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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국정공백 줄일 합당한 인사 기준 속히 마련해야

문재인 정부가 취임 20일 만에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인선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탕평 인사로 박수를 받던 여론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국민의당은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수용 불가’를 당론으로 정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문 대통령의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 제시 등 두 가지를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005년 이전이라도 부동산 투기성 위장 전입자는 국무위원 지명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보좌관 회의를 통해 인사 원칙 위배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논란은 인수위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들에게 양해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5대 인사원칙 공약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기준 마련을 당부했다. 위장 전입에 대한 새로운 기준 요구와 대통령 해명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위장 전입 자체가 불법인 것은 확실하지만 현실을 고려해 부동산 투기 등의 범죄용과 단순 위장 전입을 차별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마찬가지로 병역 면탈 등도 명확한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고의적인 병역 기피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새 정부의 장·차관 인선안에 대해 새로운 인사검증 기준을 적용해 재점검에 들어갔다. 하루빨리 인사 검증 기준을 손질해 인사청문회제도가 정책·능력 평가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시작된 국정 공백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무위원 인선 문제로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을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내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잡혀 있다.



자칫 이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박근혜 정부 초기의 인사 참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 현 정부는 불통과 독선으로 실패의 길을 길었던 박근혜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소통 대통령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불통 인사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 검찰 개혁 등 적폐 청산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된다.



2. 현실과 괴리된 김영란법 개정 검토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아직 시행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소비 위축 등을 이유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어제 국민권익위원회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영란법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맑고 깨끗한 사회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지만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기면 안 된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법 개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법 시행 후 과도한 선물·접대 문화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민원과 청탁이 일시에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김영란법을 조롱하는 편법이 난무한다. 접대 골프장에서는 현금이 오고 가고, 3만원이 넘는 식사비도 3만원만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낸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내수 위축이다. 정부가 금요일 조기 퇴근, 여행주간 확대 실시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김영란법으로 발목 잡힌 내수 심리 위축이 갑자기 좋아질 리 만무다. 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적인 개정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것은 공직사회의 부패·비리 척결을 위해서다. 그럼 공직사회의 제도적 부패부터 손대는 것이 옳다. 국정원, 청와대, 국회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8000여억원이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영수증도 없이 쓸 수 있다 보니 사적 유용과 나눠 먹기 관행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다. 목적과 달리 쓴 것이니 ‘세금 도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큰 도둑은 잡지 않고 3만·5만·10만원(식사·선물·경조사)의 규정을 어기는 작은 부패를 잡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애플이 개발자 대회에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한국 기자들만 제외됐다고 한다. 항공기 등 교통편이나 숙박 등을 제공하다 보니 김영란법 저촉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공직자도 아닌 기자들을 김영란법 대상에 넣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러 혼선을 초래하고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권익위는 오는 9월 김영란법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이 나오는 것을 보고 법 개정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잘못된 법은 하루라도 빨리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3. 미사일 연쇄 도발로 대화 테이블 걷어차는 北

북한이 어제 새벽 원산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올 들어 아홉 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이 같은 미사일 연쇄 도발은 북한 문제를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풀어 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망동이자 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듭된 경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마이동풍식 행보라는 점에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북한은 핵을 틀어쥐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이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폭주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지난 27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가한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결론 지었다. 정상들의 공동성명 내용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에 대한 제재 강화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북 정책 4대 기조에 서명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유연한 입장도 갖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제사회가 정한 제재에는 동참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 이전 보수정권과 달리 민간 차원의 지원 허용, 5·24 조치 해제 검토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 유화책도 이러한 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위험천만한 곡예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 자체 미사일 개발 로드맵에 따라 미사일 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깔린 도발이다. 그런 만큼 북의 미사일 도발은 진행형이다.

그러나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는 철없는 망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새 정부의 인내심을 확인하려 했다면 오판이다. 북한의 유일한 선택은 달리 없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걸어나오는 것뿐이다. 새 정부도 북의 도발에 좀더 단호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만으로는 북한의 망동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4. 對北 정보 역량 강화가 국정원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를 공약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해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고,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적 문제를 일으켜 온 국정원을 전면 수술하겠다는 것이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9일 국회 청문회에서 "(문 대통령과 입장이) 전혀 다르지 않다"면서도 "정치 관여 근절이란 취지가 국내 정보 폐지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늘날 국내 정보, 해외 정보가 물리적으로 구분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는 절연해야 하지만, 방첩(防諜)을 위한 국내 정보 수집 업무는 존속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이다. 해외와 국내를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없다.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간첩 수사는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자료가 절대적이다. 지금 국정원만 한 곳이 있을 수 없다. 국정원의 수사 정보를 경찰로 쉽게 이관할 수도 없다. 정보활동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공 수사권 문제는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문제다.

북한은 어제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9번째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번째다. 결국 핵실험과 ICBM 도발도 한다고 봐야 한다. 이 위기에서 국민을 지키려면 '정보'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국정원 개혁은 오로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에 깊숙이 관여한 사람이다. 청문회서도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남북대화에 나서면 대한민국에 정보기관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 후보자는 "남북회담은 기본적으로 통일부의 책무"라고 한 자신의 답변을 임기 내내 기억하기 바란다.



[이데일리]

5. 종교인 과세유예, 명분도 원칙도 없다

종교인 과세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도록 예정돼 있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미루기 위해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된다. 50여년 만에 어렵사리 입법화된 종교인 과세가 시행 7개월여를 앞두고 자칫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분도 원칙도 없이 종교인 과세를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김 위원장은 그제 “종교인의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15년 12월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킬 때 첫 시행인 만큼 혼란을 줄이자는 취지로 이미 2년간의 준비 기간을 두어 2018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그동안 무얼 했기에 이제 와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명분이 없는 억지 논리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國民皆稅)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종교인 과세는 단순히 세수확보 차원을 넘어 공평과세 원칙을 확립하는 일이다. 종교계도 이런 원칙에 발 맞춰 천주교는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으며, 불교와 일부 개신교에서도 세금 납부를 확대해가고 있다. 과세에 반발하는 일부 특정 교단을 위해 유예시키려 한다면 ‘반개혁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 일자리 창출과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 추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은 10조원 정도가 필요하고 문 대통령의 201개 공약사업에는 5년간 178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화하는 등 한 푼이라도 더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유독 종교인 과세만은 유예하려 한다면 누가 이해하겠는가.

종교인 과세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대책을 세우고 미비점을 보완해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종교계도 유예 논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금 납부에 적극 호응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는 것이 옳다.



[동아일보]

6. 서훈 후보, 대북협상가에서 안보파수꾼으로 바뀌어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은 정권을 비호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정보 수집업무 폐지 공약에 대해선 “선거 개입, 민간인 사찰 같은 행위를 없애겠다는 것이지, 대공 수사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정원의 개혁은 추진하되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여야 의원들은 고액 자문료 같은 신상검증 외에 서 후보자의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한 대북 협상전문가인 만큼 새 정부의 국정원이 물밑 대화 창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서 후보자 스스로도 국정원장에 지명된 직후 “조건이 성숙되면 (대통령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서 후보자는 “남북관계와 남북회담은 기본적으로 통일부의 책무”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 공약인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서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서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어제 오전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새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도발이다. 정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을 규탄하고 단호한 대응을 경고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잇단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는 점점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첫 도발 때만 직접 NSC를 주재하고 이후엔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대북정보의 최일선 기관장으로서 보다 분명한 소신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때 발생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칫 정치 보복성 조사로 국정원 조직을 흔들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해서도 안 되지만 정권 입맛에 맞춘 대북 정보를 생산해서도, 과거처럼 대북 비선 접촉에 나서서도 안 된다.



7. 獨 메르켈 ‘EU 안보 독립’ 선언… 美중심 세계질서 요동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 “유럽은 더 이상 미국과 영국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이제 스스로의 운명을 위해 싸워야만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맹주가 독자 행보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역사에서 유럽이 미국을 떠나겠다는 움직임은 처음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흔들려온 국제질서 지형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선거 유세 중 나온 말이긴 하지만 평소 신중한 언행을 보여온 메르켈 총리 스타일상 이번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품어온 생각을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유럽인들은 러시아로부터 직접적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미국이 과연 유럽의 안보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불안감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선 기간 공약한 대로 취임 후에도 독일의 대미(對美) 흑자를 지적하며 방위비 증액 요구를 집요하게 외치자 메르켈로서도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5조인 집단방위 조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충격을 줬다. 미국 마셜플랜이 2차 대전 후 유럽의 경제부흥 축이라면 나토는 안보 축이다.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래 역대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자동 개입하는 헌장 5조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68년 나토 역사상 처음이었다. 외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 2%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4연임을 자신하는 메르켈은 자유무역과 EU를 옹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손잡고 프랑스와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미국 영국에 의존해온 국방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EU군(軍) 창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럽이 독일 프랑스 주도의 EU와 전통적 친미, 친트럼프 성향인 영국 두 진영의 갈등 체제로 접어들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중심주의는 세계 열강의 세력화와 지역주의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대선 기간 나토는 물론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었던 트럼프는 이를 하나하나 현실화시키고 있다. 동맹조차도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대상으로 생각하는 상대에게 안보를 얼마나 의탁해야 하느냐는 유럽의 질문은 바로 우리에게도 향한다.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미 협상력도 함께 높여야 하는 한국의 외교도 초유의 시험대에 올랐다.



8. 규제 없애야 핀테크 발전한다

‘인공지능(AI) 4년 후면 일상화’(24일자 A10면)는 2017 동아국제금융포럼의 내용을 소개한 기사였다. 앞으로 다가 올 핀테크 시대를 독자들이 이해하고 참고할 수 있게 해준 내용이었다. 

이 포럼에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된 원인으로 과잉 규제를 지적한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무분별한 의원 입법으로 인한 규제로 한국 경제와 금융의 성장이 역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규제 개혁을 위해 의원 입법의 품질 관리를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의원 입법은 행정부와 달리 법안 발의 시 규제 영향을 분석해 첨부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법안 발의 전 공청회 등을 거치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은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한두 명의 몽니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규제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될 때는 국회가 왜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얼마 전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후배를 만났을 때 처음 한 말이 지금 월가 금융은 핀테크에 흠뻑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새 정부가 핀테크, 바이오 등 신생산업 분야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빨리 풀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중앙일보]

9. 4대 강 보 개방…가뭄 대책 지혜도 모아야 한다

가뭄이 극심하다. 올 들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292.7㎜)의 56% 수준에 그쳤다. 특히 모내기가 본격화한 이달의 강수량은 21.9㎜로 평년의 30%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충청 일부 지역에선 모내기에 차질이 빚어져 농민들이 발을 구른다. 기상청은 다음달까지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제 4대 강 6곳의 보(洑) 개방을 최종 확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 강정고령보·달성보 등 낙동강 4개 보와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수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22일) 후 일주일 만에 나온 수질 개선 조치다. 정부는 “모내기철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개방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수위가 19.5m로 가장 높은 강정고령보는 1.25m, 수위가 8.75m인 공주보는 0.2m 얕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정쩡하게 수문을 열면 ‘녹조 라테’를 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까운 물만 흘려보낼 뿐 유속이 느려 바닥층 무산소층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라고 과속하지 말고 수량과 생태계 영향을 감안해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물론 보 개방과 가뭄 피해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지역도 있다. 그럼에도 수질 보호와 수량 확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은 여전하다. 공주보가 대표적이다. 금강물을 끌어다 쓰는 공주 지역 주민들은 수량이 줄면 양수장이 무용지물이 될 것을 걱정한다. 양수장 취수구 높이가 8.5m인데 가뭄에 보까지 열면 취수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말고 정확히 ‘양수 가능 수위’를 지켜야 할 것이다.

