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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여혐' '남혐' 대결장으로 변한 추모현장

서울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추모 공간이 엉뚱하게 성대결의 장으로 번진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의 극대화를 통해 자기만족을 채우려는 그릇된 욕심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추모 현장에서 ‘여혐(여성 혐오)’이니 ‘남혐(남성 혐오)’이니 하며 다투다니, 23살의 꽃다운 젊음을 생면부지의 범인에게 무참히 빼앗긴 피해자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범인은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기다리다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죽이는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 남성은 범행대상에서 제외시킨 ‘여혐’이라고 주장했고, 다시 “남혐을 부추기지 말라”는 반격이 제기됐다. 논란은 ‘김치녀(김치+여성)’, ‘한남충(한국 남자+벌레)’ 등의 혐오 용어가 난무하며 확산되다가 급기야 추모 현장에서 몸싸움까지 빚어지기에 이르렀다. 추모정신을 망각한 추태가 아닐 수 없다.

정신이상자의 돌출행동을 사회 전체의 일반 현상으로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 범인이 어제 현장검증에서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냥 담담하다”고 태연자약하게 답변한 것만 봐도 온전한 정신 상태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여전하며 여성을 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크게 미흡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놓고 여혐이 만연한 탓으로 몰아가거나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남혐을 규탄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갈등만 증폭시킬 뿐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오빠가 현장의 소동을 지켜보며 “죽은 사람과 관련도 없는 이들이 자기들만의 얘기를 하고 있다”며 절규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유일한 나라임을 자부하기에 앞서 여성과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점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강남 한복판에 공용화장실이 버티고 있는 것도 선진사회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비상벨 설치 등 화장실 안전 확충을 포함해 여성들에 대한 배려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2. SK·CJ 인수합병 심사 왜 지연되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이래 벌써 6달 가까이 지나가는 중이다. 공정거래위가 과거 사례를 들어 지금의 심사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내세우는 자체가 문제다. 인수·합병 심사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했던 과거의 일부 업무처리가 마치 정당했다고 내세우는 투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치게 된다면 이동통신 및 케이블TV 업계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세심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기한은 지켜지는 게 옳다. 현행법에 120일의 기한을 정해놓은 취지가 그런 뜻이다. 기한이 늦춰졌던 과거 사례가 업무처리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잡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인수·합병을 빨리 허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조건에 맞지 않다면 맞지 않는 대로 처리하면 그뿐이다. 기업이 인수·합병을 시도하면서 나름대로 투자 계획이 있기 마련이며 시기를 놓칠수록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자칫 예상하지 못했던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번 경우에도 CJ헬로비전 소액주주들이 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들어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공정위 심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공정위를 통과해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승인 절차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기까지는 또 어느 만큼의 시일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다음 20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어서 이들 두 회사의 인수합병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논란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중요한 것은 업무 처리에 임하는 공직자들의 기본 자세다. 아무리 위에서 규제개혁을 내세우고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강조해도 밑에서 서류를 붙잡고 있다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통신사나 방송사, 시청자 단체들의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자꾸 날짜만 보낼 일은 아니다. 정부가 관련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불평만큼은 듣지 말아야 한다.

[서울신문]

3.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무고한 피해자 없게 하길

경찰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그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행정입원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입원은 경찰이 의사에게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요청하면 해당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는 제도다. 다만 범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전제에서다. 긴급 상황 발생 때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기존의 응급입원제 역시 활용하기로 했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결론의 틀에서 정신질환자가 대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강 청장의 발언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 소지를 포함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 또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판단 잣대도 문제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측정하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한 가지 기준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점검표에 의존해 입원을 결정하려는 경찰의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오판하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통념과는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강제 입원을 규정한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된 상태다. 악용 사례가 잦은 탓이다. 부양 의무자나 후견인 등 보호 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하면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적 절차를 밟아도 인권침해를 낳는 판에 길거리에서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만을 콕 찍어 낼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 피의자도 조사 과정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범죄 우려의 구분이 쉽지 않다. 물론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진 정신질환자의 격리는 마땅하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라는 편견의 굴레에 덧씌워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치료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신질환자도 도외시할 수 없겠지만 안전 위협 요인들을 더 철저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빈틈없는 치안은 중요한 복지 정책이다.

4. 북한 비핵화 의제라면 회담 못할 이유 없다

그제 정부는 군사회담을 열자는 북한의 잇단 제안에 선을 그었다. 국방부가 북한 인민무력부가 보낸 전화통지문에 대한 답신을 통해 북측의 파상적 대화 공세에 진정성이 없음을 지적하면서다. 국방부는 한반도의 현 긴장 고조 상황은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을 먼저 요구했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북측의 ‘위장평화 공세’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자체는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전략적 대북 접근도 주문하고자 한다.

최근 북한은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에 부쩍 몸이 단 모습이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공개 서한으로 제안한 데 이어 인민무력부가 실무접촉 시점을 5월 말∼6월 초로 잡아 그들 스스로 끊었던 군 통신선으로 전통문까지 보내왔다. 22일엔 조평통 원동연 서기국장이 회담 개최를 촉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북측이 일련의 파상적 대화 공세를 벌이는 의도는 뻔하다. 굳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엊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핵개발 책임을 덮고 가려는 면피용”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얼마 전 스위스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북한 자산을 전면 동결하지 않았나. 스위스에 수십억 달러의 비자금을 숨겨 놓았다는 김정은 정권으로선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국제 제재의 소나기를 피하려는 북측의 불순한 의도가 읽히는 배경이다.

특히 북측은 조평통 담화로 “핵 포기 같은 부당한 전제조건 그만두고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김정은 정권에는 곤혹스러운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 등을 의제로 임하겠다는 심산을 드러낸 셈이다. 북측으로선 꽃놀이패를 던졌다고 착각할 만한 대목이다. 회담이 성사되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안 되더라도 남북 긴장의 장기화를 불편해하는 일각의 정서를 겨냥해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속셈이라면 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회담 제안이 먹혀들지 않으면 북·미 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보유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협상에 응할 리는 없겠지만, 우리가 먼저 대화를 피할 까닭도 없다. 북한의 허황된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나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의제로 공세적 역제의를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두려워서 협상해서는 안 되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경구를 상기할 때다.

5. 꼬이는 구조조정 정부 협업 체제로 풀어야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당정은 다음달 말까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 지원금은 물론 구직급여 특별 연장이나 재취업 훈련 등 행정과 재정이 다양한 형태로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조선사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 체납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의 징수를 유예하는 한편 조선산업의 메카인 경남 거제시의 불황 타개를 위해 관광산업 추진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안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년 대선과 맞물려 자연스레 표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가닥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한국은행에 재원 부담을 지우면서 구체적인 재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필요한 총자금 규모를 결정하고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이 상식임에도 처음부터 한은의 역할만을 강조해 왔다. 부실 기업 정리를 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대우조선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부실 책임자인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의 반성조차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산업과 기업 부실화를 가져온 책임을 묻고 혈세 낭비가 없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에 그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어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3.0%에서 2.6%로 0.4% 포인트 낮춰 잡으면서 우리 경제의 대내적 위협 요인으로 부실 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재정이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내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을 적시한 것이다.

국책 연구소에서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아직도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는 대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어 참으로 유감스럽다. 지금처럼 채권단을 앞세워 산업은행 뒤에서 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국가 경제 재편의 시금석이다. 단순 기업 개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정교한 실행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해운·조선 분야의 구조조정은 정책금융기관이 오랫동안 개입해 왔기 때문에 정부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이 명확한 책임 의식을 갖고 협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동아일보]

6. 정권 입맛에 맞춘 감사원 감사로는 보육대란 해결 못한다

어제 감사원은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이 헌법과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누리과정(3∼5세) 예산을 우선 편성하라고 교육청들에 통보했다. 교육재정 문제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위헌이고,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이라고 못 박지 않았는데 시행령으로 보육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감사원은 법무법인 3곳과 한국공법학회 추천 교수 3명, 법률구조공단 등 7곳에 자문해 이런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부 또는 일부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 11곳 중 9곳은 돈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령이 위헌 또는 위법한지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감사원이 이 문제에까지 개입함으로써 보육대란 책임을 놓고 다투는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교육부 편을 든 ‘정치 감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실제로 감사원 발표 내용은 지금까지의 교육부 방침과 거의 같다. 교육감들이 “감사원은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 책임”이라고 반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3월 7일부터 4월 1일까지 진행했다. 보통 5, 6개월 걸리는 감사를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끝낸 것이다. 감사원은 2차 보육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때에 맞췄다고 해명하지만 교육청들은 이 역시 감사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의심한다. 감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교육감들이 거부하면 전혀 실효성이 없는데도 감사원이 헛심만 쓴 꼴이다.

2013년에도 감사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 강 사업을 주도했다며 사법처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보다 2년 전엔 4대 강 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작년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이제는 제가 (박근혜) 대통령께 보답할 차례”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기 식 감사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상실했다. 이런 감사원을 내세워 교육청을 압박하는 식으로는 누리과정 보육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매일경제]

7. 2%대 저성장 고착화, 악순환 끊을 종합처방 내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3.0%)를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2%대 저성장이 내년(2.7%)까지 3년 내리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현 정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친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 경제가 이토록 오래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적은 없었다.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터라 한국 경제만 잘나갈 수는 없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성장 둔화는 한국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KDI 성장률 전망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충격파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대규모 실업 사태로 소비와 투자가 급랭하면 성장률은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또 한 차례 신흥국 위기를 몰고 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현 경제팀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 소비와 투자 수요를 살릴 응급 처방을 쓰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 활력을 높일 근본 수술을 함께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경제팀은 전임 최경환 경제팀처럼 과감하게 재정과 통화정책 실탄을 쓸 형편이 못된다.

그럴수록 더욱 유연한 대응과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부실을 도려내되, 출혈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로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재정은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부문에서 씀씀이를 줄여 성장잠재력을 키울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집중 투자하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은 국내 수요 상황과 글로벌 자본 흐름을 살피면서 시나리오별로 금리 인하나 통화량 확대, 한국은행 대출 중 가장 효과가 큰 정책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하면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긴 호흡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산업 규제 개혁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8. 日출산율 상승 `인구 1억` 최우선과제로 삼은 결과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46명으로 1994년(1.5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005년 1.26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일본 출산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놀랍다. 일본 정부는 "2013~2014년 경제 상황이 호전된 것이 출산율 개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젊은이들이 출산을 결심하게 된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앞선 1995년 저출산 정책을 시작했다.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인구와 아베노믹스를 책임질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 자리를 신설하고 핵심 측근을 기용하는 등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향후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최근 발표된 '1억 총활약 사회' 로드맵을 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껴진다. 내년까지 50만명 규모의 보육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 상향(정규직의 80%) 등 종합 처방이 담겼다. 아베 총리가 "위기에 빠지기 전에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보면 15년째 초저출산(1.3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이 심히 걱정된다. 저출산은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항상 정책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확정했지만 삼포·오포세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이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0.2명 늘린 것을 보면 지난해 1.24명에서 5년 만에 1.5명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 자체가 허황된 것이다.

인구절벽은 위기가 닥친 후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역량을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다.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문제인 만큼 출산 장관을 두든, 총리실에서 담당하든 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위기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9. 수익 나빠졌다고 수수료부터 올리는 은행들

은행들이 송금과 자동화기기 이용 요금 등 각종 수수료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시작은 야금야금 눈치보기 식이었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외화 송금 수수료의 일부만 인상했다. 곧 KEB하나은행이 뒤를 따랐다. 지난 13일부터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행 송금 수수료를 100~200원 올렸다. 씨티와 SC제일은행도 수수료를 올렸고, 우리은행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 별말이 없는 듯하자 본격 인상이 시작됐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거의 모든 수수료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리기로 했다. 타행 송금 수수료는 최대 1500원(60%), 통장·증서 재발급이나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는 1000원(50%)을 올리기로 했다. 명의 변경 수수료는 5000원(100%),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다음달 20일부터 100~200원 올린다. 지금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던 인터넷이나 모바일 해외 송금에도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은행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1%대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과 대출 차이로 생기는 수익인 예대마진이 크게 줄었다. 감독 당국의 규제로 수수료가 5년째 동결돼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도 이유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16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수수료로만 5조원 가까운 순익을 거뒀다. 그래 놓고 원가 부담 운운하는 건 낯 간지럽다. 차라리 수수료 인상으로 고객 호주머니 터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밝히는 게 나을 것이다.

수수료 인상은 은행 수익 개선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수익의 90%를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낮은 생산성과 평균 1억원에 육박하는 고임금 구조를 놔두고는 백약이 무효다. 은행들이 이런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손쉬운 수수료 인상에 기대려고 하니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수수료 규제를 풀어준 감독 당국도 책임이 크다. 수수료 일제 인상이 타당한지, 담합 소지는 없는지, 원가를 투명하게 따져 과도한 인상을 막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10. 살생물질 성분 공개도 의무화하라

환경부가 생활화학제품이 함유하고 있는 살생물질(미생물·곤충 등을 제거하는 화학물질)을 전수조사해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성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방향제·탈취제 등 15종의 위해(危害) 우려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8000여 기업으로부터 함유된 살생물질의 성분 등을 제출받아 하반기에 위해성 평가를 한다니 전에 없던 대규모 작업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내년에는 살생물질이 들었지만 그동안 위해 우려 제품으로 관리되지 않았던 생활화학제품, 에어컨·공기청정기·항균필터 등 공산품과 전기용품, 사업장에서 이용되는 살생제품과 제품의 용기·포장 등의 살생물질까지 조사를 확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체 생활화학제품을 사각지대 없이 낱낱이 살피고 철저하게 검증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물질과 제품은 가차없이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살생물질을 포함한 생활화학제품 전체 성분의 정보공개도 의무화해야 한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위해성도 모른 채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해야 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도 이런 허술한 제도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전체 성분 공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은 사전에 자체적으로 엄격한 안전검증을 거쳐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시민단체도 해당 성분과 관련한 최신 연구결과나 위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해 시중 판매제품을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위해 화학제품은 발붙일 땅을 잃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생활화학제품 사전허가제도의 도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안전성을 미리 입증한 제품만 시장에 낼 수 있도록 하는 엄격한 소비자 안전·건강 보호제도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은 개발·제조·판매 단계마다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소를 잃지 않으려면 정부는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심정으로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미안하지만,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너 이제 어찌할 거야? 직업도 없고, 용돈 벌이도 못 하는 게 애를 어떻게 키울 거야?" 

"형, 내가 왜 직업이 없어. 나 영화감독이야."

시청률 30%를 넘는 KBS 2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에 최근 등장한 대화다. 

한때는 촉망받는 기대주였으나 어느새 부모와 형에게 손 벌리며 살아온 지 오래인, 영화감독 이호태(심형탁 분)가 덜컥 여자친구(심이영)를 임신시키면서 그의 집안이 뒤집혔다. 

바닥을 찍는 출산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생활력이 없는 영화감독에게는 출산이 '대형사고'가 된다. 

시청률 5%를 넘긴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고현정)은 소위 SKY대를 나와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지만 번역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전업 소설가로 나서기엔 당장 먹고 사는 게 문제가 된다.

'아이가 다섯'에서 이호태의 엄마(박혜숙)는 '개점휴업 영화감독'인 아들이 사고를 치자 "언젠가 호태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는 수상소감을 하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겠네요"라고 섣불리(?) 한탄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며 위안과 감동을 받지만, 예술가에게는 이 일이 치열한 생계이고 많은 것을 포기한 채 평생을 매달렸음에도 끝내 닿을 듯 닿지 않는 꿈으로 귀결돼 버리기도 한다.

지난 23일 폐막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박찬욱 감독도,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김지운 감독도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일이 잘 안 풀려 가족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수입이 거의 없는 신세였다. 

'왕의 남자'로 1천만 관객을 모은 이준익 감독은 그 덕에 그간 영화 하면서 진 빚을 갚았다.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역전과 반전, 드라마틱한 대기만성의 성공 스토리는 언제나 유효했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인 최영미가 최근 "연간 소득이 1천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 됐다"고 SNS에 밝혀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취직 잘되는 영문학과로 진학하라"는 부모의 바람을 뒤로하고 소신 있게 국문과를 택해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는 한강이다. 

지금은 영화 한 편에 5억원 넘게 받는 배우 황정민이 올 초 토크쇼에 나와 "나도 연극 할 당시 연봉 300만원 받고 행복하게 일했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오늘도 여전히 '연봉 300만원'인 예술인들이 발에 채고 넘치지만, 이들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가 다섯'의 이호태가,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이 꼭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현실은 팍팍할지라도 대중에게 꿈을 나눠주는 예술인들이 버텨주지 않으면 가뜩이나 삭막한 세상은 물기 하나 없이 메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남녀노소가 보는 드라마 속 예술인들도, 현실의 예술인들도 씩씩하게 오늘을 잘 버텨 아름다운 내일을 맞이하길 기대해본다.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 했고, 과자 한 봉지로 며칠을 연명해야 했지만 꿈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문화를 향유한다.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2. [한국일보]콤비어스 부부의 자살여행

캐나다 벤쿠버의 엘리자베스(베티)와 조지 콤비어스(Coumbias) 부부는 2007년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 심장병을 얻어 17년째 일을 못하고 툭하면 응급실 신세를 져온 남편 조지의 상태가 악화했다. 부부로 48년을 함께 산 35년생 동갑내기인 그들에겐 한날 한시에 죽자는 신혼의 약속이 목숨만큼 중요했다고 한다. 부부는 스위스 디그니타스로 ‘자살 여행’을 떠났다. 

문제는 베티였다. 죽고자 하는 의지와 결심은 확고했지만, 그는 디그니타스의 조력자살 서비스 대상자가 되기엔 더없이 건강했다. 법적ㆍ윤리적 문제로 상시적인 비난과 법적 분쟁에 시달려온 디그니타스로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불가 결정을 내렸고, 부부는 캐나다로 되돌아가야 했다. 

존 자리츠키(John Zaritsky)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 과정을 촬영, 그 해 말 ‘자살 여행자들(the suicide tourists)’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조력자살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허용 범위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됐고, 조력자살 찬성론자 진영 안에서도 찬ㆍ반 격론이 일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 누구도 상관할 바 없는, 내 육신이고 내 결정이다. 아내도 동의했고, 가족도 동의했다. 우리는 50년을 함께 살았고, 함께 행복하게 죽기를 늘 원해왔다.”(조지 콤비어스)

“결혼한 그날부터 조지는 내 삶의 전부였다. 나는 두 딸을 사랑하지만, 그를 더 사랑한다. 그가 없는 삶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다.(…) 디그니타스에 대한 자료를 읽고 우리는 동반 자살보다 더 나은 길, 서로의 품에서 함께 죽을 수 있는 길을 알게 됐다.”(베티 콤비어스)

그 해 말 NPR 인터뷰에서 자리츠키 감독은 “죽을 권리의 한계를 극단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에게도 그 권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질문을 사회에 던져보기 위해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년 뒤인 2009년 5월 25일 베티가 먼저 암으로 별세했다. 그들의 얄궂은 운명, 어긋나버린 신혼의 약속은 또 숱한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조지는 여전히 심장병을 지닌 채 살아 있다.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자유를 누리기에 과분한 사람

재물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일까. 누구도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재물의 적정한 양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대저 인간은 한정 없이 재물을 취득하고 오래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일 터. 문제는 재물을 취하고 쓰는 데 있어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이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재물에 대한 사람들의 행태를 예시하면서 자유인에 어울리는 행동방식을 권면했다. 그는 재물의 낭비나 인색 모두 재물에 대한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상으로 경계한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일은 자유인다운 일이다. 그러나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나, 고통을 느끼면서 주는 사람은 자유인다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유인이라면 그에 걸맞은 재물에 대한 덕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그가 인정하는 ‘자유인다움’(eleutheriotes)이란 재물의 양이 아니라, 그 사람의 품성상태에 달려 있다. 그는 “마땅히 취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마땅히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을 크게 취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 혹은 불경한 사람, 혹은 부정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유인다움을 유지하려면 우선 부끄러운 취득 탐욕을 버려야 한다는 강조다.

