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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동아일보]

1. 특검도 제대로 못한 ‘우병우 수사’ 검찰이 하겠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최순실 등 핵심 당사자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이뤄진 만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수사는 검찰에서 충실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불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의 결정은 연장 신청 11일 만에 나왔다. 특검 연장 여론이 70%에 가까워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특검을 연장하면 수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황 권한대행의 탄핵소추까지 추진키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마당에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까지 탄핵하면 이번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으로 세우겠다는 건가. 

특검은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문고리 3인방이 50여 대의 차명 휴대전화를 개설해 사용한 혐의와 청와대 블랙리스트에 따른 문화예술계의 편파 지원 사실 등을 새롭게 밝혀냈다. ‘법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구속한 것도 큰 성과다. 하지만 삼성 등 재벌 기업의 뇌물죄 적용에만 매달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다시 넘어갔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1차 수사 때 ‘권력 눈치보기’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다 결국 사건을 특검으로 넘기는 불명예를 안았다. 똑같은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검찰은 이제 조직의 명예를 걸고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 내 ‘우병우 사단’ 때문에 손대지도 못했던 우 전 수석 사건을 파헤쳐야 한다.



2. 탄핵사유 끝까지 부인한 박 대통령, 헌재 승복 밝히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단 한 번도 저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대리인단 소속 이동흡 변호사가 대신 읽은 최후진술 의견서를 통해 이같이 국정 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인해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은 단지 ‘주변 관리’를 잘못한 것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과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했고, 헌재에도 불공정을 내세워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질문도 받지 않는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와 기습적으로 연 신년 기자간담회,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터넷TV와의 단독 회견만 했을 뿐이다. 그 어떤 사법 절차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일방적 주장으로 탄핵 불복의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마지막 대국민 소명 기회나 다름없는 헌재 최후진술마저 서면으로 대신했다. 어떤 구체적인 해명도, 필요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각종 국가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유출하고 최 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함으로써 결국 사인(私人)에게 사실상 국정을 맡겨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와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최 씨에 대해 “지난 40여 년간 가족이 있으면 챙겨줄 옷가지나 생필품 등 소소한 것을 도와준 사람”이라며 자신도 최 씨에게 당한 것이라는 ‘피해자 논리’를 폈다.



연설문 유출도 국민 시각에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조언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각종 정책이나 인사 자료, 심지어 민감한 외교 관련 문서까지 왜 최 씨에게 전달됐는지 전혀 설명이 없었다. 특히 최 씨 추천을 받아 공직자를 임명한 사실도 없다며 지난달 인터넷TV에 나와 “문화 쪽이 좀 있었다”고 인정한 대목마저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재단 명칭과 이사진 명단, 사무실 위치까지 전달받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일일이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제가 믿었던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선의가 왜곡됐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선 “개입하면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소 차명 휴대전화로 측근들과 수시로 통화한 박 대통령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왜 그렇게 서면보고만 기다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었다.

대통령의 진술로 헌재의 최종변론도 끝났다. 이제 2주 뒤면 탄핵 정국의 마침표가 찍힌다. 하지만 그 2주 동안 우리 사회에는 거센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탄핵 찬반 진영 집회에선 각각 “기각 땐 폭동” “인용 땐 참극”이라는 협박이 난무했다. 당장 내일 3·1절에도 각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2주가 지나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박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자’로 둔갑해 사실상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구보다 먼저 헌재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지지 세력의 반발도 설득하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서울신문]

3. ‘무한도전’ ‘런닝맨’까지 가로막는 중국

중국 당국이 롯데그룹과 국방부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우리나라 인기 동영상물의 인터넷 사이트 상영을 막은 것은 분노가 치밀게 한다. 롯데는 어제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용 부지로 정부에 내주고 대신 경기 남양주 군용지를 받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의 이견으로 사드 배치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부지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중국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국의 동영상 사이트 업체들에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등 한국의 최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한류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예 인터넷에서 한류 흔적을 지우려는 기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치졸한 금한령이 갈 데까지 갔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증좌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자국의 네티즌들이 한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금지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겠는가.

