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제1 야당의 영수회담 일방 취소 황당하다
난국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추 대표가 오늘 박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가 엊저녁 당내 반발로 전격 취소한 것이다. 야권은 ‘100만명 촛불시위’의 거센 민심을 확인한
만큼 계속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고,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협상의 퇴로가 막혀 버린 셈이다.
두 사람의 회동
계획은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난 이후 첫 영수회담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 게 사실이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을 만나 모든 것을
열어 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면서 나름대로 열린 자세를 보여 주었다. 국가 위기를
맞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던 분위기에서 정치권이 모처럼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추 대표가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하면서 결과적으로 혼란만 키운 꼴이 되어 버렸다. 어제 새벽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과 양자 회동 형식의 긴급 회담을 열자”고 전격 제안한 자체가 당내 의겸을 수렴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제1
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자초한 것은 물론 앞으로 정국 수습과정에서 혼선을 겪을 소지도 커졌다.
무엇보다
추 대표가 야권의 공조 노선에 변수를 초래함으로써 정국 해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 상황에서 저의가 의심된다”며 발끈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어느
정당도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을 배제한 영수회담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여야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더욱 좁혀지고 말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여야 간 협상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일개
아낙네에게 온 나라가 놀아난 부끄러운 사태에서도 여론의 향배에만 기대려는 ‘정치 실종’ 사태는 문제가 있다. 국난 초래의
장본인이면서도 군색한 변명과 ‘찔끔 사과’로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박 대통령이나 집안싸움으로 영일이 없는 집권당을 두둔할 필요는
없다. 정국의 주도권을 쥔 거대 야권마저 정권 쟁취를 위한 계산에 골몰하는 한심한 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산된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영수회담이 아쉬운 이유다.
2. 검찰에 줄줄이 소환된 기업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이 그제 검찰에 소환돼 밤늦도록 조사를 받았다. 최순실씨가 관여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당사자들이다. 기업별로 거액을 냈다는 사실도 이미 드러난 일이다. 검찰이 이와
관련해 금명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대면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당시의 정황을 미리 파악해 두려는 참고인 조사였다.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청에 불려 다니는 모습은 우리 경제가 처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대부분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
안에서 얼굴을 가린 채 검찰청 지하주차장을 쫓기듯 빠져나갔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불미스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물의가 빚어질 때마다 앞으로 더는 없으리라고 다짐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는 이처럼 끈질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금
출연을 권유하는 마당에 이를 거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종범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전경련을 통해 중간 상황을 점검하며
모금을 채근했다는 정황도 읽혀진다. 더구나 권력의 눈밖에 벗어난다면 기업 활동에 심각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퇴진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기업들이 피해자의 입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수립하고 기업 규제의 범위를 정하는 여건에서
청와대의 협조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앙갚음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권력에 줄을 대고 나름대로 기업 이익을 챙기거나 약점을 숨기려
했던 흔적도 드러난다.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부영그룹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이젠
기업들도 변해야만 한다. 권력의 그늘에 기생하려는 자세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뜩이나 세계
시장은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권력에 기댄다면 당장 발판을 마련할 수는 있어도 길게
이어가기 어렵다. 기업들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개혁의 자세로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3. 자격 잃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 만들어라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의 100만 촛불시위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연 명예혁명의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사건·사고 없는 비폭력 평화시위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었다. 남녀노소, 지역·계층 가릴 것 없이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의 마음은 한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저지른 국정 시스템 붕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다. 거센 분노를 성숙하고 절제 있게
표현한 평화적 시민 집회를 보면서 우리는 민심이 대통령의 2선 후퇴 정도가 아닌 명백한 퇴진을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로 모인 민심의 흐름을 현실 정치가 어떻게 정당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실현해 내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이 헌법 질서의 테두리 속에서 엉뚱한 권력욕을 자제하면서 일관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정교한 합의를
도출해야만 풀릴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누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먼저
청와대에 박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요청했고,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이자 이번엔 당 전체가 나서 회담을 무산시켰다. 이는 처음부터 추
대표가 엉뚱한 개인적 욕심에서 일을 독단으로 추진한 데서 벌어진 일이다.
