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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회에 일자리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국회 시정연설은 여로모로 의미가 있다. 취임 한 달 남짓 만에 이뤄진 첫 국회 연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이르다. 새해 예산안에 관한 대통령의 정기국회 시정연설은 오랜 관행이지만 추경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에 간 것은 이번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취임 이후 파격적 ‘소통 행보’로 민심에 호소해 온 문 대통령이 국회에도 기꺼이 손을 내민 모양새다.

시정연설은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통과가 1차 목표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문 대통령이 고용 절벽 타개를 위해 일자리 대책과 추경의 쓰임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현 시점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만큼 절박한 시대적 화두는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실사구시 정신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현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걸려 있는 내각 구성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자리 추경도 내각이 제대로 짜인 뒤라야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례 없이 국회에서 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그에 앞서 국회의장실을 찾아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들에게 “국정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며 ‘낮은 자세’로 호소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야당 설득 노력이 주효했는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문제 제기가 단순히 ‘발목잡기’ 차원만은 아니라는 여론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하던 ‘협치’가 말뿐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인사청문회 통과를 강조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보여주기’를 뛰어넘는 ‘통 큰’ 배려가 필요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를 곰곰이 따져 볼 때다. 여권은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짧은 생각에 야당과 기싸움을 벌이기보다 문제 있는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토록 하는 용단으로 한 수 높은 정치를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야당도 과거 집권당 당시의 앙갚음 정치가 결국 자기 발등 찍기밖에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 넘치는 기업 유보금, 투자·고용 이끌려면

수출 증가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 금고에 돈이 넘친다고 한다. 지난 3월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691조 5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681조원)보다 10조 5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그만큼 남았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들이 이익을 투자나 고용, 임금 인상 등에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유보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간과하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기업이 투자·고용에 인색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근 추경예산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사내유보금으로 잉여금을 쌓아놓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힐난한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기업에 대해 투자·고용을 닦달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이윤이 남는 일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도 왜 투자를 망설이는지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 돈을 풀고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채찍도 한 방법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투자 유인책이 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계를 ‘적폐’ 대상으로 보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과거 일부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을 얼차려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중점 정책에도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낼 규제 완화나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법안 처리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겠다며 돈을 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와 기업은 경제를 이끄는 두 수레바퀴와 같다. 새 정부가 목표한 일자리 창출도 민관의 손발이 맞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정부가 먼저 재계를 끌어안고 투자환경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3. 협치 걷어차는 한국당의 몽니

자유한국당이 국회 107석을 지닌 제1야당의 존재감을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과시하고 있다. 국회의장과 원내 대표의 주례 회동에 2주 연속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장실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기로 어제 합의했다. 지난주 제출됐던 추경안의 심사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전 가까스로 심사의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야 3당의 심사 일정 합의에 대해 “정부·여당의 행태는 협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라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한 추경심사 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음을 밝힌다”고 댓바람에 어깃장을 놓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제1야당이 빠진 상태에서 이런 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다”고 비난까지 했다. 여야 협치를 위해 마련된 주례 회동에 스스로 불참한 한국당의 항변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청문 통과에만 협조했을 뿐 출범 한 달이 된 새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은 고사하고 지명 철회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그제의 교육, 법무부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코드 인사”라며 앞서 3인에 대한 인사청문 못지않게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에 몽니를 부리는 한국당의 의도는 뻔하다. 제1야당의 선명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기세를 초반에 꺾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추경안만 봐도 그렇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부적절하다는 야 3당의 지적을 받아들여 여당이 국가재정법을 준수하겠다고 표명한 바에는 심사에 참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자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17조 3000억원의 ‘일자리·민생 추경안’은 민주당의 전신 민주통합당의 협조를 얻어 통과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까지 했는데,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국회 상임위원장단 오찬 제의도 거부했다. 4년 전 일도 기억하지 않으려는 한국당이 수구보수의 외길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정 공백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 한국당이 협치의 틀로 복귀해 대한민국 미래를 진전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4. 대기업 '졸업시점 차별' 관행 철폐해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든 게 청년 취업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청년 실업을 벗어나는 것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대 과제다. 이런 현실인데 기업들의 채용 태도는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기업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 채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졸업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학점이 아무리 우수해도 졸업한 지 3년이 지나면 취업 확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졸업 3년이 지난 취업 지원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칼자루를 쥔 기업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학연수, 자격증 획득 같은 스펙 쌓기에 청춘을 바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취준생들이다. 스펙 쌓기 비용을 마련하느라 온갖 궂은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고들 있다. 그런 마당에 최종 학교 졸업시점(19.6%)이 어렵사리 따는 자격증(9.5%)이나 경력(9.2%)보다 곱절로 더 중요한 채용 요건이라니 허탈할 뿐이다. 졸업 예정자는 졸업 후 3년이 지난 구직자보다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이 49배나 높았다. 이러니 청년들이 너나없이 공무원만 하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닌가.

최근 통계를 보자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유예’를 선택한다. 취업을 의식해 일부러 학교 울타리를 맴도는 청춘들의 현실은 누구한테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남학생의 12%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무려 8년 6개월을 학교에 머문다는 통계도 있다.

실낱같은 취업 희망으로 청년들이 끝없는 스펙 경쟁을 벌이는 것도 기가 막힌다. 채용 시즌만 되면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등 대기업들은 말잔치를 한다. 그래 놓고 서류전형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는 교정돼야 할 것이다. 지원자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정교한 채용 방식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취준생들에게 이중의 좌절을 안기지 않아야 한다.

서류전형이나 통과하자고 학교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사회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이다. 기업들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당장 이력서에서 졸업시점부터 빼라.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는 새 정부도 기회균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의 채용 문화를 적극 독려하길 바란다.



[경향신문]

5. 김이수·강경화·김상조 불가라는 야당, 협치도 고민해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어제도 무산됐다. 이로써 김 소장과 김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겼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명의 지명 철회 없이는 원만한 국회 운영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덕성과 자질, 역량이 모두 모자라는 인사를 추천했기 때문에 인준에 협조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협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 안타깝다. 

야당은 강 후보자가 4강 외교 경험이 없어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그제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 지지 성명을 냈다. 역대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예외 없이 강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보증 섰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야당의 뜻과 달리 민심은 인준을 찬성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인준에 62.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 30.4%보다 배나 높다. 

야당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세워놓고 적격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 취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문턱을 세워놓고 임명권자와 후보 탓만 하고 있다. 이는 야당의 목표가 검증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야당이 대통령을 비전과 정책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인사의 문제점만 과도하게 부각해 반사 이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



당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지지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가 과거 청문회에서 과도하게 후보자들을 비판했다고 자성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국회를 찾아 인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청문회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도 이런 소통 노력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당면 최대 외교 현안인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쳤다. 이런 때 외교수장이 청문회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이 14일이다. 야당이 여소야대 국회를 이용해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후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발전을 바라는 다수 시민의 뜻일 것이다.



6. 프랑스·영국 총선으로 드러난 새로운 정치 바람

최근 잇달아 치러진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 결과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일으킨 돌풍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창당한 정당 리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공화국)는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했다. 오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전체 의석(577석)의 3분의 2가 넘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가 예측했다.



창당한 지 1년2개월밖에 안된 정당이 한 달 사이에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은 현대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가히 정치혁명이라 할 만하다. 반면 지난 8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조차 잃는 등 참패했다. 조기 총선을 강행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보수당으로서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믿기지 않는 결과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19일부터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마크롱의 잇단 돌풍은 기성 정당 및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그만큼 공화·사회당 중심의 기존 정당체제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열망을 읽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신생 정치인 마크롱은 유권자들의 기대와 시대의 요구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공천혁명을 이뤄냈다. 공천자의 절반을 여성과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로 채운 것이다.



영국 보수당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메이 총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는 노인요양 지원 축소 공약(일명 치매세)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함으로써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홀로 토론을 거부하는 오만도 부렸다. 그 결과 의석은 물론 신뢰도 잃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기사회생한 노동당은 보수당의 긴축정책과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

두 나라의 총선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변화하는 현실이나 유권자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좌파든 우파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성공과 메이의 실패보다 이를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매일경제]

7. 금리 오를 때 대비하라고 신호 보낸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당분간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제 상황이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국내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부 자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가계빚은 급증하는 터라 통화정책 전환의 깜빡이를 미리 켤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작년 6월 사상 최저인 1.25%까지 끌어내린 후 1년째 그 수준에 묶어두고 있다. 연준이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연준이 예상대로 2019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3%로 끌어올린다면 한은도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더욱 깊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너무 빠르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고 가계빚 폭탄의 뇌관인 한계가구를 압박하게 되며 너무 늦어지면 자본 유출과 구조조정 지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발 '긴축 발작'으로 신흥국 위기가 재연되면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도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 가계는 글로벌 초저금리와 유동성 홍수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제적 리스크 관리다. 금리 충격을 견딜 수 없는 한계가구 채무조정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주택시장이 투기적 과열과 급격한 침체를 오가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재정·통화·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유연한 정책조합을 가져가야 함은 물론이다. 통화 완화 여지가 줄어들수록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기업과 가계,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관리에 각 부처가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 성장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정부와 한은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보는 수요관리가 급선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세계일보]

8. 한·미 친선행사에 재 뿌린 무책임한 반미선동

경기도 의정부시가 10일 오후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으로 끝났다고 한다. 무대에 선 인기가수 인순이씨는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부득이하게 노래를 못 하게 됐다”며 고개 숙여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록밴드 크라잉넛도 사과의 말만 남긴 채 공연장을 떠났다. 포스터에까지 소개된 다른 초청가수 EXID, 오마이걸, 스윗소로우, 산이 등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행사 파행의 이면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미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미 2사단 장갑차에 압사당한 두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를 기억하느냐”며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공연장 밖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미군 위안잔치 웬 말이냐’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 출연 예정이던 가수와 소속사 등에 집요하게 불참을 종용했다. 이들의 압력에 주한미군을 아버지로 둔 인순이씨는 자신의 대표곡 ‘아버지’를 부르지도 못한 채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의정부시가 미 2사단 창설 100주년을 맞아 장병을 격려하고 한·미동맹을 기리는 뜻에서 마련했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미 본토에서 처음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부대로, 현재 주한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년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미 2사단을 송별하는 의미도 담겼다. 그런 자리에서 섬뜩한 반미 구호를 들은 미군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행사에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을 비롯한 미 장병 400명은 이들의 시위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주한미군은 북한 도발을 저지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핵심 전력이다. 그런데도 좌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미군들을 폄하하고 반미 감정을 부채질한다. 시위대에 길이 막힌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유조차가 들어가지 못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았을 때 정작 가동되지 못했다.

