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며 거듭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의지를 다졌다.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도 설치됐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벤처창업 열풍을 일으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가 성장동력 회복과 일자리 확대라는 점에서 창업 활성화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척박한 창업 환경을 감안할 때 성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영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창업기회 인식’ 조사에서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다.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창업 역량, 창업 교육 접근성 등 창업에 필요한 여러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상위권에 오른 게 없다. 창업을 위한 인프라 여건이 걸음마 수준이라는 얘기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유독 7위로 상위에 자리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역대 정부도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단골 메뉴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수조원의 벤처펀드 조성, 지속성장 지원 시스템 강화 등의 지원정책이 무색하게 만족스러운 결실을 얻지는 못했다. 규제가 많은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창업을 밀어붙인 탓이다. 정책 방향도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단기 성과 중심으로 치우쳤다. 정치권은 규제 입법 강화로 발목을 잡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이 몇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는 장기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새로 창업한 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고용을 늘리도록 하려면 업종·세대별 맞춤형 정책, 시장 조성, 원활한 자금 지원 등으로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고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창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임기 내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다간 자칫 부작용을 낳을 소지도 없지 않다. 날마다 숫자를 점검하면서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노컷뉴스]
2. 강경화 귀국, '北지원은 인류보편 가치, 도발은 추가 제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날 오전 4시쯤 대한항공 KE086편을 타고 한국에 도착한 강 후보자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의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추가 도발이 있으면 보다 강력한 제재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에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정상외교 차원에서 다뤄질 때 관찰하고 많은 것을 배운 바가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 뿐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로 유엔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고 대통령 통역을 3년 맡았는데 그때도 북핵 문제가 큰 이슈였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는 자녀 이중국적 및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청문회 때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강 후보자는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나흘만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는 이날 오후쯤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 사무소에 출근해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이후 외교부는 인사 청문요청서를 준비해왔으며 청문요청서는 강 후보자의 최종 확인을 받은 뒤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국회는 청문 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강 후보자가 이같은 청문 절차를 거쳐 외교부장관에 정식 임명되면 70년 외교부 역사의 첫 여성 외교부장관이 된다.
[서울신문]
3. 구태 벗고 정책 검증 본령 지켜야 할 인사 청문회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시작돼 오늘까지 열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4당은 어제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총리로서의 자질, 능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정권 교체에 따라 여야가 9년 만에 ‘공격·수비’가 바뀌어 여당 측은 야당 측의 공세를 막는 데 주력했다. 익히 봐 온 광경이지만 비교적 순조로웠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대표해 고위 공직자가 갖춰야 할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 등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법적 절차로 2000년 도입됐다. 이번 청문회는 여느 총리 후보자 때와 확연히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시험대나 다름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에 따른 국정 공백을 서둘러 해소하는 동시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임기에 들어간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국무위원의 제청권 행사를 통한 내각 구성과 국정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다.
이 후보자는 역사관, 안보관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보수층 일각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건국절 주장’과 관련해 “법률적으로나 헌법적으로나 ‘건국절’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5·16은 군사정변, 유신헌법은 헌정질서 위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 수괴라는 등 역사적 사건을 평가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5·16 질문에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던 것과는 판이하다.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의 대외적 존재의 가장 핵심적인 기둥”, 북한은 “군사적으로 주요한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야당은 야당답게 철저한 검증에 나섰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아들 병역회피, 세금탈루 등이 역시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사안에 따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했다. 과거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몹시 처참하다. 후회한다”고 사과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의혹이 드러나지 않아 몰아붙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여당은 이 후보자에게 가능한 한 정책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견해를 두둔했다. 구태라면 구태다. 그러나 꼬투리를 잡는 인신공격이나 흠집 내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인사청문회의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공격적인 질의를 한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일부 국민의 ‘문자폭탄’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엄정하게 따질 건 따지되 정파적 이해에 집착해 정쟁으로 몰고 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생산적 검증과 진행이 필요하다. 중대한 위법 행위나 도덕적 흠결 등 큰 변수가 없다면 절차대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 표결에 나서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인 까닭에서다. 여야의 대승적인 협치가 따로 없다. 국민이 바라는 바다.