박근혜-추미애 단독회담의 불발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와는 별도로 이제 한국의 정치권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준비해야 할 때다. 광장에서 메아리친 민심의 분노에 정치권
전체가 응답해야 할 차례가 됐다. 청와대와 야당이 대통령을 질서 있는 퇴진으로 안내할 합헌적이며 합리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한국의 정치 체제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고 순식간에 불신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1년3개월여의 잔여 임기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권력을 당장 다 내려놓을 의사가 있음을 조건 없이 밝혀야
한다. 야당과의 회담이 무산된 만큼 오늘 별도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천명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주변에선 그가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으니 딱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제3자 뇌물, 직권
남용, 기밀 누설, 사기 미수 혐의만으로도 대통령 자격을 잃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 혐의가 5~10일 사이에 검찰에 의해 확정되면
박 대통령이 퇴진을 면할 방법이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거국중립내각의 새 총리를 하루빨리
대통령에게 내놓겠다는 정치 일정을 책임 있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등은 대통령의 무책임한 버티기 탓이기도 하지만, 국정
공백을 국회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야 3당이 이날 대통령의 무조건 즉각 퇴진을 공동의 요구 사항으로
확정 지은 것은 민심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허점이 있다. 박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대로 오늘이라도
하야하면 헌법 승계의 원칙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을 텐데 그들은 황 권한대행 밑에서 조기 대선을 치를
생각이 있는가.
야권이 새 총리를 합의·추천하면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 “국회가 인준한 거국내각의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나의 마지막 임무로 삼고자 한다”는 대국민선언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든 탄핵
절차에 들어가든 국회가 추천한 새 총리가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정을 지휘하게 된다. 새 총리가 권력 공백을 메우고
국정 정상화 수순을 밟아 가는 경로가 트이게 되는 것이다.
민심을 역행하고 사욕에 눈이 어두워 국민의 마음에서 지워진
대통령을 엄호해 온 새누리당 친박 세력도 이제는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전대미문의 헌정 문란과 국정
농단의 몸통으로 드러난 대통령을 방어하고 적당한 기회를 틈타 정치적 반전을 노리는 친박들의 뻔뻔한 모습은 국민을 절망시킨 지
오래다. 친박 세력은 이렇게 철저하게 나라를 망쳐놓고 국민을 우롱할 바에는 차라리 당을 해체하라는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
친박은 이제라도 대통령에게 권력의 미련을 내려놓으라고 직언하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다. 이 모든 과정에 앞서 박 대통령이 자기
연민을 벗어버리고 ‘질서 있는 퇴진’에 협조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4. 국정 농단·헌정 문란…박 대통령 철저히 수사해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요구에 대한 입장을 오늘 중 밝힐 계획이다. 당초 박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양자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무산된 만큼 검찰 조사는 16일께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조사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경호상 문제를 고려해 검찰청보다는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순실씨의 구속 기소 시점인 19일 이전에 박 대통령과 최씨와의 공범 관계 여부를 확정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68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을 놓고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과 국민
법감정을 강조하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주말 100만여 명의 시민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모두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명예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왕 검찰 조사의 대상이 된 만큼 “필요하다면 검찰청에 나갈 수도 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은 어떨까. 국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특권을 내려놓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최씨
기소 시점에 맞춰 서둘러 박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씨가 국정을 농단한 것은 한 축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최씨에게 국가기밀문서를 건네고,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개입하고, 최씨의 부탁으로 장차관 인사를 아무렇게나 하고, 평창 겨울올림픽 이권에 개입하게 한 것은
국정운영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7대 기업 총수와의 독대를 통해 기금 출연을 강요하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으로 쫓아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시스템을 파괴한 것은 최씨
기소와는 별건으로 이뤄져야 할 조사 대상인 것이다. 특히 국정 농단에 책임을 져야 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를 했고, 어떻게 검찰과 국정원을 무력화시켰는지도 검찰은 밝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서둘러
불러 어떻게 다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검찰은 최씨 기소 이후에도 최씨는 물론 최씨에게 부역한 청와대 참모와 정부 인사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한 차례가 아니라 횟수에
제한을 두지 말고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침 정치권이 어제 국정 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별도의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검찰이 최씨 사건은 물론 박 대통령 조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했는지는 향후 특검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바닥까지 추락한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을 최씨 수사로 한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문란하게 했는지를 역사에 기록하는 심정으로 철저히 수사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서울신문]
5. 포스코·KT 외풍 방지 특단책 세워라
