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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중앙일보]

1. 조기 퇴진 담화 ‘질서 있는 퇴진’ 마지막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조건부로나마 처음으로 임기를 단축해 하야할 뜻을 밝힌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촛불시위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요구에 최소한도로 부응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오만과 불통, 권위주의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이 조기 하야할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건 대국민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이를 잘 활용하면 현 난국을 가장 합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인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실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야권은 대통령 담화 직후 “탄핵 국면을 탈출하려는 꼼수”라고 담화를 일축했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물론 담화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 문제를 대치 구도로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는 있다. 실제로 친박계는 즉각 탄핵 보류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동요하는 모습이어서 탄핵 정족수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비박계 역시 다음달 9일까지 논의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탄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여야 간 논의가 탄핵의 외길 수순을 멈추는 브레이크가 되는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물론 역대 최악의 민심 이반이 빚어진 건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문제다. 박 대통령의 개입·방조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공모 혐의로 확인되며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법적·도덕적·정치적 책임은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범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대통령은 검찰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영이 설래야 설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잃었고 당연히 정부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에겐 그동안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2선 후퇴 의사를 밝혔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겠지만 대통령의 속마음은 다른 데 있었다. 2선 후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는 “차라리 헌법·법률 절차에 따라 논란을 매듭지어 달라”고 사실상 탄핵 심판을 요청했다. 그러다가 이제 탄핵 절차가 구체적 모습을 갖춰가자 조건부 퇴진을 얘기하니 진정성에 의심을 사는 것이다. 만약 탄핵 절차를 멈추거나 늦추려는 속셈에서 이런 제안이 나왔다면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담화에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진심이라면 질서 있는 퇴진이든 탄핵 절차든 사심 없이 협조하는 게 우선이다. 박 대통령이 버티면 버틸수록 정국 수습은 더디고 국정 공백과 혼란은 가중될 뿐이다. 여론조사에선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4%까지 추락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매번 100만 명을 넘는 국민이 참여한 하야·퇴진 집회를 두고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하나마나 한 반응만 5주째 앵무새처럼 되풀이했고, 2차 사과 이후 한 달 가까이 청와대에 유폐된 상태였다. 그러다 ‘조건부 퇴진’을 내놨으니 국민 공감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 원로들의 ‘질서 있는 퇴진’ 촉구 이후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명예 퇴진’,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자진 퇴진’ 건의가 줄줄이 이어진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진퇴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논의조차 없이 걷어찰 필요는 없다. 원만한 합의만 끌어낼 수 있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막상 탄핵안은 국회에서 가결되면 최장 180일 동안 헌법재판소 심판을 거쳐야 한다. 그 기간 대통령 직무는 정지된다.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서 법리를 다투며 시간을 끌려 할 테고, 식물 정부는 무정부 상태로 전락할 게 뻔하다. 사회 전체엔 반목과 충돌도 격화될 게 분명하다. 많은 사람이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을 거론한 건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나라는 안보와 경제의 복합위기다. 정치권은 국정 혼란의 최소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만큼 여야는 탄핵 추진에 앞서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고 대선이 무리 없이 치러질 수 있는 시점을 박 대통령의 퇴진 일자로 합의해 청와대에 던져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신망을 받는 초당파적 인사를 책임총리로 추천해 대통령의 퇴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정이 제대로 관리되게끔 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의 말대로 박 대통령의 제안은 국회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여야는 대선을 겨냥한 유불리 계산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성사시키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에게 수권정당 자격을 인정받아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매일경제]

