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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레일리]

1. 성공신화 쓰려면 박 대통령이 솔선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우리가 광복 이후 이룩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제2의 도약’ 발판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시대정신을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우리의 발전 과정을 배우려는 개도국들의 발길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한류는 대중음악에서부터 의료, 음식, 패션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세계인이 열광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세계인 가운데 다음 세상에서 태어나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세계 중심국가의 하나로 대접받는 것이 단군 이래 처음이라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그릇된 풍조로 인해 사회 전반에 패배의식이 팽배하는 추세다. 박 대통령도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을 개탄했지만 ‘헬조선’, ‘지옥불반도’, ‘망한민국(亡韓民國)’ 등 국적 불명의 용어들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이나 신문 지상에서 활개치고 있다.

패배의식을 담은 이들 신조어가 고약한 것은 청년실업, 자살, 노인 빈곤, 경제 양극화 등의 사회 부조리에 빗대어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부조리가 없으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부조리 없는 사회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마치 ‘지옥’이나 ‘망한 나라’로 전락시키며 ‘떼법문화’를 조장해서야 사회적 비용 증가와 대외경쟁력 추락을 초래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내부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긍정의 정신을 되살리자고 호소했다. 그러려면 본인부터 솔선해야 한다. 임박한 개각이 첫 가늠자다. 또다시 ‘수첩공주’에 만족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계파 수장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엄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리우올림픽 양궁 전 종목을 석권한 우리 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파벌이 통하지 않는 능력위주 선수 기용이 비결이었다. 과감한 탕평인사로 대한민국 성공신화를 다시 쓰는 발판을 놓기를 기원한다.

2. 조의금 500만원 봉투가 예사였는가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인 정운호씨의 구명청탁 로비가 현직 부장판사에게까지 이른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김모 부장판사 계좌에 정씨 명의로 발행된 수표 5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정씨가 지난해 12월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부에 접촉을 시도하던 중이었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항소심 재판부와 연관이 있는 김 부장판사를 지목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냐는 심증을 굳혀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준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는 김 부장판사에게 전달하겠다며 정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어제 구속됐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절제를 모르는 김 부장판사의 개인적 처신이다. 정씨와 서로 어울려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으며, 그의 딸이 정씨가 후원한 미인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가 타던 외제차를 시세보다 싸게 인수하기도 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근엄한 법관들이 이렇듯 업자와의 교류가 분방한 것인지 묻고자 한다.

수표로 전달된 문제의 500만원의 성격을 두고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돈이 조의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조의금 봉투에 담겨 받은 돈이라고 해도 그것이 순수한 뜻의 조의금이라고 하기에는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부장판사 정도라면 500만원의 조의금은 예사롭게 주고받는다는 얘길까.

지금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식사 접대비와 선물값에 경조사비까지 엄격 제한하게 된다. 하지만 지도층 인사들의 기본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규제로도 공염불로 끝나기 십상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경조사 봉투에 5만원을 넣을지, 10만원을 넣을지 망설이는 판국에 고위층 사이에서는 500만원 봉투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감출 수 없다.

[서울신문]

3. 북핵 내려놓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 열어야

어제는 제71주년 광복절이었다. 일제에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지 어언 71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광복의 감격을 누렸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엄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북 간 분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측에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을 법하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함께 열어젖히길 간곡히 권고한다. 그 길이 남북으로 흩어진 한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한 근인(根因)이 뭐겠나. 세계 열강이 이 땅에서 각축전을 펴는 동안 국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외세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이 한반도 안팎에서 대치 중인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강대국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부터 떨쳐 내야 한다. 미국과 중·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데다 국수주의로 치닫고 있는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주체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란(卵)의 위기에서 친일·친중·친러 등으로 우리끼리 편을 나눠 싸우던 구한말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말이다.

