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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김명수 “판사 블랙리스트 다시 살필 것”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가 “(대법원장이 된다면) 모든 내용을 다시 살피겠다”고 밝혔다. 최근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이 나오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판결보다는) 입법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심지어 양승태 대법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다시 조사를 할 것이냐”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조사위 자료를 전부 보지 못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사위 발표와 (양승태) 대법원장님께서 추가 조사를 거부한 이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가 조사를 요구한 이유, 모두 검토해서 신중하게 (추가 조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 법원의 판사 100여명이 모인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6월 양 대법원장에게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요구하기로 의결했지만 양 대법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고, 법관의 컴퓨터 조사는 부적절하다며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질문에는 “추가 조사를 하기 전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돼 있고 청와대의 코드 인사라는 보수 야당의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법관의 독립을 지키고, 법원의 관료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사법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대법원장이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며 “(추천위에서) 추천된 후보 중에 타당한 원칙을 가지고 제청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대법원장 권한과 관련해서도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대법관과 같은 절차로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2. 공공기관 ‘빚 상환’ 줄이고 국정과제 투자… 연평균 63조원
정부가 당초 올해 갚기로 계획했던 공공기관 부채 7조9000억원을 상환하지 않고 국정과제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공공기관은 연평균 63조원을 국정과제 관련 사업에 투자키로 했다. 반면 내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부채 감축 관련 평가 항목은 삭제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패러다임이 부채 감축에서 정책과제 이행으로 급격히 변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부채 감축계획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부채 감축 목표액 39조2000억원을 31조3000억원으로 낮추고 차액 7조9000억원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고용 여건 개선 등 국정과제에 투입키로 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자산매각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방식으로 차액의 절반이 넘는 4조4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됐던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추가 매각과 철도공사의 용산 역세권 매각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번에 수정된 공공기관 부채 감축계획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만들어진 것으로 2017년까지 연도별로 강력한 부채 감축 목표치를 담고 있다. 이 계획이 수정된 것은 2015, 2016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인데 감축 목표치를 높이지 않고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를 포함해 향후 5년 동안 공공기관 투자액을 연 평균 63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투자액 54조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20%에 가깝다.
보수정부 10년간 공공정책 1순위로 강조됐던 공공기관 부채 감축은 정부가 관리하는 총량적 체계에서 기관별 관리로 전환된다. 또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투자하는 공공기관이 부채 감축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내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관련 항목을 없앨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공공기관 투자를 확대키로 하면서 공공기관 부채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474조4000억원이던 38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점차 증가해 2020년에는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3. 北수입 年13억달러 타격… 中 이행에 달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합의한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1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불과 9일 만에 신속하게 결의가 처리되면서 관심은 회원국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제재 내용을 집행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결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들의 원유 수출 제한조치가 명시됐다. 전량 중국이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400만 배럴(60만 t)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연간 450만 배럴(67만5000t)이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제유(휘발유 중유 등)는 200만 배럴(30만 t)로 제한돼 북한의 전체 유류 수입이 30% 줄어들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섬유와 노동자 수출 금지, 중국 기업의 해외 합작 금지 등이 포함된 이번 결의로 북한의 연 수입이 약 13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직후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다”며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나라의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결의가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양국 정상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북한은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겅솽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중국은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을 희망한다”면서도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해 다시 대화와 협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적 해결을 반대한 뒤 대북제재 결의 논평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4. 4명 사망 STX조선 폭발사고 방폭등 원인 추정
지난달 20일 STX조선해양의 폭발사고 원인이 방폭등 램프의 고온과 유증기로 추정됐다. STX조선해양 건조선박 폭발사고 수사본부는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 폭발원인을 조사한 결과 “7만4000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 잔존유 보관용 탱크 내부에서 폭발과 관련된 가스는 도장용 스프레이건에서 분사된 유기용제류의 유증기이고, 점화원은 방폭등에 설치된 램프의 고온표면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방폭등 4개 중 1개가 깨진 채 발견돼 방폭등이 제 기능을 갖추지 못했거나, 기능이 저하돼 깨지면서 유증기 폭발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문화일보 8월21일자 14면 참조) 국과수 결론은 방폭등은 가스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게 만든 조명등으로 깨져도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지만, STX조선은 불량 방폭등을 사용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수사본부는 또 지난 9일 STX조선해양 사무실 5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하고 STX조선해양 조모(55) 씨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해 총 16명이 입건됐다. 현재까지 수사결과,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탱크가 가스폭발의 위험이 있는 밀폐된 공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작업지침’에 따라 작업 전 가스측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STX조선 협력업체인 K기업 현장소장이 소지하고 있던 가스검침기의 로그기록을 확인한 결과 작업 전 가스측정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STX조선해양 측은 매년 실시해야 하는 가스검침기의 검·교정을 2015년 11월 이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그동안의 수사사항과 압수물의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이번 폭발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힐 계획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에서는 지난달 20일 도장작업을 하던 RO탱크에서 폭발사고로 4명이 숨졌다.