2. OECD마저 지적한 김영란법發 성장 둔화 경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을 언급한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OECD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 3.0%에 비해 0.4%포인트나 낮은 2.6%로 조정했는데 그 이유로 주력 산업의 수출 저조, 기업 구조조정, 정치적 불안과 함께 반부패법인 김영란법의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국제기구가 김영란법을 경제 성장의 악재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는 OECD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을 넘긴 현재 요식업과 화훼업, 축산농가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매출이 급락하며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직원을 해고하는가 하면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것 자체를 꺼려 사람들의 만남과 모임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 분위기도 활기를 잃고 있다. 소비가 줄면서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폭락하고 일부 점포는 폐업하는 등 김영란법 여파가 거의 모든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지난달 101.9에 비해 6.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을 앓고 있던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큰 것인데 김영란법 시행 탓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소비절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김영란법 위반 신고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 시행 한 달 동안 12건이었던 서면신고는 2개월째 접어들면서 4건으로, 112 신고도 289건에서 43건으로 줄었다. 법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만큼 내수 침체를 초래하는 일부 규정을 손질해도 법 취지를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규정같이 통상적 만남과 모임을 제한함으로써 소비를 위축시키는 조항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

OECD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교역 둔화로 내년에도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내수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김영란법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

3. 대통령과 함께 정치생명 다한 친박, 즉각 퇴진해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정치인 박근혜를 ‘주군’으로 삼아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하며 대통령까지 만든 집권 주류 세력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3년 넘게 당·정·청 요직을 꿰차고 국정 운영을 뒷받침했다. 박근혜정부의 공과는 대통령뿐 아니라 이들의 몫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어제 3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파문을 사죄하며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만큼 친박들도 모든 걸 내려놓는 게 도리다. 박 대통령이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한 데 대한 잘못을 국민 앞에 참회하고 ‘폐족 선언’과 함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조원진 의원 등은 그제 회동에서 ‘명예퇴진’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아 전달했다. 사실상 ‘하야’를 권한 이들의 행동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친박 핵심들은 패거리처럼 몰려다니며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제 잇속만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세가 되도록 방치, 방조한 게 이들이다.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거부하며 민심 악화를 자초한 것도 친박 핵심들 탓이 적잖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반성과 희생은 제쳐놓고 대통령에게 매달렸다. 막판까지 대통령을 앞세워 제 살길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야권이 분열상을 보이면 정국 반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친박 속셈이라는 것이다. 야 3당의 정치력을 볼 때 향후 정국 수습방안에 대한 국회 합의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담화에 대해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 범위 내에서 의견을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월 21일 사퇴한다”고 다시 못박았다. 국회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와 친박 지도부는 야당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탄핵을 반대하는 현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는 한 담화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국정 수습책이 논의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명예퇴진’ 건의를 주도한 서청원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친박들이 나서는 건 되레 대통령 탄핵을 부추기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즉각 퇴장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버티면서 꼼수를 노린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이데일리]

4.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방침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어제 개최된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방침을 공식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만큼은 분명히 밝힌 것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본격 신호탄이며, 일반 주주들에게는 기업구조 투명화를 유도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러한 방침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다. 현재 총수 자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및 계열사의 제한된 지분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경영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기까지는 대략 6개월쯤 걸릴 것이라는 게 회사 내부의 분석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재벌기업 오너들의 지배력 강화를 제한하는 입법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방침의 배경을 이룬다. 대를 이은 경영권 승계에도 제한이 가해지는 추세다. 삼성그룹으로서는 규제가 더욱 거세지기 전에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및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까지 유력하게 제시된다.

이러한 방침이 시장으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일단 반길 만하다. 지주회사 전환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보장하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회사 내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안팎의 견제로 삼성전자가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지금 상황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5. 국회로 공을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조건부 하야’로 낙착됐다. 박 대통령은 어제 오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대(對)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안정된 정권 이양 방안을 마련해 주면 그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대통령 임기는 헌법 사항이므로 개헌을 조건부로 내건 셈이다.

이로써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정치권이 박 대통령의 제안대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 단축까지 언급한 것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치권의 속셈이 여야마다 달라 개헌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려운 게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다.

정치권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것도 그래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에 대한 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하고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발끈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평가 절하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로 떠넘겼다”고 비난했다.