물은 소중한 우리의 천연자원이다. 4대 강 문제를 계기로 가뭄 극복 지혜도 다시 모아야 한다. 금강 백제보에서 물을 끌어오는 보령댐 도수로가 그 모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년 전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에 도수로 건설 지원을 긴급 요청해 마침내 주민들의 물 걱정을 없앴다. 강을 환경과 수자원의 가치로 융합한 중앙정부와 충남도의 협수(協水)·소통의 성과물 아닌가.



10. 정신병 강제 입원 줄이되 치료 인프라는 확 늘려야

오늘부터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 환자의 강제 입원이 까다로워진다.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옷만 선진국처럼 입었을 뿐 몸뚱이(관리 인프라)는 여전히 후진국이어서 즉각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는 평가할 만한 것들이 많다. 종전에는 가족과 전문의 의견만으로 강제 입원시켰다. 입원 환자의 67%가 강제 입원이다. 영국·독일의 4~5배다. 그동안 치료보다 격리를 우선해 온 결과다. 지금부터는 다른 병원 전문의가 추가 진단하고 한 달 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또 확인한다. 기존 입원 환자 심사도 강화된다. 또 경증 우울증 같은 병은 정신병에서 빠지기 때문에 편견을 줄이고 취업 기회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의 강제 입원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개선 권고를 받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해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뜻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혼란이 따른다. 강제 입원이 줄면서 1만9000명의 입원 환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탈(脫) 병원' 정책이 안착하려면 환자 관리가 촘촘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고가 발생해 조현병 편견을 심화시키거나 재입원이 늘게 된다.

탈 병원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사회복귀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센터 직원 1명이 적정 인원의 두 배를 맡고 있다. 약 복용, 증세 변화를 빈틈 없이 체크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게 중요하다. 주간재활·단기보호·주거 등의 사회복귀 시설을 이용하면 증세가 몰라보게 좋아지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신보건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올해 복지부 예산의 0.2%(1224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1개 과에서 담당한다. 암 같은 눈에 보이는 병에만 연 5조원의 건보 재정을 집중한다. 이번 기회에 예산을 대폭 늘리고 복지부 정신보건과를 정신보건국으로 키워 개정 법률을 뒷받침해야 한다. 470만 명이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로 현대인의 정신건강이 피폐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평상이 없다/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소리가 없다/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중략)/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이정록, 시 ‘옥상이 논다’ 부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



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블록 담을 넘어가 낯가림 없이 과부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가는 비 오는 어느 여름날 저녁 이웃집 고등어구이 냄새가 배고픈 남매의 공복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했던 골목길.



늦은 저녁 나이 어린 누이와 함께 집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저쪽 끝에서 빈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며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골목길. 새벽마다 두부장수 방울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조간을 돌리는 고학생의 성급한 발자국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 흔들어 대던 골목길. 백내장 앓아 대던 가등 아래 서로 더운 숨을 탐하던 늦은 밤의 연인들 실루엣이며, 이집 저집에서 흘러나온, 온갖 소리의 넝쿨들과 온갖 색깔 범벅의 냄새들이 주인 몰래 저희끼리 희희낙락 짝짓기하던 우리 한때의 자궁이었던 그곳, 그 골목길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없다.

모던의 상징이었던 공중전화. 뜨겁고 짜고 싱겁고 차갑던 사연들을 분주히 실어 날았던 공중전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뜻 모를 그리움이 까닭 없이 마음의 우물에 가득 차 출렁이던 공중전화.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차갑게 식은 청색의 손을 호호 불어 대던 추억의 공중전화.



한 시절 시쳇말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잘나가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이제 늙은 창부처럼 누군가 덜커덕 떨어뜨린 마음 한 조각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공중전화가 우리 시대 낡은 서정시같이 잘 보이지 않거나 후미진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무채색 벽면에 걸려 있던 천장 낮은 이발소. 장 프랑수아 밀레의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만종’이 걸려 있던, 금성 라디오에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던, 국수 내기 장기 놀이가 자주 벌어지던, 늘 서울이 그리운 늙다리 총각들이 무나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장삼이사들이 모여 앉아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자꾸만 그리운 서울 얘기 등으로 까닭 없이 흥미진진하던 곳, 정겨운 이발소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 멸종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정미소, 떡 방앗간, 하꼬방, 연탄구이 집, 지하다방, 작부 집 등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의 목록들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시편 ‘옥상이 논다’는 이제 이곳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지난 연대의 살가운 풍경이다. 다 해진 런닝구를 입고 염장을 지르던 이웃 아저씨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2. [중앙일보][삶의 향기] 일상을 바라보는 열 개의 시선

일상은 광장의 집회처럼 감격적이지 않다. 일상은 시시하다. 광장에 모인 수십만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칠 때, 내 마음이 그 많은 마음으로 확장되는 듯한 감동에 사로잡힌다. 때로 하늘까지도 열리는 듯, 벅찬 믿음도 생긴다. 이런 감격과 믿음이 있어 맨몸으로 탱크를 가로막아 서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 마음들은 닫혀 있다. 같은 마음들이 주차 문제로 싸우고 뒷담화를 둘러싸고 서로 눈을 흘긴다.

일상은 잔치가 아니다. 잔치에서 우리는 베풀고 대접받는다.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하고 거지들도 배불리 먹게 해준다. 주인은 무리를 해서라도 넉넉히 내고 손님들은 십시일반 비용을 보탠다. 그러나 잔치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계산을 해본다. 과했다 싶으면 마음이 쓰리다. 일상은 쫀쫀하다.

일상은 여행이 아니다. 여행에서와 같은 홀가분함이 일상엔 없다. 여행자가 되어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면 좋다. 거리를 두고 보면 삶의 자잘한 모습은 정겹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무심히 바라볼 수 없다. 그럴 틈도 없다. 바쁘다. 약속과 할 일 사이에서, 몸이 분주하지 않아도 무슨 일엔가 항상 매어 있다는 의미에서 바쁘다.

일상은 시(詩)가 아니다. 순수하지도 충만하지도 않다. 시적인 순간에 비하면 하루하루 삶에 목을 맨 나의 일상은 비루하다. 하긴 메마른 삶에도 잠깐 시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난데없이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문득 오래전부터 끊어진 일기장을 다시 펼치기도 한다. 지평선 너머를, 혹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광막한 공간과 아득한 시간 속에서 덧없는 나의 시공간을 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시심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 밥을 위해 우리는 시를 잊어야 한다.

일상은 고되다. 고된 일들의 반복이다. 매일의 일을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거리에서 한다. 운동선수나 음악가의 일상은 반복으로 채워져 있다. 같은 동작을 수백 번 한 결과가 체조선수의 연기고 같은 패시지를 수천 번 반복한 결과가 피아니스트의 연주다.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잠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멋진 동작이고 황홀한 소리이지만 그 빛나는 순간은 일상의 고됨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시하고 비루하고 고되지만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여행에서 돌아와 주민등록도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실은 그래야 광장에도 나가고 대통령선거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을 통해 산다. 일상을 부정하거나 망가뜨린다면 그것은 위대한 혁명도 고결한 시도 아니다.

일상의 의미는 그것을 상실한 후에 가장 쉽게 안다. 편도암 수술을 받은 후 한 목사님이 말했다. “수술 후 물 한 숟가락 삼키는 데 5분 걸렸습니다. 그때 알았죠. 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으면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고요.”

‘우리 읍내’(손턴 와일더 작)는 1막과 2막에서 우리 삶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 2막에서 결혼을 하는 여주인공 에밀리는 3막이 열리면 젊은 나이에 죽는다. 그는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무대감독에게 애원해서 그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본다. 열두 살 나던 해의 자기 생일, 일상은 언제나처럼 돌아가고 있다.



보고 싶었던 이승의 사람들에게 에밀리는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물론 될 일이 아니다. 이승의 사람들과 자신의 간격을 절실히 느끼고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며 그는 독백한다. “안녕. 이승이여.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도, 잠자고 깨는 것도. 아, 너무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이승이여, 안녕.”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혹한의 강제수용소에 갇힌 이반은 한 조각의 빵을 소중히 씹으며 옛일을 후회한다. “그렇게 감자를, 고기를 마구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안에 조금씩 넣고, 혀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어야 한다.”

한 육 개월 만에 이 나라에 일상이 회복된 듯하다. 모처럼 일상을 느끼니 신선하다. 우리가 이 하루하루를 “소중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사는 것은 언제까지일는지.



3. [조선일보][특파원 리포트] 마크롱이 쥔 양날의 검

"마크롱이 누구야?" 2014년 8월 올랑드 대통령이 신임 경제장관에 에마뉘엘 마크롱을 임명하자 프랑스 언론은 '의외' '파격'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만 37세에 정치 경력이라곤 2년간 대통령 경제 비서관을 지낸 게 전부인 마크롱은 프랑스 정계와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다.

3년 뒤 마크롱은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그를 대통령에 올려놓은 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실망과 분노였다. 유권자들은 전후 60여 년간 정계를 양분해 온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를 1차 투표에서 탈락시켰다. 언론은 이를 "앙시앵 레짐(AncienRégime·구체제)의 몰락"이라고 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을 좌우한 '핫 이슈'는 테러·이민과 실업·경기침체였다.



프랑스는 2015년 1월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12명 사망)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파리 동시 다발 테러(130명 사망), 지난해 7월 니스 트럭 테러(86명 사망) 등 대형 테러 사건을 겪었다. 테러는 이민·난민 문제와 결합하면서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켰고,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이를 에너지 삼아 급성장했다. 하지만 테러·이민 이슈는 극우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정도까진 이르지 못했다. 프랑스 국민 중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테러를 완전히 막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프랑스 국민이 가장 분개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나아지지 않는 실업난과 경기침체였다. 작년 초 올랑드 대통령은 "높은 실업률은 극단적 테러리즘만큼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프랑스 경제를 '국가 비상사태'라고도 했다. 올랑드는 실업률 낮추기에 모든 정책적 자원을 집중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지자 올랑드는 지난해 12월 "권력에 취해 제정신을 잃진 않았다"며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1958년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처음이었다.

마크롱의 전략은 기업 경쟁력을 되살려 '취업 공간'을 넓히고, 기술·재취업 교육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노동자들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는 역사적 인식에 기반한 전략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고졸 정도 학력을 가진 사람이 무난히 잘살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다가 세계화를 맞아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업과 상품·서비스, 노동력과의 경쟁에서 지는 일이 속출했고, "남 때문에 내가 못살게 됐다"고 느낀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 대통령을 택했다. 그중엔 보호무역주의와 막무가내식 노동자 보호 정책으론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런 선택을 한 이도 많다.