자유인은 재물을 잘 벌거나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사람이다. 재물은 무엇인가에 쓰일 때 효용이 발휘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물의 낭비 못지않게 인색함을 부덕으로 여겼다. 그는 받는 데 있어 지나친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데 있어 부족한 것을 경계한다. 나아가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소극적 태도 역시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

이런 사람들은 모두 ‘자유인답지 못한 사람’(aneleutheros)에 속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이런저런 뚜쟁이들, 고리대금업자들을 자유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았다. 자유인이라면 부정한 재물을 취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흔쾌한 마음으로 나눔을 행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공동체를 해치는 사람이 아니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만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배금주의 풍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재물을 올바르게 취득하고 제대로 쓸 줄 아는 진정한 자유인은 얼마나 될까. 상상을 초월하는 억대 로비 자금을 수수하는 이런저런 거간꾼들, 전관에 대한 당연한 예우로 여기며 거액의 수임료를 거리낌 없이 탐하는 변호사들, 나눔에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들 모두 자유를 누리기에 과분한 사람들이다.

4. [서울신문][공희정 컬쳐 살롱]늦지 않았어요

누가 정해 놓았을까, 꽃이 피는 순서를. 어떻게 알았을까, 봄이 가면 여름이 와야 한다는 것을. 가끔은 오고 가는 것이 바뀌면 어떨까. 사람들은 기상이변이라 걱정하지만 순서가 흔들린 올봄이 한편으로는 지루했던 일상을 깨워 주는 듯했다. 한꺼번에 피어난 꽃은 매일매일을 황홀한 천국으로 만들어 주었고, 때 이른 폭염은 서둘러 여름을 준비하게 해 주었다. 습관처럼 해 오던 것에서 벗어나는 순간 의외의 기쁨과 지혜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배우 김영옥은 요즘 랩을 한다. 욕쟁이 할머니 연기를 했던 전력이 있긴 하지만 여든의 그녀가 쏟아내는 랩은 놀라웠다. 실력파 래퍼 딘딘, 주헌 등과 호흡을 맞춘 그녀는 래퍼가 된다는 것이 어쩌면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고 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험을 즐겼다.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랩은 젊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강남의 클럽을 거쳐 대학 축제 무대까지 점령했다.

“연기가 내 몫, 연기가 내 솔, 연기를 위해서, 죽이고 살리지.” 보통 노래보다 10배나 어려웠다는 랩을 배워 노래하는 그녀는 20대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소리 질러.”, “같이 노래해.”, “놀아 놀아.” 손을 높이 올리며 군중을 향해 외치는 그녀의 얼굴은 빛났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그 흐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생의 관망자(觀望者)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 돼 주어진 시간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 역시 주도적 삶은 아름다웠다. 여든 넘은 그녀의 도전을 주책이라며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랩은 그녀의 인생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그녀의 도전이 멋있다.

‘황혼기 청춘들의 인생찬가’라는 부제가 붙은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예순이 넘었다. 그중 정아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나문희는 세계여행을 꿈꾸는 일흔둘의 엄마로 나온다. 시집오던 날부터 머리채 휘어잡으며 구박하던 시어머니와 옹졸한 짠돌이 남편, 길러 출가까지 시켜야 했던 여섯 명의 시동생과 시누이들. 딸 셋도 모두 결혼시켰는데 이번엔 친정엄마가 치매란다. 엄마의 요양원 비용을 벌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일을 한다.

식구들을 위한 오랜 희생이 벅찼지만 그녀를 지탱해 준 것은 자신만을 위한 꿈이었다. 멋진 자동차 타고 스카프 휘날리며 세계를 누비는 상상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다. 세계여행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시청하고, 관련 자료를 차곡차곡 모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자동차 운전면허도 손에 쥐었다. 길 위에서 죽는다 해도 평생 소원했던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온 의미는 충분했다.

사실 오랫동안 익숙해진 틀을 벗어난다는 것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래서 노년의 도전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젊은 시절보다 현격히 떨어진 체력과 지력은 늘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하고, 나잇값 못한다고 할까봐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춤거리는 사이에 봄여름가을겨울은 순서대로 지나가고, 꽃들도 피었다 지길 수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꿈을 잊은 채 노인이 되어 간다.

그런데 요즘 텔레비전이 자꾸만 이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늦지 않았다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내디뎌 보라고. 그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다고.

5. [동아일보][횡설수설/정성희]환경부와 고등어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가난한 그대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박사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래 ‘고등어’의 가사처럼 고등어는 서민이 즐기는 생선이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1980년대 가수 김창완은 냉장고 속 고등어를 보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며 ‘어머니와 고등어’를 불렀다.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꽉 막힌 부엌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PM2.5) 수준이 ‘매우 나쁨’ 발령 기준의 27배나 된다는 것이다. 언론은 ‘고등어구이 주의보’라고 이름 붙였다. 구이는 그렇다지만 고등어조림이나 김치찌개는 어떤지 모르겠다. 삼겹살이든 계란프라이나 볶음밥이든 불과 씨름하는 요리를 할 때는 미세먼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블랙카본, 일산화탄소 등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화학물질은 실내 공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700만 명이 공기오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이 가운데 실내 오염으로 숨지는 사람이 430만 명(2012년)이다. 질소화합물, 오존, 꽃가루 같은 실외 오염원보다 먼지, 라돈, 알레르기 유발 물질 같은 실내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뜻밖에도 더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중 80%를 실내에 있으므로 실내 오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조리 때 나오는 오염물질은 단 15분만 환기하면 없앨 수 있다.

환경부가 고등어와 볶음밥 등 5개 음식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조사를 한 시기가 지난해 5∼11월. 그런데 “미세먼지에 대해 환경부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여론이 들끓자 환경부는 갑자기 이 실험 결과와 함께 ‘주방 요리 시 실내 공기 관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미세먼지 발생원이 중국발(發) 오염원이나 경유 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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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25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사람은 높은 이자로 빌려주는 것과 같다."
- 영국 속담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함
-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함
2.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STX조선해양 채권금융회사들은 25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STX조선 처리 방안을 논의함
- 회의에선 STX조선해양을 언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넣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임
3.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 중인 한진해운이 해외 선주회사에 지급해야 할 용선료를 3개월째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 그리고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면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행하기로 함
<< 금융/부동산 >>
1.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정보를 활용해 미리 상장사 주식을 공매도한 증권회사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됨
- 금융당국에 이어 사법당국까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블록딜 전 공매도’를 정조준하면서 증권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됨
2. 월가 헤지펀드 거물인 카일 배스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위안화 가치가 40% 급락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또다시 포문을 열면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헤지펀드 공세가 다시 시작됨
- 그는 올여름 내놓을 중국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수익률 100% 공약까지 내걸었으며, 월가도 중국의 부채위기가 시작됐다며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음
3. 중국 인민은행이 작년 8월부터 변경 적용했던, 시장원리에 의한 환율 결정을 골자로 하는 환율 시장화 조치를 중단하고 인민은행이 주요 통화에 대해 기준환율을 고시하는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짐
- WSJ가 입수한 지난 3월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 내 주요 경제학자, 은행 관계자 간 비공개 회의록 내용임
4. 연간 소득 4000만원 이하인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연 1%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금융상품이 6개월간 한시적으로 나옴
- 국토교통부는 우리은행 등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 6곳에서 이 같은 상품을 30일부터 출시한다고 24일 발표함
<< 국제 >>
1. 아베 일본 총리가 고속철도, 항만 건설 등 해외 인프라사업 수주 확대에 당초 계획보다 약 두 배 늘린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함
- 해외 인프라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글로벌 인프라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임
2. 중국의 양대 국유 조선업체 중 한 곳인 중국선박중공업(CSIC)이 산하 조선사 6곳을 3곳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하기로 함
- 생산능력 과잉 산업에 대한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한다는 분석임
3.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석유의존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내년까지 14억달러를 투자하고 사우디 현지인력도 2020년까지 20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함
-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등과 함께 에너지, 해양제조업시설 건설에 4억 달러를, 아람코, 사우디 국영 사우디아라비아산업투자회사(SAIIC)와 손잡고 항공, 소프트웨어, 상수도 개발 분야 등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블록딜(복습입니다^^)
- 거래소 시장 시작 전후에 대량의 주식을 보유한 매도자와 이를 매수할 수 있는 매수자 간에 거래를 체결시켜 주는 제도. 이는 거래소 시장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의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한 방안임.
주로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관 또는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장 시작 전이나 마감 후의 시간 외 매매를 통해 거래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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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4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문화일보]

1. 與小野大 정치권의 노조 편들기, 경제 근간 흔든다

정치권 지형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이후 산업·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 시급한 국정 과제가 흔들리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경제 정당’을 표방했던 여야가 포퓰리즘 악습을 재연하면서 구조개혁의 발목부터 잡는 양상이다. 노조 편들기 경쟁은 일파(一波)일 뿐이다.

23일 대우조선해양으로 몰려간 여야 수뇌부는 우려했던 대로 노조가 듣기 좋은 얘기만 늘어놓았다.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노조의 동참과 고통 분담이 필수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언급은 쏙 빼고 구체적인 실업대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당이 나설 것이라고 생색을 냈다. 본말과 선후를 바꾼 처신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우조선 노조에 한 말은 야당임을 고려하더라도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는 1만 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는 근로자의 경영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관심을 가져온 노조의 경영 참여는 독일 특유의 노사 문화의 소산으로, 국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잖아도 노조의 경영 참여를 요구해온 대우조선 노조로선 환호작약할 얘기 아닌가.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노조를 끼워 넣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김 대표 스스로 ‘경제민주화의 최종 단계’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만큼 더 차분한 연구·토론이 필요한 주제라는 점에서, 김 대표 발언은 시점도 장소도 매우 부적절했다.

이미 노동계는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업체 노조들은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면서 내달 초 단체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키로 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총선 전만 해도 노동계는 취약 업종의 구조조정이 얼마간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였으나 반전되는 양상이다. 노조와 야당이 합세하고,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동력을 잃고 있다. 더민주가 성과연봉제 조사단을 꾸리는 등 정부를 압박하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불법·탈법이 없게 하겠다”고 물러서고 말았다.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한시가 바쁜 구조조정은 산으로 가는 양상이다. 노동개혁은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절실하지만 여대(與大) 국회에서도 해내지 못했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노동개혁을 위해서도 노조 기득권 개혁이 절실하다. 여야 할 것 없이 노조에 러브콜만 보내다간 구조개혁은 물 건너가고 한국경제의 근간도 흔들릴 것이다.

2. 朴정부, 난개발 우려 큰 ‘용산공원’ 全面 재조정해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될 ‘용산공원’의 난개발(亂開發)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24일 브리핑을 통해 “국토교통부 계획안(案)은 정부 부처들의 사업을 위한 ‘땅 나눠주기’식으로 진행돼 공원 훼손이 우려된다. 최초의 국가공원인 만큼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듣고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 가까운 예다. 국토부가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용산공원 개발 시설과 프로그램(콘텐츠) 선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적으로 공감할 만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문화관,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테인먼트센터와 어린이아트센터, 문화재청의 아리랑문화유산센터, 경찰청의 경찰박물관, 여성가족부의 여성사박물관, 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 상징 조형광장, 산림청의 나무상상놀이터 등 7개 부처에 산하 시설 한두 개씩을 짓게 한다는 식부터 어이없다. 그런 발상으론 시민의 휴식과 문화 활동 공간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공원을 제대로 만들긴커녕 서울 도심의 소중한 국유지 235만㎡를 난개발의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게 할 뿐이다. 2014년 6월 3일 공포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용산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용산공원은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 휴식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하도록 ‘기본이념’으로 명시한 취지부터 거스르는 처사임은 물론이다. 

박근혜정부는 그 취지의 명실상부한 구현을 위해 현재 방안을 전면(全面) 재조정해야 한다. 해당 법률에 따라 장관이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장인 국토부는 6월로 예정했던 계획안 확정을 늦추고 의견을 더 수렴할 방침인 만큼, 국가공원 위상에 걸맞은 방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

3. 법원의 ‘징벌적 위자료’ 논의와 過猶不及 위험성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공분(公憤) 속에서 법원이 악의적 범죄에 대한 민사 책임을 더 엄중히 물어 위자료를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23일 적정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7월 15~16일 ‘전국 민사법관포럼’ 의제로도 삼을 예정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고의 정도와 범죄 후 정황, 재산까지 고려해 위자료를 징벌 차원으로 올리자는 취지다. 나아가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내달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심포지엄도 개최키로 했다고 한다.

국내의 위자료 액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게 법조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법원은 범죄 피해자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산업재해 내지 교통사고 위자료의 상한선을 원용해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억 원이 상한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이날 “형사 양형기준처럼 위자료 산정기준도 피해 발생 원인의 유형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징벌 차원의 위자료를 논의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대체 수단이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징벌적 손배 도입은 어디까지나 입법의 영역이다. 법원이 위자료 판례를 통해 징벌적 손배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겠다면 ‘우회 입법’으로서, 사법부의 월권이다. 현실적으로도 기업의 자유 수준을 초과해 과도한 책임을 물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위험성도 있다.

징벌 차원의 위자료든 징벌적 배상이든, 법리적으로는 사전 규제와 사후 책임의 반비례가 핵심이다. 또 징벌적 손배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국회와 법원 모두 법리와 현실을 면밀하게 검토한 대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헤럴드경제]

4.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인권침해 절대 없어야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논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관련 대책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자는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본 것이다. 행정입원이란 범행 가능성이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이 발견했을 때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상황시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도 함께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강 청장의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않다. 정신질환자를 경찰이 현장에서 짧은 시간에 ‘범죄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판단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정신질환에 대한 판단은 까다롭고 인력과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되는 전문적인 분야다. 의학계가 우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칫 오판할 경우 무고한 시민이 극단의 인권침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도 경찰의 조치가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체크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한 검토를 해야할 문제다. 

강 청장은 또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단언하면서도 여성들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혐오범죄로 보려면 ‘경향성’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 숫자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판단으로 보인다. 범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성이나 약자들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된다. 통계와 수치라는 잣대만으로는 잠재적 위험의 실체에 다가설 수 없다. 

이번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려면, 강제입원이나 이른바 ‘화장실법’같은 ‘1차원적인 대책’보다 안심하고 함께 사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신질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였으며 수 개월전부터 약물치료를 끊었다고 한다. 조현병은 국내에 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들이 가정, 사회, 지역 등에서 위협을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5. 일본 출산율 21년만에 최고, 우린 그동안 뭐했나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46명으로 21년(1994년 1.50명)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후생성 발표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출산율이 올라가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늘어나는 데는 경기회복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2013/2014년간 일본 경제가 좋았던 게 출산율 개선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의 국민총소득은 2013년 2분기 이후 3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일본의 출산율 회복은 경제적 이유와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10년 앞선 1995년 저출산 정책을 시작했다. 극도의 경기 침체기인 2005년 한 때 1.26명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꾸준한 정책 추진 덕에 이 만큼이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출산율이 적어도 1.8은 돼야 한다며 정책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며칠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발표한 ‘일본 1억 총활약 플랜’이 그 좋은 예다. 보육시설 확보 등의 출산 유인책으로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저출산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은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1억 총활약상’이란 장관급 직제를 만들어 인구문제를 전담케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위기에 빠지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본의 저출산 극복 전략은 15년째 초(超)저출산(1.3 이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물론 우리 정부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절감하며 정부 차원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에서 3차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자리와 주거 등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지원 대책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정책적으로는 일본보다 못할 게 없다. 돈도 10년간 80조원 이상 들이는 등 쓸만큼 썼다. 

그런데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지속성과 실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책을 책임지고 챙기는 데가 없는 것이다. 해당 부처 중간 간부와 직원 몇명이 담당하는 수준이니 장관급이 관장하는 일본과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도 전담 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치권의 초당적 대처도 필요하다. 나라 지킬 병사 수급도 어려워지는 등 저출산의 재앙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경제]

6. 은행 수익악화, 수수료 인상이 답인가

은행권 수수료 인상대열에 KB국민은행도 가세했다. 은행들은 다투어 송금과 예금, 자동화기기와 외환 등 주요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새로운 수수료를 도입하고 있다. 은행들은 물가인상 등을 감안한 현실화라고 주장하지만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익) 축소 등으로 나빠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다.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오르는 수수료 종류가 많은 데다 폭도 크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은행권은 손쉬운 수수료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영효율화와 고품질 서비스의 개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경영의 정도다. 

국민은행은 내달 1일부터 송금, 예금, 자동화기기, 외환 등 주요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한다고 밝혔다. 타행송금 수수료가 최대 1500원(60%) 오르고 통장ㆍ증서 재발급 수수료 등은 1000원(50%), 명의변경수수료는 5000원(100%)이 각각 인상된다.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내달 20일부터 100~200원 오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행 이체 수수료를 100~200원 올렸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외화 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일부를 인상했다.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주수익원인 예대마진이 지난해 1.97%포인트로 떨어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비이자 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표적이 수수료다. 지난해 이자수익은 33조5000억원으로 정점에 도달한 2011년(33조5000억원)에 비해 14% 이상 줄었다. 계좌이동제와 ISA 경쟁으로 각종 수수료 면제가 늘어난 것도 타격을 가했다. 수수료 인상이 고객들의 큰 저항 없이 쉽게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16개 시중은행은 전년보다 8% 늘어난 4조9465억여원의 수수료 순익을 거뒀다. 

은행들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수수료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 '정상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거의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옹색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은행권이 1%대의 쥐꼬리 이자를 주면서도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를 봉으로 여겨 경영손실을 전가하는 행위다. 

수수료 인상은 은행의 수익 악화를 해결하는 정답이 아니다. 직원 5명 중 1명꼴로 억대 연봉자인 고임금 구조, 국내영업에만 치중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 이자수익이 총수익의 90%를 웃도는 기형적 수익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수수료 수입에 기대는 후진적 금융을 벗어나기 어렵다. 

[서울신문]

7. 홍만표 비리 현직 유착 박히는게 핵심이다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중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씨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 이모씨에 이어 홍 변호사까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은 이미 홍 변호사가 지난 5년간 맡은 사건의 의뢰인들을 상대로 수임료 규모 등을 샅샅이 확인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소환은 사법 처리를 위한 최종 단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수사 진행 상황으로 봐서는 변호사법 위반이나 세금 탈루 혐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라는 ‘전관’ 배경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수임료 수입을 올리고, 세금까지 탈루했다면 반드시 엄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정씨는 검·경 수사 단계에서 홍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특히 검찰에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나중에 기소될 당시에는 뻔하게 드러났던 회사 돈 횡령 혐의 등에 대해 면죄부를 움켜쥐었다. 고교 동문인 브로커 이씨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 홍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이용해 검찰 내 현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검찰 안팎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나중에 정씨가 홍 변호사에게 거액을 쥐여 준 것도 영향력을 행사해 준 데 대한 ‘답례’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수사가 홍 변호사 단죄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처분이 나오기까지 홍 변호사와 현관들 간의 비밀 거래가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만 한다.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법치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현관들과 결탁한 ‘전관 변호사’를 이용해 범법자가 면죄부를 받는 일이 다반사라면 그 누구도 법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법치사회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성역이나 한계를 미리 정해 둬서는 안 된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현직에 대한 수사를 대충 마무리한다면 검찰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전관인 최 변호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현직들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힌다는 각오로 이번 수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8. 대우조선 노조 찾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발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어제 일제히 경남 거제시를 방문했다.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참여에 앞서 인근 조선소를 찾음으로써 민생 행보 의지를 보여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치권이 우리 경제의 화두인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관심을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날 행보는 외려 구조조정 진행을 더디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노동조합, 경영진, 협력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 원내대표는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 대책이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정부가 신속하게 시행토록 저희 당이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이라고 했다. 여야가 이처럼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챙기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대량실업과 지역사회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제 지역에서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2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직자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매우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가 과연 적절했는지는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조선 3사는 지난주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 등을 뼈대로 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모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채권단의 압박에 쫓겨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자구안을 마련한 점이다. 인력 감축 과정에서 노조가 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오늘 임단협을 시작하는 현대중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 단행 움직임에 대해 강력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이미 임단협을 시작한 대우조선 노조도 “구조조정과 관련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구조조정의 핵심은 노조 설득이 될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정치 지도자들이 노조를 방문해 벌인 달콤한 말의 잔치는 오히려 구조조정에 혼선만 준다고 본다.

