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31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반기문의 대권도전 언급이 남긴 과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의 대권도전 의사를 남긴 채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어제 뉴욕으로 귀환했다. 지난 25일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대권 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했는가 하면 전직 총리·장관들과 모임을 갖는 등 광폭 행보를 과시한 일정이었다. 그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 마지막으로 이뤄진 방한이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 만했다.
이제 관심사는 그의 대권도전 의사가 앞으로 정치권 지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권에서도 친박계가 그를 대권 후보로 옹립하려는 음직임을 보여주는 반면 비박계는 시큰둥한 편이다. 야권의 분위기는 더하다. “반 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물론 반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며 과잉 추측을 경계하고 떠나갔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과거와 훨씬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그의 존재감은 내년 대선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긴급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그가 다른 여야 후보들을 제치고 우월한 차이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정치참여 의사를 부인하는 자체가 하나의 제스처로 비쳐질 뿐이다.
그가 지금껏 외교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유엔 사무총장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는 가히 독보적 위치라 할 만하다. 그의 다양한 경험을 국정에 적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수긍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정책도 갈수록 국제 문제에 연동되는 추세에 있다. 정치판에서 이전투구로 지내온 다른 잠재적 후보들보다 사고방식이 유연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단순히 바깥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반 사무총장이 유엔 임기를 마치려면 앞으로도 7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반 사무총장이 스스로 운을 뗀 만큼 정치권의 후속 움직임이 가속화되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진용 갖추기는 금물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앞으로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같은 국민으로서의 도리다.
2. 국책은행 뒷북 군기잡기 나선 감사원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국책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특별감사를 실시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한 차례 감사를 진행한 데다 이번에는 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까지 추가해 최근 다시 감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의 천문학적 부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동시다발적 접근이 자칫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보신주의를 유발해 기업 구조조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감사의 칼날을 휘두른다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척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조조정에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기업금융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실제 속내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던 것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관리와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 의혹을 가리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다시 비슷한 사안으로 6개월 만에 감사 대상에 올렸으니, 당사자들이 은근히 반발할 만도 하다.
아무리 취지가 정당하다고 해도 당사자들로서는 ‘표적감사’라거나 ‘중복감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눈길을 감사원 자체로 돌려본다면 ‘부실감사’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물론이다. 그때마다 감사를 통해 문제점의 징후를 밝혀냈다면 지금의 대량 부실 사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조선·해운 업종의 부실을 초래한 데 대한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들의 책임은 반드시 가려야 한다. 그러나 감사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무려 4조 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고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것도 정부와 채권단이 보신주의로 일관해 책임을 떠넘긴 결과라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감사원 감사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고 난 다음에 실시해도 늦지 않다.
[서울신문]
3. 20대 국회 포퓰리즘 입법 경쟁으로 시작 할 텐가
20대 국회 임기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성년을 맞이한 20대 국회에 국민이 부여한 책무는 4·13 총선을 통해 확인된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과 협치의 정치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국회가 정치 쟁점에 매몰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19대 국회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여야 3당 지도부는 이 같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번 국회에서만큼은 상생의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총선 민의를 받들겠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정 대표는 “ 총선 민의를 받아들여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과 협치의 정신으로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 잡힌 당·청 관계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민생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총선 민의인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정치 쟁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약속한 민생에 충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우리가 민생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하는 방해와 꼼수가 있지만 우리는 민생에 대한 충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민생을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민생을 챙기자고 합창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는 대결과 긴장에서 화해와 평화의 한반도로 전환, 각 분야의 격차해소, 증세 없는 복지 철회와 복지재원 사회적 합의, 안전사회를 위한 제도 정비 및 실천 감시, 부채 증가 속도 감소와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 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의 각오와 다짐만 보면 상생과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포퓰리즘’이라는 과거의 타성은 버리지 못했다. 20대 국회 1호 법안 제출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벌인 경쟁은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포퓰리즘’의 발로인 것만은 분명하다. 1호 법안을 접수시키기 위해 국회 의안과 의원접수센터에서 그제 오전부터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정도는 애교로 치부할 수 있지만 야당이 추진할 법안들을 보면 인기영합적인 요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총선에서 두 야당이 공약한 청년고용할당제는 대기업의 반대가 심하다. 나아가 더민주의 공약인 국민연금의 공적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국민연금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여소야대의 힘만 믿고 법안을 처리한다면 협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어질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회 원 구성부터 정해진 시일 내에 완료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쟁법안과 민생법안을 분리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쟁을 피할 수 있고, 여야 지도부가 공언한 대로 20대 국회가 민생을 위한 상생과 협치의 국회가 될 수 있다.
