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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주요 이슈

 

■ 국토부, 땅콩회항 자체감사 결과 발표

■ 고용노동부,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 발표

■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 통준위 대북 회담 제의

■ 정부, 규제 완화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국토부, 땅콩회항 자체감사 결과 발표

 

[한국일보 사설-21041230화] 땅콩회항 국토부 자체감사 미흡하고 신뢰 못해

 

국토교통부가 ‘땅콩 회항’ 사건 조사와 관련해 특별자체감사를 벌여 공정성 훼손과 부실조사를 인정하면서 서승환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관련 공무원 8명을 문책(중징계 1명, 징계 3명, 경고 4명)하는 선에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미 검찰에 구속되어 있는 계약직 직원인 김모 항공안전감독관만 중징계 하는 수준인데다, 김씨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나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없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 시점에서 재조사는 부적절하고 추가조사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잘못은 인정하되 더 밝힐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 장관은 사과문에서 “조사단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감독관 중 1인이 대한항공과 유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에 대해 큰 실망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 기관의 유착관계를 1인에 한정시키고 있어 국토부가 사태를 여전히 안이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서 장관은 사태 초기에 대한항공 출신을 조사 담당자로 내세웠다가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일자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특히 이번 자체감사로 밝혀진 것만 봐도 국토부는 정부기관으로써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듯 하다. 사건조사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 부재로 조사 직원간 역할분담, 조사계획 수립, 보고체계 구축 등 초기대응이 미흡했다고 자인했다. 그나마 조사과정에서 공정성 훼손을 야기했다. 대한항공을 통해 조사대상자 출석을 요청하고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동석하도록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위가 있었다. 여 상무는 박 사무장 대신 답변하거나 보충 설명하는 등 12차례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탑승객 명단 등 기초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초동 조사가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여 상무와 수십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다. 국토부 감사가 시작된 17일 이후에는 연락 흔적을 일부 삭제하기도 했다. 정부기관으로써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땅콩 회항’사건 조사와 이번 특별자체감사 결과를 볼 때 국민들이 국토부를 더 이상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성과 사과만으로 이번 사태를 덮을 수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감사원의 감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항공좌석 업그레이드 문제는 국토부만이 아니라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30화] 국토부, 항공안전 책임질 수 있나

 

국토교통부가 29일 특별 자체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조사가 불공정하고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공식 인정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 쪽에 알려준 대한항공 출신 김아무개 항공안전감독관을 중징계하는 등 모두 8명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서승환 장관은 “감독관 1명이 대한항공과 유착된 사실이 확인된 것에 대해 큰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당연한 조처로, 국토부 스스로 믿음을 갉아먹는 모습을 보였으니 입이 몇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감찰 결과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우선 조사 대상과 방향, 방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관을 투입해 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진행됐다. 대한항공을 통해 조사 대상자 출석을 요청하고, 조현아 부사장이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는 대한항공 임원을 한동안 동석하게 했다. 공정성이 훼손되게 한 부적절한 행동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김 감독관은 대한항공 임원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런 조사가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토부의 행태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문제가 마무리되려면 아직 멀었다. 검찰이 구속된 김 감독관과 대한항공의 유착관계를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김 감독관의 계좌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검찰은 대한항공에서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다른 국토부 공무원 3명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국토부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서 장관은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체계 전반과 안전관리 조직 및 전문인력 구성, 채용 방식 등을 원점에서 진단해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비판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미봉책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항공사와의 유착관계를 청산할 실효성있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 관련 사설

 

[중앙일보 사설-20141230화] 관피아 비리, 해도 해도 너무했다

 

검찰이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유착이 얼마나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1월부터 12월 24일까지 전국 검찰청에서 특별수사를 벌여 52개 공공기관 및 산하단체의 전·현직 임직원과 업체 대표 등 390명을 입건하고 이 중 256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폐해를 지적하는 언론의 집중적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8월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여 만에 놀랄 만한 수치의 비리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임직원들은 공사·납품계약, 직원 채용 및 인사, 연구개발, 대출·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관련 업체 측으로부터 금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기관장은 독과점 구조 속에서도 엉터리 실적평가와 부실한 경영감시 시스템에 편승한 방만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검찰은 “임직원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2008년 290조원에서 2013년 523조원으로 급증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공기업의 비리 단속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경제적 성장은 물론 정치적 안정과 투명한 사회라는 구호는 관피아 비리 척결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와 관련해 8명의 공무원을 문책하기로 했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조 전 사장에 대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해당 사무장의 폭로와 언론보도가 잇따른 뒤에야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또 대한항공 측에 조사 내용 등을 알려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공무원의 금품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서둘러 징계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국토부 공무원들의 ‘부정 승급’ 의혹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간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새해에도 관피아에 대한 수사는 꾸준하고 집요하게 이뤄져야 한다.

 

 

■ 고용노동부,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 발표

 

[한국일보 사설-20141230화] 비정규직 늘리는 비정규직 대책, 勞도 社도 "반대"

 

정부가 어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공약한지 2년 만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본인이 원할 경우 최장 4년까지(현재 2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이를 안건으로 보고하고 논의를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불참한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총도 “비정규직 고용 규제만 강화한 대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형태별 맞춤형 대책”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학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비정규직 차별해소 대책이 미흡한데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로 인해 되레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현재는 1년)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하고, 기간 연장 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임금의 10%인 이직수당까지 주도록 하고, 계약갱신 횟수를 2년에 3회로 제한하는 등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금지 법규를 무시한 온갖 편법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마당에 기간제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릴 경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4년을 일해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법을 지켜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던 기업들까지 기한 연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기업의 정규직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간 연장에 반대했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간 연장 등 편법을 동원해 고용률 수치를 높이는 데 급급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비롯한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핵심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발상도, 이번 대책을 ‘규제 강화’라고 비판하는 경총의 반응을 보면 어불성설이다. 55세 이상에 한해 파견근로를 전 업종으로 확대한 것도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의 기반을 갉아먹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노사정위는 내년 3월까지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한 3개 의제를 우선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뿐 아니라 한국노총과 경총도 각기 대책을 내놓은 만큼 신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30화] 비정규직 양산 부추기는 게 비정규직 대책인가

 

고용노동부가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35살이 넘은 비정규직(계약직)의 고용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늘리고, 정규직도 근로계약 해지와 취업규칙 변경 기준 등을 완화해 지금보다 고용보호 수준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길 소지가 큰 안이다.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노사정위 불참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정부는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종합대책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나, 대화 상대방인 노동계에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반응이다.

 

노·정 간 간극이 이렇게 큰 이유는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의 내용이 애초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처음 대책 마련에 나설 때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차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뒤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규직 과보호 해소’ 등 엉뚱한 화두가 정부 안에서 떠오르더니 종합대책의 방향은 결국 흐려졌다. 정부안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규직 남용 방지가 아니라 남용 여지를 더 키우는 대책이다.

 

노동부가 제시한 대책의 근거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현장 기간제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간 연장을 바라는 답변이 많았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에 있는 노동자에게 답이 뻔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해놓고서, 그 결과를 근거로 대는 것이다.

 

고용기간 제한을 4년으로 연장하면 현재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비정규직 규모는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간 연장 조처는, 숙련도 높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조차도 더 길게 비정규직으로 부릴 수 있는 기회를 기업에 주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을 이유도 줄게 된다.

 

국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통계청 집계로 669만명(전체의 35.5%), 노동계(노동사회연구소) 분류 기준으로는 852만명(45.4%)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들어 탄력근무제,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이 추진되면서 비정규직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임금과 처우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균형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얼마 전에 낸 ‘비정규직 이동성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이 1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하고 정규직 보호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대로 강행할 경우에는 엄청난 저항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41230화]비정규직만 늘릴 우려 큰 정부 종합대책안

 

정부가 어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놓았다. 근로개선책도 포함돼 있으나 대체로 비정규직을 보다 더 자유롭게 사용하려는 재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주요 내용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확대하고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쉬운 해고와 임금 깎는 방안도 포함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철폐라는 사회적 요구와는 정반대다. 우리는 이번 대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 정규직을 흔들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인 데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조차 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꿔 말하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빌미 삼아 정규직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대책에는 성과가 낮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성과위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방안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노사불신이 심하고, ‘쪼개기 계약’ 등 왜곡된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정규직 임금을 깎아 비정규직 임금을 올려줄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비정규직 남용 방지책도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갈 공산이 더 크다. 비정규직 당사자가 원하면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용안정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동계 전체 차원에서는 사탕발림일 뿐이다. 비정규직 고착화와 신규 직원채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임금 숙련노동자의 돌려쓰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하려는 기업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파견 대상을 55세 이상과 고소득 전문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역효과가 우려된다.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책으로 제시한 정규직 미전환 이직수당 신설이나, 퇴직금 수령자격 시한을 1년에서 3개월로 줄인 것도 기업의 법 위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형태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정규직으로의 전환과 차별 해소다. 사용기간 연장과 허용 직종 확대, 몇몇 처우개선책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이번 대책은 노사정 논의를 위한 정부 측 제시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정의 이름을 빌려 정책 추진을 밀어붙일 것이란 의심을 받아왔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질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력히 요구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뿐 아니라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비정규직 종합대책 기업부담·규제만 늘리나

 

정부가 29일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 자체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제시하고 공식 논의를 요청했다. 일반직 고용해지 기준·절차를 마련하는 등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강화 대책도 들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차별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608만명)나 되는 비정규직은 임금이 정규직의 64%에 불과하고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차별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문제는 정부 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도, 시장친화적이지도 않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 확대는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유연성 확보라는 국내적 특수성과 시장경쟁 심화에 따른 기업 비용절감 노력의 일환이라는 보편성이 맞물려 있다.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일반화한 현상이다.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파견근로자 사용업무·사유·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차별은 규제하되 신축적인 인력운용이 가능하도록 파견근로 등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균형을 추구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계속 불법으로 남겨둔 채 55세 이상 고령자 등에 대한 규제만 완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은 탄력고용을 무기로 앞서가는데 낡은 규제의 틀을 깨지 않고 기업에만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양산의 핵심 원인인 정규직에 대한 노동관련법상의 과보호 해소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저성과 근로자 해고방안을 마련했다지만 그 절차와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균형감각도, 정규직의 고통분담도 결여된 비정규직 대책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한겨레신문 사설-21041230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29일 전체 내용이 공개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내용과 형식, 추진 방식 등에서 모두 문제가 많다. 정부는 이 약정이 이미 이날 0시를 기해 발효했다고 말하지만, 체결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지난 26일 이 약정에 서명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정부는 ‘정부 간 협정’이 아니라 ‘국방당국 간 약정’이므로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한 행태다. ‘나라 사이 상호원조, 안전, 국민에 부담을 끼치는 문제라면 이름을 불문하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한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그동안 이 사안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해온 정부 스스로의 약속에도 어긋난다.

 

이 약정의 추진 배경과 내용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이 이 약정 체결을 밀어붙인 주된 이유는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 구조를 만들려는 데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구축과 직결되며, 이 엠디는 중국을 핵심 대상으로 한다.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편에 묶어 대중국 전선에 나란히 세우기 위한 기본 틀로 이 약정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에도 이 약정은 큰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북한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정해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것 자체가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군사대국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대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할 여지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실익도 거의 없으면서 외교·안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는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일본에 기댈 이유가 없다. 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더 뻣뻣해질 것이다. 이 약정을 자신에 대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보는 중국의 반발도 부담이 된다. 북한 또한 핵·미사일 역량을 더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약정은 결국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안보구도로 이어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 재연기라는 ‘독사과’를 미국에게서 얻어내는 대가로 서둘러 이 약정 체결에 나선 것으로 의심된다. 갈수록 진창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정부가 약정 체결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230화] 국민을 우롱한 국방부의 거짓말

 

29일 발효된 ‘한·미·일 3국 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 약정’을 놓고 ‘밀실 추진’ 논란에 휩싸였던 국방부가 체결 시점을 놓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일이 29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사흘 전인 23일, 일본과 한국은 각각 26일 약정서에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29일 0시 약정이 공식 발효된 지 수시간이 경과한 이날 오전에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사실을 밝히며 “송구스럽다”고 했다. 국방부가 국민과 언론에 명백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오죽하면 여당 소속 황진하 국방위원장까지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질타했을까.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는 많을수록 좋은 게 우리 처지다. 한·미·일 군사정보 교류는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제한한다는 조건 아래 국익 차원에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절차다. 2012년 7월 이명박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 교류 협정을 국무회의에 기습 상정하려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반발이 일자 ‘없던 일’로 하고 덮었다. 국방부는 이 악몽이 재연될까 두려워 약정이 발효될 때까지 체결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까지 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론을 도외시한 채 몰래 체결된 약정이라면 역풍을 맞게 마련이고, 효과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국방부가 한 거짓말은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이 선임들의 끔찍한 가혹 행위로 숨진 사실을 석 달 넘게 은폐하다 인권단체가 폭로하자 마지못해 시인한 게 엊그제다. 지금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 이런 군대는 아무리 최첨단 무기로 무장해도 백전백패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상당수 외교안보 현안을 여론의 공감대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교안보 현안은 투명한 추진이 필수적이다. 국회 사전보고를 회피하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일본과 군사정보 약정을 체결한 건 우려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 통준위 대북 회담 제의

 

[한국일보 사설-20141230화] 정부 대북 제의, 새해 남북관계 돌파구 돼야

 

정부가 어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내년 1월 중 남북 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북측의 대화파트너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다. 통준위의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내년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가 적어도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가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북측의 국방위원회 간에 진행되던 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북측이 통준위 명의의 우리측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난해 7월 통준위 출범에 대해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라고 비난했던 것과 달리 북측은 어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발송된 우리측 전화통지문을 수령했다. 앞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대통로를 열자”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점에 비춰 마냥 배척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형식과 격을 갖춘 대화가 중요하긴 하지만 남북고위급접촉이나 이번에 제의한 회담의 의제가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북측의 분별 있는 판단을 예상한다. 통준위는 어제 이산상봉에서 스포츠문화교류, 남북을 포함한 국제적 경제협력 등 남북한 협력을 위한 구체적 추진방향을 밝힌바, 우리 정부의 대북 제의나 다름없다. 북측은 천안함 폭침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북경제제재(5ㆍ24조치)와 금강산관광 중단 해제가 당면 현안이다. 이 문제는 통일부 소관 업무이니만큼 통준위 부위원장인 류 장관이 책임 있는 당사자다. 다만 남북고위급접촉 중단의 원인이 된 우리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쌍방이 유연한 자세로 문제해결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통준위-통전부간 회담은 북측의 체면을 고려한 제안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북전단 문제는 남북 모두가 기존 입장을 접기가 어려워 남북고위급접촉의 장애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다른 대화 루트로 현안을 논의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기왕에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살려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대화를 위한 대화가 회담을 열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는 전례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1차 고위급접촉 이후 남북 쌍방이 현안과 쟁점에 대한 충분한 숙의 기간을 가진 만큼 해결 방안이나 절충안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뻔한 요구와 대응으로는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과 한반도 긴장완화, 동북아의 평화분위기 조성이 남북 모두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230화] 남북, 대화 재개로 상생의 광복 70주년 맞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내년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하자고 어제 북측에 공식 제의했다. 올해 발족한 민·관 합동의 통준위가 남북 대화 창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통준위는 정부 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에게 보냈고, 북측은 이를 수령했다. 류 장관은 통준위를 대화 주체로 한 데 대해 “통준위의 활동을 북측에 설명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통일 준비라는 의제에 걸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남북 간에 청와대-국방위원회를 창구로 하는 고위급 회담이 한 차례 성사됐던 점을 감안하면 대화 채널을 바꾸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가 닫힌 상황에서 대화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회담 의제에 대해선 내년 설(2월 19일) 전의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상호 관심사라고 류 장관은 밝혔다.

 

  정부 측이 연말에 선제적으로 대북대화 제의를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연초에 대화의 물꼬를 터야 내년의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 상생의 협력과 평화 정착의 새 장을 열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에 의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후의 5·24 제재 조치의 완화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 류 장관이 이날 밝힌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이나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은 5·24 조치의 해제나 완화 없이는 본격화될 수 없다. 남북 모두의 공공재(公共財)인 개성공단 확대와 새로운 남북 합작 공단 건설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마침 20여 개의 경제특구를 설치해 외자 유치를 꾀하고 있다. 북한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90%를 차지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우리의 유연한 대북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대화가 이뤄지면 남북 관계의 새 청사진을 북한에 제시하기 바란다. 크고 작은 사업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로드맵을 갖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설득력이 생긴다. 남북 축구대회나 평화문화예술제는 남북 화합의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남측의 대화 제의에 조건 없이 호응해 나와야 한다. 북한의 경제난 탈피와 민생 회복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남한밖에 없다.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성사는 남북 관계의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올해처럼 대화와 위협을 병행하는 화전(和戰) 양면 전술로 나와서는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핵 문제 등에서 상황을 악화시켜 양보를 얻어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 관계는 3년 탈상(脫喪)을 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새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광복 70주년인 내년은 남북이 불완전한 평화, 단절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원년이 돼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이젠 북한이 남북화해 진정성 행동으로 보여줘야

내년 1월 중 남북 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하자는 제안이 담긴 통일준비위원회 명의의 전통문이 29일 북측에 보내졌다. 통준위 정부 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면서 "이 만남으로 설 전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안은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북한의 대남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신년사가 내년 1월1일에 나올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발표시점이 다소 이례적이다.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제시된 회담 안건도 하나같이 긴요한 것들이다. 무엇보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정례적 상봉, 서신·영상편지 교환 등의 실행이 다급하다.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안한 남북축구대회와 평화문화예술제·세계평화회의 개최, 남북문화협정 체결은 물론 나진·하산 사업과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경제협력 과제도 논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작업을 구체화하고 국제기구와 남북이 DMZ 생태계 공동조사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준위의 이번 제안은 시기적절하며 정당하다.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는 새해는 분단을 해소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는 한편 남북이 힘을 합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은 북한 지도부의 태도변화가 선결돼야 가능하다. 북한은 최근 남북고위급 접촉에 합의해놓고도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트집 잡아 무산시켰다. 지난해 6월 남북당국회담 추진 때도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다툼으로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래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개선이 어렵다.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도 필수적이다. 공은 북으로 넘어갔다. 북이 남북화해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 관련 사설

 

[서울신문 사설-20141230화] 남북, 분단 70년 한반도 새 지평 열어야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5년은 모두가 알 듯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7500만 겨레가 더 없는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받아안은 지 70년이 되는 해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고, 한 목숨이 생을 정리할 시간을 맞이할 만큼의 오랜 세월이건만 두 동강 난 한반도는 지금껏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 분단 70년 역사의 물꼬를 돌려야 하는 민족적 명제는 그래서 더더욱 절실하고 간절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이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4년째로 접어드는 내년은 남북 관계에서 일대 전환점이 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본다. 무엇보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이에 따른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더이상 견뎌 내기 어려운 수위로까지 치달은 상태다. 전통 우방인 중국은 북한을 혈맹이 아닌 ‘일반국가’로 격하시키며 거리를 한껏 벌렸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는 핵과 미사일을 넘어 북한의 척박한 인권 실태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을 선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안으로는 다소 나아진 식량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빈곤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장성택 처형 이후 잠재적 체제 불만 세력의 위협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치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제1비서로서는 체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와 획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것이다.

 

북한 당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도 2015년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의 하나인 ‘행복한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임기 중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해 남북 관계의 획기적 변화와 이를 발판으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정상 가동이 절실하다. 2018년 2월까지의 남은 임기 중 가시적인 남북 관계 발전의 틀을 구축하려면 내년을 넘길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어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인천대 석좌교수의 이름으로 새해 초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갖자고 제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류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서부터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 남북 당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포괄적이고 다층적으로 논의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본다. 천안함 피폭과 연평도 포격, 박왕자씨 피살 사건, 그리고 이에 따른 5·24 대북 제재조치 등의 해법은 앞으로 펼쳐 낼 남북 협력의 청사진이 얼마나 크고 높고 넓으냐에 따라 얼마든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의 장벽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자신을 넘어 2500만 북한 주민과 한반도의 내일을 위해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맞잡기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소극적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게 아니라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즉각 임해 서로의 현안을 모두 꺼내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과감한 행보를 택해야 한다. 지금의 고립에서 벗어날 출구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으며, 자신들의 경제적 궁핍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개방과 남북 협력에 의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 정부, 규제 완화

 

[서울신문 사설-20141230화] 핵심은 피해 간 ‘규제 기요틴’ 실효성 높여야

정부가 그제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 153건 중 114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8개 경제단체가 개선을 건의한 안건 가운데 4건 중 3건꼴로 한 달 만에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루만 연체해도 한 달치 연체금을 물리던 4대 보험료 연체금 산정 방식을 1일 단위로 고친 것이나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콘도나 리조트에서도 팔 수 있도록 확대한 것 등은 작지만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치다. 정보기술(IT) 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막았던 전자금융의 자본금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나 통신요금인가제, 프로 스포츠 경기장 규제 등을 풀어 준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 가며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단두대’라는 단어 자체도 섬뜩하지만 “진돗개는 물면 살점이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 ‘원수’, ‘암덩어리’라는 거친 표현까지 이어졌다. 정작 이번 조치에서는 그러나 가장 민감한 핵심 현안인 수도권 규제완화와 노동 관련 규제완화는 모두 빠졌다. ‘추가 논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뒤로 미뤄졌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굵직굵직한 안건을 제외하고 고만고만한 규제완화만 잔뜩 집어넣어 결국 ‘질’보다는 ‘양’을 늘려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 23건 중 절반인 파견과 대체근로, 해고요건 등 노동관련 규제들은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피해 갔다. 30년 넘게 묵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완화 역시 손을 대지 못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의 반발과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한다고 해서 지방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은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타당성이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신규 투자가 이뤄지는 건 분명한 만큼 이번에 결론을 이끌어 냈어야 했다. 이해 당사자의 반발과 정치적인 득실 관계에만 휘둘려 아무것도 못 한다면 정부가 진정 규제완화 의지가 있는지마저 의심받게 된다. 실제로 핵심 사안을 다 빼고 넘어가면서 ‘기요틴’이라는 표현에 걸맞지 않은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 홍보만 요란하게 하고 실익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경제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핵심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정부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필요한 규제를 없애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중앙서 아무리 규제 풀면 뭐하나, 현장은 그대로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 선에서 여전히 먹히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한상의가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국 규제지도를 조사한 결과도 그렇다. 중앙에서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현장에서는 그대로 막혀 있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푼 규제를 지자체들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09년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 계획관리지역 내 공장설립을 허용했지만 경기 김포, 강원 화천 등 8개 지자체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김포시는 조례도 아닌, 공무원업무처리지침으로 공장허가를 계속 제한해 왔다. 담당 공무원 재량으로 규제완화 효과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 김포시의 공장 승인·건축 허가 기간은 전국 평균의 1.5배인 68일에 달한다. 일선 지자체의 관행을 앞세운 늑장 민원처리, 면피성 집행 등도 비슷한 사례다.

 

중앙과 지방의 규제가 서로 따로 노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게 규제개혁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푸드트럭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고쳐 이를 합법화했다. 하지만 현재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영업을 할 수 있게 풀린 곳이 유원지 도시공원 하천부지 등인데 일선 지자체들이 기존 상권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법적 요건을 갖췄어도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니 아무리 규제를 단두대에 보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규제개혁 방식에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폐지한 규제 수를 세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규제완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침투되는지 사후 추적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단계부터 일선 지자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주기적인 피드백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규제개혁에도 AS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푸드트럭과 같은 이벤트식 규제완화도 경계해야 한다. 푸드트럭은 관련법 간 상충으로 출발 때부터 실패가 예견됐었다. 늘 그렇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경향신문 사설-20141230화] ‘부실 인사’ 감추려 ‘깜깜이 청문회’ 하자는 건가

 

새누리당이 인사청문 제도의 골간을 바꾸는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인사청문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도덕성 검증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는 국회의원을 처벌한다는 것이 뼈대다. 공개 인사청문은 직무능력 검증에 국한하자는 일견 그럴싸한 취지다. 그러나 속내는 박근혜 정부 들어 ‘참극’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빈발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낙마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생각에, 아예 신상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를 ‘깜깜이’로 하자는 것이다. 고위공직에 합당한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갖추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지는 청문회의 본디 목적을 무력화하는 발상이다.

새누리당의 방안은 도덕성 문제는 자기들끼리 밀실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테니 국민들은 상관 말라는 것이나 진배없다. 인사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국회의원들이 입수한 도덕성 의혹 자료를 언론에 공개조차 못하게 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 공직 후보자에게 제기된 도덕성 문제가 어떤 것들인지, 당사자의 해명은 합당한 것인지 등을 국민은 알 길이 없어진다.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후보자가 버젓이 고위공직에 임명되어도 제어할 여론장치가 사라진다.

새누리당은 미국 인사청문의 이원화를 명분으로 내걸지만 아전인수다. 미국의 청문회가 정책과 자질 위주로 치러지는 것은 앞서 “도덕성의 무덤”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철저한 사전검증 덕분이다. 후보자 물색에서 임명까지 6단계에 걸쳐 검증을 하고, 4개월 이상에 걸쳐 국가기관의 모든 기록을 총동원해 신상을 파헤친다.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필수 항목’이 돼버린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은 애초 검증 그물을 통과할 수 없다. 그러니 본 청문회가 정책과 능력 검증 위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인사 실패’의 근인은 “신상털기식 청문회”가 아니라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과 밀실·비선의 인사추천 시스템 때문이다. 청문회 무대에 가기도 전에 여론검증에 걸려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게 무엇을 뜻하는가.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되는 걸 전제로 하는 검증도 이토록 부실한 판에,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검증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녕 청문회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의 낙마 사태를 막고 싶다면, 손봐야 할 것은 인사청문 제도가 아니다. 몇몇 측근에게 의존하는 대통령의 ‘밀실 인사’, 국민의 눈높이도 따르지 못하는 청와대의 ‘인사 잣대’와 ‘검증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30화] ‘알맹이’ 빠진 문화부의 체육계 비리 조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편파판정,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폭력·성폭력)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269건의 신고·제보가 접수돼 그중 118건이 조사 종결됐다고 한다. 이번 발표로 13억원이 넘는 공금을 빼돌린 대한택견연맹 회장 등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라도 ‘복마전’이라는 체육계 비리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신고센터·합동수사본부까지 꾸려 10개월간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치고는 그리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안 가운데 검찰 송치와 수사 의뢰는 각각 단 2건에 불과하다. 25건은 경기단체 자체 처분,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처리하는 데 그쳤다. “역대 정부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일”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라는 문화부의 호들갑이 무색한 결과다. 게다가 문화부가 실적 과시를 위해 아직 수사단계인 내용을 공표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정치권과 체육계의 이슈가 된 승마·펜싱협회 관련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대통령 비선 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 딸의 ‘공주승마’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합동조사반의 무리한 조사로 전직 펜싱 감독이 자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알맹이가 빠진 채로 결과 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문화부가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과 관련해 승마협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의 경질을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날 브리핑을 주관한 김종 차관이 바로 문화부와 산하단체 인사 개입 창구로 거론된 당사자다. 그럼에도 김 차관은 정작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긴급한 사안도 아닌 조사 결과를 휴일인 일요일을 택해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민감한 의혹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피해 보려는 꼼수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문화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수준 미달 문화부’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체육계 비리도 지금껏 상황을 방치해온 문화부의 책임이 크다. 스포츠계의 해묵은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문화부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서울신문 사설-20141230화] 환자 두고 생일파티 한 의료진 엄벌해야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수술 환자를 그대로 놔둔 채 생일 파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간호조무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면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 등이 그대로 나온다. 수술 환자를 배경으로 셀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수술에 쓰일 가슴 보형물로 장난을 치고 수술 도구로 팔찌를 수리하는 장면도 여과 없이 공개됐다. 그야말로 성형공화국의 말폐적 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의료기관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살풍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의사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의견 충돌을 빚은 뒤 전신마취를 받고 수술대에 누워 있는 어린 아이를 놓아둔 채 수술실을 나가 버린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의료계의 ‘신종 갑질’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죄질이 너무 나쁘다. 반인권적 패륜 행위다. 우리는 언제부터 의사가 수틀리면 하던 수술을 마음대로 때려치우는 무지막지한 세상,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곁에 두고 ‘가학적’ 파티를 즐기는 막된 세상에 살게 되었는가.

