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與野, 특권 폐지 자문기구 놓고 시간 끌어선 안 된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국회의원 특권’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딸, 동생, 오빠를 의원실과 후원회에 데려다 놓고 국민 혈세로 월급까지 챙겨 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행태에 국민은 분노했다. 게다가 그런 특권·갑질 의원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지도부가 여론의 질타에 한껏 자세를 낮춘 가운데 각 당은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주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 등에 합의한 것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는 최대한 신속하게 가동돼야 한다. 급한 불만 피할 요량으로 선언부터 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결국 빈손에 그쳤던 과거의 숱한 ‘정치개혁특위’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만큼은 국민이 특권 내려놓기 여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왜 자문기구로 규정했느냐”며 특권 내려놓기 의지 자체에 의혹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문기구는 ‘조언’만 할 뿐 강제할 수 없지 않은가.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자문기구가 내놓는 특권 내려놓기 종합 방안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공동의 입장을 먼저 밝혀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헌법에 규정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비롯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각종 특권과 특혜는 사실 소신 있게 정부를 견제하면서 삼권분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대명제에서 비롯됐다. 상당한 액수의 세비를 지급하고, 보좌진 채용을 자율에 맡기는 한편 각종 특급 예우를 해 주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의정 활동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주어진 신성한 특권과 특혜를 오만하게 남용하면서 그것을 반납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전직 대통령 은닉 비자금’을 캐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면책 특권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제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졌던 이런 모든 특권과 특혜가 자문기구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자문기구는 정치인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일반 시민과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특권을 넘어선 월권, 관행이라는 이유로 남아 있는 구태, 눈감고 서로서로 묵인해 준 악습까지 확실하게 청산할 수 있다.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는 각종 특권 내려놓기 법안 등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법안 속에 숨겨진 또 다른 특권이 있다면 찾아내 없애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엄청난 세비를 받아 가면서도 택시비와 밥값까지 꼬박꼬박 챙기고,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국회 회의에 참석했다고 하루에 3만원씩 호주머니에 넣는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참된 의원이라고 할 수 없다. 비리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을 자동 폐기시키는 ‘동지의식’을 국민은 원치 않는다. 국회법과 국회의원수당법 등을 개정하고, 윤리 법규를 새로 제정해 국회의원의 품격을 강제로라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듯이 자율에 맡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자문기구 가동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 ‘안전지대 없음’ 재확인한 IS 방글라데시 테러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 테러가 전 세계인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과거엔 중동과 유럽의 특정 국가들을 향했던 공격이 아시아권까지 확산되면서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공포심을 극대화 하기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라는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IS를 추종하는 무장 괴한들이 한 레스토랑에 침입해 인질 테러를 자행했다. 이탈리아인 9명과 일본인 7명을 포함한 외국인 18명과 방글라데시인 2명 등 20명이 희생됐다.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암송케 해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흉기로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한다. 그 흉포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이번 테러는 IS가 저질러 온 수많은 테러의 연장선상에 있다. 올해만 해도 40명 이상이 숨진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의 연쇄 자폭테러, 50명이 살해된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32명이 숨진 브뤼셀 연쇄 테러 등이 발생했다. 모두 IS가 주도했거나, IS를 추종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저질렀다.
우리를 긴장케 하는 것은 테러가 점차 아시아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다카 테러는 지난 1월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행된 테러와 비슷하다. 당시 IS를 추종하는 테러범들은 자살 폭탄을 터뜨리고 총격을 가해 민간인 4명을 살해했다. 그때도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공격했다. 지난해 8월에는 태국 방콕 도심의 관광명소가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외국인 등 20명이 숨졌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다카 테러가 이라크·시리아에서의 IS 거점 약화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방의 공격으로 점령지를 잃으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테러 지역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가 전 세계에서 IS 추종 세력의 급증을 입증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IS 추종 세력이 한국에만 없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총기나 폭탄 등 무기 관리가 엄격해 무장 괴한들이 대형 테러를 자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외국인이 많거나 사람이 몰리는 밀집 지역은 테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보안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면밀한 테러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등 선제적이고 철저한 대비만이 테러를 막을 수 있다.