국방부와 롯데 사드 부지 계약으로 중국의 롯데에 대한 보복은 더 노골화할 것이다. 롯데는 중국 현지에서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1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중국은 지난해 롯데 계열사의 세무조사를 한 데 이어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테마파크 조성 공사를 중단시켰다. 지난주 관영 환구시보는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며 오만을 부리기도 했다. 다음달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판매 상품을 문제 삼을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왕이 외교장관을 만나 정부 각료급 접촉에서는 처음으로 사드 보복에 공식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런 노력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졸렬한 보복의 부당성을 따져 묻고 철회를 요구하는 당당함을 부단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중국 농산물의 검역·통관·유통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상징적 행동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더 만만히 보일 수 있다. 중국 당국도 롯데가 그들의 등쌀에 밀려 현지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접게 되면 중국인 10만명의 좋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



4. 검찰, 존폐 걸고 특검 수사 이어갈 각오 돼 있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으로 오늘 종료된다. 황 대행은 특검 1차 수사 시한을 하루 앞둔 어제 “특검의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며 불승인 사유를 밝혔다. 특검 연장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만큼 국정 안정을 위한 판단이라고도 덧붙였다. 황 대행은 특검이 요구한 연장 카드를 열흘 넘게 주물렀다. 막판 결정이 과연 국정 안정을 위한 최선의 처방이었는지 진정성은 의문스럽다.

당장 야당 쪽의 반발이 극심하다. 야권은 황 대행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강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새 특검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해 특검 수사를 연장하겠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야권의 반발 자체가 아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특검 연장은 국민 10명 중 7, 8명이 희망했던 사안이다. 연장이 불발되자 반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러니 야당으로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열차에 올라탄 처지다.

여론을 묵살한 황 대행도 그렇지만 야당의 초강수 대응도 위태롭다. 황 대행 탄핵을 밀어붙인다면 조기 대선과 맞물려 국정 혼돈은 심해질 것이 뻔하다. 특검 연장 불승인을 비판하는 여론 중에도 야권의 강경 처방에 고개를 젓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야당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검은 거대한 국민적 요구로 출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특검법이라면 수사 연장을 수사 대상인 대통령에게 승인받는 합의는 애초에 패착이었다. 황 대행의 불통과 야권의 무능에 민심은 지금 두 배로 고달프다.

박영수 특검팀은 과거 어느 특검도 견줄 수 없는 수사 성과를 거뒀다. 국민 지지를 한몸에 받은 이유다. 성역 없는 수사를 과연 검찰이 이어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권력 입맛이나 살핀 무기력한 검찰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었나. 특검의 과속·과잉 수사가 지적되기도 했으나,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압도적 여론이 특검 연장을 지지했다.

특검이 못다 한 수사는 산적해 있다. 박 대통령 대면 조사는 불발됐고 세월호 7시간과 비선 진료 의혹은 안갯속이다. 삼성을 뺀 재벌 기업들의 뇌물죄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구속망을 빠져나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 농단 방조 의혹을 이번에는 봐주기 없이 파헤칠 각오를 검찰은 하고 있는가. 특검의 거침없는 수사 의지와 성과를 국민은 똑똑히 지켜봤다. 검찰은 존폐의 명운을 건다는 결기로 특검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중앙일보]

5. 롯데, 사드 부지 제공 … 총력 외교로 중국 핍박 막아야

롯데가 어제 이사회를 열고 자사 소유인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용 부지로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롯데는 중국 사업의 불이익을 우려해 그간 의사 결정을 미뤄 왔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달 안에 국방부와 최종 계약을 맺고 성주골프장을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 맞교환하게 됐다. 부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한·미 양국은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롯데가 이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온갖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한 중국 측의 최근 반응이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판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는 사설을 실어 강경론을 대변했다.