 

병원 측은 생일 파티는 환자가 수술 후 회복 중일 때라고 해명했지만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마저 망각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얼빠진 짓을 했다. 철없는 간호조무사도 문제지만 이를 지도감독해야 할 의사가 이 같은 일탈행동을 수수방관한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아무리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봤자 결국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냉소는 더이상 통용돼서는 안 된다. 단호한 처벌만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화가 난다고 수술실을 박차고 나간 대학병원 의사가 고작 1개월 정직이라는 경미한 징계를 받는대서야 무슨 징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논란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가 문제의 성형외과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간단없이 벌어지는 의료인의 수술 환자 인권침해는 이미 용인 수준을 넘었다. 의료계의 자정 노력만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밝히고 경우에 따라 손해배상은 물론 영업정지, 면허취소 등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해당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실명도 공개해 의료계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노동개혁, 당근부터 내놓는 이런 협상 잘 되겠나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할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놨지만 벌써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과 관련해 2년 근로 후 본인 신청 시 추가 최대 2년 연장(35세 이상)하고, 정규직 미전환 시엔 별도 이직수당을 지급하며,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 퇴직급여를 적용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여기에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계약기간 중 갱신횟수를 최대 3회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경제계, 노동계 모두 정부안에 반발하면서 벌써 내년 3월 합의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안대로 하면 당장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이직수당 도입 등이 그렇다. 여기에 정부가 정규직 전환 촉진을 지도한다는 이유로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철도 항공 선박 등에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제한된다. 그렇다고 정규직 과보호가 덜어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가피한 경영상 해고 시에도 절차적 요건이 강화되고,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두자는 것이어서 기업들로서는 걸림돌만 더 많아진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기회에 더 얻어내자는 계산이다. 겉으로는 비정규직 양산이라며 반발하지만 해고를 더 어렵게 하는 등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면서 비정규직 보호도 강하게 밀어붙이자는 전략인 것이다.

 

정부안은 핵심인 정규직 과보호 해소가 아닌, 비정규직 보호 강화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비용만 잔뜩 올리는 결과가 될 게 뻔하다. 더구나 떡부터 먼저 주자는 정부안대로 가면 노동현장의 기득권을 깨는 진짜 노동개혁은 물 건너가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동시장 정책은 해고요건 강화 등 오로지 규제강화 쪽으로만 질주했다. 그런데도 정부안이라고 나온 것이 또다시 노동시장의 경직성만 더 키우자는 역주행이니 이게 말이 되나.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개혁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부안은 노·사·정 합의체제로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발상이 처음부터 무리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기업소득환류세제, 세금폭탄 혹은 경영개입

 

기업에 또 세금폭탄이 터졌다.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기업소득환류세제 얘기다. 제조업 대기업의 경우 앞으로 3년간 당기순이익의 80%를 투자 배당 임금 인상에 써야만 피할 수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다. 이에 못 미치면 미달액의 10%를 과세한다. 이미 법인세를 물린 순익에 대해 정부가 사용처까지 일일이 정해주고 덜 썼으면 또 세금을 물리는 희한한 이중과세인 셈이다.

 

어떤 세금이건 취지는 그럴싸해도 결론은 증세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어김없다. 애초 정부는 순익의 60~80%를 과세기준으로 제시했고, 세수 제로(0)가 목표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과세기준이 상한선(80%)에 맞춰져 10대 그룹만도 1조원이 넘는 세금 추징이 예상된다. 정부 추산도 수천억원이다. 말로는 투자확대가 목적이라면서 실상은 ‘꼼수증세’란 의심을 살 만하다. 담뱃값을 올리면서 “증세는 따라오는 것”이라던 해괴한 해명이 연상된다.

 

물론 경기의 군불을 때보려는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 ‘투자’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문제다. 공장을 지으면 투자이고, M&A는 투자가 아니란 판정기준은 글로벌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M&A를 통한 핵심역량 강화나 벤처기업, 구조조정기업 인수는 하지 말란 소리나 진배없다. M&A에 열 올리는 구글, 애플도 한국 기업이라면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업무용 부동산 매입도 투자에 포함시키는 방침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내년 2월 정하겠다는 ‘업무용’ 범위가 또 문제다. 공장 건설만 인정하고 호텔, 전시장, 테마파크 등은 투자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이면 고용 효과가 큰 관광인프라나 대규모 MICE 시설은 아무리 투자해도 세금이 줄지 않는다. 환류세제의 본래 목적이 가계소득 증대란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권장할 일인데도 세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1년 내내 규제혁파를 외쳐온 정부가 기업 경영까지 간섭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30화] 창업 8만개 돌파… 한국경제 答 여기 있다

올해 창업한 신설법인 숫자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8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1월까지 신설법인은 7만6,808개로 사상 최다였던 지난해(7만5,574개) 수준을 이미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8만개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액은 11월까지 1조3,953억원으로 전년보다 14.6%나 늘어났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설법인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모바일 혁신 흐름과 연관산업의 급팽창, 우리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사회 전반에 창업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데이토즈(애니팡), 데브시스터즈(쿠키런), 파티게임즈(아이러브커피) 등 모바일 게임업체의 잇따른 코스닥 상장 등 성공 모델이 선도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불고 있는 창업 붐이 2000년 닷컴 열풍과 다른 점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창업지원 정책이 미처 작동하기 전인 시점인데다 세월호 참사 등 외부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창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창조의 토대가 되고 있는 창업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WB)의 최근 창업환경 국제평가에서도 한국은 전년 34위에서 1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제조업들의 성장한계로 전환기에 선 한국 경제로서는 창업 활성화야말로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창업기업의 도전정신과 혁신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도 태동할 수 있다. 모처럼 살아나는 창업 열기를 이어가고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이에 상응하는 벤처투자 등 민간의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 창업은 언제나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런 만큼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 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상 읽기/김계수(농부·<순천광장신문> 발행인)-20141230화] 종자 소독과 소비 윤리

 

도시의 어느 소비자단체에서 농민들이 소독된 종자로 농사를 짓는 것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농사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꽤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극소수의 존경스러운 농사꾼을 제외하면 오늘날 농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종자나 모종은 시중에서 구입해서 쓰고 있다. 전문회사에서 구입한 종자는 갖가지 색깔로 코팅되어 있는데, 농약의 일종인 소독약으로 옷을 입힌 것이다. 유통과정에서 병원균에 감염되거나 변질되는 것을 막고 땅속에서 발아될 때까지 해충의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그래서 포장재에는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다.

 

오늘날 농사꾼들이 종자를 자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옳지 않은 일이지만 농업이 상업화되는 추세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문회사가 개발해서 보급하는 종자는 병해충에는 약할 수 있으나 수확량도 많고 때깔도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민이 스스로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채종과 보관에 세심한 주의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튼실한 열매를 골라야 하고 되도록 부드럽게 탈곡해서 잘 말린 다음 쥐나 해충의 피해를 보지 않을 곳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배추나 무처럼 가을에 수확하고 봄에 씨앗을 맺는 품목은 농사일을 매우 번거롭게 할 것이다. 파종기에 농약방에 발걸음 한 번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당장 수확을 늘려주지도 않는 자가채종에 농민들이 의욕을 낼 리 없다. 또 종자 소독에 쓰인 성분은 농사를 지어서 얻은 수확물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한몫할 것이다.

 

소독된 종자를 쓰지 말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명품에 대한 과도하고 맹목적인 집착이 만연해가고 있는 최근의 소비 성향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요구의 이면에는 소비에 대한 명품 추구와 맥이 닿는 고급 취향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짐작하게 된다. 1차 농산물에는 명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사소한 것까지도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그것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국내 유수의 농산물 직거래 단체에서 쓰는 홍보 문구에는 ‘윤리적 소비’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윤리적인 소비가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드넓은 태평양의 어딘가에는 해류의 흐름이 멈춘 곳이 있다는데, 여기에는 바다에 닿아 있는 모든 곳에서 흘러온 쓰레기가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고 그 면적은 무려 한반도의 세 배나 된다고 한다. 이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은 인류 문명의 미래상을 보는 것 같아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오늘날 생산과 소비가 철저히 분리된 현실에서 자급하지 않는 모든 소비는 원천적으로 윤리적이지 않다. 외부에서 구입하는 소비재에는 생산과 보관, 운송, 포장,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지구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쓰레기를 남기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부딪혀 환경오염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소비는 ‘범죄적’이라 할 만하다. 필연적으로 유형 무형의 쓰레기를 낳게 되는 소비가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소비생활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고급 취향은 균형감각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자급자족이 시대착오적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소비생활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생각과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또한 농민에게 완벽한 농사를 지으라는 요구는 농업·농촌이 붕괴되는데도 쌀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문과 함께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41230화] 친정 식구 여행 가기

친정 식구들이랑 부산을 다녀왔다. 사남매 부부가 모두 함께한 여행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처음이다. 바닷가를 낀 휘황찬란한 높은 주상복합건물들. 오랜만에 간 부산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홍콩인가 착각할 정도다. 목을 90도로 꺾어 위를 치켜봐야 건물 이름을 읽을 수 있는데 하나같이 영어 이름이다. 그나마 친숙한 영어도 아니다.

 

 시어머니가 아들 집 찾아오기 힘들게 하려고 며느리들이 어려운 영어 이름을 좋아해서 저런 이름이 많아졌다는데, 농담치곤 잔인하다. 그렇다면 내게는 살가운 친정 식구와의 이번 여행도 세 올케에게는 마지못해 참석했던 고역스러운 시집 여행일 수도 있었겠다.

 

 어쨌거나 부산 별미도 먹고 바다도 보며 각자에게 던지는 ‘한 해 마무리 멘트’를 끝으로 2박3일 일정의 여행을 모두 마쳤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엄마 생전에는 올케들 모두 그 흔한 밉상 올케였건만 엄마 떠난 자리에서 만난 그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언니며 친구며 동생이었다. 엄마를 사이에 두고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우리 관계를 힘겹게 했던 모양이다. 이 나이에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를 ‘나이 듦의 여유’로 봐야 하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다지 나쁜 것만도 아니다. 나이 들며 칼날이 무뎌지고 이빨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건 ‘더 이상 힘들게 씹고 칼질하며 살지 마라’는 하늘의 뜻인지도 모른다. 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인 게다.

 

 사실이지 나 혼자서 씹고 칼질하며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세상이든 나라든 사람이든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라 했다. 이제부터는 누가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다고, 해를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펄펄 뛰며 속상해하지 않고 그걸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고 그저 할 수 있는 일만을,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하면서 그 결과를 지켜보리라고.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씩 비워가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새해 첫 해돋이 보러 떠나는 사람이 많을 거다. 을미년 첫해를 바라보며 을의 마음가짐도 다짐하고 또 근심·걱정일랑 말끔히 비워버리자. 내일이면 같아도 다른 새 태양이 떠오를 터이고 또 새로운 걱정거리가 비워놓은 내 머릿속을 채우겠지만 말이다.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말대로 내년에는 적게 먹고 많이 버리고 느리게 생각하며 살련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손동우(논설위원)-20141230화] 유인물의 부활

 

강의동 옥상이나 시계탑 등 높은 곳에 학생 한 명이 메가폰을 들고 등장한다. 그는 “학우 여러분!”이라고 외친 뒤 미리 준비한 반정부 유인물을 아래로 뿌린다. 그러나 학생의 단독 시위는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어느 틈엔가 나타난 사복경찰들이 잽싸게 그를 체포한 뒤 질질 끌고 가버린다. 학생들보다 학내에 상주하는 사복경찰의 숫자가 더 많았다는 우스개가 통용되던 1970~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다.

 

캠퍼스를 비롯해 군사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위나 집회의 현장에는 항상 유인물이 있었다. 철판에 파라핀 종이를 올려놓고 직접 철필로 쓰거나 타자기로 써서 만든 유인물은 비록 외형은 볼품없었지만 그 내용만은 독재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준엄하고 치열했다.

 

‘민주’ 유인물에 맞서기 위한 ‘면학’ 유인물이란 것도 있었다. ‘나라 망치는 시위를 그만두고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운운하는 내용의 이런 유인물 작성자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 학우 일동’ 등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 등 정보기관이었다. 언론사에는 “오늘 오후 몇시쯤 XX대학 도서관 앞에 면학 유인물 배포된다”는 ‘친절한’ 연락이 오곤 했는데 가끔씩 ‘배달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유인물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했는데도 신문에는 ‘XX대학에 면학 유인물’이라는 기사가 실리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와 명동 등 도심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과 낙서가 잇따라 발견됐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정권의 ‘종북 공안몰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저항의 방식이었던 유인물 살포가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복고(復古)가 이루어지려면 면학 유인물의 2014년 버전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불순종북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유인물이 나와야 제격이겠다. 지난 대선에서의 댓글 공작으로 문장력을 갈고 닦은 국정원이 이런 정도의 유인물 만드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우울한 연말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원순(논설위원)-20141230화] 남수북조(南水北調)

 

20여년 전, 영천댐을 세워 그 물을 포항으로 보냈을 때 작은 물분쟁이 있었다. 가뜩이나 하상계수가 높은 천정천인 금호강의 수량이 확 줄어들자 영천~대구의 하류지역에서 들고일어난 것이다. 포스코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하는 하루 1000만원 물값으로 지역지원 방안까지 나왔으나 소용없었다.

 

영천댐 북쪽에 저수량이 6배나 되는 임하댐이 건설되고서야 갈등은 대충 봉합됐다. 임하댐 물을 영천댐으로 보내는 53㎞의 수로까지 완공됐던 것이다. 낙동강 물이 중계댐에서 금호강 물과 섞여 포항으로 가면서 작은 물전쟁이 해소됐다. 물론 빗물을 가둬쓰고, 1만5000명이 상주하는 제철소의 460여개소 화장실·목욕장의 오수 재활용시스템도 돌린 포스코의 물 아껴쓰기도 돋보였다. 아무튼 다목적댐 건설로 ‘윈윈’한 경우다.

 

물길을 새로 내 도시를 진화시키고 산업을 발전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댐이 아니었다면 사막의 불야성 라스베이거스는 불가능했다. 한국 기업 동아건설이 시공한 리비아의 대수로도 기념비적 대역사다. 직경 4m 수도관 4000㎞로 사하라사막을 관통한다는 게 카다피식 철권이 아니고서는 애초 시도도 어려웠을 것이다. 물길을 내면서 인류는 점차 생활 한계를 극복해왔다.

 

경제가 발전해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물 사용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단지 식수만이 아니라 목욕·세탁에다 오락·산업시설까지 돌려야 한다. 전기사용량만큼이나 경제활동에 비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주말 양쯔강물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중국이 떠들썩했다. 장강(長江)의 물이 보름간 1200㎞를 달려가 소위 ‘남수북조(南水北調)’가 실현됐다. 물이 부족해진 2000만 베이징 사람들은 연간 50㎥씩 더 쓰게 됐지만 양쯔강 유역에선 앞으로 뭐라 할지 주목된다. 일정시기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은 양쯔강의 수질을 나쁘게 할 것이다. 양쯔강 유역의 물 사용량도 만만찮게 증가할 텐데 갈수기에 가만히 있을지….

 

중국의 물길내기는 이력이 있다. 수대부터 대운하를 팠다. 다만 중국운하 하면 중국을 좀 안다는 이들까지 ‘물자유통’ ‘수로교통의 동맥’ 운운하며 틀에 박힌 얘기를 꺼내는 건 유감이다. 화베이(華北)를 장악한 베이징 쪽 권력이 주도한 남쪽 지역의 물산수탈 통로이기도 했다고 봐야 한다. 보완책이 없다면 현대식 물길 변경도 그렇다. 한쪽에선 축복이겠지만 한쪽에선 삶의 터전의 공유 아닌가. 물과 강의 활용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다. 갈등의 역사냐, 협력의 역사냐 그게 관건이었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41230화] 아프간전쟁의 경제학

 

1조달러, 8,360억달러, 1,000억달러. 28일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이 치를 경제적 대가(代價)다. 1조달러는 2001년 9·11테러와 함께 시작된 아프간 전쟁 13년간 미 정부가 지출한 순수 전쟁비용이다. 우리 돈으로 1,100조원이 넘는다. 이를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2년간 미 국민들이 무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비는 대부분 빌려 조달하기 때문에 정부의 빚이다. 원금 상환은 까마득한데 지금까지 미 정부가 낸 채무 이자만 1,250억달러다. 전쟁을 하다 보면 전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부상 군인들의 치료비용도 만만찮다. 린다 빌 메스 하버드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아프간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후유증을 앓는 참전군인들이 60대가 될 때까지 의료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이 8,360억달러에 달한다. 모두 정부 몫이다.

 

폐허가 된 아프간 재건에 투입될 자금도 1,000억달러를 웃돈다. 존 소프코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아프간 재건에 쓰인 돈이 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재건용 마셜플랜에 들어간 돈보다 많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종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완전 철수까지는 2년 남짓 시간이 남았으니 수백억달러가 더 들어갈 판이다.

 

이것저것 다 합하면 2003년부터 9년을 끈 이라크전 때의 1조7,000억달러를 가뿐히 넘을 듯하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이 정도면 웬만한 국가는 기둥뿌리가 흔들릴 지경일 텐데 미국이니 버티는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지난해부터 개선 추세를 보이는 미국 재정 적자에 상당한 압박요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막대한 대가에 걸맞은 성과는 거둔 것일까. 탈레반 정권 붕괴, 빈 라덴 사살 등으로 일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지만 아프간 정정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아프간이 테러 공격의 근원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신감이 현실로 나타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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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30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불행을 멈추고 기적을 창조하는 은총의 도구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여야는 29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부동산 3법' '대포통장 방지법' 등을 비롯해 148건의 법안을 통과시킴
-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및 특위 구성 결의안도 이날 보고.의결해 최장 125일간의 활동을 시작하게 됨


<< 경제 일반 >>
1. 고용노동부는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을 제시하고 노동계 경제계와 본격 논의에 들어감
- 35세 이상의 기간제 근로자가 2년 동안 일한 뒤 본인이 원하면 최대 2년 추가로 일할 수 있음
- 계약직 근로자는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며, 계약 기간을 채운 뒤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임금의 10%에 해당하는 별도의 이직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됨

2.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인당 2만8000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며, 원화 가치 상승에 힘입어 이르면 내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도 내다보게 됐음
- 저성장 저물가에도 불구하고 '저환율 효과'가 두드러질 경우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하게 됨

3.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신고된 해외직구 물품은 13억6519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2012년(7억720만달러)의 두 배에 가까우며, 건수도 같은 기간 794만건에서 1391만건으로 75% 증가함

4.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3건으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남
-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으로서, 현재 내수.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특히 악화되었음

5.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50대 창업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짐
- 젊은 층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은 지난 10년간 창업 선호도가 가장 높아진 업종으로 나타남
- 새로 문을 여는 유흥업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셋 중 하나는 1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됨
(KB국민카드, 2004년~2013년 카드 신규 가맹점 분석 결과 빅데이터 자료 근거)

6. 4대강 사업, 호남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 공사에서 건설회사 간 담합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1사 1공구제'가 내년부터 폐지됨
- 정부와 공기업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형 공사를 여러 공구로 분할한 뒤 기업당 한 개 공구만 수주하도록 제한해 왔음

7. 삼성전자가 인텔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내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스마트TV에 적용하기로 함
- 자체 개발한 OS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확고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임


<< 금융/부동산 >>
1.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최근 1주일간 전국 100여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2015년 아파트 공급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민간 분양 물량은 30만8705가구로 올해(26만9866가구)보다 14.4%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됨
- 이는 2010년보다 세 배 이상 많고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7년보다도 38% 늘어난 수치임


<< 해양 - 해운/조선 >>
* KMI 해운관련 통계 종합 Index : 전일과 동일. 업데이트 안됨

1. 주채권은행이 빚이 많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항공, 해운, 조선 등 산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5점까지 가산점을 주기로 함
- 하지만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는 대기업 대부분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 가산점 혜택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옴


<< 국제 >>
1. 그리스 의회가 29일 대통령 선출에 끝내 실패하면서 내년 1월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됨
-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그리스 금융시장은 요동침

2. 중국의 LED(발광다이오드)칩 업체가 최근 5년 새 68% 퇴출된 것으로 나타남
- 풍력과 태양광뿐 아니라 첨단 신흥산업도 중국에서 과잉 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보여줌

3. 일본 정부가 외국 군함이 영해에 침입해 되돌아가지 않을 경우 총리 판단만으로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함
-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법 제.개정을 본격화하면서 우경화에 속도를 내고 있음

4. 미국이 28일(현지시간) 자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공식 종료함
- 그러나 1조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는 전비를 쏟아붓고도 사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끊이지 않아 '미완의 전쟁'으로 평가받음


<< 사회/기타일반 >>
1. 국내 연구진이 만성 뇌혈류 순환장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뇌 지도'를 완성함
- 뇌경색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표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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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원클릭 결재' 후속 기사입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가 연말까지 액티브-X 시스템을 모두 없애고 다른 종류의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했습니다.
일단 액티브-X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에 업계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이름 멋지지 않아? 이름은 뻔지르한데 하는 짓은 완전 촌시러~~~

2. 서울 유명 사립대 무용학부 교수가 자신이 감독하는 사설 공연에 특강 명목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사실상 강요해왔습니다.
참여 강요, 연습 등 불참 시 학점 불이익 통보가 주 내용인데, 금년에 듣고 본 갑질 중에 이정도면 귀엽네... 그래도 당하는 입장 생각해서 그만 해라~~

3. 전국의 주유소 휘발유 평균값이 5년 7개월 만에 리터 당 1500원대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그동안의 가격 하락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중이어서 석유값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년에 듣고 본 뉴스 중에 이게 젤 기쁘네... 사소한 일에, 푼 돈에 좋아하는거 보면 늙긴 늙었나바... 크흑~

4. 끼어들기나 급정거를 하는 등 상습적으로 보복운전을 일삼은 4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나도 핸들만 잡으면 좀 광폭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운전하면서 배려, 양보라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수양 부족이겠지?

5. 11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6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은퇴 후 일했던 분야의 경험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것도 일종의 경력단절 일테고, 은퇴 후에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현실이 참 거시기허다...

6. 권익위는 올해 부패 신고자에게 최고 2억7000만원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국고 환수액은 총 69억원으로 부패신고자 30명에게 총 6억 2000만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됐습니다.
환수 금액의 10% 주는구먼, 신고 없으면 몰랐던건데 좀 더 쓰지 그러냐~ 너무 거저 먹는거 아냐?

7. 새누리당은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기업인 뿐 아니라 생계형 사범도 대상에 포함한 사면과 가석방을 단행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여론이 별로니까 생계형 사범 끼워 팔기에 돌입하셨군요... 허니버터칩 끼워 파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8. 서울시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고용해 온 다산콜센터 상담원을 2016년부터 '직접고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건 시행하면 시장 바뀌어도 못 고치게 딱 법제화 할 수는 없는건가?

9. 새누리당이 인사청문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도덕성 검증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는 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문회 무력화법을 추진해 빈축을 자초했습니다.
인재가 없으니 일단 주민등록법, 부동산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이 정도는 먹어주고 가야 할 듯 합니다요.

10. 정부가 북한에 내년 1월 중 남북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또 설 전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혀, 내년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도 제안했습니다.
맨날 뺨 때리고 욕만 하다가 갑자기 놀자면 놀겠냐고.. 좀 짜증나고 싫어도 이쁜척 해주다가 놀자고 손 내밀어 보심이 어떠실런지...

11. 미국의 한 호텔이 스마트폰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별도의 키 없이 방까지 체크인하는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해킹해서 문여는 놈 있을거 같다. 안에서 꼭꼭 잠가야해~~

12.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요구서가 통과됐습니다. 여야의 특별위원 명단도 확정돼, 100일간의 활동이 시작되는데요, MB를 증인석에 세울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TV에 나와서 '뭘 수주했다'라고 큰 소리 뻥뻥 치셨으니 나와서 해명도 하셔야 하는거 아니겠어? 뭐라 하는지 함 들어나 봅시다.

13. 자신이 일했던 직장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남성이 붙잡혔는데요. 알고보니, 상사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직장을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마도 현실 세계의 미생에는 오차장도 장그래도 없었던 모양이네... 짠~ 하다.

14.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정도는 하루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38분가량 증가한 양입니다.
출퇴근 할 때, 밥 먹을 때, 화장실에서... 이것만 해도 3시간 넘겠다. 그래도 쫌 줄여야지~

15.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애국심 논쟁이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내용을 언급하며 애국심을 강조 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 나오면 거수 경례하더라' 고 했다는데...
이건 좀 참지 그랬어요... 지금이 '유신시대' 도 아니고 무슨 전체주의 국가도 아니고 말입니다. 속내를 너무 까보이셨어~~


16. 일본의 유력 영자신문인 '재팬타임스'가 한국 정부의 언론탄압 수준에 대해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언론탄압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찐개찐... 도찐개찐... 도찐개찐...

17. 기혼자의 45.8%는 결혼 이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임신과 출산'을 꼽았습니다. 반면 결혼해서 가장 후회됐던 점은 '자유롭지 못해서'가 23.5%로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건 일상에서의 일탈 아닐런지... 혼자 살아 봐서 아는데 매 한가지야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냐~~

18.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토크콘서트에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그래도 계속 수사하고, 출국금지는 연장한다네... 뭔가 나올 때까지 계속 털어 볼 심산인가 보네. 참 힘들게 산다 들~

19. 1월 1일부터 담배가격이 갑당 2000원 인상되지만 국내 면세 사업자들은 면세점 담배 가격을 동결키로 했습니다. 면세점 판매 담배에는 담배가격 인상분인 담배세와 건강증진부담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고 담배 사려고 비행기 타는 사람이 있겠어? 매일 비행기 타는 사람은 좋겠다~

20. 영화 '인터뷰' 파일을 가장한 악성코드가 돌고있어 주의하랍니다.
엔화 약세로 '일본관광' 한국인이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요즘은 '유전중죄'가 더 문제라고 했답니다.
보건당국이 수술실 생일파티 병원을 진상조사 하기로 했답니다.  
인천 '가방 속 할머니 시신'의 피의자를 서울에서 검거 했답니다.

*******************************************************************
올 해가 간다 간다 하더니...
오늘 빼고 하루 남았습니다.
벌써 종무식하는 회사도 있더군요.
'종무' 말 그대로 일을 끝내는건데, 두려워 시작도 못한 일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편하게 갖고, 오는 해는 정말 반갑게 두려움 없이 맞을 준비 하자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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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주요 이슈

 

■ 해킹, 질식사, 한국수력원자력

■ 한·미·일 3국,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

■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면 과제

■ 북미 사이버 전쟁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해킹, 질식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일보 사설-20141229월] 사이버 테러 비상 속 인명사고, 불안 끝없는 원전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빼낸 원전 관련 자료들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원전 3곳의 가동 중단 등을 요구한 지 2주일이 지났다. 다행히 이들이 ‘2차 공격’을 예고한 성탄절 이후 원전 가동과 관련한 이상징후는 나타나지 않았고 추가 자료공개도 없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어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의 연계 가능성이 일찌감치 제기됐으나, 수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정부합동수사단은 9일부터 나흘 간 퇴직자 명의 이메일을 통해 한수원 전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3,571명에게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이 발송된 사실 정도만 밝혀냈을 뿐이다. 문제의 악성코드는 파일 파괴와 트래픽 유발, 디스크 파괴 기능만 있었는데, 한수원측의 메일 삭제 조치로 PC 4대만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합수단은 이 악성코드에 자료 유출 기능이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공개된 자료들은 그 이전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출 시점은 특정하지 못했다. 유출 경로도 본사 시스템에 대한 직접 해킹, 이메일 악성코드 활용, 내부자 공모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커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여전하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내부망에 침투하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지만 방어 조치를 취해 원전 운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 안전은 100% 장담한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불안감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숱한 사건사고가 그렇거니와 특히 원전은 사소한 실수가 끔찍한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르고 부적절한 언사다.