3. 일당 400만원 전재용 노역, 유치일 제한 없애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처남 이창석씨가 노역장에 유치됐다. 탈세 혐의로 40억원씩의 벌금을 선고받고서도 이를 끝내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역장 유치는 구치소에 갇혀 벌금만큼을 몸으로 때우게 하는 처벌 방식이다. 이들이 노역으로 갚게 될 하루 일당은 400만원이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법원이 미리 판결한 액수이지만, 일반 상식으로는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다. ‘귀족 노역’이라는 비난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27억원을 탈세한 공범으로 기소된 두 사람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원칙적으로 판결 후 30일 안에 벌금을 내야 하는데도 지난달까지 분납할 수 있게 배려됐다. 노역으로 벌금을 때우겠다고 버티는 이들의 하루 노동 가치가 과연 400만원이 되는지 황당하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4억 6000만원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의 노역 일당은 고작 5만~10만원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더 힘든 노역을 하는 것도 아니다. 봉투 접기나 제초 작업 같은 일로 시간 때우기 일쑤인 데다 그마저 외부 비공개가 원칙이다. 사실상 노역장은 민간 위탁이 많아 세월만 보낸다 한들 제재 방안도 없다.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죄질이 좀 무거운가. 몸값을 보통 사람보다 80배나 높게 우대해 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재작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 노역’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법원 맘대로였던 노역 셈법에 여론이 들끓자 법원은 등떠밀려 환형유치 제도를 손봤다. 벌금액 1억~5억원은 300일 이상, 5억~50억원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을 유치 기간으로 정했다. 형법에 규정한 노역 유치일은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지 못한다. 이러니 벌금액이 높아지면 일당 수천만원짜리 황당한 노역이 여전히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벌금 미납에 따른 처벌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벌금액을 제대로 환수하고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으려면 법제도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 허점이 빤한데도 방치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못 내겠다고 버티는 벌금형의 십중팔구는 횡령이나 세금포탈 등 고의성 악질 범죄다. 벌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최장 3년으로 제한된 노역 유치일을 무기한으로 바꿔야 한다. 위법의 대가는 누구나 똑같이 치르게 하는 법 정의를 세워야 사법부의 신뢰도 회복된다.
[동아일보]
4. 국회 체포동의안, 자동 상정으로 바꿔라
국회의원들의 가족 보좌진 채용에서 비롯된 특권 남용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을 중징계하기로 했지만 막상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당윤리심판원은 당 지도부나 본인이 결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쇄신 의지가 멀어져 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최근 의원 보좌진이 줄줄이 면직된 이후에도 일부 의원은 해명에 급급하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남용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상당히 광범위하다. 그들 스스로도 이 문제를 인식해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국회의장도 여야 3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의장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이 터질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한 번도 실천하거나 법제화한 적이 없다. 사실 그동안 국회는 개원 직후 그리고 총선 직전에 특권 축소 법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폐기되곤 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남용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독재시절의 보호막이었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오늘날 뇌물이나 횡령 같은 범법 행위를 감싸거나 무책임한 인기몰이 막말과 명예훼손 행태를 조장하는 특권으로 변질되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 문제는 법규정이 없다 할지라도 정실(情實) 인사의 표본이며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므로 용납할 수 없는 부조리다. 의원들의 ‘갑질’은 국민의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 보좌진의 월급을 후원금으로 갈취하는 행위, 출판기념회에서 책값 이상의 찬조금을 받는 행위, 민원을 빙자한 인사 개입과 후원금 요구 등 국민의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행위는 정상적인 의정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또 상습적으로 회의에 불참하면서 회의 수당을 챙기는 등 일하지 않으면서 세비를 꼬박 챙기는 행태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 자명한 것은 특권 내려놓기 국회 개혁이며 이것은 제도와 사람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오·남용되는 특권을 제한하기 위해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던 것을 오히려 자동 상정되도록 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막말과 모독은 적절한 법적 제재를 받도록 각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제한 축소해야 한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비리와 갑질, 무책임한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서 보다 명확히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국회법과 윤리위원회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제도 개혁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사람의 개혁이다.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법의 약점이나 편법을 이용한다면 제도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다. 19대 국회에서 윤리위원회에 36건의 징계안이 회부됐으나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을 만들면 의원들끼리 서로 교차 거래하여 친인척을 고용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친인척을 배제시킨다면 이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결국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품격과 문화가 달라져야 개혁에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사회적 도덕적 규범이 악습과 편법 그리고 부조리를 배척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며 국회의원이 이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국민은 민주화 30년을 맞이하면서 변화해 오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민주화 이전의 특권에 안주하고 있다. 국민은 소통과 섬김의 리더십을 원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독선과 자만에 빠져 있다. 그들이 공룡처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사멸하는 운명은 피해 가길 바란다.