더욱이 한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 분단의 장기화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광복 후 최빈국에서 출발해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1위인 중견국으로 우뚝 섰다. 남북 간 소모전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벌써 선진국 대열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보통 주민들은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아닌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광복’이 통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의 중층적 대북 제안이 주목된다. 즉 북한 정권에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최고위층이 아닌 간부와 주민들에게는 “차별 없이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통일 국가의 미래상을 밝힌 대목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화를 통해 통일의 길로 나설 기회를 주되 김정은 정권이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다. 이는 우리로선 바라진 않지만 결단해야 할 상황에선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일 게다. 김정은 정권이 동족의 선의를 무시하면서 핵 개발을 고집함으로써 국내외적 고립을 자초해 자멸의 길을 걷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4.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항일 유적지

광복의 영광은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던지고,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애국 열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독립운동가들의 항일 유적지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곳은 자전거 주차장으로 방치돼 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광복절에 마주한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항일 유적지가 훼손된 채 방치됐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 멀리 중국과 일본의 외딴곳도 아닌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독립운동가들의 기념비와 흉상 등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해외의 항일 유적지도 우리가 챙겨야 하거늘 서울 한복판에 있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훼손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짓밟는 삼류 시민들이나 할 짓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14일 서울 중구의 ‘이회영·이시영 6형제 집터’ 표지석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 주변에 담배꽁초와 음료수병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이회영 선생과 그 형제들은 1910년 조선이 일본에 합방되자 이 땅에서 더이상 독립운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만주로 건너갔다.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강습소 건립 등 독립운동 자금은 이들이 재산을 급히 헐값에 처분해 마련한 것이었다. 그들이 현재 명동 일대에 소유했던 땅은 당시 가치로는 40만원, 현재 가치로는 6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형제 지사들의 애국정신을 기리지는 못할망정 유적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1909년 친일파 이완용을 칼로 찌른 독립운동가 이재명의 의거지를 기리는 표지석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표지석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모습을 본 명동을 찾은 중국인과 일본인 등 관광객들도 덩달아 따라 했다니 과연 그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독립회관 터의 표지석은 자전거 받침대로 사용되고 있다니 독립투사들에게 죄스러울 뿐이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잘못된 역사를 후세에 가르치겠다며 역사 왜곡까지 일삼고 있다. 항일 유적지만큼 생생한 역사의 교육장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제 침략에 대한 역사의 현장마저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항일 유적지도 못 챙기면서 일본을 비난할 수 있겠나. 말로만 역사를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역사의 가르침이 대대손손 후대에 전해지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항일 유적지의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동아일보]

5. 이정현의 ‘슈스케’식 대선후보 경선, 여당 내분 키우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경선 때 공약으로 내건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신인 가수 선발 오디션처럼 대선 후보들이 3∼5개월 정책 경쟁을 벌인 뒤 한 사람씩 여론조사를 실시해 2, 3명을 남기고 전당대회에서 최종 선출하자는 것이다. 당 안팎의 숨은 인재 발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때그때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는 여론조사로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한 것처럼 야당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오디션 방식이 후보군의 외연을 넓히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는 있을 듯하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에서 “당 대표가 대선 후보를 뽑는 방식에 대해 개인 의견을 여과 없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친박(친박근혜)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 방식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비박이 수긍하지 않는 경선 방식을 강행하면 당내 분란이 초래될 뿐 아니라 비박이 그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당헌은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 80%, 여론조사 20%를 합해 최다 득표자를 대선 후보로 한다고 정했다.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을 놓고 이 대표가 불쑥 자기 생각을 꺼낸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경선 후보 때야 아이디어로 말할 수 있지만 당 대표에 취임한 이상 당내 여론수렴을 거쳐야 한다. 당 대표가 됐다고 해서 슈스케 방식까지 추인받은 것은 아니다.

과거 총선 대선 때도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낮고 조작될 소지도 많아 후보 결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호를 개방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바꿔 신중하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여론조사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6. ‘헬조선’ 비판한 8·15경축사, 자긍심 키울 리더십이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71주년 경축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20회 언급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헬조선’류의 자기비하 풍조를 비판했다. 또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 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당위성도 역설했다. 

한국의 발전상에 비해 ‘헬조선’과 ‘흙수저’ 같은 신조어에서 자조(自嘲)가 지나치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한다. 안보·경제·국론분열의 복합 위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적 단합과 공동체 의식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아 임기 후반 여소야대(與小野大) 난국을 헤쳐 나가고 싶을 것이다. 국민 마음속에 자신감과 공동체 의식을 절로 우러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고, 지도자의 역할이다. 