4. 반복되는 '안전문 사망', 서울메트로는 뭐했나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안전문) 사망 사고가 또 일어났다. 안전문 정비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진 것이다. 한 번 일어나는 것도 끔찍한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도대체 왜 잊힐 새도 없이 터지는지 어이가 없다. 답답함을 넘어 이제는 분노가 치민다. 숨진 외주업체 직원은 더군다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겨우 열아홉 살이다. 서울메트로는 똑같은 사고가 얼마나 더 터져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대답을 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이 사고는 서울메트로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빚은 인재(人災)다. 숨진 정비업체 직원은 안전문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 점검에 나섰고, 선로에 내려간 지 2분 만에 변을 당했다. 작업 현장에서 ‘2인 1조’ 안전수칙을 어긴 것이 화근이었다. 용역업체 직원 6명이 49개 역의 안전문 장애 처리를 맡았다는데, 그런 작업 환경이라면 일일이 수칙을 지키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고 당시 구의역에는 역무원이 3명 있었지만, 숨진 직원이 혼자 작업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와 판박이다. 혼자 작업하다 사망한 사고가 지난 4년간 3차례나 반복됐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는 용역업체 탓으로만 책임을 넘기는 분위기다. ‘지하철 역무원이 2인 1조 수리 현장을 반드시 점검한다’는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고 장담했던 게 불과 9개월 전이다. 오죽했으면 “메트로 간부들이 안전문을 직접 수리해 보라”는 원성이 터지겠나. 위험천만한 작업을 싼값의 외주로 떠맡겼다면 후속 관리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공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고 정의다. 정비 인력이 도착했다면 규정대로 역무원은 현장을 확인했어야 했다. 서울메트로는 오는 8월 용역업체를 자회사로 전환해 안전문 관리를 맡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안전의식을 뿌리째 수술하지 않고서는 근본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관계 기관들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메트로의 부실 관리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이참에 정부가 할 일이 또 있다. 헐값에 용역을 따내 인건비를 줄이려 온갖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외주 업체의 실태도 파악할 일이다. 적어도 정부 부처나 공기업에서라도 비인간적 근로 행태를 묵인하는 거래는 없어야 한다.
5. '홍만표 비리'의 본질은 탈세 아닌 전관예우다
검찰이 어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지 1개월여 만에 전직 부장판사인 최유정 변호사에 이어 사법 처리되는 두 번째 법조인이 됐다. 검찰이 내놓은 홍 변호사의 혐의는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탈세와 청탁 명목으로 수임료를 챙긴 변호사법 위반이다. 구속 기소된 최 변호사도 현재로선 변호사법 위반뿐이다. 홍 변호사와 최 변호사의 개인 비리에 맞춰진 것이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신뢰 회복이라는 국민의 주문을 저버린 채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정운호 게이트의 본질은 탈세도, 변호사법 위반도 아닌 전관예우의 실체 규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대표로부터 검찰 측에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았다. 또 정 대표 등 2명으로부터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측에 로비하겠다며 2억원을 챙겼다. 변호사법 위반에 적용된 혐의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변호사 개업 이래 최근까지 소득을 줄이거나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10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조세 포탈 혐의도 받고 있다. 홍 변호사의 범죄 내용은 간단 명료하다.
