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16일 신문 브리핑 #


"기도를 항상 힘쓰고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

- 골로세서 4:2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한국에 대해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는 한국산 자동차 수출 시 자국 선박 이용을 요구하고 나설 움직임이어서 논란이 예상됨

- 최근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 비관세장벽 철폐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미국이 통상압력을 해운 등 전방위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옴


2. 감사원은 15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함

- 산업은행이 출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재무분석을 하지 않아 2013~2014년 약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국수출입은행도 2013년 출자회사인 성동조선해양의 적자 수주를 기준의 두 배(44척)나 허용해 경영정상화를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남


3. 롯데케미칼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도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서 에틸렌공장과 에틸렌글리콜(EG)공장을 1기씩 짓는 기공식을 여는 등 세계 10위권 석유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거점을 미국에 마련함

- 셰일가스를 이용한 저가의 에틸렌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임


4. 삼성중공업이 경영 정상화가 될 때까지 직원들의 임금을 최대 20%까지 반납하도록 함

- 임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의 30%를 반납하며 박대영 사장은 전액을 반납하기로 함


5. 부산과 제주를 잇는 여객선 뱃길이 중단 13개월여 만인 오는 7월 중순 다시 열림

- 경매에 들어간 여객선 2척이 신규 사업자인 동북아카페리에 인계돼 사업면허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배 이름을 달고 운항을 준비하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23일·현지시간)가 다가오는 가운데 찬성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영국 주식과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음

- 영국 FTSE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나흘간 980억파운드(약 163조원)만큼 감소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1.41달러로 두 달 새 최저치로 하락함


2. 이달 한국 주식시장을 지배한 불확실성 중 하나였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변경 ‘충격파’가 일단 비켜감

-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국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중국 A주의 MSCI신흥시장지수 편입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음


3.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운용 전략별로 특화한 세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운용 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할 전망임

-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별로 시장 대비 추가수익(알파)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 부문을 따로 떼어내 성장(그로쓰), 가치(밸류), 헤지펀드 등의 세 개 운용사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함



<< 국제 >>

특이내용 없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MSCI 선진국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dex Free) 

- 미국의 금융지수 정보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c.)가 제공하는 여러 지수 중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국가는 명실상부한 ‘선진 주식시장’으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펀드들이 이 지수를 참고해 투자하기 때문에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이 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액도 훨씬 많아짐

2016년 5월 18일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음.

-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6월 15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동남권 신공항, 승복 약속이 먼저다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선정 발표가 임박해 오면서 지역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현재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밀양과 가덕도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 주민들 사이의 마찰이 그것이다. 입지선정 결과에 따라 불만이 뇌관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현지에서 전해지는 소식이다. 같은 영남권이면서도 지역개발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도라 여겨진다.


가덕도나 밀양이 모두 신공항 입지로서 나름대로 경제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가덕도는 기존 김해공항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며, 밀양은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 영남권에서도 부산 주민들이 가덕도를 지지하는 반면 대구·경북과 경남, 울산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은 밀양을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은 탈락해야 하는 운명이고, 어느 쪽이든 탈락한다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신공항 건설계획이 다시 추진되면서 이미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이 심사 결과에 승복하기로 굳게 합의했으나 이러한 약속이 깨져버린 듯한 분위기라는 얘기다. 과도한 유치경쟁을 자제하자는 약속부터 일찌감치 물 건너간 마당이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마찰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자기들의 정치생명이 지역적인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므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한계가 있는 법이다. 자기 지역이 탈락할 경우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선동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국가 행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정치가 올바로 굴러갈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운 무리한 여론 조성이나 선동은 폐해만 초래할 뿐이다. 무엇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그대로 따르겠다는 정치인 및 단체장들의 다짐이 필요하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고도 승복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항이 지역 불화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된다.

2. 안철수 대표가 리베이트 의혹 결단해야

국민의당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꾸만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국회 개원 초부터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꼴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다. 김수민 의원을 포함한 당 관계자들이 홍보대행업체 두 곳에서 2억 40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느냐와 당선권인 비례대표 7번이 어떻게 만 30살도 안 된 정치 초년병에게 돌아갔느냐 하는 것이다.


국민의당 사활이 의혹의 투명한 해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부정부패로 기소되면 곧바로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당헌에 ‘깨끗한 정치’를 못 박았다. 지난 총선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비결이기도 하다. 이미 박준영 의원 공천헌금 사건으로 망신을 톡톡히 산 터에 또다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국민의당 태도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자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곧바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린 것부터가 그렇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문제의 리베이트가 당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실을 들어 “기소하면 검찰이 망신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의원이 운영하던 디자인업체가 당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전체 다 조사하고 투명하게 말씀드릴 것”이라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말과 달리 진상조사단이 공천 과정은 조사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것도 석연찮다. 국민의당은 공천을 신청하지도 않은 김 의원이 어떻게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 당일에 7번에 끼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개나 소나 다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일반 국민은 상상도 못할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게 국회의원으로,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민의당 측은 “김 의원에 대한 전략 공천은 관행”이라고 둘러대고 있으나 동네 아이들에게 눈깔사탕 나눠 주듯이 국회의원을 아무나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몹쓸 행태야말로 국민의당이 퇴출시키겠다는 ‘낡은 정치 관행’의 전형이다. 안 대표가 진정 ‘깨끗한 정치’를 계속 추구할 생각이라면 더 이상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공공기관 구조조정, 부작응 꼼꼼히 시켜대처를

정부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과 농림·수산 분야 등의 87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 조정에 이은 2단계 구조조정인 셈이다. 그동안 부실 공공기관들이 중복 투자와 적자 누적으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밝힌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골자는 중복기능 조정과 비핵심 업무 축소, 독과점 체제 해소다. 이를 위해 기초전력연구원 등 5개 기관이 통폐합되고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단계적으로 구조조정된다. 이 밖에 29개 기관도 중복 기능과 비핵심 업무에 대한 조정과 축소, 민간 개방을 통해 업무와 기능이 다듬어진다.


특히 부실 누적과 독과점 폐해가 심각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들에 대한 수술 강도가 셀 전망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그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총 36조여원이 투입됐지만 성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석유 사업에 2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9조원을 건지는 데 그쳤다. 가스공사는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2조원, 광물자원공사는 4조원 가까이 퍼부어 3000억원만 회수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늦은 감마저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석유공사는 부서의 23%, 인력 30%를 줄일 계획이다. 광물자원공사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2020년까지 118명을 감축한다. 독과점 사업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로 바꾸는 것도 이번 방안의 특징이다. 한전이 독점한 전력판매업, 가스공사의 가스 도입 및 도매업 등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이번 기능 조정안은 제대로 실천만 하면 해당 공공기관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 지적돼 온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다만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전력 판매의 민간 개방에 따른 전기료 인상, 기관 통폐합과 감원에 따른 노사갈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자원개발 역량 저하 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워크숍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보완 대책을 수립해 부작용을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개혁은 규모가 크고 강도가 셀수록 반발과 부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4. 한국 만만히 보는 폭스바겐에 소비자 힘 보여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회사 임원을 처음 소환한 검찰은 관계자를 피의자로 전환해 심도 있는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만 봐도 폭스바겐을 대충 조사하고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수입 차량을 압수해 살폈더니 배출가스 미인증 차량이 600대가 넘었다.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폭스바겐은 세계 경유차 파동의 진원지가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리콜 등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으면서도 우리한테는 별 대책 없이 뭉개 왔다. 거기다 차량 성능 조작까지 일삼은 사실이 줄줄이 들통나고 있다. 우리를 만만히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폭스바겐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십 건의 연비와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 환경부를 속였다. 2011년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조작으로 질소산화물이 다량 배출된다는 사실이 적발되고서도 환경부의 리콜 요청마저 무시했다. 당시 국산 차들은 관련 부품을 모두 교체했으나 폭스바겐은 환경부가 요구한 서류조차 내놓지 않고 버텼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들통난 뒤 폭스바겐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결함 차량 환불에다 미 법무부한테서는 100조원이 넘는 민사소송을 당했다. 그런데도 우리한테만은 유독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그 빌미를 우리 스스로 던져 준 측면도 크다. 배출가스 조작과 오만한 태도가 계속 말썽이었는데도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자동차가 폭스바겐이다. 그런 데다 즉각 검찰에 고발하지도 못하며 미적댄 한국 정부가 무서울 리 없다. 이래저래 한국 시장은 ‘호갱’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뒤늦게 검찰에 고발한 환경부는 수사 과정을 구경만 해선 안 된다. 신차 인증 과정의 꼼수와 조작에 또 속아 넘어가지 않게 자존심을 걸고 단속해야 한다. 불법 조작이 발각돼도 차종별 매출액의 고작 3% 이내로 과징금 상한선을 정한 대기환경보전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미국에서는 위반 차 한 대당 3만 7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라 대기환경의 문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에는 판매 중지 처벌이 가능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5.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6. “교육부 때문에 경쟁력 추락” 10대 사립大 총장 나섰다

서울지역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13일 대학 발전을 위한 ‘미래대학포럼’을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교육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학생선발권을 틀어쥔 정부가 수시로 바꾸는 입시제도, 지원금을 무기 삼아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금의 대학이 지금 이대로 학생들을 길러 인공지능(AI)과 겨룰 수 있겠느냐”며 “대학은 지금 바뀌지 않으면 도태되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어떻게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총장들이 앞다퉈 지적한 것을 보면 어떻게 여태 침묵할 수 있었는지 답답할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양교육 강화’ ‘취업·창업 지원’ 등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재정지원도 달라져 수험생들뿐 아니라 대학들도 눈치작전을 편다고 총장들은 한탄을 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계속된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과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학 재정난이 심각해져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는 대학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기적 안목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교육부는 연 2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 사업을 내걸고 수시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좌파 정권 뺨치는 ‘대학 하향 평준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올릴 수 있게 한 대학 개혁으로 교육 경쟁력 제고의 길을 터준 것과 거의 정반대다.


물론 대학들도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해외 명문대들은 지식 공유를 위한 온라인 강좌(MOOC) 제공 등 대학 혁신에 전력을 쏟는 데 비해 한국의 교수들은 자기 전공이나 강의 지키기 등 기득권에 매몰돼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10대 사립대 총장들이 입을 연 것은 의미가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현행 대입 수시모집 제도의 일정 제한을 허물고 연중 상시 모집 형태로 바꾸는 등 자율 개혁에 나설 태세다. 정부가 행여 총장들의 쓴소리를 괘씸하게 여겨 온갖 구실로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갑’ 노릇을 하는 한 대학 개혁은 불가능하다. 다양성과 자율성에 대한 총장들의 요구를 교육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일보]

7. 강남 아파트발 양극화, 놔두면 망국병된다

이달 들어 강남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로 재건축 단지다. 개포에서 시작해 반포→압구정→목동→여의도까지 확산하고 있다. 자고 나면 1000만원씩 오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2주 만에 1억원, 한 달 새 3억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의 가장 작은 평형인 85㎡ 아파트 값은 두 달 전 14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6억원으로 뛰었고 그나마 지금은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반포 주공아파트, 개포동 1단지 등도 비슷하다. 이미 투기 조짐이 뚜렷하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너무 올랐다”며 투자에 신중하라고 당부할 정도다.


경기는 가라앉고 있는데 강남 재건축 아파트만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까지 치솟는다는 건 도무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동향을 점검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는 사이 지방과 강남 간 부동산 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열의 1차 원인은 초저금리다. 크게 늘어난 부동자금이 강남 재건축에 몰렸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왜곡한 책임도 크다. 직전 최경환 경제팀은 집값을 띄워 경기를 살리겠다며 규제를 무차별 풀었다.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청약 1순위 요건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이어 재건축 주민동의 요건을 2분의 1 찬성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빚을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가계대출 규제도 크게 완화해 줬다.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그쳤어야 하는데 과하게 약을 쓴 것이다. 재건축 시장으로 돈이 몰릴 여건이 차고 넘칠 정도였으니 이래 놓고도 시장이 과열이 안 되길 바라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뒷짐을 진 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여 지금껏 강남발 부동산 훈풍을 기대해 손 놓고 있다면 오산이다. 강남 재건축이 경기부양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 강남이 아무리 달궈진들 지방은 차갑다.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덫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가격은 0.09% 올랐다. 강남을 빼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강남 대 비강남의 부동산 양극화는 또 다른 불평등을 부를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주장대로 ‘자산에 의한 부의 대물림’을 부추겨 사회를 크게 갈라놓을 수도 있다. 강남과 비강남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시장의 혼탁과 투기 광풍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과열을 막아야 한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기세력을 가려내는 것은 기본이다. 재건축 때 초과이익의 50%를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를 예외적으로 강남 아파트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장기 과제인 강북 개발 등 대체재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질질 시간만 끌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투자자들도 신중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고 지방 부동산은 다 시원찮은데 강남 아파트만 나 홀로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는 없다.

8. 노조 파업하는 대우조선에 혈세 쏟아부을 순 없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어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와 고용 보장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5%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회사와 채권단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전면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자구안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인건비와 생산 능력을 30% 줄이고 방산부문을 떼내 모두 5조3000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이번 파업 결의가 불법은 아니다. 지난해 경영진이 거액의 손실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작스러운 실업의 위협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자구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파업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대우조선은 2000년 이후 모두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을 지원받았다. 앞으로도 수조원을 더 받아야 생존을 기약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7300%에 이르고 지난해부터 수주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인력과 임금, 생산 설비를 그대로 두고도 회사가 살아날 방법이 있는지 노조에 묻고 싶다.


노조보다 훨씬 황당하고 억울한 건 국민들이다. 아무 상관없는 회사인데도 ‘기간산업’이란 이유로 혈세를 부담해야 한다. 평균 7000만원대인 대우조선보다 적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낸 세금도 적지 않다. 노조의 파업 결의는 국민들에게 귀족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더구나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받을 때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 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상황이 좀 더 어려워졌다고 말을 뒤집는 노조를 보며 누가 지원을 말할 수 있겠는가.


혈세는 공짜가 아니다. 대우조선을 꼭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고한 것도 아니다. 대우조선 노조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파업 계획을 접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어제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기 위해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생존이 쉽지 않은 게 조선업의 현실이다. 노조가 파업하는 대우조선에 혈세를 쏟아부을 순 없다.

[매일경제]

9. 금리인하發 `부동산 버블` 조짐 내버려둬선 안된다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개포·반포·압구정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새 1억원 이상 치솟았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 목동 신시가지 7단지 등은 부동산 시장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6~2007년 매매가격을 넘어섰다. 올해 분양한 강남 재건축단지가 3.3㎡당 4000만원 안팎의 높은 분양가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자 재건축조합들은 앞다퉈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용산구의 한남더힐은 3.3㎡당 8000만원에 분양에 나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분양권거래로 한탕을 노린 떴다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46%에 그쳐 정부는 안정세로 보고 있지만 강남 재건축과 청약시장 이상과열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흘러든 탓이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시 추가이익 환수 유예 등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걷어낸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옥좼지만 청약시장 과열이라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아오르는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어 걱정이다. 금리 인하 소식이 발표된 직후 수도권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이 대거 몰렸다.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만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아파트값 상승 추세는 2006~2007년 부동산 과열기와 비슷하지만 경제성장률은 당시(5%대)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섣불리 빚을 내 추격매수를 했다가는 가격 조정기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실거주자가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 분양이 48만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는 전문가들을 모아 고분양가 확산, 투기세력 기승, 월세로 인한 주거비 부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둘러 투기세력을 색출해야 할 뿐 아니라 집단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일시 부활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부문에서도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내야 한다.

10. 민간까지 파고든 北 해킹,사이버테러방지법 재추진을

북한이 SK, 한진 등 국내 방위산업 관련 대기업들을 해킹해 F-15 전투기 날개 도면, 현재 개발 중인 무인정찰기 정보 등 4만여 건의 문서를 빼갔다고 한다. SK그룹 계열사 17곳, 한진그룹 계열사 10곳 등 무려 160여 개 업체와 기관이 1년7개월 동안 해킹에 노출됐고 4만2608건의 서류 중 2만6000여 건이 군(軍) 관련 정보였다고 하니 아찔하다. 이번 사건은 특정 보안업체의 프로그램을 쓰는 기업과 기관들이 모두 해킹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허술한 사이버 보안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항공 등 대형 방산기업들은 별도 전산망까지 깔아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북한이 사용한 '유령 쥐(Ghost RAT)'라는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원격 제어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고차원의 정밀한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뚫렸으니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보안 의식 및 투자가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해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대담해지는 추세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국 재무부 사이트 해킹,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해킹, 2013년 3월 언론사 및 금융기관 전산망 해킹, 2015년 10월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 해킹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이버 공격이 행해지고 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사이버 전사만 5000명이 넘는다고 하니 개별 기업 수준에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19대 국회에서 끝내 불발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처리가 시급하다. 이 법은 민간에 일정 수준의 정보보안을 의무화하고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이버 공격은 금융, 철도, 전력, 통신 등을 일거에 마비시켜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 해킹을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20대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제일 먼저 사이버테러방지법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주간경향][편집실에서]싸우지 않고도 여성들이 이기는 방법

이번호 마감을 하루 앞둔 목요일 밤. 퇴근 버스에서 후배 여기자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멎는 듯했다. “깜깜하고 까마득한 기분… 살아있다는 생동이 아닌 살아남았다는 생존, 내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다른 세계의 감각이었다. …지난 몇 주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이름 지을 수 있는 감각들이 무기력했고 슬펐고 무서웠다.” 공감의 표시로 ‘좋아요’를 어느 때보다도 꾹 눌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날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악몽 속에 사는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니. 그 직전에 또 다른 후배 여기자가 글을 올렸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내가 이 여교사였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먹먹하다.” 무기력함과 먹먹함. 그랬다. 약 한 달 전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으로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든 여성들은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아예 숨조차 쉴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참담함이 극에 달했을 때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두 건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유명 수영선수의 성폭행 사건이었다. 사건은 지난해 1월 일어났지만 법원 선고가 지난 4일 있었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건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읽은 장문의 글 때문이었다. 사건 이후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자신이 당한 상황과 심정을 담았다. 다른 하나는 25년 전 ‘데이트 강간(date rap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는 글이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1991년 6월 3일자에 피해자 얼굴을 싣고 ‘데이트 강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글을 읽는 것은 고통이자 고문이었다. 가해자의 뻔뻔함과 당당함에 분노가 일었다. 동시에 경외감도 들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자신이 당한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두 여성의 용기 때문이었다.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격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남성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피해자로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여성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사건이 나기 직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현실문화)라는 책을 봤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에멀린 핑크허스트(1858~1928)의 자서전이었다. 핑크허스트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폭력시위를 이끌었고, 이때 전투파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서프러제트’라고 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싸우지 않고는,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는, 심지어 목숨을 버리지 않고는 편견과 모멸과 무관심에 대항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100년이 지난 한국의 여성들 앞에는 깨부술 수 없는 견고한 편견과 무관심의 장벽이 놓여 있다.