4.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반값 임대료' 실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라면 우리나라 소비문화의 진원지와 같은 곳이다. 한때는 앞서가는 감각을 갖춘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몰려들어 이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소비문화를 즐겼다.
자연발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성공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비슷한 개념의 소비문화 거리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명성이 높아지면서 점포 임대료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는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기존 상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뿐만 아니라 임대료가 오르면 거리도 더욱 번성할 것이라는 건물주들의 기대도 곧 착각임이 드러났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 아침 서울신문에는 압구정동 건물주들이 ‘로데오거리 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대료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실렸다. 한때 화려했던 거리의 상권이 침체한 것은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건물주들은 강남구의 주선으로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하면서 기존 임대료는 낮추고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는 ‘착한 임대료’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반값 임대료’를 목표로 했다지만 1층 전체 임대료를 한 달 18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반값도 안 되게 낮춘 건물주도 있었다고 한다. 임대료를 크게 낮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 유명 셰프의 맛집과 유명 패션 매장, 젊은이 감각의 클럽 라운지바 등이 새로 입점했다고 강남구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빈 점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임대료 폭등의 그늘이 그만큼 짙었기 때문일 것이다.
발상의 전환은 압구정동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홍대 앞은 과거 대표적 젊음의 거리였던 신촌의 임대료 폭등에 따른 대안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신촌의 상권 침체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도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역시 다르지 않아 오늘도 ‘임대료 인하하여 골목상권 활성화하자’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을 지경이다.
압구정동이나 신촌, 관철동에 그칠 리 없다. 서울에 머물지 않는 전국의 모든 문화의 거리에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압구정동의 사례가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공생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5.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 70년대 풍경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선 공약대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상황판에는 일자리 관련 지표 18개를 담았다. 상황판 앞에서 문 대통령은 "아직은 구체적 부분이 들어있지 않은데 재벌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추이가 드러나게끔 하며 공공 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이 많은 분야는 비정규직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도 월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상황판부터 붙인다니 1970년대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붙어 있던 수많은 상황판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상황판 들여다보면서 숫자를 세고 있으면 공무원들은 그 숫자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엔 커다란 정치적 압박이 된다. 정책 왜곡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고용 문제의 근본 해결에 해(害)가 될 수 있다.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해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새 정부와 비슷한 방향의 공공 일자리 늘리기를 먼저 시행했던 프랑스는 일자리 창출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뒤늦게 노동 개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하는 그 무렵, 프랑스의 새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3대 노조 단체 대표를 비롯해 8개 경제 단체 대표를 일일이 만나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8시간 넘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나라의 해법은 다 비슷하다. 신(新)기술을 활용한 신(新)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게 규제를 풀고, 경제 여건 변화에 맞게 인력이 유연하게 공급되는 노동시장을 갖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미국에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3분의 2가 IT 하이테크 분야 벤처기업에서 생겨난다.
중국도 창업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포하고 총리 주도하에 서류 한 장으로 창업할 수 있게 규제와 행정을 쇄신해왔다. 그 덕에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어 작년에 하루 평균 1만5000개꼴로 기업이 생겨났다. 일본 아베 총리는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지급되도록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공존하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해왔다. 20년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에서 우리같은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는 거의 깨졌다.
우리는 거꾸로 간다. 성과에 따라 연봉 주는 게 당연한 글로벌 금융기관조차 한국에서만은 노조 반대로 연봉제를 도입 못 했다. 이런 나라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겨우 개혁의 첫걸음을 뗀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마저 새 정부는 없던 일로 되돌리고 있다. 노동 개혁과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노조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나라에 필요하지만 표를 가진 다수와 목소리 큰 세력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되면 가는 길은 뻔하다.
