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인터넷은행 지분율 규제 완화해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서 “인터넷은행이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산분리 규율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행 10%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율을 인터넷은행에 있어서는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소매금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은산분리의 기본 취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최 후보자의 기본 인식이다. 백번 맞는 얘기다. 그런데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법적 규제를 인터넷은행에도 일괄 적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는 온당치 않다. 정부가 당초 인터넷은행 도입을 구상하면서 산업자본의 소유 지분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던 것도 바로 거기에 이유가 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처음 구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K뱅크가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한 이래 돌풍을 일으키다가 최근 장벽에 가로막힌 것도 자본금 문제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대출금리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으나 결국 자본 한도에 부딪쳐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다.
K뱅크에 이어 제2의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조만간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법적 규제가 풀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더라도 똑같은 처지에 놓이고 말 것이다.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서비스 혁신을 가속화하고 소비자 편의를 보장하려면 이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만 한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과 관련한 여러 법안이 상정돼 있다.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과 지분을 34%까지 허용하고 5년마다 재심사를 받도록 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의 늑장 처리로 인터넷은행 영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최 후보자의 전향적인 의지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서울신문〕
2. ‘폐지 할아버지’가 보여준 노인 치매·빈곤의 심각성
그제 아침 서울신문에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두 장의 사진이 실렸다.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올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었다. 이런 날씨에 74세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주워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소한의 복지사회를 지향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폐지는 천근만근 젖어 버렸고, 할아버지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저앉았다.
다행히 사진을 본 친지가 딸에게 연락해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터넷 기사에 붙은 1000개가 훨씬 넘는 댓글은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폐지 할아버지는 얼마 전까지 자영업을 했다고 한다. 부인은 물론 딸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니 치매와 빈곤이 동시에 찾아온 홀몸 노인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치매 발병으로 가정의 평화는 깨지고 말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날도 할아버지를 백방으로 찾다가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가족들은 더구나 최근 한 달 사이에도 두 차례나 더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치매 발병으로 온 가족이 불행의 늪에 빠져드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노인 10명 중 한 명꼴인 68만 5739명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노인 10명 중 4명꼴인 165만 1340명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온 국민이 치매로 직간접적 고통에 빠져드는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 것이다. 사진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 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은 2014년 기준 48.8%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2.1%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치매국가책임제’는 더욱 정교한 모습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 과제’에 담겨야 할 것이다. 역시 대선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청와대의 의지에 그쳐선 안 된다. 이번 보도의 반향을 봤다면 정치권이 먼저 나서야 하지 않겠나.
〔조선일보〕
3. 최저임금 뒷감당까지 국민 세금에 떠넘기다니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6470원보다 16.4%나 오른 금액이다. 인상액은 역대 최대, 인상률은 17년 만에 가장 높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는 걸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임금을 줘야 하는 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진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는 애초부터 경제 논리가 실종된 가운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최저임금을 연평균 15.7%씩 올려 3년 만에 1만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1만원이 되면 월급을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 액수가 커지는 현상이 적잖게 나타난다고 한다. 새 정부는 말이 되지 않는 이 일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노·사·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 됐다. 한 자릿수 인상을 주장했던 사용자 측도 최종 표결 직전에 12.8% 인상안(7300원)을 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 모두 정부 의지를 반영한 안을 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사용자 측이 백기 투항한 셈이다. 그마저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측 손을 들어줘 15대 12로 노동계 안이 채택됐다. 급기야 어제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용자위원 4명이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한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산돼야 한다"면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85%가 중소·영세기업에서 일한다. 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내년에 15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6.4% 인상안이 결정되자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앙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다. 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영세·중소기업의 이런 열악한 상황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연이어 벌어졌다. 어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평균 7.4%)을 초과하는 인상분에 대해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정은 문 대통령이나 김 부총리가 낸 돈이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다. 경제 현실은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높여놓고는 심한 부작용이 우려되니 국민 세금으로 개인기업 임금을 보전해주겠다고 한다.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데도 4조원 넘는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권은 세금 몇조원 정도는 가볍게 여긴다. 대통령의 무리한 공약을 밀어붙일 때마다 그 뒷감당은 국민 세금에 떠넘긴다. 그것도 한 해에 끝날 일이 아니다. 나라 살림에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4. ‘내년 6월 개헌’ 文 약속 지킬 수 있나