[세계일보]
5. 국가·민족 자원 팔아 연명하는 북한 지도부
북한이 올해 3000만달러(약 34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어업 조업권을 중국에 넘겼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국정원이 지난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평년보다 3배나 많은 1500척 규모의 어업 조업권을 중국 측에 팔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로 해외 수출 길이 막히자 북한이 달러 확보를 위해 갖가지 고육책을 동원한 것이다.
중국 어선들이 서해 해상과 군사 중립 수역인 한강 하구에까지 나타나 불법 조업을 일삼았던 것도 북측이 어업권을 내준 영향이 크다. 북한 어장에 거점을 두고 남측 해역을 호시탐탐 노렸다. 사실 북한은 어선, 기름 부족 등으로 수년 전부터 중국에 어업권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북한 수산사업소와 군부가 개입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수산업 관련 시설을 자주 방문해 수산업 발전을 강조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 어장이 중국 측에 팔리는 내막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그런다면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호도하는 처사다.
북한은 이미 주요 지하 광물자원 개발권을 중국 측과 거래했다. 중국 철강 기업에 아시아 최대 노천철광석 매장지인 무산철광 50년 개발권을 팔았다가 2년여 만에 계약을 무산시킨 경우도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북한자원연구소는 북한이 무연탄 등 주요 광물을 사실상 북한 시장을 독점하는 중국에 헐값에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 가치는 10조달러(약 1경1700조원)로 남한 지하자원의 20배에 이른다. 북한 전문가들은 통일에 대비해 북측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투자 거래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북한이 지하 자원은 물론 바다 자원까지 내다파는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다. 국제적 고립 속에 핵· 미사일 개발 자금과 정권 유지 비용을 대기 위해 북한 지도부가 달러 벌이에 혈안이 된 것이다. 북·중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문화재 거래가 심심치 않다는 소문이 돈 지도 오래다.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의 삶만 피폐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유엔이 북한의 석탄 수출 등을 전면 중단시키자 북한 주민들이 겨울 땔감 값이 떨어지겠다며 반겼겠나. 최소한의 민생조차 해결 못하는 정권은 존립할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6. 황총리 미세먼지 대책 총대 메야
정부가 논란이 돼온 미세먼지 파문에 대한 실천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차 보급에 3조원을 비롯해 충전인프라 구축에 7600억원,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에 1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2020년까지 약 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달 3일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개략적인 정책 방향을 담은 종합 특별대책을 공개한 이후 한 달 만에 후속 실행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를 채비를 갖춘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정부 방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지난달 종합 특별대책 발표 때 세부안을 한 달 안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에 맞추려다 보니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준비했다는 느낌을 준다.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부문별 사업 일정과 소요 예산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친환경차 보급과 충전인프라 구축 방안은 딱히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대책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감축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30년 이상 노후화한 화력발전소 폐기안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신규 화력발전소 상당수가 이미 건설중 인점을 감안하면 석탄 화력발전소를 당장 줄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이번 기회에 현재 화력발전 중심의 국가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을 바꿀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는 게 순리가 아니었겠는가.