최근 방한한 앤 크루거 전 IMF 수석부총재는 "일자리 확대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노동 개혁 같은 정책적인 측면에 힘을 기울이라"고 했다. 어려운 이론도 아니고 상식이다. 상식과 거꾸로 가는 사회는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동아일보]
6. "비메모리 키워 4차산업혁명 대비" …파운드리 分社 속도전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자회사로 분리시킨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과 별도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7월 1일자로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파운드리 사업은 별도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것을 말한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대표는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다. 현재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 소속 직원은 생산직과 일반 사무직을 합쳐 1000여 명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는 우선 200mm 웨이퍼를 사용하는 청주 M8공장을 초기 자산으로 편입한다. M8공장의 생산 규모는 월 8만∼10만 장이다. 주력 생산품은 CIS(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이 되겠지만 추후 제품 종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시키기로 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00억 원으로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액 17조1980억 원의 1%에도 못 미쳤다.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번번이 ‘투자 후순위→고부가 미세공정 확보 지연→매출 감소→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을 걸어왔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아이씨 분사를 통해 이 고리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非)메모리 분야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9%씩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1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7.8%씩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D램(5.3%), 낸드플래시(6.1%)보다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파운드리 사업 영향력은 대만 TS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 순수 파운드리 업체들에 크게 뒤져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에 생산을 맡길 경우 자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3일DS(부품)부문 내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부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사업별 전문성 및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최 회장은 포럼 참석 외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의 중국 주요 사업장을 둘러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세계일보]
7. 청문회 '문자 폭탄'은 인사검증 막는 반민주적 행위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추궁하는 청문위원들을 인신공격하거나 협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오전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하네’, ‘너는 군대갔다 왔냐’, ‘다음 너 낙선운동 하겠다’와 같은 문자들로 휴대전화에 불이 났다”며 유감을 표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저도 엄청난 양의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며 “대부분 허위사실에 근거한 무차별 욕설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당 경대수 의원은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기피 의혹과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성토했다가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문자 테러를 당했다.
문자 폭탄을 보내는 사람들의 신원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선 후에도 문 대통령 ‘홍위병’을 자처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 노조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예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세게 항의해 결국 사과를 받아냈다.
그러나 청문위원을 협박하는 일은 과거의 문자 폭탄과는 차원이 다르다. 민주적 절차인 인사검증을 방해하는 반민주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귀중한 자리”라며 “국민께서도 본인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차분하게 시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가로막는 행위는 새 정부가 강조한 소통과 배치되는 적폐임이 분명하다.
어제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배우자가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논현동에서 실제 거주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동구 학교에서 미술 교사를 했던 부인이 강남의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몹시 처참하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0%로부터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철저하게 검증받고 당당하게 통과해야 한다.