정권을 쥔 권력 실세들의 ‘먹잇감’이 되는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와 KT이다. 두 기업은 정권마다 정경유착 스캔들에 휘말린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기업 총수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됐다. 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및 최씨와 친분이 있는 부인 때문에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최씨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CF 감독 차은택씨 측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지분 강탈 의혹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KT는
차씨의 광고 분야 측근 인사를 주요 임원으로 선임한 것은 물론 차씨와 관련 있는 업체에 광고 물량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최·차씨의 이권 사냥에 동원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협조 강요에 두 기업은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두 기업이 권력 실세들에게 ‘고양이 앞의 쥐’처럼 고분고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정부는 한 장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포스코는 63%, KT는 65%가 개인 소액 주주들이다. 두 기업 모두 국민연금이 1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이긴 하지만 이 역시 국민 돈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권력 실세가 이래라저래라 할 계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인물로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그렇게 선임된 CEO를
권력이 쥐고 흔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파크뷰부터 이명박 정부 때의 파이시티,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까지 포스코는 권력형 비리와 연결된 대형 부동산 사업마다 시공사로 참여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KT에는
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낙하산’ 임원들이 많다고 한다. 삼성전자 출신 황창규 회장도 낙하산 폐해를 인정, “낙하산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차씨의 인사 개입 전횡이 드러나면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정경유착 스캔들에 휘말린 포스코와 KT의 기업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이 떠안게 된다. 권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CEO
선임 시스템,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의 중요 안건 의사결정 시스템 등 손봐야 할 고장 난 작동 기제가 한둘이 아니다. ‘주인
없는 회사’일수록 경영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참에 두 기업은 권력 실세의 입김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6. 檢, 결과 공개 원칙으로 박 대통령 조사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직 대통령 조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방침을 세우고 조사 일정을 청와대와 조율 중이라고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대통령 조사는 불가피하다. 지난 주말 거대한 분노의 촛불을 밝힌 국민의 눈길은 이제 검찰을 향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민심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악화할 수도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진술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르·K스포츠재단의 774억원
모금을 대기업들에 강요했는지 여부다. 안 전 수석은 이미 대통령 지시로 모금했다고 진술했다. 기업의 청탁 여부에 따라 직권남용이나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발언 자료, 외교·안보 관련 국가 기밀이 최순실씨에게 넘어간 의혹도 대통령의 연관성이 확인되면 기밀 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민간기업인 CJ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강요 의혹, 최씨 등의 문화체육계 인사 전횡 대통령 연루 의혹 등도 조사 대상이다.
관건은
검찰의 수사 의지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황제 수사’, 최순실씨의 늑장 체포 등에서 보듯 검찰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수사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 박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도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이유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례가 꼽힌다. 1998년 특별검사는 당시 극비리에 백악관에 수사요원을 보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혈액을 채취했다. 클린턴은 결국 혐의를 시인했다.
현직 대통령을 일반 피의자 다루듯 조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예우를 갖추되 요식행위나 보여주기식 조사가 되지 않도록 빈틈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야 한다. 조사 장소도 검찰청사가
어렵다면 청와대나 안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해 검사의 자유로운 조사를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에선 어제 이번 의혹을 수사할 별도의
특별검사법안에 합의한 상황이다.
검찰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수사가 이전처럼 요식행위로 흐를 경우 특검에 의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그보다 부실한 수사는 검찰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을 남길 것이다. 조사 내용은 투명한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신만 커진다.
[세계일보]
7.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오로지 법대로
‘100만
촛불집회 요구’의 전환점이 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16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수사받을 장소 등을 오늘 발표한다.
조사받는
박 대통령의 신분은 일단 참고인이다. 참고인이란 범죄 혐의가 없지만 다른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해 부른
사람이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참고인 수준을 넘어섰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서로 공모해 기업들에 돈을
내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인 박 대통령을 빠트리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운운하는 것은 헛말이 된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런 그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지시, 문체부 국·과장 인사조치 지시 등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차고 넘친다.
