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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생리대 논란, 거품가격 빼는 것이 먼저다

공 정거래위원회가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에 대해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생리대 가격이 다른 품목에 비해 훨씬 높아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에서조차 이에 따른 문제점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생리대가 비싸서 우리 딸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생산업체의 독점가격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조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처럼 생리대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점유율 선두업체가 가격인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가격 부담 때문에 화장실 휴지나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쓰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일부 지자체에서 저소득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리대 지원사업까지 펼치게 된 사정이다. 생리대가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상징이 돼버린 것이다.

문제의 초점은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된 게 아니냐는 데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생리대 가격이 25.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0.6% 오른 데 비해 2.4배에 해당한다. 펄프와 부직포 등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화장지 및 기저귀의 소비자 가격이 각각 5.9%, 8.7% 오른 데 비해서도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체들 나름대로 가격 관리에 대한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가격을 올린 데는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생리대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이라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 여성들이 생리현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필수품이라는 점을 노려 업체들이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될 만도 하다.

생 리대 논란은 일부 독과점업체의 과도한 이윤 추구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기본 생리현상조차 처리할 만한 형편이 안 되는 빈곤층이 아직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가 이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지원하는 전시성 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권침해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가능하다면 생리대의 거품가격을 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2. 광복절 특사, 원칙 지키되 역차별 없어야

내 달 실시될 8·15 특별사면의 범위와 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못 박았고, 집권 이후에도 이 공약만큼은 성실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재작년 설 특사에서 비리 정치인과 기업인이 일체 배제됐고, 작년 광복절 70주년 특사 때도 재벌 총수로는 최태원 SK 회장 1명만 포함된 게 그런 결과다.

그 러나 이번에는 비리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사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사면의 배경으로 지목한 데서 그런 뜻이 함축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박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비교적 사면을 자제해 온 편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각각 7~9번의 사면을 남발했고 숫자도 많게는 1000만명을 넘겼으나 박 대통령은 그동안 2번의 사면에 그친 데다 그나마도 규모가 각각 6000명 안팎에 머물렀다. 정치인과 재벌 총수 적극 배제 원칙까지 고려하면 사면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의 점수는 역대 최고로 평가할 만하다.

청 와대는 일단 “관계 부처에서 대상이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며 한발 빼는 모양새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되는 주요 인사들의 포함 여부는 당연히 대통령 몫이다.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을 강력 비난하던 박 대통령이 전임자들처럼 ‘경제 위기’나 ‘국민 화합’을 구실로 정치인과 경제인들을 대거 사면한다면 누워서 침 뱉는 꼴밖에 안 된다.

어렵사리 자리 잡은 사면 원칙과 기준이 지금에 와서 흔들린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정치권과 국민이 합심해 훌륭한 전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사면을 너무 교조적으로 운용하는 바람에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란 이유만으로 역차별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면 요건을 이미 충족했고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는 경우에는 법의 형평성 범위 안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다시 한 번 부여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신문]

3. 사드 배치, 정치권부터 초당적 협력하라

사 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조차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공공연히 ‘보복’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주변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자위 조치가 필요 없다는 뜻인지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사드 정국에서 국민의당 처신은 특히 미덥지 못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앞서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의원은 한 걸음 더 나간 무리수를 두었다. 그는 ‘야당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에는 왜 사드를 한국에 갖다 놓으면 안 되는지 설득하고, 중국에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새 정권이 사드를 철회하겠다고 말해 우리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외교를 말하지만 국내 정치적 반사이익을 겨냥하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한 발언이 설득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4·13 총선에서도 사드 배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시에는 “북한이 보유한 다수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고려할 때 군사적 효용이 낮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며, 주변국과의 안보 딜레마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사드가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하면 당연히 요격성공률은 높아진다. 여기에 6조~8조원이 들어간다는 국민의당 주장과 달리 사드는 주한미군이 보유하는 만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일도 없다. 상황이 바뀌고 전제가 달라졌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은 사드 정국에서 아예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원내 제3당이 의도적으로 벌이는 선명성 경쟁에 ‘전략적 신중론’마저 흔들리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 열린 사드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한 더민주 의원 가운데는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더 많았다고 한다. 사드 배치 지역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반발은 당연할 것이다. 그럴수록 주민의 불안감에 정치적으로 편승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보유한 1000발 안팎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85% 이상은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다.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유사시 우리 국토 어디에도 안전지대란 있을 수 없다. 안팎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사드를 배치한다고 모든 국민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는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사드를 반대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지금은 국내 정치의 유불리는 잠시 접어 두고 초당적 협력으로 주변국을 설득해야 할 때다.

4. 中 경제보복에 대비하되 과민반응 말아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중국 장화이(江淮·JAC)자동차가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측의 각종 보복 조치가 우려되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다. 삼성SDILG화 학 등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가 지난달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화이자동차로서는 이 배터리들을 탑재할 경우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부득불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드 관련성이 제기된 것이다.

공 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는 중국에 엄중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중국은 당연히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중 국의 경제 보복은 과거의 사례에 비춰 봐도 비현실적인 가설이 아니다. 중국은 2012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 측에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고, 2010년 자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노르웨이에는 연어 수입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보복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국가에도 어김없이 상응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자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됐을 경우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소한 경제적 보복으로 대응해 온 중국이다. 2000년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 금지로 맞대응하지 않았는가.

우 리 정부는 일단 중국이 대규모의 경제 보복을 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안보와 경제 분리론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계획들을 짜고 있다”고 했다. 경제 보복이 실제 단행돼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갖춰야만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리 제품을 상대로 통관 지연, 검역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관영매체를 동원한 불매운동 등이 우려된다.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을 표적 단속하거나 한국행 유커(관광객)를 의도적으로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2273억 달러에 이른다. 경제 갈등이 격화된다면 중국도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구조다. 중국 정부의 이성적 대응을 기대한다.

5. 폭스바겐 판매정지 엄포에 그쳐선 안 돼

정 부가 배기가스 조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속여 온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 강력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최근 검찰로부터 허위·조작된 소음 및 배기가스 시험성적서로 인증을 따낸 아우디·폭스바겐의 30여개 차종 명단과 행정처분 요청을 받았다. 사실 확인을 거쳐 인증 취소와 함께 판매된 차량을 리콜토록 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이 리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정기검사 때 불합격 처리하고 운행 정지 명령까지 고려하고 있다.

검찰이 밝혀낸 허위 시험성적서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RS7·A8· 벤틀리 등 30여종이지만, 인증 일련번호가 동일한 엔진이 여러 차종에 동시에 탑재될 수 있어 제재 대상은 70여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007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휘발유 차량 25만여대 가운데 10만∼15만대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사태로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소비자 외면까지 겹칠 경우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짜 배기가스 서류로 우리 정부와 소비자를 우롱한 폭스바겐은 배상은커녕 어떤 사과나 리콜도 하지 않은 채 부도덕한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니 폭스바겐에 대한 징벌은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보여 준 태도는 안하무인식이었다. 폭스바겐은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자 미국에는 17조원을 배상하겠다며 납작 엎드린 반면 한국에서는 100억원의 사회공헌 기금만 달랑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티구안 등 15개 차종 12만 5522대에 대해 리콜 등의 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음에도 아우디·폭스바겐은 계속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다. 더욱이 세 차례나 부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법을 어긴 적이 없어 배상할 수 없다”며 배짱을 부리는 판이다.

이 런 부도덕한 기업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징벌을 내리고, 리콜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엄중히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들을 깔보고 우롱하는 기업은 더이상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행정처분을 계기로 폭스바겐의 불법행위 여부를 더 철저히 가려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퇴출되는 상황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중앙일보]

6. 체세포복제 연구,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

체 세포복제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7년 만에 재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계획을 지난 11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로써 차의대는 2009년 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다 1차 줄기세포주 생성에 실패했던 연구에 재도전할 수 있게 됐다.

차의대는 2년 전 미국에서 신선 난자를 활용해 같은 연구에 성공한 적이 있어 이번 연구의 성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까지 체세포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이를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 이상 등 난치병 환자의 세포 치료용으로 이용할 계획이라니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이는 2005년 이후 고사되다시피 한 줄기세포 연구에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다.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여파로 대부분 중단되면서 오랫동안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국 생명과학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승인은 그동안 국내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막힌 혈을 뚫어 주고 ‘잃어버린 세월’을 따라잡기 위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재개를 계기로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선도적 기술을 확보하려는 한국 과학계의 노력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연구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 충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체세포복제배아 연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승인에 난자 획득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지, 기관생명윤리위가 적정하게 운영되는지, 인간 복제 방지를 위한 감시체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감시할 시스템 마련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 의대는 이러한 윤리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와 과학계도 지속가능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위해 윤리적 기준 준수를 확고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모쪼록 이번 연구 재개가 한때 세계를 선도했던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부활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7. 남중국해 분쟁의 진정한 해결책은 대화뿐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안에 대해 3년6개월에 걸친 심의를 마무리한 결과다. PCA는 중국이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해 온 ‘구단선(九段線)’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이 필리핀의 어업권을 침해했다고 어제 판결했다. 필리핀의 압승으로 보인다. 이는 필리핀의 입장을 지지하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주장해 온 미국의 승리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판결 전부터 “(재판에) 참여하지도 않고 (판결을) 수용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한 중국은 판결문을 ‘한낱 휴지 조각(一張廢紙)’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하며 PCA 판결문 자체를 접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PCA 판결은 강제성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이 남중국해 상당 부분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를 깨긴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의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이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남중국해 갈등은 비단 중국과 관련한 아세안 국가와의 영유권 분쟁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다. 새롭게 해양 국가로서 정체성을 다지려는 중국과 기존의 지배적 위치를 재확인하려는 미국 간의 주도권 다툼이 중첩돼 있다. 미국은 이번 PCA 판결을 중국에 대한 보다 강한 압박의 계기로 삼을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의 반발 수위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자칫 미·중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며 남중국해가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남 중국해는 우리 수출입 물량의 30%와 수입 에너지의 90%가 지나는 길목이다. 남중국해 파고가 거세질수록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 또한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분쟁은 대화로 푸는 게 최상이다. 마침 필리핀의 신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 대화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동아일보]

8. 신고리 안전성 논란, 사고관리계획으로 풀어야

신 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가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같은 부지에 여러 기의 원전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안전성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부지에 여러 기를 두고 있다. 해외의 많은 원전도 두 기 이상을 동일한 부지에 두고 있다.

고리 원전 지역에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면 10기의 원전이 들어서게 돼 세계 최대라고 한다. 그런데 고리, 신고리라고 해서 모두 동일 부지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접 지역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부지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전 안전성은 하나하나의 원전이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만에 하나 인접한 원전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옆의 원전으로 전파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설비는 인접한 원전에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두 기의 원전이 같이 있다면, 독립적인 설비 외에도 지원 설비를 받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5, 6호기에서는 5호기의 비상전원을 6호기에서 공급받을 수 있었다. 다만, 두 기의 원전 사이에 안전성 간섭은 없어야 한다. 이는 법령에도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원 전의 입지는 자연재해의 영향을 감안해 선정하고 설계는 기록된 자연재해의 최고치에 보수성을 더해서 방비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자연재해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이에 대한 대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최근 발생한 울산 동부 해저지진에도 인접 지역의 원전들이 모두 정상가동한 것을 보면, 상당한 안전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중대사고에 대한 관리계획이 원자력안전법에 반영됐고, 사고관리에 대한 기술 기준이 올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제정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원전 사업자는 극한 자연재해를 고려해 사고관리 계획서를 수립해야 하고 동일 부지 내 다수 원전의 영향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불시의 사고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관리계획은 설비뿐 아니라 원전 주변 지역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그에 인접한 오나가와 발전소에는 후쿠시마 원전보다 더 큰 쓰나미가 몰려왔다. 오나가와 원전을 관리하는 동북전력은 안전에 미리 투자해 예상되는 쓰나미보다 더 높게 방벽을 쌓았다. 그 결과 발전소가 안전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로 대피했다. 안전경영에 대한 관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울산 동부 지진을 분석하면서 동해 남부 해저의 단층도 살펴보고 안전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아베노믹스 2탄 글로벌 통화전쟁 격화시킬 수 있다

아 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경제정책 사령탑에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기부양책을 지시했다.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후 아베노믹스를 더욱 강력히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추동력을 잃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할 상황이다. 공격적인 통화 완화와 대규모 재정 확대, 경제 구조개혁을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는 2012년 9월 가시화한 후 4년 동안 줄곧 강화돼왔다. 급기야 지난 1월에는 일본은행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2%) 달성은 요원하며 올해 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가 좌초 위기에 몰린 건 엔고 탓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년 남짓한 기간에 30% 넘게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17%나 뛰었다. 브렉시트로 엔고 저지가 더욱 절박해진 일본은행은 오는 28·29일 금융정책회의에서 채권 매입(연 80조엔)을 더 늘리고 마이너스 금리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0조엔 규모 재정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 후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가 연일 치솟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아베노믹스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파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일본이 성장 활력을 되찾으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제한적인 돈 풀기 정책은 이미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선 마당이라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럴수록 일본 당국은 더욱 극악스럽게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하려 할 것이고 이는 글로벌 통화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엔저 공습은 필연적으로 근린궁핍화를 초래한다. 아베노믹스 강도가 높아질수록 한국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일시적인 엔고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제 엔저 공습 재개에 대비해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통화당국은 글로벌 통화전쟁에 가장 기민하고 유연한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10. 대학생 단톡방 성희롱 파문, 인성 교육 시급하다

서울대 남학생 8명이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지난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자보를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는데 지난달 고려대 남학생들이 저지른 행위와 비슷해 SNS상에서 성희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이런 저급하고 몰상식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것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대 자보에 따르면 이들 남학생은 지난해 2월부터 6개월 동안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여성을 거론하며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음담패설을 주고받았다. 학소위가 공개한 내용에는 유명 대학을 다니는 지성인들이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성폭력적이고 여성 혐오감을 부추기는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다. SNS상 밀실인 단톡방에서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농담이라고 하지만 피해 여성들의 입장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차마 내뱉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사 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인성 교육을 등한시한 채 입시 위주 교육에 치중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성적만 좋으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이 입을 상처나 고통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잔인하고 공격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단톡방과 같이 끼리끼리 모인 SNS 공간에서는 끈끈한 유대관계와 암묵적 비밀주의까지 작용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여성 비하나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게 된다.

서울대 측은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조사해 가해 학생들에게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SNS상 의 비공개 대화도 죄질이 나쁘면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적용해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인권과 성 평등, 윤리 등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이와 함께 SNS상에 올바른 소통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성용의 저울달기> 한국판 '셜록 홈스' 실제 가능할까

영 국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의 추리소설 주인공 '셜록 홈스'는 민간자문 탐정으로 불린다. 소설속 인물이지만 탁월한 역량을 선보이는 명탐정의 대명사다. 의사인 존 왓슨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지내는 하숙집으로 묘사된 런던 베이커 거리 221B에는 사건을 의뢰하는 우편물이 수없이 도착했다고 전해진다.

홈스는 '바스커빌의 개'를 비롯한 장편소설 4편, 단편소설 56편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셜록 홈스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가 관심이기도 했는데 작가인 코난 도일의 대학 시절 은사라는 설이 유력하나 코난 도일 본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도일은 에든버러대학 의학박사 출신이다.

홈스는 키가 6피트(180㎝) 가량으로 체구가 말랐다. 살집 없는 매부리코와 각진 턱은 차갑고 단호한 인상을 풍긴다. 운동을 별로 하지 않지만 힘이 좋고 발도 빠르고 싸움을 잘한다. 평소 일찍 일어나는 법이 거의 없고 실험에 몰두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문학이나 철학에는 무지하지만 화학이나 해부학 지식은 상당하다. 일이 없으면 안락의자에 축 늘어져 말도 안 하고 때론 우울증에 시달려 코카인에 손을 대기도 한다.


강 력 사건을 추적하는 명탐정 홈스와 비교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흥신소가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타인의 정보를 캐는 사설 기관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 재산 상태, 비리 행위를 조사해 알려주는 일을 한다. 개인 정보를 캐내고 조사하는 업무가 약간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속성상 불법 행위 소지가 크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든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 거래한 혐의로 흥신소가 낀 사이버 점조직을 적발했다. 이동통신사의 서버 해킹을 통해 유출된 휴대폰 위치 정보나 주소지 등을 팔았다. 합법적 수단으로는 정보 캐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국내 흥신소는 3천여개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배로 늘어났다. 흥신소에 의뢰하는 사건의 80%가량은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의 사생활을 조사해 달라는 경우다. 간통죄가 없어져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이혼 소송에서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위자료(재산 분할권) 책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목적이다. 딸의 남자친구 차량 추적, 헤어진 여자 친구 위치 파악, 사위의 차량 위치 추적을 의뢰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이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차량 위치추적기를 배우자 차량에 부착하기 위해 든 비용은 250만원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의 클래스에 따라 가격은 제각각이다. 차량 조회는 15만원, 출입국 조회 45만원, 병원 기록 40만원, 재산 조회 30만원이다. 휴대폰 위치 조회는 80만원, 주소 조회 70만원, 택배 주소 40만원, 가족 관계 150만원 등이다.

한국판 셜록 홈스의 등장은 실제 가능한 일일까. 사설탐정은 규정상 불법인데 예외적으로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나 변호사 및 변호사 사무장(패러리걸)은 사실상의 탐정 활동을 할 수 있다. 지난달 국내 전·현직 경관들이 주축이 돼 사설탐정(민간조사원)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단체인 '대한공인탐정연구원'을 설립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회원 모집 공고가 떴다. 사설탐정은 경찰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외국에선 탐정 활동이 가능한 나라가 적지 않다. 흥신소가 갈수록 음성화되고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흡수해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설탐정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종·가출한 사람을 찾거나 악성 채무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일을 공공 수사기관이 모두 떠맡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


사 설탐정을 공인화하는 내용의 민간조사업법 제정 작업이 그간 꾸준히 추진돼 왔다. 20대 국회에는 경찰 출신 의원이 8명으로 늘어났다. 19대 국회 때는 4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19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탐정법' 제정 작업에 좀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민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일이 타당한지, 전직 경찰이 재직 때 취득한 정보를 사적 용도로 악용하는 부작용은 없을지 등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확산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사설탐정의 업무 영역과 권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 및 규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논의가 충분히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연합뉴스]올림픽 골프…야구의 길 걷나 vs 테니스처럼 연착륙하나

국제골프연맹(IGF) 피터 도슨 회장은 지난 11일 스코틀랜드 로열트룬 골프 링크스 클럽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60명씩 120명의 명단을 확정, 발표하는 행사였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마련된 이 자리에서 도슨 회장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골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2009년에만 해도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한 최고의 골프 스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투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커다란 박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 자리였다.

하지만 도슨은 세계랭킹 1위∼4위에 포진한 '빅4'를 포함해 세계랭킹 30위 이내 선수 가운데 20명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사실을 밝혀야 했다.

도슨 회장은 "많은 선수가 불참하는 바람에 올림픽에서 골프가 빛이 바랜 건 분명하다"고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별 출전 선수 제한 규정 때문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상위 랭커도 있지만 '빅4'를 포함해 유명 스타 선수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사양했다

올림픽 출전 고사 이유는 대부분 지카 바이러스였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라도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되기가 겁난다는 호소였다.

도슨 회장은 "건강을 염려하는 선수들의 뜻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가 조금 도를 지나친 것 같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 는 "남자 선수 가운데 불참자가 너무 많은 건 실망스럽지만 여자 쪽은 최정상급 선수가 빠짐없이 다 나오는 건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카 바이러스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유독 남자 선수들만 겁을 내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돌려서 표현한 셈이다.

도슨 회장을 비롯한 골프계는 정상급 선수가 대부분 빠지면서 올림픽에서 '골프 퇴출론'이 힘을 얻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골프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지만 2024년 올림픽 정식 종목 존속 여부는 2017년 IOC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올림픽에서 골프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나온 지 꽤 됐다.

배리 마이스터(뉴질랜드) IOC 위원은 지난달 "최고의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림픽에서 빠져야 한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IGF 앤서니 스캔랜 사무총장은 "IOC가 종목마다 TV 중계 시청률과 함께 미디어, SNS에서 얼마나 많이 다뤄졌나를 측정해 정식 종목 잔류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면서 퇴출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불참은 올림픽에서 골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건 맞다"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영국 권위지 더타임스는 "정상급 선수들의 불참으로 올림픽에서 골프의 미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12일 보도했다.

올림픽에서 해당 종목 최고 선수가 출전하느냐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축구는 올림픽에 최고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라는 명목으로 팀당 23세 이상 선수 3명을 출전시킬 수 있을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축구대회보다 올림픽이 더 주목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상식이다.

올림픽에서 축구를 퇴출해도 FIFA는 아쉬울 게 없다. 반면 IOC는 대부분 회원국이 국민 스포츠로 여기는 축구를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야구는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쫓겨났다. 올림픽 기간에도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계속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올림픽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올림픽에는 시큰둥했다. IOC 회원국 가운데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올림픽과 골프의 관계는 축구보다 야구 쪽에 가깝다. 골프가 대중적인 국가가 많지 않고 IOC가 굳이 올림픽에서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치르고자 하는 의지가 큰 편은 아니다. 돈과 명예를 손에 쥔 정상급 선수들이 올림픽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다만 메이저리그와 달리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올림픽에 공을 들인다. 골프가 더 많은 나라에서 대중화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PGA투어는 IOC와 창구인 IGF에 타이 보토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파견했다.

PGA투어와 IGF 등 골프계는 골프가 올림픽에서 야구의 전철을 밟게 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1992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했다.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게 결정적인 퇴출 사유였다.

올림픽에서 골프의 앞날은 그러나 야구보다는 테니스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테니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프로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최고의 선수가 올림픽에서 뛰어야 한다는데 프로 테니스계와 IOC가 뜻을 같이한 덕이었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은 서울올림픽을 외면했다. 올림픽이 아니라도 명예를 드높일 메이저대회라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게다가 올림픽은 상금도 없었다.

28년이 지난 요즘 올림픽 테니스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한다.