지금은 가뜩이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 몰지각한 단체들이 반미 감정을 자극한다면 양국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내부에서 이들의 무책임한 언동을 정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한·미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울경제]

9. 최저임금 올리자고 카드수수료 체계까지 흔드나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그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보완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카드수수료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위원장까지 나선 걸 보니 국정기획위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세게 밀어붙일 모양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정부의 개입이 반시장적이라는 점은 접어두고라도 수수료 인하의 실익이 거의 없다. 카드수수료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에는 평균 1.8%로 전년 대비 0.22%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더 내리라고 압박하면 부가서비스 축소 등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익악화를 걱정한 카드사들이 인력감축에 나설 수도 있다. 

수수료 산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2012년 금융당국 주도로 마련된 ‘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3년 주기로 적격 비용을 고려해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방식인데 이를 적용해 지난해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이런데도 국정기획위가 끼어드는 것은 정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시장혼란을 부추기는 일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4월에 조사해보니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카드수수료를 꼽은 자영업자는 2.6%에 불과했다. 경기침체(57.2%)와 함께 임대료(15.8%), 영업환경 변화(10.6%), 세금 및 공과금(4.2%)이 훨씬 많았다. 카드수수료보다 임대료·세금 문제가 더 힘들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말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카드수수료 인하 타령은 이제 그만두는 게 옳다. 그보다는 임대차보호법 강화, 세액공제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10.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 서둘러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무죄판결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첫 무죄판결 이후 30건의 무죄판결 가운데 40% 이상이 올해 내려졌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은 지난 10여년간 우리 국민의 ‘양심’을 무겁게 눌러온 사안이다. 일선 판사들의 잇단 무죄판결에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된 나라로 꼽힌다. 4월 기준으로 누적 수감자는 1만9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400명 가까운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다. 지난 5월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현실에 주목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일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이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최근의 판결문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는 국제적 보고도 없고, 전투력에 손실을 가져온 사례도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대만에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한 뒤 부작용이 없어 대체복무 기간을 군복무 기간과 같게 줄이기도 했다.

대체복무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철회해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했고, 20대 국회에 들어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대체복무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의 1.5~2배로 하고, 근무 강도가 현역 입대에 준하는 분야에서 24시간 합숙 형태로 복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수백명의 젊은이가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전과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헌법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나라에도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 입법화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데스크 시각]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

지난 1월 16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 회의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러시아 커넥션 관련 수사를 요약 보고하는 한편 트럼프 당선자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첫 만남은 뭔가 이상했다. 코미 국장은 대통령 당선자와의 대화 내용을 문서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선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차량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타이핑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었지만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10여일이 지난 1월 27일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 이날 코미 국장은 아내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저녁 초대를 거절할 수 없어 코미 국장은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에게 FBI 국장으로서 계속 일하고 싶은지를 물었고 “충성심을 원하고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FBI 국장의 임기가 10년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FBI 국장을 계속하고 싶으면 충성심을 보여 달라는 뜻이라는 것을 코미 국장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FBI의 독립적 지위에 대해서도 걱정한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메모로 정리했다.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국장 간의 만남은 4월 11일까지 이어졌다. 모두 세 차례 직접 만나고 여섯 차례나 사적인 통화가 이어졌다. 이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무능력하다며 지난달 9일 전격 해고했다. 코미 국장은 자신의 해고 소식도 TV를 통해 알았다.

코미 전 국장은 메모를 남긴 이유를 “당시 상황과 대화의 주제, 그리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나중에 대화에 대해 거짓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왜 이런 걱정을 했을까.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당할 수도 있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 사건을 보다 문득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떠올랐다. 업무수첩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확인된 것만 56권에 달하는 업무수첩은 권당 60~70쪽 분량으로 박 전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취임한 지 이제 5개월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과 메모를 일방적 주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유출한 것은 기록 유출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스모킹건’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비서관 회의에서 메모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받아 적기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의사소통하자는 것이다. 공감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내용은 짧게라도 기록해 놓는 것이 어떨까.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2. [서울신문][이은경의 유레카] 상상력과 과학 열정의 결합

34년 전 오늘 1983년 6월 13일에 ‘파이어니어 10호’는 해왕성 궤도를 통과해 태양계를 벗어난 첫 번째 우주선이 됐다. 당시 아직 태양계 행성으로 남아 있던 명왕성은 좁고 긴 타원 궤도에서 해왕성보다 태양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1972년 3월 3일에 발사돼 소행성대와 태양계를 탐사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파이어니어호같이 인간이 만든 물체의 우주 탐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로켓의 초기 역사는 SF 소설의 상상력과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과학자의 열정이 어우러져 빚어낸 드라마였다. 우주로 나가는 로켓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확립한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와 액체 로켓 구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 미국의 로버트 고다드, 독일에서 로켓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헤르만 오베르트는 모두 SF 소설에서 우주 여행과 로켓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치올코프스키는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1865년 작품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우주여행의 영감을 얻었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달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 애호가들이 대포를 이용해 포탄을 타고 지구를 벗어나 달을 향해 출발했으나 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됐다는 내용이다. 치올코프스키는 1897년 이후 우주여행을 돕는 장치로서 로켓을 제안하고 액체연료 다단 로켓,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우주복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고다드는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1898)을 읽고 화성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주전쟁’은 우주선을 타고 온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SF 소설이다. 고다드는 1926년 세계 최초로 액체 로켓을 실험했고 후속 연구를 이어 갔는데 연구 결과는 그의 기대에 못 미쳤고 사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그를 로켓의 선구자로 인정했다.

오베르트 역시 ‘지구에서 달까지’를 읽고 우주 탐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고다드의 논문을 통해 로켓에 대해 알게 됐고,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로켓을 연구한 결과 1923년 ‘로켓에 의한 우주 여행’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또 많은 독일인들을 매료시켜 이후 여러 개의 로켓 연구 클럽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베르트의 책은 또 한 명의 로켓 열광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운명을 바꾸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에 로켓에 푹 빠진 청소년 폰 브라운은 이 책을 읽으려고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로켓을 위해 공과대학에 진학해 ‘우주여행협회’를 만들었다. 그는 오베르트를 우주여행협회에 초빙해 함께 로켓 연구를 했고 나치 치하에서 V2 개발에도 참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폰 브라운은 미국으로 건너가 나사의 로켓 개발 책임자를 맡았다. 1969년 새턴V에 실린 아폴로 11호가 달 탐사에 성공했을 때 폰 브라운을 포함한 선구자들의 꿈이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

이런 로켓의 역사는 과학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SF작품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실용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SF는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담은 ‘공상’으로 보일 수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나 ‘우주전쟁’에 로켓은 물론 과학 내용조차 많지 않다. 오히려 이 소설들을 읽는 재미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그들의 사회에 대한 묘사, 즉 문학성에서 온다. 청소년들이 매료된 것은 ‘달에 간다’와 ‘생명체가 사는 다른 행성이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다음의 로켓 발전은 이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열정을 쏟아 만들어 나갔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기술과 사회의 미래상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이들이 미래 세대에게 호소력을 주는지는 의문이다.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날라 줄 수단, 즉 SF 작품을 보고 읽는 재미 같은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기술 미래의 담론을 전하고 과학적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상상력이 필요해 보인다.



3. [서울신문][김태의 뇌과학] 뇌과학도 백문이 불여일견

신경세포가 뇌의 기본 단위라는 사실은 지금은 상식으로 여겨지지만, 스페인의 라몬 이 카할이 처음 신경세포를 염색해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이다. 신경세포는 우리 몸의 다른 세포와 달리 ‘활동전위’라는 특별한 방식으로 먼 거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뇌과학자들은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해 뇌세포의 활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해 왔다. 하지만 이는 뇌과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와 같았다. 자고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는데 좀더 직관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뇌과학은 직접적으로 뇌의 3차원 구조와 신경세포의 활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먼저 ‘뇌 투명화기법’을 이용하는 ‘클래리티’라는 방법론이 있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이 기법은 ‘뇌는 왜 불투명한가’라는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두 전문가는 빛이 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뇌의 지방성분 때문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뇌 속에 존재하는 주요 단백질 성분을 미리 그물구조의 화학 성분으로 단단히 고정하고, 비누 성분의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엄지손톱만 한 미색의 생쥐 뇌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투명해진 뇌 신경세포에 형광단백질을 부착했다. 이어 형광현미경으로 층층이 촬영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마치 우주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뇌 공간 속을 돌아다니면서 뇌세포 하나하나의 연결성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뇌의 활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탠퍼드대의 마크 슈니처 박사가 개발한 ‘미니스코프’라는 방법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방법은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발생시키고 나면 세포 안으로 칼슘이 유입된다는 점을 활용했다. 그는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형광을 나타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된 실험동물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뇌 부외에 가느다란 원통 모양의 렌즈를 삽입한다. 이 렌즈를 통해 촬영한 영상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실험동물의 두뇌 속 신경세포 활동전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편 신경세포의 소기관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 일반 현미경으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과학자도 있다. 에드 보이든 MIT 교수팀은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관찰 대상을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뇌를 부풀려서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알고 보면 간단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는 훨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동원됐다. 아기 기저귀에는 물을 흡수해 부피를 늘리는 가루 물질이 있다. 연구팀은 뇌 조직을 고정시켜 부피가 늘어나더라도 세포소기관 사이의 거리는 일정 비율을 유지하도록 한 뒤 기저귀에 사용하는 물질을 뇌 조직에 침투시켰다. 물만 부어 주면 뇌는 부풀어 오르고, 이제 일반 현미경으로도 전자 현미경만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방법론들은 더이상 뇌과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체를 탐구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뇌과학을 통해 뇌 기능의 신비를 밝히고 뇌 질환 극복 방법을 개발해 인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 [매일신문][매일춘추] 장 자크 루소

어머니는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겐 버림받고 남의 집에 의탁하다 주인에게 맞는 게 겁이 나 마을을 떠나 방랑생활을 한 13세 소년. 이 불운한 어린아이가 바로 18세기 프랑스 아동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에밀’의 저자 장 자크 루소이다. 자신 같은 어려운 아이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낸 ‘에밀’.



당시 그 책은 종교에 의해 금지처분을 받게 되지만 결국 ‘에밀’은 상류층 부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유모의 품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자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작곡한 ‘마을의 점쟁이’는 훗날 미국의 찬송가이자 중국, 일본, 한국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 동요가 된다. 그의 불운한 삶과는 달리 그는 아이들을 위한 삶을 현재까지 이어오는 것이다.

​​

그의 노래는 한국에서 ‘주먹 쥐고 손을 펴서’라는 동요로 불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작을 따라 하며 해맑게 불렀던 노래. 하지만, 2017년 루소의 바람과 달리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루소의 곡, ‘주먹 쥐고 손을 펴서’라는 동요가 다르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SNS에 떠돌며 많은 학생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노랫말은 바로 이러하다.



‘자살 자살 자살 자살 안락사 한강 자살합니다. 고통의 연속 쓰레기 같은 나 해결책은 자살뿐 자살 자살 영원한 안식 우리 모두 자살합시다.’ 이 얼마나 끔찍한 가사인가. 또 다른 버전도 있다.



