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 정윤회 파동과 새누리당의 태도
■ 정윤회 파동 : 실세 진돗개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오만방자한 행태
■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41209화]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도로 나아가라
‘정윤회 문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어제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재소환하는 한편, 박 경정에게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 비밀회동 의혹을 처음 전한 것으로 지목된 지방국세청장 출신 박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대질조사도 진행했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윤회씨도 문건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고소인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발인 자격으로 1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청와대의 고소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 겉으로만 보면 수사는 꽤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예정된 결론’으로 향한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정치검찰’에 대한 불신이 큰 터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수사 가이드라인’과 다름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박 대통령은 그제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지난 2일 청와대 회의 때보다 발언 내용도, 어조도 더 강경해졌다.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도 없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 상황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확신에 찬 언급은 ‘수사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선 ‘위협성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화법에 따르자면, 검찰 수사를 통해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제기된 숱한 의혹들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자체가 대통령을 흔드는 행위가 되는 셈이다. 도를 넘은 오만이자 수사권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딜레마에 빠진 검찰의 처지가 안쓰럽다 못해 측은할 지경이다. 오죽하면 검찰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겠는가.
검찰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줄줄이 떠맡아 곤욕을 치렀다. 이번 사건은 전 정권이 연루된 과거 사건들과 달리 현재의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일들의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 난감한 상황을 돌파하는 길은 딱 하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도를 따르는 것이다. 무엇이 정도인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들 가운데 검찰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해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것뿐이다.
[중앙일보 사설-20141209화] 문건 사건의 본질은 소통 부재와 비밀주의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사설 정보지)’라고 규정하면서 여권 지도부의 발언이 강경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사건을 야당에서 다시 또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사안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는 이 일을 이용해 여권을 뒤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야당이 ‘비선(秘線) 실세들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자 12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그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한 직후 나온 발언들이다.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강경 발언은 열흘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문건 파동으로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 살리기 같은 시급한 국정 과제들이 차질을 빚거나 국정 운영에 혼선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사건으로 나랏일이 올 스톱되거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들의 발이 묶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문건 사건은 청와대의 소통 부재와 비밀주의가 빚은 참사다. 정권 초부터 되풀이되고 있는 인사 참사(慘事), 장관·수석비서관들조차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하기 힘든 풍토, 지나친 비밀주의가 불통을 낳고 불통이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비선 논란으로 비화된 것이다. 단적인 예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년 넘게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 온 인사들조차 정윤회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명(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국정 농단과 인사 개입의 배후로 의심해 온 게 이번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어제 있었던 ‘아침소리’라는 새누리당 의원 모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이 낮고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하태경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 상반된 해석을 내고 이를 각자 확신하고 있는 건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증거”라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을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에 대해선 “오래전에 곁을 떠난 사람”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청와대 핵심 비서관 3명에 대해선 “물의를 일으키거나 잘못한 적이 없다. 임무를 충실히 해 왔다”고 두둔했다. 3명의 비서관은 문건 사건 수사선상에 오른 핵심 인물이다. 그런 만큼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은 자제했어야 했다. “비서실장을 바꾸든, 비서관 3인방을 바꾸든 본질적인 문제가 안 바뀌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여당 의원들의 문제 인식과도 괴리가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 운영의 전반을 되돌아보고 손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인사 시스템의 혁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209화] ‘문고리 게이트’ 아니라고만 할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모임에서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나는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걱정을 빼고는 아무것도 겁나거나 두려울 것이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흔들릴 이유가 없는 사람이며 제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 그렇기에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찌라시에나 나올 허무맹랑한 얘기라면 도대체 왜 나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이렇게 시끄럽단 말인가. 사안의 파장에 비춰 보면 안이한 상황 인식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지만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이나 책임 있는 조처 없이 검찰 수사만 지켜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왜 자꾸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판에 검찰이 오로지 진실만을 위한 수사를 한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해당 문건이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되고 유출된 것이라면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할 게 아니라 빼도 박도 못할 반대 증거를 내놓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옳다. ‘문고리 권력’의 인사 개입 의혹과 비선 실세 간의 권력다툼 의혹의 본질은 놔두고 대통령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만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애국은 특정인,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잡음은 정권 초기부터 흘러나왔다. 마침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도 모자라 대통령이 스스로 임명한 장관과 진실게임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비상한 상황인 것이다.
정윤회씨와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문고리 3인방’의 말이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끝내 끼고 돌 셈인가.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을 묻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으니 비정상의 정상화는 고사하고 불의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출발은 인사다. 청와대가 봉건시대를 방불케 하는 환관권력, 인사전횡 논란을 겪는 와중에도 여론에 귀 막은 인사는 간단없이 이뤄지고 있다. 여당조차 사퇴를 촉구한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주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임명장을 받았다.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인사를 은행장에 낙점했다고 해서 말들이 많다. 박 대통령은 ‘겁나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강조했지만 천심과도 같은 민심만큼은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의 62.7%가 이번 의혹을 법체계를 흔드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수족 같은 측근이라도 물리치는 게 도리다.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는 말에 여당 인사들은 폭소를 터뜨렸다지만 국민은 그런 농담 아닌 농담에 웃을 기분이 아니다. 청와대까지 가서 비선 의혹을 해소하라는 민심을 전하기는커녕 ‘각하’라는 철 지난 표현을 써 가며 대통령 응원 박수만 치다 온 여당 지도부도 ‘십상시’ 못지않게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선이든 여당 지도부든 권력의 단맛에 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리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서슴없이 보일 수 있겠는가. 요컨대 박 대통령은 고질화된 불통 국정운영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지금 원칙과 상식의 회복보다 더 급한 것은 없다.