박 대통령이 자동차 철강 선박 스마트폰 같은 제품과 케이팝 한류를 예로 들며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고 평가했듯이, 외국에서 한국 제품과 한류 스타를 보며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급부상했고, 무능한 불통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지난 4·13총선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된 점을 떠올린다면 신조어만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인데 대통령은 이것을 모르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스마트폰처럼 우수하거나 신뢰받는 수준이 아니고 케이팝 스타 같은 환호를 받는 정치인도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2015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0개국 중 26위지만 정책 투명성(123위)과 규제 부담(97위) 등 정부 경쟁력은 최하위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 해 공동체 의식이 실종됐다”고 지적했지만 경축사부터 ‘남 탓’만 있고 박근혜 정부와 대통령 자신에 대한 자성(自省)이 빠진 것이 아쉽다. 

박 대통령은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했다”고 했으나 불신풍조를 만든 것은 특권 의식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정·사법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정수석 우병우-검사장 진경준-넥슨 김정주’의 특권 커넥션 의혹은 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아이콘이 됐다. 

아직도 ‘정피아’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대통령에게 '할 수 있다' 같은호소를 들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박 대통령이 ‘역전의 드라마’로 소개한 리우 올림픽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파벌이나 학연, 지연, 금수저 봐주기 없이 공정하게 실력으로 승부했다. 공정하게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사회로의 개혁이야말로 지금 정치 리더십이 해야 할 일이다.

[중앙일보]

7. 올림픽 중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특히 올림픽은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와 올림픽의 여러 속성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 응원을 넘어 다양한 국가와 종목의 선수들이 빚어내는 환희의 드라마도 함께 즐긴다.

그런데 국내 방송사들의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는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양궁이나 사격 같은 메달 유망 종목은 여러 채널에서 중복 편성하기 일쑤다. 시청자들은 선택권이 빼앗긴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종목과 국가의 경기를 보여주는 해외 중계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송 3사가 합계 440억원이라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한국 선수단의 활약상만 중계하려고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복 편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올림픽 경기를 즐기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일부 올림픽 중계진이 양성평등과 인간존중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차별적 막말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자 역도 경기 중계 중에 “남자선수도 아니고 여자선수가 이렇게 한다는 건 대단합니다”라고 하고 다른 나라 여자 유도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성차별적인 막말까지 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오죽하면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빙’이란 제목으로 이런 무례한 사례를 모으는 곳이 인터넷에 생겼겠는가.

올림픽에서 나라를 대표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남녀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들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과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긴 결과 국가대표 선수로서 리우에서 뛰고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스포츠와 미디어의 품격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행위다. 방송사는 막말 중계인들을 솎아내야 한다.

시대는 저만치 앞서 가는데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할 미디어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올림픽이 끝나면 각 스포츠 협회가 내부 성평등 교육을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스포츠인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8. 최강 한국양궁 비결은 파벌 없는 공정한 선발

한국 양궁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신화를 썼다. 지난 13일 구본찬이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 양궁은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양궁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부터 8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탄탄한 실력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전대미문의 역사를 쓴 선수들은 뜨거운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한국 양궁이 28년 동안 세계 최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저절로 된 게 아니다. 파벌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공정한 선발 원칙이 지켜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녀 각각 120명을 추려 6개월간 실시하는 평가전은 리그, 토너먼트, 슛오프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복잡한 배점 방식으로 최강자를 가린다. 최종 남녀 3인의 국가대표가 되려면 1인당 4055발의 화살을 쏴야 하고 표적지 확인 후 사선을 왕복하는 거리가 182㎞에 달한다.

여기에 학연, 지연, 원로 추천 등 파벌이 끼어들 틈은 없다. '조별리그전'에서 감독의 명령이나 뒷거래 등을 통해 같은 팀 선수 간에 짬짜미 경기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같은 팀 선수는 1회전에서 맞붙도록 하는 원칙까지 두고 있다. 이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이 같은 경쟁 원칙에서 예외가 없다보니 2012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6명 중 기보배 선수 빼고 5명은 모두 탈락했다. 원칙이 까다롭지만 투명하게 운영되니 모두가 깨끗이 승복한다. 멘탈 관리를 위한 번지점프, 최전방 철책 훈련,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소음 많은 야구장 연습 등 훈련도 지독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이다. 

서거원 전 양궁 국가대표 감독은 "불안해도 원칙을 굳게 지켜왔기에 한국 양궁이 오늘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원칙이 신뢰를 형성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계파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 부정부패가 판치는 공직사회는 최강 양궁의 비결인 공정함, 투명함에 대해 곱씹어볼 만하다.