조선 3사의 자구안을 놓고 노사 충돌이 예고된 가운데 채권단은 자구안이 일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느슨하다’고 평가해 보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의 자구안에 대한 주채권은행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구조조정이 아직도 첩첩산중인 셈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정치권은 오히려 기업과 대주주는 물론 노조에까지 고통 분담을 독려하는 쓴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들에게는 평소 노동 4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친기업적인 발언을 하고, 노조를 방문해선 일자리를 보장하는 듯한 이중적 행보를 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지체시킬 뿐이다.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경제공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9. 개발경험 전수 뛰어넘는 대아프리카 외교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1~2015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7개가 아프리카 국가였다. 에티오피아가 8.1%로 선두를 달렸고, 모잠비크가 7.7%, 탄자니아가 7.2%, 콩고와 가나가 각각 7.0%, 잠비아가 6.9%, 나이지리아가 6.8%로 뒤를 이었다. 가파른 경제성장은 당연히 구성원들의 의지에 힘입었지만, 세계 각국의 다양한 경제 원조가 상당한 힘이 됐다. 특히 중국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중국이 2001년 2억 달러를 들여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아프리카연합(AU) 건물을 지어 기증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도로와 건물 등 각종 인프라를 제공했고, 그 과실을 이제 본격 수확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지난해 교역량은 전체의 34%를 대(對)중국 무역이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부터 동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다.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가 대상국이다. 한국 대통령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것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케냐를 방문하는 것은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우간다는 우리 대통령이 방문한 기록이 없다. 박 대통령은 세 나라 순방에서 그동안 전개한 아프리카 외교에 상생 협력과 문화 교류를 추가한 대(對)아프리카 정책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단기간에 산업국가로 변신한 한국은 아프리카 각국의 중요한 발전 모델이었다. 우리도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개발 경험을 전수하면서 교류 협력의 폭을 넓혀 왔다. 하지만 원조 차원에 머물렀을 뿐 자원 부국이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상품 시장인 아프리카와 본격적인 경제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박 대통령의 동아프리카 순방은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는 대기업 14개사를 비롯해 모두 166개사가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적지 않은 수출 기업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지역 국가들은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의 공조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아디스아바바의 AU 본부에서 상생 협력의 정책 비전을 담은 특별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이 기증한 건물에서 중국과는 다른 한국의 역할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데일리]

10. 한국기업 노골적 차별하는 중국 정책

중국이 삼성SDI LG화학 등 중국진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불공정한 규칙을 적용키로 했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과 신(新)에너지자동차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에 대한 외국기업 참여지분을 50% 이하로 제한한 것이 그러한 사례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경우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기업 지분을 50% 이하로 낮춰야만 한다.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의 꼼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까지 딴지 걸기 식의 불공정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다.

중국의 ‘불공정한 게임’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2009년만 해도 중국 검색시장에서 33.2%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인터넷 검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듬해 퇴출되고 말았다. 그 사이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와 동영상 스트리밍사이트 유쿠(優酷) 등이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려 왔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구글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3월 ‘중국제조 2025’라는 제조업 혁신계획을 마련해 반도체, 로봇 등과 함께 배터리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기술수준과 가격 경쟁력이 뒤떨어진 중국업체들이 세계 일류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규제’라는 두 칼을 휘두르며 자국기업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비야디(BYD)와 CATL이 글로벌 주력업체로 성큼 올라선 것이 이에 힘입은 결과다.

중국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맞서 우리도 정부와 기업들이 손잡고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NCM 배터리 보조금 지급 중단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등 제3의 유망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중국 외 다른 시장으로 투자를 분산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우공이산/강동형 논설위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중국의 ‘열자’라는 책 탕문편(하나라 탕왕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에 이 이야기가 있다. 중국 허베이성 지저우와 허난성 허양 사이에 태행산과 북산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산 아래 나이가 아흔인 우공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산이 가로막아 멀리 돌아다니는 게 불편해 어느 날 두 산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반대하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다 못한 식구들이 돌과 흙을 발해에 버리기로 하고 일을 시작하자 이웃도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은 더뎠고 단 한번도 발해에 흙을 버리지 못했다. 이때 지수라는 사람이 “풀 한 포기 뽑지 못할 늙은이가 산을 옮기다니 참으로 어리석도다”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우공은 “당신이 답답하다. 내 대에는 안 되겠지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대답하자 지수가 말문이 막혔다고 하다. 이에 천신(天神)이 감복해 두 아들을 내려보내 산을 메어다 옮겨 놓게 했다는 이야기다. 산을 옮겨 바다에 이른다는 ‘이산도해’(移山倒海)도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일흔셋의 나이에 변호사에서 물리학자가 된 강봉수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우공이산’이 생각났다. 남이 보기엔 우둔해 보이지만 한 가지 일에 매진해 꿈을 이룬 강 변호사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우공이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판사 시절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펼치고 아내와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7년 전 유학길에 올랐다. 애초 계획했던 5년보다는 2년이 길어졌지만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논문 제목이다. ‘초전화된 전자파와 이를 응용한 입자 가속기’라고 한다. 인문학도로서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제목이다. 그의 포부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양자중력 연구라고 하니 분명히 우공이 시작한 아흔 살 이전에 뭔가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강 변호사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난 또 한 사람은 어제 7주기를 맞은,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별명이 바보인 것은 지역감정을 없애 보겠다며 야당의 불모지에서 무모한 도전을 거듭한 데서 붙여진 것이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그곳에 모인 정치인 중에 ‘바보 노무현’을 진심으로 추도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어떤 이에게는 극복의 대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공이산의 정신만은 모두에게 계승됐으면 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인 중에서도 이정현 의원이나 김부겸 당선자처럼 더 많은 ‘바보’가 나올 날을 기다려 본다.


2. [동아일보][챈들러의 한국 블로그]파티 같은 한국 야구

뜨거운 여름이 되면 고소한 땅콩 냄새,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잔디구장, 배트에 공이 맞는 타격 소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나는 다섯 살 때 아버지에게 처음 야구를 배우기 시작해서 대학을 다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또 가족과 함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응원하러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야구장에 갔다. 성인이 되어 야구장에서 즐겨 마셨던 맥주와 핫도그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한국 생활 초반엔 미국 야구를 가장 그리워했다. 그러나 그 그리움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야구장을 방문한 이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 도착한 지 몇 달 후, 친구의 초대로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보러 가게 됐다. 잠실구장에 들어가는 순간 파티장에 온 것 같았다. 목이 쉴 정도로 쉼 없이 응원하는 치어리더부터, 나오는 선수마다 다양하게 부르는 응원가까지 이렇게 역동적인 응원 문화는 처음 접해 봤다. 몇 시간 동안 함께 응원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관중과 오래된 친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한국의 야구 문화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을 뛰어넘어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 문화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직장 동료끼리 퇴근 후 야구장에서 치맥을 먹기도 하고 커플마다 셀카를 찍으며 야구장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한국 야구 경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에 진행하는 이벤트도 볼거리 중 하나이기에 이닝 사이에 화장실을 가는 것보다 오히려 경기 도중에 빨리 갔다 와야 한다. 경기 중엔 관중 앞에 서 있는 응원단장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마치 지휘자처럼 수많은 관중을 지휘하고 이끌어 다 같이 한마음, 한목소리가 되게 만들어 준다. 

여러 경기를 관람하며 살펴본 결과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응원 문화는 정말 독특하고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 응원봉 대신 신문지를 찢어 흔들고 머리에 주황색 봉투를 쓰면서 ‘부산 갈매기’를 부르는 모습은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렇기에 그 충격과 감동은 더 크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상징은 ‘인내’라고 들었다. 크게 져도 항상 웃으면서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에 인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영어 단어가 없어서 그 의미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경기를 몇 년간 보면서 그 의미를 서서히 깨달았다. 

응원 방법도 다르고 팬의 특징도 팀마다 다르지만 그 열정은 다 똑같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아무리 지고 있어도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열정적으로 끝까지 “최-강-한-화”라고 응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한국 야구도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 용병 선수들을 늘리고 있고 연봉 제한선도 폐지했다. 지속적으로 그 수를 늘린다면 미국처럼 반 이상의 선수들이 외국인 용병들로 채워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응원 문화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야구장은 외부 음식, 음료 반입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1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만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안전과 위생 때문에 한국도 소주와 캔 맥주 반입에서부터 최근에 생맥주를 파는 ‘맥주보이’를 잠시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변화와 제약이 많아지면 한국 야구만의 경기력, 열정적이고 독특한 야구 문화에 부작용이 생길 것 같아 우려된다. 

한국 야구는 선수들의 실력과 경기력도 훌륭하지만 응원하는 팬들과 그 문화 또한 대단한 것 같다. 앞으로 이렇게 한국만의 경기력과 독특한 문화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여름을 생각하면 땅콩과 핫도그 대신 마른 오징어와 치맥이 먼저 떠오른다.

3. [동아일보][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20>피고 지는 꽃의 나날들

얀 브뤼헐(1568∼1625)은 꽃 정물화의 대가입니다. 하나의 정물화에 100여 종의 꽃을 그렸지요.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생김과 자태가 빛나지 않는 꽃이 없습니다. 당대인들은 이런 화가를 ‘꽃 브뤼헐’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럽에서 식물은 의학적 효용의 관점에서 주목되었습니다. 16세기 식물학이 의학에서 분리되면서 식물 자체로 관심 대상이 바뀌었지요. 이 무렵 꽃이 독자적인 미술 소재로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화가는 초기 꽃 정물화의 전형을 만든 선구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도자기 화병에 담긴 꽃다발’은 작은 식물원을 방불케 합니다. 그림에는 백합과 아이리스를 비롯해 튤립 작약 수레국화 장미 붓꽃 물망초 수선화 백합 카네이션 등 각양각색의 꽃들이 등장합니다. 다채로운 것은 꽃의 크기와 빛깔만이 아닙니다. 만개 시기도 제각각입니다. 꽃에 무지해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화가는 꽃에 관한 지식이 해박했지요. 직접 정원을 돌보고, 관찰을 쉬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없는 꽃을 상상으로 그리기를 경계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꽃 정물화를 고수했습니다. 

그림 속 개화 시기가 다른 꽃들은 의미가 특별합니다. 피고 지는 꽃은 덧없는 삶을 상징합니다. 사계절 꽃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삶의 상징이라니 화병도 각별한 뜻이 있겠군요. 꽃병은 순환하는 삶이 펼쳐지는 물과 땅, 불과 해가 어우러진 우주를 은유했습니다. 그림 속 도자기 화병 앞면 좌우에 바다의 신과 풍작의 신을 그려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마 화병 뒷면은 불의 신과 태양의 신이 차지하고 있겠지요. 절정의 순간 꽃이 가득한 화가의 그림은 소멸의 사건을 호출합니다.

성년의 날이었던 지난주 월요일은 애도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학기 중 급작스레 타계한 교수님의 추도식이 학교에서 이른 아침 거행되었지요. 추모식이 끝나자 교내에 설치된 분향소로 향하는 국화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루 종일 갓 스무 살이 된 젊음들에게 장미 축하도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 휴일이어서 하루 늦게 도착한 스승의 날 카네이션 바구니까지 손에 들려 있던 때문일까요. 하얀 꽃송이와 붉은 꽃다발이 한데 뒤섞여 물결치는 세상이 거대한 꽃 정물화 같았습니다. 지금 나는 무슨 빛깔, 어떤 삶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을까. 추모객들 손에 조심스레 들린 작별의 꽃과 청춘들 가슴에 벅차게 안긴 설렘의 꽃 사이에서 문득 궁금했습니다. 

4.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진영]敵의 아이를 가진 소녀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웃 마을 언니 집에 가는 길에 납치된 이후의 생활은 입에 담기도 싫었다. 그저 무사히 집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기도했다. 하지만 납치범들 손에서 풀려나 집에 왔을 때 소녀는 싸늘한 시선들과 마주쳤다. 그제야 달거리가 멈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한 나이지리아 루카이야 양(13)의 이야기다. 이 나라에선 극단주의 무장반군 보코하람(Boko Haram)과 정부군의 대립이 8년째 계속되면서 여성들의 인권 유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인구의 절반은 기독교도, 절반은 이슬람교도인 이 나라에 이슬람 신정(神政)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2009년부터 마구잡이 테러를 자행해왔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을 끌고 가 자살폭탄 테러에 이용하거나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성폭행했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2012년 이래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성은 약 2000명. 최근엔 정부군의 소탕 작전이 성공해 납치됐던 소녀들의 기적 같은 생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쁨의 귀향은 절망의 시작이다. 전쟁 피해자들은 아군과 또 다른 무언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적군과 함께 살다 온 여성은 적군만큼 위험한 존재로 간주된다. 부모들은 “딸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정부는 “평생 여자애들을 가둬놓으라”는 압력을,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개들 속의 하이에나’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보코하람의 여자’라는 낙인은 조선시대 전쟁 피해자들인 환향녀(還鄕女)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학자들은 속환녀(贖還女)라고 부른다. 병자호란을 기록한 인조실록엔 “오랑캐에게 정조를 잃은 며느리에게 조상 제사를 받들게 할 수는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시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반대로 딸이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는데도 사위가 새 장가를 들려고 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친정아버지의 사연도 있다. 당시 좌의정 최명길은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다는 이유로 이혼을 허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가 “나라의 풍속을 무너뜨린 자”로 역사에 기록됐다(인조실록 36권). 인조는 마을마다 ‘회절강(回節江)’을 지정해 몸을 씻는 여인들은 받아주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적잖은 속환녀들은 그 이후로도 이혼당하고 버림받았다. 

이제는 환향녀도, 속환녀도 입에 올릴 일이 없다. 그렇다고 부당한 낙인찍기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착공식을 마치고도 마포구 성미산 자락으로 쫓겨나 건립된 이유는 일본이 반대해서가 아니다. 일부 단체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며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보코하람에 납치된 소녀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우리 딸을 돌려 달라’(#BringBackOur Girls)는 해시태그 캠페인에 동참했던 이들은 이제 소녀들의 ‘슬픈 귀향’에 분노하고 있다. 2012년 5월 문을 연 후 4주년을 맞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문제를 넘어 이름 그대로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면 어떨까. 전쟁의 만행뿐 아니라 전쟁에서 소녀를,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이들이 오히려 적군과 함께 그 희생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그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함을 일깨우는 곳 말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놓듯 지은 건물은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여전히 횡행하는 피해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 관행을 역설적으로 선명히 드러내줄 것이다.

5. [동아일보][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막창과 곱창

양구이나 양곱창구이를 양(羊)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안 적은 없는지. 한자어 양(羊)에 이끌려서인데 그렇지 않다. 여기서 ‘양’은 소의 위(胃) 가운데 하나를 말한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어서 위가 4개다. 첫 번째 위는 ‘혹위’ ‘반추위’, 두 번째는 ‘벌집위’, 세 번째는 ‘천엽(千葉)’ ‘처녑’ ‘겹주름위’ ‘중판위’, 네 번째 위는 ‘추위’ ‘주름위’라고 한다. 보통 익히지 않고 날로 기름장에 찍어 먹는 처녑, 천엽 등 익숙한 낱말도 있지만 대부분 생소하다. 그런데 가만, 정작 입길에 자주 오르는 ‘막창’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가 막창을 ‘마지막 창자’라고 생각해 ‘소의 대장’으로 알지만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다. ‘홍창’이라고도 한다. 

또 있다. 사전은 ‘양’을 ‘소의 위(胃)를 고기로 이르는 말’이라고 뭉뚱그려 놓았지만 언중은 첫 번째 위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 처녑과 천엽의 언어세력을 인정해 복수표준어로 삼은 것처럼 막창과 홍창도 표준어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아 참, 대구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돼지 막창’은 엄밀히 말하면 ‘돼지 밥통’으로 불러야 한다. 돼지는 위가 하나뿐이니.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小腸)를 말한다. 북한에서는 ‘곱밸’ ‘곱창’ 둘 다 쓴다. 곱창의 ‘창’이 중국어 ‘장(腸)’에서 왔고 곱밸의 ‘밸’은 창자를 뜻하므로 둘의 의미는 같다. 비위에 거슬려 아니꼬울 때 흔히들 쓰는 ‘밸(배알)이 꼴리다’의 밸이 바로 그것. 밸은 속어로 남아 있는 고유어다.

소의 작은창자가 꼬불꼬불하다 보니 곱창을 ‘굽은 창자’ ‘곱은창자’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곱은창자가 줄어들어 곱창이 된 것으로 본 것. 과연 그럴까. 소의 큰창자(大腸) 역시 꼬불꼬불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사전은 ‘곱은창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곱창의 ‘곱’은 뭘까. ‘부스럼에 끼는 고름 모양의 이물질’이나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이다. 눈곱 발곱 손곱이나 곱창전골 등에서 ‘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양껏 드세요’ ‘양에 차다’라고 할 때의 양은 어떻게 표기할까. 위가 꽉 차도록 많이 먹으라는 뜻이므로 ‘위(胃)’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자어 양(量)에 밀려났다. 사람의 배를 채우면서 소 위인 양을 쓴다는 게 마뜩잖아 그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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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24일 신문 브리핑 #

"미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말은 "감사"다. 그들은 아이들과 아내에게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가족들에게 먼저 "감사합니다"를 습관하자자."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지난 4월 초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20명 중 13명이 집단 탈출한 데 이어 중국 서부지역 대도시에 있는 한 북한식당의 20대 여종업원들이 최근 또 탈출한 것으로 23일 알려짐
- 이들은 지난 6~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근무하던 식당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짐
<< 경제 일반 >>
1. 중소기업청은 전국 각지의 우수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중소기업 121곳을 ‘2016년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고 23일 발표함
- 선정 업체들은 앞으로 3년간 ‘맞춤형 지원’을 받게되며, 중소기업청은 R&D에 232억원, 해외 마케팅에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임
2. 롯데홈쇼핑이 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주요 사항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프라임 타임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을 전망임
- 프라임 타임이란 홈쇼핑에서 최고 많은 매출이 나오는 시간대로 오전 8~11시와 오후 8~11시 등 총 6시간을 뜻하며, 국내 방송사업자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임
3.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금명간 SK해운에서 LNG선 건조계약을 수주할 것으로 알려짐
-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은 SK E&S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운송하기 위해 필요한 LNG선 2척을 현대중공업에 곧 발주할 것으로 알려짐
4. 공공기관의 군살을 빼겠다던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공기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됨
-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공공기관 수는 323개로 4년 전(286개)보다 37개(12.9%) 증가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공공기관 설립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지원법과 육성법에 의한 결과가 크다고 분석됨
<< 금융/부동산 >>
1.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속속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매파’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음
- 그만큼 오는 6월과 7월 열리는 FOMC 회의 중 한 번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많음
2. ‘오일 머니’ 감소로 중동 은행의 예금 유치 수요가 커지면서 연 2% 수준의 매력적인 투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은행에 이어 중동 카타르 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에까지 뭉칫돈을 밀어넣기 시작함
-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내 단기 부동자금의 중동행이 잇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옴
3. 23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2350억달러에 달해 처음으로 미국(2310억달러)을 추월함
- 텐센트가 시장 1위 사업자 알리바바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가운데 애플과 삼성전자까지 가세해 무한경쟁에 들어감
4. 지난달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액면가(1만원) 대비 반 토막 났던 한진해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격이 9000원대를 회복함
-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2013년 5월23일 발행한 BW(한진해운78)는 이날 장내 채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액면가 1만원당 600원 오른 9000원에 거래를 마침
5. 거액의 임차보증금을 걸고 2년간 계약을 맺는 일반 사무실과 달리 월 또는 일 단위로 사무실을 빌려 사용하는 형태인 초단기 월세 사무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
- 단기 임대 사무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20~30대를 중심으로 1인 또는 소자본 창업이 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며, 은퇴한 중장년층 창업까지 늘어나면서 사무집기가 갖춰진 단기 월세 사무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임
<< 국제 >>
1.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1월 본선을 앞두고 기존 공약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음
- 과도한 재정적자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존의 '감세 공약'을 수정하고, "한국과 일본을 계속 지켜주고 싶다는 것”이라는 식의 기존과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으며, 자신의 모욕적인 발언에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히스패닉 계층에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음
2.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수도 하노이에서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한다고 밝힘
- 1960~1970년대 10년간 전쟁을 치른 두 나라가 41년 만에 적대적 유산을 청산하고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상징적 조치로서,
외신들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는 전략에서 미 의회 일각과 인권단체의 반대에도 이번에 금수 조치를 완전히 푼 것으로 평가함
3. 시리아와 예멘에서 23일 잇따라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6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짐
-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신주인수권부사채(BW)
- 사채발행 후 일정기간 내에 미리 약정된 가격(신주인수가격)으로 당해 발행회사에 일정한 수 또는 금액에 해당하는 신주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하며, 신주인수권의 분리 유통성 여부에 따라 분리형과 비분리형으로 나누어지고 신주인수권의 행사청구방법에 따라 현금납입형과 대용납입형으로 분리됨.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행사에 의한 주식매입으로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낮은 표면이자율로 발행이 가능함.
동 사채의 발행은 기업측면으로 볼 때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투자자측면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면 시가 이하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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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여·야·정, 역지사지로 민생 살릴 혜안 고민하길