대안을 찾아 헤매는 절망적 심리가 프랑스에선 기존 정당 후보 배제로 나타났다. 마크롱 신화를 만들어낸 실업률은 '양날의 칼'이다.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에게 큰 기대를 건 만큼, 그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거센 역풍이 불 것이다. 언론도 마크롱이 헛발을 디디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럴 경우 다음 대선 때 극우 진영의 마린 르펜이 엘리제궁 주인이 될 가능성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4. [조선일보][데스크에서] '시민도 예술 볼 줄 안다"

폐기된 신발 3만켤레로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高架) '서울로'의 설치 작품 '슈즈 트리(ShoesTree)'가 예정된 9일간의 전시를 마치고 29일 철거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높이 17m, 길이 100m 크기의 작품을 철거하는 데 이틀 정도 걸린다고 했다. 슈즈 트리는 설치를 시작한 첫날부터 논란을 불렀다. 거무죽죽한 신발 폭포 같다, 흉물이다, 지저분하고 냄새 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불과 9일 전시에 시비(市費) 1억3900만원이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더 거세졌다.

슈즈 트리 논란은 시민과 작품을 이을 다리가 돼야 할 행정의 감수성이 무뎌서 벌어진 사태다. 작품 설치는 서울시 디자인 담당 부서가 아니라 조경 관리 부서인 푸른도시국이 주도했다. 시에 공공미술자문단이 있지만 푸른도시국은 자문단 심의를 거치지 않고 설치를 진행했다. 한 자문단 관계자는 "설치 검토 후보에 올라왔다면 채택되기 어려웠을 작품"이라고 했다.

푸른도시국은 슈즈 트리를 "도시 재생의 개념을 환기할 신선한 예술품"이라고 홍보했다.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슈즈 트리는 미술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문단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관계 부서 내부 회의를 거쳤고 시장님께도 보고됐으며 시장님도 좋아하셨다"고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정책 입안에서 시민을 강조한다. 전문가 영역인 미세 먼지 대책을 정하면서도 시민 3000명이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토론해 의견을 도출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시민이 향유할 예술엔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설치 기간 내내 시민의 반감이 잦아들지 않자 일부에서는 "흉물도 예술"이라며 시민 눈높이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흉물도 때론 예술이 될 수 있다.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작품 앞에서 오히려 미감이 고양될 때도 있다. 그러나 서울역은 보고 싶은 사람만 찾아가는 미술관이 아니라 공공에 개방된 공간이다. 시민 공간에다 시민의 세금으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할 때는 평균적인 대중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보고 싶지 않다는 시민을 향해 "예술을 못 알아보느냐"고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공공 미술은 아무리 예술성을 내세워도 존재하기 어렵다. 1979년 뉴욕 맨해튼 페더럴플라자에 세워진 미니멀리즘 대가 리처드 세라의 작품 '기울어진 호(弧·TiltedArc)'는 "통행에 방해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광장을 반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작품에 시민 1300명이 "공공장소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철거 청원서를 냈다. 존치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진 작품은 결국 설치 10년 만인 1989년 철거됐다.

슈즈 트리 논란은 공공 미술을 대하는 서울시의 현주소를 돌아볼 기회가 됐다. '흉물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기사에 달린 한 시민의 댓글은 시 당국에 던지는 따끔한 일침이다. '예술은 지들만 하나. 나도 눈 달렸다.'



5. [매일신문][세계의 창] 먼 나라 이웃나라를 다시 생각하며

국제화의 영향인지 캠퍼스에 외국인 학생들이 자주 보인다. 언젠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여학생 두 명이 전형적인 슬라브계 외모여서 러시아 학생인가 말을 건네니 폴란드에서 왔단다. 사과를 하자 당신더러 일본인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다.



좀 복잡한 마음이 든 것은 한국과 일본처럼 폴란드와 러시아의 뿌리 깊은 애증의 역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소련의 우방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



히틀러로부터 해방시켜줬다는 고마움과 함께 무력으로 억압받은 과거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그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서유럽 강대국들과 동쪽의 제국 러시아가 충돌할 때마다 그 가운데 있던 동유럽 각국은 쑥대밭이 되곤 했다. 그중에서도 인종과 언어가 비슷한 폴란드는 러시아와 특히 견원지간이었다. 두 나라는 폴란드 전성기였던 16세기부터 자주 충돌했다. 당시엔 러시아가 폴란드에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서구화 정책으로 강대국으로 급성장한 러시아와 달리 폴란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18세기 말 폴란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 의해 분할되는데, 그 때문인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당시 자발적으로 그를 따른 폴란드 용병만도 엄청난 수였다고 한다. 폴란드가 독립한 것은 이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1차 대전 이후니 그들도 지난한 역사를 지녔다.



20세기에 와서 갈등은 더 심해졌다. 2차 대전 발발 직전 상호 불가침조약을 깨고 폴란드를 먼저 침공한 히틀러와 이를 빌미로 폴란드 동쪽을 차지했던 스탈린에 의해 폴란드는 다시 둘로 쪼개졌다. 수세기에 걸친 양국의 갈등 중에서도 이 시기 카틴 숲에서 행해진 대량 학살은 가장 끔찍한 사건 중 하나다.



스탈린의 명령으로 수만 명의 폴란드 장교와 학자 등 지도층들이 숲 속에서 몰살을 당했다. 소련이 전승국이었던 관계로 히틀러의 소행으로 은근슬쩍 떠넘겨졌다가 영원히 역사에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의 전모는 1980년대 말 모두 밝혀졌다. 이 사건은 몇 년 전 기념식을 하러 이곳에 가던 폴란드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그러니 폴란드인들에게 러시아란 그냥 애증의 이웃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두 달 동안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당시엔 여전히 널리 통용되던 러시아어로 말을 건네면 유독 날카로운 반응이 돌아오던 곳이 바로 폴란드였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많이 주는 것처럼, 국가 간에도 이처럼 가까운 이웃이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와 일본은 수천 년 동안 잘 지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일제 강제 병합과 광복 이후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는 21세기까지 두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근간에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두고도 두 나라는 이견을 보인다.



최근에는 유엔 총장까지 나서서 한일 위안부 합의 지지 발언을 하고, 오랫동안 한국에서 근무했던 전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라는 제목의 혐한 서적까지 발간했다. 일본 측에서는 두 나라의 발전적 미래 관계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나라라고 우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진정한 사과는 그것을 하는 측이 아니라 사과를 받는 사람이 충분하다고 말할 때 이뤄진다. 용서는 얼마간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국가 간의 역사적 과오를 용서할 권리가 특정 정권에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반가운 것 중 하나가 외교관계 정상화와 개선을 위한 노력 의지이다. 출범 즉시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요 4개국에 특사를 파견하여 한반도 안보를 비롯한 다양한 현안 해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최근 첨예화된 일본과의 갈등에서 볼 수 있듯, 제대로 된 과거의 청산 없이 발전적 미래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 이웃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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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5월 30일 신문 브리핑 #


"우리의 마음이 감사로 가득 찰 때는 촉촉이 비에 젖은 들판 같으나, 감사가 사라질 때는 메마른 땅과 같이 삭막하게 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이 29일 오전 5시39분께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쪽으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불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함

- 합동참모부에 따르면 "비행거리는 약 450㎞, 최고 고도는 120㎞로 분석된다”며 “몇 발을 쐈는지를 포함해 추가 정보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함



<< 경제 일반 >>

1.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원자력 중심 발전 정책 폐기 방침을 분명히 함

-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계적으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해 나가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뜻”이라고 말함


2. 연 1% 선이던 공무원 증가율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 4%대로 급증할 전망임

- 전체 공무원 수도 새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1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됨


3. 경상북도가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을 위해 주4일 근무제와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함

- 경북도는 산하 28개 출자·출연기관에서 올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99명의 정규직을 모두 주4일 근무제로 채용한다고 29일 발표함


4. 국내 조선사 수장들이 30일(현지시간)부터 오슬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조선해양박람회인 노르시핑에 총출동함

- 선가(船價)가 바닥을 치면서 선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면서 이번 박람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임


5. 농협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전화 고객상담 시스템을 구축함

- 하반기에 콜센터 상담 보조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고객은 원스톱으로 전문 상담까지 받을 수 있게 됨



<< 금융/부동산 >>

1. 기업의 신용도 변화를 하루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임

- 민간 채권평가사인 에프앤자산평가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정보를 반영하는 ‘에프앤 시장신용지수’를 오는 7월부터 은행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힘

- 개별 기업들의 신용도를 지수로 만들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처럼 해당 기업의 신용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함



<< 국제 >>

1.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취임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5월 들어 속도를 내고 있음

- 현재 검토 중인 철강 수입규제 등에 더해 모든 무역협정에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집어넣고, 해외 교역국의 환율조작 행위에 환율 개입으로 맞대응하는 방안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유연근무제

- 근로자가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 주5일 전일제 근무 대신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게 됨. 

유연근무제의 특징은 시간당 임금과 4대 보험을 비롯한 복리후생이 현재의 정규직 수준으로 보장된다는 것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는 덜 받게 되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고가 자유로운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보다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게 됨. 

외국의 경우 글로벌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음. 미국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은 1996년 31%였지만 2005년 74%로 확대됐고, 일본의 경우도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기업과 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으로 재택근무제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음.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한국도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문제가 야기될 것이므로 대안적인 근무제도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함. 

- 출처 :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11.,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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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조선일보]

1. 비정규직 95%가 中企인데 "재벌 반성하라"니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28일 "우리나라의 가장 큰 기득권은 재벌"이라며 "사회 개혁·대타협을 이루려면 재벌들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기획위가 비정규직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경총의 반성을 촉구한 데 이어 나온 말이다. 재벌에 문제가 있고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재벌 개혁을 말하는 것은 번지수가 완전히 틀린 엉뚱한 얘기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영세 기업 경영과 직결된 사실상의 중소기업 이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 644만명의 95%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체 근로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새 정부가 "반성하라"며 비난하는 경총도 회원사의 90%가 중소기업이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14%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정규직 전환 부담이 덜하고, 재무적 여력도 중소기업보다 크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 같은 몇몇 대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작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정규직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곳들이 태반이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를 걸면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경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비정규직 문제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표가 많은 중소기업을 비난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고 손쉬운 표적인 재벌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를 풀겠다는 태도인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2.7, 중소기업 정규직은 52.7,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4다.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이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더 높다. 만약 새 정부가 대기업만 표적 삼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면 극소수 대기업 근로자와 절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다. 새 정부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가 재벌이나 보수 정부 때문에 생긴 것인 양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제도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을 만든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고,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보호법'은 취지와 달리 도리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반성하라고 할 일이 아니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지금 식으로 가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전체의 95%인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초점을 맞추고 먼저 동일 노동, 동일 임금부터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서울신문]

2. 총리 인준 與·野 협치 본보기 보여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 이낙연 전 전남지사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야 3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대로라면 오늘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총리 인준은 불투명하다. 새 정부가 정권인수위원회도 없이 지난 10일 취임 이후 급하게 달려오면서 공약으로 내건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따라 각료 후보자를 세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결과이다. 할 말이 없게 됐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주 금요일 이 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해 사과 회견을 했다.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말로 인사 검증의 잘못을 변명했다. 하지만 국민은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야당 때이건 여당 때이건 적어도 인사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결같이 원칙을 지키는 정부를 보고 싶은 게 국민이다. 따라서 비서실장의 설명이 모자랐다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대통령 선거 전 누가 대통령이 됐건,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 위기의 대한민국 상황을 극복해 줄 것을 염원했다. 그런 국민적 요구가 41% 득표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88%의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리의 위장전입은 실정법상 분명한 불법이다. 그러나 재산 증식을 위해 부도덕하게 위장전입을 일삼았던 과거 고위공직자 후보의 사례와 동일한 기준에서 이 총리 후보자 등을 비난해야 할 일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5대 원칙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향후 잡음 없는 공직 인선을 위해서도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이 어제 공직자 인선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없애고 인재를 적소에 기용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여야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윤곽도 모르는 새 인선 기준의 소급 적용도 가능하지 않다.