그러나 국민이 속 시원하게 알고 싶은 건 현직 검찰의 전관에 대한 예우이자 대접 의혹이다. 홍 변호사는 개업 이후 4년 동안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무려 400건을 수임해 한 해에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정 대표의 상습 도박 사건을 맡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정 대표의 1심 선고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하고도 오히려 구형량을 3년에서 6개월이나 줄였다. 또 정 대표의 보석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무방하다는 ‘적의(適宜)처리’ 의견을 냈다. 전직의 영향력은 현직의 협조 없이는 발휘될 수 없는 탓에 검찰에 정색하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수사가 홍 변호사의 개인 비리에 그칠 수는 없다. 최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홍 변호사가 미친 전관의 힘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국민은 법의 다른 잣대인 돈과 힘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내듯 전관과 현직의 고리를 끊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을 납득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러지 않으면 외부적 개입, 즉 특별검사제에 의한 수사라는 파국을 피할 수 없다.
[동아일보]
6. 대우조선에 또 낙하산…'정피아' 언제까지 챙길 건가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주 금요일 오후 4시 50분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조 변호사에게 조선업이나 구조조정의 전문성은 전혀 없다. 지난해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특조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데 대한 ‘보은 인사’로 보인다. 여론이 악화되자 어제 ‘조 변호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이대로 덮을 수 없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을 국민 앞에 다짐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 약속을 상기시키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로 경영위기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면서도 검증을 거치므로 정치인이라고 기회를 차단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관피아는 안 되고 정피아는 된다는 말인지 알 수 없지만 조 변호사도 검증을 거쳤다면 그런 검증은 하나 마나다. 공공기관도 모자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까지 낙하산을 투하하다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구조조정마저 실패할 공산이 크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부채가 18조6000억 원, 부채비율이 무려 7308%인 부실공룡이다. 수년간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감출 수 있었던 데는 대주주(KDB산업은행)의 전횡을 막지 못한 낙하산 사외이사들 책임도 컸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우조선이 산업은행 자회사가 된 2000년 이후 사외이사 30명 중 18명(60%)을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2013년 대통령 방미 때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그중 하나다. 공적자금 수혈을 앞둔 대우조선에 또 정피아를 넣는 것은 세금 도적질과 다름이 없다.
올해 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80개가 넘는다. 공공기관도 모자라 국책은행이 대주주인 기업에도 전문성 없는 정피아를 내려 꽂는다면, 종국에는 인사가 경제까지 망쳤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7. 박 대통령 순방 과잉보호하다 벌어진 우간다 해프닝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밝혔다는 청와대 발표를 우간다 정부 일각에서 부인했다 다시 인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은 2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프로파간다(선전)”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우간다 외교장관이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확인하자 부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선 “외교장관 언급이 정부 공식 발표”라고 번복했다.
현지 언론도 북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데 따른 단순 착오인지는 분명치 않다. AK소총부터 미사일까지 온통 북한제 일색이고, 북의 군사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우간다가 북과의 오랜 군사 교류와 협력을 하루아침에 단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북의 맹방이었던 우간다가 북에 등을 돌리고 우리 손을 잡기로 한 것을 과잉 홍보하려다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깎아먹는 ‘진실 게임’ 공방까지 벌어지게 만든 꼴이다.
북의 전통적인 우방 중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등도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김정은의 북에 거리를 두면서 북의 고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제7차 당 대회가 끝난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프리카 적도 기니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쿠바를 각각 방문한 것도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지막 보루 쿠바마저도 미국과 외교관계를 재수립하면서 대북관계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굳이 낮춰볼 이유는 없지만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진 일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기회를 마다하고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선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다.
[매일경제]
8. 한국 경제 악재 몰린 6월 고비 잘 넘겨야 한다
다음달 한국 경제는 나라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과 마주쳐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무엇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지뢰밭과 같은 부실 기업 구조조정 관련 악재들을 넘어야 한다. 가뜩이나 활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가 이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면 참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27일 "몇 달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옐런 의장이 직접 이런 신호를 준 건 처음이다.