이번 담화로 박 대통령의 의지는 더욱 확연해졌다. 자기 발로는 결코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긴 1998년 정치권에 들어선 이후 18년 동안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으로선 지금 물러나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혐의를 모두 뒤집어쓰는 꼴이 된다고 간주할지도 모른다. 야권 일각의 주장대로 지금 당장 물러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난다는 점을 내세워 ‘탄핵 국면’을 ‘개헌 국면’으로 바꾸려는 시간끌기 계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적 상황이 위중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지난 6월의 전망치보다 0.4%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 불안이 하나의 이유로 지적됐다. 수출·소비·투자가 모두 절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2% 성장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울한 경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무리 평화적이라고 해도 주말마다 전국에서 100만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려나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도 정상은 아니다.

이제 기댈 곳은 정치권뿐이다. 야권이 당초 방침대로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겠다는 기세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일임한 마당에 탄핵은 이미 의미를 잃어버렸다. 탄핵이 아니라도 바람직한 해결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소인배 행태를 접는 것이 먼저다. 국회가 탄핵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면 그 이후의 정치 공백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만 한다.

[서울경제]

6. 원전 폐쇄에 반대표 던진 스위스 국민의 현실적 선택

스위스 국민들이 2029년까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27일 실시된 ‘원전 조기 가동 중단’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의 54.2%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투표에서 전체 23개 주와 6개의 반주(半州) 중 찬성률이 더 높았던 곳은 4개 주와 2개 반주뿐이었다.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원전 중단이 가져올 에너지 부족 문제와 비용 증가에 대한 걱정이 더 크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실론이 원전 조기 중단보다는 점진적인 폐쇄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법안은 1969년에 세워진 베츠나우 원전을 비롯한 원전 3기를 당장 내년까지 가동을 멈추고 나머지 2기도 가동 45년이 되는 2024년과 2029년에 각각 폐쇄해 ‘탈(脫)원전’을 하자는 것이 골자다. 스위스 정부는 애초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원전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 5기를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녹색당이 이 계획을 2029년으로 21년 앞당기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번에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탈원전을 앞당길 수 있지만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는 스위스로서는 전력 수입이 불가피하게 된다. 원전을 수력발전 등으로 대체하면 410억스위스프랑(47조6,333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위스 국민들이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해 점진적 폐쇄를 선택한 이유다.

지난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후 우리 역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지만 원전 건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석탄을 많이 쓰는 화력발전은 미세먼지와 온난화의 주범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작정 원전 건설 반대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일 뿐이다. 원전 반대 주장에 앞서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7. 국회는 혼란 최소화할 정치일정에 지혜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단축 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긴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이 협의해 정권 이양 방안을 결정지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혼란을 책임지겠다면서도 명백한 퇴진 시점이나 방식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눈앞의 탄핵위기를 모면하려고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일견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작금의 국가위기는 정치적 득실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다. 나라의 품격을 유지하고 사회 혼란을 최소화한다면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와 함께 정치적 합의에 따라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안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퇴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도 이를 성급하게 걷어차 버리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정권 이양 방안을 위촉한 만큼 당장 국회가 택할 수 있는 퇴진 방안은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과 대통령 탄핵 등 두 가지다. 하지만 개헌은 야당 내에서조차 찬반의 양극단으로 갈리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탄핵이다. 다행히도 국회는 이미 탄핵 절차를 밟고 있다. 대통령 퇴진 시점을 앞당기고 싶다면 야당 스스로 탄핵 절차에 속도를 더하면 될 것이다.

야당도 공이 국회로 넘어온 이상 과거 청와대의 책임총리 제안을 거부하는 식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국회는 탄핵 절차와 함께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선거관리용 총리를 결정하고 차기 대선 일정까지 포함한 정치시간표를 결정해 청와대에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이제는 정치권과 국회의 활동을 지켜보며 시국집회를 자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겨레]

8. 국민 노후자금 손댄 삼성 합병은 ‘정경유착 끝판왕’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안 전 수석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지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연결되는 정경유착의 그림이 그려지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성사가 절실했던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최씨에게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했다. 최씨에게 직접 건넨 돈만 78억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건넨 16억원 등 모두 합치면 300억원에 이른다.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삼성 합병이 통과된 지난해 7월17일과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7월24일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또 문 장관은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뒤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지부 관계자는 “삼성 합병 건에 대한 ‘보은 인사’로 안 전 수석이 힘을 발휘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시켜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고, 숙원 사업을 이룬 삼성은 그 보답으로 최씨에게 거액을 건넸으며, 이 과정에서 공을 세운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국민연금은 2200만명의 국민이 노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보험료로 조성·운영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튼실히 불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재벌 총수를 도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삼성은 29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삼성이 이런 얘기를 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선후가 뒤바뀌었다. 지금은 또 정경유착에 휘말린 데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할 때다. 정경유착의 악습을 단절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놔야 한다.