■ 정윤회 파동과 새누리당의 태도
[한국일보 사설-20141209화] '정당'포기하고 '靑2중대' 안주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국민적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한 검찰수사가 성역 없이 빨리 진행돼 잘못 알려진 부분은 국민의 오해를 풀어드리고,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 가운데 어디에 김 대표의 의중이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고 한 걸 보면 그 속내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취지에는 정권 흔들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숱한 인사 참사와 위기대응능력 부재, 당청 소통부재를 놓고 김 대표가 과거 수 차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실 문제를 비판해왔던 전력에 비춰본다면 순치인지, 본질에 눈 감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따지고 보면 문건 파문은 청와대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 중의 한 현상일 뿐 아니라, 비선 실세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일부나마 드러난 점을 보더라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여당 대표의 인식은 한가하다. ‘오래 전 대통령 곁을 떠나 연락도 끊긴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안면도 없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시도하며, 이 비서관이 전화를 받지 않자 청와대 부속실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중의 한 사람이 전화 받기를 요구했다는 사실, 그리고 얼마 못 가 이 비서관이 다른 이유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적 시스템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선의 문제, 비서실 전반의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모임에서 김 대표는 물론이고 61명의 당 지도부 모두 2시간 동안 쇄신을 위한 진언, 건의 한마디 없이 대통령 띄우기에만 열중했으니 참 딱하다. ‘정윤회 문건’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대통령의 인식에 누구 하나 토를 달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정국을 이끌고 여론을 살펴야 할 집권당의 기능이 마비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철저한 검찰 수사를 위해서도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문고리 3인방이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왜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견제와 비판은 야당만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나라가, 정부가 바른 길로 가게 하는 데는 여당의 견제만한 게 없다.
지금 여당 지도부가 수사의뢰ㆍ고발 등으로 공세를 높이는 야당에 “혼란을 부추긴다”느니 하며 반격하는 것은 옹졸한 대응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여당의 일이다. 새누리당 초ㆍ재선 모임이 어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국정운영의 불투명성과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들면서 내놓은 청와대 인사와 인사시스템 혁신, 공적 소통시스템 강화, 인사추천실명제 등 혁신 방안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국가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09화] ‘각하’ 외치며 아부나 하는 새누리당의 한심함
청와대 오찬과 그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시대는 변했어도 박근혜 정권의 당-청 관계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이 불가능해 보이는 청와대에 이어 집권여당마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현 시국과 민심을 누가 수습하고 국정운영을 제대로 해나갈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라고 하지만 이는 외교·국방 분야에서 그러할 뿐, 국내 정치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상하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이 겸했던 집권당 총재직을 없애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도 7일 청와대 오찬에서의 새누리당 지도부 발언을 보면, 입법부의 다수당 지도부가 대통령 신하가 되길 자처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몸’이라는 아부성 발언만 판을 칠 뿐, 국민 관심이 쏠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청와대 운영에 대해선 일언반구 비판의 말이 없다. 심지어 1990년대부터 비공식 자리에서도 사라졌던 ‘대통령 각하’란 표현까지 여당 원내대표는 스스럼없이 썼다.
김무성 대표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잘못된 건 시정하자”고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게 거의 유일한 ‘쓴소리’였다고 하는데, 그런 두루뭉술한 말 한마디로 끝나도 될 만큼 새누리당은 지금 상황을 한가롭게 보고 있는 것인가. ‘비선 국정농단 의혹’을 둘러싸고 여론은 악화할 대로 악화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는 박근혜 대통령 농담에 박장대소나 하는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애완견이라 불려도 딱히 대답할 말이 궁할 것이다.
이러니 오찬 다음날부터 여당 대응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8일 아침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비선 의혹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논의 없이 야당을 향한 세찬 공세만 무성했다. 전날 ‘각하’란 표현으로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췄던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이 청와대 비서실까지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한 건 정치 금도를 넘은 것이고 국정마비라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방패를 자처하는 행위 자체가 삼권분립의 ‘금도’를 넘었고, 국정마비를 가져오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집권여당의 무능·무소신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나마 “이번 논란이 국정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초·재선 의원 모임 ‘아침소리’의 기자회견이 여권 내 거의 유일한 다른 목소리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금 상황이 야당의 정치공세만 그치면 평온해질 거라고 정녕 믿고 있는 것인가. 민심엔 귀를 닫고 대통령 해명만 가슴에 품는 태도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 보았는가. 여당 지도부는 스스로 물어보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09화] 집권여당은 어디에 있는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비선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다짐을 신뢰할 국민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전날 청와대 당·청 오찬에서 국정을 뒤흔드는 ‘비선 의혹’이나 청와대 운영 문제에 쓴소리는 한마디 없이, 경쟁적으로 낯뜨거운 ‘박(朴)비어천가’를 불러댄 새누리당 지도부다. ‘비선 의혹’의 한복판에서 열린 당·청 회동임에도 수습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시중의 민심을 전달하는 기본 책무조차 외면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비선의 국정개입을 믿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국정운영이 근인이라고 보고 있다. “루머”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강변에도 불구, 민심이 왜 이러는지를 정확히 전함으로써 대통령이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여당의 몫이다. 여당의 ‘소통 기능’이 고장 났으니,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언행이 자꾸 민심과 동떨어지는 것이다.
‘비선 의혹’이 터진 뒤 새누리당은 줄곧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본질에는 눈을 감고 곁가지에만 열을 올리거나, 아예 “입이 없다”(이완구 원내대표)고 회피했다. 비선의 국정농단 의혹을 확인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증언이 나왔을 때도 심각성을 자각하기는커녕 “인간 됨됨이” 운운하며 ‘대통령 경호대’ 노릇에 급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이라는 박 대통령의 노기(怒氣) 어린 행동지침이 떨어지자, 새누리당은 “찌라시”를 복창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지도부는 일제히 “국정 흔들기 중단”을 외치고,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찌라시에 국민이 더 이상 관심을 안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외려 국민을 훈계하려 들었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란 얘기를 듣는다.
