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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찾아가는 대통령' 치밀한 계획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가동중단 및 폐쇄를 지시했다.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30년 이상 된 발전소 10기가 대상이라고 한다.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특히 가동중단 대상에 오른 노후 석탄발전소들이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적폐’가 청산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가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졌다는 자체가 돋보인다. 스승의 날인 어제 서울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대처방법 교육을 참관한 뒤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취임 사흘째인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데 이은 2번째 현장 정책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다.

노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니, 무엇보다 다행이다. 요금 인상 요인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이들 노후 발전소를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모두 폐쇄키로 방침을 세운 배경이다. 다만 발전소 폐쇄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는 내달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며, 내년부터는 그 기간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신규 발전소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부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새로 건설되는 화력·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전력수급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미세먼지에 있어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적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이러한 현장 지시가 자칫 ‘보여주는 정책’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역대 정부 때마다 익히 경험했던 일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며 가시적인 정책으로 박수를 받았으면서도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거의 정책 실패를 반복하곤 했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우선 밀어붙이고 보자는 과욕의 귀결이었다. 이런 잘못만큼은 피해가야 한다.



[중앙일보]

2. 특사 외교 시동…안보 위기 해결의 마중물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 이해찬 전 총리, 일본에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러시아에 송영길 의원, 그리고 유럽연합(EU)과 독일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각각 특사로 파견하기로 내정했다. 특사 외교는 한반도 위기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사들은 식견과 네트워크를 갖춘 비중 있는 인물로서 충분한 외교적 인격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이들 주요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외교 비전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에 그 후속조치로 특사를 보내 북핵 해결 의지와 구상을 관련국 국정 최고책임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특사 외교에 시동을 건 것은 한반도 위기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4강은 물론 EU·독일에까지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다원·전방위 외교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재 한반도의 안보 사정은 엄중하다. 중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이 개막되고 한국에선 남북대화를 손짓하는 문 대통령의 취임 나흘째였던 지난 13일 북한은 보란 듯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무기와 미사일은 이미 단순한 위협용이나 협상용 단계를 넘어 우리를 겨냥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주변국과의 튼튼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재와 압박이든 대화와 협력이든 국제 공조는 북핵 해결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현재로선 그 외의 다른 현실적 방도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대북 조치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도 특사 외교를 통해 관련국들과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발생한 중국과의 갈등,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불협화음 등 당면 외교 현안의 해법을 마련할 전환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특사 외교가 한반도 위기 완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3. 경로당 위기에 빠진 보수·중도 정치의 살길

5년 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대통령은 『1219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책을 집필해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정권교체 의지를 가다듬었다. 선거 전에 조국 민정수석이 저술한 『진보 집권 플랜』이 민주당 진영의 참고서 역할을 했으며 문재인의 정예 정책그룹 '심천회'도 그 무렵 결성됐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미래 집권의 방향과 전략, 철학과 정책 준비에 착수해 진보 정치가 9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보수·중도 정치 세력은 완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우왕좌왕, 가치 부재의 혼란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오늘 일제히 의원총회·연찬회 등을 열어 대선 패배 후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고 하니 '문재인식 준비'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치의 가장 큰 위기는 '박근혜 문제'를 시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친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사태는 엄밀히 말해 보수·진보의 문제라기보다 봉건·궁궐적 행태와 근대·합리적 정치 태도 간의 대결이었다.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주변을 맴도는 한 더 칙칙한 수구 이미지의 폐쇄회로에 갇히게 될 것이다. 대선에서 한국당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무너지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참패해 'TK 경로당'이란 조롱을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당은 친박 잔재를 깨끗이 청산해 보수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할 전제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바른정당은 6.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지만 유승민 후보가 추구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가치 정치가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가치와 비전을 꾸준히 다듬어 가면 보수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당 역시 21.4%의 득표율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극단적인 양당 정치 풍토에서 중도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 갈 제3의 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수·중도층의 야당들은 공급자 관점의 이합집산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 가치에 기반한 진심 어린 정치만이 등 돌린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4. 검찰 간부끼리 웬 돈봉투…진상조사 필요하다

어제 폭로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저녁 술자리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에 부하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을 마시며 ‘금일봉’이란 명목의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있던 인물이다.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우선, 회동 시점이 의심스럽다. 이들의 회동은 지난달 21일로, 특수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을 각각 구속과 불구속으로 기소한 지 나흘 뒤였다. 특수본에 참여한 핵심 간부와 검찰국 간부들도 배석했다. 술잔이 돌았다는 얘기는 수사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비판이 거세던 여론을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모임을 가졌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조직에서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최대 실세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 된 지난해 7∼10월 그와 1000회 이상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안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을 위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 왔다. 

금일봉의 성격과 출처도 규명해야 한다. 안 국장은 수사팀 간부들에게 봉투에는 50만∼100만원 정도가 든 '수사비'를,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서로 건넸다. 설령 수사비라고 해도 공금을 쌈짓돈 쓰듯 멋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지검장이 개인 돈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한 식구와 마찬가지인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를 마쳤다고 서로 돈을 주고받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 검찰을 겨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적폐 청산을 선언했고,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재조사를 공언했다. 여기에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될 조짐이어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의 부적절한 회동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설까지 불거지는 등 예사롭지 않다.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점을 들어 일부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혼란이 오래가는 것은 국민에게도, 검찰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떠남으로써 각종 의혹 조사를 지휘할 수뇌부 공백 상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서둘러 임명해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검찰 인사가 개혁의 출발점이다.



[서울신문]

5.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 정치대립 경계해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들은 어제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6일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불과 나흘 만에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힌 것은 과거 사례에 비춰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야 공히 총리 후보자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따지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여야의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여야가 인사청문회 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불필요한 신경전 없이 인사청문회 의사일정과 청문위원이 확정됐다. 안보·경제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지내는 동안 당파성을 띠지 않아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탕평인사, 화합인사로 기용됐다는 점도 야당이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렇다 해도 야당이 ‘봐주기 청문회’로 허술하게 임할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혹은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예상외로 강도 높은 ‘송곳 검증’에 들어갈 수 있다. 이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는 “정치 청문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상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진 이후 탄핵 정국, 대선 정국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시스템은 거의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 빨리 국정운영시스템을 복원시켜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총리의 국회 인준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총리가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뒤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 후보자의 검증을 허술히 해서는 안 된다. 향후 공직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총리가 되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검증 과정에서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결격 사유가 드러난다면 국회는 마땅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정파적 이유로 이 후보자의 인준에 딴지를 거는 구태 정치와는 결별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향후 국정 운영과 인사에 차질을 주는 정치 대립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6. 검찰개혁 당위성 보여준 검찰 간부들의 '술판'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임기 2년을 7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물러났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이후 6명만 임기를 채웠을 뿐 13명이 중도 하차했다. 그만큼 검찰은 정권과 맞물려 흔들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국정 농단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을 비롯해 지금껏 13차례 특검은 검찰 수사의 불신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나섰겠는가. 국민은 정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김 총장은 이임식에서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검찰은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가졌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원칙을 지키되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하고, 구성원 모두가 청렴을 실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원칙, 절제, 청렴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요체라고 밝힌 김 총장의 자세는 떠나는 마당에 적절하지 않다. 재직 중에 스스로 반드시 실행에 옮겼어야 할 핵심 업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수사팀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회식하면서 폭탄주를 돌리고 돈봉투까지 주고받는 황당한 일에 휩싸였다. 회식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국정농단 수사팀 6명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이 동석했다. 50만원에서 100만원이 든 금일봉 봉투까지 오갔다고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와중에서다. 안 국장은 박영수 특검의 조사 결과, 우 전 수석과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안 국장이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자숙했어야 마땅했다. 검찰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술판’도 큰 사건 뒤 으레 있는 격려 자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당면 과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국정 농단에 대한 재수사를 언급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라고 못 박은 상태다. 검찰이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검찰 그대로 갈 수 없다.