박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했다니 참담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연설문·홍보문 분야에서 의견이나 소감을 물었다”면서 면피성 발언을 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문화창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재단
설립을 명령했고, 미완성 원고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반출을 지시했다는 결벽 주장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조사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청와대에서 촉발된 모든 정치적 이슈의 책임자는 최종 결재권자이자 지휘자인 대통령이다.
검찰은 당초
형사소추대상이 아닌 현직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조사로 선회했다. 그래서 미덥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소환 때처럼 알아서 기는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된다. 범죄 혐의를 찾아내고
위법행위를 확인하는 원칙에 입각한 조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조사 결과는 대통령의 거취 문제와 직결돼 있다. 조사 내용은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는 국민의 알 권리에 포함된다. 검찰수사가 19일 예정된 촛불집회의 자극제가 될지 위기극복의 전환점 역할을 할지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매일경제]
8. 우리은행 새 행장 선임 진정한 민영화 시금석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1% 중 29.7%가 증권·보험·자산운용사 7곳에 넘어간다. 이들 과점주주가 예보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되므로 일단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01년 초 100% 정부 소유가 된 은행이 16년 만에 민간의
손에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후 네 차례나 우리은행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
지분을 큰 덩어리로 묶어 파는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분을 4~6%씩 쪼개 파는 방식으로 바꿔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이제 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혁신적인 민영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은행의 경쟁력은
정부가 경영권을 쥐고 있던 시절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그나마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과점주주들이 중심이 돼 국내 은행 지배구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여전히
21% 넘는 지분을 갖고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는 예보가 우리은행 경영에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예보가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역할만 할 것이라는 정부 약속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에 부당한 입김을
넣지 말고 민간 주주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 조건에 따라 새로운 과점주주 7곳 중 5곳(동양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IMM PE)은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각각 사외이사 한 명씩을 추천한다. 이들이 중심이 돼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리고 내년 3월 정기주총 전에
행장을 비롯한 새 임원들을 추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관치나 권치의 잔재도 없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경영진을 꾸릴 수
있다면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진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우리은행 주주 구성은 유동적이다. 과점주주 간,
그리고 과점주주와 일반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중심 경영체제는 새로운 실험이다. 오랜 산고
끝에 이뤄진 민영화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바란다.
9. 영수회담 14시간만에 접은 추미애…野, 국정수습 의지 있나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 추진했던 영수회담이 불과 14시간 만에 철회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보면서 추 대표와
민주당이 현재의 난국을 수습할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회담은 어제 아침 추
대표의 전격 제안을 박 대통령이 수용해 성사됐는데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두 야당에서 반발했지만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어제 저녁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발에 무책임하게 접어버려 국민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으니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답답하다.
추 대표는 저녁에 열린 의원총회 직후 "당론으로 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총의가
모아졌다"고 말했는데 아침에 제안했던 영수회담을 반나절 만에 접은 우왕좌왕 행보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제1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고 해놓고 당내 의원들이 반발하자 헌신짝처럼 약속을 저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건 대통령과의 약속이기 이전에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와 박 대통령 하야를 공식 거론하기 시작했지만 향후 그림을 함께 보여주지는 않았다. 이번주
나올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기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연루 여부에 따라 탄핵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탄핵 카드를 꺼낼
것으로도 점쳐졌다. 여하튼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돼버렸으니 제1야당의 요구가 제시될 기회를 날려버렸고 정치권의 정리된 해법 모색은
쉽지 않아졌다. 추 대표가 이미 합의한 영수회담을 일방적으로 번복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과 추 대표 간 영수회담은 꼬여 있는 정국을 수습할 해법을 모색할 자리가 될 수 있었다. 민주당이 그동안 단계적 퇴진론을
주장해왔던 건 헌정 질서에 가능한 한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당장의 하야는 대통령 사퇴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졸속으로 인한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권력 이양 선언과 함께 2선 후퇴 후 과도내각을 구성하거나 헌법 71조상 대통령이 사고로 직무수행을 못하는 경우로 간주해 여야 합의 국무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는 방안은 이런 차원에서 검토된다.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다. 하지만 추 대표와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퇴진 요구로의 선회는 이런 수습책을 외면하고 선동정치로 나서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한 박 대통령과 야당 간의 정치적 타협이 미뤄질수록 국민만 불행해진다.