오늘은 1948년 7월 17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 헌법이 선포된 지 69주년을 맞는 날이다. 제헌절을 맞아 1987년 체제의 산물인 5년 대통령단임제 개헌 문제를 생각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개헌의 기본 방향으로 ‘국민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회 헌법개정특위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곧바로 개헌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 취임 직후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국회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다음 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내년 6월에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 저 스스로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권 초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의 이른바 ‘적폐 청산’에는 속도전을 펴면서 개헌에서는 관심이 멀어진 듯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 표현대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칠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대통령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지금 시작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개헌안 공고 기간(20일 이상), 국회 개헌안 의결(공고 후 60일 이내), 6월 13일 국민투표(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등의 절차를 밟으려면 늦어도 내년 2월 23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국회 개헌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려면 늦어도 1월까지는 개헌안을 확정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바뀐 시대상에 따른 인권과 지방분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선거구제 개편까지 개헌안에 담으려면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정부 내에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오늘부터라도 정부 내 기구 구성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5. 사정 수사가 검찰 중립성 해치면 곤란하다
사정(司正)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KAI)에 대한 지난 14일의 검찰 압수수색은 상징적이다. 형식적으로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의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수백억원 부풀린 기업 비리를 파헤치는 명목이다. 이른바 ‘사자방’(4대 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 비리)에 대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할 때 방산 비리 척결의 신호탄일 공산이 크다. ‘면세점 선정 비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까지 본격적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의 4대 강 감사까지 겹쳐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권력형 비리 사정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의혹이 있으면 캐내는 게 검찰의 존재 이유다. 1조2000여억원을 들인 수리온이 전투용은커녕 빗물이 샐 정도이고, 면세점 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으며, 민정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근무 기간과 겹친다는 의혹은 반드시 규명할 사안이다. 누군가 공모하고 불법을 묵인했다면 책임을 지워야 한다. 문제는 검찰을 앞세운 사정이 정치적 보복이나 정권의 공신 세력을 심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해 왔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쥘 수 있었던 배경을 정치권과의 결탁에서 찾았다. 이러한 정치검찰의 나쁜 관행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KAI·면세점·청와대 문건과 관련된 수사가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몰려 있다. 이전 정부에서 좌천됐다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윤석열 지검장이 지휘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사건들 처리에 적폐 청산의 정당성이 걸려 있다.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되고,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수사에 간섭하려는 유혹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 윤 지검장은 검찰의 중립성에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
〔한국경제〕
6. 시민운동가에게 기업 미공개 정보가 흘러들어 갔다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합병 상장 등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수시로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주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 이같이 밝혔다. 기업의 미공개 정보가 공시 전에 시민단체로 흘러갔다는 얘기로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대기업들이 미공개 정보를 자발적으로 시민운동가에게 알려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이들에게 앞장서 기밀을 알려준 셈이어서다. ‘재벌 개혁’을 내세워 수많은 기업을 검찰에 고발한 김 위원장이다. 어떻게든 그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공격을 무마해 보려는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많은 대기업 경영자가 그를 만나기 위해 줄서고 자문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업과 시민단체 간의 이런 이상하고도 은밀한 관계는 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며, 결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먹이사슬을 둘러싼 어두운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취하는 등 불법적 사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기업과 김 위원장 모두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대기업들과 비공개 채널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론 대기업을 공격해 왔다. 타인의 재판정에서 증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이런 사실을 공개했어야 마땅하다.
미공개 기업정보를 받은 이가 과연 김 위원장뿐이었는지도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좌파 성향 단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어떤 정보가 넘어갔고 어떻게 이용됐을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주장처럼 ‘재벌 개혁’이 필요한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단체 역시 개혁돼야 한다. 기업과 사전에 정보를 나누고 공격하는 식이라면 누가 그 순수성을 믿겠는가.
〔매일신문〕
7. 추경안 심사, 공무원 증원 계획 전면 재고돼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6일 소위원회를 열고 11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17일까지 열리는 추경 심사의 최대 관심사는 공무원 1만2천 명 추가 채용을 위한 시험`교육비 80억원의 편성 여부이다. 여당은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공 부문 고용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원안 통과를, 야당은 공무원 증원은 미래 세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삭감을 주장한다.