25년 전 데이트 강간 피해 여성은 단호히 말한다. “아무도 내가 겪은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스탠퍼드대 사건의 피해 여성은 이렇게 당부했다. “싸움을 절대 멈추지 말라.”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들이 보여준 것은 싸우겠다는 용기나 다름없다. 정녕 싸우지 않고도 여성들이 이기는 방법은 없는 걸까. 남성들이 앞장선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남성들이 답할 차례다. 공감을 넘어 의견을 표출하고 행동으로 연대를 보여줄 때다. 여성들의 싸움을 멈추게 하는 길은 결국 남성들에게 달려 있다.

2.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충고를 해도 미래지향형이 유리하다옳

은 말이 항상 먹히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이 대표적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무엇이 잘 되었고 잘못되었는지 후배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전자는 먹히지만 후자는 옳은 소리라는 건 알겠는데 몸과 마음에서 거부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방어심리가 있으니까.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피드백보다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활용해볼 것을 제안한다. 피드백은 자동차로 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천장에 붙어 있는 뒷거울에 해당한다. 이는 후방, 즉 과거를 돌아보며 주는 평가이다. 피드포워드는 앞, 즉 미래에 더 잘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거나 주는 행위이다. 피드백이 “제가 지난 1년 동안 어땠나요?”라고 묻는다면 피드포워드는 “제가 앞으로 1년 동안 좀 더 나은 과장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미래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서로 방어적일 필요성이 매우 낮아진다. 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뒤도 봐야 하지만 대부분 시선은 앞 유리창을 향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피드백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피드포워드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12월에 인사 평가가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은 평가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막판에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전략을 바꿔보자. 1년의 절반 정도가 끝난 이 즈음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상사와 논의했던 연간 목표를 갖고 상사에게 차 한잔을 마시자고 하면서 먼저 피드포워드를 요청해보라.


“부장님,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는데요. 남아 있는 반년 동안 제가 어떤 점들을 신경 쓰면 좀 더 제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조언 부탁합니다.”


물론 지난 반년 동안의 피드백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직원과 스스로 먼저 요청하는 직원은 상사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피드포워드를 요청하는 직원에 대해서 상사는 남다르게 평가하지 않을까.


이 기회에 내가 일하고 있는 팀에서 회의 등을 할 때 과거에 대한 논의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 아니면 미래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 생각해보자. 최근 만난 한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과거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신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빨리 보고하도록 하고, 격주로 열리는 회의에서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선배가 부하 직원으로부터 듣는 피드백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먼저 후배들이 주는 긍정적 피드백에 너무 취하지 말자.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의 상당수는 거짓이기도 하다. “후배 직원들이 내 농담에 웃는다고 절대로 네가 웃겼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누가 안 웃어 주고 좋은 소리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회의에서 발표를 마치고 나서 후배에게 “내 발표 어땠니?”라고 묻는 것은 후배 입장에서는 “나한테 좋은 소리 한 번 해봐”라고 요청하는 것과 똑같은 질문이다. 만약 정말 앞으로 발표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후배에게 진심 어린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질문의 타이밍과 프레임을 바꿔야 가능하다. 발표 후가 아니라 발표 전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오늘 내 발표 잘 들은 후 네가 보기에 내가 잘한 것 한 가지와 개선해야 할 것 한 가지씩 적어 두었다가 내게 알려줄래? 다음 달에 더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잘하고 싶어서 말이지.” 이렇게 되면 나보다 나이 어리고 직책 낮은 후배라 하더라도 좀 더 편하게 진정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내 고객 중 한 기업의 임원은 1년 동안 리더로서 자신이 개선하고 싶은 행동을 한 가지를 정한 뒤 매달 7명의 상사, 동료, 부하 직원에게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구한다. 얼마 전 반년이 지나 여러 사람의 평가를 받았을 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임원의 경우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요청해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연말에 인사 평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쯤 차 한잔하며 피드포워드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3. [서울신문][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요즘 미술 위작품 얘기를 부쩍 자주 접한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 작가가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미술관 측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어서 분쟁 중이다. 이우환 화백의 경우는 반대여서 그가 진품이라고 믿는 작품 13개를 경찰은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다.


감정을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가 육안으로 원작자의 작품 기법이나 사용 재료의 특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원작자의 화풍이 시기에 따라 변해 온 이력을 꿰뚫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제작 시기나 사용된 재료 등을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식이나 엑스레이와 적외선 분석 등의 방법도 쓰인다. 제작된 시기의 안료나 도구가 쓰였는지도 꼼꼼히 점검한다. 드러난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을 파악해 제작 시기의 상이함을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위작자들도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방식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용한다. 점입가경이다.


모방작이 다 나쁜 것만도 아니라서 문외한에게 혼란을 더한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은 모방작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고흐 사망 2년 후에 제작된 이 모방작이 진품보다 더 고흐의 화풍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고흐가 재정적 궁핍함으로 인해 싸구려 물감을 사용하는 바람에 진품에서 주홍색이 변색됐지만 이 모방작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고흐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위작 가려내기의 한계에 대해 획기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건 놀랍게도 수학자였다. 2008년 미국의 방송 제작 업체인 노바는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이 중에 숨어 있는 위작품 하나를 찾아내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참가 팀들이 이에 도전하는 과정은 다큐로 제작돼 PBS에서 방송됐다. 노바는 이 챌린지를 위해 유명 화가인 샬로테 캐스퍼스를 초빙해 진짜와 같은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 냈고, 참가 팀들은 이걸 찾아내야 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의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가 이끄는 팀은 웨이블릿이라는 수학 이론을 무기로 이 챌린지에 참가했고 성공적으로 위작을 가려냈다. 지금은 듀크대에 재직 중인 도브시 교수는 한걸음 더 나가서 고흐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모방작도 가려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 화풍의 유사성을 측정해 화풍을 시기적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해냈다.


도브시 교수의 관점은 원작자는 자기 생각의 표현에 집중하지만, 위작자는 원작과 동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선과 곡선을 그려 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저함’이 숨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녀는 이 주저함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해 찾아냈다. ‘모방작에 숨어 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추적하다니, 놀라운 관점의 전환 아닌가.


수학적으로는 그림을 표현하면서 윤곽과 상세 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1990년대 초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억 개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이미 사용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지문 하나를 보관 중인 수억 개와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대조한단 말인가. 큰 윤곽만 비교해 아예 다른 건 배제하면 비교 대상이 수백만 개로 준다는 아이디어로 FBI는 이 난제를 해결했다.


FBI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나 고흐의 위작품을 가려내는 수학은 단지 유용할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간을 흔드는 미술품 위작 논란도 이제 수학의 힘을 빌려 보길 권한다.

4. [주간경향][주간 여적]인부와 대학생

‘등록금 벌려던 대학생 포함 4명 사망’. 2011년 7월 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대부분 제2보를 이렇게 내보냈다. 제1보는 ‘이마트 탄현점 인부 4명 사망’이었다. ‘인부들의 죽음’은 보통 관심을 못 받지만 사고 장소가 국내 최대 유통업체 이마트여서 취재진이 몰렸다.


희생자 중에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씨(당시 22세)가 있었다. 군 제대 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한 달 만에 변을 당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부들의 죽음’은 ‘대학생의 죽음’으로 격상됐다. 언론이 앞장섰다. “이마트 일산 탄현점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중 한 명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던 ‘가난한 휴학생’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무거운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말할 때 이 사고를 꺼냈다. 서울광장에서는 매일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해 ‘국가장학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이 마련됐다. ‘반값등록금’에 맞춰 이슈화가 진행되는 동안 숨진 3명의 존재와 황씨를 포함한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인은 지워졌다.

‘누군가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문제만큼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슈는 드물다. 동료 시민의 교육받을 권리 앞에서는 이처럼 뜨거운 사람들이 역시 동료 시민인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보내는 무덤덤한 반응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교육문제에 관한 공분조차 실상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나올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 기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낙오됐거나 자발적으로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불평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제 탓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인부’들의 죽음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법원도 노동부도 노동자를 숨지게 한 기업에 약한 책임만 묻고, 세월호 참사 이후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에게 무슨 보상이냐’는 막말이 나온 이유다. 이마트 사고의 원인은 냉매가스에 의한 질식사. ‘인부’들에게 안전마스크라도 지급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


19세 노동자가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은 조금 달랐다. 한국 사회를 작동시켜온 오래된 원리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거부한다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황승원씨를 다시 떠올린다. 공부하려 했던 대학생, 위험에 내몰렸던 노동자,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인간. 숨진 모두가 그러했다.

5. [머니투데이][광화문]형제 갈등이 초래한 롯데사태, 치킨게임은 막아야

​1 "롯데 경영권을 확보하면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1인당 2억5000만엔(25억원) 지급하겠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월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한 승부수였다. 130여명으로 알려진 회원들에게 1인당 수십억의 현금을 주겠다고 회유할 정도로 다급함이 엿보엿지만 3월 주총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2 "지금 상황에서는 안되고, 신 전 부회장이 백기투항해야 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만난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을 껴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원리더'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화해는 이르고 양측 감정의 골도 깊다고 밝혔다. 


3 "검찰 내사 사실을 인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 검찰은 10일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6곳, 신 회장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수사관 200여 명이 투입됐는데 2005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 100여명,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 때 40여명과 비교하면 단일기업 수사로는 최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수 있다.


검찰 공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0년간 35건에 달하는 인수합병(M&A)으로 재계 5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자금 조성, 배임 등 불법 행위를 처단하겠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누린 롯데에 대한 수사가 MB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포스코, 효성, CJ에 이은 친MB 기업에 대한 사정(司政)이라는 것.


하지만 재계 인사들은 사태 발단이 결국 형제간 분쟁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목이 검찰이라는 호랑이를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는 것이다. 신동주측은 부인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 제보를 검찰에 제공하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의도가 '판흔들기'라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롯데 '원리더' 자리를 굳힌 신 회장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에 노출됐다. 검찰이 14일에도 롯데건설, 케미칼, 제과 등 10여곳을 2차 압수수색하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 소환을 준비하는 등 롯데를 향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파장 분위기였던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번번이 실패한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진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롯데홀딩스를 통해 양국 롯데를 지배하는 신 회장으로서는 검찰 수사 만큼이나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주총장에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시도할 신 전 부회장을 막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귀국을 서둘러야 한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받는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나서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형제간 우애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라고 해도 이판사판식 '치킨게임'으로는 부정적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땅에 떨어진 '롯데' 이미지도 문제지만 10만 임직원의 명예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15일 신문 브리핑 #

"신과 영적인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것은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는 출발점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4일 롯데건설을 비롯 10개 주요 계열사 등 15곳에 대해 2차 압수수색을 벌임
-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전체 계열사로 확산되는 모습이며, 검찰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을 그룹 정책본부가 조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음
2.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14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에 대한 컨설팅에 착수함
- 정부는 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조선 ‘빅3’ 사업재편 방안을 짠다는 계획이며, 맥킨지는 1차 컨설팅 결과를 내달 말께 정부에 제출할 예정임
3. 한진해운 용선료 재조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캐나다 선주 시스팬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협상에 응하기 시작함
- 용선료 협상 난항에 유동성 위기가 겹친 한진해운은 최대 선주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며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통한 회생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됨
4. 삼성전자가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내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함
- 막대한 투자를 통해 도시바 마이크론 등 경쟁사뿐 아니라 새로 뛰어든 인텔과 중국 XMC 등이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전략으로 보임
5. 삼성SDS가 해외 법인을 물류부문 거점과 정보기술(IT)솔루션서비스부문 거점으로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감
- 삼성SDS는 공식적으로 사업 분할과 관련해 확정된 게 없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기획재정부는 아래 내용을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했으며, 기재부는 다음달 25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뒤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해 오는 9월께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로 함
- 증빙서류 없이 연간 5만달러 이상 해외송금 허용
- 해외부동산 취득에 대해 '신고수리제(증빙서류를 제출해 허가받는 것)'에서 '신고제' 또는 '사후보고제'로 변경
- 누적 50만달러 이상 해외직접투자도 사후 보고 허용
- 비금융회사도 외화 이체업무 허용
- 외환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 마련
-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요율의 일시 하향조정 근거 마련
2. 오는 10월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하고 대출금을 갚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대출계약 철회권’이 시행됨
- 그동안 대출을 받은 뒤 취소하고 싶어도 중도상환수수료(대출원금의 0.8~1.4%) 부담 탓에 대출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던 금융소비자들은 부담을 덜 전망임
- 하지만 은행 등 금융권에선 거액을 대출받아 ‘사채놀이’로 수익을 올린 뒤 대출을 취소하는 도덕적 해이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지적임
3. 한국씨티은행이 잔액 1000만원 미만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 금리를 연 0.01%까지 떨어뜨림
-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전격 인하하자 계좌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소액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사실상 제로금리를 적용한 것임
4.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자율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의 상장을 추진함
-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한국남동·동서·서부·중부·남부발전 등 발전회사 5곳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등 한국전력 자회사 2곳 △한국가스공사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 등 총 8곳으로서, 전체 지분의 20~30%만 상장하고, 공공지분은 최소 51% 이상으로 유지함
5.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알리바바, 텐센트에 이어 은행업에 진출함
- 1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샤오미가 신시왕그룹, 쓰촨성 유통업체인 훙치롄쒀와 함께 청두에서 발기한 민영은행이 중국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의 설립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짐
<< 국제 >>
1. 올랜도 총기난사 테러가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 여론이 더 높아지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음
- 13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찬성은 46%로 반대 39%를 7%포인트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데일리 텔레그래프 조사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이 49%로 반대 48%를 앞지르기 시작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3D낸드
- 낸드 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로서,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에서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을 저장하는 데 사용됨.
3차원(3D) 낸드는 평면(2D) 낸드의 회로를 수직으로 세운 제품이며, 평면 낸드가 단독주택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라고 보면 됨.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20대 국회 '협치와 소통'므로 민생 돌봐야

20대 국회가 어제 개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민생 국회’를 다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3당 대표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할 것”이라며 소통·협력의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이 협치와 소통으로 민생을 돌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20대 국회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는 듯해 반갑다.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어느 당도 일방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없도록 여소야대의 3당 체제를 선택했다. 갈등과 대립의 구태에서 벗어나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한목소리로 국민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시간을 허송하지 않고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상을 정립하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걱정이 없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서별관회의, 어버이연합 지원, 정운호 게이트 등의 청문회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과 갈등이 예고돼 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조선·해운 구조조정, 노동 및 공공개혁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심상치 않다. 자칫 협치는 고사하고 국회가 파행할 수도 있다. 내년의 대통령선거도 생산적 국회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우리 현실은 경제·안보의 동시 위기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다.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 등 대외환경도 불안정하다.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대북제재로 얽힌 한반도의 외교 및 안보 지형도 불투명하다. 어느 하나 녹록한 과제가 없다.


20대 국회가 난제를 극복하고 민생국회로 거듭나려면 대립과 갈등의 패러다임을 벗어던져야 한다. 국민의 명령인 협치와 상생의 질서를 따라야 한다. 정 의장은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2. 혁신은 뒷전이고 감투싸움에만 몰두한 與

새누리당이 혁신의 방향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총선 참패 뒤 혁신이 필요하다고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정치공학적 이해 앞에선 본인과 계파 이익에 매달리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무산된 뒤 새로 출범한 김희옥 혁신비대위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려했던 ‘관리형 비대위’ 전락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중진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에 몰두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새누리당 정책 워크숍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뜻을 받들어 혁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출범 2주가 돼 가도록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당면 과제인 계파 청산과 무소속 의원 복당은 실질적인 진전이 없고, 비대위원장으로서 구체적인 쇄신안도 내놓지 못했다. 청년 간담회 등 민생 일정이나 소화하고 있다. 민생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비대위원장이 혁신을 제쳐 놓고 다닐 만한 행사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친박, 비박계 중진 의원들을 만나 계파적 이해를 조정하고, 쇄신을 위한 실천 방안들을 하나씩 내놓아야 할 때라고 본다.


당 혁신은 지지부진한데 중진 의원들은 상임위원장 감투싸움에만 몰두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 갈 상임위원장 후보들을 결정했다. 기획재정위원장에는 4선의 조경태 의원, 안전행정위원장에는 3선의 유재중 의원이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나머지 상임위원장은 의원들 간 조율을 통해 결정됐다. 선출 과정에서 내홍이 극심했다. 상임위원장 후보군인 3·4선급 의원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조율이 안 돼 경선으로 가거나, 임기를 쪼개 맡는 기형적 모양새를 연출했다. 법사위원장은 권성동·여상규 의원이 1년씩 나눠 맡기로 했고, 나머지 2년은 홍일표 의원이 책임지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정무위원장, 국방위원장, 정보위원장도 임기가 1년씩 쪼개졌다.


상임위는 행정 부처의 정책과 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 핵심 기관이다. 위원장에게 무엇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데 지역구 예산 우선 배정 등 각종 특혜만 생각하고 몰려들어 이런 사태를 부른 것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혹독하게 변신하라’는 민의를 확인했다. 조만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고, 그 후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혁신이 지체될수록 지지층만 떨어져 나갈 것이다.

3. 방위산업까지 해킹한 北, 언제까지 당할 텐가

북한이 한진그룹과 SK그룹 계열사들의 전산망을 해킹해 무려 4만 2608건의 자료를 빼내 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10개사와 SK네트워크 등 SK그룹 17개사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됐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송이 주력 사업이지만 방위산업을 비롯한 항공우주 분야 사업 규모도 적지 않다. SK그룹은 잘 알려진 것처럼 국가 기간산업이나 다름없는 정보통신과 에너지 분야를 대표한다. 유출된 자료 가운데는 군 통신망 자료와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의 날개 설계도도 들어 있다. 개별 기업의 기밀을 넘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고 걱정스럽다. 북한은 정보통신 대기업 KT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시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북한의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북한은 우리 업체가 개발한 개인용컴퓨터 통합관리망을 사이버 침투에 이용했다고 한다. 관리자가 원격으로 다수의 개인용컴퓨터를 관리할 수 있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다. 실제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 모두 160곳의 통합관리망이 북한의 공격에 뚫렸다. 이렇게 북한의 통제 아래 들어간 개인용컴퓨터가 모두 14만대에 이른다. “북한이 국가적 규모의 사이버 테러를 계획하면서 장기간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2013년 90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킨 ‘3·20 사이버’ 테러 당시 이용된 개인용컴퓨터가 4만 8284대였다. ‘통합관리망 테러’가 현실화됐다면 사회적 혼란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지만 이미 한진과 SK가 입은 사이버 테러의 규모는 작지 않다. 나아가 북한이 탈취한 정보를 활용해 우리에게 어떤 타격을 가할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2009년 정찰총국을 창설해 사이버 테러에 나서고 있다. 정찰총국의 최정예 해커는 3000~4000명에 이르고, 해마다 수백 명씩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 후진국인 북한이지만 사이버 공격 능력만큼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되곤 한다. 반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능력을 자랑하지만 보안에는 취약하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사이버 테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정보통신 능력이 있다면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써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사이버 도발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북한이 깨닫도록 보안 능력을 키워야 한다.