미국 실업률은 이미 완전고용 수준인 4.9%로 떨어진 것으로 보이며 성장률도 2분기에는 연율 2.5% 안팎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로서는 연준이 6월 회의(14~15일) 또는 7월 회의(26~27일)에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그 충격파를 줄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음달 연준 금리 결정 회의 직후인 23일에는 영국이 브렉시트 여부를 가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아직은 근소하게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우세하지만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 설마 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금융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2년 전 1.7달러를 웃돌았던 파운드화 가치는 1.2달러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금융 허브인 런던이 움츠러들면 글로벌 자본 흐름도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 같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부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같은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면 구조조정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과 통화 완화도 어려워진다.
그럴수록 재정·통화·금융당국이 가장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시나리오별로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6월은 한국 경제에 안팎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어느 때보다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9. 세 번째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서울메트로 각성해야
지난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모씨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사건은 지난해 강남역 사고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사람이 사망한 사고는 2013년 1월(성수역), 2015년 8월(강남역)에 이어 세 번째다. 세 번 다 서울메트로가 운행을 담당하는 2호선 역사에서 발생한 것은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망한 김씨는 용역업체 직원으로 고장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홀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열차 기관사가 오작동을 발견해 관제사령에게 보고하면 전자운영실에서 용역업체에 알리는 시스템이어서 구의역 직원들은 스크린도어 이상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측은 김씨가 어떤 작업을 하러 왔는지, 2인1조의 작업수칙을 지켰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김씨가 전동차 운행을 중단시키지 않고, 혼자 작업을 한 이유는 밝혀야 할 부분이지만 용역업체의 매뉴얼 준수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서울메트로 책임도 크다.
이번 사고는 안전매뉴얼을 무시하는 안전불감증과 서울메트로의 안일한 관리가 빚은 인재(人災)다. 서울메트로는 두 차례 사고 후 안전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은 안전에 관한 핵심 업무를 용역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차원에서 1~4호선 스크린도어 보수 업무를 100% 아웃소싱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제대로 관리하면 문제가 없지만 정비 작업이 해당 역사에 통보도 되지 않고 진행되는 식이었으니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열악한 용역업체들이 비전문적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다 보니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김씨도 겨우 19세였다.
서민의 발이라는 지하철 운영업체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를 외부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직영으로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오작동률이 훨씬 낮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후 "오는 8월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을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서울메트로는 세 차례 판박이 사고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부산일보]
10. 불복종 경고등 울린 신공항 용역, 공정성 확보가 관건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 결과 발표가 다음 달로 다가왔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과 항목별 가중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용역'이 막판까지 이어진 탓이다. 이러니 객관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용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다 전문가 자문회의와 대구·경북지역에서 감지된 최근의 이상기류는 자칫 동남권 신공항이 추락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개를 들게 한다.
부산에서 '용역 불복 불가피론'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것은 '깜깜이 용역'이 부른 당연한 결말이다. 가덕도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는 내달 2일 서면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신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최소한의 평가 기준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어 9일까지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으면 용역 결과 불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국회의원들도 내달 8일 부산역광장에서 '가덕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키운 것은 용역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부의 얕은꾀에서 나온 '깜깜이 용역'이 화근이 아닐 수 없다.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최근의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평가 기준 가중치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2002년 김해공항 민항기 돗대산 충돌사고를 겪은 부산은 항공기 안전을 담보할 최소한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안전을 도외시한 '항공학적 검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부산을 비롯한 대구·경북·경남·울산의 5개 시·도가 지난해에 모여 용역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지만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은 용역까지 승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정부는 이참에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신공항 관련 의사결정 라인에 TK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공정성이 결여된 맞춤형 용역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산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용역 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용역은 저 스스로의 가치를 이미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사라지지 않는 연예계 음모론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네이버 아이디 'joy1****')
"이걸 실수라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나?" (네이버 아이디 'phdr****')
지난 27일 KBS 2TV 가요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집계 오류로 1~2위 가수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자, 대다수 누리꾼은 "딱 걸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팬들이 '조작 의혹'을 재기한 지 사흘 뒤인 30일 KBS가 "담당자 실수"라며 이를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과 의혹의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두 걸그룹 트와이스와 AOA의 희비가 엇갈린 것을 중심으로, 조작 논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존치 여부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많은 이야기와 '설'들이 파생됐다.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 순위, 각종 음원 사이트의 음원 판매 순위 등을 둘러싼 조작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의혹의 시선은 늘 제기됐지만, 관계자들은 언제나 "조작은 있을 수 없다"며 집계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사고'가 터지면 누리꾼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침(?)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 TV 수목극 '딴따라'에서도 이같은 조작 이야기가 다뤄졌다.