시야를 현재로만 좁히면 여당의 주장은 타당한 면이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현재 민간 부문의 고용 흡수력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청년실업 해소의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무원 17만4천 명을 늘리면 고용 개선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 폭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야를 미래로 넓히면 더 무서운 시나리오가 기다린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 17만4천 명을 추가 채용하는 데 5년간 21조원이 든다고 했다. 연평균 4조원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의 의뢰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결과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연평균 9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17만4천 명이 30년을 재직한다고 가정하면 모두 271조3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공무원을 늘리려고만 하지 앞으로 들어갈 천문학적 인건비를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게 돼 있다. 이는 세금을 낼 사람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 담세 능력은 저하되는 상황에서 공무원 인건비를 마련하려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문재인정부의 공무원 증원은 인건비 부담을 다음 또 그다음 정부로 떠넘기고 종국에는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이끌 공산이 크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매일경제〕
8. 19일 첫 여야 영수회담 여야 간 협치 모색하는 계기 삼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 첫 여야 영수회담이 될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최근 외교 성과를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과거 문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완전한 영수 회동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처리한 한미 FTA를 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제2의 을사늑약이니 매국노니 하며 저를 극렬하게 비난했다"며 정권 출범 후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썼다. 민주당이 과거 한미 FTA에 맹목적으로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영수회담 거부 명분으로 삼는 것은 옹졸해 보인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면 직접 만나 따지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할 말, 안 할 말 다한 사이에 새삼 얼굴 붉힐 걱정을 하는 것도 홍 대표답지 않다. 만약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 과시에 들러리 서는 모양새가 싫어서 그런 것이라면 생각을 고쳐먹길 바란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엄중하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대응하는 것이 야당이 할 일이다. 그 소중한 기회를 감정적 문제로 걷어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날 회동은 인사 문제로 어긋나버린 여야 간 협치를 다시 모색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려면 문 대통령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후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 "현실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토로했는데 이런 진정성으로 조언을 구한다면 야당 대표들도 고민을 같이할 것이다. 정부 조각 지연 또한 원인 제공이 부실 인사검증에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대통령이 사과하고 합리적 인사 기준 마련을 제안하길 바란다. 탈원전 문제는 대통령이 명분에 집착해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야권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첫 영수회담이 사진이나 찍고 뒤돌아 딴소리하는 행사가 되지 않으려면 여야 모두 배려심을 발휘해야 한다.
〔경향신문〕
9. 국정농단 실상 담은 박근혜 민정비서관실 문건의 충격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보수단체 관제데모, 세월호 유족 탄압 등에 개입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 발견 장소 등으로 추정컨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요한 자료가 그동안 청와대 한구석에 방치돼 있었다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검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기를 쓰고 반대한 것도 결국 이런 범죄 증거를 감추거나 없애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번 자료는 국정농단 세력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여죄를 추궁하는 데 매우 긴요하게 사용될 것이다. 특히 자료 중 삼성 관련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메모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433억원의 대가성을 시종일관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문건으로 당시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밖에 ‘문화예술계 건전화’와 관련된 문건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뒷받침하고,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우익단체 등 우익적으로 전사 조직. 반대선언 공표’ 메모는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전교조 탄압에 전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준다. 청와대는 이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작성된 수석비서관 회의자료 등이라고 설명했다.
우병우 전 수석의 민정비서관 및 수석 근무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청와대는 지난 3일 이 문건들을 발견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등으로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은 청와대의 발표 시점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고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있으나 가당치 않은 소리다. 검찰은 이번 자료를 면밀히 살펴본 뒤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수사를 당장 벌여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해 만에 하나 남아 있을 수 있는 범죄 증거를 찾아내는 작업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한겨레〕
10. ‘비리’ 냄새 짙은 결함투성이 ‘수리온’ 전력화 강행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을까? 방위산업 관련 감사 결과를 볼 때마다 국민이 느끼는 감정이 이럴 것이다. 16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 비행 안전성 등 감사 결과’도 그렇다. 감사원은 수리온이 기체 설계 결함, 결빙 상황에서 나타나는 엔진 이상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방위사업청이 인증 기준의 부적정 적용 등을 통해 무리하게 전력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개발이 완료돼 그해 12월 처음으로 부대에 배치된 수리온은 그동안 큰 사고를 여러 번 냈다. 배치 뒤 2016년 1월까지 운행중 5차례나 전방 유리(윈드실드)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2015년 1월과 2월에는 비행중 엔진이 과속 뒤 정지하는 사고로 비상 착륙했다. 그해 12월에는 같은 결함으로 추락해 기체가 크게 부서졌다.