4. '한국판 말뫼의 눈물' 막을 협치 요청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국정의 한 축을 든든히 받쳐 달라고 20대 국회에 당부했다. 국민이 바라는 ‘화합’과 ‘협치’를 위해 국회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하겠다고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원사를 통해 “국민이 내린 준엄한 명령은 여야의 극한 대립을 청산하고 서로 합심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것”이라면서 국회가 실질적으로 국정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20대 국회의 이 같은 ‘협치선언’이 군더더기 없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첫 번째 협치 과제로 ‘발등의 불’로 떨어진 구조조정을 꺼내 들었다.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비장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지금 구조조정을 해 내지 못한다면 2000년대 초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단돈 1달러에 핵심 설비인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이제는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말뫼 주민들은 해체돼 팔려 가는 골리앗 크레인을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이 장면을 중계하던 현지 방송은 장송곡을 함께 내보내 스웨덴 조선산업의 종말을 알렸다. 그 비극이 지금 울산과 거제에서 재연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산업 구조조정은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기업과 채권단이 ‘사즉생’의 각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실직자 재훈련 등 정부의 보완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야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국회의 도움과 협조를 정중하게 요청했다.


사실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거나 “국회가 혜안을 가지고 뒷받침해 주시길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표현은 국회, 특히 야당을 윽박지르고 질타하던 19대 국회 때에 비해 확연하게 부드러워졌다. 여소야대, 3당 체제의 국회에서는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그 어떤 국정 과제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했겠지만 국회를 이제 국정의 동반자로 존중하겠다는 대(對)국회 인식 변화의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정 운영을 펼치겠다는 다짐을 넘어 실천적 조치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위기의 진단과 해법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관건은 진정한 소통을 통해 그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한다면 이견을 차츰 좁혀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또다시 구조조정을 미적댄다면 울산과 거제의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팔려 나가 한국 조선산업의 종말을 고하는 ‘울산의 눈물’ ‘거제의 눈물’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이라도 머리를 맞대 한국판 ‘말뫼의 눈물’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국민이 바라는 정치다.

[동아일보]

5. 이슬람·동성애·총기… 美 뇌관 터뜨린 反인륜 테러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12일 새벽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총기난사로 104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된 범인 오마르 마틴은 범행 직전 한국의 119 격인 911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서약을 했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다. IS는 자신들과 연관이 없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범행을 독려하기 위해 911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충성맹세를 공표하기만 하면 IS의 테러로 인정해 준다. 평소 조울증세가 있고 동성애를 혐오했다는 그가 어떤 동기로 범행을 자행했건, 무고한 시민을 살상한 반(反)인륜적 범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이번 테러는 동성애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이슬람권에선 동성애를 도덕적 일탈을 넘어 중대한 범죄로 보는 경향이 있다. 2001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9·11테러 충격이 가시지 않은 미국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다시 불붙고 성적(性的) 소수자와 총기 규제 문제를 놓고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11월 미 대선에도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러를 막기 위해 무슬림 입국 금지, 미국 내 무슬림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공약해 국제적 물의를 일으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테러 예방에 실패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며 자기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이슬람 관련 언급을 삼간 채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히며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이번 테러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리더십이 미국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 세계가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같은 총기 소유가 불가능하지만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터뜨리는 ‘외로운 늑대’에 대한 대비는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하다. 미국이 이번 참사에 결코 굴하지 말고 다양한 인종과 종교, 가치 등을 포용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미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6. 기업부채 2위 중국에 IMF 경고, 3위 한국은 괜찮은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8개 신흥국 중 1위(88.4%), 기업부채 비율은 홍콩(213.7%) 중국(170.8%)에 이어 3위(106%)라고 국제결제은행(BIS)이 어제 밝혔다. 중국의 가계, 기업, 정부 부문을 합한 부채 비율은 254.8%로 미국(250.6%)을 처음 넘어섰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정부가 부채 억제에서 실패하면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중국발(發) 부채 리스크가 통계로 확인됐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하고 기업부채가 1700조 원에 이르러도 경제 규모가 커진 데 따른 ‘성장통’이라고 뭉뚱그리면 위기감은 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주목할 점은 중국 변수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은행 빚을 무리한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에 퍼부어 성장률을 끌어올려 왔다. 성장이 벽에 부닥치자 부실채권이 쌓이면서 이제 정치권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중국의 부채가 터지면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성장이 멈출 뿐 아니라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안전한 부채’가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정부가 이를 소비 회복의 기폭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한쪽 면만 보는 단견이다. 돈이 경제 회복에 물꼬를 트는 쪽으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분야로만 흐른다면 금리 인하는 경제의 거품만 키우는 임시 진통제일 뿐이다. 한국은 부채 주도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고령화로 구조적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경고가 들리지 않는가.


정부는 중국발 부채 위기를 주시하면서 국내 부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 빚을 진 가계 중 빚을 갚기 힘든 한계 가구가 무려 160만 가구다. 기업 부실채권에 대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는 한편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인기를 끌기 힘든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부채의 질이 양호하다”고 하는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전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했던 보신주의와 다를 게 없다.

7. 20대 국회, '87년 체제' 바꿀 개헌논의 시작해보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제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 언제까지나 개헌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개헌론을 공식 제기했다. 정 의장은 개헌의 목표를 국민 통합으로 제시하면서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의장이 개원 일성(一聲)으로 개헌론에 불을 붙인 것은 대통령선거를 1년 반 앞두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도 어제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의 특강을 열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5년 대통령 단임제를 30년간 시행하며 6명의 대통령을 겪었지만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대통령이 없다”며 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선되고 나면 더는 민심을 살필 필요가 없다는 오만과 5년 안에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정책, 필연적 레임덕과 퇴임 후를 대비한 대못 박기 등이 대통령들을 불행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개원 연설에서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에 대해 ‘국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본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32.7%) 또는 차기 정부(41.1%)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4·13총선 민의가 만든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는 수명이 다한 87년 체제를 바꾸라는 경고등이다. 대통령도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만큼 이제는 판을 바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은 나누고, ‘제왕적 국회’의 책임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과거 이명박, 박근혜 후보처럼 강력한 미래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개헌을 추진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차기 주자가 안 보이는, 사실상 불임(不姙) 상태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끊임없이 ‘반기문 대통령, 친박 실세 총리’를 염두에 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나오는 이유다. 개헌론을 제기한 정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개헌을 전제로 한 ‘대선 결선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임기 후반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권력 연장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만큼 20대 국회 주도로 개헌의 큰 그림을 논의해 볼만하다.

[매일경제]

8.한·미FTA 내세운 美 통상압박 치밀한 대응책 마련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미국의 보고서에 한·미 FTA 성과에 대한 비판과 시정 요구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FTA의 영향을 분석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평가보고서로 오는 29일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갈수록 커지고, 양자 간 FTA 체결 후 미국의 무역수지가 가장 악화된 대상 국가로 한국을 꼽는 민간 연구소 분석까지 나와 우리를 향한 통상 압박이 커질 조짐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283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132억6100만달러였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눈에 띄게 적자 폭이 커진 셈이다. 이런 점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한·미 FTA로 적자만 오히려 늘었다며 재개정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간 교역 내용을 세밀하게 뜯어보면 미국의 주장이 얼마나 일방적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수출 증가에서는 한·미 FTA 영향을 받는 품목보다 그러지 않는 품목이 더 많이 차지한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액은 미국 기업의 대한(對韓)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미 FTA 이후 서비스수지에서 한국에 압도적인 흑자를 기록해 2015년의 경우 114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기업의 특허권료 수입이나 유학생 송금 덕분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집계로는 미국의 대한 서비스 분야 무역흑자는 2011~2015년 14% 증가한 반면 같은 분야 한국의 대미 흑자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내년부터 미국의 셰일가스가 한국에 수출되기 시작하면 현재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곧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내세워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등 기존의 무역규제 외에 환율조작에 대한 제재,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법 집행 등 고강도 대응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적극 나서 미국 조야와 업계에 양국 교역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협의해 부당한 통상 압박이 더 고조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무분별한 보호무역주의에 감정적으로 맞서지 말고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를 갖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9. 국회-정부 개헌시기와 방향 시각차부터 해소하라

20대 국회가 개원한 13일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 맞춰 '협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와 동시에 '개헌'이라는 거대담론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내년이면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째가 된다며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세미나도 열렸고 김무성 이주영 김영춘 등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새 국회 출범을 계기로 개헌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정부 분위기와는 또다시 엇박자가 느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거론하며 19대 국회에서 무산된 노동개혁법 처리를 촉구했다.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열쇠는 규제개혁"이라면서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0월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는 블랙홀이라고 지칭하며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던 경험이 있다. 이날도 규제를 12차례, 일자리와 구조조정을 각각 11차례 언급하면서도 개헌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정세균 의장과는 뚜렷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우리 앞에 놓인 소중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도 했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국회 의욕만으로는 힘든 과제다. 19대 국회 때에도 2012년 말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발족됐고 이 모임 소속 의원 수가 한때 155명으로 개헌안 발의 기준을 넘기도 했다. 2013년 5월에는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 직속 '개헌연구회'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각종 사건사고 속에 국민적 관심과 추동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경제 살리기이든 개헌이든 그것을 추진하는 데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고 차기 대선을 1년6개월가량 남겨둔 지금은 어느 측면에서나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회와 정부가 20대 국회 개원일을 맞아 한목소리로 협치를 강조했는데 그러려면 개헌을 비롯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대한 시각 차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

10. 구조조정 가로막는 대우조선 노조, 공멸하자는 건가대

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특수선 사업 분할 및 인력 2000명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자구계획안에 반발하며 전체 조합원 7000여 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을 위해 찬반 투표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오는 17일 파업을 위한 임단협 쟁의 발생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납기에 차질이 생겨 조 단위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11조원 규모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조선 3사에 대해 인력 30% 감축, 설비 20% 축소, 자회사 매각 등 10조35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첫발을 떼기도 전부터 노조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부터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 경영진과 회계법인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뒤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을 합쳐 7조원 넘는 돈이 투입됐음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 회사로 전락한 경위가 소상히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작년 한 해에만 영업적자 5조5051억원을 기록하고 부채비율은 7300%를 넘어선 데다 추가적으로 국민 혈세 수조 원을 투입받아야 할 회사의 노조가 자구계획 자체를 반대하면서 급기야 파업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행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대우조선 노조는 특히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받으면서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약속마저 내팽개친다면 국민이 혈세 투입을 용납하겠는가.


대우조선 노조는 회사 경영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평균 7000만원대의 고연봉과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며 철밥통을 과시해왔다. 당장 생사의 기로에 직면해 있는 하도급업체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노조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 살리기에 앞장서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현경숙의 시각> 변화의 DNA

태국에 근무했던 공공기관 주재원은 그곳에 사는 재미 중 하나로 옷값이 거의 안 든다는 점을 꼽았다.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 서너 벌로 몇 년을 버틸 수 있다. 사계절 무더운 날씨 때문에 화려하고 비싼 옷은 별 소용 없다. 1년 내내 기후 변화가 없으니 국민 성격도 기복이 없다. 느긋하고 놀라지 않고 웬만한 일에는 그저 마음 좋게 웃는다. 


한국 조직폭력배는 태국서 힘자랑, 무기 자랑하지 않는 게 좋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여유로운 태국인들은 먼저 화를 내거나 상대를 치지 않지만, 정말 분노했을 때는 무기를 들며, 반드시 이를 사용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기로 위협하면 자신을 향해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한다. 한국 영화 속 '조폭'처럼 "너 맛 좀 볼래"라며 흉기를 흔들어대거나 약을 올리면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바로 공격한다. 그래서 태국에서는 싸우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위협을 위한 위협을 하다간 큰코다치기 쉽다.


이런 데서 볼 수 있는 차이는 기후 등 자연환경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이 성격 급하다거나 기분이 잘 바뀐다는 것은 뚜렷한 사계절 덕분 아닐까. 가마솥더위, 얼어 죽을 수도 있는 혹한 등 3개월 마다 바뀌는 계절로 인해 한국인에겐 변화에 대한 적응력, 임기응변, 순발력이 유전자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서울 한복판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을 기점으로 삼청동, 북촌, 서촌, 부암동, 평창동으로 뻗을 조짐을 보이던 일종의 문화 벨트가 몇 년 만에 완연한 모습을 갖췄다. 윤동주문학관, 청운도서관, 서울미술관, 화랑, 개성 있는 음식점과 찻집, 게스트하우스 등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곳곳에서 드라마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서울이 거의 통째로 아파트촌으로 변한 바람에 단독주택들이 남아있는 이런 동네 말고는 '그림 되는'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계 인사의 설명이다. 주말이면 연인, 부부, 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이 담벼락에 난, 별것도 아닌 꽃과 나무를 구경하기 위해 골목골목을 찾는다. 사람 냄새가 그리운 데서 온 변화다. 


인간사회만 빨리 바뀌는 게 아니다. 그 속의 사람을 닮은 듯 한국은 자연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 분지와 계곡에 들어앉은 부암동은 계절이 영화 장면 넘어가듯 한다. 도심보다 기온이 2~3도 낮아 강원도 산골 속 같은 겨울이 끝나면 인왕산 둘레길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흐드러지게 휘감는가 싶은데, 어느새 아카시아가 산을 꽃으로 하얗게 뒤덮고 아찔한 향기로 진동시킨다. 울긋불긋 꽃 대궐이 스러지는 게 안타까워지려고 하면 꽃보다 어여쁘고 파릇한 신록이 천지를 연둣빛으로 물들인다. 5월에는 '꽃보다 신록'이다. 성하의 문턱 6월 북한산 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우람하게 무성해진 숲과 당당한 바위들에 둘러싸여 천 년의 반석 위에 앉은 듯하다. 수십 년 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개발 속에서 북한, 인왕, 북악이 서울의 '허파'로 건재함에 안도한다. 


3년 만에 돌아온 서울에서 가장 낯선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광화문 세종로를 오가는 인파의 무표정과 그들 사이에 부는 찬바람이다. 서울은 우울하고 기운 없어 보였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현재를 규정하는 새 기준이 되고, 실업은 젊은이들에게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한국 경제는 더는 고도성장이 불가능하단다. 계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와 같다. 2004년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승리의 감격과 열기가 가시지 않은 채 희망과 활력으로 떠돌고 있었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10년 만에 딴 나라로 변했다.


부익부 빈익빈, 정규·비정규의 '이중 국민' 구조는 이미 굳어진 걸까. 한국인의 변화 유전자(DNA)에서 답을 찾는다. 우리 국민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봄을 맞기 위해 춥고 긴 겨울을 견디는 것이 체화돼 있다. 역동적일 뿐 아니라 평등의식도 강하다. 사촌이 땅 사면 나도 사야지 가만히 있지는 못한다. 'IMF' 위기 때 시작된 양극화가 더는 악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빈부, 계층 격차가 손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도 변화를 직감하게 한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3명 중 1명이다. 이 추세라면 비정규가 정규가 될 판이다. 자살률, 노인 빈곤율, 저출산, 이혼 증가율,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등 권이다. '묻지 마 범죄'는 분노한 민심의 단면이다. 비정규직, 하도급 근로자들의 자살과 사고로 인한 죽음의 행렬은 이대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보인다. 여야는 4·13 총선에서 경제,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했고 선거 결과는 내년 대선을 예측불허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나 별로 진전되지 못한 경제민주화는 다음 대선에서도 중심 화두가 될 것이다. 양극화 해소, 고용의 질과 환경 개선은 저성장 탈출과 함께 이제 시대정신이 됐기 때문이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우선이냐의 소모적 논쟁은 중단돼야 한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됐다. 우리에겐 70, 80년대 산업화를 위해 흘렸던 피땀, 위기 극복의 '금 모으기' 전설이 있다. 국민은 나라를 위해 움직일 태세가 돼 있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지도자가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국민의 성원을 업고 '세계의 리더'가 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대권 도전을 시사해 한국인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대권 의지가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이지 항간의 소문대로 하늘을 찌르는 욕심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2. [국민일보][한영주의 1318 희망공작소] 무기력과 의지

얼마 전 한 부모님이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찾아오셨다. “얘만 보면 속이 터져요. 의욕이나 열정이 없어요. 선생님이 뭐든지 좀 하고 싶게 만들어주세요.” 아이의 ‘무기력’한 상태를 참다못해 전문가를 찾아와 ‘하고 싶은 의지’를 주입해달라는 것이다. 상담실 소파에 기대어 사색에 잠긴 듯 한곳을 응시하는 아이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아무 것도요. 그냥 멍 때리는 거예요.”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더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이 잘 쓰는 말이다. 바람의 대상이 ‘아무 것도 안하는 상태’이고 이런 수동적 상태에 ‘적극적으로’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역설적이다. 결국 아이들의 무기력은 불가항력적임과 동시에 다분히 자기가 결정하는 ‘의지적 무기력’이기도 하다. 가장 활기차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슴이 벅차올라야 할 청소년기에 이들은 왜 이렇게 무기력한 걸까.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스스로 지향할 때 의지가 발동되기 마련이다. 무기력은 그 지향의 대상이 결여된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무기력은 주어진 과제(학업)나 일상(학교 가정)이 자기 스스로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예를 들어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것’은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는 당위적 목표이지만 아이에게는 부모의 욕망을 투사해놓은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결과는 당연히 ‘적극적 거부’의 표현인 무기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의지를 발동하게 하는 방법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뿐이다. 인간의 의식이 항상 무언가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듯이 모든 아이들의 내면은 분명 어떤 형태의 지향점에는 열려있기 마련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당위적 공부, 당위적 성공’ 이전에 자기 스스로의 자리를 잡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에 어떤 것도 미리 결정된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데에는 부모의 여유와 기다림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아이들이 일상을 멈추고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여행이나 휴식도 매우 효과적이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작가는 작품과 함께 죽어야 한다’고 썼다. 그래야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것(장미)도 시간이 지나면 이름만 남는 기호와 이미지일 뿐이다. 새로운 세대에는 늘 새로운 포도주가 주어진다. 새 부대를 만들고 그것을 담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며 그 방법을 찾는 순간 그들은 주체적으로 의지를 발현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모든 아이들 안에는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의지의 씨앗이 있다. 그것은 기다림과 지지의 환경에서만 싹을 틔운다. 아이 스스로 자신 안에 있는 욕구와 의지를 찾아 발견하기 전에 섣불리 방향을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해서는 결코 튼실한 싹을 틔울 수 없다. 무기력은 바로 그러한 기다림과 지지를 갈구하는 아이들의 적극적 표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3. [동아일보][림펜스의 한국 블로그]판정에 흥분하는 한국인 vs 자책하는 서양인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테니스광이다. 공 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 배웠다. 첫 라켓을 들게 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시작해 ‘테니스 바이러스’에 일찍 걸렸다. 학창 시절 내내 규칙적으로 쳤고, 특히 사춘기 몇 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테니스클럽에서 열심히 훈련받았다. ‘플레이 테니스’란 전문 월간지를 구독하기도 했다. 매달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다 잡지가 우편으로 도착하자마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 자리에서 읽곤 했다. 봄, 여름 대회에도 몇 번 나갔는데 벨기에는 테니스가 워낙 인기 스포츠라 경쟁이 심했다. 괜찮은 랭킹에 이른 적은 없지만, 늘 즐겁게 쳤다. 