[매일신문]
8. 담장 허물기, 국회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돼야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이 '국회 담장 허물기 촉구 결의안'을 바른정당 당론으로 발의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담장을 없애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점에서는 참신하고 바람직한 발상이다. 실현 여부는 좀 기다려야 하겠지만, 대구의 담장 허물기 사업이 국회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 의원의 발의 취지는 정말 단순명쾌하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국회 담장이 국회를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회의사당에는 담장이 없다고 했다. 국회의사당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쉬고 즐기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하고 옳은 주장이다. 국회 담장은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멀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기에 허무는 것이 마땅하다. 담장은 '특권'과 '권위의식'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므로 요즘 시대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일부에서 경비, 안전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론을 펴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대구에서 시민사회운동으로 21년간 계속돼온 담장 허물기 사업을 살펴보면 담장 허물기가 얼마나 정겹고 바람직한 사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담장 하나를 허무는 것으로 이웃 간의 벽을 없애고 소통`교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누구든지 달려들지 않겠는가. 대구에서 지난해 말까지 모두 905곳의 관청`기관`주택이 담장 3만1천588m를 허물었지만 경비, 안전 문제로 시끄러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담장을 허물고 나니 오히려 안전해지고 범죄가 사라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국회 담장은 권위의식과 불통의 상징일 뿐이다.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려면 담장 허물기는 당연한 과정이다. 담장을 허무는 것에는 국회 운영위원회와 본회의 의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시민운동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국회는 물론이고 청와대, 나아가 전국 주요 관청`기관`주택까지 확산되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9. 하나도 변한게 없는 中 우리는 더 당당해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중국, 일본에 파견했던 특사단을 어제 만나 활동 결과를 보고받았다. 미국과 중국 특사단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현안을,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각각 확인한 상대국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 주요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를 설명해 공감대를 넓히면서 전향적으로 상호 관계를 발전시켜 가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기대와 달리 현안에 적지 않은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돌아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새 정부가 외교안보 진용을 갖춘 뒤 헤쳐나가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음을 읽게 하니 결코 편하지 않다.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특사에게 시진핑 주석이 면담 때 좌석 배치에서 외교적 결례에 가깝게 냉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불쾌한 일이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사드 보복 조치를 속히 해제해야 한다고 이 특사가 말하자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노력하겠다는 답을 했다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를 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중국의 우려 사항을 존중해 조치를 취하라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왔다. 국가여유국에서 취한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 중단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라니 우리 측이 일방적 희망 섞인 기대에 빠져 있다면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드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가 문재인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빙 조짐을 보이고 아울러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최대한 신중함을 견지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쪽의 사드에 대한 새로운 결정을 압박하려고 이미 취하고 있는 보복 조치를 실질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오히려 다각도의 대비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특사 파견은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정도로 보고 앞으로 더욱 치열한 외교적 협상을 벌여야 한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이 갖는 경제적 중요성으로 쌓인 막연한 기대와 우호적인 감정은 사드 갈등에서 그 허상을 분명히 확인했다. 중국의 본모습을 냉철하게 파악한 뒤 양국 관계에 한층 더 당당하게 대응해 가야 한다.
[매일경제]
10. 논란 지속되는 전교죠문제 처리 文정부 법치주의 시험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재합법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촛불개혁 10대 과제'로 전교조 합법화가 포함된 게 발단이었다. 청와대는 "현 정부로서는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민주당도 "시행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며 후퇴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라디오방송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하고 무책임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지금 새 정부가 '충분한 논의'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교조는 2013년 해직교사 9명을 노조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교원노조법상 노조의 조합원은 현직교사만 해당된다는 조항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교조가 고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2014년 6월)과 항소심(2016년 1월)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2015년 헌법재판소 역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본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조치를 철회하고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종지부를 찍을 것을 기대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반법치적인 주장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기존 규약을 스스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그럴 의사가 없다. 그렇다면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거나 대법원에서 승소하는 것 외에 합법화의 길은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법외노조 방침을 철회하면 합법노조가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행정명령이 법 위에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전교조 재합법화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리게 될 법치주의의 첫 시험대다. 이념 대립으로 격화될 수 있는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재합법화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법을 뛰어넘어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혼란과 분열을 부를 게 뻔하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분수대] 아라비아 장
1978년 1월 27일 부산 동래온천의 한 목욕탕에서다. 당시 서른여덟 젊은 화가 김정은 스승처럼 따르던 장욱진(1917~90) 화백의 발톱을 연필로 쓱쓱 그렸다. ‘장욱진 선생의 발톱, 엄지발톱이 희한하게 길다’ 한마디를 적어 놓았다. ‘아라비아 장이라고 하는 발톱’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그림 속의 발톱은 뾰족하고도 길다. 마치 독수리 발톱처럼 생겼다. 그런데 왜 아라비아일까.