여·야·정 민생현안점검회의가 지난 20일 개최됐다. 회의 결과를 놓고 ‘성과가 없었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첫 술에 배 부르겠느냐’는 기대감 등 두 가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제1차 여·야·정 민생회의가 갖는 상징성이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각자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의 생각을 듣기 시작했다는 점은 누가 뭐라 해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날 회의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이 의제에 올랐다. 먼저 정부를 대표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여야 정책위의장들에게 수출 부진과 청년실업률 상승,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 민생 현안 등을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20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신산업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이에 여·야·정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추경 외에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지출 확대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야당 입장에서는 양적완화에 선뜻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이해하고 합의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노사합의로 추진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노사합의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노조의 반대가 뻔한 상황에서 노사합의 원칙만 확인한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야당도 비효율의 대명사로 지탄을 받고 있고, 국민 다수가 원하는 공기업 임직원의 성과연봉제 도입 원칙에는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야당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협치의 중요한 가늠자 중의 하나다. 여야 3당이 한목소리로 중앙정부가 좀 더 재정적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올 예산의 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3당이 한목소리를 낸 사안인 만큼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야·정 민생회의가 협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시청문회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상시청문회법은 민생에 비해 중요도가 낮고, 성격도 다르다. 민생은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을 뿐 여야가 따로일 수가 없다. 민생을 챙기는 일만큼이라도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야당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반대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에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여·야·정 민생회의를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민생 문제만큼은 여·야·정이 진영의 늪에서 빠져나와 협치의 정치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2. ‘강남역 여성 살인’ 자발적 추모 함의 읽어야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이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연일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경찰은 정신병력이 있는 남성의 ‘묻지마 살인’으로 인식했다. 그런 것이 다음날 한 네티즌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여성 혐오 살인에 경종을 울리자고 제안하면서 삽시간에 공감대를 넓혔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왔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를 여성혐오증으로 몰아가는 시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성을 공격 대상으로 특정했다는 의심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범인은 6명의 남성이 오간 뒤 처음 나타난 여성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강남역 부근의 추모 열기는 전국의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추모 카페가 만들어지고 오프라인에서는 촛불 문화제 등이 잇따라 계획되고 있다. 특정 단체나 구심체 없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운동을 주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순히 흘려 넘길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컸는지, 억압된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공포는 일상적이며, 이번 사건은 그 공포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여성들은 울분을 섞어 자조한다.

여성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걱정해야 하는 정황들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만 보더라도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는 여성이 84%를 차지한다. 된장녀, 김치녀 같은 여성 혐오 묘사가 흔한 데다 이런 표현에 공감한다는 남성은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사회 분위기를 무비판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남자 청소년들은 한술 더 떠 67%나 된다니 걱정스럽다.

여성 대상의 폭력과 범죄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절실하다. 오죽했으면 여성혐오 범죄는 법을 고쳐서라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얼음판을 걷게 하는 세상은 야만사회다. 내 딸, 내 누이일 수 있는 여성들이 왜 이 무더위에 인터넷 사발통문을 돌려 거리집회에 나서려는지 헤아려야 한다. 며칠 뒤 발표한다는 범정부 여성 안전 종합대책도 졸속 땜질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3. 北 대화 공세 앞서 의미 있는 변화 보이라

7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의 대화 공세가 집요하게 펼쳐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군사 대화를 제의한 데 이어 21일에는 김기남 당 중앙위 부위원장 명의로 군사 대화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등 대화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전쟁 연습으로 비난하면서 적대행위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면서 남북 간 군사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이틀간 계속된 북한의 대화 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 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비핵화를 거부한 상태에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행태는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평가인 것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분석해 보면 늘 다목적인 노림수가 있다. 유연한 대화 제스처 뒤에는 한반도 긴장의 이유가 자신들에게 있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내세워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 가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 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남남 갈등을 고려한 흔적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이후 군사 대화를 하자는 것은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주장했던 ‘세계의 비핵화’ 역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핵무기 소형화와 다양화를 추진하는 북한으로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스위스까지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대북제재에 참여할 정도로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틈만 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북한은 국제사회에 적대행위 중지를 요구하기에 앞서 핵실험 중단 선언 등 의미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대화 공세에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공화당)나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등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선 이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중국 역시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이라 미 대선 이후 국제사회 기류가 급전환될 수도 있다. 당분간은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대북 제재 국면을 유지해야 하지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른 다양한 출구 전략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동아일보]

4. '성과급 노사합의'약속한 경제부총리, 공공개혁 포기했나

여야정이 20일 첫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지난해 9월 ‘직무·숙련을 기준으로 해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고 한 노사정 대타협 원칙을 따르고 노사 합의로 진행키로 했다. 정부가 성과주의를 강제한다는 야당의 지적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7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개혁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유 부총리였다. 지난달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성과로 첫발을 내디딘 ‘여야정 협의체’가 공공개혁을 후퇴시킨 꼴이다.

금융공기업들은 이달 들어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에서 성과주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5곳이 성과급을 도입했고 이번 주에는 나머지 4개 금융공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유 부총리가 느슨해지는 공공개혁의 속성을 감안해 두 야당에 선제적 개혁을 설득하기는커녕 개혁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2014년 기준 공공기관 전체 연봉은 6349만 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소득 상위 10%에 가깝다.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3240만 원)의 2배나 되고, 산업은행 예탁결제원 같은 9개 금융공기업의 평균 연봉은 무려 8883만 원이다. 더구나 공공부문에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는 기본급은 그대로 둔 채 수당에만 차등을 두는 등 ‘무늬만 성과주의’다. 비정규직은 월 137만 원을 받는 마당에 여야정이 생산성 낮은 공공부문의 기득권 사수를 돕겠다는 것은 다수 국민을 외면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의 대상인 공공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모셔놓고 일일이 재가를 받는 개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주요 이유는 개혁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공공개혁이 실패한다면 민간개혁을 유도할 명분도 없어질 것이다.

5. 불편 감수해야 초미세먼지 잡는다

최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5년도 공기 질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80개 국가 중 173위였다. 2014년에 171위였으니 두 계단 더 내려간 셈이다. 그러나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공기 질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매번 달라 객관성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가중치를 반영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나 국가의 공기 질이 나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점도 그렇다. 지상 관측 자료가 아니라 정확도가 낮은 인공위성으로 추정한 대기오염도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미세먼지(PM10)를 관측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이후, 최근 몇 년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7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최악의 상황이었고,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힘입어 2010년 이후에는 50μg 이하로 낮아졌다. 하루 평균 100μg 이상인 날도 2000년대 초반에는 40일이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10∼20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기 질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는지 반문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보다 두 배 이상이다. 현재 미세먼지 양의 절반으로 줄여야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는 중국 내 미세먼지 감축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중국 미세먼지의 피해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산정한 결과를 하루빨리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그간 유지해 온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한 것은 초미세먼지이기 때문이다. 지름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지름 2.5μm)는 우리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최근 10여 년 동안 미세먼지는 크게 줄었지만, 초미세먼지는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에서도 최근에야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관측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관측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감소했고,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모르는 실정이다.

초미세먼지는 자연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못할 만큼 크기가 작다. 중국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초미세먼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초미세먼지는 인위적인 요인, 즉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자동차의 경유 엔진을 통해서 배출되는 양은 휘발유 엔진의 10배 이상으로 많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를 경악하게 한 폴크스바겐과 닛산의 배출가스 조작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정부가 미처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엄청난 양의 초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뿜어져 나왔다. 초미세먼지는 앞으로도 적절한 규제책이 나올 때까지 계속 뿜어져 나올 것이다.

깨끗한 물은 사 먹어야 하듯이 깨끗한 공기도 공짜로 얻을 수 없다.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는 선에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불편함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 초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경유 차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경유 차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의 대기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젠 화력발전소를 증설해선 안 된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는데도 환경부의 오염배출원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중소형 공장도 주시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이 공장들의 대기오염 물질만 제대로 관리해도 대기의 질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6. 1년 맞은 메르스 사태 교훈 벌써 잊었나

우리 사회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5월 20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50대 한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 메르스 쇼크는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대처 미흡으로 일상 생활을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보건당국이 지난해 12월 23일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217일 동안 감염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1만6000여명이 격리됐다. 또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여행·모임·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자그마치 30조원에 달했다. 

메르스 파문은 단순한 질병으로 그치지 않았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방역체계의 허술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에 맞서는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악화시키는 낭패를 당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을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역학조사관을 늘리며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전염병이 창궐할 때 신속하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현장에서 지휘를 하기 힘든 구조다. 또한 감염병 전문병원은 설립 계획만 잡혀있을 뿐 구체적인 일정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 방역체계 개편은 실질적 효력을 갖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최근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는 설문조사에 73.8%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은 우리 방역체계 현주소를 보여주는 초라한 성적표다. 최근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국내 방역 시스템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험대다. 메르스 사태처럼 정부가 넋 놓고 있다가는 ‘제2의 메르스’ 재앙을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 방역당국은 지카바이러스 창궐에 맞서는 시스템 점검과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앙일보]

7. 정신질환자 관리 사각지대가 강남역 참극을 불렀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피살사건에 대해 경찰은 22일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규정했다. 여성 혐오에 따른 증오범죄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이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조사한 결과 김씨의 조현병(정신분열증)이 범죄 이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이미 2003~2007년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으며 2008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모두 6차례에 걸쳐 19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치료를 중단한 채 거리를 방황하다 증세가 악화되면서 이런 비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건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일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정신질환자는 국가와 사회가 치료해주고 관리해 사회 복귀를 도와야 할 대상이다. 치료받는 정신질환자는 결코 위험하지 않으며 범죄율이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낮다는 보건의료 통계는 이 같은 관리체계의 강화가 왜 필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이런 어이없는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신질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거리를 배회하며 증세가 악화한 사람은 없는지 제대로 관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재 224개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건강증진센터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입원·치료·퇴원할 때 본인 동의서를 받아 실시하고 있는 사례 관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건강증진센터에 전담직원을 배치해 업무에 몰입하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집중 전담제도 등 더욱 촘촘하고 치밀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명령제를 더욱 엄격하고 실효성 있게 적용할 필요도 있다. 물론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위험 행동의 가능성이 크거나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당국이 더욱 과감하게 개입하는 쪽으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을 사회가 백안시하면 치료나 관리 받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럴 경우 증세가 더욱 악화돼 극단적인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사회가 이들을 따뜻하게 껴안아야 더욱 안전한 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고, 우범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등 범죄예방을 위한 사회 환경 조성도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방치해온 이런 문제점들을 적극 개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억울한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매일경제]

8. 첫 발 뗀 민생 협치 일자리 창출부터 성과 내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들과 함께한 첫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설명하며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안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부문이 직격탄을 맞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고용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25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년 새 15세 이상 인구가 42만명 증가한 것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더욱이 청년층 실업률(10.9%)은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회의는 여소야대 정국의 민생 협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한 대로 여·야·정이 민생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예상대로 첫 회의에서 정부와 여야는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부실기업 구조조정 재원,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에 제동이 걸리거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65%대에 그치고 있는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로 내세웠다. 그런데 현 정부 경제정책 사령탑이 '일자리 창출 여력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는 유 부총리가 완곡하게 내비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조선업 '빅3' 구조조정 과정에서만 60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이대로 두면 청년실업자가 조만간 150만~16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20대 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처리를 호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민생 현안은 결국 일자리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므로 민생 협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한다. 여·야·정은 마냥 시간을 끌지 말고 구조조정 충격을 흡수하면서 신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민생경제 협의체는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9. 반복되는 ELS 손실, 판매 전에 위험성 충분히 알렸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또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2011년부터 이달 19일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5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ELS 현황을 분석한 결과 5년간 1조2300억원이 발행됐는데 이 중 3200억원가량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1500억원은 아직 상환 전이라 최종 손실액이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니 큰일이다. 조선과 해운은 전망이 좋지 않아 투자에 신중했어야 했는데 고수익에 현혹되는 바람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ELS와 기타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로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에는 자동차와 화학, 정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1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저유가 충격으로 원유 DLS에서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생겼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자들이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손실이 잦은데도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탓도 있지만 신중하지 못한 투자자와 수익에만 급급한 금융기관의 책임도 무겁다. 

파생결합증권은 특정 종목을 자산으로 하는 유형은 물론이고 지수 연동같이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낮은 것이라 할지라도 태생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투자 상품이다. 원금 보장형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 예금 같은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 발행사인 증권사나 은행이 파산하면 원리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은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기려고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반복되는 파생결합증권의 투자 손실을 막으려면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하겠지만 금융기관들도 수익에만 너무 욕심내지 말고 판매하기 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고수익만 생각하고 파생결합증권의 원금 손실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에게는 아예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

10. 검찰, 홍만표 전관예우·몰래변론 의혹 확실히 밝혀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전방위 로비의 핵심으로 꼽혀온 브로커 이 모씨가 검찰에 체포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부당 수임료 수수 및 탈세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고교 선후배 사이로 정 대표에게 홍 변호사를 소개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연결 고리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 그동안 불거진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홍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정 대표의 마카오 3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한 두 차례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검찰이 지난해 마닐라 100억원대 도박으로 정 대표를 기소했을 때도 회사 돈 횡령 혐의 적용을 막아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 변호사는 그동안 "정 대표에게 받은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 전부"라며 전관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최근 정 대표로부터 "3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맡아 선임계도 내지 않고 수임료 3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2014년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참엔지니어링 한 모 회장 횡령·배임 고발 사건 때도 선임계 없이 '몰래 변론'하고 세금을 안 낸 정황이 드러났다. '몰래 변론'은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인데 들켜도 과태료만 부과하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이 홍 변호사 소환조사에 뜸을 들이고 있으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홍 변호사의 부동산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탈세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브로커 이씨가 체포된 만큼 그의 입을 통해 홍 변호사의 전관 로비 혐의를 입증해내야 할 것이다. 전관예우 의혹이 핵심인 이 사건을 탈세 의혹만 밝히고 끝낸다면 비난 여론이 비등할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려면 검찰은 국민 앞에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속속들이 밝혀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경영칼럼]일부러 고객 편가르는 양국화 마케팅이 뜬다

팝스타 마돈나는 “애지중지하는 딸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지만 ‘마마이트’ 샌드위치를 한입만 먹어보라는 부탁은 끝내 들어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마마이트를 먹는 것은 최악의 악몽이라고도 덧붙였다. 마마이트는 갈색의 진득거리는 이스트 추출액. 주로 토스트에 발라먹는 용도로 사용된다. 우중충한 색과 독특한 향, 짠맛 때문에 먹기 어려운 도전적인 음식의 대명사기도 하다. 마돈나처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녀의 딸처럼 열렬히 지지하는 광팬도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마마이트는 ‘Love it or Hate it’이란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팬들에게는 마마이트로 샌드위치를 천국과 같이 만드는 방법을, 혐오 고객들에게는 샌드위치를 망치는 방법을 알려준다. 2010년 ‘마마이트 XO소스’를 출시할 때는 팬 고객 30명을 초대해 마마이트 향 칵테일과 함께 즐기는 이벤트를 벌였다. 당시 홈페이지에는 5만4000명의 방문객이 모였고 페이스북은 30만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팬들의 기대 속에 출시된 신제품은 매장에 전시되자마자 매진되는 성과를 이뤘다.

마마이트의 전략은 열성 고객과 혐오 고객을 정면으로 대립시키는 전형적인 ‘양극화 마케팅’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숨기거나 외면하는 브랜드 혐오 고객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양극화 마케팅은 편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즉 ‘집단 극화 현상(group polarization)’을 활용한다. 집단 극화란 처음에는 개개인의 생각이나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어도 대립구도가 설정되면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경향을 의미한다. 또 집단 소속감이 발휘돼 자신의 집단에 더 강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반감 고객의 공격 덕분에 열성 고객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셈이다.

직접적인 대립은 아니더라도 특정 소비자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핵심 고객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영국에서 사이다는 원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맥주 대신 마시는 술, 얼음 없이 마시는 알코올 음료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2006년 여름, 사이다 제조업체 매그너스(Magners)는 ‘얼음과 함께 즐기는 시원한 음료’라는 캠페인을 펼쳤는데 이후 판매가 급증하는 성공을 거뒀다. 전형적인 사이다 고객이 아닌 전문직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낸 덕분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경쟁 업체 스트롱보우(Strong bow)는 고민에 빠졌지만, 매그너스를 뒤쫓아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수순을 밟지 않기로 했다. 스트롱보우는 시장 확장 기회를 놓치더라도 핵심 고객층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에는 고된 하루 일을 끝낸 노동자들이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들을 향해 ‘점잖은 은행가들은 꺼져!’라고 외치는 ‘HardEarned’ 광고를 내보냈다. 결과는 성공적. 고소득층이나 젊은이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전통적인 사이다 고객 사이에서는 인기가 급증했다. 브랜드를 지지하는 고객과 꺼리는 고객의 비중이 모두 높아져 양극화는 심해졌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2009년 사이다 시장이 6% 성장하는 속에서 스트롱보우는 23%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무조건 팬 고객만을 양성하기보다 제품과 브랜드를 꺼리는 부정적인 고객들의 심리와 행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때로는 양극화를 강조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할 때도 있다.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성이 뚜렷해지는 시대에 ‘호불호 고객’을 대립시키는 양극화 마케팅은 시도해볼 만한 전략이다.

2. [매경이코노미][서평] 틀리지 않는 법 | 세상 겉모습 안에 숨은 ‘구조’를 보라

조던 엘렌버그의 ‘틀리지 않는 법(How Not to Be Wrong)’은 수학적 사고의 힘을 보여주는 책이다. 수학 신동으로 자라 교수(위스콘신주립대)가 된 그는 수학이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이며 ‘혼란스러운 세상의 외피 안에 숨은 구조를 보여주는 투시 안경’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라진 총알구멍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흥미로운 수학의 세계로 이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공군은 전투기에 갑옷을 입히기로 했다. 총알에 맞아도 격추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하지만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기체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하면서 희생을 최소화하려면 어느 부분을 보강하는 게 최선일까.

공군은 귀환한 전투기에 뚫린 총알구멍의 분포를 살펴본 후 통계연구그룹(SRG)에서 일하던 수학자 아브라함 발드에게 물었다. 구멍이 집중된 곳에 철갑을 둘러야 할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더 둘러야 할지.

발드의 답은 뜻밖이었다.

“갑옷은 구멍이 많이 난 곳에 두르면 안 됩니다. 구멍이 없는 곳, 엔진에 둘러야 합니다.”

발드는 장성들이 보지 못한 걸 봤다. 살아 돌아온 전투기만 보면서 총알구멍 위치와 생존율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엔진에 구멍이 뚫린 전투기는 돌아오지 못한다. 귀환한 전투기들은 전투기 전체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었다. 