9. 노동시간 OECD 2위면서 생산성은 최하위권인 한국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하면서 생산성은 하위권이라는 통계는 우리 경제의 슬픈 자화상이다. OECD가 매년 내놓는 고용동향에서 나온 수치로 2015년 기준 한국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였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766시간과 비교하면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환산할 때 43일 더 일한 셈이다. 토·일을 쉬고 한 달에 평균 22일 정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할 경우 OECD 다른 회원국 노동자들보다 우리가 두 달을 더 일한 꼴이 된다.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1371시간)과 비교하면 한국 노동자들은 무려 넉 달을 더 일하는 것이니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우리의 임금(구매력 평가기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중하위권에 그치고 있으니 더 심각하다. 우리 노동자들의 연간 실질임금과 시간당 실질임금은 1인당 연간 1790시간으로 우리보다 두 달가량 일을 덜하는 셈인 미국 노동자에 비해 각각 56%, 48%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은 OECD국가중 하위권인 22위로 미국의 60%, OECD 평균의 80%에 그치고 있으니 노동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을 뛰어넘는 장시간 노동에다 점심식사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노동개혁법안 가운데 우선순위를 갖는 법안부터 다시 추진해 노동개혁의 단추를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이라지만 매월 마지막 금요일 퇴근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일과 휴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어야 노동이 진정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매일신문]

10.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 더 이상 뉴스거리 되지 않아야

여야 국회의원들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를 방문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회 독도 방문단’ 소속 여야 의원 10명이 헬기편으로 독도를 찾은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은 지난 2013년 8월 14일 항일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새누리당 김을동 당시 의원 이후 3년 만이다. 국회의원들은 독도에서 만세 삼창을 하고 독도경비대 내무반에 태극기를 전달했다. 오랜만에 이뤄진 국회의원들의 이벤트성 독도 방문은 뉴스거리가 됐다.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일본 중등교과서 독도 영유권 표기에 항의하는 뜻에서 독도를 찾았고, 2010년 4월엔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현직 의장으로는 처음 독도를 방문했다. 2011년에는 ‘독도를 지키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이 독도에서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 음악회’를 갖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독도를 방문할 수 있다. 지난해 독도를 찾은 국민이 17만8천745명에 이른다. 일본인이라면 우리나라 입국 심사부터 받아야 한다. 이는 독도가 우리 땅이고 이 땅을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회의원 역시 우리나라 국민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독도 방문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탐탁지 않다. 이들이 헬기를 동원해 독도에 잠시 들르는 것은 이벤트에 가깝다. 일반 국민들이 독도를 찾아 조용히 우리 땅임을 되새기고 돌아가는 것과 사뭇 다르다. 뉴스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일본이 이를 두고 유감까지 표명한 것은 어이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일본의 반발을 의식해 독도 방문을 하지 않거나 꺼린다면 더 어이없다.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은 뉴스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역시 일반 국민에 섞여 지속적이고 자연스레 독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말없이 독도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이 더 이상 뉴스거리나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때 독도 영유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초동여담] 담임선생님 재입대 취소 사건

아이 방학이 시작되면서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내미 담임 선생님의 군 입대였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모아 두고 올 여름에 군대에 다시 가게 됐다고 선포한 것인데 입대일이 여름 방학식 즈음이라고 못 박았던 것이다. 선생님을 잘 따랐던 아이는 두어 달 전 이 얘기를 거내면서 벌써 이별이 떠오르는지 눈망울이 커지고 벌겋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다.

집안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음은 당연하다. 그래 쓸 데 없어진 기자정신을 이때라도 발휘해보자. 팩트 확인이 필요해. "선생님, 군필 아니셨나?" "응? 군필?" "군대 갔다 오신 거 아니냐고?" "군대 이미 갔다 오셨는데 이번에 재입대 하신대." "머 '진짜 사나이' 일반인 편 같은 프로그램 만드는 거 아냐?" "아니 진짜 군대 다시 가신대. 장교로."

아이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옆에서 거든다. "그거 참 이상하네. 사모님이 지금 둘째까지 임신하셨는데." "그러면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데. 아니 선생님이 싸이도 아니고 군대를 두번 씩이나 간다고?"