[매일신문]
10. 우유 급식 업체에 냉장고 짐까지 떠넘긴 경북 교육
경북지역
각급 학교가 우유를 납품하는 급식 업체들에 우유 냉장고 설치까지 부담 지우는 계약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현행
최저가 입찰 제도로 우유를 시중가보다 낮은 값에 공급하는 업체로서는 저가 납품에 이어 냉장고 설치라는 이중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엔 공짜 냉장고이지만 업체들은 교육 당국의 갑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이중 부담은 정부
방침에 따라 빚어진 일이다. 교육부가 각급 학교 우유 급식 업체를 선정할 때 우유 급식 금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최저가 입찰제를
택하도록 해서다. 따라서 현행 급식 업체 우유값은 200㎖ 1팩 기준 시중가인 800원대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우유값인
430원보다 낮기도 하다. 손해 보는 경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저가 입찰과 가격 경쟁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학교의 우유 보관 냉장고 설치까지 업체에 떠넘긴다는 점이다. 업체로서는 가격 경쟁에 따른 헐값 공급에 이은 또 다른 부담이다.
이는 당초 입찰 조건에 냉장고 설치를 의무로 한데 따른 것이다. 우유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 100만~300만원인 냉장고를 1대부터
여러 대까지 설치할 수밖에 없는 계약조건인 셈이다. 이듬해 우유를 공급 못 하면 냉장고를 없애거나 헐값에 팔아야 하니 또 다른
짐이다.
이런 문제는 우유 급식 방식의 변경 때문이다. 종전 학교급식은 수의계약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지방교육청 재정운용 실태 감사에서 수의계약은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을 없앤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5천만원 이상은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이런 부작용은 그 결과이다.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저가 입찰이 결국 교육 당국의
업체에 대한 갑질로 이어지고 있다.
우유 급식 업체 간의 과당 경쟁에 따른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헐값 입찰
방식이 빚는 후유증도 우려스럽지만 우유 냉장고 설치 부담까지 업체에 지우는 교육 당국의 조치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학생 건강을
위한 시설 부담까지 업체에 넘기는 일은 교육 당국의 횡포이고 학생 건강을 남의 손에 맡긴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세계의 창] 변함없는 성실과 용맹으로!
국내 공장에 5년 취업 우즈벡 청년
물티슈 중고기계 들고 고국行, 대박
우리 따라 하는 이웃 경쟁자들 늘어
예전 투지로 해외 시장 개척 나서야
뒤죽박죽,
진흙탕, 혼돈이다. 입 하나로 날렵하게 세상을 휘젓고 산 인생들이 떠들썩하니 느닷없는 상실감에 참담하고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나
둘러보면, 성실한 용맹으로 삶을 엮어가는 많은 보통사람들이 있음에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한 외국 청년의 사업 성공 스토리를
얘기해 볼까 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의욕은 넘쳐났고, 실패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들의 얘기였는데, 이젠 주인공이
바뀌었다.
일류
대기업들조차도 당장 돈 되지 않고 리스크 있는 부문은 말끔히 정리하며 고용과 투자를 최소화하는 절대 안전 경영에만 치중하는 것을
본다. 또 거리에는 한 집 건너 들어서는 커피점들만 즐비하지 않은가. 이런 풍토에서 중견`중소기업에만 투지를 불사르라 기대하기란
난망이겠다. 그리 제어키 어려웠던 창조적 용맹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신흥 개도국에서 우리나라로 취업 오게 되는
고용허가제 프로그램은 통상 5년의 체류 비자를 발급한다. 입국 전에 이미 근무할 사업체가 결정되고 계약까지 맺고서야 들어온다. 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이 그렇게 취직한 곳이 일회용 물티슈 생산 공장이었다. 작업 과정도 간단했고 근무 여건도 좋았다.