젊은 테니스광으로서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1989년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이었다.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던 어린 아웃사이더 마이클 창 선수가 천재적으로 우승한 해였다. 그리고 1년 뒤 1990년 6월에 벨기에 학교 선생들이 총파업을 해서 롤랑가로스에 더욱 몰두하게 됐다. 파업이 며칠밖에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결국 거의 한 달간을 학교에 못 갔고, 그해 기말고사조차 취소됐다. 한국인에겐 상상도 안 되겠지만, 당시 프랑스어권 벨기에 초중고교 학생들이 모두 한 달 동안 집에서 빈둥거렸다. 나는 프랑스오픈 경기를 2주 동안에 걸쳐 하루 종일 TV로 봤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까지 볼 수 있는 게임은 빠짐없이 다 본 것 같다. 밤엔 하이라이트도 다시 보고. 


그러다 대학생 때는 열심히 노느라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테니스를 무시하게 됐다. 한국에 올 때도 테니스 라켓을 갖고 왔지만, 3년간 한두 번밖에 만지지 않았다. 한국 직장생활에 휩쓸려 테니스 친구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2008년 운이 좋게 다시 규칙적으로 주말에 공을 치게 되며 오래도록 깊은 잠에 빠졌던 내 안의 ‘테니스 바이러스’가 갑자기 깨어나게 됐다. 그동안 테니스를 그리워했던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다시 시작해 보니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재회한 듯 행복함을 느꼈다. 게다가 한국인과 함께 치는 건 처음이었다. 


한국 사람은 서양인과 다른 방식으로 테니스 게임에 접근하는 것 같다. 우선 유럽에선 단식이 기본이지만, 한국은 거의 복식으로만 친다. ‘서울에 테니스장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했는데 한국인의 사교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지 복식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한국 사람은 운동할 때도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코트 옆에 기다리는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는 것도 흔한 일이다. 테니스장에 대한 태도도 서로 다른 것 같다. 한국인은 착하게, 젠틀하게 치는 편이라면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경쟁심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경기를 할 때 상대방이 쉬운 공을 실수로 ‘낭비’하게 되면 ‘생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욕심이 세서 질 줄 모르는 유럽인에겐 기분 나쁜, 도발적인 발언처럼 받아들일 수 있으니 서로 그런 말은 아예 삼간다. 


테니스장에서 소리 내 고함치는 방식도 다르다. 서양인은 플레이가 잘 안 되면 자기한테 스스로 화내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흔하다. 반면 한국인은 보통 다른 선수랑 논의할 때 제일 시끄럽다. 공이 라인에 닿았는지 아웃인지를 판단할 때 흥분한다. 선수 네 명, 그리고 옆에 있던 선수들까지 흥분해선 강하게 논쟁하는 장면을 몇 번 목격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페어플레이를 하는 편이며 쾌활하다. 전략적으로 똑똑하게, 또 재밌게 치는 편이다. 


테니스 동호회 덕분에 잃어버렸던 즐거움을 되찾게 됐다. 이제 테니스 없는 생활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여전히 가끔 유튜브에서 테니스 동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테니스광이다. 지지난주 서울시청 앞 ‘롤랑가로스 인 더 시티’에 두 번이나 갔다. 거기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야외 생방송을 즐겼다. 테니스는 직접 치든 관람을 하든 멋있고 흥미로운 스포츠다. 몸 관리만 잘하면 60, 70대까지 계속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우리 아버지는 현재 67세인데, 아직도 매주 테니스를 치신다. 나도 그러고 싶다.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게 행복하게 나이 먹는 방법인 것 같다.

4. [중앙일보][삶의 향기] 매력 <魅力>

매력은 종잡을 수가 없다. 따듯한 사람도 냉철한 사람도 매력이 있을 수 있다. 우아해서 좋은 음악도 있고 애절함으로 마음에 파고드는 음악도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가고 싶은 거리도 있고 복닥복닥 사는 모습이 발걸음을 잡아당기는 장터도 있다. 후더분한, 뾰로통한, 고색창연한, 구성진, 유머러스한 등이 모두 매력이란 말 앞에 올 수 있으니 매력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인가?


매력은 압도해 오는 무엇이 아니다. 끌어당기는 무엇이다. 더 보고 싶고 더 잘 듣고 싶어서 다가가게 하는 힘이다. 굳이 크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크기로야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능가할 수 없고 완벽하기로야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이들에게는 ‘매력 있다’는 말보다 다른 말이 더 적합할 듯하다. 그에 비하면 담양의 명옥헌이나 쇼팽의 녹턴은 작고 소박한 정자요 음악이지만 시시때때로 나를 끌어당긴다.


작고 소박해도 매력에는 대책이 없다(매(魅)자에는 귀신이란 뜻이 들어 있다). 애써 피하려고 해도 자꾸 눈길이 간다. 게다가 느닷없이 마음에 들어온다. 설명도 예고도 없이. 그냥 꽂힌다.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저도 모르게 내 입에서 하루 종일 그 선율이 흘러나오는 그런 것이다.


매력은 쉬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불암의 터프한 매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은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음악도들은 저도 모르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가를 흉내 낸다. 어린 시절 나는 슈베르트의 곡을 빼다 박은 곡을 쓰곤 했다. 그러나 스승들은 ‘나다운’ 것을 발견하라고 권하셨다. ‘나다움’이 없으면 그 음악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그러나 무엇이 나다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채 형성되지 않았으니 내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베르트를 버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버렸어도 내가 좋아했던 음악가들의 자취는 두고두고 남았다. 그 남아서 버릴 수 없는 것이 지금 나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체취 같은 것이다. 체취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만일 그 체취가 페로몬같이 다른 곤충을 끄는 힘을 가졌다면 그것이 매력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매력은 향수나 명품과는 다르다. 아무리 골라도 그것들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냄새와 치장으로 나를 꾸미기 때문이다.


‘나답다’는 것은 ‘자연(自然)’스럽다는 말이다. 매력은 자연스럽다. 따듯한 사람은 저절로 따듯한 것이고 터프한 사람은 저절로 터프한 것이지 꾸며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꾸밈은 매력이 될 수 없다. 중국의 산시(山西)성에 여행했을 때의 얘기다. 한 도시에 갔더니 멋진 ‘옛 중국다운’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새로 지은 관광용 거리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실망하는 나에게 동행한 사람의 얘기가 재미있었다. “이 거리가 지금은 사이비 전통거리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진짜 역사거리라고 우기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까? 오래 가꾼 ‘나다움’이 아니라 새로 꾸민 ‘나다움’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것이 되는 것일까?


왜 매력을 찾는가? 끄는 힘이 곤충들에게는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멀리 있는 짝을 유혹해서 짝짓기를 해야 종의 번식이라는 절체절명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도 성적 매력은 중요하지만 ‘삶의 향기’에서 말하는 향기가 그런 페로몬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돈도 사람을 끈다. 그러나 매력을 추구하는 것은 부유해지자는 것과 다르다. 또 부유해진다고 매력 있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따금 마을 입구의 큰 돌이 타이르듯 “바르게 살자”는 것도 아니다. 모범적으로 살고 건전한 거리 문화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캠페인은 자칫하면 그냥 꽂히는 소소함이나 사람마다 다른 체취나 오랜 숙성이 필요한 ‘나다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데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력이 없어지는 빠른 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글을 맺으면서 보니 매력은 결국 ‘나다운’ 삶에서 나온다. 그러면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이 나에게 모인다. 하나의 작가가 되는 과정과 다름없다. 그렇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완성해 가는 작가이다.

5. [중앙일보][권석천의 시시각각] "날 강간한 범인은 술이 아니다"

“‘강간 피해자(Rape Victim)’라고 적힌 서류에 사인을 하고 검사를 받았어. 몇 시간 후 샤워를 했어. 흐르는 물줄기 속에서 내 몸을 보았어. ‘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니야.’ 무서웠어. 내 몸을 재킷처럼 벗어 다른 모든 것과 함께 병원에 놔두고 오고 싶었어.”


경험하지 않고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남성인 나는 성폭행 당한 여성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다. 단지 짐작할 뿐이다. 그 인식의 한계를 알면서도 ‘에밀리 도우’란 가명으로 불리는 23세 미국 여성의 용기에 몇 자 적고자 한다.


“모든 걸 잊어 보려고 했어. 말을 할 수 없었고, 먹지 못했고, 잠들지 못했어. 퇴근 후 소리 지를 수 있는 곳을 찾아가곤 했어.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봤어. ‘그는 여성이 성관계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원했다고?”


지난해 1월 17일 동생을 따라 파티에 갔던 에밀리는 다음날 새벽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다. 범인은 대학 수영선수 브록 터너(20). 에밀리는 법정에서 터너를 향해 7244 단어의 진술서를 읽는다. 판사는 지난 2일 징역 6월, 보호관찰 3년의 가벼운 처벌을 한다. 뒤이어 터너의 아버지가 ‘20년 인생에서 20분간의 행동에 대한 대가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탄원서를 낸 사실이 드러난다.


“성폭행은 사고가 아니야. 너는 ‘술에 취해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없었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고 했지. 술은 변명이 될 수 없어. 내 옷을 벗기고, 나를 만지고, 내 머리를 땅에 질질 끌었던 건 술이 아니야.”


이제 교사 성폭행 사건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남성 세 명에겐 중형이 선고될 것이다. 만약 ‘교사, 학부모, 섬마을’이란 키워드를 뺀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대전고법은 또래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중학생 10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깼다. “나이가 매우 어리다”며 3명의 형량을 깎고 나머지 7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낸 것이다. 지난 1월 인천에선 술에 취해 잠든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20대 4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난해에는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 후배를 성폭행한 대학생 3명이 항소심에서 징역 4~6년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너는 내게서 삶의 가치, 사생활, 열정, 시간, 안전함, 친밀감, 자신감, 나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았어. 네가 평판을 걱정하고 있을 때 나는 매일 밤 숟가락을 냉장고에 넣어둬.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눈물로 눈이 부어 있거든….”


판사들은 “죄질이 나쁘다” “피해가 심각하다”면서도 초범, 반성, 학생이란 이유로 정의를 선언하지 않는다. 조두순 사건 이후 음주 감경을 할 수 없게 되자 음주 성범죄에 ‘우발적’이란 딱지를 붙인다. 법전을 펼치면 강간은 ‘3년 이상 유기징역’, 강간 등 상해·치상과 2명 이상 강간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판사들은 양형(형량 결정)기준 뒤에 숨지 말고 국회가 만든 법대로 선고해야 한다. 1심에서 고심하며 선고한 형량을 항소심에서 줄이는 일도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매일 당신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니 절대 싸움을 멈추지 말아 주세요. 작가 앤 라모트가 말했듯 등대는 배를 구하기 위해 배가 가는 길을 늘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그저 그곳에 서서 빛을 비출 뿐이죠. 저는 희망합니다. 당신이 한 줌의 빛을 품은 사람이기를. 당신이 침묵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를.”


글은 힘이 세다. 에밀리가 쓴 편지의 힘으로 한국의 남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강간범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함께 숨 쉬고, 웃고, 떠들며, 분노하던 친구, 동료·선후배다. 어쩌면 우리 자신들의 그림자다. ‘순간의 실수’ ‘충동을 못 이긴 사고’라고 안타까워하고 “여자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수군대는 마음에서, 성폭력을 욕하면서 즐기는 그 마음에서 성범죄는 자란다. 남성들에게도 한 줌 빛이 있다면 그것은 한때의 분노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반성,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화에 등을 돌리는 연습에서 시작될 것이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14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축복을 부르는 호출 신호다. 감사하면 축복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10개 계열사, SK네트웍스 등 SK그룹 17개 계열사의 전산망을 해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함

- 지금까지 확인된 유출 문서만 4만2608건에 이르며, 북한은 대한항공 전산망에서 미군의 F15 전투기 유지 보수를 위한 매뉴얼과 도면, 날개 설계도, 제원 등을 비롯해 중고도 무인정찰기 관련 자료, 연구개발(R&D) 자료 등을 빼갔고, SK네트웍스서비스에선 우리 군의 업무 전산망 관련 자료를 탈취했음



<< 경제 일반 >>

1.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300억원대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두 사람의 개인 금전출납 자료도 확보했함

- 검찰은 회계자료 조사를 통해 이 돈의 성격을 파악한 뒤 비자금으로 드러나거나 불법적 성격이 밝혀지면 사용처를 추궁할 계획임


2.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봐가면서 (현대상선과의) 합병이나 경쟁 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함

-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 지난 4월 말 이후 정부차원에서 양대 해운사 합병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임


3. 삼성그룹이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 대한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제일기획을 그룹 내에 두기로 함

- 당분간 회사 매각보다는 자생력을 좀 더 키워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겠다는 계획임


4. 카카오톡이 대리운전 서비스 카대리를 지난달 말 출시한 뒤 퇴근길에 잠시 대리운전 기사로 뛰는 ‘알뜰 투잡족(族)’이 늘고 있음

- 카대리는 대리기사업체의 배차시스템과 달리 철저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대리운전을 부르는 이용자의 위치와 가까운 기사에게만 ‘콜’ 정보가 보이기 때문에 기사 간 경쟁이 덜하게 되며, 따라서 투잡족은 운 좋게 행선지가 맞으면 대리기사로 뛰고, 안 맞으면 평소처럼 집에 가면 그만임


5. 네이버가 다음달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을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하면서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사진)가 24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됨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1000억원대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옴



<< 금융/부동산 >>

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우려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함

- 13일 코스피지수는 38.57포인트(1.91%) 하락한 1979.06에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3.51% 급락한 16,019.18을 기록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21% 떨어진 2833.07까지 폭락함


2. 신용보증기금이 수출 실적이 없어도 잠재력이 인정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희망기업에 대한 특례보증’을 시행하기로 함

- 지금까지는 수출 계약서 등이 있어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수출 준비 단계부터 컨설팅해주며, 이 밖에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은 별도로 선정해 3년간 집중 지원하는 ‘수출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플랫폼 확충 방안’을 시행함


3.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하남시) 아파트 분양권 ‘다운계약’(거래금액을 낮춰 계약하는 것)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세무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됨

- 이에 따라 위례신도시 부동산중개업소 80%가량이 지난주부터 문을 닫았으며 분양권 거래도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알려짐


4.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용지에 들어선 한남더힐 244㎡(이하 전용면적)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80억~84억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최종 확인됨

- 3.3㎡당 분양가는 8180만원으로 국내 아파트 가운데 사상 최고가이며, 이로써 지난해 10월 3.3㎡당 7008만원에 분양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최고가 기록이 다시 갱신하게 됨



<< 국제 >>

1.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MS는 세계 최대 인맥 공유 사이트인 링크트인을 총 262억달러(약 30조7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함

- MS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힘을 싣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솔루션 ‘오피스 365’에 링크트인이 보유한 4억3300만여명의 인맥정보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짐


2. 13일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1~4월 일본 농림수산물 수출액이 사상 최대금액인 2368억엔(약 2조6200억원)을 기록함

- NHK는 농림수산물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선박을 이용한 아시아지역 과일, 채소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으며, 해운회사 닛폰유센은 저온·저산소 상태에서 농림수산물 신선도를 유지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로 수송 서비스를 하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스톡옵션(stock option) : 대부분 아시는 내용이지만 지식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기업이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임직원들에게 자사의 주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시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를 말하며, 주식매입선택권 또는 주식매수선택권으로 불리기도 함. 

경영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할 때 연간 봉급 외에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초기에 자금부족으로 급여를 제대로 주지 못하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 등에서 우수인력 유치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 

미국의 경우 유력기업의 75% 이상이 스톡옵션을 실시하고 있음.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40년 후 미세먼지 사망 1위 된다는 OECD 경고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보고서가 나왔다. OECD는 최근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보고서’에서 206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0년 기준 300만명에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 기준 사망자 수가 2010년 359명에서 1109명으로 늘어나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대기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OECD 비회원국인 중국의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의 두 배인 2050명이나 된다고 봤다. 현재 각종 대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가 일본(468명)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들을 제치고 1위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 손실에 앞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목숨까지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 농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벌써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대기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을 중국이나 몽골로부터 유입되는 황사를 비롯한 각종 공해 물질로 꼽고 있다. 전체 오염원의 50%쯤이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국내에서 발생하는데 석탄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산업체가 약 55%, 경유차 등 교통수단이 33% 정도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대기에서 이산화질소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석탄 화력발전소와 경유차가 미세먼지 오염도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의 건강’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재탕 삼탕식 정책에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용 증가가 수반되는 경유차 운행 감소나,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및 건설이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80기나 있으나 석탄에 비해 발전 단가가 높아 현재 가동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비용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의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1위라는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 나랏돈으로 로스쿨생 연수까지 보내려하나

교육부가 로스쿨 학생의 해외 연수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 취업역량강화 사업’에 해외 인턴십은 1인당 700만원, 국내 인턴십은 1인당 200만원으로 모두 13억 1400만원을 배정했다. 가뜩이나 ‘현대판 음서제’로 비난받는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자 과연 정부가 혈세를 써야 하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매년 로스쿨 학생 150명을 해외 기업이나 로펌, 국제기구에서 법률 실습 활동을 하게 한다고 한다. 항공료와 생활비 등 10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니 과도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연수에도 150명을 선발해 3억원의 예산을 쓰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육부가 이번 사업은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응해 국제 전문 법조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은 법률 분야 전문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로스쿨에서 해야 할 일이다.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 사업 계획안을 보고받고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로스쿨의 등록금은 연평균 1500만~2000만원에 이른다. 서민들은 가고 싶어도 엄두를 내기 어렵다. 입시 절차도 불투명해 부유층 자제들의 법조인 통로가 된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로스쿨 학생에게 해외 연수까지 나랏돈으로 보내겠다는 것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정책 입안자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다른 대학원 및 전문대학원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연수생을 뽑는다지만 결국 취약 계층은 일부만 선발될 것이다. 과거 한 국회의원의 아들이 국비 지원 해외 연수에 선정된 것처럼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연수 선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구나 로스쿨 학생들은 이미 다른 대학원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장학금 수혜를 누리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로스쿨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해 자기소개서의 부모 직업 기재가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며 입학 취소 대신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로스쿨 학생들의 연수 제도는 즉각 폐지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부는 이래저래 로스쿨을 비호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3. 20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20대 국회가 오늘 개원한다. 비록 법정 시한(6월 7일)을 넘겼지만 여야의 전격적인 원 구성 합의로 지난주 정세균 국회의장, 심재철, 박주선 국회 부의장 선출에 이어 18개 상임위원장을 뽑고 본격적인 의정 활동에 돌입한다.