하지만 인민일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평론에서 “양국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보복은 중국에 ‘양날의 칼’과 같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롯데가 중국에 투자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중국이 롯데를 압박하면 중국 기업과 노동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현명한 대응을 주문했다. 우리는 중국에서 이런 합리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상호 시너지를 내며 발전해 왔다. 중국 정부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명분으로 민간 기업을 압박할 경우 양국 경제가 그 악영향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독살 테러 등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사드에 중국이 반대할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롯데를 핍박하면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이는 양국 모두에 실익이 없다. 한국 정부도 민간 기업 롯데에 모든 후유증을 떠넘겨선 안 된다. 우리의 주권적인 결정 때문에 민간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설득하는 등 총력 외교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6. 5대 한국병 치유 못하면 국가 몰락 부른다는 경고

한때 포용적 성장의 모범 국가였던 한국이 정치 갈등과 저성장 등 많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실패한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는 충격적이다. 매일경제가 정치·경제 전문가 10인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비포용적 정치 체제와 무분별한 포퓰리즘, 산업 경쟁력 추락, 정부의 무능, 저출산 정책 실패 등 5대 한국병이 국가 실패 징후로 꼽혔다.



이는 2012년 매경 세계지식포럼에 강사로 참석했던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사례로 언급된 로마와 베네치아의 몰락 원인과 너무 유사해 놀랍다.

애쓰모글루 교수에 따르면 기득권층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려고 비포용적 제도를 실시하면서 사회 갈등이 극에 달하고 국가는 실패의 길로 접어드는데 현재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촛불과 태극기 세력으로 갈라져 사생결단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고, 경제적으로는 3년째 성장률이 2%대에 그치는 침체를 겪는데도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은커녕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직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입법이 쏟아지는가 하면 기득권층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제도 도입을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2.1%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는 5.6%가 감소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졌다. 여기에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과 반기업 정서가 판을 치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확산, 인구절벽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

애쓰모글루 교수의 용어를 빌리자면 지금 한국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에 서 있다. 하루빨리 비포용적 제도를 혁파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능력을 발휘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관행과 법을 손보는 한편 노동과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개혁을 추진하며 생기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 포용적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매일신문]

7. 대출금리 올라 위험 커진 자영업,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불황에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지역 자영업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금리는 거꾸로 오르면서 은행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자칫 부실 대출 관리에 실패할 경우 지역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적극적인 대응과 위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1월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는 4.32%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4.10%와 비교해 0.22%포인트 올랐다. 신용한도 대출금리도 5.10%로 0.28%포인트 상승했고, 보증서 담보대출 또한 평균 3.62%로 0.24%포인트나 올랐다. 여기에다 올해 미국이 몇 번에 걸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국내 대출금리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대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은 곧바로 부실 위험도를 높이는 구조다. 2016년 기준 대구의 자영업자 수는 모두 29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3.2%로 광역시 평균(18.0%)은 물론 전국 평균(21.4%)을 훨씬 웃돈다.



게다가 자영업자 증가 폭도 크다. 최근 1년 새 2만8천 명 늘었다. 은행 대출 규모도 크게 불어나 작년 9월 기준 전체 자영업 대출이 31조3천억원에 달했다. 2012년(15조5천억원)보다 두 배 증가한 규모다. 2014년 말과 비교하면 2년도 안 돼 대출금이 11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가 0.1%만 올라도 자영업 폐업률이 10% 상승한다고 분석한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대구 입장에서 금리 상승은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빚을 갚지 못할 만큼 벌이가 시원찮다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고 은행의 대출 부실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큰 먹구름이 되는 것이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채무 조정 등 부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면밀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비 올 때 무턱대고 우산을 빼앗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파장이 만만찮은 만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리스크를 낮추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8. 비공개 입시 정보 공유, 학력 신장 위해 필요한 일이다

대구경북지역 고등학교에서 서울대와 경북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와 대구경북 내 대학의 의학계열에 대한 합격자 수가 각 지역별로는 물론 학교 간에도 큰 격차를 보였다. 또 달라진 입시제도를 활용한 일부 학교에서는 이들 대학 진학에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생들의 희망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한 학교 간 정보 공유와 교육청`학교`교사들의 혁신적인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본사 교육팀이 대구경북 고교 진학 성과 심층분석의 결과이다. 무엇보다 지역과 학교별 격차의 문제다. 2017학년도 서울대 진학의 경우, 대구에서는 수성구와 비(非)수성구 지역으로 구분할 만큼 지역별 격차가 분명했다. 그러나 2016학년도보다 비수성구 학생의 서울대 진학이 약진하면서 지역적인 격차가 줄어드는 균형화 현상을 보였다. 경북은 시(市) 단위 지역과 자사고와 특목고가 강세였다.