물티슈를
열심히 생산하긴 하면서도 자기 나라에서는 그 시장성에 대해 경험한 바 전무하기에 의문이 많았다. 생각으로는 100장,
200장짜리 저렴한 물티슈를 놔두고 비싼 한 장짜리 물티슈를 누가 사 쓸까, 또 팔린다고 해도 얼마나 팔릴까, 궁금증만 늘었다.
그런데 웬걸, 포장한 제품 박스가 연일 수요처로 실려 나가는 걸 보면서 고국에서도 이 사업은 되지 않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은 먹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에 몰두하게 됐단다.
어느덧 5년이 흘렀고, 통장에는 적지 않은 저축이 쌓였다.
고국에서는 무진장 귀하기만 한, 달러를 현금화하여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대다수의 외국 근로자들이 하듯 값나가는 한국산 전자제품을
왕창 구입해 갈 것인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그러나 이 청년은 공장 사장에게 현금의 월급 대신에 물티슈 생산 중고 기계를
달라고 했다. 5년간의 노하우는 몸에 익었고, 기계만 가져가면 바로 사업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이 있었단다. 고국에 돌아왔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생산하자마자 입소문을 타며 국영기업 ‘우즈베크항공’에서부터 여기저기 고급 레스토랑에서까지 주문이 쏟아지더라는
거다.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대박을 친 거다.
여담이지만, 그렇게 대박 친 사업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된 것도 우리
공무원들의 철저한 관료주의 탓이었다. 이 청년 사업가가 돈을 벌어서 한국 공장에 연락을 했단다. 곧 달러를 더 많이 마련해서
날아갈 테니 중고 기계를 더 불하해 달라고 말이다. 비자를 신청했는데, 어허 생뚱맞게 거부를 당했다. 이해되지 않아 따졌지만,
이런저런 사업 핑계로 한국에 재입국해서 종적을 감추는 사례가 많아서 안 된다는 설명이 돌아왔단다. 결국 필자까지 이 케이스를 알게
되었고, 바로 조치하여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도, IMF
외환위기 당시에 고철가로 내팽개쳐진 양파망 생산 기계, 사탕 생산 기계, 봉제용 재봉틀 등을 구입하여 중앙아시아에 이전, 상품을
생산하며 부를 쌓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곳은 아직도 산업 및 기술이 다양하게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에게는 큰 투자 없이
현지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눈썰미로 시장경제를 익힌 우즈베크 사람이
고국에서 투지를 발휘함으로써 견실한 기업가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도 미국과 일본을 뒤따라 잡을 땐, 거기서 뭐든지
가져와 그저 하기만 하면 대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했던 걸 따라하며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열심히 하려는 이웃 경쟁자들도
만만찮다. 미적미적하면 바로 추월당한다. 더럽고 비겁한 ‘순실 게이트’에 미적댈 시간이 없다. 흐트러지려는 마음가짐을 추스르자.
우리를 기다리는 시장은 아직도 널렸다. 예전의 그 투지로, 그 용맹으로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하리라. 뭐라 해도 우리에겐 그것
이상의 자산이랄 게 별로 없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고령자 운전/박건승 논설위원
상황 인지능력과 예측능력은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나이 들수록 인지반응 속도와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동차
충돌 사고 직전 20대 운전자는 평균 1.9초 전에 상대방 차를 인지한다고 한다. 반면 70대 운전자는 불과 1.2초 전에
알아차린다. 시속 60㎞로 달리는 차라고 가정할 경우 이 0.7초라는 시간차는 12m의 거리 차이를 생기게 해 준단다. 20대는
충돌 전 12m 정도의 거리상 여유를 갖게 되는 셈이다.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 또한 적잖은 편차가 난다. 한
연구기관이 교차로 모의주행 실험을 해 보니 좌회전 결정까지 소요 시간이 25세 이하는 평균 10.81초인데 비해 65세 이상은
5초가량 더 걸렸다. 그만큼 상황 판단이 늦다는 얘기다. 시야각은 젊은이들이 보통 120도 정도이지만 고령 운전자는 60도까지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사고 빈도가 잦아지고, 한번 사고를 냈다 하면 사상자가 대량으로 나온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최근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사고 원인인 이른바 ‘끼어들기’ 차량 운전자는 70대 남성이었다. 또 창원에서는 70대가 통근버스를 몰고 가다 대형
사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고령 운전에서 비롯됐다는 통계가 있다. 고령
운전에 따른 사망자 수가 내리 3년 음주 운전 사망자 수를 웃돈다니 이쯤 되면 ‘음주 운전보다 무서운 고령 운전’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고령 운전자들에게 무조건 운전대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고령 직업 운전자들은 대부분 생계형인 데다 자동차는 특히 시골 같은 곳에선 어르신들에게 유용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을 터이다.