[조선일보]

7. 뉴욕 겨냥 北 ICBM 코앞, 文 국민 어떻게 지킬 건가

북한이 14일 고도 2000㎞ 넘게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김정은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500㎏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5000㎞를 날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엔진 3개를 묶어 추진력을 늘리고, 3단 분리 시스템을 갖추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에 고무된 김정은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북 미사일은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이란 언젠가는 획득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처럼 국가의 모든 능력을 한곳에만 쏟아부으면 그 시간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까지 날아갈 핵무기 탑재 ICBM을 개발하는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북 미사일이 1만㎞ 날아가면 LA를 포함한 미 서부를 겨냥할 수 있다. 1만3000㎞면 워싱턴 DC와 뉴욕을 포함한 미 동부지역에 도달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과연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나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현실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을 때리겠다면서 한반도에서 물러서라고 할 경우 미국이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우리 편에 서겠느냐는 의문이다.



사실 이것은 의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그런 위험을 지면서 다른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말'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당장 미국 국민과 의회가 북한에 양보하라고 나설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북이 뉴욕을 때릴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 핵우산은 '문서'로만 남게 된다. 그 실현성을 보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문서를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에 앞서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북이 ICBM에 다가서면 여러 가지 도전들이 닥쳐올 것이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실제 감행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종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태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문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방안을 갖고 있는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반입해 한·미가 공동 운영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NATO는 미국과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을 맺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안을 다 거부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되고 북이 IRBM까지 손에 넣은 지금도 그런가. 이제 '남북대화로 문제를 푼다'는 등의 환상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문재인 정부는 안중에 없을 것이며 그저 '달러 박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문재인 안보 전략'이 나와 국민을 안심케 하고 단결시키기를 바랄 뿐이다.



8. '미세 먼지 줄이기' 국민 부담 는다는 것부터 알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미세 먼지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가운데 8기에 대해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 내년부터는 전력 비수기인 3~6월 4개월간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다. 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가운데 공정률 10% 미만 9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놨었다.



석탄발전소의 미세 먼지 오염 비중은 14%다. 봄철에 한해 노후 발전소를 가동 중단시키면 오염 비중을 1~2%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세 먼지를 줄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전기 요금이나 전력 수급 측면에서 감수해야 할 부작용들이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역대 정부가 벌써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거나 폐지시키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했다. 총건설비 8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1조4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건설 중단으로 갈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전력 생산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이 39%, 원전은 30%다. 석탄과 원자력을 동시에 억제할 경우 전력 생산 단가가 비싼 LNG 발전 의존도를 늘려야 한다. 문 대통령 진영 관계자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전기 요금이 20~30%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전기 요금을 워낙 싸게 묶어놓아 가열·건조 등 열(熱)에너지까지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곳이 적지 않다. 왜곡된 에너지 소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경유차 억제 문제도 서민들 부담 증가라는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선 국민에게 듣기 좋은 얘기 위주로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집권 후엔 국정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면밀한 로드맵을 갖고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보여주기는 이 정도로 됐다. 이제 진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선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고통도 있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



[동아일보]

9. 여권, 野때 반대한 규제프리존법 푸는 게 협치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 5당 지도부를 예방하고 “국회와 정부, 청와대 간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소통의 센터 역할을 열심히 한번 해보고자 한다”며 “모든 정당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청와대의 가교인 정무수석으로서 하는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국회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불통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정무수석은 현기환 김재원 의원 같은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이 맡아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여당이던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아닌 전 수석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어떻게 청와대가 돌아가는지를 알고 민주당에서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여소야대인 5당 체제에서 국회와의 협력, 특히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 수석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

전 수석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같은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규제프리존법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과거 입장에 얽매이지 말고 법안 통과에 뜻을 모았으면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시절 반대한 법안이지만 이젠 국민을 바라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합심하자는 제언이다.



장 의원 지적대로 이런 문제부터 청와대가 나서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협치도 이룰 수 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 의중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전달하려고만 하지 말고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쌍방향 소통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여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고, 정국도 안정시킬 수 없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 “대통령의 국정지시 1호사항 등을 얘기할 때 먼저 소통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새겨들을 만하다. 국정 교과서 폐지처럼 여야 간 이견이 큰 사안은 정치권과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 청와대의 소통 노력 못지않게 야당도 매사에 딴죽만 걸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10. 대선 끝나자마자 대여 투쟁 나선 한국당, 성찰부터 하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대여 투쟁을 하고 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야당이 여당의 2중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당만은 제1야당답게 강력히 견제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저항’을 불사한다는 표현도 썼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선 끝난 지 1주일이 채 못 되는 기간 실제 한 일은 문 대통령 흔들기였다. 

야당이 집권세력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권 초기 대통령이 독선에 빠지지 않게 야당이 대통령을 다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선과 함께 취임해 지금껏 조각은커녕 청와대 보좌진조차 꾸리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잘할 것 같다고 응답한 시민이 75%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전포고 같은 제1야당의 대통령 공세는 누가 봐도 명분 없는 딴죽이다. 9년 만에 야당이 된 상실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한국당이 지난 며칠간 퍼부은 대여 공세도 건강한 견제로 보기 어렵다.



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한국당은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대해서는 “보수를 궤멸시켜 20년 장기집권의 길을 가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시민 다수의 의사와는 다른 비판이다. 그 전에는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주사파’라고, 조 민정수석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라고 공격했다. 첫 대여 공격이 근거 없는 색깔론 제기였다. 

한국당이 재집권을 노린다면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 대선 때 안보몰이로 재미 좀 봤다고 색깔론에 또 기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보수 지지자라고 해도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는 군내 나는 정당에 신임을 보낼 시민은 없다. 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은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보려는 심산이라면 당장 접는 게 좋다.



건강한 견제와 소모적인 정쟁을 구분하지 못할 시민은 이제 더 이상 없다. 한국당은 국정농단과 대선 실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차떼기 정당’ 비난에 천막당사로 갔던 13년 전보다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삶의 향기] 이브 클라인의 블루 : 색의 전쟁

눈에 선하다. 지난달 매장에서 본 파란색 외투가 참 인상적이었다. 봄이면 매번 고민하는 외출복의 선택. 그 옷은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것 같았다. 기품 있는 매무새에다 내 얼굴을 환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파란색 옷을 사지 못했다.

