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가계부채 시한폭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어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고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가 그 전에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우려를 나타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총재의 지적이 아니라도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에 1223조원을 넘어서면서 임계점을 향해 줄달음치는 상황이다. 2013년 2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이자로 지출되는 액수만 해도 연간 40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런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연쇄적인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통화정책이 크게 제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운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는 게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됐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싶어도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어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 수준에서 동결한 것도 가계부채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정부가 이에 대해 과연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 당국도 가계부채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관계부처끼리 조치를 협의 중”이라는 이 총재의 언급에서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음을 짐작하게 된다. 여러 대책 중에서도 부동산대출 억제 방안이 첫손에 꼽힌다. 그동안 부동산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상황에 따라 강도가 약하고 강해질 수는 있겠지만 정책 방향이 왔다갔다 해서는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다. 정책 효과를 얻기도 어렵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공급 과잉인데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 그런 결과다. 부동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결연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책 마련이 지체될수록 효과도 반감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 여당 회의가 ‘어전회의’ 돼서는 안 된다
어제 오찬을 겸해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청와대의 첫 상견례는 대화 내용 못지않게 회동 시점과 격식에 관심이 쏠린 특이한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꾸려진 지 이틀 만에 이정현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그가 좋아하는 냉면으로 오찬을 함께한 후 독대도 했다. 마치 가족모임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김무성 전 대표 때와는 사뭇 달라진 대접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표가 선출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첫 만남을 허락한 데다 회동 횟수도 2년 동안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도 늘 냉랭한 분위기였다. 어쨌든 이 대표 체제가 원만한 당·청 관계 회복과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불통’ 해소에 기여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격식이다.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도 가감 없이 전달해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게 집권당 대표의 역할이다. 뻔한 건의에 뻔한 수용 같은 짜고치기 방식은 안 통한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과거처럼 주군-복심 관계로 머무르며 가족잔치 기분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얘기다.
자기 방식을 좀처럼 바꾸려 들지 않는 박 대통령이나 ‘그의 남자’임을 자처하는 이 대표에게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이 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 작품이 발표창구를 당대표와 원내대표 및 대변인으로 제한한 ‘언로(言路) 봉쇄’라는 점이 그런 사례다. 최고위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던 김 전 대표 시절의 ‘봉숭아 학당’을 지양한다지만 그때 당대표를 물어뜯던 최고위원의 한 명이 본인이었음을 벌써 잊었는가.
“대통령과 맞서는 것을 정의로 여긴다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다”는 주장 역시 올챙이 시절 모르는 개구리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몰아붙인 이가 바로 이 대표다. “권력에 줄서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로 바꾸겠다”던 전당대회 출마변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비박(非朴)에 재갈 물린 어전회의’, ‘내시 대표’ 등의 비아냥이 난무한다. 박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스스로 일개 계파 수장에 머무르려 한다면 정치가 실종되고 국민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외면받지 않으려면 비박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고 국민과 폭넓게 대화하려는 자세가 요긴하다.
[서울신문]
3. 전기료 누진제, 땜질 아닌 전면 개편 필요하다
정치권이 결국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전면적인 개편에 나섰다. 기록적인 폭염에 지치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국민의 원성에 밀려 전기요금 누진제를 생활 변화에 맞게 고치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좋은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4인 가구가 하루 3시간 30분만 에어컨을 틀면 큰 부담이 안 된다”며 개편 불가론을 펴 한껏 불쾌지수를 높였던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땜질 처방으로 7~9월까지 누진제를 대폭 완화했다.
정치권도 정부도 누진제에 관한 한 참으로 우직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2년 전 공장을 돌리는 데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하는 대신 가정의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누진제를 제대로 손 한번 안 댔다. 물론 국민의 아우성을 해마다 반복되는 한철 행사 정도로 치부하며 넘겨 왔기에 가능했다.
누진제가 불합리하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전체 전력 수요의 15%인 가정용 전기 요금은 1단계가 당 60.7원으로 싼 편이지만 최고인 6단계는 709.5원으로 1단계의 11.7배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전체 전력 수요의 54%인 산업용은 누진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산업용과 상업용은 계절별 요금 폭도 훨씬 제한적이다.