미세먼지 대책을 총괄할 뚜렷한 콘트롤타워가 정부에 없다는 점도 총체적인 난맥상이다. 정부가 실천방안 발표를 앞두고 반나절 동안 ‘발표 예정→무기한 연기→발표 재결정’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관련부처 간 이견으로 세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행정 난맥으로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미세먼지 대책이 차질이 없도록 관련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실천방안을 정밀조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7. ‘검사 자살’ 조사, 시대착오적 검찰 문화 걷어내야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33) 검사가 상사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는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직접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제(2일) 대검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시로 현재 대검 감찰본부가 남부지검 사건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족의 탄원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검은 “해당 지검에서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직접 조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검사의 유서는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 검사가 소속된 부의 김모 부장검사가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 검사가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카톡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보도됐다. 김 검사 유족은 청와대와 대검에 탄원서를 제출해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정확한 진상이 가려지려면 대검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김 검사가 남긴 메시지와 정황만 있는 상태에서 김 부장검사의 폭언 등이 자살 원인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검찰 내부의 경직된 문화가 김 검사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의 효율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검사동일체’ 원칙이 윗사람들을 위해 적용될 경우 업무는 물론이고 사적인 생활에까지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검의 뒤늦은 조사 자체가 검찰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시대 변화에 얼마나 둔감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대검은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김 검사 가족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검찰 조직에 내재된 억압적 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할 것이다.
8. 엉터리 경영평가가 부른 산은·수은 성과급 파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전·현직 일부 임원이 2015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받기로 한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조선·해운사 부실을 방치해 1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국민에게 부담시킨 당사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거센 비난 여론 때문이다. 지난해 근무했던 전·현직 행장들은 연봉의 30%인 5500만~5700만원을 반납한다. 임원과 직원도 각각 기본 연봉의 55%, 월급의 110%를 받을 예정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평가 자체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두 은행은 나란히 C등급을 받았다. 1년 전엔 산은이 A등급, 수은이 B등급을 받았다. 그전에도 최상위 등급인 S등급 아니면 A등급이었다. 이 시기는 대우조선 등 이들이 관리하고 있던 조선·해운사들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던 때다. 국책은행들은 여기에 적절히 대처하기는커녕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면 경영평가 자체가 엉터리였다고 봐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해명이 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금융위는 두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했지만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지원 실적이 양호해 C등급을 줬다고 했다. 국책은행의 본래 역할보다 정권의 역점사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자원외교나 녹색금융 지원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애초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평가는 이미 ‘평가를 위한 평가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사업이 정부의 역점사업 지원책으로 둔갑해 평가 테이블에 오른다. 녹색금융이 창조금융으로 바뀌는 식이다. 평가단에 연줄을 대고, 위원이 될 가능성이 큰 교수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로비도 치열하다.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라는 본래 목적은 퇴색하고 일부 관변 학자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매일경제]
9. 브렉시트發 돈 풀기로 불붙은 환율전쟁 만반 대비를
세계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혼돈에 빠져든 가운데 이젠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 돈 풀기에 나서면서 뜨거운 환율전쟁을 치를 조짐이다.
진원지인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0.28% 절하한 데 이어 추가 절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브렉시트 후 급격한 엔화 강세에 고심하는 일본도 이를 진정시키려는 조치에 가세할 태세다. 덴마크와 스위스 중앙은행은 통화 약세를 이끌려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 급락 후 기준금리를 바로 인상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너도나도 환율전쟁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건 브렉시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의 신용도를 기존 AA+에서 AA로 낮췄다. EU체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던 미국도 나 홀로 통화긴축을 강행하기 힘들어졌으니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시장 안정을 위해 각국이 공조에 나섰으나 이번엔 경쟁적인 자국 통화가치 절하로 제 살길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국가 간 경쟁적 통화절하는 세계 경제를 공멸에 빠뜨릴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정책공조를 강조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직후 닥쳤던 충격에서 벗어나 거의 평상 분위기를 회복한 모습이다. 지난 주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각국의 경쟁적인 환율전쟁에서 우리만 당하고 있지 않으려면 다른 국가의 완화 기조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정한 방향으로 통화가치를 묶는 데 주력하는 것보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금이 갑자기 나가는 사태를 막기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금융회사와 기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가능한 한 많이 확대하고 통화가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끌어내는 데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10. 삐걱거리는 자유학기제 취지 제대로 살리려면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간 자유학기제가 부실운영으로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진로체험 프로그램 선택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지역사회 연계형 프로그램의 경우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서울 강남·북 등 지역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과 양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등 자유학기제에서조차 '교육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으로 중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오전에는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교과수업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예체능, 동아리 활동 등으로 운영 중이다. 시험과 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숨통을 터주고 다양한 체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이 부실하고 지역별·학교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면 꿈과 끼는커녕 비교육적인 영향만 줄 뿐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아일랜드(전환학년제)의 경우 프로그램을 꾸릴 전담 코디네이터를 학교마다 배치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반교사가 진행하고 있고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공약이행을 위해 3년 만에 서둘러 전면 확대하면서 부작용이 터져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직업체험의 경우 의사 검사 등 전문직 학부모들이 많고, 자치구 내에 방문할 만한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가 너무 크니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자유학기제로 '학습공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고 사교육업체는 선행학습 호기라고 부추기고 있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면 사교육업체만 판치게 된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운영에 있어 일선 학교의 애로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고 운영지침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협조, 지역 간 불균형 문제, 프로그램 내용, 교내 준비 인원 등을 대대적으로 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아침 전쟁’ 벌이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
매출 부진의 늪에 빠졌던 미국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가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구원 투수는 바로 '하루 종일 판매하는 아침메뉴(all day breakfast)'.