[한국경제]

9. 유일호식 재정운용이 성장률 낮춘다는 OECD 경고

OECD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낮췄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한 가운데 유독 한국만 낮췄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3.3%) 그대로를 유지했다. 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정치 불안, 김영란법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지출 증가세 둔화 때문이라고 한다.

OECD는 한국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율이 올해 3.8%에서 내년 2.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수가 부진한 와중에 그나마 성장을 견인해온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면 성장률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OECD의 이 같은 추정은 내년 지출예산 증가율(0.6%)이 급격하게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비교적 긴축적으로 내년 예산을 짰다.

재정건전성은 물론 중요하다. 우리가 본란에서 이를 지지해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고 2%대 저성장이 지속되는 마당에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게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지난 6월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13년 만에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계잉여금과 세수로 20조원가량의 재정 지출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유일호 부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 3분기 성장률은 0.7%에 그쳤고 4분기에는 아예 0%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재정운용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GDP 대비 비중은 40.6%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가 한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그래서다. 그 와중에 세금은 블랙홀처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총국세는 전년보다 13.6%나 더 걷혔다. 재정 지출 증가는 둔화되고 세금은 늘어나니 내수가 살아날 리 없다. 너무 보수적인 재정 운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문화일보]

10. ‘농단 연루’ 교수들 강단 떠나 自肅(자숙)하라

국정농단에 연루된 의혹의 장본인인 교수들의 강단 복귀에 대한 학생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내다 지난 9월 대학으로 돌아온 김상률(56) 영어영문학부 교수에게 숙대 학생 1695명이 참여한 사퇴 촉구 서명서를 28일 전달한 일은 가까운 예 중에 하나다. 이들은 “교문수석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관련 사업권과 문화창조융합벨트 이권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등 많은 의혹을 발생시켰다”며 “더 이상 학생들을 농락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농단 혐의가 드러난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어서 2014년 12월 교문수석에 임명됐다고 한다. 그 이래 농단 연루 의심 사례가 적지 않아 반면교사(反面敎師)일 상황에서 강단에 선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차 씨의 대학원 은사이면서 차 씨 추천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됐다가 지난 9월 홍익대 미술대학으로 복귀한 김종덕(59) 교수도 마찬가지다. 평창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의 참고인 신분이 추후 피의자로 바뀔지도 모르는 그에 대해 홍익대 총학생회는 ‘즉각 정직 조치한 뒤 유죄 확정 시 해임 처리’하도록 대학 측에 요구하는 안을 29일 표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유(類)의 교수들은 빨리 강단을 떠나 자숙(自肅)하는 게 옳다. 구속된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에 대해 한양대 총학생회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학교로 돌아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미리 못 박은 취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광화문]中 실리콘밸리 터줏대감 '처쿠카페 vs 3W'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 창업거리에 들어서면 불과 30m 사이를 두고 상징적인 카페 2곳이 눈에띈다. 수많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창업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한 곳은 2011년 이 거리에 처음 생긴 처쿠카페이고, 다른 한 곳은 후발주자인 3W카페다.