총리 인준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내각 구성도 늦어진다. 임시국회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을 조기에 발족시켜야 할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닥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종 대외적 과제는 물론이고, 일자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개혁 입법, 정부조직개편 등의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돌파해 가야 할 조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대선 전 협치를 말하지 않은 후보와 당은 없었다. 조그만 흠결을 꼬투리 잡아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총리 인준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청와대도 비서실장 회견으로 할 것을 다했다고 손 놓아서는 안 된다. 여야가 협치의 본보기를 보여 줄 좋은 기회다.



3. 대기업, 국민이 수긍하는 일자리 대책 고민해야

비정규직 해소를 중심으로 하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당연히 공공부문만의 변화로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극화의 모순을 해소할 수 없다. 그럴수록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면서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다. 나아가 일자리 정책은 비정규직 해소에 그칠 수도 없고, 그쳐서도 안 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재계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다. 그런데 정부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경영자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반발부터 하고 나선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은 엊그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직접 비판했다.

경총의 반발은 한마디로 소수 재벌의 심기를 읽으며 ‘총대’를 메고 나선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박수현 대변인으로 하여금 유감의 뜻을 밝히도록 했다.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하고 일자리 정책을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총의 ‘다른 의견’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마치 정부가 민간기업에 일방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강압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사실과도 맞지 않고 정부 정책을 심각하게 오독(誤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오독’을 바로잡겠다는 듯 “올해 공무원 1만 2000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면서 “정부가 모범 고용주로서 소득 주도 성장,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면서 기업 등 경제계 전반을 향해 메시지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 국민과 정부는 대기업을 ‘국민 경제를 지탱해 주고, 나아가 미래로 이끌어 주는 동반자’로 여기며 많은 기회를 주었다. 최근만 해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데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음을 재계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혜택을 받은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막상 그렇게 만들어 준 국민의 여망인 일자리 늘리기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기업의 배은망덕한 행태가 없었다면 일자리 절벽이나 비정규직 문제도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5년만 피하면 되는 소나기가 아니다. 극소수 재벌만 공감하지 못할 뿐 국민의 뜻이라는 것을 재계는 깨달아야 한다.



4. '구의역 사고 1년' 관련 법안 하나 처리 못했다.

19세 청년 김모군이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고치다 참변을 당한 지 어제로 1년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이 위험천만한 일터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혼자 작업하다 목숨을 잃은 사건은 충격 자체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근로현장의 인권과 환경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돌아보자면 민망해진다. 안전을 최우선하려는 정책과 사회 인식은 여전히 성적이 초라하다.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크레인 사고, 인천공항 감전 사고 등 최근에도 엇비슷한 하청업체 인명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위험한 작업은 하청업체에 떠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변함없이 진행형이다.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생명이 저당잡히는 현실은 부당함을 넘어 잔혹한 인권침해다. 지난해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았던 5개 기업의 사망자 중 무려 87%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청년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또한 개선된 것이 없다. 특성화고 출신의 어린 청년들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속수무책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고용을 미끼로 한 살인적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잊힐 새도 없이 이어진다.

구의역 참사 이후 서울시는 민간 위탁 분야를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더 물러날 데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뒷북 대책으로 스크린도어 수리 직원들의 신분은 보장된 셈이다.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산업현장의 안전문화와 노동인권 개선은 기대할 수가 없다. 지난해 사고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제2의 구의역 사고 예방에 말뿐인 정치권과 나약한 정부 의지가 변명의 여지없이 확인된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도 아쉽다. 서울메트로와 정비용역업체 관계자 9명이 어제서야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가속이 붙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외형적 성과 못지않게 실질을 챙기는 정책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과징금을 물리는 강력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앞뒤 재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 없이는 외주화에 따른 노동 현장의 생명 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중앙일보]

5. 치솟는 집값과 부채… 원인규명부터 잘 해야

새 정부 초반 부동산 시장이 예상 밖으로 움직이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집값과 전셋값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다. 시장정보업체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이전의 두세 배로 높아졌다. 서울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 단지는 일주일 새 5000만원씩 올랐다고 한다. 전문가 분석도 엇갈린다.



오랜 금융완화정책으로 만들어진 거품의 끝물이라거나 내년 시행될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마지막 ‘수건 돌리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6개월 동안의 탄핵 불확실성이 사라진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보인다. 실수요자 비중이 큰 서울 비강남권 단지들의 집값도 함께 꿈틀거리고 있는 반면 지방 부동산은 몇 년째 바닥을 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가계부채 추이도 그렇다. 3월 말 현재 1360조원을 기록해 올 들어 석 달 새 17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 대출보다 저축은행·보험사 등 제2금융권 대출이 폭증했다. 비싼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돈을 빌리겠다는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인데 해석이 엇갈린다. 경기 호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라는 주장과 규제 강화 전 마지막 투기 수요가 몰렸다는 상반된 주장이 맞선다. 

이런 가운데 금융연구원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를 검토하자”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주택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 대책이다. 하지만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크고 복잡하다. 경기와 주택 수급 상황, 과거 정책의 영향과 같은 객관적 지표는 물론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들과 시장의 관계를 면밀하게 파악해 막힌 곳을 정확히 겨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과잉반응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집 걱정 없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데일리]

6. '미세먼지 경유차' 퇴출시켜야 한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 저감조치 차원에서 4대문 안부터 노후화된 경유차량 운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세먼지를 심각한 재난으로 보고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시장이 그제 광화문광장 시민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영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차량 2부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한 데 이어 서울시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날 시민 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광화문 대토론회 주제가 ‘미세먼지’로 정해졌다는 자체에서도 그런 의향이 드러난다. 미세먼지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뒤늦은 조치다. 갈수록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유해성도 심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논의는 풍성하지만 실행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눈총 받는 경유차가 하나의 사례다. 서울시는 이번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노후 경유차의 서울 도심 진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 대통령도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 퇴출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실제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경유차를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경유차 운행을 제한함으로써 미세먼지 생성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일 수 있겠지만 LPG차 운행을 확대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이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경유가 현재 국내 정유사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LPG의 70%는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어 경제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유차량을 국내 도로에서 완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의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정유업계에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퇴출 의향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관련업계에 분명한 구조조정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운전자에 대해서도 더 이상 경유차를 구매하지 않도록 금지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럴 의지도 없이 대책만 열거한다면 공연히 사회적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7. '알파고 쇼크' 1년, 우리는 무얼 했나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바둑챔피언 중국 커제와의 3번기에서 완승했다. 지난해 3월 이세돌과의 대국 때보다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알파고가 처음 단계에서 기보를 익히며 실력을 키웠다면 지금은 스스로 바둑을 두며 최적의 수를 찾는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인간의 경험이나 지식이 아니라도 혼자서 새로운 실력을 쌓아가는 경지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그러고는 돌연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바둑계를 제패한 알파고의 은퇴는 예견된 수순이다. 신약·자연과학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커제와의 대국 후 “범용 AI가 의학·공학 등 이공계 연구자들에게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를 AI의 산업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구현의 첨병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우리 정부도 AI 산업화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초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별다른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라 해도 대응 수준은 글로벌 기업이 10점이라면 7.1점에 그쳤다. 정부는 6.3점으로 더욱 심각한 수준을 드러냈다.

이처럼 대응이 미흡한 이유로는 ‘과도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이 첫손에 꼽힌다. AI는 알고리즘 개발과 함께 기술 활용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규제완화가 뒤따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의 기술개발은 물론 정부의 규제혁파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민관 협업으로 2030년까지 AI 산업화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마련한 일본의 조치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차 등 혁신 기술을 키우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규제가 신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최소 규제와 자율 규제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

8. '고용 없는 성장'과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경제가 성장을 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 특히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도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이제 담을 쌓기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750곳의 직원 수가 125만9661명으로 2015년에 비해 2717명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을 제외하면, 기존 상장사들은 1만3304명 줄었다. 반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68조4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직원을 줄인 상장사 가운데는 조선업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4332명)과 삼성중공업(2077명) 같은 곳들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인력 축소에 나선 곳들이 다수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9조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에 이어 역대 2번째다. 그런데도 직원을 3698명 줄였다.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삼성은 그룹 전체로도 가장 많은 1만2790명을 줄였다.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 536곳(금융업 등 70개사 제외)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5%와 36%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순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3%가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한명도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용과 직결된 시설 투자는 해외에서 하고 국내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들이 많다. 당장 이윤은 증대하겠지만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고용이 줄면 가계 소득 감소와 소비 축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경제 전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이 악순환에서 기업만 예외일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매일신문]

9. '눈먼 쌈짓돈' 특수활동비, 예산은 깎고 투명성은 높여야

한 해에 9천억원 가까운 혈세가 ‘특수활동비’라는 명목 아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행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고 부적절한 사용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수활동비란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활동에 쓰이는 돈을 말한다. 기획재정부의 세부 지침으로는 중앙 관서의 장이 특수활동비의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실제로 특수활동비는 사용처 보고 의무도 없고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이 됐다. 이런 특수활동비가 지난해만 8천870억원이고, 지난 10년간 정부 각급 기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총액도 8조5천억원에 달한다.