20대 국회가 역대 국회와 비교해 그래도 순탄하게 문을 열게 됐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은 19대에서 넘어온 노동개혁법안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당의 반발이 거세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25% 인상안에는 새누리당이 반발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청문회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한 공방도 여전하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대 자금 지원에 대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폭로로 청와대의 ‘서별관회의’가 핵심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 연설도 관심거리다.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친 박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재개할 방침이다. 최근 일부 청와대 참모를 교체함으로써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이번 개원 연설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노동개혁 등 집권 4년차 국정과제의 중단 없는 개혁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야권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와 상생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진솔한 설명과 함께 향후 대처 방안을 국민에게 설득한다면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난국 그 자체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발목을 잡은 상황에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외교·안보 정세도 격랑이 일고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출발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의 3당 정립구도다. 어느 당이 일방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아니다. 식물국회로 지탄받던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국회가 되려면 여야 모두 국민에 약속한 협치 정신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외쳤던 민생정치를 이번에는 제대로 실천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기억해야 한다.


여야 모두 쟁점 사안에 대해 한발씩 물러나는 자세로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집권당은 ‘국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며 야당을 자극하는 대신 낮은 자세로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20대 국회는 합치의 정신으로 국민 지지를 받는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은 도입 당시의 취지가 분명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맞춰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언급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정 의장의 말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의원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4. 中어선 불법조업 무력응징 검토해야

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요원으로 이뤄진 ‘민정경찰’이 소총 등을 휴대하고 10일부터 한강 하구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퇴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립지대인 한강 하구 수역에 민정경찰을 투입한 것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중국 어선의 심각한 불법 조업 횡포에 비춰 당연한 조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무장 퇴거작전을 시작하자 중국 어선들은 북한 연안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단속이 쉽지 않은 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이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 규모는 지난 2013년 꽃게철인 4~6월 1만5500여척에서 2015년에는 2만9600여척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기승을 부려 이달 들어 하루 3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서해 NLL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올해 우리 어민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의 30%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지난 5일 우리 어민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했겠는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 어족자원이 황폐화하고 어민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포 작전 중에 중국 어선이 NLL 북한 쪽으로 달아나면 군사 충돌 우려로 단속이 어렵다는 해경 설명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해양주권과 어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든 어민들이 직접 중국 어선을 잡아 당국에 넘긴 일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 정부에 불법조업 방지를 위한 한·중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외교적 노력과는 별개로 과감한 나포와 수십억∼수백억 원 수준의 벌금 폭탄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총격을 가해 격침시키는 등 군사작전 수준의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도 불법조업 등을 단속하는 수산자원감시대 선박에 기관총, 고사총 등을 탑재하고 있다. 우리라고 무력 응징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5. '골육상쟁의 민낯'이 부른 롯데 수사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1967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사무실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 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아들 신 회장 자택과 집무실도 포함됐다. 롯데는 역대 정권마다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아 검찰 수사가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관 200여명을 투입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불거진 그룹 경영권 분쟁이 기폭제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롯데는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前)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 등 형제간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인 ‘형제의 난’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왔다. 두 형제간 진흙탕 싸움은 소송과 상호 비방에 그치지 않고 창업자인 아버지까지 정신감정을 받게 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키운 아버지를 자식들이 정신상태 운운하며 난도질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인 것은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패륜적 태도는 우리 사회로부터 철퇴를 맞기 마련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비자금 조성 혐의에 따른 횡령·배임사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에 수백명을 투입한 점은 사건을 롯데그룹 횡령·배임으로 마무리할 것 같지는 않다.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총수 일가 비리와 정·관계 로비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부산 롯데월드부지 용도 변경, 맥주사업 진출, 면세점 운영사업 수주 등 각종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검찰이 건전한 시장 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 대기업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롯데그룹 조사가 자칫 ‘대기업 때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기업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마당에 검찰의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6. 안전사고 빌미로 서울메트로의 덩티 키우려 하다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한 시민토론회에서 서울메트로 안전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이 경우 메트로 인력은 최소 400명 이상 늘어난다. 지방공기업 인원 채용은 중앙정부와의 협의사항이어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순 없다. 어제 서울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내는 등 시 일각에서 다른 목소리가 있는데도 박 시장이 밀어붙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이번 문제를 ‘직영화’ 프레임으로 몰아가 중앙정부 책임으로 몰 생각인 듯하다. 어제 “서울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매년 1조 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무임승차만으로도 적자가 4000억 원인데 중앙정부에서 한 푼 보조도 없다”면서 메트로 부실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하청사회가 되고 있다”는 과장된 발언이나 “시민들이 나서 달라”는 선동도 책임 있는 시장이 할 말이 아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를 맡은 은성PSD는 처음부터 메트로 퇴직 직원들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시민 돈으로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의 퇴직 후 일자리를 만들어준 데 이어 박 시장은 낙하산 인사까지 해서 메트로의 경영 부실을 심화시켰다. 그래 놓고도 운임 비용 탓만 하는 것은 박 시장의 책임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직영화를 한다고 해도 반쪽에 그칠 공산이 높다. 24개 역의 관리를 맡은 유진메트로컴이 2026년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이 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한 전면적인 직영화는 불가능하다. 스크린도어 사고가 없었던 도시철도공사는 직영이라고 서울시가 주장하지만 이곳은 안전 업무를 신호직에게 맡겨 사정이 전혀 다르다. 메트로에는 도시철도공사처럼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도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시스템이 없다. 직영한다고 반드시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박 시장은 어제 “즉흥적 피상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천문학적 누적 적자를 내면서도 매년 수백억 원대 성과급을 가져가는 메트로의 방만 경영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은 공석인 메트로 사장에 또 낙하산을 보낼 생각은 접고 용역업체의 관리감독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7. '구조조정 반대 파업' 조선사에는 혈세 지원 못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오늘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노조는 5조3000억 원의 자구계획 중 핵심인 특수선 사업 분할 및 인력 2000여 명 감축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해 17일 대의원대회에서 임금단체협상 관련 쟁의 발생을 결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8일 조선 및 해운업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지 1주일도 안 돼 조선업계 노조가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구조조정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작년 영업적자는 5조5051억 원, 부채비율은 7308%에 이른다. 2000년 경영난으로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뒤 투입된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만도 7조 원을 넘는다.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부실 규모가 커졌지만 대우조선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7400만 원으로 민간업체인 삼성중공업(7200만 원)보다 많다. 작년 10월 4조2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기 직전에도 임금협상에서 1인당 평균 900만 원의 격려금 조항을 집어넣다 질타를 받았다. 현대중 노조 역시 회사가 9개 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일 때도 임금 인상과 해외연수 확대를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벌였다. 


정부는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을 위해 1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발표하면서 조선 3사의 인력 30% 감축, 설비 20% 축소, 자회사 매각을 통한 10조3500억 원 규모 자구계획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조선사 노조의 반발 때문에 인력 및 설비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자구책은 빈껍데기에 불과해진다. 가뜩이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 수술이 아니라 조선 3사를 연명시키는 미봉책이란 비판이 비등한 판이다. 이런 마당에 파업까지 하려는데 국고를 털어 지원할 이유가 없다. 


조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를 누리다가 어려워지면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 임금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행태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 노조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여야 정치권도 개입을 자제해 구조조정의 성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8. 계파청산 선언 이틀 뒤 “친박 해체” 요구… 與혁신 불가능인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친박 쿠데타’로 물러났던 김용태 의원이 어제 “당의 계파는 친박(친박근혜)계 하나뿐”이라며 “새누리당에서 계파를 해체하라고 한다면 친박이 해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2016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 워크숍’에서 “이 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계파 청산 선언’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선언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나온 정면 반박은 ‘계파 청산’이 관제(官製) 선언과 다름없는 이벤트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 의원이 “계파란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서 이득을 봐야 하고 대장과 그 아래 서열구조, 운영원리가 있다”며 따라서 비박(비박근혜)은 계파가 아니라고 한 말도 일리가 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참패 이유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이런 ‘친박 패권주의’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여는 첫 워크숍이면 이 같은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반성과 개혁안을 도출해내고, 그 결과물로 계파 청산 선언을 내놓았어야 옳다. 그런데 친박계에선 총선 참패 책임을 따지는 것이 계파 조장 행위라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니 뒤늦게 친박 해체 요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새누리당 워크숍에선 교육·복지, 주거·환경, 일자리·경제, 청년·소통 같은 정책과제를 놓고 1시간 30분씩 분임토론을 했다고 한다. 계파 청산 선언의 배경이 된 공천 파동과 총선 참패 책임, 탈당 의원 복당 같은 핵심 사안을 아예 토론 주제에서 뺐다는 것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혁신의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위원장이 된 뒤 “사적인, 정파적인 이익을 위한 파당은 국민 지지를 떠나게 한다”며 획기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다짐은 허언(虛言)이었던 모양이다. 혁신 논의가 실종된 것을 문제 삼아야 할 비박 의원들도 상임위 배정을 받기 위해 친박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니 ‘웰빙 새누리’의 행태는 친박이나 비박이나 마찬가지다.


혁신비대위는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면 복당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로 했으나 김 위원장은 손도 못 댈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민의를 담아 내달 중순 발간 예정인 ‘국민 백서’를 놓고도 분란만 커질 우려가 있으니 내놓지 말자는 주장이 나온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당시 민주통합당이 한상진 서울대 교수에게 의뢰해 친노 패권주의 문제 등을 지적한 대선 평가 보고서를 만들고도 친노(친노무현)계 반발로 덮는 바람에 반성의 기회를 놓치고 국민 지지도 잃은 길로 가려는 듯하다. 이런 식이면 혁신비대위를 조기 해체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친박 대표나 뽑으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김 위원장은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9. 외교장관의 방러, 적극적 다원외교 계기되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러시아로 떠났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한다. 놀라운 점은 2013년 장관 취임 이후 첫 러시아 방문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이에 따른 3월 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 채택 이후 100일이 넘은 시점의 방러는 만시지탄이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하나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6자회담 참가국이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합의했던 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개입해 채택을 하루 늦춘 것은 물론 내용도 완화시켰다. 북핵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미·중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 러시아에 한국 고위급 인사의 ‘외교적 스킨십’이 이토록 소홀했던 것은 국익 차원의 문제다. 실제로 양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 방안을 전화로만 협의했다. 지난 2월 안보회의가 열렸던 독일 뮌헨과 지난 4월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가 개최됐던 중국 베이징에서 양자 회담을 열었을 뿐 서로 상대 국가를 방문하는 적극 외교는 없었다. 자칫 러시아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최근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반대와 우려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도하는 극동 개발과 양국 물류 연결 등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할 사안이 적지 않다. 북핵 사태로 중단된 남·북·러 3각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윤 장관의 이번 방러가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 일변도의 ‘G2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원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와 동북아 정세, 핵심 주변국들의 외교정책이 급변하는 상황이 아닌가.

[매일경제]

10. 네이버 라인 해외상장, 기업 글로벌 영토 확장 큰 의미

네이버 자회사인 메신저 서비스기업 라인이 다음달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한다. 라인은 2000년 네이버재팬으로 출발한 네이버 100% 자회사로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한 지 5년 만에, 해외 상장을 추진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 기업의 인수·투자 방식이 아닌 해외 자회사를 설립한 후 성장시켜 글로벌 증시 2곳에 동시 상장하게 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쾌거라 할 만하다. 라인은 본사와 별개로 독자적인 서비스 플랫폼과 비즈니스모델을 갖춰나갔고 기업공개로까지 연결시켰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올 들어 일본 내에서 이뤄진 기업공개(IPO) 중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것은 네이버가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철저한 일본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일본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태국, 대만 등에서도 현지인 취향을 공략한 마케팅으로 1위에 올랐다. 현재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시장은 미국 중국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고 유럽 기업조차 발을 들이밀지 못하는 상황인데 한국에 뿌리를 둔 기업이 독자적인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라인은 상장을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확보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네이버 측도 "일본 및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인터넷 기업으로 해외에서 성공신화를 만들 기회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와츠앱, 중국 텐센트의 위챗 등과도 힘겨루기를 해볼 만하다. 물론 라인 월간 실질 사용자 수가 2억1840만명으로 와츠앱(10억명), 위챗(6억5000만명)에 밀리고 일본 태국 대만 등 아시아권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이용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도 악재지만 상장으로 마련한 실탄으로 동남아 국가를 발판 삼아 북미 유럽 등으로 영토확장을 꾀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메신저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새로운 서비스와 혁신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고전 중인 다른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라인의 현지화를 통한 해외 상장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주요 신문칼럼

1. [프레시안]사패사 살인, 정말 1만5천원 때문일까?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에서 6월 7일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검거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모양이다. 최근 흉흉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 누구나 착잡한 마음일 텐데, 그나마 사건 발생 3일 만에 유력한 피의자가 잡혀 다행이다.


피의자 정모 씨(45)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동기에 성폭행이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가 뉴스의 주요 관심거리로 보도되고 있다. 나에겐 단위가 다른 비슷한 두 개의 숫자가 뇌리에 남아서 떠나지 않는다.


먼저 1만5000원.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피해자의 지갑에서 빼앗아간 돈이다. 사람 목숨 값이 1만5000원이고, 1만5000원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식의 설명은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다 하여도 무척 불편하다. 결과로서 피해자가 우연찮게 강탈당한 돈이 1만5000원인 것이지, 범인이 그 돈을 노리고 범행을 벌이지는 않았을 터이다. 피해자의 지갑 안에 1만5000원밖에 없었음을 사전에 알았다면 범인이 범행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일단 1만5000원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설명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강탈할 금액이 1억5000만 원이거나 15억 원이면 살인의 동기로 납득할 만한 금액일까. 영화 <몽타주>(2012년 개봉)에서 아동 유괴범이 제시한 금액이 5000만 원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범행과정에서 유괴한 아동을 죽게 만들어 범인은 결과적으로 살인의 대가로 5000만 원을 수중에 넣는다. 


언론보도에서는 죽음의 값어치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흔히 관련된 금액이 특정된다. 그 금액이 영화 <몽타주>처럼 계획되었을 수도 있고 사패산 사건처럼 아닐 수도 있다. 또 사패산 살인사건처럼 1만5000원일 수도 있고, 영화처럼 5000만 원일 수도 있다. 사전에 어떤 금액이 계획되었든, 모르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금액이 결정되었든, 또한 그 금액이 크든 작든, 돈을 목적으로 한 살인사건에서 유일한 사건은 돈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간단하게 사람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세상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실체적 진실로 생활에 밀착한 상황은 소름끼친다. 


나아가 비록 사후적으로 확정되었지만 1만5000원이란 푼돈이 상징하는 살인범죄의 '생활밀착' 극치는 사회병리가 일반적인 생활인에게 보편적 위험으로 전가된 악몽으로 규정될 수 있다. 1만5000원은 인간 목숨의 교환가치가 아니라 보편적 위험으로의 입장료이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나쁜 짓 혹은 '죽을 짓'을 하지 않아도 노래하다가 죽을 수 있고, 등산하다가 죽을 수 있고, 게다가 숨 쉬다가도 미세먼지로 죽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기억에 남은 또 다른 숫자는 1시간 반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사건발생 3일째인 10일 밤 10시 55분쯤 의정부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현재 검거 상태인 정씨가 자신이 사패산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때까지 경찰은 살인현장으로 이어지는 사패산 샛길 폐쇄회로(CC)TV 분석과 DNA 대조에서 딱히 명확한 단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보도를 근거로 체포과정을 정리하면, 전화를 받은 의정부경찰은 장난 전화가 아니라 피의자의 자수임을 직감하였다. 정 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범행을 고백한 데 이어 자신이 현재 강원도 원주시내에 있다고 밝혔다. 소재를 밝히는 순간 형사들이 원주시로 급파되었고, 그 사이에 고참 형사가 정 씨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기사에는 "그 사이 정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도주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곧바로 기지가 발휘됐다. 형사들이 (원주에) 도착하기 전까지 통화를 계속하기로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의정부 경찰서에서 정 씨가 있는 곳까지는 빨리 가도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의정부 경찰은 중간중간 끊었다가 통화하기를 반복하며 정 씨를 안정시켰고, 용의자의 심리를 아우르고 달래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긴박하기 그지없는 범죄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 체포 작전은 급파된 의정부 경찰이 11일 오전 0시 33분에 그때까지 통화를 하며 바람을 쏘이고 있던 정 씨를 살인 혐의로 검거하면서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무용담을 연상케 하는 기사를 읽으며 든 생각은 정 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의정부 경찰은 지근의 원주지역 경찰에게 연락하는 대신 1시간반 이상 떨어진 거리임을 알면서 왜 자기네 형사들을 보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영화 <몽타주>를 보면 범인 체포과정에서 두 형사가 순차적으로 용의자를 덮친다. 먼저 용의자를 넘어뜨린 주인공 형사(김상경) 대신에 나중에 숟가락을 얹은 격인 조연 형사(조희봉)가 수갑을 채운다. 이후에 조희봉은 자신이 범인을 체포했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극중에 나온다. 


"민첩하게 대응하였다"고 보도된 의정부 경찰이 굳이 자기네 형사를 보낸 이유가 설마 영화와 같은 이유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일주일을 힘들게 일하다가 하루 시간을 내 산행을 통해 모처럼 휴식을 취하려다 불귀의 객이 된 피해자를 생각하면 영화 같은 발상은 현실에서 나타나선 안 된다. 그렇다면 원주지역에는 용의자를 잡으러 출동할 만한 믿을 만한 경찰이 없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1시간 반 통화하는 동안 정 씨는 아무 때고 전화를 끊고 다른 곳으로 잠적할 수 있었다. 1분 초가 중요한 시점에 굳이 자기네 인력 말고는 아무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경찰조직이 무능하기에, 혹은 공조나 긴급한 업무협조가 안 되기에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었을까.