하지만 가정에선 소비량에 따라 요금이 급증하는 탓에 전기요금 폭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 30분 틀면 14만 5000원, 12시간은 47만 8000원, 24시간은 94만 7000원이라니 가히 ‘에어컨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평균 가구원 수가 2.7명인 상황에서 1~2단계의 요금 혜택을 받는 가정이 모두 저소득층이라고도 할 수 없다. 1인 또는 맞벌이 가구도 많아서다. 국가 전력 수급을 고려하는 정부의 고민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국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식의 정책은 옳지 않다.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렸다는 듯 임시 대책을 내놨다. 7·8·9월에 한해 현행 6단계의 폭을 50씩 넓혀 월 19.4%의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결정했다. 국민이 들고 일어서기 전에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치다. 이젠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에 들어갈 차례다. 6단계 구간을 3~4단계로 줄여 배율 차를 낮추든, 구간을 해마다 손봐 2~3단계로 줄이든 다각도로 검토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야당도 누진제를 고치는 데 적극적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누진제의 전면 개편을 더는 늦출 수 없다.
4. 유엔 성명 무산시킨 中의 본말전도적 ‘사드 몽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추진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바람에 끝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추진했지만 중국이 난데없이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을 촉발한 이유라며 사드 반대 문구가 들어간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대북 성명 채택 자체를 무산시켰다. 중국은 이에 앞서 북한이 감행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스커드·노동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적 규탄 성명을 무산시키면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감싸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조치로 중단했던 북한 나진과 중국 상하이를 연결하는 화물운송 사업을 최근 5개월 만에 재개했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사실상 유일한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틔워 준다면 대북 제재의 효과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를 중국이 앞장서 무력화시키는 상황이다.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사드 배치와 연계해 국제적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사드 보복 조치로 경제 분야는 물론 영해, 영공 등을 포함한 외교적·군사적 압박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북핵 및 미사일 위협만 사라진다면 사드는 배치할 필요도 없다. 중국이 군사주권과 자위권 차원의 사드 배치에 날을 세우고 공격용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오히려 감싸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라고 촉구하면서도 정작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공격 일변도의 자국 중심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한술 더 떠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대륙의 전략적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동북아 정세를 격화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북 제재 중단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대국’이라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중국은 ‘사드 몽니’를 중단하고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5. [동아일보]통계청 통계 믿다가 나라살림 구멍날라
통계청이 5년 단위로 추정하는 장래인구추계가 평균 10% 적게 계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보고서에서 “2026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통계청 추계보다 107만 명(약 10%) 더 많은 1191만 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대상자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70만 명 늘어나 복지 부담도 커지므로 인구 예측 방식을 고치고 재정 안정화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KDI의 고령 인구 오차율이 과장됐다”며 실제로는 최대 1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정부 통계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노인 인구가 통계청 추계보다 10%나 많아지면 당초 예상과 달리 소비지출 감소, 투자와 자본시장 위축, 저축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와 성장 지체가 연쇄적으로 초래되지만 정부는 미리 대비하지 못해 재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이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이라 해도 2060년에는 2.8%로 점점 벌어지게 된다.
국가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한두 번 나온 것은 아니다. 통계청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5만5000원이라고 했지만 초중고교생을 둔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제 사교육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도 통계청은 상위 10%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라고 밝혔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연구 보고서는 45%로 파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자가 179만 명으로 체감실업률이 34.2%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8%였다.
이러니 청와대가 고용동향이나 가계동향 등 공식 통계를 토대로 경제정책의 성과를 홍보해도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왜곡된 통계로 만든 정책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낼 리도 없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민간 연구소의 통계 오류 지적에 “신중하라”고 발끈했지만 현실을 분식하는 ‘통계 마사지’가 없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먼저다.