김정 화백은 “정확한 연유는 몰라요. 다들 그렇게 불렀죠. 혹시 아라비아인 발톱이 긴 건 아닐지, 그런 속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 선생께 물어보려 했으나 야단맞을까 그만두었어요”라며 웃었다. 그가 에피소드를 하나 꺼냈다. 그날 좁디좁은 욕탕에는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난 화가 아홉이 들어갔다. 서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장 선생 발톱이 앞사람 엉덩이를 찔렀다. 무안했던 장 화백이 입을 열었다. “허허허허, 여기서 딱 한잔하면 더 괜찮아요.” 꽤 술을 즐겼던 장 화백만의 위기 탈출법이랄까,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제자 김정은 장욱진의 초상을 모두 64점 남겼다. 67년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 있던 스승의 화실을 처음 방문한 날부터 89년 스승이 세상을 떠나기 전해까지 장 화백의 24년을 담았다. 해맑게 웃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밥을 먹거나, 기차에서 졸거나, 스케치를 하거나 등등, 스승의 표정·동작을 일일이 기록했다.
한 화가가 다른 화가의 모습을 이처럼 오래 지켜본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제자는 해당 작품을 지난해 경기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기증했고, 최근 그 그림을 묶은 『장욱진 초상 드로잉』이 나왔다. 사제지간의 정다운 동행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인 장욱진 화백 탄생 100년을 맞아 요즘 기념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내일 장욱진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심플 2017’을 비롯해 서울·부산·세종시 등 전국 곳곳에서 특별전이 열린다. 나무·새·가족·아이·해·달·집 등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풍경을 동화처럼 빚어낸 장 화백의 재발견이다. 하루하루 등 터지듯 다투는 도시인이 잠시나마 쉬어 가는 휴양림 역할을 한다. 남녀노소 모두 빠져들 수 있는 담박한 그림들이다. 보는 이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그 스승에 그 제자일까. 김정 화백이 도록 말미에 장난기 가득한 시(?)를 남겼다. ‘장독대엔 묵은장, 부산엔 온천장, 덕소엔 욱진장’ ‘매운맛은 고추장, 감칠맛은 청국장, 사람맛은 욱진장’. 역시 사람 맛이 최고다.
2. [동아일보][신민기 기자의 머니 레시피] '미래 먹거리株' 투자 짭짤하네
“구글의 탁월함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 이달 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3만 명의 주주 앞에서 반성문을 읽었습니다. 그는 구글과 애플 등 기술주를 많이 사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구글 창업자가 투자계획서를 들고 왔는데도 지나쳐 버렸다며 땅을 쳤습니다.
인구 50만 명의 작은 시골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글로벌 경제 흐름을 짚어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버핏은 “과거 철강 등 자본집약적 산업에 투자할 때와 지금은 다른 세계”라며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주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머니 레시피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먹거리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을 재료로 한 ‘투자 요리법’입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구글의 주가(23일)는 지난해 말보다 22.47% 올랐습니다. 이세돌 9단에 이어 세계 바둑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의 커제(柯潔) 9단까지 꺾은 알파고는 구글의 AI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도 이 기간에 주가가 42.20% 뛰었습니다. 시가총액은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뛰어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AI 개발에 적극적인 네이버, 카카오 등이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종목으로 꼽힙니다.
4차 산업혁명의 단맛을 보기 위한 가장 간단한 요리법은 직접 국내외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를 활용하면 좀 더 쉽고 편하게 관련 기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분산 투자합니다. 23일 기준 1년 수익률은 41.30%로 우수합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픽테로보틱스’ 펀드는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회사인 일본의 화낙과 수술용 로봇 전문회사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로봇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투자합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82%입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달 4차 산업 시장을 선도하는 우량 글로벌 기업에 장기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KTB 글로벌 4차 산업 1등주’ 펀드를 내놨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을 눈여겨보며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다만, 미국 등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이미 많이 올라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이 신경 쓰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술주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임상국KB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이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3. [경향신문][미래의 눈] 데이터 바다에서 '나'를 찾아라
“어디까지나 권유 사항입니다만.” 현종은 친구 청화의 스마트링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고 들키지 않도록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었다. 이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역시 각자의 언어로,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가장 자주 듣는 말이기도 했다.