1988년 올림픽 출전을 고사했던 존 매켄로(미국)는 훗날 "그때는 프로 선수가 올림픽에 왜 나가느냐는 생각이었다"면서 "이제는 올림픽이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9일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해 메이저대회 최다승 타이(22승)기록을 세운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집에 불이 나서 딱 한 가지만 챙겨 나와야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을 선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골프계 인사들은 테니스의 연착륙 사례를 자주 언급하는 까닭은 골프가 테니스처럼 올림픽에서 자리를 잡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IGF 보토 부회장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테니스는 올림픽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면서 "올림픽을 외면했던 테니스 선수들은 지금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슨 회장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할 것"이라며 "올림픽도 살고 골프도 사는 상생이 기대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골프가 올림픽에서 야구의 길을 걸을지, 테니스의 성공 사례를 닮을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얼마나 많은 최정상급 선수가 참가하느냐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3. [이데일리][명사의 서가]①쉼없이 공부하고 결단하라..'책스승' 리콴유 가르침이죠

“독서하는 회사는 달라요. 구성원들이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보니 내공이 쌓이게 되죠. 10년 이상 독서 경영을 하다보니 사고의 패턴과 깊이가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CM) 기업인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은 초고층 빌딩 전문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본인 스스로 책을 많이 읽을 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독서 경영’을 하는 그야말로 독서 전도사다.


얼마 전 김 회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집무실은 독서광이란 별명에 걸맞게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집무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책장은 물론이고 그의 책상과 창틀에까지 자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책이 쌓여 있다.

“책 욕심만 많아서 이렇게 쌓아 두고 시간이 없어서 다 못봐요. 직접 사는 것도 있고 여기저기서 읽어보라고 선물을 주는 것도 많은데 다 읽지 못해서 죄스럽죠. 그래도 책을 손에서 안 놓고 있어요.”

워낙 책을 정독하는 스타일이라 다독하진 못한다. 매일 틈 날 때마다 책을 읽어 한달에 서너권 정도 독파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책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이런 독서 갈증을 해소하는 때가 5년마다 한번씩 그에게 찾아온다. 한미글로벌은 창업 때부터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에 한번씩 두달간 유급 안식 휴가를 주고 있다. 이 때가 바로 책을 몰아서 읽는 기회다.

올 해 초 김 회장은 두달간 안식 휴가를 다녀왔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책을 싸들고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처음 목표는 하루에 두 권씩 읽는 것이었는데 한 권 반 정도씩 50권을 읽고 왔어요.” 그때를 얘기하는 김 회장의 얼굴엔 사탕을 얻은 소년 같은 미소가 가득했다.

그가 책읽기를 시작한 것은 한미글로벌을 창업하면서부터다. “직장생활할 때까지만 해도 책은 거의 안 봤어요. 그런데 회사 창업하고 나니 경영에 대해 알아야겠는데 방법이 책을 읽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처음엔 경영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책 읽기에 재미가 붙으니까 고전도 보고 인문학도 보고 손 가는 대로 읽게 됐어요.”

◇2003년부터 독서 경영 도입

김 회장은 자신이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질 무렵인 2003년, 회사에도 독서 경영을 도입했다. 독서 경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없다. 전 임직원이 현장별로 조를 짜서 독서그룹을 만들고 각 그룹에서 희망 도서를 신청하면 회사에서 책을 사주고 직원들은 책을 읽고 사내 통신망에 독후감을 올리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참여율이 저조했어요. 저도 직장생활할 때 그랬지만 어디 책 읽는 게 쉬운가요. 게다가 독후감까지 내라고 하니 반발이 컸어요. 할 수 없이 책읽기와 독후감 제출을 의무화했죠. 독후감 안 내는 직원에게는 제가 직접 독촉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서서히 정착되더라고요.”

물론 단순히 강제적인 방법만 동원한 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설득했다. 독서 방법도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 개선했다. 처음에는 회사가 책을 사서 나눠주던 것을 2005년부터는 지정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연간 15만원 한도에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2009년부터는 지원금을 20만원으로 늘렸다.

대신 최소한 달마다 2권 이상의 책을 보도록 했다. 한권은 전체 임직원이 공통으로 보는 것이고, 나머지 한권은 개인이 고른다. 매달 우수독후감 11편을 뽑아서 시상도 하고 있다. 또 임원들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한달에 한번씩 독서토론을 벌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의 저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저자 특강’ 시간도 갖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독서는 문화가 아니라 경영이에요. 유수의 건설사들을 상대로 건설사업관리(CM) 를 해야 하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개개인이 뛰어나지 않으면 인정을 받기 어려워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 현장에서 얻은 경험만으로는 부족해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독서 경영을 하는 겁니다.”

◇“책은 인생의 스승, 서재는 삶이 재창조되는 곳”

이 렇게 책을 사랑하는 김 회장을 사로잡은 책은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에 “기억에 남는 책이 많다보니 딱 한권만 고르는 것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읽는 책마다 전해주는 메시지와 느껴지는 감동이 다른데 우열을 가릴 수 있겠냐는 말이다. 우문현답이다. 그래도 어렵사리 몇 권을 골라냈다.

그런데 첫번째로 소개한 책이 의외였다. 유명한 경영학이나 인문학 서적으로 꺼낼 줄 알았는데 미국의 철학자인 헬런 니어링의 회고록인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꼽았다. 헬렌 니어링은 남편 스코트 니어링과 함께 귀농해 채식주의를 평생 실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김 회장이 이 책을 골랐다는 자체가 신선했다. “이 책은 헬렌 니어링이 87세가 됐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스코트 니어링과의 사랑 이야기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쓴 책이에요.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지요. 그들의 삶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다음으로 꺼내든 책은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가 지은 ‘리콴유 자서전’과 ‘내가 걸어온 일류 국가의 길’이다. “두 권을 합치면 1600여쪽이 돼요. 책을 사놓고 엄두가 나질 않아서 밀어두다가 2006년 안식휴가 때 독파를 했어요. 회사를 경영하는데 큰 힘이 됐던 책이에요.” 리콴유는 2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부패과 빈곤, 폭력 등 혼동 속에 있던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정의롭고 깨끗한 부국으로 만든 위대한 지도자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리콴유의 모습을 통해 지도자의 표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끊임없이 독서하는 이유도 이런 모습을 본받고자 하는 그의 결단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책을 읽으면 나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깨닫게 됩니다. 책은 제 인생의 스승입니다. 그래고 서재는 내 삶이 재창조되는 곳이지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배울 수 있어요. 이런 책을 어떻게 손에서 놓을 수 있겠습니까.”


4. [서울신문][In&Out] 미술품 위작 막으려면 ‘작품거래이력제’ 도입해야/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미 술계의 잇단 위작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공방, 이우환 화백의 작품 진위 논란으로 미술계가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게다가 위작자는 잡혔는데 정작 이우환 화백은 ‘전부 진품이 맞다’고 하니 여간 혼란스럽지 않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져 난감하기 짝이 없지만 이 역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때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미술시장의 유통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토론회를 마련하였다. 이번에는 우리보다 감정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와 미국의 감정전문가들을 초청해 그들의 경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발제자 장 미셀 르나르는 프랑스의 경우 1981년 마르쿠스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위작 유통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했다. 미술시장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이 제정된 이후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작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작품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게 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작품을 사고팔 때 ‘작품거래이력’과 영수증, 진품확인서 등을 고객에게 건네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할 시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중 판매자, 구매자, 가격정보, 상세한 작품내역 등이 담긴 ‘작품거래이력’은 작품의 진위를 가를 때 요긴한 자료로 사용된다. 어떤 사람이 위작을 만들었을 경우 그것은 아무런 이력을 갖지 못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밝힘으로써 ‘작품의 궤적’을 추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내에도 ‘작품거래이력제’가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예술법 전문 변호사 알렉시스 푸놀은 전작도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도록은 한 작가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연도, 매체, 크기, 출처 또는 연보, 참고문헌, 전시 기록이나 작품의 상태와 같은 필수적인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작도록 자체도 “사람에 의해 기록되므로 실수하는 경향이 있지만”(푸놀)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실제로 해당 전문가나 연구팀에 의해 발간된 전작도록과 그 안에 실린 도판은 작품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담고 있기에 진위의 판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간 ‘성장주의’에 급급해 작가연구 등을 소홀히 해온 미술계가 성찰해볼 대목이며,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화랑과 경매의 겸업 금지,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공인 감정사, 미술품 유통 전산망 가입, 위작자 및 유통자에 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제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규제의 카드를 꺼내든 정부의 단호한 입장과 미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타당한가 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한 명의 ‘진위감정가’를 키우는 데 수십년 걸리는 것을 단 몇 개월 만에 해내겠다는 제안에서는 조급함마저 느껴진다. 곳곳에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는 만큼 정부에서는 충분한 현장의견을 들어 빈틈없이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초점은 실추된 미술시장의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에서 ‘신뢰’라는 무형의 가치를 사회번영을 가져다주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지불하는 저신뢰 국가의 폐해를 답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참에 미술계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신뢰받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5.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말은 행동의 그림자

우 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량한 말 한마디의 힘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말이 항상 복만 안겨 주지는 않는다. 잘못된 말 한마디가 화를 불러올 때도 가혹한 힘을 발휘한다. 동서양의 많은 현인들이 신중한 언사와 때로 침묵의 가치를 강조한 이유다.

로마 시대의 그리스인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도 ‘모랄리아’에서 혀를 통제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적시의 침묵이 지혜로운 일임을 강조했다. 적정한 때에 침묵을 지키면 아무도 딱한 처지에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못한 말은 나중에 쉽게 말할 수 있으나, 뱉은 말은 쉽게 주워 담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테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BC 460~370)도 “말은 행동의 그림자”라며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 루타르코스는 그리스인들이 침묵을 지키는 습관을 들인 좋은 예를 들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엘레우시스 비의(秘儀)는 신비로운 의식으로 이름이 났다. 아테네 북서쪽 20㎞ 정도 떨어져 있는 엘레우시스에서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를 경배하며 사후 세계를 영적으로 체험하는 의식이 행해졌다. 이 의식에 입회한 사람들은 의식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외부에 철저히 침묵을 지켰기에 엘레우시스는 신비로운 종교 성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비의 입회 의식에서 침묵을 지키는 습관을 들인 것을 일상에서도 잘 실천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

플루타르코스는 또 입을 가벼이 놀려 큰 불행을 당한 대표적인 예도 들었다. 소피스트인 테오크리토스는 알렉산드로스(BC 356~323)가 그리스인들에게 동방 원정에서의 승리를 위한 감사제를 올릴 수 있도록 진홍색 예복을 갖추고, 모든 도시국가들에 인두세를 현금으로 낼 것을 요구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적이 되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포용되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사후 마케도니아의 왕이 된 안티고노스(BC 382~301)를 외눈박이라고 흉을 보았다가 왕의 분노를 사 결국 죽임을 당했다.

다 변보다 침묵이 더 큰 울림을 가질 때가 있다. 또 건전한 비판은 상대를 아프게 하지만 성찰의 계기를 준다. 하지만 신상의 약점을 조롱하는 공격은 치졸한 것이다. 또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상황에 맞게 가려야 한다. 잘못된 인식과 오만에서 나오는 막말은 대중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 파멸을 안겨 준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고위 공직자의 막말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독선에서 나온 인식의 오류다. ‘말은 사고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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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3일 신문 브리핑 #


"상대에게 은혜를 베풀면 혀끝의 독도 감사로 변한다."
- 그라시안


<< 정치/외교 >>
1. 한·미 양국 군당국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일대에 배치하기로 함
- 한·미 군당국은 공동실무단이 성주를 최적 부지로 평가한 내용을 담은 이행보고서를 양국 군 최고 수뇌부에 보고하는 행정 절차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다음주 배치 지역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짐

2. 정부는 대구공항과 K2 공군기지의 통합 이전을 위한 신공항 부지 선정작업을 1~2개월 안에 마치기로 함
- 이에 따라 새 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군위·의성·예천군, 영천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는 접근성·사업비 등 장점을 내세우며 공항 유치전에 들어감

3. 박근혜 대통령의 14~18일 몽골 방문에 경제사절단 110명(109개사)이 동행한다고 청와대가 12일 밝힘
- 청와대는 박 대통령 몽골 방문의 경제적 의미로 발전소와 도시개발 등 몽골 인프라 사업 참여, 교역투자 확대 기반 마련,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공조, 보건의료 및 문화분야로 협력 다각화 등을 기대한다고 밝힘


<< 경제 일반 >>
1.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레이쥔 중국 샤오미 회장이 한국을 처음 방문함
- 샤오미는 올해 프리미엄 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프리미엄 폰을 생산하려면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방한의 이유로 보임

2. 현대중공업은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CPT의 자회사인 중국 VDT로부터 LCD(액정표시장치) 운송 로봇 300여대를 수주했다고 12일 발표함
- 선박 수주절벽을 극복할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산업용 로봇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됨

3. 국토교통부는 이란 항공청과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항공회담을 열고 한국과 이란 간 직항편 운항 횟수를 주 4회에서 주 11회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 발표함
- 이번 항공회담으로 한국과 이란 간 운항 횟수가 늘어나면서 대한항공 외에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국적항공사가 이란으로 직항편을 띄울 수 있게 됨


<< 금융/부동산 >>
1. 투자자산을 원화와 달러로 분산하려는 자산가가 늘면서 역외펀드 규모가 커지고 있음
-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역외펀드 설정액은 9091억원에 달했으며, 3월 말 8160억원, 4월 말 8341억원에 이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
- 국내에서 설정돼 해외에 투자하는 역내펀드와 달리 판매보수가 없고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임

2. 작년 초 ‘연말정산 파동’과 2013년 세법 개정으로 근로소득자 중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가 270만명 이상 늘어나고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 중에도 면세자가 1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남
- 세법 개정에 따라 연말정산으로 환급받는 세금이 줄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샐러리맨 지갑 털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가 섣부르게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세금 환급을 크게 늘려준 결과이며,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감세 정책이 ‘넓은 세원(稅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 국제 >>
1.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해상관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 분쟁에서 만장일치로 필리핀 손을 들어줌
- 필리핀의 승소에 힘입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PCA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아짐

2.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해온 미국 공화당이 ‘미국 우선주의’와 ‘무역적자 감축’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정강(政綱) 초안을 마련함
- 앞서 미국 민주당도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 환율조작 등 불공정 무역행위를 강하게 제재하는 내용의 정강 초안을 내놓았으며,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질 전망임

3.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사면초가에 빠진 유럽 철강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음
- 유럽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시장점유율 33%)이 이탈리아 철강업체 마르체갈리아(7%)와 손잡고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 철강공장을 갖고 있는 일바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2위와 3위 업체도 합병 논의를 공식화함

4. 덴마크 코펜하겐은 요즘 늘어나는 ‘캥거루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음
-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이 독립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며, 유로존 19개국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유럽인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까지 바꿔 놓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역외펀드(off-shore fund, 域外─)
-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유가증권을 매매하여 발생하는 수익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규제가 철저하지 않은 지역에 설립하는 해외 뮤추얼펀드를 말하며, 역외금융회사라고도 함.
역외펀드란 투자 대상국이 아닌 제3국에서 조성된 투자용 기금으로 유가증권의 매매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세율이 낮은 외국(조세피난지)에 등기상 본거지를 두고 운용함.
예를 들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 조성된 펀드가 역외펀드의 범주에 속하지만 우리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설립된 것으로, 정식 설립인가를 받은 해외펀드와는 구분됨.
국내 금융기관의 역외펀드 설립은 1999년 4월부터 한국은행 신고사항으로 되어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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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AIIB 부총재 날린 홍기택 파문 책임 엄히 물어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몫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직위가 부총재에서 국장급으로 격하됐다. 홍기택 부총재가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14일 만이다. AIIB는 대신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격상시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한국이 4조 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어렵게 확보한 자리만 허무하게 날린 셈이 됐다. AIIB는 후임자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고 하니 국가적 망신까지 산 꼴이 됐다.

이 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에 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대우조선의 부실을 키우는 데 누구보다 책임이 크다. 특히 5조 4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의 회계 부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소홀히 했다. 홍씨가 회계 부정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홍 부총재는 서별관회의를 폭로하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책임을 정부와 청와대에 돌려 파문을 불렀다. 또 지난달에는 휴직계를 제출하고 AIIB 연차 총회에 불참했고,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 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이든 감사원이든 그를 불러 철저히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무 능하고 무책임한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 청와대와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홍 부총재는 금융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학자 출신이다. 산은 회장 선임 때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복잡한 산은 회장 업무를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정부 일각에서까지 불거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가 소신과 책임의식을 갖고 산업은행을 이끌었다면 대우조선의 부실이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홍씨에 대해 대우조선 부실 문제만으로도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외려 지난 2월 그를 AIIB 부총재로 추천해 사실상 영전을 시켜 줬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소신마저 없는 인물에게 무리하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가 국제적으로까지 확대돼 망신을 산 경우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고 했다. 무자격자를 아무 데나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국제 망신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2. ‘전쟁 가능한’ 일본과 아베를 경계한다

일 본 아베 신조 총리가 평생의 숙원으로 여겨 온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개헌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 여당을 포함한 개헌 지지 4개당과 무소속이 전체 242석 가운데 165석을 차지해 개헌에 필요한 3분의2석을 넘어섰다. 개헌 세력의 압승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 의회의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2 의석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로써 전쟁·교전권·군대 보유를 포기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걸림돌은 사실상 제거됐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개헌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의 결과는 아베 총리의 신임이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집약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나 마찬가지다. 자민당은 경기·고용을 최우선 공약으로 앞세운 반면 개헌의 쟁점화를 피했다. 자민당의 전략은 브렉시트를 비롯한 불안한 경제 현실 아래 10~20대 유권자에게까지 먹혀들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 등과 아베노믹스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 후보까지 내세웠지만 수권 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 당일 “국회 헌법심사회가 개헌 논의를 심화시켜 조문을 어떻게 바꿀지 결정될 것”이라며 개헌의 고삐를 당길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제정된 후 70년 동안 자구 하나도 고쳐지지 않은 까닭에 ‘불마(不磨)의 대전(大典)’으로 불리는 평화 헌법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거칠 것이 없다. 참의원,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를 위한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데다 당규를 고쳐 연임을 노려도 대항할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표현대로 ‘개헌 저지의 벽이 무너진 역사적인 선거’를 보는 한국으로서는 착잡하다. 일본이 시나리오처럼 우경화의 길로 가고 있어서다. 아베 총리가 2014년 7월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토록 결정한 데다 이듬해 4월 미·일 안보협력지침을 고쳐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한국과의 과거사, 위안부,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아시아 침략의 역사는 아직도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밀어붙인다면 동북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 전체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가 철저히 경계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3. 中, 북핵 방어 수단인 사드 반대해선 안 돼

우 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동북아 지역 패권을 놓고 미국과 다투는 중국이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반도 방어 수요를 초월한 것”이라고 비판한 데서 중국의 심기를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안보수단’이라는 우리 정부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의 대북 제재에 자신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미온적인 대북 제재, 사드에 대응하는 안보체제 구축, 양국 간 교역 제한, 관광 제한 등 경제적인 분야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필요한 조치 운운하기 전에 먼저 한반도 사드 배치에 중국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네 차례의 핵실험과 여섯 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동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과 관련해 미국의 반대 입장 표명 요구에도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 해결’을 해야 한다며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해 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우방이었던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것도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제 교류에 비하면 사드 배치 문제는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고, 우리는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에 가입했다. 한·중 인적 교류는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 됐으며 한국은 중국의 제3대 무역국이다. 지난해 한·중 무역 규모는 2274억 달러로 한·미와 한·일 무역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사드 배치 문제로 두 나라의 관계에 틈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드는 순수 방어 목적의 조치이며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불쾌감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중국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과 함께 남남 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 사드가 배치되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등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4. 공정위 과징금 남발, ‘공피아’ 몸값 올리기 위해선가

공 정거래위원회가 가격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에 과징금을 물렸다가 소송에서 지거나 직권 취소해 물어준 환급액이 지난해 3572억 원으로 전년(2518억 원)보다 41.9%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당초 6532억 원의 과징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절반 정도인 3284억 원을 걷는 데 그쳐 국고 예측에 혼란이 생기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송비용만 29억 원에다 공정위가 뒤늦게 과징금을 돌려주는 바람에 생긴 이자(가산금)까지 373억 원이 더 들어갔다.

2012년 130억 원이었던 과징금 환급액이 3년 만에 27배로 급증한 것은 대규모 과징금 소송에서 패할 만큼 애초 무리하게 과징금 부과를 남발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행정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5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과징금 부과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겠는가. 공정위가 일단 거액의 과징금을 때리고 보자는 식으로 행정처분을 했다가 법원에 가서 패소해 돌려주는 일이 반복되면 행정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공 정위 과징금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전관(前官)예우와 무관한지도 의문이다. 지난 5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4급(서기관) 이상 공정위 퇴직자 20명 중 13명이 대기업에, 4명이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 관가나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과징금을 물리면, 로펌이나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공피아’들이 현직 시절의 경험을 살려 법률적 허점을 찾아내 몸값을 올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4·13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야당들이 약진하면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권한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금까지 보인 행태나 실력으로는 기업의 경쟁 촉진과 공정거래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 같지가 않다. 자칫 관료들의 힘만 키우고 기업을 옥죄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5. 헌법정신 비웃고 교육정책 신뢰도 추락시킨 나향욱

‘민 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출석 여부를 놓고 어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중단됐다 속개되는 파행이 벌어졌다. 오전에 불출석했던 나 기획관은 의원들의 거센 요구로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급하게 서울로 돌아와 “영화에 나온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음과 과로 상태였다”는 변명을 붙인 것을 보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사과하고 엄중한 조치를 다짐했다. 이 정도로 국민적 공분(公憤)이 가라앉을지 모르겠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도 모르는 망발이다. 여야 의원들도 일제히 나 기획관의 파면과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개돼지 취급받은 국민들의 심정은 어떡하냐”면서 “나 기획관 발언은 반(反)헌법적, 반교육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장우 의원도 “여야가 엄중하게 고위 공직자 처신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기획관은 대학구조개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핵심 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요직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일수록 교육공무원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놓을 교육정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했다니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고 공무원의 자질과 인성까지 의심케 한다.