군대에서 축구하던 얘기로 술자리를 파하면서도 꿈자리에서 군대 얘기만 나와도 악몽이라고 하는 게 보통의 남자들 아니던가. 혹시나 싶어 장교 출신인 회사 선배에게 재입대 가능성을 물었지만 그 선배도 그런 제도는 금시초문이란다. 살기가 팍팍해졌다고는 하지만 선생님들까지 영향을 받나. 교원 연금보다 군인 연금이 혜택이 더 큰가. 요즘 얘들이 얼마나 유난스러웠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이 모두 선망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박차려는 걸까. 하기야 세상 일은 모르는 것 천지다. 별의별 상상을 해보아도 뚜렷한 답도 없고 해서 선생님의 재입대 건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한동안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선생님 재입대 미스터리가 최근에야 풀렸다. 지난 주말 저녁 자리에서 불현듯 생각나 선생님 소식을 묻자 아이와 아내가 배꼽을 잡는다. 알고보니 이 모든 게 선생님과 엄마들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단다.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어느날 선생님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더니 아이들이 '선생님 군대 가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퍼뜩 이벤트를 꾸민 것이었다. "스승의 날 아이들이 즐거운 이벤트를 해줘서 저도 방학식 때 군복을 입고 나타날까 합니다. 그때까지 기밀을 유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은 자초지종과 함께 비밀 유지를 해달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엄마들에게 보냈다. 그런데 엄마들과 선생님의 단체 카톡방을 몰래 엿본 한 여학생에게 전모가 발각(?)되면서 선생님의 군 입대 이벤트는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기밀을 알게 된 여학생 몇몇을 햄버거까지 사주며 입막음에 나섰지만 이를 빌미로 선생님과 협상을 하려는 통에 군복 이벤트는 방학식을 기다릴 것도 없이 접기로 했단다. 아무튼 담임 선생님의 재입대는 어느새 취소 사건으로 바뀌어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학교가 혁신학교여서 혁신적으로 공부를 안 시킨다고 농을 쳤는데 이런 담임 선생님의 혁신이라면 초딩 때 공부 그까짓 것 좀 덜 하는 게 무슨 대수랴. 비록 재입대 이벤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아이들 마음 속엔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가 새록새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2. [매일신문][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더운 데 이건 아니잖아요

“너무 덥지? 아이스크림 사 줄게. 자 천원 줄 테니까 네가 좋아하는 오백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오는 거야. 그럼 거스름돈이 얼마 남을까?” 한참 생각하던 네 살짜리 아이는 “그냥 남는 대로 하나 더 사면 안 돼?” “아니, 그게 아니고 얼마가 남는지 잘 생각해 봐. 맞히면 하나 더 사 줄게. 얼마가 남을까?” 아이는 딱하다는 듯이 엄마를 쳐다보며 “가게 아저씨가 주는 대로 받아 오면 돼. 엄마, 아저씨 못 믿어? 좋은 사람이야.”

이 더운 날에도 조기교육에 여념이 없는 엄마의 바람과는 전혀 관계없이 아이들은 맘껏 뛰놀고 세상과 호흡하고 싶어 한다. 방학 때 몰리는 학원 행렬 속에 스마트폰 든 좀비가 바로 자기 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선행 학습을 포기하고 조기교육 아닌 적기 교육을 비로소 생각하게 되는 걸까? 어디 캠프라도 보내서 실컷 놀게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너무 더우니까 사소한 일에도 욱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하긴 성인 절반 이상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데 미숙한, 그러니까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다고 하니 열 받은 상태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건 당연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기 차 앞질렀다고 쫓아가서 몽둥이로 차를 부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횡단보도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께 어린아이가 유모차에 타고 있으니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꺼 달라는 말에 격분해서 아기 엄마 뺨을 갈기는 50대 아저씨의 기사는 이 더운 날 우리를 욱하게 만든다. 물론 흡연자의 설움, 50대 중년의 고뇌, 그날도 있었을 스트레스를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자기 딸이 그렇게 당했다면….

이 더운 날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기름 넣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대학생, 그래 봐야 학비는커녕 용돈도 채 되지 않는데, 실수로 기름이 약간 땅바닥에 흐르자 호통을 치며 당장 나가라며 월급에서 제하겠단다. 우린 이 더운 날 자신보다 약하게 보이는 이들에게, 이렇게 더운 게 다 ‘네 탓’이라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거다. 

누구도 이 더운 날, 욱할 권리는 없는 거다.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화산이 지금 폭발하려고 하는구나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거기를 벗어나 혼자가 되어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는 거다. ‘아, 내가 이렇게 열 받아 있구나. 쟤가 잘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상태가 안 좋은 거구나’하고 말이다. 

