로 우리나라 백신 안전관리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한다.
이런 성과는 국제 조화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약품 관리제도의 변화를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신뢰와 위상은 제약업체로 하여금 내수시장에만 머물렀던 시선을 해외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갱신제도는 더욱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관리하도록 제약업체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제도가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효과있는 의약품을 제공하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에는 세계 시장에서 더 높이 도약하는 튼튼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 [경남도민일보][옴부즈맨 칼럼]지난 5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
온라인 팟캐스트에서 모 아나운서가 '국민은 공영방송의 개혁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는 MBC 대신에 다른 종편을 보면 되고 아니면 팟캐스트를 보거나 들으면 된다. 또 다른 이유로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보수 정권하에서 공영방송이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면서 공영방송의 역할 축소를 언급한다.
이와 동시에 지난 5년간 공영방송 MBC에서 벌어진 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MBC의 기자 블랙리스트'이다. MBC에서 작성됐다는 블랙리스트를 보면 카메라 기자를 성향에 따라 구분하고 있어 노조 성향이 강한 기자나 PD는 한직으로 돌리는 선택과 배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영향력과 역할 축소 현상의 원인을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자. 먼저 매체의 무한 경쟁 시대라는 말이다. 과거80~90년대 KBS와 MBC가 미치는 매체 영향력은 막대하였고 정치권력의 압력과 통제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2000년대를 거치면서 종합편성 채널이 허가되고 개인방송 매체(예, 유튜브나 팟캐스트) 또한 많아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속에서 선택하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다매체 시대에서 공영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다른 원인으로 이명박과 박근혜 보수정부의 권력 사유화를 들 수 있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공영방송을 전리품처럼 취급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홍보할 선전도구로 만들려고 했다. 또한 그들은 대선 승리 후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상이 굴러간다고 생각하여 자원을 배분할 때 선택과 배제의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 5년 동안 MBC 경영진은 기자들의 성향을 분류해서 격리와 관찰 등 보복 인사를 실행하여 인사에 불이익을 주고 관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블랙리스트 등 차별과 배제의 전략을 통해서 MBC 경영진은 원하는 것을 얻었을까? 단언컨대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도, 정책 홍보도구의 역할도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하고 다원화된 매체 환경에서 공영방송을 정책 홍보 도구로 만든다 해도 우호적인 여론 형성은커녕 시청률 감소 등 매체 영향력만 감소할 뿐이다. 또한 차별과 배제로 MBC에서만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해고와 정직, 그리고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았다. 이처럼 공영방송의 갈등과 파행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피할 수 없다.
MBC의 블랙리스트를 보면서 이것은 방송도 아니고 공영도 아닌 방송 적폐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공영방송이 들을만한 방송으로 정상화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20세기에는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하기만 하면 시청자는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했다면 지금은 시청자가 원하고 들을만한 방송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KBS나 MBC도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야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국민의 염원이며 지상 명령과도 같다.
3.[한국경제]천자 칼럼] 괌, 사이판
미국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은? 미 동부가 아니다. 서태평양의 미국 자치령 괌과 사이판이다. 동경 144~145도로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괌은 필리핀 동쪽 마리아나군도의 중심이자 미크로네시아의 가장 큰 섬이다. 거제도 크기(546㎢)에 동서로 6~14㎞, 남북으로 48㎞이다. 이름은 티모르어 ‘구아한’에서 왔는데, ‘구’는 물을 가리킨다. 가장 깊은 곳이 1만m가 넘는 마리아나 해구가 바로 인근에 있다.
괌은 산호초에 싸인 수려한 경치로, 인근 사이판과 더불어 손꼽히는 관광지다. 인구 17만 명인데 관광객은 지난해 153만 명이 다녀갔다. 괌관광청에 따르면 관광객의 85%가 일본인(74.5만 명)과 한국인(54.5만 명)이다. 올 상반기엔 한국인(31.9만 명)이 일본인(32.8만 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 덕에 7000여 한인 사회도 활기를 띠었다. 미 달러화를 쓰고, 메이시백화점과 K마트가 있고, 거리 표지가 미국식이어서 ‘작은 미국’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빼어난 풍광의 이면엔 굴곡진 역사가 감춰져 있다. 원주민인 차모로족은 4000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와 석상, 공예 등에서 수준 높은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1521년 마젤란이 이 섬에 기착했고, 1565년엔 스페인 식민지로 편입됐다. 주민의 85%가 가톨릭인 배경이다.
1898년 미국·스페인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괌 등 마리아나군도 남쪽 섬들을 차지했다. 그러다 1941년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진주만 공습 후 바로 괌을 공략해 31개월간 지배했다. 이때 차모로족은 강제 노역, 매춘에 동원되고 구금·처형되는 일도 빈번했다. 지금도 외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고 한다.