특정 시점에 살아남은 펀드들만 보면서 수익률을 계산할 때도 이와 같은 생존 편향의 문제가 생긴다. 이미 도태된 펀드의 낮은 수익률은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엘렌버그는 정치 논쟁에서 횡행하는 선형적 사고의 맹점도 보여준다.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을 놓고 논쟁이 한창일 때 한 보수 논객이 이렇게 썼다.

‘스웨덴 사람들이 스스로 실수에서 배운 바가 있어 이제는 정부 크기를 줄이려 애쓰는 마당에 왜 미국 정치인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려는가.’

정부 크기와 국가 번영도 간에 선형적 관계가 있으며 큰 정부는 무조건 나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작거나 너무 클 때는 국가 번영도가 낮아도 그 중간의 적당한 지점에서는 번영도가 매우 높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좀 더 스웨덴 쪽으로, 스웨덴은 좀 더 미국 쪽으로 다가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념 지형에서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현재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살아남은 펀드 수익률만 보는 생존 편향 문제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는 선형적 사고 버려야

잘못된 과학적 추론에 관한 지적도 날카롭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간 뇌기능매핑협회에서 한 신경과학자가 죽은 물고기의 독심술을 보여줬다. 죽은 연어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기로 찍으면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줬더니 그 물고기가 사람의 감정을 놀랍도록 정확히 알아맞히더라는 것.

하지만 이는 치밀하게 계산된 농담이었다. fMRI 영상은 복셀이라는 수만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뉘는데 그중 어느 하나라도 사람의 표정과 잘 부합하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자는 그에 흥분해 나머지 복셀들은 무시한 채 물고기가 사람 마음을 읽는다고 결론짓는다. 발생 확률이 낮은 사건도 실제로는 늘 벌어진다는 진리를 무시한 것이다.

수학의 교훈은 단순하다. 세상에는 수학적 사고로 꿰뚫어 볼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일부나마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어지러운 세상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나 좋은 것이 더 많다고 해서 항상 더 좋아지진 않음을 이해할 때,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도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면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때 우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3. [동아일보][김희균 기자의 교육&공감]엄마 수학능력 평가

5년 전 방영된 EBS의 다큐멘터리 ‘마더 쇼크’를 보면 한국과 미국의 엄마를 비교하는 실험이 나온다. 실험실에서 어린아이에게 뒤죽박죽된 낱글자를 조합해 단어를 완성하도록 하고, 엄마는 옆에서 지켜보게 한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자 옆에서 단어를 말해주거나 순서를 어떻게 바꾸라고 알려주는 등 수시로 개입한다. 반면 미국 엄마들은 아이가 엉뚱한 단어를 만들어도 그저 지켜볼 뿐, 끝까지 문제 풀이를 도와주지 않는다.

실험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한국 엄마들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를 풀지 못하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빨리 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르쳐주고 아이가 맞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반면 미국 엄마들은 “늘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둔다”, “매번 방법을 알려주면 혼자 하는 방법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엄마들이 성취의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주 일선 초중고교에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을 보며 문득 이 실험이 떠올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달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수행평가 비중을 확대하도록 하자 당장 현장에서는 학부모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특히 교사가 과제를 내주고 학생들이 이를 집에서 해결해 제출하도록 하는 ‘과제형’ 수행평가의 경우 사실상 ‘엄마 평가’라는 비판을 샀다.

과제형 수행평가로 인한 엄마들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 수행평가를 위해 악기는 물론이고 줄넘기까지 과외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지인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미술 수행평가 결과를 보고 당장 미술학원에 보냈다고 전했다. 아이는 ‘우주에서 하고 싶은 것을 그려 오라’는 수행평가에 검은 공간을 둥둥 떠다니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우주인을 그려 제출했다. 그러나 학교 인근 미술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미국 스페이스X사가 최근 개발한 우주 로켓을 그리거나, 태양계의 행성과 궤도를 자세히 그려놓고 이를 연구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그려 제출했다. 교실 뒤에 전시된 아이들의 그림은 실력 차이가 아니라 사교육 격차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현실적 지표인 셈이다.

사교육이 고착화된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 별개로 엄마의 과도한 개입이 수행평가에서 부작용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한 기자는 초등 4학년 자녀가 ‘신선한 과일을 골라보고 기록하라’는 과제를 받아 오자 마트에 가서 사과와 배를 고르고 사진을 찍어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엄마들이 당도(Brix) 측정기를 사서 시장과 마트 과일의 당도 비교, 수입 국가별 신선도 비교, 제철과일과 하우스과일의 차이 등을 프레젠테이션(PPT) 파일로 만들어 제출했다는 후문을 듣고 주눅이 들었다고 한다.

수행평가는 ‘창의성을 높이고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리고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을 하자는 뜻에서 올해부터 확대됐다. 취지는 참으로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는 엄마가 다니는 학교”, “초등 성적표는 엄마 성적표”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 엄마와 사교육의 손길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 그리고 부작용을 더욱 키우는 일부 엄마의 과도한 개입이 수행평가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

단기적인 해법은 학교에서 해결하는 ‘수업 과정형’ 수행평가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과제 부담을 집으로 돌리지 말고, 대부분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과제형을 지양하라’는 정도로 약하게 얘기해서야 과제형 수행평가가 확 줄어들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엄마들 스스로 자녀의 수행평가에 대한 개입을 줄여야 한다. ‘잘된 결과물’에 집착하지 말고 자녀 스스로 방법을 찾고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당장의 결과물이 초라해 보여 엄마의 조바심이 커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자란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될 테고 그래서 자신이 진로를 설계해 잘 찾아갈 테고, 어느 조직에서든 좀 더 나은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엄마 손을 빌리지 않은 덕분에 기발한 그림이 나왔을지 모른다. 혹은 모든 과일을 맛보겠다는 도전 정신이 커졌거나 과일 소믈리에 혹은 과일 감별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엄마들이여, 혹시나 나의 적극성이 아이의 잠재력을 짓밟고 있지는 않은지 같이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누가 봐도 엄마의 손을 탄 ‘우수작’은 교실 뒤에 전시하지 않는 문화를 교사가 만들어 주면 금상첨화일 테고. 

4. [동아일보][박윤석의 시간여행]신문 연재와 본격 소설의 탄생

한국 소설이 번역되어 외국에서 상을 받고, 다른 언어권의 독자를 활발하게 만나는 세상이 차츰 열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도 한국의 소설은 엄밀히 말하자면 국내용이었다. 더욱 거슬러 현대 한국 문학의 기원에 해당하는 한 세기 전으로 올라가면 근대 한국의 소설은 외래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효시 격으로 이광수가 ‘무정’을 내놓은 것이 99년 전의 일이다. 매일신보에 연재된 그 장편소설은 그의 출세작이자 한국 근대소설의 본격적인 막을 여는 작품이 되었다. 1920년 봄부터 한국인이 주인 되어 운영하는 신문들이 생겨나면서 문인들의 발표 창구와 활동 폭은 비약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열악한 출판 여건과 부침 심한 잡지 풍토에서 신문 연재는 장편소설의 생산과 소비를 가능케 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작가와 신문과 독자는 소설이라는 연결고리 속에 함께 성장했다. 1920년대와 30년대 문화 풍토의 핵심이라 할 만한 것이 신문 연재 장편소설이었다.

동아일보의 첫 연재소설은 1920년 창간호부터 실린 민태원의 ‘부평초’였다. “나는 아홉 살이 되도록 어머니가 계신 줄로 알았다”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 ‘집 없는 아이’를 번안한 것이었다. 아직 문인의 층은 얇고 창작의 기반은 부실한 때여서 민태원 같은 일단의 ‘문인기자’들이 1인 2역을 수행하는 시절이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대변하듯 시인 겸 기자인 김형원은 문학을 보는 세간의 오래된 시선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문학은 고린내 나는 학문이요 문학자는 실생활에서 제외된 인생이다. 문학은 사회를 문약(文弱)에 빠지게만 할 뿐 활기를 주지 못한다. 꾀죄죄한 선비의 소일거리이지 적극적 건설적인 학문은 아니다.”(동아일보 1920년 4월 20일자)

1922년도의 연재작인 나도향의 ‘환희’에서부터 비로소 창작소설이었다. 이광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이후 4년의 공백을 깨는 본격 장편의 출현이었다. 초기작이라 다소 미숙한 구석은 있었지만 모던한 안석주의 삽화까지 처음으로 곁들여져 독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어린 도향의 내면적 변화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집니다. 미숙한 과일과 같이 나날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남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울 만치 푸른 기운이 들고 풋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완숙한 것으로 만족한 웃음을 웃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작품인 것을 안다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하려 합니다.”(동아일보 1922년 11월 21일자)

스무 살에 이 장편 연재로 일약 신인에서 문단의 기수로 떠오른 나도향은 연재 첫 회에 붙인 작가의 변에서 그러한 심경을 밝혔다.

그렇게 독점적 대중 매체인 신문을 타고 본격 소설의 시대가 열렸다. 다음 해 1923년 여름에 연재된 염상섭의 ‘해바라기’는 신여성 예술가 나혜석을 모델로 한 작품이어서 여러모로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 이례적으로 1면에 배치되었다. 이어 그해부터 춘원 이광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동아일보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그는 13편의 소설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문학적 전성기를 구가했다.

어느덧 신춘문예도 생겨났고 그렇게 문학의 시대는 힘을 받으며 상승 가도를 이어갔다. 앞에서 언급한 문인기자 김형원은 같은 글에서 세인의 통념과 다른 자신의 문학관을 이렇게 덧붙였다.

“문학은 사회를 향해 위안을 주고 경종과 각성을 준다. 하지만 문학이 어떠한 무엇을 제공함이 아니라, 사회 곧 독자가 스스로 문학에서 자기의 구하고 싶은 바를 구하는 것이다. 문학은 태양이다. 금강석이다. 우리는 그 불을, 그 빛을 각자의 욕구대로 역량대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이 스스로 우리에게 갖다 바치지는 않는다. 문학의 특질이 그러하다.”

환란과 궁핍의 시대에도 그렇게 뚜렷하던 소설의 존재감은 이제 문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한 사회 속에 집 없는 아이처럼 보이기에 이르렀다. 문학이 불필요할 만큼 완숙하고 풍요한 사회로 올라선 것일까. 아니면 문학을 떠올릴 여지조차 없이 미숙하고 황폐한 정신세계로 퇴행한 것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라는 나라에서 세계적 문학상의 수상작이 나오는 소설 같은 현실이다.

5. [중앙일보][노트북을 열며]생사 걸린 화장실 혁명

이달 초 중국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을 여행하던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다. 소변기 앞에 서니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변기) 앞으로 작은 한 걸음 다가서면 문명사회의 큰 걸음을 내디딘다(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는 내용이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상임대표 표혜령)가 국내 화장실에 보급해온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10여 년 전 네이멍구(內蒙古)를 여행할 때 변소 수준의 화장실 때문에 ‘대략난감’ 했는데 최근 중국에 ‘화장실 혁명’이 진행 중이라 인상적이었다.

한국 화장실 혁명의 대표적 주역은 고인이 된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그는 1999년 10월 한국화장실협회를 설립하고 수원의 공공화장실을 세계적 모범 사례로 만들었다. 2007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WTA)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살던 집을 허물고 양변기처럼 생긴 해우재(解憂齋)를 지었다. 2009년 전립샘암으로 별세하자 유족이 해우재를 기부했고 수원시가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개방해 명소가 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WTA 3대 회장을 맡아 아시아·아프리카에 화장실을 지어주고 있다.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국내 화장실 혁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호텔급 화장실과 후진적 남녀공용 화장실이 뒤섞여 있어 ‘화장실 양극화’가 심각하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서초구 관할) 10번 출구 쪽 노래방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을 봐도 그렇다. 경찰은 22일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이라고 발표했지만 남녀 공용화장실이 범죄의 무대를 제공한 사실은 분명하다. 남녀 공용화장실의 폐쇄가 시급한 이유다.

현행 공중화장실 관련법은 2006년 11월 9일 이후 신축된 연면적 2000㎡ 이상 상가, 3000㎡ 이상 업무시설에만 남녀 화장실 구분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법이 화장실을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공간이 부족하면 우선 1, 2층을 남녀로 구분해 사용하자.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공용주차장을 많이 짓듯 자치단체들이 남녀 분리 공중화장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휘발성 강한 문제는 또 있다. 3월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성전환자(트랜스젠더)는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성별에 따라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법안을 제정하면서 ‘화장실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불붙었다. 그 불이 한반도에도 상륙할 기세다. 사회적 갈등으로 폭발하기 전에 대책을 궁리해야 할 문제다.

‘미스터 토일릿(Mr. Toilet)’으로 불렸던 심재덕 전 시장은 생전에 “26억 명이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연간 200만 명이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한다. 화장실은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성소(聖所)”라고 역설했다. 원초적 근심이 쌓이면 분노가 된다. 모두의 근심을 풀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해우소(解憂所)가 될 때까지 화장실 혁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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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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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23일 신문 브리핑 #


"정의는 종종 창백하고 우울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감사는 항상 활기찬 물결과 사랑스러운 꽃 속에 있다."

- 월터 사베지 랜더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5월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전달까지 이어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고 이달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음

-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48억4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43억4500만달러)보다 2.1% 증가했으며, 이달 수출액은 초순까지 11.4% 늘어난 데 이어 중순까지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음


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이 7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사업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함

-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이 ‘온라인 쇼핑 전쟁’에 본격 뛰어들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현재 국내에서 종합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은 170개에 이르고,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만 20곳에 육박함


3. LG전자는 최근 ‘인텔리틱스(intellytics)’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원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인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

- LG전자 내부적으로는 GE와 지멘스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GE는 지난 2월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브랜드 ‘프레딕스(predix)’를 공개했고 지멘스도 ‘시그널리틱스(signalytics)’라는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음


4. 대우조선해양이 23일 서울 중구 다동 본사 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임

- 매각가는 18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우조선은 사옥을 매각한 뒤 이 건물을 임차해 사용할 계획임(세일즈앤리스백)



<< 금융/부동산 >>

1. 주식시장이 급속히 활력을 잃으면서 이달 코스피지수의 월간 변동성이 관련 전산통계가 갖춰진 1993년 4월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짐

- 증시가 역동성을 잃으면 지수 반등과 투자 기회 포착이 어려워지는 ‘식물증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큼


2. 금융위원회는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한도를 보증액의 두 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신보·기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관보 게재 등을 거쳐 이달 말부터 적용한다고 22일 발표함

- 지금은 보증액 내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며, 개정법령이 시행되면 보증부 대출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회사가 추가 사업자금 마련에 애로를 겪을 경우 신보·기보에서 최대 3억원까지 추가로 보증연계 투자를 받을 수 있음


3.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서울 주택 거래량은 총 1만1741건으로, 이런 추세대로라면 월 주택 거래량이 올 들어 최고를 기록할 전망임

- 이는 하루 평균 약 587건으로 지난 4월(525.4건)에 비해 11.7% 늘었으며, 강남 지역 재건축발(發) 훈풍이 전체 거래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임


4. 재건축 공사 계약보다 먼저 한 조합원 총회 결의가 무효가 됐다면 공사 계약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

-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반포주공3단지(현 반포자이) 재건축조합이 GS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조합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힘


5. 서울 강남권에선 개포·잠실동, 강북권에선 한남·성수동 등 3.3㎡당 분양가격이 5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단지가 서울 주요 지역에서 잇따라 나올 것으로 예측됨

- 한남동에선 3.3㎡당 7000만~8000만원, 잠실에선 최고 1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며, 이에 따라 압구정·대치·반포 중심이던 서울 아파트 부촌(富村)이 다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음



<< 국제 >>

1. 미국 경제의 5대 정보기술(IT)기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미국 기업 전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포함) 중 30%가 이들 기업에 쏠린 것으로 나타남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집계한 결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미국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800억달러(약 2001조7200억원)에 달했으며, 이들 기업은 현금성 자산 72%를 해외에 쌓아둔 채 미국 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


2. 중국의 철광석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옴

- 골드만삭스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철광석의 공급 과잉으로 현재 t당 55달러 수준인 철광석 가격이 올해 말까지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함


3. 외환수입의 95%, 국가재정의 5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해온 베네수엘라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무르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음

- 2016~2018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원리금 상환액은 총 270억달러에 이르지만 외환보유액은 30억달러에 불과한 상황임

-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화폐인 볼리바르화를 찍어내 채무를 갚기 시작한 이후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는 치솟았으며,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발표하는 공식 환율은 달러당 9.9875볼리바르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제 통용되는 암시장의 볼리바르달러 환율이 1110볼리바르에서 연말에는 6699볼리바르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 기업이 소유하던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하고 다시 리스계약을 맺어 이를 사용하는 형태를 말함.

부동산일 경우 계약과 동시에 매도자(기업)가 빌딩전체를 다시 임차해 매수자에게 일정한 임대료 수입을 보장해 주는 부동산 매각방식 중 하나임.

기업측에서는 자산의 소유권이 넘어가고 리스료를 계속 내야하는 대신 자산을 계속 사용하면서 목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적정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음

- 출처 : 세일 앤 리스백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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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20일 신문 브리핑 #


본 요약 내용은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을 요약한 것이며, 별도 표기하지 않은 내용은 한국경제신문 내용을 요약한 것이고, 매일경제신문 발췌 내용은 별도 표기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하는 가정에는 불평과 원망의 구름이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의 따듯한 햇빛이 비쳐온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방산)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하기로 함

- 또 아프리카의 해운회사인 나이다스와 루마니아의 망갈리아 조선소 등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자회사와 자산을 처분한다는 방침을 수립함


2. 현대상선은 19일 벌크선 용선 선주사 17곳을 대상으로 화상회의 방식의 콘퍼런스콜을 계획했다가 취소함

- 18일 컨테이너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은 데다 벌크선사와의 협상도 지연돼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분석임


3. 사람 말을 알아듣는 로봇과 함께 생활하고 스마트폰으로 쉽게 가상현실(VR)을 체험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

-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움직이는 두 거인(巨人) 구글과 아마존은 18일(현지시간) 각각 콘퍼런스를 열어 인류 미래를 좌우할 인공지능(AI)과 VR, 우주 개발 분야 신기술을 소개함



<< 금융/부동산 >>

1.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느긋하게 7월 이후를 예상하던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짐

- 이날 회의록이 공개되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 올라 최근 5주래 최고치인 95.2를 기록했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1.0% 오르며 장중 달러당 110엔까지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임


2. 정부와 한국은행이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으로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안을 병행하기로 함

- 하지만 한은이 직접출자에 부정적이고, 자본확충펀드 대출금에 대해서도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음

(매일경제)


3. 부동산 실제 주인(명의신탁자)의 부탁을 받고 장부상 소유자로 등기한 사람(명의수탁자)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될 수 없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함

- 이는 대법원이 기존 방침을 바꾼 것으로서, 그동안 대법원은 부동산을 산 실제 소유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어기고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등기하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횡령죄가 된다고 봤음



<< 국제 >>

1. 슬금슬금 오른 국제 유가의 영향으로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섬

- 생산자물가는 국민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지표로서, 오랜 저물가의 탈출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옴


2. 중국 기업들이 제조업 강국 독일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하고 있음

- 기계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독일 기업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옴


3.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3%포인트 차로 앞섬

- 미국 폭스뉴스가 지난 14~17일(현지시간) 전국 유권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5%로 클린턴 전 장관(42%)보다 3%포인트 높았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부동산 실명제

- 부동산실명제란 부동산에 관한 물권(소유권ㆍ전세권ㆍ지상권 등)은 반드시 실세 권리자의 이름으로만 등기하도록 한 제도로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음.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규제하는 대상은 명의신탁과 장기미등기임.