이제 ‘비선 개입’과 문건 유출·기강 해이 등 청와대 난맥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교정되기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통령 바로 옆에서 벌어진 비선의 국정개입과 인사 전횡에 대해 남 탓만 해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요지부동에 비춰 총체적 책임이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문고리 3인방’ 퇴진 등 쇄신 조치도 물 건너간 듯하다.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불투명한 국정운영이 도마에 올랐을 때 여당이 제역할을 다했다면 사태가 여기에 이르지 않았을 터이다. 청와대가 자체 정화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여당마저 민심을 직시하지 않고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비선 권력이 국정을 농단하는 한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오만방자한 행태
[한국일보 사설-20141209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오만방자한 행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큰 딸인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땅콩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항공기이고, 스스로 기내서비스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승객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 있다. 더구나 250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고 이미 항공기가 출발한 상황이었다니 그 안하무인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항공기는 사무장이 없는 상태로 비행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조 부사장은 5일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일등석에 탑승했다. 그런데 한 승무원이 조 부사장에게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채 건네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호통을 쳤고,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사무장을 불러 서비스매뉴얼을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사무장이 관련 규정을 즉각 적시하지 못하자 당장 내리도록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로 고성을 질렀다 한다.
아무리 선의로 이해하려 해도 도를 넘은 언동이다. 승무원 서비스가 문제라면, 기내 승객 앞에서 고함칠 일이 아니라 조용히 시정을 요구하거나, 귀국해 관련 교육을 강화하면 될 일이다. 또 항공안전 및 보안법에 ‘승객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기체 이상이나 승객 안전이 아닌 승무원 서비스 문제로 이륙 직전의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리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 한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기내에서 다른 대기업 임원이 폭언과 행패를 부린 세칭 ‘라면 상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조 부사장은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중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는커녕 특권의식에만 사로 잡힌 우리 사회 재벌 2,3세들의 비뚤어진 행태의 전형이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 든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고 깊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토부도 진상 조사를 통해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의 항공안전 및 보안법 위반 여부를 밝혀야 하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09화] ‘재벌 세습’ 적폐 드러낸 대한항공 부사장의 패악
마치 소왕국의 전제군주를 보는 듯하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5일 미국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출발하려고 활주로를 향하던 대한항공기를 돌려세웠다.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은 승무원의 땅콩과자 서비스가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고함을 지르고, 규정을 설명하려고 온 수석 승무원(사무장)에게도 소리를 치며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조 부사장의 행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하기에도 부적절한 ‘갑질 중의 갑질’이다. 또 항공보안법도 우습게 안 오만방자의 극치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비행기에서 나가라 한 것은 직원을 종으로 알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조 부사장의 명령에 비행기는 활주로 앞에서 되돌아가 승무원을 내려놓고 2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고 한다. 400명이나 되는 승객들은 피해를 보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 행패이자 기장의 권한을 멋대로 침해한 월권행위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사무장도 없이 비행기를 출발케 했으니 이것도 항공보안법 위반이다.
지난해 대기업 임원이 라면이 덜 익었다며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조 부사장은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며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라면 상무’는 저리 가라 할 횡포를 저지르고, 법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승무원들이 느꼈을 모욕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 놓고도 조 부사장은 일이 커지자 기장과 협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발뺌하는 모양이다. 기장을 물고 들어가는 것도 어디서 많이 본 저열한 책임회피다.
조 부사장의 횡포는 이 나라 특권층의 의식구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이든 금력이든 가졌다 하면 인권도 팽개치고 법도 무시하는 것이 대통령 이하 특권층의 모습이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라는 총수 가족 신분으로 고속승진을 거듭해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대한항공 부사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하와이 원정 출산’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회사 안에서 직원들 위에 군림하다가 물의를 빚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천민자본주의의 천민권력 현상이다. 가진 자들에게 사람다움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중앙일보 사설-20141209화] 부사장 한마디에 출발 지연시킨 대한항공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 리턴’은 간혹 있다. 항공기 운항 규정상 기체 결함으로 정비가 필요하거나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인 없는 짐을 발견했을 때 다. 주인 없는 짐은 폭발물을 의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운항 안전과 관련된 경우에만 램프 리턴을 하게 돼 있 다.
한데 대한항공은 견과류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조현아 부사장의 호통으로 램프 리턴을 강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조 부사장은 뉴욕 JFK공항에서 비행기가 활주로로 향하던 중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견과류 서비스를 하지 않는 데 호통을 치며, 사무장을 내리도록 명령하면서 비행기가 기수를 돌려 다시 게이트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25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의 연착은 물론 활주로의 다른 항공기에도 폐를 끼쳤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로 오너 가족 임원이다. 현재 기내 서비스 부문 등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기내 서비스 수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내 문제인 만큼 내부적으로 해결할 일이다. 부사장이라 해도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는 승객이며, 승객은 기장과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이는 안전운항을 위한 기본 수칙이다. 또 활주로에선 기장이 승무원 지휘·감독을 비롯한 운항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한데 대한항공에 따르면 기장은 이유도 묻지않고 대뜸 기수를 돌렸다는 것이다. 또 기내 서비스를 총괄해야 하는 사무장도 없는 상태에서 운항했다. 승객들은 영문도 모르고 연착과 서비스 부실의 피해를 당해야 했다. 항공 운항의 기본 수칙도 안 지키는 임원과 그런 임원 눈치 보느라 승객을 우습게 아는 기장이 존재하는 대한항공. 이게 대한항공의 현주소라면 소비자로서 이런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야 하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내부 문제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무거운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209화] 승무원 내리게 한 조양호 한진 회장 딸의 갑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출발 직전의 비행기를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갑질’은 우리나라 재벌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1등석에 탔다가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을 물어보지도 않고 봉지째 건넨 게 잘못됐다며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이어 비행기를 후진시켜 매뉴얼을 제대로 못 찾은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이런 소동 속에 영문도 모르는 250여명의 승객들은 20분 이상 출발이 늦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들의 시간적 손실과 불편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땅콩 과자를 봉지째 준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라고 해도 나중에 자기들끼리 매뉴얼을 놓고 따지면 될 일이다. 자가용 비행기도 아닌데 여객기를 무작정 돌린 것은 어처구니없는 갑질 중 갑질이다. 항공법상 기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안하무인격인 월권행위이기도 하다.