 

이 와중에 26일 오후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공사 현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신고리 3호기는 지난해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 전량 교체 작업을 하느라 준공이 내년 5월로 미뤄졌다. 원전 가동 전인데다 해킹 사태와는 무관한 사고라지만, 평상시도 아니고 모든 원전시설에 대한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인명사고가 난 것은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러고도 원전 안전을 100% 장담한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 동안 한수원은 원전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잦은 고장ㆍ사고로 줄곧 도마에 올랐고, 번번이 축소ㆍ은폐 시도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더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유출된 자료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위험성을 낮추기에 급급했고, 조석 사장은 어제야 공개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수사당국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범인을 잡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한수원의 무사안일주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상황”(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41229월] 해킹, 질식사… 바람 잘 날 없는 원전

 

지난 26일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안전순찰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인 대길건설과 현대건설 협력업체 KTS솔루션 직원인 이들은 보조건물 지하 2층 밸브룸에 들어갔다가 질소 가스 누출에 따른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해킹 사고와 사이버 공격 위협 등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 상황에서 이렇게 인명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신고리 3호기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원전이다. 송전 선로인 밀양 송전탑 건설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는가 하면 JS전선이 깔았던 제어케이블 등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되고 성능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와 이들 부품을 전면 교체하느라 준공이 1년가량 늦어지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원전의 참조 모델로서 내년 9월까지 가동하지 못할 경우 지체 배상금을 물게 된다고 해서 공기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사고는 질소 배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눗방울 검사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질소 누출이 배관의 기계적 결함 때문인지 제조나 설치 과정상의 문제인지, 운영 또는 관리상의 잘못인지는 정밀감식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어느 것이든 문제가 심각하다. 원전을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거나 잘못 관리돼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약 1년에 걸쳐 674㎞에 이르는 안전등급 케이블 전량 교체공사를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질소 배관의 문제가 인명 사고로 이어진 것은 안전불감증과도 무관할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때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켰는지, 내년 9월 가동이라는 무리한 일정이 사고를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잇따른 원전 관련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수원의 대응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전이 2015년 가동 예정이어서 방사성물질 누출과 관련이 없다” “원전 사이버 공격과 관련이 없다”는 등 파장을 축소하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UAE 원전 수출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내 원전의 안전이다.

 

 

■ 한·미·일 3국,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

 

[중앙일보 사설-20141229월] 한·일 안보 협력,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야

 

한·미·일 3국이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arrangement)을 오늘 체결한다. 현재 한·미, 미·일 간에 군사비밀보호협정이 체결돼 있는 만큼 한·일이 미국을 매개로 관련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정보 공유는 북한 핵·미사일로 국한된다. 약정 체결의 주체도 정부가 아닌 국방(방위) 당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약정은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낮은 단계의 협력 틀이라 할 수 있다.

 

  한·일이 제한적, 간접적으로 북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를 상징한다. 우리 정부는 이미 러시아와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고 중국에도 정보 공유 약정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노다 내각 때인 2012년 북한에 관한 포괄적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우리 측이 국민 정서를 들어 서명 직전에 취소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아베 내각에서도 한·일 관계가 곤두박질쳤지만 3국이 이 약정을 추진한 것은 북핵 위협의 실질적 증대 때문이다.

 

  이번 약정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찰위성, EP-3 정찰기, 공중조기경보기, 이지스함 등 첨단전력이 수집한 정보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대북 인적 정보도 상당한 수준이다.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를 꾀하고,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상황에서 관련 정보 강화는 우리 안보와 직결된다. 그런 사안을 과거사 문제나 국민 정서와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약정은 북한 핵·미사일의 탐지 정보에 관한 것으로, 탐지·식별·결심·타격으로 이어지는 미사일방어(MD)와는 별개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정부는 한 치의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약정 체결을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오늘 방한하는 외무성 사무차관을 통해 군 위안부 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내놓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41229월] ‘알레르기 반응’ 보일 것 없는 한·미·일 정보 공유

정부가 오늘 미국·일본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국방 당국 간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지만 뒷공론이 무성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나 중국의 반발 가능성 등을 내세우면서다. 이런 반대 논거를 100%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약정은 가시화하지 않은 실(失)만을 강조하기보다 얻게 될 안보상의 득(得)을 균형 있게 짚어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꺼림칙해하는 여론도 있다. 아베 정부의 집단자위권 도입에 빌미를 준다는 우려도 그 하나다. 그러나 이번 약정으로 한·일이 공유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국한돼 있다. 약정이란 용어가 말하듯 한·미 간 혹은 미·일 간 ‘군사비밀보호협정’에 비해 극히 낮은 단계다. 그런데도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일 수도 있다. 일본의 국수주의적 우경화뿐만 아니라 정부가 자초한 탓도 크다는 얘기다. ‘밀실 추진’ 논란 끝에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떠올렸을 때 그렇다.

 

그러나 이번 약정으로 우리에게 실보다 득이 많다고 본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등의 불 같은 현실적 위협이라는 차원에서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으로 재래식 무기보다 비대칭 전력 강화에 부심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엔 핵탄두 소형화에다 사전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 발사 미사일 개발 징후도 포착됐다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사전·사후 정보는 다다익선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일본이 휴민트(인적정보)는 몰라도 대북 시진트(전자·통신정보)는 우리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일본이 더 많이 보유한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등으로 추적 중인 북의 핵 실험장과 미사일 기지 정보 등을 기를 쓰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사시 북의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에게 3국 약정의 당위성을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일본과의 정보 공유가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 접근하는 게 차선의 선택일 게다. 그 연장 선상에서 보면 중국이 반대할 것이란 이유로 3국 정보 공유를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 체계에 가세한다는 오해를 사서도 곤란하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현실적 위협에 손 놓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 북핵 억지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면 과제

 

[경향신문 사설-20141229월] 당권 아닌 수권의 비전이 필요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비상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비상체제란 말 그대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상적인 야당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요즘 새정치연합에는 비상한 각오도, 특별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일상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음 당권을 확정하기만 하면 비상체제, 혹은 위기가 끝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새정치연합은 당대표 선출 이후 새로운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는가.

 

새정치연합은 비상체제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한 것도 아니고, 세대교체를 이룬 것도 아니고, 기존 계파 보스들이 환골탈태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대신 계파 구조를 온존시킨 채 당권 차지를 위한 경주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오늘의 새정치연합이다. 정세균 의원의 당대표 경선 포기가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자극제가 되지 않았다. 당의 낡은 구조가 무너지기는커녕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었을 뿐이다. 김부겸 전 의원을 내세워 리더십 교체를 하려는 당내 일각의 움직임은 어제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문재인 의원은 오늘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의원은 야심찬 공약을 많이 발표했다. 문 의원도 지지 않고 당내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과감한 공약들을 발표할 것이다. 두 사람의 공약대로, 그들의 의지대로 당이 살아난다면 야당을 위해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당 전체 역량이 바닥난 상황이다. 개인적 의지와 상관없이 대안정당 가능성에 유보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정동영 상임고문은 다른 선택을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만일 그가 탈당 후 대중적 진보정당을 추진하는 세력에 합류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는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오히려 제1야당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박근혜 정권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지지율이 내려앉고 있다. 이럴 때 제대로 된 제1야당이라면 박 정권을 견제,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아직 길을 못 찾고 정권의 실정에 고통받는 시민들은 호소할 곳도 기댈 데도 없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있다. 존재감 없는 야당 때문이다. 당대표 선거 이후 이 현실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은 아직 생기지 않고 있다. 제1당에는 누가 당권을 차지할 것인가를 넘어선 수권 정당의 비전이 우선이다. 그게 가장 절실하다.

 

 

[서울신문 사설-20141229월] 변화와 혁신의 기운 보이지 않는 새정치연합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성큼 당대표 경선 체제에 들어섰다. 어제 비노(비노무현계) 진영의 호남 중진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이 금명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130개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이 반년 가까이 이어진 비상체제를 끝내고 정상적인 당 체제를 갖추게 된다는 점은 정치의 정상화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비상체제를 태동시킨 7·30 재·보궐 선거 참패가 던져 준 메시지를 반추한다면 지금 새정치연합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는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이 박·문 두 의원의 ‘2인극’으로 축소된 점이 딱하다. 당의 앞날을 가로막는 ‘공적 1호’로 계파정치가 꼽힌 지 오래이건만 새정치연합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중차대한 정치 여정의 키를 쥔 새 대표를 또다시 계파 대결로 뽑는 운명을 택했다. 지난 21일 중도 성향 소속 의원 30명이 계파 대결 반대를 외치며 이들과 정세균 의원의 경선 불참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결과는 지리멸렬로 귀착됐다. ‘새 인물’로 주목받던 김부겸 전 의원은 대표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주저앉았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한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탈당을 결심한 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7·30 재·보선 패배 후 정계 은퇴 선언과 함께 사실상 당을 떠난 손학규 전 의원의 경우를 포함해 친노와 비노로 나뉜 공고한 계파의 장벽이 이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7·30 재·보선 참패 후 새정치연합은 ‘뼈를 깎는 고통의 쇄신’을 다짐한 바 있다. 계파정치 청산과 더불어 특권 철폐, 정당 혁신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박영선·문희상 비상체제로 이어진 지난 5개월간 새정치연합은 그 어떤 혁신의 모습도 보여 주지 못했다. 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조차 갑론을박의 진통을 겪어 가며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성 강화 같은 혁신안을 내놓았건만 새정치연합은 지금껏 변변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어느 한 구석도 비상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친노 좌장과 비노 중진이 벌일 맞대결이 어떤 새정치연합을 만들어 낼지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누가 대표가 되고, 어떤 변화를 외치든 새정치연합 내부의 혁신 동력은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은 진정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 북미 사이버 전쟁

 

[한겨레신문 사설-20141229월] 북-미 긴장만 높이는 ‘사이버 전쟁’

 

북한과 미국이 열흘 이상 사실상의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 다 자신이 사이버 공격을 했다고 하지는 않으면서 상대의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실익도 없이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게 분명한 공방전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7일 계속되는 인터넷망 불통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23일부터 접속 불량 상태를 나타낸 이후 북한 당국이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열대수림 속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한 암살 시도를 그린 미국 영화 <인터뷰>에 대한 것만큼이나 도발적이다. 북한 당국은 이 영화가 자신의 공개 비난에 힘입어 오히려 인기리에 상영되는 현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앞서 영화 제작사인 소니에 대한 해킹과 테러 위협을 확실한 근거 없이 북한 짓으로 단정한 미국 태도도 문제가 있다. 미국 정부는 소니가 개봉 취소 결정을 뒤집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소니가 결국 개봉에 나서자 오바마 대통령이 바로 칭찬 발언을 한 것도 지나치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 인터넷망에 대한 공격을 벌였다면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라는 나라 전체의 인터넷망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소니에 대한 해킹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언한 ‘비례적 대응’에도 어긋난다.

 

사이버 공격은 특성상 공격자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안에서도 북한과 미국 정부가 직접 공격에 나섰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악의를 전제하고 공세적으로 대응한다면 사태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의 사이버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더라도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일정한 피해를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북한이 다른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북-미 관계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다 인권 문제까지 겹치면서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다. 이대로 간다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새 갈등을 추가할 게 아니라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때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존 페퍼(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20141229월] 쿠바엔 당근, 북한엔 채찍

 

북한과 쿠바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왕조적 통치를 하고 있으며 명목상 혁명적 공산주의 국가다. 또 수십년간 미국의 금수 조처로 고통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1960년대 상당한 사회·경제적 진보를 이뤘으나 세계경제와 고립되면서 점차 빈곤해졌다.

 

그러나 최근 두 나라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반면, 북한은 논쟁적인 영화를 둘러싼 갈등 속에 미국의 블랙리스트 국가로 남아 있다. 미국은 왜 인접해 있는 적국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면서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적에게는 채찍을 휘두를까?

 

쿠바와의 긴장완화 작업은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2001년에 연방 무역법 개정 덕분에, 개별 주들은 쿠바에 농산품 수출을 시작했다. 조지아와 버지니아 같은 주는 2014년 중반까지 46억달러 상당의 닭고기·옥수수·콩을 수출했다. 지난해 가을에 두 나라는 우편 서비스 재개 협상을 시작했다.

 

두 나라의 화해는 두 가지 이유로 가속화했다. 라울 카스트로 체제하에서 쿠바는 자유화를 시작했다. 경제개혁은 농업부문 정비와 소기업 권장, 정부부문의 축소 등을 포함했다. 정치범도 석방했다. 시민들은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기 위한 출국 비자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관련 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뒤 6개월간 약 25만명이 외국으로 나갔다.

 

동시에, 미국 내 여론은 쿠바와 관계정상화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9년에 미국인의 66%는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을 찬성했고, 5년 뒤에는 더 많은 미국인들이 금수 조처와 여행제한 조처 해제를 지지했다.

 

달리 말하면, 쿠바와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기로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쿠바의 주목할 만한 변화와 미국 내 여론의 상당한 전환에 반응한 것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캐나다가 도움을 준데다, 러시아와 쿠바가 다시 가까워지려 한 움직임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정학적 계산을 바꾸는 한 요인이 됐다.

 

이런 데탕트에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저항은 워싱턴 내에 있다. 의회는 경제 금수 조처의 최종 결정권자인데, 공화당은 새해부터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 마코 루비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는 화해에 단호히 반대한다.

 

북한은 쿠바보다도 더 오랜 세월 관계정상화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자유화도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 내에 북한과 기존 관계를 변화시키는 걸 찬성하는 강력한 유권자들도 없다. 사실 북한이 그걸 위해 추진해온 유일한 것은 핵 프로그램이다. 북한은 이것을 미국이 협상에 관심을 갖도록 미끼로 활용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다. 북한은 코미디언 및 영화 제작자들에게 안전한 목표물이 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가 영화 <인터뷰>다. 이 영화는 북한 사람들만큼이나 미국인들을 조롱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최고 지도자 살해 장면을 담고 있는 이 ‘오락물’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만약에 쿠바 코미디 작품이 오바마 대통령의 암살을 묘사했다고 상상해보라. 두 나라 관계는 즉각 동결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소니픽처스 해킹과 극장 위협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이 제시한 증거는 빈약하다. 해커들은 어느 곳에서든 올 수 있다. 그들은 북한에 동조하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소니에 대한 초기의 위협은 <인터뷰>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한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명백한 오류를 포함한 한국어 글귀로 끝을 맺는다.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면서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 사례를 따라 조만간 북한을 인정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금수 조처를 해제하지 않고, 북한과 협상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쿠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특히 범죄 증거가 그렇게 빈약할 때, 북한에 채찍을 휘두르는 걸 중단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북한과 긴장 속 평화는 데탕트만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쟁보다는 낫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229월] '인사 의혹' 여전한 문체부 국민신뢰 못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어제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통해 체육계 비리를 조사한 결과와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비리 제보를 직접 접수한 결과 현재까지 269건이 접수돼 118건이 종결됐다고 했다. 정부가 규정한 스포츠4대악은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폭력ㆍ성폭력이다. 합동수사반은 “관련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1,000개에 가까운 금융계좌의 40만 건 이상의 거래내역을 분석해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 원 규모의 횡령과 불법자금세탁 등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종결 118건 중 검찰에 송치한 것이 2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것이 2건에 불과하다. 1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밝혀낸 결과치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이와 같은 활동 및 이를 통한 제도개선을 도출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라며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보잘것없는 업적을 자랑하는 것이나 역대 정부를 싸잡아 무능하게 몰아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의 말대로라면 역대 정권에서 문체부는 스포츠비리 척결을 위한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또 개선방안으로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위해 4가지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체육 비리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제도화하고, 체육단체 재정을 투명화하는 한편, 학교 운동부의 음성적 비용구조를 양성화하고, 전담 수사기구의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실천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불신은 그 동안 문체부가 보여준 인사난맥상 때문이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정윤회씨와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차관은 정씨 개입으로 문체부 국ㆍ과장이 경질됐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성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인사개입 창구로 거론된 바 있다. 김 차관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유 전 장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전 법적절차를 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개인을 둘러싼 의혹 소명보다 문체부 전체 차원에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사안은 개인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대통령과 전ㆍ현직 장ㆍ차관이 연루된 사안이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문체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일보 사설-20141229월] 공무원연금개혁 더 이상 뒷걸음질 안 된다

 

국회는 오늘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특위) 구성안을 처리하고 즉각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난항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입법권이 부여된 특위는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되, 위원은 여야 각각 7명의 의원으로 구성키로 했다. 의결 후 100일 동안 활동하고, 1회에 한해 25일간 활동기한을 연장키로 해 사실상 내년 4월 임시국회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 짓는다는 시간표를 정해 놓은 셈이다. 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선임이 지연되고, 특위 산하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표출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위 위원 선임이 지연되는 배경은 여야 의원 모두 내심 ‘낙인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적 여망과는 별도로 특위 활동을 통해 공무원사회의 ‘공적’으로 찍힐 경우, 차기 총선 등에서 이로울 게 없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특위 위원장으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뜻 위원으로 나서겠다는 의원도 거의 없는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어제까지 강기정 의원을 특위 간사로 정한 것 외엔 위원 인선조차 마무리 하지 못했다.

 

난항에 빠지기는 내일 구성키로 한 특위 산하 국민대타협기구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각각 8명(국회의원 2명, 공무원연금 가입 당사자 단체 2명,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4명)씩 추천하고, 정부가 공무원 4명을 지명해 20명의 위원으로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측인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투쟁본부(공투본)’는 즉각 불참을 시사하며 장외투쟁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새정치연합도 기구 위원 중 여야가 추천키로 한 공무원연금 당사자 단체 2명씩 4명은 공무원단체가 자체 선정토록 하자며 입장을 번복하는 등 기구가 제대로 구성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미 연내 마무리를 목표했던 정부의 일정표가 한 번 미뤄진 상태다. 여기에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활동까지 또 다시 표류하면 4월 임시국회 마지노선도 지키기 어렵게 된다. 그런 식으로 자꾸 지연돼 나중에 시간이 촉박해지면, 과거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 때처럼 ‘무늬만 개혁’에 그칠 수밖에 없어진다. 새누리당은 최근 정부가 군인ㆍ사학연금 개혁 내년 추진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당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불만이지만, 어차피 부담을 각오한 개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한 발을 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시선도 고깝지 않다. 여야 모두 멸사봉공의 자세만이 살 길임을 직시하고 특위 활동에 보다 단호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29월] ‘재벌 민원’까지 끼워넣은 ‘규제 기요틴 과제’

 

정부가 28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 114건을 확정하고 범정부적으로 폐지 또는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확정한 과제들은 사회·경제적 파급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대부분 기업 편향적인 성격이 강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 후생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4건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건의한 것들을 검토한 결과이다. 애초 153건이 들어왔는데, 소관부처가 존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한 경우 일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할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규제를 만들거나 집행하는 입법·행정기관의 의견보다 규제 대상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더 중시했다는 얘기다. 규제는 필요하면 바꿀 수는 있다. 중복규제는 없애고 기술 발전 등에 따른 규제 여건의 변화도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에 대한 엄밀한 검증도 없이 완화 일변도로 추진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규제는 말 그대로 규칙과 제도이며, 비용과 함께 편익도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을 하려면 비용뿐 아니라 규제 공백 때 발생할 갈등이나 환경 훼손 같은 사회적 비용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한 규제완화는 위험이 뒤따른다. 1990년대 말에 겪은 외환위기, 4월의 세월호 참사가 그 생생한 증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모든 규제를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암 덩어리’로 매도하면서 단두대에 올리듯 단칼에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천박한 인식에서 나온 극단적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까지 손댈 모양이다. 특히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제 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렇게 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이에 따른 경제력 집중 심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모험과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할 벤처기업을 재벌의 그늘 아래서 키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소유·지배구조의 연결고리를 단순화하자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무차별적인 규제완화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규제완화가 곧바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기업 친화적 규제개혁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묻고 싶다. 제대로 규제개혁을 하려면 국민 의견 수렴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단두대에 올라가야 할 것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무모하기까지 한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방식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29월]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선택 아닌 의무

 

페루 리마에서 14일 폐막한 제2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지침이 확정됐다. 이로써 내년 12월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목표하고 있는 새 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국제협상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장 정부는 이번 결정문에 따라 현재의 감축목표보다 강화된 2020년 이후 감축계획을 내년 중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결정문은 기존 감축계획의 ‘후퇴 금지’ 원칙도 명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속한 증가세에 있다. 산업계는 아예 배출 전망치 자체를 하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내년 협상에선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 뻔하다.

 

새 기후체제에서 우리나라는 개도국 혜택은커녕 중국 등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많고 경제력 있는 나라로서 우선적으로 감축 분담에 참가해야 할 것으로 많은 기후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이고, 올해 추정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은 감축계획을 내년 3월까지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제출 시한에 맞춰 9월에 낸다고 한다.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대학 원서 눈치 접수 하듯이 해선 망신을 살 우려가 크다. 또 감축목표를 산업계와 밀실에서 결정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 김에 장기 감축계획을 시민사회와 폭넓게 소통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산업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 부담을 나누는 방식 등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미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50~80%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후변화법 제정안이 시민사회 주도로 발의돼 있는 상태다.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는 것은 화석연료에 의존한 지금까지의 에너지정책을 엄중하게 반성할 기회도 될 것이다. 이를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비전을 세우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렵게 시작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잘 정착시키는 일과 함께 이것이 정부가 내년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기후변화 대응책이다.

 

 

[중앙일보 사설-20141229월] 부활한 미국 경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미국의 독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23일 미 상무부는 미국 경제가 올 3분기 5%(연율)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발표된 영국·프랑스의 3분기 성장률 0.7%와 0.3%에 견줘보면 가히 독보적이다. 집값은 오르고 기름값은 떨어졌다. 뉴욕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1만8000을 돌파했다. 소비 심리는 8년 만에 최고다. 지난달 신규 고용은 32만 명으로 3년 만에 최대다. 경기 회복→임금상승→소비 증가→투자 확대의 전형적인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13배 큰 경제 대국의 고성장 비결은, 저성장의 늪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가 꼭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 독주 체제는 세계 경제·정치의 게임의 룰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대항마 중국은 성장 둔화 우려 속에 힘이 빠지고 있다. 유로존은 올해 0%대 성장에 머물러 ‘일본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힘을 못 쓰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한다. 러시아는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릴 경우 나라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사실상 와해시켰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의 유일한 게임 메이커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미국 고성장의 제1 동력은 소비와 저유가다. 셰일 혁명이 기름값을 낮추자 소비 여력이 늘었고 이게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불쏘시개가 됐다. 여기에 과감하고 유연한 정책 대응이 맞물려 화력(火力)을 키웠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미국 중앙은행은 6년간 4조 달러를 풀었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비판과 반론이 많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란 목표를 향해 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정책마다 부처 간 엇박자 일쑤인 우리 경제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구조개혁과 창업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은 기업·가계의 부실 털기에 집중했다. 몇 년간 빚을 확 줄인 가계와 기업은 올 3분기 소비(3%)·투자(9%)를 확 끌어올렸다. 제조업 부활은 실리콘밸리의 창업·혁신 시스템이 견인했다. 최첨단 기술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이 자본이 다시 신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애플·구글·트위터를 탄생시켰다. 좀비 기업을 빚으로 연명시키고 가계 빚은 더 늘린 우리와는 딴판이다.

 

 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민정책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고령화되지 않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유연한 이민정책으로 세계의 젊은 두뇌를 끊임없이 수혈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중위(中位)연령은 37.6세로 독일(46.1세)·프랑스(40.9세)보다 크게 낮다. 이렇게 몰려든 젊은 두뇌가 실리콘밸리의 창업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세계 최고의 고령화·저출산 국가이면서도 이민자를 터부시하고 있다. 인구 정책의 근간을 다시 짜야 할 때다.

 

 부활한 미국 경제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생산은 중국, 소비는 미국이란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통째 바뀔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 증대 효과는 있겠지만 중국 등 다른 나라 경제가 가라앉을 경우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 경제 회생의 노하우는 철저히 받아들이되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가져올 파장과 충격은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41229월] 아동 성범죄자가 일 년 새 62%나 늘었다니

 

지난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인터넷에 개인정보가 공개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2709명으로 1년 새 61.7%나 증가했다는 여성가족부 발표는 충격적이다. ‘몰카’ 등 신종 범죄가 대상에 포함되고 친고죄 폐지, 피해자들의 의식 변화에 따른 적극적 신고로 등록 대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여가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전자발찌나 신상 공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흉악한 성범죄에 노출되는 아동·청소년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우려된다.

 

 이번 통계에서 적시되진 않았지만 성범죄에 노출되는 아동의 대다수는 취약계층 아동이다. 아동 성범죄의 많은 수(44%)가 범죄자 거주지역에서 발생하고, 이웃 등 아는 사람(친족 제외)에 의한 성폭행이 절반을 넘는 사실에 비춰 볼 때 부모로부터 장시간 방치되는 ‘나홀로 아동’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한 시간 이상 홀로 또는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끼리만 집에 있는 나홀로 아동(13세 미만)은 전체 아동의 30%에 달하는 100만 명 정도라는 게 정부 통계다. 그중의 절반은 하루 3시간 이상 장기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성인이 보호하는 아동에 비해 성추행 등을 당한 비율이 3%포인트 높았다. 이들 대부분이 부모가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 아동인 만큼 사회의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보호와 배려가 절실하다.

 

 아울러 아동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강·절도죄의 29.6%만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아동 성범죄의 집행유예는 36.6%에 달했다. 타인의 재산을 강취하는 것 이상으로 아동 성범죄는 중대하다. 피해 아동의 인생 전체를 빼앗고 돌이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20141229월] 국정농단 부실수사 이대로 덮을 수 없다

 

검찰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이른바 ‘십상시 회동’ 문건 유출에 관여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로써 정윤회씨 문건 파동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건의 실체는 오간 데 없이 청와대 주문에 충실한 ‘청부 수사’의 전형이다.

조 전 비서관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사법처리는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는 파문이 불거진 뒤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찌라시’라고 규정한 청와대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정씨가 “문고리 3인방과 몇년째 연락조차 없었다”고 한 얘기가 거짓말로 들통난 것도 그의 폭로 탓이다. 이래저래 청와대에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고심하던 검찰이 뒤늦게 강공으로 돌아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눈 밖에 나면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낙인효과를 심어준 셈이다.

검찰은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사의 본류인 국정농단 의혹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십상시 회동’ 자체가 없었다손 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건 회동 자체가 아니라 비선 실세들이 무슨 일을 꾸몄느냐이다. 정씨를 둘러싼 의혹은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증언에서 보듯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오죽했으면 현정권 실세로 통하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사칭한 짝퉁이 등장했겠는가. “저 이재만입니다…”라는 거짓전화 한 통에 대기업들이 앞다퉈 취직자리를 내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 수사가 용두사미로 전락한 것은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정치색 짙은 사건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검찰에 떠넘겨 면죄부를 받고자 했던 게 화근이다. 그렇다고 치부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애초 실체적 진실보다 청와대 주문에 충실하면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은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그 추악한 실상을 밝힐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41229월] 정부에 배신당한 ‘장그래’는 누가 책임지나

 

박근혜 정부 들어 고졸 출신자 채용이 2년째 줄어든다고 한다. 내년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 규모는 134개 기관에서 1722명으로, 올해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 규모(1933명)보다 211명이 준다. 올해 고졸자 채용 규모도 이미 지난해(2112명)보다 179명이 줄었으니, 2년 연속 감소하는 셈이다. 내년도 공공기관 전체 신입 사원 채용이 486명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의 고졸 채용도 지난해 30%나 급감했다. 앞으로 5년 내 고졸 공채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10곳 중 1곳에 그쳤다는, 전국 651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도 있다. 이명박(MB)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의 20%를 고졸로 뽑고 비중도 차차 늘려서 2016년까지 40%를 채우겠다고 약속한 것과 거꾸로 가고 있다.