명의신탁은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어 등기하는 것을 말하며, 장기미등기는 매매나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등기를 이전하지 않은 채 원소유자 앞으로 3년 이상 방치하는 것을 말함

- 출처 :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11.,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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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가습기 살균제, 어느 제품을 믿어야 하나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비단 옥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청업체인 용마산업이 별도의 매뉴얼도 없이 자체 제조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제품의 제조·판매에 관해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두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경험이 전무한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한 경위는 물론 부실한 제품을 안전성 검사도 없이 유통시킨 과정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4년, 롯데마트는 2006년 각각 용마산업에 옥시 제품을 모델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맡겼다. 하지만 용마산업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하면서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끝에 28명이 목숨을 잃는 등 6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전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 두 회사의 부실제조 정황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애경산업과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판매한 제품을 둘러싼 유해성 여부도 밝혀야 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2001년부터 판매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로 발생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이마트의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나 GS리테일의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유통업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옳다.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확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유독물질의 인허가 및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물론 피해가 확인된 뒤에도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 2006년 첫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됐으나 5년이 지난 2011년에야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PHMG를 유해물질로 지정한 것도 2014년이다.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사태를 10년도 넘게 방치한 꼴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특별법 제정이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

2. 박 대통령 탈당이 마지막 선택이다

새누리당의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친박’, ‘비박’ 간의 내홍이 갈수록 가관이다. 수습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4·13 총선 참패에 따른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 활동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됨으로써 지도부 공백이 이어지는 중이다. 새누리당을 응징한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가소로울 뿐이다. 칩거에 들어간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갈등이 드디어 곪아터진 것이다. 지난 3일 정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겨우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친박계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를 보이콧하는 방법으로 비대위에 대한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냈다. 비대위원 내정자들이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비박계 일색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이를테면, 친박계에 의한 친위 쿠데타인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설사 갈등이 조만간 봉합된다 해도 새누리당의 원활한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의 내분이 이어지는 처지라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과 합의된 협치 약속도 이미 무너졌다고밖에 간주하기 어렵다. 당내에서조차 화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야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친박계가 나름대로 후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해결 방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박계도 팔짱만 끼고 있을 태세는 아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갈등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마당이다. 당내에서 자꾸만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차라리 갈라서는 게 옳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떳떳한 도리다. 공허한 명분으로 같은 뿌리임을 내세운다는 자체가 자기 기만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분당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 스스로도 결정을 내릴 단계에 이르렀다. 임기를 마치기까지 새누리당과 과연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다. 탈당이 하나의 대안이다. 여소야대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을 특별히 지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도 국정 추진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에 달린 문제다.

[서울신문]

3. 생활용품 유해성 검사 속도 더 내라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믿고 써도 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니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런 가운데 환경부는 그제 생활용품 7개 제품에 사용금지 물질이 들었다며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즐겨 써 온 생활용품들에 독성이 있었다니 아찔할 뿐이다.

신발무균정이라는 탈취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인 PHMG가 검출됐다. 옥시 파동이 터진 게 언제인데, 문제의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어떻게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다. 게다가 PHMG는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 전 탈취제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필코스캠이란 업체가 만든 에어컨 살균 탈취제에 든 TCE도 10년 전 환경부가 취급 금지한 유해 물질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만 믿고 있다가는 어떤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인식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탈취제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페브리즈가 안전성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대응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유해 물질이 미량 들었다고 인정할 뿐 사용 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다. 앞으로 독성실험을 하겠으니 사용 적합성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다. 터진 구멍만 메우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국민 공포증을 잠재울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1월에 퇴출 제품 7개의 유해성을 이미 확인했다. 적발하고도 넉 달이나 알리지 않았다니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시판 제품에 든 화학물질 4만여개 중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530종뿐이다. 이마저도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제조사는 일부 유해 물질 성분만 표시하면 된다. 기업 규제를 줄여 주는 것도 좋지만 국민 안전이 뒷전이라면 시급히 손볼 제도다. 생활화학제품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알맹이가 없는 얘기다. 제조사가 성분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유해성 여부를 속시원히 가릴 방법이 없다.

인력과 예산을 긴급히 늘려서라도 시중 제품들의 유해성 검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시판 제품이 8000개가 넘는데 한 해 고작 300여개를 조사하겠다는 환경부의 발상은 너무 안이하다. 조사와 결과 공개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판매량이 많은 인기 제품들을 우선 검사하고, 퇴출 제품만 밝힐 게 아니라 검사를 마친 안전한 상품의 이름도 공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책임 있는 소비자 보호 행정을 하겠다면 그래야 한다.

4. '주식 대박' 진경준 사표 수리 말고 수사해야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 온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무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된 주식 1만주의 매입 대금 출처를 사실과 다르게 소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돈(4억 25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사람의 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자 “처가에서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주식 자금에 대한 거짓 해명까지 드러난 만큼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공직자윤리위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검찰 고위 간부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을 한 달여 넘게 조사를 하더니만 고작 ‘말 바꾸기’ 하나만 밝혀냈다니 허탈하기만 하다. 만약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과정이 떳떳했더라면 자금 출처에 대해 처음부터 처가에서 빌렸다고 했으면 될 일을 자신의 돈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그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은 그의 말 바꾸기만이 아니다. 검사라는 직위를 이용한 직무 대가성 주식 매매가 이뤄졌는지와 넥슨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백억원대의 돈을 고위 공직자가 손쉽게 벌었는데도 이를 유야무야 덮을 일은 아니다.

공직자윤리위가 돈 출처도 못 밝히고 조사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공은 법무부와 검찰로 넘어갔다. 진 검사장에 대한 여러 의혹에도 혹 법무부가 가벼운 징계를 내려 사표를 수리할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더구나 진 검사장은 김현웅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도 그의 사표를 덥석 받아들인다면 법무부는 앞으로 ‘법과 원칙’이라는 말 자체를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가 정윤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사건 수사·재판 로비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져 검찰 고위 간부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검찰이 남의 과오에는 가혹하면서 내 식구 과오에는 관용을 베푼다면 검찰 역시 ‘공정·엄정 수사’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들 두 사람의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어라.

[동아일보]

5. 검찰, 홍만표-진경준 수사 뭉개다간 특검 맞는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근무 당시 수사하던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후배 변호사에게 소개하고 3억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퇴임 후 1년간의 수임 금지 기간을 지키는 흉내는 냈지만 변호사로서 법으로 금지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다. 그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 도박 사건을 소개받은 것도 고교 후배인 브로커를 통해서였고, 브로커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왔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 사건에서 두 차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한 기독교방송사 회장의 횡령 사건을 4억5000만 원에 수임하고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전관(前官) 예우는 현관(現官)의 도움 없인 불가능하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압수수색을 1주일 이상 미적거렸다. 그의 소환조사가 늦어지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제 식구 감싸기 정도가 아니라 검찰이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진경준 검사장의 126억 원대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온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무부에 그의 징계를 요구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들인 매입 대금을 자기 돈이라고 했다가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이유다. 법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가벼운 징계를 받고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면 구태여 말을 바꾸며 숨길 이유가 없다. 검찰은 그동안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핑계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수사에 나서 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넥슨과 ‘스폰서 관계’는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작년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 법원 교도소에 이어 꼴찌를 기록했다. 전·현직 두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점점 불어나면서 검찰의 신뢰도가 더 추락하고 있다. 전관의 거액 수임이 홍 변호사만의 일인지도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정 대표 무혐의 처분 때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었다느니, 김현웅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진 검사장이었다느니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관예우의 여지는 수사 비밀을 보장받고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법원보다 더 클 수 있다. 검찰이 이번 의혹을 계속 뭉개다가는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특검이 발동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6. '교직원 퍼주기'하려고 서울대 법인화했는가

서울대가 2011년 국립대에서 법인화된 뒤 공기업 뺨치는 방만 경영을 해온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사기를 높인다며 교원들에게 ‘교육연구장려금’으로 1인당 1000만 원, 직원들에게는 복지비로 1인당 평균 500만 원을 지급하면서 242억 원을 썼다. 법적 근거도 없는 초과근무수당 60억 원과 자녀학비수당 18억 원을 노사 합의로 추가 지급하는가 하면 2013년 교육부가 폐지한 교육지원비를 계속 지급하고 작년엔 아예 기본급에 넣었다. 

지성의 상징으로 통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속속 드러났다. 교수 6명이 총장 허가 없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했지만 대학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 교수는 겸직허가 신청이 반려됐는데도 겸직을 맡아 1억8080만 원을 챙겼고 다른 교수는 신청조차 하지 않고 벤처기업 대표이사를 맡아 3524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직무와 관련된 연구 내용을 개인 명의로 특허출원한 교수도 있다. 

교육부가 해마다 출연금을 확대해 2012년 3409억 원에서 2015년 4373억 원까지 늘어났지만 회계 관리는 엉망이었다. 의과대학 등 13개 단과대학은 학칙을 어기고 부학장 25명을 추가 임명해 월 최대 100만 원의 보직수당을 지급했다. 28개 소속 기관은 자체 수입 중 308억 원의 세입 처리를 누락하고 4개 기관은 이 중 134억 원을 운영비로 썼다. 이번에 감사원 감사에서 덜미가 잡히지 않았으면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방만 경영을 계속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도 크다.

서울대 법인화 취지는 인사와 재정에 자율성을 줄 테니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라는 취지였다. 최근 영국의 교육전문지(THE)가 발표한 ‘세계대학 평판순위’에서 서울대는 45위로 일본 도쿄대 12위, 중국 칭화대 18위에 비해 크게 뒤진다. 자율권을 남용해 나눠 먹기식 경영을 했으니 경쟁력이 오를 리 없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수의 윤리의식을 재점검함으로써 명실공히 선두 대학에 걸맞은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7. 5·18 민주화 운동, 통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어제 광주 운정동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반쪽 행사로 진행된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에 3년 연속 불참했다. 여야 대표들이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입을 굳게 닫고 자리에 서서 태극기만 흔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노래가 시작되자 퇴장한 보수단체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국가 행사의 주무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이 노래의 제창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기념식장에 앉지도 못하고 쫓겨난 일도 답답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행사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부여하는 장이 되기는커녕 ‘노래 논란’의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5·18의 의미와 그 정신의 계승이 뒷전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은 국가 폭력에 맞선 반독재 투쟁이다. 고통 속에서 피로 쓴 5월의 역사에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시대적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귀한 정신과 희생이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은 지금의 헌법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를 통해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광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역사다.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행사로 열리고 광주의 넋들이 묻힌 묘역이 국립 민주묘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이 지금처럼 꼬이게 된 데는 정부의 불통이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야권 인사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떤 방식으로 부르느냐를 놓고 매년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영령 앞에서 5·18 정신을 진심으로 되새겨야 한다. 국민과 사회를 하나로 묶어 낼 통합의 리더십을 ‘광주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이젠 5·18을 정치에서 풀어 주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로 승화시킬 방법을 찾을 때다.

[매일경제]

8.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부처·공무원 대폭 줄여라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사물인터넷(IoT)·드론·자율차·바이오 등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드론 관련 산업 허용, IoT 전용 전국망 구축, 자율주행 차량 전국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다섯 차례나 규제개혁 회의를 주재하고 '암덩어리·원수'라며 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국민들 체감은 쉽지 않다. 와인은 택배로 보내지 말라든가, 중국 관광객들이 치맥파티를 못하게 한다든가, 야구경기장에서 맥주를 팔면 안 된다는 등 엉뚱한 생활 속 규제들과 맞닥뜨리는 탓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외치는데도 규제총량은 매년 2.5~5.7%씩 늘어난다. 회의 때마다 몇 백개씩 없애도 등록 규제만 여전히 1만건을 웃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구글이 지도 서비스 규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관광 한국을 외치면서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구글맵을 쓸 수 없어 깜깜이 여행을 다니는 게 현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한국의 규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며 이 때문에 한국 경제도, 기업가정신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규제 혁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와 진정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독촉을 하면 부처가 마지못해 제일 만만한 규제 몇 개씩 골라 내놓는 식이어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글로벌 산업과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공무원들의 갑(甲)질, 보신주의, 면피주의는 되레 더 심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능동적 책임행정이 없다보니 가습기 살균제, 경유 차 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분야는 오히려 구멍이 뻥뻥 뚫리기 일쑤다. 정부는 신산업 규제를 푼다는데 정작 국회에서는 서비스발전법, 빅데이터법 처리가 무산되는 등 엇박자도 심각하다. 규제개혁의 왕도는 단 하나다.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장차관과 공무원들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각 부처 내 과(課)와 국(局)을 통폐합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는 한편 정부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는 것이 답이다. 규제를 하고 싶어도 꼭 필요하고 절실한 규제 아니면 엄두도 못 낼 만큼 조직과 사람이 줄어야 한다.

9. 170일 끈 SKT-CJ헬로비전 합병심사 빨리 결론내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지난해 12월 1일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지 170일이 흘렀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월 22일 "심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더니 지난 12일에는"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가 총력 저지에 나선 데다 지상파 방송사, 야당 등이 반대하면서 공정위가 무작정 결론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본래 심사는 120일 이내에 진행돼야 하는데 공정위 측은 "자료 보정기간을 빼면 120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궁색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정위 의견을 듣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미래부도 공정위에서 의견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국내 이동통신미디어 시장을 뒤흔드는 빅딜이기는 하지만 해당 부처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질질 끌 일인지 묻고 싶다. 납득할 만한 사유도 없이 심사가 늦어지고 있으니 공정위가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지형 변화나 이해관계자의 외압에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 아닌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당사자들의 여론전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성장 절벽에 직면한 방송통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구조개편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쟁사들은 이통시장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기약 없는 심사 지연이 해당 기업들의 신사업 구상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CJ는 콘텐츠 강화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방송플랫폼 매각을 결정한 것이고, SK는 성장세가 꺾인 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료방송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최근 정부의 정책기조인 자발적·선제적 산업 구조조정과 다르지 않다.

이통사와 케이블TV의 합병은 전례 없는 일이었으니 미래부가 고심하는 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갈피를 못 잡고 시간만 끄는 것은 책임 회피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후폭풍은 생길 수밖에 없다. 합병 승인이든 불허든 원칙에 입각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명확한 기준 제시와 조속한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을 걷어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10. 신문세대가 과학자를 희망하지 않는 우울한 현실

과학기술인을 장래 희망으로 꼽은 초등학생이 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년 전만 해도 과학자·기술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는데 격세지감이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기술 경쟁력 악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발명의 날인 19일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발명진흥회가 서울 지역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과학자·발명가·엔지니어 등 과학기술인이 되겠다는 초등학생은 2.6%에 불과했다. 1981년 과학자를 꿈꾸는 초·중등학생이 21%로 가장 많았고 1990년에도 25%로 1위였다. 이번 설문에서는 가수·배우 등 연예인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고 교사·의료인·요리사가 그 뒤를 이었다.

한류·한식·건강 등으로 관심 분야가 다양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초과학이 탄탄하지 않으면 결국 산업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30개 업종의 협회·단체에 경쟁력을 물어보니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응답이 30%였고 1~3년 내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응답도 50%였다. 이처럼 기술 경쟁이 절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미래 세대가 과학자를 꿈꾸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학자를 홀대하는 탓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정보통신부 출신이 장차관, 실장급 간부의 주류를 차지하고 과학기술부 출신은 뒷전이다. 특허 중 80%는 법인 소유로 출원되고 연구 성과를 보상해주는 기업은 절반도 안 된다. 여기에 이공계 병역특례마저 폐지할 것이라니 앞날이 캄캄하다. 과학입국을 위한 전면적인 인식 전환과 재점검이 필요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한강과 박찬욱…한류는 계속 흐른다

'태양의 후예'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엑소와 빅뱅만 있는 게 아니어서 반갑다. 

바통은 소설과 영화가 이어받았다. 한류는 계속 흐른다. 

세계 문단이 한강에 갈채를 보내고, 세계 영화계가 박찬욱의 신작에 관심을 보이는 덕에 계절의 여왕 5월이 더욱 화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일본에서 발원하고 일본이 주도한 '혐한' 바람으로 치명상을 입고, 중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각종 규제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한류지만 새로운 물길은 계속 개척되고 보태진다. 

혹자는 문화는 스포츠와 다르다며,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받기 위해 목을 맨 한국의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어찌 됐든 기분 좋은 일이고 어깨가 뿌듯해지는 일이다. 

꼭 14년 전인 지난 2002년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다.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고, 그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첫 수상(장편 경쟁부문)이었다. 

당시 각각 67세, 73세, 65세였던 한국 영화계의 '원로 삼총사'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는 한국 영화계의 숙원을 달성한 것에 벅차했고, 이들의 '쾌거'에는 찬사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에 앞서 2년 전 '춘향뎐'을 들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가 수상에서는 고배를 마셨던 이들 삼총사는 한국 영화계를 위해 꼭 칸의 장벽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다져왔다. 

이들 노장의 '투혼'으로 물꼬가 트이자 이후 한류는 칸으로 술술 흘러들어 갔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2004년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배우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고, 홍상수 감독이 '하하하'(2010),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2011)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2연패 했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5년 만에 다시 칸에서 낭보를 전해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세계인의 영화 축제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한류 영화의 브랜드값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칸으로부터의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는 와중에 소설가 한강이 먼저 '대형 사고'를 쳤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을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대왕도 맨부커상 상금 일부를 마땅히 가져갈 만하다"며 한국어가 어떤 언어인지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영국 BBC의 보도까지 나오는 등 한국문학과 한국, 한국어에 대한 주의 환기가 '자동적'으로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번역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며 문학한류를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지는 등 모처럼 문학계가 활기를 띤다.

드라마와 K팝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에 이어 문학까지 가세하니 한류의 수량이 풍성해졌다. 더 많고 다양한 물줄기가 트여서 어느 때고 마르지 않고 거침없이 흐르는 한류를 기대해본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글이나 노랫말의 표절처럼 회화에서는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과 위작은 범죄 행위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아직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원점을 맴돌고 있다.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그림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가 중 일부는 위작을 만들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화단에는 대작(代作) 논란이 뜨겁다. 한 무명 화가가 7년 동안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 300여점을 그려 줬다며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300여점은 터무니없고 조수가 대신 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화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화단 관계자는 “유명세를 이용해 화단을 농단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단에서 쉬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이다.

미술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순수 미술 분야에서는 대작의 관행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대 회화의 조류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설치 미술이나 팝아트 같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분야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도 실제로 실크 스크린 복제 등은 대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웹툰에서는 이런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경우도 문제는 콘셉트(개념)는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씨의 그림을 팝아트 형식의 현대미술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에 걸맞은 작품값을 받았다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조씨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씨의 행위는 일부 전문가들의 눈에는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판화처럼 찍어 내 비싼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대작 소문이 난 탓이다. 화단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작을 양산하는 사례가 조씨 외에도 몇 명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도 ‘조영남 스캔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썰렁해도 좋다

“엄마, 웃지 마. 절대 웃으면 안 돼.”

남매는 서로 내 입을 막으며 웃지 말 것을 주문하곤 했다. 누나는 남동생이 이른바 썰렁 개그를 남발하는 것은 아무 말에나 잘 웃어주는 엄마 탓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동생이 우스운 이야기를 시작할 눈치를 보이면 천방지축 남동생의 입막음은 어려우니 엄마부터 단속하는 거였다. 그러나 누나가 싫어할수록 더 짓궂게 썰렁해지는 아들의 행동이 귀여워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고 만다.

한편 “엄마, 이 얘기 진짜 웃겨”라며 딸이 말을 꺼낼라 치면 이번에는 아들이 달려와서 나를 웃지 못하게 막는다. 누나의 저런 개그에 웃어주면 친구들에게 ‘왕따’당하기 쉽다는 능청까지 곁들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또 웃고 만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에서 썰렁 개그를 가능케 만드는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서로 재미없다고 깎아내리면서도 경쟁적으로 터뜨리던 남매의 썰렁 개그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덩달아 나도 아이들과 함께 웃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어느새 웃음에서 자꾸 멀어지는 어른의 세계로 접어든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삼사백 번 웃지만 어른은 고작 열다섯 번 내지 스무 번 웃는다는 통계가 있다. 어른이 되면서 웃음이 20분의 1로 준다는 것이다. 구글의 ‘혁신과 창의성 프로그램’ 총괄 매니저인 프레데리크 페르트는 “다섯 살 어린이는 하루에 98% 창의적인 일을 하고 65개의 질문을 하며 166번 웃는다. 그러나 마흔네 살의 어른은 창의적인 일이 2%에 불과하며 하루에 6개의 질문을 하고 11번 웃는다”고 말한다. 창의성과 호기심과 웃음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얼른 봐도 그 셋의 공통점은 말랑말랑함, 유연성인 것 같다.