최 근 국가장학금 수조 원을 관리하는 한국장학재단(차관급) 안양옥 이사장이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는 발언으로 분노를 샀다. 막대한 교육예산을 쥐고 있는 교육공무원들이 평소 얼마나 교육계와 국민을 깔보는 특권의식에 젖어 있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꼬리를 무는 것인가.

현재 인터넷에서는 “나도 개돼지다”라며 나 기획관 파면요구 서명이 확산되고 있다.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은 흙수저 금수저를 들먹이며 가슴을 친다. 이런 시기에 나온 나 기획관의 폭언은 우리 사회의 안정을 뒤흔들 만큼 인화성이 높다.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교육현장에서 군림하며 갑질을 해온 교육부 공무원들의 자질을 높일 획기적 방안을 내놓을 자신이 없다면 이 부총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세계일보]

6.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초당 협력할 때다

한·미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면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어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 ‘중대경고’를 통해 “사드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그 시각부터 그를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9일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렸다.

중 국의 반발 강도도 세지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분명히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이 실제 보복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중국 보복을 우려해 사드 결정을 반대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박근 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대한민국 미래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아주 중요한 절체절명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각오를 피력하고 국민 협력을 요청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을 놓고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후보지로 경북 성주와 경남 양산 등이 추가되면서 지역 반발이 거세지는 우려스러운 사태를 맞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내린 결정을 놓고 국내외에서 반발하고 있는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비상 시국이다. 그럼에도 초당적 협력은커녕 여야로 갈려 정쟁을 벌이며 되레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은 한심스럽다. 야당은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는 데다 부정적 효과가 크다며 비판적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가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쟁점화를 시도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야권조차도 균열 양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사드 결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거론하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국민투표할 대상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사드 배치는 국익 차원에서 결정한 불가피한 선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권이 논란 확산에 앞장서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는 무책임한 처사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다.

[이데일리]

7. 풀어지는 공직사회, 임기말 현상인가

윤 병세 외교부장관이 사드 국내 배치가 발표되던 지난 8일 당시의 백화점 출입 질타에 대해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어제 국회 외통위 의원들로부터 이에 대한 지적을 받고 “오해 소지가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대국민 사과 의사가 없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공인은 행동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그야말로 외교적인 답변일 뿐이다.

윤 장관의 바쁜 일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번 주 국회 일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아셈정상회의 참석 수행을 앞두고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처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백화점 출입시간 선택은 잘못됐다. 사드 배치 발표와 동시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외교 상대국들로부터 관련 성명이 쏟아지리라는 점을 감안했다면 외교수장으로서 쇼핑이나 즐기는 듯한 한가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명히 문제다.

비단 윤 장관에게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고위 공직사회의 근무 분위기가 풀어지는 게 아니냐는 데 있다. 각 부처 장관들이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박 대통령의 얘기를 일일이 받아 적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소관 업무 추진에 있어서는 소신도 없고 지리멸렬한 상태가 그것을 말해준다. 경제 정책이 혼선을 빚는 가운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등어와 삼겹살에까지 눈총을 돌렸던 환경부의 미세먼지 정책이나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브랜드 사태가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에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맡았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까지 순식간에 날리게 된 것이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 가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공직사회다.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이 공직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개각을 추진한다는 전망이니만큼 풀어지는 공직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개각 폭에 제한이 따르겠지만 소신없고 무책임한 사람들만큼은 걸러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8. 증오 아닌 사랑 필요한 미국의 흑백 갈등

백 인 경찰의 흑인 총격 살해에서 비롯된 미국의 흑백 갈등이 심상치 않다. 흑인들이 백인 경찰관을 저격하는 매복형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항의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2014년 ‘퍼거슨 사태’ 이후 흑인 시위에 유연하게 대처하던 미 경찰도 강경진압으로 돌아서려는 태도다.

자칫 1919년 시카고에서 발생해 미 전역 25개 도시로 번져 흑인 23명과 백인 15명이 숨졌던 미국 사상 최악의 흑백 충돌 사건, ‘붉은 여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흑백 갈등을 넘어 자유주의 대 보수주의로 미국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방문 일정을 축소하고 서둘러 귀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쪽에 자제를 촉구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이번 사태는 모든 사회 갈등은 증오 바이러스를 내포하고 있으며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증오의 창궐 사태를 맞게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당초 흑인에게 우호적이었던 미국 여론은 경찰 저격 사건 등 과격행동에 나뉘었다. 3년 가까이 계속되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 운동에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백인 보수층은 이제 “백인 경찰은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이 문제”라는 주장을 자신 있게 공론화하고 있다. 정당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흑인들은 그들대로 “저격 살해는 잘못이지만 원인 제공은 백인 경찰이 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렇게 갈등의 악순환은 더욱 가팔라지고 미국 사회는 ‘흑백 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티핑 포인트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증오를 넘어 사랑을, 절망을 넘어 희망을 보라”는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원더의 말처럼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사랑이자 희망인 것이다. 그것은 사회 제반의 현안에 대해 툭하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우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메시지다.

[매일경제]

9. 광복절 특사 국민 통합과 경제위기 극복 계기 돼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복절 특별사면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뜻을 밝혔는데 특별사면이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번 정부 들어 사면은 2014년 설 직전과 지난해 광복 70주년에 이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사면이 사회 정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발하지 않겠다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수시로 사면을 단행했던 역대 정권에 비해 횟수가 적었고, 대상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두 차례에 걸친 사면에서도 생계형 사범 위주였고, 정치인과 공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인도 형기를 대부분 채우거나 죄질 등을 따져 대상을 선정했는데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도 이런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와 환율 전쟁,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과 최악의 청년 실업,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적으로도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었고, 북핵을 둘러싼 외교·안보 분야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엄청난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런 만큼 국민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가 역량을 결집한다는 취지에서 특별사면은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 삶의 무게가 무거워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사면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정치인이나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국민 화합은커녕 국론 분열만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 정부도 지난 사면 때와 마찬가지로 민생에 초점을 맞춰 서민과 영세사업자, 중소기업인 등 생계형 사범 위주로 대상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시기다.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면 좀 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범위 안에서 사면 대상을 선정하되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취지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 금융 CEO 공모 큰 장, 무능한 낙하산 철저히 걸러라

다음달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공모가 줄을 잇는다. 신용보증기금과 한국거래소(9월), 예탁결제원과 자산관리공사(11월),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12월), 기술보증기금(내년 1월), 수출입은행(내년 3월) 수장들 임기가 끝나면서 대폭적인 CEO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정부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금융공기업 영역에 있다. 그래서 정권 말기에 금융권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마지막이 될 CEO 공모의 큰 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인사들은 벌써 관계 요로와 정치권 실세에 열심히 줄을 대고 있다고 한다.

낙 하산 인사는 한국 금융의 고질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 캠프나 권력 주변 인물들이 금융권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눈을 씻고 봐도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총선 낙천·낙선 인사들까지 요직을 꿰차는 일이 관례처럼 돼버렸다. 여기에 퇴직 관료들까지 뒤엉켜 자리다툼을 벌이니 정작 금융 전문가들은 설 자리가 없다.

'홍기택 사태'는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큰 참사를 부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핵심 요직을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다 른 금융공기업의 비효율과 전략적 실패 사례도 부지기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무능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해서 내려보내는 한 한국 금융은 제때 기업 부실을 도려낼 수도,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일 수도 없을 것이다. 낙하산을 매개로 한 권치와 관치의 폐해는 한국 금융을 고사시킬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그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우선 다음달부터 시작될 금융공기업 CEO 공모 때부터 무능한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무늬만 공모가 아니라 가장 투명한 절차와 치밀한 검증을 거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

거수기가 아닌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그 첫걸음이다. 출신보다 전문성과 개혁적 리더십을 중요하게 봐야 하며 성과가 좋으면 연임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죽음의 레이디 파블리첸코

2 차대전 소련 붉은 군대의 약 8%(100만 명)는 여군이었다. 그들 중 다수는, 다른 연합군과 달리 후방 지원병과가 아닌 보병 등 전투병으로 전선에 투입됐다. 여군 저격수만 2,000여 명에 달했고, 나치 병사 1만1,280명을 저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루드밀라 파블리첸코(Lyudmila Pavlichenko)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키 에프대학 역사학도 파블리첸코는 1941년 독일군이 러시아를 침공하자 보병으로 자원 입대, 소련군 25사단에 배속돼 저격 훈련을 받았다. 입대 전 그는 키에프 사격클럽 회원으로 총을 다룬 이력이 있었다. 그는 3.5배율 조준경을 장착한 토카레브 SVT-40 반자동 소총으로 오데사 전투에 투입돼 약 두 달 반 동안 무려 187명을 사살한 뒤 크림 반도의 세바스토폴 전투에 가담했다.

저 격병은 전투에서 적의 핵심 화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아군을 적 저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42년 6월 박격포에 부상을 당해 전선을 떠날 때까지 그는 소련군 공식 집계로 309명을 저격했고, 그 중 36명이 적의 저격병이었다. 그는 ‘죽음의 숙녀 Lady Death’라 불렸지만, 뭇 아군의 생명을 지킨 구원의 천사이기도 했다.

전 시 연합군은 전쟁 영웅들을 대중 앞에 세워 사기를 돋우고 참전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기곤 했다. 국제적 영웅이던 파블리첸코는 캐나다와 미국 영국 등지에 초대받아 대중 강연 등을 했고, 백악관에 초대받아 루스벨트와 그의 부인을 예방하기도 했다. 워싱턴D,C에서 한 기자가 그의 스커트 길이를 문제 삼으며 “미국 여성들은 더 짧은 스커트를 입는데 당신 스커트는 너무 길어 뚱뚱해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시카고 연설에서 그는 저 ‘희롱’에 반박하듯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25살인 저는 지금까지 309명의 파시스트 군인을 사살했습니다. 당신들은 저의 등 뒤에 너무 오래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파 블리첸코는 43년 소련 영웅금성훈장을 탔고 소령 예편 전까지 저격 교관으로 복무했다. 종전 후 학위를 받은 뒤로는 사학자로 일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세르게이 모크리츠키 감독의 영화 ‘1941: 세바스토폴 상륙작전’이 지난해 개봉됐다. 1916년 7월 12일 태어나 74년 10월 10일 별세했다. 향년 58세.


2. [머니투데이][광화문]'밥 안먹는' 대한민국

"야 이 눔아, 한국사람은 밥 먹어야 힘쓰는 거여""누가 그래요? 시간도 없고 밥 맛도 없어요"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얼른 한 숟가락 들고 나가. 밥 먹어야 힘도나고, 머리도 좋아지는 거여. 어여"

학 생을 둔 가정이라면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은 다반사일 듯 싶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게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요즘 그 추세는 속도를 더 하는 것 같다. 집집마다 쌀 씻는 소리는 사라진지 오래고, 대신 빵이나 과일 또는 즉석식품이 메뉴를 대신해 버렸다.

모 두가 식생활 습관이 바뀌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실제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른바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등 간편식의 성장세는 두드러 진다. 반대로 쌀소비는 몇 년째 곤두박질 치고 있다. 쌀소비가 30년전과 비교할 때 '반토막' 난 지 오래고, 하루에 밥 2공기도 먹지않는 대한민국 가정이 허다하다.

이같은 추세는 넘쳐나는 쌀을 저장하는 정부 양곡창고 안을 들여다보면 더 두드러진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쌀 재고량은 174만4000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33만7000톤보다 더 늘어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 수준이 80만톤이니 이미 정상수치를 벗어난 지는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아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들여오기로 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도 계속 증가세다.

이 에 반해 국민들의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해 국민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g이다. 밥 한 공기에 쌀이 100~120g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하루 소비량이 공기밥 두 그릇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1985년 무렵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28.1kg 이었지만, 지난 해에는 62.9kg을 기록하면서 쌀 소비량은 30여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문 제는 아무리 둘러봐도 넘쳐나는 쌀 재고량을 소비할 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몇 년째 이어진 풍년으로 물량은 시장에 넘쳐나고 있지만 쌀 재고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농부가 흘린 '땀의 결실'이 되어야 할 쌀가격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들어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kg기준 14만3892원으로 작년 같은기간 15만8472원보다 1만4580원 떨어졌다.

정말 이런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쌀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농업의 뿌리는 내부로부터 위협받게될 지도 모른다.

정 부도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말 '쌀 특별재고관리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반응은 그리 탐탁치 않은 것 같다. 농식품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생산조정제 등 정부대책이 수년 째 반복되는 '재탕''삼탕' 정책들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농가에서는 정부대책중 하나였던 '묵은 쌀 배합사료 원료용 판매'와 관련, "쌀을 이용해 만든 배합사료를 사용했더니 오히려 산란률이 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농민은 "오리, 닭의 경우 주로 옥수수 등을 섞어 사료로 제공해 왔는 데 갑자기 쌀을 섞다보니 사료성분 변화에 민감한 가축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요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 퇴 결정)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심각한 문제지만, 쌀 소비량이 줄면서 우리 농업은 이제 생존위기까지 걱정하는 급박한 처지가 됐다. 위기상황은 농업·농촌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마찬가지다. 경영난으로 자립기반을 상실한 농업인들이 속출하게 된다면 농식품부의 존재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정말 식량문제가 인간의 생존에 직결된 이슈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밥먹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차원의 종합대책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려는 결사항전의 각오를 보고 싶다.


3. [중앙일보][삶의 향기] 여름의 추억

이 제는 완연한 더위의 터널로 진입한다. 다른 길은 없다. 들어간 이상 터널의 출구를 향해 끝까지 나가야 한다. 추운 겨울이면 더운 계절의 가벼운 옷차림이 그립고, 막상 뜨거운 여름이 되니 목까지 감싸는 터틀넥 스웨터를 입을 때의 싸늘한 대기가 그립다.

직 장이 정해지면서 아파트 생활에 접어든 지 4년차다. 유학생활 9년을 빼고 30년간을 나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흙을 밟고 살았던 셈이다. 도심의 소음으로 신경쇠약에 걸리신 아버지 탓에 우리 가족은 일찍 전원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했다. 한 시간에 버스 한 대가 다니는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생활에 주변 분들은 많이 염려했지만, 초등학생인 나에게 전원생활은 보물섬과 같이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차산 기슭, 개울 앞에 자리한 그 집은 많은 추억을 담고 있다. 꽁꽁 숨겨온 탐험 소질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계절이 여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개울로 나가 놀기에 급하다. 기르던 개와 동생까지 덩달아 뛰어나왔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스승 삼아 노는 우리에게 여름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절 여름방학은 축제나 다름없었다. 해가 질 무렵이면 널찍한 평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저녁상을 물리면 이웃들도 하나둘 건너왔다. 평상에 누워 올려다본 여름밤의 높고 검푸른 하늘, 그리고 그 하늘 밑의 가로등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의 그림 같았다. 그 깊은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선명한 노란 가로등 아래서 우리 또래들은 ‘다방구’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했다. 그 재미나고 흥분되는 몰입의 순간은 누군가 넘어지거나 큰 울음이 터져야 비로소 흥이 깨졌다. 평상 위에서 어른들이 나누던 대화는 어린 우리에게는 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그 시절 우린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구미호’와 ‘거꾸로 떨어져 죽은 여중생’ ‘홍콩할매 귀신’ 같은 으스스한 괴담을 들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곤 했다. 그런 날이면 두려움에 떨며 학교 화장실도 함께 모여 가야 했고, 깊은 밤 귀신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오싹함이 여름밤을 더욱 절정으로 몰아갔다.

여름의 보물은 숲에 숨어 있었다. 숲속의 짐승들과 곤충들의 몸짓 소리,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온몸으로 울어대는 소리가 나무들에 부딪쳐 되돌아온다. 매미는 유충에서 성충으로 자라는 데 7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는데, 단 7일 만에 막을 내리는 매미의 세레나데는 그래서 더 절절하다. 아무리 도시 매미가 시끄럽다지만 그리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가 없는 여름은 지루하고 싱거울 것 같다.

오래전 동네에서 시끌벅적 떠들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 에어컨과 선풍기에 둘러싸여 지내며 카디건을 두르거나 냉방병을 걱정한다. 더위에 아랑곳 않고 생기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여름은 세월의 먼지에 쌓여 빛바래져 버렸다.

얼 마 전 막내 아들과 텔레비전을 보다가 격세지감을 느꼈다. 어릴 적 우리는 지루한 오후를 기다린 끝에야 간신히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말괄량이 삐삐’는 방송사 측의 사정인지 몇 번의 재방송을 거듭하고도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 무척 상심했었다. 이에 비해 요즘은 여러 채널에서 아예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여기에다 지금은 인터넷만 간단히 검색해도 프로그램의 결말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무작정 목을 빼고 텔레비전 방영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 그 간절한 궁금증은 지금의 편리함과 바꾸기 싫을 만큼 아련한 기다림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나의 여름은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맞이했던 축제 같은 여름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는 없을까. 뻘뻘 땀을 흘리면서도 더위를 즐겼던 그 시절 그 여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는 지금의 내 모습이 더욱 씁쓸할 뿐이다.


4. [동아일보][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개, 돼지’를 인간으로 만든 과학

진 부하고 경박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일까.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티무르? 나폴레옹? 철학자 볼테르는 망설임 없이 ‘아이작 뉴턴’이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숭배해야 할 사람은 폭력으로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자가 아니라 진리의 힘으로 우리 정신을 정복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볼테르가 활동하던 18세기 유럽에서 뉴턴은 분명 가장 위대한 영웅이었다.

뉴턴이 확립한 물리학은 천상과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기술해 주었다. 우주에는 법칙이 분명 존재했고, 이것은 신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적어도 신이 자연 현상에 기적과 같은 형태로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였다. 스피노자와 존 톨런드는 성서를 무시하고 자연 그 자체를 신으로 보는 ‘범신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과학은 종교 개혁의 혼란을 겪던 타락한 중세 교회에 타격을 주고, 이성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로써 계몽주의라 불리는 서양의 근대 사상이 17, 18세기 유럽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계몽주의는 인간 삶의 목적이 내세(來世)가 아닌 현세의 행복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세의 행복은 과학적 지식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 베이컨이 말했듯이 ‘아는 것이 힘’ 아닌가. 계몽은 무지와 미신과 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계몽을 하면 할수록 인간은 도덕적으로 변하고, 세계는 진보한다. 물론 지금 우리는 계몽주의의 한계를 알고 있다. 계몽의 주체는 이성이며, 이성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은 필연적으로 당시 지배계급이 가지고 있던 특권주의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계몽주의는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과 같은 역사의 전환점을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오늘날 우리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믿는 자유, 평등, 이성 등은 과학 혁명에서 비롯된 계몽주의에 그 근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런 보편적 가치가 아주 최근에야 확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근대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때로 평민은 ‘개돼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시각에서 신분제는 난센스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의 역사는 이런 당연한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보여준다.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싸움이었다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과 같지 않았다. 백인들이 신분제를 철폐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흑인은 여전히 노예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은 독립전쟁을 끝내고 100년이 지나서야 노예해방전쟁을 치르게 된다. 백인 남성들이 평등을 위해 싸우는 동안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백인 여성보다 흑인 남성이 먼저 참정권을 가지게 된 것이 한 예다.

인류의 근현대사는 인간 평등의 범위를 확대하는 투쟁의 역사다. 그런데 인간은 왜 평등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대답할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오히려 용감하게 답을 할 수 있을 거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이유는 생물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각 개인이 가진 문화적 사회적 겉모습을 벗고 벌거벗은 호모 사피엔스로 섰을 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지하철 정비노동자 사이의 차이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유 전자 수준으로 가서 보면 차이를 구분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모든 인간의 유전자는 다른 사람과 평균적으로 99.5% 정도 같다고 한다. 유전자만 봐 가지고는 두 사람을 차별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유전자까지 오면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평등도 문제가 된다. 침팬지의 유전자는 인간과 99%가 같다. 참고로 남자와 여자도 유전자의 99%가 같다. 인간의 평등이 생물학적인 근거 때문이라면, 우리는 이제 평등의 범위를 다른 생물종(種)으로 넓혀야 할 시점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한 말이다. 과학 혁명에 이은 계몽주의,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 전쟁.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확립하기 위해 인류는 처절한 대가를 치렀다. 서양 사회가 18세기에 치른 계몽주의의 혼란을 우리는 이제 겪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이런 전근대적 발언을 두고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다. 동성애자 차별, 성 차별, 여성 혐오, 병역 거부자 차별, 외국인 혐오 등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5.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외교부 장관은 패셔니스타?

1887 년 초대 주미공사로 임명된 박정양(1841∼1904) 일행이 미국 워싱턴에 부임했을 때 일이다. 기이한 모자에 괴상한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이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난리법석이었다. 하루는 길을 걸어가는데 아이들이 돌을 던졌다. 경찰이 ‘외교 결례’를 범한 아이들을 붙잡아가자 이들은 서장을 만나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다’며 석방을 당부했다. 신문에 ‘한국에서 온 신사’란 미담 기사가 실리면서 구한말 외교사절의 관용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화제가 됐다.

외교 의전에서 복장 규정이 빠질 리 없다. 초청장에 ‘화이트 타이’라고 적혀 있으면 최고 격식의 연미복과 흰색 나비넥타이를 매야 한다. ‘블랙 타이’(약식 야회복)는 검은색 턱시도에 검은 나비넥타이 차림을 뜻한다. 이 밖에 짙은 색 정장을 갖춰 입는 ‘라운지 슈트’(평복), 재킷은 필수지만 넥타이는 선택인 ‘비즈니스 캐주얼’ 같은 드레스코드가 있다.

옷차림으로 외교상 껄끄러운 논란이 빚어질 때도 있다. 1998년 일본을 방문한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은 일왕 주최 만찬에 인민복 차림으로 참석해 일본 측이 반발했다.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외교 문제가 아닌 옷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할 당시 백화점에서 옷 수선을 하고 새 양복까지 쇼핑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화급한 외교안보 사안이 발표되는 시점에, 그것도 평일 오전에 대한민국의 외교 수장은 꼭 백화점에 있어야 했을까.