 

고졸자를 우대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말만 믿고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했던 학생들은 졸업할 때가 돼서 정부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지난해 1기 마이스터고 졸업식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졸업생들을 격려해 줄 때의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졌다. 고졸 채용이 크게 준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고용률 70%를 목표로 내건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의 초점이 경력단절여성 채용 등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옮겨 가면서 상대적으로 고졸 채용이 줄었다. 정부의 목표가 바뀌다 보니 이명박 정부 때 고졸 취업 우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공기업, 대기업, 은행권도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큰 방향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것이라면 이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무조건 폐기하는 건 잘못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대학진학률이 70%를 넘을 만큼 ‘학력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 너도나도 대학에 들어가다 보니 대졸 실업자가 늘어나고 결국 인력과 고용 구조가 왜곡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학력 인플레를 없애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접받는 사회로 가려면 고졸자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학 정원을 줄이는 등 대학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정책은 신뢰가 생명이다. 5년도 안 돼 정권의 논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믿고 따르겠는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과 관련된 취업·고용 정책이라면 더구나 일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피해는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학력타파’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의 고졸 취업 확대 정책은 올바른 방향인 만큼 정권과 무관하게 계승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야 한다. 지금도 고졸 직원 채용 규모가 전체의 20%가 되도록 정부가 공공기관에 권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평가 때 고졸 취업 실적으로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실적이 저조한 공공기관에는 불이익을 주는 더 적극적인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하다. 공기업이 먼저 고졸 채용을 늘리면 민간기업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 고졸 취업자들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이끌어 주고, ‘학력’보다는 ‘능력’이 먼저라고 믿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29월] "68혁명이 프랑스 망쳤다"는 반성…87체제는 어떤가

 

‘68혁명’이 프랑스를 망쳤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프랑스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르 피가로 논설위원을 지낸 에리크 제무르가 쓴 《프랑스의 자살》이 출간 3개월 만에 40만부가 넘게 팔려 나갔다고 한다. 68혁명은 1960년대 유럽사회에서 퍼져가던 사회주의 좌파 사상이 1968년 5월 파리 주요대학에서 대학생들의 시위를 통해 분출된 사건이다. 서구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혁명’이란 이름이 붙었다.

 

당시 학생들은 소위 3M을 외치며 기득권에 맞섰다. 3M이란 마르크스, 마르쿠제, 마오쩌둥이다.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이념적 탁류의 세계적 범람이었다. 이 이념적 탁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좌편향 세계관으로부터 유래한 것이었다. 근대화 이후 인류문명의 진보를 계몽의 일탈로 규정한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일체의 기존체제를 부정하는 20세기 좌익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물결을 만들어냈다.

 

당시 학생들이 애용하던 구호가 ‘절대 일하지 말라’였다. 소르본대학, 르네 데카르트대학 등이 사라지고 그 대신 파리4대학, 5대학 등으로 이름까지 바뀌었다. 이런 사회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프랑스는 서서히 침몰해갔고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1997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고 2005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이탈리아 그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높아 10.4%(2014년 3분기)나 된다. 350만명에 육박하는 실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때문에 프랑스의 침몰이 단순한 경기적 요소가 아니라는 반성이 일어나게 된것이다.

 

68혁명에 대한 반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취임 당시 “68혁명의 관 뚜껑에 못을 박겠다”며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구호를 걸기도 했다. 그는 “과도한 평등주의 사상으로 자본주의의 도덕적 가치가 훼손됐고 시민정신도 손상됐다”고 의욕을 불태웠지만 프랑스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도 ‘87체제’ 이후 프랑스 못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이 정치세력화하는 역주행도 그때 시작됐다.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간 것도 1987년 헌법개정 때다. 이후 정치세력들이 경쟁하듯 무상복지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고 공짜타령을 하는 국민도 늘었다. 종북세력들이 큰소리치며 정치권으로 들어온 것도 87체제의 결과다. 비록 민주화의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이제 87체제에 대한 체계적 반성도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29월] "기초자치단체 90%가 비즈니스 환경 기대치 이하"

서울과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10곳 가운데 9곳꼴로 비즈니스 환경이 기업의 기대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6,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경제활동 친화성을 조사해 도출한 결과다. 기업들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악성규제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공장입지 업종제한과 지자체의 기부·후원·기부채납 등이 주로 꼽혔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바람이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규제완화보다는 표와 직결되는 민원에만 신경을 써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경기·인천권의 총 6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경기 양평만 최상등급인 'S'를 받았을 뿐 대다수가 기업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방행정의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B·C·D등급에 머문 지자체는 'S'를 받은 모범 지자체를 거울삼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지자체' 1위에 오른 충남 논산의 경우 동양강철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1,000억원의 투자와 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경기 양평은 공무원의 친절 마인드를 통해 기업 체감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강원 영월은 신속한 행정처리로 전국에서 공장 짓기에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혔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작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540조원에 달하는 10대그룹 사내 유보금과 시중에 떠돌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이 시중에 풀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규제의 빗장을 풀어 돈을 금고에 쌓아만 두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익이 날 수 있는 사업이라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후진적인 정치와 행정이 기업의 눈을 가리고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을 못 바꾸면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29월] 올 세수 펑크 13조원… 재정규율 포기했나

 

정부의 해이해진 '재정 규율'에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갈수록 규율이 무너지는 모양새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1∼10월 실적을 바탕으로 국세수입 실적을 재점검한 보고서에서 "올해 국세수입이 기존의 예상을 하회할 것"이라면서 올해의 세수(稅收) 결손(정부 예산 대비 국세수입의 부족분)이 최악의 경우 약 1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에 추정한 10조원보다 3조원이나 더 많은 액수다. 세수결손 규모가 큰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점차 만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2조8,000억원을 기록한 세수결손은 지난해 8조5,00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예산정책처는 세수결손의 원인을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실적악화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했으나 과연 내수만 탓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고 예산을 짜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 경기 침체와 내수부진 등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어려우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4.1%, 세입은 14조6,000억원 늘어난 216조5,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성장률은 3.7%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내년 예산안 역시 우리나라 간판기업들의 어닝쇼크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올해보다 5조원가량 늘어난 221조5,000억원을 책정해놓았다.

 

최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한다며 확장적 재정운용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작 주무부처인 재정부는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각 부처에서 불용예산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제까지 이런 웃지 못할 희극을 계속할 생각인가. 장밋빛 전망이 초래한 세수결손은 결국 재정지출 축소와 불용예산 확대를 구조화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세수 예측과 처방에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29월] 노인요양시설 안전규제 완화만이 정답아니다

정부가 2년마다 실시하던 노인장기요양기관 대상 정기평가를 3년마다 한차례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장기요양기관의 정기평가 주기를 변경하는 내용의 '장기요양기관 평가방법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정부는 장기요양기관 부실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2009년부터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정기평가를 실시해왔다.

 

복지부가 밝힌 규제완화 이유는 평가기관의 부담 완화다. 장기요양급여의 체계적 평가 운영과 기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기를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소비자들이 받는 서비스가 좋아진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는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급여 부정수급 적발이 적지 않고 시설·인력 미비 등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2013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양로원 등 노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2008년 55건에서 지난해 251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올 5월에는 시설미비로 장성요양병원에서 22명이나 죽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평가주기를 오히려 '1년마다'로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직접적인 이유다.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정부의 평가점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평가주기 변경은 무작정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국내 노인요양시설은 민간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크게 늘었다. 2007년 641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4,648개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양적 확대에 걸맞은 서비스 개선 등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섣부른 규제완화에 앞서 상당수 요양시설이 수용시설로 변하고 있는 현실부터 바로잡는 게 우선일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존 페퍼(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20141229월] 쿠바엔 당근, 북한엔 채찍

 

북한과 쿠바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왕조적 통치를 하고 있으며 명목상 혁명적 공산주의 국가다. 또 수십년간 미국의 금수 조처로 고통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1960년대 상당한 사회·경제적 진보를 이뤘으나 세계경제와 고립되면서 점차 빈곤해졌다.

 

그러나 최근 두 나라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반면, 북한은 논쟁적인 영화를 둘러싼 갈등 속에 미국의 블랙리스트 국가로 남아 있다. 미국은 왜 인접해 있는 적국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면서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적에게는 채찍을 휘두를까?

 

쿠바와의 긴장완화 작업은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2001년에 연방 무역법 개정 덕분에, 개별 주들은 쿠바에 농산품 수출을 시작했다. 조지아와 버지니아 같은 주는 2014년 중반까지 46억달러 상당의 닭고기·옥수수·콩을 수출했다. 지난해 가을에 두 나라는 우편 서비스 재개 협상을 시작했다.

 

두 나라의 화해는 두 가지 이유로 가속화했다. 라울 카스트로 체제하에서 쿠바는 자유화를 시작했다. 경제개혁은 농업부문 정비와 소기업 권장, 정부부문의 축소 등을 포함했다. 정치범도 석방했다. 시민들은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기 위한 출국 비자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관련 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뒤 6개월간 약 25만명이 외국으로 나갔다.

 

동시에, 미국 내 여론은 쿠바와 관계정상화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9년에 미국인의 66%는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을 찬성했고, 5년 뒤에는 더 많은 미국인들이 금수 조처와 여행제한 조처 해제를 지지했다.

 

달리 말하면, 쿠바와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기로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쿠바의 주목할 만한 변화와 미국 내 여론의 상당한 전환에 반응한 것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캐나다가 도움을 준데다, 러시아와 쿠바가 다시 가까워지려 한 움직임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정학적 계산을 바꾸는 한 요인이 됐다.

 

이런 데탕트에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저항은 워싱턴 내에 있다. 의회는 경제 금수 조처의 최종 결정권자인데, 공화당은 새해부터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 마코 루비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는 화해에 단호히 반대한다.

 

북한은 쿠바보다도 더 오랜 세월 관계정상화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자유화도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 내에 북한과 기존 관계를 변화시키는 걸 찬성하는 강력한 유권자들도 없다. 사실 북한이 그걸 위해 추진해온 유일한 것은 핵 프로그램이다. 북한은 이것을 미국이 협상에 관심을 갖도록 미끼로 활용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다. 북한은 코미디언 및 영화 제작자들에게 안전한 목표물이 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가 영화 <인터뷰>다. 이 영화는 북한 사람들만큼이나 미국인들을 조롱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최고 지도자 살해 장면을 담고 있는 이 ‘오락물’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만약에 쿠바 코미디 작품이 오바마 대통령의 암살을 묘사했다고 상상해보라. 두 나라 관계는 즉각 동결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소니픽처스 해킹과 극장 위협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이 제시한 증거는 빈약하다. 해커들은 어느 곳에서든 올 수 있다. 그들은 북한에 동조하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소니에 대한 초기의 위협은 <인터뷰>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한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명백한 오류를 포함한 한국어 글귀로 끝을 맺는다.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면서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 사례를 따라 조만간 북한을 인정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금수 조처를 해제하지 않고, 북한과 협상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쿠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특히 범죄 증거가 그렇게 빈약할 때, 북한에 채찍을 휘두르는 걸 중단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북한과 긴장 속 평화는 데탕트만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쟁보다는 낫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 문화콘텐츠학)-20141229월] 행복은 '성격' 순이다

“종강하셨죠?” 그러나 여유 부릴 계제는 아니다. 성적입력을 마쳐야 한숨 돌릴 수 있다. 광고카피가 기억 속에 나부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하지만 가뿐히 짐 꾸릴 수 없는 처지다. 평화는 철조망(웹메일) 너머에 있다. 이번엔 ‘억울한’ 학생의 신문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제가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대략난감.

 

 실습과목의 운명이랄까. 교수는 다가올 환난에 대비책을 강구했다. “A를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학칙은 학칙이다. 상대평가 규정을 따라야 한다. 열심히 하고 잘한(성과물이 좋은) 사람은 A, 열심히 안 하고 잘하지도 못한 사람은 C, 열심히 했으나 성과물이 안 좋은 사람, 그리고 성과물이 뛰어나도 결석·지각이 많거나 과제물을 제때 내지 않은 사람은 B.” 문제는 교수의 안목과 기준에 ‘BC클럽 멤버들’이 동의하느냐 여부다.

 

 “무시해 버리세요.” 이건 조언이랄 수 없다.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학생이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게 가당한 일인가요?” 대낮토론이 시작된다. “권위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불의에 항거한다고 학생은 생각할 겁니다. 불의가 아니라는 걸 교수는 납득시켜줄 의무가 있죠.” “참 피곤하게 사시네요.” “깔끔하게 살려는 거죠. 이것도 수업의 연장이니까. 사실 권위는 지키는 게 아니라 생기는 거죠. 실낱 같은 권위를 지키려고 버티다가 권위주의자가 되는 거 많이 봤잖아요.”

 

 학생에게 e메일을 보냈다. “평가는 엄격, 엄정, 엄밀해야 한다. 나는 그걸 지키려 노력했다. …네가 불성실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학생들의 성과(창의성·표현력)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근거를 알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다른 학생들의 과제물을 너에게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수도 없지만 설령 그런다고 해도 너와 나의 가치관은 일치하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교수의 소신과 전문성을 존중해주기 바란다…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학점 문제로 기분이 잠시 울적할 수는 있어도 사제관계가 흐트러지진 않으리라 믿는다.”

 

 소통 없는 소신은 고통을 낳는다. 종강파티에 나타난 학생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이다. e메일에 담은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그의 환한 얼굴(화난 얼굴이 아니다)을 보면서 행복이 성적과 맞물려 있진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음악이 나오자 A, B, C 관계없이 즐겁게 합창한다. 행복은 ‘성적’ 순이라기보다는 ‘성격’ 순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41229월] 비인간적 인격체

 

팔이 길고 꼬리가 없는 원숭이류를 ‘유인원’이라고 부른다. 오랑우탄·침팬지·고릴라·보노보 등 인간과(科)에 속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특히 오랑우탄과 참팬지는 인간의 유전자 구조와 98% 이상 일치한다. 올해 초 개봉한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은 진화한 유인원 종족과 멸종위기에 처한 인류의 대결을 가상한 영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침팬지 리더 시저가 유인원 무리를 이끈다. 실제로도 유인원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꾸린다고 한다. 도구를 사용하고 몸짓으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한다. 3년 전의 일을 기억할 정도로 지능이 높다. 오랑우탄은 비가 오면 넓은 잎을 꺾어 우산처럼 사용한다.

유인원은 또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 침팬지와 오랑우탄들의 사회에도 선악(善惡)이 존재하고 갈등과 반목도 있다. 무리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원만히 해결하는 일종의 ‘경찰 조직’도 갖췄다. 키스하고, 껴안는 행위는 영장류만의 공통된 감정 표현 방식이다. 심지어 물물교환 형태의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간의 진화에 대한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 위한 연구대상, 실험용으로도 자주 선택된다. 의사소통, 문화, 인지력, 나아가 웃음까지 연구대상이 된다. 엘리자베스 헤스의 <님 침스키>는 ‘언어 실험’ 대상이 됐던 침팬지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님 침스키는 대저택에 입양돼 인간 아이처럼 가족과 함께 살면서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고, 커피를 마시고, 미국식 수화를 배웠다. 하지만 ‘인간으로 길러진 침팬지’는 입양 가족들의 외면으로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 고통 속에 죽었다. 이런 침팬지가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아르헨티나 법원이 20년 동안 동물원에 갇혀 살던 29살짜리 오랑우탄에게 “불법적으로 구금되지 않을 ‘법적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철학적 의미에서 하나의 인격체”라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오랑우탄을 ‘비인간적 인격체(Non-Human Person)’로 규정했다. 참 절묘한 표현이다. 이제 이 오랑우탄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이송돼 자유의 몸이 된다. 침팬지보다 ‘인격’이 떨어지는 ‘털 없는 원숭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41229월] 맨해튼 집값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 평균 수준의 집을 사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 9만달러(약 9900만원)를 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중에서 가장 비싼 맨해튼은 이보다 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맨해튼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가격이 168만달러(약 18억5000만원)로 작년보다 16% 뛰었다고 분석했다. 가장 높았던 2008년보다도 10% 비싸니 사상 최고다.

 

이유는 뭘까. 우선은 ‘돈 풍년’이다. 경제 성장으로 주가가 뛰고 보너스가 많아진 데다 해외 자산가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몰려든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만큼 고가주택 매매가 활발해서 2500만달러(약 275억원) 이상 거래가 2008년보다 25% 늘었다. 최고가는 7130만달러(약 784억원)였고, 8000만달러(약 879억4000만원)짜리 계약도 곧 체결될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만성적인 물량 부족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맨해튼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분기별 매물이 평균 4900여채에 불과했다. 그 중 40% 이상이 호가 이상에 팔린다. 그러니 월세도 비쌀 수밖에 없다. 원룸 월세는 작은 것이 2000달러(약 220만원)를 넘은 지 오래다. 영화나 TV에서는 근사해 보이지만 30년 이상 낡은 룸이 그렇다. 자동차로 20~30분 떨어진 인근 지역의 소형 아파트도 최소 3000달러(약 33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노른자 자리에 있는 각국 외교공관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재정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프랑스 등은 아예 건물을 내놨다. 관리비 부담이 많은 관저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맨해튼의 집값 신기록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통계기관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촌 집값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56개국이 8% 이상 뛰었고 그 중 11개국은 두 자릿수나 치솟았다. 독일 주요 도시도 25%를 기록했다. 베이징 신축 아파트는 9㎡에 180만위안(약 3억2000만원)으로 런던 고급주택과 맞먹는다.

 

이에 비해 서울은 그나마 숨 쉴 여지가 있다고 한다. 일본 부동산연구소 조사를 보면 도쿄의 고급주택가 아파트를 100으로 놓았을 때 서울은 73.4로 홍콩(212.3)의 3분의 1 수준이다. 타이베이(163.4)와 싱가포르(145.7), 상하이(129.3)보다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집값, 전월세를 둘러싼 논쟁은 더 뜨겁다. 그나저나 맨해튼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41229월] 클린턴vs부시

 

"문제는 바로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대선 후보 때 당시 백악관 주인이었던 조지 H W 부시의 경제 실책을 꼬집으며 맹공을 퍼부었다. 대선은 클린턴의 승리로 돌아갔다. 부시 재임 4년간 실업률이 급등하고 불황의 골이 깊어진 탓이 컸다. 아무리 그렇다고 현직 대통령에게 '멍청이'라니. 부시는 굴욕감에 치를 떨었고 부인 바버라 여사는 "못난 사람(lesser man)이 선거에서 이겼다"며 혀를 끌끌 찼다.

 

클린턴 집안과 부시 집안의 맞대결이 2016년 미 대선에서 재연될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부시의 둘째 아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공화당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 가문의 재대결이 성사된다면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셈이 되나.

 

현재로서는 클린턴 가문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젭 부시 전 주지사와의 가상 대결에서 49%대 34%로 승리했다. 그래도 예단은 금물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1991년 업무수행능력 지지도가 90%에 육박했지만 대선에 임박해서는 '초라한 경제 성적표'가 핫 이슈로 부상하면서 지지도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제41·43대 대통령을 지낸 부시 가문에 대한 미국인의 염증은 젭 부시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차기 미 대선의 최종 승리는 클린턴 또는 부시 가문 중 하나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미 국민은 다시 한 번 정치 명문가(名門家) 출신 대통령을 맞게 된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까지 동시에 명문가 국가 원수라는 점이 흥미롭다. 모두가 가문의 영광을 명실상부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경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임기를 마친 뒤 '멍청이' 소리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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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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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는 3월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 ATM에서 구형 마그네틱 신용카드의 이용이 전면 금지됩니다. 이에 따라 마그네틱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금융기관에서 전자칩이 내장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전자칩 다음에는 뭐가 나올라나? 공격하고 방어하고 이러면서 발전하는 거겠지?

2. 한국의 경제 규모가 16년 뒤 독일 바로 아래인 세계 8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센터(CEBR)가 밝혔습니다.
2025년엔 중국이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소식도 함께 실렸는데... 아이고 의미 없어라~~

3. 이집트 정부가 할리우드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상영을 금지했습니다.
요즘 영화를 너무 다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는게지...

4.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이모(58)씨가 투신한 것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현장점검에 나선다고 합니다.
복지지원을 요청했다 거부 당하고 1시간 넘게 구청을 맴돌다 몸을 던졌다는데, 성탄절을 목전에 두고 목숨을 던져야했던 그 참담함을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5.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일반인 희생자 43명 중 26명의 영결식이 토요일 오전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나머지 희생자 17명의 유족들은 진상규명 이전엔 영결식을 치러서는 안 된다며 불참했습니다.
알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세월호로 시작된 2014년이 이대로 가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6. 도박장에서 단순히 커피·라면을 팔았어도 도박방조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청주지법은 도박개장과 도박개장방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우모(53)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이건 맞는 판결이라고 보는데... 불법을 보면 신고해야지, 거기서 이익을 보면 당근 안되겠지요? 부당한 행위에 저항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7.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시 인증 절차가 필요없는 본격적인 '원클릭' 서비스를 오늘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9개월 만에 본격 시행된다고 합니다.
아~ 우리 각하의 이 섬세하시고 깊은 배려에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디 새해에는 다른 목소리도 귀 담아 들어주시길...

8.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카터센터는 지난 18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서울고법의 유죄 판결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우리 대법원에 발송했다고 합니다.
이 양반이 북한에 한번 갔다 오더니 종북주의가 되버렸나 보네... 세계가 우려하는 이유가 다 있다는걸 좀 느끼고 그러면 안되나...

9.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일단 반응을 자제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잡종', '광대', '원숭이' 등 인종차별적 표현을 동원해 비하했습니다.
자기들 원수님 머리가 터져 죽는 영화가 개봉 되었으니 저 정도 반응이야 애교 아니겠어? 오바마가 그랬자나 '눈에는 눈이라고'

10. 추운 겨울 오리털 점퍼 많이들 입으시죠? 그런데 이 오리털 점퍼를 물세탁 하지 않고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오히려 보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세탁을 안할시 보온성이 100이면 물세탁은 99, 드라이클리닝은 88이랍니다. 원래 겨울 옷은 쉰내 날 때까지 입는거임.

11.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팔던 토종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됐습니다. 올겨울 수도권 지역의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대한민국 닭집들 휘청이는 소리 들립니다. 매년 겨울이면 이러는데 옛날에는 어찌 살았나 몰라...

12. 회사에서 개최한 등산대회에 참여하다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런걸 꼭 판결해야 하는건지... 당연히 회사에서 책임있게 처리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부를 때는 언제고 책임 없다 하시면 섭하지요~

13. 인도네시아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항공 여객기가 실종됐습니다. 비행기에는 한국인 3명을 포함해 160여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야 하지만 비행기 사고라는게... 요즘 항공사들이 수난입니다.

14. 홍대입구역에 뿌려진 박근혜 대통령 비난 유인물의 유포자에게 적용될 죄명이 '무단쓰레기 투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평상시 홍대 앞에 돌아댕기는 쓰레기를 보면 이러는 게 좀 무색하고 쑥스럽다는 생각은 안드나?...

15. 지난 봄에 떨어진 '진주운석'을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가격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소유주들의 요구액은 27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부럽기도 하지만, 적당히 해야지 저 정도면 아무도 사주지 말아야해... 그냥 끌어 안고 살라고 하는게 좋을듯~

16. 새해 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약 7% 오른 5,580원으로 인상됩니다. 또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전담하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전격 출범합니다.
더도 말고 알바하는 우리 아이들 최저임금은 띵겨 먹지 맙시다. 최저라고 하자나요~~

17. 박근혜 정부가 만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합동수사본부가 일요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윤회 부부 개입 의혹이 일었던 승마협회 조사결과는 쏙 빠져 있었습니다.
감히 누가 쏙 집어 넣을 수 있었겠어... 한편 이해는 간다만 너무 알아서 기지는 말아라. 보기 흉하다.

18. 이동통신사들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등 지원금 상한 제한을 받지 않는 구형 단말기들에 대한 지원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하며 연말연시 고객 잡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무슨 큰일 하듯이 그러냐? 기껏 재고 털기 하는 주제에 말이야... 우린 그런거 바라는게 아니거등~~

19. 수술실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한 중국 의사들의 사진은 약과였습니다. 국내 한 성형외과에서 간호조무사가 올린 인스타그램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웠습니다.
가위바위보, 보형물로 장난치기, 돈세기, 과일 먹기, 생일 케익 먹방들 종류도 다양했다고 하는데... 이래도 성형들 받고 싶어요?"

20.  아기레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했답니다.
이케아 광명점의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쇼핑객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답니다.
SKT·KT는 LTE보다 4배빠른 이통서비스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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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마지막 이라는 말 요즘 자주 들으시죠?
새해 첫 날부터 마지막 12월 31일 하루 하루가 우리가 맞이하는 새로운 날이며 마지막 날 입니다.
소중하게 헛되이 보낼 수 없는 날들이지요.
오늘도 우리 인생에서 보내는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마지막 날입니다.
기분 좋게, 신명나게 화이팅 하시며 출발 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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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외교 >>

1. 국회는 29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부동산 3법 등 100여건의 법안을 의결함
- 청와대와 정부가 올초부터 조속한 처리를 촉구해온 경제활성화 법안 상당수는 의결 대상에서 빠져 해를 넘기게 됐으며, 여야는 내달 14일까지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정치 이슈에 밀려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옴


<< 경제 일반 >>

1. 통게청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신설된 법인은 7만6808개로 사상 최다였던 지난해 창업 기업 수(7만5574개)를 이미 넘어섬
-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주도하는 미국발 모바일 혁신과 연관 산업의 급팽창, 정부의 창업 지원 확대 등이 맞물리며 창업열기가 살아나고 있음

2. LTE보다 네 배 빠른 이동통신 서비스가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됨
-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를 통해 29일부터 LTE보다 네 배 빠른 '3밴드 LTE-A' 서비스를 시작함

3. 서울시가 내년부터 아파트 옥상과 초.중.고등학교 공터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 텃밭으로 조성하기로 함
- 텃밭 조성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논란이 예상됨


<< 금융/부동산 >>

1. 정부는 내년 설립될 인터넷전문은행에 개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영세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만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음
- 예.적금 등은 허용하되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제한할 방침임
- 정부는 내년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함께 인터넷중개업체를 통해 개인끼리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음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포함 예정 내용)

2. 앞으로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구매가 가능해짐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강조하며 '천송이 코트'를 처음 언급한 후 9개월 만에 온라인상의 간편결제가 본격 시행되는 것임

3. 고용노동부가 여러 개의 증권.자산운용회사에 맡기던 고용.산재보험 기금 운용을 내년부터 각 한 업체에 위탁하기로 함
-17조4000억원에 달하는 고용부 기금의 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업계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임

4. (세금 상식)
자신이 대표이사로 회사를 직접 운용하는 대주주는 때때로 운영자금이 필요하거나 자본금을 증자해야 할 경우에 혼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불균등 증자 시 이익의 증여' 규정에 의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함

5. 건설사들의 골칫거리였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팔려나가고 있음
-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해 전셋값까지 크게 오르자 무주택 수요자들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찾고 있다는 분석임

6.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원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판 뒤 이를 다시 임차해 거주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임대주택이 등장할 전망임
- 서울 강남 등 도심지에 자리잡은 재건축 아파트를 중산층이 거주할 만한 고급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얘기로서, 앞으로 목 좋은 단지에 중산층용 임대주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임

7. 차상위 계층의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새로운 주거급여(주택 바우처) 제도가 내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됨
- 28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새 주거급여 제도 시행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황보장법'을 오는 30일 공포함
- 기초생황보장제도의 하나인 주거급여를 기존 기초생황보장급여에서 분리하면서 대상과 지급액을 늘리는 게 달라지는 점임


<< 해양-해운/조선 >>

* KMI 해운관련 통계 종합 Index : 업데이트 안됨. 전일과 동일

1. 28일 0시 19분쯤 부산 태종대 납서쪽 12.6km 해상에서 모래채취선 107대양호(2496톤)의 뱃머리와 컨테이너선 현대브릿지호(2만1611톤)의 오니쪽 배꼬리가 충돌해 현대브릿지호에 실려 있던 벙커C유 상당량이 바다로 유출됨
-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연안은 부산 영도구 중리로 6km가량 떨어져 있으며, 이 해역 주변엔 양식장 등이 없어 아직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음

2. 28일 새벽(현지 시각) 478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페리호 '노르만 아틀란틱'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함
- 그리스 인터넷 뉴스사이트 'IN'은 "탑승객 150여명은 구명정으로 탈출했으며, 10여명도 출동한 이탈리아 공군 헬기로 구조됐으며, 탑승자 중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힘


<< 국제 >>

1. 중국이 상하이 자유무역구(FTZ) 면적을 4배로 확대하고, 광둥성.톈진시.푸젠성에 추가로 FTZ를 설립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함
- 지금까지 보세구에서만 운영되던 FTZ에 금융과 첨단기술 단지가 추가되게 되며, 이를 통해 FTZ가 본격적인 자유무역지대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됨

2.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1052년 처음 제기한 '남수북조'(남부 지방의 물을 끌어다 북부 지방에서 쓴다)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중국 남부 후베이성 창장 인근 단장커우 저수지의 댐 수문에서 1200km에 달하는 중선 1기 공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2000만 베이징 시민이 연간 10억5000만세제곱미터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됨
- 하지만 물 공급을 하는 남부지방의 강우량이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물 소비량이 갈수록 늘고 있어 남수북조 사업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지역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음

3. 중국 지방정부인 닝샤자치구 정부가 처음으로 해외채권을 발행함
- 중국 지방정부는 그동안 직접 채권 발생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금지돼 있었으며,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으로 불리는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우회적인 방식으로 채권을 발행해왔음

4. 러시아 은행들이 줄줄이 중앙은행과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음
- 한 주간 루블화 변동 폭이 50%가 넘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로 6.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차입금리가 급등, 은행 간 자금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임


<< 사회/기타일반 >>

1. 한국인 선교사 일가족 세 명을 포함한 162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인도네시아에서 싱카포르로 향하던 에어아시아 여객기(QZ8501)가 28일 통신이 두절되며 실종됨

2.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팔던 토종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8형)가 발견됨
- 올겨울 수도권 전통시장에서 AI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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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쿠바가 53년만에 관계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아바나에 대사관이 곧 개설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쿠바의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를 검토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지시 했다고 합니다.
뭐 느끼는거 없습니까? 남북관계도 목 조른다고 될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2. 미국-쿠바 관계정상화 소식 하나 더.
한국과 반대로 미국 애연가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외교관계 정상화에 나서자 세계 최상급인 쿠바산 시가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내 부자들은 다 저거 밀수로 피고 있었음. '미드'보면 다 나와...