‘자퇴 자퇴 자퇴 자퇴 성적은 에프 자퇴합시다. 고통의 연속 쓰레기 같은 나 해결책은 자퇴뿐 자퇴 자퇴 영원한 휴식 우리 모두 자퇴합시다.’ 상상도 못 한 동요의 변질이다.



동심 가득한 노래에 붙여진 가사는 자살과 자퇴이다. 이 노래는 대부분 청소년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피아노, 기타 연주로 아름답게 부르며 여러 사이트에 올려진 이 노래의 제목은 놀랍게도 ‘해결책의 노래’이다.



그들은 자살과 자퇴로 현재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동심의 노래 동요에 입혀 서로 공유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이 노래를 듣자 마음의 안식이 왔다. 지금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고 있다’라고 올렸다. 청소년 폭력과 학업의 스트레스, 루소가 원했던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다르게 그의 노래는 아이들의 고통을 담아내는 잔인한 노래가 되었다.



도대체 그들을 자퇴와 자살로 내모는 것은 누구이며 무엇인 걸까? 항상 꿈을 가지라고 외치며 미래의 주인이라 말하지만, 꿈은 여전히 찾을 수 없고 미래의 주인은 죽어가고 있다. 결국, 아이들 스스로 찾은 해결책은 동심이 사라진 죽음과 자퇴라는 슬픈 노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루소의 아름다운 멜로디. 오늘도 우리의 청소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미래의 두려움에 소리치고 있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카타리나 폰 보라, 루터의 아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1525년 6월 13일 결혼했다.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지 8년 만이었고, 당시 그는 교회 개혁의 상징적ㆍ실질적 지도자로 유럽 전체가 주시하는 존재였다. 결혼 역시 교황청에 대한 도발이자, 성서 중심의 신앙적 가치를 부각하는 시위적 성격이 강했다. 독신 서원을 한 41세의 수도사 루터가 아내로 맞은 여성은 26세의 전직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Katharina von Bora, 1499~1552)였다.

폰 보라의 생년과 출생지는 불확실하지만, 리벤도르프의 쇠락한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5살에 베네딕트수녀회에 맡겨졌고, 9살 무렵 님브센의 시토수녀회로 옮겨져 교육을 받았다. 16세에 종신서원을 하고 수녀가 됐다. 2년 뒤 종교개혁 운동이 시작됐다.

그의 수녀회는 물론 교황청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구교 권역이었다. 개혁운동에 영향을 받은 폰 보라는 동료 수녀 11명과 함께 루터에게 도움을 청했고, 루터의 주선으로 1523년 청어 운반용 통에 숨어 비텐베르크로 탈출했다. 오갈 데 없던 그들은 개혁파 종교인들의 주선으로 결혼도 하고, 가정교사로 취직도 하고, 교회 일을 거들기도 했다. 

카타리나도 여러 차례 결혼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루터나 동료 개혁가 니콜라우스 폰 암스도르프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버텼다. 상세한 사정 역시 알려진 바 없지만 어쨌건 둘은 결혼했고, 지역 제후(프리드리히 현공)가 결혼 선물로 준 어거스틴 수도원에서 신접 살림을 차렸다. 

카타리나는 가난한 수도원 살림을 맡아 농사 등을 지으며 자녀 6남매와 양자 4명을 길렀고, 수도원에서 기숙하던 루터의 제자 10여 명을 거두었다. 냉혹한 전사의 기질을 타고난 것으로 알려진 루터였지만, 그가 종교적으로, 정서적으로 기댄 유일한 존재가 카타리나였다. 루터가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 등에서 카타리나를 ‘My Lord’라 칭한 적도 있었다. “나는 캐티(Katie)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 만약 그녀가 아이들과 더불어 죽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이다”라고 쓸 때도 있었지만 “내가 악마와의 싸움을 견딜 수 있다면, 캐티의 짜증도 견딜 수 있겠지”라고 쓸 때도, 물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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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3일 신문 브리핑 #


"어느 누구에게도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를 가진 것은 뱀의 이빨과 같이 무서운 일이다."

- 셰익스피어



<< 정치/외교 >>

1.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함

-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추경예산안 심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함



<< 경제 일반 >>

1. CJ가 이재현 회장 복귀 후 첫 번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함

-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하여 충북 진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식품 공장을 건설한다고 12일 밝혔으며, 또 고단백 사료(농축콩단백)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브라질 기업(셀렉타)을 3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함


2. 정부가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매달 지급하는 처우개선비를 60%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함

- 이와 함께 사립유치원 교사의 절반 수준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는 동등한 액수로 인상해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임


3. 대형 선박 발주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함

- 조선 관련 분석기관인 클라크슨은 12일 "5월 한국 조선업체들이 79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21척)의 계약을 따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중국(32만CGT·17척), 일본(8만CGT·3척) 등이 뒤를 이음



<< 금융/부동산 >>

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경제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함

- 경기 회복세를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총재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 온 한은이 처음으로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신호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


2. 오는 9월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은 기업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35% 이상을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내줄 수 있는 유동성 자산으로 굴려야 함

- 12일 IB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대형 IB 시행세칙을 확정해 법제처에 송부함


3.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 등 공공부문의 금 보유량이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함

-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 상승,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임


4.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함

- 현대로보틱스는 주식 공개매수 방식으로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예정임

- 그 대가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 신주 438만2817주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주당 발행금액은 40만3687원으로 총 발행 규모는 1조7693억원임


5. 이베스트증권 대주주인 LS네트웍스는 12일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가 무산됐다”며 “당분간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함


6. 서울시가 강남·을지로 등 25개 지하상가 내 상점 2788곳의 임차권 양도·양수를 전면 금지하기로 함

- 서울시는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12일 밝혔으며, 불법 권리금을 조장하고 국·공유 재산의 임차권 거래를 금지한 상위 법령(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한다는 게 개정 이유임



<< 국제 >>

1. 11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둠

- 프랑스 내무부는 1차 투표 개표 결과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연합이 32.32%를 득표해 2위인 공화당(21.56%)을 크게 앞섰다고 밝힘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임차권의 양도(賃借權- 讓渡)

- 임차권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계약이 임차권의 양도임. 

임차권을 양도하면 임차인은 그의 지위를 벗어나고 양수인이 임차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임차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됨.

임차인이 그 권리를 양도하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 만약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주택을 전대한 경우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해지 할 수 있음. 또한 임대주택의 입주자가 임차권을 임대사업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양도·전대할 수 없고 이를 알선하면 형벌을 받을 수 있음. 

다만 근무·생업 또는 질병치료 등의 이유로 주거를 이전하고 현재 거주하는 시·군·구에서 다른 행정구역으로 주거를 이전하고 현재 거주지와 새로 이전하는 거주 간의 거리가 40km 이상일 경우와 상속 또는 혼인으로 소유하게 된 주택으로 이전할 경우 그리고 국외로 이주하거나 1년 이상 국외에 머무를 경우에는 무주택 세대주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대주택을 전대 할 수 있음.

- 출처 : 부동산용어사전, 방경식, 2011. 5. 24., 부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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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연합뉴스]

1. 일본 총리 특사의 부적절한 언행 아쉽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특사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방한 중이다. 니카이 특사는 총 360명에 달하는 대규모 특사단을 이끌고 와 나흘간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아베 총리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고 한일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아베 총리를 접견한 데 따른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니카이 특사에게 "한국은 상당히 중요한 이웃"이라며 정상회담 성사를 당부했다고 한다. 니카이 특사의 방한이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되길 바란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실질적인 이인자인 니카이 특사는 당내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강경 우익 성향 인사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문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領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소환되자 조기 귀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도 그래서 니카이를 특사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수선한 한일관계를 정리하고 관계개선의 계기를 만들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니카이의 입에서 연일 특사답지 못한 가벼운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방한 첫날인 10일 전남 목포를 방문해 우리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을 해가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걸핏하면 양국을 멀리 떨어뜨리려고 하는 세력이 한국에도, 일본에도 있다"면서 한일우호 관계를 호소하는 문맥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간계를 꾸미는 일당'이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한국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9일 SBS와의 인터뷰에서도 "돈도 지불했는데 처음부터 재협상하자는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일본 총리의 특사로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망각한 처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니카이 특사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도 비판하고 나섰다. "표현이 과격했다.", "양국 현안을 고려할 때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 등등 우려 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한일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대처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양국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은 과거사와 국민 정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여간해선 풀기 어려운 문제다. 국내 정치만 보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면 해법은 더 멀어지기 쉽다. 니카이 특사가 아베 총리의 주문대로 한일 정상 간 교류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상대방 국민을 더 배려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겨레]

2. '강경화 낙마' 밀어붙이는 국민의당의 착각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의 거취 문제가 이번주 초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 전에 야당 지도부와 만나, 세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도와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론 야당이 인선 절차에 협조할지 몹시 불투명하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야당 반대에 꽉 막혀 있는 걸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당들이 세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거나 거부하면서 ‘최소한 한명 낙마’를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국회는 지난주에 김이수·김상조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연기했다. 한 사람을 낙마시키려 나머지 두 사람의 청문보고서를 야당이 움켜쥐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공직 인선이 무슨 저잣거리 흥정도 아니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셋 다 낙마시켜야지 누굴 조건으로 누굴 통과시켜 주겠다는 발상이 말이 되는가 싶다.

‘논란의 핵’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까지 한목소리로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는 민간의 연안 여객선 선장으로선 맞을지 모르나 전시 대비 항공모함 함장은 아니다. 대통령은 빨리 자진사퇴시키라”고 요구했다.



군부독재 시절의 민정당 후예인 자유한국당이야 그렇다 치자. 김대중 정부 시절 집권세력이었다고 자부하는 국민의당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전직 외교장관 10명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하는 사람을 연안 여객선 선장이라 하면, 도대체 국민의당이 생각하는 항공모함 함장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당에서도 박지원, 정동영 의원 같은 이들은 강경화 후보자를 동의해주자고 말한다. 그런데 수도권과 호남의 일부 소장 의원들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주장하며 낙마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게 다당 체제에선 분명 의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을 낙마시키는 데서 그 존재감을 찾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향신문]

3. 집배원들의 잇단 과로사 이대로 둘 수 없다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집배노동자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 가평우체국 소속 용모 집배원이 우체국 휴게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출혈로 사망했다. 용 집배원은 전날 늦은 시간까지 비를 맞으며 일했고, 다음날에도 오전 6시쯤 출근해 출장준비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평우체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간 집배원 3명이 잇달아 사망했다. 동료들은 인력부족과 하루 평균 11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대구달서우체국 소속 김모 집배원이 1t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당시 김 집배원은 자신의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으로 ‘겸배’를 가다 사고를 당했다. ‘겸배’란 업무 중 결원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집배원들이 배달 몫을 나눠 하는 것을 말한다.