2017학년도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의학계열 진학은 지역별 격차가 더욱 분명했다. 수성구 학교 학생들이 전체 합격생 154명의 63%(97명)나 차지했고 학교 간 격차도 컸다. 경북지역 합격생 18명 가운데 칠곡 한 곳을 빼면 모두 시 단위 학교 출신이었다. 의학계열의 특정지역 강세는 대구경북이 똑같다. 2017학년도 경북대 합격생 경우 전체 1천903명 중 대구는 수성구 학생이 40%(759명)로 가장 많았고, 경북은 역시 시 단위 학교가 많고 학교 간 격차도 컸다.



이번 분석을 통해 드러난 과제는 분명해졌다. 먼저 지역별 학교 간 격차의 완화나 해소 문제다. 교육청과 교사들이 간담회에서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한 까닭이다. 이를 위한 자료의 공개와 공유는 필수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입시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아울러 대구의 비수성구 지역 학교의 뚜렷한 약진이 가능케 한 혁신적인 노력은 공유하고 배워 전파할 일이다.



이제 교육 당국이 나설 일이다. 학교 간 벽을 허물고 이 같은 폐쇄적인 입시 관련 정보의 공유는 학교, 교사들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교육 당국의 관심과 정책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어서다.



[이데일리]

9. 학교급식 뒷거래, 대상·동원F&B뿐일까

학교급식 납품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초·중·고교 담당 영양사들에게 상품권이나 현금성 포인트를 건네준 식재료 제조업체들이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대상과 동원F&B 등 2개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적발돼 불공정관행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조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 푸드머스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니 결과를 주시하고자 한다.

이번 적발된 회사들이 평소 영양사들에 대해 전방위로 접근했다는 사실부터가 눈길을 끈다. 대상의 경우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모두 3197개교 영양사들에게 접근했다니 웬만한 학교는 거의 건드려본 셈이다. 동원F&B도 비슷한 기간 중 499개 학교의 영양사들에게 제품 구매실적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냉동·육가공 제품을 써 달라는 우회적인 유도 방법이다.

문제는 이처럼 영양사들에게 지급된 상품권이 학교 식당으로 납품되는 식재료의 내용에 그대로 반영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영양사들이 상품권을 받는 만큼 식재료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점심시간마다 식판에 햄이나 소시지, 어묵 등 반찬을 받고는 맛이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이유다. 음식물 찌꺼기통이 버려진 반찬으로 수북이 쌓이곤 하는 것이 학생들의 공연한 반찬 투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영양사들이 개인별로 받은 상품권 액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구매액수에 따라 캐시백포인트와 상품권의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한 납품업체들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학교급식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으면서도 개선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러한 뒷거래를 막으려면 학교급식 납품 대리점 선정과정에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있다는 점에서도 학교급식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식성이 왕성한 청소년기인데도 급식 불량으로 점심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다. 이제 다시 새학기를 맞으며 학교급식과 관련한 불평·불만들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납품업체들에 대한 당국의 끊임없는 단속이 요구된다.



10. 탄핵정국의 종착역 과연 어디인가

지난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탄핵정국이 드디어 종착역을 향해 마지막 줄달음을 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을 끝낸 데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함으로써 변수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젠 헌재가 이정미 소장권한대행의 임기 만료일인 내달 13일 이전에 내리는 최종 판결만 남아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어제 최종변론에서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가 탄핵 사유라며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이 대독한 최후진술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문화융성 차원에서 기업들과의 공감대 속에서 이뤄졌을 뿐 개인적인 이익을 본 것은 없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끝내 법정에 나서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현직 대통령의 사상 첫 헌재 출두에 대한 부담과 송곳 신문에 잘못 응수할 경우의 역풍을 감안한 계산일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리가 불공정하다며 여론전을 노린 재판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본인의 직접 해명을 원하는 압도적 여론을 외면한 것은 대통령답지 못한 처신이다.