3. 내년 1월에 가스요금이 인하 될듯 합니다. 원료 도입가격이 ±3% 이상 변동될 경우 2개월 간격으로 홀수 달에 이를 자동적으로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내릴진 모르지만 국제유가의 하락 덕을 좀 보기는 하나 봅니다.

4. 부산 기장군의 한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가 2015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에 7명, KAIST 5명 등 3학년 학생의 절반이 넘게 명문대 수시에 합격했습니다.
공립 일반고도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건가 봅니다. 자격미달의 자사고보다 훨 나은듯 하네~

5. 12월 중순의 이례적인 한파는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내려와 대륙 고기압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추위는 주말쯤 되면 한풀 꺾일 전망입니다.
눈 많고 따듯한 겨울이 될거라는 기상청 예보만 믿고 있다가 얼어 죽을뻔 했습니다.

6.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의 검찰 조사를 종합해보면 '정윤회 문건' '미행설 문건'의 작성과 반출은 모두 박 경정 1인 플레이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아주 '모노드라마'를 찍으셨구만, '빨간 피터의 고백'이였나 보네... 공허하다~

7. 경찰이 23일 개장하기로 한 롯데몰 동부산점 사용승인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교통시설 확충 없이 이대로 개장하면 극심한 차량 정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롯데가 요즘 너무 앞뒤 안가리는듯 합니다. 돈 버는것도 좋지만 사람부터 생각하고 시작하시죠~

8. 요가가 혈압을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경우,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요가를 하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좋다고 처음부터 막 꼬고 그러다 다칩니다. 쉬운거 부터 조금씩 살 사알~~

7. 식사시간에 하는 대화가  자녀와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발표가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 자녀와의 관계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합니다.
함께 밥 먹는 시간이라도 자주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밥 먹을땐 잠깐 꺼 놓도록 할까요?

8. 우리 사회에서 비만 인구의 증가는 정체 상태지만 심각한 고도 비만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어 비만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내 주변에 이에 동조하는 사람이 꽤 될듯. 아무래도 술과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만 좀 좋아하세요. 부담스러~

9. 최근 인도에서 우버택시 기사의 승객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뒤 여러 나라에서 우버 영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전세계 최초로 '우파라치' 제도를 실시해 우버택시 영업 신고자에게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답니다.
불법 자가용택시 근절은 나도 찬성. 근데 포상금 지급이 한미FTA 위반이라네... 참 할말 없게 만든다. 그치?

10. 겨울철에는 차량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데, 다른 계절보다 사고 발생률이 약 60% 가량 높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와 타이어, 부동액 이 세 가지는 차량 점검의 기본입니다.
요 며칠 한파에 버티셨으면 올 겨울은 그냥 나실 수 있습니다. 따로 돈 쓰지 마시고... 스노우 타이어는 한 짝당 공임 포함 15-20만원선 입니다. '신발보다 싸다'는 뻥입니다.

11. 유선인터넷 업계가 일관성 없이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탓에 가입자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해지 문의를 하거나 회유 정책을 아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다고 합니다.
오늘 슬쩍 고객센터에 전화 한번 해 보세요... 요금이 할인 되거나 부가서비스가 생길지도 모른다는거~ ㅋ

12.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이 오늘 19일 개장됩니다. 개장 첫날인 오늘은 무료 랍니다.
스케이트 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 한번 배워두면 평생 몸에 익는 스포츠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공짜란 김에 오늘 한번 나가볼까? '몸이 약해소~~'

13.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에게도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호르몬 분비가 줄면 남성의 과격한 성향이 줄고 다정다감해진다고 합니다.
남자도 입덧 한다는 말 들어 보셨어요? 실제로 내가 그랬슴다. 냄새 못 맡고, 헛구역질 하고... 많이 사랑하면 그렇다던데... ㅠㅜ

14. 국방부와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현역 복무를 이행한 병사가 취업할 때 '복무보상점' 2%를 부여하고 복무 기간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의무와 책임, 그리고 해택... 당분간 또 시끄럽겠습니다. 이 해묵은 문제를 모병제로 풀어 나가야 할텐데 말입니다.

15. '성추행 스타목사' 전병욱의 징계 절차에 속도가 붙는 듯 하더니, 석 달째 처리가 지지부진입니다. 개신교단이 목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삼일교회 떠나면서 전별금이라고 13억 넘게 챙겨가셨드만, 뭐 목사도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지... 인간이니까 벌 받으라고 이 양반아~~

16.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도 저소득층 급식비 등 교육 지원 사업 예산을 줄였습니다. 부족한 서울시 교육예산으로도 혁신학교 운영 등 자신의 교육 공약사업 예산을 큰 폭으로 증가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박시장님 어째 점점 멀리 가시는것 같습니다. 안녕히 가시라 인사 올리기 그렇습니다...

17. 요즘 같이 추운 날이면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핫팩을 쓰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한 부위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 대고 있다간 자칫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증상을 쉽게 자각하지 못해 화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하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뜨뜨미지근하다고 우습게 보다가 다치는 경우랍니다.

18.  터키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27명을 체포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터키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인 우월감? 찌라시 타령에 언론사 고발하는 우리가 좀 낫네...

19. 오는 20일부터 버거킹의 일부 햄버거 가격이 7.4∼8.3% 인상됩니다. 와퍼 가격은 5천 원에서 5천400원으로, 와퍼주니어는 3천600원에서 3천900원으로 오릅니다.
호주, 뉴질랜드산 소고기 수입가격의 인상 탓이라는데, 나중에 가격 내려가면 보겠어 어떻게 하는지 말야...

20. 서울형 자유학기제 운영과 직업교육 강화 등을 통한 고졸 성공시대 구현을 위하여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서울시교육청 간의 업무 협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미개인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희망 교육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1.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하루 두 잔 이내로 마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커피 원두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먹는 양에 비해 배가 안나오는거였구나... 몰랐네~

22.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드라마 '미생'을 언급했습니다. 청년 구직난을 언급하면서 우리 청년세대가 저성장이 계속되는 이 시대에 살면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근데 부총리께서는 기업들이 한번 뽑으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정규직 뽑기를 두려워한다고 이를 법으로 규제하려 한답니다.
대통령의 안타까움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총리 짤라 버리는게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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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한 한파 속에서도 어김 없이 금요일은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바로 성탄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14년은 종교와 이념 그리고 모든 것을 떠나서 함께 나누고 베푸는 따듯한 그런 날들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헌재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선고가 있는 날입니다. 통진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념과 이념을 재단한다는 그 자체가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것 같아 씁씁한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일단 오늘은 멋진 불금 되시길 축원 합니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인천 서구 공촌사거리 상수도 파열로 서구와 영종 용유지역 19만가구가 19일 0시부터 36시간 단수 예정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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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비선 국정개입 의혹 검찰 수사

■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군 가산점 제도 부활

■ 국토부의 ‘땅콩 회항’사건 봐주기 조사

■ 문희상 위원장의 취업 청탁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비선 국정개입 의혹 검찰 수사

 

[중앙일보 사설-201219금] 검찰, 문건 말고 다른 의혹도 제대로 밝혀라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을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이 허위사실을 토대로 청와대 문건을 작성하고 외부로 갖고 나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에 보관했다는 것이다. 박 경정은 청와대 내부 감찰에서 자신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다른 경찰관들이 유출한 것처럼 허위 경위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무고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과정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한모 경위가 박 경정이 숨겨놓은 문건을 몰래 꺼내 복사한 뒤 자살한 최모 경위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가 일부 언론사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윤회씨가 박지만 EG 회장의 미행을 사주했다는 설도 박 경정이 전혀 근거 없이 작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숨진 최 경위와 한 경위는 “정윤회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유출에 관여했다는 물증도 없다. 법원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경위가 유서에 적은 ‘민정비서실 회유 의혹’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 박 경정은 체포되기 전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 입은 지퍼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며 여전히 뭔가 비밀을 쥐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관천 1인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에 석연찮은 점이 남는다.

 

 또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승마협회에 압력을 행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철저히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이 사건은 문건수사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사 개입 의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 등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 상태다. 따라서 수사 결과가 관련자들의 해명을 확인해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꼭 위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 항상 의혹이 남는 검찰 수사는 국정조사·청문회나 특검으로 이어져 소모적인 국력 낭비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국정농단 주범이 경찰이라는 황당한 수사 결과

 

‘정윤회 문건’ 파문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박관천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면서 정씨 관련 허위 문건을 만들어 유출한 혐의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문건 유출자를 색출해달라”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무고죄도 뒤집어썼다. 이번 사건은 박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 한 명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검찰 수사는 박 경정 영장을 계기로 완연한 파장 분위기다. 사건의 본질인 비선 실세그룹의 국정개입 의혹은 일찌감치 ‘근거없음’으로 결론났다. ‘십상시 회동’ 자체가 없었다는 게 그 근거다. 문건 유출도 박 경정의 단독범행이라고 한다. 설사 박 경정 소행이라 치더라도 ‘일개 경찰관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오죽했으면 수사팀도 “황당하다”고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규정한 검찰의 잣대도 일반상식으로는 어색하다. “누가 불장난을 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정씨의 말을 되짚어보면 이번 수사결과는 마치 꿰맞추기라도 한 듯 절묘하다.

검찰 수사로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의혹만 키운 꼴이다. 박 경정의 석연찮은 범행 동기는 물론이고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도 풀린 게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좌천성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씨 딸을 둘러싼 문화부의 표적 감사에 이어 박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증언도 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둘러싼 국정농단 의혹은 그간 제기된 것만 해도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 관련자를 회유하고 ‘7인회’라는 딱지를 붙여 검찰수사를 몰아붙인 경위도 의혹투성이다.

정치적 사건을 떠안은 검찰의 고민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개 경찰관의 불장난이라는 수사 결과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참 허망하다. ‘몸통’ ‘깃털’ 운운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치부 그대로다. 결국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게 ‘정치검찰’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하다.

 

 

■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미국-쿠바 국교정상화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에 나서기로 전격 선언했다. 미국은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쿠바 내 미국의 자산을 몰수하자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경제봉쇄에 돌입했다. 이후 미국과 소련간 핵전쟁을 유발할 뻔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와 난민문제 등 숱한 대립과 갈등이 반세기 이상 지속돼 왔음에 비춰 양국의 국교정상화 선언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수십년간 미국의 국익 증진에 실패해온 낡은 접근방식을 끝내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이 쿠바 정부가 자국민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유지해온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시인한 셈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국가에 대해 명분을 앞세운 제재 일변도의 압박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벌써 오래 전부터 미국의 대(對)쿠바 봉쇄정책 철회를 촉구해왔다. 유엔 총회는 올해도 압도적 찬성으로 미국의 쿠바 경제제재 해제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이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의 고립을 초래했던 것이다. 보수야당인 공화당은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준 또 하나의 사례”(존 베이너 하원의장)라고 비난하지만 그런 점에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선언은 오히려 때늦은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제1기 취임사에서 적과의 대화를 약속하면서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상당히 호전된 상황에서 이제 북한만 남은 셈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최근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주저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북미간에 변화가 있으려면 먼저 북한이 달라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정권을 이어받은 뒤 실용주의적 개혁조치를 꾸준히 단행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북한 김정은 정권과는 크게 달랐다. 북한의 몇 안 되는 우방국 중 하나인 쿠바가 미국과 수교하면 북한은 더욱 고립이 깊어진다. 북한도 이제 개혁과 개방, 화해의 큰 흐름 속에서 체제 생존과 발전의 기회를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전격적 미-쿠바 수교,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미국과 쿠바가 17일(현지시각) 53년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 수교는 냉전 잔재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 북-미 관계 개선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한다.

 

양쪽 정상의 발언은 모든 나라가 새겨들을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밝혔다. 쿠바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오랜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대북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우리는 세련된 태도로 서로 다름과 공존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 지도부에 도움이 될 말이다.

 

두 나라의 결단에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20년이 넘도록 쿠바 봉쇄를 고집해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고립되는 처지가 됐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쿠바계 미국인의 분위기가 관계 개선 쪽으로 바뀐 것도 부담이었다. 혁명 1세대로서 2006년 권력을 승계한 라울 의장은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꾸준히 대미 관계 개선을 꾀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다. 그가 점진적 관계 개선을 넘어서 국교 정상화까지 선언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남미계로 처음 바티칸 수장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쪽 협상을 적극 중재한 것도 돋보인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미 관계의 앞날에 쏠리고 있다.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은 봉쇄 대상국 가운데 쿠바·미얀마·이란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제 사실상 북한만 남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쿠바와 달리 핵·미사일 등 안보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이번처럼 양쪽의 발상 전환과 적절한 중재자가 전제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정부 안에서 대북 대화론이 제기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하면서 유연한 대외관계를 추구해온 쿠바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배워야 한다.

 

미국과 쿠바의 수교는 최근 협력보다 갈등이 부각되는 지구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북-미 수교 등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미·쿠바 국교 정상화를 환영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어제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간 53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선언했다.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지 23년 만이다.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냉전의 유물을 걷어내기로 결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양국은 곧 국교 정상화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카스트로 의장의 말대로 양국 간에는 “여전히 인권과 대외정책, 주권 문제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견은 국교 정상화의 장애물이 아니다. 정상적인 관계란 차이가 없는 관계가 아니라, 차이를 둘러싸고 대결하는 대신 타협하고 조정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은 ‘미국의 뒤뜰’이라는 중남미에 강대국의 논리를 관철했다. 미국은 시민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해온 반민주적인 중남미 독재정권을 단지 친미적이라는 이유로 지지하고 후원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자유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세운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붕괴시킨 피노체트 장군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 피노체트 정권이 미국을 믿고 저지른 고문과 살인, 인권탄압 행위로 시민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으며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미국은 피그만 침공, 중앙정보국(CIA)의 카스트로 암살 기도, 경제 봉쇄로 쿠바 시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쿠바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이 쿠바 혁명 이후 이 작은 섬나라에 가했던 이 같은 온갖 부도덕한 행위는 미국의 핵심 정책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쿠바에 사과하지는 않더라도 쿠바 봉쇄를 민주주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기만적 태도만은 삼가야 한다.

쿠바 봉쇄의 실질적 효과는 카스트로 체제의 공고화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쿠바 봉쇄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정적인 쿠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봉쇄 정책은 이 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고, 중남미 대륙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제한했다”고 인정했다. 봉쇄 정책으로 체제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됐지만, 새삼 그의 실패 인정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아직도 문제 국가에 대해 제재와 압박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조치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묻자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적대국가의 정상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대로 이란에 이어 쿠바에 대해서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예외이다. 물론 북한은 미국과 협상·결렬을 반복하면서 미국을 지치게 했다. 쿠바와 달리 핵과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점도 다르다. 인권침해 문제도 있다. 바로 그런 심각한 상황은 더욱 북한 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강요하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화와 협상이 개혁을 독려한다는 쿠바의 교훈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서 실패한 정책은 북한에서도 실패한다는 사실을 새기며 자신의 마지막 매듭을 풀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 이제 북한만 남았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공식 발표했다. 53년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양국이 냉전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화해와 평화공존의 새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세계사에 남을 2014년의 빅 이벤트다. 이제 남은 고립폐쇄 사회는 북한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어제 백악관과 아바나에서 각각 발표한 선언을 보면 대사관 재개설도 수개월 내 끝날 전망이다. 1961년 국교단절로 고립됐던 쿠바가 오바마 정부의 개방외교정책이라는 열린 문으로 들어선 것이다.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송금이 바로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쿠바는 5년째 수감 중이던 미국인을 즉각 석방하기도 했다.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 종언은 이념보다 민생을 중시해온 라울 카스트로 정권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이 된다. 2008년 형 피델을 승계한 그는 정치개혁과 더불어 시장경제시스템을 꾸준히 도입해왔다. ‘쿠바의 덩샤오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쌓아왔다. 1991년 옛 소련이 무너지자 그는 일찍이 중국식 개방경제의 지지자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과 적대관계 아래에서는 성장 한계가 뻔했다. 최근에는 막대한 원유 지원자였던 베네수엘라마저 저유가로 재정파탄에 처하자 더 기댈 곳도 없게 됐다. 벌써 아바나에는 미국과 국교재개로 해외투자를 유치해 올해 겨우 1%인 경제성장률을 내년에는 5%로 올리자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는 모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쿠바 야구선수들의 목숨 건 탈출극도 이젠 끝나게 됐다. 쿠바인들도 세계의 시민이 된 것이다. 북의 김정은 정권은 쿠바의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나. 막연히 북에 경도된 종북세력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이란도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는 다양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북은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며 지구촌의 폐쇄 독재국가로 남을 것인가. 북한은 대결노선을 포기하고 한시 빨리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 관련 칼럼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219금] 미국·쿠바 적대관계의 종언

 

1962년 10월22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고 있다"면서 쿠바 해상봉쇄를 선언했다. 소련이 6분이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정찰기 항공촬영으로 확인한 지 8일 만이다. 케네디는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한편 비밀대화를 통해 소련이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철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구축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다 폭뢰를 투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핵전쟁 위기와 해상봉쇄는 양측의 미사일 철수 약속으로 해소됐다.

 

미국과 쿠바의 악연은 질기다. 1959년 1월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정권을 수립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워싱턴을 방문해 경제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카스트로는 귀국 후 미국 기업의 토지 등을 몰수했고 미국은 쿠바에 대한 설탕 수입 및 원유 수출 금지로 맞섰다. 미국은 쿠바가 1961년 1월 국교 단절을 선언하자 그해 4월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남부 해안의 피그스만을 침공하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미국과 쿠바의 앙숙관계가 청산될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국무부에 국교 정상화 협상 개시를 지시했다. 그는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상하원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미얀마·쿠바가 줄줄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김정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심리적으로 다급해질 것이라는 견해와 핵 개발을 정권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66년 동안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언제쯤 풀리려나.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중앙일보 사설-20141219금] 미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라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할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와 국교정상화 협상을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같은 시각 “양국은 상호 이익 분야에서 진전을 봤다”고 말했다. 1961년 단절된 양국 외교관계가 다시 복원될 길이 열린 셈이다.

 

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후 쿠바는 미국에 눈엣가시였다. 미국 턱밑의 나라가 냉전 시기 옛 소련 편에 섰다. 케네디 행정부는 61년 출범 직후 카스트로를 축출하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로 하여금 조국을 공격하게 했으나 실패했다(피그만 침공사건). 그 다음해엔 쿠바가 소련제 탄도미사일을 몰래 들여오자 해상 봉쇄에 나서 쿠바 미사일 위기가 일어났다. 미국은 지금까지 쿠바에 경제 제재를 하는 등의 고립정책을 취해 왔다.

 

 양국이 국교정상화 협상의 물꼬를 튼 데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전환이 한몫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0여 년은 쿠바 고립정책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며 “지금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입정책을 통해 더 한층 미국의 가치를 증진하고 쿠바 국민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집권 후 쿠바 정책 전환을 공약했고,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잔류 가족에 대한 송금을 허용했다. 이날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데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금융·여행 제재도 완화키로 했다. 양국은 동시에 서로 수감 중이던 미국인 한 명과 쿠바 스파이 세명을 석방했다. 양국 수교까지는 우여곡절도 예상된다. 쿠바가 요구하는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 다수당인 공화당은 유화정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스트로도 “문제의 핵심이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양국 국교정상화 개시가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큰 관심을 끌게 됐다. 미국과 수교하지 않은 국가는 북한과 이란 등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과 다자국 협의체로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 부분 진전도 봤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론 북핵 문제에 대해 선(先) 핵 포기 입장을 완화해 장기적 해결 과제로 삼으면서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이번에 미국과 90마일(약 145㎞) 떨어진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북한도 바꿔야 한다. 모든 핵을 포기하기로 공약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라울 카스트로는 권좌를 물려받은 뒤 실용주의 정책을 취했고, 이것이 미국의 평가를 받았다. 3년 탈상을 끝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북·미 간에도 관계 개선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군 가산점 제도 부활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가산점 논란만 부추긴 ‘용두사미’ 병영혁신안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국방부에 권고한 22개 혁신과제가 18일 발표됐지만, 병영의 어두운 인권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안들이다.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과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악습의 자양분인 군의 폐쇄성부터 걷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핵심 사안들에서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군사 옴부즈맨 제도가 대표적이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군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곤 했던 옴부즈맨 제도가 이번 권고에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병영혁신위 방안처럼 차관급을 기관장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해서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방부와 같은 행정부 소속인데다 기관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옴부즈맨을 의회에 둠으로써 실효를 거둔 독일의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혁신의 절박성을 생각한다면 독일보다 더 획기적인 발상까지도 요구되는 상황에서 병영혁신위의 방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군대 내 범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군 수사·사법기관이 제구실을 못한 탓도 크다. 군에서 자녀를 잃은 수많은 부모가 부실한 수사와 은폐, 미온적 처벌 등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군 사법절차가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군 검찰과 법원이 지휘계통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길밖에 없다. 영국·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군 법원과 검찰을 문민화한 지 오래다. 그러나 병영혁신위는 이런 근본적 개혁안을 내기는커녕, 군 지휘관의 사법적 개입을 막을 최소 조건인 심판관·감경권 제도의 완전 폐지조차 권고하지 않았다.

 

게다가 병영혁신위는 군 가산점 제도 같은 엉뚱한 논란거리를 던져 개혁의 초점을 흐려놓았다. 군 가산점 제도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병사의 사회복귀 지원이라는 국가의 책임을 재정적 투자 없이 손쉽게 모면하려는 저급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앞으로 군은 이런 곁가지 사안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할 게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의 유물인 폐쇄성과 기득권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결단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군의 전제조건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국방부가 내년 초 최종 혁신안을 낼 때까지 국회도 적극 개입해 말 그대로 혁신을 이룰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윤 일병’들의 비극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9금] 병영문화 혁신 이제 말보다 실천이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어제 군 가산점 제도 부활과 국무총리 직속 국방 인권 옴브즈맨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2개 병영혁신 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혁신위는 연이은 군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6일 출범, 4개월여 동안 군 인권과 장병 안전, 기강 등 5개 분야 25개 병영 혁신과제를 검토해 왔다. 혁신위가 권고한 과제에는 그동안 제기돼 온 우리 병영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이 백화점식으로 총망라돼 있다. 그만큼 군에 쌓인 부조리와 적폐가 심해져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의미다.

 

권고안에는 이병-일병-상병-병장 등 4단계로 나뉜 병사의 계급 및 기수 체계를 단순화하고 군내 인권실태를 감시하기 위한 총리 직속의 차관급 국방 옴부즈맨을 신설하는 것이 포함됐다. 군사법원을 군단급 법원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지휘관 감경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들 혁신 과제가 추구하는 목표는 사안별로 다양하지만 결국 명령·복종 관계에서 빚어지는 병영사고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혁신위 권고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며 최종 실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군 복무자 가산점제는 벌써부터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공기업 시험에서 만점의 2% 이내로 가산점을 주되 가산점 부여 혜택을 한 사람당 5차례로 정했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을 전체 정원의 10%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종전에 가산점 부여를 추진할 때보다는 가산점 폭도 줄어들고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여성계는 그동안 군 가산점 제도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은 2년이란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군 복무가 아무리 국민의 의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학업이나 직업 경력의 단절을 초래하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란 원칙이 해묵은 남녀 성대결 논쟁으로 끝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계급의 단순화가 대증요법이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계급 내에서도 선임과 후임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사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인데 계급을 통합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2000년부터 시동을 건 병영문화 개선은 이번까지 세 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병영 내 사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반복되다가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는 후폭풍이 잠잠해지면 초기 강력했던 실천 의지가 희박해지고 개혁에 대한 군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 조직의 상층부 인사들은 조직의 폐쇄성에 기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폐·축소에만 급급해 온 관행이 빈번한 병영 사고의 토양을 제공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를 만들어 강한 군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병영문화 혁신은 말의 성찬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국토부의 ‘땅콩 회항’사건 봐주기 조사

 

[경향신문 사설-20141219금] ‘땅콩 회항’ 봐주기, 거짓말…국토부 존재이유 뭔가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본격 조사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반인들은 적어도 주무부처로서 기본적인 직무는 수행할 줄 알았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이 중 일부가 조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위해 거짓말과 부실조사를 거듭함으로써 “국토부는 재벌 비호 집단”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자초했다.

우선 국토부는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박 사무장에게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협박한 대한항공 여모 상무를 동석시켰다. 기업의 문제를 증언하는 내부고발자를 해당 회사의 임원과 함께 조사하는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놓고도 국토부 관계자는 “임원들은 밖에 있었다”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국토부는 또 “대한항공이 승객 명단과 연락처를 보내주지 않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e메일로 명단을 넘겨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뿐이 아니다. 국토부는 처음부터 “항공기가 이륙 전 탑승 지점으로 되돌아간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파장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대한항공 측이 박 사무장에게 “조사관들이 우리 회사 출신이라 (조사는)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비호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실조사와 거짓말에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그제야 국토부는 자체감사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여주기식’의 자체감사 대신 항공사와의 유착 개연성이 높은 항공안전감독관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회사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방조한 국토부 조사관들을 철저히 수사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대로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9금] 국토부 ‘항공 마피아’ 문책해야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여객기 회항 사건 조사와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을 봐주려 했는지, 사무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땅콩 회항’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아 국토부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불편부당한 조사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편파 조사’를 해 놓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섰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는 거짓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대한항공 임원과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함께 앉혀 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대한항공 임원이 소개를 해 줘서 같이 있다가 나간 것”이라는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해명이라고 내놓았다. 그나마 동석 사실조차 부인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국토부는 조사 당사자와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어 ‘국토부 리턴’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국토부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정작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나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인한 승객 피해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 ‘무늬만 고발’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국토부가 현저하게 한쪽으로 기운 듯한 조사를 벌이게 된 것과 관련, 국토부 내에 업계를 감싸는 ‘항공 마피아’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곧 ‘마피아 공무원’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가 초기 단계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제공한 것이 사실인 만큼 그 배경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 논란으로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신뢰조차 상실했다. 이제 와서 사후약방문 격의 감사를 벌인들 어느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항공교통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토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적 비난이 정부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서승환 국토부 장관 또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항공업계에 유착의 끈을 대고 있는 항공 마피아가 있다면 낱낱이 밝혀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 문희상 위원장의 취업 청탁

 

[중앙일보 사설=20141219금] 실망스러운 문희상 위원장의 처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경구가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건 얘기다. 문 위원장은 2004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 김씨의 취업을 부탁해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라는 방산업체에 김씨를 취직시킨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건 김씨가 8년간 일을 하지 않고도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아 간 사실이다.

 

 당시 문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권 실세였다. 조 회장이 권력 실세인 문 위원장의 청탁을 묵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권력을 등에 업고, 처남을 위장 취업시킨 권력형 비리라 할 수 있다.