외교부 해명인즉, 장관이 며칠 전 청사에서 넘어져 바지가 찢어졌는데 평소 아끼던 바지라서 수선차 들렀다는 것이다. 야당은 “굳이 장관이 직접 들고 백화점에 갈 만큼 한가한 상황이었는지, 열 번을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꼬집었다.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윤 장관은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옷을 못 입는다’는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보다는 패셔니스타라는 말을 듣는 것이 낫겠지만 업무의 경중을 따지는 사리분별력은 옷 잘 입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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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2일 신문 브리핑 #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할 때 따르는 결과는 불평불만과 짜증과 자포자기이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감사하면 행복과 기쁨이 가득해진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우리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순수한 방어목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려는 어떤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국제사회도 알 것”이라고 말함
- 이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발언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을 둘러싼 대내외 반발과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임


<< 경제 일반 >>
1. 배출가스량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폭스바겐이 이번에는 조작된 서류로 허위 인증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남
- 11일 환경부는 서류를 조작해 불법으로 인증을 받은 폭스바겐 79개 차종에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함

2. 박근혜 대통령(사진)은 11일 “대구 공군기지(K2)와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또 광복절 특별사면을 하기로 함
- 박 대통령이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전격 지시한 것은 지난달 영남권 신공항 선정에서 대구·경북이 지지한 경남 밀양이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한 ‘민심 달래기’ 차원의 대책으로 풀이됨

3. 한국의 주도로 개발도상국 34곳이 참여하는 정보보안 협력체인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 네트워크(CAMP)’가 출범함
-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물론 개도국에 한국의 보안기술을 전파하는 계기가 될 전망임

4.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사진) 등 전력공기업들이 공동으로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energy service company)’을 설립하고, 주택과 공장 등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섬
- ESCO는 개인·기업의 저효율 에너지 설비를 고효율로 바꿔주는 대신 이를 통해 얻은 절감액(에너지 절약분)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모델임

5.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위한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의함
- 노조 쟁의대책위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

6.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의 국내 판매 허가를 신청함
- 코오롱그룹이 바이오 신약 연구에 나선 지 17년 만에 나온 결과물임


<< 금융/부동산 >>
1. 금융감독원은 11일 아래의 내용을 담은 금융거래 서식 및 이용절차 합리화 추진 방안을 발표함
- 금감원은 금융상품 상담, 가입에 이어 계약 해지·변경도 온라인과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온라인 발급이 안 되는 증명서 종류를 전수 조사키로 함


<< 국제 >>
1. 영국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한 명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53)이 11일 경선 포기를 선언함
- 이에 따라 경쟁자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사진)이 13일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어 영국 총리에 오를 전망이며, 이렇게 되면 1990년 퇴임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26년 만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임

2.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현지시간)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판결을 내림
- 이번 판결은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최초의 국제법적 판단이어서 주목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쟁의행위(爭議行爲 , industrial action)
-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6호).
쟁의행위는 노동쟁의, 단체행동 및 노사분규와 구분됨.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사용자의 쟁의행위로 나눌 수 있으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는 파업·태업·피케팅·보이콧·생산관리·준법행위 등이 있으며 사용자의 쟁의행위에는 대응방안으로 행하는 직장폐쇄가 있음.
쟁의행위는 노동쟁의가 있은 후에 조정을 거친 후에 하게 되며, 노동조합은 근로조건등에 관하여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단체교섭을 하게 됨
- 출처 : 실무노동용어사전, 2014., (주)중앙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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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사드 배치 후폭풍에 빈틈 보여선 안된다

정부가 주한 미군부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군사 주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성급했다거나 절차가 불투명했다고 비판하는 주장들이 오히려 공허하고 무책임할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노동, 스커드, 무수단 등 다양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무기개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요격무기 체계가 사드다.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이중의 방어막을 이루게 된다.

문 제는 앞으로의 추진 과정이다. 그동안 논의로만 맴돌던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그에 따른 위험 부담과 반발도 함께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극구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이해시키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단 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보복 조치가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의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럴게 될 경우 우리 관광·숙박·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차별적인 보호무역 조치도 강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은 이미 삼성, LG 등 국내 배터리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사 드 배치가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가라앉히는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칠곡과 음성, 원주, 평택 등 후보지 주민들마다 벌써부터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거나 계획 중에 있다. 부지가 최종 발표되면 반발 수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군 당국은 사드 레이더가 가동하더라도 민간인 지역에서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홍기택 파문 ‘보이지 않는 손’ 누구인가

기어코 일이 어그러졌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그제 홍기택 씨가 맡고 있던 리스크담당 부총재(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강등하는 대신 재무담당 부총재(CFO)직을 신설하고 후보자를 공모했다. 그러나 지난달 CFO로 선임된 프랑스 출신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사실상 내정됐다고 하니, 공모 자체가 형식적인 셈이다. 후임 부총재를 다시 한국인이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홍 씨의 돌발행동 탓에 막대한 분담금을 내고도 부총재 자리를 날린 꼴이다. AIIB에 내는 한국 분담금은 37억달러(약 4조 3000억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다. 새 부총재직을 가져갈 프랑스는 7번째다. 나라 위상에 흠집이 생긴데다 발언권 약화 등 향후 AIIB 활동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차적으로 홍 씨의 책임이 크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맡은 부총재직을 정부와 협의도 없이 취임 4개월 만에 돌연 휴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AIIB 총회에서 진리췬(金立群) 총재에게 휴직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나라 망신을 자초한 무책임한 처사다. 최근 ‘서별관회의’를 언급하며 대우조선 지원결정 책임을 청와대 등에 떠넘길 때부터 유별났다.

애 초 그릇이 못되는 인물을 부총재로 지원한 정부 잘못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에 참여한 덕분에 산업은행 회장이 된 ‘낙하산’이다. 산은 회장 때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 방조 의혹,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연 등 부실관리 책임을 진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정권 실세들이 퇴로를 열어주려 감사원 봐주기 감사에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까지 밀어줬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AIIB 중요 고위직에 한국인이 선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심한 작태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홍 씨의 추천·지원 과정을 엄정히 따져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국회 청문회도 추진할 일이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 의혹 등 산은 회장 당시의 책임도 당연히 밝혀내야 한다.

[서울신문]

3. ‘민중은 개·돼지’란 공직자의 이해 못할 가치관

교 육부 고위공무원의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영화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도 해도 고위공직자의 발언이 이쯤 되면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하기 그지없다. 교육부는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덮을 일은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기본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위험천만한 가치관을 가진 그를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옳다.

고위 관료가 아무리 사석이라고 해도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니 정신 나가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는 은연중에 자신은 지배계급, 민중은 피지배계급으로 보는 계급론적 시각을 보였다. 더구나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고까지 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제11조 )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해 정치(행정)가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정신마저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계와 네티즌 등은 “나향욱 자신이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 “신분제, 차별 교육에 대한 생각을 뼛속 깊이 가진 사람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분노할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야당이 어제 일제히 논평을 내고 “막말로 국민을 모독한 그는 더이상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국민이 우매해서 공무원들에게 나랏일을 맡긴 것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국민을 깔본다면 더이상 공직에 있으면 안 된다. 더구나 교육부는 신분 등의 차별 없이 누구나 교육을 받도록 해 건강한 시민을 키워 내는 곳이다. 요즘 ‘수저계급론’이 나오는 등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놔 줘야 하는 교육부의 책무가 더 막중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교육부의 고위 인사가 ‘신분제 공고화’ 등과 같은 망언을 쏟아 낸 것은 한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공직 적격 심사를 다시 해 공직 부적격자들을 반드시 걸러 내야 한다.

4. ‘광복절 특사’ 경제인·정치인 신중해야

박 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계기로 특별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금요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의원 126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광복절 특사(特赦)’ 건의를 받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가 “국민 화합과 사회 활력을 높이기 위해 8·15 광복절 때 전(全) 분야에서 규모 있는 수준의 특사를 검토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특별히 정치인·경제인에 대한 특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건의했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그 대상자 또한 주변의 다양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면은 사법적 절차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무효화시켜 사법체계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당한 명분을 갖춰야 함은 물론 엄격한 기준하에 시행돼야 한다. 사면 대상자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비춰 본다면 이번 광복절 특사가 단행될 경우 정치인과 경제인을 대상자에 포함하는 문제는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마땅하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을 자제해 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단 두 차례 특사를 단행했다. 2014년 1월 설을 맞아 서민·생계형 사범 5925명을 처음으로 특별사면했다. 정치인, 공직자, 경제인 등은 아예 제외했다. 두 번째인 지난해 8·15 ‘광복 70주년 특사’ 때는 총 6527명을 사면했는데 이때도 정치인과 공직자는 배제했고, 경제인도 죄질을 따져 대기업 인사 등 14명만 제한적으로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엄청난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 처벌받았던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사면이라는 ‘면죄부’를 받아들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에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경제 살리기, 정치적 갈등 해소, 국민통합 등의 명분을 내세워 그들에게 사면의 은전을 내렸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유전무죄, 유권무죄’ 인식만 강하게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엄격하게 사면권을 제한해 온 것도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정치인과 경제인 등 권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에 대한 사면은 오히려 국민통합에 역행할 뿐이다.

[동아일보]

5. 참의원도 개헌세력 압승,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가나

일 본 참의원 의원 242명의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 어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등 개헌 찬성 정당들이 압승했다. 오늘 새벽 끝난 개표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개헌찬성 2개 야당 등 ‘개헌 4당’이 비(非)교체 의석을 포함해 161석을 차지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합하면 165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162석)를 넘었다. 개헌에 반대하는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후보를 세웠지만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해 참패했다.

양원제 의회인 일본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쳐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친 뒤 유권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은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만 합해도 이미 3분의 2를 넘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파들이 3분의 2를 돌파하면서 1946년 현행 일본 헌법이 만들어진지 70년 만에 개헌세력이 중·참의원 모두 개헌발의가 가능한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 개헌 거부감이 적지 않지만 자민당 등 보수 세력의 숙원인 개헌으로 가는 중대한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3월 임기 중 개헌 문제를 완수하고 싶다고 했다. 총리 취임 전에도 “현행 헌법은 일본이 점령당한 시기에 점령군 손으로 만들어졌다”며 개헌을 위한 국민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개헌 4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일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민감한 사안인 개헌 문제를 피하고 아베노믹스 지지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참의원 선거 승리를 기폭제로 개헌을 향해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개헌은 국내 문제이면서도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와 맞물려 한국 중국의 경계심을 부를 소지가 크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발등의 불로 여기는 한미일(韓美日) 3국과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간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 결과에 고무돼 개헌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동북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서비스경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

정 부는 최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제고시켜 경제 활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점 또한 많다.

먼 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의 범위는 넓다. 농림수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건설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종이 서비스업이다. 음식료, 숙박, 운수, 의료, 관광, 유통, 교육, 금융, 문화콘텐츠, 정보통신 그리고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포함된다.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도 업종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용비중이 28%인 음식료, 숙박 그리고 운수업이며 의료와 교육이 각각 7%를 차지하고 있고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서비스업 전체보다는 특정 부분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수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음식료나 관광업을 육성하는 것과 신산업인 정보통신업을 육성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신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관광, 의료 등도 포함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해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내수 부양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수출산업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서비스업은 내수 업종이 대부분이다.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70%라는 수치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내수 부양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창출되는 음식료, 숙박, 운수 및 관광업은 대부분 소비 업종이며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소규모 국가다.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으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수출에 의해서만 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지금처럼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면 결국 소득 없이 소비만 늘어 부채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수출 증대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 뒤 소비를 늘려 내수를 부양시켜야 한다. 이러한 내수 부양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경제로 우리 경제가 들어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수를 위해 서비스업만 지나치게 육성하는 전략보다는 수출산업을 병행 육성하는 성장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융합 발전전략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이를 대체할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필요하다. 신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은 모두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융합돼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만 강조하고 제조업을 사양 산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보통신 같은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 외에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지원부처가 분리돼 있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지원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이 없어지는 지금 과거의 지원체계로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해 국부 유출을 막고 경제 활력을 제고시키려는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부채 증가의 늪에 빠진 것은 지나치게 내수 위주, 그리고 서비스 위주 성장전략을 추진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서비스산업 발전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신산업 육성에 두고 수출과 제조업을 함께 중요시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 경제를 부채 증가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중앙일보]

7. 개헌 열쇠 쥐게 된 아베의 폭주를 우려한다

일 본이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꿔놓으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망이 한층 현실에 다가서게 됐다.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한 개헌 지지 4개 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에 근접한 표를 얻은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재정확대·금융완화·구조개혁이란 세 개의 화살을 통해 일본을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국민에게 먹혀들면서 야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베노믹스는 3년을 넘기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엔화값이 치솟으면서 수출기업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 유권자들로선 아베노믹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다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고 북한의 핵 위협까지 가중되고 있어 일본 유권자에겐 아베의 노선을 배척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당이 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아베노믹스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국민적 정서는 투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번 투표율은 역대 참의원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실버 민주주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선거권을 처음으로 18세 이상으로 2년이나 낮추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는 개헌에 필요한 열쇠를 모두 쥐게 됐다. 중의원에서는 이미 3분의 2 의석을 넘어섰고, 참의원에서도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다져 나갈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아베는 장기 집권의 길을 열게 됐다. 엔화값을 떨어뜨려 수출을 촉진하는 아베노믹스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일본과의 교류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경계하되 민간과 경제 교류가 지속돼야 일본을 설득할 계기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외교든 경제든 그런 토대가 있어야 아베의 질주를 막을 수 있다.

[매일경제]

8. 마이너스 금리 확산, 글로벌 은행 위기 올 수 있다

글 로벌 금융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유동성 홍수 탓에 여윳돈을 빌려주는 쪽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되레 보관료를 물어야 하는 비정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덴마크와 네덜란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독일 국채는 15년물, 일본 국채는 20년물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50년 만기 스위스 국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반세기 후 원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돌려받는 조건에도 기꺼이 돈을 묻어두려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지면서 이제 전 세계 국채 물량의 3분의 1인 13조달러(1경5000조원)어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정책은 헛돌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은 매달 600억유로어치의 유로존 국채를 사들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이 지역 국채의 31%는 금리가 너무 낮아 아예 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다. 일본 중앙은행은 브렉시트에 따른 엔고를 저지하려 더욱 극단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은 각국 정책금리와 실세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나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스 같은 유럽계 은행들의 주식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반 토막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럴수록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되고 이는 세계 금융시장에 급격한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맥경화는 우리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좇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우리 은행과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실 기업 구조조정으로 건전성이 떨어진 국내 은행들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외화유동성 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안심할 게 아니라 과연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지 엄격한 잣대로 검증해봐야 할 때다.

9. AIIB 대주주 한국이 핵심그룹에서 밀려나서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홍기택 부총재가 맡고 있었던 최고위험책임자(CRO) 보직을 국장급으로 강등하고 후임자 공개모집에 들어가면서 한국 몫이었던 부총재 자리는 사실상 날아가게 됐다. 홍 부총재의 돌발적인 휴직은 결국 국제 망신은 물론 국익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AIIB는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부총재로 격상시켰지만 ADB 부총재인 프랑스인 티에리 드 롱게마르가 선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리 몫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한다. 정부는 홍 부총재 후임에 한국인이 인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AIIB의 직급 조정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부총재직을 다른 나라에 뺏기게 됐다.

이제 한국인이 실제 도전할 수 있는 보직은 국장급 세 자리뿐이다. AIIB의 핵심 멤버로서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기로 한 한국이 어렵게 따낸 부총재 자리를 이렇게 허망하게 잃게 된다면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홍 부총재는 돌연 휴직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해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낙하산 인사가 빚은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원을 지낸 후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다. 그는 재임 시절 대우조선의 부실을 걸러내지 못하고 4조2000억원을 신규 지원한 데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그 책임을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떠넘기는 듯한 말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 후 AIIB 부총재로 추천한 정부와 충분한 사전 조율도 없이 돌연 휴직을 감행해 사태를 최악으로 만들고 말았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

AIIB에 대한 한국 지분은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도 부총재직 상실로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 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AIIB를 끊임없이 설득해 우리 몫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핵심 의사결정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

10. 사드 외교전 중차대한 시기에 남남갈등이라니

한·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인 그제 북한은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을 쏘아 올렸다. 미국이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침해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확정한 데 대한 무력 시위로 해석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처럼 릴레이 ’미사일 쇼’를 벌이는 행태야말로 사드 배치 명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 드 배치 결정은 우려했던 대로 중국·러시아 정부의 반발, 북한의 무력 시위 등 동북아 안보불안 지수를 높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외교적 대응뿐 아니라 경제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는 ‘반한’ 여론몰이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북 미사일 억지 차원이라는 우리 정부 해명에도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간주하는 탓이다. 미·중 군사적 이해 충돌이라는 점에서 내일 예정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 결과도 사드 이후 외교전을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곳곳에서 미·중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면 우리 외교의 입지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 럴 때일수록 내부 결속이 중요한데 사드 배치 지역 선정을 앞두고 지역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린다. 국가안보는 어떻든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 횡행하는 건 극히 유감스런 일이다. 후보지로 꼽히는 경북 칠곡에선 그제 3000여명의 주민이 배치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삭발 시위도 등장했다. 충북 음성은 오늘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결의대회’를 연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이 ‘절대 불가’ 여론몰이에 나서고, 진보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론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북 한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익 차원에서 결정한 일인 만큼 배치 지역도 북 미사일 방어와 우리 군사적 이익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곳으로 정하는 게 마땅하다. 기준은 투명하고 정치적 고려는 배제돼야 한다. 해당 주민들을 설득하고 근거 없는 ‘사드 괴담’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분 단 상황에서 지역 이익이 국가적 이익보다 앞설 수는 없다. 주변국과 외교적 거래로 절충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를 끌어내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통령이 결단한 이상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지역 사회의 대승적 협력 또한 요구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아버님 댁에 소화기 놓아드리세요"

주 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으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해야 한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히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안전해야 할 주택이 ‘우리 집은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기본적인 소방시설의 미비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아 파트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방안전에 대해 자격을 갖춘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 안전관리를 수행하도록 해온 반면, 일반주택은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화재의 25%, 화재사망자의 60%가 주택에서 발생하였으며, 주택화재 사망자의 84%가 단독주택 같은 일반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화 재가 발생한 경우 골든타임을 기점으로 화염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질식의 위험도 높아진다. 주택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의 대부분이 잠자는 시간대에 발생하여 화재를 빨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조차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화 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에 소방시설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1977년), 영국(1991년), 일본(2004년) 같은 나라의 경우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대폭 줄어들어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프 랑스의 경우에는 설치 의무화는 물론, 주거 임대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주거상태 확인서에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명기토록 하였다, 또한 주거 점유자(세입자 또는 실소유주)는 주거점유기간 동안 설치된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정상작동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점유기간 중 소방시설이 고장나면 교체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 리나라도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신축이나 증축하는 주택은 2012년부터, 기존 일반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감지기·소화기) 을 설치토록 의무화하였다.

정 부와 지자체는 재정지원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하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73만여 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였다. 아울러 화재 없는 안전마을 조성사업 등을 통하여 쪽방촌을 비롯한 화재취약지역 21만여 가구에도 소방시설을 설치하였다.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설치로 인한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전북 군산에서는 독거노인이 음식물을 가스 불에 올려놓고 깜박 잠든 사이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울려 신속히 대피하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하 지만 법령 개정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비율은 낮은 실정이다. 그래서 국민안전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매월 전 직원들의 자율적인 모금을 통해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하여 소방시설 무상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주택용 소방시설의 구매와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모든 소방서에 원스톱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주 택 화재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 대의 효과가 있는 소화기와 잠든 시간에 알람 역할을 하는 단독경보형감지기가 국민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지키는‘가정 안전의 파수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2. [동아일보][이슈&트렌드]‘위로’를 팝니다

3 년째 유통 분야 기업을 출입하며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꾸준히 들어온 말이 있다. 바로 “요즘 장사가 안 돼요”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듯 경기를 타지 않고 “요즘 잘나간다”고 말하는 것이 세가지 있다. 화장품, 여행, 편의점 업계다.

화장품이 잘나가는 데는 한류 덕이 크다.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던 화장품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최근 몇 년 새 수출액이 급증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사가야 하는 필수품목으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 면 패키지 여행사를 비롯해 항공권 예매, 숙박예약 업체 등은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이 늘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년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은 1900만 명을 넘어섰다. 1, 2위를 다투는 여행사들은 달력이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경쟁하듯 전달에 비해 상승한 실적 자료를 배포한다.

편 의점은 어떤가. 편의점업은 철저히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크고 있다. 1980년대 처음 국내에 도입된 편의점은 어느 때보다 몸집이 커졌다. 올해 말까지 상위 3개 업체의 전국 점포 수를 합치면 3만 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소도시의 골목골목까지 편의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화 장품이야 한류 열풍을 타고 활황을 맞았다 치자. 여행과 편의점에 대한 국내 수요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 배경에 숨겨진 공통적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소비 생활에 편의점과 여행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27.2%. 인구로 따지면 약 5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학업과 직장 때문에 타지 생활을 하는 20, 30대일 가능성이 크다. 혼자 사는 고달픔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이들에게 편의점과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싱 글족들에게 편의점은 단골 밥집 같은 존재다. 매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기 힘든 이들에게 편의점은 엄마가 차려준 것 같은 식사를 24시간 대령한다. 최근 편의점들이 쌈밥, 김치찌개, 장어 등 최고 1만 원짜리 고급 도시락을 앞다퉈 내놓는 것도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따뜻한 엄마의 밥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굶지 않고 밥과 반찬을 챙겨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딸 린 가족이 없으니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기도 쉽다. 여행 한 번에 몇 달간 저축한 수백만 원이 깨지더라도 “일단 떠나고 보자”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등바등 모아도 어차피 내 집 마련이 어려울 바에야 즐기며 살자는 의미에서다.