[매일경제]
6. 돈줄 마른 북한 동해 NLL 조업권까지 팔았다니
북한이 서해에 이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조업권도 중국에 팔아넘겼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동해 NLL 근처에서 1000척가량의 중국 어선이 조업하는 게 확인됐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한다.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고질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은 주민 생활 개선을 내세우며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조업권까지 팔아넘기는 건 그만큼 체제 유지를 위한 외화 벌이가 급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NLL 근처 조업권까지 팔아넘김에 따라 중국 어선의 마구잡이 싹쓸이 조업으로 동·서해 어족 자원이 고갈될 것이다. 우리 해군과 해경, 어민들이 NLL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을 막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우리 어선과 수자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NLL 해역의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돈줄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수출은 27억달러로 한 해 전보다 15% 줄고 수입은 35억5000만달러로 20%나 감소했다. 올해 1월 4차 핵 실험 후에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더욱 촘촘해지면서 북한은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개성공단 폐쇄로 줄어드는 달러 수입만 1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 교역도 2분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니 통치 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북한이 광물 자원과 조업권도 팔고 무기 거래나 밀수까지 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려는 대북 제재가 어느 정도 효력을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은 더욱 피폐해지고 체제 불안을 느낀 김정은 정권이 더욱 극단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궁지에 몰린 북한이 초래할 여러 가지 리스크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7. `항생제 공화국` 오명 벗도록 내성관리 확실히 하라
정부가 5개년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을 수립한 것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문제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고 내성균 확산을 막는 한편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균 전파 통합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경고에 화답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들이 과다 처방을 할 뿐 아니라 병이 잘 낫는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처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우리 국민 1000명당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31.7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23.7명)보다 35% 높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2002년 73.3%에서 현재 44%로 떨어지긴 했으나 4년간 44~45%로 정체돼 있다. 축사나 양식장 등에서 항생제를 대거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 세균 일부 중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내성이 생기고, 항생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치료할 약이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역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발간한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명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치다.
항생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감염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열었지만, 항생제를 오·남용하다가는 결국 치료법이 없던 암흑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균 유행이 신종 감염병의 파급력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글로벌 행동계획을 제시했으니 우리도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항생제 사용 줄이기와 내성균 감염 관리에 만전을 기해 이번 기회에 '항생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하라.
[매일신문]
8. 김영란법 파도 넘을 경북도 TF 운영, 국회보다 낫다
경북도가 9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따른 농축수산물 수요 및 농어업인 피해 감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법 시행과 함께 출범할 TF는 4개 팀 18명으로 구성한다. 20대 국회가 바로 직전 국회 때 만든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틀을 고치려는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조치다. 법 정착과 피해 최소화를 향한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경북도의 TF 운영은 잘한 결정이다. TF 활동은 법 취지를 살리면서 농수축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두고 봐야겠지만 새로운 방안으로 소포장 포장재 개발과 같은 당장 급한 일부터 학교 급식 체계의 활용, 축산물 공급 체계의 점검 등 신규 사업이 전망된다. 이번 TF 구성은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피해 현실화를 두고 볼 수 없어서다.
특히 경북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전국에서도 농축산물 생산이 앞선 농도(農道)인 까닭에 발 빠른 선제적 대책 마련 노력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려면 농축수산인은 물론 다양한 관련기관과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공조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TF의 몫이다. 경북의 24개 농업 분야 기관`단체도 최근 모여 피해와 우려의 공감대 형성에 한목소리를 낸 것처럼 TF 운영의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반면 국회의 움직임은 실망스럽다. 법에 정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한도를 각각 5만원과 10만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에 나서면서 법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 법에 대한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조차 무시하는 이런 시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소비절벽과 농어업인 피해 예방 등 그럴듯한 주장은 변명과 다름없다. 자신에게 미칠 피해를 줄이겠다는 핑계와 같다. 이는 원안에 포함된 국회의원을 적용 대상에서 뺀 장본인이 바로 자신들인 데서도 알 수 있다.
경북도는 TF 운영 시기를 앞당길 필요도 있다. 굳이 법 시행일에 맞출 일은 아니다. 국회보다 앞서 법의 조기 정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내린 결정인 만큼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투명하고 공정한 미래를 앞당기고 국민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9. 대구공항 통합이전 합의, 지속적인 관심 가질 때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추진 방식과 일정, 재원 조달 방안 등이 윤곽을 드러냈다. 통합이전 후보지가 연내 선정되고 민간 대구공항 이전 시 예산이 부족하면 국비 지원도 가능해진다. 이전 대구공항은 대구 경북 지역의 미래 항공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3차 대구공항 통합이전 TF 회의에서 정부`대구시가 합의해 내놓은 결과다.