특검수사에 있어서도 황 권한대행은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 기소 등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가 이미 달성됐고, 정치권이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에 합의하지 못했음을 들어 수사연장을 불허했다.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특검팀은 즉각 유감을 나타내며 반발했으나 ‘정치특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운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야권이 황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거론하며 전면적인 정치공세에 나선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들도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극한대결을 빚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야권으로서야 보수세력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탄핵정국을 어떻게든 대선 국면까지 끌어가고 싶겠지만 지금은 국정 안정이 최우선이다. 헌재가 마지막 탄핵결정을 내리기까지 서로 겸허한 자세로 기다려는 것은 물론 기각이든 인용이든 무조건 승복으로 국민 대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칫 정치권의 선동으로 나라의 명운이 갈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식품 속 과학] 유통기한 지나면 버릴 것인가

집에서 냉장고를 열어 보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두부가 보인다. 지난번 마트의 ‘1+1 행사’ 때 사서 하나는 그날 먹고 하나는 깜박하고 이제 발견했다. ‘미련 없이 버려야겠지’ 생각하다 포장을 뜯어 보니 상하지 않은 것 같다. 먹어도 될지 고민에 빠진다.

사회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각종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은 식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하게 됐다. 일부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 것으로 판단해 버리곤 한다. 과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못 먹는 것일까.

유통기한이란 식품의 제조일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다. 여기서 소비가 허용되는 기간, 즉 먹을 수 있는 기한이 아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임에 주목해야 한다. 제조자는 유통기한을 정할 때 먼저 해당 제품 제조공정의 위생수준, 포장재질, 포장방법, 저장·유통·진열과정 등을 고려해 제품 고유의 풍미와 성분함량, 안전이 유지되는 기간을 정한다. 식품이 생산돼 소비자가 섭취하기까지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일반적으로는 이 기간의 70% 정도에서 유통기한을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 품질이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식품의 수분, 효소, 미생물, 보관과정에서의 산소량이나 온도 등이 있다. 특히 수분활성과 보관온도가 높거나 산소가 많으면 미생물이 증식해 식품이 변질되기 쉽다. 자연산물도 효소가 많아 변질되기 쉽다. 반대로 수분을 제거한 식품, 가열살균한 진공포장식품, 냉장·냉동식품, 가공식품은 보존성이 좋아진다. 설탕, 소금과 같이 변질되지 않는 것은 유통기한의 의미가 없어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한민국 명품 식품전에서 100년이 된 간장이 고가에 팔리기도 했듯이 오히려 오래 보존한 것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발효식품도 있다.

한편 냉장식품을 상온에 장시간 보관하거나 우유를 개봉해 입을 대고 먹고 방치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해도 변질돼 먹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살펴보자. 바로 먹는 음식도 있지만 김치, 멸치볶음 등 밑반찬, 장아찌, 된장, 간장, 장조림, 잼 등은 오래 두고 먹는다. 주부 스스로 식품의 맛, 풍미, 식감 등 일종의 오감을 이용해 상태를 확인하고 먹고 있다.