함께 쇼핑을 간 친구 때문이었다. 다이애나비를 비롯한 많은 명사들이 새파란 외투를 입고 대중 앞에 나왔을 때 얼마 안 가 죄다 이혼을 했다며 말렸다. 영국의 왕세자비 미들턴이 최근 로열블루 빛 의상으로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키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꺼림칙했다. 파란 옷이 이별을 불러들인다는 속설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탐이 났지만 그 옷을 택하지 못한 다른 이유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 때문이었다. 당시가 대통령선거 전이라 각 정당 출신의 후보자들이 제각각의 색을 내세워 치열하게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옷으로 모임에 나가면 십중팔구 나는 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더없이 자유로워야 할 나의 창작활동이 정치적 이념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이브 클라인(Yves Klein, 1928~62) 때문이다. 파란색에 관한 한, 그를 능가할 미술가는 없다. 1950년대 중반 클라인은 그만의 파란색을 개발해 회화와 조각을 제작했고 퍼포먼스도 했다. 그의 파랑은 울트라마린(Ultramarin) 계열의 깊고 진한 색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색을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로 명명하고 특허를 받기까지 했다.

온통 파랑으로 균일하게 뒤덮인 캔버스와 조각물로 그는 이미 10년 뒤 미국에서 맹위를 떨칠 미니멀 미술을 예견했고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내주었던 현대미술의 주도권을 프랑스로 되돌리는 미술가로 꼽혔다. 클라인 식의 파란 외투를 입고 내 작업실을 들락거린다면 내 작품이 주눅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파랑의 강렬한 기세가 내 생활과 그림 그리기를 사로잡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클라인에 의하면 “파랑은 볼 수 없는 것을 보이게 하는 색”이란다. 하늘과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유리컵에 담긴 물과 빈 유리잔은 투명하지만 그 속의 것이 바다를 이루고 하늘을 이룰 때 파랑으로 보이게 된다. 다른 색보다 파장이 짧은 파랑이 물 분자나 기체 분자와 충돌하면서 다른 빛보다 더 많이 반사하는 산란현상 때문에 바다와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클라인의 블루는 이런 비가시적인 것을 강하게 드러내는 파랑의 힘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 같다.

짙은 파랑의 한 종류인 울트라마린은 “바다 건너편”에서 온 색이란 뜻이다. 중세 이전까지 유럽인들은 순수한 파란색을 먼 바다를 건너 수입해온 청금석(lazuli)에서 얻었다. 그만큼 파란색은 귀하게 취급되었다. 파랑은 고대로부터 현실에서 감지하기 힘든 대상이나 초월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쓰여왔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파랗게 묘사되고 중세의 성화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 파란 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된다.

비가시적이고 초월적이기에 파랑은 현실의 격정에 머물지 않고 이성적 합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파랑을 선호한다. 5년 전 한나라당은 30여 년간 보수정당이 써온 파랑을 버리고 빨강을 당의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그런가 하면 3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15년간 진보정당이 써온 초록과 노랑을 버리고 경쟁 정당이 사용했던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색을 차지하고 버리는 식이다. 보수정당이 오랜 전통의 색을 버리고 정반대 편의 색인 빨간색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가 하면 진보정당은 경쟁자가 버린 파랑으로 이번에 정권을 잡았다.

색이란 누군가 점령해 갖는 영토와 같다. 누군가 차지하기를 기다리는 땅과 같다. 클라인이 차지한 파란 영토는 그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 아무나 그 영역에 들어가 쓸 수 없다. 그는 그의 색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그의 승리는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앞으로 파란색의 정치적 주인은 수없이 바뀔 것이지만 울트라마린으로 가득한 창공은 그것을 우러러보는 사람과 그 속을 나는 새가 차지한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신(新)실크로드와 중국몽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현대판 대장정’이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대장정(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를 통해 중화 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3년 10월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에서 이 구상을 밝혔다.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목표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비단길이다. 중앙 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과 일치한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 즉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과 연결하는 축이다.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 지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이다.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리는 이유다.

일대일로 구상은 ‘범중화 경제권’이 목표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경제권을 허물면서 ‘위안화 제국’을 세운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중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생산 과잉의 모순을 국내외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외교 안보적 사고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극주의를 꿈꾸는 중국은 최강의 패권국 미국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대중 포위전략에 대한 전방위적 반격전의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세계질서를 서서히 중국 위주로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5일 폐막됐다. 28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매머드 회의였다.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규정한 시 주석은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늘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고사를 인용하며 성공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신팽창주의를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포럼을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정치 선전장’으로 공격했다.



3. [파이낸셜뉴스][fn스트리트] 메르켈의 장수 비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14일(현지시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주의회선거에서 그의 기민당이 선전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곳은 오는 9월 총선 결과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16개주 중 가장 많은 1800만 인구에다 노동계층을 등에 업은 사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9월까지 이어진다면 메르켈은 그의 '정치적 사부'인 통일총리 헬무트 콜의 최장 16년 재임 기록에 도전할 길이 열린다. 2005년 총리가 된 그가 4연임 후 온전히 임기를 채우는 걸 전제할 때다. 주기적 정권교체가 상례화한 구미 선진국에서 16년 집권은 퍽 드문 일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4연임 중 병사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례적인 사례다.

올 연초만 해도 메르켈의 시대는 저무는 듯했다. 그의 중도보수 노선이 좌파와 극우 사이에서 협공을 받으면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 이후 반유로.반이민 기치의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줄기차게 메르켈의 난민정책을 공격했다. 반면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이 문제로 큰 내홍을 겪었다. 유럽의회 의장 출신 마르틴 슐츠를 총리감으로 내세운 사민당이 이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메르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에 맞서 선명하게 각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이 새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그는 독일 안팎에서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모나지 않게 대화로 설득하는 정치 스타일을 바꾸진 않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그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리더십'을 고수한 것이다. 그의 '엄마 리더십'은 결국 통할 모양이다. "모든 사람에게 존경은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받지 못했다"는 평을 받은 대처의 11년 집권기록을 이미 깼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스마르크와 콜 등 독일을 차례로 통일한 위업을 쌓은 두 '마초급 총리'들과 몇 년 안에 어깨를 나란히 할 참이니….



4.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세계인의 날과 무지개의 나라 한국

"몽골에서는 한국을 '설렁거스'(무지개 나라)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는데, 전 한국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승무원이셨던 덕에 8살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저는 알록달록한 빛깔과 화려한 간판들, 생기와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로 붐비는 밤거리 풍경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그 광경은 형형색색의 빛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무지개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와 한국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양초를 구워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가래떡이었습니다.