이 더운 날, 나는 누군가에게 시원한 그늘이 된 적이 있었던가? 오늘도 날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는 아재들에게 시원한 아재 개그 하나 선사해주면 안 될까? ‘사우나에서 왜 싸우나, 차이나에서 연애하면 차이나?’ 더운 데 썰렁하지 않은가.


3. [매일신문][매일춘추] ‘소통’을 향한 금메달을 바라며

올림픽은 세계인의 ‘화합’과 ‘소통’을 추구하는 행사로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바와 동일하다. 이런 이유로 올림픽마다 많은 예술가들의 활약을 접한다. 특히 예술 올림픽으로 유명했던 2012 런던 올림픽에는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올림픽 상징조형물 ‘오빗’, 하워드 호지킨의 올림픽 포스터, 건축가 자하 하디스의 아쿠아틱센터 등 다수의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리우 올림픽을 보며 88 서울 올림픽을 수놓았던 예술가들 중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올림픽을 기념하며 제작했던 위성 프로젝트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와 비디오 로봇 ‘쿠베르탱’이 떠오른다.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를 매체로 하는 ‘영상예술’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 제시하는 미술 장르이다. 백남준은 “저는 장벽을 부수는 데 공헌하고 싶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낯선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70퍼센트는 이해하게 되거든요. 텔레비전은 모든 것을 번역해 주죠. 텔레비전은 새로운 에스페란토(세계공용어)예요”라 말했듯이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심화되어 가는 시대 상황을 예술에 적극 반영하여 집집마다 있는 텔레비전을 통하여 지구촌 전체가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었다. 

‘손에 손잡고’는 백남준의 인공위성 3부작 프로젝트 중 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진행했던 위성 쇼로, 참가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일본 등을 연결하여 동서양인의 지역적, 이념적 소통의 문제를 예술과 스포츠 같은 인간 문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백남준은 1977년 제6회 카셀 도큐멘타의 개막식 행사에서 전위예술가들과 여러 장소를 연결한 ‘위성 원격 생방송’을 진행한 것을 모태로, 위성아트 3부작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바이바이 키플링(1986), 손에 손잡고(1988)로 연결국가를 확대시키며 선보인 바 있다.

로봇형 설치작품 ‘쿠베르탱’은 국민체육공단 소속 소마미술관이 백남준 작가에게 의뢰하여 제작되었다. 네온조명, 전자우산, 오륜기, 모니터 등을 재료로 움직이는 신체구조를 네온 색채와 영상을 통해 조형성 있게 표현하였다. 프랑스 남작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근대올림픽 창설을 통해 인류 공존과 소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백남준은 스포츠와 예술의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고 보았다.

올해는 백남준 타계 10주년을 맞이하여 추모 특별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올 초 세종문화회관의 <백남준 그루브 흥>전부터, 백남준 아트센터의 특별전 <다중시간>,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10주기 추모전>,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백남준 쇼>까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런던의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Electronic Superhighway 2016-1966>전에서 1983년에 제작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상영되고 있어 그의 기발함에 혀를 내두른 기억이 난다. 오늘따라 미술관 로비에 설치되어 있던 백남준 작가의 ‘고대 기마인상’(Robot on a horse)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4. [동아일보][챈들러의 한국 블로그]한국 강아지와 인종차별

지난주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할 겸 동네 산을 오르고 있었다. 너무 귀여운 강아지가 지나가길래 한번 쓰다듬으려고 하는 순간 주인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어, 만지지 마세요! 강아지가 외국인을 싫어해서 물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강아지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은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 이후 나는 한국에 살면서 차별당했던 순간들이 계속 떠오르게 되었다.

인종차별 관련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미국에서 온 내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차별은 그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서투른 영어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가면서 어르신들이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은 나이 많은 세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미군으로 한국에 파병 나와 있었을 때의 일이다. 흑인 해병대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화관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대학생이 내 친구를 보고 “원숭이같이 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물론 우리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했겠지만 군대에서 한국어를 오랫동안 공부한 우리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빴고 나는 내 친구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역을 지나가다가 영어 선생님을 찾는 광고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 광고지 제일 밑에 백인만 찾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도 피부 색깔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차별을 당한 경험들은 들어보면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다. 이전에 술 취한 아저씨가 나에게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 지르는 경우만 보아도 미군 장갑차 사건이나 쇠고기 파동 이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두는 것은 외국인이어서라기보다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기 전 이곳의 문화와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차별당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수민족인 한국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인 친구들은 심지어 여행을 다닐 때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내가 미국인으로서, 백인으로서 차별받는 것보다 다른 나라,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받는 차별이 더 심한 것 같다.