한국보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은 70세 이상 모든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고,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면허를 자동 말소한다. 우리는 65세 이상 버스 운전기사에 한해서만 앞으로 자격검사를 3년에 한 번씩 할 예정이란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사정이 사뭇 다른 것 같다. 짙은 경로 색채 때문이다. 법과 제도로만 몰아칠 일이 못 되는 이유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화하되 한편으로는 어르신들이 운전대를 내놓았을 때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고령 운전자들은 운전대를 자발적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이 시대 어른으로서 본보기를 보이는 자랑스러운 일이요, 사회 구성원들로서는 이를 고맙게 여기고 그런 어르신들을 더욱 공경하는 분위기를 이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3. [서울신문][이은경의 유레카] 이제는 문·이과 구분 없애야
추위와 함께 입시의 계절이 됐다. 이틀 뒤면 고3 학생들은 문과, 이과로 나뉘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를 것이다. 사회계열, 과학계열 교과목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는 문·이과 구분의 폐해를 지적한 의견은 20여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두 영역의 교과목 특성이 다르고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구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쪽 사람들은 이 제도가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고 좋게 볼 만한 점이 없다고 말한다. 양쪽 다 수긍할 만한 점이 있으나 최근 사회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현재 사회 변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이 다른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된다. 일반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드론, 3D프린팅 같은 첨단 기술, 아니면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와 관련된 것들 정도로 이해된다. 이런 신기술보다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초등학생의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어른들에게는 지금 종사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아이들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일상생활은 물론 복잡한 도전상황, 변화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자질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중 지식 학습과 직접 연결되는 일상생활을 위한 핵심 기술은 문학, 수학, 과학, 정보통신기술, 재정, 문화 및 시민 분야의 문해 능력 등 지식을 습득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본 능력이므로 대학의 전공 이전 단계의 교육과 관련된다.
이런
교육은 사실 지금도 중요한데, 문·이과 구분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계열 선택을 할 때 고민한다. 사실 지적 능력이
문과, 이과로 딱 나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학생들은 지적 성향보다는 수학을 못한다, 암기를 싫어한다, 나중에
취업이 잘 된다, 입시에 유리하다 등의 이유로 계열을 선택한다. 문제는 계열을 선택하고 나면 이후의 학습에서 편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과 학생들은 서술형으로 답을 길게 쓰는 주관식 시험을 힘들어하고 문과 학생들은 수학을 몰라서 과학기술 문헌을
외계문서처럼 느낀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이미 계열 통합적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는 수학이
중요하다. 사회과학 중에는 통계분석이나 코딩이 필요한 전공이 있다. 공학 전공 학생들이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글쓰기, 발표하기 같은 의사소통 기술은 모든 전공에서 필수가 되었다. 중학교까지의 교육도, 대학 이후의 교육도 통합적인 기초 학습
능력을 강조하는데 오직 입시 교육에서만 문과, 이과 구분이 철통같이 존재한다.
문과, 이과 구분을 계속하는 동안
이분법적으로 왜곡된 전공자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인문사회학 전공자는 과학기술 문맹 취급을 받고 과학기술 전공자는 사회문화에
무관심하거나 무비판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들 중에는 과학기술 전공자와 인문사회학
전공자가 고루 섞여 있다.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는 영문학 전공의 작가로 경력을 시작했다.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머스 프레이는 오랫동안 IBM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주변의 연구자들을 돌아봐도 전형적인 이과형, 문과형 인간으로 딱 떨어지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 이과 전공자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는 통합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예외로 만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줄 뿐이다. 사회와 교육은 창의성과 융합을 강조하면서 그에 방해가 되는 문과, 이과 구분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가 필요하다.