기장은 기체결함 등의 이유로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승객 난동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오너가(家)인 항공사 임원이 기내 서비스를 이유로 기수를 돌리게 한 것은 항공 역사에 기록될 전무후무할 기록이다. 더구나 회장 딸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사무장 없이 비행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월권도 이만저만한 월권이 아니다. 항공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 항공법에는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장이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 부사장이 관련 법을 어겼는지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봐주기식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가 재벌의 눈치를 본다면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한 점 의혹 없이 위법 사항을 가려 조 부사장은 물론 대한항공 측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하와이 원정 출산으로 입길에 올랐다. 원정 출산은 사생활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은 분명 다르다. 도덕성 논란도 아니며, 단순한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자기 회사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벌 3세의 비뚤어진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내에 탑승한 승객 250여명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마음대로 비행기를 후진시킬 생각을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거창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벌의 딸이라는 이유로 회사 경영에 나섰다면 최소한 직원을 노예나 종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상식 정도는 지녀야 되지 않나. 아버지의 후광으로 그 자리에 오른 조 부사장은 직원들을 ‘머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한겨레신문 사설-21041209화] ‘적자 걱정’ 평창올림픽, 검토할 만한 ‘분산 개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의 경기장을 한국과 일본이 서로 나눠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건설비용은 막대한데 사후 활용 가능성은 적은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의 경기장을 다른 나라의 기존 시설로 돌리자는 것이다. 올림픽위원회는 다음주 중 일본 나가노 등 썰매 종목 경기장 후보지 12곳 명단을 한국에 보내고 1~2월 중 직접 방문해 세부 내용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재정문제는 심각하다. 올림픽 개최 도시는 막대한 경기장·기반시설 공사비와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사후 유지·운영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겨울올림픽을 치른 러시아 소치가 50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림픽 유치 도시 대부분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 2022년 겨울올림픽도 유력 도시들이 유치를 포기한 상태다. 도쿄도도 경기장 신축 계획을 일부 취소했다고 한다.
평창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강원도의 부채규모는 지금도 6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올림픽 관련 시설에는 사업비의 70~75%를 국가가 부담하게 한 특별법 때문에 사전 환경성 검토나 예비 타당성 조사도 없이 건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투자 가운데 과잉·중복 투자는 왜 없겠는가. 경제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썰매경기장도 올해 하반기에 1200억원 규모로 이미 착공된 상태다. 이들 비용은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경기장마다 매년 수십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유지·관리 비용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올림픽위원회의 제안은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이미 경기장 건설을 시작했으니 때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지·관리 비용과 장래 활용도 등을 생각하면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과 보상금, 위약금 등을 부담하더라도 지금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예산을 절감하고 재정압박을 최소화하자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
[중앙일보 사설-20141209화]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 포함해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위기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7일 평창 올림픽과 관련, 분산 개최를 의미하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의 적용을 거론했다. 로이터통신은 “평창 올림픽 썰매 종목을 일본 나가노(長野)에서 치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결정적 이유는 강원도가 최근 개최권 반납을 언급하는 등 단독 개최 능력에 의구심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핵심은 돈이다. 최근 약 1300억원을 들여 평창에 개·폐회식장을 포함한 ‘올림픽 플라자’를 짓기로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재정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재정자립도가 21.6%(지난해 기준)에 불과한 강원도는 건설비 75%의 국비 충당을 주장하지만 기획재정부는 30%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는 개최권 반납을 거론했으며 이를 지켜본 IOC는 평창의 개최 능력을 의심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삼수 끝에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의 입장에서 분산 개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라는 IOC의 압력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예산 투입으로 급한 불을 끌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경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국민 세금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지금 평창 올림픽 조직위와 강원도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대회를 구조조정하는 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평창은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의 사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창은 과도한 투자로 재정이 거덜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과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강원도는 올림픽이 더 이상 ‘훈장’이 아니고 냉혹한 현실임을 자각해야 한다. 스폰서와 재정지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평창은 지금부터 올림픽 분산 개최를 포함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09화] 동·하계 올림픽 분산 개최 IOC 제안 설득력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일부 종목의 교류 개최를 추진하는 모양이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을 각각 치른 양국이 일부 종목의 개최지를 서로 바꿔 대회 비용을 줄이고 낭비를 막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양국 체육계와 개최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올림픽의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개최는 매우 바람직한 일로서 적극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가뜩이나 최근 올림픽은 천문학적인 개최 비용은 물론 사후 활용성이 떨어지는 경기장과 시설 문제 등으로 개최지에 큰 부담과 후유증을 안기는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가 유치를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다. IOC가 이번 모나코 총회에서 올림픽 유치 과정 간소화와 도시·국가 간 올림픽 분산 개최, 올림픽 종목 탄력 채택 등 강도 높은 개혁안을 담은 ‘아젠다 2020’을 채택하려는 배경과도 직결된다고 하겠다.
현재 IOC가 분산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는 종목은 썰매 경기다. 평창에서는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장인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가 건설되고 있지만 예산과 공사지연 문제, 불법 벌목 시비, 사후 활용방안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축 비용 1228억원 가운데 국비가 921억원이고, 강원도가 307억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나가노 스파이럴 복합경기장을 이용하면 당장 들어가는 이런 목돈은 물론 대회 후 연간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유지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게 된다.