한국은 특히 한민족 국가이고 내가 느끼기에는 신분 지향적인 사회인 것 같아, 어렵게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저임금으로 생활하면서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부모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학교 안에서 따돌림도 많이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엔 다문화를 인정하고 홍보하는 공익 광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한 것 같다. 한국은 한민족 국가이며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많았고 유교 사상이 강하다. 게다가 1980년대까지 외국인의 방문이 그리 많지도 않았고 또한 한국 사람들의 해외여행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국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사람들도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오히려 더 포용하고 다른 인종과 문화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 한국의 일상생활에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차별을 느끼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여 한국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도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길 바란다. 나 또한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더욱더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5. [동아일보][한옥에 살다/차장섭]나를 비우는 공간, 한옥의 壁

역사학자로서 한국 가족사를 연구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종가를 조사하던 중 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옥은 현대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한옥의 벽은 비대칭의 균형, 자유로운 면 분할, 여백의 아름다움 등 독특한 예술혼이 살아 숨쉬고 있다. 

한옥은 비대칭이다. 전통 건축물의 배치를 살펴보면 궁궐, 사찰, 서원, 향교 그리고 민간주택 등 모든 건축이 좌우 비대칭이다. 서양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의 건축물이 대칭 구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서양 건축은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대칭을 선호한다. 

비대칭의 구성은 건축물의 배치뿐만 아니라 한옥의 벽면에서도 나타난다. 한옥의 벽은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모양의 면들이 모여서 하나의 통일체를 이룬다. 그러나 가운데를 기준으로 대칭을 이루는 벽면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언뜻 보면 대칭처럼 보이는 벽면도 양쪽에 다른 형태의 문을 배치하거나 그 크기를 달리함으로써 비대칭을 추구한다. 그리고 완벽한 대칭을 이룬 벽면에서는 작은 소품을 다르게 설치하는 등 결코 경직되고 긴장감을 주는 대칭은 피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한옥의 벽면이다. 

비대칭은 좌우가 달라 균형감을 상실할 수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듯한 모양새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옥 벽의 비대칭은 언제나 균형과 비례감을 가지고 있다. 대칭을 통해 균형과 비례를 이루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일이지만 비대칭이면서 균형과 비례를 이루는 것은 한 차원 높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옥의 비대칭은 산만한 혼란을 야기하는 무질서와는 다르다. 한옥의 벽면은 다양한 모습의 벽면과 문이 만들어 내는 공간 구성을 통해 서로 경쟁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 안는 조화를 이룬다. 서양의 건축이 대칭을 통한 외형적인 질서라면 한옥은 비대칭의 조화를 통한 내재적인 질서라 할 수 있다. 

한옥의 벽면은 자유로운 면 분할로 아름다운 한 폭의 추상화가 된다. 흰 회벽을 바탕으로 짙은 색 기둥과 보가 가로세로로 그어지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와 같은 면 분할은 장인의 솜씨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벽체 위에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이렇게 표현된 벽면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갈하고 담백하다. 차갑고 기하학적인 서양 미술의 추상화와는 대조적으로 한옥의 벽면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따뜻하고 인간적인 추상이다. 몬드리안의 추상은 치밀한 계산 위에 재고 따져서 정교하게 작도한 추상이라면 한옥 벽면의 추상은 살기 위해 집을 짓고 문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의 흔적이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음을 뜻하는 공백과는 구분된다. 여백은 빈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인가 있음을 암시하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백은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의 정신이다. 비어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가능성은 희망이다. 가득 채워져 있다면 이제는 지워지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여백이 뭔가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라면 채워진 공간은 더 나아갈 수 없는 절망이다. 

한옥의 벽이 가지는 여백은 단순함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단순함은 절제의 구현으로서 부분을 이루는 각각이 전체적인 하나의 통일된 주체 안에서 파악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옥 벽의 색도 가장 단순한 흑백이다. 모든 색을 더하면 흑(黑)이다. 모든 색을 빼면 백(白)이다. 서양화가 컬러 유화라면 우리 미술은 흑백의 수묵화이다. 흑백은 여백의 허실(虛實)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한옥의 벽은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 비대칭이 주는 편안함, 균형이 주는 안정감, 여백이 주는 여유로움,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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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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