먼저 중관촌의 터줏대감인 처쿠카페. 차고라는 뜻의 이 카페는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다는데 착안해 이름 붙였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도 이곳에 자주 들려 샤오미의 사업 아이디어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처쿠카페 사장 수띠는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건물 2층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100여개 좌석마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는 것에 깜짝 놀란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이 카페가 망할 뻔 했다는 점이다. 달랑 25위안짜리 커피 한잔을 시키고, 하루 종일 사무실처럼 쓰는 손님 때문에 임대료를 내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처쿠카페가 조만간 없어진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부랴부랴 중관촌을 관장하는 하이덴구청과 중관촌관리위원회가 ‘처쿠카페 구하기’ 에 나섰다. 처쿠카페 3층과 4층을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사무실 용도로 빌려주는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3~4층 임대공간은 층마다 100명이 넘는 창업자들이 쓸 수 있는 규모인데 좌석 1개당 매달 1500위안을 받았다. 어림잡아도 매달 15만위안의 임대수익이 카페의 손실을 만회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임대수익이 없다면 처쿠카페는 명맥조차 유지되지 않는다.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자로 전락한 창업 메카의 슬픈 현실이다.

반면 3W카페는 출발부터 남달랐다. 1~2층 구조인 이 카페는 커피 판매 외에 2층을 다양한 창업 행사에 통째 빌려주는 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2층 전체를 빌리는데 하루 사용료는 2만3000위안. 중관촌의 크고 작은 창업 행사들은 3W카페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사용료는 사용료대로 받고,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커피는 커피대로 파는 선순환 구조다.

3W카페는 중관촌의 명성을 살려 프랜차이즈에도 나섰다. 선전이나 광저우 같은 남부 경제도시의 창업 열기를 노리고 분점을 낸 것이다. 3W가 워낙 알려져 있다보니 분점들의 판매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3W의 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처쿠카페처럼 커피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창업 투자에 나섰다. 카페 손님 중 사업 아이템이 기발한 유망주를 3W 이름으로 키웠다. 이렇게 3W기금이 투자해 얻은 수익은 커피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한국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의 후유증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전면 재조정 논의가 활발하다. 사실 지금까지 비슷 비슷한 창업 정책들이 범람했던 것은 분명하다.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 프로그램만 70개가 넘는다고 할 정도다. 그나마 100여개에서 줄인 것이라고 한다. 하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아 어떤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한 지 분석한 책까지 등장했다.

이참에 정부 창업 정책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떼낼 것은 떼내고, 없앨 것은 없애야 한다. 창업의 기본 정신을 흐트리지 않은 지원 프로그램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오늘도 처쿠카페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창업 낭인들. 그들 모두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될 순 없다. 정부 창업 정책도 무작위로 지원만 남발하는 처쿠카페 식 모델이 돼선 안된다. 3W처럼 함께 투자하고,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다. 중관촌을 먹여 살리는 것도 실은 벤처캐피털이다.

2. [머니투데이][우보세] '한자를 품은 한글' 다루기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1. 자전거 페달은 영어로 pedal이라고 쓴다. 앞 부분 'ped'는 발과 관련된 말을 만든다. 미용으로 발톱에 색을 칠하는 것은 pedicure(페디큐어)라고 한다. 조금 어려운 단어 pedestrian도 발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보행자라는 뜻이다.

말 조각의 뜻을 활용하면 단어 공부를 짜임새 있게 할 수 있다.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잘 맞는 건 아니다. 여기에 너무 빠지면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날 수도 있다.

2.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초·중·고에서 한자 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가'에 대한 결정이 있었다. 2012년 333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론이다. 재판관 9명 중 5(합헌)대 4로 합헌. 승자와 패자로 나눌 수 있겠지만 수치에서 보듯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한글 위주로 써야 한다는 쪽과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한다는 쪽의 대립은 오래 있어 왔다. 이들의 의견 충돌은 때로 감정적이어서 인터넷 댓글 토론장에선 상대를 자극하는 표현들도 오간다.

논쟁의 근본적 이유는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다는 것이다. 기준에 따라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절반이 넘는 말이 한자어인 것은 사실이다.

3. 앞서 나온 영어단어처럼 우리말도 말 조각을 이용해 묶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한자어가 많다 보니 묶기도 쉽다.