언 뜻 보면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별개의 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를 듯한 이 소비 행태에서 찾을 수 있는 묘한 공통 정서가 있다. 두 업종은 ‘위로’를 팔고 있었다. 편의점이 먹고사는 사소한 ‘일상의 위로’를 제공한다면 여행은 빡빡한 일상을 뒤로하고 잠깐 쉬어 가도 좋다는 ‘특별한 위로’를 준다.

연 애, 내 집 마련, 꿈 등을 포기해 ‘N포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게 위로에 목말라서라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모두가 나 혼자 잘살겠다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시대.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너는 잘살고 있어”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그립다. 서로에게 “너희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면 어떨까.


3.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세계 3대 수프, 타이의 ‘똠얌꿍’…독특한 향에 호불호 강해도 매력적인 맛

타 이(태국)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데다가 물가가 저렴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것은 타이의 음식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요리사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타이 음식은 일본 음식이나 중국 음식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타이 요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그 복잡미묘한 맛과 함께 웰빙 음식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타이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타이 키친 투 더 월드’라는 캠페인도 한몫한다. 풍부한 음식문화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맛을 지닌 타이 음식은 한두 번 먹어보면 금세 매료되는 맛의 비밀을 갖고 있다.

동 남아시아 중앙에 자리 잡아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타이는 음식에서도 중국, 인도 등 인근 나라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본적인 맛은 비슷하지만 지리적으로 나라 안에서도 크게 네 개의 식문화권으로 나뉜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는 소금으로 음식의 간을 하는 특징이 있으며, 라오 문화권인 동북부는 북부와 함께 찹쌀을 주식으로 하며 코코넛밀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민물고기로 담근 젓갈로 음식 맛을 낸다. 방콕을 중심으로 한 중앙부는 코코넛밀크와 고추, 민트 등을 사용한 걸쭉한 요리가 많고 중국식도 선호한다. 조미료는 생선을 소금에 절여 우려낸 즙인 남플라(Nampla)를 많이 사용한다. 한편 남부 요리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인도 요리에 가깝다.

풍부한 해산물과 열대과일,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는 타이 음식을 복합적인 맛의 건강식으로 발전시켰다. ㅤ


똠 얌꿍은 타이 음식의 대표 메뉴다. 똠얌꿍의 ‘똠’은 끓이다, ‘얌’은 무치다, 마지막으로 ‘꿍’은 새우를 뜻한다. 프랑스의 부야베스, 중국의 샥스핀 수프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똠얌꿍은 새우에 향신료와 소스를 넣고 끓인 일종의 새우 수프다. 주로 닭육수에 새우와 레몬그라스, 양송이, 라임, 고수, 방울토마토, 태국 칠리소스 등을 넣어 요리한다. 매콤하면서도 시고, 달콤하면서도 쓴 타이 음식의 온갖 풍미를 한 그릇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특히 짧고 강하게 피어오르는 매운맛이 일품이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매운맛이라고 할까. 우리의 고추장처럼 달콤하며 묵직하게 오래가는 매운맛과는 다르다. 또한 강렬한 향신료인 박하, 고수(코리엔더) 등을 넣어 향기가 강하며, 코코넛밀크를 더해 새콤한 맛이 난다. 국물의 매운맛과 함께 전해지는 시큼한 맛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호불호가 강하다.

레 몬그라스, 카피르라임 잎, 갈랑갈과 매운 타이고추, 피시소스 등의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야릇한 맛의 똠얌꿍.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은 현지인들이 팍치라고 부르는 고수다. 고수의 독특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주문할 때 그것을 빼달라는 외국인도 많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결코 멀리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향신 채소다.

똠 얌꿍의 재료들은 맛도 독특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면 레몬그라스는 배속의 가스를 배출하게 도와주고, 이뇨작용을 돕는다. 라임과 고추는 기침과 감기를 낫게 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필 자는 13년 전 서울에 있는 타이 요리 전문식당에서 처음으로 똠얌꿍을 맛봤다. 세계 3대 수프로 유명하며 너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듣던 터라 기대가 컸다. 허름하면서도 편안하고 타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에서 타이를 느끼며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던 똠얌꿍 수프가 나왔고 배도 고프고 맛도 궁금해서 재빨리 숟가락으로 수프를 한술 들이켰다. 그런데 살짝 얼굴이 찡그려졌다. 첫맛은 시큼하면서 새우와 해산물의 감칠맛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매운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수의 향이 더해지는 것이다. 당시 내가 느낀 똠얌꿍 수프의 맛은 마치 국물에 화장품을 살짝 탄 것 같았다.

지 금까지 그런 맛의 수프는 처음이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이 수프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수프인가라는 의문점을 가지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고수도 좋아하지 않는 채소라 더 맛있게 먹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추억이지만 그만큼 타이의 문화와 맛을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 고수를 일부러 꾸역꾸역 먹었다. 요리사들은 특별히 싫어하는 식재료가 있으면 안 된다. 음식을 만들 때 자기가 싫어하는 재료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식재료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10년 전에 그토록 싫어하던 고수는 이제 오히려 더 추가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필 자가 해외에 가는 목적은 여행도 좋지만 그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들의 입맛, 식재료, 음식을 즐기려는 이유가 더 크다. 타이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타이 요리를 먹었을 때 정말 이게 타이의 맛인지 아니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나온 퓨전 음식인지 혼동되기 때문에 타이 곳곳을 다녀보면서 여러 가지 음식들의 맛을 보았다.

▶한국에서 타이 음식 먹고 싶을 때마다 ‘스파이스마켓’ 찾아

그중에서도 똠얌꿍은 갈 때마다 꼭 시키는 메뉴다. 식당에 가서 제일 먼저 시켜먹는 음식이 국물 음식인데 국물 요리만 맛보면 이 집이 음식을 잘하는 집인지 못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가 있다.

필 자가 제일 좋아하는 타이 식당은 푸껫의 맛집으로 매우 유명한 ‘넘버6’다. 이 식당은 신선한 재료, 살짝 간간하지만 조화로운 맛,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다. 고급이지만 그리 맛이 훌륭하지 않은 집이 많아 실망하던 중 ‘넘버6’에서 음식 맛을 본 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 행복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넘버6’의 메뉴를 거의 다 먹어봤다. 그 집의 다양한 메뉴들이 다 맛있었다. 요리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때 필자 때문에 배불러 죽을 뻔했던 와이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한 국에 와서 타이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가는 단골 식당이 있다. 이태원에 있는 ‘스파이스마켓’이다. 깊은 골목 안에 예쁜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분위기가 깔끔하다. 무엇보다 음식 맛이 좋고 요리의 기본기가 튼튼해 보인다. 이 집에선 팟타이, 쏨땀, 똠얌꿍 등 타이 본토의 맛을 잘 살린 음식들을 내놓는다.

똠얌꿍뿐 아니라 쏨땀 등 타이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에 신맛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 매콤새콤 타이 음식으로 지친 입맛을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4. [이데일리][데스크칼럼] 러시안룰렛, 걸리면 죽는다?

박 수근(1914∼1965) 화백의 ‘빨래터’가 위작논란에 휩싸인 것은 2007년 12월. 그해 5월 서울옥션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였다. 불씨는 잡지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주간이 붙였다. 2008년 1월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란 글로 시비를 건 거다. 서울옥션은 즉각 반박했다. “비전문가의 주관적인 견해”라고 몰아붙인 뒤 “전문위원은 물론 유족까지 감정을 거쳤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곤 부리나케 감정위원 20명을 다시 소집했다. 1명을 제외한 19명이 ‘진품’ 결론을 내렸는데 그러자 류 주간이 다시 나섰다. “그때 그 인물이 내린 감정결과를 믿으란 말이냐.” 결국 서울옥션은 류 주간을 상대로 30억원 손해배상소송까지 냈다.

미 술계는 혼란에 빠졌다. ‘대국민사기극’ ‘공신력 상실’ ‘경매사의 투명성’ ‘추락한 순수미술’ 등을 키워드로 빼낸 긴 탄식이 이어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결국 2년여에 걸친 지루한 소송 끝에 2009년 대법원이 종지부를 찍었다. “진작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건 정당한 언론활동에 해당한다.”

이 후 10여년을 맞는 2016년. 미술계는 박수근 당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미궁에 또 빠졌다. 언론이 퍼나르는 헤드라인까지 거의 같다. ‘미스터리’ ‘미술계 타격 불가피’ ‘해법은 거래관행’ 등. 그새 경매시장은 계속 열렸고 ‘빨래터’를 누른 최고가 미술품이 네 점이나 더 나왔건만 ‘어쩌다 이 지경’은 여전히 진행 중, 아니 더 복잡해졌다. 위작논란 미술품이 더 많아졌으니까.

25 년을 묵힌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선두주자로 몇년 전부터 스멀스멀 삐져나온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등 13점이 중심에 섰다. 지난달 경매에 출품했다가 ‘위작이 의심된다’며 하루 전날 출품에서 빠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천 화백의 ‘기행스케치: 화문집’도 뜨거운 감자가 될 모양이다. 한 평론가는 ‘짜깁기한 위작’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더욱 황망한 건 작가의 주장과 대척점에 선 ‘진실게임’이다. 최근 이 화백은 경찰이 ‘위작’으로 감정을 끝낸 13점에 “내 작품 틀림없다”며 어깃장을 놨다. 한술 더 떠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회유했다”며 경찰에 선전포고까지 날렸다. 이에 질세라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 위조혐의로 화가 이모 씨를 구속한 상태.

행 태야 못 미덥지만 이 화백만 몰아세울 순 없다. 사실 우린 이미 비슷한 빚이 있지 않나. ‘내 작품이 아니다’란 천 화백에게 ‘당신 작품이 맞다’고 우기며 그의 붓까지 꺾어버렸다. 이 화백의 경우는 정반대라지만 ‘누구 거짓말이 더 센가’ 같은 블랙코미디 한편을 다시 제작할 형국이다.

잘 그린 그림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건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가깝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질 못하는 것이다. 시장을 기웃거리면 안 되는데 그 유혹을 세상이 허용하는 거다. 개인이 자제를 못 하면 시스템이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이제라도 단초를 마련하자고 지난주엔 정부가 주도한 세미나가 열렸다. 선진국의 사례나 들어보자는 자리였는데 열기가 뜨거웠던 모양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대한 공감대가 적잖은 것이다. 남은 것은 실행력. 이쯤에서 논란을 끝내려면 기술이든 법이든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

언 제부턴가 ‘러시안룰렛’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미인도’를 둘러싼 국립현대미술관과 천 화백 유족, ‘선·점으로부터 13점’을 사이에 둔 이 화백과 경찰, 그 틈에 끼여 있는 경매회사, 감정사 등이 방아쇠를 당길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위기에 몰린 상황. 하지만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이 게임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순 없다.


5. [서울신문][나태주 풀꽃 편지] 시인의 자리

인 간은 이성도 있고 감성도 있는 존재다. 이성은 무엇인가를 알고 기억하고 따지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마음의 능력이다. 학교 교육이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이고, 또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때도 이 분야를 중심으로 삼는다. 그래서 아예 인간의 능력이나 가능성의 척도를 이성적인 요소로만 국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이성적인 요소보다는 감성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행복이나 불행도 감성적인 요소나 조건들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무지개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시비의 마음은 이성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마음이고 호오(好惡)의 마음은 감성적인 마음에서 출발하는 마음이다. 시비와 호오, 그 가운데 보다 강력한 마음은 호오의 마음이다. 일단 시비의 마음은 한 번으로 결판이 난다. 그러나 호오의 마음은 절대로 한 번으로 결판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뿌리가 깊고 수정이 잘 되지 않는 마음이라 하겠다. 우리 삶을 이끌고 가고 멀리까지 안내하는 마음도 바로 이 호오의 마음, 즉 감성의 마음이다.

문 학 작품 가운데서도 시는 오로지 감성의 마음에 의지하는 예술품이다. 그러므로 시는 사람의 마음을 울려 준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울려 준다는 것은 감동을 말한다. 감동, 임팩트, 그것은 시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요 요건이다. 감동을 하게 되면 엔도르핀보다도 강력한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나온다고 그런다. 이 호르몬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만족을 느끼게 하여 끝내는 행복감에 이르도록 한다고 그런다. 그렇다면 시를 읽고 시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 인간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 간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좇는 성향이 강하고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이고 이로움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녔다. 왜 우리가 시를 좋아하고 시를 읽는가? 시를 읽고 좋아해서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시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시를 읽지도 않을 것이다.

역 시 시도 읽어서 이로움이 있어야 하겠다. 무슨 이로움인가?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이로움, 정신의 이로움이다. 마음의 기쁨이요 만족이다. 한발 더 나간다면 힘겨운 삶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다. 그래, 당신 마음을 내가 알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야. 당신은 그 힘든 마음이나 어려움에서 헤어나야만 해. 그래,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칭찬받을 자격이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내가 그것을 보장하고 내가 그것을 응원할 거야.

만 약 시가 이런 암시를 준다면 누구도 시를 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필요와 소망으로 시를 가까이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의외로 사는 일이 힘들고 지친다고 한다.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호소한다. 의기소침하고 소외감, 열등감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이 위로가 되겠고 무엇이 응원이 되겠는가.

밥 이나 옷이나 그런 현실적인 것들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마음을 다치고 마음이 힘든 데에는 마음의 치료가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다스려 주고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마음을 밝게 해 주는 그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 이런 때 가장 적절하게 동원돼야 할 것은 시다. 최근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까지도 열정적으로 시를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가 바로 우리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묘약이란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 마음의 파이팅. 그 뒤에 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수긍이 가지 않겠지만 오늘날 세상은 또다시 시의 세기다. 사람들이 그만큼 시를 읽고 싶어 하고 가까이하고 싶어한다. 왠가?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예술이 가난을 건져 주지는 못하지만 위로를 해줄 수는 있다.’ 시인의 자리, 시의 자리도 바로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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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1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인생에서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 에이미 반데빌트


<< 정치/외교 >>
1. 북한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발표 다음날인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함
- 북한이 SLBM을 발사한 것은 지난 4월23일 이후 두 번째로서,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특성 때문에 위성이나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군이 민감해 하는 무기임

2. 지난 8일 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한국 몫이던 투자위험 관리담당 부총재(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낮추고, 휴직 중인 홍기택 부총재(전 산업은행 회장)를 대신할 인사를 새로 인선하기로 결정함
- AIIB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많은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확보한 AIIB 부총재 자리를 허무하게 잃게 됨
-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갑작스레 휴직계를 낸 홍 부총재의 돌출행동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자질 없는 인사’를 AIIB 부총재에 앉힌 청와대, 이를 제어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란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


<< 경제 일반 >>
1.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해까지 조선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헤비테일’(heavy tail:인도 때 대금 대부분을 받는 계약 방식) 계약 대신 선수금과 중도금 비율을 높이는 계약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음
-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27일 SK E&S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도 때 받는 대금 비율을 50% 이하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8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LNG선 2척과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하면서 선수금 및 중도금 비율을 50% 수준으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짐

2. 세계 1위 풍력타워업체(시장점유율 7%)인 씨에스윈드가 지난 7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조그만 항구도시 캠벨타운에서 공장 기공식을 가짐
- 이날 행사는 씨에스윈드가 유럽 전역에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며, 영국 진출과 동시에 최대 고객사인 독일 지멘스와 5년 장기 공급계약(3000억~4000억원대)을 맺기도 했음


<< 금융/부동산 >>
1.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미국과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금리 하락)하면서 수익을 좇는 자금이 쏠리면서 회사채 가격이 더 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한 주간 글로벌 채권펀드에 144억달러(약 16조6000억원)가 유입됐다고 시장조사업체 EPFR 자료를 인용, 10일 보도함
- 반면 주식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으며, 특히 지난주 이탈리아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40억달러가 유럽 주식펀드에서 이탈함

2. 10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종료될 예정인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혜택을 201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2016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기로 함
-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음식점업과 숙박업 등 소규모 간이과세자는 신용·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결제액의 2.6%만큼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으며 한도는 연 500만원임

3. 대우조선해양의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사태가 적기에 인도하는 데 걸림돌이던 보증문제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나서서 해결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해결 가닥을 잡고 있음
- 소난골 프로젝트는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2013년 대우조선에 발주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건조 프로젝트로서 발주금액은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임

4. 삼성의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조만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신세계 사업장에서도 사용됨
-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 그룹 최고경영진은 최근 이에 대해 합의를 마쳤으며 실무진이 시기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5. 변호사(로펌), 변리사(특허법률사무소)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올 하반기 부가가치세 과세 방식 변경으로 큰 혼란에 빠짐
- 이들이 해외 고객에게 제공하는 법률자문, 특허출원신청대행 등 이른바 ‘외화 획득 용역’이 부가세 면세(영세율) 대상에서 일종의 조건부 면세 대상으로 바뀌는 동시에 해당 조건 충족 여부도 납세자가 입증해야 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임

6. 금융감독원이 ‘1사(社)1교(校)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국 초·중·고교가 5000곳을 넘어섬
- 1사1교 금융교육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전국 영업점 인근 초·중·고교와 결연을 하고, 학생들에게 체험형 금융교육을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임

7.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종전 최고가를 넘어서는 곳이 잇따르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공항 고속철도 등 기반시설사업이 활발한 부산 제주 강원 등의 집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음
- 10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마포·서대문·서초·종로구 등 9곳의 아파트 가격이 2010년 전후 기록한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으나, 반면 강동·송파·용산구 등은 최고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용산구 집값은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이 무산된 뒤 주택시장 회복이 더뎌지면서 종전 최고점(2008년 하반기)보다 여전히 10%가량 낮은 상태임


<< 국제 >>
1. 지난 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12명의 경찰 사상자를 낸 총격 사건으로 미국이 발칵 뒤집힘
- 백인 경찰을 겨냥한 인종갈등 성격의 총격 사건이었다는 점,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심각하게 미국 공권력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 해외 전투 경험을 쌓은 참전용사가 매복해 있다가 경찰을 저격했다는 점 등에서 종전 총격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음

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함
- 자민당을 포함한 헌법 개헌 찬성 세력은 참의원 의석 3분의 2(162석)를 거의 확보하면서 일본 내 개헌 논의가 가속화할 전망이며, 아베 총리의 개헌 야욕이 현실화하면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영세율(zero tax rate , 零稅率)
- 세액을 산출하기 위하여 과세표준에 곱하는 비율(세율)이 영(zero)인 것. 따라서 영세율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당해 과세표준의 크기에 관계없이 산출한 세액은 항상 영(零)이 됨.
현행 세법 중에서 영세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부가가치세법과 증권거래세법이 있음.
부가가치세법상 영의 세율이 적용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여야 할 세액이 '0'이 되므로 실질적으로 거래징수할 금액은 없게 되며, 이에 의하여 거래상대방은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전혀 없이 당해 재화 또는 용역을 사용, 소비할 수 있게 됨.
영세율은 세금을 안 낸다는 점에선 면세와 같지만 세금 부과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면세와 다름
- 출처 : 매일경제,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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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7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지진 대피소동, 비상대책 매뉴얼 있는가

그 제 밤 8시 33분께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역대 5위 규모다. 인근 지역인 부산 해운대에서는 80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흔들렸으며 서울에서도 집안 가재도구가 흔들리는 진동이 감지됐다. 재산이나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울산 근처 월성원전과 고리원전 등 국내 모든 원전의 안전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진 충격에 놀란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벌이는 등 밤새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한반도는 일본 등 지진이 잦은 ‘불의 고리’ 지역에서 비켜나 있어 대형 지진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왔다. 하지만 발생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는 점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1980년대엔 연간 16회 정도였던 것이 2010~2014년엔 58회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도 벌써 36건이 발생했다.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지진 재앙’의 공포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그 런데도 대비는 허술하다. 지난해 말 기준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 중 42.4%만 내진 성능을 갖췄을 뿐이다.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면 절반 이상이 순식간에 허물어질 거라는 얘기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지 진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철저히 준비하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활성단층 지도 작성, 지진 다발지역의 지각 조사 등 장기 계획을 수립해 중·대형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내진설계 및 보강 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과 경보·비상체계 구축, 주민 대피 계획 등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지자체 주도로 아파트나 마을별로 구체적인 비상대책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 단 지진 뿐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폭염, 이상 한파, 폭설 등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물폭탄’이 중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갔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자연재해 위험 요인을 미리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재해는 한 번 덮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기 마련이다. 사후약방문 식의 일과성 대책이 아닌 면밀한 종합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2. ‘초가집 수준’ 자기반성한 삼성그룹

삼 성이 스스로의 위치를 ‘초가집 수준’에 비유했다. 그제 사내 채널에서 방송된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고층건물을 지어야 하는 입장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건축으로서의 개념이 부족함을 반성하자는 취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 경쟁업체들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뒤지고 있는 데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그램에 붙여진 ‘우리의 민낯’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삼성그룹 내부의 위기감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미 지난달 방송된 ‘불편한 진실’에 이어진 후속편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큰 그림을 그릴 줄 모르니 기본 설계가 엉망이고, 설계가 부실하다 보니 심각한 문제에 부딪쳐서도 밑바닥부터 뜯어고치지를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그만큼 난감한 지경에 이렀다는 게 삼성의 자기반성이다.

그 렇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경직적인 조직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상급자가 만든 코드에 대해 부하 직원에게 검토를 맡길 경우 설사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계질서에 억눌려 서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문화 혁신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 여겨진다. 직원들끼리 직급 대신 각자의 이름으로 호칭을 바꾸도록 했고, 심지어 반바지 차림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움직임이 사고방식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연한 헛수고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최고 경영진부터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고민이 비단 삼성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을망정 현대차그룹이나 LG, SK, 포스코 등 대부분 대기업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회사 규모가 커가면서 상하관계가 앞세워지고 서열에 따른 지시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의 능력보다 입사 서열을 따지는 조직이 순조롭게 발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를 내다본다면 조속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초가집 수준에서 벗어나 고층빌딩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서울신문]

3. 원전 밀집한 울산 지진 대응체계 강화해야

그 제 밤 8시 30분쯤 울산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해저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는 잊을 만하면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강진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인지 지진은 남의 나랏일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번 울산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지난 4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일본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에서 규모 6.3, 규모 7.3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올해는 유난히 강진 발생 빈도가 높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서만 크고 작은 지진이 36차례나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울산 지진이 구마모토현 지진으로 발생한, 지각을 변형시키는 힘이 대한해협 활성 단층대에 전달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빈발하는 지진이 우리나라 단층대에 영향을 미쳐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고 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제 지진으로 진앙지와 가까운 울산과 부산에서는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고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978년 전국 단위로 지진을 관측한 이후 다섯 번째로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는 17세기에 강원도 양양에서 규모 7.0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신라시대에도 강진으로 경주에서만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다. 지금도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 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고, 천재(天災)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강진으로 인한 대재앙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진 다발 지역인 울산 인근에는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해 있고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도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강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내진 설계가 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 국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0.9%에 불과하다.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30.3%에 그친다.