검증 절차가 없으면 반드시 썩게 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 특수활동비 가운데 절반(지난해 4천700억원)을 사용하는 국정원의 경우 민간인 불법 사찰 혹은 국내 정치 개입에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연간 86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쓰는 국회도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부인에게 준 사실이 밝혀지는 등 곱잖은 시선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된 70일 동안 특수활동비 35억원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직무 정지 기간 동안 하루 5천만원씩의 돈이 영수증도 없이 지출된 셈인데 누가 사용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마저 벌어지고 있어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세금 집행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특수활동비라고 해서 보안과 대외 비밀 유지 등을 핑계로 쌈짓돈인 양 써서는 안 된다. 안보상 공개가 곤란한 항목이라면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국회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검증하게끔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42% 감축하겠다고 하니 지금이 특수활동비 대수술의 호기이다. 국회도 내년도 예산 심사 때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사용 시 영수증 등 증빙 자료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일보]

10. '돈봉투 만찬' 검찰, 시늉 낼 거면 접는 게 낫다

‘돈봉투 만찬’ 사건을 감찰하는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사건 현장인 서울 서초동 식당을 조사하면서 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감찰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찰반은 “식당 주인이 ‘최근 기자들이 취재를 많이 와서 장사도 안 되는데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해서 점심식사를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식당 관계자에게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확인했고 당일 결제전표 등을 확보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감찰반은 현장조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밥 한 끼 먹은 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감찰공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곳도 아닌 사건 현장에서 식당 주인이 밥 먹고 가란다고 밥을 먹은 것은 법무·검찰 당국이 어떤 자세로 감찰에 임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백번 양보해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 끈을 고쳐 쓰지 말아야 하는 감찰반으로서의 직분을 지키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돈봉투 만찬은 국정농단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본 검사 등 7명과 조사 대상이었던 법무부 검찰국장을 비롯한 검찰국 간부 3명이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서로 주고받은 저녁 술자리를 말한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관례라는 법무부·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모임과 돈봉투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이 여파로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과 대검 차장이 사의를 밝혔고 서울지검장과 검찰국장은 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감찰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자 보안 유지 등을 이유로 감찰 상황을 공개하지 않던 감찰반은 어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만찬 참석자 10명과 참고인 등 20여명의 대면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감찰을 하기로 했을 때 “제대로 된 감찰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쏟아지면서 특검이나 특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새 정부 들어 검찰은 유례없는 대대적인 수술대 위에 올라 있다. 이번 감찰이 시늉이나 내며 제식구 감싸기에 그친다면 검찰에 가차 없는 메스가 가해질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조수미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프리마돈나

음악계에선 요즘 2018 평창올림픽이 화제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 공연 ‘야외 오페라’ 때문이다. 이 또한 여러 사연(?)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최종 발표된 것이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조선시대로 배경을 바꾼 ‘동백꽃 아가씨’란다. 여러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왜 이런 기획을 했을지 궁금하다. 

기획 의도도 정확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맥락의 오페라를 굳이 전 세계가 보는 축제의 장에서 하는 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한국이 배출한 음악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갈라 콘서트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려만 봐도 얼마나 자랑스러운 한국의 예술가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일 터.



세계무대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음악가들을 헤아려보는 일은 언제라도 즐거운 일이다. 1세대인 한동일부터 시작해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백건우,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장영주, 장한나, 연광철, 사무엘 윤 등. 최근엔 김선욱, 조성진도 있다. 그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할 클래식 강국의 모습이다. 그중에서 소프라노 조수미(Sumi Jo, 1962년~)는 세계는 물론 한국인에게도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존재다. 

그런 조수미가 어느덧 국제무대 데뷔 30주년이 됐다. 정확히는 지난해인 2016년인데, 올해까지 이를 기념하기 위한 무대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일보와 (재)영화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는 ‘조수미 콘서트-봄의 열정’이 5월 27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선화예술중과 선화예술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이탈리아로 가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1985년 나폴리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86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는 1988년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오스카 역으로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함께 녹음에 참여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 오디션에서 거장 카라얀은 ‘신이 내려준 목소리’라며 극찬했다. 주빈 메타 또한 ‘100년에 한두 사람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했고 조수미는 이후 세계 오페라계의 주역으로 활약해왔다. 1993년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은 그래미상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에 선정됐다. 

국제무대를 누비는 프리마돈나인 그가 한국 가곡의 재정비에 나선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적 중 하나다. 그는 채동선, 정지용의 가곡 ‘고향’의 본모습을 찾아놨고, 예술 가곡으로서는 다소 미비했던 반주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시도를 하며 한국 가곡 발전에 앞장서왔다. 

이제는 원숙기에 접어든 조수미. 그가 여전히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건 대단히 기분 좋은 일이다. 오래도록 건강하고 아름답게 우리 곁에서 노래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멋진 음악가가 평창올림픽을 빛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고.



2.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달갈에 다시를 넣어 부친 '다시마끼' 카스텔라처럼 말캉한 일본식 계란말이

냉장고 속 재료 중에 하나만 골라 몇 날 며칠을 먹어야 한다면? 필자는 서슴없이 달걀을 꺼낼 것이다. 학창 시절 달걀이 완전식품이라고 배우기 훨씬 이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달걀 하나만 있으면 오케이였다.



야들야들한 달걀찜이나 노른자 탱글탱글한 달걀 프라이. 어머니표 달걀 요리는 어린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쑥쑥 성장하는 데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달걀은 언제나 옳다! 이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학창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늘 달걀말이를 싸주셨다. 바쁘신 날엔 달걀말이 대신 달걀 프라이를 밥 위에 척 올려주셨는데, 정말 열 반찬이 부럽지 않았다. 

달걀만큼 완벽한 식품도 드물다. 약간의 탄수화물과 채소나 과일을 더하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별문제가 없을 정도다. 비록 콜레스테롤의 주범처럼 저평가되고 있지만, 보통 사람에게 달걀은 여전히 최고의 식품이다. 필자는 술 먹은 다음 날에는 무조건 달걀 프라이로 해장하는 습관이 있다. 부스스 일어나 몽롱한 상태에서 팬을 올리고 기름을 둘러 달걀을 깨뜨려 넣는다. 노른자가 반숙이 될 정도로 익혀 호로록 들이마시면 신기하게 눈이 또렷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달걀 노른자에 숙취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달걀은 혼자서도 완벽하지만, 별것 없는 재료도 달걀을 만나면 영양과 맛을 갖춘 훌륭한 음식으로 변신한다. 예를 들면 냉장고 속 자투리 야채에 밥을 넣고 달달 볶다가 달걀 하나 깨뜨려 고루 섞어주면 영양 만점 달걀 볶음밥이 된다. 프렌치토스트는 어떤가. 딱딱한 식빵 한 조각에 달걀 옷을 입혀 부쳐주기만 하면 우아한 토스트가 된다. 

세계인이 즐기는 달걀 요리는 무궁무진하지만 일식 요리사인 필자가 가장 즐겨 먹는 달걀 요리를 꼽으라면 달걀에 맛있는 다시(멸치, 다시마, 조개 등을 우려내 맛을 낸 국물)를 섞어 돌돌 말아 부친 다시마끼다. 다시마끼를 먹을 때면 어렸을 적 어머니표 달걀말이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달달하고 깊이 있는 일본 음식의 맛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다시마끼는 대개 스시집이나 일본 요리집 아니면 이자카야에서 흔히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식당에서는 보기 어렵다.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운 메뉴기 때문이다. 사각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여러 번 반복해서 모양 나게 말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시가 들어가기에 일반 달걀말이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달걀 물이 너무 부드러워 중간에 모양이 잘 흐트러진다. 그런데 막상 다시가 들어간 다시마끼를 먹어보면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고 말캉한 식감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필자가 처음으로 다시마끼를 배운 곳은 한국에 있는 일식당이었다. 20대 나이에 처음으로 들어간 일식당은 손님이 많아 굉장히 분주하고 정신이 없는 곳이었다. 당시 주방에서 막내였던 필자는 다시마끼를 말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다행인 것은 다시마끼를 좀 망치더라도 이해를 해주셨다는 사실. 망가지면 식당 직원들 밥으로 먹으면 되니 마음껏 만들어보라며 격려해줬다. 그래서 하루에 4~5개 정도는 필자가 직접 만들었다.

처음에는 왜 이리 어려운지 짜증이 나서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오기가 생겨 더욱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1~2달 지나면서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선배 요리사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줬는데, 그 힘에 더욱 공들여 만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했던 경험은 일본 유학 시절 요리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요리학교 수업 시간에 다시마끼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다른 학생에게는 어려운 요리였지만 필자는 너무 쉽고 빠르게 만들어보였다. 꾸준한 연습으로 다시마끼에 관한 한 일류 조리사 부럽지 않게 된 것이다. 

그 덕에 다른 일본 식당에서 일할 때 아이디어를 내어 새로운 다시마끼 메뉴를 개발해 판매한 적도 있다. 여러 가지를 만들어봤는데, 그중에 낫토와 모차렐라치즈를 넣은 다시마끼가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지금은 필자의 매장인 멘야미코 청담역점에서도 다시마끼를 단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모두 그때의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독자분들도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자꾸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먼저 달걀 12개를 준비해 잘 풀어둔다. 달걀에 들어갈 가츠오다시를 만들어 준비하고 정종은 알코올을 날려 준비한다. 설탕과 소금, 간장을 밸런스 맞춰 모든 재료를 달걀과 함께 혼합한다. 그리고 채에 내려서 기본 준비를 끝낸다. 준비된 사각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 판 가득 계란을 부어서 익힌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약불로 부쳐야 한다는 것.



달걀이 살짝 덜 익었을 때 말아줘야 촉촉한 다시마끼를 먹을 수 있다. 일정량을 반복해 부어가며 말아주는데 보통 달걀 개수만큼 나눠 달걀 물을 부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달걀 6개를 사용한다면 6차례에 나눠 부어주는 식이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아주면 어느새 통통! 시간을 들여 겹겹이 말아준 다시마끼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끝내준다. 

보통은 젓가락으로 하지만 가정에서는 뒤집개를 사용해서 천천히 말면 쉽다. 하지만 역시 몇 번은 해봐야 나만의 다시마끼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다시마끼를 바로 먹으면 더 맛있지만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하다 먹을 만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따뜻하게 먹어도 그 맛은 유지된다.



달걀에 있던 다시가 감돌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촉촉한 맛의 다시마끼를 먹을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는 너무 세게 가열하면 다시가 다 빠져나오기에 미지근할 정도로만 가열해야 맛있다. 보통 달걀 12개가 들어간 다시마끼인 경우 약 1분 30초 정도 데우면 적당하다. 

다시마끼를 큼지막하게 잘라 한입 그득 사르르 녹는 맛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다시마끼를 큐브 모양으로 잘라 하나씩 쏙쏙 집어먹게 해주면 좋다. 여기에 무즙과 유자 폰즈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매일 먹는 한국식 달걀 요리도 좋지만 특별한 날 가족들을 위해서 나만의 다시마끼를 만들어보자. 식사로도 좋고, 애주가의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다시 대신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설탕량을 좀 늘려서 다시마끼 형태로 만들면 정말 맛있는 달걀빵이 된다. 한번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3. [한국경제][천자 칼럼] '카·페·트 중독' 이후

“페이스북을 많이 쓰면 우울해지고 건강도 나빠진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대다수가 남들의 과시용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주리과학기술대 연구팀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교수팀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오래 사용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SNS 쏠림’ 현상은 유별나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트위터의 앞글자를 딴 ‘카·페·트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뒤로는 ‘카·페·인 우울증’까지 겹쳤다. 멋진 여행 사진이나 명품 선물, 비싼 공연 티켓 등을 경쟁적으로 게시하며 ‘나 행복해요’를 연발한다. 댓글이 적으면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구걸까지 한다. 한편으론 남과 비교하며 속을 끓인다. 정신없이 바쁜 업무와 가벼운 주머니 사정, 육아와 교육에 치이는 자신의 인생이 보잘것없다며 불행해한다.