강원도와 평창은 IOC의 제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미 신설 경기장 6곳을 모두 착공한 상태인 만큼 대회 준비와 사후 활용 방안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일본과 나눠서 개최하는 것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는 점도 들고 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IOC의 제안을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치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테면 IOC가 썰매 경기장 분산 개최의 취지대로라면 스키활강경기에서 ‘투런(2Run) 규정’을 허용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단 3일 경기를 위해 500년 된 원시림을 파괴해야 하는 가리왕산 스키활강경기장도 대안을 찾는 게 가능해지는 셈이다. 평창의 진정한 성공은 친환경 동계올림픽의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209화]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론 나온 이유부터 따져 보라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의 분산 개최 논란에 휩싸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을 한국과 일본에서 나눠 치르게 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경기장 건설비 부담을 줄이고 사후 활용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나온 얘기다. 이어 IOC 평창올림픽 조정위원장도 “한국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이며, 결정 시한은 내년 3월 말까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원도와 주개최지인 평창 주민들은 “분산 개최 논의가 계속된다면 대회 반납도 불사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IOC의 분산 개최 제안은 일단 내부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IOC는 지난달 올림픽 개최 도시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최근 들어 국력을 상징하던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대회가 막대한 공사비 부담 등으로 매력이 떨어지면서 신청지가 줄고 있다. 2020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던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주민투표 끝에 개최 실익이 적다며 철회한 바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올해 치른 인천아시안게임과 브라질월드컵은 사후 시설 활용안이 골칫거리로 부상해 있다.
분산 개최 논란은 그동안의 준비 미흡 등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도전 3수 끝에 대회를 유치했지만 준비를 총괄하는 위원장이 바뀌는 곡절을 겪었고, 대회 개·폐막식장 건립을 놓고도 강릉과 평창이 오랜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최근에야 평창 슬라이딩센터(썰매종목 경기장) 등 6곳의 경기장이 모두 착공돼 대회 준비 일정이 빠듯하게 됐다. 정부와 강원도는 시설 건립비 분담을 놓고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으레 따르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지원금도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IOC의 제안을 접한 강원 도민과 개최지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서상으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도 이를 수용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예산은 당초 책정했던 8조 8000억원을 훌쩍 넘겨 13조원에 이를 것이란 말도 나온다. IOC의 분산 개최 제안은 투입 예산 대비 활용 논란을 빚고 있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덜어 주는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주요 종목을 일본에서 개최할 수는 없다. 차제에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설마 감사원의 권한투쟁 때문이야 하겠는가마는
공무원들의 감사 공포증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어제 한경 보도다. 공무원들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받을 것을 꺼려, 관련 법과 조례에 따라 얼마든지 재량권을 갖고 내줄 수 있는 인허가까지 질질 끌거나 아예 불허한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을 부정적으로 유권해석하고, 근거에도 없는 서류를 요구 하는 등 보신행정의 유형도 다양하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이유도 없이 장기간 발이 묶여 있는 피해 사례들이 한둘이 아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그림자 규제를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공무원이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인허가를 내주면 특혜를 줬다는 식이 된다면 규제완화나 탄력적인 조장행정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감사 결과 잘못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조직 내에서 한직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공무원들 스스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인허가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안 내주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기업들은 ‘지자체가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규정은 십중팔구 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통령이 면책까지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행정을 강조하고 단두대까지 언급하는데도 규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감사, 코드감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다. 이런 행태는 김영삼 정부가 정책감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던 때부터 시작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국책사업인 4대강 감사를 세 차례나 했던 감사원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말기에는 대학과 금융회사까지 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국고가 들어간 곳은 감사의 대상이 된다고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 감사원의 권한 투쟁이요 낙하산 투쟁이며 인정투쟁으로 비칠 지경이다.
물론 공무원의 자의적인 재량행정 확대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정책감사는 대부분 재량권 자체를 부정하고 규제개혁 의지를 꺾어놓는 힘으로 작용할 뿐이다. 더구나 정치 바람이 점점 심해지는 중이다. 폐해가 너무 크다. 미국 등 선진국 감사원이 정책감사에서 손 떼고 회계감사에 특화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KB에 이어 우리은행도 이런 식으로 망칠 셈인가
정치금융 논란 끝에 낙점된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임기가 2년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한다. 통상 3년인 임기를 반납한 채 시작하는 셈이다. 조만간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이 내정자의 임기를 이달 31일부터 2016년 말까지 만 2년으로 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2년 안에 우리은행 민영화를 마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정부지분이 57%인 국영은행이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행장과 임기를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1만5000여 임직원과 1900여만명의 고객을 거느린 은행이면 무엇이든 그것에 합당한 논리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낙점 과정이 시끄러웠어도 한번 정했으면 최선을 다하도록 제대로 된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맞다. 2년 뒤 나갈 행장이라면 리더십은커녕 조직장악부터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임기 2년짜리 경영진이 미래를 위한 중장기 플랜을 짤 수도 없다. 되레 조급하게 결정하다 화만 자초할 수도 있다. 국유은행 경영자로서 책임에 충실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손실로 귀결된다.
민영화 완료와 행장 임기를 연계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이순우 현 행장도 민영화 일정에 맞춰 임기를 1년7개월로 짧게 잡았다지만, 이미 2년3개월간 행장을 거쳐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할 때 새로 정한 임기다. 이번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혹여 정치금융 비난여론을 의식해 행장 임기를 줄이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수준 낮은 관치다. 또한 이 내정자가 행추위 면접에서 스스로 임기를 민영화 시점까지라고 언급한 것도 부적절하다. 정부가 정할 일이지 행장 후보가 언급할 일은 아니다. 억지춘향 노릇이라는 것이 뻔히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겠다던 네 번째 민영화도 이미 실패한 마당이다. 못 파는 것인지, 안 파는 것인지 모르겠다. 매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 이 판에 행장임기를 민영화에 연계하는 것은 속이 보이는 레토릭이다. 하루를 하더라도 영원히 할 것처럼 경영하는 것이 CEO 덕목이다. KB에 이어 우리은행도 뒤죽박죽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은행을 망칠 텐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오죽하면 '이한구 특별법' 까지 나오겠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규제를 일시적·제한적으로 풀어주는 ‘창조경제 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신기술 시범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현행법상 온갖 규제에 막혀 엄두도 못 내는 현실을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개선해 보자는 취지다. 얼마나 규제가 많으면 이런 법까지 등장할까 싶다.