집배원들은 하루 2000건의 우편물과 택배를 처리하고, 시골에서는 100㎞ 넘게 오토바이로 달린다. 배달 일을 마치면 우체국으로 돌아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밤늦게까지 분류하는 집배원들은 과로사로 숨지는 사례가 많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집배원 사망사고 9건 중 7건이 과로사였다. 올 들어서도 집배원 11명이 과로·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에 이른다. 일반 노동자의 2267시간보다 600시간 이상이나 많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이 매년 선정하는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오르는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재해율은 일반 노동자의 2배가 넘는다. 일반 노동자 재해율은 0.5%인 데 반해 우정사업본부는 1.03%에 이른다. 특히 ‘토요 택배’로 집배원의 노동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우정사업본부는 2014년 집배원 토요 휴무제를 실시했지만, 1년2개월 만에 토요 택배를 다시 시행했다.

집배원들의 고용 구조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 특수고용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비정규직 등이 있다. 그중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은 민간자본이 만든 별정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이고, 특수고용직은 ‘재택 집배원’으로 우체국으로 출근하지 않고 중간에서 우편물을 받아 배달하는 집배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장시간 노동, 상시적 위험, 불안정한 고용구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집배원들의 ‘죽음의 행렬’이 끝난다.



[매일경제]

4. 악플러에 5년 서고한 법원, 허위비방 인터넷 문화 경종 되길

남을 허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50대에게 서울중앙지법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거짓과 중상이 넘쳐나는 인터넷 문화에 경종이 됐으면 한다. 

피고인 이 모씨는 국내 최대 규모 장학재단 설립자인 삼영화학 이종환 명예회장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회장은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교육재단을 세우는 등 평생 교육사업에 8000억원을 내놓은 인물이다. 그러나 이씨는 '가짜 기부천사 이 회장은 아침저녁으로 일본 군가를 부른다' '일생을 공금 횡령으로 살았다' 등 수십 가지 음해성 글을 남의 아이디로 만든 블로그에 유포했다. 이 중에는 이 회장을 성폭행범으로 묘사한 대목도 있다.



이 회장 측 고소로 재판을 받게 된 이씨는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 이것이 자승자박이 됐다.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데 비해 배심원 다수가 '징역 5~7년'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해 5년을 선고한 것이다. 명예훼손 혐의에 5년이 선고된 것이나 구형보다 선고 형량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행해지는 인격말살 행위에 대해 검찰보다 일반인의 시선이 더 엄격했던 것이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특정인을 겨냥한 말초적 비방들이 빛의 속도로 유통되고 확대 재생산된다. 간혹 연예인 또는 사회적 유명인사가 소송을 걸어 알려지는 경우 외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격적 살인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다수가 악플 형태로 행하는 폭력 앞에서 개인은 철저히 무력한 존재다. 일일이 대응하기엔 그 수가 너무 많고 이를 처벌할 법적 잣대는 너무 무르다.



최근 모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에 의해 강제로 호텔방에 끌려갈 위기에 처했던 여성을 구했던 주부 일행은 그 다음날 인터넷에서 '꽃뱀 사기단'으로 매도당해야 했다. 그중 한 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모은 악플 캡처본만 A4 98쪽 분량"이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인간의 이성은 익명성과 다중이라는 공간 속에서 쉽게 무장해제되곤 한다. 그러나 심심풀이 댓글이 특정인에겐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해 법은 보다 엄격해지고 개인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5. 일자리 추경서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 빼고 통과시키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다.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과 추경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며 국회 통과를 요청할 예정이다. 야당은 이번 추경이 자연재해, 대량실업 등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일자리 창출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1.1%) 상승 등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점을 들어 추경이 필요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야당은 재정건전성 훼손을 문제 삼고 있어 국회 통과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하반기 경찰, 소방관, 교사 등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뽑는 예산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의 공공 일자리 창출의 출발점이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할 공무원 인건비 지출을 일회성 추경에 넣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의 가장 큰 반대가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추경은 부득이한 사유로 돈을 쓸 데가 생겼을 때 응급처치를 하는 용도다. 항구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공무원 증원 비용을 끼워넣는 것은 추경 취지에 맞지 않는다. 한번 자리 잡은 예산은 계속되기 마련이니 더욱 그렇다. 1만2000명 합격자 발표는 12월에 가서야 나기 때문에 올해는 사실상 인건비 부담이 없을 전망이다. 그래서 추경에는 시험·교육훈련 비용으로 80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부담이 커질 게 뻔하다. 기획재정부는 1만2000명 중 국가직 4500명 채용에 연간 1200억원, 지방공무원 7500명에 2300억원 등 4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경직적인 사업은 일반 예산에 편성해 정식 국회 심의를 받는 게 옳다. 정부는 추경을 마중물 삼아 1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 항목 때문에 새 정부 제1 경제정책인 추경이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는 것보다 공무원 증원 부분만 빼고 일자리 추경을 재편성하면 어떨까 싶다. 총 11조2000억원 규모 예산에서 80억원만 빼면 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5년간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창출을 공약했는데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 부담과 공무원이 더 생김으로써 얻는 국민적 편익을 면밀히 따져서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6. 경제 민주주의, 고통 분담이 필수 전제 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10 항쟁 30주년을 맞아 경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으로 성취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구체적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새로운 과제로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지만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경제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고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분배의 불균형, 청년 실업 등을 방치한 민주주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경제적 차원의 불평등을 국가를 흔드는 위기적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나 “일자리 위기를 근본 원인이자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통용된 ‘경제 민주화’ 대신 굳이 경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완성할 최후의 과제가 경제 민주주의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존립마저 흔든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확인된 역사적 사실이다. 현 정부가 경제 민주주의를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로 선언한 것은 도도히 흐르는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짚은 것이지만 우리가 성취한 정치적 민주주의만큼이나 어렵고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5년 전 당선자 신분으로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신의 대선 공약인 경제 민주화는 재계의 조직적인 반대와 정권의 실천 의지 부족으로 1년도 안 돼 좌초됐다. 이명박 정부 역시 서민 경제를 앞세워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을 부르짖었지만 일회성 정치적 구호로 막을 내렸다. 현 정부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 등을 둘러싸고 재계와 마찰을 빚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민주주의 실천 과정에서 정부의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기득권을 거머쥔 대기업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대기업들이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을 강화해 엄정하게 집행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 민주주의가 현실에 착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 등 우리 사회 구성원인 경제주체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경제 기득권을 거머쥐고 있는 대기업들이 스스로 고통 분담에 나서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 역시 재벌과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동참해야 경제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날 수 있다.



7. 5개 부처 장관 인선 … 靑·與·野 협치 초심 살리길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지명하는 등 5개 부처 장관과 국세청장 등 차관급 4명의 인선을 단행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제 11개 부처 장관의 인선만 완료됐다. 먼저 완료된 장관 후보자 6명도 아직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야권의 강력한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야 할 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인수위 없이 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 탓이기도 하지만 능력을 겸비한 완벽한 ‘도덕군자’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에 해당하는 인사는 고위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서 이 기준에 걸리지 않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새로 지명된 후보자들은 이미 하마평에 나왔던 인물들로 능력과 개혁 의지에는 큰 하자가 없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도덕성 측면에서 야당과 일반 국민의 높은 기준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이 있다고 청와대는 미리 밝혔다.



어느 정도 해명이 되는 사안임을 확인한 듯하지만 새로 지명된 장관 5명이 야당과 언론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쉬 장담하기 어렵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도 잡혀 있고 외교·안보, 경제 문제 등에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인사절벽’에 가로막혀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대탕평 인사’에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탕평 인사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잘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최우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당장 개혁이 급하지 않은 일정 분야는 야권에도 문을 열어 인력의 풀을 키우면 도덕성 기준을 맞추기도 쉬울 것이고 야권의 반발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대통령에게도 볼 수 없었던 소통을 보여주며 문 대통령은 지금 사상 최고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서 정상적인 국정을 앞당기지 못하면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야권도 당리당략에 집착해 발목 잡기에 급급하다간 대한민국의 회생에 재를 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여·야 모두 협치의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

8. 대통령 첫 국회 연설, 인사 난맥 푸는 기회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施政)연설을 한다. 취임 후 34일 만에 하는 첫 국회 연설이다. 취임 후 가장 이른 시일 안에 하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 대통령에게는 추경도 중요하지만 얽혀 있는 인사(人事)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시급한 실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야(野) 3당이 모두 '부적격' 입장을 정해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도 채택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문 대통령은 "100% 흠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결국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들의 공직 인사 배제를 공약했다. 하지만 여러 장관 후보자에게 이런 의혹들이 불거졌다. 앞으로 다른 장관 후보들에게서도 이런 문제가 연발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전 여야 지도부와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부터 허심탄회한 자세로 솔직하게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인사 문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혹독하게 정부 인사를 물고 늘어졌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새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야당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일 수 있다.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의례적으로 야당 협조를 구하는 모양만 취하고,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여야는 충돌로 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6·10' 30주년 기념사에서 "양보와 타협,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했다. 첫 시정연설을 '야당 설득에 노력했다'는 보여주기식 명분 쌓기로 삼을지, 진정한 타협의 기회로 활용할지는 문 대통령에게 달렸다.



[중앙일보]

9. '진보 개혁'을 선명하게 예고한 5부 장관지명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5명을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진보적 대전환을 예고했다. 보수 정권 때 같으면 큰 뉴스가 됐을 법한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송영무씨의 국방부 장관 내정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될 정도로 이번 인사는 색깔이 뚜렷하고 파격적이었다.



지난달 30일 검증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경제장관 등 후보자 4명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명했던 조심스러움에서 탈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인사 난맥에도 불구하고 80% 안팎의 국정 지지율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의 방향엔 이의가 없으나 속도와 방식,조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 교육감 시절 무상급식·혁신교육·학생인권조례로 이념 논란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그가 고인 물의 학교 환경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가 될 경우 일개 광역자치단체를 넘어서 나라 전체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의사결정자가 되는 것이다. 각별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김상곤 후보자가 평소 밝혀온 교육 구상엔 자사고·특목고의 폐지, 수능시험 절대평가 같이 교육 현장과 학생·학부모의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혁명적 사안이 수두룩하다. 그런 만큼 충분히 여건을 다져놓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비검사, 비판사, 비사법고시 출신으로 최초의 '문민 법무장관'이란 칭호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안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발탁됐으나 당시 정부의 '인권 경시' 경향을 비판하면서 임기 중 사퇴할 정도로 소신이 뚜렷했다.