[서울신문]
5. 檢, MB 블랙리스트 수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이를 ‘국정원 댓글’ 사건 전담 수사팀에 맡겨 함께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현재 국정원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 만큼 국정원 블랙리스트 수사를 해당 부서에서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정원의 수사 의뢰 내용을 검토해 수사팀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와 공안2부(부장 진재선)가 동시 진행 방안이 유력하다. 공공형사수사부와 공안2부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선거 개입 댓글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사실상 국정원 댓글 전담수사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활동’을 벌였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에선 당시 청와대가 ‘좌파 성향 감독들의 이념 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및 좌편향 방송 PD 주요 제작 활동 실태’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정원을 넘어 당시 청와대 인사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와 양지회 현 간부인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일보]
6. 생계곤란 가구 주택…은행이 매입·재임대?
정부가 생계곤란 가구의 주택을 ‘매입 후 재임대하는 정책’(세일즈 앤드 리스백)을 추진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이들 주택을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매입 리스크를 우려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여신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세일즈 앤드 리스백’ 정책 관련 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기재부는 생계곤란 가구들의 주택을 시중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은행 측의 반발에 “향후 집값이 상승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새해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1000억원 책정해 놓고도 시중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생계곤란 가구의 주택을 매입 후 재임대하는 방안은 지난 7월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중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이다. 당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기금, 은행 등이 출자해 만든 리츠(부동산투자신탁)가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매입한 후 다시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리츠는 5년 후 집을 시장에 매각하고 이때 원주인에게 매입 우선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비공개 설명회를 통해 리츠를 통한 주택매입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이 생계곤란 가구의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별도로 제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서울과 지방 가격 추이가 다르고 현 정부 정책 기조도 집값 상승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도 “저소득층을 위해 꼭 필요한 대책이라면 민간이 아닌 정부 돈을 쓰는 게 맞다”며 “은행으로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무주택 서민과의 형평성 문제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 주택매매 가격 산정 등 현실적 문제점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전신)도 2012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세일즈 앤드 리스백 제도와 유사한 신탁 후 재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를 실시했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로 곧 중단했다.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은행이 주택을 소유하되 처분할 수 없고 매달 임대료 대신 신탁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당시 우리금융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주택저당채권(모기지)의 상환이 힘들어지자 BOA에서 세일즈 앤드 리스백을 실시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과)는 “당시 미국은 이미 압류된 주택을 은행이 매입해 주택매매 가격 산정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한국의 경우 은행은 싸게 매입하길 원하고 가계는 비싸게 넘길 것으로 예상돼 큰 갈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7. "산업용 전기요금 최대 5兆 늘 수도"
앞으로 기업들이 지금보다 최대 5조원가량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개편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압박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전기요금 부담까지 늘어나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받은 산업용 전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폭을 축소할 경우 기업들이 더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9494억~4조91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용 전기는 심야나 주말처럼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대에는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할인 폭을 줄이면 기업들은 타격을 입는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강 업계는 2015년에만 전기료로 3조5068억원을 썼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 1조1605억원의 전기요금을 낸 현대제철은 최대 1900억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납품 단가 인하와 인건비 상승, 대기업 해외 공장 이전 등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료까지 올라가면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주요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7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전력 다소비형 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에너지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경부하 요금’ 개편 작업부터 시작하겠다는 로드맵도 공개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력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 비중을 늘리려면 전기요금 개편이 불가피한데, 우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심야 시간대 요금 할인 폭을 줄이면 축소율에 따라 기업들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은 4962억~4조466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용 전기는 시간대에 따라 경부하, 중간 부하, 최대 부하로 나뉜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의 경부하 요금은 할인율이 가장 크다.