“유청화씨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드시고, 친구로 등록된 최현종씨는 알리오 올리오를 드시면 어떨까요?” 청화가 손목에 착용한 스마트링의 개인비서는 저녁 메뉴를 골라주었다. 청화는 현종을 흘끗 쳐다보았다. 현종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화는 스마트링을 쓰다듬어 주문을 마쳤다. 링은 식당에 마련되어 있는 수신장치로 주문 내용을 전송했다.
현종은 자신과 청화가 저녁 식사로 주문한 음식과 점포의 위치가 거대한 데이터 모음 속에 나이테처럼 영원히 새겨지는 광경을 떠올려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종이 정말로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싶다는 점이었다.
“정기검진 날짜는 아직 멀었는데 며칠 전에 개인비서가 산부인과 진료를 추천하더라. 너도 알지만 빅데이터로 도출한 예측은 아주 잘 맞잖아. 그래서 시키는 대로 병원에 갔어. 최근 2년간 내 나이대 여자들의 특정 산부인과 질환이 급증하는데 나도 그 조건에 맞았던 모양이야. 바이오칩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신체 정보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병을 몇 가지 찾아서 치료받는 중이야.”
신뢰에 푹 젖어 파스타 맛을 감상하는 청화와 달리 현종은 요새 빅투유(Big to You)라는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빅투유 서비스는 얼마 전 자동차 구입이나 병원 진료를 권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메일을 보냈다.
“최현종님께. 빅투유 서비스가 보내는 메일입니다. 이 메일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권유 사항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빅투유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아시다시피 빅데이터는 정형화하고 정량화할 수 없는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그중에서도 빅투유는 고객께서 실생활과 유무선 서비스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각종 선택 사항을 분석하고, 체내 신경물질과 호르몬의 농도 변화와 연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심경변화, 직업의식, 안정추구욕, 모험심 등을 수치로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현종이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힌 건 바로 그 메시지 내용을 끝까지 들은 다음부터였다.
“고객님, 본인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퇴사를 고민하고 계시지요? 빅투유 서비스가 분석한 결과 고객님은 최근 들어 취향과 창의성 수치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이제 창작도가 높은 일을 해야 만족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님을 표현하는 해시태그는 현재 #전위적, #낙관적, #소수지향적입니다. 그리고 5년간 축적한 자료에 따르면 고객님의 기본 미술실력은 72/100점. 따라서 ‘사이드그라운드’라는 웹진의 기획자 겸 일러스트레이터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 뒤로 현종은 ‘자유의지’란 과연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정말로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이드그라운드’를 새 직장 후보로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석의 대상이 되고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존재였던가? 내 즉흥성과 고유함은 겨우 그 정도일까? 현종은 만족스럽게 파스타를 먹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빅데이터라는 이름의 거대한 수조가 모든 인간을 다 담고 있는지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빅데이터의 일차적인 뜻은 매우 직관적이다. 빅데이터란 기존에 사용하던 자료관리 도구와 기법으로는 포용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가리킨다. 하지만 자료란 활용을 전제로 한 정보이기 때문에, 수집 및 활용 방법에 따라 빅데이터는 경제가치 창출과 직결될 수도 있고 여러 분야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웹을 통해 주문하려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신용카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걸맞은 카드 상품을 권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자료의 활용 예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이용해 새 미래 사업을 펼치겠다는 업체들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고 모든 국민의 소비행태, 의료정보, 검색 결과, 심지어 말과 행동까지 자료화시키겠다고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어떤 세상이 도래할까? 그 본격적인 모습 일부는 지금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선거 때 빅데이터가 언급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통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 이용 현황은 실제로 교통량 조정에 활용되고 있다. 전염병 전파 경로와 인구 이동, 인구 분포 등의 자료를 종합하고 분석한 결과는 실제로 유효한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면 그처럼 알기 어렵다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의 신체 내부와 뇌에서 벌어지는 모든 물리 현상을 계량하고, 우리가 외부로 내보이는 반응과 선택을 전부 자료화한다면, 우리 자신 역시 그처럼 거대한 데이터 속 어딘가에 존재하게 될까? 아니면 우리는 계측과 분석으로 정의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일까? 데이터에서 정의를 뽑아낼 수 있는 존재가 우리라면, 그 사실이 확인된 순간 우리는 기존과 똑같이 살아야 할까? 아니면 삶의 방식을 재고해야 할까?