 

 이 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도의적·정치적 책임까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5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중진인 문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문 위원장이 보여 온 처신과 대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의혹이 불거진 지 며칠이 지났지만 문 위원장은 아직 직접 국민 앞에서 사과하거나 경위를 설명한 적이 없다. 그제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적은 없고, 처남이 문 위원장의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한 것”이란 해명을 내놓은 게 전부다. 간접 청탁이니 문제될 것 없다는 인식도 문제지만 이런 중대 사안을 대변인을 시켜 대리 해명시킨 건 떳떳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양식을 의심케 한다. 더욱이 문 위원장은 제1야당을 대표하는 ‘얼굴’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걸핏하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해 온 새정치연합이 자기 당의 지도부가 저지른 비리 의혹엔 침묵하고 있는 건 비겁하다. 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격이다.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은 어제 방송 인터뷰에서 문 위원장에 대해 “당에 여러 가지 피해를 줄 수도 있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의혹과 비난이 더 확산되기 전에 문 위원장은 국민 앞에서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다.

 

 

[서울신문 사설-21041219금] 문희상 위원장 취업청탁 어떤 책임을 질 텐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은 길게 말할 것 없이 적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그토록 청산을 외치고 있는 비리 부패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정치권과 재벌이 그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뒤를 살피고 챙겨 온 악폐의 역사가 세월호를 가라앉히고 수백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취업 청탁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지 오늘로 나흘. 그러나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말이 없다. “청탁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청탁만큼이나 부끄럽고, 청탁보다 더 뻔뻔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집권 여당의 핵심 실세 자리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측에 처남 취업을 청탁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 고문과 대통령정치특보 명함을 지닌 ‘실세’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그의 부탁을 조 회장이 모른 척했을 리 만무하다. 문 위원장의 처남은 얼마 뒤 미국의 한진(대한항공) 관계사에 적을 걸게 됐고, 그 뒤로 2012년까지 무려 8년간 일도 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총 74만여 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이게 핵심 권력의 위세가 없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문 위원장 스스로 대답하기 바란다. 만일 이 같은 일을 자신이 아니라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이 저질렀다면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대응했을지도 답하기 바란다. 즉각 사퇴와 검찰 수사, 특검을 요구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려고 나서지 않았겠는가.

 

처남과의 소송에서 취업청탁 사실이 드러난 직후 문 위원장은 대변인을 통해 “대한항공 측에 부탁했지, 조 회장에게 직접 부탁하진 않았다”고 했다. “2004년 처남이 내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는데 대한항공이 거절하면서 취직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당시 처남은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나중에 (대한항공 측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다른 회사에 취업한 사실을 이번 송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걸 해명이라고 문 위원장과 새정연합은 내놓았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 납품 청탁까지 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금전 거래로 얽혀 송사까지 치르게 된 처남이 한진 계열사로부터 8억원 가까이 공돈을 받아 온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땅콩 회항’의 주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어처구니없는 ‘갑질’도 결국 이런 정경유착의 적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대한항공의 비선 권력’이라는 조롱을 끊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에 대한 그 어떤 비판이든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문 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노사정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안 된다

 

향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일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5대 의제별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한 데 이어 오늘 전체회의에서 ‘기본 원칙과 방향’을 합의해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이 걸렸다. 합의문 초안은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고요건 완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정부와 사용자 측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게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은 노사정위에서 향후 논의할 세부과제를 확정하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당사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노사정위가 5개 기본원칙을 제시하며 ‘공정ㆍ효율을 제고하는 유연안전성’이란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노사 양측이 각각 주장해온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합의문의 세부내용에서는 “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 제고”에 방점에 찍혀 있다는 게 한국노총의 판단이다. 노동계는 “근로계약 해지 및 근로조건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대목도 해고 및 근로조건 변경을 보다 쉽게 하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와 사용자 측의 주장대로 개편의 방향을 명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방안은 원론적 언급에 그쳐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합의문의 세부내용을 둘러싼 논란보다 심각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노사정위나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다는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해당사자간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열린 대화도, 대타협도 끌어낼 수 없다. 더구나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동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최경환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앞질러 ‘정규직 과보호’ 주장을 펴며 여론몰이에 나서니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와 관계없이 당초 방침대로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일 태세라고 한다. 한국노총이 계속 협의할 뜻을 밝히고 있는 마당에 강행 방침을 흘리는 것은 정부가 애당초 ‘대타협’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가. 시간이 촉박하다지만 노동계가 등을 돌릴 경우 개혁은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커질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어떤 방안이든 노사정위 협의를 거쳐야 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하고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사정 모두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을 섣불리 깨트려서는 안 된다.

 

 

[한국일보 사설-20141219금] 국립대 총장들 줄줄이 퇴짜 놓는 이유가 뭔가

 

경북대는 지난 10월 교수와 학생, 직원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총장후보자 1, 2순위를 뽑아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했다. 한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 두 달이 지난 16일 교육부는 “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재선정해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부적격 사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경북대 교수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굴욕적 사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총장 자리가 비어있는 국립대학은 벌써 4곳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공주대, 한국체육대도 같은 사유로 총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 상태다. 공주대의 경우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도 묵묵부답이다. 당시 행정법원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잘못된 점을 분명하게 적시했으나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립대에서 총장후보자 2명을 올리면 1순위자를 임명하는 것은 오랜 관례다. 개인적인 비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서 교육부가 제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학 내에선 교육부가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하는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교육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해결하려면 청와대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경북대 총장후보자의 경우 2004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서에 서명을 한 이력이 있었고,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2009년 이명박 정부 규탄 교수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총장 선거가 끝난 뒤 청와대에서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면 청와대가 총장후보자의 정치성향을 문제삼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후보자들이 진보성향 인사라고 해서 퇴짜를 놓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대학 총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겠다는 발상은 군부독재 시대 때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태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 좌천 인사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누가 봐도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 인사에까지 시시콜콜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금까지 벌어진 인사난맥상의 문제점만 더욱 드러낼 뿐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9금] 언론자유가 위협받는 시대에 맞는 민언련 30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19일로 창립 30돌을 맞았다. 민언련은 민주주의와 제도언론이 죽어버린 시대에 언론의 사명을 대신했던 민주언론운동의 선봉이었다. 3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꽉 막힌 언로를 뚫고 진실의 등불을 높이 들어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민언련의 활동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민언련의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결성된 1984년 겨울은 전두환 군사독재의 철권통치가 극에 달한 때였다. 민주주의는 군홧발에 짓밟혀 혼절상태였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언론은 당근에 입이 막히고 채찍에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엄혹한 때에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쫓겨난 <동아일보> <조선일보> 해직기자들, 그리고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아래서 펜을 잃은 해직기자들이 주축을 이뤄 민주언론의 횃불로 어둠을 밝히자며 결성한 것이 민언협이었다.

 

민언련 30년의 가장 빛나는 성취는 역시 <말>의 창간과 ‘보도지침’ 폭로일 것이다. <말>은 제도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수많은 진실을 파헤쳐 알렸다. 특히 1986년 <말>이 폭로한 보도지침은 5공화국 정권의 제도언론 장악·통제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낱낱이 알게 해주었다. 정권은 날마다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 사건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보도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말>의 보도지침 폭로는 정신 잃은 언론을 흔들어 깨우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일로 김태홍 <말> 편집인, 신홍범 민언협 실행위원 등이 구속돼 옥고를 치렀음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민언련은 진실보도·공정보도라는 언론의 임무를 외면하는 기득권 제도언론을 감시·비판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선거보도감시운동·안티조선운동은 민언련의 존재이유를 뚜렷이 보여주는 활동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우리나라 언론환경은 다시 5공화국 시절로 되돌아간 듯 참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기레기’라는 모욕적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의 ‘청와대 하청’ 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종편방송과 보수신문들의 반인륜적 보도 행태는 ‘자발적 보도지침 시대’라고 불러도 될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때에 민언련의 민주언론 정신과 비판·감시 활동이 더욱 필요함을 절감한다. 민언련이 창립 때의 그 꿋꿋한 사명감으로 시민의 힘을 모아 언론환경을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기업생태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한경연 보고서

 

국내 제조업의 기업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인 이상 국내 제조업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진입률(창업해 2년간 존속한 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22.7%에서 2011년 15.3%로 7.4%포인트나 하락했다. 퇴출률은 1.8%포인트 떨어졌다. 존속 기업의 비중은 12.9%포인트 상승했다.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적을 때 활발하게 일어나는 게 신규 진입과 퇴출이다. 경제 활력과 역동성은 이런 기업의 활발한 교체에서 생긴다. 기업 혁신도 물론이다.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바로 기업 생태계다.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진입과 퇴출이 모두 줄고 있는 것은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나 효율성이 사그라들고 명맥만 유지하는 부실기업이나 ‘좀비기업’만 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010년 이후 전체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2.6%포인트 늘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나왔던 터다. 진입에서 퇴출을 뺀 순기업 진입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이 기간에 평균 13%였다. 1990년대에 45~65%였음을 감안하면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중소기업들보다 평균 5.7%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새로운 공장설립으로 인한 시장 진입 케이스다. 성장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에 한정되는 각종 정책자금을 놓치지 않으려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것도 분명히 한 요인이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이미 한두 번 지적된 것도 아니다.

 

당연히 혁신도 고용도 줄어들고 있다. 규제와 특혜가 모두 철폐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선 각종 규제부터 허물어내야 한다. 자원의 재배분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아직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떠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경제민주화 惡法들이 새해부터 착착 돌아간다

 

 

올해에 이어 새해에도 기업규제법이 줄줄이 쏟아질 것이라는 한경 보도다. 올해 신규출자 금지와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단가 인하와 발주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을 확대한 하도급법 등 소위 경제민주화법 10개가 나온 데 이어 내년에는 기업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법과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화학물질 관리법 등 이른바 환경 3법도 시행된다. 여기에 새로 추진되고 있는 규제법안도 11개나 된다. 사외이사 제도와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개정안, 중견기업까지 하도급업체로 확대해 보호하는 하도급법 개정안, 대주주의 보험사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 규제는 법률만이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에 어김없이 숨어든다. 기업소득환류세 시행령은 과세가 되지 않는 투자 범위에서 해외투자와 국내 다른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제외해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규준은 대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며 사외이사들이 지배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CEO와 등기임원을 추천토록 해 뒤늦게 수정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독소조항은 훨씬 많을 것이다. 악마의 디테일이다.

 

한쪽에선 규제혁파를 외치면서 다른 쪽에선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진작에 끝났다고 선언했던 경제민주화 입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회 탓에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번 19대 국회는 반시장 반기업 법안을 양산해 역대 최악의 시장적대적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정부와 국회가 별로 다르지 않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국회에 와닿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기업이 뛰어야 경제가 살 수 있다면서 다른 손으로는 기업을 규제하는 악법을 찍어낸다. 아직도 무지와 편견의 경제민주화는 살아숨쉰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 일색이다. 이런 판에 악법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에 이 땅을 떠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참 걱정된다. 경제민주화 악법들이 새해부터 착착 돌아간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부동산3법 연내 처리 가닥… 경기활성화 불씨돼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법과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 3법'의 연내 처리가 가시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의원총회에서 초과이익환수제도 3~5년 유예와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 재건축 조합원에게 보유주택 3~5채 공급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여야 간 잠정합의안을 추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 이후 새정치연합의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정부·여당이 요구한 부동산 3법과 우리 당이 요구한 주거복지기본법 제정, 임대주택 추가 건설, 전세의 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등도 함께 묶어서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기춘 의원은 일부 의원의 반대가 일자 '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왜 못 듣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야당의 의지가 상당히 굳건해 보인다.

 

부동산 3법 연내 처리는 시장에 분명 청신호다. 특히 초과이익 환수 유예 조치는 가구당 수천만원대의 부담금을 덜어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 역시 건설사들의 새 아파트 분양가 자율 책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재건축 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조합원 1인당 최대 3~5채 공급을 허용한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9·1 대책'이 약발이 다해가는 마당에 시장 활력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여야는 부동산 3법과 더불어 오는 2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다짐한 지도부 회동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를 환골탈태시키는 데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산업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의 처리를 2년씩이나 지연시켰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러나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위축이 극도의 지경으로 치달을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진 지금 경제활성화를 외면하는 국회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1041219금] 미국 FOMC 금리 인상에 인내심 갖겠다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회의에서 제로(0) 수준인 연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종전 표현을 빼고 '금리인상시 인내심을 갖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 뉴욕증시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며 나흘 만에 반등했다. 표현만 바뀌었을 뿐 초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연준의 정책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외환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연준이 고용과 경기 상황이 이전보다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데다 금리인상이 내년 상반기부터 가시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금리인상 시점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시장을 헷갈리게 하는 것은 연준의 경제성장전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2.4%로 높여 잡았으나 물가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연준이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종잡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에 대해 분명한 힌트를 줬다는 점이다. 내년 1·4분기 이후의 인상 속도는 가파르지 않더라도 초저금리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금리인상이 내년 9~10월께 단행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출구전략 신호가 강해진다면 달러화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유출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대외변수가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준비된 컨틴전시플랜을 확실히 점검해야 할 때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9금] 문화·의료·IT 해외진출 장벽까지 걷어내라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 해외진출 르네상스'를 여는 3대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3대 방향은 주요 신흥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추진과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 문화콘텐츠·서비스· 의료· 에너지·농수산식품 등 진출 분야 확대 등이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일본 등 한국 경제가 그동안 주력해온 주요 경제권의 성장정체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을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와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기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최근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으로 불편한 심기를 가졌던 경제계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눈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박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기업들에 도움이 많이 됐다는 점을 평가하며 정상외교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묶는 '팀코리아'를 우리 고유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것을 제안했다. 경제계는 또 대통령의 순방일정 공유를 통한 협력 의제 개발, 문화와 의료, 정보기술(IT) 간 융합 서비스의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달라고 건의했다. 모처럼 정부와 경제계가 한국 경제의 기회공간 마련을 위해 외교 분야에서 새로운 민관 협력모델을 만들어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은 환영할 만하다.

 

관건은 실행이고 결실을 거두는 최종 단계까지 협력을 유지하는 자세다. 사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주요 기간사업 수주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민관 공동 노력의 소산이다. 정상외교와 세일즈외교의 결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문화·의료·IT 등 새로 떠오른 분야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국과 다른 한국 경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특별기고/도정일(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20141219금] 문학교육이 최고의 인성교육

 

루소의 연민의 정서나 스미스의 동감의 능력은 ‘타자를 이해하는 상상력’에 의해 자극되고 안내될 때에만 가장 잘 발휘된다. 이런 상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서사와 시를 포함한 광의의 문학교육, 창조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예술교육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있고 문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무시하려 든다.

부자는 왜 가난한 자들에게 동정의 감정을 발동하지 못하는가? 가난한 자는 종종 부자에게 연민은커녕 경멸의 대상이 된다. 권력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약자는 안중에 없다. 그들에게 약자는 연민, 동정,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깔아뭉개고 내리눌러도 되는 사회적 무존재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런 행동방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진 자들의 ‘오만’(요즘 우리 사회의 유행어로는 ‘갑질’)을 정당화할 도덕적 근거가 있는가? 부와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무슨 정당성의 근거일까? 이런 문제를 곰곰이 성찰했던 근대인의 하나가 계몽시대 철학자 장 자크 루소다.

 

루소에 따르면 인간은 원천적으로 ‘약한 존재’다. 인간은 유한하고 이 유한함이 인간을 약한 존재이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유한한 인간은 자신의 약함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동정하며, 약자의 처지가 바로 나의 처지인 듯 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정서를 발동할 줄 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못한 환경의 타인을 동정하고 곤경에 처한 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은 인간이 모두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약함은 인간의 공통 운명이다. 이 공통의 조건으로부터 연민과 동정의 정서가 솟아난다고 루소는 말한다. 내가 지금은 햇살 속에 있다 해도 내일은 비바람 속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자신도 불행한 조건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타인들을 이해하고 동정한다.

 

그런데 이런 이해와 동정의 능력을 마비당한 사람들이 있다. 부자와 권력자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루소는 주저 없이 말한다. 부자는 자기가 빈털터리 가난뱅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다. 권력자는 자신이 약자의 처지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의 상상력은 막혀 있고 마비되어 있다. 상상력의 이런 마비 때문에 대부분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가난한 자들과 약자에 대한 이해나 동정의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런 마비를 막자면 인간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이해, 동정, 연민의 감정적 능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루소의 답이다. <에밀>이라는 책에서 루소는 가상의 청년 에밀을 등장시켜 그 청년이 어떻게 사람 같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교육 비전을 제시한다. 인류의 대다수는 행운아가 아니다. 그러므로 에밀이 권력과 부에만 익숙한 인간으로 자라게 한다면 이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비상태 속으로 그를 밀어넣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루소는 생각한다.

 

개인적 삶에서이건 공영적 활동에서이건 간에 인간 감정능력의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또 한 사람의 근대인이 잘 알려진 것처럼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다. 그가 <국부론>보다 훨씬 먼저 써낸 책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도덕감정론>이다. 그가 감정에 주목한 것은 인간의 이성적 합리적 판단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과 비중이 아주 크다는 관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흔히 공적 판단에서 배제되고 있지만, 사실 감정은 도덕적 판단을 자극하고 유도함으로써 그 판단행위에 깊게 개입한다. 이것이 ‘도덕감정’이다. 경제활동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 판단, 결정에 맡겼을 때에만 경제는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잘 발전한다는 것이 후일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전개한 자유시장경제론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의 부패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한 것도 스미스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탐욕, 독점, 오만 같은 부도덕한 이익추구에 몰입할 때 시장경제는 타락한다는 것이 그의 경고 내용이다. 자유로운 이익추구와 탐욕은 서로 다른 것이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그의 시장경제론보다는 훨씬 깊은 인간학과 문명론을 담고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사에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 ‘인간의 자연적 감정’이라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자연이 개입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사물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고 이 지식을 (스미스의 ‘지식’은 요즘 말로 ‘과학적 지식’에 가깝다)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이성, 근면, 분별, 신중함 같은 능력이 발휘되는 차원이다. 또 하나의 다른 자연의 차원은 진실, 정의로움, 공경, 인간애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연적 감정’의 차원이다. 스미스는 이 자연적 감정을 동정 또는 동감(sympathy)이라 불렀는데, 그의 동감론은 요즘 말로 표현하면 공감능력 또는 감정이입능력인 ‘엠퍼시’(empathy)와 가깝다. 자연적 감정은 인간의 ‘선’을 지향하고 신뢰하고 지지한다. 자연적 감정은 어떤 사람이 존경할 만한 ‘선한 인간’이고 어떤 사람이 ‘악한 인간’인가를 직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한다. 자연적 감정은 불의와 불손, 오만과 무자비함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 인간의 자연적 감정이 반드시 사이좋은 동행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양자는 같이 가지 않는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은 그 진행에 순응하는 개인은 보상하고 그렇지 못한 개인은 처벌하려고 한다. 반면 인간의 자연적 감정은 사물의 진행방식에 관계없이 진실, 정의, 인간다움을 발휘하는 개인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며 신뢰한다. 사물의 원리와 도덕적 선의 원리는 자주 충돌한다. 그러나 사회를 지탱하자면 서로 문법이 달라 보이는 그 두 가지 원리의 상호 참조가 필요하다. 좀 투박하게 말하면 그 상호 참조란 이성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 사이의 코드 조율과 조화다. 이 조율의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스미스의 공로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이 인간의 자연적 감정에 충격을 주는 결과들을 산출하고 영리한 계산행위를 도덕적 행위보다 (일방적) 우위에 두려고 할 때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은 거기 개입해서 사태를 교정하려 한다.” “동감에 바탕을 둔 도덕적 행위는 훨씬 더 풍요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한다.” 말하자면 스미스는 시장경제가 시장원리에만 집착하는 경제중심주의를 넘어 인간의 자연스런 도덕적 감정이 존중되는 사회환경의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 큰 방점을 찍고 있다.

 

루소의 연민의 정서나 스미스의 동감의 능력은 사실은 ‘타자를 이해하는 상상력’에 의해 자극되고 안내될 때에만 가장 잘 발휘된다. 이 상상력이 소통과 공감의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은 나를 타자의 위치에 설 수 있게 하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주목하면서 삶과 경험의 복잡성을 바탕에 깐 인간 이해의 능력을 확장한다. 이런 상상력을 키우고 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서사와 시를 포함한 광의의 문학교육, 그리고 여러 분야의 창조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예술교육이다. 특히 문학교육, 꼭 교육이 아니어도 문학 읽기와 즐기기의 경험은 너무도 중요하다. 연민이나 동감 같은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의 능력을 심화시키는 일은 도덕교과서나 소위 ‘인성교육’의 매뉴얼 같은 것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성교육은 가슴의 교육이다. 이 교육은 감정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문학교육은 그 자체로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전 과정을 통해 문학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있고 문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철저히 무시하려 든다. 시급한 교정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훈범(국제부장)-20141219금] 진실에 목마른 자의 단상

 

먼 옛날 진실과 거짓이 함께 길을 가다 냇물에서 멱을 감았다. 씻는 둥 마는 둥 한 거짓은 먼저 물에서 나와 진실의 깨끗한 옷을 입고 떠났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진실은 거짓의 더러운 옷을 입기 싫어 벌거벗고 있어야 했다. 그때부터 거짓은 자신이 진실이라고 떠들고 다녔고, 진실은 그늘 속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라퐁텐 우화집에서 읽었을 법한 이야기인데 생각할수록 기막힌 비유 같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 게임들이 딱 그렇잖나 말이다. 도처에 진실이라 떠드는 목소리는 넘쳐나는데 진짜 진실은 어디 숨었는지 모르겠다. 진실 같아 한 꺼풀 벗겨보면 거짓의 더러운 때가 각질처럼 일어서고, 진실이라 우겨 한 겹 벗기면 추잡한 악취가 진동을 한다. 조작과 음해, 회유와 협박, 색깔도 다양한데 어디까지가 권력 암투고 어디까지가 세력 견제인지 알 도리가 없다.

 

 유유상종, 거짓은 떼로 다닌다. 거짓의 동행한테서 비슷한 거짓을 발견하는 건 차라리 익숙한 일이다. 기업 오너 일가의 거짓에 회사 차원의 거짓이 덧칠되고 그 회사 출신 조사관들이 있는 국토교통부의 거짓까지 가세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심지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른 거짓과 동행하기도 한다. 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문제에서 난데없이 유력 정치인의 인사 청탁 논란이 삐져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곳곳에서 거짓들이 진실의 소매를 내밀고, 사돈의 팔촌에 동기동창까지 불러 모으다 보면 애초에 찾던 진실은 어둠 속에 꼭꼭 숨어버리고 ‘무늬만 진실’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다. 라퐁텐은 그래서 이런 말도 했다. “인간은 진실 앞에선 얼음같이 차가워지지만 거짓에 대해선 불처럼 뜨거워진다.”

 

 대중이 참여한 진실게임은 끝내 법정으로 귀결된다. 정치가 무능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진실은 늘 법 위에 있다. 사법기관의 칼날이 언제나 거짓더미에서 진실만을 도려낼 순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법의 칼은 흔히 그리스 역사가 타키투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휘둘러지곤 한다. “신들은 강한 쪽을 편든다.”

 

 달리 기댈 방법이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아공 작가 네이딘 고디머의 말을 가슴에 새기도록 들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진실이 언제나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름다운 건 진실에 대한 목마름이다.” 갈증을 달래려 차 한잔 마시며 해본 단상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1041219금] 남아선호 개선국

 

아직도 20년 전 방영된 드라마 <아들과 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들만 떠받들고 딸을 구박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후남이(김희애)는 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수많은 여성들의 심정을 대변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엄마야 누나야>는 대리모 문제와 남아선호사상을 조명해 공감을 얻은 드라마다. 태아 성감별이 가능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는 여아에 대한 낙태가 성행했다. 1995년 한 일간지는 ‘S병원 신생아 15명 모두 아들’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대세는 확실히 여성 쪽이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젊은 부부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내년이면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여초시대’가 열린다. 여성 2531만명, 남성 2530만명이 될 것이라는 통계다. 남녀 인구 역전은 정부가 196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출생성비(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비율)가 105.3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남자들 생존율이 5% 낮기 때문에 105는 가장 자연스러운 출생성비라고 한다. 1990년 최고치인 116.5를 기록한 지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사회에서 금녀(禁女)의 칸막이도 거의 다 사라졌다. 군에서는 각급 부대 지휘관·참모, 전투기 조종사, 고속정 지휘관은 물론 잠수함까지 여군이 점령했다. 사회 각계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제치는 일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그만큼 여풍(女風)이 거세다. 그제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여성폭력 철폐 프로그램 담당관인 안나 카린 얏포스도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이 급격히 개선된 것은 유엔이 주목하는 흥미로운 사례”라며 “한국만큼 딸에 대해 차별없이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 나라도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 남아선호사상을 떠올리면, 오늘의 아들과 딸의 역전이 반갑기 그지없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고령인구 비중의 급속한 증가다. “저출산은 북한 핵보다 무섭다. 등에 활활 타는 불을 진 것 같다.” 2009년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다. 저출산문제 해결과 함께 완전한 양성평등이 실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남아선호사상 개선국가란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41219금]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부모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철이 든다고 했던가. 요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깊은 밤까지 기다리지도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선물로 받는 날이 돼버렸다.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그 가운데 60센트는 잔돈이었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누구나 안다. 그래도 다시 떠올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뉴욕의 허름한 동네 월세방에 사는 제임스와 델라는 가난한 부부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 못 했다. 델라는 결국 아름다운 갈색머리를 잘랐다. 20달러에 팔아 제임스에게 줄 고급 시곗줄을 샀다.

 

제임스는 아끼던 시계였지만 시곗줄도 없으니 팔아버리기로 한다. 언젠가 델라가 브로드웨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사고 싶어했던 고급 머리빗을 선물로 샀다. 그날 밤 제임스가 귀가해 이미 짧은 머리가 된 델라를 보고 놀랐을 때, 델라는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칼은 당신을 위해서 팔았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머리칼은 하나하나 셀 수 있을는지 몰라도 당신에 대한 제 애정은 누구도 셀 수 없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선물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 소설의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에 서로 거창한 선물을 교환하게 된 것은 상업적 이벤트가 많아진 최근 일인 것 같다. 원래 ‘크리스마스 선물(gift)!’이란 말은 ‘메리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주로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1800년대 중반부터 쓴 말인데, 크리스마스 아침에 누군가를 만나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먼저 외치면 상대방은 고마워하며 선물을 내놓아야 했다. 선물은 사탕이나 호두 정도였다.

 

엊그제 모 백화점이 남녀가 애인에게 받고 싶어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순위를 조사해봤다. 남자는 화장품, 패션액세서리, 태블릿PC, 지갑, 서류가방 순이었다. 여자는 밍크목도리, 음향기기, 부츠, 지갑, 코트 등을 원했다. 남자가 화장품을, 여자가 음향기기를 받고 싶어한다는 게 올해 특징이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을 받고 싶어하는 낭만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가을부터 밤마다 정성들여 뜨개질로 짰던 목도리, 조끼, 장갑은 순위에도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해 온 정성으로 포장하던 여대생과 자신이 줄까지 치며 읽은 시집을 선물하던 문학청년은 연애도 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웅재(논설위원)-20141219금] 미국·쿠바 적대관계의 종언

 

1962년 10월22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고 있다"면서 쿠바 해상봉쇄를 선언했다. 소련이 6분이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정찰기 항공촬영으로 확인한 지 8일 만이다. 케네디는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한편 비밀대화를 통해 소련이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철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구축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다 폭뢰를 투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핵전쟁 위기와 해상봉쇄는 양측의 미사일 철수 약속으로 해소됐다.