29살이 된 저는 한국에서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무지개 사회를 이루는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 돼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 더불어 살며 찬란한 역사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특정한 색이 되라고 강요하거나 어떤 색은 나쁘다고 규정해 무지개 시민들의 고유한 색이 변질되는 것입니다. 이민자 200만 시대를 맞아 각자의 빛깔을 소중히 여기고 조화를 이뤄야 더욱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룰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글은 제10회 세계인의 날(Together Day) 기념 수기 공모에서 재한외국인 부문 최우수작에 뽑힌 몽골 유학생 바차이칸 아누 씨의 '무지개 나라 한국'을 간추린 것이다. 그를 비롯해 한국을 어머니의 집처럼 편하게 느낀다는 미국인 영어강사, 흑인 친구가 차별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간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몽골 유학생,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받는 아내이자 며느리가 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중국동포(조선족)들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는 동포 3세 여성 상담사,



"배워서 남 주자"란 목표 아래 주경야독을 하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꿈을 키우고 이제는 멘토로 활약하는 중국 유학생,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열심히 봉사활동에 나서는 러시아 유학생 등이 입상의 영예를 안아 1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지내는 사회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7년 5월 1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해 그해 7월 18일부터 시행해왔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의무화한 것을 비롯해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설치, 재한외국인과 자녀 차별 금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육·정보·상담 지원, 다문화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법 19조에 따라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 이로부터 1주일을 세계인 주간으로 각각 정해 이듬해부터 기념하고 있다. 2006년 3월 이민정책포럼에서 명칭과 날짜를 논의할 때 차별 요소가 있는 '외국인의 날' 대신 '세계인의 날'로 명명했다. 또 유엔이 2002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제정한 5월 21일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부부의 날'과 겹쳐 하루 전날인 5월 20일로 정했다. 올해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10주년이자 제10회 세계인의 날을 맞는 해다.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은 201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4만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 9월 50만 명, 2007년 9월 100만 명, 2013년 6월 1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 6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올 3월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은 203만1천677명으로 10년 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다.



체류 외국인이 연평균 8%씩 증가해온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2021년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5.82%에 해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를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비율이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인종과 언어, 전통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따르게 마련이고 소통과 이해 부족에서 빚어지는 마찰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균질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집단은 퇴보와 도태의 길을 걷는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고, 근친혼이 유전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우생학적으로도 입증된다.

미국 미시간대의 스콧 페이지 교수는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는 이론을 창안했다. 덜 똑똑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질적인 그룹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페이지 교수는 집단의 오류는 평균오류에서 다양성을 뺀 것이라는 등식도 제시하며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사회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레그 재커리는 저서 '세계인으로서의 나'(The Global Me)에서 "다양성은 나라의 건강과 부를 결정짓는다"고 전제한 뒤 "이제 혼합은 새로운 표준이고 고립을 이기며, 혼합은 창의성을 북돋고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역설했다. 

불가(佛家)에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일찍이 집단지성의 힘을 간파한 것이다. 지금까지 갈등 해결이나 문제 예방, 혹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주민이나 다문화 자녀를 이해하고 포용하자고 권유해 왔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나라의 부강과 사회의 풍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0회 세계인의 날과 세계인 주간, 그리고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을 계기로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계 각국 인력을 유치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5. [서울신문][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신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중 특히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해 문 대통령은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대표적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당일 첫 번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지속적인 정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운전기사, 배달부, 점원 등 블루칼라 일자리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기자, 자산관리사, 회계사 등 화이트칼라 전문직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미 국내 병원 여러 곳에서 암환자 치료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고 신문기사 중 로봇기자가 쓴 것이 점점 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직업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신기술은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 만들기도 한다. 신기술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 사례로 생명공학(BT) 분야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분자생물학자들이 개발한 유전자 클로닝 기술에 기반해 수많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창업되었고 기존 제약회사들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T는 제약 산업 이외에도 농업, 축산,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수많은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제조 시설을 갖춘 바이오 및 제약회사에 고용된 인원만 약 9만 4000명에 달하고 매년 수백 명의 석사, 박사 등 고학력자들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아직 제조 시설이 없는 신생기업과 출연연구소,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를 포함하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생명과학 전공자들이 불과 30여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 생명공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신 기술로서 새로운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생명공학 기술이 시험관에서 유전자를 잘라 붙여서 클로닝한 후 세포 내 유전체에 무작위로 도입하는 데 비해 유전자 가위는 살아 있는 세포 내의 유전자를 잘라 붙여 수술하는 도구다.



기존 생명공학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유전자 가위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명공학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턴 교수가 최근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체 설계자, 인공 생명체 디자이너, 유전자변형 곡물 및 가축 개발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기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가위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직업이 유망하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은 민간 기업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투자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생명과학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분야다.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생명과학과 바이오 제약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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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文 대통령 첫 안보회의 단호한 메시지 北 새겨야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나흘이 지난 어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 시기에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제 도발은 새 정부가 핵과 미사일로 정권의 안위를 도모하려는 자신들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는 뜻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보는 게 순리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문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제사회의 룰을 위반하고 동북아시아 평화를 깨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소집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강력한 규탄”과 함께 “깊은 유감”과 “엄중한 경고”라는 수위 높은 표현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말하는 새 정부에 미사일 발사로 응답한 김정은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런 모습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취임 직후의 대통령이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NSC 상임위를 주재한 것은 그 자체가 북한에 경고하는 효과가 있다. 회의에는 전 정부가 임명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정원장이 참석했고 이순진 합참의장은 화상보고를 했다.



전·현 정부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군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군사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게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안보관(觀)의 일단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북한의 도발에는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한 응징”을 말했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북한은 헛된 망상을 버릴 것”과 “무력 도발은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거론한 대로 사드 배치 문제의 해법은 새 정부의 당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도발이 대화를 말하는 새 정부의 입지를 좁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태도 변화’라는 전제가 조금은 공고해졌으니 불필요한 도발은 북한에도 백해무익함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라는 남북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데 북한이 훼방을 놓을 이유는 없다.



2. 유엔 고문위도 지적한 韓·日 위안부 합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협정의 개정 권고 보고서를 낸 것은 양국 간 비정상적인 합의 내용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 규명,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작년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국제사회에서 나온 첫 공식 평가다. 시기상으로도 함축성이 매우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비록 구속력이 없지만, 대선 기간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내세웠던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준 보고서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번에 보고서가 협정 내용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들에는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다. 우선 일본 측이 이미 10억원을 출연해 배상했다고 주장하지만, 금전적인 보상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부르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지만 합의에는 막을 대책이 없다. 객관적인 역사 자료를 계속 발굴해 진실을 규명하고, 교과서 기술과 사료관 건립 등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이 빠진 것도 문제다. 피해 당사자를 배제한 데다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우리 국민의 정서를 오롯이 대변하고도 남는다.

위안부 문제는 당사자인 할머니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아픔이고 수난사다. 그래서 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민의 자존심, 나라의 품격을 손상시킨 사례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여전히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양국이 책임을 갖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유엔의 합의 내용 개정 권고로 상당히 설득력을 잃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계속 써먹다가 국제사회에서 낭패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이전 정부처럼 양국 관계가 출범 초기부터 대결 국면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엔 보고서를 지렛대 삼아 멀티 트랙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3. ‘인천공항’ 비정규직 전환, 민간 확산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의미는 각별하다. 취임과 동시에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것과 맥락이 닿은 행보다.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은 문 대통령은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일찍이 선언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선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설치를 지시한 일자리위원회도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된다. 청와대의 몸집을 줄이면서도 일자리 담당 수석비서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는 ‘차별 없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이 감지된다. 무엇보다 반갑고 든든하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4%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작업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공공 부문에 고용된 비정규직만 해도 현재 30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시적 업무를 하는 사람은 정규직으로 우선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다.

쉬운 일일 수야 없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를 함께 나누려는 의지가 전제되면 가능한 일이다. 인천공항공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로봇을 도입해 인력을 대폭 줄이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비정규직 1만명 전원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얼마나 내실이 있느냐에 있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고용 개선 노력은 지금까지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기간제 노동자들은 근무 여건이나 임금에서 차별을 벗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의 움직임에 주말 내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다.