전방 유리 파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헬기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재료를 채택하면서도 파손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한 게 원인이었다. 추락 사고는 방위사업청이 결빙 환경에서 비행 안전성을 검증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전력화를 추진한 탓이었다. 방위사업청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미국에서 실시한 체계결빙 성능시험에서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한국항공의 후속조치 계획만 보고 납품을 재개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관계기관의 동의를 유도하는 등 끝까지 전력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감사원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등 3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장 청장은 2014년 임명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학 동창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검찰은 임직원들의 연구개발비 횡령 혐의로 지난주 한국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대체 어떤 비리가 나라 살림을 좀먹고, 국방력을 훼손하는지 검찰이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한국일보〕
1. [기억할 오늘] 제헌절(7월 17일)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경일이 됐다. 다시 이듬해인 1950년 제헌절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됐고,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현재 5대 국경일(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가운데 유일하게 법정 공휴일이 아닌 날이 제헌절이다. 앞서 한글날이 1970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가 “휴일이 너무 많다”는 경제단체의 푸념을 정부가 수용해 1990년(노태우 정부) 제외됐지만 관련 단체 등의 지난한 요구 끝에 2006년(노무현 정부)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됐다.
헌법은 법치국가의 통치 조직 및 운용의 근간을 규정하는 법이자,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밝힌 최고법이다. 한국의 헌법 역시 일반 법률과 충돌할 경우 상위법으로서 우선적 지위를 가진다. 법전을 둔 성문법이고, 개정 절차가 까다로운 경성헌법이다. 지금까지 9차례 개정됐고, 현행 헌법은 1987년 항쟁의 결실로 개정된 제10호 헌법이다. 6공화국 헌법 87년 헌법이라고도 불린다. 전문과 10장 130개조, 부칙 6개조로 구성돼 있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회국가(복지국가)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다.
한국의 헌법은 심한 수난을 당해왔다. 건국 이후 법 위의 독재 권력 탓에 헌법 자체도 자주 유린 당했지만, 그 이념과 지침은 온전하게 지켜진 때가 사실 드물었다. 제왕적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원칙 위에 군림했고, 행정의 합법률성 역시 법보다 권력자의 의중에 충실했던 자들에 의해 갈팡질팡할 때가 많았다. ‘인간다운 생활’ 등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 역시, 아직은 아득한 이상에 가깝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식목일과 함께 제헌절을 법정공휴일 제외 대상에 포함시킨 것(시행은 ‘부칙’에 따라 2008년부터)은 주 5일제를 시행하기 위해 재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한국인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였고, 현재도 멕시코 등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일본의 헌법기념일(5월 3일)은 법정 공휴일이고, 미국의 제헌절(시민권의 날, 9월 17일)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공휴일 지정 유무가 헌법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는 없지만, 여러 날 중 제헌절을 찍어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건 다른 문제다. 제헌절은 국가가 국민을 일 시키며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날이다. 최윤필 기자
〔머니투데이〕
2. [광화문]워런 버핏도 힘든 시장 한국
'오마하의 현인'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독점 기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10년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면 10분도 투자하지 말라"는 투자철학으로 무장한 버핏은 '경쟁 없는 시장독점이 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을 세운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코카콜라, 질레트, 맥도널드, 월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비상장사지만 국내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워런 버핏의 독점기업 이론에 맞아 떨어진다. 시내면세점 점유율이 60%를 넘어 2위 업체인 호텔신라를 압도한다. 최대 큰손인 유커(游客·중국 관광객) 평판에서도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 가짜 천국인 중국에서 '롯데(LOTTE)'는 '진짜'로 받아들여진다. 인천공항에서 마구 물건을 버리고 가는 유커들이 롯데면세점 포장지는 정성 들여 챙기는 이유다.
롯데면세점에 2015년은 다시없는 기회였다. 유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한동안 묶여있던 시내면세점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듀프리, 미국 DFS에 이어 세계 3위 롯데면세점이 신규 면세점을 받는다면 2위, 1위를 제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을 사업부문으로 거느린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지주사로 삼으려 했던 것도 이 같은 선순환을 기대한 조치다.
하지만 현실은 끔찍했다. 2015년 이뤄졌던 1, 2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롯데는 신규점을 늘리기는커녕 기존 '월드타워점' 면허까지 빼앗겼다. 월드타워점은 소공점에 이어 업계 매출 2위의 알짜 매장이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123층 초고층빌딩 '롯데월드타워'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터라 충격은 컸다. 당시 면허를 받은 기업이 면세사업과는 무관한 한화, 두산이어서 무성한 '설'이 나돌았다.