5~6달러 미만으로 따뜻한 아침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맥도널드 아침메뉴는 원래 오전에만 반짝 판매됐다. 하지만 고객의 높은 수요를 반영, 지난해 10월부터 판매 시간을 하루 종일로 연장한 것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7% 증가했다. 지난 2013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걸어온 맥도널드가 아침메뉴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올 1분기에도 5.4%의 매출성장률로 맥모닝 파워를 재확인했다. 언론에서는 '맥머핀의 마법'이라며 맥도날드의 과감한 결정(?)을 추켜세웠다.
요식업계에서 아침메뉴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데다가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대로 판매를 연장할 경우, 효율적인 주방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외면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외식선호도가 변화하면서 아침메뉴는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지난해 전국요식업협회(NRA)가 발표한 요식업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은 식당에서 온종일 아침메뉴를 사먹을 수 있길 원했다. 또 미국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밀레니얼세대는 저녁시간에 먹을 수 있는 아침메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들의 바쁜 라이프 스타일과 주머니 얇아진 이들의 저렴한 아침메뉴 선호도가 수요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맥도널드의 성적표를 통해 아침메뉴가 매출신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변화에 동참했다. 더 이상 아침메뉴 개발과 마케팅에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버거킹은 올해 초부터 판매가 부진했던 아침메뉴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 타코벨은 1달러 아침메뉴를 선보였고, 서브웨이는 5월 한 달간 오전 9시까지 샌드위치를 하나사면 하나 더 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지난해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홍역을 치른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도 초리조(반건조 소시지) 부리토 아침메뉴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보겠다는 생각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간 아침전쟁이 치열해 지면서 어떤 기발한 메뉴와 마케팅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바쁜 출근길, 아침메뉴 선택이 다양해진 건 소비자들에게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2. [한국일보]도쿄 로즈
일본은 2차 대전 남태평양 전선 연합군 병사들을 겨냥, 영어방송을 송출했다. 심리전의 일부였고, 당연히 진행자 멘트는 철저히 검열 받았을 것이다. 여성 진행자들은 노래 사이사이 꾸민 목소리로 향수를 자극하고, 회유나 조롱도 하고, 죽음의 공포도 부추겼을 것이다. 군인들은 그들을 ‘도쿄 로즈(Tokyo Rose)’라 불렀다. 그 중에 아이바 토구리 다퀴노(Iva Toguri d’Aquino)가 있었다.
그는 1916년 7월 4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스윙 음악을 좋아하며 일요일마다 교회를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민자 부모는 그에게 집에서도 영어만 쓰게 했다고 한다. 1941년 그가 도쿄의 이모를 방문한 것은 UCLA 졸업선물 같은 거였다. 진주만 공습(12월) 직전이었다.