연출된 이미지에 자극받아 비싼 물건을 사들이거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직장이 없는데도 고급차를 빌려 타고 뽐내는 ‘슈퍼카 렌트족’까지 등장했다. 사진 한 장으로 백마 탄 왕자가 되고 나면 현실감을 잊고 만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가공된 언행을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은 ‘SNS 피로증후군’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이런 부작용을 치유하는 방법은 뭘까. 《페이스북 심리학》을 쓴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 플로레스의 처방이 눈길을 끈다. 그는 “SNS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 공간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들여 단장한 신부 화장’이나 ‘오랜 기간 준비한 졸업전시회’ 같은 가공 이미지를 자신의 일상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심리학자 애덤 알터는 “가상의 SNS 정보는 끝이 없기 때문에 끝이 있는 현실의 활동으로 이를 넘어서라”고 권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 내려놓기’라고 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SNS 탈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꼭 필요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만 활용하고 폐해를 최소화하는 ‘디지로그 방식’도 활용할 만하다. 트위터 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주말마다 스마트폰을 끄고 명상이나 하이킹에 나선다. 그러고 보니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집에서는 자녀들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이롭지 못하다.



4. [서울경제][만파식적] 브레진스키의 '체스판'

1979년 11월9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비서진의 급전을 받고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로부터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소련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다는 보고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부재중이어서 브레진스키 보좌관이 핵 버튼을 누를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보 라인은 즉각적인 핵 보복을 주장했지만 브레진스키는 대통령을 호출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컴퓨터 오작동에 따른 가짜 경보로 판명됐다. 과거 냉전 시대에 가장 긴박했던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브레진스키는 헨리 키신저와 함께 미국의 3대 외교 거물로 꼽힌다. 브레진스키가 민주당의 외교 브레인이라면 키신저는 공화당 계열이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극히 나빴다고 한다.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 브레진스키가 사사건건 외교정책에 토를 달고 나서자 키신저에게 회의 석상에서 ‘창녀 같은 놈’이라는 막말까지 들었을 정도다.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브레진스키가 강경 진압을 주도하면서 온건파인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을 물러나게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폴란드 출신의 브레진스키는 소련에 대해 강경 대처를 주창해온 매파였으며 관여정책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주의 국가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협력해 서서히 체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일찍이 중국의 외교적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국에 주문해왔다. 역저 ‘거대한 체스판’에서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지정학적 구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브레진스키가 26일(현지시간)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을 담당했고 정권 출범 후에도 그림자 외교고문으로 불릴 만큼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그가 생전에 비유한 대로 한국은 지금 강대국이 맞붙은 거대한 체스판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신세인지도 모르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김성수

‘국민방위군 사건’에 항의하며 초대부통령 이시영이 사임(51년 5월 9일)한 데 이어 ‘부산정치파동’ 직후인 52년 5월 29일 2대 부통령 김성수가 사임했다. 사퇴서에서 그는 부산정치파동을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승만의 인사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실망과 분노를 토로했다. “이 박사는 충언과 직언을 염오( 惡)하고 아첨만을 환영하며 그의 인사정책은 사적 친분으로 일관된 중에도 자기의 하료(下僚)조차 항상 시기의 눈으로 보아 모든 국사를 그 자신이 일일이 직결하려고 하고(… 중략)” 김성수는 야당(민국당) 지도자로 부통령에 당선됐고, 초기부터 이승만과 불화했다.

40년대 전시 징용ㆍ징병 독려 등 친일행적으로 김성수는 자신의 명예에 때를 입혔지만, 20세기 초 조선의 민족ㆍ독립운동에 그만큼 헌신한 이도 드물었다. 다시 말해 그가 광복회 등이 분류한 ‘친일파’ 명단에 든 건 타당하지만, 개인적 영달을 꾀한 수다한 친일인사들과 한 구덩이에 그를 밀어 넣는 것은 부당하다. 공적 영역에서 활동했던 그로서는 당연히 상해의 그들처럼 선명한 반일의 자리에 설 수 없었고, 국내 지사들처럼 일제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기도 힘든 처지였다.

전북 고창의 유력 가문에서 태어난 인촌 김성수(1891~1955)는 자가와 처가(장인이 창흥의숙 설립자 고정주)의 도움으로 한학과 영어 수학 등 신학문을 두루 익히며 실력 배양이 자주 독립의 처음이자 끝이라 여겼다. 그는 17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했는데, 당시 유학생 중에 그의 경제적 도움을 안 받은 이가 드물었다고 한다. 23세에 귀국한 뒤 1915년 중앙학교를 인수해 교육활동을 시작했고, 19년 경성방직을 설립했다. 임시정부와 독립군에 자금을 댔고, 도피처 및 회합 장소를 제공했다. 3ㆍ1운동 직후 동아일보를 창간한 것도, 이상재 등과 민립대학 설립을 추진한 것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한 것도 민족계몽ㆍ개량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는 일장기 말소사건(36년) 조선어학회 사건(42년) 등으로 수 차례 연행 되기도 했다. 그가 친일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42년 무렵부터였다. 그는 중일전쟁을 미화하고, 학병ㆍ징병을 독려했고, 국방헌금을 냈고, 그 대가로 경제적ㆍ비경제적 혜택과 특권을 누렸다. 해방 후 권력층은 거의 대부분 그에게 빚을 진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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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5월 29일 신문 브리핑 #


"감사의 마음은 얼굴을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끝손질이다."

- T.파커



<< 정치/외교 >>

1.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함

- 우리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조속한 비핵화 선언을 북한에 촉구함



<< 경제 일반 >>

1. 새 정부 출범 전후로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경기 회복에 무게를 실으며 ‘문재인 시대’의 재테크 전망을 밝게 하고 있음

-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상향조정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함

-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은 세계 경기 회복세 영향이 크며, 이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전 세계 상품 무역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고 내년에는 최대 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함


2. 28일 서울대와 전국대학노동조합에 따르면 양측은 비정규 계약직인 비학생조교를 준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음

- 이는 각 단과대학 소속 계약직이던 비학생조교 250명 전원이 서울대에 고용되고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준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로서, 이번 합의로 행정 마비는 풀리겠지만 비정규직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지적이 나옴


3. 서울시가 방만 운영과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시내버스 준(準)공영제’에 대해 대대적인 수정변경을 추진함

-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하는 지원금을 연 100억원 이상 줄이고 평가 기준을 강화해 운전기사 채용 비리 등을 근절한다는 방침이며, 경기도 제주도 등 전국적으로 준공영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 행보가 주목받고 있음


4. 행정자치부는 30일 시행되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에 맞춰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함

- 새 제도에 따라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생명·신체·재산의 피해를 입었거나 우려가 있는 사람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 결정에 따라 바꿀 수 있으며, 변경할 때는 13자리 번호 중 생년월일과 성별을 제외한 지역표시번호 등을 바꿔 새로운 번호를 받게 됨


5. 삼성전자가 10조원을 투자해 중국 시안에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을 설립을 추진함

- 2014년 준공한 시안 1라인에 이은 2라인으로 이르면 2019년 말 생산에 들어갈 전망임


6. KT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드론 안전 운용을 위한 저고도 교통관리체계 개발 및 실증시험사업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8일 발표함

- 19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2021년까지 고도 150m 이하를 운항하는 공공·민간 드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교통관리체계(UTM)를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7. 남해발 ‘모래 파동’이 장기화되면서 모래값이 폭등하고 있음

- 28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당 1만6000원(운송비 포함)이던 영남지역 모래 가격은 연초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모래 채취가 어민 등의 반대로 중단되면서 2만9000원으로 껑충 뛰었고 최근엔 4만원까지 급등함

- 모래 가격 급등으로 이 지역 레미콘 가격도 줄줄이 올랐으며, 울산지역 레미콘업체들은 모래 가격 인상을 이유로 지난달 레미콘 가격을 4% 인상함



<< 금융/부동산 >>

1. 금융위원회는 개인 간(P2P) 대출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업체당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P2P 대출 투자 가이드라인을 29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함

- 일반투자자의 건당 P2P 투자 한도는 500만원으로 정해졌으며, 연간 이자 및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업체당 연간 4000만원(건당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음


2.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어 시장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 환율 외에 ‘경기대응 조정 요인’을 새로 추가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

- 인민은행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환율을 시장에 맡겨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3. 28일 전자화폐 비트코인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2189.52달러(오후 3시 기준)를 기록하면서 지난 25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779.08달러)에서 20% 이상 하락해 1주일 전 수준으로 돌아감

- 일본이 합법적 지급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안전자산’이란 기대가 값을 끌어올렸지만 지나친 급등세에 경계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임


4.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요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단계적 도입,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임대차시장 개편에 중점을 둠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월세 시장이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음

-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은 현재 집주인에게 있는 계약갱신 권리를 세입자에게도 부여해 세입자가 원하면 기존 임대계약을 한두 차례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며, 전월세 상한제는 재계약 시 전월세 보증금 인상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제도임



<< 국제 >>

1.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낮지만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면서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낮지만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음

- 미 상무부는 지난 26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2%(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반면,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은 2분기 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의 4.1%에서 3.7%로 하향 조정함


2.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가시화하면서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0.3도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 27일(현지시간)까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제외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나머지 6개국 정상은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며 회의 기간 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트위터에 “다음주에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글을 올림


3. 애플이 구글, 엔비디아에 대항해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전용 칩을 개발하고 있음

-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기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애플 뉴럴 엔진’으로 불리는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며, 애플은 이 칩을 통해 얼굴인식, 음성인식 기능 등을 향상시켜 음성인식 AI 비서인 ‘시리’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기능 등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짐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중규직

-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같은 근로자들을 빗대 이르는 말로 ‘무기계약직’이라고도 함. 임금과 복지 등의 부분에서는 정규직보다 미흡하면서 고용의 안정성만 보장해 준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로 새로운 형태의 정규직 개념임.

2007년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2년을 초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에 따라 등장한 신조어임.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임금과 승진 등 처우에서는 별도의 직군으로 묶여 완전한 정규직이 아니라는 뜻에서 ‘중규직’이라는 용어가 생겨남. 

이들은 주5일 근무제 적용, 건강보험, 고용보장 등은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 및 복지 혜택을 받지만, 임금과 승진에서는 별도의 직군으로 묶이는 등 정규직과는 차별이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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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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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검찰은 왜 미인도 진품 판정에 집착하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결국 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에 불복해 천 화백 유족 측이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정신청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검찰 결정에 맞서 법원에 직접 기소 여부를 가려달라는 절차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재판이 진행된다. 검찰 수사로 위작 시비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검찰과 유족 간 갈등만 커지고 논란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천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 등 유족 측은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발표한 검찰 수사 결과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가짜인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김 교수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 수사에서 문제의 작품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서울고검의 항고기각 결정으로 검찰은 이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는 기존 판단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진품 주장에 허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적외선과 X선 검사 이외에 이렇다 할 과학 검증을 하지도 않고 ‘안목 감정’ 등 신뢰할 수 없는 증언을 토대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세밀한 단층검증 기술을 가진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조사 결과는 묵살했다고 주장한다. 진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뤼미에르의 결론이다. 유족 측은 “이처럼 성의 없는 사건 처리는 청산돼야 할 적폐”라며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유족 측의 항의나 지적이 아니라도 검찰 태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더욱이 검찰은 항고인 진술 요청은 물론 면담신청도 묵살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한다. 수사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안목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다. 일각에서 미리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수사 내용을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아무쪼록 유족 측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정에서 모든 논란이 명쾌하게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2. 인권위 위상과 함께 높아져야 할 인권 의식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목소리가 정부 기관에 제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또 인권위 권고의 핵심 사항은 무시한 채 부가적인 사항만 수용하는 사례와 불수용 사유, 이행 계획 등을 제대로 회신하지 않는 형태도 없애도록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 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대통령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차별행위 등에 대한 조사와 구제 조치에 나서는 준사법기구이자 인권전담 국가기구다.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구로 업무 수행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위원회는 국회(4명), 대통령(4명), 대법원장(3명) 등이 각각 지명토록 해 독립성과 함께 다양성을 갖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부 기관이 그동안 이를 무시해 온 게 사실이다. 조 수석이 이날 “경찰과 구금시설 등이 인권 침해 사례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며 개선책 마련과 함께 경찰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을 주문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가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위원회의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또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 항목에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인권위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데 정부 기관들이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고, 인권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 또한 활발해질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형식화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 수석의 지적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권위는 소외된 약자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사회 구석구석의 인권침해 요소 등을 찾고, 개선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통념이란 이름으로 침해당하는 개인의 권리까지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 차제에 국가기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길 바란다.