사실 규제에 막힌 신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들고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무인자동차는 일반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어서 시험운전조차 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서 한정된 기간에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의료기기 연계 스마트폰, 무인항공기 등도 그렇다. 왜 이한구 특별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 특별법이 제정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특별법은 시범사업 심의위원회(가칭)가 사업 타당성을 인정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승인으로 신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법률에 정한 기준, 규격, 요건 등이 적합하지 않거나 법령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특례를 적용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문제는 특정된 신기술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이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신기술이 특별법 대상이 되는 게 아닌 ‘포지티브 방식’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특별법 적용대상 신기술 리스트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시 온갖 이전투구나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슷한 목적의 산업융합촉진법을 만들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ICT특별법도 마찬가지였다. 개별법상 규제들을 놔두고서는 특별법이 아니라 그 이상의 법을 만들어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신기술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도 넝쿨처럼 얽힌 개별법상 규제들을 과감히 들어내는 게 근본 해법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외국인 제주도 땅 매입 막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외국인이 제주도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매매할 때 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무역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강창일 의원이 발의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무분별한 제주도 토지 매입을 규제하기 위함이 도입 취지다. 외국인이 무허가로 매매하다 적발되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허가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도 할 수 없다. 사실상의 '토지거래허가제'인 셈이다.
2010년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한 후 외국인의 제주도 토지 취득 규모는 올 6월 기준 1,378㎡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 규모로 올해 공시지가 기준 8,300억원에 이른다. 실거래가격은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이 사들인 토지는 올 6월 기준 592만㎡, 금액으로는 5,807억원 상당에 이른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싹쓸이하고 다닌다는 말이 소문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난개발 우려와 함께 불법 카지노 운영 등에만 눈독을 들이는 해외 투기자본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중국 뤼디그룹의 드림타워 사업에 제동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국 폭력조직의 불법 비자 취득이 적발되는 등 허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는 만큼 투자이민제도를 재점검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외국인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법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제주도를 홍콩·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서 부작용을 문제 삼아 법을 고치겠다고 하면 누가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겠는가. 행정의 일관성·연속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제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번 잃은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서 7% 성장 굳어지나
중국 지도부가 저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경제에 정책 코드를 맞추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9일부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신창타이 정책방향을 정한다. 새 정책의 대강은 5일 시진핑 국가주석 겸 총서기를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제시됐다. 회의에서는 "거시경제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신중하면서도 굳건한 통화정책을 추진해나간다"고 밝혔다.
신창타이는 10%를 넘나들던 초고속 경제성장 시대와의 결별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성장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는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성장산업과 서비스업을 강화하고 전통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도 가일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목표가 현재의 7.5% 안팎에서 7.0% 안팎으로 조정되고 추가 금리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와 밀접한 한국은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는 당장 내년에 0.5%포인트가량의 성장률 목표 조정과 더불어 수출입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 통화량 증가율 등 대부분 지표에서 감속이 예상되는 만큼 이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 수출 다변화, 제품 경쟁력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신창타이 정책은 중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마당에 제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부동산 활성화, 외부 수요 등에 의존한 성장으로는 더 이상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경제체제 전환에서 자칫 중국보다 늦어질까 염려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09화] 새누리당 혁신안 추인, 관련법 개정까지 이어져야
새누리당이 8일 마침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의원총회에서 추인했다. 선거철 단골 메뉴인 대가성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 국회판 '무노동 무임금'이 핵심이다. 11일 1차 의총에서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좌절됐던 보수혁신위원회 안들이 이번에 대부분 추인됐고 '공직선거법'과 '국회의원수당법' 개정까지 추진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의총은 이밖에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도 의결했으며 자의적 선거구 획정(일명 게리멘더링)을 차단하기 위해 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 등 제3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도 두도록 했다. 국회의원이 관행처럼 맡아온 체육 관련 단체회장 수행이 불가능해지고 게리멘더링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차 의총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의 설득 노력이 주효했던데다 비판여론이 컸던 점도 의총 추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대표적 특권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개선안이 보류됨으로써 '반쪽'에 그쳤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체포특권 남용 문제에 동의하면서도 '헌법상 권리'를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가 제시한 개선안이 국회의 책임성을 강화한 방안임에도 이에 반대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혁신위는 개선안에서 국회 회기 중 영장 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하도록 허용, 체포동의안을 시한(72시간) 내 처리하지 못할 경우 폐기가 아니라 계류된 것으로 간주, 체포동의안의 기명투표 등을 제시했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대국민 공약이다. 특권, 권위주의적 행태가 국민적 비판과 정치불신을 불러오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국민 앞에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혁에 실패하면 '보수'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배척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혁의 출발이 어디였는지를 잊지 않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정윤회 파동 : 실세 진돗개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여현호(논설위원)-20141209화] 개 이야기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실세나 비선의 존재를 일축하려는 것이겠지만, 청와대 관저 입구의 두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가 낯선 이에게는 짖어도 관저를 자주 드나드는 실세에게는 꼬리를 흔든다는 이른바 ‘실세 인증견’ 보도도 있었으니 곱씹어볼 만한 농담이다.
박 대통령은 2월5일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진돗개가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해요.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하여튼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복종을 다하는 진돗개가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개가 유달리 주인 눈치를 본다는 점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다. 개 42마리를 상대로 공이 든 단지를 찾는 실험에서, 개들은 처음엔 주인이 관심을 보인 단지를 골랐지만 주인이 보이지 않자 금방 공이 든 단지를 골라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실험에서도, 애완견들은 늑대들과 달리 소시지가 든 상자의 뚜껑을 한 마리도 열지 못했지만 주인이 ‘열어’라고 명령하자마자 곧바로 뚜껑을 열었다.
애견가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 견줘 외향적이며 규범을 강조하는 성향이라는 연구도 몇 있다. 올해 미국 캐럴대의 연구가 그랬고, 2010년 4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그렇게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디언 래크먼은 처칠이나 링컨 등 민주적 지도자들이 고양이 애호가였던 반면, 히틀러와 서태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엘리자베스 1세,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등 절대권력자의 상당수가 애견가였다고 꼽았다.