빅데이터가 더 친숙한 일상 용어로 자리 잡기 전에, 우리 자신의 고유성을 찬찬히 돌아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4. [경향신문][역사와 현실] '다정한 아버지' 이순신
1592년 5월23일(음력 4월13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20만 대군을 보내 조선을 침략했다. 전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요토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머님, 우리 일본군은 곧 조선을 완전히 정복할 것입니다. 이번 추석이 되기 전에 명나라의 수도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의기양양했던 도요토미의 얼굴은 찌푸려졌다.
조선에는 그의 야욕을 좌절시킨 한 장수가 있었다. 이순신이었다. 일본군은 속전속결을 원했고, 그러려면 수륙양면작전이 필수적이었다. 이순신은 일본 측의 전략을 정확히 읽었다. 이순신이 거느린 조선 수군은 전술과 전력 면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은 장기화되었고, 도요토미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침략전쟁이 끝나고 일본의 지도층은 유성룡의 <징비록>을 구해 읽었다. 그들은 침략전쟁에 가장 큰 걸림돌이 이순신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순신의 실체를 궁금하게 여겼고, 그래서 더욱 많은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알고 보니, 명장 이순신은 인격적으로도 흠결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훌륭한 인간이었다. 일본인들은 이순신을 영웅으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역사가로서 나는, 벌써 여러 해째 이순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전쟁영웅으로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는 그때 전쟁에 개입한 일본과 중국에서 이순신을 어떻게 보았는가, 하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지금은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순신에게는 눈물이 많았다. 전쟁터에서 그의 모습은 강철 같았으나, 가족을 그리워하며 애태우는 이순신의 모습은 달랐다. 그는 꿈속에서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홀로 눈물짓는 착한 아들이었다. 고향집에 두고 온 병든 아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남편이기도 했다. 아들과 딸에 관한 일이라면 자그만 잔병치레에도 안절부절못하는 인정 많은 아버지가 이순신이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의 집안에는 큰 재앙이 닥쳤다. 그의 셋째 아들 면이 아산의 본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하였다. 그때 아들의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슬픈 소식이 도착하기 전, 이순신은 꿈에서 비극의 전조를 보았다.