정부는 올 들어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또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2020년까지 49.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고 진척이 더디다. 내진율을 더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도 평소에 해 두어야 한다. 재난 문자 보낸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 서비스업 대책 내놔도 실천 안 하면 헛일이다

정 부가 발표한 ‘서비스업발전전략’은 우리 서비스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한 향후 5년간의 로드맵이다. 정부는 세제·금융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차별을 해소하고 산업 간 융복합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망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높이며 5년간 2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고용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0%에서 2020년 73%로, 부가가치 비중은 60%에서 65%로 확대해 선진국 수준에 근접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다.

서비스산업은 우리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내수 활력의 핵심이다. 정부가 서비스 경제 발전 전략을 마련한 것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과 제조업이 경쟁력 약화로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이번에 발표된 발전 전략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현 정부 임기가 1년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5년간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음 정권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갖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번 발표는 현 정부 들어 일곱 번째 대책이다. 일부는 기존의 정책을 보완한 수준에 그치거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원론적인 방향만 제시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의료부터 소프트웨어, 관광 등 무수히 많은 분야의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망라돼 있다.

당장 기존의 의료체계를 허물고 있다는 의료계의 반대는 물론 대기업 위주의 편향된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거나 택배를 허용하는 문제도 약사들의 반대가 심하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 활성화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 소지도 있다. 2020년까지 취업자 수를 25만명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 정치적 구호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 들어 규제 완화와 고용 확대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이 이미 무수히 나왔다. 그 대책들이 지금 얼마나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책은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져야 의미가 있다.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비스업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규제 완화의 경우 각계의 반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다소 부실한 측면은 있지만 서비스산업 발전은 결코 지체할 수 없는 국가 현안이다. 입법 지원 없이 정부 혼자 추진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서비스 경제 발전 전략을 실천하려면 당장 의료법, 은행법, 산악관광진흥법 등을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산업 간, 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기득권 집단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비전과 의지를 갖고 야당을 설득해야 하고 야당은 국가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6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5. 편법 부추기는 무늬뿐인 맞춤형 보육

논 란 끝에 강행된 맞춤형 보육에 잡음이 끊일 새가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소란을 피우며 정책을 바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맞춤형 보육제도는 양육 부담이 큰 맞벌이 가정이 어린이집 종일반을 좀더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기존의 일률 지원 방식과 달리 전업주부의 아이들은 하루 6시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12시간을 각각 맡길 수 있도록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우려 속에 강행된 정책은 그러나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민폐 제도로 주저앉은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으로 달라진 것은 전업주부들의 맞춤반 자녀들이 등하원하는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진 것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높다. 바뀐 정책이 맞춤반 아이들을 오후 3시면 데려가도록 유도한 바람에 아이들은 낮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기가 애매해졌다. 전업주부들이 ‘긴급 보육 바우처’를 너나없이 쓰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이 제도는 전업주부가 급한 사정이 생겨 아이를 제때 데리러 가지 못할 때를 대비해 한 달에 15시간씩 추가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돌봄 서비스다. 낮잠을 자거나 오후 간식을 먹는 아이를 중간에 데려오기 난처하니 이 서비스로 위탁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연한 편법을 어린이집이 버젓이 권유하고, 정부 당국도 달리 방책이 없으니 모른 척해야 하는 현실이다. 당장 “바우처 안 쓰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맞춤반 보육료를 줄이는 차등 지원으로 올해만 375억원쯤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애초 보건복지부의 계산이었다. 그런 것이 시행 하루 전날까지 현장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해 결국 말짱 도루묵의 상황을 만들었으니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혹 떼려다 혹만 더 붙였는데도 현장 혼란에 속수무책인 복지부가 딱하다. 종일반 아이들만 별도 위탁하는 어린이집 설치가 대안으로 거론될 판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에 옥상옥(屋上屋)의 보육 프로그램이 또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책 시행 전 복지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몇 번이나 열었는지 새삼 궁금하다. 차등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이 민생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불합리한 부분이 수습될 수 있도록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동아일보]

6. 특임검사는 진경준보다 홍만표 사건에 필요하다

대 검찰청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대박 의혹’ 수사를 특임검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번이 4번째 특임검사로 검찰 고위간부가 관련된 의혹을 단호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이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로 검찰이 고개를 들기 어려운 현실에서 나온 고육책(苦肉策)이다.

특임검사는 2010년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했다. 현직 검사의 비리를 중립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을 때 검찰총장이 지명한다. 첫 특임검사는 그랜저 승용차 등 금품 4600만 원을 받고 후배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한 ‘그랜저 검사’를 수사해 ‘무혐의’라던 검찰 수사를 뒤엎고 대법원까지 유죄 선고를 받아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들여 매각한 차익으로 126억 원을 챙겼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는 사건 초기에 ‘개인 간 주식 거래일 뿐’이라며 그를 감싸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지금은 사건의 전말이 거의 드러났다. 최초의 매입 대금이 넥슨에서 나온 사실까지 확인됐다. 특혜를 받은 뒤 2011년 개인정보 유출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넥슨을 위해 진 검사장이 후배 검사에게 청탁을 했는지만 가려내면 된다. 굳이 뒤늦게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전시(展示)성 수사’로 보인다.

그보다는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비리야말로 딱 떨어지는 ‘특임검사 사건’이다. 애당초 대검은 이 수사를 특임검사에게 맡길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다가 접었다. 어차피 거야(巨野)가 특별검사를 도입할 것으로 지레짐작해 특임검사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무기력하고 한심한 검찰이다.

홍 변호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사건에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비롯해 1년에 100억 원이 넘는 사건 수임을 한 배경에 검찰 내 현관(現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당장 특임검사에게 이 수사를 맡겨 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전수(全數)조사해 석연찮게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가려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7. 최경환 불출마에도 친박은 패권주의 미련 못 버리나

새 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이 어제 ‘8·9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은 “당의 화합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도 “지난 총선에서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천 절차에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강조함으로써 4·13총선 패배 책임을 부인했다. 친박 대부분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 당권 장악에 빨간불이 켜지자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추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일 리 없다.

최 의원이 실제 공천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총선 당시에도 그는 친박 좌장이었다. TK(대 구경북)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벌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똑똑히 기억한다. 오죽하면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친박 이주영 의원조차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가장 큰 패착 원인이었다”고 친박의 책임을 인정하며 “계파 청산과 당의 화합적 융합을 위한 용광로가 되어줄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겠는가.

그런데도 조원진 김태흠 의원 등 친박계 14명이 5일 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방으로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를 ‘강권’한 것은 당권을 비박(비박근혜)계에 넘겨줄 순 없다는 패권주의적 행태다. 서 의원은 “이 나이에 그걸 뭐하려고 하겠나”고 고사했지만 친박계의 끈질긴 ‘릴레이 설득’에 ‘추대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친박은 주류 홍문종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청한 데 이어 이주영 의원이나 출마 선언 예정인 이정현 의원에게도 ‘단일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 의원이든 누구든 당 대표 경선에 친박계 한 사람이 비박계 후보들과 격돌을 한다면 친박 대 비박의 대결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그러지 않아도 새누리당의 내부 총질에 넌더리 난 국민을 또 한 번 열받게 만드는 일이다. 총선 패배 후 ‘보수 혁신’을 위한 반성과 공부는커녕 계파 간 세력싸움과 ‘패거리 정치’를 계속하는 데 전통적 보수계층도 염증을 내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꼬리표 떼고 개인 자격으로 나와 새누리당과 보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치열하되 공정한 자유투표로 선택받아야 한다는 내부 소리가 왜 안 나오는 건가.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서 의원의 출마 고사는 현재 권력에서 미래 권력으로 한 시대가 서서히 바뀌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의미다. ‘꼴박(꼴통 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강성 친박들은 대선 과정에서도 알량한 당내 다수의 머릿수를 계산하면서 총선 때와 같이 패권주의를 휘두르려 하겠지만 무망한 시도일 뿐이다. 당내 분란만 초래해 여당의 재집권만 어렵게 만들 것이고, 내년 대선에서 야당의 집권을 돕는 결과로 직결돼 친노(친노무현)계처럼 ‘폐족의 낙인’만 찍힐 공산이 크다. 친박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패권주의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8. 새만금 스마트팜 반대 ‘정치 농민’에 휘둘려서야

LG그룹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시킨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 단지를 세운다. ICT 서비스 기업인 LG CNS 주도로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찾아내는 스마트팜 연구개발(R&D) 센터부터 재배시설, 가공 및 유통시설까지 3800억 원을 투자하는 수출형 미래 먹거리 산업의 활로를 뚫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다. ‘창조 농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겠다’며 어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LG의 스마트팜 진출 반대를 외치는 시대착오적 모습을 보였다. 농업과 ICT 융합은 세계적 추세다. 네덜란드가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으로 성장한 비결이 바로 스마트팜이다. 전체 인구 중 2.5%에 불과한 농업인구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책임진다. 일본도 최근 기업의 농지 소유를 자유화하는 파격적인 규제 철폐에 나서는 등 ‘농업 보호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농이 ‘농민 생존권’을 외치며 반대하는 것은 2000년대 초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에 결사반대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당시 농민들은 FTA를 맺으면 포도농가가 다 망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LG 측은 이번 사업의 목적이 ICT를 접목해 개발한 설비를 시장에 보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팜 생산 작물은 모두 수출하며 해외투자자도 국내 농작물 판매는 금하는 조건까지 걸고 계약했다.

FTA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정치 농민단체’에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에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할 유리온실을 지었다가 농민단체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던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연소득 5000만 원 이상 13만 농가를 ‘스마트팜 사장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한 바 있다. ‘정치 농민단체’의 횡포와 압력에 기업이 굴복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설득하는 문제해결형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전문성 부족 드러낸 공정위 CD금리 담합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을 4년 동안 조사한 끝에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국민·신한은행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담합 문제를 심의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은행권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효력은 무혐의 결정과 동일하다.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과 불충분한 근거에 의한 무리한 조사로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야기된 혼란을 감안하면 따끔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2012년 7월 9개 은행과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3개월 만기 CD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그때까지 은행들은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덧붙여 가계대출 변동금리를 정기적으로 조정했는데, CD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은행권은 대출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 공정위가 CD금리를 담합이라고 본 근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국고채 금리가 하락해도 CD금리는 몇 개월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바클레이스 UBS 등 미국·유럽 은행들이 리보(런던 은행 간 거래금리) 조작으로 2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자 국내 소비자들도 의혹을 제기했고 이것이 공정위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의욕은 곧 벽에 부닥쳤다. CD금 리가 조작된 것으로 결론 나면 은행권은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과 소비자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하게 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도 부실 감독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융권은 일치단결해서 "담합은 없었다"며 반발했고, 공정위 조사는 겉돌기만 했다.

2014년 1월에는 CD금리 조작 의혹과 관련해 소비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CD금리를 조작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문까지 나온 마당에도 공정위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제야 무혐의와 다름없는 결론을 내렸으니 어이가 없다.

4년 동안 이득을 본 곳은 공정위 고위 퇴직자들이 몰려가서 법률 자문을 하고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들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일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전문성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10. 막말 의원 징계할 국회 윤리심판원 당장 만들어라

20대 첫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막말로 파행을 초래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파동은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완전히 짓밟았다는 점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김 의원은 5일 대정부 질문 중 이장우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자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느냐" "저질 국회의원들 창피해 죽겠네"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4선의 중진의원이 국회TV와 인터넷으로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인신 모독 언사를 서슴지 않았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김 의원은 2013년 2월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등 평소 거친 언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관 채용 문제가 불거져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고심하는 와중에 또 막말 파행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 "여학교에 잘생긴 남자 경찰관을 배치한 탓"이라는 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MBC 고위 간부가 성추행했다는 근거 없는 사실을 주장해 물의를 빚는 등 국회의원의 양식과 수준을 의심케 하는 돌발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말로만 징계를 외칠 뿐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 김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 제소를 운운했던 새누리당이나 지난 총선 때 국회의원소환제(파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의당이나 팔은 안으로 굽고 의원들끼리는 철저하게 한통속이라는 사실만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19대 국회 때 39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철회 또는 폐기됐는데 20대 국회도 출발부터 싹수가 노랗다.

여야는 김 의원을 일벌백계함으로써 19대 국회와는 다를 것임을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차제에 외부 인사로 국회 윤리심판원을 만들어 국회의원으로서 기강을 해치거나 품위를 손상할 경우 중징계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애초에 국회의원 징계를 국회의원 손에 맡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초동여담]김밥의 배신

단 단히 여민 검푸른 홑겹의 옷. 눈부시고 찰진 속살을 지녔으나 굳이 옷섶을 풀어 교태를 짓지 않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지니려 하지 않았으니 향기는 고요하고 맛은 담백하다. 빼어난 몸을 고집하지 않고 서슴없이 제 몸을 점점이 나눠 한입에 먹기 좋도록 가지런히 누웠다.나이테처럼 내보인 속살의 파문은 옛사랑의 고백처럼 뭉클하게 아름답다.

김에서 밥으로, 밥에서 간간한 찬들로 넘어가는 맛의 회랑. 이 모든 것들 다 내주지만, 스스로를 매긴 값은 겸허하여 주린 이들의 넉넉한 한 끼가 된다. 어린 소풍가방 속의 너는 얼마나 설레는 별미의 유혹이었던가. 새벽에 그것을 말던 사람의 마음이, 점심에 그것을 푸는 사람의 마음으로 건너와, 가끔은 목메일듯 서럽기도 하던 그것. 이 나라 사람이라면 살아온 몸의 절반쯤이 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처음엔 심심하지만 가만히 씹어 삼키면 단맛이 깊이 우러나 코끝까지 그윽해지던 기억, 우리는 어쩌면 김밥민족이 아니던가.

혹 자는 일본의 김초밥(후토마키)을 너의 아비로 잡기도 한다. 일제 때는 김밥을 노리마키(海苔?き)로 부르기도 했는데, 네모난 넓은 김을 깔고 밥을 얹은 뒤 식재료를 점점이 놓고 말아서, 먹기 좋도록 썰어먹는 것이 김초밥과 비슷했다. 게다가 김밥을 마는 대나무발 김발이도, 후토마키의 마키스와 닮았다. 넌 정말 일본 음식이냐. 식초로 간을 하는 김초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는 김밥이 다르다곤 하지만, 참기름김밥이 나온 건 40년쯤 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국민음식이 된 너에게 민족의식까지 부여하려는 건 과한 욕심일까.

혹 자는 삼국유사에 복쌈(福裏)이란 대보름음식이 나오는데, 이 중에 김밥이 있다고 주장한다. 복쌈은 취나물과 배추잎으로 밥을 싸기도 하지만, 김으로도 쌌다는 것이다. 김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 나오는 것은 조선시대 '경상도지리지'나 '동국여지승람'이다. 이 무렵에는 우리나리에서 김을 양식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근거로 너를 겨레음식이라 말하는 건 좀 석연찮다. 요즘 형태의 김밥이 나오는 것은 한국전쟁 무렵인 1950년대이기 때문이다. 좀 더 개연성있는 해석은, 우리 고유의 김쌈이 통영의 충무김밥(1930년대 시작)처럼 면면이 전수되어 오다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후토마키의 영향을 받으면서, 일신을 했고 차츰 우리 입맛에 맞게 진화해왔다고 보는 것이리라.

김밥천국은 개별브랜드가 아니라고 한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브랜드를 내놨기에 누구를 원조로 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밥천국의 감동적인 컨셉트는, 김밥 한 줄을 천원에 파는 '겸손한 가격'이었다. 천원이면 배부르진 않지만 허기를 끌 수 있다는 그 약속은, 이 나라의 빈 손 빈 주머니의 서민들에게 복음과도 같았다. 게다가 그 천원을 이유로, 맛이나 차림이 부실해지지 않았던 것도 미덕이었다. 천국은 천원의 나라(千國)이며, 김밥이 이룩한 천국(天國)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밥은 졸지에 콧대가 높아졌다. 다른 물가들이 오르니 저만 겸손 떨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던가. 작년보다 5.2%가 뛰어, 물가상승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줄에 6500원 짜리 프리미엄 김밥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김밥의 배신이다. 세상에. 곧 김밥만(萬)국이 나올 것 같다.


2.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창덕궁 샹들리에, 근대의 두 얼굴

유 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은 인정전이다. 경복궁으로 치면 근정전이다. 인정전 내부를 들여다보면 임금이 앉는 어좌(御座)가 있고 그 뒤로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이 놓여 있다. 어좌 위로는 화려한 장식의 닫집(보개·寶蓋)이 펼쳐진다.

그런데 인정전엔 경복궁 근정전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인정전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샹들리에다. 조선시대 궁궐에 서양식 전등이라니.

조 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1907년 즉위와 함께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고는 이듬해 창덕궁의 수리를 명했다. 순종이 명했다고 하지만 실제 작업은 일제가 맡았다. 인정전의 샹들리에는 그때 유리창, 커튼과 함께 설치되었다. 일제는 실내 바닥의 전돌도 걷어내고 일본식 나무마루로 바꿨다. 공사는 1909년 봄 마무리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샹들리에였다. 인정전 샹들리에는 자못 화려하고 육중하다. 노란 천으로 휘감은 뽀얗고 큼지막한 전등들. 샹들리에 틀에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이화무늬를 디자인해 넣었다. 샹들리에 전깃불은 첨단 서양문물이었고 근대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도입된 것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처음 전깃불이 들어왔다. 에디슨이 전구를 활용한 이후 불과 8년 만이었다. 현재 건청궁 앞에는 ‘한국의 전기 발상지’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그 전깃불이 20여 년 뒤 창덕궁에도 들어왔고 샹들리에까지 설치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람 사는 공간도 변하는 법. 궁궐 전각에 전등을 설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세기를 살아가는 임금님이 꼭 19세기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샹들리에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창덕궁의 밤은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창덕궁의 샹들리에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인정전을 수리하고 샹들리에를 매단 것은 결국은 일본의 의도가 반영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 시엔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아 전구가 자주 깜박였고 그로 인해 수리비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전구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그 모습이 마치 건달 같다고 해서 ‘건달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깜박깜박하는 전등. 당시 우리의 국운과 비슷했던 것일까. 1910년 8월 그곳 창덕궁에서 조선의 500년 역사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세기 초 신문명을 상징했던 창덕궁의 전깃불 샹들리에. 우리는 그렇게 근대와 만났다.


3. [한겨레][유레카] 금메달을 판 챔피언

2016 리우올림픽 금·은·동메달 무게는 500g으로 똑같다. 금·은메달은 순은이 92.5% 포함되는데, 금메달에는 순금이 1%(6g)가량 더해진다. 동메달은 구리, 주석 등으로 만들어진다.


은 메달, 동메달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재질의 30%가량은 재활용품이다. 재활용 은은 중고 거울이나 엑스레이 기기, 그리고 납땜 물질에서 수거됐고, 동메달 제조 때 사용되는 구리의 40%가량은 브라질 조폐공사에서 쓰다가 남은 것을 재활용했다.


메 달을 목에 걸 때 사용하는 리본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 물병이 50% 사용된다. 제조 원가만 따져보면 금메달은 508.42달러, 은메달은 260.40달러, 동메달은 5달러 이하이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은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 권투선수 블라디미르 클리치코는 자신의 금메달을 100만달러에 팔아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돕는 자선단체를 만들었다.


애틀랜타올림픽은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독립해 최초로 출전한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컸으나 클리치코는 기꺼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금메달을 내놨다.


2000 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50m 자유형에서 우승한 앤서니 리 어빈(미국) 또한 금메달을 경매에 부쳐 벌어들인 1만7101달러를 인도양 지진해일 피해자들에게 기부했다. 폴란드의 오틸리아 옝제이차크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접영 200m 우승으로 따낸 금메달을 8만달러에 팔기도 했다.


옝 제이차크는 “(올림픽을) 기억하기 위한 메달은 필요 없다. 나는 내가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메달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 믿는 만큼, 행동하는 만큼 가치는 달라진다. 메달도, 사람도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4. [서울신문][문화마당] 마징가는 왜 필살기의 이름을 외쳤을까/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우 리 집에는 비디오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광장국민학교 2학년 4반 부반장이었던 박우석이네 집에 놀러 가곤 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가면 그 시간까지 주무신 게 틀림없어 보이는 우석이네 엄마가 짜장면을 시켜 먹으라며 천 원짜리 두 장을 주셨다. 당시 짜장면은 한 그릇에 600원이었다. 남은 돈으로는 비디오 가게에서 만화영화를 빌려 보았다. 대부분 거대 로봇 만화였다.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이 통제되던 시절이었지만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프리패스였고 저간의 사정을 알 리 없는 우리는 틈만 나면 각 로봇의 전투력에 대해 논하곤 했다. 그때 나에게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두 개 있었으니 다음과 같다. (1)왜 정의의 로봇은 필살기의 이름을 적에게 들리도록 외쳤는가. (2)어째서 악당 로봇은 정의의 로봇들이 합체하는 동안 기다려 주었는가.