괌 북쪽 200㎞ 떨어진 곳에 화산섬 사이판이 있다. 괌의 5분의 1(115㎢) 크기에 인구는 약 7만 명이다. 원주민은 괌과 같은 차모로족과 18세기 초 들어온 카롤리니아족이다. 189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지배자가 ‘스페인→독일→일본→미국’으로 바뀌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1944년 6월 치열했던 사이판전투 때 괌과 사이판에 끌려온 한인 징용자들도 무수히 희생됐다. 그 추모비가 사이판 북쪽 끝 ‘반자이(만세) 절벽’에 있다.
관광지로만 알려진 괌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 4발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한 탓이다. 진주만 공습의 트라우마가 있기에 미국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괌 주민들이 불안해 할 만하다. 하지만 괌은 미국의 태평양 전략 요충지다. 미 7함대와 사드가 배치돼 있고, 필리핀에서 옮겨온 공군 전략자산(B-1B 등)이 집중 포진해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표적으로 삼았겠지만 잘못 고른 듯하다.
4.[시사인]부끄러움만 한 숙취 해소법이 있으랴
야근 후 딱 한 잔만 마실 상대를 물색하던 중에 패션지 에디터로 일하는 이재위씨의 연락을 받았다. ‘술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의 숙취 해소법’에 관한 기사를 쓰는데 혹시 나만의 비법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나는 숙취 해소에는 깊고 긴 수면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모범적이고 유약한 부류의 사람이다. 소싯적 지나친 음주 뒤에는 탄산음료파, 오렌지주스파, 우유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먹토파’였다. 재미있는 답을 떠올리는 사이 그가 다른 이들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숙취 해소를 위해 요가를 하거나 슬픈 영화를 보는 이도 있단다. 다소 엉뚱하긴 하나 실제로 간을 이롭게 하는 요가도 있고 체내로 흡수된 알코올의 10%가량 땀이나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하니 꽤 과학적인 것도 같은 느낌.맥주의 계절이 도래할 때마다 어김없이 숙취 해소법이 화제에 오른다. 지나치게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하는 푸에르토리코와 몽골의 숙취 해소법은 겨드랑이에 레몬즙을 바르는 것과 삭힌 양의 눈알을 토마토 주스에 넣어 마시는 것이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설령 사실인들 해볼 리 없다. 일단 내 주변에는 글로 배운 숙취 해소법을 자신만의 비법으로 삼는 사람이 없다. 모두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쳐 터득한 것으로 자기를 보호한다. 젊을 때 술, 담배를 즐기던 조영희씨의 숙취 해소 비법은 김칫국이었다. 말 그대로 엄마는 김칫국부터 마시고 속 차렸다. 맹물에 굵은 멸치를 한 줌 넣어 팔팔 끓인 후에 신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 먹는 김칫국은 굳이 숙취 해소용이 아니더라도 얼큰하고 시원하며 감칠맛이 나는 것이었다.
김칫국에 밥을 말아 훌훌 떠먹고 나서 다시 살림을 시작하던 엄마의 몸 상태를 당시에는 당연히 여겼으나 그게 얼마나 큰 결심을 요하는 일이었는지 이제 나는 안다. 이혼 후에 예식장 매니저로 일하며 자식 둘을 키우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조미자씨는 명절이면 차례를 지내고 남은 닭고기를 이용해 해장용 닭개장을 기가 막히게 끓여 냈다.
닭 육수에 집간장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끓이다가 죽죽 찢어놓은 닭고기와 먹다 남은 나물을 싹 쓸어넣은 후에 달걀을 풀어 살짝 익혀 내놓는 사촌 누나의 닭개장은 특별한 재료 없이도 특별한 맛이 났다. 거기에 셋이 먹다가 셋 다 죽어도 모를 맛 아니냐는 사촌 누나의 입담이 곁들여지면 그때부터 해장 밥상은 다시 해장 술상이 되었다.
조영희씨, 조미자씨가 자신의 노동력을 써서 가계를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때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엄마와 사촌 누나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음을 되돌아보고 뉘우치곤 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 자립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자의 결기가 대단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며, 한날 숙취에 절어서 이불 속에 꼼짝없이 누워 있을 때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숙취 해소법을 하나쯤 갖고 있는 것이 설마, 진짜 어른의 일인지 궁리해보기도 했다. 숙취 해소를 위해 달걀 프라이를 즐겨 먹는 옛 직장 동료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까.
술기운에서 깨면 부끄러움은 어디로 가는 걸까? 딱히 술자리에서만은 아니나 술자리에서도 입으로 손으로 발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을 종종 목격했다. 모두 맨정신에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들도 얼큰하고 시원한 걸 먹으며 숙취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술기운에서 깨면 그들의 부끄러움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에게도 한 시절 술만 마시면 나자빠지는 흑역사가 있었으나 이제 그만, 져버렸다. 부끄러움이 남은 술기운을 이겼다.야근 후 귀가하여 결국 명태식해에 혼술. 거듭 골몰해보았다. 그리고 술 좀 마신다는 어떤 이들에게 부끄러움만 한 거름이 있으랴, 라는 답을 내었다. 조영희씨와 조미자씨의 김칫국과 닭개장은 자랑할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