군공항(K-2)과 민간공항을 통합이전하되 군공항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민간공항은 국토부 사업으로 각각 추진하되 동시에 이전을 완료하기로 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대구시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건의서 평가, 조사 용역 등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금년 내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한 것도 대구공항 통합이전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공항 규모에 있어서는 대구공항을 지역 거점 공항으로, 장래 항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로 건설한다는 데 합의했다.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통합이전 TF 회의는 두 차례 열렸지만 주관 부처인 국방부 국토부, 대구시 간 서로 입장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전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가 달랐고, 이전 비용 조달에 대한 입장도 서로 어긋났다. 과거 부시장이 참석하던 TF 회의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참석해 타협을 이끌어낸 것은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첫 단추는 끼웠지만 아직 대구시로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안에 부지를 확정 짓는다고 했지만 어디로 정하느냐의 문제가 크다. 이전지 선정에 앞서 해당 주민들과의 상생 협력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공항 이전 작업이 순조로울 수 있다. 비록 합의는 했다지만 재원 마련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공항 이전의 발목을 붙들 수 있다. 공항 확장 가능성도 아직은 장담할 수만은 없다. 이번 합의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언약한 ‘제대로’ 된 공항을 짓는지 지켜볼 일은 남았다.
[조선일보]
10. 이대·동국대 분쟁, 대학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동국대 학생들도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두 대학의 학내 분쟁은 표면적으로 평생교육대학 프로그램의 수용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국내 대학들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학들마다 재정은 극도로 악화됐다. 게다가 학문적 성과를 거두지도, 학생들을 제대로 취업시키지도 못한 채 그저 돈벌이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팽배한 것이다.
대학들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 중 하나는 재정난이다. 재정이 튼튼해야 안정적으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우리 대학들은 극심한 수입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2008년 이후 7~8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65%를 넘는 사립대학들이 허덕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사립대학들은 10조원의 기금 적립금을 갖고 있지만 저금리로 이자 수입마저 크게 감소했다.
대학들도 건물 신축 등 외형적인 성장에만 매달린 나머지 무리한 과잉투자로 재정난을 자초했다. 또 개혁을 하려고 해도 교수와 학생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며 저항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변변하게 취업조차 못 하는 대학 졸업장이 무슨 소용 있냐고 불만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제각각 자기 논리에 빠진 나머지 지방대학은 물론 수도권 명문 대학들도 골병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합해 매년 10조원 가까이를 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이 중 교육부가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 사업을 미끼로 대학들을 줄세우기 하는 것이 대학가 갈등을 촉발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대학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실대 구조조정을 서둘러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학생 숫자가 줄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척하고 갈 것인가. 국회는 하루빨리 부실대학들이 자발적 퇴출이나 기능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대학구조개혁법을 처리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려면 다른 대안으로라도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기금 적립금 사용이나 대학 소유 부동산 매각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정 건전화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재정 지원을 핑계로 교육부 공무원들이 대학 줄세우기를 즐기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보조금으로 대학을 통제하는 정책은 대학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대로 가면 대학가 전체가 몰락하는 수밖에 없다. 대학 전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대·동국대 같은 내부 갈등이 대학가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1000번지에 머물다
언덕배기 빽빽한 집 주변을 진땀에 절어 헤매는 꿈을 꿀 때가 있다. 벌써 삼십 년쯤 되어 가는 일인데 낯선 지역에서 추운 밤 긴장에 싸여 헤맨 고달픔 때문인지 잠재의식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대학 1학년 때 지역 자치센터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번지가 표시되어 있는 구역도를 보았다. 거기서 번지가 정해지는 규칙을 대강 터득하고 우리나라 어디든 주소만 있으면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끔 편지가 오는 언니의 주소는 부산에 있는 수정동 1000번지였다. 편지가 올 때마다 1000을 부여받은 그 집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궁금했다.
겨울방학이 되자 그 주소를 찾아 떠났다. 언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익산에서 강경 가는 버스를 타고 강경에 내려 대전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그리고 서대전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대전역에서 내린 후 막무가내 부산행 기차를 탔다. 부산역에 내렸을 때 겨울 해는 이미 저물어 앞이 캄캄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맵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 찾기 쉬운 일인데 주소밖에 단서가 없으니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 수정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비탈진 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지레짐작한 정류장에 내렸다. 발을 디딘 곳은 하늘에 있는 무수한 별 무리 중 일부가 지상의 불빛으로 내려와 정착한 듯한 동네였다. 근처 가게에 있는 주인에게 서 있는 곳의 번지를 물어 1000번지가 되는 곳의 좌표를 찾아 내려갔다. 이따금 다닥다닥 붙은 문패를 살펴보며 내리막길을 불안하게 걸었다.