3. 인센티브 주며 고용창출 자율 참여 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 매월 개별 기업별로 재계의 일자리 동향을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에 이어 대기업들의 일자리 만들기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일자리 창출이 공공 부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민간 영역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자리 상황판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정책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는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여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직접 매일 수치를 확인하게 되면 단순히 보고받고 지시하는 것보다 일자리 정책을 더 고민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일은 지표 확인만으로는 어렵다. 현장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고용 동향까지 챙기겠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음을 의미한다.



청년실업률은 11%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취업 활동 중단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4%다.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실제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34%다. 청년 셋에 한 명이 사실상 백수다. 대기업의 일자리 동참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재계의 고용 창출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업들의 자율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옳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기업이 인센티브를 확연히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제도 등을 확 뜯어고칠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연구개발(R&D) 인력을 남기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도 R&D 세액공제 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국내 일자리 창출 기업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고용 창출 실적에 따라 법인세를 차등화해 일자리 창출을 물 흐르듯 유인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는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자리위원회에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을 모두 참여시켜 머리를 맞댈 것을 당부한다. 일자리위를 당분간 임시 노사정위원회처럼 운영해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만하다.

일자리 만들기에 기여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은 그간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법안 처리에서부터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의료 등 부작용과 시비의 소지가 큰 조항은 빼더라도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켜 교육·관광 등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4. 국익과 자존 우선의 당당한 대중국 외교 펼쳐야

새 정부 출범과 특사 파견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중 관계 개선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해찬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중 특사단이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교적 온건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달리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등은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권 출범 이후 발 빠른 축전과 정상 통화, 한류 규제의 한한령(限韓令) 고삐를 늦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중국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강공 모드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와 기세 싸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드 배치에 유보적 태도를 보여 온 한국 새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성격이 짙다.



먼저 중국의 의지가 최대한 관철되는 ‘사드 철회’를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그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한국이 고려하게 하는 전략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도는 걱정스럽다. 특히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우리 대통령 특사를 아랫자리에 앉히는 의전에 의아심을 갖고 있던 우리로서는 행여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특사의 자리 배치가 시 주석이 지난 4월 홍콩특별행정장관 당선인을 면담할 때와 같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드를 돌려보낼 수 있다는 발언 등이 그런 예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치는 북핵의 위협성 여부를 판단해 우리 스스로 내리는 주권적 사항의 일이다. 중국의 압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특사를 파견하며 국익 중심과 자신감 있는 외교를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국익과 자존을 우선하는 당당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세계일보]

5. 수사권 조정 대원칙은 국민 기본권 신장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의 인권 침해를 바로잡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발표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언급했다. 수사권 조정이 문 대통령 공약임을 재확인하면서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경찰 자체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가고 싶으면 ‘인권 경찰’부터 되라고 주문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단순히 두 기관의 기능조정 차원이 아닌 인권 강화 문제로 접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수사권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으로 인한 폐해가 막심하다. 검찰이 기소권, 수사권, 경찰 수사지휘권, 기소 여부 결정권, 기소 종결권 등 형사·공소 관련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것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사법개혁특위는 2011년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수사 진행권을 인정하는 조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도 지지부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 검찰권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의원들을 비롯한 ‘검찰가족’의 치열한 로비가 먹혔던 탓도 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국민 상당수가 경찰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엄연한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검찰 못지않게 낮다. 전·현직 경찰 총수들이 각종 비위에 연루돼 국민적 망신을 산 일이 적지 않다. “치안 총수들이 이 정도이면 그 밑의 경찰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을 입증하듯 일선에서 민원업무를 보는 경찰관들의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수사권을 요구하기에 앞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능력과 자질 향상 등 경찰조직 전반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2000명 검찰보다 14만 경찰이 낫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은 국민들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수사권 조정이 두 기관 간에 권력을 적당히 배분하는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제도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대원칙이다.



[매일신문]

6. 총리 후보 부인 위장 전입, 공직 배제 5대 비리 아닌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 부인의 위장 전입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24일 “출퇴근을 위해서”라던 당초의 해명을 번복하고 “서울 강남 학교 배정을 위해서” 위장 전입을 했다고 시인했다. 위장 전입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 인사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5대 비리의 하나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려면 이 후보자 카드를 버려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 지명한 첫 공직 후보라는 점에서 가능하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이미 국민에게 한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뭉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국민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새 정부의 공직 인사가 일방통행으로 비칠 경우 여론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부터 자신의 원칙을 깼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장녀의 이중 국적과 위장 전입을 확인했지만, 지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이 후보자와는 전혀 다른 경우다. 그럼에도 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적임자이기 때문이란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으로 동북아시대위원장에서 물러났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임명도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도 지난 2015년 석사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15군데에서 인용 없이 동일한 문장을 사용했지만, 서울대는 연구 윤리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며 덮었다.



이런 사실은 문 대통령의 공직 인사 배제 원칙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낳는다. 원칙을 계속 어긴다면 문재인정부의 도덕성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문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려들면 흠결이 없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인물을 찾는데 애를 먹을 것이다. 과연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7. 낙동강 '녹조 라떼' 원인 가축 분뇨, 늦기 젼에  대책 세워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 흩어진 무허가 불법 축사는 6만190곳으로, 전국 축산 농가의 51.2%에 이른다. 적어도 축산 농가 두 군데 중 한 곳 이상은 무허가 축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시행 이후 1년이 지나도 합법화에 나선 농가는 2천600곳으로 전체의 4.5%에 그쳤다. 정부의 무허가 불법 축사 적법화 사업이 효과를 보지 못해 하나 마나 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허가 불법 축사의 방치를 우려하는 것은 환경에 미칠 심각한 영향 탓이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출되는 축산 분뇨는 하천과 강물, 호수, 토양의 오염은 물론 각종 전염병의 발병 등 원인이 되고 있다. 정화시설조차 없는 불법 무허가 축사를 그냥 두고는 환경오염과 전염병 발병을 막는 일은 어렵다. 정부가 가축분뇨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이런 불법 무허가 축사를 폐쇄하거나 시설 보완을 서두르고 지난해 5월부터 적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사업 실적은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경기도가 그나마 9.5%로 가장 높고 전북 8.6%, 충남 6%, 경남 4.6%로 전국 평균(4.3%)을 넘었을 뿐이다. 경북과 충북은 각 2%로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의 원인은 많다. 먼저 돈이다. 내야 하는 강제이행금에다 시설 보완에 드는 돈이 만만찮다. 행정절차도 복잡하고 축산농의 고령화도 한몫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정부 정책을 어기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이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그냥 둘 일은 아니다. 특히 4대강의 녹조 발생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류의 오염원 차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축산 분뇨와 산업단지 등 지류의 오염원을 해결하지 않고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6월부터 예정된 4대강 보의 상시개방이 이뤄지더라도 강 오염의 근본적 처방은 사실상 어렵다. 정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원인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가 비용 부담 감면과 행정절차 간소화 등 농민이 따를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아쉽다. 물론 농가의 동참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8. '해피벌룬' '웃음가스' 신종 유사 환각제 확산 막아야

병원에서 마취제로 쓰이는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담아 흡입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흡입 시 여러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물질인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속칭 ‘해피벌룬’ ‘해피가스’ ‘웃음가스’ ‘마약풍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면서 대학가와 유흥가에서 퍼지는 등 신종 유사 환각제로 오`남용되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치과 수술 등에서 마취 또는 마취 보조제로 사용되는 투명한 기체로 흡입 시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기분을 몽롱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신 사람은 20~30초간 마치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과도하게 흡입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노출될 경우 호흡 곤란이나 일시적 기억 상실을 일으키고 심하면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아산화질소의 의료 목적 외의 개인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해 5월부터 허가된 용도 외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산화질소가 ‘해피가스’ 등의 이름으로 둔갑해 몇 달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흡입하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홍보하면서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 공급책을 마련해놓고 배달 영업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해피벌룬`웃음가스 등을 입력해보면 아산화질소를 용기에 담아 배송 판매한다는 광고가 쏟아진다.

 
언론의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법이 아직 없다 보니 판매 또는 개인이 흡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수입업체와 유흥주점협회, 외식업협회 등에 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래서야 신종 유해 화학물질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아산화질소를 본드처럼 화학물질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거나 마약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법`규정을 정비하고 경찰도 단속에 나서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매일경제]

9. 3無 원칙으로 출발한 대통령 - 수석보좌관 회의 보기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정권에서 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라 해서 '대수비'로 불렸는데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경제·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회의에서 달라진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최소화해 지시 하달을 줄이는 대신 상호토론 시간을 늘렸다. 문 대통령은 '사전결론' '받아쓰기' '계급장'이 없는 '3무 회의'를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는 잘못된 방향에 대해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라며 "여기서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참모들과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등 탈권위 소통행보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열린 형식의 수석·보좌관 회의도 그 연장선상이지만 다른 어떤 스타일 변화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각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국정 결론을 내는 자리라면 청와대 참모회의는 국정의 출발점 같은 것이다.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통해 내각에 자율권을 준다고는 해도 대통령제하에서는 역시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참모회의에서 기본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국정은 헝클어지게 돼 있다. 

어느 조직이나 회의가 중요한 것은 토론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보다 중요하게는 치명적인 오류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석·보좌관 회의를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시각은 정확하다. 단 이게 가능하려면 회의가 회의다워야 한다. 세상에 전지전능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의 생각이 곧 결론이 되고 참모는 그 결론을 받아 적느라 바쁜 회의는 국정을 왜소하게 만들고 오류에 노출시킨다.



지난 정부의 회의가 대체로 그랬다. 심지어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할 기회조차 드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판단 착오를 최소화하려면 참모는 수시로 직언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의 귀는 열려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충돌하는 의견을 보듬어 최선의 결론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형식 전환을 국정 정상화로 가는 하나의 계기로 평가하고 싶다.