드라마는 신인 밴드를 키워나가는 과정의 힘겨움을 중심에 놓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원 순위 조작이 가요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고 가수를 키우기 위해 무대 뒤에서는 온갖 더러운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음을 조명한다.
이같은 묘사가 단순히 드라마 속 이야기에 머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연예계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사들의 연말 연기대상·연예대상 시상식은 물론이고, 대종상 등 각종 영화상 시상 결과도 심심치 않게 공정성 시비에 오른다.
누가 봐도 대상감이 아닌 사람이 대상을 받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벌어지면 각종 의혹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특정 스타의 활동에 권력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해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의혹은 음모론으로 확대 증폭된다.
특급 스타들의 열애설, 결혼설을 비롯해 마약사건, 도박사건 등이 터지는 '타이밍'을 둘러싸고 종종 음모론이 제기된다.
권력을 가진 자와 기관이 숨기고 싶거나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일을 덮기 위해 연예계 뉴스를 동원한다는 루머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이를 스토리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배용준의 결혼 발표, 황정음-김용준의 결별 기사 등이 나왔을 때도 음모론이 나왔고, 이같은 현상을 일부 언론은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사에는 "이번에는 ○○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라는 댓글이 자동적으로 달린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이 순위집계 오류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임에도 '뮤직뱅크'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게 오히려 그간의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대중들이 난리 안 쳤으면 그냥 은근슬쩍 넘어갔겠지"(lima****), "이번엔 도가 심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거다."('ghm3****') 등의 댓글이 신나게 달리고 있다.
귀를 잡아당기는 음모론은 언제나 흥미롭고 짜릿하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는다.
2. [뉴시스][정문재의 크로스로드]철도 재벌의 성과급
혁신은 파괴적이다. 관행과 통념을 깨트린다. 거센 반발과 저항을 유발한다. 고립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신념과 용기는 필수다.
영국의 철도 재벌 토마스 브래시(Thomas Brassey)도 그랬다. 브래시는 19세기로는 파격적인 인사관리 정책을 도입했다. 그는 자신의 인사관리가 업종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믿었다.
브래시는 187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세계 철도의 1/20을 건설했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철도를 놓았다. 그는 철도뿐 아니라 상하수도, 항만 시설 등을 건설했다. 런던의 상하수도 시스템도 그의 작품이다.
건설업이나 엔지니어링 사업의 수익성은 공기(工期)가 결정한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적자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브래시는 공기 단축에 초점을 맞춰 성과 보상 제도를 운영했다.
그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했다. 임금은 물론 숙식도 제공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도서관까지 운영했다. 임금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허다한 상황이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브래시는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권한을 위임하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했다. 공기를 단축하면 이익의 일부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물론 관리 부실로 공기가 늘어나면 벌금을 물렸다. 단, 예기치 못한 문제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현장 감독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차등 임금도 도입했다. 브래시는 생산성을 바탕으로 임금을 결정했다. 쿨리(인도 또는 중국 출신의 막노동꾼)보다는 영국인 숙련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했다. 그는 "성과를 반영할 경우 영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히려 싸다"고 강조했다.