대기업 평균보다 연봉이 높은 ‘신의 직장’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기득권을 나눠 줄지가 우선 의문이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독과점을 무기로 생산성 향상은 뒷전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경쟁 없이 편히 벌어 푸짐하게 나눠 먹는 지금의 해이한 임금체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이행돼서는 국민 부담만 늘게 되는 셈이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기존의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가 선행돼야 비로소 해답이 보인다. 그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 선례를 착실히 쌓아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민간에서도 변화의 싹이 틀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4. '우병우 봐주기' 수사 해놓고 술판 벌인 적폐검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 처리한 지 나흘 만에 검찰 수사팀과 법무부 간부들이 금일봉을 주고받으며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인 경위는 좀더 확인이 필요하겠으나 <한겨레>가 취재한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시선을 아랑곳 않는 검사들의 오만함이 느껴진다. 부실 수사로 비판이 쏟아지는 민감한 시점에 돈봉투 돌리며 폭탄주까지 나눠 마셨다니 ‘검찰 권력’은 역시 적폐요 청산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 검사 등 7명,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은 4월21일 서울 서초동 음식점에서 폭탄주 10여잔을 나눠 마시고 50만~100만원이 든 금일봉도 주고받았다고 한다. 부실 수사로 지탄을 받은 수사팀과 직권남용의 공범 혐의를 받아온 검찰 간부들이 자숙은커녕 검찰청사 인근에서 술판까지 벌였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 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책임자였고 안 국장은 우 전 수석과의 통화로 내사 대상이어서 법 위반 소지도 있다. 애초의 통화 전말을 포함해 봐주기 수사의 직권남용 의혹까지 재수사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우 전 수석의 ‘검찰 농단’ 혐의는 ‘검찰 패밀리’에 의해 덮어졌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갑근 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늑장 압수수색에 통화내역도 확보 않는 등 사실상 증거인멸을 방치했다. 특검 역시 시간적 제약 속에 친분관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검찰은 두번째 수사에서도 개인 비리를 파헤치지 않는 등 소극 수사로 영장 기각을 자초했고 그 뒤에도 보충수사도 없이 불구속 기소 해버려 의혹을 키웠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검사들도 다 짐작하는 적폐검찰의 ‘과거’를 그대로 두고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검찰개혁 입법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청산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데일리]

5. 시험대에 오른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도발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이날 새벽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데 대한 엄중 경고다. “이번 도발은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규탄 내용이다. 취임 나흘 만에 윤곽을 드러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 보고에 접하고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는 자체에서 긴박했던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 고강도의 핵실험이 아니라 사소한 도발과 책동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달빛정책’ 가능성에 대해 나라 안팎의 의구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국가안보 측면에서만큼은 확실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간주된다.

이번 조치로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대북 안보관에 대해 더욱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문 대통령이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 가겠다”고 언급한 것이 남북 화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주적(主敵)’ 논란 등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미심쩍어 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애초에는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접근 움직임에 대해 경계심을 표명하는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미 양국 간에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에 대한 조율이 시작되는 만큼 대북 화해를 위한 문 대통령의 기본 의지를 전달하면서도 굳건한 대북공조 체제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서로 의견을 모아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어느 정권에서도 대북 화해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한에 있어서는 어떠한 화해 노력도 소용이 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일찌감치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스승의날’ 김영란법, 아무래도 문제 있다

스승의날을 맞는다. 스승을 존중하는 풍토가 사라지면서 스승의날 행사가 한낱 겉치레로 전락한 지 오래다.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이하는 올해는 유난히 더 쓸쓸한 분위기다. 캔커피는 물론 카네이션조차도 뇌물로 간주돼 함부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사제지간의 소소한 정마저 끊는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스승의날에 카네이션 선물이 전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면 누구나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다. 학생회장이나 학급 반장, 동아리 대표 등 오로지 ‘학생 대표’만이 할 수 있다. 대표가 아닌 학생은 아무리 감사한 마음이 있더라도 선생님 가슴에 꽃도 달아 드릴 수 없는 이상한 사회가 돼버렸다.

심지어 색종이로 접어 만든 종이 카네이션도 금지 대상이다. 그것이 어째서 뇌물인가. 지난해에는 괜찮다고 했었다.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허용 대상이고, 어디부터는 위반인지 매뉴얼을 뒤져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규정이 모호한 탓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국민권익위마저 자꾸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졸속 제정의 후유증이다.

김영란법 제정 취지는 부패 고리를 끊어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해도 부작용이 크고 혼란만 야기한다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 옳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작은 성의까지 미주알고주알 법의 잣대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다간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만 커지기 마련이다. 예절과 관습으로 이뤄지던 것을 법규에 포함시켜 강제로 규율한 자체가 잘못이다.

김영란법이 과도한 선물을 주고받는 부담을 덜어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제지간에 정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는 건전한 미풍양속까지 가로막는 역기능은 조속히 고쳐져야 한다. 법 규정을 그대로 존치시킨다고 해도 원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선물은 허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보는 게 온당하다. 사제지간을 일반 사회의 거래관계나 이권청탁 관계로 간주하는 것부터가 웃기는 발상이다.



[중앙일보]

7. 전병헌 신임 정무수석에 거는 기대

박근혜 정부가 몰락한 핵심 원인의 하나는 엉망인 당정 관계였다. 의원들이 뽑은 집권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한마디에 쫓겨나고, 친박 실세 몇몇이 당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임기 내내 이어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당 사이에서 갈등을 풀어줘야 할 정무수석은 재량권이 없어 대통령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정권의 머리와 몸통이 원수처럼 싸우며 따로 놀았으니 총선·대선에서 연패하고 무너진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정무수석에 전병헌 전 의원을 임명한 것을 주목한다. 전 신임 수석은 비문(동교동계) 3선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유연한 협상력을 선보였고, 대인관계도 원만해 야권에도 가까운 의원이 많다.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운영하고, 야권과의 대화도 활성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인사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권당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과 연대하지 않으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또 당내에도 비문세력이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언제든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전 정무수석의 어깨가 그래서 무겁다. 이념과 지지기반, 노선이 제각기 다른 5당과 청와대 사이를 조율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힘든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전 수석은 무엇보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의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쓴소리를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집권당의 위세를 앞세워 군소야당을 흡수해 온 구시대적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버리고,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는 협치의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야당 지도부를 찾아 "최대한 자주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전 정무수석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고, 그가 전하는 비주류와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비극은 수석들이 몇 달이 되도록 대통령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웠던 폐쇄적 시스템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8. 랜섬웨어 대응,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후 영국·러시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약 100개국에서 12만 건 이상의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해 병원·기업·정부기관 등의 업무가 마비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국내에서도 대학병원과 기업 등 최소 5곳에서 비슷한 감염 징후가 보고됐다. 국가 사이버 위기경보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됐다.