(1) 의 경우는 기합이 당사자의 투지를 증가시키고 상대의 기를 꺾는다는 측면에서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하지만 그것이 굳이 필사기의 종류를 발설하는 형태여야 했는지는 한번쯤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너에 몰리다가 결정적 순간에만 구사하는 필살기는 야구로 치면 투수의 결정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9회 말 풀카운트 상황에서 “이번엔 낙차 큰 슬라이더”라고 외치며 볼을 던지는 투수라니 좀 웃기지 않나. 그런데 그거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마징가는 닥터 헬이 보낸 기계수들을 향해 이제 곧 ‘광자력 빔’을 구사한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광자력 빔!”이라고 외치면서 슬쩍 ‘루스트 허리케인’이나 ‘로켓 펀치’를 쐈다면 교란작전인가 하고 이해할 텐데 내가 관람한 비디오에서 그런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2)의 경우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 정의의 로봇은 나름대로 ‘정의=페어플레이(동심)’라는 등식을 지키기 위해 필살기도 막 알려주고 그랬다 치자. 모름지기 악당이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 시대의 악당 로봇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떼로 몰려오면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마치 병목구간을 통과하는 자동차처럼 한 번에 하나씩만 날아오는 걸로도 모자라 정의의 로봇이 “합체!”라고 외치면 본인이 거의 승기를 잡은 싸움에서도 주제가 1절이 다 불릴 정도의 시간 동안 기다려 주었다. ‘도중까지는 악당 로봇이 더 많이 때렸으니까 됐잖아’라는 의미가 담긴 호혜평등주의적 안배였을까.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드래곤볼 깊이 읽기’라는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됐다. ‘무슨 드래곤볼 따위를 깊이씩이나 읽는가’ 하고 한심해하며 혀를 찰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채식주의자’나 ‘사피엔스’ 같은 베스트셀러를 읽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말이지.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공상과학독본’이니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같은 제목의 책을 마주하면 덮어 놓고 구매하게 된다. 내 허접한 취향에 잘 맞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거니와 이런 책은 한국에서 안 팔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을 법한’ 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서 보면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마징가가 왜 필살기의 이름을 외쳤는지 궁금해졌다면 서점에 한번 들러봐 주시길. 양손을 모아 “에~네~르~기”라고 천천히 소리를 내다가 마지막에 기를 단번에 방출하듯이 “파!” 하며 팔을 쭉 뻗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바이다.


5. [중앙일보][노트북을 열며] 1등 국가에는 없는 존댓말

삼성전자에서 내년 3월부터 대리·과장·부장 직함이 사라진다.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른다. ‘홍길동님’ 식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는 이미 다 아는 바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는 뜻이다. 호칭은 곧 지위고, 지위는 곧 위계며, 위계는 관료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창조적 발상과 거침없는 토론이 설 자리는 없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보지능기술연구소처럼 백년지계와 관련된 문제조차 그렇다. ‘BH(청 와대) 지시’라는 딱지가 붙으면 토론은 사라지고 속도만 남는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도전적 아이디어는 안정적 지시 앞에 무력하다. 삼성전자의 새 지침은 관료화 극복의 몸부림이다. 취지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 방침의 방향성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새 방침은 임원은 빼고 직원에게만 적용된다. 내부에선 “수평적 소통은 부장 이하만 적용되냐”는 자조가 나온다.

수직형 구조의 근원에는 존댓말이 있다. 존댓말은 미풍양속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러나 존댓말로 상징되는 상명하복은 20세기의 산물일 뿐이다. 근대화와 압축 성장은 속도전이 필요했고, 군대식 지휘체계가 성공의 요체였다. 상·하를 분명하게 가르는 존댓말은 강화됐다.

그러나 존댓말은 1등 국가의 DNA가 아니다. 미국·중국·유럽 등 역사적으로 1등을 해 본 지역에선 존댓말이 없거나, 있어도 약하다. 그들에게 존댓말이 없다고 배려나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토론의 품격은 그들이 더 높다. 반면 한국은 수천 년간 1등 국가를 쫓으며 살아왔다. 중국·일본·미국은 교과서이자 미래였다. 그러니까 존댓말은 퍼스트 무버를 열심히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의 DNA다.

외 부에서 지적이 나온 건 오래됐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1997년 괌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추락 사고의 근원을 말에서 찾는다. 당시 조종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부기장은 이상 징후를 알았다. 그러나 그는 직설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기장에게 비상 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권위에 눌린 언어 습관 때문이다. 참치잡이 어선 광현 803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인의 ‘요요’라는 말을 반말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존대와 반말이라는 언어적 위계가 엷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 금 우리는 교과서가 없어진 시대에 산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한국이 이미 겪은 일을 뒤늦게 선진국이 겪는가 하면, 평균 점수는 높은데 개별 점수에선 말도 안 되는 역전이 일어나는 분야도 많다. 상·하, 선·후 구도를 기본으로 살아온 한국이 유독 숨이 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댓말 DNA를 바꿀 수 없으면, 퍼스트 무버의 DNA도 가질 수 없다.

14년 전에 이미 실험과 증명이 있었다. 2002년 히딩크는 축구장 안에서 존댓말을 없앴다. 한국 축구는 그때만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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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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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7일 신문 브리핑 #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누구는 저렇게 사는데 나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미국 정부가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기관 여덟 곳을 인권유린 혐의로 첫 제재 대상에 올림
- 미국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이 같은 조치로 가뜩이나 경색된 북·미 관계는 더 얼어붙을 전망임


<< 경제 일반 >>
1. 정부가 건설이 예정된 석탄 화력발전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기로 함
- 가동 기간도 40년으로 제한하고,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발전소는 9년 안에 없애기로 했으며, 이 계획이 지켜진다면 2062년에는 국내에서 석탄발전소가 사라지게 됨

2. 6일 프랑스 해운통계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국내 중견 해운사인 고려해운은 7월 들어 61척 12만5132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의 선복량(선박보유량)을 기록해 세계 해운업계 20위에 올랐음
-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포함한 한국 국적 컨테이너선사 3곳이 20위권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임

3. 미래창조과학부 공식 인증 벤처기업인 아이카이스트가 2대 주주 KAIST(지분 49%)와 분쟁에 휩싸임
- KAIST는 분식회계 의혹까지 제기하며 ‘카이스트’란 이름을 사명에서 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됨
- 2011년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아이카이스트는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꼽혔으며, 지난해에는 유엔과 손잡고 10조원 규모의 스마트스쿨 보급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었음

4. 삼성전자가 올 들어 갤럭시S7 등 주력제품을 광고할 때 회사명 로고를 검정으로 쓰고 있음
- 지난해 4월부터 광고 등에서 전통의 오벌(타원형) 마크 대신 문자 마크를 쓰기 시작한 데 이어 삼성의 색이던 청색도 검정으로 바꾸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검정을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밀레니얼 세대(10대 중반~30대 중반)가 좋아하는 색으로 판단해 블랙을 주로 쓰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함


<< 금융/부동산 >>
1. 영국 부동산펀드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펀드런) 조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음
- 영국 부동산펀드인 스탠더드라이프는 브렉시트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일시에 몰리자 지난 4일 환매를 중단했으며, 5일에는 또 다른 부동산펀드 아비바인베스터스와 M&G인베스트먼츠가 잇달아 환매를 거부함
- 불안해진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6일 일본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00.57엔까지 치솟았으며, 반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장중 파운드당 1.28달러까지 밀려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함

2. 공정거래위원회가 신한 우리 국민 KEB하나 농협 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림
- 4년에 걸친 전방위 조사에도 불구하고 6개 은행의 CD 금리 담합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공정위가 담합 추정만으로 무리한 조사를 해 시장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옴

3. 지난해 11월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은행 설립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음
- K뱅크는 오는 8~9월, 카카오뱅크는 11~12월 은행업 본인가를 신청하겠다고 6일 밝혔으며, 210여명의 추가 채용 계획도 발표함

4. 주주가 배당금을 받지 못하거나 약정액 미만으로 받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부여받지 않는 우선주가 처음으로 나옴
- 6일 한화그룹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한화는 오는 9월 400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함
- 약정된 배당 수익률을 채권 이자처럼 주면서 의결권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영구채’와 같은 성격을 갖는 우선주이며,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싶지만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 희석을 원치 않는 기업들이 이 같은 우선주를 속속 발행할 전망임


<< 국제 >>
1.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교역 분쟁이 닭발과 철강, 가전, 타이어에 이어 메기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
-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를 해소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커지면서 두 나라 간 무역 분쟁이 전면전 형태로 번지는 형국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실권주(失權株, forfeited stocks)
- 유상증자 시 신규로 발행한 뒤 최초 결산기가 지나기 전의 주식을 신주(new share)라 하는데, 청약기일까지 신주를 모집할 때 우선적으로 신주를 배당 받을 권리를 가진 신주인수권자가 신청하지 않아 남아 있는 신주를 말함.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주는 정해진 날짜에 자신에게 배정된 유상증자분을 인수하겠다는 청약을 하고 해당 금액을 납입하게 됨. 그러나 청약기일까지 청약하지 않거나 청약을 하여도 납입일에 돈을 내지 않으면 유상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상실하는데, 이로 인하여 발생한 나머지 주식을 실권주라 하는 것임.
즉, 기존주주가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면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며, 실권주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임의로 처분이 가능함.
일반적으로 실권주의 발생은 발행 기업의 경영이 부실하거나 무리한 증자로 인하여 시가가 납입한 금액보다 낮을 때, 자금이 부족하여 납입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힘들 때 발생함.
실권주 청약정기예금, 실권주 청약은 상장사가 우선적으로 주주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 때 남아 있는 부분을 주간사 증권회사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받는 청약을 말하며, 증자를 하는 기업은 실권주가 생기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이 주식을 파는데 이 절차를 공모라 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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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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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지속될지 의문이다

정부가 새로 만든 국가브랜드라며 ‘CREATiVE KOREA(창의 한국)’를 선보였다. 대(對)국민 공모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도출된 ‘창의’, ‘열정’, ‘화합’ 가운데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창의’를 선택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새 국가브랜드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국내외에서 이를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달 열리는 리우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KBS 인기연속극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인 송중기·송혜교와 바둑기사 이세돌, 피아니스트 조성진, 남성 5인조 빅뱅 등이 출연하는 홍보 영상을 CNN이나 BBC 등 외국 매체에서 방영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 지만 세간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무엇보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문체부가 내세우는 ‘한국다움’의 근거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런 뜬구름 잡기 식의 추상적 구호로 세계에서 과연 통하겠느냐는 힐난이 쏟아진다. 얼마 전 ‘I. Seoul. You.’라는 해괴망측한 구호로 국내외에서 두루 망신당한 서울시를 본받으려고 작정이라도 했단 말인가. ‘CREATiVE’에서 ‘i’는 영어 소문자가 아니라 천지인(天地人)의 ‘인’이란 대목에선 지나가는 소도 웃을 노릇이다.

지 속성도 의문이다. 전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고, 국내외에서 가시적 성과도 꽤 있었던 ‘녹색 성장’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현 정부가 임기를 1년 반 남짓 남겨 놓고 내놓은 구호를 다음 정부에서 이어받으리라고 기대한다면 어리석거나 오만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국가브랜드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동된다는 지적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했지만 이번 새 국가브랜드도 미래창조과학부나 창조경제처럼 박근혜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용도 폐기될 공산이 크다.

사족(蛇足) 같지만 어문정책의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한국다움’을 내세우는 자리에서조차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이미지’, ‘로고’, ‘키워드’, ‘슬로건’ 등의 외래어를 마구 쏟아내는 것도 몹시 마뜩잖다.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국어 사랑이 국민에게만 강조할 덕목은 아닐 게다.

2. 공정위 SK·CJ 합병 불허 온당했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 로비전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끝내 불허했다. M&A가 성사될 경우 불공정 행위 등 각종 폐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주식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독과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부응하는 결정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시장을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냐”는 푸념도 들려온다. 심사에 무려 7개월을 끌고도 불허로 방침을 굳힌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기도 하다. 두 회사가 그동안 M&A 건으로 거의 업무공백 상태에 이르렀던 것을 자업자득이라고만 돌리기에는 너무 야박하다.

시 장 공정성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두 회사가 결합하게 되면 이로 인한 시장 재편 속도와 폭은 상상 범위를 넘어설 게 틀림없다. 결국 급격한 쏠림 현상으로 방송통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도 없지 않다.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측이 두 회사의 합병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논리였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적극 보완해가면 될 일이었다.

무 엇보다 지금의 통신방송 시장이 서로를 연계한 결합상품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업계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서 변화를 통한 성장동력의 싹을 자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M&A를 통해 7조 5000억원의 생산효과와 4만 80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SK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일말의 기대조차 단숨에 날아가 버린 셈이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여부다. 그가 서강대 신방과 교수로서 KT 사외이사를 맡아 이번 M&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로서 현 수석의 개인 견해를 존중하지만 이번 심사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꼴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신문]

3. OECD 3위 세비, ‘눈먼’ 특수활동비 다 줄여야

정 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세비(歲費·월급)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20대 국회 초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이었다. 우리는 현실성 여부를 떠나 다수 국민이 그의 제안에 공감할 것으로 본다. 노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원 세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3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원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오로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국민의 마음속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면 세비가 논란거리가 됐겠나. 국민이 세비 유지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원들이 민생을 외면하고 특권 유지에 연연했던 업보일 것이다.

그제 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반값 세비’나 특수활동비 폐지 등을 거론했을 때 여야 의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노 의원 본인도 내심 자신의 제안이 전폭 수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의 제안을 때만 되면 나오는 인기영합성 발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20대 의원의 세비가 연 1억 4000만원으로,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미국·일본 다음이라는 통계를 보라. 임기 중 겸직 금지를 고려하더라도 항공기와 KTX 무료 이용에다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 그리고 정책개발비 지원 등 온갖 혜택을 고려하면 미·일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 않다. 굳이 “세비를 반으로 줄여도 근로자 평균임금의 세 배”라는 노 의원의 지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세비는 의원 1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전체 국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반값 국회’도 아닌, ‘반값 세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까닭이 뭐겠나. 진영 논리에 갇혀 무한 대치를 일삼는 여야가 세비 인상 등 의원 기득권 지키기에는 늘 한통속이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첫달치 세비 880만원을 받고 너무 적다고 푸념하는 판이 아닌가. 혹여 ‘반값 세비’에 냉소적인 의원들이 있다면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전해진 미국 메인주 지사 부인의 사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가계를 돌보면서 불과 연봉 7만 달러(약 7900만원)를 받는 주지사 남편을 내조한다니 말이다.

박봉에도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선진국 의회에 비춰 우리 국회의 자화상은 노 의원의 말처럼 부끄럽다 못해 처절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비의 다과보다 더 큰 문제가 의원들이 국고를 불투명하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19대 국회에서 특수활동비를 유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어디 한둘이었나. 한 여당 상임위원장은 부인 생활비로, 다른 야당 위원장은 자식 해외 유학비로 특수활동비를 탕진한 게 한국적 특수성이 아닌가. 그러고도 문제점을 고친다더니 그때뿐이었다. 여야는 차제에 세비나 특수활동비를 다만 얼마라도 줄이고 투명하게 사용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서는 떳떳한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한 자계(自戒)의 징표로 삼기 바란다.

4. 구청 없애 시·동 체계로 주민 편하게 한 부천시

경 기도 부천시가 주목할 만한 ‘행정개혁’을 해냈다. 부천에서는 그제부터 원미·소사·오정 등 3개 구청이 사라졌다. 구청을 둔 지 28년 만이며 구청을 없앤 것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관료 사회의 속성상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행정 조직을 만들기는 쉬워도 일단 만들어진 조직을 없애기는 어렵다. 조직을 만들어 놓으면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작은 조직 하나 없애려고 해도 반발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부천시가 3개의 구청을 없애는 ‘용단’을 내린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른 지자체들도 배워야 한다.

부천시의 이번 조치가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구청을 없애는 차원이 아니라 행정의 통합을 통해 주민 편의를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천시는 기존의 시·구·동 3단계의 행정 체계에서 구를 없애 2단계로 한 단계 줄이는 대신 10개의 행정복지센터를 뒀다. 이 센터는 몇 개 동을 묶어서 책임동(洞) 역할을 맡는다. 동사무소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구청의 업무도 함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과거 서류를 하나 떼려고 해도 동사무소에 들른 뒤 구청, 시청에 가야 일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청소, 도로 보수 등 생활민원은 이 센터에서 즉시 처리가 가능하다. 구청에서 하던 간단한 인허가 등록이나 신고 업무 등도 이 센터에서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이 센터가 작은 구청인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행정 기능에 복지 기능도 강화됐다. 보건소를 따로 찾지 않아도 이곳의 ‘100세 건강실’에서 치매· 우울증·콜레스테롤 등 건강 검진과 상담도 할 수 있다. 구인·구직 상담도 가능하다. 이런 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만 부천시는 별도로 공무원을 늘리지 않았다. 없앤 구청에서 일하던 인력 300명을 행정복지센터 등으로 재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청사를 도서관이나 공동육아센터 등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300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도 거둔다 하니 주민들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기도 수원·성남 등 6개 도시는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으로 조정교부금을 다른 이웃 도시에 나눠 줘야 할 상황이 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부천시는 ‘예산타령’ 없이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주민들을 위한 생활행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5. 뇌물, 갑질에 성매매까지, 미래부 왜 이러나

미 래창조과학부 소속 서기관이 성을 매수하다 현장에서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뒤 일행과 함께 성매수를 하려고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가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에 성매매처벌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성 상납 의혹까지 제기되는 만큼 엄정하게 수사해야만 한다. 행정고시 출신의 간부급 공무원이 버젓이 성 매수를 한 것도 놀랍지만 거리낌 없이 유흥업소를 출입했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미래부의 기강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의 ‘탈선’은 너무도 빈번하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대표가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 3명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의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원도 재승인 심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공무원들이 업체와 유착해 ‘짬짜미’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별것 아니라는 태도다. 의혹의 당사자를 민간근무휴직 대상자로 추천해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징계를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에 파견 근무를 시킬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미래부의 도덕불감증이 놀랍기만 하다. 앞서 지난달에는 미래부 소속 한 사무관이 프랑스 출장 중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의 영어 작문 숙제를 시켜 ‘갑질’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이 과연 어떤 공직관, 국가관을 갖고 근무해 왔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정도면 미래부가 아니라 비리부라고 할 만하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기반을 닦기 위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한 정부 부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취지가 부처 이름에 담겨 있다. 하지만 소속 공무원들의 심각한 기강해이를 보면서 미래부에 과연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솔직히 걱정스럽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년 7월 최양희 장관 취임 후 총 38명의 미래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금품과 향응을 받은 사례만도 10건이나 된다. 흐트러진 기강을 즉각 다잡지 않는다면 미래부에 미래는 없다.

[중앙일보]

6. 경제·복지엔 여야가 없음을 보여준 의원 이념조사

중 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0대 국회의원 2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이념조사 결과 새누리당 의원의 55%가 법인세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법인세 인상론에 여당 의원 과반수가 동조한 것이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의원 등 당을 이끌어온 원로·중진까지 ‘점진적’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법인세 인상에 찬성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용·복 지에서도 여야 간 수렴현상은 두드러졌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보호조치를 확대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무상보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의원이 10명 중 8~9명에 달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도입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면 중도로의 수렴현상이 드러났다.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는 와중임에도 새누리당 의원의 72.8%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늘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응답한 게 대표적이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 상당수가 ‘지나친 조치’라며 야당과 같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사회·치안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관의 도청이나 학교 체벌에 대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 대부분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여당이 야당과 동조화 경향을 보이면서 의원들의 전반적인 이념지수도 4년 전보다 진보 경향성이 강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보다 진보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 같은 의원들의 의식 변화는 이들을 20대 국회에 입성시켜 준 민심의 변화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4·13 총선을 통해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복지·인권도 챙기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런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당파를 초월한 대타협 외엔 길이 없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민생엔 여야가 없다는 상식이 재확인된 셈이다.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 간의 인식 격차가 줄어든 게 확인된 점도 의미 있다. 치안을 빙자해 마구잡이 도청을 자행하거나 ‘사랑의 매’란 미명 아래 학생들에게 가하는 체벌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당파를 초월해 의원들 인식에 반영된 것이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정책 선호를 통해 이념을 파악하는 이념지수는 2002년 중앙일보와 정당학회가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개발했고, 이후 지역과 인물 중심의 낡은 정치 패러다임을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여야는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민생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 입법 과정에서 인권·법치 등 사회의 상식이 된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끔 하는 데도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상당수 의원들이 당론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당론을 따르라고 강요만 할 게 아니라 소신에 따라 교차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7.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만 내놓는다고 저절로 되나

정 부가 어제 ‘서비스 경제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굵직한 것만 따져도 이 정부 들어서만 7번째다.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 방향 및 대책’ ‘고부가가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 등 경제부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이름만 조금 바뀌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보건·의료, 관광, 콘텐트,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물류 7대 유망 산업도 똑같다. 규제를 풀고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골자도 그대로다.

서비스산업에 정부가 목을 매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자리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제조업과 수출은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고 수출도 세계 경기 침체로 맥을 못 추고 있다. 1990년 이후 20여 년간 제조업 일자리는 90만 개가 줄었지만 서비스업 일자리는 800만 개 넘게 늘었다.

글로벌 경제도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로 글로벌 경제엔 보호주의와 신고립주의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데도 서비스업이 필수다. 이제 서비스업 활성화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대책만 놓고 보면 정부의 청사진은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매번 이해집단의 반발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 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6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이번 20대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 입법 지원 없이 정부 혼자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더 노력해야 한다. 산업 현장의 풀뿌리 규제를 앞장서 풀고 산업 간, 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일이 되도록 하는 등 정부가 할 일부터 제대로 한 뒤 국회 탓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8. 대통령·유승민 오찬, 국정운영 전환점이 돼야

박 근혜 대통령이 모레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3주일 전 복당한 유승민 의원도 참석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해 여권엔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권은 각종 청문회 요구 등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총선 패배 후 계파 갈등이 오히려 커진 새누리당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로 내홍 중이다. 그런 만큼 오찬 간담회에 쏠리는 관심과 기대는 각별하다. 1년 전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촉발된 당내 계파 갈등과 공천 파동,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소통 정치, 화합 정치로 전환하는 장(場)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친박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유승민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청와대 거수기에 불과했던 집권당의 위상도 재정립해야 한다. 친박 패권주의 공천과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심판한 게 지난 총선의 민의였다. 수직적 당청 관계를 포함한 대통령의 상황 인식, 국정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충격적 패배에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 없고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 조짐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에선 ‘최경환 안 나오면 당대표는 서청원’이란 추대론까지 확산된다고 한다. 친박 공천이나 친박 마케팅에 대해 대통령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잘라 버렸다.