대중적 평판이 높은 학자로 철학과 주장이 이상주의적이어서 검찰 개혁의 적임자일 수 있다. 하지만 2000명 이상의 전국 검사들을 상대로 괴물화된 검찰조직의 권력 지향성을 적법하게 해체하고 안정화시킬 감각과 능력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국회 청문회가 반드시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안 후보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문재인 대표의 민주당 시절 당 혁신위원장 물망에 오를 만큼 이념적으로 코드가 일치하는 인물이다. 대통령·법무장관·민정수석이 정치·이념적으로 너무 같은 색이면 국가 사정(司正) 역량이 균형성을 잃고 집단사고의 폐해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안·조 두 사람 모두 같은 직장(서울대 로스쿨 교수)에서 근무해 ‘연정(연세대 정치학과) 라인’에 이어 ‘서법(서울대 법대) 라인’의 우려를 벌써부터 낳고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환경부가 앞으로 ‘수량·수질 관리의 일원화’라는 비대한 권력을 쥐게 될 텐데 너무 큰 모자가 되지 않도록 권한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와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강조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이념화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않도록 환경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10. 사시사철 발생하는 AI … 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지난 3일 제주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접수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전국의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12일 0시부터 2주간 전면 금지하는 등 AI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 발생한 AI는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AI는 날씨가 추운 계절에 발생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국내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고온과 습도에 약해 겨울과 봄에 걸쳐 확산되다가 여름이 되면 숙지는 현상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여름철에 AI가 발생해 큰 피해를 낸 데 이어, 이달 들어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여름철=AI 안전시기’라는 등식이 이제 깨지고 있다.



AI의 여름철 발생에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AI의 원인으로 철새 등이 꼽혔지만, 예전에 유입된 AI 바이러스가 방역 활동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은 채 국내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이번에 발병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철에 AI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소규모 농가와 종계 농장 간의 ‘순환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AI 방역체계가 순환 감염 대응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만일 AI가 토착 전염병으로 변이됐다면 100% 살처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은 AI 방역에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AI 바이러스 토착화로 의심될 만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AI가 가금류 가축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처럼 AI가 토착화됐다면 살처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가금류 백신의 제한적 사용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단 단기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이번의 AI 확산을 차단하되, 장기적으로는 관행과 기존의 접근 방식을 벗어난 근본적 해결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美 탄핵열차

미국의 정치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것은 모두 3번이다. 1868년 민주당 출신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하는 관직보유법(Tenure of Office Act)을 위반한 것이 첫 번째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다가 그해 연말 상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기각돼 대통령으로 복귀한 적이 있다.



두 번째는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단이 됐다. 1974년 공화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상원에서 탄핵안 통과가 유력시되자 표결 직전 스스로 하야했다. 세 번째는 백악관 인턴이었던 르윈스키 스캔들이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돼 극적으로 살아났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집권 2기 당시 불법 이민 방조 등으로 야당의 탄핵 위협에 직면한 적이 있다.

미국 전체가 다시 탄핵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미 대선 중 트럼프 선거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꼬리를 물었고 대통령 취임 이후 당시 코미 국장이 이끄는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낙마시킬 정도로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직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당시에도 수사의 칼날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시각이 많았다.

해임당한 코미 전 국장이 최근 청문회장에서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를 부인했고 코미 전 국장을 ‘기밀유출’로 역공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거짓이라면 사건 은폐를 강압한 사법방해죄가 성립한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모두 사법방해죄로 탄핵 소추를 당했다. 사법방해죄란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 또는 수사를 받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 형법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에선 중요한 범죄다.



이런 이유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탄핵 열차에 올라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먹고사는 문제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다. 무혈 시민혁명인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의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2. [매경이코노미][편집장 레터] '안아키' 사태 일으킨 불신과 두려움

최근 ‘안아키’가 화제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이란다. 얼핏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아동학대’란 단어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극단적 자연주의 치료로 알려진 안아키 카페 운영자는 한의사다. 수두백신을 맞히는 대신 수두파티(수두에 걸린 아이와 함께 놀게 함으로써 같이 수두에 걸리게 하는 것)를 통해 자연스레 면역력을 얻자 하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주는 대신 소금물로 씻기고, 햇볕을 쪼이고, 해당 부분을 긁어내어 딱지를 지게 하면 저절로 낫는다는 식의 처방을 내렸다.



카페 회원이 6만명에 달하면서 안아키 방식대로 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도 여럿 나왔고, 설상가상 의학계에서 ‘비과학적인 치료 방식으로 대중을 호도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이 카페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한 후 카페는 폐쇄됐지만, 한의학계는 한의학계대로 이번 사태가 전 한의학계로 불똥이 튈까봐, 양의학계는 양의학계대로 이번 사태로 인해 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왜 요즘 같은 첨단과학의 시대에 ‘안아키’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었을까. 일반인의 의학계의 ‘과잉진료’에 대한 불신과 ‘약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하다. 이 불신과 두려움이 바로 ‘안아키’를 성장시킨 자양분이었을 터다.

물론 ‘안아키’의 세세한 각론은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백신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지난해 말 번역본이 나와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면역에 관하여’는 미국의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면역에 관해 공부하고 사유해낸 결과물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그 근거다. 

백신의 효용은 인정하면서도 백신을 맞히면서 ‘찜찜한’ 느낌을 갖는 부모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전국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부모의 4분의 1이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믿는다고 답변했다. 미켈 보쉬 야콥슨 워싱턴대 교수가 하버드의대 교수 등 세계적인 의학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완성해낸 책 ‘의약에서 독약으로’를 보면 그 찜찜한 느낌이 실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마다 유럽에선 약 20만명이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약물의 과다 사용은 수돗물까지 오염시켜 프로작, 항생제, 항암치료제, 내분비계 교란물질 등이 수돗물에서 다량으로 검출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마나 안일하게 약을 복용하고 있는가. 건강 공포심을 자극하는 예방의학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야콥슨 교수는 소리친다. 

작금의 ‘안아키’ 사태를 현대의학의 성과를 무시하는 ‘무식한(?)’ 부모들의 잠시 잘못된 선택이라 치부하는 대신 왜 이렇게까지 불신의 늪이 깊어졌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답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최근 안면동통으로 관련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의사를 만났는데 턱 근육의 문제 같다며 근육완화제를 처방해줬다. 약 처방전을 내미니 약사는 “이게 향정신성의약품이란 건 알고 있나” 물었다. 처방받은 약은 졸피뎀과 유사한 성분의 신경안정제이고 근육완화는 신경안정제의 부수적인 효능 중 하나일 뿐이며 수면제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부작용은 얕은 수면 상태에 들어 오히려 가수면 상태에서 고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약은 ‘간질 치료제’로 유명한 약품이었다.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의학의 권위를 부정하는 제정신이 아닌 부모’라며 몰아칠 수 있을까. 이번 사태가 의약업계 굳건한 정보의 비대칭성 구도를 깨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 [국민일보][한마당] 기후변화와 스포츠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중반 이후 0.85도 상승했다. IPCC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최대 4.8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지도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행동으로 옮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 자국의 경제 성장이 악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기후변화는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계 스포츠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014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 러시아 소치는 ‘더위’로 애를 먹었다. 기온이 영상 15도를 웃돌아 눈이 녹는 바람에 스키 선수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일부 종목이 원활하게 치러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과거 40년 동안 대관령 지역의 기온이 크게 올랐다. 1980년대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11도였는데 2000년대엔 영하 9.4도로 높아졌다.



평균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하 3.9도로 올랐다. 적설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1970년대 52.2㎝였던 적설량은 2000년대 들어 무려 26.9㎝로 감소했다.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2080년에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도시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에 빠진 인류를 위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를 줄여야 한다”며 “기후변화는 스포츠로 따지면 관람 스포츠가 아니라 참여 스포츠”라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자국 이기주의와 성장논리에 빠진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에 지구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4. [중앙일보][이달의 예술] 예술이 삶에 얼굴을 내밀 때

지난 몇 주간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서울로 7017의 개장에 맞춰 설치됐던 ‘슈즈트리’를 둘러싼 논란 덕이다. 헌 신발 3만여 켤레를 매달아 놓은 작품은 불결함과 악취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인터넷을 달궜다. 예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은 대중의 몰이해를 탓했고, 작품 선정 과정의 적절성과 공공미술의 역할을 따지는 목소리는 세금을 낭비한 “흉물”이라는 격앙된 비난에 묻혔다.



각기 다른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은 없다. 하지만 공공미술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관람 주체인 공동체의 의견과 참여가 중요하다.

성북예술창작터가 진행하는 ‘성북예술동’ 프로젝트는 지역공동체와 예술가의 협업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예술인 조합 아트플러그, 예술마을 동네모임과 함께 ‘살랑대는 예술 군도’(6월 15일까지)를 기획했다. 성북동을 중심으로 미술기관과 문화거점, 예술가 작업실 등 섬처럼 흩어진 예술 공간을 연결하는 전시와 투어 로 구성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발품을 팔면 동네 구석구석이 모두 미술관이다.



성균관대 후문에서 성북동으로 넘어오는 성북로 31길의 무허가 건물은 전시장이 되었다. 건물 밖 아카시아 숲과 연결된 공터에도 작품이 놓였다. 삼계탕을 팔던 ‘성 너머 집’ 터엔 박지인의 ‘아카시아 핑크’가 있다. 스티로폼과 합판으로 만든 가벽에 주변에서 발견한 폐품을 연결해서 ‘핫핑크’로 도색했다.



들풀이 우거졌던 공터는 긴장감 넘치는 공간으로 변했다. 새떼를 쫓기 위해 사용하는 알루미늄 허수아비도 예술이 됐다. 홍장오의 ‘72구역’을 채운 허수아비들은 바람과 빛을 동원해서 마을의 장승처럼 공터를 수호한다. 한양도성길 아래 빈집엔 조각이 놓이고 화장실에도 그림이 걸렸다. 인근 한성대 학생들과 지역작가 최병석의 ‘포스트 스튜디오’ 전시다.

기대하지 않던 장소에서 마주치는 예술은 경이롭다.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며 다가간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도 보물찾기 하듯 호기심에 차 이곳저곳을 탐색한다. 무심코 지나던 공터와 폐가에 들어선 낯선 작품은 익숙한 삶을 예술로 바꾼다.

예술생태계 형성을 위한 노력은 성북구와 예술가, 주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성북예술동’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이웃집 예술가’는 벽화나 간판 제작 등 주민의 예술적·디자인적 필요를 작가와 함께 해결하는 주민 주도형 공공미술을 실천했다. 카페와 꽃집, 경찰서가 예술에 자리를 내주었다. 작가는 동네 모임에서 작업을 설명하고 주민들은 마실 다니듯 예술을 누렸다. 예술과 삶 사이에 교집합이 생길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술에 마음을 연다. 공통분모를 늘리는 데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공공미술이 공동체를 위한 미술로 진화하는 방식이다.