 

미국과 쿠바의 악연은 질기다. 1959년 1월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정권을 수립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워싱턴을 방문해 경제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카스트로는 귀국 후 미국 기업의 토지 등을 몰수했고 미국은 쿠바에 대한 설탕 수입 및 원유 수출 금지로 맞섰다. 미국은 쿠바가 1961년 1월 국교 단절을 선언하자 그해 4월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남부 해안의 피그스만을 침공하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미국과 쿠바의 앙숙관계가 청산될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국무부에 국교 정상화 협상 개시를 지시했다. 그는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고 말했다. 상하원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미얀마·쿠바가 줄줄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김정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심리적으로 다급해질 것이라는 견해와 핵 개발을 정권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66년 동안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언제쯤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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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을 비하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사는 자신을 가치있게 만들며 상대와 같은 위치에 놓이게 한다."
- 평생 감사


<< 정치/외교 >>
1.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 헌법재판소 선고가 이번달 19일로 결정됨


<< 경제 일반 >>
1. 신흥국 경제 불안, 엔저 심화, 성장동력 부재 등 경영환경이 안팎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투자심리 제고에 역행하는 규제 법안이 동시다발로 시행될 예정임
- 17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을 비롯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 관리법등 이른바 '환경3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됨
-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비롯해 *신규순환출자 금지 *불공정 행위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에 검찰 고발권 부여 *가맹점에 심야영업 강요 금지 등과 같은 10개 경제민주화 관련법도 마찬가지임

2.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를 논의 중인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구조개선특위)가 근로자의 해고 요건을 문서에 명시적으로 밝히기로 합의하고 19일 발표할 노사정 합의문에 포함하기로 함
- 현재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만 되어 있는 해고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겠다는 취지임
- 노사정이 '해고 요건 명문화'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해고 요건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됨

3. 내년도 지역발전특별회계에 사회복지사업 예산 3700억원가량(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사업 2130억원/보건복지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814억원/고용노동부, 지역일자리 창출사업 235억원/행정자치부)이 처음으로 편성됨
-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복지 분권화' 차원이지만 누리과정(3~5세 무상 보육사업)등에 이어 향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싸움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4. 전주(탄소섬유)와 진주.사천(항공), 밀양(나노융합), 거제(해양플랜트)에 제각각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섬
- 국토교통부, 제6차 국토정책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역 특화산단 개발 방안을 확정 및 발표함

5. 내년에 모바일 쇼핑 시장이 2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옴
-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올해 예상 매출 합계(21조원)보다 큰 규모임


<< 금융/부동산 >>
1. 17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도 할당관세 운용방안'을 18일 차관회의에 제출함
- 정부안에 따르면 무관세였던 LPG와 LPG제조용 원유의 관세율이 2%로 책정됨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율은 1%로 잠정 결정됨
* 할당관세 : 특정 품목의 원활한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기본 관세율 기준 40%포인트 범위에서 세율을 내려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탄력 관세 제도

2. 국세청과 미국 기업 간 특허료 징수 소송을 통해 한.미조세협약과 국내 법인세법, 특허제도 등의 문제점이 드러남
- 전문가들은 한.미조세협약이 미국 중심으로 작성된 데다 국내법과 제도 간에 일관된 원칙이 없고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음
- 이 같은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국내 세무당국이 과세한 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이 부정하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임

3. '핀테크(fintech)' 활성화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사전 보안성 심의제도가 폐지됨(금융감독원, 내년 초 '정보기술.금융 융합 지원방안' 발표 예정)
- 은행이나 카드사 등이 핀테크 업체들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검토하고 나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무거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규제 틀이 크게 바뀜

4.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마지막 대어' 제일모직이 18일 상장함

5.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2%대로 떨어지면서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는 기업, 직장인이 늘고 있음
- 지난 9월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액은 2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전체 퇴직연금 내 유형별 비중도 23%를 기록함

6. 상장사들이 올해 배당을 늘리고 있음(17일까지 49개 상장사들이 현금 또는 주식으로 결산하겠다는 배당 계획 공고)
- 이는 최근 기업이 이익을 투자나 배당에 사용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에 대해 과세받게 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최근 국회를 통과하고, 금융당국이 상장사들의 배당 한도 및 계획을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 추진에 따른 결과로 분석됨

7. 17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 등 주요 카드사들은 LG유플러스 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등 주요 PG사와 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할 적격 결제대행업체 선정 협상을 연내 마무리할 방침임
- 지금까지 KG이니시스 '케이페이(Kpay)', LG유플러스 '페이나우' 등 가상카드번호를 이용한 간편결제 방식은 있었지만, PG사가 카드정보를 모두 저장하는 방식은 처음임

8. 서울시와 SH공사가 2008년부터 서울시내 택지조성 공사비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한 것에 대해 국세청이 '잘못된 규정 적용'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공사를 담당한 SH공사와 48개 건설회사에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밝혀짐
- 이에 대해 SH공사는 국세청 세금 부과에 붐복, 조세심판원 심판 청구 및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기로 했으며, 건설사들도 국세청과 SH공사를 상대로 행정 및 민사소송에 나서는 등 세금 추징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음


<< 해양 - 해운/조선 >>
* KMI 해운관련 통계 종합 Index : 업데이트 안됨. 어제와 동일.


<< 국제 >>
1. 유가 급락에 세계 석유 메이저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음
- 내년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잇따라 비용 절감을 선언하는가 하면 배당을 줄이고 자산 매각에 나서는 곳도 등장함
- 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가 무너지면서 산유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동 석유 부국은 견딜 만한 여력이 있다는 반응을 보임

2. 러시아 경제가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한층 더 압박하고 나섬
-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에 서명하기로 함

3. 기준금리 6.5%포인트 전격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루블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되자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
-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외환 유출을 막아 루블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자본통제와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 선언 등이 고려될 수 있음

4. 러시아 통화 위기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음
- 외환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1998년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간 경험을 떠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분석함
- 16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전날보다 1.87% 하락, 달러당 2.73헤알까지 하락하고,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장중 달러당 2.4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전날 16년 만에 최저 수준 도달, 멕시코 페소화는 연초 대비 11.6% 하락한 상황임

5. 기준금리가 높을수록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일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옴
- CNBC가 리서치기관 평화기금(Fund for peace)이 발표한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와 기준금리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취약국가지수가 높아 경제상황이 엉망인 국가는 해당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절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전함

6.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지난해 34억위안(약 6158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는 일부 관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남
- 차이나데일리는 샤오미의 2013년 순이익 규모가 일부 언론 및 전문가의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는 3억4748만위안(약 613억원)으로 밝혀졌다고 17일 보도함

7. 애플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의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함
- 러시아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으로 제품 가격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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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비선 국정개입 의혹

■ 통영함 비리

■ 유가 폭락, 러시아 금융위기, 신흥국 경제 위기

■ 탈레반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비선 국정개입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41218목] 檢, '국민의혹' 피하고 '가이드라인' 따르나

 

‘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정윤회 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박관천 경정과 한 모 경위를 각각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 문건에 등장한 ‘십상시’ 모임 등 국정개입 의혹 등에 대해선 대부분 ‘근거 없음’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사 결과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의혹이 제기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의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검찰이 ‘비선 실세’나 살아있는 권력인‘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 수사에 의지를 보이리라고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문건 유출 경위를 밝혀내는 데 수사를 집중한 반면 국정개입 의혹 부분에는 시늉만 내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28.2%,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3.7%로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검찰 수사가 끝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편으로 검찰 내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범죄가 되는 대상을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정씨 국정개입 의혹은 규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범죄요건을 구성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검찰에 떠넘겨 면죄부를 받고 검찰의 신뢰는 추락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비선실세 의혹에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라며 거듭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문건 유출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서 여러 차례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번번히 유야무야 넘어갔다. 청와대는 지난 6월 청와대 문건 100여 쪽이 시중에 나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표현을 빌자면 ‘국기문란 행위’가 반년 이상 방치돼왔던 셈이다. 박 대통령이 제때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더라면 지금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청와대가 고소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향한 화살을 돌리려 했던 의도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번 파문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청와대 내부 기강을 다스리고 측근과 비서들의 권력암투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됐다.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8목] ‘문건’만이 국정개입 의혹의 전부 아니다

 

비선 세력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대로 정윤회씨나 문고리 3인방 등의 국정개입 사실이 없다는 결론 속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차원을 벗어난 지 오래다. 사건에 불을 댕긴 계기는 ‘문건’이었으나, 그 뒤 쏟아져 나온 각종 증언을 통해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장·과장의 이름을 부르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 조처를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에서는 누가 봐도 비선 세력의 개입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청와대 쪽은 ‘체육계 비리 척결에 진척이 없어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앞뒤 사정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없다. 장관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는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고자질’한 사람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윤회씨 부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개입설도 가볍게 덮을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과 최씨 간의 깊은 관계에 비춰 보면 문체부 인사 개입 등의 배후는 정씨가 아니라 오히려 최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정씨는 자신의 개입은 부인하면서도 최씨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모르겠다”며 딱 부러지게 부인하지 않았다. 최씨가 수시로 청와대를 출입했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경호실 직원이 경질됐다는 얘기도 나돈다.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도 명쾌히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명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후임으로 모두 단수를 찍어 내려보냈는데, 모두 제2부속실에서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증언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의혹을 파헤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검찰의 생리상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사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게다가 ‘검찰은 범죄 대상이 되는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론까지 고려하면 검찰한테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란 더욱 힘들다. 결국 이런 각종 의혹을 규명할 책무는 정치권이 져야 마땅하다. 국회 국정조사를 포함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진실을 밝힐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의혹들을 그냥 덮어둔 채 국정이 정상화되리라는 환상을 버리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8목] 검찰 ‘비선 수사’ 국민 의혹없이 마무리해야

 

‘정윤회 동향 문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형법상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그제 저녁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그동안 박 경정은 물론 박지만 EG 회장을 비롯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정윤회씨,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건에 등장한 핵심 인물 대부분을 소환, 조사한 끝에 박 경정을 문서 유출의 핵심 근원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 단계에서 검찰의 수사상황을 종합해 보면 유출된 문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제보자로 알려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말을 박 경정이 면밀한 확인 절차 없이 작성했다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건이 허위이고 ‘강남 비밀회동’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씨와 소위 ‘십상시’들이 실제 비밀회동을 했다면 개인이나 업무용 휴대전화가 아닌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했을 수도 있는데 검찰은 차명 휴대전화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했다.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검찰 수사 결과, 의혹이 밝혀지기는커녕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무는 형국이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청와대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고 살아 있는 권력을 조사하는 것인 만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함에도 검찰이 청와대의 가이드 라인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1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정윤회 문건’ 내용을 ‘찌라시 수준의 루머’로 단정했다. 검찰 수사도 국정농단의 구체적 내용이나 비선조직의 실체 규명보다는 문건 자체의 유출 경위에 맞춰졌다. 문건 유출 수사과정에서도 ‘제3자에 의한 유출설’ 등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애초부터 지목한 박 경정을 유출 주범으로 체포했다.

 

유출된 문건은 청와대에서 작성해 비서실장에게 보고됐고 공공기록물로 등록된 것이다. 비선세력들의 국정농단 상황이 상세하게 적힌 문건내용을 확인할 책임은 검찰에 있음에도 애써 눈을 감은 흔적이 많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엔 약하고, 죽은 권력엔 강하다는 항간의 비아냥거림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최모 경위와 관련해 편파 강압수사 의혹과 함께 회유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사 과정에서 강압행위는 없었다”는 검찰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12~13일 조사한 것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신뢰한다’는 응답이 28.2%에 그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63.7%나 됐다. 수사 초기부터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이유는 바로 검찰에 있다. 조만간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 발표를 하게 된다. 지금의 분위기로선 검찰이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꼬리 자르기식 수사였다는 항간의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국론은 또 양분될 가능성도 크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매섭게 채찍질하는 그런 검찰을 보고 싶은 것이 많은 국민들의 심정이다.

 

 

[중앙일보 사설-20141218목] 청와대 개편 빠를수록 좋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국정의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사 개편이 시급한 첫 번째 이유는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다. 비선(秘線) 실세들의 국정 농단 여부, 문건 유출과는 별개다. 집권 2년차에 대통령의 동생과 측근, 전·현직 비서관들이 진흙탕에서 난타전을 벌이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진 근본 원인을 수술하지 않고선 남은 3년의 원활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대변인 성 추문 사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커다란 위기를 개각과 청와대 개편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얼굴’만 바꿨을 뿐이다. 근본적 문제로 지적돼 온 소통 부재와 베일에 가려진 의사 결정, 인사 비밀주의는 여전하다. 이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인사 스타일이 문건 사건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수석실에서 올린 보고서를 밤 늦도록 읽으면서 꼼꼼히 국정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몸에 밴 스타일이다.

 

 토론이나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이 아닌 일방통행식 일 처리 방식은 ‘문고리 권력’이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수족처럼 보좌해 온 ‘문고리 3인’의 영향력과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일개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세상은 이들을 ‘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엄청난 인식의 괴리가 있는 상태다. 이들을 그대로 놔두고는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나가기 힘들다.

 

 ‘문고리 3인’도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이들은 정윤회씨와 전화 통화 여부, 인사개입 정황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해 신뢰를 잃었다. 비서관의 권한을 넘는 월권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고 신뢰마저 저버린 이들이 제대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부속실에 계속 남아 있는 한 ‘문고리 권력이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굳어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만 더해질 뿐이다.

 

 기강 해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도 청와대 개편은 시급하다. 시중에 떠도는 루머를 정리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버젓이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이 시중에 흘러다니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유출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문건 사건이 벌써 20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 개편은 빠를수록 좋다.

 

 

■ 관련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41218목] 대통령기록 유출

 

검찰이 그제 밤 박관천 경정을 전격 체포해 사법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박 경정은 자신이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처럼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정도로 나라 전체를 흔든’ 사건의 중심 인물이 됐다. 그 죄과가 얼마나 클까. 검찰의 태도를 보면 매우 무거운 것 같다. 그가 지난 2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면서 내부 문건들을 갖고 나온 것을 대통령기록물 무단 유출로 판단한 것을 보면 그렇다.

박 경정의 죄는 ‘정윤회 문건’의 성격에 달려 있다. 청와대가 처음에 그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규정했던 공공기록물이라면 최고 징역 3년에 해당하는 죄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대로 대통령기록물이라면 최고 징역 7년에 해당하는 중죄가 된다. 그런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 대통령의 언급처럼 ‘찌라시’라면 애매해진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로는 박 경정은 문건을 언론사나 기업 등에 유포하는 과정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조차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출’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유출은 보통 유포의 개념을 동반한다. 이를테면 비밀을 취급하던 사람이 퇴직했다고 해서 비밀이 유출됐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출이란 그것이 누설되거나 유포된 결과를 말한다는 얘기다. 원본이 아닌 사본을 가져나간 것이 유출에 해당하는지도 법적으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중잣대도 도마에 오른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무혐의 처분, 정문헌 의원은 약식기소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대화록을 공공기록물이라고 주장한 국정원의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정상외교 기록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중대사안인데도 말이다. 대통령기록이 번번이 정치공방의 소재가 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기록이 정쟁의 도구가 되는 역사적 비극의 고리를 언제 끊을 수 있을까. 지난해 ‘계사사화’와 이번 ‘갑오사화’가 대통령기록 게이트의 끝이 될 수 있을까.

 

■ 통영함 비리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8목] 해군참모총장 인사로 끝내선 안 될 ‘통영함 비리’

 

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17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의 인사 조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비리에 연루됐다면 인사로 끝낼 일이 아니라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방위사업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방위사업 비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과 같다. 통영함은 천안함 사건 이후 만들어져 2012년 진수식을 했으나 정작 필요했던 올봄 세월호 사건 때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2억원대인 1970년대의 구형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납품받은 ‘부실·비리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브로커인 김아무개 전 대령은 해군사관학교 32기인 황 총장의 3기 선배였다. 통영함 사업 담당자였던 최아무개 중령과 상관인 오아무개 전 대령, 후임자인 최아무개 중령과 황아무개 대령 등도 모두 해사 선후배였다. 이들은 납품업체에 유리하게 서류를 조작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황 총장은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한 정황이 짙다. 결재권자인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그는 납품업체의 사업계획서 제출 시한을 두 차례나 미뤄주고 평가 서류도 없는 상태에서 구매 의결을 추진하는 등 여러 차례 의결·결재를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당 팀에서 결정하므로 기술적 문제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다. 설령 금품이 오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일은 ‘군피아’ 가운데서도 가장 끈끈하다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부패 사슬이 군 수뇌부까지 닿아 있음을 다시 확인해준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에서는 두 사람의 국방장관 및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출신자가 구속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방위사업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거액의 국방비를 투입해 전력 증강을 꾀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는 이런 비리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군이 적절한 음파탐지기와 수중 무인탐사기를 갖추지 못한 통영함을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는 지난달 하순 대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벌써 비리 구조의 몸통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고 했다. 그 말이 신뢰를 주려면 이번 사안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8목] 황기철 해참 총장, 통영함 비리 책임지고 물러나야

 

감사원이 통영함 납품 비리와 관련해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에 대해 사실상의 인사 조치를 국방부에 통보했다. 방산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이 드러나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현직 해군참모총장이 방산비리와 관련해 인사 조치가 통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 총장은 국방부 조치를 기다리지 말고 당장 물러나는 게 옳다. 통영함의 엉터리 음파탐지기 구매는 엽기적인 방산비리다. 납품 비리 가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국민 불안을 야기하고 군 명예를 떨어뜨린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불미스러운 경력을 안은 채 군 통솔의 영이 설 리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음파탐지기 납품계약을 총괄하던 황 총장은 납품제안요청서가 애초 계획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결재했다. 성능 미달의 구형 음파탐지기를 납품하는 미국 업체 브로커의 청탁을 받은 방사청 팀장이 신형을 배제하는 제안요청서를 작성한 것을 그대로 수용, 유일 대상업체로 선정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해당 미국 업체의 핵심 서류 제출 거부 사실을 보고받고도 그대로 계약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1590억원을 쏟아부은 통영함은 세월호 참사 때 인명 구조·수색에 투입되지 못했고, 2년째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 41억원을 들인 음파탐지기가 실제로는 2억원짜리로 드러나고, 해군은 엉터리 음파탐지기 대신 어군탐지기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몇 시간 만에 어군탐지기를 제거하는 등 황당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황 총장은 감사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를 일일이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총장의 36년 해군 복무 경력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없다는 감사원의 반박이 더 설득력 있다. 황 총장의 태도는 부하 직원의 비리에 놀아나 수천억원짜리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든 책임자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방산비리는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비리 내용이 밝혀질 날이 머지않다.

군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 병영폭력과 사병 사망사고, 고급 장교들의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여기에 방산비리까지 가세해 바람 잘 날 없다. 사병부터 최고위 장성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고장나지 않은 곳이 있을까 싶다. 이런 군에 국방을 맡기고 자식을 맡겨야 하는 국민들의 처지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중앙일보 사설-21041218목] 통영함 부실책임 해군 총장, 군 통솔 자격 없다

 

감사원이 17일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에 대한 사실상의 인사조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소나)를 계약할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기철 총장이 장비 제안요청서 검토 등을 태만히 했다는 이유다. 그 결과 최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에 1970년대 이후엔 사용하지 않은 성능 미달 소나가 납품됐다. 그나마 방사청 간부들과 업체의 농간으로 2억원짜리가 41억원짜리로 둔갑했다. 엉터리 소나 때문에 통영함은 건조 후에도 세월호 구조작업에 동원되지 못했다.

 

 감사 결과 황 총장의 비리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총장 자리를 유지한다면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는 또 하나의 코미디가 될 것이다. 감사원은 해군 참모총장에게 “장비 구매 제안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지 않도록 하고, 성능 입증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 ‘충족’으로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주의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바로 황 총장이다. 무능하고 태만한 총장에게 어떻게 우리 해군의 지휘권을 계속 맡길 수 있겠는가. 그는 이미 총장의 자격을 상실했다.

 

 통영함뿐 아니다. KF-16 성능 개량사업도 ‘공군판 통영함’이 될 판이다. 1조7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미국 정부와 계약업체인 BAE시스템스가 최대 8000억원의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중단됐다. 방사청은 록히드마틴으로 사업자 교체를 추진 중이지만 입찰보증금 6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미국과의 대외군사판매(FMS) 계약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미국과 거래를 할 때 우리나라는 돈을 지불하는 ‘갑(甲)’ 위치에 있으면서 자주 ‘을(乙)’처럼 끌려다니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FMS 방식 무기 도입을 감사한 결과 납품되지 않았는데도 대금을 지급하거나 미국의 청구액보다 과다 지급한 사례가 드러났다. 통영함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500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일부 부패하고 무능한 군인들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를 넘어 반역행위다. 이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없다.

 

 

■ 유가 폭락, 러시아 금융위기, 신흥국 경제 위기

 

[한겨레신문 사설-20141218목] ‘강 건너 불’로 봐선 안 될 러시아 금융위기

 

러시아가 자국 통화가치 폭락으로 외환위기에 빠져 전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져 일부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는 지경이다. 러시아발 금융 불안이 퍼지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루블화 가치 폭락의 실물경제적 원인은 최근 몇 달 새 벌어지는 급격한 유가 하락이다. 재정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원유와 가스 가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러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서방의 경제제재도 큰 타격을 줬다. 미국·유럽연합(EU)이 제재의 강도를 높이면서 러시아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외환운용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포인트나 인상하는 극약 처방을 했으나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오히려 러시아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커졌다. 서방의 대형 투자기관들은 루블화로 표시된 유가증권이나 파생금융상품을 일시에 무더기로 처분해 루블화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의 위기가 당장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환율·금리 등 주요 금융지표의 변동성이 다소 커지긴 했으나 러시아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대외투자와 교역에서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질수록 금융 불안의 파고는 더 넓고 깊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처럼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거나 재정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처럼 러시아발 금융위기의 파장이 신흥국으로 확산되면 금융자본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더 높아진다. 이는 결국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반의 급격한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게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으려면, 무엇보다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을 낮추는 쪽으로 외환관리체계를 보강해야 한다.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장기적으로는 대외환경의 변화에 취약한 경제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가계소득 증대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성장전략으로 거시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8목] 러시아發 금융불안 강건너 불 아니다

 

러시아발(發) 금융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루블화 환율은 그제 장중 한때 달러당 80루블까지 폭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한꺼번에 6.5% 포인트나 올렸지만 루블화의 급락을 막지 못했다. 러시아는 금리를 올리면서 루블화의 가치를 유지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금융불안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국제유가가 급락해서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러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2가 넘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났다. 배럴당 60달러선이 무너진 데 이어 50달러선도 위협받고 있다. 결국 내년 초쯤에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나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러시아의 상황은 좋지 않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무너지면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자원에 의존하는 신흥국가들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미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타격은 더 커진다. 신흥국에 투입됐던 자금은 높은 금리를 좇아 대거 미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도 있다.

 

러시아가 1998년에 이어 또 한번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신흥국으로까지 번지면 1997~1998년의 외환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는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10대 수출대상국으로 지난해 대러 수출은 111억 달러로 전체의 2% 정도다. 대러 수출 중에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유럽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루블화 폭락에 따라 자동차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발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 붙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시스템인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의 금융불안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 외환보유액과 외채 등의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 시 비상대책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로서는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금융위기라는 또 다른 악재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218목] 유가 폭락이 부른 신흥국 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가운데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디폴트(대외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지난 16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10.5%에서 17.0%로 하룻밤 새 무려 6.5%포인트나 인상했으나 통화가치 하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산업기반과 금융구조가 취약한 신흥국으로 위기가 번질 우려가 크다.

 

 이제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은 외환위기의 파고 앞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바야흐로 산유국발 국제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외환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된다 해도 당장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액이 그다지 많지 않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아직은 넉넉하기 때문에 위기가 즉각 전염될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방심했다간 자칫 큰코다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시에서도 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 10일 이후 1주일째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신흥국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 투자자들의 투자 재편이 이루어지는 와중에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만일의 경우까지를 예상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세계 금융시장의 급변동과 함께 유가 하락세와 그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재편과 세계경제 판도의 변화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유가 하락으로 우리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도 있지만, 산유국의 경제 파탄과 그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위축이 우리의 수출 수요를 줄이는 역효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세계 에너지 시장의 재편 이후 세계경제 판도의 변화에 따른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41218목] 1997년 그때처럼, 국가시스템 고장난 것 아닌가, 경제는 꺼지고 세계는 저유가 쇼크 … 막장드라마에 빠져드는 한국 미래 있나

 

당신은 한국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

 

1997년 겨울처럼 어깨가 한없이 움츠러든다. 맹추위 탓만이 아니다. 지금도 어둡지만 미래는 더욱 두려운 때문이다. 곳곳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위기를 인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정치권도, 청와대도, 언론도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위기를 인지하고 대처방안을 고민하긴커녕 만인 대 만인의 갈등 강도만 증폭시킨다.

 

그해 겨울 터진 외환위기가 그랬다. 위기의 징후가 동남아에서 스멀스멀 북상했지만 나라의 관심은 온통 연말 대선에 쏠려 있었다. 부채로 쌓아올린 대기업들이 한보를 필두로 속속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기아차 국민기업!’이란 구호가 통했고 구조개혁의 마지막 기회도 스스로 날려버렸다. 위기가 닥치고서야 뒤늦게 청와대에 미리 보고했느니 않으니를 놓고 꼴사나운 ‘네 탓 공방’만 이어졌다.

 

지금도 다를 게 없다. 간판기업들부터 실적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 자영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나라의 관심은 온통 조현아, 정윤회에 쏠려 있다. 하나는 재벌녀 막장드라마요, 다른 하나는 궁중투쟁 비사 수준이다. 그러는 동안 나라 밖에선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온다. 셰일혁명으로 유가는 이미 반토막이다. 슈퍼달러의 기세가 등등할수록 신흥국들의 비명소리는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심지어 디폴트 위기다. 세계의 국부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게 안갯속이다.

 

하지만 청와대도, 정치권의 그 누구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지식인들마저 드라마에 골몰한다. 나라 밖 변화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있는 현안 분석을 내놓는 지식 생태계의 실종이다. 언론은 또 어떤가. 언론은 사회적 담론을 담아내는 그릇이요 지식의 도관이다. 그러나 지금은 뒷골목 가십을 증폭하는 그 자체로, 찌라시일 뿐이다. 지금 한국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지를 한국 언론에선 찾아볼 수 없다.

 

포퓰리즘에 찌든 정치권은 더더욱 기대할 게 없다. 갈등과 파괴의 본산이 된 지 오래다. 예컨대 MB정부가 자원고갈론이란 그릇된 인식에 휩쓸려 자원개발에 ‘올인’했던 것도 문제지만, 이제와서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난리치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오히려 싸게 매물로 나온 유전·광구를 물색할 때지만 당장 처분하라고 아우성이다. 비싸게 사고, 싸게 파니 한국은 국제 자원시장의 ‘호갱’이다.

 

국가적인 위기 감지능력의 총체적 고장 상태다. 지금이 막장드라마나 궁중비사의 다음 회를 궁금해 할 상황인가. 1987년 민주화 이후 말만 무성했지 제대로 된 개혁을 한 적이 있는가. 정치 개혁, 공공 개혁, 노동 개혁, 서비스업 규제혁파…. 외환위기 이후 17년간 말만 무성했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위기는 쓰나미처럼 한순간에 들이닥친다. 이번에도 닥치고 나서야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배를 내밀며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장담할 텐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1041218목] MB '묘한 기름값', 朴대통령 '묘한 전기료' … 왜들 이러시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기료가 10년 만에 인하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되도록 해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연내 전기료 가격조정이 가능하도록 실행조치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전력 역시 인하폭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이 대통령은 그해 1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실로 묘하다”고 언급했다. 기름값을 내리라는 사인이었고 당시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정유사들을 일제히 압박해 들어갔다. 국제유가가 상승추세였고,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며 반발하던 정유사들은 지경부의 압박이 계속되고 공정위가 주유소 원적지 관리 담합 카드까지 빼들자 결국 4월에 휘발유와 경유값을 L당 100원 내렸다. 그해 정유사들은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맞았고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기름값은 억지로 내린 3개월을 빼곤 잡지 못했다.

이번 전기료도 사정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묘한 기름값 발언과 다를 것도 없다. 한국 전기료는 이미 충분히 싸고 전기료를 내릴 여건도 갖춰져 있지 않다. 석유와 가스 발전 비중이 26%밖에 안 되고 송배전설비 보상비 등 새로 떠안을 비용이 많다. 전문가들은 싼 전기료가 자원소비를 왜곡한다며 걱정해오던 참이었다. 전기료가 유가에만 연동돼 결정될 수도 없다. 대통령으로서는 당장의 전기료가 아니라 유가급락이 가져올 세계적 파장에 대해 심층분석,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중요한 일이다.