마침내 좁은 골목에서 그 집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설움에 북받쳐 목이 메었다. 밤이 이슥한 시각 추위 속에서 두려움에 한참을 오그렸던 발은 무감각했다. 언니는 과감하고 엉뚱한 나를 웃으며 맞아 주었다. 언니가 사는 집주인 할머니는 혈육 없이 홀로 늙은 분이라 그런지 아주 까칠했다. 마당에 머리카락 한 오라기라도 떨어져 있으면 지저분하다고 혀를 끌끌 차는 분이라 마당을 지날 때면 긴 머리를 감싸 쥐고 다닐 지경이었다. 하지만 견디다 못해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살지 못하면서 세는 왜 놓는지 모르겠다고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느 날 할머니는 뜬금없이 웃는 얼굴로 찾아와 자기 방으로 와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우리나라에 일가친척이 없고 한글도 모른 체 사는데 연변에 사는 친척에게 자기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부탁한 것을 토대로 따뜻한 안부를 보태어 편지를 쓰고 읽어 준 일이 있은 후 할머니는 나를 유별나게 깍듯이 대해 주었다. 1000번지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언니랑 같이 살았던 동생에게 들으니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전 재산을 자치센터에 기부했다는 말을 했다. 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늘 인색하고 화초를 돌볼 때만 숨겨둔 향낭에서 미소를 풀어놓은 듯 딴사람이던 할머니가 기부로 삶을 정리했다는 소식은 특별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했다.
2. [머니투데이][기고]'화해'와 '치유'의 길
지구 반대편에서 세계 축제인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여자배구팀의 한일전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일상에서 잊고 지내다가도, 한일 간 경기가 있을 때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감정이 복받치기도 한다. 그것에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여러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감정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2005년 말, 필자는 위안부피해자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 있었다. 당시 한 해에만 피해자 할머니 열여덟 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겪었다. 그분들이 마음의 고통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했다.
1993년,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생활이 어려운 피해자를 국가가 직접 보호, 지원하기 위해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 제정 이후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4년부터는 피해자별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피해자 할머니를 수시로 방문, 생활불편이나 위험요인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으며, 주택 개·보수, 틀니, 도배·장판, 휠체어 지원 등 피해자 할머니 한분 한분을 위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갑자기 다치신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와서 4개월여 동안 병원 치료와 정서, 심리적 안정을 도와드렸다. 현재는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조각의 위안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재 피해자 할머니들이 워낙 연세가 많고 최근 10년 동안 매년 열 분 가까이 영면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제 한 분이라도 살아 계시는 동안 더 늦기 전에 그분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 정부 간 합의는 이런 시급성이 고려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공식적 사죄 표명, 일본 정부 예산의 출연금이 포함된 이번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어서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그분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겠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7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달 28일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재단 출범 전, 재단 준비위원회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본 결과 상당수 할머니들이 재단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셨다. 이제 재단이 적극적인 활동으로 할머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안정과 치료, 맞춤형 지원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의 여성인권 문제인 만큼 미래세대가 교훈으로 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운영과 역사교육도 계속해 갈 것이다.
다만, 재단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피해자들을 위한다는 마음만큼은 정부와 국민, 화해·치유재단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이제는 위안부 피해자를 보듬는 일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화해'와 '치유'의 길이다.
3. [매일경제]“木(목)청껏 질러라” 평일 공연관람 꾀하는 움직임, 크라우드펀딩으로 극대화한다
미국 뉴욕에 유니온스퀘어가 있다면, 서울에는 홍대 앞이 있다. 공연문화를 위한 생산과 유통의 인프라가 자발적으로 형성된 곳. 음악과 그림을 한다는 이들이 모여 영감을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 토대가 탄탄한 곳. 예나 지금이나 홍대 앞이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은 인근에서도 손꼽히는 공연시설을 갖췄다. 만석 시 150석이 꽉 차고, 서서 관람할 경우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음향시설이 훌륭해 홍대를 기점으로 삼는 뮤지션이라면 욕심 낼 만한 무대다. 현재 홍대에 위치한 공연장은 소규모 라이브클럽까지 더해 결코 적지 않다. 그 중 절반이 1년에 200일은 공연 없이 개관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공연이 몰리는 탓이다. 시설이 남다르다는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같은 공연장조차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한가롭다. 연말 등 성수기를 제외하고 일주일 내내 이틀만 북적대는 공연장 풍경이 가끔은 신기루 같다.