5. [서울경제][만파식적] '헝(Hung) 의회'

영국인들은 1970년대 말을 ‘불만의 겨울(Winterof Discontent)’이라고 부른다. 제임스 캘러헌 총리가 1978년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인플레를 잡기 위해 임금 인상을 5%로 제한했으나 이에 반발한 노조가 총파업으로 대응하면서 사회가 들끓던 암울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숙원이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이 연초 정식 발효됐으나 곧바로 몰아닥친 경제 불황과 사회 불안은 이 시절을 겪은 영국인에게 ‘트라우마’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1974년의 총선 이후 전개된 정치 불안이 지목됐다. 

1974년 총선 후 출현한 것이 ‘헝 의회(HungParliament)’다. 사실상 양당제인 영국에서 어느 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20세기 초인 1929년 한 차례 경험이 있었으나 이미 오래전 일이라 영국 국민들은 초유의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최다 득표를 한 노동당이 연정 형태로 총리를 맡았으나 불과 8개월 만인 10월 조기총선을 실시한다. 결과는 절반을 간신히 넘긴(2석) 노동당의 승리였다. 불만의 겨울 동안 위태위태하게 국정을 운영한 캘러헌 총리는 1980년 총선에서 대패함으로써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에게 총리직을 넘긴다.

다음으로 영국에서 헝 의회가 출현한 것은 2010년. 이번에는 집권 노동당을 보수당이 간신히 이겼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 여기서 3당인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으로 총리가 된 사람이 데이비드 캐머런이다. 캐머런 총리는 첫 임기 동안 헝 의회를 막기 위해 ‘고정임기 의회법’ ‘조기해산권 의회 동의’ 등 관련 법을 개정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과 그는 연임에 성공한다. 그런 캐머런이 지난해 7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패배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후임이 같은 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다.

지난주 실시된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헝 의회의 출현이 불가피한 가운데 메이 총리는 일단 사퇴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추진하는 ‘하드 브렉시트’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에서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있다. 헝 의회 등 소수파 정권과 정치의 불안은 영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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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2일 신문 브리핑 #


"감사의 삶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낙천적이다. 그들은 조그만 일에서도 감사의 조건을 찾는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내각의 장.차관을 추가로 지명함. 아래는 그 내용임

(장관)

-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혁신학교 전도사’로 알려진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68)

- 국방부 장관 :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68)

- 법무부 장관 :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69)

- 고용노동부 장관 :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57)

- 환경부 장관에 김은경 전 청와대 비서관(57)

- 국세청장 :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

(차관)

- 고용노동부 차관 :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특임교수(59)

- 환경부 차관 :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소장(54)

- 국사편찬위원장 :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72)



<< 경제 일반 >>

1.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은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을 돕기 위해 재창업 희망자 120명을 모집한다고 11일 밝힘

- 모집 대상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있는 예비 재창업자와 이전 폐업 때 고의 부도나 횡령, 임금 체불 등을 저지르지 않은 재창업 3년 이내 기업의 대표로서, 시제품 개발과 마케팅비 등 사업화 자금도 최대 1억원(평균 3500만원)까지 지원함


2.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50%를 넘을 전망임

- 이에 힘입어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거의 9년 만에 정보기술(IT)업계 맞수인 애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


3. 현대모비스는 충남 서산 바이오웰빙특구 내 112만㎡(약 34만평) 부지에 서산주행시험장을 준공했다고 11일 발표함

- 총투자비는 약 3000억원으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특화된 첨단주행로 등 14개 시험로와 4개 시험동을 갖춘 첫 자체 주행시험장임



<< 금융/부동산 >>

1.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자금 이동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음

- 연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며, 이와 관련,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집계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일주일 전 92.3%에서 10일 99.6%까지 치솟았음


2.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지역별 온도차가 커지고 있음

- 서울, 세종 등 일부 인기지역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반면 지방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임



<< 국제 >>

1. 텐센트의 소셜미디어 위챗이 중국에서 ‘슈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11일 보도함

- 차이신에 따르면 위챗의 활동사용자 수는 지난 3월 말 9억380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3% 급증했으며, 이는 세계 소셜미디어 중 미국의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임


2. 영국 집권 보수당 원로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를 6개월 안에 교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영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함

- 보수당은 지난주 총선에서 12석을 잃어 650석 중 318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으며,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메이 총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임


3. 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가 오는 10월 1일 스페인에서 분리독립하는 것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함

- 중앙정부는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헌법 위반이라며 불허 입장을 내놨으며, 앞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했다가 좌절했던 카탈루냐 주정부가 재차 주민투표를 선언한 것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점차 고조될 전망임


4. 프랑스 총선 1차 투표가 11일 열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둘 전망임

-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날 현지 여론조사들을 인용해 앙마르슈가 전체 577석 중 최대 425석을 차지할 수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책들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평가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창업진흥원

- 창업진흥원은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창업을 촉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2008.12.24.에 설립 되었음.

주요 역할로는  기업가정신 함양 및 창업교육, 유망한 예비창업자의 발굴·창업 촉진, 창업자의 우수한 아이디어 사업화, 창업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지원, 국내외 창업진흥 우수사례 조사·연구 및 전파,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진흥을 위한 기획·조사·연구·정책개발 등이 있음.

-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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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경향신문]

1. 새 정부 3주 만에 협치 거부한 한국당, 아직 정신 못 차렸나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여권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봐야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설명회의 장이 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매주 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비쳤다. 취임 인사차 오겠다는 이 총리의 방문도 거절했다. 여야 협치가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제1야당의 거부로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어제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 거부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 원내대표는 기초 자료 제출 거부로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음에도 이 총리에 대한 인준을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다 동의안 처리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3분의 2는 이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하다.

여야 협치는 시대적 요청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가 아니고서는 당면한 국가적 위기와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는 한국당도 동의하고 있는 바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지켜본 시민들은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갈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대여 공세,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가 90% 가까이 되는데도 잘한 게 하나도 없다는 투다. 이렇게 묻지마 비판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에 지지를 보낼 이성적 시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인수위를 구성할 틈도 없이 국정운영을 맡았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당이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그에 대해 자성·자숙하는 게 옳다. 그리고 정부·여당을 향해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며 민생을 챙기는 새 정치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시민적 기대는 외면한 채 총리 인준 처리 방식을 꼬투리 잡아 협치를 거부하는 것은 한 세대 전의 낡은 수법을 쓰는 못난 야당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은 한국당이 집권할 때도 그와 다르지 않았음을 잊지 않고 있다. 정부 발목만 잡아도 야당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즉각 태도를 바꿔야 한다.



2. 일자리 100일 계획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어제 ‘일자리 100일 계획’을 내놨다. 경제·사회·행정 시스템을 일자리 만들기에 적합한 체질로 전환,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소득주도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계획을 재확인하고, 공공 및 민간 부문 일자리 지원방안, 근로시간 단축 특별조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등 13대 과제도 내놨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고 11조원 안팎의 추경 준비에 이어 100일 계획안의 개요가 나온 것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험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울한 고용상황에 절망하는 청년층, 언제 내쳐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중년층, 은퇴 후에도 일해야 하는 노년층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은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것이다. 일자리 부족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난제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정부 당시 부처별로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됐던 일자리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정리한 것은 진일보한 대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부터 일자리를 늘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민간부문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발상도 선택할 만한 가치이다.

다만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라는 지적도 유념할 필요는 있다. 위원회도 이를 의식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자리 창출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재계 간의 불협화음도 볼썽사납다.



무엇보다 “사회 각계의 정규직 요구로 기업들이 힘든 지경”이니 “비정규직 과다 고용 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경영에 부담을 줄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재계의 접근법은 실망스럽다. 이는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음에도 분배에 소극적이었다는 시민들의 냉엄한 시각을 도외시한 대응이다. 기업이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창출해야 하는 시대이다. 

정부도 기업과의 대립 구도를 고착화해서는 안된다. 일자리를 늘리고, 질을 높이는 작업은 재계와 노동계, 정부가 소통을 통해 조율을 거듭해야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사안이다.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진전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서울경제]

3. 4년 전 폐기된 선박금융공사 신설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2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 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설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과거 수차례 검토됐던 선박금융공사의 확장판이다. 선박금융에 그치지 않고 해양산업 전반에 걸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국책금융기관인 셈이다. 선박 전문 국책은행 설립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필요성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대형선박 한 척 건조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선박금융에 특화한 국책은행이 있어야 해운과 조선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럼에도 공사 설립이 번번이 무산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금지보조금 시비에 휩쓸릴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4년 전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임에도 결국 무역분쟁 소지 때문에 없던 일로 해버렸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100% 지원하는 공사를 세우면 WTO보조금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조선 등 특정산업에 국한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마당에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양산업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선박에 자금 지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신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사안이다. 금융공기업처럼 수조원의 혈세 투입이 뒤따른다면 더욱 그렇다. 한번 만들면 기능이 다해도 좀처럼 없애기 어렵고 기존 국책금융기관과 업무중복 가능성도 있다. 설령 신설 공사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다 해도 국책은행의 비효율성을 본다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부실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무능이 다시 한번 드러났지 않았는가. 설립 명분만 대자면 못 만들 공공기관이 없다. 해양산업의 논리만 보지 말고 통상분쟁과 금융경쟁력·산업형평성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4. 지구온난화 대처에 찬물 끼얹는 美 파리 협정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기간 이미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해 예상된 일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위를 다투는 미국이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각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어서 충격이 크다.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 감소와 가뭄, 홍수 등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교토의정서에 이어 일궈낸 결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적어도 2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핵심이다. 오랜 논의 끝에 195개국이 2015년 서명해 지난해 발효된 이 협정에서 각국은 21세기 후반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율적으로 배출량 감축 계획을 세워 공표하고 이 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해 수정ㆍ이행해야 한다.

파리협정이 교토의정서에서 진일보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시킨 점이다. 이런 결실의 상당 부분은 지금 트럼프 정부처럼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던 부시 정부와 선을 긋고 온난화 대처에 적극 나섰던 오바마 정부의 리더십 덕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고 한 오바마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중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을 끌어냈다.