이런 경험과 지혜로 유통식품에 대해서도 먹을지, 버릴지에 대해 한번 더 판단해 본다면 식량 자원에 대한 낭비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통기한은 제조자가 자사 제품의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하나의 정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나 식품을 먹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먹는 사람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가정방문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다. 10년 전쯤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이 담임 선생님의 편지를 가져왔다. 집을 방문하려는데 편한 날과 시간을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은 약속한 날 수업을 마치고 집을 찾았다. 차와 과일을 냈다. 딸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외국 생활의 어려운 점과 한국의 교육을 궁금해했다. 딸의 방도 둘러봤다. 30분가량 지나 선생님이 일어섰다. 이듬해 딸의 담임 선생님이 바뀐 뒤 또 가정방문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겪은 가정방문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상담을 위해 학교에 간 적이 있다. 1970년대엔 가정방문은 비교적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교사가 학생의 가정 형편과 주변 환경 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활지도의 한 방편으로 자리 잡았었다. 가정과 학교, 중요한 두 축을 이어 주는 소통 방식이었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가정방문에 나선 선생님을 기다리다 맞았다. 부모님과 선생님과 함께 앉아 있던 그 시간은 참 길게만 느껴졌다. 생각하면 그나마 사제(師弟)의 정이 묻어나던 시절이다. 당시 시골에도 영화 ‘선생 김봉두’(2003년)에서처럼 학부모로부터 계란 몇 줄 받은 선생님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가정방문은 1980년대 사회 부조리의 하나로 낙인찍혔다. 치맛바람과 함께 돈봉투와 연결된 탓이다. 학교에 따라 교사가 가정방문을 나서려면 ‘교장에게 미리 통보, 허락을 받은 뒤’라는 조건을 달았다. 교육 당국도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심하게 규제했다. 사실상 금지다.

가정방문은 사라졌고 잊혔다. 세상의 흐름 속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구성원 간의 인식도 변했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힘들고 번거로운 부담으로 여겼다. 내켜 하지 않았다.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나름 인식하면서도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은 이유다.

가정방문이 되살아났다. 학교와 가정의 가교, 학부모의 교육 참여라는 순수한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이틀만 무단결석하면 출석을 독촉하고 필요하면 가정방문도 할 수 있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학교 및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가정방문의 첫 법제화다. 지금껏 행정 지침으로만 다뤄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교사들의 책무가 커졌다. 가정방문의 성공이 교사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학생들에 대한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은 오히려 방패막이다. 당당할 수 있다. 읍·면·동을 비롯한 경찰 등 지역 사회의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교육이 학교 테두리에서만 이뤄지지 않아서다. 가정방문이 학교 안과 학교 밖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서울신문][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중국으로 간 도산서원

지난주에 중국 장시성·후난성·허난성 일대를 다녀왔다. 중국에 갈 때마다 여전한 대규모 개발과 발전에 놀란다. 그런데 올해도, 실은 필자가 중국 답사를 다닌 지난 22년 동안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관광지 안내판의 한국어 번역이 그것이다. 며칠 동안 안내판의 엉터리 한국어를 보며 씁쓸해하다가 후난성 헝양(衡陽)시에 있는 석고(石鼓)서원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거 자동번역기 돌린 거죠?” 그는 겸연쩍어하며 그렇다고 고백했다.

1992년 8월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 사이에 봇물 터지듯 문화 교류가 일어났다. 그런데 상호 대등한 교류라기보다 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연예, 방송 등의 분야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큰 덕을 보았다. 또한 한류가 지속되면서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이런데 중국 관광지에는 오역된 안내판이 널렸으니 어찌된 일인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만 있어도 아직 갈 길이 먼 자동번역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이 정도는 우리가 어렵지 않게 도울 수 있었을 텐데.

하루는 후난성 창사(長沙)시에 있는 중국서원박물관에 들렀다. 대형 현대 건물에 중국 서원에 관한 많은 자료를 소장, 전시하는 곳이다. 이 박물관은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규모 서원으로 뒤에 후난대학의 모태가 된 악록(嶽麓)서원 구내에 있다. 평일에다 비가 뿌리는 음산한 날씨 때문인지 박물관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전시실의 가운데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어 가 보니 어느 서원의 정교한 모형이 놓여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중국 서원이 아니라 한국의 안동 도산서원이었다.