안 했어도 문제, 못 했어도 문제이다. 만약에 영화와 같은 이유로 정 씨를 검거하는 데 1시간 반을 허비하였다면, 의정부 경찰은 문책을 받아야 한다. 아직 피의자 신분이지만 정황상 범인인 정 씨가 또 만약에 통화 중 도주하였다면 국민은 또 한 명의 살인범과 함께 생활하는 가중된 보편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1분 1초를 아끼지 않고 기꺼이 1시간 반을 받아들이는 경찰의 태도가 1만5000원을 보편적 위험의 입장료로 기능케 하고 있다.

2.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혈액형은 우열이 없다

의학 역사상 가장 많은 목숨을 구한 위대한 발견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ABO식 혈액형의 발견이다. 이전에는 부상이나 수술·출산 중에 과다 출혈로 숨지는 일이 많았으나 수혈이 가능해지면서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 


피가 온몸을 순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613년이다. 그때부터 모자라는 피를 보충하거나 노쇠한 몸의 피를 건강한 피로 바꿔보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처음에는 동물의 피를 주입했다가 나중에는 사람의 피를 넣었다. 그러나 모든 수혈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성공한 듯 보이는 사례도 있었으나 다음 시도에서는 실패가 반복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수혈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의문이 풀렸지만, 혈액형이 다른 피가 섞이면 적혈구가 엉기는 응집 현상이 일어나 모세혈관을 막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아낸 이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이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법령이 유대인은 의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해 대학 때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대 병리해부학연구소에서 자신과 연구원들의 피를 뽑아 여러 가지 조합으로 실험해본 결과 피를 엉기게 하는 응집소가 두 가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각기 다른 응집소를 보유한 혈액형을 각각 A형과 B형으로 구분하고, 두 응집소와 섞여도 엉기지 않는 혈액형은 C형이라고 명명했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내용을 담은 논문 '정상인 혈액의 응집 현상'을 1901년 11월 14일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그의 제자들이 두 응집소와 모두 반응하는 AB형을 찾아냈다.


1923년 미국 록펠러의학연구소로 옮긴 란트슈타이너는 그때까지 1, 2, 3, 4 혹은 A, B, C, AB로 나라마다 다르게 불리던 혈액형을 A, B, O, AB로 통일하자고 제창했다. C형은 응집원이 모두 없다는 의미로 숫자 '0형'으로 불렀다가 나중에 알파벳 'O형'으로 굳어졌다. 란트슈타이너는 ABO식 혈액형 말고도 1926년 MN식 혈액형과 P 혈액형을 더 발견했고 1940년 Rh 혈액형도 발견했다. 이밖에도 여러 학자의 추가 발견으로 혈액형은 모두 1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제수혈학회가 주요 혈액형 분류법으로 고지하는 것은 30여 가지이며, 수혈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혈액형은 ABO와 Rh뿐이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공로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혈액형의 존재가 알려지자 지역별·인종별 혈액형 분포를 집계해 그 차이를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폴란드 출신의 루트비히 히르슈펠트는 8천500여 명의 혈액형을 분류해 인종계수를 산출한 뒤 "진화한 민족일수록 B형보다 A형이 많다"는 연구 결과를 1919년 발표했다. 인종계수는 A형 인구를 B형 인구로 나눈 값으로, 서유럽인들은 모두 2.0을 넘었고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은 그 이하였다. 유대인이나 러시아인도 1.3에 그쳤으며 흑인은 0.8이었다. 인도인이나 베트남인은 0.5에 불과했다. 


이를 본격적인 민족우월주의로 연결해 식민지 지배나 전체주의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1922년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교실의 기리하라 신이치(桐原眞一) 교수와 제자 백인제는 조선 거주 일본인의 인종계수는 1.78인 데 비해 조선인은 평균 1.07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기리하라 교수는 일본인이 조선인보다 서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내세워 '탈아입구'(脫亞入歐)의 논리를 두둔하는 동시에 경기(1.00)나 평북(0.83)보다 전남(1.41)은 일본과 유사성을 보인다며 '내선일체'(內鮮一體)의 당위성을 시사했다. 독일의 인류학자 오토 레헤도 히르슈펠트의 연구 결과를 인종차별의 근거로 사용하려 했다. 심지어 독일 나치 정권은 우생학을 내세워 유대인의 말살을 꾀하는 단종법(斷種法)을 제정하기도 했다. 유대인이던 란트슈타이너로서는 통탄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혈액형뿐 아니라 피부 빛깔이나 모발의 형태 등 그 어떤 신체적 차이도 종족 간의 우열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 현대과학의 통설이다. 미국의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도 명저 '총, 균, 쇠'에서 "미국의 수많은 심리학자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들이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보다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음을 입증하려고 수십 년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허사였다"고 지적했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밝혀내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혈액형 성격설이 유독 일본과 한국에서만 유행한다는 사실은 일제의 식민지배 논리를 떠올릴 때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4일은 '세계헌혈자의 날'이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란트슈타이너의 탄생일에 맞춰 헌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헌혈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적십자사 주관으로 해마다 기념식과 축하 공연을 열고 있다. 이날을 맞아 허황한 혈액형 성격설에 호기심을 품기보다는 혹시라도 우리 안에 인종차별주의나 에스노센트리즘(자민족 우월주의) 성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이웃을 위해 헌혈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3. [동아일보][데스크 진단]왜 사람들은 '순백의 만찬'에 모였을까

11일 저녁 수십 명의 남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옷으로 차려입고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서 나와 잠수교로 향하는 행렬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 한복을 입고 레이스 양산을 쓴 여자, 중절모를 쓰고 트렁크를 끄는 남자…. 의상과 소품까지 온통 흰색이었다.


역시 흰 드레스를 입고 머리엔 커다란 흰 꽃 장식을 한 나를 보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물었다.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었다.


“오늘 무슨 일 있나요?” 


“네, 오늘 세빛둥둥섬 앞에 사람들이 흰색 옷 입고 모여 저녁 먹어요.”


이날 열린 행사는 제1회 ‘디네앙블랑 서울’이다. 1988년 프랑스인 프랑수아 파스키에 씨가 친구들과 연 디너파티 ‘디네앙블랑(Le D^iner en Blanc·흰색 차림으로 저녁 먹기)’에서 비롯됐다. 파스키에 씨는 많은 친구들을 초대해 드넓은 불로뉴 숲에서 파티를 열면서 서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흰색 옷을 입도록 했다. 손님들은 이 색다른 경험에 흡족해했고, 이후에도 이런 파티가 열리기를 원했다.


여기에서 콘셉트가 탄생한 디네앙블랑은 프랑스 궁정문화를 재현한다는 취지로 음식, 패션, 공연을 즐기는 야외 복합문화 행사로 발전했다. 그동안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앞 등 파리 주요 명소 주변에서 열려 왔다. 매번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 8일(현지 시간)엔 올해로 28주년을 맞은 이 행사가 파리 방돔 광장에서 열렸다.


또 세계적으로 상표등록을 한 ‘디네앙블랑’은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 25개국 60여 개 도시에서도 열리는 국제적 행사가 됐다. 그제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린 첫 서울 행사에는 12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흰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참석한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디네앙블랑이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모습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은 ‘순백의 만찬’에 모였을까. 세 가지로 이유를 정리해 봤다.


① 자발적 참여의 즐거움


이 행사는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참가비(두 명에 90달러)를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모든 참가자는 ‘우아한 흰색 옷차림’을 하고 테이블과 그릇, 음식을 직접 준비한다. 서울시내 네 군데 집결지를 미리 공지하고 만찬 장소는 행사 시작 2시간 전에 집결지에서 알려줬다. 고속터미널역은 그 집결지 중 하나였다. 


간호사라는 한 30대 여성은 친구들과 순백의 테이블을 꾸몄다. 화이트와인과 테이블 꽃 장식도 트렁크에 챙겨 왔다. 왜 여기에 왔느냐고 묻자 “내 인생에 이런 드라마틱한 경험을 언제 또 해 보겠느냐”고 말했다. 스스로 모인 사람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옆 테이블의 모르는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②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축제


야외 행사장에 어둠이 내려앉자 재즈 공연 등이 오후 11시까지 이어졌다. 사회자도, 진행자도 없지만 다들 무대 앞에 나가 음악과 춤을 즐겼다. 행사에서 만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삶을 즐길 줄 안다. 판을 벌여주면 언제든 놀 준비가 돼 있다. 기성세대처럼 쭈뼛거리지 않는다. 갑갑한 미래를 괴로워하는 대신 이렇게 욕구를 분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간 지인은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 즉 ‘축제하는 인간’의 시대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③ 나만의 SNS 콘텐츠를 찾아서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디네앙블랑 서울’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 게시물이 주렁주렁 올라왔다. 해시태그는 SNS에서 검색이 편리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로, 누구나 SNS에서 ‘#’ 뒤에 단어를 넣으면 원하는 정보를 모아 볼 수 있다.


1200명이 흰색 옷을 입고 만찬을 즐기는 모습은 반포 한강공원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흥밋거리였다. 흰 백합과 화이트와인, 흰 풍선과 화사한 미소들….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한 참가자는 “오래 추억에 남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리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전날인 1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낮추면서 사상 최저 금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온 나라가 가계 소비를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소비는 합리적 계산 말고도 감성적 요인의 영향을 꽤 받는다. 요즘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하고 싶은 인간에게 어떻게 즐거운 소비의 장(場)을 펼칠 것인가. 소비자의 감성 취향을 저격할 ‘무기’가 있는가. ‘순백의 만찬’에 모인 인파를 보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작은 실마리라도 얻었으면 한다.

4. [중앙일보][김호정의 왜 음악인가]바이엘·체르니, 그 다음엔?

19세기 오스트리아 작곡가가 한국 사람들의 기질을 예측이라도 했던 걸까. 카를 체르니(1791~1857)는 유독 한국에서 빅 히트를 쳤다. 체르니는 좋은 피아니스트였다. 무엇보다 베토벤 작품의 해석을 잘 해서 유명했다. 베토벤의 제자기도 했고 나중에는 좋은 피아노 선생이 됐다. 프란츠 리스트라는 명 피아니스트를 길러냈고 그 밖에도 크게 된 제자가 많았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는 ‘100ㆍ30ㆍ40’ 같은 숫자와 늘 함께 불리는 작곡가다. 우리에게 체르니는 하나의 문화 코드다. 체르니의 노하우가 들어있는 연습곡 100곡을 묶은 연습곡집 100권을 떼고 30권으로, 40권으로 가기 위해 무던히 애 썼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또 체르니 덕분에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40이라는 고지에 올라본 이라면 30에서 좌절했던 이보다 우수한 게 당연하다.

그러느라 못 보고 지나친 게 많다. 나는 한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앙코르로 체르니 30권 중 한 곡을 듣고 소스라친 적이 있다. 공들인 음색, 풍부한 페달, 적당한 강약 조절이 들어간 그 곡은 아름다웠다. 30권을 얼른 떼고 40권으로 가기 위해 숨가쁘게 연습할 때는 알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었다. 한때는 30-40-50이라는 피라미드형 설계야말로 아름답다 생각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당장 해결할 과제도 선명했다. 약간의 경쟁심, 동년배와 비교 같은 것도 야릇한 쾌감을 불렀다. 하지만 음악을 어떻게 듣고 표현해야 하는지 여유있게 배우기는 힘들었다.

(잘 연주하면 아름다운 체르니의 연습곡. 30권 중 4번이다. 한 피아니스트가 앙코르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유튜브에서는 그렇게 공들인 연주를 찾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움을 못 본 채 지나간다.)

(이 또한 체르니의 작품이다. 기분 좋은 악상을 고전적으로 표현하는 작곡가다. 이런 작품들 역시 ‘연습곡’의 그늘에 가려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쇼팽의 연습곡 10-1. 무대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연습곡을 작곡한 건 쇼팽이지만, ‘연습곡’이라는 아이디어를 시작하고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건 체르니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취재를 위해 많은 국적의 피아니스트들을 만났지만 피아노 공부를 이렇게 시작하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 일제 시대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일본보다 한국에서 훨씬 고착화된 코스인 듯하다. 얼마 전 피아노를 시작한 여덟살 조카마저 ‘바이엘-체르니’의 코스에 발을 올렸다. 30년 전 나와 달라진 게 없다.


다른 걸로 시작하면 안될까. 피아노 치면서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을 거고, 화음이나 리듬 쪽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공부하는 방법도 있을 거다. 이유도 모르는 목표에 우르르 올라타 안도감을 느끼는 건 음악 교육 뿐 아니다. 한국의 ‘체르니 코스’는 뭐든 잘 하기 위해 맹렬히 정진하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털어내는 사회를 보여준다. 교향곡ㆍ미사곡 같은 거대한 작품을 포함해 1000곡 넘게 음악을 남기고도 30ㆍ40 같은 숫자하고만 짝 지워지는 체르니에게 미안한 일이다.

5. [중앙일보][시론]오감을 버려라

요즘 경제가 어려워 서민 생활이 더욱 힘들다. 그래도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인생은 즐겁다. 활짝 핀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우리는 매일 보고, 듣고, 냄새를 맡으면서 삶의 맛을 오감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도 있다. 우리는 일터나 생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오감으로 만난다. 일터에는 눈에 보이는 먼지가 있고, 화학약품 냄새가 나고, 시끄러운 기계 소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감을 통해 위험을 쉽게 알 수 있다. 보이는 위험은 미리 대비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일터의 위험은 항상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인지역 소규모 사업장의 여성 근로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처했다. 신혼의 단꿈을 꾸던 이 여성 근로자는 파견직이었는데,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무색의 투명한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을 마시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미국은 1930년대에 금주법을 제정해 술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밀주가 유통됐고 이를 마신 사람에게 실명이 발생했다. 밀주에는 에탄올(술)과 비슷한 정제되지 않은 메탄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밀주를 마시다 메탄올에 의해 실명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메탄올에 의한 실명은 위장관으로 흡수될 때 나타난다. 공기 중의 메탄올을 폐로 호흡해 실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메탄올 중독에 의한 시력 손상이 발생했다고 알려졌을 때 전문가들조차 반신반의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사업장의 공기 중 메탄올 농도는 정부가 제시한 관리기준값의 5~10배에 달했다. 관리기준값은 근로자가 수십 년간 일을 할 때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수준의 농도를 말한다.

이러한 위험성이 있음에도 기준값보다 메탄올 농도가 훨씬 높은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은 왜 그냥 일을 했을까? 메탄올의 위험성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모든 용기마다 메탄올의 위험성을 표기하고 취급 요령 및 유해성에 대해 교육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불행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해성을 알았어도 그냥 일했을 것이다. 공기 중 메탄올 농도가 높아져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탄올의 공기 중 관리기준값은 200ppm이다. 냄새를 인식할 수 있는 농도(냄새역치)는 이의 열 배인 2000ppm 이상이다. 즉 건강장해를 크게 일으킬 수준에 노출되기 전에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자신이 메탄올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얼마만큼 노출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물과 현상을 오감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는 이처럼 오감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5년 노트북 부품 공장에서 태국인 근로자들이 화학물질(노멀헥산)에 의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집단 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노멀헥산의 관리기준은 50ppm이지만 냄새역치는 200ppm이 넘는다. 건강에 해가 되는 관리기준값의 4~5배에 노출됐는데도 근로자들은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화학물질은 독성을 알아도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는 알 수 없다.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 그래서 직업병은 자신이 왜 질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냄새역치가 관리기준값보다 낮은 경우에는 사실상 건강에 영향이 없지만 근로자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봐 불안에 떤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스티렌이란 물질은 관리기준이 20ppm이지만 1ppm 내외에서 냄새가 난다. 이 물질을 사용하면 주변에 냄새가 진동한다. 혹시 화학물질에 의한 건강장해가 있을까 염려하지만 관리기준값 이내면 별다른 이상은 없다. 그러니 냄새를 맡았다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럼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감을 버려야 한다. 유해성은 오감과 일치하지 않는다.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안전하다곤 할 수 없다. 반대로 먼지가 보인다고, 냄새가 난다고 높은 농도에 노출되거나 건강장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화학물질은 사람의 오감으로는 독성의 정도를 알 수 없다. 독성이 있는 물질을 사용한다는 사실만 안다는 것으로 중독을 예방할 수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고, 냄새가 난다고 유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는 법에 정해진 대로 공기 중의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작업 방법이나 사용물질이 바뀌거나 작업량이 많아지면 작업환경을 측정해야 한다. 특히 냄새역치가 높은 화학물질은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근로자의 오감에 의존하지 말고 실제 노출되는 농도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치명적인 후유증을 초래하는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13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면 세 가지 축복이 찾아든다.

첫째는 물질의 축복이요, 둘째는 마음의 넉넉함이요, 셋째는 능력의 축복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롯데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대표 등 24명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함

- 검찰은 다른 혐의가 나오면 출금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출금 조치 전에 출국한 신 회장과 소 사장은 국내로 들어오는 대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짐


2.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섬

- 업계에 따르면 TF는 우선 `법으로 보호받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음


3. KDB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 보유 핵심 자산인 거제삼성호텔에 대해 채권은행과 협의 없이 설정했던 근저당권을 석 달 만에 해지하기로 함

- 지난 4월 설정된 이 근저당권은 거제삼성호텔에 담보가치의 8배 규모로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음


4.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폴라에너지앤마린은 회사가 보유 중인 폴라리스쉬핑 지분 7.55%(10만3000주)를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음

-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지분을 분산시키는 작업에 착수한 것임



<< 금융/부동산 >>

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인하한 지난 9일 증권시장 고객예탁금이 1조원가량 급증함

-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거나 주식 매각 뒤 찾아가지 않은 돈으로, 예금금리 ‘0%’대의 현실 앞에 시중자금이 증시로도 몰리고 있다는 분석임


2.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등에 들어간 기업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이끌어내면서 일반투자자들로부터도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차등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처음 허용될 전망임

-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조5252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채권단(사채권자, 용선주 포함)과 일반투자자에게 주식을 차등배정하는 방안을 금융감독원과 협의 중이며, 채권단과 일반투자자 그룹으로 나눠 채권단에 우선청약권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음


3.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기업의 과잉 부채 문제를 겨냥해 기업 부채 문제를 하루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내용의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음

- IMF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까지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으로서, 그동안 중국 경제에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왔음


4.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압구정지구 일부 아파트는 2주 새 1억원가량 상승함

-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개포지구 최대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2㎡는 4월 8억2000만~8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9억원에 매매된 데 이어 이달 들어 호가가 9억4000만원으로 상승함

- 오는 8월 재건축 정비계획변경안 발표가 예고된 압구정지구 상승폭은 더 크며, 압구정 신현대12차 전용 85㎡는 3월 14억2750만원, 4월 14억6500만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 말부터 급등, 지금은 16억원에도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임



<< 국제 >>

1.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23일)를 열흘 앞두고 글로벌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음

- 지난 10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4% 폭락했으며, 반면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가치는 급등함

-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를 앞서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음


2.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12일 새벽(현지시간) 인질극과 총격이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함

-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께 올랜도에 있는 동성애자 클럽인 ‘펄스’에서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괴한이 인질극을 벌이며 총기를 난사,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 같은 희생자 규모는 32명이 숨진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고객예탁금

- 증권회사가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등과 관련하여 고객으로부터 받아 일시 보관 중인 예수금을 말함. 