다행히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경을 우려한 유럽연합(EU)과 중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하고 화석연료 사용 감축 내용을 담은 새로운 선언문에 합의할 것이라고 한다. 파리협정이 “되돌릴 수 없는 약속”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여러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있는 EU는 중국에 자금을 지원해 올해 안에 자체 탄소배출권거래체제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전기차 상용화와 에너지소비효율 표시제 도입, 녹색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 분야 협력과 재생에너지 성장 촉진, 전력망 상호 연결 등을 위해 협력하고, 파리협정이 유지되도록 빈곤국도 지원키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향후 개도국들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핑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낮추는 등 기후변화 대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당장 미국의 탈퇴를 어찌할 수는 없지만 향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미국을 향해 반온난화 정책을 재고해주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협정 기조에서 이탈하는 개도국이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놓치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한겨레]

5. 공무원 증원, '공공서비스 확충'이 핵심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 취임 뒤 100일 안에 국정 시스템과 재정·세제 등 각종 정책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정부 조처만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다음주에 일자리 창출 사업에 예산을 집중 배정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어 반갑다. 하지만 그 가운데 공무원 증원은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기보다 ‘공공서비스 확충’을 목표로 삼고 신중하게 추진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무원 증원 17만4천명 등 모두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임기 중에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81만개란 숫자는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3%포인트 높인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3%포인트가 81만개라는 근거도 부실하거니와, 왜 3%포인트를 올리자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일자리 창출이란 화두는 놓치지 않되, 숫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을 1만2천명 증원한다. 소방직, 경찰, 사회복지, 부사관을 1500명씩 추가 선발하고, 생활안전 분야와 교사를 3천명씩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증원 목표 17만4천명의 10%에도 미치지 않으니 실행에 옮겨도 잘못될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사나 소방관 등은 정원도 못 채우고 있어 증원이 시급한 형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공약한 목표 숫자를 맞추려고만 한다면, 급하지 않은 공공서비스 확충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공무원을 증원하려면 어떤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더 확충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재정 소요는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설득력 있는 중기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공공부문의 고용 조건은 민간부문에 견줘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공기업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인재가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가는 동안 공공부문에 대한 보상 확대를 억제하여, 민간부문과 보상 차이를 좁혀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연합뉴스]

6. '평화로운 한반도' 비전 제시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겠다"고 1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제12회 제주포럼 개막식 영상축사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는 꿈이 아니다"라면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구상, 담대한 실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외국 역할론에 기대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대한민국이 주도해 나가겠다"면서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앞장서서 열어 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담대한' 구상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급반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대북 제재에 주력했다면 새 정부의 정책 기조는 대화와 협력으로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축사 발언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대북정책 비전인 것 같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선회로 남북 관계의 해빙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새 정부는 이미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허용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의 방북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통일부는 이날 남측위의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이 단체는 팩스로 6.15 공동행사 일정과 장소 등을 북측과 협의한 뒤 정부에 방북 신청을 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행사의 목적, 내용, 장소, 형식, 참여 인물 등 여러 변수가 있다"면서 남측위의 신청서를 보기 전에 승인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방북 신청에 대해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브리핑에서다. 남측위의 방북 신청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설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원칙론보다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부분의 확장성에 눈길이 간다. 남측위가 정부 승인을 받아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얼어붙었던 남북 대화의 봇물이 터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제주포럼 축사에서 어찌 보면 꿈 같은 한반도의 미래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 경제가 꽃피우게 할 것"이라면서 "남북 경제공동체가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남북 관계에 대해 이렇게 가슴 벅찬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꿈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꿈은 공허하다. 당장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에는 새 정부 출범 후 매주 한 번씩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북한이 버티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도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지금의 분위기로 가면 머지않은 장래에 직면할 수도 있는 현실의 높은 장벽이다.



북한과 접촉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국민과 국제사회의 관계 개선 기대감을 먼저 높여야 한다. 급한 마음을 누르며 속도를 조절하고 주변 여건도 숙성시켜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단호함은 조급함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조급한 마음이다.



[조선일보]

7. 석연치 않은 청와대 수석 내정 취소

청와대가 안현호 전 차관의 일자리 수석비서관 내정을 취소했다. 일자리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던 일자리 문제를 전담하기 위해 청와대에 신설된 자리다. 안 전 차관은 내정 상태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만두게 됐다. 수석급에서 이런 일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안 전 차관에 대해서는 그간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1차관,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지낸 그가 친(親)기업 인사라는 게 이유였다. 한국노총은 지난 26일 문 대통령에게 인사 재고(再考)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국노총은 소속 인사들이 현재 인수위 기능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에 참여하는 등 새 정부와 밀착돼 있다. 이번 내정 취소가 노동계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지적이 부담이 된 때문인지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1일 "(노동계 반발 때문이) 전혀 아니고 검증에서 문제가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제가 있으면 인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검증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혀버리면 당사자 명예는 무엇이 되는가. 이런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청와대가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취소 사유는 밝히지 않는 것이 자신들이 발탁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청와대는 이날까지 침묵하고 있다.

안 전 차관의 의혹에 대해 아직 어떤 보도도 나온 것이 없다. 청와대의 내정 취소가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검증에 걸렸다'는 것이 내정 취소 사유의 전부이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론 노동계 반발 때문에 취소하면서 검증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것이라면 심각한 인권 침해다.



[서울신문]

8. '사드 보고 누락' 아직도 밝혀야 할 것 많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보고 누락과 관련, 청와대가 어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 보고 누락’으로 결론지었다.



국방부가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최초 보고서에 들어 있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했고, 26일 4기 추가 반입을 묻는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의 질문에 한 장관이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동문서답을 하는 등 명확한 사실 보고를 외면한 채 은폐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사실상 은폐로 결론을 내린 만큼 이번 일이 단순 조사로 끝나지 않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전반전인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은폐 축소’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 전 실장과 한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사드 관련 외교안보 라인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한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 한 장관의 뉘앙스의 차이라느니, 1개 포대가 6기 발사대로 이뤄진 만큼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은 다 아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언은 무례하기 짝이 없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사드의 ‘사’ 자만 나와도 우리 내부적으로는 국론이 갈리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 이익을 지키려고 눈이 벌건 상태다. 하극상이자 국기문란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고의 보고 누락 경위는 철저히 밝혀져야 하며,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면 핵심은 ‘누가’ ‘왜’ 그랬느냐 하는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도 여럿이고, 각종 의혹이 산처럼 쌓여 가고 있는 만큼 신속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질질 끌 경우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걸림돌이 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광고하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외과수술하듯 환부만 확실하게 도려내야 하며, 관련국들의 우려 또한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더 빈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진상조사는 국내 문제이지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한·미 동맹을 깨지 않을 거라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양국이 합의한 기존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국론을 하나로 모으려면 절차적 정당성 확보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문제는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정 안보실장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이 균형 및 실리외교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매일경제]

9. 쿠팡·SK브로드밴드에서 드러난 정규직 전환의 숨겨진 딜레마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어제 '일자리 100일 계획'을 내놓았다. 요지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모아진다. 정규직화와 관련해 비정규직 과다고용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도입과 정규직 전환 시 세제지원 등 당근과 채찍 정책이 모두 담겨 있다. 지난해 근로자의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규직화는 일자리 정책에서 소홀할 수 없는 사안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최근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밝힌 SK브로드밴드와 '쿠팡맨'으로 알려진 배달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던 쿠팡이 직면한 딜레마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21일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 설치 관련 위탁업무를 맡고 있는 103개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새 정부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인 협력업체 직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협력업체 대표는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빼가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어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행위 신고까지 했다.

쿠팡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쿠팡은 배달기사를 정규직화하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6개월마다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쿠팡의 실험은 모범적 고용 사례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전·현직 쿠팡맨들은 지난 3월 말 평가제도가 바뀔 때 부당하게 임금이 삭감됐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청와대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두 사례는 산업 현장에서 정규직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업종과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정규직화를 추진하다가는 갈등과 혼란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잡음과 부작용을 줄이려면 충분한 노사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필수적이다. 정부가 조급하게 일자리 정책을 밀어붙이지 말고 개별 기업 입장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10. 정부와 경제단체, 갈등에 앞서 머리부터 맞대야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J노믹스)에 대해 정부와 경제단체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표면화된 것은 경영자총연합회 김영배 부회장이 최근 경총 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지적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를 비판으로 받아들인 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로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즉각 반박했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압박으로 느낄 때는 느껴야 한다”며 대립각의 수위를 높였다.

문제는 정부의 강경한 반응으로 인해 정부와 재계 사이에 건설적 대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활성화 문제는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현실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재계가 분위기에 눌려 침묵해서는 노사정 대화가 진전되기 어렵다. 어제는 문재인 정부의 30개 경제 정책에 대해 재계의 고충을 밝히고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공개됐지만 경제단체는 “공식 문서가 아니다”면서 꼬리를 내렸다. 앞서 경총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자를 배포할 계획을 철회했다.

그 사이 일자리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화했던 쿠팡은 전·현직 직원 75명이 부당해고를 이유로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쿠팡은 거액의 적자에 따른 회사 내부의 노사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과 맞물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설치기사의 정규직화에 나섰으나 100여 협력업체가 “사업체를 잃게 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같이 일자리는 드라이브만 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침 일자리위원회는 어제 청년구직수당 신설, 시급 1만원 인상,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신산업 규제를 확 걷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재계도 의견이 있으면 떳떳이 건의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 도출되고 기업과 근로자의 상생도 가능할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국민일보][색과 삶] 홍채

‘눈은 마음의 창’이다. 외부로 돌출된 뇌의 일부가 눈이다. 그래서 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 여러 노랫말에서 보듯이 연인의 눈동자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마음이 눈동자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포유동물에 비해 클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눈동자를 보고 심리를 알아차리기도 한다. 눈을 마주 보는 행동은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방식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서클렌즈 착용이 유행하는 것도 크고 아름다운 색깔의 눈동자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의 결과물이다. 

사람의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은 멜라닌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민족은 자외선 보호막인 멜라닌 색소로 인해 어두운 피부색을 띈다. 이러한 색소의 양과 분포에 따라 눈동자의 색깔 역시 다양하게 나타난다.

세계인의 절반은 갈색 눈동자이고 유전적으로 열성인 파랑 눈동자가 그 다음으로 흔한 편이다. 북유럽 민족에 보이는 초록과 회색 눈동자는 색소가 부족한 경우에 해당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노랑 눈동자와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서양인도 있다. 극단적으로 색소 결핍이 생기면 토끼 눈처럼 혈관이 노출되어 빨간 눈동자가 된다. 이러한 눈동자 색깔은 여러 가지 유전인자가 결정한다.

1980년대에 미국의 안과의사가 홍채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후로 지문, 얼굴, 혈관, 홍채를 이용한 생체인식 기술이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기 때 형성된 홍채 패턴은 평생 변하지 않고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여 보안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상용화한 스마트폰이 삼성 갤럭시S8이다. 

스마트폰에는 사생활 정보가 가득 담겨 있어 보안기능의 장착은 필수 요건이 되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홍채 인식으로 금융 결제가 가능한 갤럭시S8이 독일 해커들에 의해 보안이 뚫렸다고 하니 허점을 파고드는 기술 또한 흥미롭다.