도산서원의 모형이 어떻게 중국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도산서원의 이동구 유사에게서 들은 경위는 이렇다. 2014년 11월 안동시 공무원, 도산서원 유사,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관계자, 모형회사 직원 등 모두 8명이 도산서원 모형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포장한 짐을 조심스럽게 들고 비행기를 탔다. 그들은 중국서원박물관으로 가서 모형을 조립해 설치했다. 이렇게 모형을 기증하게 된 것은 그전에 이 박물관에 전시됐던 도산서원 모형 때문이다. 그것은 영락없는 중국 건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안동시가 모형 제작비 3000만원을 전액 지원하고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에 모형 제작을 위탁했다.

귀국 전날 저녁 호텔방에서 요즘은 어떤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나 TV 채널을 돌려 보았다. 수십개 채널을 다 돌렸는데도 한국 드라마를 하는 곳은 없었다. 매년 중국 답사 때마다 저녁 시간이면 어느 지역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었는데 뜻밖이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라는 것이 있다더니 사실이었다.

문화는 정치에서 가장 먼 분야이지만 정치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대국이 왜 이러나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현대 국제 정치의 속성상 한한령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한 해답은 엉터리로 번역된 안내판과 중국서원박물관의 도산서원 모형이 함께 말해 준다.



상대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으로는 문화 교류를 지속하기 어렵다. 서로 문화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 돕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호 부조의 문화 교류에 외교적 규제를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두 나라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역된 관광지 안내판들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과 중국 사이에 그러한 상호 부조의 문화 교류가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이에 반해 중국의 도산서원 모형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서원은 다 같으리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남송대 주희의 백록동(白鹿洞)서원을 모델로 받아들여 16세기에 꽃피우기 시작한 한국 서원의 고유한 매력을 보여 준다. 허난성 정저우(鄭州)에서 인천 오는 비행기가 만석이다. 승객 대부분은 20대 중국 여성이다. 이들 가운데 도산서원의 멋진 모형을 보고 한국에 이끌린 이가 있지 않을까.



4. [중앙일보][삶의 향기] 대화의 레벨

내 포켓몬고 레벨은 33이다. 이거 매우 높은 레벨이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포켓몬고 서비스가 안 되는 바람에 영 이야기할 기분이 안 났는데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에서도 이 게임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한동안 사람들이 손에 전화기를 들고 어정어정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멈춰서 손가락으로 전화기 화면을 휙 긁어 올리는 모습을 꽤 볼 수 있었다.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를 위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몬스터를 잡아 주다가 어느덧 매우 열을 올리며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다. 어느날 기차 안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지금 하는 것이 그 포켓몬 어쩌고 하는 거냐,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 왔다. 간략히 설명해 주자 집중해 듣던 노인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내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설명해 줬다 하더라도 그 노인에게는 똑같이 들렸을 것이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인 게다. 그러고는 웃으며 요즘은 사람들이 다들 아주 이상하다고 장탄식을 했다.

저 노인 세대란 그야말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 왔다. 컴퓨터 인터넷에 더해 문득 스마트폰이라는 물건까지 나타나더니만 급기야는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괴물(몬스터)이 나타났다며 멀쩡한 어른들이 전화기 화면에 코를 박고 길바닥을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야 만 것이다. 그러니 다들 이상해 보이고 못마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저 ‘당신들’이 이상하다는 말 속에는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할 수도 없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선도는커녕 선뜻 어울리지도 못하고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살아가야 하는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얼마나 궁금했으면 은근히 낯을 가리고 예의범절 따지는 영국 노인이 나에게 저런 것들을 물어볼까 싶어 마주 웃어 주고 나서 또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노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상냥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의 태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만일 노인이 다짜고짜 그런 쓸모없는 짓에 왜 시간낭비를 하고 있느냐는 식의 거친 언사를 보였다면 나 역시 설명은 고사하고 다른 자리로 옮겨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세상이라는 것이 다들 같은 것을 같이 느끼고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저 시공간만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이다지도 다른 상대에게 말을 걸거나 더 나아가 무언가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다면 예의를 챙겨야 한다. 이는 우선 대화의 기술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고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인의 선택과 취향과 생각과 기타 등등, 타인을 나와는 다른 개별적 인격으로 총체적으로 존중하는 사고방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함은 상대가 가족이라고 해도, 행동의 동기가 ‘선의’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국 소설 <채식주의자>를 보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채식주의를 선언한 주인공에게 그 아버지가 성인인 딸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행사해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것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채식주의자가 되든, 같은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든, 허공 중에서 괴물을 잡겠다고 전화기 화면을 북북 문질러대든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몫 아닌가.