전체 산업용 전기 사용량 가운데 48.1%가 이 시간대에 소비된다. 최대 부하(오전 10~12시, 오후 1~5시)는 전력 수요가 많아 요금이 가장 비싸다. 나머지는 중간 부하 요금이 적용된다. 이 중에서 경부하 요금을 올려 중간 부하 요금과 차이를 줄이는 방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경부하 요금 외에도 토요일 낮에 쓰는 전기요금 할인 요금제 폐지도 검토 대상이며 기업이 추가로 내야 하는 요금은 4532억원에 이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용 전기료 할인율 조정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 부담액은 최대 5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할인 폭을 조정하더라도 내년에 한꺼번에 줄이기보다 단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싼 것과 관련해서는 대형 공장의 경우 별도 변압 설비를 설치해 고압 전기를 직접 받기 때문에 주택용보다 공급 원가가 낮아 요금이 싸다고 주장한다. 2015년 기준 한전의 산업용 전기 원가 회수율은 110%. 한전이 원가보다 전기요금을 더 받은 것으로 그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84.2% 올라 주택용보다 5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87.1%로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은 2위다. 정유섭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하면서도 가뜩이나 각종 반기업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8. 김동연 부총리 “부동산 보유세 인상 검토 안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취임 100일(16일)을 앞두고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보유세 인상은 전국적으로 적용되고 미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김 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아직은 보유세 인상을 시행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6일에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보유세 문제에 대해 기재부에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7일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들에 대한 추가 조치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일단 ‘보유세 인상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초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일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재정당국 입장에서 현재까지는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겨레]
9. 염동열 의원 쪽도 80여명 청탁…강원랜드 20~30명 채용됐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을 지역구로 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쪽이 2012~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모집 때 채용을 청탁한 규모가 80명이 넘고 이 중 20~30명이 최종 합격한 정황이 강원랜드 자체 감사로 파악됐다. 강원랜드(정선군 사북읍)는 염 의원 지역구에 있다. 춘천지방검찰청은 이를 파악하고도, 염 의원을 상대로 ‘서면조사’만 한 차례 하고 수사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강원랜드 자체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염 의원(홍준표 당대표 비서실장) 쪽은 2012~13년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강원랜드 1, 2차 교육생 모집 당시 합격자 20~30명의 채용 청탁자로 분류돼 있다. 탈락자를 포함한 전체 청탁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은 80여명에 이른다. 2012년부터 2년 남짓 염 의원 보좌관으로 태백 지역사무실에서 일한 김아무개씨는 이러한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올해 2월 두차례 검찰 조사에서 “2012년 말 (염 의원의) 지역사무실에서 40명, 서울 사무실(여의도 의원회관)에서 23명의 명단을 받아 각각 강원랜드 전무와 인사팀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2013년 초 있었던 2차 교육생 모집 때도 지역사무실에서 20여명의 명단을 받아 서울 사무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들은 “지역 보좌관이 의원 허락 없이 대규모 인사 청탁을 한다는 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보좌관이 청탁 명단을 전달한 김아무개 전 강원랜드 전무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보좌관한테 명단을 받아 인사팀장한테 전했다”며 ‘의원 의중이 담긴 거라 이해했느냐’는 질문에 “그러니 거절 못했다”고 말했다. 염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2년 정도 일했던 또 다른 직원도 <한겨레>에 “김 보좌관과 서울 사무실이 강원랜드 청탁 명단이 담긴 팩스를 주고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탁 명단에는 현역 태백시의회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염 의원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김 보좌관 자신이 청탁을 받아 진행해 놓고, 내게 덮어씌우려 한다. 모두 김 보좌관의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10. 주담대 줄자 신용대출 급증… 8월 은행 기타대출 역대 최대 증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 기타대출이 3조4,000억원이나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8ㆍ2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전달보다 잦아들었는데도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2일 한국은행의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타대출 잔액(185조7,000억원)은 한 달 전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7월 증가액(1조9,000억원)의 2배 가까운 규모이자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과 상업용부동산ㆍ예적금ㆍ주식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되는데, 통상 신용대출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한은 관계자는 “휴가철 자금수요, 일부 은행의 금리우대상품 출시,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개시 등으로 신용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에만 1조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이 지난달부터 경찰공무원 대상 저금리 신용대출(일명 ‘무궁화 대출’)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3조1,000억원 늘며 7월(4조8,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는 8ㆍ2 대책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일평균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8ㆍ2대책이 전국에서 본격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1∼22일 1,092건에서 본격 시행 후인 23∼31일 464건으로 감소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실제로 대출규제 강화가 시행된 건 8월 하순부터여서 8ㆍ2대책이 가계부채에 끼친 영향을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744조2,000억원ㆍ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7월말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7월 증가액(6조7,000억원)보다 소폭(2,000억원) 줄어든 것이지만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성격이 짙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2조9,000억원 증가하며 6월(2조5,000억원), 7월(3조1,000억원)에 이어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8,000억원을 기록, 7월(9조5,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올해 월평균 증가액(7조3,000억원)은 웃돌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반기 가계대출이 신용대출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며 “필요시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요신문칼럼