2. [서울신문][열린 세상] 네안데르탈인에서 인공지능의 시대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의 등장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문명의 종말이다. 인더스, 마야, 잉카 등 수천년 전에 고도의 문명이 발달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예가 비일비재하다. 인더스 문명의 경우 과거에는 초원에서 밀려온 아리안족의 침략으로 몰살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갑작스런 물길의 변화로 교역로가 끊기면서 인더스 문명의 사람들이 거대한 문명을 버리고 숲으로 살길을 찾아 사라졌기 때문이다. 20만년 전 번성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은 지나치게 추운 환경에 적응했던 그들의 특성에 있다고 한다. 추운 환경에 최적화된 네안데르탈인의 진화가 정작 온난해진 기후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돼 현생 인류와의 생존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아마 후대의 역사가들은 지금을 커다란 문명의 전환기로 기록할 것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브렉시트와 알파고의 쇼크로부터 시작해 한국 대통령의 탄핵과 미국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그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은 다시 부상하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미국 중심의 세계 판도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등 엄청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활에는 제4차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사람만큼 능청맞게 번역하는 구글 번역기를 쓰다 보면 문득 수십년간 힘들게 익혀 온 외국어 지식이 곧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전환기의 생존 전략은 결국 정보의 다양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한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따른 변혁을 겪어 왔다. 그리고 그 시기에 지나치게 이전의 사회나 문화에 머물러 획일화된 시스템을 유지하면 네안데르탈인처럼 낙오될 수 있다. 지난 60여년간 한국 사회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중심에 두고 형성됐고,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판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보다 일본에 더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유라시아를 대표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세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둔감하다.

변혁기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고, 그것은 바로 다양한 정보력에서 나온다. 100여년 전 시베리아의 수도였던 톰스크는 철도가 등장할 때 말과 마부의 기득권을 생각해 철도를 반대했고,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서 변방 도시로 전락하게 됐다. 한국의 경우 기성 세대들은 고도성장의 기억을 어제처럼 하고 있다. 그 기억은 소중하지만, 그사이에 바뀌어 버린 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화기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굳이 이동을 하지 않아도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영상매체의 발달로 세계 각국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관광 수요는 매년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편리함은 증가해도 인간의 본성을 바꾸고 대체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구글 시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과 감성이다. 변혁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미신이나 허황한 사실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한다. 요즘 유독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르고, 허황하고 부풀려진 고대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네안데르탈인에서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역사의 변혁이 있었다.

그사이를 돌아보면 허황한 미신이나 과거의 영화에 집착하며 주변 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외면한 집단이 살아남은 적이 없다. 이만큼 분명한 미래에 대한 예언이 있을까.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세계의 어느 나라도 경험하기 어려운 변혁을 거치고, 또 그 과정에 서 있다. 변화의 시대일수록 우리의 삶을 지켜 내는 것은 결국 다양한 변화에 대한 유연성, 그리고 인간성의 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미래에 대한 필요한 답변은 바로 고대 문명의 멸망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



3. [세계일보][김용희의 음식문화여행] 한 그릇의 허기를 위하여

밥은 한국인이 만나는 최초의 욕망이다. 태어나서 숟가락을 쥐고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앞에 밥그릇이 놓여 있다. 인생이란 결국 제 스스로 밥을 떠먹는 일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스스로 허기를 달래고, 또 달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의 욕망이란 곧 밥의 욕망인 것이다. 요즘이야 밥이 그야말로 ‘찬밥’ 신세지만 과거 얼마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천지간에 백년가약을 맺고 헤어진 야속한 이도령 때문에 춘향 모는 오늘도 정화수 한 동이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린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무남독녀 외딸 춘향이 죽게 생겼다. 그런데 웬걸, 걸인 중에 상걸인이 다 되어 백년지객 사위 이몽룡이 나타난 것이다. 춘향 모는 기가 막힌다. “쏘아논 화살이요 엎지른 물이 되어 수원수구하겠나마는, 내 딸 춘향을 대체 어찌 할라는가.” 춘향 모는 홧김에 이도령의 코를 물어 떼려 하는데, 어사 짐짓 춘향 모 거동을 보려고 한마디한다.



“시장하여 나 죽겠네, 나 밥 한술만 주소.” 향단이는 춘향 모에게 아가씨를 봐서도 괄시하면 안 된다며 부엌으로 냉큼 달려간다. 먹던 밥에 풋고추, 절인 김치, 양념을 넣고 단간장에 냉수를 가득 떠서 소반에 받쳐 들고 온다. 어사또 반겨하며 “밥아, 너 본 지 오래다” 한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춘향 모는 빈정대고 향단은 흐느끼지만 능청을 떨며 먹는 이도령이 독자는 유쾌하기만 하다.



다문화가정에 한국음식을 소개할 때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를 먼저 맛보게 한단다. 밥, 김치, 장이다. 그중에서 밥이 최고다. 뭐니 뭐니 해도 밥맛이 제일이고, 뭘 먹어도 밥만 한 보약이 없다. 지금이야 혼족들이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고 살지만, 사실 밥짓기에는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쌀을 양푼에 담아 씻을라치면 보얗게 쌀물이 흘러나온다. 씻은 첫 물을 재빨리 버리고, 두 번 세 번 씻은 후 쌀을 불린다. 20∼30분 불린 후 체에 받쳐둔다. 손등으로 물의 양을 잰 후 솥에 쌀을 안친다. 요즘에는 계량컵으로 물 양을 재기도 하지만 손등으로 하는 게 언제나 딱이다. 그렇게 하여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슬고슬한 고봉밥 한 그릇이 지어진다. 밥을 먹기 위해 첫술을 뜨는 그 순간은 우주인이 달에 첫발을 내려놓는 순간처럼 위대한 역사의 시작이다. 수고한 인생에 주는 따뜻한 위안이다.

하지만 요즘은 밥 먹는 일이 다 심드렁하기만 하다. 편의점 도시락 밥에다 혼자서 먹어치우는 햇반에다…. 시간 도둑은 어느새 밥 한 그릇 먹을 시간마저도 훔쳐가 버렸다. 제 몸에 고봉밥 한 그릇 바칠 봉양의 마음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밥을 짓는 정성은 사라졌다. 밥은 빵으로 대체되고, 시리얼로 대체됐다. 혹은 한 컵의 우유나 주스로. 해서 정성껏 지어진 밥 한 그릇을 받고 보면 모진 삶을 산 사람은 한결같이 엄마를 생각하며 울먹일 수밖에 없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비겁해지고 한 그릇의 밥을 위해 한 줄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한 그릇의 밥 위해 친구의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기도 해야 한다. 한 그릇의 위로를 위해 한 그릇의 고결함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외친다.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밥 먹고 합시다.”



4. [서울신문][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법제개혁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세계 각국은 관련 핵심기술을 선점하는 등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정보기술(IT)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4차 산업혁명을 대선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대폭의 규제개혁을 약속하였고,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맞이하려면 정부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 개입이 아닌 촉진과 지원을, 지시가 아닌 자율과 협조를 근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법제도를 개혁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규제개혁과 법제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규제개혁과 법제개혁의 성공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네거티브 규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네거티브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단순히 규제방식만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이에 앞서 규제에 대한 재평가와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허가할 수 있다고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규정하던 것을 법령에 열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허가해 주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열거된 허가항목에 ‘법령의 목적에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요건이 들어가게 되면 실제 현장에서 집행할 땐 종전의 포지티브 방식과 차이가 없게 된다.

둘째 ‘규제를 정교화’해야 한다. 선진국에도 규제는 존재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우리보다 더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도 많다.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강한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과 비합리성인 경우가 많다. 규제의 정교화를 통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예측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IT 기술이 융합된 친환경 전기자동차나 세그웨이, 전동킥보드 등을 자전거도로나 공원 또는 인도에서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호주 퀸즐랜드의 경우와 같이 속도제한을 통해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 일정한 지역에서 탈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규제의 정교화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법을 통한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고 기술발전 속도도 빨라진다.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에 대해 입법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업체의 자율규제에 우선 맡겨두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사업이 기존 규제와 충돌하면 규제를 일시 정지하고 모래밭처럼 뛰어놀 수 있게 한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 하다.

마지막으로 ‘착한 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규제를 철폐할 것이 아니라 근로환경 보장, 안전 확보,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을 위해 착한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은 과거 정부도 늘 주장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규제기관의 양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권한과 조직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양보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양보는 생존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 지난 몇 달간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작은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 정부에서는 구호가 아닌 진정한 규제개혁과 법제개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5. [한겨레][최재봉의 문학으로] 하루키이즘 또는 하루키 문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다음달 초 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20억원으로까지 추정된다는 선인세를 두고 뒷말도 나왔지만, 출판사도 이윤을 좇는 기업인 만큼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평이 제 역할을 하는지 여부는 따로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지난주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나온 두 원로 문인의 발언은 하루키 문학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하루키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골 빈 대학생들이 하루키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으며, 소설가 현기영도 “하루키의 소설은 문학이라기보다는 소비향락 문화의 아이콘”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들이 전해진 뒤 에스엔에스에서는 두 원로를 비난하고 나아가 한국 문학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요지는 이들이 낡은 문학관을 고수하면서 하루키로 대표되는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문학에 대한 한국 문학의 열등감과 원한의 표출이라는 비아냥에다 ‘한국 문학이 망한 이유를 알겠다’는 식의 극언까지 나왔다.

에스엔에스 사용자가 하루키 독자층과 겹친다고는 해도 거의 일방적인 에스엔에스 여론을 보면서는 마음이 불편했다. 마치 하루키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것은 쿨하고 세련된 태도인 반면 그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것은 촌스러운 노릇이라는 분위기였던 것.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이 자유인 만큼 그를(정확히는 그의 소설을) 싫어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비판이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골 빈 대학생”이라는 식의 ‘막말’이 아쉽기는 하지만, 하루키 문학에 대한 유종호의 비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2011년에 낸 책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에서도 그는 “(하루키 문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학의 이상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하급 문학”이라고 주장했다. 조정래와 김원우 같은 작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하루키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루키를 싫어하는 게 한국의 원로 문인들만도 아니다. 역시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일본의 40대 작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의 책을 읽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히라노와 하루키의 중간 세대인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도 과거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하루키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파울루 코엘류나 스티븐 킹도 그 상을 받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하루키 소설에서 보이는 생활 부재와 역사의식 빈곤, 왜곡된 여성상 등에 대한 비판은 단골 레퍼토리다.

올해 초 나란히 번역 출간된 일본 비평가들의 책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렵다>와 <문단 아이돌론>은 각각 하루키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담았다. 이 중 <문단 아이돌론>의 지은이 사이토 미나코는 하루키 소설이 컴퓨터 게임을 닮았으며 “독자의 참여를 부추기는 인터랙티브 텍스트”로서 “퍼즐이나 게임을 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작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주인공의 여자 동창 시로와 구로가 각각 흰색과 검정을 뜻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작품을 일본군 위안부(=검정 치마 흰 저고리) 문제에 대한 알레고리적 비판으로 평가하는 식의 ‘과잉 해석’은 <문단 아이돌론>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출세작 <노르웨이의 숲>의 아류일 뿐 뚜렷한 색채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색채가 없는…> 이후 장편으로는 4년 만인 <기사단장 죽이기>를 둘러싸고는 또 어떤 소동과 ‘해석’이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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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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