그러니 지하철이나 길에서 자기 주장을 소리 높여 외치거나 특정 종교나 정치관을 강요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식의 태도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반감만을 일으킬 뿐이다. 그게 자식과 같이 느껴져서라거나 후손들과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렇다. 사실 이쯤 되면 대화나 소통이 목적이 아니지 않나 싶어진다.



현실 공간에서뿐 아니라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는 비단 나이든 세대에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기야 예의와 존중을 습득하고 시정하기란 포켓몬고 레벨 올리기보다도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긴 하다.



5. [매경이코노미][무비클릭] 싱글라이더

‘싱글라이더’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우선 호주 시드니의 이국적 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두 번째는 연기력이다. 이병헌이 특정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하자”며 의수를 흔들던 ‘안상구(내부자들)’,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마스터)’도 아니고 칼잡이 카우보이(매그니피센트7)도 아닌 한 남자로 돌아왔다. 흔들리는 걸음과 허망한 눈빛, 우리가 사소하게 지나쳐버린 그 순간을 잡으려 하는 남자, ‘싱글라이더’는 배우 이병헌의 영혼 일부를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배우가 워낙 유명해지고, 해외에까지 진출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나 한국 영화계로나 반가운 소식이지만 큰 영화, 상업적인 대중영화에서는 개인의 내면 표현을 그다지 요구하지 않는다. 좀 더 유형화된 인물들이 어떤 캐릭터, 어떤 역할로 등장해 단순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싱글라이더’는 배우 이병헌이 오랜만에 연기다운 연기를 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드라마 장르로 복귀한 이병헌에 대한 호기심이 클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감독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활용에 무척 공을 들인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남자에게 닥친 어마어마한 시련, 그 시련을 마주하고서야 겨우 가족을 돌아보게 된, 돌아온 탕아 같은 남자, 이병헌은 그런 복잡한 심경을 가진 남자 강재훈 역을 연기한다. 여기에 아내 역을 맡은 공효진이 일상성이 담뿍 묻어나는 안정적 연기를 보탠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머무는 여대생 역할을 맡은 소희도 나름의 적합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의외로 ‘싱글라이더’에는 반전주의, 스포주의라는 꼬리말이 따라붙는다. 인생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갱생기로 예측되는 드라마에 무슨 반전이 있고, 스포일러가 있을까. 사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뉜다면 이 반전 때문일 듯싶다. 시종일관 섬세한 호흡과 사려 깊은 발소리로 일관하던 영화의 흐름까지도 반전되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싱글라이더’는 반전을 빼고 좀 더 사실적이고 건조한 이야기로 끝을 냈어도 꽤나 그럴 듯했을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은 꼭 반전을 통해서만 이뤄낼 일은 아니다. 반전에 지나치게 힘을 모으다 보니 그 반전에 시시함을 느낄 관객들도 있을 법하다. 오히려 반전보다는 삶의 하나하나, 세부를 훑어나가고자 하는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감정 연기로 돌아온 이병헌의 연기는 무겁지만 세련되고 사실적이다. 영어로 주고받는 대사에서조차 이병헌은 외국어의 이질감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강재훈의 아들로 나오는 여덟 살 진우 역을 맡은 아이의 연기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데 한몫을 거둔다. 그런 아역들을 보자면, 연기란 저렇게 천진한 피조물들에게 허락된 재능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있을 때 잘하자. 말은 쉽지만, 말처럼 쉬웠다면 속담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격언이 되기까지엔 수많은 사람들의 실패가 있었을 터다. 가족이야말로 곁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느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너무 가깝고 살가워 잊고 지내기 일쑤다.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안고 돌아설 수 있는 영화, ‘싱글라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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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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