대통령 말고도, ‘비선 실세’라는 정윤회씨는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토끼 사냥 뒤 쓸모없어져 삶아지는 신세인 ‘토사구팽’의)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 지냈는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고 말했다. 반대편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자신을 “워치도그”(감시견)라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개 이야기가 무성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민아(논설위원)-20141209화] 실세 진돗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반려견은 미국의 ‘퍼스트 도그(first dog)’인 ‘보’가 아닐까 싶다. 포르투갈 워터 도그 종인 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09년 백악관에 입성했다. 오바마는 보가 외로워하자 지난해 같은 품종의 ‘써니’를 데려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스코티시 테리어 ‘바니’를 사랑했다. 밥 우드워드의 <부시는 전쟁 중>을 보면, 부시는 “(아내) 로라와 바니만 나를 지지한다 해도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낀 ‘버디’는 르윈스키 스캔들로 유명세를 탔다. 클린턴 부인 힐러리는 자서전에서 “(스캔들이 들통난 뒤) 가족 중 유일하게 빌을 따른 건 버디였다”고 썼다. 뭐니뭐니 해도 미국 대통령 중 ‘최강 애견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일 것이다. 루스벨트의 반려견 ‘팔라’는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고 매주 수천 통의 팬레터를 받았다. 워싱턴의 루스벨트기념관에는 루스벨트 동상과 나란히 팔라의 동상이 서 있다.
반려견은 고독한 정치지도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동시에 따뜻한 인간적 면모를 부여하는 정치적 효과도 갖는다. 한국 대통령 중에도 개를 좋아한 이들이 많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러 종의 반려견과 함께했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개가 ‘큰영애’ 박근혜 대통령이 사랑했다는 스피츠 ‘방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애지중지한 진돗개 ‘송이’와 ‘서리’는 2003년 재산 압류 당시 경매대상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를 키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보더콜리 ‘누리’에게 애정을 쏟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 ‘청돌이’를 나중에 사저로 데려갔다.
지금 청와대의 퍼스트 도그는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실세는 없다. 있다면 청와대 진돗개”라는 취지의 농담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농담도 때와 장소를 잘 만나야 농담 구실을 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언급에 “(토끼를 잡은 뒤 쓸모없어진) 사냥개가 돼 숨어 지냈는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는 정윤회씨의 언론 인터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니 말이다.
■ 그 밖의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시론/김용섭(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조합원)-20141209화] 대학 구조조정의 그늘, 비정규 교수
올해 1월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그 기본 방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에 선제 대응해 금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나누고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하며 평가 등급에 따라 학생 정원을 차등 감축하여 총 16만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양적 규모 축소에만 초점을 맞춘 이 ‘구조개혁’ 방안에서 한국 대학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잘라내고 줄이기식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만이 대학을 뒤덮고 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대학강사를 비롯한 비정규 교수들이 신음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한국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앞두고 평가지표 중 가중치를 두는 요소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 당장 평가점수를 높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데만 몰두해 있다. 정작 좋은 교육을 위한 방안과 계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교육역량을 끌어올리고 우수한 인재들을 키워내며 미래에 대처할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바로 이런 알맹이 빠진 고등교육 정책의 중심에 비정규 교수 문제가 있다. 비정규 교수는 대학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지만, 교권이 없으며 부당한 처우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서 고용불안으로 고통받는다. 교육부와 대학은 교육자요 연구자인 이들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하고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해고해도 되는 계층으로 취급할 따름이다.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침 마르게 외치는 이번 구조개혁안에서도 고등교육에 몸담고 있는 비정규 교수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해결하거나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당국이 대학이 비정규 교수에 대해 신경 쓸 지표 하나 개발하는 데도 인색하니 비정규 교수의 교육노동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대학강사의 신분 안정과 생계 보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강사법’ 개정을 새로 해야 한다며 2013년 12월 법 시행을 2년 유예해놓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마저도 대책 강구에 손을 놓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비정규 교수 문제를 익히 알고 있을 황우여 현 교육부 장관도 도통 아무 말이 없다. 아니 그저 외면과 방기로 일관한다. 주무부처 수장이 그러하니 대학들도 비정규 교수에게 학사관리 의무만 부과할 줄 알지 교권 보장에는 강 건너 불 보듯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대학정책 입안자와 국회, 대학이 대학 교육자의 절반이 겪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교육현장에서는 인건비는 줄이면서 평가를 좋게 받으려 꼼수를 써가며 정규직 전임교원 대신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일쑤인데 어떻게 고등교육이 나아질까. 교육부가 읊어대는 ‘좋은 대학, 질 높은 교육’은 대학의 그늘, 곧 비정규 교수 문제를 둘러싼 비정상을 걷어내지 않고는 헛구호일 뿐이다. 비정규 교수 문제는 지금까지처럼 비용 경감과 교육자본의 이해득실에 따라 밀고 당기는 식의 논쟁 대상으로 바라보아서는 결단코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까지 역대 정권과 교육부는 대학, 그중에서도 자기 돈은 별로 들이지 않고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도 주인 행세나 하는 사학재단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바빴다. 그런 정책 어디에도 비정규 교수가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안고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안정된 여건을 마련하는 개혁 내용은 없었다. 그 결과 교육부의 대학개혁 외침은 번번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또다시 대학 구조개혁을 한다며 대학으로 하여금 평가지표에 맞춰 점수 올리기에나 매달리게 하고 정작 중요한 교육의 내실과 대학의 ‘교원 아닌 교원인’ 대학강사를 비롯한 비정규 교수들의 처지는 도외시하면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뿐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41209화] 세상은 요지경, 그래도 달라졌는걸 …
옷장을 열 때마다 심란했다. 겨울 반바지, 여름 부츠도 제멋이라지만 좀 심했다. 여름옷·겨울옷이 뒤죽박죽, 털장갑과 자외선 차단용 팔 토시가 뒤섞여 있고 버릴 것, 입을 것이 한 서랍에 들어 있고. 하지만 옷장만 닫으면 아무 문제 없다. 문제 없는 게 문제다. 보기엔 멀쩡하니 정리를 미루는 거다.