지난주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맞춤형 유머가 화제가 되었다. 비록 아직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긴 했지만 그동안 상대에 대해 경직되고 날을 세우던 모습만 봐왔던 터라 조금 썰렁하다고 해서 굳이 우리가 웃음에 인색할 이유가 있겠는가. 웃음 끝에서 ‘혹시’ 하는 우리 정치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가져보기도 했다.

웃음이 건강과 행복을 불러온다고 하여 하루에 5분 정도 거울을 보며 억지로라도 크게 웃으라고 한다. 또한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썰렁 개그여도 좋다. 이제부터는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4.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곡성’ 사용설명서

11일 개봉해 흥행 1위를 달리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처럼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도 드물다. “악취미로 가득한 미친 영화”란 악평부터 “한국 오컬트(심령) 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이란 찬사까지. 공통적인 반응 하나는 “뭔가 심오한 듯한데, 몹시 모호하다”는 것이다.

시골 마을에 낯선 일본인(구니무라 준)이 나타난 뒤 가족 살해의 엽기적 사건이 줄을 잇는다. 경찰은 야생버섯을 잘못 먹어 벌어진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마을에는 “일본인 때문이다. 그는 악마다”라는 소문이 퍼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자신의 딸마저 악령에 사로잡힌 듯 보이자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는 한편 낯선 일본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떤가. 줄거리만 보아선 장르적으로 딱 떨어지는 반전과 결말을 갖춘 미스터리 구조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인간의 합리적 사고와 기대가 오히려 이 영화의 이야기를 미궁에 빠뜨려 버리는 ‘역살’(영화 속 황정민의 표현)이 되어 돌아온다. ‘읽으려’ 하지 말라. ‘받아들이려’ 하라. 비로소 그때 이 영화는 속살을 드러낸다.

자, 그럼 지금부터 단 한 개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업 영화의 굉장한 성취인 ‘곡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린다.

Q. 미칠 듯이 궁금합니다. 황정민이 결국 악마였던 건가요? 흰옷 입은 여인 무명(천우희)은 수호신이었던 건가요? 일본인은 악마인가요?

A. 악마 아니면 천사, 이렇게 일도양단하여 정답을 고르려는 자체가 잘못된 출발점입니다. 왜 꼭 답이 있고, 그것도 꼭 하나라고 생각하나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왜 엄마 혹은 아빠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나요. “둘 다 싫어” 또는 “그 질문을 하는 엄마는 내가 좋아, 동생이 좋아?”란 답변이 될 수 없나요.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생각의 과정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곡성’의 이야기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치밀하게 직조된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사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파편처럼 존재할 뿐입니다. 그래서 논리적 인과관계를 찾아내려 하면 할수록 난해해질 수밖에 없지요. 자, 이럴 땐 이런 생각을 해볼까요. 우리가 컴퓨터 모니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동시에 작업을 하는 경우를 말이지요.

지금 나는 회사에 제출할 매출분석 자료를 작성하는 동시에 ‘야동’을 보고 있습니다. 또한 모니터 오른쪽 귀퉁이엔 메신저를 띄워놓은 채 오늘 학교에서 토하고 조퇴한 중학생 딸을 걱정하는 내용을 아내와 주고받고 있지요. 자, 매출 자료와 야동과 메신저, 이 셋을 한 줄로 세우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지요?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고요. 하지만 각각은 모두 ‘21세기형 융합인재’인 나의 진면목들입니다. 삶이 본디 불완전하고 부조리한데, 어찌 논리적으로 정리되고 재단될 수 있단 말인가요. 

‘곡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황정민, 천우희, 일본인 등은 마치 모니터 속 여러 창처럼 각기 존재할 뿐입니다. 황정민과 천우희의 관계, 천우희와 일본인의 관계, 황정민과 일본인의 관계는 마치 얽히고설켜 있는 듯 편집돼 있지만, 알고 보면 이런저런 미혹된 말들을 쏟아내며 주인공(곽도원)의 마음을 시험해보는 장난꾼들에 불과합니다.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가리려 들지 말고, 이들이 쏟아내는 말들에 주목해보세요. 놀랍게도 “너는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놈 말 믿지 말아” “그놈 사람 아니야. 귀신이야” “귀신인 줄 알았는데 귀신이 아니야”처럼 질문하거나,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종류의 대사들을 한결같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단 하나의 인물일 수도 있고, 어쩌면 모두 독버섯에 중독된 마을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환각일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들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곡성’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직접 본 것이 아니면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것만 염두에 두면, 모든 장면이 갑작스레 이해됩니다. 이런 간단하고도 심오한 메시지가 함축된 대사가 바로 정체불명 일본인의 다음과 같은 마지막 대사입니다. “나는…, 나다.” 그렇습니다. 악마로 보면 악마이고, 천사로 보면 천사입니다. 아니, 악마도 천사도 아닙니다. 그는 그일 뿐입니다. 산을 산으로 보지 못하고, 물을 물로 보지 못한 채 지독하게 의심하고 의심하다 영혼을 갉아먹으며 죽어가는 것이 인간의 존재인 것입니다.

아, 그럼 이렇게 있어 보이는 해석을 용감하게 해대는 저는 ‘곡성’을 200% 이해했을까요? 의심하지 마세요. 믿으세요. 불신이 바로 지옥이고 악마입니다. 

5. [중앙일보][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문화를 알리는 디지털 인간문화재

몇 주 전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다 경이로운 영상을 발견했다. 인터넷 디자이너로 일하는 고효주씨의 동영상이었다. 여의도공원에서 롱보드를 타고 다니는 영상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오디오 트랙이 매력적이었다. 롱보드도, 고효주도 잘 모르지만 그 동영상에 완전히 매료돼 열 번은 본 것 같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기쁨, 자신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것을 할 때의 희열, 영상은 이 모든 것을 아름다운 여의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인터넷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 동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고 시청 횟수는 수십만 회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나를 흥분시킨 것은 이제 한국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가 수출되는 새 시대가 왔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정성하라는 기타 신동이 전 세계의 유튜브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일회성 사건이었을 뿐 하나의 트렌드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누군가가 한국이 전 세계에 수출하는 주요 대중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K팝이나 K드라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효주나 정성하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해 경계를 넘고 낡은 틀을 허물고 있 다.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다. 이들은 전례 없는 세계적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들이 창조하는 디지털이나 영상 콘텐트의 새로운 형식에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과거 유튜브에는 한국 콘텐트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인들의 활동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콘텐트 창작자인 스콧 김과 크리스천 유는 ‘왓 더 파인애플(What The Pineapple)’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한국 친구들의 생활을 한층 일상적인 영어 및 한국어 포맷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들의 뮤직 레이블인 디피알(DPR) 역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음악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콘텐트들은 자신감 있게 장벽을 무너뜨리며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새로운 세대의 한국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그런 콘텐트 창작자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사고가 확장돼 고효주와 같은 독립적인 뉴미디어 창작자도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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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19일 신문 브리핑 #

"무력으로 얻은 재산은 지속되지 않지만 은혜에 대한 감사는 영원하다."
- Q.C. 루프스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논의하는 관계기관 협의체가 19일 2차 회의가 열림
- 이는 지난 4일 1차 회의를 연 지 보름 만이며,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크게 ‘최악(워스트)-중간-최상(베스트)’의 3단계로 예상해 보고 상황별로 필요한 자본 확충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본격 논의할 예정임
2. 법정관리 기로에 선 현대상선이 18일 서울 본사에서 용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용선주 본사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기로 함
- 외국 용선주 대표들은 이날 현대상선과 채권단 측 입장과 설명을 듣고 다음주 초까지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짐
(매일경제)
3. 현대중공업이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비(非)조선부문의 일부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킬 계획임
- 18일 금융당국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에 비핵심부문 분사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며, 건설장비부문의 지게차사업부, 그린에너지부문의 태양광사업부 등이 분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짐
4. 정부가 공공 조달시장에서 대기업이 받는 역차별을 없애기로 했으며,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 분야 규제도 과감하게 풀 방침임
- 정부는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개혁 대책을 발표함
<< 금융/부동산 >>
1.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사업에서 제휴할 예정임
- 삼성페이 플랫폼 안에 알리페이를 넣어 중국 시장에서 모바일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임
2. 기업에 대출해주거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 사모부채펀드(PDF)가 올 하반기 국내에도 도입됨
- 정부가 글로벌 시장의 대체투자 확산 흐름에 국내 기관투자가도 올라탈 수 있도록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규정한 자본시장법을 고쳐 다양한 투자 기법을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임
3. 금융공기업과 기관들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 방식을 서둘러 도입해 시행하기로 함
- 신한은행 등 민간 은행들까지 신입사원 채용시 직무능력을 강조해 NCS 채용이 확산되고 있음
<< 국제 >>
1. 태평양 한가운데 바닷물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예고되면서 세계 농수산물 작황(조업)이 나빠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강해짐에 따라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음
- 18일 밀 옥수수 등 여러 농산물에 분산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농산물선물(H)’은 6거래일째 상승하면서 전날보다 1.23% 오른 6730원에 거래를 마침
2. 일본 경제가 두 분기 만에 성장세로 돌아섬
- 하지만 지난 2월 날짜 수가 하루 더 많은 ‘윤년 효과’ 덕분으로 사실상 경기는 제자리걸음했다는 분석이 나옴
3. 미쓰비시자동차 연비 조작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일본 4위 자동차 업체인 스즈키가 연비 부정 파문에 휩싸임
-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이면에 숨겨져왔던 비도덕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음
(매일경제)
4.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의 반덤핑 관세를, 일본 업체 냉연강판에도 71.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함
- 반덤핑 관세의 최종 결정은 다음달 30일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내려지게 되며, 중국 일본과 함께 3월에 예비 판정을 받은 한국과 브라질, 인도, 러시아, 영국 등의 반덤핑 관세는 오는 7월21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 산업현장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하여 표준화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임.
직무능력은 직무수행능력과 직업기초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직무수행능력은 다시 필수직업능력, 선택직업능력 그리고 산업공통직업능력으로 나뉨. 직업기초능력은 직종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모든 직업분야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말함.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4년말 현재 857개 모델을 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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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문화일보]

1. 親朴의 비대위 저지 행패, ‘용팔이 사건’보다 더 나쁘다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키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가 17일 친박(親朴)의 조직적인 당무 방해로 인해 무산됐다. 전국위원회는 전당대회의 위임을 받아 당헌 개정안 등 가장 중요한 당무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를 집단의 힘으로 무산시킴으로써 당 지도부 구성과 당무 진행을 훼방 놓은 것이다. 회의 시작 하루 전만 해도 참석한다던 상당수 인사들이 갑자기 불참을 통보하거나 전화를 꺼버린 것을 보면 친박 핵심의 조직적 불참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친박 핵심이라는 인사들이 상당수 불참했다.

전국위원들에게 조직적으로 불참을 종용,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 출범을 무산시킨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다. 과거 1970~80년대 계파 싸움 때 정상적 표(票) 대결로 가기도 전에 물리력을 동원해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각목 전당대회’의 현대판이다. 각목만 들지 않았지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1987년 4월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하기 위해 협잡한 구악(舊惡) 정치의 표본으로 불리는 ‘용팔이 사건’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 당시엔 외부 세력이 개입한 것이지만, 이번엔 내부 세력인 친박이 대 놓고 가장 중요한 당무의 진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을 반대하거나 불만을 표현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로 결론을 내는 것이 기본이다. 한 해 수백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 공당(公黨)의 주류 세력이 ‘협박’으로 비치는 불참 종용 전화를 돌리는 것은 통상적인 계파 갈등을 넘어 구시대의 공작 정치 냄새마저 풍긴다. 친박은 지난 총선 때 ‘진박(眞朴) 인증’ 같은 온갖 해괴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벌이는 바람에 제2당 추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뒤 ‘계파 해체’ 운운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패권주의만 더 노골화됐다. 내부에서 자폭 테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일을 누가 지시하고 실행했는지 밝혀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히 처분한다면 새누리당의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공계 병역 특례 폐지, 代案과 함께 점진 추진해야

대한민국에서 병역 특례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원론적으로 없애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17일 내놓은 방안 중에 이공계 특례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국방부는 현역 입대 대상자 감소로 특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제에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과 같은 대체복무는 물론, 의무경찰·해양경찰·의무소방 등 전환복무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역 군인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한 다른 국가 과제가 있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이공계 병역 특례는 언젠가는 없어져야 한다. 이를 악용한 비리도 적지 않다. 그런데 세계 주요국들이 과학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해외에 머무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가 계속 늘고 있다. 병역 특례마저 폐지되면 두뇌 유출 사태도 우려된다. 이는 국가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애국심을 탓하거나, 반대로 애국심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가 차원에서 매년 입영 대상 과학인력 수천 명이 소총을 들고 있는 것이 나은지,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 좋은지 선택해야 한다. 중소기업 연구인력 확보 문제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겠다는 국방부 구상은 그 방향은 옳지만, 현실적으로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속도도 늦출 필요가 있다. 특히, 폐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합당한 대안(代案)과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범 정부 차원에서 창조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스라엘 ‘탈피오트(talpiot)’를 벤치마킹해 2014년 도입한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는 좋은 사례다. 현대전의 성격 변화로 군도 사이버 분야 등 전문인력이 대거 필요하다. 이들이 경력 단절 없이 복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병역 특례 혜택을 보고 있는 중소·벤처 기업의 고급 인력 문제 역시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3. 홍만표·진경준 수사에 檢察 명운 걸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드러난 홍만표·진경준 두 전·현직 검사장과 관련된 의혹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과 관련된 자금의 규모까지 모두 100억 원대여서 더욱 그렇다. 어느 정도 진실을 밝혀내느냐에 검찰(檢察) 신뢰가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치의 신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두 사례는 그 상징성과 세간의 관심으로 인해 검찰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다고 할 정도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의 어깨가 무겁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 사건 수사·재판 로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1년 개업 이후 수임 사건 전반의 변호사법 위반 및 축재 의혹이 동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0일 홍 변호사 사무실·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피의자 소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직 검사장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100억 원대 주식 대박 의혹에 싸인 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17일 자금 출처 거짓 소명을 들어 징계를 요청했다. 또,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죄) 혐의로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는 한동안 미덥지 않았다. 홍 변호사 압수수색만 해도 3일 최유정 변호사 사무실 등 10여 곳 동시다발 수색 이후 1주일 걸렸다. 게다가 정 피고인의 또 다른 도박 사건이 홍 변호사 영향력으로 무혐의 처분될 당시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현 총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진 본부장 사건도 법무부는 미봉하려는 자세를 보여왔다. 진 본부장이 지난달 2일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려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 이후 일단 물러섰다. 진 본부장은 김현웅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었다. 검찰은 이런 눈총까지 직시하고 명명백백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다. 전관예우는 현관(現官)범죄라는 인식도 잊지 말기 바란다.

[헤럴드경제]

4. 저출산 고령화 문제? 비빌 언덕 만든 후 요구해야

원인을 모르는 병은 무섭다. 오진도 큰 문제다. 하지만 가장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것은, 원인이 명확한데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는 젊은이들의 결혼 및 출산기피로 인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피부로 느낄 만큼 진행속도는 가파르다. 수십년래, 그보다 가까운 미래에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는 정부의 하소연은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원인은 명확하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 대한민국 사회라는 울타리는 그들이 결혼과 출산을 꿈꾸기에 턱없이 허술하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5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살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답이 45.4%였다.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결혼할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답변이 14.7%, ‘생각조차 안했다’가 12%다. 2014년에 비해 3~5% 가량 늘어난 수치다.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배우자에 얽매이기 싫어서(27.7%), 결혼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22.6%)라고 답했다.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때문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집을 장만하고, 결혼비용을 마련한다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아이를 낳아도 믿고 맡길 보육시설도 부족하고 비용도 만만찮다. 무슨 염치로 이들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한단 말인가. 당연히 이들이 정부지원을 바라는 것도 주거문제가 1위(43.2%), 고용문제(청년실업, 비정규직 등)가 2위(38.7%)였다.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미혼남녀들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할리가 없다. 저출산이 이대로 이어지면 2017년 생산가능인구 감소, 2018년 고령사회 진입, 2019년 인구감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대책에 80조원, 고령화대책에 57조원 등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헛돈을 쓴 셈이다. 중구난방 190개 사업을 벌이지 말고, 대책과 지원이 시급한 취업, 주거, 육아 문제에 집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손 놓아선 안된다.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야한다. 집값을 잡든, 취업을 늘리든 그들에게 뭐라도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고 해결을 기대해야한다.

5. 실손보험 제도개편은만 건강의 미래다

손의료보험 제도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18일 첫 회의를 가졌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손을 맞잡고 보험산업의 최대 현안인 실손보험의 문제점 개선에 나선 것이다. 두 기관의 책임자가 종전의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 TF의 과제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잘 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공적 의료보험의 부족 부분을 채울 목적으로 지난 2009년 출발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본인부담금 포함)을 대비하니 인기도 높아 5년만에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가입자와 보험사, 병원과 심지어 건강보험공단까지 이해관계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기형아가 됐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에 이른다. 상품 설계 당시의 과도한 보장때문이다. 지난해만 보험료를 27%나 올렸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제 눈을 제가 찌른 셈이니 남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보험료를 계속 올릴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다. 가입자들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정작 보험금을 청구해 받는 가입자는 20%정도에 불과하다. 5명중 4명은 남 좋은 일만 시킨다. 그 넘치는 돈은 다 병원으로 간다. 실제로 보험사에서 병원에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 중 비급여 의료비의 비중이 70%에 이른다. 

실손보험은 의료기술엔 양날의 칼이다. 신기술 적용과 과잉진료의 촉매로 작용한다. 신기술은 대부분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에서 대신 받을 수 있으니 병원에선 꿩먹고 알먹기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955개 비급여 진료항목의 병원별 가격 차이가 평균 7.5배, 최대 17.5배(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이른다. 과도한 의료쇼핑이 나오는 이유다. 일종의 모럴해저드다. 

결국 가입자, 보험사, 의료계 간 이해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실손보험은 과잉진료→과다청구→보험사 경영 악화→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을 계속하는 기형아가 된 것이다. 이대로 둬서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바로잡는 수술이 시급하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실손보험TF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자기부담금 제도의 개편, 과도한 의료쇼핑 억제, 병ㆍ의원들의 진료비 코드 표준화, 치료비 비교공시 사이트의 개설 등 갖가지 방안들이 쏟아진다. TF에서 올해 말까지 결정하는 정책방향이 향후 건강보험제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관건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데일리]

6.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축한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이 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것이다. 지난 3월 후보의 한 명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수상 가능성이 기대되던 터였다. 맨부커상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함께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무대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사실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을 비롯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도 한국 문학의 위상을 새롭게 평가받은 셈이다. 그동안 잠재적 후보군에만 머물렀던 노벨문학상을 향해서도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학계 내부로 눈길을 돌려본다면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도전적 창작의식을 자극할 수 있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다. 순수 문학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그것이다. 인터넷의 범람으로 문학이 갈수록 세속화되고 작가 의식은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던 마당이다. 인간과 우리 사회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문단의 치열한 작가 의식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문학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이번 수상작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문학 작품은 다른 언어로 번역돼야만 의미 전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수상에 따라 문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하나의 기대 사항이다. 독자들이 시나 소설에 눈길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문학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인들이 자기네 작품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것은 출판사들의 얄팍한 장삿속과도 다르다. 인간의 존재 가치를 따지려는 자기성찰이 그 토양이다.

7. OECD의 경고 정치권에는 안 들리는가

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7%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1월(3.1%)에 비해 0.4% 포인트, 작년 6월(3.6%)보다는 0.9% 포인트나 깎인 수준이다. OECD의 지적은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법을 내놔야 할 정치는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여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 여전히 귀를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2.8%)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2.7%), 아시아개발은행(2.6%) 등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우리의 성장 전망을 줄줄이 2%대로 낮췄다. 2.6%에 그쳤던 작년의 저성장 추세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올 1분기 성장률은 0.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프랑스(0.5%)에도 뒤졌다. 내년이라고 크게 나아질 조짐도 안 보인다. OECD의 예상으론 3%에 턱걸이하는 것도 감지덕지다.