'세'는 '씻는다'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 세수, 세면대, 수세식 등과 세뇌를 묶는다면 '사람의 사상을 마음대로 바꾼다'는 뜻이 좀 더 와닿을 것이다. 洗(씻을 세)를 알았다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단어 옆에 한자 표기가 있다면 어떤 이에겐 도움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자 자체를 아느냐보다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느냐이다. 일상의 대화나 기사 등을 통해 낱말의 느낌은 이해하지만 영어 단어 공부하듯 알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4. 최근 많이 들은 말은 국정 '농단'이다. 희롱과 비슷한 뜻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한자로 쓰면 壟斷. 직역하면 '깎아 세운 듯이 솟은 언덕'이다. 한자를 안다고 해도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을 알려면 사전을 뒤져야 한다. 이 정도면 너무 어려운 말 아닐까?

최근 공문서 등의 어려운 말을 쉽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한자어가 격식 있는 말이라는 편견은 아직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로'라고 잘못 쓰는 '괄호( )'는 활 묶음표 정도의 뜻이다. '→'는 쉽게 화살표라고 부르면서 활을 닮은 기호에는 한자를 썼다.

한자 사용에 대한 양쪽 주장은 결국 목적지가 같다. 말과 글은 내 생각을 잘 표현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해 있다. 한자 사용 논란에 앞서 우리의 언어 생활을 먼저 되짚어 봤으면 싶다.

3. [매일신문][야고부] 서스펜디드 커피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몸과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나무들은 서둘러 잎을 떨어뜨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가 그리운 시기다. 무심코 입에 대는 차 한 잔에 세상과 내 주변이 바뀐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는 것도 이 무렵이다.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한 잔의 커피조차 버거운 이들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누군가의 찻값을 미리 치르는 일종의 기부로 ‘펜딩(Pending) 커피’라고도 한다. 누구든 카페를 찾아 서스펜디드 커피가 있는지 묻고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나눔의 커피인 셈이다.

서스펜디드 커피는 100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의 서민층에서 ‘카페 소스페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차대전 후 경제 부흥기 때 자취를 감췄다가 세계 금융 위기와 유로존 경제 위기를 계기로 되살아났다. 2010년 12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라는 사회연대가 결성되고, 2013년 아일랜드에서 존 스위니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

커피뿐 아니라 다른 음식 기부운동으로 번져 캐나다에서는 서스펜디드 밀(meal)까지 등장했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서스펜디드 커피재단이 생겼다. 어려운 이웃의 고단한 삶을 녹여주는 한 잔의 커피가 한 세기 동안 식지 않고 이어진 원동력은 공동체를 향한 희망과 기대, 인간의 정과 선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달부터 각종 사회구호단체가 이웃사랑 캠페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72일간의 ‘희망2017나눔캠페인’을 시작했고, 구세군 자선냄비도 거리에 등장했다. 특히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은 시민의 큰 관심사다. 본지도 매일 사랑의 온도를 지면에 공지하는데 29일 기준 대구가 6.9도, 경북은 2.5도, 전국 3.7도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액은 대구 72억3천만원, 경북 134억7천만원, 국내 전체 3천588억원이지만 경기 침체와 어수선한 시국 탓에 온정의 손길이 줄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매일 조금씩 사랑의 온도가 오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의 열매가 온전히 열리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목할 것은 서스펜디드 커피가 되살아난 시기적 배경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 시선은 자신을 넘어섰고 배려심은 더 커졌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자 미덕의 결과다.

4. [이데일리][목멱칼럼] '한한령'으로 한류 영향력 꺾을 수 없다

현대 과학철학의 토대를 쌓은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 철학자 칼 포퍼는 그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Open Society and Its Enemies)에서 열린 사회가 인류가 앞으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히틀러의 파시즘(극단주의적 국수주의)을 비판한 이 책은 당대 역사주의와 전체주의를 넘어 개인주의 사회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국정부의 사드(THAD·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류(韓流)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바라보며 이 저서가 문득 떠오른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사실 ‘한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한류’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 추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류의 우수함을 우리가 아닌 외국인 입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인이 아닌 우리가 한류의 탁월함을 강조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한류’가 어느 순간부터 미래 경제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지만 국가가 주도적으로 만든 브랜드는 아니다. 민간이 주도해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국가도 한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아 한다.