1. [미주중앙일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할 수 있다
살면서 놀라운 순간이나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느낌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지만, 때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또는 PTSD)를 겪게 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PTSD는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에 일부 사람에게 발생하는 정신 건강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외상성 사건 발생 약 3개월 후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지속해서 놀라는 경우가 시작됩니다. 사건 발생 1년이나 수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전쟁을 목격한 사람만 PTSD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에 노출되어도 PTSD가 발생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다른 외상성 사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성관계 ▷신체적 공격 ▷흉기로 받은 위협 ▷친구나 가족 구성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 알게 되거나 이러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 ▷외상성 사건 중 희생자를 도운 응급 처치자 ▷폭력(이웃 또는 가정 내) ▷자연재해 또는 인재
PTS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증상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주요 범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억은 깨어 있을 때, 때에 따라 수면 중에 악몽을 통해 외상성 사건이 재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정 냄새나 소리가 이러한 ‘회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회피는 사건이 떠오르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
심지어 특정 장소에 가거나 특정 활동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고나 기분의 부정적 변화는 절망적이거나 무기력하게 느끼고, 취미 또는 관심을 두던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행동에 대한 흥미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감정 반응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기분이 침착하다가 분노하는 상태로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변의 위협에 대해 항상 경계하는 태도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약 770만 명의 미국 성인이 PTSD를 앓고 있으며, PTSD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무서운 사건으로 외상성 장애를 입고 PTSD를 겪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경우 괴롭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방치 또는 폭력(신체적, 성적 또는 언어적) 등이 외상성 사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일부 PTSD 증상은 아이들에게만 독특하게 나타납니다. 좀 더 어린아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아 야뇨증(화장실에 가는 방법을 아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음) ▷걷는 법을 잊어버림 ▷놀다가 외상성 사건 실연 ▷부모나 어른에게 심하게 집착 등입니다. 10대 아이들과 더 나이가 많은 청소년들도 사건 발생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복수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외상성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와 같은 사건에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상성 사건 이후에 PTSD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여러분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증상은 점점 심해져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는 두렵거나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치료하면 PTSD에서 완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PTSD에 대한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상담 치료와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몇 가지 다른 유형의 상담 치료가 있으며, 모든 과정에서 치료사와 함께 사고를 좀 더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안전한 방식으로 두려움에 직면하거나, 외상성 기억을 치료하고 대응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대부분 약물치료는 PTSD 증상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적절한 잠을 자고, 친구 및 가족과 연락하는 것이 도움 될 수도 있습니다. 치료 계획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복은 가능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2. [영남일보] ‘범생 몰카범’ 변론 단상
“억울합니다.” 국선변호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기소된 사실이 진짜 가 아니라면 억울한 감정이 이상할 게 없는데 “내가 잘못한 게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처벌까지 받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다. 자기 사정만 앞세우고 부끄러움이 없다.
이 일을 처음할 때는 ‘세상에, 파렴치한들이 이렇게 많아?’ 하며 놀랐는데, 하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서 이제는 ‘잘못한 사람도 억울하다고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신 분들도 다들 억울하다고 하니 범부나 필부는 어련하랴 싶기도 하다.
아무튼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만나다 보니 자신이 지은 죄를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는 피고인을 만나면 ‘사람 같은 사람도 있네’ 싶어 반갑다. 변론을 열심히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고, 심지어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맡았던 사건 중에서는 여성들 몰래 신체의 주요 부위를 찍는 이른바 ‘몰카범’ 중에 유독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범죄 전력이 전혀 없는 예의바른 ‘범생’들이었다. 국선변호를 받는 사람들이다 보니 대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인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번듯한 대학에 다니고 있어 부모가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거나, 크게 잘난 것은 없어도 살면서 남한테 폐 안 끼치고 부모님 속 썩히는 일 별로 없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성실한 젊은이들이었다.