랜섬웨어는 모바일이나 PC에 침투해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열리지 않게 한 뒤 이를 푸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다. 이런 악성 프로그램의 개발과 유포는 인질극이나 다름없는 사이버 중범죄다. 국제사회가 공조해 범인을 색출하고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랜섬웨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PC나 모바일을 포맷해 쓸 수 있지만 데이터는 포기해야 한다. 몸값을 주고 해독 키를 받아 데이터를 복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유괴범과 타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런 대응은 재발만 부추길 뿐이다. 따라서 해커의 요구에 사적으로 따르지 말고 준정부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해 공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의 경우 기업과 공공기관이 쉬는 주말과 겹쳐 피해 보고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과 관공서가 근무를 재개하는 오늘부터 피해가 추가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관공서·병원·학교 등은 직원들이 출근 직후 수상한 첨부파일을 열거나 특정 사이트를 함부로 방문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시켜야 한다. 랜섬웨어는 e메일 첨부파일을 열거나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전파되는 것은 물론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만 해도 공격받을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축 URL이나 사진을 통해서도 유포될 수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진흥원은 대처방법이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전달되도록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운영체제(OS)업체나 보안업체도 수시 업데이트를 통해 피해 방지에 앞장서야 한다. 개인 차원에선 중요 자료를 정기적으로 백업하는 습관을 들일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사이버 공격에 데이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9. 문 대통령,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신속히 구축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국정원장 후보자와 함께 비서실장 인사를 가장 먼저 했다. 이어 청와대 민정·국민소통·인사 수석을 임명했고 어제는 정무수석 등의 명단을 발표했다. 맨 먼저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국정교과서 폐지와 5·18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가 잇따라 나왔다. 대통령의 동선은 정부가 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두는지를 말해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외교·안보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해선 안 된다. 한반도는 격동의 중심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잇단 도발에다 주변 강국의 ‘코리아 패싱’, 미·일·중·러 지도자들의 압박이 거칠다. 엄중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은 무엇보다 긴요한 업무다. 어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에선 김관진 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나서야 했다. 전 정부 외교·안보 라인으로는 근본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전·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노선 차이가 상당해 엇박자가 나기 십상이다. 사드 대책도 그중 하나다. 어정쩡한 동거가 장기화하면 업무 혼란이 커지고 국가안보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외교와 국방·통일 장관은 헌법상 총리 제청이 필요해 시일이 걸린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이달 안 국회 동의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총리 제청을 거치면 외교·안보 관련 장관 임명은 내달 중·하순으로 늦춰질 수 있다. 국가안보실장 인선을 먼저 해 외교·안보 라인의 공백을 차단해야 한다. 청와대는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군과 외교관, 학자 등 어느 출신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정돈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장관 출신을 안보실장에 앉혔다. 군 출신은 대북 문제에 전문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익 위주로 돌아가는 냉엄한 외교전을 보는 눈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외교안보수석을 따로 두고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의 지휘를 같이 받도록 하는 이원적 조직을 꾸려야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의 조직을 강화했다. 외교안보수석을 없애고 관련 기능을 안보실로 흡수해 통합시켰다. 급박한 안보위기의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총체적 난관을 헤쳐나갈 역량을 가진 국가안보실장을 조속히 임명해 강력한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매일경제]

10. 文대통령 친서민 행보에 대한 기대와 환호 속 일말의 우려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친서민 행보가 연일 화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13일 대선기간 자신을 전담취재했던 기자 60여 명과 북악산에 올라 감사의 뜻을 전했다. 등산 후 구내식당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배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밥을 푸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환호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장면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깜깜이 청와대에 실망했던 국민은 '참모들과의 커피 산책' '비서관들과의 겸상' '출근길 시민과 셀카' 같은 뉴스에 "신선하다"며 박수를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세월호 관련 기사에 '문변'이란 아이디로 직접 댓글도 달아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소통의 정치를 보여줬다. 과거의 권위적이고 경직됐던 청와대와 비교하면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김정숙 여사 역시 따뜻한 스킨십과 인간적인 면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청와대 관저로의 이사를 위해 짐을 싸는 도중 집 앞으로 찾아온 민원인이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고 하자 라면을 대접했다. 민원인은 "한마디라도 들어주기라도 한다는 게 어딘가. 세상이 바뀐 것 같다"며 감동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놓여 있는 높은 장벽에 절망하고 불통의 정치에 억눌려온 서민들로서는 큰 변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탈권위적인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는데 좋은 출발이다. 군림하는 청와대, 제왕적인 대통령제 청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은 만큼 정권 초기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국정교과서 폐지와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우선적으로 지시한 점이 그렇다. 모두 공약 사항이지만 통합과 협치, 포용이 우선시되는 현시점에서 그렇게 서두를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지 않겠다"고 말한 후 3시간 만에 문 대통령이 세월호 재조사와 국정농단 추가 조사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탈권위적인 행보에 대해 국민은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경제·안보 위기 대응, 야당과의 협치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도 탁월한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그때의 사회면] 노면 전차

논란 속에 대전 지하철 2호선을 트램(노면 전차)으로 운행한다는 계획이 확정됐다. 2025년 완공 목표인데 전차가 사라진 지 57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셈이다. 대전의 트램은 무가선으로 별도의 전기 공급선 없이 대용량 전지를 충전하여 운행하는 방식이다.



서울 서대문~종로~동대문~청량리 구간에 최초로 전차 선로가 부설되어 역사적인 개통식이 열린 것은 1899년 5월 17일이었다. 그러나 전차는 평균 시속이 7㎞밖에 안 됐고 자동차 운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1968년 11월 29일에 운행을 중단했다.



전차의 이런 문제는 지금도 풀리지 않아 트램 운행을 반대하는 대전 시민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친환경적이고 타고 내리기가 쉬워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전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구한말에 전차가 들어온 계기는 명성황후와 관련이 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된 뒤 고종 황제는 황후가 묻힌 청량리 홍릉(지금은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을 자주 찾았다. 이를 본 미국인 사업가 콜브란과 보스트위크가 행차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고종을 설득했다. ‘전기철도’, ‘전기거’, ‘전거’라고도 불리던 서울의 전차는 일본 교토에 이어 동양에서 두 번째로 운행된 첨단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고종은 막상 전차가 개통되자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전차의 모양새가 상여를 닮았다며 불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탑골공원 앞에서 5살 어린이가 전차에 치여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전차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1930년대 중반까지 서울의 전차 노선은 점차 확장되었다. 동대문에서 청량리·왕십리·노량진·마포행과 을지로 순환선, 종로~돈암동선, 효자동~원효로선이 완성되었다. 6·25 후 이화동∼중앙청, 아현동~신촌 구간을 운행했다. 교통량이 급증하자 1957년 무렵부터 전차 운행 중단론이 나왔다. 전차는 도로를 점유하는 만큼 수송 효율성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1955년에 서울의 자동차 수는 4359대였는데 1965년에는 1만 6624대로 불어났다. 전차 퇴출에 속도를 낸 사람은 1966년 4월 부산시장에서 서울시장으로 영전한 육군 소장 출신 김현옥이었다. 교통난을 덜어 줄 대안은 땅속의 전차, 즉 지하철이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식이 열렸다. 서울 지하철은 1863년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지 111년 만이었다.