고객예탁금은 고객이 주식 및 채권을 사고 팔기위해 증권회사에 맡긴 자금과 주식, 채권을 매도하고 인출해 가지 않아 증권회사에 남아있는 자금이다. 이러한 자금에는 위탁자 예수금, 청약자 예수금, 저축자 예수금, 환매조건부 예수금, 신용거래구좌설정보증금, 신용거래보증금 등이 있음.

또 '실질 고객예탁금'은 총 고객예탁금에서 개인 순매수 금액과 미수금, 신용잔고 증가분을 뺀 것으로 증시에 새로 들어온 돈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10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믿음의 온도계다. 뜨거운 감사는 뜨거운 믿음의 결과요, 믿음이 없으면 감사도 없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외국 선주 22곳과 3년6개월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선박 임차료) 2조5300억원 가운데 21% 수준인 약 5400억원을 낮추는 내용의 용선료 인하에 최종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은 사실을 10일 발표할 예정임

- 연간 1조원 정도 지급하던 비싼 용선료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현대상선의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옴


2.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해운업이 운임 상승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음

-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첫째주 589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이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 3월(434포인트)보다 35.4%가량 상승한 것임


3.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이 9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그리스 해운회사로부터 7만4000DWT(재화중량톤)급 유조선 4척(옵션 계약 2척 포함)을 수주함

- 2척은 확정 계약이고 2척은 추후 상황을 봐서 추가 발주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으며, 이번에 수주한 중형 유조선 1척당 가격은 약 4400만달러(약 510억원)로 알려짐


4.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이고 공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9일 발표함

- 이에 따라 하림 셀트리온 카카오 등 37개 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며, 이번 개선안으로 대기업집단 수는 역대 최저인 28개로 줄어들게 됨


5.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한라(옛 한라건설) 임직원 700여명에게 한라 보유 주식 100만주를 무상으로 주기로 함

-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하며 5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설명임



<< 금융/부동산 >>

1.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낮춤

- 금리 인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내수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으로서, 기준금리는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함


2.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리면서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인하도 불가피해짐

- 현재 연 1.3% 수준인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0%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금리는 연 2% 중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음


3. 다음달 2일부터 금융감독원이 새롭게 제시한 ‘펀드 투자위험등급 체계’가 적용됨

- 수익률 변동성에 따라 펀드별 위험 등급이 세분화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음달부터는 펀드를 고를 때 투자설명서에 나오는 ‘위험등급’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음


4. 농협금융은 계열사가 공동투자하고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블라인드펀드인 NH-아문디 하나로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 투자신탁을 조성했다고 9일 발표함

- 블라인드펀드는 투자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를 조성한 뒤 투자 대상을 찾는 방식의 펀드로서, 펀드는 은행 보험 증권 캐피털 자산운용 농협중앙회 등이 참여해 총 202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임



<< 국제 >>

1. 일본 최대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생산직 직원을 제외한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오는 8월부터 1주일에 하루, 2시간만 회사로 출근하면 나머지 시간은 집 등 외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함

- 근무 방식을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일본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블라인드펀드(blind fund)

- 투자 대상을 정해 놓고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기존의 펀드 방식과 달리,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를 설정하고 우량 투자 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를 말함.

만약 투자 대상이 확정된 후에 자금을 모집하면 이미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펀드가 투자 대상을 먼저 확보할 수 있으므로, 먼저 대략의 투자계획만 세우고 자금을 확보한 후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것임. 따라서 투자자금의 기본적인 운용계획은 짜여 있지만 실제로 어떤 상품에 자금이 투입되는지, 고객은 물론, 운용사도 사전에 알 수 없음.

특히 부동산이나 자원 등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으며, 대표적으로 PEF(프라이빗 에쿼티 펀드, 즉 사모펀드)나 부동산 투자펀드가 이에 속함. 

블라인드펀드는 미리 투자방안을 확정해 놓지 않으므로, 펀드 시장의 향후 변화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수익률 대비 안정성이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6월 9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파렴치 리베이트 의사 명단 공개하라

제약회사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의사와 병원 사무장 등 수백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45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들이다. 의사만 해도 290여명에 이른다, 단속 대상에는 돈을 전달한 제약회사 임직원들도 160여명 포함돼 있다. 단일 리베이트 사건으로는 검거자 수가 역대 최대라고 한다.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도입한 ‘쌍벌제’와 ‘투아웃제’가 무색할 뿐이다.


이번 적발된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교묘했다. 어느 제약회사는 처음 거래하는 의료기관에 ‘랜딩비’라는 명목으로 처방 금액의 최대 750%까지 현금으로 되돌려줬다. 속칭 ‘상품권 깡’을 하거나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카드로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뒷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유령회사와 다름없는 설문조사 대행업체나 도매상을 거쳐 의사들에게 현금과 법인카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은 간식 배달과 자녀 등교, 휴대폰 개통, 병원 컴퓨터 수리 등의 허드렛일은 물론 가족 생일 선물까지 챙기도록 했다고 한다. ‘감성 영업’이라는 핑계를 붙여 제약사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것이다. ‘갑질’ 치고도 악질에 속한다.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건네는 리베이트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약값 및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뿌리 뽑아야 할 파렴치 범죄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곤 한다. ‘쌍벌제’와 ‘투아웃제’로도 근절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말뿐인 자정노력에도 기대할 게 없다.


의약업계가 비리 관행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법규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원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명단을 전면 공개하고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등 발붙일 공간이 없도록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소속 병·의원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약사의 경우 애꿎은 ‘노예 직원’만 처벌할 게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

2. 섬마을 치안 대책, 뒷북으로 그쳐서야

경찰관이 상주하지 않는 외딴 섬마을의 경우 이장 등 마을 유지들이 ‘치안 지킴이’로 위촉될 것이라고 한다. 비상 연락망도 가동될 전망이다. 전남 신안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마련하고 있는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이다. 주민이 거주하는 섬마을이 전국적으로 4000개 안팎에 이르지만 그중 치안 시설이 없는 곳이 무려 70%에 이른다는 점에서 솔깃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도서지역이라면 치안이 취약할 텐데도 아직 그러한 방안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씁쓰레할 뿐이다. 그러니까 ‘염전 노예’니, ‘새우잡이 노예’니 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치안 수요가 많고 적고를 떠나 당연히 진작부터 시행됐어야 하는 대책이다. 이번 사건이 다행히 세상에 알려졌기에 망정이지 그동안 신고도 없이 묻혀 버린 불상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뒷북 행정은 교육부 차원의 보완 대책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여교사를 낙도나 오지로 발령내지 않도록 한다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급한 대로 여론의 눈치를 피해 가려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들이 군대에서도 남성들과 거의 비슷하게 훈련 받는 모습을 감안한다면 그런 발상 자체가 차별이다. 동일한 기준에 따라 근무를 시키면서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 여건을 개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섬마을 학교의 관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지어진 지 오래된 탓에 곰팡이가 끼거나 벌레가 나오는 경우를 제쳐놓는다 해도 외부인의 침입에 대처가 어렵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절반쯤은 범죄에 노출된 셈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신규 임용자들을 우선 배치하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 낙도 근무를 두고 ‘유배지’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도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이미 여러 대책이 제시됐지만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섬마을 학교 주변에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관사의 잠금장치나 방범 창살 및 비상벨 시설이 조속히 보완돼야 한다. 지역별로 보건지소 등과 관사를 공동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낙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1100여명의 여교사들이 더 이상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급한 보완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3. 20대 국회 원 구성 협사용 타결, 협치로 이어가길

여야가 8일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타결하고 9일 의장단 선출, 13일 18개 상임위원장 선출 및 개원식을 갖기로 했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맡고, 2명의 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몫이 됐다. 18개 상임위원장은 새누리당 8개, 더민주 8개, 국민의당 2개로 배분하되 쟁점이 된 상임위를 적절하게 나눴다. 비록 법정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더 늦지 않게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마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원구성 협상에 돌파구가 열린 것은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섰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새누리당이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총선 민의를 수용한 잘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만 일찍 결단을 내렸다면 20대 국회가 또다시 법정 시한을 어겼다는 지탄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총선 결과로 나타난 명백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타성에서 비롯한 시행착오다. 현실 정치구도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절충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이런 시행착오는 거듭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민심의 흐름도 결코 정부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일보가 창간 61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총선 직후에 비해 상승했으나 여전히 30%대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30.0%로 총선 직후보다 다소 나아졌다 해도 더불어민주당 28.9%, 국민의당 19.3% 등 야당의 지지도 합이 50%에 육박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데 비하면 크게 열세다. 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인 영남의 경우, 대구ㆍ경북 지역은 총선 후 지지도를 회복해 가고 있지만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은 계속 하락세라는 점도 새누리당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국회운영과 국정을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직후 청와대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협치 분위기 조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행사, 원 구성 협상 난항 등으로 협치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진 게 사실이다. 여야는 이번 원 구성 협상 경험을 교훈 삼아 민심의 뜻이기도 한 협치의 토대를 재구축해야 한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의 청와대 정무수석 기용이 여권내부 결속과 소통에만 그치지 않고 여야간 협치 확대에도 기여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4. 국제 제재 비웃는 北 플루토늄 생산 재개

북한 김정은 정권이 결코 가서는 안 될 길에 들어서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견고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미 국무부 고위 간부의 전언이니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영변 핵시설 내 5㎿급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빼내 식힌 다음 재처리 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폐연료봉에서 핵무기 원료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월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기존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연쇄 도발을 감행하자 지난 3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엘리트층의 집단탈출 등 그 효과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 도발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 초부터 의심스러운 재처리 관련 활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2013년 4월 5㎿급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춰 보면 지금까지 상당량의 폐연료봉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원자로 가동에 사용된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6㎏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고, 이는 핵무기 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미 확보한 40㎏ 외에 매년 6㎏씩 지속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축 우라늄은 이와는 별개니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위협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급히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어야만 하는 이유다. 더욱 공고한 제재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핵개발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것은 제재를 ‘종이호랑이’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제재 강도가 약해지고 대화 국면으로 바뀐 그동안의 ‘학습효과’ 탓도 클 것이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며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내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은 그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대북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상호 약속했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 치의 틈도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북한도 핵무기에 집착하는 한 파멸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 12조 붓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더 센 자구책 내놔야

정부가 조선·해운업계에 12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등이 대출 형식으로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1조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결국 조선·해운업계의 부실경영으로 누적된 엄청난 부채를 국민이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조선·해운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 때마다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정부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과제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초고강도의 자구계획 실천이 불가피하다. 경영진의 부실경영 및 도덕적 해이 근절도 필요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도 중단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금액을 쏟아부어도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국책은행에 대한 혹독한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지난해 4조 2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국내외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인건비를 30% 절감하는 내용의 추가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비상상황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진한 감이 있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임원 연봉을 5% 삭감하고, 직원들의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하겠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엄청난 부실 채권을 안고 있으면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실을 고려하면 삭감 폭을 더 늘려야 한다. 자구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이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경영 감시 등을 빌미로 지원 기업에 퇴직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내려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소속기업의 국책은행에 대한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 이는 국책은행의 부실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부실경영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국민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방만경영을 하고, 부실을 은폐하는 경영진을 처벌하지 않고는 기업이 살아날 수 없다. 검찰이 어제 대우조선해양의 전 경영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방만경영, 회계조작을 통한 부실 은폐, 도덕적 해이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구제금융이 아니라 ‘연명금융’이 될 게 뻔하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제금융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본인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혈세를 동원한 구제금융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만약 실패한다면 이 같은 폭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일보]

6. '대통령의 오른팔' 새 정무수석, 완정 찰 생각 말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새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직후부터 공천개입설 등을 둘러싸고 현기환 정무수석 문책론이 일었던 데 비하면 뒤늦은 인사다. 청와대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교체를 늦췄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김 정무수석의 인선 배경으로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를 들었다. 하지만 정무수석에게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소통 능력이어야 한다. 현 전 수석은 이 점에서 많이 미흡했다. 


김 신임 정무수석은 TK(대구경북) 출신의 핵심 친박에다 정무특보까지 지냈다. 그의 인선이 친정체제 강화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오른팔’을 내걸고 나섰던 당내 경선에서조차 참패해 총선 ‘진박 마케팅’의 역풍을 체험한 사람이다. 또다시 진박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해서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제 8선인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 불출마 선언 직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에 ‘국회의장직 양보’를 밝혀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현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 개입설’을 동반 퇴진시켰다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무수석 교체를 계기로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야당과의 협상이든, 내부 혁신이든 새누리당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당청(黨靑)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7. '클린 정당' 표방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혹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3총선 당시 회계부정 의혹으로 국민의당 회계책임자인 박선숙 의원 등 4,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선정 직전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 7번) 관련 업체에 20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김 의원도 리베이트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홍보회사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건과 유사한 행태다. 


국민의당 안에서도 무명의 김 의원이 당선 안정권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가 대학 시절 교내 디자인 동아리에서 포장지 디자인을 한 허니버터칩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지만 벤처동아리 수준의 업체에 당의 심벌과 로고까지 맡긴 경위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작년 12월 창당선언문에서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며 ‘클린 정당’을 표방했다. 당헌에도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영입하면서 ‘예외’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수사 결과 홍보비 빼돌리기 차원을 넘어 공천 헌금을 주고받은 검은 뒷거래가 확인된다면 당과 안 대표의 이미지엔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총선 당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우뚝 섰지만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무성했다. 검찰은 국민의당 공천 의혹에 관해 신속하게 조사해 비리가 드러나면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매일경제]

8. 부실대학 퇴출 구조개혁법 없이는 속도 안난다

서남대 구 재단이 서남대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대를 폐과하고 부실대학인 한려대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현 정부 들어 첫 부실대학 퇴출이다. 자진 폐교를 결정한 것은 재단 설립자가 자신이 설립한 대학 4곳에서 8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남대는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조정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는 등 6년간 부실대학 지정으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정원 감축과 부실대학을 퇴출시키겠다고 외쳤지만 3년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야 퇴출대학 1호가 나온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저출산으로 2023년 고교 졸업생 수는 40만명으로 줄어 대학입학정원(56만명)에 16만명이나 못 미친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대학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대학정원 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이 여야 이견으로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등급(A~E)을 매겨 정원을 차등 감축할 계획이었으나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재정지원 축소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을 줄여도 대학들이 버티면 어쩔 도리가 없다.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등 재정지원으로 대학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야당은 구조개혁법의 '잔여재산 귀속 특례 조항'이 부실대학 설립자들이 출연금 일부를 챙길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한계에 이른 부실대학에는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튀'에 대한 걱정 때문에 퇴출을 미루다보면 대학들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대학은 사회복지법인,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교육부는 20대 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을 재추진할 계획인데 야당은 더 이상 반대하지 말고 부실대학 퇴출에 협조해야 한다.

9. 리콜 무성의 폭스바겐, 신차 인증 불이익 고려해야

국내에서 약 12만대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을 판매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 리콜(결함 보완) 계획서가 세 번째 반려됐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지난 2일 내놓은 3차 계획서 역시 리콜 명령을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평가와 함께 퇴짜를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조작 경유차 1100만대 이상을 판매한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결함차량을 환불 조치하기로 했고 유럽에서도 환경 관련 세금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한국에서만 유독 배짱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이 같은 태도는 현행 리콜 제도의 맹점, 임의조작 차량에 대한 환불 및 사법 조치 규정 미비 등 법적 제도적 허점에 기인한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릴 만큼 기꺼이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무개념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임의조작 차량 과징금을 종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고 사법 조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폭스바겐에는 소급적용이 어렵다. 리콜 명령도 45일 내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보완·반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 경우에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특히 제품 조작이나 하자가 있을 경우 반품·환불은 상거래의 기본인데도 환불 요구 규정조차 없다. 한마디로 맹탕 같은 법과 정부의 무기력이 멸시를 자초한 셈이다.


환경부는 검찰 고발로 할 일 다 했다고 팔짱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적 손해는 측정 불가일 만큼 심대하다. 배기가스 조작이라는 중대한 기만행위를 저지르고도 사죄와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으로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폭스바겐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폭스바겐의 전체 신차 인증 과정을 한층 꼼꼼하고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개별 인증을 넘어 기업 자체에 대한 영업 정지 및 판매 중지 명령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부산일보]

10. 해운대관광리조트 승인 조건도로 확장 '하세월'

부산 해운대는 주말만 되면 교통지옥에 시달린다. 해운대지역 주민은 주말이나 퇴근 시간을 피해 다닐 정도다. 관광객들은 "전국 최악의 교통난"이라며 불평이다. 달맞이길 입구인 미포육거리에 해운대관광리조트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상습 정체지역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곳이다. 기존 도로를 확장해 진입도로로 이용할 예정인데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예산이 없다며 하세월이다. 관광리조트가 개장하자마자 주차장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은 바다와 온천 휴양시설로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기존의 왕복 2차로 도로 2개로는 아파트 882세대, 레지던스 561세대, 호텔(281실)과 물놀이 테마파크(1만 8천㎡)를 감당할 수 없었다. 부산시 건축위원회는 체증 해소책으로 왕복 2차로 도로 2곳을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조건을 달아 사업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두 도로 가운데 해운대 온천사거리~미포육거리(614m) 구간은 60%가량 보상이 진행됐지만 달맞이길 62번길(125m)은 예산 책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업비는 200억 원가량이다.


해운대구 벡스코 일대가 막히면 해운대구 전체가 옴짝달싹 못 하는 일이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해운대에서 가장 막히는 해운대 온천사거리와 미포육거리에 교통량이 더 늘어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관광리조트가 완공되면 주말마다 수천 대의 차량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난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해운대관광리조트 완공 예정인 2019년까지 도로 확장을 마무리해야 하나 지금으로선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로 두 곳 확장 외에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충고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추가대책은 고사하고 계획된 도로마저 미루고 있다.


해운대의 교통난은 개발이 동부산에 편중된 결과다. 하지만 도로확장을 조건으로 사업 허가를 내주었으므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동부산권에 대해 개발을 자제하고 교통난을 줄일 획기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성용의 저울달기> 시원한 여름나기 쿨맵시 어떨까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달 중순엔 전국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로 뜨거웠다. 여름이 너무 일찍 찾아온 듯한 느낌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하계 3개월 기상 전망에 근거하면 올여름은 평년에 비해 폭염이 잦고 무덥고 습한 날씨가 자주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냉방기를 틀면 시원하지만 냉방병, 냉방비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전력 사용량 만큼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도 더욱 후끈거린다.