드디어 날을 잡았다. 일단 몽땅 꺼냈다. 방바닥에 펼쳐놓고 정리를 시작했다. 미련 없이 버릴 것, 재활용함에 넣을 것을 선별한 후 서랍에 넣으려는데 아랫집 아줌마가 왔다.
‘이 집도 정신 하나 없구먼. 머리도 없고 팔다리도 없는 반토막 여자 시신이 산속에서 나왔대. 나라가 왜 이 모양인지 원.’ 투덜거리며 그녀는 갔다.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되풀이되는 사건들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우성들이다. 처음엔 우울하더니만 이제는 막 신경질까지 난단다.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없어지고 또 터지고.
뉴스 제공하는 곳도 단골이 따로 없다. 임 병장 사건으로 군대에서 시작하더니만 캐디를 껴안고 가슴도 건드리고 요지경 속 골프장. 미행을 시켰다 아니다 거짓말하면 내가 나서겠다고 싸우는 정치권. 교수가 술집에서 하던 짓거리를 제자 앉히고 연습하는 학교. 만취 상태로 수술한 간 큰 의사. 해외자원개발에 엄청난 돈을 ‘묻지마’식으로 투자한 멍청한 공기업. 성능 미달의 무기가 무더기로 적발된 국방부. 어디 조용한 곳 하나 없다.
요즘따라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없던 문제가 새로 생겼나. 천만에. 예전에도 군대에선 폭력이, 골프장과 학교에선 성희롱이, 힘을 쥔 자들은 돈 받고 뭐든 눈감아줬고, 정치권에선 입에 거짓말을 달고 살았으며(뻔한 결과 나올 걸 알면서도 자기 자식 아니라고 우기던 걸 봐라), 나랏돈은 함부로 낭비했었다. 책임을 물으라고? 혼자만 까칠하게 굴 것 뭐 있냐 했다.
달라진 건 하나다. 예전엔 죄가 아니던 것도 지금은 죄다. ‘좋은 게 좋은 거’라 했던 것이 ‘좋은 것도 구별해야 되는’ 걸로 바뀌었다.
슬금슬금 몰래 한 짓, 죄인 줄도 몰랐던 짓, 이왕 터뜨린 김에 정리 한번 깨끗하게 하자. 똑같은 짓을 두 번 다시 못 하도록 아주 호되게 엄벌하자. 범죄를 재생산하게 만드는 솜방망이 처벌. 그것을 보는 국민들은 허탈하고 지칠 대로 지쳤으며 지겹기까지 하다.
‘비리 척결’. 꺼냈으면 가차 없이 도려냄이 옳다. 서랍 정리한답시고 꺼냈다가 시늉만 하고 제 서랍에 도로 넣는 짓은 나는 하지 않으련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건영설(논설위원)-20141209화] 정년(停年)
정년 연장이 또 추진되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앞장서고 인사혁신처가 구체안을 마련 중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현재 60세인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게 골자다.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65세다!
그동안 권고 사항이던 근로자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4월이다. 개정법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또 65세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당의 속내는 뻔하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당근으로 주는 것이다. 공공기관 민간기업도 덩달아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감소 인원이 적어지는 만큼 신규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버지가 오래 근무하게 되면서 자식이 들어갈 직장이 사라지는 꼴이다. 정년제도는 애초에 젊은 사람들의 취업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정년제의 출발은 비스마르크 치하의 독일에서였다. 보불전쟁에 승리한 비스마르크는 승리의 비결이기도 했던 징병제의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징집된 병사들이 점령지인 프랑스에서 민주주의와 화려한 도시문화를 보고는 고향으로 내려가질 않는 것이다. 일없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을 취업시키는 대신 65세 이상의 ‘할아버지’들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정년퇴직제다. 대신에 퇴직하는 사람들에겐 국민연금을 주겠노라고 약속한 것이 비스마르크 복지의 출발이었다. 1889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정년이란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125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는 연금수령일을 눈앞에 둔 고령 근로자 정년을 연장시켜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년이 긴 나라일수록 청년 실업률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취업률이 40%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고용시장에 또 메가톤급 태풍이 부는 형세다. 이렇게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피해자는 더욱 늘어만 간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정년을 없애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한 만큼 받는 생산성 연동 임금제, 더 이상의 임금인상 없이 계속 일하는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되면 나이로 정년을 정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어진다. 기득권에 영합하려는 정치세력이 있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209화] 램프 리턴
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가운데 누가 더 어지냐고 물었다. 자장은 활달하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한 반면 자하는 만사에 조심하면서 '나만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대조적인 인물.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답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라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유래다. 공자는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인 중용(中庸)을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
8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인터넷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려(램프 리턴) 사무장을 내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1등석에 탄 조 부사장은 땅콩 등 견과류 봉지를 건네던 승무원에게 "승객의 의향을 물은 다음 접시에 담아 내와야 하는데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혼낸 뒤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사무장을 불렀다. 사무장이 서비스 매뉴얼에서 관련 규정을 즉각 찾지 못하자 램프 리턴을 지시했다.
조 부사장의 조치는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기내 주방까지 찾아가 잡지로 얼굴을 때리는 식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과는 분명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램프 리턴은 항공기 정비가 필요하거나 주인 없는 짐이 실린 경우,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취하는 조치다. 서비스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자사 직원에 대한 질책용으로는 부적절하다. 항공법과 항공보안법은 기장이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 감독하고 램프 리턴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갖도록 돼 있다. 조종사가 공항관제소에 뭐라고 둘러댔을지도 궁금하다.
승무원이 일등석 기내 서비스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이는 엄격히 말해 규정 위반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조 부사장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위치의 기장에게 램프 리턴을 지시한 것 역시 엄격히 말하면 규정 위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