4. [중앙일보][취재일기] 급감한 연탄 기부, 벌써 추워지는 겨울
저소득 서민과 빈곤층은 경기침체로 요즘 어느 때보다 더 어렵다. 특히 올해 연탄 후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겨울나기 걱정이 태산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개인·기업·공공기관 등의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에 연탄을 무료로 나눠줘 온 비영리법인 ‘연탄은행’ 관계자들의
표정은 요즘 많이 어둡다. 14일 연탄은행에 따르면 전국 31곳 연탄은행에 들어온 연탄은 지난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5만
장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0만 장)보다 37.5%(15만 장)가 줄었다. 각 지역 연탄은행은 연탄 배달 스케줄을 잡아놓고도
후원이 줄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국의 연탄은행 사정을 들여다보면 팍팍해진 기부 인심을 실감할 수 있다. 충북
연탄은행의 경우 지난 9월 10일부터 지금까지 182가구에 3만7000여 장의 연탄을 공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여 장)과
비교하면 26%가 줄었다. 가득 차 있어야 할 창고에 남은 연탄은 900장에 불과하다.
강원도
춘천의 연탄은행은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10월 한 달간 모금한 연탄이
2만7000장뿐이다. 지난해 10월(6만 장)의 절반 수준이다. 전북 전주의 연탄은행도 10월 한 달간 모금한 연탄이 3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 장)의 절반도 안 된다.
연탄은행 측은 청탁금지법 시행과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와중에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체 연탄 후원의 70% 정도를 차지했던 공공기관·기업의 참여가 줄어든 것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합법적인 기부나 후원에도 인색해지고 최근 최순실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맘때 하루 30~40통씩 걸려왔던 후원 문의도 요즘엔 서너 통으로 줄었다고 한다.
허 대표는 “빈곤층 한 가구당 한 달에 연탄 150장을 보냈지만 하는 수 없이 가구당 100장으로 줄여서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전국에서 100만 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유모차를 몰고 나온 주부, 수능을 코앞에 둔 고3생, 80대 노인까지 거리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자”고 외쳤다.
잘못된 정치를 바꾸려는 촛불은 활활 계속 밝혀야 마땅하다. 동시에 한 장에 573원 하는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하는 빈곤층 이웃에게도 눈길과 온정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공정무역 인증마크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1988년 11월 15일 만들어졌다. 국제공정무역기구(FLO) 회원사인 네덜란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사가 마크를 고안, 멕시코산 수입 커피에 부착한 것을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여러 회원 국가들이 함께 사용하면서 정착했다. 막스 하벨라르는 19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수탈을 다룬 물타툴리(Multatuli)라는 작가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이라고 한다.
공정무역은
생산-유통-소비의 윤리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구매자와 생산자가 최저 가격이 아닌 공정 가격으로 노동력과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국제무역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대안무역이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저임금ㆍ차별 임금과 아동노동 관행을 근절하고,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며, 구매자도 최저가격이 아닌 합리적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자는 것이다. 제품 가격 상승 요인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최대한 상쇄하고, 소비자는 교역 질서를 평등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윤리적 성취감을 덤으로 얻는 장점이 있다.
공정무역은 2차대전 직후 영국의 빈민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동유럽 등 저개발국 수공예품을 구매하면서 시작돼 60년대 유럽 시민운동의 형태로 확산됐고, 자본주의의 근본을 혁신함으로써 노동뿐
아니라 환경과 인권 등 체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포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글로벌 대안 운동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FLO는
별도의 공정무역 인증 감시기구를 두고 커피와 카카오 옥수수 차 등 1차 상품과 가공상품의 생산ㆍ유통 과정을 평가,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공정무역 인증 상품은 식음료와 목화, 의류 액세서리 등 3만2,000여 품목에 이른다.
2015년 현재 세계 28개국 1,800여 개 도시가 공정무역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교역 규모는 73억 유로(약
9,300억원).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의 경우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물량이 전년비 무려 27% 증가했고, 커피와 바나나 각각
18%, 12%늘었다. 반면 설탕(사탕수수)은 32% 감소했다.
마크는 “사람이 한쪽 팔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희망과 가능성, 성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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