몰카 행위가 적발돼 경찰서에 끌려간 날부터 정식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대개 몇 개월이 걸리는데, 이런 범생 몰카범들은 그 몇 달 동안 숱한 불면의 밤을 보낸다. 피해자가 받은 상처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이 실망하실 모습에 밤마다 눈물을 흘리고, 사건 담당 검사에게 눈물 젖은 반성문을 써 내며, 혹시 정신적 이상으로 그런 사진을 찍고 다니는가 싶어 아껴 모은 돈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몰카 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중형이 선고되는 심각한 죄는 아니어서 매일같이 범죄자를 대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사소한 범죄인데, 이 범생들이 그렇게 벌벌 떠는 걸 보면 그 추한 사진을 찍는 ‘찌질한’ 젊은이가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이런 감정은 분명 직업병의 발현이리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옆 칸에 여자가 들어오자 옆 칸 화장실 바닥에 영상 기능으로 작동하도록 한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놓아두다 걸린 31세 직장인 K도 그런 젊은이 중 하나였다. 그날 이후로 밤마다 악몽을 꾸는데, 자신이 군에서 샤워를 하는데 선임병이 자기 몸을 훔쳐보는 그런 꿈이라고 했다. 판사님한테 받는 벌도 있지만 자기가 받는 진짜 벌은 그런 악몽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상 아래로 휴대폰을 넣어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의 치마 속을 찍다가 휴대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걸린 20세 대학생 P는 그날 이후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근처 도서관으로 간다고 했다. 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 여학생을 다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고 했다.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들 몰래 은밀하게 사진을 찍는 몰카범을 변론하며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저 소심한 범생들은 재범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민 교수의 ‘책 읽는 소리’에서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만부의 ‘부끄러움을 닦는 법’이라는 시가 딱 들어맞는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능히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면 능히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면 다시 부끄러울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부끄러움을 먼저 알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게 최선임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3. [무등일보] 소년법 개정보다 먼저 해야 할 것
이제 곧 중학교 진학을 눈앞에 둔 학부모와 학생에게 최근 벌어진 부산, 강릉, 서울에서 일어난 끔찍한 폭력 사건은 더는 다른 지역의 남의 일이 아니다. 잔인한 폭력에 여과 없이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교사로서도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미성년자라서 청소년 보호법의 적용을 받아 가벼운 처벌에 그치리라는 예상 때문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고, 국회에서도 더 무거운 형벌을 주는 방향으로 소년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어떤 처벌도 시원찮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해진 규칙이나 법을 어기면 큰 벌을 줄 거라는 '엄벌주의'가 과연 성공한 사례가 있을까? 사실상 폐지 상태인 '사형제도'를 부활하면 우리나라의 흉악 범죄가 과연 줄어들까? 우리가 어렸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와 교사의 체벌이 이제 더는 당연하지 않다. 그 정도가 심할 경우는 범죄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육적으로 효과가 없거나 그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때려봤자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교사 초임 시절, 하루가 멀다고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모인 반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문제반을 맡기면서 무서운 담임 역할을 해서 학급의 질서를 잡아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3월 한 달을 아주 무섭게, 학급을 운영했다.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때는 가차 없이 반성문 쓰기와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쉬는 시간도 화장실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면 잡담도 못 하게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딱 3월 한 달 정도만 효과를 봤고, 남은 시간은 그야말로 사건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공포에 두려움으로 반응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나중에는 공포에 적응했다. 얻은 것은 없었고, 잃은 것은 많았다. 그중에 가장 큰 상실은 바로 학생과의 '관계'였다. 위협과 협박으로 운영했던 한 달여 간의 시간은 아이들과의 관계 두절로 이어졌고, 한 번 끊어진 관계는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끊어진 관계 속에서는 수업도 상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처벌 중심의 논의가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의 소중함을 빠뜨린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끔찍한 청소년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기존의 학교폭력 대책부터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들은 이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았었고,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져 경찰의 선도대상 학생으로 지정되었지만 이름만 올렸을 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미성년자들의 범죄 예방을 위해 마련된 학폭위, 학교전담경찰관 등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번 끔찍한 폭행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 강력 범죄에 반드시 등장하는 두 가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바로 집단 심리와 스마트폰이다. 부산, 강릉, 서울의 폭행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 강력 범죄는 단독 범행보다는 집단 폭행이 대다수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분위기에 휩쓸리고, 책임이 분산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훨씬 더 위험수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 메시지나 SNS 상에서 욕설, 비방, 왕따 등의 사이버 폭력이 대개 먼저 발생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청소년 강력 범죄의 두 고리를 잘 살핀다면 끔찍한 폭행으로 이어지는 범죄는 많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공동체의 회복과 복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의 문제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가족 공동체의 해체와 사회 공동체의 부재에 마주하게 된다. 공동체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느끼지는 못하는 아이들의 역습을 지금 우리가 받는 것은 아닐까?
최근 청소년의 끔찍한 범죄는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 아이가 당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리고 있고, 이러한 의견에 조금이라도 경계하는 뜻을 드러내면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을 폭력으로 덮어서는 안된다. 모든 폭력은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지만, 상대를 순종시킬 수 없다. 처벌과 위협이라는 수단을 손에 쥔 채로는 아이들과 악수를 할 수도 없고, 아이들이 악수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