10. 김영란법·규제프리존에 대한 李총리 후보자의 유연한 사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해 여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영란법을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맑고 깨끗한 사회라는 가치는 포기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겨선 안 되기 때문에 양자를 다 취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지 검토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법에 대해서도 "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겠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유연한 사고를 보였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후 축산과 화훼 농가, 음식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화훼 농가 매출이 30~40% 감소했고, 꽃 판매와 유통, 운송업자 등 관련 종사자들이 도미노처럼 피해를 입고 있다. 단가가 높은 한우도 마찬가지다. 명절 선물 수요가 급감하며 축산 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음식점도 10곳 중 3~4곳의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식당들이 종업원을 줄이면서 외식업계 고용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를 염려한 이 총리 후보자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의 전략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등 혁신 기술을 키우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취지에서 2015년 12월 발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규제를 대폭 풀면 대기업들에 특혜만 주고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 후보자가 당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겠다고 말한 이유는 규제프리존법이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리 후보자는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전임 정부가 한 일이라 해서 '나는 모르겠다' 하지 않고 문재인정부의 숙제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는데 가장 먼저 김영란법 개정과 규제프리존법 처리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는 책임 총리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금요 포커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의 규제 혁신

‘내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연인들의 언약처럼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1791년 제임스 매디슨의 주도하에 제정된 후 200년 넘도록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종종 해석상 논란이 벌어진다.



2010년 연방대법원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물’도 수정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표현’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칼리아 대법관에게 동료 대법관이 농담을 건넸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제임스 매디슨이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법 제정 당시 문구의 원래 의미를 중요시하는 스칼리아 대법관을 비꼬는 의미가 담긴 농담이었다.



이에 대해 스칼리아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아뇨, 나는 매디슨이 폭력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수정헌법 제1조가 채택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폭력적인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요?”

스칼리아는 표현이 폭력적이더라도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2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 지켜야 할 명제로 보았고, 그 매체가 신문인지 소설인지 비디오게임인지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듯이 표현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같이 사회 경제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 본질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 있는 반면 경제·금융법과 같은 기술적·전문적인 법규는 제정 당시 전제가 되었던 상황이 크게 변했는데도 적시에 개정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유지해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판별하는 일은 법과 제도를 고안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숙제이다.

요즘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변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컨대 ‘예금’이란 은행 점포에 들어가 창구에 돈을 맡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통장을 교부받으며 필요하면 맡겼던 돈을 영업시간 내에 찾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점포가 없고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며 영업시간도 제한 없는 은행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더 편리하다고 느껴 선호하면서 법과 제도도 부지런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실명제에 따라 창구를 방문한 고객이 행원과 대면해 실명을 확인받아야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증 사본의 온라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됨에 따라 대면 절차 없이도 원하는 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험 역시 전형적인 계약 체결의 모습은 보험설계사를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상법과 보험업법은 보험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설명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로 보험계약자의 서명을 받게 했다. 심지어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보험사가 전화해 확인하는 제도인 ‘해피콜’도 있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보험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두꺼운 책자였던 약관이 전자서적 형태로 대체되고 있고 보험계약자가 주도해 온라인으로 보험가입을 할 수 있는 비대면 보험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보험업법령이 개정돼 전자서명으로도 보험계약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적은 온라인 보험은 해피콜을 생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계약자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는 유지하되 그 확인방법은 기술 발달에 맞추어 바꾸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보험권에서 제도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사람인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상법에 따라 아직도 ‘서면’으로 한정된다.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목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자서명이나 공인인증서 방식의 확인도 가능하고 홍채나 정맥 인식 등 본인의 동일성 여부를 더 정확히 인식할 수단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혁신은 늦다. 지난 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생활화에 걸맞게 우리의 사고도 변화하고 법과 규제도 적시에 혁신되길 기대해 본다.



2. [조선일보][일사일언] 아버지의 가위

소련 붕괴 이듬해, 아버지는 에스토니아로 갔다. 수도 탈린 외곽 한국인이 운영하는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제품 검수와 납품을 하며 아버지는 타지에 적응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구소련은 혼란과 빈곤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강대국의 영광은 사라졌고, 루블화(貨)는 그저 종잇장에 가까웠다.

아버지의 눈에 밟힌 건 빈민가 아이들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버지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이발을 해주셨다고 한다. 종종 그 아이들의 부모도 아버지를 찾아와 머리를 맡겼다. 휴가차 한국에 들어온 아버지는 질 좋은 가위와 면도기를 먼저 챙겼다. 가족보다 빈민촌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가 야속했지만 공장 이야기보다 머리 자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귀국한 아버지는 에스토니아에서 익힌 실력으로 내 머리를 손수 잘라 주셨다.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입학식 때도 그랬다. 해가 갈수록 머리카락 길이가 들쑥날쑥해졌다. 아버지는 가위가 잘 들지 않아 그렇다고 말씀하셨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저를 바로 쥐기 힘들 만큼 수전증이 심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가위를 든 건 내가 입대하기 전날이었다. 이미 짧게 잘라 더 자를 머리도 없었지만 굳이 의자에 앉혔다. 구레나룻 잔털을 정리하며 아버지는 에스토니아 빈민가 아이들을 이야기하셨다. 요즘 TV에 동유럽 사람들이 나오면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는 말씀과 함께.

이발을 마친 뒤, 아버지는 장롱 깊숙이 가위를 넣어 두셨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짐작했다. 빈민가에서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청년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자신의 손을 주무르며 "에스토니아 아이들은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읊조리는 환갑의 아버지만 곁에 남아 있음을.



3.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 인사이드] '옥자'가 던진 파문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만 영화인가, 아니면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보는 영화도 영화로 봐야 하는가. 영화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작품의 내용보다 상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수상을 배제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자’는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의 유통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위원장은 왜 ‘옥자’를 영화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가.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산업은 상영과 배급, 제작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되고 나중에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도록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면서 극장 상영업자들의 경계심은 높아져 갔다. 이번 ‘옥자’ 파문의 배경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영업자들과 영화제작자들이 미국 넷플릭스의 유럽시장 진출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상영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극장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극장상영 시스템은 침체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의 세계영화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아 ‘옥자’는 극장상영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190개 나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옥자’를 볼 수 있다.

영화제작 분야의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상영에서 더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70억원을 투자해서 만든 온라인 영화다. ‘옥자’에는 국내 배우로는 안서현,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배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등이 출연한다. 영화제작에 있어 글로벌화가 진전될 경우 국내 영화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문화주권의 상실도 염려된다.

영화산업에 거세게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국내 진출 1년을 넘긴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에 제작비를 아낌없이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반면에 국내 온라인 상영업체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다면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우리 영화산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본력과 시스템으로 국내 영화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영화 ‘옥자’가 몰고 올 파장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4. [국민일보][시온의 소리] 노래가 힘이다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끝났다. 요즘은 정통사극보다 퓨전사극이 대세인 게 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역사상 중요한 시기를 통과하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가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해 도무지 텔레비전을 떠날 수 없었다.

주옥 같은 대사도 많았고 오늘의 정치현실을 시원하게 비꼬는 ‘사이다 풍자’도 넘쳤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와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드라마 삽입곡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향주목 결사항쟁’ 장면에서 사지에 몰린 홍길동을 응원하며 민중이 함께 ‘익화리의 봄’을 부르던 장면은 단연 이 드라마의 백미였다. 

“봄이 와도 봄이 온다 말을 못 하고 동장군이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해가 떠도 해가 뜬다 말을 못 하고 밤바다가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곤 했다. 그렇게 부르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다른 노래 ‘봄이 온다면’도 중독성이 있지만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흥보다 한이 더 깊이 새겨진 탓인지 ‘익화리의 봄’이 훨씬 더 진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어디 그 노래뿐이랴. 노래 자체가 본래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닐까. ‘서동요’만 해도 그렇다. 백제의 서동이 흠모하던 신라의 선화공주와 혼인에 이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노래 덕분이었다. 신라의 서울 한복판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들 그의 연모는 한낱 ‘한여름 밤의 꿈’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기왕 노래의 힘을 곱씹는 마당에 발트 3국의 ‘노래 혁명’(Singing Revolution)을 지나칠 수 없다. 발트 3국은 발트해 남동해안에 위치한 세 나라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가리킨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 나라들은 예로부터 이민족과 강대국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가 18세기에 러시아의 영토가 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독립을 맞이했는데 해방의 기쁨도 잠시, 야만적인 국제정치에 휘말려 1940년에 또다시 소련의 지배 아래 들어갔던 것이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가 뒷심을 잃으며 연방 전체에 분열의 조짐이 보이자, 발트 3국 주민들의 가슴에도 서서히 봄의 노래가 깃들기 시작했다. 1989년 8월 23일,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부터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 이르기까지 장장 640㎞ 인간 사슬이 만들어졌다. 에스토니아인 70만, 라트비아인 50만, 리투아니아인 100만을 합쳐 무려 220만 명이 손에 손을 붙잡고 찬송가와 민속노래를 부르며 자유를 외쳤다. 이 노래 혁명으로 세 나라는 마침내 독립을 맞이했던 것이다.

지난주 5·18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제창됐다. ‘그까짓 노래가 뭐라고’ 이 소동인가. ‘합창’이면 어떻고 ‘제창’이면 또 어떤가. 지청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노래를 함께 부르지 못하도록 입에 재갈을 물린 사람들은 알고 있다. 노래는 결코 ‘그까짓’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특히 이처럼 잠자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노래라면 더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로마제국이 봉인시킨 예수의 노래도 무덤을 뚫고 나오지 않았던가. 노래의 혁명이다. 노래가 혁명이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펼치겠노라 다짐하는 뜨거운 노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다시 봄이다.



5. [매일신문][야고부] 푸시킨과 박경리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현대 러시아에 큰 족적을 남긴 문호다. 막심 고리키가 푸시킨을 두고 ‘시작의 시작’으로 평가한 것이나 투르게네프가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서 러시아 문학에 끼친 푸시킨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푸시킨은 귀족 가문 출신이다. 모계로는 아프리카의 피도 섞여 있다. 노예로 팔려왔다가 표트르 대제의 측근 장군이 된 아브람 간니발이 그의 외증조부다. 그는 아비시니아(현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푸시킨의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도 그 영향이다. 푸시킨은 미완성 소설인 ‘표트르 대제의 흑인’에서 외증조부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1997년 10월 러시아 일간지 프라우다는 푸시킨 가문의 부계 혈통이 600년 만에 끊겼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후손인 그리고리 푸시킨이 사망하면서 마지막 남은 푸시킨의 부계 혈통이 단절됐다는 뉴스였다. 1837년 푸시킨 타계 이후 160년 만의 일이다.



그렇다고 푸시킨의 혈통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모계 후손은 300명가량 남아 있다. 상당수가 러시아가 아닌 외국에 거주 중인데 ‘제2의 피아프’로 불리는 엔조 엔조(Enzo Enzo)도 후손이다. 본명이 코린 테르노프제프인 엔조 엔조는 파리 태생의 샹송 가수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푸시킨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예프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등 수많은 작품이 번역돼 있다. 러시아 문화`교육센터인 ‘뿌쉬낀 하우스’도 설립돼 있다. 2013년 방한한 푸틴 대통령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뜰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며칠 전 ‘토지’의 작가 박경리 동상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대학 내에 세워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에 한국인의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제막식이 있을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푸시킨 동상과 마찬가지로 비영리단체 ‘한`러 대화(KRD)’가 주도했다.



푸시킨의 문학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처럼 ‘토지’ 등 우리 문학작품이 러시아에서 번역`출간돼 널리 읽힌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해가 엇갈리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마찰과 긴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이런 ‘소프트파워’의 효과는 크다. 한국과 러시아가 이런 문화 자산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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