여름철 실내 온도를 너무 낮추고 장시간 생활하면 두통과 어지럼증, 피부 건조증 같은 냉방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 심하다. 정부는 냉방온도를 26~28도로 맞추고 실내외 온도차를 줄일 것을 권한다. 냉방온도가 너무 낮으면 우리 신체의 '방위체력'이 저하된다. 방위체력은 체온 조절력, 면역력,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을 뜻한다. 외출시 기온 변화에 대한 즉각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불쾌감은 증가한다. 


이맘때면 시원한 옷차림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정부는 그간 쿨맵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여름이 한결 시원해지고 지구의 내일이 건강해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쿨맵시는 시원하고 멋스럽다는 의미의 쿨(cool)과 옷 모양새를 의미하는 순 우리말 맵시를 합친 말이다. 시원하고 편할 뿐 아니라 예절과 맵시를 함께 갖춘 친환경 옷차림을 말한다. 


여름철에 많이 입는 면섬유는 땀을 잘 흡수하지만 건조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운동량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릴때는 건조도 빠른 합성섬유가 더 적당하다. 체내 열이 쉽게 방출되도록 하기 위해선 옷을 겹쳐 입지 않는 게 좋다. 칼라가 달리지 않은 반팔 상의, 무릎길이 스커트 등이 열 발산에 가장 좋은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 디자인의 원피스가 시원한데 이는 굴뚝 효과 때문이다. 위쪽 방향으로 대류 및 환기가 증가해 방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밈이나 소맷부리 등이 열려 있으면 약간의 동작만으로 펌프질 효과가 발생해 체열과 땀을 신속히 배출할 수 있어 시원함을 더할 수 있다. 


쿨맵시 옷감으로는 가는 실을 사용해 짠 것으로 가볍고 얇은 것, 피부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환기를 증가시키고 신체 곡선을 드러내지 않는 약간 빳빳한 것, 대나무나 마, 레이온 섬유같이 촉감이 차갑고 열 전도성이 큰 것을 권장한다. 


넥타이를 꽉 매면 목의 혈류 속도가 감소하고 뇌혈관의 압력이 상승해 두뇌 회전을 방해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과 망막 손상, 시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에선 여름철 노타이 차림이 점차 일반화되고 캐주얼 형태의 복장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1년 내내 노타이 복장이 자리 잡은 곳도 있다. 


삼성은 '쿨비즈' 명목 아래 주말(휴일) 반바지 근무를 허용했다. 에너지 절감은 물론 직원들의 창의적인 근무환경 조성이 목적이다. 작년 사례를 들면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모두 재킷을 벗고 반소매 셔츠를 착용했다. 6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주말과 휴일 근무자에 한해 반바지 출근을 허락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패션부문) 직원들은 평일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근무했다. 2014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한해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얻은 반바지 근무를 작년부터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고 삼성측은 전했다. 


SK는 캐주얼 복장 근무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에너지 절약을 통한 녹색성장 실천이란 슬로건을 달았다. 여름철에는 반팔이나 반바지 차림에서부터, 통기성 있는 가벼운 소재의 신발 착용까지 허용했다. 자유로운 복장 문화가 이미 그룹 전반적으로 정착된 모습이다. 물론 업무상 고객 접견이나 공식 행사 시에는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권한다. SK하이닉스나 SK플래닛은 자율복장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SK C&C는 비즈니스 캐주얼 제도가 정착돼 있다.

한화그룹은 하절기 간소복 차림을 5월 중순부터 각사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장은 노타이, 반팔 등이며 사업장별로 별도 근무복이 있는 경우 근무복을 입는다. 또한 기존 비즈니스 캐주얼 시행 회사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절기 간소복 착용은 이미 정착 단계이고 현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노타이 근무는 기본이다. 


대한항공은 6월 1일부터 노타이 근무에 들어갔다. 노타이 근무 체제는 올해의 경우 9월 13일까지 예정돼 있다. 노타이 근무 대상은 국내외 전체 남자 임직원이다. 운항 및 객실 승무원과 접객 서비스 직원 등 제복을 착용해야 하는 직원은 제외된다. 해외 지점은 각 지역 기후 특성에 맞게 노타이 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노타이 근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갈수록 길어지고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를 감안해 노타이 근무를 9월 중순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전쟁과 소년

참 특별한 여행이었다. 우리 부부가 사진평론가 김승곤 선생에게 전북 고창 여행을 제안할 때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4년을 그곳에서 보냈지만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내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으로 추억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고창에 도착한 날 밤, 그분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6·25전쟁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읍내를 흐르는 천(川) 있지? 그 다리 아래서 인민재판이 열리는 걸 보았어. 그리고 효수된 머리를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지. 집집마다 보초 설 남자를 한 명씩 차출하는 바람에 어린 내가 죽창을 들고 밤에 보초를 서기도 했어. 우리 집에는 누님만 있어서 나갈 사람이 없었거든. 무섭고 끔찍했지.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어.”


전쟁이 한 소년의 기억을 그렇게 잿빛으로 만들었다. 그분보다 한참 어린 남편은 바로 그 다리 아래에서 송사리를 잡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며 놀던 신나는 추억뿐인데, 같은 공간을 두고 어쩌면 이리도 다른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 


1950년 당시 열한 살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참혹했다. 교장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와 살던 고창에서 전쟁의 참상과 맞닥뜨렸던 소년은 두려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곳을 60여 년이 흐르도록 다시 가지 못했다. 그곳에서 오래된 상처와 대면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변한 풍경과 따듯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결 밝아진 그분은 점차 어두운 기억 뒤에 가려진 그리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네, 우리가 살던 교장 관사가 헐리고 큰길이 났구나.” 추억의 봇물이 터진 듯 나중에는 “실은 박○○라는 아주 예쁜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애를 보려고 주일학교에도 나갔어”라는 고백까지 나왔다.


내친김에 우리는 그분의 아버지가 근무하셨다는 고창중학교까지 찾아갔다. 그리고 교장실에서 마침내 보았다. 역대 교장선생님의 사진 중에 맨 앞에 걸려 있는 초대 김용환 교장선생님. 70대 중반인 자신보다 더 젊은 아버지의 사진을 올려다보며 감격하는 모습에서 비로소 그분의 깊은 상처가 치유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 어두운 기억을 아름다운 색으로 덧칠하게 해줘서.”


그 한마디로 특별한 추억 여행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3. [중앙일보][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한국서 맞는 라마단, 정이 있어 행복하다

드디어 찾아왔다. 무슬림이면 누구나 반가워하는 손님, 잘 맞이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준비하는 손님, 떠나면 많이 섭섭해하면서 있는 동안 제대로 잘 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손님이다. 이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라마단이라는 기간이다.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하겠지만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라마단을 이렇게 생각한다.


라마단은 이슬람달력(음력)으로 9월이다. 무슬림들은 그 기간 중 의무적으로 단식해야 한다. 이슬람에서 단식이란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즉 낮 시간에는 음식 섭취와 부부관계 등 욕구를 자제하는 것을 말한다. 기독교나 유대교 등 다른 종교에도 여러 형태의 단식이 있다. 따라서 단식은 이슬람만의 전통은 아니다.


단식의 목표는 욕구를 자제하면서 동물적 충동을 억누르고 인간적 품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배고픔과 갈증 속에서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 그러면 베푸는 마음이 강해지고 거만함이나 강한 자존심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과 화해할 기회도 된다. 해가 진 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하며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빈말이나 화를 억제하고 선행을 많이 하면서 성격을 개선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번이 한국에서 맞는 네 번째 라마단이다. 매년 한국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2013년 여름 첫 라마단 땐 주변에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번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변화를 실감한다. 주변에서 “라마단이 언제냐”고 묻는 것은 물론 “그 기간 동안 건강을 잘 챙겨라”는 인사말까지 한다. 심지어 “해가 지면 함께 밥 먹자”는 말까지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들면 같이 식사하는데 라마단에 맞춰 해 진 뒤에 함께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말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 중 몇몇은 더운 날씨에 물도 마시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는지 “아무도 안 볼 테니 숨어서 한 모금이라도 물을 마셔라” “세수하는 척하고 입에 물을 대라”는 말도 해준다. 처음엔 단식에 임하는 내 진심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정이 많은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듣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라마단을 고국인 이집트에서 보내지 못하면 가족도 그립고 분위기가 안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라마단도 나름대로 분위기와 특색이 있다. 이젠 한국에서 라마단을 보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것 같다.

4. [중앙일보][분수대]사이코패스, 내 안의 악마

소설가 한강이 지난달 중순 맨부커상을 받자 서점가에선 농담 아닌 농담이 흘렀다. “정유정이 최대 희생양이 될지도 몰라.” 『채식주의자』 등 한강의 작품이 일진광풍을 일으키자 한창 기대를 모았던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예견에서였다.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채식주의자』와 『종의 기원』은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달리고 있다. 교보문고에 물어보니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 최상위를 휩쓴 것은 8년 만이다. 2008년 11월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이 1위, 황석영의 자전소설 『개밥바라기별』이 2위에 올랐었다.


한강과 정유정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동력을 잃었던 한국 소설 시장을 쌍끌이 하고 있다. 시대의 공기를 대변하는 베스트셀러. 두 작품은 이란성 쌍생아 비슷하다. 가정과 사회의 폭력이란 문학의 영원한 숙제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닮은 듯 다르다. 『채식주의자』의 주부 영혜가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스스로를 식물 상태로 몰고 간다면 『종의 기원』의 스물여섯 청년 유진은 엄마·이모로 상징되는 기성 체제에 존속살해라는 칼을 꺼내 든다.


『종의 기원』은 진화론의 태두 다윈의 고전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소설 후반부, 거취를 고민하던 사이코패스의 독백 “다윈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죽거나, 적응하거나”가 뼈대를 이룬다. 소설은 그 적응의 문제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연쇄·토막·무차별 살인 등 최근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사건 보고서를 읽는 듯하다. 피가 거꾸로 돌 만큼 장면 장면이 섬뜩하다. 웬만한 스릴러 영화는 “아이고, 형님” 하며 내뺄 정도다. 정신병리학·뇌과학·범죄생리학 등을 천착한 작가의 공력 덕분이다.


정유정은 냉정하다. “살인은 진화적 성공”이라는 진화심리학 이론을 인용하며 도덕 개념이 거세된 순수악인이 “나의 분신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몸서리가 쳐진다. 차별과 구속이 빚은 시대의 살풍경과 마주한 것 같다. 우리가 기댈 곳은 없는 걸까.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는 지금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도덕 ‘천사’가 복수심 ‘악마’를 제압해 왔다고 주장했다. 경계할 건 사이코패스가 무한경쟁의 부산물이라는 점. 정유정도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도 사이코패스가 대두됐다”고 전했다. 점점 굳어지는 불평등 구조, 예방주사의 표적이 분명해진다.

5. [동아일보][2030세상/우지희]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부모의 마음

얼마 전 ‘성시경의 축가’라는 공연 예매 포스터를 보고서 엄마 생각이 대뜸 났다. 엄마는 성시경의 대단한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큰 체격이 주는 든든함과 감미롭고 달콤한 목소리가 좋다며 곧잘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 새 앨범을 한창 들을 때는 몇 곡조를 흥얼거렸고 나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그의 히트곡들을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결혼을 하고서는 그럴 여유가 잘 나지 않아 영 아쉬웠던 차에, 이번 공연을 기회로 모처럼 모녀 데이트 겸 라이브 음악 감상의 시간을 가지면 딱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셨다. “아이고 그 콘서트가 얼마나 비싼데, 뭐 하러 그런 데 돈을 쓰냐”며 탐탁지 않아 하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어르신들의 거절은 때로 거절이 아닐 수 있음을 배웠기에, 과감하게 예매를 해버리곤 엄마에게 통보했다. “몰라, 그날 시간 비워둬. 벌써 표 샀단 말이야.”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내 도착한 엄마의 문자메시지에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딸, 성시경 CD 좀 보내줄래? 콘서트 가기 전에 예습하려고. 나 너무 설렌다∼.’ 마다할 때는 언제고 소녀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미리 듣고 있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봄날 야외 공연장에서 엄마와 함께 보낼 시간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으로 공연 날을 손꼽았다.


하지만 공연 당일에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내일모레 환갑 나이의 엄마는 몇 시간 동안 그 빗속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행여나 엄마가 서울까지 와서 감기라도 걸려 편찮으실까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우리는 무사히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엄마는 힘들어하시기는커녕 재밌었다고 말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곤히 주무시는 엄마를 보며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 좀 모시고 다닐 걸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다음 날이었다. 출근 후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나니 휴대전화에 엄마의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남아 있었다. 발신 버튼을 눌렀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가 숨이 넘어갈 듯 엉엉 울고 있었다. 심장이 덜컥 발등에 떨어지는 기분으로 다급히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니다, 별일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묻자, 그제야 엄마는 꺼이꺼이 목을 놓던 울음 사이에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희야, 고맙대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엄마는 딸이 힘들고 어렵게 돈을 버는구나 싶어 내내 마음이 쓰이셨다고 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으로 매진된 비싼 공연 표를 어렵게 구해 엄마를 모시고 간 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 눈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 아빠가 사려고 벼르던 모자를 선물한 것도 참 고맙다고 덧붙이셨다. “아빠도 니한테 고맙단다. 돈도 돈이고 니가 마음을 이렇게 써준다는 게 참말 고맙대이.” 


그 말에 순간 나도 울컥했다.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말이 아닐지 모르지만 경상도 토박이로 60년을 넘게 살아온 아빠가 처음으로 딸에게 한 고맙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이 백미였다. “내하고 느그 아빠 잘 살았제. 딸 키워가 이래 호강도 누리고.” 


그만 울라는 뜻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를 끊었지만 그 이후로 마음이 계속 이상했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잘 살았제” 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마음에 탁 맺혔다. 사실 그동안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것에 감동하는 부모님이라니. 전날 저녁 공연에서 흠뻑 비를 맞고 몸살 기운이 돌아 아프던 머리가 두 배로 멍해졌다.


처음에 공연을 안 보려고 하시던 것, 공연을 기다리며 설레어 하시던 것, 폭우를 맞으면서도 즐거워하시던 것, 그리고 고맙다며 울음을 터뜨리시는 엄마의 모습을 차례로 떠올리며 나는 숙연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숨기지 못했던 소녀 같은 엄마의 마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들을 애써 마다하고 정작 그것을 누리게 되더라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미안해하고 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식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 여운이 많이 남는 비 오는 봄날의 음악 감상이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6월 9일 신문 브리핑 #

"작은 것에 감사하지 않는 자는 큰 것에도 감사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


<< 정치/외교 >>
1. 여야가 8일 법정 시한을 하루 넘겨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매듭지음
-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양보하면서 14년 만에 야당 소속 국회의장이 나오게 됨


<< 경제 일반 >>
1.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산업 재편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사령탑)를 8개월 만에 바꿈
- 지난해 10월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의 차관급 협의체에 맡겨놨던 구조조정을 앞으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장관급 회의에서 챙기기로 함

2. 고용노동부는 8일 이달 안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조선업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 대책’을 발표함. 아래는 발표된 대책의 주요 내용임
-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근로자 해고하지 않고 휴업 시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 지원
- 특별연장급여 : 최장 60일 범위 내에서 실업급여 연장 지급
-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실업급여 : 피보험자격 확인청구 통해 최대 3년간 소급 적용
- 조선 일자리 희망센터 운영 : 거제, 울산, 영암 등 조선업 밀집지역에 상담센터 설치

3. 지난 1월 출범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규모 부실로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을 첫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8일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대우조선 서울 본사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본점, 안진회계법인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함
- 검찰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증거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함

4. 대우조선해양이 그리스 최대 선주로부터 총 6억달러(옵션 계약 포함 시 12억달러) 규모 LNG선과 대형 유조선 건조 계약을 수주함
- 조선업 경기 침체로 `수주 절벽`에 시달려온 국내 조선 업계가 사실상 올해 첫 수주 물꼬를 틈에 따라 앞으로 수주가 회복될지 주목됨
(매일경제)

5. LG그룹과 한화그룹이 미국 자동차 소재 제조업체 인수전에서 맞붙게 될 예정임
-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과 LG하우시스는 최근 미국 컨티넨털스트럭처럴플라스틱스(CSP) 매각 예비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인 바클레이즈에 공동으로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에 앞서 한화케미칼은 지난 7일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가 3일 CSP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함

6. LG전자가 독일 폭스바겐 전기차에 구동장치 공급을 추진하고 있음
-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 LG전자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유럽 최대 업체인 폭스바겐까지 거래처로 확보하게 됨


<< 금융/부동산 >>
1.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도쿄UFJ는 국채시장특별참가자(프라이머리딜러) 자격을 자진반납하기 위해 관련 당국과 조정에 들어감
- 프라이머리딜러는 국채 발행을 담당하는 재무성과 의견 교환 자리에 참석하는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국채 발행 예정금액의 4% 이상을 의무적으로 입찰해야 하며, 미쓰비시도쿄UFJ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의무적으로 입찰해 국채를 떠안으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짐(여기서의 '손실'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손실을 의미함) 

2.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는 7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신용카드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장 개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함
- 중국이 신용카드 시장을 개방한 것은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외국 신용카드 회사에 대한 영업 금지 조치가 차별이라고 판정한 데 따른 것으로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 은행카드 결제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한 뒤 시장 빗장을 풀었지만 1년 가까이 관련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아 해외 카드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이 미뤄졌음


<< 국제 >>
1. 국제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50.36달러에 마감함(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보도 내용)
- WTI보다 먼저 지난달 26일 장중 배럴당 50.04달러를 찍은 북해산 브렌트유 2개월 선물가격은 이날 배럴당 51.44달러로 장을 마침

2. 미국이 인도에 동맹국 수준의 핵심 군사기술 공유와 이전을 허용하기로 하고, 인도는 미국 기업과 원자력발전소 6기 건설계약을 맺기로 함
- 미국과 인도가 대(對)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전략적 목표 아래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프라이머리딜러
- 뉴욕 연방은행이 공인한 정부증권 딜러를 말함. 연방은행은 공개시장조작에 의한 정부증권 매매를 통해 시중의 통화량을 증감시키거나 시중금리를 유도함. 이 공개시장 조작에서 정부증권을 매매하는 상대가 공인딜러가 됨.
공인딜러 수는 40개사. 공인딜러가 되려면 정부증권의 매매금액 셰어가 1%이상 되어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데다가 ① 매매가, 매입가를 제시하여 시세형성을 꾀하고 ② 국채 등의 거래액이나 재고 등을 매일 연방은행에 보고한다는 등의 의무가 부과됨.
한 편으로 연방은행의 금융정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게 된다는 등의 장점도 있음.
- 출처 : 매일경제, 매경닷컴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