일본은 적성국적자 다퀴노에게 국적포기와 제국충성서약을 요구했고, 거부하는 그의 전시 식량배급권을 박탈했다. 살자고 찾은 일이 영어 단파방송 대본 타이피스트였다. 얼마 뒤 ‘제로 아워스 Zero Hours’란 영어 음악방송 진행도 맡는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3년간 그는 월급 150엔(약 7달러)를 받으며 ‘앤 Ann’이라는 가명으로 그 방송을 진행했다. 코스타리카 출신 남자와 결혼해 아이도 낳았다.
전후 그는 부역 혐의으로 체포돼 FBI와 미육군방첩대의 수사를 받으며 약 1년간 수감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 와중에 아이는 숨졌고, 48년 9월 다시 ‘반역’ 혐의로 미국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남편과도 생이별했다. 적개심이 팽배해있던 때였고, 그는 조국을 배반한 ‘마녀’였다. 10년 형을 선고 받은 그는 6년 2개월을 복역한 뒤 56년 가석방됐다.
신원(伸寃)이 시작된 건 인권운동이 활발하던 70년대 이후였다. 언론 취재 등을 통해 재판 기간 상당수 증언- “악의적 방송 멘트가 그의 목소리였다”- 이 FBI의 협박에 의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어쩔 수 없이 방송에 협력했던 연합군 포로들에게 그가 먹을 걸 구해준 일도 확인됐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그를 사면하고 시민권을 다시 부여한 것은 1977년이었다. 2006년 1월 미국 2차대전참전용사회는 그에게 무슨 시민상(Edward J. Herlihy Citizenship Award)도 수여했다. 그는 상을 탄 해 9월 별세했다.
3.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옥중 독서
“음식은 걱정 없어요. 다만 책이나 좀 있으면 하는데.” 1928년 겨울 중국 뤼순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단재 신채호가 면회 온 이관용(1894∼1933)에게 한 말이다. 단재는 H G 웰스의 ‘세계문화사’와 ‘에스페란토 문전(文典)’ 차입을 부탁하면서 육당 최남선에게 말했던 백호 윤휴의 ‘윤백호집’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도 절로 떠오른다.
백범 김구가 ‘백범일지’에서 수감 생활을 회고하며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는 격으로, 내 죽을 날이 당할 때까지 글이나 실컷 보리라 하고 손에서 책을 놓을 사이 없이 열심히 글을 읽었다. 감리서 직원들이 종종 와서 내가 신서적에 열심 하는 것을 보고는 매우 좋아하는 빛을 보였다.”
우남 이승만은 1899년부터 1904년까지 5년 7개월간 긴 옥살이를 하면서 선교사들이 차입해 준 책을 바탕으로 이 땅에서 최초라 할 옥중 도서실을 열었다. 스스로도 공부하기 위해서였지만 문맹과 무학자가 다수인 수감자들을 독서를 통해 깨우치려는 옥중 계몽운동이기도 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수감 중 이희호 여사에게 도서 차입을 부탁하거나 가족에게 권하는 책을 적은 서신을 자주 보냈다. 18번째 서신에서 차입을 부탁한 책들 중 일부는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 야스퍼스의 ‘니체와 기독교’, 한스 켈젠의 ‘민주주의와 철학 종교 경제’,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이다. 역사, 철학, 문학, 사회과학에 걸친 폭넓은 지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독서는 수감 생활의 고통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효능을 지녔나 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버트런드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반전(反戰) 선동 혐의로 체포되어 6개월간 복역했다. 그는 수감 중 리턴 스트레이치의 ‘빅토리아 시대의 명사(名士)들’을 읽다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감방이 떠나갈 듯 웃었다. 간수가 러셀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곳이 처벌을 받는 곳임을 잊지 마시오.”