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 전원이 청와대로 초청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오찬 간담회는 대통령이 주문하고 압박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협조’만 되뇌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 러나 이번엔 확 달라진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남 탓을 하는 건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다음 달로 예정된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회동 역시 과거처럼 갈등만 키운 만남으로 끝나면 곤란하다. ‘국회 심판론’에 매달렸던 그동안의 인식에서 벗어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세계일보]

9. 서해 불법조업, 중국정부 발 빼면 실력행사 나서야

서해는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으로 인해 무법천지로 변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어제 제9차 어업문제협력회의를 열었다. 우리 정부는 가시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중국에 촉구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수역에서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중국의 단속선을 상시 배치해 어획물 운반선을 차단하고, 중국어민 교육과 계도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불법조업 실상을 담은 영상과 통계자료도 자세히 보여줬다고 한다. 중국 쪽에서는 이렇다 할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서해의 불법조업은 탁상공론만 주고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태다. 해양수산부의 조사 결과 서해 NLL 주변 해역에서는 지난해 월 평균 4300∼8700여척이 불법조업을 했다. 서해 NLL 주변이 중국 어선에 점령당한 것에 진배없다. 북한이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뒤 불법조업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강하구 NLL을 떼를 지어 넘어오는 판이다. 서해 모든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수만척에 이를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불 법조업은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니 어족자원이 남아날 리 만무하다. 올해 봄어기 꽃게 어획량이 70% 이상 줄어든 것도 어족자원 고갈의 실상을 잘 말해 준다. 풍어를 기대하던 우리 어민의 가슴에는 절망만 가득하다.

중 국정부는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만척에 이르는 어선을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나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국정부가 불법조업을 방치하는 것은 서해 중국쪽 해역의 어족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하면서 어려워진 어민의 처지를 배려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이웃나라의 어족자원 도둑질을 용인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범죄행위다.

중국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가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정부는 중국 어선의 저인망식 조업을 막기 위해 서해 NLL 주변 해역에 80여개의 인공어초를 설치하기로 했다. 인공어초 설치만으로 광활한 바다에서 저지르는 불법조업을 막을 수는 없다. 실질적인 해결책은 강력한 단속이다. 우리의 공권력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불법조업을 실력행사로써 대응해야 한다. 정선 명령에 응하지 않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발포를 허용해야 한다. 무법천지로 변하는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10. 친환경시대 열 신재생에너지 성공 관건은 지속성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한다는 굵직한 대책을 내놨다.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1300만kW 규모의 발전소를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와 같이 대규모 사업장에 태양광발전소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기업형 프로슈머 사업자가 탄생하고, 자가용 태양광이 생산한 전력은 무제한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에너지 미래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성과 확산과 규제개혁 종합대책’의 내용이다.

새 정책이 시행되면 신재생 발전 비율은 2029년까지 20.6%로 높아져 발전 용량이 석탄화력발전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신산업 수출도 지난해 49억달러에서 2020년 207억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신재생 분야에서만 2020년까지 내수 12조원, 고용 3만명 창출이 기대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야말로 장밋빛 친환경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부가 향후 산업 육성의 방향을 에너지신산업으로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공기질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현실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인도·중동 등 신흥국, 글로벌 기업도 에너지신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파동으로 음식점 영업까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공기 질은 한두 해 반짝 투자한다고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 기후변화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고 최소 10년 단위의 장기전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의 골간이 송두리째 바뀌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이다. 이 정책은 전임 정부 시절에 유엔 산하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국내에 유치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종적을 감췄다.

좋 은 정책도 정권의 구미에 맞춰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어제 발표된 신재생 정책 역시 짧게는 2020년, 길게는 2029년에 이르는 장기 비전을 담고 있다. 만약 다음 정부에서 또다시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변질된다면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기후변화대책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백년대계로 추진돼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특파원의 눈] 뻥튀기, 그리고 한식의 재발견

올해도 전 세계 2550개 식품업체가 참여해 18만개의 새로운 식품을 선보였다. 단 사흘동안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의 식당 관계자와 식품 유통업자 5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탈리아관 옆에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은 한국 식품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쌀과자다. 이른바 ‘뻥튀기’.


한국인에게 뻥튀기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음식이지만 난생처음 맛을 본 외국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뻥튀기를 극찬했다.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세프이자 뉴욕 요리전문학교 ‘내추럴 구오메이 인스티튜트’ 교수 제이 와인스타인은 뻥튀기 맛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풍미가 있으면서도 바삭한 느낌이 나지만 어느새 입안에서 녹아 사라진다. 결코 포만감을 주지 않는 환상적인 맛이다.”

미국 대형 식재료 유통업체 KeHE 디스트리뷰션의 구매담당 에이전트 존 발렉은 유통업자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랐다.

“2주 전에 처음으로 뻥튀기를 접했는데 단번에 제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이건 언제 어디나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맛도 훌륭한데다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잖아요. 제가 지금껏 찾던 바로 그 식품이에요.”

요즘 미국의 스낵 트랜드가 기름에 튀기지 않은 구운 스낵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의 쌀과자가 그 흐름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10년째 쌀과자 사업을 해온 한국 중소기업 델리스의 김형섭 대표도 “올해부터 사업이 성과를 낼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뻥튀기뿐만이 아니다. 한식 전체가 미국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는 장면이 공개돼 유명해진 미국인 셰프 앤서니 부르댕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되고 있는 음식으로 ‘한식’을 꼽았다.

그는 “한식은 매우 맛있고 흥미진진하다”면서 “한식은 모든 이들이 원하고 갈구하는 음식이다. 맵고 파격적이며 발효된 모든 맛이 다 있어 잘 나가는 아이들(cool kids)이 원하는 바로 그 음식”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의 유명 한식당 ‘단지’를 이끄는 후니 김 세프도 한식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단지’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가이드’로부터 최초로 별 등급을 받은 한식당이다.

“불 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매운맛이나 마늘맛 같은 걸 뉴욕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말 달라졌습니다. 서양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한 한식이 아니라 된장찌개 같은 정통 한국의 맛을 찾는 분위기에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작년보다 3.2% 감소했지만 유독 농식품의 미국 수출은 13%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현곤 뉴욕지사장은 “한국 음식에 대한 미국인 인지도가 높아졌고 무엇보다 미국 유명 쉐프들이 올해 주목하는 음식으로 한결같이 한국 음식을 꼽고 있다”면서 “한국 농식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식은 어느새 세계적인 ‘상품’으로 우뚝섰다.


2. [서울신문][이호준 시간여행] 소금꽃이 피기까지

물 을 흠뻑 머금은 초목이 활기차게 생명을 노래한다. 비구름이 잠시 물러난 사이 잘 벼린 창날 같은 햇살이 길 위로 연신 곤두박질친다. 저만치 푸른 바다가 포식한 짐승처럼 게으르게 누워 있다. 남도로 가던 길, 전북 부안의 곰소 염전에 들른 참이다. 소금이 익어 가는 모습을 보러, 저녁노을이 아름다워서 가끔 찾는 곳이다.

목이 마른 뭇 생명에게는 천금 같은 비지만, 이곳에서는 햇볕 한 줌이 더 귀한 대우를 받는다. 염전이라고 사시사철 소금을 만드는 건 아니다. 보통 4월 중순에 시작해 9월 말까지 바닷물을 졸인다. 그러니 한여름에 쏟아지는 뙤약볕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염전 길을 걷는다. 결정지에도 소금꽃은 피지 않았다. 비가 내린 탓이다.

여기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길게 뻗은 수로들이 바다가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염분 듬뿍 머금은 바닷물을 데려올 것이다. 누구는 바닷물을 가두기만 하면 소금이 생기는 줄 알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땀방울이 섞여야 소금 몇 말을 얻을 수 있다.

저장지로 끌어들인 바닷물은 1차 증발지에서 어느 정도 졸인 다음 2차 증발지로 보낸다. 이곳에서 염도가 정점에 오른 소금물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곳은 결정지. 맑은 날 새벽 결정지에 도착한 소금물은 하루 종일 졸여져 저녁 무렵이면 하얗게 엉기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를 두고 소금꽃이 핀다고 한다.

소금꽃은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 햇볕은 물론 적당한 바람과 사람의 땀을 품어야 피는 꽃이다. 염전에서는 바닷물뿐 아니라 시간도 함께 졸인다. ‘시간의 뼈’가 순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소금은 계절, 햇볕, 바람은 물론 만들어지는 시간에 따라 굵기와 맛이 달라진다. 북서풍이 부는 날 엉긴 소금은 단단하고 굵으며, 동풍이 부는 날 거둔 소금은 밀가루처럼 곱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맛이 쓴 소금도 생산되고, 짜기만 한 소금이 있는가 하면 짜면서 향기로운 소금도 나온다.

소금을 만드는 이들의 일상은 고단하다. 그들의 몸이 태양 아래 까맣게 탈수록 하얗고 맛좋은 소금이 태어난다. 느닷없이 비라도 내리면 마음까지 까맣게 탄다. 애써 조린 소금물에 빗물이 섞이면 모두 헛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심초사해도 바닷물 열 말을 졸여야 겨우 한 되의 소금을 얻는다고 한다. 한여름 볕이 좋을 때는 사나흘 만에 거두기도 하지만 봄가을은 보통 열흘에서 스무 날까지 걸린다. 결국 찔레꽃처럼 하얀 소금을 빚어내는 것은 땀과 시간이다.

요즘은 바닷가에 가도 염전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재래식 염전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활차 대신 양수기가 바닷물을 퍼 올리고 비닐장판이나 타일 위에서 졸여진 소금을 거둔다. 그렇게 해도 중국산 저가 소금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느 염전은 세파에 떠밀려 새우 양식장으로 변했고, 어느 곳은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소금의 질이 좋기로 소문난 이곳 곰소 염전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근래에는 몇몇 천일염전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보존돼서 후세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줬으면 좋겠다. 바닷물이 기다림을 거쳐 하얗게 꽃을 피우는 그 경이로운 과정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가르침이 될 테니.


3.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가르쳐야할 때 혼내면 미움만 남아요

초 등학교 1학년 재현이가 알림장을 또 적어 오지 않았다. 학기 초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번 말했음에도 실수가 계속 반복되자, 엄마는 좀 화가 났다. 아이를 앉혀 놓고 무섭게 말했다. “앞으로 딱 세 번만 봐 줄 거야. 세 번이 넘으면 ‘자’로 한 대씩 맞는 거야.” 그렇게 엄포를 놓았건만, 아이는 금세 그 세 번을 넘어버렸다. 엄마는 30cm 자를 들고, “자, 손 대! 엄마가 잘 적어 오라고 했어? 안 했어?”라고 했다.

아 이들에게 부모의 행동 중 가장 싫은 것을 물으면 ‘혼내고 야단치는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 부모들을 불러 “왜 아이를 혼내세요?”라고 물으면, “아니, 아이가 잘못하는데 가만둡니까? 잘 가르쳐야지요”라고 한다. 내가 “아, 가르친 거네요. 그럼, 가르쳐야지 왜 혼내세요?” 하면 대부분 당황한다. 재현이도 지금의 상황을 알림장을 안 써 와서 ‘혼나는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에 반해 엄마는 알림장을 잘 써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가르칠 목적이라면 혼내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

가르친다 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는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뇌에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다. 뇌에 정보가 저장되려면, 같은 정보가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응축되는 과정에서의 감정 경험이다. 그 경험이 좋아야 정보가 잘 저장된다. 뇌의 기억·학습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정·정서를 담당하는 부위는 매우 가까워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공포나 두려움, 싫음, 불안 등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면 지식이나 정보가 잘 저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를 배울 때 계속 혼이 나면 제대로 배워지지 않는다.

혼내면서 가르치면, 정보 저장이 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 자녀 관계에도 치명적이다. 아이는 기분이 나빠지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까지 난다. 그런데 부모는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아이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 “넌 내가 이렇게 좋은 얘기를 해주는데, 왜 울고 그래?”라고 하면서 버럭 화까지 낸다. 아이는 더 서러워진다. 너무 자주 혼나거나 어쩌다 한 번이지만 너무 심하게 혼났다고 생각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행동이 ‘미움’으로 각인된다. 그때 어떤 이유로 혼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도 아이 마음속에는 부모가 준 ‘미움’은 새겨진다.

아 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고 뭔가를 가르쳐줄 목적이라면, 방식도 가르치는 형태여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정확한 핵심을 얘기해주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격분하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아니, 부모가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때는 뭔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잘못하면 가르침은 고사하고 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다. 아이의 행동을 진정으로 교정하고 싶다면, 뭔가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정말 친절히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바뀌고 배울 수 있다.

어떤 부모는 반문한다. 아무리 친절히 가르쳐주어도 아이의 행동이 계속 바뀌지 않더라고. 역시 매를 들어야 효과가 빠르더라고. 아이가 빨리 행동을 바꾼 것은 그저 아프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무서우니까 잠깐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다. 부모의 가르침이 내재화되어서 ‘아, 이것이 옳지 않구나’라는 것을 배워서가 아니다. 아무리 잘 가르쳐줘도 아이가 행동을 교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종종 말한다. “딱 세 번은 참을 거야. 그 다음부터는 혼날 줄 알아.” 나는 이런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미숙함을 딱 세 번 만에 고칠 수 있습니까?” 어른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어린아이에게는 세 번 만에 안 고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아이가 알림장을 안 써 오면 “너 다음에도 안 써 오면 혼나!”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가르쳐준다. “알림장을 안 써 올 수도 있어. 그런데 지금 내일 준비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물은 뒤, 아이의 답을 듣는다. 같은 반 친구나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본다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답에 따라, 스스로 해결해 보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아, 알림장은 꼭 적어 와야 하겠구나’를 배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미숙함을 보일 때는, 혼내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된다.


4. [동아일보][@뉴스룸/민동용]스토리가 필요해

11 년 전 영화를 담당할 때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배우 품평을 하던 영화기획사 대표가 말했다. “좋은 배우의 얼굴에는 드라마가 있어요.” 깎은 듯, 아니면 깎아서 잘생기고 예쁜 배우는 많다. 그러나 좋은 배우라면 얼굴에 삶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얼굴에서 이야기가 배어나올 때 비로소 진짜 배우가 된다는 얘기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속된 말로 배우처럼 얼굴을 뜯어먹고 살지는 않지만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하물며 대권에 도전한다면 더욱 그렇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민주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와 동일시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청계천 복원이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는 지금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일까.

솔직히 두 정치인이 갖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거의 비어 있다.

비 명에 떠난 노 전 대통령의 운명(殞命)을 차분히 발표하고 듬직하게 빈소를 지키며, 영결식장에서 모 의원의 ‘무례’에 대해 당시 이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하던 문 전 대표. 2012년 대선에 나온 그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2011 년 지지율이 자신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 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 전 대표는 곧바로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대선에 나온 그를 두고 ‘메시아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대선 패배로 자신의 스토리를 소진했고, 안 전 대표는 2014년 민주당(현 더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사실상 ‘현상’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후 두 사람이 새로 쓰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방법은 강경함과 단호함이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을 흔들어대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끝내 당 밖으로 몰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삼고초려해 총선 승리를 이뤄냈지만 김 대표에게 당을 더 오래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문 전 대표와 건곤일척의 쟁투를 벌였다. 새로운 당을 만들고, 김한길 전 의원의 야권통합 시도는 단칼에 잘라냈다.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놓는 강수를 던졌다. ‘또 철수’라는 평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강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4·13총선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며 거대하게 움직이는 민심이 어떤 이야기를 바라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정치 작법(作法)으로는 이 스토리의 한 문장도 써내려가지 못한다.


5. [머니투데이][우보세] 도둑맞은 레시피와 소작료 전쟁

15세기 무렵 베니스 항구에 한 청년이 외딴 하숙집을 얻어 문을 안으로 걸어잠그곤 매일 요리를 했다. 하숙집 주인은 처음 맡아보는 기막힌 음식냄새에 이끌려서 열쇠구멍으로 방안을 훔쳐봤다.

좀 더 많은 향료를 구하러 홀연히 동양행 선박을 타고 사라졌던 청년은 3년 후 베니스항을 다시 밟고 깜짝 놀란다. 그만의 레시피가 이미 베니스 시내 전체에 퍼져 곳곳에서 같은 향을 내고 있었던 것. 범인은 하숙집 주인이다. 마카로니 그라탱의 유래다.

베 니스는 근대적 의미의 특허권이 처음 정립된 지역을 알려진다. 15세기 후반 무렵 이미 베니스에선 특허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창의적인 장치를 고안하면 베니스공화국에 보고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확산된 특허 제도는 500년 이상 다듬어졌다.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가 40년이 채 안되는 중국은 불과 10여년 만에 글로벌 IT 특허시장의 신예로 부상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걸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글로벌 특허기지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재평가 하기도 했다.

물 론 화웨이의 특허 공세엔 마케팅 효과를 염두에 둔 여러가지 셈법이 깔려있다. 기술적인 우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퀄컴을 제친 지난해 특허출원수(3898건)나 애플을 넘어서는 R&D 투자규모(연간 92억달러) 등 밖으로 드러난 숫자는 시사하는 바는 크다. 미래에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게 이용료를 내고 기술을 얻어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기업들에게 특허는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배타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무기로 통한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IT 스타트업들에 무조건 많은 특허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일단 기술 방어적인 측면에서 초기 스타트업에겐 특허 출원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의 세기의 특허 전쟁이 무승부 형국이 된 데는 삼성전자의 수적으로도 '충분한' 통신기술 특허가 작용했다. 애플에겐 없는 삼성만의 통신기술 특허로 애플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특허에 맞선 것.

그 렇다고 무조건 특허 출원만 많이 하는게 답일까. 특허출원 숫자를 늘리는게 경쟁사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전이라면 '길목을 지키는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 특허 전략이다.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의 사업모델은 이 같이 핵심 길목을 지키는 특허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퀄컴 등은 특허와 R&D 조직 간 협업을 통해 지적재산권 만으로 상당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놓고 있다. 농사만 짓지 않고 목 좋은 땅을 선점해 소작료도 챙기는 셈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같은 IT인프라 강국에선 IT서비스에 승부를 걸기보다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는게 최적의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해 어려울 따름이지 지식재산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우리도 특허 라이센스사업을 시도해야 한다"며 "길목을 지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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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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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6일 신문 브리핑 #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주식취득 및 합병 금지’ 명령을 내림
-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합병이 되면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됨

2. 정부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을 확정해 발표함
- 의료 : 섬.벽지 등 중심 원격의료 허용, 편의점 판매 의약품 허용
- 관광 :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 산악.해안 관광시설 규제 완화
- 콘텐츠 : 청소년 게임 이용 제안 완화, 게임 등 사전등급제 폐지, 도서정가제,전자책은 제외 검토
- 교육 : 디지털교과서 사용 확대, 외국인교육기관 정원 규제완화
- 금융 : IT기업의 인터넷은행 보유 가능지분 50%로 확대, 인공지능 기반 자산관리 확대
- SW : 공공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초.중등 학생에 SW교육 의무화
- 물류 : 드론활용 택배 조기 상용화 추진, 인천공항에 특송물류센터 구축

3. STX조선해양 협력업체인 포스텍이 자금난으로 창원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됨
- STX조선해양 주요 협력업체 중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포스텍이 처음임

4.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5일 2016년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에 들어갔으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구조조정에 반발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 가운데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기로 함
-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떠오름.

<< 금융/부동산 >>
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영향으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함
-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약세 때문으로,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698억9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억1000만달러 줄어듬

2. 은행이 취급하지 않던 중금리 개인 신용 대출 시장을 공략 중인 개인 간(P2P) 대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음
- 5일 P2P 대출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2P 누적 대출액은 2013년 37억원에서 올해 2월 47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P2P 업체가 기존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를 물어야 했던 개인 및 사업자에게 연 8~15% 중금리 조달 혜택을 주는 등 차별화를 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3. 영국 중앙은행(BOE)은 5일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함
-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 최대 1500억파운드(약 227조원)에 이르는 신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BOE는 설명함

4. 하나금융그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외부 충격에 대비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에 있는 옛 외환은행 본점빌딩 매각을 추진함
- KEB하나은행의 대우조선 여신은 약 8300억원이며, 이전까지 ‘정상’으로 분류했던 대우조선 여신건전성 분류를 지난달 말 ‘요주의’로 낮추면서 580억원 상당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현대중공업 주채권은행으로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KEB하나은행의 여신은 1조3382억원에 달함


<< 국제 >>
1.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의 소유주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업인 출신 대통령의 ‘이해상충’ 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불거지고 있음
-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그가 금융과 국토개발, 외교 분야 등에서 내리는 결정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그룹 사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임

2.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이메일 스캔들’을 1여년 동안 수사해온 연방수사국(FBI)이 5일 “고의적인 법 위반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함
-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최근 FBI의 수사 결과와 권고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혀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대선전 내내 자신을 괴롭힌 이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벗어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지만 공화당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자기편 대선 주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식의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이 일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임

3. 일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건설에 1조5000억엔(약 16조7000억원)을 투자함
-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낸 도시바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 따라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임


<< 사회/기타일반 >>
울산 앞바다에서 1978년 지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다섯 번째로 강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함
- 부산 해운대 등에서도 ‘아파트가 크게 흔들렸다’는 제보가 잇따르는 등 전국에서 약 7000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인터넷은행
- 은행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인터넷 상에서 제공하는 은행으로, 오프라인 지점을 토대로 하고 있는 기존 은행과 달리 인터넷 은행은 물리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음.
인터넷 뱅킹과 개별 서비스 내용으로는 동일하거나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인터넷 은행은 전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환경을 편의를 위해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오프라인 은행의 인터넷 뱅킹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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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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