2년이 흐른 지난 11일, 의혹이 일부 벗겨졌다.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 감사 결과'는 '면세점 게이트'라고 할 만큼 충격적이다. 주무 부처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계산해 롯데 대신 한화, 두산에 특허권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왜 롯데를 떨어뜨렸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관세청 직원들은 "실수였다"고 하지만 평가항목을 고의로 조작한 정황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누군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롯데 떨어뜨리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관세청에 압력을 넣은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박근혜-최순실 비선 라인으로 다시 시선이 집중된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국정농단 세력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코스피 지수가 2400을 훌쩍 넘어섰다. 전인미답의 경지다. 이쯤 되면 '거품' 주장이 제기될 만하지만 잠잠하다. 올 들어 주가를 20% 끌어올린 주체가 외국인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1000, 2000 돌파시 주역이었던 개인, 기관투자자는 이번 장에서 방관자다. 외국인이 올 들어 6개월 동안 10조원을 쏟아 붓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영업익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실적을 올렸고, 다른 상장사들도 사상 최대규모의 이익을 거뒀다.
배당확대, 지배구조 투명화와 함께 정부 리스크 개선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달리보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점에 달했던 정부의 왜곡된 시장 개입이 현 정부에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부', '비선라인'이 변수로 작용하지 않고 기업 경쟁력만으로 예측 가능한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면세점 선정 과정의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할 이유다.
〔조선일보〕
3. [만물상] 정권의 재판
이제껏 대통령들이 민감한 수사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면 야당은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며 들고일어났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일은 잊을 만하면 또 터졌다. 그나마 역대 청와대가 금기시했던 게 하나 있다. 재판에 대한 언급이다.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피해 갔다. 사법권 훼손 시비를 피하려는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그 점에서 지난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검토 문건을 발견했다"고 했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공문서 형식도 갖추지 않은 메모를 유죄 증거라도 되는 양 공개했다. 검찰도 이런 식으론 하지 않는다.
같은 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루 연가(年暇)를 내 이 부회장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나왔다. 장관급 인사가 증인으로 서는 것도 보기 힘든 일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에 반대했다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양복에 달던 공정위 배지를 떼고 개인 차량을 타고 나왔다. "시민 자격으로 왔다"는 걸 부각시키려는 듯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그의 증언을 '어느 시민의 증언'쯤으로 여기긴 어려울 것이다.
지난 12일 이 부회장 재판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깜짝 출석'해 최씨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변호인도 모르게 새벽에 특검 차량을 타고 집을 나와 법정에 섰다. 변호인은 '보쌈 증언'이라며 반발했지만 특검은 "하루 전 정씨를 설득했다"고 했다. 정씨가 단순한 설득만으로 그렇게 했을까 싶다.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달 초 이 부회장 재판에서 뇌물죄의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몇몇 보도가 나왔다. 그 후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이 부회장 유죄를 받아내려고 총력전을 펴는 듯하다.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 사건에서 무죄가 나면 '촛불'과 '탄핵'의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권한 남용이었지 뇌물죄가 아니었다. 정권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데일리안〕
4. 야만적인 대학원, 오죽하면 마스크를
지난 7월 13일에 서울대 대학원 학생들이 ‘대학원생 인권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했다. 이 사건이 후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부 대학생들이 학내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대학원에선 드물었다.