브래시는 다른 영국 기업인들로부터 정신병자 취급을 당했다. 노동자나 인사 관리에 대한 생각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은 노동자 착취를 당연시했다.
임금은 겨우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노동자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주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1851년 호황 때도 영국 노동자 가구의 52%는 절대 빈곤에 허덕였다.
학자들조차 저임금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Malthus)는 '임금기금설(wage fund theory)'을 들고나왔다. 사회 전체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임금 총액은 고정됐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입어 착취적 제도는 하나 둘씩 철폐됐다. 현물임금제(Truck System)도 사라졌고,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어기면 감옥에 처넣는 주종법(Master and Servant Act)도 폐지됐다.
고용 계약도 보다 탄력적으로 변화됐다. 임금지급 형태도 주급, 일급, 시간급으로 다변화되는 한편 성과급제도 확산됐다.
카를 마르크스조차 성과급을 대세로 인정할 정도였다. 마르크스는 성과급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적절한 임금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마르크스는 성과급이 개인의 역량이나 개성에 더 큰 여지를 부여함으로써 노동자의 자유와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을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을 갖고 있다. 정년이 연장된 상황에서 호봉제 임금체계는 신규 고용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노동자의 생산성은 종형 곡선(bell curve)과 비슷하다. 재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생산성도 높아지다가 일정 시점부터는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한다. 반면 호봉제 임금은 재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우상향(右上向) 직선 형태를 취한다.
재직 기간이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호봉제 임금체계는 성과와 보상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생산에 대한 기여도는 낮은 데도 그 이상의 보상을 얻게 된다. 이런 불균형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도입을 서두르다가 적절한 절차를 무시하면 성과연봉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를 압박하는 것 못지않게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동영]딸아, 이민 가거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많은 여성이 불안감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여성혐오 때문에 저지른 범죄라고 판단한 이유도 있겠지만 여성이 범죄를 유발한다고 억지 부리는 못난 남성이 적지 않게 나타났던 탓이다. 이 사회에 여성혐오 생각에 빠진 못난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다’는 범죄의 일상화가 두려운 판인데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는 여성혐오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할 판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과 학교에서 생활한 뒤 병원을 찾거나 친구와 노래방에서 놀다가 귀가하는 하루 동안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디인가. 아침마다 아이와 남편을 문 밖에서 배웅하고 가볍게 뒷산에 오르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 역시 틈새를 노린 강력 범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극히 일부라곤 하지만 교사와 의사처럼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그 신뢰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평범한 뉴스가 되어 버렸다. 지하철 노래방 뒷산 마트는 흉악범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주요 장소다. 배웅할 때 집에 숨어들어 주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물러터진 대응은 불안감을 더 키운다. 2014년 범죄 통계를 보면 강간살인, 강간상해,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장애인강간 등 온갖 강간은 5078건 발생해 5051건이 해결됐다. 하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구속 기소 의견을 낸 송치 건수는 1113건에 불과했다. 누명 쓴 사례도 있겠고 구속이 능사도 아니다. 하지만 ‘혐의 없음’(1554건)이 구속 의견보다 많다는 통계를 보니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며 수사하는 건지 의문이다. 수치심 혹은 특별한 관계 때문에 피해 여성은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동의했다’는 식의 반박에다 결정적 물증이 없어 경찰이 쉽게 손을 놓은 건 아닌지 다시 살펴봤으면 한다.
범죄 불안감만 이 땅의 딸들을 휘감고 있는 게 아니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좀 나아지리라 믿었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가 돼 버리는 중이다. 현 정부 장관 중에선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이 유일한 여성이다. 다른 부처 모든 장관은 그 분야에서 어떤 여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가 보다. 유리천장 지수가 4년 연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라고 발표되는데도 정부가 “능력 위주의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중”이라고 반박을 왜 못 하는지 모르겠다.