이처럼 한류가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데 중국정부가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적 쟁점을 한류와 연계시켜 보복조치로 삼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중국이 민간 문화교류와 정부정책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한한령은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중국정부의 경계심을 반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문화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이 한한령을 통해 ‘겁’을 주고 ‘간’을 보려는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드러내며 언론 플레이를 해 국내 관련 업체 주가를 폭락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의 콘텐츠 정책을 보면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콘텐츠 정책에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적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할 수없는 중간광고를 중국은 자국기업에게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작품이 상업적인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지만 자칫 자국 산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커질 경우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14년 외계인과 톱여배우 사랑을 그린 SBS 판타지 로맨스 ‘별에서 온 그대’를 수입하기로 한 것은 상업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중국에서 열풍을 넘어 사회적 신드롬으로 부상하자 광전총국(국가신문출판 및 라디오TV총국)이 앞장 서서 ‘사전 심의’ 같은 일련의 제재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한한령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문화교류가 민간 차원에서 자유롭게 열려 있지 않고 국가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류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려는 우리로서는 한한령처럼 국가가 문화교류를 통제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미디어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 민간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금은 국가의 지리적 경계를 초월한 지구촌 시대다. 열린 세계에서 한류가 뛰어난 경쟁력과 감성으로 지구촌 식구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중국 정부가 마치 ‘골목대장’처럼 일일히 간섭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칼 포퍼의 지적처럼 국가가 열린 사회의 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중국이 추진해야 하는 것은 한한령이 아닌 소통과 교류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

반 세계화 운동 진영이 ‘시애틀 전투(The Battle of Seattle)’라 부르는 국제 연대시위가 1999년 11월 30일 시작됐다. 80여 개 국 1,300여 NGO 회원과 시민 5만여 명은 이날 오전 우루과이 라운드(UR)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의 의제를 도출하기 위해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3차 각료회담장을 인간사슬로 에워쌌다. 시위대는 대표단의 출입을 봉쇄했고, 국제항만노조는 시애틀ㆍ타코마 항을 마비시켰다. 개막식 없이 오후 3시에 어렵사리 열린 본회의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됐고, 폐막식도 없었다. 시위대의 핵심 구호는 “WTO 뉴라운드 출범 반대”였다.

반 세계화 운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대처리즘ㆍ레이거노믹스로 상징되는 80년대 절정의 신자유주의는 WTO를 앞세워 국제 시장ㆍ교역 확대를 위한 다자간 투자ㆍ무역 협정에 박차를 가했다. 무역 장벽을 없애고 국제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룰을 만들려는 거였다.

자본의 권리를 개별 국가의 자본에 대한 통제 권한 위에 두고, 위반시 국가 상대 제소권을 보장하자는 것. 그것은 선진 금융ㆍ산업자본주의 국가에 편파적으로 유리한 자본ㆍ상품ㆍ시장의 세계화였고, 제3세계 중심의 반세계화 운동 진영으로선 국제교역의 불균형ㆍ불평등과 노동조건 퇴보가 예견되는 길이었다. 선진국 노동자들도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를 염려했다. 제3세계 외채 탕감 운동으로 시작된 ‘쥬빌리(Jubilee) 2000 캠페인’, 다자간 투자협정에 대한 국제 NGO 공동성명 등이 98년의 일이었다.

시애틀 시위는 4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IBRD) 연례회의’ 저지 시위와 9월 체코 프라하 ‘IMFIBRD 연차총회’ 반대 시위 등으로 이어지며, 2001년 반세계화 대안포럼인 ‘세계사회포럼(WSF)’과 2003년의 ‘대안 세계를 위한 정상회담(SPAM)’ 등을 낳았다. 하지만 WTO 회원국들은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뉴라운드’라 불리는 ‘도하개발어젠다’의 의제 등에 합의했다.

세계화 행보에 적극적이었던 선진국의 아킬레스건은 ‘노동 시장’의 세계화였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상징되는 근년의 반이민ㆍ고립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는 가장 저열한 형태의 반 세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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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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