화요일과 목요일이 가장 비수기 … 공연 건수 증가해도 시설 매출액과 관람객 수는 감소
공연장 관계자에 따르면, 일주일 중 화요일과 목요일은 대관신청이 가장 뜸하다고 한다. 월요일은 주말 직후라 의외로 여유롭게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이 있고, 수요일은 문화관광부처가 매월 마지막 주를 ‘문화가 있는 날’로 지원하며 할인혜택을 주므로 공연을 즐기려는 관람객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애매한 공연일자로 여겨져 확보되는 관람객 수가 많지 않으니 자연스레 해당 요일에는 비는 공연장이 늘어난다. 공연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분명하고 시설이 넉넉해도 공연을 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한 ‘2015 공연예술실태조사(2014년 기준)’를 살펴보면, 2014년 공연시설 수는 1,030개, 공연장 수는 1,280개로 전년 대비 각각 5.1%, 4.3%가 증가했다. 또한 전국 공연장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공연 건수는 총 4만7489건, 공연 횟수는 20만228회로 전년 대비 각각 5.1%, 0.9% 증가했다. 반면, 공연시설 매출액은 3,690억 원으로 전년대비 10.9% 감소했다.
주 원인은 대학로와 민간(대학로 외) 공연장 등의 매출액 감소로 분석될 수 있는데, 공공 공연장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관람객 수는 3,767만 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5.0% 감소했다. 공연시설 및 단체 수, 공연 건수 및 횟수 등 양적 지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 수입을 중심으로 민간 공연장의 총 매출은 20.6% 줄어들었다.
상생하는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크라우드 펀딩’
주말에만 공연이 편중화되어 있으면, 평일에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공연수익이 줄고 뮤지션도 설 무대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불타는 금요일과 주말을 넘어, 평일에도 관람열기를 확산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산업 내의 목소리는 사실 꾸준히 이어져왔다. 올해로 13년째 주말과 월요일로 이어지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월요공연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걸었고, 홍대 터줏대감이라 꼽히는 라이브클럽 ‘에반스라운지’는 ‘먼데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평일 공연 활성화에 앞장서왔다.
얼마 전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시작된 ‘유캔스테이지(UCANSTAGE)’는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과 총 15개 팀을 선정해, 오는 11월까지 매주 또는 격주 목요일마다 뮤지션의 공연이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개최될 수 있게끔 후원금을 모은다.
크라우드 펀딩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터(Starter)들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수 있는 지름길이다.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한 사람의 꿈을 이루게 하거나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는 ‘꿈지원금’ 구실을 한다. ‘평일 공연 활성화’라는 공동목표 달성에 관심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해 실질적인 후원(Funding)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공연을 하고픈 뮤지션이 대관과 티켓판매수수료, 마케팅 등 전반적인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공연 개최 후 남은 수익만을 간신히 보전해왔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면 모객이 어려워 적자에 허덕였던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하면 1차적으로 목표한 자금을 마련해 콘서트를 여는 대안적 실현이 가능하다. 펀딩에 실패할 경우, 모아진 금액은 후원자에게 되돌려지고 콘서트는 아예 열리지 않기 때문에 모객이나 대관비용 선납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공연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펀딩에 참여하여 후원금액에 따른 관람티켓을 리워드형으로 제공 받고,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금액은 고스란히 뮤지션과 공연시설주에게 수익으로 돌아간다. 콘서트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인형극, 코미디 등에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보다 많은 사람이 주말 외 평일에도 즐길만한 공연이 활성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공연장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의 문화생태계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구축될 수 있다.
4. [한국일보]클레오파트라
고대 그리스 작가 플루타르코스(46~120)는 그리스ㆍ로마의 위인 50명의 이야기를 23편의비교 열전과 4편의 전기 형식으로 남겼다. ‘영웅전’이라 알려진 제목처럼 그들은 모두 빼어난 남성들이었다. 그는 자기보다 100년 남짓 먼저 태어나 만 39년을 살다간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7세(B.C 69~ B.C 30)의 이야기를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이야기 속 엑스트라로 언급했다.