동아일보는 국내 2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좋은 뉴스지만 두 배로 늘어 2.2%에 불과하다. 삼성은 2000명 중 58명(2.9%), 현대차그룹은 10명으로 0.9%다. 2014년 기준 페이스북은 여성 임원 비중이 25%, 트위터는 22%, 애플은 18%라고 한다.
그나마 낫다는 대기업이 이 정도이니 다른 규모의 기업이나 조직은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 회사에 소홀한 게 문제라면 남성도 아이를 키우게 하면 될 일이다. 1년 육아휴직 기간을 남편과 아내가 반씩 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다.
범죄 불안감에 더해 바늘구멍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딸도 아빠도 속 뒤집힐 일이다. 오죽하면 “딸에게 ‘아예 이민 가 살아라’라고 말하겠다”는 아빠도 여럿 봤다. 이런저런 사정을 봤을 때 실행이 어려워 보이는 사람도 푸념하듯 이런 말을 던졌다. 그때마다 “그런 말 말아요. 좋아지고 있잖아요. 우리 딸들이 컸을 때면 살기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고개만 끄덕이고 입은 떼질 못했다.
4. [동아일보][이라의 한국 블로그]언 발에 짧은치마? 아직도 못말려
오후에 행사가 있어서 1시부터 나갈 준비를 한다. 옷장을 연다. 원피스에, 스커트에, 바지와 재킷…. 걸려 있는 옷은 많은데 막상 입고 나가려면 맞는 옷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맞지 않는 옷이 점점 많아진다. 입고 싶은 옷과 숨기고 싶은 신체 부위가 여간해서는 서로 맞지 않는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한의사 한 분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이어트를 하면 빠져야 할 부위의 살이 아닌 다른 곳이 빠지고, 체중이 늘 때는 배부터 나온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젊을 때는 한두 주쯤 오이와 토마토만 먹어가면서 거의 굶어 살을 빼면 다시 맵시 나는 옷들을 입을 수 있었는데, 여자들이 소위 ‘39세’라고 대답하는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다이어트로 날씬하게 되는 게 쉽지 않고, 또 예쁘게 살이 빠지지도 않는다.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요가도 해본다. 매일같이 체중계 눈금을 확인해 봐도 눈금은 여전히 아래쪽으로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운동도 점점 띄엄띄엄 하게 되고, 산책을 가야 할 시간에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본다.
급기야 남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건다.
“운동을 조금씩만 하고, 요가는 다시 하고, 군것질은 그만하자.”
“당신이 조금 더 살이 쪄도, 아니 아주 많이 쪄서 M타이어 광고에 나오는 ‘하얀 통통맨’이 되어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까지라도 똑같을 거야. 그런데 당신이 밖에 나갈 때 예쁜 옷 입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외출할 수 있으면 좋겠어.”
반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나치게 친절한 권유다. 회사에서는 복잡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집에서는 굉장히 단순한 사람이다.
날씬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여인네들의 열정은 한국이나 몽골이나 다 마찬가지다. 몽골에선 한국에서 봄꽃이 한창 피는 5월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하고 눈이 몇 차례씩 내리기도 한다. 춥고 바람이 불어도 일단 영하 3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던 겨울이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는 4, 5월이 되면 겨우내 억눌러 왔던 ‘스타일’이 중요해진다. 얇은 옷으로 추워서 죽더라도, 멋지게 입고 나가서 예쁜 ‘아가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추위는 그 다음 생각할 문제다.