특히 서울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이 교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연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민주화 운동의 그 뜨거운 시대를 거치면서도 대학원생들이 교수들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함구해왔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대한민국 대학원 내의 주종관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대학원 학생들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연세대 텀블러 사제폭탄 사건 때부터였다고 한다.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대학원생이 교수의 질책에 느낀 인격적 모멸감이 범행동기라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교수의 갑질에 치어 살던 다른 대학원생들의 억눌린 정서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 서울대 대학원의 이른바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이 해당 교수에게 중징계가 내려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1월에 대학원생이 “교수의 무리한 지시로 대학원생 4명이 1년 동안 8만 쪽이 넘는 문서를 4000여개의 PDF 파일로 스캔해야 했으며 비상식적인 개인 심부름을 강요받았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사건 내용이 너무 왜곡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6월에 폭언 및 성희롱 의혹을 받은 교수에게 정직 3개월 판정이 내려지는 등 대학원 교수 갑질 관련 이슈가 잊을 만하면 등장했는데, 각 개별 사건의 진실과는 별개로 이런 이슈들이 대학원생들의 여론을 계속 키웠다. 그러다 집단행동에까지 이른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은 ‘정직 3개월 같은 솜방망이 징계로 교수의 갑질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실 내 표절문제, 왕따문제 대책 마련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이 당한 언어폭력을 고발한 학생도 있었다. 자신을 ‘자판기’라고 밝힌 대학원생은 졸업 여부가 완전히 교수 재량이기 때문에 갑질이 횡행한다고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선 일부 학생들은 이례적으로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대통령, 재벌, 검찰, 그 누구를 비판할 때도 당당하던 학생들이 교수갑질을 비판하는 자리에선 얼굴을 가린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교수를 두려워하는 지 알 수 있다. 학생이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 얼굴을 가려야 하는 분위기라면, 그것 자체로 이미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지식 창조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만 가능하다. 기독교와 성리학이 사람들을 억눌렀던 중세, 조선시대에 지식 창조가 정체됐던 이유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 기관의 지식창조력이 떨어진다. 우리 대학원에서 아직도 조선시대적인 분위기가 판을 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라는 전근대적인 단어가 대학원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한 우리 대학원이 진정한 지성의 전당이 되기는 어렵다. 교수가 학생들의 대학원 졸업, 더 나아가 향후 학문세계에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절대갑으로 군림하는 구조가 사라져야 4차산업혁명이든 신지식사회든 가능해질 것이다. 교수 갑질을 고발하는 대학원생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기는 것이 고등교육 정책의 과제여야 한다.
〔서울신문〕
5. [열린세상] 장미의 전쟁/유효상 차의과학대학 융합경영대학원장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남녀가 한 팀으로 일하는 경우 성과도 높아지지만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재무제표와 직원 설문조사를 토대로 단일 성으로 구성된 팀, 남녀가 골고루 섞인 팀을 구분해 직원들의 만족도와 협조성, 사기, 다양성에 대한 태도 등을 평가한 결과 자신과 같은 성(性)의 동료가 많을수록 직원 만족도가 높게 나왔고, 남녀가 섞여 있을 때 만족도와 신뢰도, 협조성 수준이 낮게 나왔다. 하지만 남녀 직원이 함께 있을 때 생산성과 실적이 월등히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MIT의 세러 엘리슨 교수는 “우리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많을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어느 한쪽 성비가 높으면 ‘일보다 친교에 치중’하게 된다. 반면 남녀가 다양하게 분포된 집단은 사회적 자본은 부족할지 몰라도 다양한 시각과 스킬로 인해 실적이 향상될 수 있다. 여성 혹은 남성으로만 이뤄진 팀을 남녀가 섞인 팀으로 바꾸면 성과가 약 41% 신장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직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면서 양쪽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하지만 사사건건 부딪치며 오히려 역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남녀 둘 다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할 뿐 왜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남녀 간 갈등의 골은 깊어 간다.
부부간 갈등을 소재로 한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 ‘장미의 전쟁’은 결말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사랑했던 두 남녀가 결혼해 행복하게 살다가 언젠가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처절한 부부 싸움을 벌이다 결국은 둘 다 죽음을 맞게 된다는 비극적 결말의 영화다.이러한 장미의 전쟁은 비단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는 등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부쩍 늘면서 직장 내에서도 남녀 사이에 다양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인간관계 심리학 전문가인 존 그레이와 하버드대의 바버라 애니스는 ‘남녀 간 사각지대’(死角地帶)라는 개념으로 직장에서의 남녀 갈등 원인을 잘 설명하고 있다.그들이 전 세계 10만명 이상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과를 보면 ‘남녀가 서로 다르지 않고, 똑같은 열망을 지니고 있으며, 목표 달성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비슷하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남자와 여자는 ‘같은 것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렌즈로 그것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주 상대방의 생각이나 말을 오해하게 되고 서로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장애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 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감정을 처리하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런 남녀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며,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각각 다른 색깔의 렌즈를 끼고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차이를 지니고 있는 남녀가 조직에서 함께 일할 때 서로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사결정은 어떤 식으로 다르게 하는 지 등을 이해하는 ‘성별이해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직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최대한 노출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은 없애고, 장점을 최대한 살려 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개인의 행복과 성취감도 맘껏 누려야 할 것이다. 최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한 말이다.
‘남자는 기업을 더 크게 만들고, 여자는 기업을 더 좋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