클레오파트라는 근 300년간 이어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마지막 파라오였다. 선왕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둘째 딸로 태어난 그는 춤과 노래 등 예능에 능했고, 왕조의 여성 군주로선 처음으로 문자를 익혀 집권 후 궁정 토론을 주도할 만큼 교양 있는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미모와 재치, 섬세한 정치 감각이 그의 매력을 더했을 것이다.
그는 파란의 시대 약소국의 군주로서 탁월한 정치력으로 한때나마 오리엔트의 통치권을 쥐었던 탁월한 군주였다. 옥타비아누스의 누나와 결혼한 유부남 안토니우스와 중혼, 쌍둥이 아들을 낳았고, 안토니우스가 파르티아 원정으로 획득한 키프로스, 리비아, 시리아 등 오리엔트의 통치권을 넘겨받아 통치했다.
카이사르의 적자이자 배신당한 누나의 동생인 옥타비아누스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가 죽었다는 소문에 실의,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사실을 안 클레오파트라 역시 미리 마련해둔 자신의 영묘에 남편의 시신을 먼저 안치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티움 해전 직후인 B.C 30년 8월 12일이었다.
역사의 패자(敗者)로 스러진 탓이 크겠지만, 남성 권력자들의 게임에 뛰어든 여성의 재능과 야심은 장점이 아니라 자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예가 흔하다. 후세는 클레오파트라를, 제국의 영웅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호려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고 스스로도 파멸한 요부로 기록했다.
그가 정말 미인이었는지 이설이 많고(장애나 유전적 기형의 신체를 지녔다는 설도 있다), 통념처럼 정말 뱀에 물려 자살했는지도 불확실하다. 그의 무덤을 찾는 일은 고대이집트를 연구하는 학계의 숙원 중 하나이고 무덤이 열리면 진실의 일부도 확인될 테지만, 그런다고 팜므파탈의 전설이 금세 대신 묻힐 가능성은 없다.
5. [서울신문][기고] 학교 교실에서 어항을 보고 싶다/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유년 시절 학교에 가면 교실마다 작은 어항이 하나씩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빨갛고 하얀 금붕어들이 유영하는 것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매일 당번을 정해 한 명은 어항을 깨끗이 씻고, 다른 한 명은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담아 손에 꼭 쥐고는 혹시라도 바닥에 떨어뜨릴까 노심초사했다. 행여 물 관리를 잘못해 금붕어가 죽으면 온 반이 난리가 나고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났다. 콩나물시루 같이 빽빽한 교실에서 물고기 한두 마리는 모두에게 위안을 줬다.
학교에는 비단잉어들이 노니는 연못도 하나씩 있어 하교 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함께 연못가에 둘러서서 잉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980~90년대에는 가정에도 어항이 보급돼 집집마다 금붕어나 열대어를 키웠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서구화되면서 개와 고양이가 관상어의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여유가 사라지면서 가정과 학교의 어항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아쿠아리움이나 큰 공원, 빌딩으로 가야 물고기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관상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관상어에 대한 관심도 조사에 따르면 ‘관상어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관상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수치와 같은 53%로 나왔다. 1500여개 관상어 온라인 동호회에는 동호인 수가 70만명을 넘는 등 관상어 마니아 층이 형성돼 있다. 관상어 산업도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유통되는 관상어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내 관련 산업도 이런 수입산 관상어와 수입 기자재의 유통에 치우쳐 있다. 정부는 관상어 문화의 활성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4년 2월부터 ‘관상어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관상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깨지지 않는 안전한 수조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부터 관상어 산업박람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고 관상어 품평회에는 해외 우수 출품작도 참가하는 등 국제산업 박람회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홀로 스마트폰과 게임을 즐기고, 방과 후 여러 학원을 전전하면서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시기를 보낸다. 내 어린 시절 그랬듯 지금의 아이들도 관상어를 키우면 정서가 안정되고 아동 발달에도 도움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어린이들의 발달과 사회성을 길러 주기 위한 관상생물 교감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우리 농어촌 지역 복지 시설에도 관상 수조를 보급한 결과 아이들이 하교 후 TV가 아닌 관상어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관상어 수조는 실내 습도를 유지시켜 감기 등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합쳐져 관상어 산업이 화려하게 부흥하고 가정과 학교에 다시 색색의 관상어가 사는 어항이 놓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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