서울은 출발은 늦었지만 4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속도로 지하철을 건설해 왔다. 현재 서울의 지하철 연장은 세계 도시 중 세 번째다. 사진은 전차 운행을 중단하기 직전인 1968년 9월 서울 서대문 사거리의 전찻길 위를 자동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2. [조선일보][일사일언] 자기다운 음악의 매력

인도의 전설적인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1920~2012)의 오페라 '수카냐'를 지난주 잉글랜드의 중부 도시 레스터에서 초연했다. 인도의 전통 악기 연주자, 전통 무용가, 성악 솔로, 합창단에 오케스트라까지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공연이었다. 시타르나 탐부라 정도만 겨우 알아볼 뿐 이름도 모르는 악기들을 맨발에 양반다리를 하고 연주하는 것부터가 낯설었다. 그들 고유의 음정, 창법, 몸동작부터 전통 의상의 화려한 색감 등 모든 것이 오케스트라가 보통 하는 공연과 달랐다. 이런 건 역사상 처음, 전에 없던 일이라는 지휘자의 말이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공연에서 특별했던 것은 전통 악기는 전통 악기다웠고, 영어 가사가 붙은 아리아는 오페라 아리아다웠으며, 오케스트라 악기들은 오케스트라답게 쓰였다는 점이다. 곡을 쓴 사람이 두 세계를 다 잘 알았기 때문에 그렇다. 라비 샹카는 같이 작업한 지휘자에게 인도 악기 비슷한 소리를 내라는 게 아니고 가장 바이올린다운 좋은 소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공연은 흥미로운 볼거리, 들을 거리로 가득했고 출연자는 각자 최선을 다해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다른 것들이 각자 가장 자기다울 때 비로소 같이 모아 놓아도 설득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달엔 주영 한국문화원 주최로 국악 연주자들과 한자리에서 연주했었다. 내가 속한 피아노 사중주 연주가 후반부에 있어서 아쉽게도 국악 연주는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연주를 들으러 왔던 지인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전통 국악이 어떤지 자신은 전혀 모르지만 외국 여행을 가면 가끔 듣게 되는 관광객을 위해 단순화한 음악 같지는 않았으며 낯설면서도 호소력이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어서 좋았다고.



덕분에 나도 그 이후 짬이 나면 국악을 듣고 있다. 산조도 좋고, 판소리도 좋다. 어느 작곡가가 한국 전통 악기와 무용, 성악, 합창,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다려 보기도 한다.



3. [경향신문][미디어 세상] ‘더 데일리 미’ 시대가 언론에 보내는 경고

대선에는 다섯 명이나 되는 유력후보가 등장했고 개인은 자유롭게 자신의 태도를 취했으며 지지를 드러냈다. 대선이 진화했으며 나쁘지 않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새로운 대통령의 며칠은 다른 신호들로 가득 찼다. 그는 신선한 자세와 태도, 군림하지 않는 습관과 문화를 드러냈다. 경쾌하고 빨랐다. 함께 드러난 옆의 사람들도 격의 없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해 주었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시민들 사이에 이중삼중의 칸막이가 생겨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는 ‘클리앙’과 ‘오늘의 유머’에 직접 메시지를 전했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세월호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댓글에 댓글을 달았다. 우리가 기대한 다른 시대의 실체는 어쩌면 이런 것에 있었는지 모른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방식이 대통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다른 면도 있었다. 얼마 전 한국과 미국의 정권 인수와 변환기를 경험하고 공부한 이경은 박사와 함께 대선 평가를 해봤다. 주요한 발견 중 하나는 “나에게 보여줘봐(Show Me)” 시대의 도래다. 정부와 기업과 정치인이 “나를 따르라(FollowMe)”에서 “나를 믿어줘(Trust Me)”로 변화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은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그 시대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개인은 그동안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오던 정당, 언론, 시민단체보다 크고 힘이 셌다. 느슨하지만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시민은 언론의 기사를 보고 의견을 구하고 입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개인들이 각자 필요한 미디어를 선택하고 정보를 취한다. 그렇게 스스로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미디어를 매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은 이러한 시스템의 공급처일 뿐이지 더 이상 공론의 장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사고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해 버리는 확증편향이 한 시대의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는 기존의 것들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그렇다. 대선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을 한, 자신이 지지하는 세계를 공고하게 연결하는 카카오친구 플러스의 엄청난 숫자 증가는 그 선상에 서 있다.

대선을 며칠 앞둔 날 서울시청을 지나는 좌석버스를 탔다. 빨간 야외복 잠바를 입은 젊은 할머니 한 분이 모바일폰을 붙잡고 계셨다. 놀라운 속도와 현란한 솜씨로 오른손 검지를 놀려 천지인 체계와 다양한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그분께 자꾸 눈이 갔다. 빨간 후보가 등장하는 정치 단톡방과 손자손녀가 등장하는 가족 단톡방이 동시 생방송되고 있었다. 흐뭇한 웃음과 비장한 표정이 교차했다. 기사는 공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진영과 주장을 위해 소모되고 있었다. 다른 색깔의 지지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언론은 그렇게 의미 없이 소진되고 있었다.

이경은 박사는 옛날 기사를 찾아 보내주었다. 당대 최고의 칼럼리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2009년 3월18일자 뉴욕타임스에 쓴 글이다. 제목은 “더 데일리 미(The Daily Me).” 글은 그해 사망한 시애틀 어느 신문사 부고로 시작된다. 이어 “온라인에 가면, 우리는 스스로 에디터가 되고, 게이트키퍼가 된다. 우리 마음에 드는 뉴스와 오피니언을 선택한다. (중략)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의 편견을 더 굳건하게 해주는 정보를 선호한다. 우리는 지성적으로는 (머리로는) 의견의 충돌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음시설이 된 방에 우리를 가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지는 얘기 역시 충격을 더한다. 이들은 중립적 입장과 연구보다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확고하게 해주는 지적 주장만을 받고 싶어하고 상대방에 대한 조금은 바보 같은 주장도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논쟁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이러한 ‘일간 나’ 현상은 그렇지 않아도 밀폐되어 있는 각자의 정치적 방에 우리 자신을 더욱 단절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미국인들이 갈수록 그들을 커뮤니티, 클럽, 교회라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고 주장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테크놀로지 전공 교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이렇게 새로이 등장하는 뉴스 상품을 “더 데일리 미”라고 정의한 것이다.

칼럼의 결론은 양극화와 불관용이다. 대화를 진행할수록 보수주의자는 더 보수주의자가 되고 진보주의자는 더 진보주의자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 대목에서 나는 서늘해졌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의해 분노를 느끼지 않고, 우리의 신념은 더욱 굳어진다. 그로 인한 위험은 이러한 스스로 선택한 ‘뉴스’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회색에 가까운 세상이 우리 눈에는 검거나 혹은 하얗게 보이게 된다.”

언론은 시대에 뒤처져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언론은 ‘일간 나’ 시스템의 정보 공급처 중 하나가 될 뿐, 다양한 소통과 논의를 주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른 시대를 같은 경험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말을 언론에 건넨다. 그것이 대선이 언론에 주는 경고다.



4. [한국일보][삶과 문화] 그 환자의 마지막 투표

지난 선거날 평범한 심정지 할아버지 한 명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흉부를 누르는 심폐소생술로 급박한 카트 뒤에는 담담하고 침착해 보이는 그의 아들이 따라왔다. 의료진은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재차 심정지를 확인하고, 소생실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유지했다. 할아버지의 심장은 정확히 6분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맥이 매우 약했다. 