책을 읽지 않는 핑계는 넘쳐난다. “진정 책을 읽고 싶다면 사막에서나 사람의 왕래가 잦은 거리에서도 할 수 있고, 나무꾼이나 목동이 되어서도 할 수 있다. 뜻이 없다면 조용한 시골이나 신선이 사는 섬이라 할지라도 책읽기에 적당치 않을 것이다.” 청나라 증국번(曾國藩)의 말과 옥중 독서인들의 진실한 뜻이 핑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4. [매일경제]뭔가 특별한 호주식 신제품 발표회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이자 도전이다. 특히 많은 경쟁자들이 있는 치열한 시장에서 핵심 신제품 발표회는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중요한 행사일 수 밖에 없다. 잘 진행되어 고객들의 좋은 호응을 가져온 행사는 좋은 기삿거리가 되기도 하여 신제품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호주에도 물론 신제품 발표회가 자주 열린다. 기고자는 지난 5월 10일 화요일 저녁 한 호주기업으로부터 신제품 발표회 초대를 받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발표회의 주인공이 되는 제품은 한때 카메라시장을 호령했던 왕년의 챔피언 Pentax사의 최초의Full size sensor를 장착한 K-1이란 제품이었다.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시드니 국제여객선 터미널에서 열린 발표회는 예상처럼 많은 고객들과 전문잡지사 기자들, 그리고 주최측인 Pentax 호주 수입사 및 제조사인 일본 Ricoh Pentax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이뤄졌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관련 제품 발표회에 수차례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호주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좀 달랐다. 제품의 이미지와 컨셉에 관한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치장되는 한국의 발표회와는 달리, 시제품을 여러 대 가져다 놓고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으며 장시간의 프리젠테이션은 없었고 발표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들도 제품 홍보사진을 연출하는 대신 참석자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같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신제품 그 자체가 부각되기 보다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충성 고객들과의 축제분위기가 강했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신제품이 처음 소개되는 발표회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할인가를 적용해 제품을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와인, 그리고 아름다운 모델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고객들은 지금껏 경험했던 보수적인 호주 소비자의 일반적인 모습을 벗어던지고 수천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카메라를 사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펼쳐지며, 화려하지만 정작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거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기회는 별로 없었던 한국의 발표회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 한편으로는 실리를 추구하는 현지문화가 잘 드러난 재미있는 발표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필자는 충동적으로 지갑을 열지는 않았지만 아마 한잔의 와인이 더 들어갔더라면 어쩌면 지금 한손에는 신형카메라, 다른 손에는 카드명세서를 들고 있을지 모른다.
5. [동아일보][톡톡 경제]“유아인 옷 68만원” 즐거운 나눔, 사내 경매
‘유아인 발렌티노 슈트, 구매가 245만 원, 경매 시작가 24만 원.’
지난달 20일 LG유플러스 사내 포털 사이트에 빨간 체크무늬 슈트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LG유플러스 전속 광고 모델인 배우 유아인 씨가 촬영 당시 입었던 옷이 경매에 나온 것입니다.
경매 마감일이던 24일. 이 매물은 LG유플러스 관악로직영점 이민진 점장(25)의 차지가 됐습니다. 첫 댓글로 26만 원을 써냈지만 가격이 뛰어 최종 낙찰가는 68만 원이었습니다.
“연예인 옷을 입어볼 일이 없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직 불우이웃돕기에 큰돈을 내본 적이 없는데, 제가 낸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해서 더 기쁘고요.” 이 점장의 말입니다.
이 경매는 LG유플러스가 매년 여는 사내 자선경매 행사입니다. 임원들의 개인 소장품이나 광고 모델 연예인들의 촬영 의상 등이 매물로 나오고, ‘최고가 댓글’을 써낸 임직원에게 낙찰되는 방식입니다.
본사 강당에 임직원이 아기 용품이나 책, 스포츠 용품 등을 내놓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사고파는 바자회도 같이 열립니다.
유아인의 땀이 배어 있을 체크무늬 슈트를 탐내는 분이 많았지만 이 슈트의 낙찰가는 2위였습니다. 1위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사내 자선경매에 처음 참여하며 내놓은 드론이었습니다. DJI의 ‘팬텀 3 프로페셔널’이라는 모델로 최소 130만 원에 팔리는 제품이라고 하는데, 홈단말기술팀 이용근 사원(28)이 95만 원에 가져갔습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입었던 발망 재킷(53만 원)도 낙찰가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경매와 바자회 수익금은 2200만 원입니다. 이달 중 경기 광주시에 있는 중증장애청소년 학교인 ‘한사랑학교’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올해 행사에 개인 애장품 4점(드론, 넥타이, 가죽부츠, 박지성 선수 사인 티셔츠)을 내놨던 권 부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즐겁게 참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며 “앞으로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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