어린 시절 같이 살던 할머니께서 “미녀는 (추운 날씨에도 얇고 짧은 옷을 입고 다니고 싶어서) 봄가을에 자주 얼어 죽는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라고 자주 충고하셨다. 그 말을 수천 번 듣고 자랐지만, 추운 봄가을 날씨에도 아름다움을 위해 밖에서 하루 종일 덜덜 떨며 동상이 걸리더라도 짧은 치마에 얇은 옷으로 치장하고 다니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면 모든 학생은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나는 날인지라 교복을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예쁘게 입고 간다. 9월이면 추위가 시작돼 아침에 서리가 하얗게 내릴 때라 얇은 스타킹에 원피스 교복 하나만 입고 나가기는 꽤 추운 날씨다. 그래도 예쁘게 보이려면 그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겨울에 가장 고생한 것이 나의 귀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가지만, 옛날 몽골에서는 보온 귀마개라는 것이 없었다. 만들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 테고, 지금은 있어도 옛날에는 없었던 물건이다. 털모자라도 쓰면 귀가 시리지는 않았을 텐데, 여학생들은 당시 앞머리를 위로 올려 세우는 헤어스타일이 유행이어서 머리가 눌릴까 봐 모자를 안 쓰고 손으로 귀를 감싸고 종종걸음으로 다녀야 했다.
겨울에도 두껍고 따뜻한 털신보다는 얇은 가죽신을 신고 나간다. 학교가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10분 남짓한 시간에 발가락이 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프다가 나중에는 점점 느낌이 없어지고 걸음걸이마저 이상해질 정도다. 집에 들어가면 발이 얼어 잔뜩 부어 있기 일쑤다.
할머니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야단을 치시곤 했지만 지금은 그리운 기억들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오래된 옛날이야기를 한다고 신기하게 쳐다볼 만한 얘기다. 그렇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온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을 확인할 수 있는 기억이기도 하다.
5. [동아일보][@뉴스룸/김유영]산부인과라는 불편한 이름
중학생인 지인의 딸이 최근 동네 산부인과에 갔다. 하굣길이라 교복을 입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흘끔거리는 시선을 줄곧 받아야 했다. 그는 “왜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산부인과는 결혼한 어른이나 가는 곳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럴 법하다.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출산할 ‘산(産)’과 결혼한 여성인 ‘부인(婦人)’이 합쳐진 산부인과는 ‘임신, 해산, 신생아, 부인병 따위를 다루는 의학 분야’로 정의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성 질병은 부인만 걸리는 걸까. 여성들이 대체로 출산 관련 문제로 산부인과를 찾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산부인과에는 유방 관련 질병이나 생리불순, 여성 암 등 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진료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엄밀히 말해 산부인과는 부인이 아니어도 가는 곳이고 가야 하는 곳이다. 어쩔 수 없이 혹은 어쩌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거나(못하거나) 결혼을 안한(못한) 여성도 많다. 여자 청소년도 산부인과에 가야 할 일이 제법 생겼다.
하지만 산부인과의 ‘심리적 문턱’이 높다 보니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건 내과나 이비인후과, 정형외과에 갈 때와 좀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미혼 여성의 82.4%는 ‘산부인과 방문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변엔 마흔이 되도록 산부인과의 문턱을 밟지 않은 미혼 여성도 꽤 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의 62.3%는 ‘산부인과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 징후가 있어도 심각한 통증이 없다면 그냥 참거나 인터넷을 찾아본다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특유의 보수성과 이중성의 영향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면 성관계나 임신 낙태 등으로 온 것으로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산부인과라는 고정관념이 주는 리스크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자궁경부암만 하더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30대 여성 암환자 7명 중 1명꼴로 걸리는 병이 됐다. 이 병은 예방할 수도 있다. 암이 되기 이전, 즉 전암(前癌) 단계가 7∼20년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병에 대비해 검진을 꼬박꼬박 받아야 하는 이유다.
한때 대한산부인과학회를 중심으로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내과 등 다른 과에서 진료과목이 겹치거나 여성 환자를 뺏길 걸 우려해 반대하는 데다 의료법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는 일제강점기 때 이름으로, 그대로 쓰기에는 세태가 많이 변했다. 지금은 국가가 만 11∼12세 여아들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시대다. 또 올해부터는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대상 연령이 만 30세 이상에서 만 20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부인만 산부인과에 간다고 하기엔 다양해진 삶의 형태만큼 방문자 층위도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다. ‘부인이 아닌 여성’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이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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