“밤 두 시쯤 꿈속에서 나는 말을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말이 발을 헛디뎌 냇물 속으로 떨어졌다.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막내아들 면이 끌어안은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중략) 저녁 때 천안에서 온 사람이 집안 편지를 가져왔다. 봉투를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떨리고 정신이 아찔하며 어지러웠다. 대강 겉봉을 뜯고 열(예와 동일인)의 편지를 꺼냈다. 겉면에 ‘통곡’ 두 글자가 있었다. 면이 전사했음을 직감했다.”(<난중일기>, 1597년 10월14일)
아버지는 아들을 여읜 슬픔을 걷잡을 수 없었다. “새벽꿈에 고향의 남자종 진이가 왔다. 나는 죽은 아들을 생각하여 통곡하였다. (중략) 저녁 때 코피를 한 되가량 쏟았다. 밤에 앉아서 생각하다 눈물이 절로 났다. 이 아픔을 어찌 말로 다하랴! (중략) 비통한 가슴 찢어질 듯하여 참지 못하겠다.”(1597년 10월19일) 슬픔은 그의 꿈속까지 자주 따라다녔다. “꿈속에서 면이 죽는 광경을 보고 구슬프게 울었다.”(1597년 11월7일)
이순신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세월호’ 참사를 당한 부모님들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어느새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가. (중략)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런 어그러진 일이 어디 있느냐. 천지가 깜깜하고 태양조차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중략)
너를 따라가 지하에서라도 같이 지내며 같이 울고 싶구나. 그리하면 네 형들과 네 누이, 네 어머니가 의지할 곳이 없을 테지. 아직 참고 살기야 한다마는 마음으로는 이미 죽고 껍데기만 이렇게 남아 울부짖는다. 이렇게 울부짖는다. 오늘 하룻밤을 보내기가 일 년 같구나.”(1597년 10월14일)
슬픔에 젖어 애태우던 이순신은 아들이 숨을 거둔 지 일 년여 만에 노량해전에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부모는 누구나 제 나름으로 자식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순신처럼 정이 깊은 이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식을 가르치려고 들다 낭패하는 때가 있다. 아마 이순신에게는 그런 일이 결코 없었을 것이다. “절조를 지키며 몸가짐을 꼿꼿하게 견지한 것을 보면, 마치 석벽(石壁)이 높다랗게 우뚝 서 있는 것 같았다”(이식, ‘통제사증좌의정이공시장’, <택당선생별집> 제10권)는 후세의 평도 있다. 이순신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했으나, 집안에서는 정이 넘치는 훈훈한 아버지였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순신의 얼굴이다.
5. [서울신문][말빛 발견] 깁다, 깊다, 집다, 짚다
‘깁다’와 ‘깊다’는 소리가 같다. 굳이 따지자면 ‘깁다’는 [깁ː따], ‘깊다’는 [깁따]이다.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다. 이것을 알아차리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 차이로 뜻을 구별하지도 않는다. 표기에서 혹은 쓰인 맥락에서 의미를 쉽게 이해한다. 두 단어는 표기를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어미가 변하는 활용 형태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깁다’는 ‘기워’, ‘기우니’처럼 불규칙한 활용을 한다. 받침의 ‘ㅂ’이 ‘ㅜ’로 바뀌는 것이다. 본래 ‘깁다’의 ‘깁’에서 받침 ‘ㅂ’은 아래 ‘ㅇ’이 붙은 순경음비읍(ㅸ)이었다. 가볍게 나는 소리였다. 이 소리가 우리말에서 사라지면서 ‘ㅂ’이나 ‘ㅜ’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깁어’가 아니라 ‘기워’가 됐다. ‘깊다’는 이와 관련이 없어서 ‘깊어’, ‘깊은’처럼 쓰인다. 의미도, 쓰이는 형태도 달라서 헷갈리는 일이 거의 없다.
‘집다’와 ‘짚다’는 표기할 때 조금 혼란을 겪는다. 이 말들은 소리도 똑같이 [집따]다. 의미도 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대체로 구별되는 데가 있다. ‘집다’는 ‘연필을 집다’, ‘동전을 집다’에서처럼 손으로 쥐는 것이다. 무엇을 가리켜 드러낼 때도 ‘집다’가 된다. ‘꼭 집어 말해’, ‘한 사람만 집어서’….
이때 ‘짚다’라고 잘못 선택해 표기하는 일이 있다. ‘짚다’는 ‘손을 대거나 누른다’는 데 중심이 놓인다. ‘맥’도 ‘지팡이’도 ‘짚는다’. ‘짐작하는 일’도 ‘짚다’다. ‘헛다리를 짚다.’ ‘시험 문제를 짚다.’ ‘짚다’는 더듬으면서 더 섬세하게 짚는 듯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