OECD는 중국과 신흥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회복 지연에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 등이 겹치면서 저성장이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등의 대외 악재가 즐비한 가운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선과 해운을 비롯해 건설, 유화, 철강 등 주력 업종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본격 궤도에 오를 참이어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OECD는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과 규제 철폐, 노동 개혁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리 정부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과연 누가 총대를 메느냐가 문제다. 재정 확대든, 양적 완화든, 노동 개혁이든 어느 하나도 정치권의 동의가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이 정책을 조율하는 당·정·청 회의는 100일 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사상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 국회에 유종의 미를 기대하기도 힘든데다 국민이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3당 체제에 엄명한 협치(協治)마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느냐 합창하느냐에 발목이 잡혀 초장부터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시간이 문제다. 지금 때를 놓치면 모든 게 만사휴의다. 하지만 여당부터 내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서울신문]

8. 새누리 계파 갈등, 당 와해도 불사할 텐가

새누리당의 고질적 계파 갈등이 도지면서 혁신의 발목이 잡혔다. 어제 열릴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 회의 자체가 친박(친박근혜)계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상임전국위는 50명의 위원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하나 친박계 위원들이 비박계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장 선출에 반발하며 대거 불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총선 참패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이 무기한 연기됐다.

상임전국위 무산 직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선언한 뒤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이 “망조의 길로 간다”, “계파 망령이 되살아났다”며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총선 한 달이 지났지만 참패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새누리당은 비대위와 혁신위조차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공당의 기능은 정지됐다. 이런 상황이면 7월쯤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식물 집권당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커지는 형국이다. 그동안 비대위 구성과 당내 혁신을 주도할 혁신위원장 선임 등의 문제로 갑론을박해 오던 새누리당이 이번 회의 무산으로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을 여과 없이 노출하면서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조차 차 버린 꼴이다.

상임전국위 파행은 그제 당내 주류인 친박계 의원 20명이 비대위원진 구성과 혁신위원장 내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고됐다. 친박계든 비박계든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공당의 결정 사안을 번복시키려는 행동은 전형적인 패거리 정치에 불과하다.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 출범을 고의적으로 무산시키면서 7월 전당대회까지 현 체제를 끌고 가 당권을 거머쥐겠다는 계산이다. 전국위가 정족수 미달이란 초유의 사태로 당의 중대 사안을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집권 여당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총선 참패의 원인인 고질적인 계파 정치가 되살아나면서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계파 간 권력투쟁으로 환부가 썩어 들어갈 정도로 중증 환자나 다름없다. 환부를 도려내고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정녕 당의 미래는 없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집권 여당의 구조와 체질을 혁신하라는 메시지였다.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동아일보]

9. 환경부 명예 걸고 닛산車 ‘디젤 게이트’ 입증할 수 있나

일본 닛산자동차가 어제 한국 닛산의 경유차 ‘캐시카이’의 배출가스가 조작됐다는 환경부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캐시카이 실내 인증시험 때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적게 뿜도록 한 반면 실제 도로를 달릴 때는 많이 배출토록 조작했다는 전날 환경부 발표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주행 시 엔진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멈추도록 설정한다. 환경부는 시동을 건 뒤 20분이 지나 엔진 주변 온도가 35도 이상이 될 때 저감장치를 바로 세우도록 한 닛산의 설계가 ‘조작’이라고 봤다. 반면 닛산 측은 유럽연합(EU)에서는 몇 도부터 저감장치를 멈춰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닛산이건 옥시레킷벤키저건, 외국에서 제품 결함이 발견되면 납작 엎드려 사태를 수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선 부인하고 항의부터 하는 모양새가 곱지는 않다. 

정부가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10월 캐시카이에 대한 자가 인증 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면서 35도가 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멈춘다는 사실을 이미 공개했다. 그때는 그냥 넘어간 환경부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뒤늦게 문제 삼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규정은 실내 배출가스 검사만 통과하면 되고, 내년 9월 새 시행규칙이 도입돼야 도로 주행 시 배출량을 따져 제재가 가능하다. 닛산은 환경부 도로 검사에서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8배 검출됐다. 정부가 급한 마음에 아직 시행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배출량을 문제 삼는다면 국제적 망신을 살 우려가 있다. 

작년 9월 폴크스바겐 경유차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 게이트’ 이후 이번 닛산 적발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국민 건강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자 일본 경유차의 배출가스 조작을 섣부르게 단정했다면 한국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우습게 볼 빌미만 준 채 닛산 문제를 흐지부지 끝낼 경우 환경부는 간판을 내릴 것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10. 유해화학물질 위협 못 벗어나면 미래도 없다

환경부가 탈취제·세정제 등 생활화학제품 7개에 대해 지난 1월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취했던 사실을 17일 뒤늦게 공개했다. 탈취제 중에는 사용 금지된 PHMG란 물질을 사용한 것도 있었고,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것도 있었다.PHMG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돼 수많은 희생자를 낸 물질인데 버젓이 사용됐다. 이번 발표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 속에 위험한 화학물질이 도사리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없었더라면 자칫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지켜보면서 시민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화학제품의 성분을 하나하나 확인하기도 하고, ‘친환경’이라고 적힌 제품만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제품의 구체적인 성분을 감추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공개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인체와 자연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물질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도 생활화학제품 속의 유해물질에 시민이 노출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이미 위험성이 밝혀진 물질은 적극적으로 제한·금지물질로 지정해 나가는 한편, 독성이 알려지지 않은 물질은 독성을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껍데기만 남았다고 지적받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도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학용품·장난감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경우 판매 중지와 제품 회수 명령으로 그칠 게 아니라 해당 업체의 영업정지 등 강화된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신생아 열 명 중 하나(10.3%)가 선천성 이상을 갖고 태어났다. 유해물질 탓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하는 우리 사회가 화학물질 위협에서 못 벗어난다면 미래도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헤럴드경제][현장에서] 아트테이너 조영남의 代作 스캔들

가수 겸 화가로 활동해 온 이른바 ‘아트테이너’ 조영남의 ‘대작(代作)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특히 “미술계 관행”이라는 조씨의 해명이 화근이 됐다. 

대중은 “정말 조수가 대신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느냐”며 허탈해 하고, 미술계는 “조수를 두는 건 문제되지 않으나 작업태도가 문제”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사기 혐의에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다. 회화, 영상, 설치 등으로 영역이 확장된 현대미술에서 조수를 쓰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림이 잘 팔릴수록, 설치 작품 사이즈가 클수록 조수의 숫자는 늘어난다. 심지어 대작이 콘셉트인 작가도 있다. 

조씨가 미술계를 비롯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그의 그림이 ‘고작’ 화투패를 그린 것이라는 점,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팔렸다는 점, 그것이 연예인 프리미엄 때문이라는 점, 그런데 알고 보니 대작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대단히 호감형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여기에 감히(?) 아트테이너가 ‘관행’을 운운한 점도 미술계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미술 작품의 가치는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 사는 사람이 지갑을 열고 그림을 소장하는 순간 작품의 가치가 매겨진다.

조씨의 그림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는 건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로든 소장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화투패 따위의 그림이든, 작가가 유명한 연예인이기 때문이든.

또한 전업 미술가 그 누구도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다. 물어보면 밝히는 정도다. 컬렉터들 역시 조수를 썼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컬렉션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미 그 정도는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곱씹어 볼 문제다. 과연 예술가는 관행과 도의적 책임 사이에서 얼마만큼 떳떳한지. 작품과 제품 사이에서 영혼을 팔지는 않았는지. 조영남이 아닌 그 어떤 전업작가라도 말이다. 

어쨌거나 사법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대작으로 인한 피해는 무엇인지 법으로 가려내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창 밖 풍경

나지막한 축대 위에 있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다음 해인 2001년 봄. 축대를 무너뜨릴 기세로 한 그루의 나무가 창 밖에서 솟아올랐다. 가지를 쭉쭉 뻗어 25평 되는 앞집 지붕을 다 덮는 데는 한 계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나치게 왕성한 식물의 기운은 무서울 만큼 음산했다. 그 기세로 뿌리가 축대를 파고들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나는 생각 끝에 나무를 베어버렸다. 뿌리만 남은 나무는 다시 거침없이 자랐고, 더욱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온 한 이웃이 뿌리에 맹독을 넣어 나무를 독살해 주었다. 몇 년 전부터 나무가 죽은 자리에서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독살하며 체르노빌과 홀로코스트까지 떠올렸던 내 머릿속에서는 ‘정화’라는 단어가 반딧불이처럼 떠다녔다. 그쯤에서 나는 나무를 독살했다는 찜찜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뽕나무는 맞은편에서 우리 집을 들여다보는 시선을 차단해 주기 때문에 나는 커튼을 활활 걷고 창문을 열어 날마다 밖을 내다본다. 뽕나무 가지마다 열린 푸른빛의 오디는 곧 붉은빛을 띨 것처럼 보인다. 붉은빛이 짙어져 검게 반들거리면 밤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자야 할 만큼 기온이 상승할 것이다. 그때는 약간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며 자느라 꿈이 많아지고, 자고 나도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그 전에 밀린 일을 좀 해놓아야 한다.

3. [머니투데이][우보세] "김치가 얼어요" 김치냉장고 업체에 문의하니

작년에 구입한 우리집 냉장고에는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구입 당시 판매사원은 이 제품이 정식 김치냉장고는 아니지만 온도 조절 버튼만 조작하면 김치를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사은품으로 김치를 담을 용기도 줬다. 덕분에 기존에 썼던 구형 김치냉장고는 집에서 나갔다. 

그런데 김치가 자꾸 언다. 해당 서비스센터에 문의을 해 보니 '일반 냉장고이니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고객님, 담부터는 김치를 좀 더 짜게 담가보세요. 간이 싱거워서 얼었을 수 있습니다"라며 '생활의 지혜'도 덤으로 알려줬다. 

해당 모델이 출시될 당시 업체의 보도자료를 찾아보면 김치까지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입맛이 썼다. 전자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앞으로 가전제품 출시 기사 작성 시 더욱 꼼꼼하게 내용을 챙겨야 겠다고 다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기업, 특히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유명한 기업은 고객을 속일 리 없다'는 막연한 믿음은 그동안 마케팅 용어로 '브랜드 로열티'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지속돼 왔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이같은 '신뢰'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행위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업들은 이같은 '룰'을 깨뜨리고 있다. 

A씨는 3년 전 한 업체의 디젤 승용차를 구입했다. 당시 그 브랜드에 높은 신뢰감을 느꼈다. 그동안 수십 년간 신뢰할 만한 차량을 만들어 온 세계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을 경험해 보지 못해 주저했다. 하지만 '디젤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옛 이야기'라는 회사측 설명에 마음이 움직였다. 연비가 좋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에 앞서 염두에 뒀던 가솔린 모델 대신 디젤 차량을 골랐다. 비용도 물론 더 내야 했다. 

요즘 그는 마음이 불편하다. 그토록 자랑했던 '클린 디젤'이 업체가 지어낸 '허구'였다는 사실에 화가 치솟는다. 이 업체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판매가 급감하자, '파격 할인'이라는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는 중이다. 중고차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기존 고객들에게 아무런 보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B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를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는 첫 아이 출산 후 방에 가습기를 새로 들여놨다.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육아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퇴근 후 '가습기 물당번'을 맡았다. 마트에서 우연히 가습기 살균제를 접한 그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만큼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그는 가습기 물을 채울때면 뚜껑 한 컵 분량의 가습기 살균제를 넣었다. 배우자에게도 살균제 넣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이후 이사 과정에서 제품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사용도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라도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팩트'를 다시 한번 의심하고 따져봐야 하는 '불신의 시대'가 왔다. 신뢰는 사회 구성원 일부의 일탈로 깨진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나쁜 기업'들의 거짓말에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4. [주간경향][선대인의 눈]한국 고령세대는 왜 가난한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노후 연령대로 접어들면 소득이 줄어 가난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는 최근 이 같은 통념과는 크게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세대의 소득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OECD회원국 전체의 고령세대 평균 소득이 2000년대 중반에는 65세 이하 소득의 82.4%였다. 그런데 2012년에는 86.8%로 상승했다. 심지어 스페인이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국가들은 고령층 인구의 소득이 비고령층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젊은층 소득수준이 정체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OECD 국가들에서 고령층 소득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흐름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후빈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세대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49.6%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인 12.4%에 비해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 한국 고령세대의 소득비율은 2000년대 중반 67%에서 2012년에는 오히려 60.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말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4년 기간 중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와 ‘40~59세’인 가구들에서는 소득분위가 상승한 비율이 높았던 반면, ‘60세 이상’ 가구는 하락한 비율이 높았다.

한국의 고령세대가 이처럼 가난한 주된 이유는 한국과 다른 선진국 노인 인구의 소득 원천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고령세대의 소득은 연금과 같은 공공이전 소득과 근로소득, 자본소득이 각각 3분의 1가량씩 차지한다. 일본은 공공이전 소득의 비중이 48%로 미국보다 좀 더 높고, 핀란드와 같은 복지국가는 8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가 노인 빈곤율이 낮은 것은 이처럼 공공이전 소득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복지와 연금제도가 취약하다 보니 공공이전 소득 비중이 16%에 불과하며, 근로소득이 63%를 차지한다. 근로소득이라도 많으면 다행이다. 50대 초·중반에 정규직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직한 뒤에는 영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0대 이상 고령노동자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이다. 국내 고령인구는 노후에 편히 쉬기는커녕 저임금노동에 시달리며 부족한 노후생활비를 벌고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핀란드는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공공이전 소득으로 노후 소득을 얻고, 미국은 주식 투자 등에서 나오는 배당과 이자, 자본 차익 등 자본소득이 노후에 큰 기여를 한다. 일본도 핀란드만큼은 아니어도 공공이전 소득에 상당 부분 기댈 수 있다. 한국은 이도 저도 빈약해서 부족한 소득을 대부분 저임금 고령 노동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복지를 확충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손질하고,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처럼 가계의 금융자산 증식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 등이다. 그전에 가계가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부채덩어리인 부동산을 다이어트하고, 과도한 사교육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마련한 현금자산으로 현명하게 저축하거나 투자한다면 안정된 노후를 훨씬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5. [프레시안]<채식주의자>는 어떻게 세계를 홀렸나?

어제(5월 17일), 한국 문학은 작은 문턱 하나를 넘어섰습니다. 데보라 스미스가 영어로 번역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창비 펴냄)가 선정 위원 만장일치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것입니다. 이 상은 영국에서, 아니 영연방을 포함하는 영어권 국가 전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 번역상입니다.

오르한 파무크, 옌렌커 등 최종 후보에 함께 오른 작가들 면면에서 선명히 보이듯이, 그해 영국에서 번역해 출간된 비영어권 작가의 작품 중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작품에 수상의 영예를 안습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의 수상은 단지 한 작가의 경사를 넘어서, 한국 문학의 미래(또는 국제화)에 문학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문학어로서 한국어의 가능성이 타자를 통해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근대 이후 문학이란 대개 민족어로 하는 것인 만큼, 사실 타자의 인정 따위는 별로 관계없을지 모릅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끼리 쓰고 읽고 충분히 즐기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한국 문학이 처한 불리한 상황이 선연하게 들어옵니다.

문학의 중요한 기반을 이루는 출판 산업의 세계화에 따라 국경의 장벽이 낮아져서 해외 문학의 국내 독서 시장 진입이 쉬워지고, 그에 따라 번역의 가속화가 진행되는 중이니까요. 게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양질의 편집자와 번역자가 출판 시장에 풍부하게 공급됨으로써 이제는 우리말로 읽어도 말맛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질 높은 해외 문학이 한국 문학을 포위한 형국입니다. 문학 독자 자체가 굳이 한국 문학 쪽으로 눈 돌리지 않아도 되는 '바리케이드 효과'가 생겨난 것입니다.

더욱이 영화나 음반 산업이 이미 보여주었듯이, <해리 포터> 이래로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이 차례대로 그러했듯이, 전 세계 동시 출간을 통한 블록버스터 전략이 조만간 세계 출판 산업의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려는 중입니다. 주로 청소년 소설 분야에 속하는 이러한 작품들은 판타지 같은 초현실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에 다문화 가치를 담는 쪽으로 진화함으로써 문화적 장벽마저 뛰어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문학 출판 시장 역시 유례없는 경쟁에 노출되면서 과거의 성세를 잃고 위축을 거듭하는 중이었습니다.

한강은 이른 나이에 시인으로 데뷔했지만, 주로 2000년대 들어 소설 창작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폭력과 자유'라는 작품 세계가 선명해지고, 서사를 다루는 솜씨가 물에 오르기 시작했으므로 2000년대 작가라고 불러야 할 듯합니다. 여러 화자들이 이어지는 한 사건을 복층의 화술로 서술하는 한강의 서사 전략은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항상 문학 애호가들을 매혹해 왔습니다.

한국 소설이 가장 공들여 진화시킨 장르인 단편이나 중편의 미학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장편의 서사를 다룰 수 있는 중요한 방법적 진전이었습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서도, 한강 소설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될 <소년이 온다>에서도 같은 종류의 화법이 시도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문체의 정묘함에서든, 사건의 기이함에서든 '극단의 서술 미학'을 추구하는 한국의 단편이 한 개인의 운명을 다루는 장편의 호흡을 끌어안기 위하여 기묘하게 진화한 한국 소설의 한 정수가 거기에 있으니까요. (아직은 해외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지만, 성석제, 김영하, 김연수 등의 작품에는 전혀 다른 미학적 자질이 있지요.)

한강의 소설이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것은 한국 문학이 이룩한 미학적 자산의 한 부분이 세계 문학의 유산으로 편입된 것을 뜻합니다. 비로소 해외 문학의 공세에 맞설 만한 좋은 무기 하나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폭력과 자유의 대립' 같은 인류 전체의 주제들을 자기 고유의 화법으로 발화함으로써 인간성의 고양을 이룩한 작품들은 언제든 세계문학의 죽백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지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잔혹한 작품입니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인 영혜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벗고 한 그루 나무로 되는 격렬한 변신 과정을 보여 줍니다. 피를 내고 살을 찢는 폭력에 질식된 육체는 거기에 적응하는 대신 힘차게 자유를 갈망합니다.

처음에 영혜의 선택은 일체의 고기를 거부하는 채식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남편의 몰이해와 아버지의 학대가 중첩되고, 형부에 의한 성적 착취까지 발생하면서 기어이 거식의 실천을 통한 '식물 되기'로까지 이어집니다. 영혼을 닦달하고 육체를 침탈해 지배하려는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영혜는 "내장을 다 퇴화"시켜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사는 식물적 신체를 이룩해 갑니다. "답답해서, 가슴이 조여서 견딜 수 없"는 억압적 세계를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추방해 버립니다.

육체가 깡말라 붕괴되면서 오히려 정신은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은 밀도 높은 미학적 긴장과 함께 마음에 신화적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가 차례로 나와서 그녀의 변신 과정을 나누어 기술하는 특이한 서술 방식, 간결하고 정확하며 강렬한 문장으로 단단히 서사를 짜고 이미지를 응축함으로써, 산문적으로는 죽음이지만 시적으로는 불멸인 식물-인간으로 영혜를 살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가히 천의무봉입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되는 가부장적 폭력, 거식증과 같은 초현대적 소재, 여성이 나무로 변하는 신화적 이미지의 재현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채식주의자>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끔찍한 낯섦(uncanny)'을 하나의 독특성으로 창조해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고유한 화법을 정교하고 아름다운 영어로 옮겨 문학적 성취를 분명히 나누어 가져야 할 이 소설의 번역자 데보라를 주목하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채식주의자>의 수상은 한국어를 공부한 지 불과 일곱 해밖에 되지 않은 아직 20대 청년의 자발적 결단이 이루어 낸 성과일 수도 있습니다.

데보라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런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익히기 전까지 한국 문학과 아무 인연이 없었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한 후 좋은 작품을 고르다가 한강의 작품을 만났고, 한강의 작품을 번역하려고 더 열심히 한국어를 익혔습니다. 물론 그녀의 번역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 지점은 문학어로서 한국어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합니다. 하나의 성공은 흔히 또 다른 도전을 낳으니까요. 앞으로 몰려들 한국 문학의 자발적 연구자 및 번역자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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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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