 

 

■ 탈레반

 

[경향신문 사설-20141218목] 학생 132명을 살해한 탈레반의 악마성

 

2012년 10월9일 파키스탄 북서부 마을. 무장 탈레반은 하굣길의 학교버스를 세우고 “누가 말랄라냐”고 물었다. 여학생들이 머뭇거리자 탈레반은 말하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때 15살 소녀가 나섰다. “내가 말랄라다.” 탈레반은 곧 총을 발사했고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쓰러졌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예전에 하던 대로 여자의 교육권을 주창하는 운동을 계속했다. 말랄라의 요구는 단지 “여자 아이들도 학교를 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말랄라는 이 당연한 권리를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여자 아이의 75%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세계 앞에 고발하며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켜온 공로로 말랄라는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노벨 평화상은 어떤 이유로도 아이의 교육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보편적 가치를 확인한 것이자, 세계가 교육을 부정하는 극단주의에 함께 맞서겠다는 연대와 공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레반의 야만적 행위는 2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랄라를 죽이려 했던 바로 그 파키스탄 탈레반이 그제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군 부설 사립학교를 공격, 어린 학생 132명과 교사·교직원을 포함해 141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들은 교실 의자 밑에 숨어 공포에 떨고 있던 어린 아이를 찾아내 죽였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걸 파키스탄군에 대한 보복이라고 발표했다. 단지 죽이기 쉽다는 이유로 아무 죄도 없는 그 많은 어린 생명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짐승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종교나 신도 인간의 존엄성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인간 살육을 정당화하는 이념이나 종교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21세기의 야만인들은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최고의 악행을 저질러도 좋다는 허가장을 받아 놓은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종교나 신은 핑곗거리일 뿐이다. 그런 행위는 신과 무관한,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과 눈 먼 욕망의 적나라한 분출에 지나지 않는다.

 

불행한 것은 이런 인간파괴 전문 조직이 지구상에 파키스탄 탈레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알카에다도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악마성을 마음껏 떨치고 있다. 지구적으로 활동하는 이들 인류의 적을 지구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인종, 문화, 종교, 정치제도의 차이를 떠나 인류가 하나로 연대해야 한다. 세계인이 각성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발호할 수 있는 빈부격차, 차별, 배제의 음습한 토양을 갈아 엎어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언순(논설위원)-20141218목] 탈레반

 

학생이란 아랍 말 탈레반은 단지 배우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뭔가를 갈구하는’이란 뜻도 있다. 알라와 이슬람만으로 표상되는 신정(神政)체제를 갈망하는 것일까. 탈레반들이 꿈꾸는 세상이 제정(祭政)일치의 사회라면 그것만으로도 전근대적이다. 이성과 합리, 현대와 개방, 이런 개념은 스며들 여지조차 없다. 그래서 탈레반의 이미지는 주로 모자헤딘(무장게릴라), 지하드(성전), 이런 것과 겹친다.

 

탈레반이 세계의 골칫덩이로 부각된 계기는 2001년 9·11테러였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됐다. 탈레반 정권의 야만적인 행위는 앞서 그해 3월에 이미 세계를 경악시켰다. 힌두쿠시 산맥의 간다라 유적으로 세계 최대인 53m, 37m 높이 마애불상을 파괴한 것이다. 우상을 금지한 이슬람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500년 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189개 유엔 회원국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훼손 말라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무위였다.

 

9·11 한 달 만에 미군과 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군했다. ‘무한 정의 작전’이란 테러소탕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났다. 이때 밀려난 탈레반 정부의 잔당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오지로 도주했다. 일부는 국경너머 파키스탄으로 달아났다. 이후 탈레반의 보복 테러가 무수히 이어졌다. 엊그제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테러도 파키스탄 팔레반(TTP)의 광신적인 공격이었다.

 

파키스탄 군이 운영하는, 그래서 장교들 자녀가 많다는 게 표적이 된 이유 같다. 6명의 테러리스트는 특별한 요구도 주장도 하지 않았다. 인질로 잡으려는 시도도 없었다니 맥이 다 풀린다. 단지 TTP 소탕전에 대한 반격 테러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꺾인 10대 꽃봉오리들이 부상자까지 이백수십명이다. 저항능력이 없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용서 못 할 범죄다. 오죽하면 형제격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까지 규탄 성명을 냈다.

 

TTP가 소프트 타깃이나 노리며 더욱 광적으로 되는 게 탈레반 소탕전의 성공을 반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탈레반은 어디에나 있다. 한국 정치권에도 그렇게 불린 그룹이 있었다. 강경 혹은 완장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던 과격파들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자신은 무오류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의 공적이 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1041218목] 구제역 방역 '골든타임' 놓쳐선 안 된다

 

충남 천안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지난 3일 충북 진천에서 처음 시작된 구제역은 반경 5km 내 7곳의 양돈 농가로 번지더니 10여일 만에 도 경계를 넘어 충남에서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어제 충북 증평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국적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초동 대응에 실패해 비싼 대가를 치렀던 3년 전처럼 정부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선 감염 경로를 조속히 밝혀내 확산 기세를 꺾는 것이 급선무다. 천안 구제역의 경우 일단 축사 1개동 일부 개체에서만 증상이 나타난 점을 볼 때 충북 진천 구제역과 같은 혈청형 O형으로 추정된다는 게 축산당국의 판단이다. 기존의 ‘백신접종 유형’인 만큼 농가에서 예방접종만 철저히 한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진천은 물론이고 천안의 농장에서도 접종이 이뤄졌는데도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육돈의 경우 예방접종을 해도 소와 달리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50%가 안돼 여전히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구제역이 기존 백신에 면역력이 생긴 경우이거나, 변종이라면 사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축산 당국은 대비해야 한다.

 

한번 발생하면 무섭게 번지는 구제역은 2000년대 들어 빈발하는 추세다. 1934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그 동안 잠잠하다가 2000년, 2002년, 2010~11년 발병했고, 올해에는 지난 7월, 8월에 남부지방에서 발생했다. 특히 2011년의 경우 초동 대응에 미적대다가 방역시기를 놓쳐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무려 340만 마리 돼지가 살처분돼 3조원에 달하는 농가 피해가 있었다. 발병 시기도 종잡을 수 없는 추세다. 주로 겨울이나 초봄에 발생해 여름에 사라지던 양상이 바뀌어 최근에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축의 환경 적응력이 약해진 데다, 집단사육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다.

 

구제역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선제적 조치와 신속대응의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국은 비상체제를 구축해 구제역의 확산 차단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한편 권역별 거점별 방역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 돼지뿐 아니라 소와 염소 등으로 확산될 여지를 차단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축산 농가 또한 백신 접종을 제 때 하고, 차량과 외부인의 농장출입 통제, 각종 연말모임 참석 자제 등 당국이 제시하는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민관의 긴밀한 협업만이 구제역 재앙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일보 사설-20141218목] 대통령 소통부재 작심하고 지적한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의장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삼권분립의 한 축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의 날 선 비판은 예삿일이 아니다. 정 의장이 그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밝힌 박 대통령과의 핫라인 불통 전말은 씁쓸하다.

 

그는 의장 취임 직후 박 대통령에게 꼭 필요할 때 긴밀한 통화가 가능한 핫라인 개설을 요청해 비밀 전화번호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 2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전화가 꺼져있어 통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죄송하다며 수행비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니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핫라인 개설은 해프닝으로 끝나고만 셈이다. 국정에 바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받기가 쉬운 일은 아닐 터이지만 박 대통령의 불통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장은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총리가 대통령을 만나면 한 말씀 전해 주기 바란다”면서 박 대통령의 대(對)국회 소통 부족을 작심하고 지적했다. 정상외교 후 3부 요인이나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결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언론보도만으로 알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전화도 하고, 청와대에 초청해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법안을 던져 놓고 국회가 알아서 하겠지 하거나, 기한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해 달라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정도가 한층 더 심한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대화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연말 정국을 강타한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근원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중요한 인사와 정책결정을 장관들이나 수석비서관 등을 통해서보다는 이른바 문고리권력이라는 측근 비서관들에 의존하는 사례가 잣다 보니 비선 권력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 등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인 심재철 의원은 어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인사 혁신과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초ㆍ재선 의원 20여명이 주축인 ‘아침 소리’모임도 최근 비선 실세 논란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투명성이 낮고 소통이 부족해 일어난다며 대통령의 소통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 정도 되면 박 대통령도 비서관 3인방을 감싸는 고집을 버리고 청와대 내부 인사쇄신과 함께 소통 강화 등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이거야말로 박 대통령 자신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경향신문 사설-20141218목] 문희상 ‘취업 청탁’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하고, 이 처남은 8년간 일을 하지도 않은 채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위원장의 비위 사실은 처남 김모씨가 문 위원장과 누나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뒤늦게 발각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 위원장이 2004년 고교(경복고)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조양호)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김씨의 취업을 부탁해 김씨가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컨설턴트로 취업했고,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8억1027만원)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소송 과정에서 대한항공 쪽을 통해 받은 “급여”를 (문 위원장이 갚은) “이자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에 처남의 위장취업을 부탁하고, 일을 하지도 않고 받은 급여를 이자로 갈음했다는 얘기가 된다. 부정청탁에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지만, 당시 명백한 부정이고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취업 청탁이 이루어진 2004년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친 뒤 국회 정보위원장, 국방위원회 위원을 지낸 현역 의원 신분이었다. 대한항공은 방산업체를 거느리고 있어 국방위와 직무 관련성이 뚜렷하다. 문 위원장이 국방위원과 ‘정권 실세’ 배경으로 처남의 위장취업을 관철시키고, 부당한 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면 분명한 이해충돌이고 불법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문 위원장의 대응이다. 문 위원장은 당 대변인을 통해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부탁한 사실은 있지만 직접 조양호 회장에게 부탁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문 위원장이 ‘땅콩 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는, ‘제 발 저린’ 엉뚱한 변호도 내놨다. 간접 청탁이니 괜찮고, 새정치연합이 ‘땅콩 리턴’ 사태에 엄정히 대처했으니 면죄라는 것인가. 새정치연합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비리·부정에 댄 잣대를 돌이켜보기 바란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일 순 없다. 심각한 비리가 확인됐음에도 대변인의 간접 해명으로 퉁치고, 도의적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잘못에 책임도 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몰염치를 추궁해온 문 위원장이다. 최소한 문 위원장은 국민 앞에 잘못을 소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제1야당 대표로서 그만한 윤리감, 정치적 책임의식도 없다면 그게 더 국민을 절망케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41218목] 연구개발비를 룸살롱에서 펑펑 쓴 공기업들

연구개발(R&D)비로 쓰라고 지원한 예산을 유흥비로 쓰거나 횡령한 연구원, 임직원들이 또 적발됐다. 감사원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21개 기관의 연구비 사용 실태에 대한 감사에 나서 60여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해 7명의 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비를 빼먹은 실상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룸살롱에서 양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는 법인카드로 결제했는가 하면 개인적인 오디오 구입비로 7200만원을 유용하기도 했다. 창조경제의 선봉에 서서 한 푼이라도 아껴 연구에 매진해야 할 연구원들이 국가 예산을 유흥주점에 뿌리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연구개발비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기술을 연구하라고 책정한 예산이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 규모는 17조 5500억원을 넘어선다. 혈세로 조성한 그런 돈 중에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금액을 연구원들이 제 잇속을 채우는 데 쓰고 있으니 납세자로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구개발비 횡령·유용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원들이 정부 연구과제를 특정 업체가 맡도록 해 주고 15억원의 뒷돈을 챙겼다가 구속된 일도 있었다.

 

연구개발비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누차 지적했는 데도 감시와 점검이 허술한 탓이다. 수억원, 수십억원을 쓰는 데도 어떻게 집행되고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사전·사후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산 집행 라인에 있는 담당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비리를 함께 저지르고 있으니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 엉터리 연구과제를 내세워 비용을 뻥튀기하고 그 과정에 뇌물이 오고 가 횡령이나 유용을 묵인해 주는 일이 적지 않다.

 

감사원이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형사 고발하지 않고 단지 문책만 요구했다면 잘못이다. 비리를 막으려면 감시·감독과 평가를 철저히 하고 적발된 연구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연구개발비 횡령·유용이나 뇌물 비리는 국가의 발전을 해치는 중차대한 범죄다. 그런데도 단순 경제사범처럼 가벼운 문책에 그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해 비리를 재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비리를 저지른 연구원들을 해당 기관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물론 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횡령한 연구비도 전액 회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제 주머니에 든 쌈짓돈처럼 흥청망청 쓰는 그릇된 풍토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1041218목] 조현아는 조현아, 관광법은 관광법

 

대한항공의 소위 ‘땅콩 회항’ 여파로 관광진흥법 개정이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이 가능해지는 만큼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교육환경이 훼손되고 있는데 대한항공을 위해 호텔을 지을 수는 없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대부분도 법안 처리에 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개정안은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은 학교 인근에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비즈니스호텔 확충 목적으로 2012년 정부가 발의했다.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국회 통과가 유력했지만 ‘땅콩 회항’ 사건으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더욱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 건립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관광진흥법 개정은 서비스산업 육성과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이번 비행기 회항 사건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이 가능해진다는 이유만으로 법안 처리를 미룬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사주 일가가 밉다고 관광산업을 죽이자는 것이라면 이는 곤란하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은 관련법에 따라 응당한 처분을 받으면 그만이다. 왜 관광법 개정과 이 문제를 연계시키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8목] 노동시장 구조개선… 조세·재정·조달정책부터 고쳐야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려면 조세·재정·금융·조달정책 전반을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개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태기 단국대 교수(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와 KDI의 윤희숙 박사는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내 노동시장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유연성과 안정성이 모두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상당 부분 보장 받는 대기업·공기업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양극화가 심해진 탓이다. 해고·파견근로 등에 대한 규제장벽은 높고 퇴직 무렵의 임금이 초임의 2.7배나 돼 민간기업에서는 조기 퇴직이 일상화돼 있다. 정부도 정치권과 노사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처, 문제를 키웠다. 통상임금과 해고요건을 둘러싼 혼란도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에 판례를 제때 반영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복잡한 수당과 호봉제 중심의 과도한 연공(年功) 급여가 임금체계의 병폐라면 법인세·소득세법을 고쳐 고정급·수당보다 성과급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해 노사가 성과급·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마땅하다. 중소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양극화를 심화하는 데 일조해온 최저가낙찰제 역시 고용노동정책과 무관하게 이뤄져 온 조달정책의 소산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면 정부가 국가혁신 차원에서 상품·노동시장을 꿰뚫는 개혁 방향을 제시하면서 조세·재정금융·조달 등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노사를 유인하고 지원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노사정이 노사정위원회 등에서 타협안 도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주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과 노사 눈치 보기도 한몫한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등의 사회적 대타협도 정부 여당과 공익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8목] 대학입시 현실 경시한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

교육부가 17일 사교육 경감 대책과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발표시기가 미뤄졌다고는 하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뒤늦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책의 핵심은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와 수학에 집중돼 있으나 벌써부터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고 끝의 악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교육부의 대책에 따르면 영어는 EBS 수능연계 영어교재의 어휘가 교과과정 수준을 뛰어넘지 않도록 난이도를 낮추고 수학은 교재의 종류와 문항 수를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채용을 금지하고 학원비의 옥외가격표시제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로 사교육 수요를 잡아보겠다는 기본 구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학원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의 사교육 억제 효과를 장담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정도 대책으로는 '망국적'으로까지 불리는 사교육의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국민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여러 번의 사교육 대책들도 '풍선효과'처럼 새로운 종류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내 결국 정부 말만 믿고 있다가는 손해라는 것이 반복학습을 통해 학부모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대책이 근본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은 교육현장의 엄연한 경쟁환경이다. 출제 오류에 변별성까지 떨어져 '물 수능'이라고 평가 받은 이번 대학입시도 결국 수시 무더기 탈락과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급증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사실조차 간과했다. 누군가는 떨어뜨려야 하고 누군가는 붙어야 하는 대학 입시제도의 현실을 도외시한 어떤 사교육 대책도 국민에게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교육 당국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41218목] 개인회생 신청 최다, 제도 악용 철저히 가려내라

올해 개인회생 신청자가 사상 최대인 1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창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도입된 개인회생제도는 최대 5년간 생활비를 제외하고 전체 부채의 3~5%만 갚고 원리금의 최대 95%를 탕감해준다. 근무하는 회사에 통보되지 않아 흔적이 남지 않은데다 개인파산보다 인가 받기도 쉽다.

 

이런 점 때문인지 2010년 4만7,000명선이던 개인회생 신청자는 지난해에는 10만6,000명으로 125%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의 가계부채 증가율 21%의 6배에 이른다. 올 들어서는 잇따른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탓에 개인회생 신청자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더 큰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의도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고 재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숨긴 뒤 1~3개월 내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가 아르바이트생으로 꾸며 신청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악성 신청자들로 인해 금융기관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80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금액 7,323억원 가운데 60%인 4,393억원이 개인회생 부실채권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엉뚱한 사람들이 가로채 배를 채우는 세태는 불신을 키우고 사회질서를 좀먹는 행위다. 법원이 이를 막기 위해 갑작스러운 소득변동이나 재산 명의이전 신청자 등을 솎아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부업체 대출정보가 저축은행·캐피털·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에 공유되지 않는 것과 같은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사전 신용상담을 의무화해 개인회생 신청 남용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권명아(논설위원)-20141218목] 사랑의 깃발이 드높다

 

히틀러의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것’이다. 히틀러의 ‘그것’에 대한 논의는 그가 동성애자라거나 위장한 동성애자라는 소문으로도 이어졌다. 히틀러는 동성애자를 유대인만큼이나 혐오했다. 동성애에 대한 히틀러의 강박적 혐오 때문에 히틀러의 ‘그것’에 대한 뜬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는 논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반파시즘 진영에서 동성애 코드를 활용하여 나치를 희화화하는 방식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역사적으로 파시즘과 반파시즘은 동성애를 ‘절멸의 대상’이나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였다.

 

<한겨레>가 동성애 혐오 발화를 전면 광고로 게재하여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일자 한겨레 쪽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가진 의견 또한 정보”라고 해명했다. 이는 혐오 발화의 폭력성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혐오 발화는 ‘의견’이 아니고, 표현의 자유로 보장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혐오 발화를 하나의 ‘의견’이라고 하는 것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혐오 발화의 폭력성을 사유하고 대처해 나가는 데 무지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파시즘은 증오 정치를 동력으로 진행된다. 파시즘은 낙인찍기, 혐오 발화, 증오 행동을 거쳐 대량 학살로 향했다. 혐오 발화가 하나의 ‘의견’이나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학살의 예고편이라는 것은 무수한 사례가 보여준다. 그 사례들에 따르면, 혐오에는 이유가 없다. 혐오란 이유가 없이, 대상을 바꿔가며 들러붙는 신체적 힘들의 결집체이다. 파시즘이 여성, 성적 소수자, 인종적 타자를 혐오하며 절멸시킨 데에는 어떤 논리적 이유도 없다. 물론 이들이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이들 집단이 당대 주요하게 부상한 ‘새로운 세력’이라는 점과도 관련된다. 대표적인 파시스트인 무솔리니는 파시즘이란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주장했다. 즉 파시즘의 혐오는 논리적 근거가 아닌, ‘안티’의 역학을 따라 촉발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혐오 세력이 특별한 공통점이 없는 집단들을 향해 혐오 발화와 증오 행동을 수행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때마다 ‘쟁점이 되는’ 집단을 찾아다니며 혐오 발화나 방해 시위를 자행하고 있다. 혐오가 특별한 이유가 없이, 대상을 바꿔가며 들러붙는 신체적 힘들의 결집체라는 건 바로 이런 뜻이다. 혐오가 대상에게 부정적으로 들러붙는 속성을 지닌다면, 그 강도가 높을수록 혐오의 주체는 대상에 들러붙어 휘감겨버린다. 히틀러가 동성애를 혐오하는 강도가 높아질수록, ‘그것’에 대한 추문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둘러싼 사례에서도 보이듯이, 혐오의 강도는 이에 맞서는 저항의 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물론 혐오 덕분에 저항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혐오에 맞선 사랑은 추상적으로 논의된 사랑의 정치성에 구체적인 현실성을 부여했다. 이 일은 ‘나른한’ 진보 이론의 대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혐오에 맞서 행동한 수많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2014년 한국 사회는 혐오에 맞서는 새로운 ‘사랑의 깃발’과 그 사랑으로 형성된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을 만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혐오의 공허한 열광을 마주하며, 우리는 단지 파시즘의 도래만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는 현장을 보고 있다. 2014년, ‘진보’라는 말로 다 포함할 수 없는, 혐오에 맞서는 새로운 저항의 정치가, 사랑이 일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중앙SUNDAY 차장)-20141218목] '공진초' 의 비극, 내 안의 조현아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전교생이 120여 명인 ‘미니 학교’가 있다. 공진초등학교 가양 분교다. 서울에 하나뿐인 초등 분교다. 이 학교는 내년 2월에 문을 닫는다.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가야 한다.

 

 교육청은 그 자리에 정신지체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강서구에 약 200명의 정신지체 학생이 있는데, 딱 하나 있는 이 구의 특수학교(교남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는 인원은 그중 절반에 불과하다. 약 100명의 학생은 멀리 다른 구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장거리 통학은 자녀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부모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그런데 이 특수학교 신설에 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주민들이 내세운 이유는 도서관·체육관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집값 하락 걱정이 깔려 있다. 반대에 앞장선 곳은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 단지다. 40, 50평대 아파트가 많은, 이 일대에서는 가장 잘사는 동네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여러 차례 교육청을 찾아가 집단 항의를 했다.

 

 17년 전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특수학교인 ‘밀알학교’가 문을 열 때도 반대가 심했다. 통학버스 출입로 봉쇄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특수학교는 혐오시설도 기피시설도 아닌 그냥 ‘학교’다. 단지 보호가 좀 더 필요한 아이들이 다닐 뿐이다.

 

 공진초 분교가 생겨난 사연은 더 기구하다. 이 학교는 임대아파트 단지 옆에 붙어 있다. 처음 생긴 1992년에만 해도 수백 명의 학생이 다녔지만 최근엔 해마다 신입생이 크게 줄었다. 임대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집이 드물어 단지 전체가 ‘고령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공진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마곡지구로 지난 9월에 옮겨갔다. 당시 교육청은 공진초에 다니는 학생들은 길 건너의 탑산초등학교로 전학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진초 학부모들이 반대했다. 이유 중 하나는 “탑산초 아이들과 부모들은 우리 자녀를 ‘임대 애들’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왕따’당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논란 끝에 ‘한 학기 동안 분교로 유지’라는 절충안이 나왔다.

 

 특수학교를 막아서고, 길 하나 사이로 갈라져 산다. 누구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말하지만 내 문제가 되면 ‘몸의 털 하나 뽑는 것’도 아까워한다. 오만과 편견이 넘실댄다. 그 속에서 많은 ‘조현아’가 자라고 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41218목] 대통령기록 유출

 

검찰이 그제 밤 박관천 경정을 전격 체포해 사법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박 경정은 자신이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처럼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정도로 나라 전체를 흔든’ 사건의 중심 인물이 됐다. 그 죄과가 얼마나 클까. 검찰의 태도를 보면 매우 무거운 것 같다. 그가 지난 2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면서 내부 문건들을 갖고 나온 것을 대통령기록물 무단 유출로 판단한 것을 보면 그렇다.

박 경정의 죄는 ‘정윤회 문건’의 성격에 달려 있다. 청와대가 처음에 그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규정했던 공공기록물이라면 최고 징역 3년에 해당하는 죄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대로 대통령기록물이라면 최고 징역 7년에 해당하는 중죄가 된다. 그런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 대통령의 언급처럼 ‘찌라시’라면 애매해진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로는 박 경정은 문건을 언론사나 기업 등에 유포하는 과정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조차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출’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유출은 보통 유포의 개념을 동반한다. 이를테면 비밀을 취급하던 사람이 퇴직했다고 해서 비밀이 유출됐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출이란 그것이 누설되거나 유포된 결과를 말한다는 얘기다. 원본이 아닌 사본을 가져나간 것이 유출에 해당하는지도 법적으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중잣대도 도마에 오른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무혐의 처분, 정문헌 의원은 약식기소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대화록을 공공기록물이라고 주장한 국정원의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정상외교 기록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중대사안인데도 말이다. 대통령기록이 번번이 정치공방의 소재가 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기록이 정쟁의 도구가 되는 역사적 비극의 고리를 언제 끊을 수 있을까. 지난해 ‘계사사화’와 이번 ‘갑오사화’가 대통령기록 게이트의 끝이 될 수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언순(논설위원)-20141218목] 탈레반

 

학생이란 아랍 말 탈레반은 단지 배우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뭔가를 갈구하는’이란 뜻도 있다. 알라와 이슬람만으로 표상되는 신정(神政)체제를 갈망하는 것일까. 탈레반들이 꿈꾸는 세상이 제정(祭政)일치의 사회라면 그것만으로도 전근대적이다. 이성과 합리, 현대와 개방, 이런 개념은 스며들 여지조차 없다. 그래서 탈레반의 이미지는 주로 모자헤딘(무장게릴라), 지하드(성전), 이런 것과 겹친다.

 

탈레반이 세계의 골칫덩이로 부각된 계기는 2001년 9·11테러였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됐다. 탈레반 정권의 야만적인 행위는 앞서 그해 3월에 이미 세계를 경악시켰다. 힌두쿠시 산맥의 간다라 유적으로 세계 최대인 53m, 37m 높이 마애불상을 파괴한 것이다. 우상을 금지한 이슬람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500년 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189개 유엔 회원국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훼손 말라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무위였다.

 

9·11 한 달 만에 미군과 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군했다. ‘무한 정의 작전’이란 테러소탕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났다. 이때 밀려난 탈레반 정부의 잔당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오지로 도주했다. 일부는 국경너머 파키스탄으로 달아났다. 이후 탈레반의 보복 테러가 무수히 이어졌다. 엊그제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테러도 파키스탄 팔레반(TTP)의 광신적인 공격이었다.

 

파키스탄 군이 운영하는, 그래서 장교들 자녀가 많다는 게 표적이 된 이유 같다. 6명의 테러리스트는 특별한 요구도 주장도 하지 않았다. 인질로 잡으려는 시도도 없었다니 맥이 다 풀린다. 단지 TTP 소탕전에 대한 반격 테러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꺾인 10대 꽃봉오리들이 부상자까지 이백수십명이다. 저항능력이 없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용서 못 할 범죄다. 오죽하면 형제격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까지 규탄 성명을 냈다.

 

TTP가 소프트 타깃이나 노리며 더욱 광적으로 되는 게 탈레반 소탕전의 성공을 반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탈레반은 어디에나 있다. 한국 정치권에도 그렇게 불린 그룹이 있었다. 강경 혹은 완장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던 과격파들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자신은 무오류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의 공적이 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41218목] 고려인 포로의 망향가

 

1930년대 조선인 청년 준식은 일본군에 강제 징집돼 만주에 배치됐다가 전투 과정에서 소련군 포로가 된다. 이후 준식은 독일의 소련 침공 때 사로잡혀 독일로 끌려가더니 노르망디 전투에는 독일군으로 참전한다. 2011년 개봉된 한중일 합작영화 '마이웨이'의 줄거리다. 노르망디에서 독일군 소속으로 있었던 동양인이 연합군에 포로로 잡혔다는 기록과 관련 사진이 모티브가 된 영화에는 나라 잃은 청년의 비극적인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조정래의 소설 '오 하느님'의 내용은 더욱 처참하다. 일본에 의해 관동군으로 징집된 주인공 신길만은 포로 신세로 소련에 끌려가 스탈린 군대에 들어간다. 이후 나치의 소련 침공 때 사로잡혀 독일로 끌려가서는 나치군으로 노르망디 전투에 참여했다 미국의 포로가 된다. 미국에 끌려간 그를 포함한 조선인 포로들은 신분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소련으로 내쳐진다. 그리고 소련은 '조국(소련)을 지키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갖다 붙여 이들을 총살한다. 소련의 이런 만행은 허구로 치부할 수 없다. 러일전쟁 때 조선인 포로들을 핀란드 인근 포로수용소까지 끌고 가 끝내 송환하지 않았던 실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와 왔던고 와 왔던고 타도타관 월사동이 산도 설코 물도 설코 금수초목 생소한 곳에…" 1917년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이 노래를 부른 강 바르엘을 포함한 고려인 포로 5인의 신세도 매한가지다. 17세에 시베리아로 이주했다 전쟁에 끌려나갔던 강씨는 물론 모두가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은 목소리라도 후대에 남겼다. 국립국악원이 당시 한 독일 민속학자가 채록한 고려인 포로들의 노래를 디지털 음원으로 최근 복원했다. '아리랑' '수심가' '대한사람의' '조국강산' 등 구슬픈 가락과 더불어 그들의 망향 혼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환생한 셈인가. 그렇다고 나라가 허약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생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포로들의 설움까지 치유될 수는 없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패권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요즘 고려인 포로들의 망향 노래를 듣자니 우리의 민족애사(哀史)에 가슴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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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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