나는 소생실을 나와 환자의 아들과 급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낙 건강이 안 좋았지만 거동은 가능하셨다고 했다. 오늘 아침 일찍 투표까지 하고 오셨는데 그 뒤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셨다. 점차 흉통이 심해지자 아들은 아버지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 옷을 갈아 입히려 했고, 아버지는 외출복을 반쯤 입은 상태로 아들의 눈앞에서 쓰러졌다. 119가 도착하자 심정지였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확히 34분이 지났다.

“지금 일단 심장이 돌아오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고 전반적인 상태도 너무 안 좋으십니다.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직접 가서 투표까지 하셨는데, 이대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네, 저희가 최선을 다 하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아들은 조용히 대답했다.

소생실로 돌아가자 할아버지의 심장이 다시 멎어 있었다. 몇 개의 손이 할아버지의 흉부를 번갈아 누르고 있었다. 돌아올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이대로 죽는다면,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한 일은 투표가 된다. 그러니 나는 아침에 투표장에 나가서 투표를 하고 저녁때 죽는 삶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그가 남긴 한 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유언 한 마디 남길 여유 없이 급사한 그에게 그 표는 유서 같은 존재이겠지만, 결국 무기명의 종이 한 장으로 남을 것이다. 한 인생이 이 세상에서 종말을 고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일이 몇 천만 표에다 고작 한 표를 더하는 일이어도 괜찮은 것일까. 그것을 인생의 무게와 저울질한다면, 결국 무의미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만약 오늘이 투표날이고, 나는 내가 저녁때 죽을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침에 투표를 안 하고 다른 일을 해야 내 죽음을 특별한 죽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도 당장 특별한 삶을 살 수 없으며, 일상은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한다. 내가 저녁때 죽더라도 남들과 같이 아침과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당장 투표날 투표라는 권리를 행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사람은 각기 자신에게 의미 있는 행위를 하며 지금을 사는 것이고, 그에게 투표는 그 의미에 상응하는 행위였을 뿐이다. 그는 오히려 마지막까지 주어진 권리를 누렸던 사람이다. 다만 그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늘이 되었으므로, 그 표는 유난히 특별한 한 표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지나치게 슬퍼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생각이 끝날 때까지 그의 심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은 내 말을 전해 듣고도 울지 않았다. 곧 사체는 하얀 포가 덮여 장례식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내가 동정할 수 있는 삶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지금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다 남들처럼 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한 표, 괜히 목숨과도 바꾼 듯한 한 표, 그리고 그가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르고 떨리는 손으로 투표함에 표를 넣는 가슴 찡한 장면... 

이윽고 사체를 실은 카트는 응급실을 영영 떠나버렸지만, 나는 그 한 표가 투표함 안에서 괜스레 빛나는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나크바 데이

‘나크바(Nakba)’란 아랍어로 대재난이란 뜻이다. 5월 15일은 팔레스타인의 대재앙의 날, ‘나크바 데이(nakba Day)’다. 유엔 분할안에 따라 영국령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나뉜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언했고, 다음날 영국이 위임통치 종료를 선언했다. 졸지에 땅과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 70여 만 명이 졸지에 난민과 다름 없는 처지가 됐고, 곧이어 아랍연맹과 이스라엘의 전쟁(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이스라엘은 유대력 이야르(Iyar)월 5일(올해는 5월 2일)을 국경일인 독립기념일로 기린다. 홀로코스트 기념일(유대력 니산월 27일)서부터 전몰 군경 추모일을 거쳐 독립기념일까지가 이스라엘의 최대 국경주간. 독립기념일은 당연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폭죽과 함께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야외 곳곳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



그 시간의 끝에 팔레스타인 인들의 나크바 데이가 있다.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 흩어져 사는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그날은 설욕과 응전의 날이다. 이스라엘 국경 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인들(인구의 약 20%)에게는 아마 더 참담한 날일 것이다. 

아랍인에게 ‘나크바’는 옛 오스만제국이 동맹국의 일원으로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패전 후 사실상 해체된 일을 의미했다고 한다. 시리아의 한 작가가 48년 여름 저 단어를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갖다 썼지만, 수복의 의지를 외면하는 듯한 패배주의적 어조 때문에 아랍권에서는 기피했다. 거듭된 중동전쟁에서 패하면서, 또 유엔 차원의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 논의 (2012년 옵저버 지위 인정)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그레고리력 5월 15일을 공식 ‘나크바 데이’로 제정ㆍ선포한 건 1998년이었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요르단 등지의 팔레스타인 난민은 등록된 숫자만 약 520만 명(기타지역 포함 570만 명)이다. 그들, 박탈당한 이들은 나크바 데이 시위에 촛불 대신 커다란 열쇠를 든다. 고향 헤브론과 예루살렘의 집 열쇠를 상징하는 것이다. 물론 돌과 화염병을 드는 이들도 있고, 시위가 격해져서 이스라엘 방위군의 총격에 숨지는 이들도 매년 있다. 그들의 대재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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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수하라,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 → 창립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코카콜라 신임 CEO ‘퀸시’의 첫 처방...새로운 시도 부족했다.(동아 외)

 



2. ‘강남 3구’에서도 문 1위, 사상 처음... → 그러나 압구정동에서는 더블 스코어 패배. 도곡, 대치, 반포, 잠실 등 서울 13개 동에선 문이 홍에 패배...(중앙)

 



3. 대선 개표 방송 시청률 → kbs 14.7% 1위. jtbc는 지상파 mbc, sbs 누르고 9.4%로 2위. 타 종편1~2%와 대조적...(문화)



4. 물고기 이름 → 대략 1200종이 되는 물고기 가운데 18%정도가 가물치, 갈치처럼 '치', 고등어, 은어 같이 '어'(魚)자로 끝나는 것이 16% 정도. 그 다음이 가오리, 도다리처럼 '리'... (아시아경제 칼럼 중)

 



​5. 환골탈퇴(X) → 환골탈태(換骨奪胎, O).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 태아의‘태’라고 기억하면 ‘태’를 ‘퇴’로 바꾸어 적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중앙, 우리말 바루기)

 



6. ‘친환경 대선’ 생각하자... → 이번 대선 예산 총3110억원... 30년 된 나무 8만6000그루 분이 투표용지, 벽보 등으로 사라져... 폐기해야 할 현수막만 26만톤...(동아)

 



​7. 해산물 6종 ‘명품 물회 세트’ 19,800원 → 피조개, 광어, 한치 등 해산물 용량 300g...(조선 외 이마트 광고면)

 



​8. 2014수능 ‘세계지리 오류’ 최고 1000만원 배상 판결 → 부산고법, 청구 기각한 1심 취소. 당락에 영향을 받은 피해자는 1000만원, 당락 영향 없었던 수험생도 200만원배상 판결.(국민)

 



​9. 뛰는 중국리그... 기는 K리그 → 아시아 챔스리그(ACL) 강자였던 한국 올해 조별 리그통과 1팀(제주)... 중국은 3개팀 전부 진출. 투자 앞세운 중국 축구 무서운 기세.(세계)▼

 



​10. 2026 월드컵부터 본선 48개국… 아시아는8.5장으로 늘어 → FIFA 평의회(10일 바레인) 대륙별 쿼터 확정... 아프리카는 5→ 9.5, 오세아니아 0.5→ 1.5장...(조선 외)

 



​이상입니다.



▼뛰는 중국리그... 기는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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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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